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두 달 만에 200원 가까이 떨어지면서 항공주가 다시 날개를 펴고 있다.
항공유와 항공기 리스료 등 주요 비용을 달러로 결제하는 항공사 특성상 원·달러 환율 하락이 비용 부담을 낮추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국제유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환율 하락이 유가 부담을 일부 상쇄하면서 투자심리도 회복되는 모습이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4일 전 거래일보다 3.60% 오른 3만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대한항공은 4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기록, 지난달 3일 종가인 2만6200원과 비교하면 한 달 사이 15.3% 올랐다.
이밖에 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도 각각 12.3%, 11.8% 올랐고 제주항공도 7.8% 상승하는 등 국내 항공주가 일제히 올랐다.
최근 항공주 상승세를 뒷받침한 핵심 변수는 환율이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 6월 장중 1560원대를 기록하며 고공 행진했지만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실제로 지난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8.9원 내린 1350.4원에 마감했다. 이날도 원화 강세 흐름이 지속되면서 약 1년 11개월 만에 1330원대로 내려갔다. 월 말 주간거래 종가인 1549.4원과 비교하면 두 달여 만에 200원 이상 하락한 셈이다.
환율 하락의 주요 배경으로는 시장에 꾸준히 유입되는 달러 매도 물량이 꼽힌다. 수출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바꾸기 위해 시장에 내놓고 있어서다. 과거에는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가 월말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필요할 때마다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반면 해외 결제 등을 위한 수입기업의 달러 매수 수요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상황이다. 달러를 팔려는 물량이 사려는 수요보다 많아지면서 원·달러 환율을 끌어내리고 있는 셈이다.
원화 강세는 항공사들의 비용 부담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항공유를 비롯해 항공기 리스료와 정비비 등 상당 부분을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이다. 같은 수준의 국제유가가 유지되더라도 원화 가치가 상승하면 달러로 표시된 비용을 원화로 환산했을 때 부담이 줄어든다.
외화부채 부담도 낮아진다. 대한항공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순외화부채는 약 56억 달러다. 원·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외화부채 관련 장부상 손익이 약 560억 원 개선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또한 연간 예상 달러 부족액은 약 16억 달러로, 환율이 10원 내리면 현금 지출을 약 160억 원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원화 강세가 주는 비용 절감 효과는 더 부각된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항공유 가격도 함께 상승해 항공사의 연료비 부담을 키우지만, 원화 강세가 이어지면 유가 상승에 따른 원화 기준 비용 증가분을 일부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유가의 상승폭이 둔화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중동 정세에 따른 유가 변동성이 남아 있지만, 전쟁 초기와 같은 급등세가 진정되면서 항공사들의 연료비 부담이 추가로 커질 가능성은 다소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환율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도 항공주에 우호적인 요인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주주환원도 환율 하락을 뒷받침할 수 있는 변수로 거론된다.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에 필요한 원화를 마련하기 위해 보유 달러를 환전할 경우 외환시장에 달러 공급이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환율이 1300원대 초반까지 내려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예상보다 강한 기업발 달러 공급을 고려하면 단기 하단은 기존 전망보다 낮은 1300원대 초반까지 열어둘 필요가 있다"라며 "4분기 평균 환율을 1380원 수준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환율 하락세가 지나치게 빠르게 진행되거나 글로벌 금융시장 환경이 바뀔 경우 원화 약세로 되돌아갈 가능성은 남아 있다. 미국 물가와 금리,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 등이 향후 환율 방향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 꼽힌다.
그럼에도 고환율이라는 기존 악재가 빠르게 완화되고 있다는 점은 항공주에 긍정적이다.
김동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로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발생해 수출 기업의 달러 매도 물량이 시장에 지속해서 공급되고 있다"라며 "유틸리티, 항공운송, 화학, 철강 등이 환율 하락의 수혜를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규진 NH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운송, 에너지, 유틸리티는 원화 절상에 따른 이익 증가 효과를 가장 크게 받는다"라며 "원화 표시 세전 이익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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