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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절클리닉] 실패가 낳은 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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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올골은병원 우동화 병원장
대구 올골은병원 우동화 병원장

프랑스의 한 제빵사가 반죽을 준비하다 잠시 한눈을 판 사이 버터가 부드럽게 녹아 반죽에 스며들었다고 한다. 원래 의도했던 모양도, 정해진 방법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렇게 나온 결과물이 지금 우리가 아는 마들렌이다. 실수라고 부르기도, 발견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순간이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만든 셈이다.

의학의 역사에도 계획대로 되지 않은 자리에서 새로운 답을 찾아낸 사례가 많다. 페니실린은 세균 배양 접시를 방치했다가 우연히 곰팡이가 세균을 죽이는 것을 발견하면서 세상에 나왔다.

정형외과, 특히 인공관절의 역사에는 조금 다른 의미의 발견이 있다. 영국의 정형외과 의사 존 찬리는 1950년대 인공 고관절을 개발하면서 관절 사이에 테플론을 사용했다. 마찰이 적어 이상적인 재료라고 판단했지만 실제 환자에게 적용하자 테플론이 미세하게 마모되면서 염증 반응을 일으켰다. 실패였다.

그러나 찬리는 여기서 물러서지 않았다. 마모된 입자가 왜 문제를 일으키는지 추적했고, 그 과정에서 초고분자량 폴리에틸렌이라는 새로운 소재를 찾아냈다. 오늘날 인공관절 수술의 기본 골격 가운데 하나가 실패를 정면으로 마주한 자리에서 나온 셈이다.

관절경도 마찬가지다. 1918년 일본의 다카기 겐지는 결핵으로 손상된 무릎 관절 안을 직접 들여다보기 위해 당시 방광 검사에 사용하던 방광경을 무릎에 적용했다. 원래 용도와 전혀 다른 곳에 기구를 사용해본 시도였다. 이후 수십 년에 걸쳐 렌즈와 광원, 수술 기구가 개량되면서 오늘날의 정교한 관절경 수술로 이어졌다.

그런데 요즘 외래에서 어깨가 아파 찾아오는 환자들을 만나면 오히려 거꾸로 가는 경우를 종종 본다. 다른 병원을 거쳐 온 환자 상당수가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힘줄에 염증이 있고 석회도 조금 있다"는 것이다.

물론 회전근개 힘줄염과 석회성 건염은 흔한 질환이고 그 진단이 틀렸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어깨 통증의 원인은 훨씬 다양하다. 오십견처럼 관절막 자체가 굳은 경우도 있고, 회전근개가 부분적으로 찢어졌거나 관절 안쪽 연골이 닳은 경우도 있다. 심지어 목 디스크에서 비롯된 통증을 어깨 통증으로 느끼기도 한다.

그런데 초음파 검사 한 번으로 '염증과 석회'라는 같은 답에 도달한다면 앞서 이야기한 발견들과는 정반대다. 계획대로 되지 않은 자리에서 새로운 답을 찾아낸 사람들과 달리, 서로 다른 환자를 하나의 정해진 답에 끼워 맞추고 있는 셈이다.

필자 역시 수술장에서 교과서나 수술 전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 순간을 종종 마주한다. 실제 관절 손상이 검사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심하거나 뼈가 약해 고정물을 삽입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힘줄 상태가 좋지 않아 원래 위치로 봉합하기 힘든 경우도 있다.

그럴 때는 수술장에서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처음 계획과는 다른 방식이지만 오히려 환자의 뼈와 관절 상태에 더 적합한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환자를 치료할 때도 마찬가지다. 처음 세운 치료 계획이 있더라도 예상과 다른 반응이 나타난다면 계획을 고집하기보다 환자에게 맞게 방향을 바꾸는 것이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지곤 한다.

30년 가까이 관절을 다루면서 정해진 답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보다 매 순간 환자의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이며 방향을 조정하는 것이 진짜 치료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인공관절도, 관절경도 처음 의도했던 모습 그대로였다면 지금의 형태로 남지 않았을 것이다. 계획이 어긋난 자리, 실패라고 여겨졌던 순간을 끝까지 들여다본 사람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치료가 가능해졌다.

진료실에서도 다르지 않다고 믿는다. 정해진 틀 안에서 답을 찾기보다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의 몸이 보여주는 반응에 끝까지 귀 기울이는 것. 그것이 결국 더 나은 결과로 가는 길이다.

대구 올곧은병원 우동화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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