'지는 게 이기는 것'이라는 말은 익숙하지만, 모든 사람이 사과하는 것은 아니다. 먼저 고개를 숙이면 손해보는 것 같다고 느껴지기 때문일까. 오히려 '미안합니다' 한마디면 될 일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사과(謝過)'라는 단어는 '사(謝·사례하다)'와 '과(過·허물)'가 합쳐진 말이다. 미안함과 고마움을 함께 품은 이 한 단어에는 자신을 낮추면서 상대를 높이는 마음이 담겨 있다. 결국 사과와 감사는 모두 겸양의 표현이자, 나를 비우고 상대를 채우는 소통이라는 점에서 본질을 같이한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먼저 고개를 숙이는 일은 패배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끊어진 관계를 다시 잇는 가장 용기 있는 선택이 될 수 있다.
30여 년 간 공직 생활을 이어온 김종한 한국안광학산업진흥원 원장은 신간 '진작 미안하다고 했더라면'을 통해 사과를 관계 회복의 가장 강력한 소통 기술로 풀어냈다. 심리학과 행동경제학, 사회학적 연구에 그간의 경험을 더해 가정과 직장, 기업, 정치 등 삶의 다양한 현장에서 사과가 어떻게 관계를 복구하는지를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담아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했다. 아내의 입원으로 병문안과 장보기에 지친 딸이 저녁 약속을 지키지 못하자 사정을 묻기도 전에 크게 나무랐던 일, 그리고 얼마 전 자신이 딸의 기숙사비 입금 날짜를 착각해 곤란한 상황을 만들고도 제대로 사과하지 않았던 일을 딸이 되짚으며, "아빠가 먼저 실수했는데 사과하지 않았잖아"라고 말한 순간을 계기로 사과의 본질을 다시 돌아보게 됐다.
저자는 이 경험을 통해 공직 생활 동안 조직에서 겪었던 수많은 갈등 역시 결국 '사과의 부재'에서 비롯됐음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이러한 성찰은 가정을 넘어 직장과 기업, 정치 등 사회 전반에서 사과가 갖는 의미를 탐구하는 계기가 됐다.
책은 총 8부 32장으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사과가 사라진 사회가 개인과 공동체에 어떤 불신과 갈등을 남기는지 여러 통계, 심리학, 연구를 바탕으로 진단한다. 2부에서는 사람들이 사과를 어려워하는 심리·문화적 원인을 분석한다. 특히 뇌의 자기방어 본능과 한국 사회 특유의 위계와 체면 문화, 공감능력 부재 등이 사과에 서툰 배경으로 제시된다.
3부는 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사과의 기술'을 다룬다. 저자는 사과는 한 번의 말로 끝나는 사건이 아니라, 상대의 감정을 헤아리고 적절한 시기를 선택해 진심을 전달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공감 훈련과 사과의 골든타임, 용서받지 못한 사과를 받아들이는 자세까지 실제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소개한다. 이어지는 장에서는 부부와 부모·자녀, 형제자매 등 가족 간의 사과를 비롯해 직장 내 리더와 동료, 부하 직원 간의 사과, 정치인의 사과, 기업의 위기관리까지 삶의 모든 관계를 사례 중심으로 풀어낸다. 각 장 말미에는 실천 방법을 정리해 독자들이 한눈에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진심 어린 사과는 오히려 관계를 더 단단하게 이어주는 과정이다. 깨진 그릇의 틈을 금으로 메워 더욱 아름다운 예술품을 완성하듯, 부러진 뼈가 치유 과정에서 형성된 가골을 통해 이전보다 더 단단해지듯이 저자는 진심 어린 사과 역시 관계를 더 깊고 견고한 관계로 성장시키는 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나아가 사과의 끝을 '감사'와 '인정'으로 연결하며, 결국 사람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삶에서 관계를 회복하는 일이 곧 더 나은 삶과 행복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라고 말한다.
저자 김종한 원장은 경북 안동 출생으로 경북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행정고시에 합격해 대구광역시 행정부시장을 지냈으며, 현재 한국안광학산업진흥원장을 맡고 있다. 개인 사진전을 두 차례 개최하는 등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384쪽, 1만9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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