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선물함에 유효기간이 지난 카페 쿠폰 한 장이 잠들어 있다면, 그것은 아직 돈이다. 유효기간이 끝났어도 구매일로부터 5년 안이면 결제액의 90% 이상을 돌려받을 수 있다. 추석 연휴에 주고받는 모바일 상품권이 쏟아지는 지금, 기프티콘 환불 규정은 알고 모르고에 따라 금액이 갈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9월 신유형 상품권 표준약관을 개정했다. 5만원 초과 상품권의 유효기간 만료 뒤 현금 환불 비율을 기존 90%에서 95%로 올렸다. 포인트나 적립금으로 받으면 수수료 차감 없이 100% 전액이다. 카카오는 이 내용을 반영한 전자금융거래 이용약관을 지난달 1일부터 시행했다.
◆ 5만원 초과 95%, 5만원 이하 90%, 포인트 전환은 100%
핵심은 세 가지 숫자다. 유효기간이 지난 모바일 상품권은 5만원을 넘으면 결제액의 95%, 5만원 이하면 90%를 현금으로 환급받는다. 현금 대신 해당 플랫폼의 포인트나 적립금으로 받겠다고 하면 금액에 관계없이 전액을 돌려받는다.
환불 청구권은 무한정 남아 있지 않다. 공정위 표준약관은 상법상 상사채권 소멸시효를 적용해 구매일 또는 충전일로부터 5년까지 잔액 반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기간을 넘기면 미사용 금액은 발행사 수입으로 귀속된다.
기간별로 기준도 다르다. 구매나 충전 후 7일 이내라면 단순 변심이라도 수수료 없이 전액 청약철회가 가능하다. 금액형 상품권은 액면가 1만원 초과분은 60% 이상, 1만원 이하는 80% 이상 사용하면 남은 잔액을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 시장은 5년 새 2.5배, 그런데 75%가 규정을 모른다
공정위 자료를 보면 신유형 상품권 거래액은 2019년 3조4000억원에서 2024년 8조6000억원으로 5년 만에 2.5배가 됐다. 통계청 온라인쇼핑동향조사 기준으로 온라인·모바일 이쿠폰 서비스 거래액은 2023년 한 해 10조649억원을 기록했다. 2017년 1조2000억원대였던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진 것이다.
반면 소비자 인지도는 제자리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19년 8월 2만6천여명을 상대로 조사했다. 응답자의 75.2%는 유효기간이 지나도 5년 안에 잔액을 환불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고 답했다. 유효기간이 지난 상품권에 대해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58.6%였다.
모르면 분쟁으로도 이어진다. 한국소비자원 집계에서 최근 3년 6개월간 접수된 신유형 상품권 상담 1천349건 가운데 74%인 998건이 사용 및 환급 거부 문제였다.
◆ 가격 올랐다고 추가금 요구하면 거부할 수 있다
실제 피해구제 사례도 있다. 5천원짜리 카페 쿠폰 유효기간 만료로 매장에서 사용과 환불을 거부당한 소비자가 소비자원 중재로 구매액의 90%인 4천500원을 돌려받았다. 5만원 케이크 교환권의 기한 3개월이 지나 10% 수수료를 뗀 4만5천원만 받았다며 불만을 제기한 사례도 있다.
커피·치킨 같은 물품 제공형 쿠폰은 올라도 관계자가 차액을 요구할 수 없다. 표준약관 제6조에 따라 가격 인상분에 대한 추가 결제 요구는 거부하고 그대로 교환받을 수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페이코·기프티쇼 등 10개 사업자의 불공정 약관조항 85개를 시정했다. 환불과 양도를 제한하던 조항, 7일 이내 취소에 수수료를 물리던 조항 등이 대상이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해 9월 "주요 신유형 상품권 사업자의 환불·양도 제한 조항을 시정했다"며 "표준약관 반영으로 소비자의 환불받을 권리가 강화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 표준약관은 권고…기업이 뿌린 무상 쿠폰은 사각지대
한계도 분명하다. 표준약관은 강제력이 없는 권고 기준이어서 일부 플랫폼과 가맹점에는 적용이 미치지 않는다는 지적이 소비자단체에서 나온다.
가장 큰 구멍은 기업이 사은품이나 이벤트 경품으로 무상 배포한 이른바 B2B 쿠폰이다. 국민권익위원회와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무상 지급 쿠폰이 유효기간 연장과 환불 대상에서 빠져 미사용 시 전액 소멸된다고 지적해 왔다. 국회에 제출된 자료에서 한 기업형 상품권 사업자의 7년간 거래액 2천978억원 가운데 17%인 498억원이 기한 만료로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포인트 100% 환불도 완전하지 않다. 녹색소비자연대는 현금화가 불가능한 자체 포인트로만 지급되면 해당 플랫폼에 소비를 묶어 두는 효과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할인 구매한 상품권의 환불액은 액면가가 아니라 실제 결제한 금액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유효기간이 지나기 전 환불 기준은 이번 개정에서 손대지 않았다. 한국소비자법학회 관계자는 지난달 토론회에서 한계를 짚었다. "유효기간 경과 후 환불 비율은 상향됐지만, 유효기간 경과 전 환불 기준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 자영업자는 수수료 5~11%…소멸 30일 전 알림은 지난달 시작
소비자 편익의 이면에는 가맹점 부담이 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의 2023년 실태조사를 보면 프랜차이즈 점주가 부담하는 모바일 상품권 결제·중개 수수료는 액면가의 5~11%다. 점주 영업이익률이 10%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마진 상당 부분이 잠식된다.
정산 지연도 문제로 꼽힌다. 같은 조사에서 쿠폰 결제 대금을 실제로 받기까지 최장 60일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협의회는 영세 점주의 자금 회수 부담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이제는 잊고 지나칠 여지가 줄었다. 개정 약관에 따라 발행사는 소멸시효 완성 30일 전 통지를 포함해 3회 이상 잔액 소멸 사실을 미리 알려야 한다. 카카오의 개정 전자금융거래약관은 지난달 1일 전면 시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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