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내 목숨을 한순간에 앗아갈 뻔 했었어…"
"이제는 이런 자기가 너무너무 무서워."
2020년 3월 아내 B(당시 41세)씨는 남편 A(당시 50세)씨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냈다.
그로부터 약 석 달 뒤 아내는 숨졌다.
아내가 일주일 넘게 보이지 않자 실종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를 한 사람은 A씨가 아니었다.
7월 5일 오전 8시 25분 아내의 지인은 아내와 연락되지 않는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수사 이틀 뒤 아내는 한 도로 옆 수풀 속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이 사건의 범인은 다름아닌 A씨로 드러났다. 범행 장면이 찍힌 CCTV 영상도 없었고 명확한 사인도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는 징역 20년형이라는 중형을 선고받았다. 어떻게 남편의 범행이 드러나게 됐을까. 그날의 진실은 남편이 지우려했던 흔적 속에 남아 있었다.
◆함께 식사하러 나온 부부, 식당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남편 A씨는 경찰에 아내인 B씨가 어디로 갔는지 몰랐다고 했다. 처음에는 일주일 전 함께 산에 갔다가 헤어졌고, 아내가 돌아오지 않았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이어 곧바로 진술이 달라졌다. 아내가 자신과 다툰 뒤 "여행을 다녀온다"며 집을 나갔다고 말을 바꾼 것이다.
아내의 행적에 대한 설명이 엇갈렸다. 경찰의 수사 결과 사건 당시 부부가 탄 차량은 산이 아닌 인천 강화군의 한 시장으로 향했다.
6월 27일 오후 2시. 부부는 이 시장을 찾았다. 아토피 피부염을 앓던 아내는 평소 건강에 신경을 썼다. 이날도 아토피 개선을 위해 낫토를 만드는 데 쓸 채반을 사러 나선 것이었다.
이후 오후 3시 13분쯤 부부는 경기 김포시의 한 식당을 방문했다. 식사를 하기로 하고 찾아간 곳이었지만 두 사람은 식당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대신 차가 움직였다. 남편은 식당 주차장에서 차를 세 차례 옮겨 세웠다. CCTV에는 남편이 운전석에서 내려 차량을 바라보다 다시 타는 모습이 찍혔다. 오후 3시 15분쯤에는 아내가 앉아 있던 조수석 문이 열렸다 닫혔다. 아내가 차 밖으로 나오는 모습은 확인되지 않았다.
차량이 주차장을 벗어난 것은 오후 4시 1분쯤이었다. 부부가 식당에 도착한 지 48분이 지난 뒤였다. 이후 CCTV나 블랙박스 등에서는 아내의 행적이 확인되지 않았다.
◆집으로 바로 돌아가지 않은 차량, 도로 아래에서 발견된 아내
A씨 차량은 식당을 떠난 뒤 다음날 새벽 2시반쯤까지 김포시와 강화군 일대를 배회하다 집으로 돌아갔다.
그동안 차량은 김포 일대를 돌아다니다 강화군으로 넘어갔다. 이어 한 편의점에서 맥주를 구입해 다시 김포 대명항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이곳에서 차량은 자정을 넘기고 28일 새벽 2시 26분까지 머물다 집으로 돌아갔다.
경찰은 A씨의 휴대전화 이동기록과 블랙박스, 곳곳의 CCTV를 대조했다. 그 과정에서 차량이 사건 당일 밤 강화군의 한 도로에 정차했다가 출발한 사실을 확인했다.
7월 7일 경찰은 도로 주변을 수색했다. 이 도로 옆 비탈면의 수풀 속에서 아내의 시신이 발견됐다. 맨발의 시신은 도로에서 아래쪽으로 던져진 듯한 모습으로 누워 있었다.
한여름 날씨에 시신은 부패가 심해 부검으로도 사망 원인을 밝히기 어려웠다. 부검의는 손상이나 질병을 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사인을 '불명'으로 판단했다.
범행 장면을 본 목격자도 나오지 않았다. 범행 장면이 담긴 CCTV도 없었다.
A씨는 아내가 스스로 자해하다 목숨을 잃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아내의 마지막 순간은 수사와 재판을 거치며 다르게 드러났다.
◆자백했다가 번복…법정에선 "차에서 사라졌다" 진술
A씨를 긴급체포했던 경찰관들은 A씨가 아내의 목을 오른발로 밟아 죽였다는 취지로 자백했다가 곧바로 말을 바꿨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A씨는 당시 경찰에 아내가 차 안에서 자해하다 숨졌다고 주장했다.
A씨는 검찰 조사에서도 이 진술을 유지했다. 다투던 중 아내를 뒷좌석으로 떠밀 듯 넘겼고, 뒷좌석에서 아내가 몸부림을 치다가 조용해져서 확인해보니 쓰러져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시신을 차량에 싣고 다니다 수풀에 버렸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A씨는 1심 법정에서 사망 사실을 몰랐고 시신도 버리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사건 당일 오후 3시쯤까지 아내가 차 안에 함께 있었지만, 어느 순간 차에서 내려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아내가 사건 당일 신고 있던 샌들이 A씨의 집 신발장에서 발견됐다. 들고 나갔던 양산은 차량 트렁크에서 나왔다. A씨는 이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아내의 휴대전화와 지갑도 A씨가 차량 밖으로 던져 버린 것으로 조사됐다. 아내가 차에서 내리는 모습 또한 CCTV에 찍히지 않았다. A씨는 아내가 한 욕설이나 몸싸움 경위는 자세히 설명하면서도, 아내가 언제 어떻게 하차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했다.
이에 재판부는 아내가 맨발로, 휴대전화와 지갑도 없이 차량을 떠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57분동안 차 내부 청소했지만, 혈흔은 남았다
A씨가 범행 이후 집으로 돌아온 날 낮의 행적도 확인됐다.
6월 28일 오후 12시 37분쯤 그는 셀프세차장에 갔다. 먼저 차 외부를 18분간 씻었다. 차량 내부를 청소하는 데는 57분이 걸렸다. 또 A씨는 아내가 들고 있던 핸드백을 옷 수거함에 버렸고 차량 블랙박스 영상도 일부 삭제했다.
하지만 혈흔감식 결과 운전석 뒤편 좌석의 문 안쪽 손잡이와 바닥에서 피해자의 DNA가 검출된 혈흔 반응이 관찰됐다. A씨가 신었던 운동화에서도 혈흔 반응이 나왔다.
A씨는 사건 이후 일주일 넘게 아내의 실종신고를 하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에게 아내의 행적을 묻지도 않았다. 재판부는 여기에 주목했다. A씨의 행동이 아내를 기다리는 남편의 모습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 "자해했다"는 주장…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
그렇다면 아내가 차 안에서 자해하다 숨졌다는 주장은 설명이 됐을까.
A씨는 아내가 차량 대시보드와 유리창 등에 머리를 부딪쳤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해당 부분에서는 혈흔이 발견되지 않았다. 부검 결과 머리뼈 측두골 주변 골절선도 없었다.
A씨는 아내에게 우울증이 있었다고도 진술했다. 하지만 최근 10년간의 요양급여내역에서 정신과 치료 내역이 확인되지 않았고, 메시지 등에서도 당시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고 볼 정황은 포착되지 않았다.
오히려 아내는 당시 조리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아내의 언니는 피해자가 평소 밝은 성격이고, 봉사도 많이 하고 활달한 성격이었다고 진술했다.
더하여 A씨가 사건 당시 구호조치를 하지 않은 점도 주목됐다. 그는 아내가 쓰러진 것을 알고도 심폐소생술을 하거나 119에 신고하지 않았다. 그 대신 시신을 옮기고 소지품을 버렸다. 이에 남편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시신을 버린 장소에 관한 진술도 확인했다. A씨가 지목한 장소는 실제 시신 발견 지점과 일치했다. 시신을 발로 차서 수풀로 굴러 떨어뜨렸다는 설명은 발견 당시 상태와 부합했다. 차량 이동기록도 이 사실을 뒷받침했다.
다만 법의학 감정에서 살해 방법이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다. 아내는 목뿔뼈 일부가 없는 상태였는데, 법의학자는 부패나 시신 수습 과정에서 소실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A씨의 자백처럼 목을 밟았다면 큰 외력이 작용해 골절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범행 시각과 장소, 방법도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법원이 인정한 범행 시간대는 6월 27일 오후 3시 30분부터 5시 25분 사이였다. 장소는 식당 주차장 또는 김포 일대의 특정되지 않은 곳, 범행 방법은 불상의 방법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A씨의 범행 사실을 인정할 증거는 충분하다고 봤다.
◆아내는 그날 이전에도 두려움을 남겼다
두 사람은 한 차례 이혼했다가 다시 부부가 된 사이다. 2017년 5월 결혼 후 약 5개월 만에 성격 차이로 이혼했고, 2019년 1월 다시 혼인신고를 했다.
이번 사건은 처음 벌어진 폭력은 아니었다. A씨는 이전에도 아내의 손목을 비틀고 밀치거나, 때리고 목을 조르는 등 혐의로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아내는 당시 경찰에 "언제 맞을지 몰라 겁이 난다"는 진술을 하기도 했다.
사건 전 A씨는 아내의 외도를 의심했다. 아내가 지인의 남편에게 옷을 선물받았다고 말하고 자신과의 성관계를 거부한 것이 계기였다. 이후 사건 당일 길 찾는 문제로 말다툼을 하다 싸움이 격해졌다. 재판부는 이 과정에서 A씨가 분노를 가라 앉히지 못했고 결국 아내를 살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인천지법은 2021년 1월 21일 남편에게 살인과 사체은닉 혐의로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남편은 항소했다. 아내를 살해하지 않았고, 사건이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도 형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뒤집을 만한 새로운 증거나 사정이 드러나지 않았다고 봤다. 이후 상고도 기각되면서 A씨에 대해 징역 20년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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