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한 중식점에서 근무하다 퇴사한 30대 A씨는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이전 급여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최저임금보다 높은 소득을 손에 쥐면서 재취업을 서두를 필요성도 크게 느끼지 못했다.
A씨는 "취업하면 교통비와 식비 등 지출이 생겨서 급여가 높은 일자리가 아니라면 당장 새 직장을 구해야 한다는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했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A씨처럼 일할 때 받던 임금보다 실업급여가 많아지는 이른바 '역전 현상'이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가 실업급여의 지급 기준과 산정 방식을 22년 만에 대대적으로 재편하기로 하면서다.
고용 한파로 적자 구조에 놓인 실업급여 계정의 재정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육아휴직급여 등 모성보호 지출도 별도로 관리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일 이 같은 고용보험 제도개편 방안을 심의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연내 관련 법률과 하위법령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 실업급여 어떻게 바뀌나
정부는 우선 실업급여 감액을 위해 주당 지급일을 기존 7일에서 6일로 줄인다. 1995년 실업급여 도입 당시에는 주 6일 근무가 일반적이었고, 여기에 유급주휴일(주휴수당)을 더한 7일분을 지급했다.
하지만 주 5일제가 도입된 2004년 이후에도 실업급여 지급 기준은 줄곧 7일분으로 유지돼 왔다. 실업급여는 비과세에다 주휴일·무급휴일까지 포함해 지급하는데, 이 경우 일할 때보다 실업 상태에서 받는 금액이 더 많아진다.
실제 올해 기준 최저임금 근로자의 세후 월급은 약 193만원인 반면 실업급여 하한액은 매달 198만원이다. 일하지 않을 때 받는 돈이 더 많아지면서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실업급여 수급을 염두에 두고 손익을 따지는 게시글까지 공유되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구조가 재취업 유인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안대로 주당 지급일이 7일에서 6일로 줄면 내년 실업급여 하한액 기준 월 수령액은 약 176만원으로 낮아진다. 다만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전체 지급일수와 총액은 그대로다.
현재 실업급여는 연령·고용보험 기간에 따라 총 120~270일분을 지급하는데, 앞으로는 매주 하루치씩 덜 받는 대신 남은 지급일수가 뒤로 밀리면서 실업급여를 받는 기간이 길어지게 된다.
실업급여 하한액이 상한액에 근접하는 구조도 손본다. 현재 상한액은 정부가 시행령으로 정액을 규정하지만, 하한액은 최저임금의 80% 수준을 따른다.
이 때문에 최저임금이 오를 때마다 하한액이 상한액을 역전하지 않도록 상한액 규정을 매번 바꿔야 했다. 이에 정부는 상한액을 하한액의 103% 기준에 연동하기로 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하한액이 오르는 만큼 상한액도 자동 조정될 전망이다.
조기재취업수당 지급 기준도 강화한다. 그동안 수당이 없어도 스스로 일찍 취업했을 가능성이 높은 사람에게까지 지원금이 지급되는 이른바 '사중손실'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를 줄이기 위해 조기재취업수당 지급 제외 기준을 현행 월 소득 574만원 이상에서 300만원 이상으로 낮추기로 했다. 재취업 가능성이 높은 이들에 대한 지원을 줄이고, 실질적으로 취업 지원이 필요한 구직자들에게 집중한다는 취지다.
◆ 적자 구조에 놓인 실업급여 계정
실업급여를 비롯한 고용보험 제도 전반을 재편하는 배경으로는 갈수록 악화하는 기금 재정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고용 한파가 커진 탓에 실업급여 재원인 고용보험기금은 매년 적자 구조에 놓였다.
고용노동부의 '고용보험기금 결산보고서'를 살펴보면, 실업급여 지급액은 2021년 14조4천200억원에서 지난해 17조4천830억원으로 늘었다.
대구의 경우 실업급여 지급액이 2022년 약 6천743억원에서 지난해 7천359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실업급여 수급자 수는 43만8천여명에서 44만6천여명으로 늘었다.
실업급여는 근로자와 사업주가 납부한 고용보험료 등을 재원으로 하는 고용보험기금 내 실업급여 계정에서 지급된다. 지난해 말 기준 실업급여 계정에 남아 있는 적립금은 약 1조8천억원이다.
하지만 적립금에는 고용노동부가 2020~2022년 사이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차입한 7조7천억원이 포함되어 있는데, 차입금을 제외하면 약 6조원의 적자를 기록한 셈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차입금에 따른 이자 부담만 해마다 1천억원 안팎에 이른다. 올해도 여전히 원금 상환이 이뤄지지 않았는데, 재정 취약성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실업급여 계정의 재정 악화에는 최근 불어난 육아휴직급여 등 모성보호 지출도 영향을 미쳤다. 저출생 대응을 위한 지원 확대와 육아휴직 이용 증가로 관련 지출까지 늘면서 재정 부담은 한층 커지고 있다.
모성보호 지출은 지난 2022년 약 2조1천억원에서 지난해 4조3천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는 실업급여 계정 전체 지출의 약 24%에 달한다.
이에 정부는 실업급여의 재정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2028년 가칭 '일·가정 양립 계정'을 신설키로 했다.
현재 실업급여 계정에서 지출되는 육아휴직급여 등 모성보호 지출을 새 계정으로 옮겨 관리한다. 출산전후휴가급여 등은 사업주의 지급 의무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고용안정·직업능력개발 계정으로 편입한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번 제도개편은 재정의 지속가능성과 실업급여 제도의 합리화를 함께 담은 것"이라며 "이번 방안은 노사와 전문가가 머리를 맞댄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고, 정부는 필요한 후속조치를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댓글 많은 뉴스
경북대 '서울대 10개' 탈락…교육 분야에서도 TK 패싱
부친상 당한 조희대, 법사위 불출석…서영교 '법적 조치' 시사
이진숙, "5·18 유공자 명단 공개·관련 심사 강화해야" [영상]
김천·예천·청도 다 무산…댐 건설도 'TK 패싱' 논란
교체되는 안규백 "푹 쉬고 싶다"…복무이탈 의혹엔 "사실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