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백강의 한국고대사] 공후(箜篌)는 고조선에서 만들어진 우리민족 고유의 현악기다
◆동아시아의 음악 선진국 단군조선 지금으로부터 4,000여 년 전 대홍수가 나서 중국이 도탄에 빠졌는데 이때 우(禹)가 치수(治水)의 공로를 인정받아 순임금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르게 되었다. 하(夏)의 우왕은 신왕조의 건립을 세상에 널리 알리기 위해 대대적인 행사를 개최했는데 그 내용이 『좌전(左傳)』 애공 7년 조항에 다음과 같이 기재되어 있다. "우임금이 도산에서 제후들과 회합을 가졌는데 옥백을 가지고 참석한 나라가 만국이었다(禹會諸侯于塗山 執玉帛者萬國)" 중국 하나라 우왕 시대는 바로 우리민족의 단군조선 시기로서 단군왕검은 태자 부루(夫婁)를 보내 도산(塗山)에 가서 회합에 참가하도록 했다. 그에 관한 내용은 조선왕조 『세종실록』에서 『단군고기』를 인용하여 이렇게 전하고 있다. "단군은 당나라 요임금과 동일한 시기에 건국했다. 우왕이 도산에서 회합을 개최함에 이르러 태자 부루를 파견하여 참석하도록 했다(檀君 與唐堯 同日而立 至禹會塗山 遣太子夫婁 朝焉)" 한양조선의 『승정원일기』 영조 46년 2월 6일 조항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보인다. "임금이 말하기를, '단군 시대에 증거가 될만한 사적이 있는가.' 종수(鍾秀)가 말하기를, '7년에 아들 부루를 파견하여 하나라 회합에 참가하게 한 문헌 기록이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의 『청사고(淸史稿)』에는 "조선이 단군으로부터 개국했는데 시기는 제요(帝堯) 25년 무진이다. 하나라의 우왕이 도산에서 제후들과 회합을 가질 때 단군이 아들 부루를 보내서 참여하게 했다"라는 내용을 전하고 있다. 이상의 자료들에 따르면 단군조선의 태자 부루가, 중국 하나라 국조 우왕이 개국을 경축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에 참가했다는 것은 중국과 한국의 고대 문헌이 모두 인정하는 역사적 사실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여기서 주목할 것은 『습유기(拾遺記)』에 서주(西周)시대의 부루국(夫婁國)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온갓 연극의 음악을 갖추고 있다.(備百戲之樂)" "중국의 악부가 부루국 배우들의 기예를 전수 받았다(樂府皆傳此伎)"라고 말하고 있는 점이다. 『습유기』는 1,600여 전 남북조시대 동진 안양현(安陽縣) 지금의 감숙성 천수(天水) 출신 왕가(王嘉, 약 325~390)가 지은 책인데 그의 생애를 다룬 왕가열전이 중국의 정사인 『진서(晉書)』에 실려 있다. 정사에 열전이 실릴 정도라면 그가 당시를 대표하는 저명한 인물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자치통감』 105권에는 왕가를 가리켜서 "특이한 능력을 지니고 미래를 예지하는 능력이 있어 당시 진나라사람들이 신비하게 여겼다(有異術 能知未然 秦人神之)"라고 말한 것을 본다면 왕가는 포박자 갈홍과 유사한 신선 도가 계통의 인물로 여겨진다. 1,600여 년 전 왕가와 같은 권위 있는 인물의 저서에서 단군의 부루국을 가리켜 "온갓 연극의 음악을 갖추고 있었다(備百戲之樂)"라고 말했다면 우리는 이를 결코 과소 평가할 수 없다. 이는 바로 단군조선이 음악 선진국으로서 중국 서주에 음악을 전파한 사실을 알려주는 문헌적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후한서』 동이전에는 하(夏)나라 임금 소강(小康) 이후에 동이의 사람들이 "음악과 무용을 헌상했다(獻其樂舞)"라는 기록이 보인다. 동이 국가에서 하나라 때 중국에 음악 무용을 헌상했다면 온갓 음악을 갖추고 있었던 단군의 부루국에서 서주국에 음악 무용을 전수해주었다는 『습유기』의 기록은 역사적인 사실과 부합된다고 할 것이다. 한양조선 『승정원일기』 영조 41년 12월 8일 조항에는 "기물과 복식의 제도가 다 단군에서 시작되었다(器服之制 皆始於檀君)"라고 말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기물(器)은 인간이 창조한 여러 문명적 도구, 기구를 지칭한 것으로서 당연히 악기도 포함된다. 이는 한양조선에서 우리나라 악기의 원류를 단군조선 시대로 파악하고 있었던 인식을 보여준다. 『증보문헌비고』 악고(樂考)에는 "기자가 동쪽으로 조선에 올 때 중국 사람 5천 명이 따라 왔는데 시서, 예악, 의무, 음양, 복서, 백공, 기예가 다 함께 왔다"라고 하였다. 단군조선에서 시작된 음악을 비롯한 여러 동이 문화는 기자의 동래를 통해서 중원의 상나라 문화와 만나 융합을 이룸으로써 보다 풍성해졌다고 말할 수 있겠다. 삼한(三韓)에서는 "비파를 타고 가무를 즐겼다(鼓瑟歌舞)"라는 기록이 중국의 여러 기록에 나타나는데 이는 우리나라 음악이 삼한에 이르러서는 매우 수준 높은 차원에 도달했음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최근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미국 영화계 최고 권위의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쓸었다. 골든 글로브, 그래미 수상에 이어 오스카 트로피까지 거머쥐며 케이컬처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오늘날 한국에서 만들어진 대중음악 케이팝은 이제 한국만의 음악이 아니라 세계적인 문화가 되어가고 있는데 우리의 지난 역사를 돌이켜보면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단군조선으로부터 우리민족의 피속을 타고 수천년을 흐르는 가무의 DNA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고조선 민요 공후인(箜篌引)의 공후는 어느 나라 악기일까 김부식은 『삼국사기』 권 제32 잡지 제1 음악조항에서 신라음악, 고구려음악, 백제음악으로 나누어 설명했는데 신라음악은 『신라고기(新羅古記)』, 『금조(琴操)』, 『석명(釋名)』, 『풍속통(風俗通)』 등 여러 책을 인용하여 비교적 상세히 설명한 반면 고구려, 백제 음악에 대해서는 두우의 『통전』을 인용하여 간단히 소개하는 데 그쳤다. 김부식이 현금(玄琴), 가야금, 비파 즉 신라의 3대 현악기 중 하나인 현금을 설명하면서 거문고 곡조를 수집하여 기록한 책인 동한의 채옹이 지은 『금조』를 인용했는데, 고조선 사람이 조선진을 무대로 창작한 가요 공후인이 바로 이 책에 수록되어 있다. 그런데 김부식은 『금조』를 인용하여 신라의 현금을 설명하면서 거기 함께 수록된 고조선 민요 공후인에 대해서는 쏙 빼놓고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김부식이 『삼국사기』에서 공후인을 짧게라도 인용했더라면 고조선 민요가 한국 고대 문헌에는 수록되지 않은 수모를 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때 김부식이 인용한 『신라고기』라는 책도 책명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비단 현금의 제작 과정뿐 아닌 『삼국사기』에 전하지 않는 수많은 신라의 옛 정보들이 담겨 있었을 것인데 지금 실전되어 전하지 않는 것이 몹시 안타깝다. 『삼국사기』 신라음악 조항에는 공후가 보이지 않지만 고구려와 백제의 음악 부분에는 모두 공후가 고유한 악기로서 기재되어 있다. 이는 고구려 백제가 지리적으로 고조선을 직접 계승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공후(箜篌)는 거문고 비파와 같은 현악기에 속한다. 공후인은 고조선 시대에 조선하 나루터에서 공후라는 고대 현악기를 타면서 고조선인이 지어 부른 노래다. 그러면 이 공후라는 고대 현악기는 과연 어느 나라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것일까. ◆공후를 중국 한나라 악기로 본 이병도의 주장 이병도는 『한국고대사연구,1979』 낙랑군고에서 "공후와 같은 한(漢)의 악기가 유행하여 하층사회의 부녀들 중에도 명탄수(名彈手), 명창자가 있었다는 것과 당시 한의 문명이 우리 토착 사회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쳐주었는가 등을 상상케 한다"라고 말하였다. 이병도는 공후를 중국 악기로 보았고 고조선 사회에서 이를 받아들여 하층사회에까지 널리 유행한 것은 중국 한 문명이 고조선 사회에 끼친 지대한 영향을 반영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북한의 리지린은 이와 의견을 달리했다. "공후를 타면서 불렀던 공후인이라는 가사는 서기전 2세기 이전의 고조선 작품임은 물론, 당시에 서민층에 까지 널리 보급되어 있었던 공후라는 현악기도 고조선의 악기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다만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고조선연구』,1963》 한국의 윤내현도 "이러한 리지린의 견해는 매우 타당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하면서 리지린의 주장에 동조하는 입장을 취하였다. 《『고조선연구』,1999》 ◆공후는 고조선에서 만들어진 우리민족 고유의 현악기다 공후가 중국 악기인가 고조선의 고유한 악기인가 하는 것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문헌을 통한 고증이 필요하다. 『수서』 권15 음악 조항에는 "와공후(臥箜篌), 수공후(豎箜篌)가 고구려의 악기로 소개되어 있다. 『구당서』 권29 음악 조항에는 공후가 백제의 악기에 포함되어 있다. 『북사』 백제전, 『통전』 고구려음악 조항에도 동일한 내용이 실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면 중국에서는 고구려와 백제에 공후라는 현악기가 있다는 사실을 언제부터 어떻게 알게 되었는가. 『악서(樂書)』 권158 사이가(四夷歌) 백제 조항에서 "백제의 악기에 쟁(箏)과 적(笛), 공후 등이 있었는데 당나라 때 이적(李績)이 설인귀를 인솔하고 백제를 멸망시켜 백제의 음악을 얻은 다음 당나라 조정에 바쳤다"라고 말하였다. 즉 당나라 고종 때 백제가 멸망하면서 백제의 악기 공후가 중국으로 흘러 들어가게 된 것이다. 그러면 이 공후가 고구려, 백제의 토속적인 고유한 악기냐 아니면 중국의 악기를 받아드린 외래의 악기냐 하는 것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가. 그것은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 권40 악률(樂律) 조항에 나오는 다음 기록을 살펴보면 답을 얻을 수 있다. "지금 고려의 음악에는 두 부문이 있는데 좌부는 당악(唐樂)으로 중국 음악이고 우부는 향악(鄕樂)으로 동이의 음악이다. 중국 음악은 악기가 중국제도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다만 향악에는 고(鼓), 판(版), 생(笙), 우(芋), 필률(觱篥), 공후(箜篌), 오현금(五絃琴), 비파(琵琶), 쟁(箏), 적(笛) 등이 있는데 그 모양과 제도가 중국과는 차이가 있다.(今其樂 有兩部 左曰唐樂 中國之音 右曰鄕樂 蓋夷音也 其中國之音 樂器 皆中國之制 惟其鄕樂 有鼓版笙芋 觱篥 箜篌 五絃琴 琵琶 箏笛 而形制差異)" 여기서 당악은 중국 음악, 향악은 고려의 토속적인 음악을 가리킨다. 그런데 송나라 사신이 저술한 『고려도경』에서 공후를 고려의 토속적인 고유한 악기로 분류하고 있다. 중국 송나라 사신이 고려에 와서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고 쓴 책 『고려도경』에서 공후를 중국의 악기가 아닌 고려의 토속적인 악기로 분류한 것은 공후가 우리민족의 고유한 악기였음을 증명하는 결정적인 근거가 된다고 여긴다. 그런데 사마천 『사기』 효무본기의 "공후슬(箜篌瑟)"에 대한 응소(應劭)의 주석을 보면 "한무제가 음악인 후조(侯造)에게 명하여 비로소 공후를 제조했다.(武帝令樂人侯調 始造箜篌)"라는 기록이 나온다. 이 기록을 그대로 믿는다면 공후는 한무제 때 최초로 중국에서 만들어졌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한무제라는 인물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무제는 고조선을 공격했던 인물이다. 공후인이 한무제 이전에는 중국에 없다가 한무제 때 비로소 중국에 등장했다면 한무제 유철이 고조선을 공격할 당시 공후인을 가져다가 중국에서 그것을 모방하여 제조했을 가능성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공후는 단군조선에서 창조되어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다가 조, 한 전쟁을 계기로 중국에 최초로 유입되었고 중국이 이를 모방하여 제조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백수 광부(白首狂夫)의 아내도 공후를 타면서 노래를 부르고 조선 진졸(朝鮮津卒)의 아내 여옥 또한 공후를 타면서 노래를 부른 것을 본다면 고조선에서는 거의 집 집마다 공후를 한 대씩 가지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무제 때 비로소 중국에서 만들어진 공후가 고조선에 전래되었다면 시간적으로 볼 때 고조선의 일부 상류층에서 유행한다는 것은 몰라도 전국적으로 민간에까지 널리 보급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고조선에서는 일반 백성의 아낙네들까지 그것을 연주하면서 노래를 부를 만큼 공후를 능숙하게 다루었는데 한무제 때 중국에서 수입했다면 결코 이렇게 빨리 대중화되기는 불가능한 것이다. 그러므로 공후는 중국 악기가 아니라 고조선에서 만들어진 우리민족 고유의 현악기로서 고구려, 백제에 전승되었으며 그것이 중국에 최초로 전해진 시기는 고조선을 침공한 한무제 때였다고 보는 것이 사리에 맞다고 하겠다. 역사학박사·민족문화연구원장
2026-08-03 15:25:10
[사설] 지난해 대선도 선관위 통계 조작, 관리 부실인가 선거 부정인가
지난해 대선에서도 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자 수 및 투표율을 조작한 정황이 나타났다. 2일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이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에서 총 109곳에서 투표자 수를 고의 조작한 것이 드러났다"면서 밝힌 내용은, 너무나 구체적이어서 선관위의 일상적인 부정행위(不正行爲)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이날 주 의원은 "서울 투표소 3곳에서는 11시간 연속 매시간 투표자 수를 100명 단위로 임의로 지어내 허위 입력했다. 창원에서는 5시간 연속으로 투표자 수가 정확히 100명씩만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고, 일정 시간 동안 단 한 명도 증가하지 않은 투표구도 90곳에 이른다"고 했다. 선관위는 '쌍둥이 득표자 수'가 무더기로 발견됐을 때처럼 "이것도 우연(偶然)의 일치일 뿐"이라고 억지를 부릴 것인가. 자료 분석만으로 이 같은 엄청난 선관위 부정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국민들이 느끼는 충격은 상당하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앞서 2025년 대선과 2024년 총선에서 지역 선관위가 중앙선관위에 보고하고 투표자 수를 수정한 사례만 각각 88건 및 65건이었던 것으로 밝혀냈다. 경우에 따라 1만 명이 넘는 수정 오차(誤差)를 보인 곳도 있어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솔직히 선관위가 '짬짜미'로 선거 통계를 조작한 사례가 선거 때마다 얼마나 될지는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선관위는 21대 총선 과정에서 제기된 투표수·투표율 전산 조작 의혹 등에 대한 국민감사청구를 7인 전원 의결로 각하 또는 기각한 것이 확인됐다. 대법관이 위원장인 중앙선관위가 선관위의 선거 부정을 스스로 은폐(隱蔽)하고 진실을 밝히는 것을 막는 걸림돌 역할을 한 것이다. '바지 사장'이라는 비아냥 속에 부정선거 방패막이 노릇을 한 법관 출신 전·현직 각급 선관위원장들 역시 국민 앞에 석고대죄(席藁待罪)해야 한다. 특검(特檢)의 철저한 수사로 선관위 관련 모든 의혹들을 낱낱이 밝혀내는 것만이 우리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마지막 길이다.
2026-08-03 05:00:00
[사설] 법왜곡죄 이어 공소기각 사유 확대, 피하기 어려울 '사법의 정치화'
공소기각(公訴棄却) 판결 사유를 추가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에서 처리되자, '사법의 정치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검찰청 폐지와 동시 시행되는 공소기각 확대 조항이 '법왜곡죄'와 맞물리면서 법원과 공소청 등을 압박하는 독소조항(毒素條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많기 때문이다. '중대한 위법 수사를 근거로 한 공소 제기'와 '소추재량권(訴追裁量權)을 현저히 일탈한 공소 제기'가 공소기각 사유에 포함됐다. 문제는 조문(條文)의 불명확성이다. '중대한 위법'과 '현저한 일탈'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 형사법은 국민의 신체와 자유를 제한하는 법이다. 누구나 예측할 수 있도록 명확해야 한다. 이번 개정안은 법관의 해석에 지나치게 의존하도록 만들었다. 공소기각 사유 확대는 법왜곡죄, 재판소원제(4심제)와 맞물려 더 큰 부작용을 낳을 것이란 게 법조계의 지적이다. 피고인이 공소기각을 주장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판사와 검사를 법왜곡죄로 고소·고발하고, 재판소원까지 제기하는 일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권력형(權力型) 비리 사건에서는 이런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 국민의힘이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을 지우기 위한 입법"이라고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치권은 그동안 자신들에게 불리한 수사를 '정치 탄압'이나 '표적(標的) 수사'라고 주장했다. 이제는 '중대한 위법 수사'와 '소추재량권 남용'이란 법적 명분까지 갖게 됐다. 공소기각을 요구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아 법왜곡죄로 고소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검사는 기소를, 판사는 재판을 부담스러워할 수밖에 없다. 검사를 견제하기 위한 장치가 또 다른 압박 수단으로 변질된다면 제도의 취지는 무너진다. 특히 특정인이나 특정 사건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입법이라면 사법 신뢰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사법부는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 법이 권력과 정치인의 창과 방패가 되면, 법치(法治)와 삼권분립(三權分立)은 붕괴된다.
2026-08-03 05:00:00
[사설] 도박판 한국 증시, 준비 없는 시장 확대 책임 반드시 물어야
최근 증시를 극단적 공포와 혼란에 빠뜨렸던 역대급 변동성의 한 원인이 밝혀졌다. 전 오픈AI 연구원 레오폴드 아셴브레너가 이끄는 헤지펀드가 레버리지 투자 실패로 보유 주식 상당분을 월가의 공룡 헤지펀드 '시타델'에 강제 매각(청산)당한 사건이다. 20대 인공지능(AI) 천재의 전략과 월가 포식자의 냉혹(冷酷)한 셈법이 뒤얽힌 사태는 한국 증시의 구조적 취약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코스피는 7월 28일부터 사흘간 17% 이상 급락하며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가 31일 18%가량 급등해 사상 최대 상승폭을 보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업 가치는 불변인데 글로벌 자금 흐름, 투자 심리, 레버리지 포지션 조정이 가격을 뒤흔들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이런 충격은 언제든 생길 수 있다. 그러나 해외 투자자의 포지션 조정 하나가 국내 대장주 급락과 개인 투자자 손실로 이어지는 구조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한국 자본시장 정책은 신규 상품 도입과 투자 기회 확대 등 시장 확대에 몰두(沒頭)한 나머지 위험 관리를 등한시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이런 상황에서 변동성을 극대화했다. 시장 활성화를 내세우며 상품 도입을 허용한 금융당국은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커지자 기본예탁금을 1천만원에서 3천만원으로 높이고, 투자한도 설정과 모의 거래 의무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시장 확대가 먼저였고, 위험을 관리하는 장치는 뒤따르는 모습이었다. 이번 사태의 교훈은 자명하다. 금융시장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변동성 자체가 아니라 변동성을 감당 못 하는 구조다. 국민의힘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과정 전반에 대한 국정조사와 특검 필요성을 주장하고, 지방선거를 앞두고 무리하게 도입된 정책이라는 의혹을 제기하며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하는 이유다. '당정 협의 없이 추진된 정책'이라는 변명은 치졸하다. 한국 자본시장의 신뢰와 복원력(復元力)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짚어야 할 사안이다.
2026-08-03 05:00:00
[관풍루] 양산 낮 기온 42도 넘어서며 기상 관측 이래 역대 최고 기록 경신
○…검사 수사권 폐지 주도 김용민 의원 SNS에 "노 전 대통령님 '야~ 기분 좋다' 하고 계신가요"라고 쓰자, 윤상현 의원 "'야, 기분 좋다'고 하셨겠느냐"며 받아쳐. 노 전 대통령, '내 이름 마 이제 고마 팔아라' 하지 않을까. ○…양산 낮 기온 42도 넘어서며 기상 관측 이래 역대 최고 기록 경신. 연일 불볕더위로 여름 기온 40도 일상화될 판. 가뜩이나 롤러코스터 증시로 속에 열불 나는데 날씨까지… 정말 덥다 더워.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북한군 3만 명 러시아 추가 파병설 이어 북한 미사일 사용 주장까지 제기. 맞다면 이게 러-우 전쟁이야 북-우 전쟁이야?
2026-08-03 05:00:00
2026-08-02 18:47:07
히가시노 게이고가 세상을 떠났다. 좋아하는 작가의 부고는 묘한 감정을 남긴다. 이제는 새로운 작품을 만날 수 없다는 아쉬움과 함께 설명할 수 없는 허전함이 생긴다. 도서관에서 그의 소설을 빌려보며 '언젠가는 이 작가의 책을 모두 읽어야지' 하고 다짐했던 학생 때가 있었다. 하지만 나는 독서가 게을러졌고, 그는 성실한 작가라 매년 몇 작품의 신작을 내는 터라 읽지 못한 소설이 더 쌓여가던 차였다. 언젠가는 읽겠다고 미뤄 두었던 책들이 이제는 영영 남겨진 작품이 돼버렸다. 누군가는 히가시노 게이고를 추리소설의 거장으로 기억할 것이다. 나도 가가형사 시리즈나 갈릴레오 탐정 시리즈를 읽으며 일본 추리소설에 눈을 떴고, 미야베 미유키나 기시 유스케와 같은 다른 일본 작가들의 추리소설을 찾아 읽고는 했다. 하지만 그는 단순히 추리소설을 잘 쓰는 작가가 아니었다. 그의 소설을 처음 본 게 '유성의 인연'이었는지 '붉은 손가락'이었는지는 흐릿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그의 소설을 한 권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다음 작품을 찾게 됐다는 것. 그는 그저 재밌는 이야기를 쓰는 타고난 소설가였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많은 예술가를 작품으로 기억한다. 빈센트 반 고흐는 생전에 인정받지 못했지만, 그의 그림은 여전히 수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준다. 셰익스피어를 직접 만난 사람은 없지만 그의 희곡은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무대에 오른다. 창작자는 언젠가 세상을 떠나지만, 이야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히가시노 게이고 역시 그렇지 않을까. 그의 소설은 앞으로도 영화가 되고, 드라마가 되고, 또 다른 언어로 번역돼 사람들에게 소개될 것이다. 그렇게 처음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는 독자에게 그는 세상을 떠난 작가가 아니라 지금 막 자신에게 이야기를 건네는 현재의 작가로 존재할 것이다. 이렇게 보면 창작은 참 이상한 일 같다. 글을 쓰는 동안에는 마감에 쫓기고, 퇴고를 반복하며 한 문장을 붙잡고 씨름한다. 그렇게 어렵게 세상에 내놓은 이야기는 어느 순간 창작자의 손을 떠나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살아간다. 독자는 자신의 삶을 작품에 덧입히고, 같은 작품도 나이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로 읽어 낸다. 이야기는 그렇게 창작자의 것이 아니라 독자의 것이 된다. 어쩌면 그것이 작가라는 직업이 남길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흔적일지도 모른다. 사람은 언젠가 세상을 떠나지만 좋은 이야기는 끝내 누군가의 책장에 남는다. 그리고 어느 날 또 다른 누군가가 첫 장을 펼치는 순간, 작가는 다시 독자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아마 나도 그 독자 중 한 사람일 것이다.
2026-08-02 13:44:07
[교육칼럼]'지역인재 및 지역의사제' 빗장 걸린 2027 의약학 수시, 수도권·지방 입시 지형 판흔들린다
2027학년도 대학입학전형에서 지역의사제 신설 영향으로 의과대학 전체 정원은 대폭 증원되었으나, 수도권 및 타 지역 수험생이 진입할 수 있는 대구 경북인 우리 지역 수시 일반전형 문호는 오히려 좁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크라스에듀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국 39개 의과대학의 지역인재 및 지역의사제 특화 모집 공간을 제외한 순수 일반 수시 모집 정원은 1,031명으로, 직전 년도 1,036명 대비 5명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 계열별로는 의예과가 4명 감소한 반면, 치의예과 9명, 한의예과 2명, 수의예과 11명, 약학과 25명이 각각 늘어나며 총 2,466명의 수시 모집틀을 구축했다. 특히 대구 수성구 및 달서구 일대 고교 현장에서는 경북대학교, 계명대학교, 영남대학교, 대구가톨릭대학교, 동국대학교 WISE캠퍼스 등 대구·경북권 주요 대학의 지역인재 쿼터 확대와 맞물려 일반전형의 높은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 여부가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대구 수성구 지역 K고등학교 3학년 B군(18)은 "학교 내신 등급이 1.15등급 선을 유지하고 있지만, 경북대와 영남대 등 지역 거점 의대의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확실하게 맞추지 못하면 종합전형이나 교과전형 모두 합격을 장담하기 어렵다"며 "지역인재 선발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아지면서 수도권 학생들과 경쟁하는 일반전형 모집 정원이 줄어들어 정량적 성적 산출에 대한 압박감이 지난해보다 훨씬 심해졌다"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2027학년도 전국 의예과 수시 일반전형 1,031명 중 학생부교과전형은 25개 대학에서 292명을 선발해 전체의 28.32%를 차지하며, 학생부종합전형은 31개 대학에서 628명을 선발해 60.91%의 압도적 비중을 차지한다. 반면 논술전형은 단국대(천안)와 연세대(미래)의 전형 폐지 영향으로 11개 대학 111명(전체의 10.77%) 규모로 축소되었다. 수험생 학부모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대구 D여자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자녀를 둔 학부모 L씨(47)는 "계명대나 대구가톨릭대, 동국대 WISE캠퍼스 등 지역 내 의약학 계열 지원 시 교과 성적 100% 반영 방식은 충원 합격률이 높지만, MMI(다중미니면접)나 수능 최저 기준 통과 여부에 따라 결과가 크게 엇갈린다"며 "지방 상위권 고교 입장에서는 지역인재 요건을 갖춘 대구·경북 출신 수험생들이 지역 대학으로 대거 몰리면서 합격선 하한선(컷라인)이 어디까지 형성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2026학년도 수시 의예과 모집 당시 전국 39개 대학 1,035명 모집에 3만 7,914명이 몰려 36.63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던 만큼, 2027학년도 역시 교과전형(전년도 경쟁률 15.69:1)과 종합전형(20.04:1)을 중심으로 치열한 치열한 눈치작전이 이어질 전망이다. 크라스에듀의 최상영 입시소장은 "지역인재전형의 전면적 확장과 논술전형 모집인원의 감축(전년 대비 5명 감소한 111명)에 맞춰 차별화된 전략 수립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한다. 경북대 논술전형처럼 과학논술을 유지하고 수학 필수 반영 조건을 내건 대학이 있는 반면, 가톨릭대, 가천대, 인하대처럼 수능 최저 기준 달성을 위해 탐구 2과목을 필수 반영하는 대학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성균관대가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기존 3개 영역 합 4등급에서 4개 영역 합 5등급으로 강화하는 등 대학별 요건 변화가 뚜렷하다. 결국 대구·경북 지역 수험생들은 경북대, 계명대, 영남대, 대구가톨릭대, 동국대 WISE캠퍼스의 지역 수시 전형 활용 여부를 정밀히 분석하는 동시에, 수능 최저 조건 충족을 위한 막판 정시 대비 체제를 병행해야만 합격 문턱을 넘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윤경민 크라스에듀 대표
2026-07-31 10:52:50
[사설] 형소법에 끼워 넣은 '공소기각', 李 면소 노림수 아닌가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의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법원의 공소기각(公訴棄却) 사유'를 추가했다. 비공개 법안 심사 과정에서 법무부와 대검찰청이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 "판단 기준과 범위가 모호해 해석상의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냈지만 민주당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을 위한 공소취소 특검법 추진이 여론의 강한 반대에 부딪히자 법원이 공소를 기각할 수 있도록 '우회로'를 만들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공소기각은 공소 제기에 중대한 하자(瑕疵)가 있을 경우 유무죄를 판단하지 않고 법원이 사건을 종결하는 절차다. 현행 형소법엔 공소 절차가 법률 규정을 위반했거나, 피고인에 대해 재판권이 없다고 판단되는 등의 경우에만 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개정안에는 '중대한 위법 수사에 의해 공소가 제기됐을 때' '(검사의) 소추 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해 공소가 제기됐을 때' 등 두 가지 사유가 추가됐다. 개정안의 '위법 수사'나 '소추권 일탈' 같은 조항은 모호해서 피고인이 "검찰이 표적·위법 수사를 했다"며 자의적(恣意的)으로 주장할 수 있고, 실체적 유·무죄를 따져 보기도 전에 법원이 그런 주장을 인용할 수도 있다. 무엇이 '중대한' 위법이고, 어느 정도가 '현저한' 일탈인지 기준이 모호(模糊)한 것이다. 게다가 개정안에는 현재 법원에서 진행 중인 재판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규정도 없다. 그래서 대통령 취임으로 현재 중단된 상태인 이재명 대통령 재판에 소급 적용하려는 속셈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 사법 리스크를 지우기 위해 연어 술파티 의혹 제기, 수사 검사 탄핵소추안 발의, 조작기소 국정조사, 공소취소 특검 추진,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단법, 허위사실공표죄 처벌 대상 축소, 판·검사 '법 왜곡죄' 신설, 대법원장 및 대법관 사퇴 압박과 청문회 등 갖가지 입법 및 정치적 공격을 일삼아 왔다. 거기에 이제 공소기각까지 갖다 얹었다. 우리 헌정사에 이처럼 입법권력을 사적(私的)으로 남용한 사례는 없었다.
2026-07-31 05:00:00
[사설] 성장만 외치는 정부, 경제 침체 해결 방안은 있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29일(현지 시간) 기준금리를 연 3.50~3.75%로 다섯 차례 연속 동결했지만 시장은 긴축(緊縮) 완화 신호로 보지 않았다. 미국 30년물 국채금리가 연 5.21%까지 치솟아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준금리는 멈췄지만 시장금리는 더 강한 긴축을 요구한다. 한국은행은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연 2.75%로 올리며 3년 6개월 만에 긴축 사이클에 들어섰다. 2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한은 전망치를 크게 웃돌았고, 근원물가 상승률은 5월 2.5%까지 높아졌다. 가계부채는 증가세이고,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과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도 남아 있다. 갈수록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압박이 커지지만 경기와 금융시장 충격을 감안하면 쉽지 않다. 그런데 정부의 경제 메시지는 사뭇 다르다. 이재명 대통령은 '3대 메가 프로젝트'를 성장 전략으로 제시하며 성장 속도를 강조하고,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3% 성장과 '대한민국 대도약'을 제시했다. 정부는 하반기 경제성장 전략에서 잠재성장률 3%, 세계 수출 4강, 1인당 국민소득 5만달러를 내걸었다. 성장 청사진은 분명하지만 정책 목표가 경제 위기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성장은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와 첨단산업 수출에 국한(局限)돼 있고, 내수 회복은 더디다. 수도권 집값은 다시 오르고,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증가와 금융 불균형 확대를 경고하고 있다. 신현송 한은 총재도 물가와 성장, 금융 안정을 함께 고려하는 균형 있는 통화정책을 거듭 강조해 왔다. 그러나 중앙은행 혼자서는 해낼 수 없다. 성장의 과실(果實)은 정부 몫이고, 물가안정 책임은 중앙은행에 떠넘기는 정책으로는 지속 성장이 불가능하다. "통화정책만으로는 금융 안정을 지킬 수 없다"는 국제결제은행(BIS)의 경고처럼 재정과 통화, 부동산을 아우르는 일관된 정책 조합이 필수다. 금리는 치솟고 세금 부담은 갈수록 커질 태세이고 주식마저 폭락해 한숨만 터져나오는데 경제성장률 3% 달성에 환호하며 박수 칠 국민이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2026-07-31 05:00:00
[사설] TK 행정통합 다시 추진, 또 실패하면 지역의 미래 없다
대구경북(TK) 행정통합이 다시 추진된다. 추경호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행정통합 특별법을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고, 2028년 총선(總選)과 동시에 통합 단체장을 선출하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TK신공항 건설과 2차 공공기관 이전, 국가 공모 사업 대응 등을 위해 행정통합이 꼭 필요하다는 인식을 함께한 것이다. 지난 3월 특별법이 무산된 과정은 지역사회에 뼈아픈 상처를 남겼다. 통합과 관련된 일부 이견(異見)이 노출됐고,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통합의 당위성은 인정받았지만 추진 방식은 허술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그 틈을 파고들어 '지역 내 합의 부족'이란 이유로 특별법을 무산시켰다. 이번에는 달라야 한다. 시행착오(試行錯誤)를 되풀이한다면 이번 재추진도 성공할 수 없다. 행정통합은 수도권 일극(一極) 체제에 맞서 지역의 생존 기반을 구축하는 전략이다. 통합 청사를 어디에 둘 것인지, 조직을 어떻게 재편할 것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그럼에도 또다시 지역 및 기관 이기주의와 정치적 이해득실(利害得失)이 앞선다면 통합은 시작도 전에 동력을 잃을 것이다. 행정통합은 정치인과 행정기관의 이익이 아니라, TK와 지역민의 미래를 결정하는 과제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역 정치권의 책임이 무겁다. 지역 현안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그러려면 국민의힘 TK 국회의원들이 먼저 민주당 TK 정치권에 협력을 요청해야 한다. 여당의 협조 없이 특별법 통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국가균형발전을 국정(國政) 기조로 내세운 정부·여당도 TK의 행정통합 의지를 전향적(前向的)으로 지원해야 한다. 행정통합은 신뢰를 전제로 한다. 시간에 쫓겨 법안 통과를 서두르다 또다시 허점을 드러낸다면, 실패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지역이 하나로 뭉치고, 법안을 치밀하게 다듬고, 국회를 끝까지 설득한다면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 9월 특별법 통과는 목표일 뿐이다. 진짜 목표는 TK의 경쟁력을 높이고, 지방 소멸을 막을 제대로 된 행정통합이다.
2026-07-31 05:00:00
[관풍루] 더불어민주당 과방위원들, "피고발인"이라고 국민의힘 이진숙 의원의 배정 철회 요구
○…중앙선관위 직원이 6·3 지방선거 당시 '투표율 조작'을 위해 참고할 엑셀 파일과, 직접 조작한 수치 파일을 투표소로 보낸 정황이 검경 합수부 수사팀에 포착. 선관위는 '선거조작위원회'로 확실히 자리매김될 듯. ○…더불어민주당 과방위원들, "피고발인"이라고 국민의힘 이진숙 의원의 배정 철회 요구. 그럼 '피고인 이재명'의 대통령 자리는? 차라리 "이진숙이 무섭다"고 하는 게 솔직한 자세. ○…범여권 의원들, 형사소송법 개정안 법사위 통과 때 '공소기각 판결 사유 추가'한 것은 "법리를 명확히 한 것"이라고 주장. 법무부와 대검찰청이 반대 의견 낸 이유도 밝혀야.
2026-07-31 05:00:00
2026-07-30 18:45:24
[백정우의 읽거나 읽히거나] 이토록 웅숭깊은 그림 이야기라니
거두절미하고, '숙취, 쉬잔 발라동'을 읽다가 스모키 노래 Living Next Door to Alice를 떠올렸다. 몽마르트의 화가들이 열광한 뮤즈 발라동과 그녀의 신산한 삶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화폭에 옮긴 툴루즈 로트레크를 상상하면서, 옆집 앨리스에게 목맨 남자를 24년이나 짝사랑한 끝에 "앨리스는 가버렸지만, 나는 여전히 여기에 있다"고 뒤늦게 고백한 섈리도 생각하면서. 저자가 썼듯이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그런 시선이, 말없이 머물러주는 위로가 필요한 게 아닐까." 그림과 삶의 통찰이 빛나는 오희승의 에세이 '나를 지키고 싶을 때 미술관에 갑니다'이다. 돌봄과 잔존하는 그리움과 다정한 회복을 기록한 책 전체를 관통하는 건 삶을 거슬러 찾아낸 '예술의 힘'이다. 흥미롭게도 저자는 흔치 않은 작품을 펼치며 다른 길을 간다. 이를테면 19세기에 태어나 20세기를 넘었고, 사진과 경쟁했으며 벨 에포크를 활보한 화가(그러나 다소 혹은 매우 낯선 이름들)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얘기. 숱한 미술작품 관람기와 차별화를 이루는 지점이다. 거칠게 말하자면 SNS를 뒤덮은 앤디 워홀과 데미언 허스트와 쿠사마 야요이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은 나를 안심시켰다. 시작은 제시 윌콕스 스미스의 '아침'이다. 이 꼭지에는 우리 삶에 밀착된 소중한 것일수록 만만하게 취급하는 과소평가로부터 촉발된 오희승의 자기성찰이 담겼다. 작가로서 정체성도 불확실하고 누구의 엄마라는 호칭이 어색했던, 즉 여성과 모성의 삶을 낮게 평가해온 그녀였지만 "내가 가장 오래, 그리고 깊이 헌신한 삶의 한 부분임을 인정하게 되었다."는 것. 19세기 연인들의 작은 눈 초상화에서 끝내 지키고 싶은 사랑의 시간을 포착한 저자는 "우리가 세상에 홀로 있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누군가를 사랑했고 사랑받았음을 보여주는 흔적. 그래서 우리는 그것들을 끝내 소중히 지킨다."라고 적고 있다. 당신이라는 특별한 사람이 이 세상에 살았다는 걸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다짐인 양 말이다. 처연하기 그지없는 잉거 어빙 코스의 '플루트의 부름'을 책 정중앙에 배치한 이유는 무엇일까? 언젠가 미국 서부 사막에서 만난 원주민을 술회하는 장면, "황량한 사막의 노을 아래, 한 원주민 남자가 붉게 타는 하늘을 등지고 비틀거리며 노래를 불렀다. 모래바람이 불고 있었고, 빛은 낮게 깔려 있었다." 뿌리 뽑힌 삶이 남긴 상처를 살피는 동시에 존 케이지의 '4분 33초'를 떠올리는 통찰이라니! 책의 백미라고 여긴 이 꼭지는, 그림은 어떻게 한 사람을 지키고 성장시켜 새로운 세상과 마주하게 했는지를 드러내는 마술적 리얼리즘식 대답으로 읽힌다. 대미를 장식하는 건 에두아르 마네의 '철도'와 빅토린 뫼랑이다. '올랭피아'의 모델이었으며, 보여지는 대상에서 응시의 주체로 존재하는 그녀의 당당한 자태에 매료됐을 터. 단단하고 의연한 뫼랑으로부터 살아갈 이유를 찾은 오희승은 새로운 문 하나를 열어준 예술 앞에서 "단단한 눈빛을 가진 여인처럼 나도 이제는 응시하는 주체이고 싶다."라며 책의 마침표를 찍는다. 시종일관 차분하게 그림 읽어주던 목소리에 결기가 느껴지는 순간이다. 흔히 볼 수 없는 작품에 곡진한 사적 언어로 배접한 '나를 지키고 싶을 때 미술관에 갑니다'. 치열한 시간을 거쳐 마침내 이른 자리가 안온하다.
2026-07-30 10:28:38
[사설] 빈 총으로 GP 경계라니, 병사에게 그냥 죽으라는 소리 아닌가
서부 전선 최전방을 담당하는 육군 1군단이 지침을 변경, K6 중기관총에 삽탄(揷彈)을 하지 않고 탄띠가 든 탄통을 옆에 비치해 두고 경계 근무를 선 것으로 알려져 충격이다. 삽탄이 돼 있지 않을 경우 상황이 발생하면 우선 탄통에서 탄띠를 꺼내 총에 걸어야 비로소 사격이 가능해진다. 북한군의 기습 도발이 발생하면 우리 군은 사실상 무장해제(武裝解除) 상태에서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게 된 셈이다. 이 때문에 육군 지상작전사령부는 경계 근무 시 기관총에 여러 개의 실탄이 연결된 탄띠를 걸어 두는 삽탄 상태 유지를 원칙(原則)으로 한다. 합동참모본부는 관련 지침 변경에 대해 1군단으로부터 보고받거나 승인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기강이 무너질 대로 무너진 국군의 참상(慘狀)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1군단 측의 묵묵부답(默默不答) 속에, 오발 사고를 막기 위한 조치가 이재명 정부의 대북 화해 기조와 맞물려 현장 지휘관의 '잘못된 판단'을 초래한 것은 아닌가 하는 해석이 제기된다. '국방 개혁'을 명분으로 한 이재명 정부의 국방정책이 현장 지휘관의 오판(誤判)을 불러일으켜 장병의 생명과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했다는 분석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재명 정부는 전방 부대의 위병소 및 경계 초소에서 총기와 실탄 무장을 금지하고 대체 장비인 '삼단봉'으로 임무를 수행하도록 했다가 안보 자해 행위라는 비판을 받고 조치를 철회(撤回)했다. 또 국군의 합동성을 강화한다며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폐합을 추진하면서 전문적 역량을 무시한 '바다 없는 해사' '활주로 없는 공사'를 만들려고 해 강한 반발(反撥)을 사고 있다. 게다가 국군방첩사령부를 전격 해체(解體)하는가 하면, 군사 시설 경계를 민간에 맡기는 방안을 추진해 간첩 및 보안 유출의 위험을 키우고 전투 수행 능력을 약화시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이재명 정부의 행태가 국군 핵심 지휘관의 정신 상태마저 나태(懶怠)하게 만들었다면 국가 안보는 이미 위험 상황을 지났다.
2026-07-30 05:00:00
[사설] 보완수사권 폐지 법안 거부권 행사, 대통령의 국민 보호 책무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오늘(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심의·의결할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 국민과 법조계·여성계·피해자 단체 등은 '검찰 보완수사권을 폐지할 경우 국가의 보호를 필요로 하는 많은 국민들이 억울한 피해를 입게 되고, 범죄자들만 좋아질 것'이라고 우려(憂慮)한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명계(친이재명계)와 친청계(친정청래계)가 강성 지지층을 향해 선명성 경쟁을 펼치느라 불 보듯 뻔한 국민 피해를 외면하고 있다. '광주 여고생 피살 사건' '부산 돌려차기 사건' 등에서 보듯, 경찰이 수사 독점권과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되고, 검사의 실효적인 점검·보완·시정 기능이 사라진다면 진실이 은폐(隱蔽)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검찰이 사건에 관여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면 경찰의 부실 수사는 더 잦아질 수 있다. 일부 경찰이 나쁜 마음을 먹는다면 얼마든지 사건을 축소하거나 덮어 버릴 수도 있다. 검찰의 권한을 없애는 것이 제도 개혁의 목표(目標)일 수는 없다. 범죄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것이 목표여야 한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은 검찰에 대한 복수심과 정치인들에 대한 검찰 수사를 막기 위해 국민을 버리고 있다. 지금까지 야당과 언론, 법조계와 시민단체가 그토록 호소·비판하며 우려를 표했지만 민주당은 고집을 버리지 않았다. 최후의 보루(堡壘)는 대통령이다. 대통령은 헌법을 수호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 재산을 보호할 최종 책임을 지는 직(職)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회를 통과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야 마땅하다.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여당과 강성 지지층의 반발에 직면(直面)할 것이다. 8월 전당대회에서도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그 부담을 짊어져야 국민의 대통령이다. 이 대통령이 형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정치적 안위(安慰)를 위해 국민을 버렸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2026-07-30 05:00:00
[사설] "AI 혁명 시장 확신 부족", 투자자 곡소리에 기름 붓는 김용범
증시가 이틀 연속 급락하며 투자자들의 공포가 극에 달했다. 코스피는 29일 5,600선, 코스닥은 660선으로 내려앉았다. 양대 시장에서는 전날에 이어 다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증시 역사상 이틀 연속 동시에 서킷브레이커 작동은 처음이다. 한국형 공포지수(VKOSPI)도 83선까지 치솟았다. 이번 폭락은 기업 실적과는 거리가 멀었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매출 84조원, 영업이익 64조원의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했다. 회사 측은 AI 인프라 투자가 내년 이후에도 견조(堅調)하며, HBM4 물량 확대에 힘입어 하반기 실적도 상반기보다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증시는 실적 발표 이후에도 급락했다. 시장이 현재 실적보다 미래 성장 가능성에 훨씬 민감하다는 뜻이다. 주가에 선반영된 기대를 뛰어넘지 못한 실적은 호재(好材)가 될 수 없다. 증시 폭락과 관련,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AI 혁명은 진짜"라며 시장이 AI 혁명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탓이라고 진단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도 "글로벌 반도체 업황과 AI 투자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시장 변동성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정책실장이 확신을 주문한다고 해서 미래 불확실성이 사라지진 않는다. AI 투자가 지속될지, 기업 설비 투자가 수익으로 연결될지, 한국 기업이 중국의 추격 속에서도 경쟁력을 유지할지를 걱정하는 시장의 불안을 단순히 '확신 부족'이나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해석하면 답을 내놓을 수 없다. 정부가 할 일은 주가 하락을 막는 단기 처방이 아니다. AI와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투자 환경을 만들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한국 증시의 취약한 구조를 개선하는 장기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동시에 레버리지 ETF, 공매도, 고빈도(高頻度) 거래 등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제도적 원인도 냉철하게 점검해야 한다. "무거운 책임감"을 말하며 고개를 숙인다고 증시 불확실성이 사라지진 않는다.
2026-07-30 05:00:00
[관풍루] 이억원 금융위원장, 증시를 투기판으로 만든 주범으로 지목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상장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고 발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 조정식 국회의장이 현직 대통령 연임 개헌은 '국민 선택의 문제'라고 말한 데 대해 "잘못한 것"이라며 "정말 또 욕 나오려고 그러네"라고 비판. 국민 입에서는 이미 욕이 나오고 있네요. ○…이억원 금융위원장, 증시를 투기판으로 만든 주범으로 지목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상장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고 발언. 느끼지만 말고 행동하시오, 사퇴하시오!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 검사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그 피해는 국가의 보호를 필요로 하는 국민들께서 부담하시게 될 것"이라고 언급. 나도 할 만큼 했다는 면피성 발언.
2026-07-30 05:00:00
2026-07-29 18:42:59
나는 경북 의성에서 일곱 살까지 자랐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도시로 이주했지만 방학이면 종종 고향을 찾았다. 갈 때마다 친구들은 떠나고 빈집은 늘어났다. 지방소멸은 내게 통계가 아니다. 고향이 겪고 있는 현실이다. 지방소멸 대응의 성패는 결국 지방정부의 정책 역량에 달려 있다. 그래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내가 주목한 것은 당선인이 아니라 공약이었다. 선거는 끝났지만 공약은 앞으로 4년간 지역 행정과 예산을 이끌 청사진이 된다.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전국 인구 감소 지역 89곳 가운데 15곳이 경북에 있다. 의성·영양·봉화·청송은 모두 인구 감소 지역이자 지방소멸대응기금 지원 대상이다. 초고령화와 청년 유출이라는 공통 과제를 안고 있으면서도 대응 전략은 조금씩 달라 지방소멸 해법을 비교하기에 적합한 사례다. 네 지역 군수 당선인의 공약은 모두 청년 유출을 지방소멸의 핵심 원인으로 진단하고 있었다. 의성은 청년주택과 창업·귀농귀촌을, 봉화는 청년 창업과 주거 지원을, 영양은 정주 여건 개선과 소득 기반 확충을, 청송은 생활밀착형 복지와 교육 환경 개선을 내세웠다. 접근은 달랐지만 목표는 같았다. 의성은 농산물 가공과 브랜드화를, 영양은 에너지 이익공유와 농업 경쟁력 강화를, 봉화는 스마트농업과 산림산업·관광을, 청송은 스마트농업과 사과 산업 고도화를 제시했다. 이는 지방소멸 대응이 단순히 인구를 늘리는 정책을 넘어 지역 안에서 먹고살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정책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교육혁신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작았다. 작은 학교 경쟁력 강화와 지역 대학·산업 연계, 아이를 키우기 좋은 교육 환경을 위한 장기 전략은 부족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되면 지역을 바라보는 기준이 달라진다. 부모들은 집값보다 학교를, 일자리만큼 돌봄을 본다. 결국 미래세대가 지역에 남을지를 결정하는 것은 교육이다. 경북도교육감은 '경북형 교육 거버넌스'를 제안하며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 지역사회가 함께 돌봄과 진로교육, 통학, 폐교 활용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군수 공약과도 맞닿아 있다. 지방소멸은 군수만의 과제도, 교육감만의 과제도 아니다. 주거와 일자리, 교육과 돌봄이 따로 움직여서는 사람을 지역에 머물게 할 수 없다. 정주정책과 교육정책이 하나의 전략으로 설계될 때 비로소 지역의 미래도 바뀔 수 있다. 이미 교육발전특구와 직업교육 혁신지구처럼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하는 제도는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개별 사업 중심이어서 지방소멸이라는 복합 위기에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제는 '지방소멸 원테이블'이 필요하다. 군수와 교육감이 같은 테이블에 앉아 청년, 교육, 산업, 돌봄, 주거를 하나의 전략으로 설계하는 상설 협의체다. 여기에 지방의회와 대학, 기업, 주민 대표까지 참여해 지역의 미래를 함께 결정해야 한다. 나는 어린 시절 의성을 떠났지만 고향이 '사라질 지역'이 아니라 '돌아갈 수 있는 지역'이 되기를 바란다. 지방의 미래는 더 많은 정책이 아니라 정책을 연결하는 거버넌스에서 시작될 것이다.
2026-07-29 15: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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