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수 시인이 스물다섯 번째 시집 '시간 여행'을 펴내고 시간과 존재에 대한 사유를 펼쳐 보인다.
이번 시집에는 '오늘 여기', '빈손', '고독의 초상', '강물이 강을 떠나듯', '두 예술가' 등 78편의 시를 담았다. 시인은 강물과 거울, 는개와 음악 등의 이미지를 통해 지나간 시간과 다가올 시간을 현재로 불러낸다. 그 과정에서 삶의 유한함을 직시하면서도 찰나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태도를 노래한다.
대표작 '강물이 강을 떠나듯'에서 강물은 흘러가는 시간과 인생을 상징한다. "나는 언제나 이 자리에 있고 싶다"고 말하는 시적 화자는 머물고 싶은 마음과 달리 자신도 강물처럼 흘러갈 수밖에 없음을 깨닫는다. 한자리에 뿌리내린 소나무와 끊임없이 흐르는 강물의 대비는 변화하는 삶과 그 흐름을 바라보는 존재의 모습을 드러낸다.
'어느 날 강가에서'에서는 강물을 바라보며 눈을 감자 그리운 사람들과 이미 세상을 떠난 친구가 기억 속에서 되살아난다. 그러나 강물은 계속 아래로 흐르고, 과거를 거슬러 오르던 발길도 다시 현재로 돌아온다. 시간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서도 기억을 통해 지난날과 다시 만나는 순간을 포착한 것이다.
거울은 시간과 존재를 돌아보는 또 다른 매개다. '고독의 초상'에서 거울 속 자신은 현재의 모습에 머물지 않고 과거와 미래의 자아를 함께 불러낸다. 시인은 이를 통해 고독을 외로움과는 다른 감각으로 바라본다. 자신의 여러 모습을 마주하는 시간은 오히려 마음을 푸근하게 만드는 성찰의 시간이 된다.
음악도 현실의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는 통로로 등장한다. '겨울 창가에 앉아'에서 시인은 겨울날 비발디의 '사계' 중 '봄'을 들으며 아내와 함께했던 베네치아의 풍경과 새소리를 떠올린다. 음악을 통해 겨울에서 봄으로, 현재에서 과거의 여행지로 이동하는 것이다. 시간은 흘러가도 기억과 예술은 그 순간을 다시 경험하게 한다.
박진임 문학평론가는 해설에서 "그의 시편들은 마치 비발디의 '사계'처럼 우리를 현실의 시간과는 다른 시간대로 데려갈지 모른다"고 평했다.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의 자신을 상상하는 여정은 결국 지금의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강물처럼 흐르는 시간을 멈출 수는 없지만, 그 안에서 마주하는 찰나만큼은 삶의 절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 시집을 관통하는 시선이다. 168쪽,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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