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군에 입대하면서 디지털 무늬 전투복을 군복으로 지급받았다. 기존 얼룩무늬 전투복, 일명 '개구리복'을 대체하기 위해 도입한 신형 군복이다. 12년이 흐른 올해, 이 군복을 대구섬유박물관의 '미래관'에서 다시 마주했다. 오래된 전투복이 섬유패션의 미래를 알리는 공간에 공개돼 있어 전시관의 이름값이 무색하게만 느껴졌다.
연도별 패션 흐름을 보여주는 2층 패션관에선 '1940년대 서양 패션은 여성의 바지 착용이 확대됐다'는 설명 문구가 눈에 띄었다. 그러나 정작 문구 옆에서 재생되는 영상 속에는 바지를 입은 여성이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았다. 같은 날 우연히 만난 의류학과 졸업생은 문구와 영상물 간의 괴리감이 크다고 했다.
이런 박물관에 관람객들은 얼마나 찾아올까. 평일에는 특수학교나 기관에서 온 단체 방문객이 상당수였다. 주말 수요가 궁금해 일요일에 다시 찾아보니 내부는 한산했다. 가족 단위 방문객이 보였으나 수유실을 이용하기 위해 찾는 경우가 있었고, 별다른 볼거리를 찾지 못한 부모들은 휴대전화만 들여다봤다.
섬유박물관은 대구 섬유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밀라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15년 건립된 대구텍스타일콤플렉스(DTC)의 핵심 시설이다. 섬유산업의 발전사를 알리는 공간으로 조성됐지만, 개관 10년이 넘은 박물관의 전시 수준은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낡은 전시물과 시대에 뒤떨어진 콘텐츠는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기 어렵다. 취재를 위해 섬유박물관을 여러 차례 찾으면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분명했다.
DTC를 위탁 운영하는 대구경북섬유직물공업협동조합(조합)도 박물관을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8월 리모델링을 위한 용역을 마쳤고 사업비를 100억원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사업비 전체를 대구시에 요청했다는 사실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DTC는 매년 적지 않은 수입을 거두고 있다. 대구시에서 받는 운영비 11억4천만원에 임대 등 자체 수입을 더하면 연간 30억원을 손에 쥔다. 조합은 인건비와 시설 유지보수비 등에 대부분 지출해 남는 돈이 없다고 설명했다.
매년 수십억원의 수입을 관리하면서 리모델링 적립금조차 확보하지 못했다면 그동안의 운영 방식을 돌아봐야 한다. 지출을 줄이고 수익을 늘리려는 노력도 없이 지자체에 의존하는 행태를 두고 무책임하다는 쓴소리가 업계에서도 나온다. 대구시도 100억원에 달하는 사업비 지원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조합이 제시한 대안도 매년 20억~30억원씩 나눠 지원받는 방식이다. 한꺼번에 받느냐, 여러 해에 걸쳐 받느냐의 차이일 뿐 대구시 재정에 기댄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제라도 DTC의 수입과 지출 구조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인건비 등이 적정하게 지출되고 있는지, 불필요한 비용을 줄일 여지는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구시 역시 이러한 검증을 생략하고 지원 규모부터 논의해서는 곤란하다.
운영 구조를 뜯어보는 절차 없이 지자체 지원만 바라본다면 향후 시설 개선에서도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대구시 재정 역시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채워진다. 수탁기관이 필요할 때마다 손을 벌릴 수 있는 재원이 아니다.
박물관의 새 단장을 위한 100억원을 요구하기에 앞서 예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해 왔는지부터 답해야 한다. 그조차 설명하지 못한다면 시민 세금으로 비용을 충당하겠다는 구상을 누가 납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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