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는 자치분권 기반의 균형성장을 국정과제로 내세웠다. 하지만 지역 곳곳에선 불균형, 홀대, '패싱'같은 얘기들이 자주 들린다. 정부가 균형감을 잃고 특정 지역에 특혜를 주거나 국책사업을 무기로 지역 간 갈라치기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800조 삼전닉스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는 몰아주기 정부의 대표적 민낯이다. 또한 반도체 호황으로 세수 급증이 예상되자 이중 상당수를 미래대응기금으로 떼어낸단다. 세수의 정률(19.24%)을 지방으로 나눠줘야 하는데 그 몫을 중앙이 가로챈 셈이다. 수십년째 묶여 있는 지방교부세율을 인상하겠다던 약속은 공염불이 됐고, 자치분권은 역주행하고 있다.
분권이 장식으로 전락한 사이 정부는 지방의 간절함을 이용, 자신들의 우월한 지위만 재확인하고 있다. 공공기관 2차 이전이 대표 사례다. 어떤 기관을, 어디에, 어떤 기준으로 이전하겠다는 것인지 지역 정가는 알 길이 없다. 깜깜이 진행에 지방은 전적으로 정부 판단, 의지, 그 시혜만 기다려야 한다. 혹여 알짜 기관을 빼앗길라, 16개 광역시도는 서로 경쟁하며 아우성이다. 올해 국가철도망계획이나 고속도로건설계획 같은 정부의 장기 국가계획도 줄줄이 확정될 예정이어서 지역 숙원을 반영하려는 지방정부의 눈치싸움도 치열하다.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은 간절한데, 정부는 그 간절함을 자신들의 권한으로 누리며 군림한다. 정부 여당은 지방정부 언론 홍보비마저 옥죄려 하고 있다. 지방정부가 자체 판단으로 효과적인 홍보 계획을 세우고 이를 집행하는데, 이마저도 중앙 입맛에 맞춰 평가한 뒤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흐름 속에 자치분권의 외침은 공허하다.
철저히 중앙에 집중권 권한은 분배에 있어서도 차별적이다. 지역민 정치 성향에 따라 정책이 오락가락한다. 보수 지지세가 강한 대구경북(TK)은 홀대를, 진보 지지세가 강한 호남은 수혜를 보는 식이다. 행정통합, 군공항 이전은 이재명 정부들어 TK는 멈추고, 호남은 가속도를 내는 방향으로 변했다. 특히 같은 군공항 이전이지만 광주 사업은 국가가 주도하는 반면 대구 사업은 지방정부가 알아서 하라고 한다. 정부가 TK와 PK(부산·울산·경남)를 영남권이라 묶은 뒤 PK에 준 사업을 영남권에 줬다고 포장하는 방식까지 등장했다. TK 정가에선 "이렇게 노골적으로 패싱을 했던 정부가 있었느냐"는 반응까지 나온다.
정부는 TK의 자구 노력이 부족했다는 핀잔도 잊지 않는다. 하지만 각종 국책사업 패싱이나 지역 핵심현안이 줄줄이 표류하는 배경에 권력의 정점, 청와대가 있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지 않은가. 권력의 정점이 움직이지 않는데 정부부처가 물길을 터줄리 만무하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TK 패싱을 외치면 여권에선 '그러게 왜 김부겸 찍지 않았느냐', '정권 가졌을 때 하지 그랬냐'는 화살까지 날아든다. 정치 성향에 따라, 어느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국민이 차별당하는 게 당연하다는 발상이다.
대통령은 스스로 약속한데로 균형발전의 사명을 수행해야 한다. 특정 지역 몰아주기, 지역 간 갈라치기, 대놓고 홀대를 하라고 권력을 받은 게 아닐 테다. 언제까지 자치분권, 균형발전의 구호가 공허한 외침, 구색 맞추기용으로 전락해야 하나. 마침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대국민 기자회견에 나선다고 한다. 대한민국이 수도권 공화국임을 재확인하는 게 아니라 대통령의 균형발전 의지를 증명하는 자리가 되길 기대해본다.




































댓글 많은 뉴스
김승원, 아내 의혹 해명 과정서 눈물 "주진우 말 큰 상처"
프랑스 다음은 중앙亞…李대통령 외교엔 빈틈 없는데, 인사·부동산엔 언제 답하나
김승원 "취임 시 국힘 정당해산 요건 검토…공소 취소 폐지는 신중해야"
정부, 北 병원 의료장비 166종 지원 추진…김대식 "굴종적 대북정책"
"철거냐, 존치냐"…동대구역 박정희 동상 운명 보름 뒤 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