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둔 주부 김모 씨는 올해도 명절 음식을 직접 만들지 않기로 했다. 전과 나물은 단골 반찬가게에 주문하고, 갈비찜 등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은 간편식으로 준비한다. 부모님께 드릴 선물은 온라인으로 결제해 고향집으로 바로 보낼 생각이다. 김 씨는 "장을 보고 하루 종일 음식을 만드는 것보다 돈이 조금 더 들더라도 필요한 만큼 주문하는 게 편하다"고 말했다.
장을 보고 전을 부치고 선물을 포장해 들고 가던 추석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명절 음식부터 선물 배송까지 가족이 직접 맡았던 일을 상품과 서비스로 대신하는 이른바 '추석 준비의 외주화'다. 1·2인 가구 증가와 명절 간소화가 맞물리면서 유통업계도 '명절 노동'을 줄여주는 상품과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전 부칠 시간 없어요"…시장에 생긴 '제사 코너'
추석 연휴 전 마지막 주말인 19일 대구 관문시장은 명절 준비에 나선 시민들로 북적였다. 특히 여러 종류의 전을 쌓아놓은 전집 앞에는 발길이 이어졌다. 달서구에서 온 유모(42) 씨도 이날 전을 한 봉지 가득 포장했다. 유 씨는 "매년 다른 곳에서 전을 사보는 것 같다"며 "이번 주 벌초 때 먹어보고 괜찮으면 제사상에도 올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명절 음식을 사서 준비하는 수요가 늘면서 시장도 달라지고 있다. 대구 서남시장의 한 반찬가게에는 '어머님 며느님 제사 저희가 도울게요!'라는 문구와 함께 별도의 제사음식 코너가 마련돼 있었다. 일반 반찬을 팔던 가게지만 제사·명절 음식을 찾는 고객이 늘면서 관련 코너를 따로 만든 것이다. 서문시장의 한 전집도 육전 중심이던 판매 품목을 다양한 제사·명절용 전으로 넓혔다. 직접 재료를 사고 전을 부치는 대신 필요한 음식만 골라 사가는 소비에 시장도 상품 구성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다만 명절 음식을 사 먹는 것이 반드시 저렴한 것은 아니다. 한 시장 상인은 "가족이 많으면 직접 만드는 게 싸지만 요즘은 가족 규모가 작아지다 보니 필요한 만큼 사가는 선택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족 규모가 줄어든 데다 장보기와 손질, 조리에 드는 시간과 노동까지 비용으로 따지는 소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추석은 'HMR'
유통업계에서는 아예 명절 한 끼를 간편식으로 해결하려는 수요를 겨냥하고 있다. 호텔부터 백화점, 편의점까지 전과 잡채, 불고기 등 명절 음식을 간단히 조리해 먹을 수 있는 가정간편식(HMR)으로 내놓고 있다.
대구 메리어트 호텔은 갈비와 전·산적, 나물 등 9가지 메뉴로 구성한 '프리미엄 명절 투 고(To-Go) 세트'를 판매한다. 6인 기준 28만원으로, 직접 음식을 준비하는 수고를 덜면서도 완성도 높은 상차림을 원하는 고객을 겨냥했다. 호텔 관계자는 "재구매 고객이 많고 문의와 판매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명절마다 HMR 선물세트 매출이 평균 30% 이상 증가하는 추세를 반영해 올해 물량을 직전 명절보다 40% 늘렸다. 수산물 간편 선물세트 물량도 두 배로 확대하고, 나물과 모둠전 등을 식기와 함께 구성한 '한상차림 선물세트'도 처음 선보였다.
박해룡 롯데백화점 대구점 식품팀장은 "최근 명절 소비는 음식 준비의 수고를 줄이고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더 가치 있게 보내려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대구에서도 HMR이나 프리미엄 한상차림 세트를 찾는 고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은 한 상을 한 끼 크기로 줄였다. GS25는 잡채와 떡갈비, 전, 송편 등을 담은 명절 도시락 등을 내놨고 CU도 잡채와 불고기, 산적, 전 등을 담은 간편식을 선보였다. CU의 명절 도시락 매출은 전년 대비 2023년 18.5%, 2024년 20.8%, 2025년 12.2% 증가했다.
◆고르고 싸서 들고 가던 선물도 '바로 배송'
명절 선물을 주고받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매장에서 직접 골라 고향집까지 들고 가는 대신 온라인으로 주문하거나 배송을 맡기는 방식이다.
농촌진흥청이 지난달 수도권 소비자패널 1천 명을 조사한 결과, 추석 선물의 온라인 구매 비중은 10년 전 9.0%에서 최근 37.4%로 4배 이상 높아졌다. 온라인 이용의 가장 큰 이유는 '배송 편의성'이었다.
직접 고른 선물의 전달도 배송에 맡긴다. 피앰아이(PMI)의 지난해 추석 조사에서 오프라인에서 선물을 구매한 뒤 택배로 보내겠다는 응답은 13.3%로 전년 9.5%보다 높아졌다. 모바일 상품권이나 기프티콘으로 보내겠다는 응답도 7.4%에서 10.9%로 늘었다. 선물을 고르는 일은 직접 하더라도 전달에 드는 수고는 서비스에 맡기는 소비가 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화의 배경으로 시간과 노동의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 성향과 달라진 식생활, 가족관계의 변화 등을 꼽는다.
김성숙 계명대 경제금융학과 교수(소비자학 전공)는 "시간과 노동의 기회비용을 더 우선적인 가치로 받아들이는 성향이 높아졌다"며 "대량으로 음식을 장만할 때는 직접 조리가 저렴할 수 있지만 소량을 소비하는 경우에는 구매하는 편이 더 저렴하다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 배달음식이나 밀키트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음식을 구매하는 데 대한 심리적 장벽도 낮아졌고, 가족관계의 변화 역시 이러한 명절 소비 변화에서 주목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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