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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관행 무시' 비판하더니 전례 없는 '재제청'은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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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임명 제청 사태가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임명 제청을 받아들여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는 관행을 깨고 '재제청'을 요청하면서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관례를 지키지 않고 서면 제청했다며 질책하더니 진짜 지켜져야 할 절차적 관행을 깨버린 것이다. 1987년 현행 헌법 체제가 출범한 이래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을 거부하고 반려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청와대는 '대법원장의 서면 제청이 사전 협의 관행을 저버려 절차적 완결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그렇다고 쳐도 무게가 다르다. 대법원장이 어긴 게 '지켜야 한다는 법적 근거가 불분명한 정치적 관행'이라면, 청와대가 어긴 것은 '절차적 관례'다.

재제청을 단순히 다시 임명 제청하면 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도 문제다. 헌법, 법원조직법 어디에도 대통령의 '재제청 요구권'이나 거부당한 대법원장이 밟아야 할 '재제청 절차'에 대한 규정이 없다.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를 처음부터 다시 열어야 하는지, 기존 추천 후보군 중에서 재선정을 해야 하는지 법적 가이드라인이 모호하다. 게다가 대법원장의 제청권뿐 아니라 국회의 임명동의권까지 침해한 것이라는 반발도 크다. 위헌(違憲) 논란과 야권의 헌법재판소 권한쟁의심판 청구 움직임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법원장의 서면 제청을 두고 '전례 없는 일'이라는 여권의 사퇴와 탄핵 압박이 거셌다. 그런데 헌정사 최초로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을 거부하는 진짜 전례 없는 조치가 취해졌는데도 여권은 조용하다. 관례도 누가 어기느냐에 따라 죄가 되기도 하고 권리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규정도 없는 재제청을 강행하며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충돌하는 사이 그 피해는 대법관 장기 공석(空席)에 따른 재판 지연 등 국민에게 돌아간다. '관행'을 바로잡겠다며 '권력 간 견제와 균형'이라는 헌법의 대원칙을 흔들어선 안 된다. 지금이라도 초헌법적 재제청 요구를 거두고, 사법부 독립과 헌법 정신의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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