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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정우태] 유턴의 새로운 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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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태 경제부 기자
정우태 경제부 기자

지난해 7월 영국 카디프. 16년 만에 다시 뭉친 밴드 오아시스가 무대에 올랐다. 7만4천여 관중 앞에서 그들이 첫 곡으로 고른 노래는 'Hello'. 같은 앨범에 영국 제2의 국가로 불리는 'Wonderwall'이 수록돼 있지만, 이 노래가 새로운 시작에 걸맞은 선택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후렴은 이렇게 반복된다. "돌아오니 좋다"(it's good to be back)고. 가사는 지나치게 단순했고 그래서 완벽했다. 팬들의 마음을 하나로 잇는 놀라운 순간을 선사했다.

최근 한국에도 큰 이벤트가 있었다. K팝 그룹 빅뱅이 돌아왔다. 신곡과 함께 데뷔 20주년 월드투어의 막을 올렸다. 지난 2017년 그룹 활동에 쉼표를 찍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10년에 가까운 공백이 있었다. 그 시간이 무색하게 음원 차트 정상을 차지하고 콘서트 표는 순식간에 동났다.

돌아오는 이야기는 늘 사람을 흔든다. 트로이를 떠난 오디세우스가 고향 이타카의 문턱을 다시 넘기까지 10년을 그린 '오디세이'가 올여름 극장가를 휩쓸었다. 3천년이 지나도록 이 서사가 소비되는 이유는 떠남보다 돌아옴이 훨씬 어렵다는 걸 모두가 알기 때문이다.

야구는 공을 아무리 멀리 쳐도 그 자체로는 점수가 되지 않는다. 홈을 떠난 주자가 모든 베이스를 돌아 출발한 그 자리를 다시 밟아야 비로소 1점이 된다. 홈런도 말 그대로 집을 돌아온다는 뜻을 담고 있다. 복귀가 곧 득점이 되는 경기인 셈이다.

우리 경제계는 '유턴 기업'을 기다리고 있다. 1980년대 이후 값싼 노동력을 좇아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기는 '오프쇼어링'이 확산했지만 지금은 그 대척점에 선 '리쇼어링' 시대다. 국가 경쟁력을 지탱하는 제조업 기반을 지키기 위해서다.

한국 정부는 2013년 유턴법을 만들어 이들을 지원해왔다. 세계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자국 생산을 끌어당겼고, 대만은 국가발전기금으로 대출을 지원하며 외국인 근로자 고용 비율까지 풀어줬다. 일본과 프랑스도 앞다퉈 자국 복귀 카드를 꺼내 들었다. 공급망 위기와 보호무역이 겹친 시대, 제조업을 어디에 두느냐는 이제 비용의 문제를 넘어 안보 문제가 됐다.

최근 대구에도 반가운 소식이 있다. 1947년 설립된 국내 최초 농기계 기업 대동이 중국 안후이성 공장을 접고 대구 달성군 공장에 약 8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올해 세 번째 정부 선정 유턴기업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단순히 '돌아왔다'는 사실이 아닌 '무엇이 돼 돌아왔는지'다. 낡은 공장을 헐어낸 자리에는 AI 팩토리와 자율주행 트랙터 전용 생산시설이 들어선다. 그때 그 모습 그대로가 아닌 AX(인공지능 전환) 거점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인건비 경쟁에서 밀려 떠났던 제조업이 AI를 입고 새로운 리쇼어링의 문법을 제시한다.

갈 길은 여전히 멀다. 정부 선정 유턴기업은 2022년 21곳에서 지난해 14곳으로 줄었다. 특히 대구는 오랫동안 '떠나는' 도시였다. 기업의 유턴은 그 흐름에 찍힌 작은 쉼표다. 이 쉼표가 문장으로 이어지려면 또 다른 귀환이 필요하다. 돌아올 결심은 기업이 하지만, 돌아올 자리를 만드는 건 지역과 정부의 몫이다.

어두운 무대에 조명이 켜지고 우리가 기다린 누군가 마이크를 잡았을 때, 스타디움을 채운 건 거창한 선언이 아니다. "돌아오니 좋다"는 그 한마디다. 이제 우리가 먼저 그 인사를 건넬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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