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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로 유실된 석축 복구도 심의 문턱"…하회·양동마을, '보존과 생활'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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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회 서애기념관 부결…제방도로 포장은 네 번째 심의서 조건부 통과
양동 무첨당 주변 석축 복구안도 부결…경북도, 주민·방문객 공존 방안 모색

안동 하회마을 옛 풍남초 부지에 들어설 서애 류성룡 기념시설 조감도. 지상에는 한옥형 건물 4개 동을 배치하고 주요 전시·수장시설은 지하에 조성하는 계획이다. 매일신문DB
안동 하회마을 옛 풍남초 부지에 들어설 서애 류성룡 기념시설 조감도. 지상에는 한옥형 건물 4개 동을 배치하고 주요 전시·수장시설은 지하에 조성하는 계획이다. 매일신문DB

세계유산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에서 문화유산 활용과 주민 생활환경 개선을 위한 사업들이 엄격한 보존 기준에 잇따라 부딪히고 있다. 하회마을은 서애 류성룡기념관 건립 계획이 부결됐고, 주민 통행 불편을 줄이기 위한 제방도로 포장은 세 차례 보류·부결을 거쳐 네 번째 심의에서 조건부로 통과했다. 양동마을은 무너진 석축을 복구하려는 계획에도 제동이 걸렸다. 문화유산의 원형을 지키는 일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생활을 개선하는 일 사이에서 접점을 찾는 것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하 중심 기념관도 '역사문화환경 저해 우려'

15일 국가유산청이 공개한 민속문화유산분과위원회 회의록 등에 따르면 지난 5월 12일 하회마을 내 서애 류성룡기념관 건립 안건이 '역사문화환경 저해 우려'를 이유로 부결됐다. 출석위원 9명 모두 부결 의견을 냈다.

사업 예정지는 옛 풍남초 부지인 안동시 풍천면 하회리 일대다. 대지면적 8천233㎡에 연면적 1천977㎡ 규모의 기념관을 조성하는 계획이었다. 지상에는 한식 목구조 건물 4개 동을, 지하에는 철근콘크리트 구조 건물을 배치했다. 지상 면적은 582.93㎡, 지하 면적은 1천394.07㎡로 전체 연면적의 약 70.5%를 지하에 두는 설계였다.

국가유산청장에게 보내는 주민들의 탄원서에는 풍남초 부지 일대가 류성룡의 학문과 수양, 마을의 자치·구휼 활동, 근대교육과 항일운동의 역사가 이어진 공간이라는 설명이 담겼다. 관광객의 주요 동선에 자리한 만큼 역사·인물 전시와 휴식 기능을 함께 갖춘 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위원회는 역사문화환경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며 건립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주민 생활과 직결된 도로 정비도 심의가 반복됐다. 하회마을 제방도로 포장사업은 지난 3월 심의에서 보류됐고, 4월 재심의에서는 '문화유산 진정성 보존 필요'를 이유로 부결됐다. 안동시는 노면 파손으로 비산먼지가 발생하고 주민 불편과 안전사고 우려가 있다며 일부 포장 구간을 줄여 다시 신청했다. 하지만 7월 심의에서도 '포장재료의 이질감 저감 방안 제시'를 요구받으며 보류됐다.

사업은 지난달 네 번째 심의에서 조건부 가결됐다. 안동시는 자연스러운 흙길 느낌을 구현하고 부분 보수 이후 색상·질감 차이를 줄일 수 있는 황토콘크리트 건식공법을 제시했다. 위원회는 시공 과정 등에서 전문가 검토를 받도록 하는 조건으로 출석위원 10명 전원 가결했다.

국가유산청의 '국가민속문화유산 현상변경 처리현황'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하회마을 관련 안건은 재심의를 포함해 16건이었다. 이 가운데 원안가결은 2건에 그쳤다. 나머지는 조건부가결 8건, 보류 4건, 부결 2건이었다. 기념관뿐 아니라 도로와 배수로, 보안등, 영농폐비닐 집하장·클린하우스, 소방시설 등 생활·안전 관련 시설도 심의 대상에 올랐다.

보안등 설치에는 수목에 거치하는 보안등을 제외하라는 조건이 붙었고, 화재 예방 소방시설은 설치 위치와 박스 마감 방식에 대해 관계된 전문가 검토를 받도록 했다. 생활시설을 확충하는 과정에서도 설치 방식과 주변 경관에 대한 세밀한 검토가 이뤄진 것이다.

서애 류성룡 기념시설 지하 영모각 입구홀 조감도. 매일신문DB
서애 류성룡 기념시설 지하 영모각 입구홀 조감도. 매일신문DB

◆무너진 석축 복구안도 부결

경주 양동마을에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되고 있다. 경주시는 지난 7월 무첨당 주변 석축정비 공사에 대한 현상변경 허가를 신청했다. 상부 길이 18.15m, 하부 길이 17.05m의 석축을 정비하는 계획이다. 양동마을에 있는 조선시대 성리학자 회재 이언적 종택의 별당인 무첨당은 1964년 보물로 지정됐다.

지난 7월 열린 국가유산위원회 제2차 민속문화유산분과 회의록에 따르면 경주시는 빗물로 흙이 유실돼 기존 석축이 붕괴됐고, 무첨당 담장에도 지속적인 피해를 주고 있어 정비가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향나무 뿌리 노출도 확인돼 수목이 넘어지는 것을 막고 역사적 보존을 위한 최소한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토사 유실을 막고 붕괴된 석축을 복구해 관람객 안전과 문화유산 경관을 개선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위원회는 '담장 관련 자료 보완 및 현장에 대한 모니터링 필요'를 이유로 부결했다. 출석위원 8명 전원이 부결 의견을 냈다.

하회·양동마을의 특수성은 문화유산이면서 주민이 살아가는 공간이라는 데 있다. 건축물과 경관을 보존하면서도 통행과 배수, 야간 보행, 화재 예방에 필요한 시설을 지속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하회마을 주민 측 탄원서에는 관광객 안내·휴게공간 부족에 따른 불편도 담겼다. 걷다 지친 관광객들이 개인 주택에 들어와 물을 요구하거나 쉬어 가겠다고 하는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주민 측은 생업과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는 상황에서 사생활 침해까지 겹친다고 호소했다.

주민들의 불편이 이어지자 경북도는 지난달부터 '안동 하회마을 보존·관리·활용 고도화' 관련 용역에 착수했다. 방문객과 거주민의 공존 방안, 마을과 주변 프로그램을 연계한 체류형 관광, 세계유산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의 편의시설 확충 등을 검토한다. 시설과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관리체계도 살필 계획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방문객과 거주민이 공존할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하려는 취지"라며 "기존의 보존·관리뿐 아니라 활용까지 담아 중앙정부에 건의할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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