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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씨] 7월 28일(화)

    [날씨] 7월 28일(화) "대체로 맑고 곳에 따라 소나기"

    2026-07-27 18:51:39

  • [김용삼의 근대사] 아무도 말하지 않는 환향녀와 호로자(胡虜子)의 비밀

    [김용삼의 근대사] 아무도 말하지 않는 환향녀와 호로자(胡虜子)의 비밀

    한국의 역사학자 중 누구도 사실을 말하지 않지만, 병자호란은 명백하게 조선이 도발한 전쟁이다. 조선 사신 나덕헌과 이확이 청 태종 홍타이지의 황제 즉위식에서 배례를 거부하여 행사를 엉망으로 만들었고, 청 황제의 국서를 숙소에 팽개치고 온 후폭풍이 병자호란이었다. 조선 지도부는 침략을 자초하고도 아무 준비도 없이 도낏자루 썩히다 기습을 당했다. 불과 50여 일 만에 소중화 문명국 조선 국왕이 '오랑캐'로 멸시하던 여진족 추장에게 세 번 무릎을 꿇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려(三跪九叩頭禮) 항복했다. 조선 국왕의 항복으로 모든 사안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청군은 철수 과정에서 조선 백성 60만 명을 포로로 끌고 간 것으로 알려졌다. 학자들 연구에 의하면 이 수치는 크게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청의 수도 심양의 인구 규모와 배후지 생산력을 고려할 때, 단기간에 60만 명의 신규 인구를 수용 통제할 수 있는 인프라가 전무했다. 게다가 청군 주력 부대가 포로 60만 명을 한양에서 700km 떨어진 심양까지 이동시키는 것은 병참학적으로 불가능했다. 학자들은 청군의 행군 속도, 포로 탈출율, 심양 포로 시장의 거래 규모를 추적한 결과 조선 포로 규모를 최소 5만, 최대 10만 명으로 추산한다. 청나라는 조선 지배층에 충성을 강요하고, 심리적 굴욕감을 주기 위해 고위 관료나 사대부 집안 부녀자들을 집중적으로 잡아갔다. 이들이 후일 '환향녀' 담론의 중심이 된 존재들이다. 병자호란 당시 강화도는 왕실과 사대부 가족들의 피난처였다. 청군이 강화도를 함락하고 피난 온 왕실·사대부 가문 여성들을 대거 포로로 잡았다. 청군에 끌려가는 지체 높은 집안 부녀자들의 행렬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고 한다. 치욕스럽게 잡혀가느니 죽음을 택하겠다며 강화도 앞바다에 투신한 부녀자도 상당수에 달했다. 병자호란 당시 청의 인구는 만주족·몽골인·한인 모두 합쳐 200만~300만 내외에 불과했다. 영토에 비해 인구가 너무 적다 보니 가임기의 젊은 양인·천민 여성도 다수 끌고 가 씨받이로 이용했다. 무엇보다 청은 만주의 광활한 영토를 개간하여 식량 생산력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였다. 육체노동이 가능한 남성 포로는 청나라 귀족이나 군인에게 분배되어 노예로 부려먹었다. 소현세자가 심양에서 겪은 일상을 관원들이 기록한 『심양일기』에는 조선 남성 포로들이 굶주린 채 채찍질 당하며 일하는 모습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가혹한 노동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망치다 붙잡히면 발뒤꿈치나 코를 베는 잔혹한 형벌이 가해졌다. 목숨 걸고 탈출하여 고향으로 돌아와도 그것으로 비극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청나라는 탈출 포로에 대한 환수권을 강력 주장했다. 무능한 조선 조정은 청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탈출해 온 자국민을 잡아다 청에 넘겨주는 추쇄를 자행했다. 다시 끌려가는 포로 중 일부는 압록강 국경 근처에서 집단 자살하는 일마저 벌어졌다. ◆본처 학대 시달리다 자결한 조선 여성 명나라 공략을 앞둔 청은 조선 포로 중 조총병을 우대했다. 이들은 만주팔기 내 솔호 니루의 화력 강화에 투입되었다. 또 대포·화약 등을 만드는 무기 기술자, 축성 기술자 등 특별한 기술을 보유한 장인들은 선별하여 귀화시켰다. 제지 기술자, 인쇄 장인은 서적 출판을 위한 종이 제조에 투입했고, 은(銀) 제련 기술자는 만주 은광 개발에 동원하여 재정 확보에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청은 명나라를 무너뜨리는 마지막 결전에 조선 포로를 대거 동원했다. 이들은 성벽 쌓는 공병, 보급품을 운반하는 수송병, 최전방 조총수, 보병으로 활용되었다. 제지 기술자, 은 제련사, 조총 제작 장인은 청나라 황실·고위층에 편입되어 높은 예우 받아가며 여진족을 위해 일했다. 조선은 각 분야의 장인·기술자 유출로 퇴보를 면치 못했고, 청은 조선 기술자를 대거 흡수하여 대제국의 기틀을 닦는 데 성공했다. 조선 장인들은 고국에선 노비·천민으로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았다. 실용성을 중시한 청은 조선의 기술자·장인을 극진히 예우하여 그들의 기술이 이역만리 타국에서 만개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했다. 조선과 청나라 중 누가 더 현명했는지는 그 후의 역사가 증명한다. 특별한 기술이 없는 포로들의 운명은 가혹했다. 병자호란 후 청의 수도 심양 성문 밖에는 대규모 포로수용소와 노예시장이 문을 열었다. 인류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대규모 인신매매 시장이 국가 주도로 개설된 것이다. 조선 출정 군인들은 자기가 잡아 온 포로를 노예시장에 내놓고 구매자들과 흥정을 벌였다. 포로는 나이·외모·건강 상태·기술(바느질, 길쌈 등)에 따라 등급이 매겨졌다. 구매자들은 물건 고르듯 치아를 살피거나 몸을 만져보며 상태를 확인했다. 포로 중에서 젊고 용모 뛰어난 여성은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한 여성을 놓고 구매자 여러 명이 나서면 즉석에서 경매가 벌어졌다. 청나라 귀족의 본처들은 조선 여인들이 용모와 바느질·요리 솜씨가 뛰어나 남편의 총애를 받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다. 그들은 첩이 된 조선 여성 얼굴에 끓는 물을 부어 화상을 입히거나, 낙인을 찍어 외모를 망가뜨리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심지어 질투에 눈먼 여진족 본처들이 조선 여성의 코나 귀를 베는 일이 심양 거리 곳곳에서 목격될 정도로 흔했다. 본처의 학대에 시달리던 조선 여성들은 죽더라도 고국에서 죽겠다고 작심하고 탈출하거나, 심양성 밖 혼하(渾河)에 뛰어들어 자결했다. 이런 모습을 목격한 조선 사신들이 피눈물을 흘렸으나 외교적 마찰을 우려해 항의 한 번 못 했다. 소현세자 수행원들은 "성 안팎의 나무마다 목을 맨 조선 여인들이 매달려 있고, 강물에는 시신이 끊이지 않으니 그 원한이 하늘을 찌른다. 주인 처의 매질에 살점이 떨어져 나가고, 코를 베인 여인이 길가에서 구걸하며 고국의 소식을 묻는 모습은 지옥의 풍경과 다름없다"라는 기록을 남겼다. ◆포로 몸값 치솟아 청나라가 조선 포로를 대거 잡아간 이유는 포로는 곧 '돈'이었기 때문이다. 이 무렵 국제 무역 결제 수단은 은(銀)이었다. 여진족 청은 명나라를 무너뜨리기 위해 조총·화약·대포 구입과 용병 고용비, 명군 회유를 위한 뇌물용 은이 대량으로 필요했다. 이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대거 조선 포로를 잡아간 것이다. 양국은 협상 과정에서 포로 몸값(속환금)을 1인당 은 10~30냥으로 정했다. 이 와중에 조선 양반들 사이에 가족 송환 경쟁이 벌어졌다. 청 입장에선 꽃놀이패를 손에 쥔 셈이 되었다. 부녀자 한 명 몸값으로 은 500~1천 냥, 심지어 1,500냥을 불러도 조선 사대부들은 돈을 아끼지 않았다. 당시 조선 정부의 연간 은 보유액은 수만 냥에 불과했다. 청이 명나라 공격을 위한 전비(戰費)를 조선 백성의 몸값으로 해결하겠다고 나서면서 조선은 국부(國富)를 탈탈 털렸다. 결국 조선 포로의 몸값이 명청 교체라는 나비 효과를 일으킨 셈이다. 속환 과정에서 발생한 '사회적 위화감'도 심각한 문제였다. 권문세가는 가족을 데려오는 데 돈을 아끼지 않았지만, 돈 없는 백성은 속수무책이었다. 인조실록에 의하면 속환비는 평민 1년 치 생활비의 수십 배에 달하는 거액이었다. 조선 조정은 포로 송환 협상에 난항을 겪자 각자도생을 선언했다. 국가는 백성 보호 의무를 다하지 못한데다가, 포로 구제를 개인 능력에 맡겼다. 백성들이 사비를 털어 심양까지 가서 몸값 지불하고 구해오든 말든 알아서 하라는 것이었다. 전란의 고통을 백성의 골수까지 짜내 해결하라고 방치한, 무책임 정치의 끝판왕이었다. 심양 노예시장은 국가가 지켜주지 못한 백성을 가족들이 개인 돈으로 사와야 하는 비극의 현장이었다. 유전생환(有錢生還)이요, 무전포로(無錢捕虜)의 비정한 현실은 조선 사회의 내부 결속력을 무너뜨리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1637년 승정원 사관 한이겸은 끌려간 아내를 구하기 위해 전 재산을 털어 심양으로 향했다. 심양 노예시장에서 아내를 찾아냈으나, 청나라 주인은 몸값으로 준비해 간 은의 몇 배를 요구했다. 간신히 빚을 내 아내를 데려오는 데 성공했으나 더 큰 환란이 기다리고 있었다. 절개 잃은 여성에 대한 문중의 압박과 성리학적 명분론에 시달려 아내와 이혼한 것이다. 한이겸의 아내처럼 돌아온 여성들이 마주한 것은 남편과 시댁의 냉대였다. 주화파 현실론자 최명길은 "국가가 힘이 없어 백성을 지키지 못했는데, 사지로 끌려갔다 돌아온 부녀자들에게 정절을 묻는 것은 가혹한 처사"라고 항변했다. 그는 전란의 책임이 국가에 있음을 인정하고, 피해자 여성들을 포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제기했다. 인조는 이 제안을 수용하여 "홍제천 물에 몸을 씻으면(洗心) 과거의 일을 묻지 말라"라는 어명을 내렸다(인조 16년 3월 11일). 이 조치에 김상헌을 필두로 한 주자성리학 탈레반들이 강력 반발했다. "몸을 더럽힌 부녀자에게 조상의 제사를 받들게 할 수는 없다"라며 어명을 거부한 것이다. 사대부 집안에서는 홍제천 목욕 후에도 며느리로 받아들이지 않고 별당에 가두거나, 자결을 강요하는 사적 제재가 광범위하게 자행됐다. 전란의 책임을 통감해야 할 수컷 사대부들은 자신들의 무능을 은폐하기 위해 여성의 정절을 절대 가치로 격상시켰다. 중화(中華)를 계승했다는 소중화 의식이 강해질수록 오랑캐와 접촉한 자들에 대한 혐오는 비이성적으로 강화되었다. 조선은 외적(청나라)에게 입은 상처를 내부의 약자(환향녀·호로자)들을 억압하는 것으로 치유하는 병리적 사회로 퇴행했다. 백성을 지키지 못한 추악한 사대부들이 천신만고 끝에 살아온 여성들을 주자성리학적 명분론으로 타살한 것이다. 갈 곳 잃은 여성들은 도성 밖 성북동·홍제원 근처에 움막을 치고 살았다. 경기도 인근 청룡사·보문사 등 비구니 사찰이 이들의 안식처였다. 여성들은 포로 시절 익힌 바느질·길쌈으로 연명하거나, 몸을 팔아 생계를 유지해야 했다. 이것이 훗날 화냥년의 어원이 된다. 청나라에서 임신하여 돌아온 후 낳은 아이들의 운명은 더 비참했다. 그들은 호로자(胡虜子)라 하여 사회적 최하층민으로 전락했다. 이것이 '후레자식'의 어원이다. 김용삼 펜앤드마이크 대기자

    2026-07-27 13:51:10

  • [매일춘추] 그림은 흐르고, 뜻은 서야

    [매일춘추] 그림은 흐르고, 뜻은 서야

    미술관 관람은 늘 새로운 감동을 준다. 오래전 런던 코톨드 갤러리에서의 일화다. 벽면을 빽빽이 이중으로 채운 서양 고전 초상화들 사이를 걸으며 문득 숨이 막히는 압박감을 느꼈다. 규칙과 격식으로 가득 찬 어두운 배경의 초상들이 나를 일제히 노려보는 듯해 온몸이 짓눌리는 답답함이 밀려왔기 때문이다. 그 무거움에서 나를 구해준 것은 인상파 그림들이었다. 자유롭고 생생한 붓 자국을 마주하는 순간 비로소 숨통이 트였다. 19세기 사진술의 발명으로 대상의 재현이라는 오랜 의무에서 해방된 화가들은 화면 속에서 자신만의 숨 쉴 공간을 찾아냈다. 대상과 마주하며 느낀 주관적 감응을 중시한 인상파의 태동은 서양 미술사의 거대한 전환점이었다. 이 대전환의 여정에는 동서양의 뜻밖의 문화적 조우도 있었다. 19세기 중반 유럽으로 흘러든 일본 목판화 '우키요에(浮世繪)'는 원래 도자기가 깨지지 않도록 상자 안에 구겨 넣었던 충격 흡수용 종이였다. 머나먼 이국땅의 화가들은 이 하찮은 포장지에 새겨진 파격적인 여백과 간결한 선, 대담한 구도에 큰 충격을 받았다. 당시 유럽을 강타한 일본 문화 열풍을 미술사에서는 '자포니즘(Japonism)'이라 부른다. 빈센트 반 고흐 역시 이 매혹 속에서 갈대 펜으로 풍경화 '생트 마리 해변의 어선들'을 그렸다. 물결을 따라 요동치는 선과 여백은 동양 수묵화의 오랜 정신과 깊이 공명한다. 이처럼 인간의 보편적 감각인 점과 선은 시공간을 초월해 서로 맞닿아 있었다. 과거 서구가 동양 미학을 흡수한 '자포니즘'의 시대였다면, 이제는 세계가 K-문화에 열광하고 있다. 그러나 이 도약의 이면을 냉정히 짚을 필요가 있다. 식민과 급격한 서구화를 거치며 우리의 내면이 기묘하게 분열돼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박물관 속 '순수한 한국성'이라는 박제에 갇혀 있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빌보드 순위나 할리우드의 찬사 같은 서구의 평가에 과도하게 연연한다. 이처럼 타자의 시선에만 매달리는 태도는 우리의 독창적인 시야를 스스로 가두는 결과를 낳는다. 우리 문화와 미학은 본래 흐르고 섞이는 물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 물은 어떤 그릇에 담기든 형태를 바꾸며 조화롭게 스며들면서도, 생명력의 본질을 잃지 않는다. 외부의 자극을 두려워하지 않고 받아들이면서도, 스스로 중심을 지켜내는 단단함이 진짜 한국성의 힘이다. 과거 도자기 포장지가 동양의 선을 전했듯, 이제는 디지털 플랫폼을 놀이터로 삼은 젊은 크리에이터들이 새로운 문화적 주역으로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우리의 주체적 중심을 단단히 세우고 더 과감하게 세계의 문법과 섞이며 선명하게 흐를 때, 우리 문화의 깊은 뜻은 비로소 세계 무대 위에 단단히 서게 될 것이다.

    2026-07-27 11:18:19

  • [사설] 정부가 구호만 외쳐서는 '생산적 금융' 정착 어렵다

    가계와 기업의 대출 부실이 동시에 악화하고 있다. 5대 은행의 2분기 말 가계대출 연체율은 0.33%로 2016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았다.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도 올해 5월 1.00%로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5대 은행의 고정이하여신(固定以下與信), 즉 3개월 이상 연체돼 부실채권으로 분류되는 대출은 1년 새 1조원 이상 늘어 7조4천억여원에 달했다. 부실은 더 커질 조짐이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5대 은행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는 최대 1.34%p(포인트) 상승해 7.5%를 넘어섰다. 여기에 내수 부진과 원자재 가격 상승에 시달리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상환 능력은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주가가 조정을 받으면 빚을 내 투자한 개인의 신용대출 부실도 커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부동산 등으로 쏠린 자금을 미래산업과 성장기업으로 돌리겠다며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고 나섰다. 금융기관에 담보와 보증보다 기업 성장성을 보고 대출하라고 주문한다. 그러나 5대 은행이 올해 6월까지 생산적 금융 차원에서 중소기업에 집행하거나 약정(約定)한 대출 42조6천억여원 중 78.5%가 담보·보증대출이었다. 신용·기타 대출은 21.5%에 그쳤다. 반면 대기업은 76.5%가 신용대출이었다. 은행만 탓할 수는 없다. 정부가 성장 가능성을 보고 대출할 것을 주문한다고 해서 부실 대출에 따른 손실까지 책임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생산적 금융이 정부 생색내기로 전락해선 안 된다. 담보 부족을 이유로 성장기업이 자금난에 허덕이지 않도록 기술력, 사업성, 현금 흐름을 평가하는 금융 역량을 키우는 동시에 발생 가능한 손실의 분담 주체와 기준도 명확히 제시해야 성공할 수 있다. 연체율이 오르고 부실채권이 늘어나는데 신용대출 확대를 무작정 다그칠 수 없다. 정부가 진정 생산적 금융을 원한다면 대출 목표액부터 제시할 게 아니라 위험을 평가하고 분담(分擔)할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은행에 미래를 보라고 요구하려면 정부부터 미래 투자 위험을 어떻게 진단하고 대처할지 답해야 한다.

    2026-07-27 05:00:00

  • [사설] 선관위 직원 메신저·이메일 수색 영장 기각한 법원, 왜 이러나

    선관위의 '투표율 전산 조작' 의혹과 관련, 법원이 검경 합동수사본부에서 청구한 압수수색 대상 중에서 핵심인 메신저와 이메일에 대한 영장을 기각(棄却)한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후폭풍이 확산하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메신저와 이메일은) 선관위 직원들의 공모와 조작 범위를 밝힐 가장 중요한 증거"라면서 "합수본 수사로는 안 된다, 법원조차 믿기 어렵다는 사실이 다시 확인된 것이다. 국민 특검(特檢)만이 진상을 규명할 수 있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선관위 투표율 전산 조작은 합수본이 직원들의 메신저를 살펴보던 중에 확인됐다. 경기선관위 직원이 관내 투표소의 투표자 수를 잘못 입력한 사실을 내부 메신저로 중앙선관위 직원에게 알리자 "충청지역 등에서도 이런 방식으로 (허위) 입력했다"고 답한 내용이 포착(捕捉)되었다는 것이다. 당초 알려진 경기지역 2곳에 이어, 충청지역에서도 투표율 조작이 이뤄졌고, 또 다른 지역에서도 같은 사례가 있을 가능성을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런데 법원에서 메신저와 이메일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함으로써 수사에 큰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영장 청구에 문제가 있었는지, 아니면 법원이 자체 판단에 따라 영장을 기각했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확실한 것은 투표율 조작이 가능하다면, 다른 전산 조작 또한 가능하고, 이것이 부정선거(不正選擧)의 실체를 밝혀줄 단서(端緖)가 될 수 있는데도 법원이 제동을 건 모양새가 됐다는 점이다. 그동안 부정선거 논란과 관련, 선관위와 사법부(법원)는 '한 몸'이라는 비판이 높았다. 중앙선관위와 16개 시·도 선관위, 255개 구·시·군 선관위 위원장을 대법관·지방법원장·부장판사가 관례적으로 맡고 있기 때문이다. 비상근 위원장을 맡은 법관(法官)들의 역할은 '거수기'에 불과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거수기들이 선관위 무법천지(無法天地)의 방패막이 노릇을 한 셈이다. 선관위의 부정은 더이상 감출 수 없다. 이제 사법부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2026-07-27 05:00:00

  • [사설] TK신공항 사업 대구시·경북도 공동 추진도 엇박자, 이럴 일인가

    대구경북신공항 사업이 수년 동안 재원(財源)의 벽에 막혀 헛돌고 있다. 지난해 1월 군 공항 이전 사업계획이 승인되며 속도를 내는 듯했지만 사업비를 지자체 스스로 마련해야 하는 '기부 대 양여' 구조 앞에서 멈춰 섰다. 종전 부지 개발이익으로 비용을 회수한다는 계획이었으나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이 방식으로는 사실상 재원 마련이 힘들어져서다. 이에 대구시는 사업비를 저리로 빌리고 이자만 국비로 지원해 달라며 공공자금관리기금 융자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는 광주의 사례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광주 군 공항 이전 사업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800조원 규모 투자 발표를 계기로 재원 조달 실마리를 단숨에 찾았다. 비슷하게 진행돼 온 군 공항 이전 사업을 놓고 한쪽은 국가적 관심 속에 탄력을 받고 다른 한쪽은 정부의 미온적 태도 속에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구와 경북마저 해법(解法)을 두고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어 사업 추진 동력 약화 우려가 나온다. 경북도는 도지사를 군 공항 이전 사업의 공동 시행자로 참여시키고 재원을 함께 조달하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정부 지원만 기다리다간 사업 자체가 자칫 무산될 수도 있는 만큼 특별법 개정을 통해 경북도도 공동 사업자로 넣어 토지보상비 등 지방 재정을 선투입해 물꼬를 터야 한다는 논리다. 반면 대구시는 국가 안보 사업인 군 공항 이전을 국가 주도 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체 사업비의 2% 수준에 불과한 토지보상비를 지자체가 부담하게 되면 나머지 사업비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두 접근 모두 그 나름의 일리(一理)는 있다. 그러나 대구와 경북이 엇박자를 내면 정부 외면으로 가뜩이나 힘든 사업이 더욱 표류하게 된다. 정부 입장에서도 지역의 갈라진 목소리보다 더 좋은 사업 보류 명분도 없다. 집안 갈등이 노출되면 사업은 보나 마나다. 각각의 딴소리가 외부로 먼저 나와선 안 된다. 박탈감·상실감에 힘들어하는 시도민을 더욱 불안하게 할 뿐이다. 당장 만나 조율부터 하라.

    2026-07-27 05:00:00

  • [관풍루] 더불어민주당 '보완수사권 폐지' 당론 확정, 정성호 법무부 장관 사퇴 표명에 이어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도 사퇴 저울질

    ○…더불어민주당 '보완수사권 폐지' 당론 확정, 정성호 법무부 장관 사퇴 표명에 이어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도 사퇴 저울질. 검찰청 폐지 등 형사사법 체계 개편 앞두고 수뇌부 공백 우려, 반발인가 회피인가? ○… '장윤기 사건'으로 심판대에 오른 향찰(鄕察), 경감·경위 중 한 경찰서 10년 이상 근무자 1만7천 명. 향찰은 치안 안정에 도움이 되나 유착 문제로 말썽, '양날의 검'은 잘 다루는 게 상책. ○…대구와 경산, 경주, 포항 등 곳곳에 폭염중대경보, 극한 더위의 연속. 폭염 중심지가 '대프리카'를 넘어 경북 전역으로 확산되는 양상, TK가 행정 통합은 안 되고 '폭염 통합'이라니.

    2026-07-27 05:00:00

  • [날씨] 7월 27일(월)

    [날씨] 7월 27일(월) "대체로 맑음"

    2026-07-26 18:43:22

  • [기고] 조직보다 중요한 것은 문화정책의 지속성이다

    [기고] 조직보다 중요한 것은 문화정책의 지속성이다

    최근 대구시는 문화예술 분야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의 조직을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문화예술본부·문화예술회관·박물관을 묶은 가칭 '대구문화재단'을 신설하고, 오페라하우스와 콘서트하우스를 통합한 '대구공연재단'을 설립하며, 관광 분야는 '관광재단'으로 독립시키고 대구미술관도 별도 운영체계를 갖추는 방향이다. 문화예술 지원과 공연장 운영, 관광, 미술관 기능을 각각 전문기관으로 재편하겠다는 구상이다. 조직은 시대와 환경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새롭게 정비될 수 있다. 이번 개편 역시 문화예술 지원과 공연장 운영의 전문성을 높이고 기관별 역할을 명확히 하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기관의 수나 명칭이 아니다. 조직 개편이 지역 예술인의 창작환경을 개선하고 시민의 문화향유를 확대하며 대구 문화예술의 경쟁력을 높이는 성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성공한 개편이라 할 수 있다. 문화행정은 조직만 바꾼다고 성과가 만들어지는 분야가 아니다. 정책의 연속성과 현장에 대한 이해, 사람에 대한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잦은 조직의 통합과 분리는 직원들에게 혼란을 주고 예술인들에게도 지원정책의 지속성에 대한 불안을 안길 수 있다. 행정조직은 달라질 수 있어도 문화예술 정책의 철학과 현장 지원체계는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해외 문화 선진도시들은 조직개편보다 정책의 지속성과 전문성을 더욱 중시한다. 영국 예술위원회(Arts Council England)는 장기간 일관된 지원체계를 유지하며 지역 예술생태계를 성장시켜 왔고, 독일 베를린과 미국 뉴욕 역시 기관별 자율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협력체계를 이어오고 있다. 이는 전문성이 조직의 형태보다 일관된 정책과 현장에 대한 신뢰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조직개편 이후 더 중요한 과제는 기관 간 협력체계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는 일이다. 지원과 공연, 전시와 관광이 각자의 전문성을 살리면서도 시민과 예술인에게는 하나의 문화행정으로 체감될 수 있도록 정책과 사업을 유기적으로 연결해야 한다. 분리된 조직이 서로 경쟁하는 구조가 아니라 협력하며 시너지를 창출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이번 개편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대구는 국제오페라축제와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을 비롯해 수준 높은 공연장과 미술관, 풍부한 문화자산을 갖춘 도시다. 앞으로 대구시는 국립뮤지컬콤플렉스와 국립근대미술관 유치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각 기관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공동의 목표 아래 협력하는 문화행정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기관 간 칸막이가 새롭게 생기거나 협업이 약화된다면 이번 분리의 취지는 오히려 퇴색할 수 있다. 무엇보다 조직개편 과정에서는 현장을 지켜온 직원들의 경험과 전문성이 존중받아야 한다. 문화예술의 경쟁력은 제도가 아니라 사람들의 경험과 열정에서 비롯된다. 새로운 기관 출범과 함께 전문성과 경험을 공정하게 평가하는 인사 원칙을 마련하고, 구성원들이 안정적으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조직의 변화는 제도와 명칭을 바꾸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조직 구성원과 지역 예술인의 활동, 그리고 시민이 누리는 문화환경까지 바꾸는 일이다. 이번 개편이 또 하나의 조직개편으로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축적된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문화행정의 새로운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문화도시의 미래는 조직의 형태가 아니라, 문화예술 현장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정책을 꾸준히 이어가며 예술이 시민의 삶을 밝히고 도시의 품격을 높여가는 데 달려 있다.

    2026-07-26 12:07:25

  • [매일춘추-조대흠] 비긴 어게인

    [매일춘추-조대흠] 비긴 어게인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이 해외 4K 재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영화 '라라랜드'가 10주년을 맞아 재개봉을 앞두고 있고, 영화 '오싹한 연애'가 박은빈 배우 주연의 드라마로 방영을 시작했다. 한때 카라가 불렀던 '프리티 걸'은 리센느의 목소리로 다시 사랑받고 있다. 요즘 문화계에서는 리메이크와 재해석이 하나의 흐름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과거를 다시 꺼내 드는 걸까. 새로운 이야기가 부족해서일까, 아니면 좋은 이야기는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새로운 의미를 품을 수 있기 때문일까. 리메이크는 종종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낼 힘이 부족해 성공한 작품에 기댄다는 평가를 받곤 한다. 이미 검증된 이야기는 조금 더 안전한 선택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오늘날의 리메이크 열풍을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 리메이크는 단순히 재탕이 아니다. 시대가 바뀌면 기술도 달라지고, 표현 방식도 달라지며 작품을 받아들이는 감수성도 달라진다.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더라도 오늘의 언어와 감각으로 다시 풀어낼 필요가 생긴다. 리메이크는 과거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통해 현재를 새롭게 보여주는 작업이다. 그래서 좋은 작품은 오래 살아남는다. 시대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얼굴을 얻고, 새로운 세대와 만나 또 다른 의미를 만들어 낸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이 수백 년 동안 연극과 영화, 뮤지컬로 끊임없이 재탄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원작의 힘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시대를 만나며 다시 생명력을 얻는다. 솔직히 말하면 나 역시 재해석을 시도한다. 실제로 나는 셰익스피어의 '오셀로' 속 인물들을 현대로 데려와 추리극을 쓰기도 했고, '한여름 밤의 꿈'을 모티브 삼아 현대 청년의 이야기로 풀어낸 적도 있다. 이렇게 글을 쓰는 사람에게 리메이크는 늘 고민되는 작업이다. 늘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싶지만,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지금의 감각으로 다시 쓰는 일이 오히려 더 어려울 때가 있다. 원작을 존중하면서도 이전과는 다른 해석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원작의 팬에게는 실망을 주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관객에게는 신선해야 한다. 리메이크가 어려운 이유는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은 리메이크는 원작을 얼마나 닮았느냐보다 왜 지금 다시 만들어야 하는지를 먼저 묻는다. 지금 이 시대의 관객에게 어떤 이야기를 건네고 싶은지, 원작이 품고 있던 질문을 오늘의 언어로 어떻게 다시 들려줄 것인지가 중요하다. 결국 리메이크는 과거를 복제하는 일이 아니라 현재와 대화하는 일이다. 언젠가 내가 쓴 글도 누군가의 손에서 다시 해석될 기회를 얻는다면 그때는 기꺼이 원작을 내어줄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은 내 이야기가 시대를 건너 또 다른 사람과 대화할 만큼 좋은 이야기였다는 증거일 테니까.

    2026-07-26 08:18:28

  • [교육칼럼]첫 단추 어긋나면 자퇴서…내신 개편에 벼랑 끝 몰린 대구 고1 공교육의 그늘

    [교육칼럼]첫 단추 어긋나면 자퇴서…내신 개편에 벼랑 끝 몰린 대구 고1 공교육의 그늘

    새 학기가 시작된 지 불과 몇 달 만에 대구 지역 일선 고등학교 1학년 몇몇 교실은 힘든 심리적 갈등 상태에 빠져들었다. 과거 교육부가 대입 부담을 완화하겠다며 도입한 5등급제 개편안이 오히려 첫 시험의 영향력을 절대적으로 키우면서, 단 한 번의 내신 실수로도 의학계열이나 서울 주요 대학 진학이 무산될 수 있다는 공포가 상위권 학생들을 학교 밖으로 내몰고 있기 때문이다. 종전 9등급 체제에서는 상위 4%의 벽이 높더라도 남은 학기 동안 역전을 노릴 수 있는 구조적 여지가 있었으나, 상위 10%까지 통통하게 묶인 개편 5등급제 아래서는 첫 단추를 잘못 꿰어 2등급, 즉 상위 34% 영역으로 밀려나는 순간 학생부종합전형을 통한 수도권 상위 대학 진학은 통계학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워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로 인해 교육 특구로 불리는 수성구와 달서구 일대 명문 고교를 중심으로 첫 중간고사 직후 학업을 중단하고 수능 정시로 직행하려는 이른바 전략적 탈교실 조짐도 보이고 있다. 수치로 나타나는 대구·경북의 학업 중단 통계는 공교육의 기능 상실을 적나라하게 방증한다. 지난해 전국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자퇴를 선택한 1만8천661명의 학생 중 무려 56.0%에 달하는 1만450명이 고교 생활의 첫해인 1학년 시기에 학교를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 지역의 경우 고1 학업 중단자 수가 전년도 334명에서 지난해 305명으로 약 8.7% 소폭 감소세를 보이며 표면적으로는 안정화된 듯 보이나, 이는 학교를 나가는 행렬이 줄었다기보다는 교내에 잔류하며 끝까지 기회를 엿보는 수성구 중심 학군지의 이른바 내실형 버티기 현상이 가미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반면 대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입시 인프라와 보완책이 부족한 경북 지역은 고1 학업 중단자가 451명에서 499명으로 10.6% 급증하는 등, 대구와 경북 간의 교육 양극화 속에서 학생들이 각자도생의 생존 공식을 찾아 뿔뿔이 흩어지는 힘든 현실이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실제 동성로와 반월당 주변 검정고시 학원에서 만난 학생들의 고충은 단순한 학업 기피가 아니라 고도로 계산된 입시 이탈에 가까웠다. 대구 달서구 소재 모 고등학교 1학년을 다니다 최근 자퇴를 감행한 A양은 첫 번째 학업 성적표에서 목표했던 1등급 진입에 실패하자 일찌감치 검정고시 이후 수능 올인 체제로 노선을 전환했다. A양은 수시 전형에서 내신 2등급을 받는 순간 지역 의치한약수 등급이나 서울 상위 10개 대학의 서류 평가에서 경쟁력을 완전히 상실한다는 압박감이 교실을 지배하고 있다며, 학교에서 무의미하게 수행평가와 내신 감점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낭비할 시간을 차라리 하루 14시간씩 수능 기출문제 풀이에 집중하는 독학재수 형태로 쓰는 것이 대입 성공 확률을 끌어올리는 유일한 돌파구라고 털어놓았다. 이러한 조기 이탈 경향은 단순한 개인의 탈선을 넘어 부모의 막강한 자본력을 등에 업은 정교한 입시 다이어트 형태로 고착화되고 있어 깊은 우려를 낳는다. 수성구에 위치한 유명 고등학교에 자녀를 보냈던 학부모 B씨는 주변에 경제적 여유가 있는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자녀가 첫 내신에서 상위 10%의 벽을 넘지 못하면 지체 없이 월 150만 원에서 200만 원 선에 달하는 대형 독학재수학원이나 시내 유명 단과 학원부터 확인하는 것이 공식처럼 굳어졌다고 말했다. 더구나 최근 대구 수성구 지역에는 서울의 유명 프랜차이저 학원을 모기업으로 한 독학관리학원들이 우후죽순 비집고 들어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B씨는 "이제 고등학교라는 공간이 전인적 교육과 유대감을 배우는 공동체가 아니라, 투자 대비 내신 등급이라는 가성비가 나오지 않으면 언제든 위약금을 물고 해지해 버리는 프리미엄 인터넷 강의 패스 상품처럼 취급받는 현실이 씁쓸하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청소년기의 인격 형성을 담당해야 할 고1 교실이 단 한 번의 낙오도 용납하지 않는 냉혹한 전장으로 변질되면서, 경제적 상류층의 대입 우회 전략을 위한 검정고시 제도의 왜곡과 공교육의 급격한 공동화를 막을 정부 차원의 정밀한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윤경민 크라스에듀 대표

    2026-07-24 14:43:55

  • [사설] 선관위 전산 조작, 이제 수사는 '부실' 아닌 '부정' 선거에 초점 맞춰야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23일 투표율 조작 혐의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송파구·강남구·서초구 선관위 등을 압수수색했다. 선관위 직원들이 투표자 수 오입력 실수를 은폐(隱蔽)하기 위해 선거전산망의 투표율 통계 수치를 임의로 수정·조작한 정황이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숫자 맞추기' 범행(犯行)을 모의한 메신저 대화 내용도 확보됐다. 선관위는 항상 "선거 전산망의 조작은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이번 압수수색으로 인해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다. 전산 조작 및 해킹 가능성 등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국민들을 향해 음모론(陰謀論)이라고 비난하며, '선관위 비판 시 징역 10년'이라는 입틀막법을 강행 추진하려 했던 더불어민주당 역시 머쓱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에 처했다. 국민에게 거짓말하는 못 믿을 선관위의 비호 세력(庇護勢力)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투표율을 허위 입력했다면 부실 선거인가, 부정 선거인가"라고 되묻고, 이달 말 끝나는 국정조사를 연장하고, 특별검사법 수사 대상에 선관위 서버를 비롯한 모든 관련 의혹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또 부정선거론(不正選擧論)에 대해 "음모론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국민들께 수사(搜査)로써 낱낱이 밝혀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했다. 그동안 선관위와 민주당, 일부 야당 의원들까지 '참정권(參政權) 수호 투쟁'에 대해 부실(不實) 선거라는 입장에서 접근했지만, '투표율 조작 압수수색'으로 인해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투표율 조작 자체가 부정 선거일 뿐만 아니라, 이것이 가능한 조직이라면 득표율 조작, 통계에 맞춘 실물 투표지 조작 등도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신뢰를 완전히 잃어버린 선관위를 믿을 국민은 거의 없다. 또 이들을 철저히 비호하던 민주당에 대해서도 '혹시나' 하는 의구심은 커질 수밖에 없다. 유일한 해법은 민주당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난 특검을 통해 선관위 관련 모든 의혹(疑惑)을 철저히 해소(解消)하는 것뿐이다.

    2026-07-24 05:00:00

  • [사설] 미·사우디 원전 협정, 우리가 잘 활용해야 할 전략적 기회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와 22일(현지 시간) 민간 원자력 협정(일명 '123 협정') 및 양자 안전보장 조치 협정에 최종 서명했다. 미 에너지부는 이번 협정이 미국 기업의 원전 프로그램 참여, 고임금 일자리 창출, 글로벌 비확산 기준 보강 등의 계기가 될 것이라 밝혔다. 향후 미 의회의 승인 절차가 남아 있으나, 이는 단순한 양자 간 에너지 거래를 넘어 중동의 지정학적 지형과 글로벌 원전 시장의 판도를 흔드는 중대한 분기점(分岐點)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상대국의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금기시해 온 미국의 이른바 '골드 스탠더드' 원칙이 자국 우선주의와 중동 내 중국·러시아 견제라는 현실주의적 안보 이해관계에 밀려 흔들리는 단면이다. 이번 협정은 한국 외교에 매우 엄중하고도 명확한 시사점을 던진다. 미국은 원전 1기조차 없는 사우디에 원전 연료 생산을 명분으로 우라늄 농축의 길을 열어줬다. 반면 한국은 원전 26기를 가동하며 수십 년간 국제원자력기구(IAEA) 규정을 철저히 준수한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모범국이자 기술 보유국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경주 한미 정상회담 후 발표된 공동 설명 자료(팩트 시트)에는 '미국은 한국의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처리 절차를 지지한다'는 명문 규정이 담겼지만, 실적적인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후속 협의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다. 20% 미만 저농축 우라늄 자급은 물론, 핵추진잠수함 운용과 사용후핵연료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재처리 권한 확보를 위해서는 한미 원자력협정의 조속한 개정이 필수적이다. 세계 원전 시장의 주도권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이번 협정은 한국에 실리적 원전 수출 확대와 외교적 지평(地平) 확장을 동시에 요구하고 있다. 우라늄 저농축 권한 확보 및 사용후핵연료 관리 기술의 상용화를 위한 한미 간 협업 틀을 적극적으로 재정비하는 한편, 해외 원전 시장 진출 시 단순 시공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2026-07-24 05:00:00

  • [사설] 규제에 집중된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 인식, 현실 외면 아닌가

    이재명 대통령이 여의도 KBS 별관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대토론회에서 '보유세 대폭 강화'를 시사(示唆)했다. 재건축·재개발에 대해서는 '주택 공급 효과가 크지 않을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서울 성북구 길음동의 전용면적 84㎡ 아파트가 20억원에 거래됐다. 강북에서도 30평대 아파트 20억원 시대가 열린 것이다. 아파트값이 이처럼 오르는 가장 큰 이유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재명 대통령은 공급 확대보다는 규제(강력한 대출 규제에 이어 보유세 강화 등)에 방점(傍點)을 찍었다. 노무현 정부는 주택 수요 억제(抑制) 대책을 연이어 발표했다. 종합부동산세 도입 및 재산세 인상, 양도소득세 중과(다주택자 대상), LTV(담보인정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 등 대출 규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 그러나 결과는 매물 잠김과 집값 폭등이었다. 문재인 정부 역시 다주택자 및 고가 주택자 종부세율 대폭 인상, 양도세 중과세율 상향, 취득세율 인상 등으로 집값 상승이 수도권 전역 및 지방 대도시로 확산됐고, 임대차 3법 도입 여파로 전셋값 폭등·월세화 가속 등 실수요자의 주거 부담이 크게 가중됐다. 이재명 정부 또한 집값 상승을 막겠다고 대출을 강하게 규제하지만 시장에서는 실수요자의 주거 사다리를 걷어찬다는 우려가 많다. 모두 규제의 역풍(逆風)이다. 그래 놓고 이재명 대통령은 본인 소유 아파트를 매각하면서 잔금을 마련하지 못한 매수자에게 사실상 '개인 대출'을 해주는 편법으로 규제를 피해 갔다. 이를 두고 국민들 사이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한 수 배웠다'는 말까지 나온다. 서울 및 지방 대도시의 도심은 재개발이 아니고는 신규 택지(宅地)를 확보하기 어렵다. 노후 빌라 또는 저층 주거지를 재개발하면 신규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는 만큼 재개발을 부정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 하물며 대통령이 재개발 효과가 낮을 것이라고 밝힘으로써 도심 내 신축 아파트 공급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해석돼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2026-07-24 05:00:00

  • [관풍루] 경북 경산의 한 아파트 관리실에서 입주민 방화로 8명 다쳤다는데…

    ○…더불어민주당, 이번 주 내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한다는 방침. 국민과 야당의 반대, 대통령 의중과 당내 우려 목소리까지 깡그리 무시한 입법 독주, 국민이 두렵지 않나. ○…정부가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 추진 전략'을 발표, 지방 국립대병원도 수도권의 '빅5' 수준으로 키우겠다고. '어떻게'와 '재원 확보 방안'은 없네, 실효성은 물음표. ○…경북 경산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입주민 방화로 8명 다쳤다는데. 사건 현장은 관리규약 등을 논의하기 위해 관리사무소 관계자와 입주민들이 모인 자리, 입주민 갈등이 부른 참사.

    2026-07-24 05:00:00

  • [날씨] 7월 24일(금)

    [날씨] 7월 24일(금) "곳에 따라 한때 소나기"

    2026-07-23 19:23:40

  • [기고-장성대] 사룟값 폭등, 농협 사업구조 바꿔야

    [기고-장성대] 사룟값 폭등, 농협 사업구조 바꿔야

    지난 6월 11일 농협사료는 전 축종 사료 가격을 ㎏당 39원(약 7.9%) 인상했다. 포대당으로 환산하면 975원, 약 1천원이다. 얼핏 보면 큰돈이 아닌 듯하지만 축산농가에는 결코 가벼운 금액이 아니다. 한우 비육우 한 마리가 출하될 때까지 소비하는 사료는 약 200포에 이른다. 이번 인상으로 마리당 사료비는 약 20만원이 늘어난다. 100마리를 출하하는 농가는 2천만원, 200마리를 사육하는 농가는 4천만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포대당 1천원은 농가 경영에서는 수천만원의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문제는 지금의 한우농가가 그 부담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는 데 있다. 통계청의 '2025년 축산물생산비조사'에 따르면 비육우는 마리당 99만9천원, 번식우는 86만1천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두 축종 모두 4년 연속 적자다. 이런 상황에서 농협사료 가격 인상은 단순한 원가 조정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농가들이 분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국제 곡물가격과 환율, 해상운임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커진 만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농민들은 묻는다. 어려울 때 농민의 부담을 함께 나누기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 바로 농협이 아니냐는 것이다. 농협은 일반 기업이 아니다. 협동조합으로서 농업인의 권익 보호와 농업 발전을 존재 이유로 삼는다. 그렇기에 농민들은 위기일수록 농협이 시장 논리보다 협동조합 정신을 앞세워 완충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더욱이 농협사료는 국내 비육우 사료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는 사실상의 기준 가격 역할을 한다. 농협사료의 가격 인상은 민간업체의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농협의 책임이 무겁다. 농가들의 허탈감은 또 다른 현실에서 비롯된다. 한우농가는 농협사료를 구매하고 공판장을 이용하며 농협 축산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고객이다. 그런데 정작 가장 어려운 시기에 돌아온 것은 부담 완화가 아니라 가격 인상이었다. 결국 문제는 구조다. 현재의 농협 체계에서는 경제사업에서 발생한 수익이 농가 지원보다 지주사 운영과 조직 유지에 더 많이 쓰인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농민들은 자신들이 만든 수익이 정작 자신들에게 돌아오지 못한다고 느낀다. 이 같은 구조는 2012년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한 이른바 '신경분리' 이후 더욱 고착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농협금융이 큰 수익을 내더라도 그 성과가 농자재 가격 안정이나 농가 지원으로 직접 연결되기 어려운 구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농협 개혁의 방향도 달라져야 한다. 중앙회장 선출 방식이나 감사제도 같은 권력 구조보다 농민들이 체감하는 개혁이 우선돼야 한다. 조직을 슬림화하고 중복 기능을 줄여 절감한 비용을 사료와 비료 등 농자재 가격 안정에 투입하는 것이 협동조합다운 개혁이다. 장기적으로는 금융 부문의 성과가 농업인 지원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 개선도 검토해야 한다. 농협의 존재 이유는 농민의 권익을 지키고 우리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포대당 1천원의 사룟값 인상은 누군가에게는 작은 숫자일지 모르지만 한우농가에는 생존을 좌우하는 무게다. 지금 필요한 것은 권력을 둘러싼 논쟁이 아니라 농민의 삶을 지키는 실질적인 개혁이다. 그것이 농협이 존재하는 이유이며, 지금 가장 먼저 실천해야 할 책무다.

    2026-07-23 17:36:43

  • [날씨] 7월 23일(목)

    [날씨] 7월 23일(목) "대체로 맑음"

    2026-07-23 16:47:30

  • [백정우의 읽거나 읽히거나] 거칠고 투박한 삶이 토해내는 힘

    [백정우의 읽거나 읽히거나] 거칠고 투박한 삶이 토해내는 힘

    여느 때처럼 온라인서점을 유랑하던 밤이었다. 선 굵은 캐리커처가 박힌 노란색 표지가 눈에 띄었고, 책날개엔 작가 사진이 있었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모옌. 머리숱 적고 각진 얼굴형에 지긋하게 감은 눈을 포착한 모습. 캐리커처는 이렇게 그리는 거야, 라고 말하는 듯한 그림에 웃음이 빵 터졌다. 내 경험상 이런 책은 최소한 돈값은 한다. 바로 주문 버튼을 눌렀다. 산문집 '강풍에도 쓰러지지 않는다'이다. "할아버지는 휘몰아치는 바람 앞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비록 수레에 실은 풀은 절반이나 날아갔지만 수레는 제자리에 있었고 우리도 둑에 박힌 못처럼 버텼다.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지만 뒤로 물러서지도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우리가 승리했다고 생각한다."(18쪽) 모옌을 생각할 때 반대편에서 떠오르는 이름은 위화다. 산둥성 가오미의 가난한 농촌에서 태어난 모옌과 저장성 항저우에서 의사의 아들로 태어난 위화는 어떻게 말해도 대척에 선 인물이다. 그런 두 사람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사건은 '문화대혁명'일 터. 모옌은 문화대혁명 광풍 속에서 학교를 그만두고 농사짓고 공장에서 일했으며, 위화는 문화혁명의 혼란과 폭력과 무고와 폭로의 시대상을 문학적 자양분으로 삼는다. 흥미로운 사실 하나. 모옌의 『홍가오량 가족』은 장예모 연출로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하며, 위화의 『인생』 역시 장예모와 손잡고 칸 영화제 그랑프리와 남우주연상의 주인공이 된다. 모옌과 위화는 장예모의 영화 덕에 유명작가로 급부상하지만, 그의 영화 세계는 '인생'을 기점으로 하락하더니 문화 권력을 쥔 후 중화주의 선봉에 선다. 자전적 성격이 완연한 '강풍에도 쓰러지지 않는다'에서도 유독 강하게 신념을 드러내는 '소란과 진실' 꼭지는 지금의 한국 사회와 맞닿아 있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어째서 자신의 이해관계나 가족과 상관없는 일에는 정의롭고 강직하고 청렴한 사람인 양 굴다가, 막상 자기 일, 특히 내 자식의 문제가 되면 태도가 돌변해 순식간에 원칙이 사라지는 걸까?" (214쪽) 중국 현대문학의 대모 셰빙신의 일화를 다룬 대목. 빙신의 남편이 병원에 입원했을 때, 병원장이 불러 가보니 남편 머리에서 발끝까지 흰 천이 덮여 있어 남편이 죽었다고 생각했고, 말없이 발길 돌린 그녀가 집으로 돌아가 국수 한 그릇을 삶아 먹은 일에 대해 모옌은 이렇게 말한다. "시부모와 아이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장례를 치러야 하고, 슬픔에 잠긴 노부모를 위로하며 아이들을 키워야 하니 자신이 무너져서는 안 되었다." (중략) "예술적 관점에서 보면 비정상적이고 정서에도 어긋난다. 그러나 현실에서 보면 이치에 맞는 디테일이다. 우리 작가들에게 필요한 자질이 바로 이것이다." 나는 이 지점에서 무릎을 쳤다. 작가라 불리는데 익숙했던 그가 어느 프로그램에 초대되어 '독자'라는 호칭으로 불렸을 때, 우리의 글쓰기는 언제나 독서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라며 스스로 납득한 이야기도 무척 의미 있다. 고백하자면 내가 읽은 모옌의 책이라고는 '홍가오량 가족'이 전부다. '강풍에도 쓰러지지 않는다'를 읽고서야 선명해진 사실. 왜 모옌은 '홍가오량 가족'을 썼는지, 장예모는 왜 데뷔작으로 그 책을 선택했는지, 이제는 알 것 같다.

    2026-07-23 11:47:23

  • [사설]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한다는 여당, 노란봉투법 전철 밟을 건가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삼성전자 노조의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교섭 요구에 대해 "이런 식으로 하면 끝이 없다"고 했다. 고용노동부 장관에겐 "노동법에 관한 일정한 기준을 제공하는 것도 정부의 역할"이라고 주문했다. 지난 3월 시행된 노란봉투법이 만들어 낸 혼란을 대통령이 뒤늦게 직접 수습하려고 나선 모양새다. 노란봉투법은 입법 단계에서부터 경영계 등의 반대가 컸다. 사용자 범위를 원청까지 넓히고 쟁의(爭議) 대상을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상 결정'까지 확장하면 기업의 투자·공장 신설 결정마저 노사 교섭의 볼모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여당은 밀어붙였고, 결과는 우려한 대로였다. 삼성전자 노조는 호남 반도체 투자를 내년 교섭 의제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노란봉투법이 시행 넉 달 만에 노조의 카드가 돼 정부의 핵심 사업을 정확히 겨냥한 셈이다. 민주당은 검찰의 직접수사권에 이어 보완수사권까지 완전히 없애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법사위에 상정(上程)하겠다는 방침이다. 한병도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22일 "'검사는 수사하지 않는다'는 것이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검찰개혁의 출발이자 완성"이라며 완전 폐지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이에 대한 각계의 우려는 심히 크다. 심지어 여권 내부에서도 나온다.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은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는 헌법에 위배된다"고 했고, 홍기원 의원은 "사회적 약자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면 성폭력·아동학대 피해자, 사회적 약자가 부실 수사의 사각지대에 놓여도 되돌리기 어려울 것임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일단 시행해 보고 문제가 생기면 그때 기준을 만들면 된다'는 식의 입법은 무책임하다. 노란봉투법의 부메랑을 겪고도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면, 이번엔 그 대가를 사회적 약자와 범죄 피해자들이 치르게 된다. 지금이라도 여당은 속도전을 멈추고 우려·보완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더 이상 사후 약방문은 안 된다.

    2026-07-23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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