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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이보미] 교육교부금 개편 수용, 공교육의 미래를 저버린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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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미 대구교사노조 위원장
이보미 대구교사노조 위원장

지난 1일 국무회의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개편안이 통과됐다. 또한 같은 날 교육부가 발표한 2027년도 예산안은 교육 현장의 교원들과 교육 당사자들에게 깊은 실망과 허탈감을 안겨주었다. 기획예산처가 추진해 온 교육교부금 개편 산식을 그대로 전제한 채 예산안이 편성되었기 때문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내국세 연동 비율(20.79%)을 지키고 교육재정 파탄을 막기 위해 장관직을 걸겠다"던 최교진 교육부 장관의 약속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교육재정의 최후 보루여야 할 교육부가 경제·재정 논리에 너무나 허망하게 굴복한 모양새다.

개편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크게 세 가지 논리를 내세운다. 첫째, 학령인구가 급감하므로 초·중등 교육예산을 줄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둘째, 지방 교육청에 이월·불용액이 발생할 정도로 재정에 여유가 있다는 주장이다. 셋째, 남아도는 초·중등 예산을 대학 등 고등교육으로 전환해야 국가 경쟁력이 강화된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는 교육 현장의 실상과 재정 구조를 전혀 알지 못하거나 외면한 표피적 주장에 불과하다

우선, 국가적 차원에서 대학과 고등교육, 첨단 미래 인재 양성에 적극 투자하는 것에 반대하는 교육자는 없다. 고등교육의 경쟁력 강화는 국가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제다. 그러나 고등교육 재정을 확충한다는 명목으로 초·중등 공교육 예산을 끌어다 쓰거나, 초·중등 교육재정의 근간을 흔드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 식 방식은 올바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고등교육 재정은 별도의 국가 재정 투자를 통해 확충하는 것이 정석이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니 예산을 줄여야 한다는 논리 역시 허구에 가깝다. 학생 수가 줄어든다고 해서 학교나 학급 수, 그리고 시설 유지에 들어가는 고정 비용이 비례하여 즉각 감소하지 않는다. 오히려 학령인구 감소 시대일수록 학생 한 명 한 명을 인재로 키워내기 위한 고품질 맞춤형 교육, 학급당 학생 수 감축, 과밀학급 해소 등 선진국형 교육 여건 조성이 필수적이다. 농산어촌의 소규모 학교를 유지하고, 특수교육과 위기 학생 지원, 학생 마음건강 케어 등 촘촘한 교육 복지를 제공하는 것 역시 예산 확충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교육청의 이월·불용액을 이유로 '교육재정 풍족론'을 펼치는 것 또한 왜곡이다. 교육청 예산의 상당 부분은 학교 신·증축, 환경 개선, 시설 안전 보강 등 장기 건립 사업에 투입된다. 공사 기간과 정산 시기에 따라 이월액이 발생하는 것은 사업의 특성상 불가피한 행정적 현상일 뿐, 쓰다 남은 공돈이 아니다. 이를 '재정의 남음'으로 치부하며 교부금을 깎겠다는 것은 교육 현장의 인프라 투자를 정지시키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더욱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현재의 재정 상황과 정책의 극심한 모순이다. 최근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세수 증가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유독 초·중등 교육예산에 대해서만 재정 효율화를 이유로 교부금 축소 개편을 강행했다. 정작 현장에는 고교학점제의 안착, 디지털 및 AI 기반 교육 인프라 구축, 기초학력 보장 강화, 늘봄학교 확대 등 과거 어느 때보다 다양하고 수준 높은 요구와 과제를 쏟아붓고 있다. 요구하는 국가적 책무와 사업은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면서 예산은 줄이겠다는 이 모순을 현장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교육부 장관은 단순히 정부의 예산을 배분하고 전달하는 행정가가 아니다. 대한민국 공교육의 가치를 지키고, 학생들이 최상의 환경에서 배움을 이어갈 수 있도록 재정과 여건을 지켜내야 하는 중차대한 국가적 책무가 있다. 장관직을 걸어서라도 교부금 개편을 막아내겠다던 약속을 스스로 뒤엎고 개편안을 전제로 한 예산안을 발표한 것은 현장의 신뢰를 철저히 저버린 행위다. 최교진 장관은 스스로 한 약속에 책임 있는 자세와 결단을 보여주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이보미 대구교사노동조합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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