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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붐비지 않는 모델하우스…강릉 '리쉐스302'가 손님을 맞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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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문 연 첫날, 예약제로 '천천히 보는' 견본주택
지역 문화·경제계 인사 발길…29일엔 진태현·박시은 부부도
"연예인도 강릉을 산다"…달라진 강릉의 위상 보여주는 풍경

배우 진태현·박시은 부부가 29일 오전 강릉
배우 진태현·박시은 부부가 29일 오전 강릉 '리쉐스302' 모델하우스를 찾아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장성혁 기자

모델하우스라는 공간에는 오래된 공식이 있다.

개관 첫 주말의 긴 줄, 풍선과 도우미, 떠밀리듯 도는 동선.

지난 28일 문을 연 강릉 교동 '리쉐스302' 모델하우스에는 그 공식이 없었다. 첫날 현장에서 가장 먼저 감지된 것은 조용함이었다. 그리고 그 조용함은 흥행 부진이 아니라 설계된 것이었다.

리쉐스302 모델하우스는 전면 예약제로 운영된다. 방문객은 정해진 시간에 입장해 다른 팀과 뒤섞이지 않고 공간을 둘러본다.

첫날 현장의 방문객들은 서두르지 않았다. 거실에 한참 서서 층고를 가늠하고, 주방 동선을 실제로 걸어보고, 마감재의 질감을 손으로 확인했다.

궁금한 것이 생기면 상담 직원이 해당 공간으로 함께 이동해 주택형별 특징과 공간 활용을 하나씩 짚었다.

장점을 나열하는 브리핑이 아니라, 집을 보는 안목을 거드는 방식에 가까웠다. 둘러본 방문객들 사이에서는 "생각했던 것보다 괜찮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모델하우스에서 만난 60대 관람객 김모(강릉 포남동) 씨는 "강릉에서 30년 넘게 살면서 평수를 넓혀 가고 싶어도 마땅한 새 아파트가 없어 낡은 대형을 고쳐 살까 고민하던 참이었다"며 "도면으로 보던 것과 직접 걸어본 공간감이 완전히 달랐고, 마감재를 만져보니 왜 예약제로 천천히 보게 하는지 알겠더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왔다는 50대 박모 씨는 "KTX로 자주 오가다 보니 아예 강릉에 집을 마련할 생각으로 알아보던 중이었다"며 "휴양지 별장이 아니라 서울 집 수준의 아파트를 찾고 있었는데, 오늘 본 마감과 컨시어지 서비스는 강남권 단지와 비교해도 크게 부족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부모와 함께 현장을 찾은 40대 최모 씨는 "사람에 떠밀려 보는 여느 모델하우스와 달리 거실에 한참 서서 창 방향과 동선까지 따져볼 수 있었다"며 "궁금한 점을 그 자리에서 다 물어보고 나니 오히려 판단이 명확해졌다. 강릉에 이런 단지가 처음이라는 점이 가장 마음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 운영 방식은 상품의 성격과 맞물려 있다. 리쉐스302는 교동 156-35번지 옛 강릉고속버스터미널 부지에 들어서는 302세대 단지로, 전용 128·142·149·156㎡와 펜트하우스 220P·223P·227P㎡까지 전 세대가 대형평형이다.

줄 세워 파는 상품이 아니라 오래 보고 결정하는 상품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모델하우스가 공들인 지점도 화려한 연출보다 자재와 마감이었다. 사진이나 홍보물로는 판단이 어려운 부분, 즉 만져보고 걸어봐야 아는 것들을 확인시키는 데 공간의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첫날부터 지역사회의 발걸음이 이어진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김화묵 강릉문화원장, 나영진 강릉상공회의소장을 비롯해 태원건설산업 박재현 대표이사, 주식회사 신현 신종선 대표이사, ㈜베스트도시개발 장정인 대표이사, 강원대학교치과병원 윤봉길 감사 등 강릉의 문화·경제계 인사들이 현장을 찾아 공간을 살폈다.

강릉에서 처음 시도되는 전 세대 대형평형 하이엔드 단지를 지역사회가 어떻게 바라보는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튿날인 29일 오전에는 배우 진태현·박시은 부부가 모델하우스를 찾아 내부를 둘러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단지 홍보 모델로는 배우 장신영이 참여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장면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몇 년 사이 강릉은 연예인과 문화계 인사들이 머무는 도시로 자주 언급돼 왔다. KTX로 서울과 두 시간 거리, 바다와 커피의 도시라는 브랜드, 여기에 세컨드홈 특례까지 더해지면서 강릉은 '다녀가는 곳'에서 '살아보는 곳'으로 위상이 옮겨가는 중이다.

대중의 시선을 받는 이들이 주거지를 고르는 기준은 까다롭기 마련이고, 그 시선이 강릉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 도시의 달라진 체급을 보여준다.

모델하우스를 나서며 남는 인상은 결국 하나였다.

부동산을 고르는 일에서 홍보 문구보다 힘이 센 것은 직접 보고 걸어본 경험이라는 것. 리쉐스302 모델하우스는 그 경험을 서두르지 않고 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견본주택과는 다른 관람을 제공하고 있었다.

실제 주거를 고민하는 수요자라면 평면도를 들여다보는 대신 시간을 예약해 공간을 걸어보는 편이 판단에 도움이 될 것이다. 집의 크기와 분위기는, 종이 위에서는 끝내 확인되지 않는다.

이날 현장에서 확인한 예약제 운영은 단지 하나의 마케팅 기법을 넘어, 분양 문화의 변화라는 관점에서도 짚어볼 대목이 있다.

그동안 국내 모델하우스는 소비자에게 그리 친절한 공간이 아니었다. 개관 첫 주말에 인파를 몰아 흥행을 연출하고, 긴 대기 줄과 소란한 분위기 속에 관람객을 떠밀듯 회전시키는 방식이 오래 이어져 왔다.

문제는 이 환경이 소비자의 판단을 흐린다는 데 있다. 아파트는 대부분의 가계가 일생에서 가장 큰돈을 지불하는 상품이다. 그런데 정작 그 상품을 확인하는 시간은 인파에 밀려 십수 분에 그치고, 분위기에 휩쓸린 '군중 심리 계약'이 낳은 후회와 분쟁은 청약 시장의 오랜 그늘이었다.

예약제 관람은 이 구조를 바꾼다. 관람객 수가 통제되니 소비자는 마감재의 질감, 실제 동선, 수납과 채광 같은 생활의 조건을 자기 속도로 검증할 수 있다. 궁금한 점을 충분히 묻고 답을 들은 뒤 돌아가 숙고할 시간도 생긴다.

판매자가 만든 분위기가 아니라 소비자의 눈이 판단의 중심에 서는 것이다. 이는 계약 후 분쟁을 줄이는 예방 장치이기도 하다. 확인하고 계약한 소비자는 실물과 견본의 차이에 훨씬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고, 그만큼 시행·시공사에도 견본대로 지어야 한다는 긴장을 부여한다.

고령 관람객과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주는 효용도 있다. 혼잡한 견본주택은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이나 아이를 동반한 가족에게는 사실상 접근이 어려운 공간이었다. 시간을 정해 여유 있게 둘러보는 방식은 정보 접근의 문턱을 낮춘다는 점에서, 분양 시장의 작지 않은 진전이다.

물론 예약제가 모든 단지에 가능한 방식은 아니다.

수백, 수천 세대를 짧은 기간에 소화해야 하는 대단지 분양에서는 회전율이 곧 생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비자가 충분히 보고 결정하는 문화가 시장의 기준으로 자리 잡는다면, 그 수혜는 결국 분양 시장 전체의 신뢰로 돌아온다. 강릉의 한 모델하우스에서 확인한 이 변화가, 견본주택이라는 공간의 오랜 관행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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