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22 18:51:12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31>대구에서 피란 중 작고한 독립운동가 오세창
청계 정종여가 그린 '오세창 선생 초상'은 산수와 인물이 조화롭게 어울린 산수인물화 형식의 초상화다. 사당에 모시는 의례용 정식 초상화와 달리 인물의 개성을 살리며 자유롭게 표현한 이런 감상용 초상을 조선시대에는 소조(小照)라고 했다. 대부분 소품이다. '오세창 선생 초상'은 소조의 전통을 이은 작품이지만 세로 1m가 넘는 당당한 대폭이다. 상서로운 기운이 서린 웅장한 쌍송을 배경으로 괴석에 기대앉아 포즈를 취한 85세의 오세창(1864~1953)을 그렸다. 은근하게 올린 담채와 부드러운 먹색이라 맑고 산뜻한 분위기다. 오세창의 차림새가 고풍스럽다. 1948년인데 허리를 띠로 묶고 발목에 대님을 맨 바지저고리인 한복 차림에 버선을 신었고, 겉옷은 옷고름 대신 단추를 달아 개량한 두루마기를 입었다. 머리엔 동파관을 썼고 신발은 나막신이다. 중국 송나라 동파 소식이 창안했다고 하는 동파관은 오세창이 즐겨 썼던 모자다. 동파관을 쓰고 찍은 증명사진도 남아있다. 나막신은 여러 상징이 있지만 소식이 60의 나이에 멀고 먼 해남도로 유배됐을 때의 모습을 상상한 '동파 입극상(東坡笠屐像)'에 삿갓과 나막신 차림으로 그려졌다. 나막신을 신는다는 것은 시련과 고난을 감내하며 명예를 지킨다는 뜻이다. 앞쪽에 두 줄기 향이 꽂혀 있는 청동 향로와 손에서 방금 내려놓은 듯 책장이 펼쳐진 옛 책을 그려 넣은 것은 주인공이 고상한 독서인임을 알려준다. 소나무, 괴석, 향로, 서책 등과 어우러진 예스러우면서도 위엄이 넘치는 노대가 위창 오세창이다. 오세창이 기획하고 스스로 모델이 돼 탄생한 작품이다. 이런 유형의 근현대기 위인 초상화가 많이 그려졌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초상화의 전통도 소조의 전통도 잘 이어지지 못했다. 서울 한복판에 살며 시대와 정면으로 맞서 개화운동가인 언론인으로, 독립운동가로, 서예가이자 전각가인 예술가로, 한국미술사의 작품을 수집하고 보존한 수집가로, 우리나라의 화가, 서예가를 연구하며 정리한 미술사학자로 평생토록 분망했던 오세창이다. 오세창의 생전 모습은 그림과 사진이 여럿 남아 있지만 이 작품이 오세창의 풍모를 가장 잘 전해주는 것 같다. 6·25가 일어나자 오세창은 가족과 함께 대구로 피난했다. 피난지 대구에서 89세를 맞은 1952년 새해 첫날 여러 감회에 젖어 '문화보국(文化保國)' 네 글자를 썼다. 오세창 만년의 대표작이다. 일제의 유린과 수탈에서 겨우 벗어났는데 또다시 전란으로 피폐해진 조국을 문화로써 지켜가야 하리라는 소망을 담은 이 네 글자는 마치 자신의 평생을 요약한 듯하다. '문화보국'을 쓴 이듬해 4월 16일(음력 3월 3일) 중구 대봉동 31번지에서 90세로 작고했고 사회장으로 모셔졌다. 1962년 3월 1일 대한민국 건국공로훈장 복장(複章·대통령장)이 추서됐다. 대구의 미술사 연구자
2026-01-22 11:20:09
제목만 읽고 책은 안 사고 안 읽으면서 비싼 원두커피에 돈을 펑펑 쓰는 세태를 비판하려나 보다, 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초등학생도 흥미 갖지 않을 그런 얘기는 지루하고 식상할 테니까 말이다. 매년 한 차례, 해설이 있는 시네마콘서트를 기획해서 무대에 올린다. 혼자 동분서주 좌충우돌하면서 올해 11번째 공연까지 무사히 끝냈다. 이 공연에 관한 한 나의 자부심은 유료관객으로 전 좌석을 매진시켜버린다는 데 있다. 누구도 예외 없이, 심지어 데스크와 안내를 맡은 사람도 표를 사게 하는 악덕 기획자이지만(물론 노동의 정당한 대가는 지불한다.) 그래서 공연에 온 사람 모두가 내빈이고 VIP이다. 각종 지원사업으로 이뤄지는 전석 초대공연, 천원, 1만 원 공연이 허다한 세상에 4만 원짜리 표를 기꺼이 구매하다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가능하면 빈손으로 돌려보내지 않으려고 최대한 많은 선물을 준비하는 건, 이 때문이다. 예컨대 펜션과 게스트하우스 숙박권, 다이어리와 식사권, 책과 커피 등등. 일일이 후원과 지원을 부탁하고 더러는 직접 찾아가 요청하여 성사시킨 이 선물들은, 예매 관객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이자 그들이 누릴 권리라고 생각했다. 11년째 같은 형식을 반복하다 보니 흥미로운 점이 발견되었다. 책과 커피에 대한 가치 인식이다. 물론 나의 일방적 생각일 수도 있다는 점은 미리 밝혀둔다. 경제학에서는 가치를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로 나누고 교환가치는 희소성에 따라 가격이 매겨진다고 가르친다. 다만 아무리 값비싼 다이아몬드라도 사막에선 물보다 소용없기에 가치 기준이 환경에 따라 유동적이기도 하다. 에둘러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당신이라면 책 한 권과 커피 드립백 1박스 중 어느 것을 선택하겠는가? 사람마다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선물을 받은 이들의 미세한 반응을 오랫동안 지켜본 결과 커피를 선호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단순 계산으로만 보면 책은 평균 1만 8천 원 선이고 커피 드립백은 9천~1만 원 선이다. 책 읽는 걸 즐기지 않는 이도 있을 테고, 카페인을 멀리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쨌거나 책보다 커피였다. 책의 가치가 떨어진 탓일까, 책의 무게가 커피의 풍미를 이기기 힘든 시대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가히 독서클럽 전성시대다. SNS에는 책 전문 리뷰어가 하늘의 별처럼 많고, 그들의 계정은 온통 책으로 도배되어 있다. 장사가 되니 안 되니 칭얼대도 여전히 1인 출판사와 독립서점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실정이다. 반면에 책이 안 팔리고 책을 안 읽는다고 개탄하는 뉴스도 전가의 보도처럼 변함없다. 한때 책이 선물 목록 부동의 1위를 차지하던 시절도 있었다. 책을 받으면 기뻐했고, 귀하게 읽으면서 선물해 준 이를 기억했다. 모든 게 풍족하고 흔하고 가벼워진 시대, 이제 책은 사막에 놓인 다이아몬드가 된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사는 (사막 같은) 세상이 책보다 진한 카페인 한 모금을 더 절실히 필요로 하는 건 아닐까. 게다가 서평단을 비롯해 다양한 경로로 책이 무상 공급되는 시대가 만든 기이한 현상도 한몫했을 것이다. 공연을 끝낸 후 노 쇼로 인해 남은 선물을 집으로 들고 왔다. 책 두 권과 커피 한 박스. 책은 듬직하고 커피는 향기롭다. 나는 책의 무게도 커피의 가치도 모두 사랑한다.
2026-01-22 11:15:08
[베스트셀러] 1월 넷째 주(1월 16일~1월 22일)
◆이번주 베스트셀러(2026년 1월 16일~1월 22일 기준) 1. 진보를 위한 주식투자/ 이광수 2.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스즈키 유이 3. 요리를 한다는 것/ 최강록 4. 2026 큰별쌤 최태성의 별별한국사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심화(1,2,3급) 하/ 최태성 5. 박곰희 연금 부자 수업(10만 부 기념 스페셜 에디션)/ 박곰희 6. 최소한의 삼국지/ 최태성 7. 2026 큰별쌤 최태성의 별별한국사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심화(1,2,3급) 상/ 최태성 8. 2026 큰별쌤 최태성의 별별한국사 기출 500제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심화(1,2,3급)/ 최태성 9. ETS 토익 정기시험 기출문제집 1000 Vol. 5 RC/ ETS 10. 돈의 방정식/ 모건 하우절 〈예스24 제공〉
2026-01-22 11:14:13
[사설] 문제는 짚었지만 해법은 없는 대통령의 경제 상황 진단
이재명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함께 이루는 대전환, 모두 누리는 대도약'이라는 포부를 제시했지만, 불확실 위기에 놓인 시장을 안심시키기에는 부족했다. 환율과 부동산, 통상 리스크 등 현안에 대한 진단은 비교적 정확했으나, 이를 헤쳐 나가기 위한 구체적 경로(經路)는 나오지 않았다.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환율이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 근접한 상황에 대해 대통령은 "특별한 대책이 있으면 이미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 수단이 가동 중이라는 설명이지만 시장에서는 추가 대응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 환율이 1,480원 선에서 높은 변동성을 보이는 국면에서 외환 당국의 미세 조정만으로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부동산 정책도 진단과 처방 사이의 간극(間隙)이 컸다. 대통령은 평균적 노동자가 주택을 마련하는 데 월급을 꼬박 모아도 15년이 걸린다는 현실을 짚었지만, 투기 수요 억제를 위한 세제 정책에는 거리를 뒀다. 과열 국면을 조정할 장치를 배제한 채 중장기 공급 확대에만 무게가 실리면 시장 불안은 커질 수 있다. 코스피 상승을 주식 시장의 정상화로 규정했지만 코스피 4,900선 돌파는 일부 대형주가 주도했다는 점에서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대부분 종목은 오르지 않았으니 급락할 일도 없다"는 대통령의 말은 지수의 지속 상승 가능성에 대한 우려와는 거리가 있다. 반도체 통상 문제 역시 아쉽다. "미국이 관세를 올리면 미국 물가도 오른다"는 발언은 협상용 수사로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보호무역 강화 국면에서 반도체 산업의 충격을 완화할 복안이 필요한 상황과는 맞지 않는다. 정책의 성패는 방향이 아니라 집행에서 갈린다. 환율·부동산·주식·통상을 모두 관리하겠다는 선언은 있었지만, 어느 위험을 어떻게 통제하겠다는 구체적 해법은 보이지 않았다. 불확실성 진단에 멈출 것이 아니라, 이를 관리할 속도와 순서를 제시해야 한다. 정책의 밀도(密度)가 비워진 말은 신뢰를 얻지 못한다. 시장은 이런 공백을 가장 두려워한다.
2026-01-22 05:00:00
이재명 대통령은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핵(核)을 포기하겠습니까"라고 말했다. 또 하루 전 국무회의에선 "(최근 무인기 북한 침투는) 전쟁 개시 행위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대단히 공교롭게도 이날 국방부 장관 직속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미래전략 분과위에서 '드론작전사령부 폐지'를 권고(勸告)했다. 2023년 9월 창설된 드론사가 2년 4개월여 만에 해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북한이 결코 쉽게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건 기본적 판단력만 있어도 알 수 있다. 대통령이 이를 구태여 강조한 것은, 북한 핵을 인정하고 대북 제재를 해제 또는 완화해 대화하는 것이 실질적 평화를 가져오는 길이라는 자신의 생각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읽힌다. 평화를 명목으로 대한민국을 북한 핵의 인질(人質)로 그냥 넘겨주는 '더러운 평화'의 구축과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대한민국과 국민을 지키고 수호해야 할 최고 책임자로서의 깊은 고뇌와 책임감은 찾아보기 어렵다. 민간인이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것에 대해 '전쟁'을 언급하며 "북한에 총을 쏜 것과 똑같지 않느냐"고 발언(發言)한 것도 마찬가지이다.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것이 전쟁 행위라면, 북한이 2014년 이후 한국에 확인된 것만 10차례 무인기를 보낸 도발(挑發) 역시 전쟁 개시 행위이다. 북한의 계속되는 '전쟁 개시 행위'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국방 자문위의 '드론사 해체 권고'는 시대착오(時代錯誤)적이다. 2022년 2월 발발한 우크라아나 전쟁에서 AI(인공지능)를 탑재한 드론의 광범위한 공격력이 확인된 상황에서 드론사는 오히려 강화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해체 권고의 표면적 이유는 "각 군과의 기능 중복에 따른 비효율"이지만 12·3 비상계엄 관련 '적폐 청산' 일환으로 보인다. 북한은 러시아 파병으로 드론 작전을 비롯, 고도의 현대전 기술을 습득하고 자폭 드론을 대량 생산하고 있다. 안보와 국방을 정치 보복으로 훼손하는 자해행위(自害行爲)는 안 된다.
2026-01-22 05:00:00
[사설] '지방 주도 성장', 지방분권 없인 공염불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올해를 '대전환·대도약'의 해로 만들기 위한 5대 국정 운영 기조(基調)를 내놨다. 이 대통령은 "지방 주도 성장, 기회와 과실을 고루 나누는 모두의 성장, 안전에 기반한 지속 가능한 성장, 문화가 이끄는 매력적인 성장, 평화가 뒷받침하는 안정적 성장 등 다섯 가지 대전환의 길이 대한민국의 대도약을 이끌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국정 운영의 우선 순위를 재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방 주도 성장을 강조했다. 지방 주도 성장이 대전환의 핵심(核心) 과제라는 것이다. 특히 행정대통합은 지방 주도 성장의 실천 계획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추진 중인 대전·충남과 광주·전남의 광역 통합은 상징적 출발점이자 국가의 생존 전략"이라고 밝혔다. '수도권 집중'과 '저성장 고착(固着)'이란 한국 경제의 구조적 병폐를 직시했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현실 인식은 옳다. 문제는 실행을 위한 법과 제도의 뒷받침이다. 지방 주도 성장은 일시적인 시혜성(施惠性) 예산 배분으로 이룰 수 없다. 중앙의 권한이 지방으로 이양(移讓)돼야 가능하다. 지방정부와 민간이 함께 산업 전략을 짜고, 규제를 조정할 수 있어야 지방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중앙정부가 핵심 정책 결정권을 쥔 채 '지방 성장'을 얘기하는 것은 헛말에 불과하다. 지방을 살리겠다면서도 수도권 규제를 풀었던 모순(矛盾)이 되풀이돼서도 안 된다. 정부가 유도하는 광역 행정통합도 마찬가지다. 덩치만 키운다고 지방이 강해지는 게 아니다. 정부가 제시한 4년간 최대 20조원 지원, 공공기관 이전 우선 우대 등 통합 인센티브는 지방엔 가뭄에 단비다. 그러나 한시적인 지원으로는 지역 균형발전을 꾀할 수 없다. 지방분권(地方分權)이 필요하다. 국세·지방세 비율을 '7.5 대 2.5'에서 '6 대 4' 수준으로 조정하고, 국가 사무를 지방에 과감하게 넘겨줘야 한다. 중앙정부가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면, 대통령이 강조한 지방 주도 성장은 공염불(空念佛)이다.
2026-01-22 05:00:00
[관풍루] 경실련, 민주당의 공천 헌금 의혹은 코앞으로 다가온 6·3 지방선거 공천 역시 '헌금 공천' 일 것이란 합리적 의심.
○…경실련, 민주당의 공천 헌금 의혹은 '휴먼 에러' 아닌 구조적 문제라며 제도 개선 촉구. 4년 전 선거의 흑막이 이제야 드러났으니 코앞으로 다가온 6·3 지방선거 공천 역시 '헌금 공천'일 것이란 합리적 의심. ○…알래스카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착수 밝힌 트럼프. "한·일 무역 합의로 전례 없는 수준의 자금을 확보했다"고. 한국의 3천500억달러 투자는 미국 마음대로 쓴다는 일방 통보? ○…4대 대형 은행이 LTV(부동산 담보인정비율) 정보 공유 담합 행위로 공정위에 적발. 이런 행위로 얻은 6조8천억원의 매출은 고스란히 집 장만하기 빠듯한 서민들의 몫.
2026-01-22 05:00:00
[날씨] 1월 22일(목) "맑겠고 울릉도·독도는 눈"
2026-01-21 18:32:18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3 '불과 재'는 1,2편과 마찬가지로 압도적인 스케일과 장쾌한 서사, 그리고 거시적 세계관으로 세인의 눈길을 끈다. 러닝타임 197분이라는 사실이 무색하게 시퀀스 하나하나가 빛살처럼 쾌속, 엔딩 크레딧이 뜨고서야 이곳이 극장이라는 사실을 상기할 정도이다. 아바타 시리즈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재미는 있지만 철학이 빈곤하다는 선입견을 불식시켰다. 영화에 나오는 판도라 행성엔 여러 종족이 있다. 나비족, 산호초 부족, 바람의 부족, 재의 부족 등이다. 항용 그렇듯이 이들 부족에게도 '족장'이 있다. 여기서 흥미를 끄는 건 거대한 고래를 닮은 해양생명체인 톨쿤이다. 놀라운 건 열외로 여겼던 그들 또한 지능과 감성이 있을 뿐더러 인간 못잖은 아니, 인간의 그것보다 더 엄정해 보이는 도덕률을 가졌다는 사실이다. 인간 세력의 무차별 공격으로 패망 위기에 처한 원주민들은 톨쿤족을 찾아갔다. 거기서 의표를 찌르는 장면이 펼쳐진다. 나비족과 산호초 부족의 성원들 모두 톨쿤의 우두머리를 족장님이라고 불렀다. 그들은 한쪽 무릎을 꿇고 말했다. "족장님을 봅니다."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인사말이다. 이 세상의 복잡다단한 인사법 전부를 저런 식으로 통일하면 어떨까. (꼴찌를 더 챙기는 멋쟁이) 담임선생님을 봅니다. (5층까지 걸어 올라온 고마운) 배달기사님을 봅니다. (언제나 사람 좋게 웃으며 손님을 맞이하는) 세탁소 사장님을 봅니다. (울상을 지으며 성적을 묻는 친구에게 성적을 하향 조정해 말하는) 민수님을 봅니다. (아무리 추워도 새벽같이 나와서 거리를 단장하는) 환경미화원님을 봅니다. (말만 잘 하면 옜다, 한 개 더 넣어 주시는) 붕어빵아주머니를 봅니다. (이렇든저렇든 말끝엔 언제나 많이 먹고 힘내라는) 국밥집 욕쟁이할머니를 봅니다. (빵조각을 길고양이에게 나눠주는) 노숙자님을 봅니다. 어디 그뿐일까. (떨어진 꽃을 방석으로 재활용하는) 배롱나무님을 봅니다. (쓰다 달다 말이 없는) 바위님을 봅니다. (자존심을 꼬리깃에 감추고 벤치 주위를 어정거리는) 비둘기님을 봅니다. (얻어먹고도 모른 체하는 도도한) 길고양이님을 봅니다. (소복소복 별을 달고 계신) 꽃댕강나무님을 봅니다. (구름 엉덩이를 찌르는 재미가 쏠쏠했던 시절을 회고하는 공원의) 소나무님을 봅니다. 봅니다라는 말은, 인식하고 감상하고 판단하는 그 모든 작용을 내포하고 있다. 특별할 것도 없는 그 말에 마음이 움직인 이유가 뭘까. 곰곰 생각해 보니 있는 그대로의 당신을 본다는 것. 숨김없는 실체를 대할 수 있다는 것. 그 말에는 그런 기미가 보인다. 나는 그동안 '뒷담화'에 어지간히 지친 게 분명하다.
2026-01-21 10:33:02
중국 진(晉)나라의 화교(和嶠)는 내로라하는 부자였지만, '돈 중독증'을 의미하는 '전벽(錢癖)'이라는 명예롭지 못한 별명이 따랐다. 그는 동생들이 제 집의 자두를 몇 알 먹자, 나중에 그 씨앗의 개수를 일일이 세어 값을 청구할 정도로 인색했다. 돈이 숭배의 대상이 될 때, 인간이 얼마나 추악해지는지 보여주는 서글픈 이야기이다. 조선의 문인 윤기(尹愭)는 '수전노(守錢虜)'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하였다. "번듯한 옷과 갓은 옷걸이에서 먼지만 풀풀 쌓여가고, 손안엔 장부만 끼고 살며 빌려준 돈 계산하기 바쁘네. 곡식 비싸게 팔 생각에 늘 흉년 들게 해달라고 빌며, 누가 돈 빌려달라 할까 봐 지레 '가난하다!' 선수 치네. 남의 물건값 후려칠 때면 좋아서 입가에 웃음꽃이 피고, 돈 아까워 밥 굶으며 참으려니 가끔은 배고파 인상 쓰네. 사랑방엔 일 년 내내 점잖은 친구 하나 찾아오지 않고, 오직 돈 냄새 맡은 거간꾼들만 불러들여 몰래 친하구나." 수전노는 돈 쓰기가 싫어 사람 만날 일이 없으니 차려입을 필요도 없고, 경전 대신 돈 장부를 끼고 산다. 그는 남들은 굶어 죽어도 나만 비싸게 팔아 이윤을 남기면 그만이라는 잔인한 욕심을 지녔으며, 남이 도움을 요청하기도 전에 가난한 척 연기한다. 남의 물건을 살 때는 값을 깎는 것을 재미로 삼고, 자기 배곯는 건 참아도 제 돈 나가는 건 못 참는 비정한 인성을 지녔다. 옛날 의학서에는 금잠(金蠶)이라는 벌레에 의해 발병하는 금잠독(金蠶毒)에 관한 기록이 있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 의하면, "금잠의 모양은 누에 같고, 금색이며, 날마다 촉(蜀) 지역에서 나는 비단을 4치나 먹어 치운다. 그 똥을 가져다 음식에 넣어 사람을 중독시키면, 그 사람은 곧바로 죽는다. 금잠이 만족스러운 환경에 있으면 자신을 키우는 사람에게 날마다 재물을 가져다주어 벼락부자로 만든다. 그렇지만 금잠을 다른 데로 보내 버리기는 매우 어렵고, 물이나 불이나 병장기로도 손상을 입히지 못한다. 반드시 금잠이 이루어 준 양의 곱절이 되는 금과 은, 비단 등을 마련하여 그 가운데 금잠을 둔 다음 길가에 버려야 한다. 다른 사람이 우연히 이 재물을 거두어 가면 금잠이 그것을 따라가는데, 이것을 '금잠을 시집보낸다'라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의 뱃속으로 들어가 장기(臟器)를 마구 물어뜯고 훼손한 후 시충(尸蟲)처럼 빠져나간다"라고 하였다. 돈은 생존을 위한 필수적 수단이지만, 그것이 목적이 되는 순간 금잠에게 장기를 파먹히듯 영혼이 서서히 붕괴한다. 수전노의 방에 점잖은 친구 대신 돈 냄새를 맡은 거간꾼만 들끓는 이유는, 돈에만 가치를 두는 사람 곁에는 오직 '이익'이라는 가느다란 줄에 매달린 관계만 남기 때문이다. 우리는 '금잠'에게 장기를 파먹히는 시대를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재테크는 현대인의 필수 덕목이지만, 그 과정에서 타인의 흉년을 바라고 있지는 않은지, 혹은 돈독이 내 뱃속을 갉아먹는 줄도 모르고 자산 증식에만 매몰되어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돈의 가치는 그것을 쌓아둘 때가 아니라 올바로 흘려보낼 때 결정된다. 금잠을 시집보내듯, 내가 가진 부를 타인과 나누고 공동체의 가치를 위해 사용할 때 비로소 돈의 독성(毒性)에서 벗어날 수 있다. 재물은 사람의 품격 위에서 빛날 때 비로소 '복(福)'이 되며, 인격이 결여된 채 손에 쥔 돈은 내면을 물어뜯을 '독(毒)'으로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강민구 경북대 한문학과 교수
2026-01-21 05:00:00
[사설] 부실 수사·기소·공소 유지 제도화하겠다는 여권 강경파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정부 법안이 여권 강경파의 반발로 누더기 법안이 될 처지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 안은 초안" "입법은 국회가 하는 것"이라며 수정 의사를 밝혔다. 정부도 강성 지지층 여론을 살피고 있다. 형사사법 체계가 국민 편익(便益)과 제도의 안정성보다 특정 세력의 요구에 휘둘리고 있으니 걱정이 앞선다. 검찰 개혁과 관련,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20일 "수사와 기소의 완전한 분리라는 대원칙은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이날 조국혁신당은 "검찰 개혁이라고 부를 만한 부분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며 전면(全面) 수정을 요구했다. 민주당에선 공소청의 보완 수사권을 완전 박탈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대세다. 특히 중수청 내 수사사법관·전문수사관 이원화, 공소청 보완 수사권 등에 대한 반발이 크다. 수사사법관과 보완 수사권은 수사 역량 강화와 기소 제기·공소 유지 충실화를 위한 고육책(苦肉策)이다. 강경파는 이를 '검찰의 기득권 지켜주기'로 본다. 부실한 수사·기소로 피해를 보는 쪽은 국민이다. 김민석 총리에 이어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도 '보완 수사권 폐지' 의견을 냈다. 여권 강경파를 의식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9월 "경찰은 믿을 만하냐. 구더기가 싫어도 장독을 없애면 되겠느냐"며 보완 수사권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당초 정부는 법안에 공소청 검사에게 보완 수사권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을 예정이었으나, 강경파의 반발로 '추후 논의'로 한발 뺐다. 정부 안에 대한 찬반(贊反)이 갈리고 있고, 반대하는 이유도 다르다. 숙의(熟議)가 필요하다. 형사사법 체계 개편이 강경파의 뜻대로 끌려가면 안 된다.
2026-01-21 05:00:00
[사설] 공공기관 지역 인재 채용 속임수, 강력한 제재 방안 내놔야
'혁신도시법'에 따르면 지방으로 옮긴 공공기관은 해당 지역 인재를 30% 이상 채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공공기관 이전과 함께 지역 균형 발전을 도모하고, 저출생과 청년 인구 유출로 소멸 위기에 빠진 지방을 살리기 위함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2024년 1월 국회는 비수도권 공공기관이 전체 채용 인원 중 35% 지역 인재 선발을 의무화하는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취지(趣旨)가 무색하게 감사원 감사 결과 공공기관의 지역 인재 채용률은 17.7%에 불과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동안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가 40%에 육박한다고 밝혀 온 것과는 괴리(乖離)가 커도 너무 커 관리 소홀 책임을 피해 가기 힘들 것이다. 그동안 공공기관들은 갖가지 '꼼수'를 동원해 지역 인재 채용을 피해 갔다. 채용 시험을 여러 차례 쪼개거나 직렬별로 세분화하는 갖가지 편법으로 예외 규정을 남용했다. 한국가스공사 등 9개 기관은 2018년부터 2024년까지 136회의 채용 시험 중 98회(72%)에 대해 의무 채용 비율을 적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공(公共)이란 사회적 공기(公器)의 소임을 다해야 한다는 의미다. 사기업도 아닌 공공기관이 의무 규정을 제멋대로 넘나들어서는 안 될 일이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공공기관들의 내실 있는 지역 인재 채용을 강제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강력한 처벌 방안을 내놔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지역 인재 채용이 당초 의도했던 청년 인구의 수도권 쏠림을 막고, 지역을 회생시키는 마중물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다.
2026-01-21 05:00:00
[사설] TK 행정통합, 작은 이권보다 미래에 집중하자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과 이철우 경상북도지사가 20일 회동을 갖고 'TK 행정통합 특별법'을 제출하기로 합의(合意)함에 따라 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특별법은 문구 조정 작업을 이른 시일 안에 끝내고, 다음 주 의원 발의 절차에 착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광주전남, 대전충남 특별시에 4년간 각각 20조원의 예산을 지원하는 등 파격적인 통합(統合) 인센티브를 제시한 상황에서, 대구경북의 통합 작업 역시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정부로부터 충분한 인센티브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또한 높아지고 있다. 대구경북은 광역 행정통합 논의를 전국 최초로 시작한 선구자(先驅者)이다. 하지만 통합 논의가 중단되면서 지금은 오히려 대전충남, 광주전남 등에 비해 뒤처지는 듯한 느낌을 받고 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 작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 위해서는 과거의 걸림돌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분명한 이해(理解)와 극복(克服)이 선행되어야 한다. 대구시의회는 2024년 12월 대구시가 제출한 '대구경북 행정통합 동의안'을 압도적 다수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행정통합의 필요성에 대한 대구 시민의 광범위한 공감대(共感帶)가 이미 형성되었다는 의미이다. 반대로 경북의 경우에는 당시 북부권 도의원 전원이 반대 입장을 밝혔고, 북부권 각 시·군의회로까지 반대 성명이 확산(擴散)됐다. 경북도의회 전체가 행정통합에 반대한 것은 아니지만, 부정적 기류가 상당히 강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경북도가 설득에 나서는 등 노력을 기울였지만 12·3 비상계엄 여파로 중앙정부 협의 창구가 사실상 사라지면서 통합 논의는 시들해지고 말았다. 다행스러운 것은 경북도의회의 최근 분위기가 부정적에서 '조건부 검토'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상대적으로 낙후(落後)된 경북 북부권이 행정통합으로 인해 더욱 소외(疏外)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이다. 경북 북부권의 이 같은 걱정과 염려는 충분한 근거와 설득력을 갖는다. 북부권 균형발전과 시·군 자치권 보장 등이 통합 작업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주요 과제(課題)라는 뜻이다. 경북 북부권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이 전략적으로 뒤따라야 한다. 제2차 수도권 공공기관 이전 등이 활용(活用)될 수 있을 것이다. 대구경북 통합특별시의 탄생은 갈수록 낙후되면서 소멸(消滅) 위기를 맞은 지역의 회생(回生)을 위한 자구책이자 몸부림이라고 할 수 있다. 작은 이해관계에 매몰되어 우리 자녀와 후손들의 미래마저 희생시킬 수는 없다. 옛 속담에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지금이 바로 그 때이다. 대구경북 시·도민과 리더들은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마음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2026-01-21 05:00:00
[관풍루] 3대 특검 연장인 2차 종합특검법 국무회의 통과…어째 6월 지방선거 남은 기간과 이리도 비슷할꼬.
○…김형주 전 의원, 단식 중인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관련, "기절초풍하고 병원에 실려 가고 난 뒤에 죽으면 좋고"라고. 세상이 아무리 미쳐 돌아간다지만 이게 인간의 탈을 쓰고 할 말인가.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국회 인사 청문회 불발에도 이 후보자는 자진 사퇴 가능성 일축. 본인이 해결 못 하니 강선우 때처럼 '현지 누나'가 나서서 정리해야 할 듯. ○…3대 특검 연장인 2차 종합특검법 국무회의 통과. 최장 170일에 최대 251명 투입. 결국 대형 특검 한 번 더 하겠다는 건데, 어째 6월 지방선거 남은 기간과 이리도 비슷할꼬.
2026-01-21 05:00:00
[날씨] 1월 21일(수) "맑겠고 울릉도·독도는 눈"
2026-01-20 18:50:29
오래된 사진첩 속 흑백 사진 한 장. 네댓살쯤 된 나는 엉거주춤 서 있고, 어른들은 선글라스를 낀 채 달성공원 입구를 바라보고 있다. 기억은 희미하지만, 사진이 증명하는 장소는 동물원이다. 키다리아저씨가 무서워 눈을 감고, 어머니 손에 이끌려 입구를 지나던 순간. 코끼리와 기린의 윤곽만 남은 장면들. 유년의 기억 속 동물원은 언제나 조금 두렵고, 조금은 설레는 공간이었다. 그 장소가 머지않아 사라진다. 동물원을 떠올리면, 인간 역시 전시된 존재였다는 불편한 역사와 만나게 된다. 데즈먼드 모리스의 '인간 동물원'은 현대 도시를 '인간이 갇힌 동물원'에 비유하며, 문명화가 인간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지적한다. 인간은 본래 작은 집단에 익숙하지만, 도시라는 거대 집단 속에서 살면서 스트레스와 사회적 긴장이 높아진다고 모리스는 말한다. 그의 관찰은 반세기 전이지만, 오늘날에도 여전히 설득력이 있다. 더 불편한 것은, 인간을 실제로 전시했던 '인간 동물원'의 역사다. 19~20세기 유럽과 미국에서는 비서구 지역 출신 사람들을 '원시적' 생활 방식으로 재현해 관람객 앞에 내보낸 사례가 있었다. 1906년 뉴욕 브롱크스 동물원의 '원숭이 집'에서는 콩고 출신 청년 오타 벵가가 유인원과 함께 전시됐다. 문명이라는 이름 아래 자행된 이러한 행위는 인간의 대상화와 차별이 얼마나 쉽게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최근 열린 '애니멀, 휴머니티-인공지능'을 주제로 한 전시는 이러한 문제를 현재형으로 되돌린다. 동물과 인간의 경계, 관리와 통제, 윤리라는 명분은 이제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존재에게까지 확장된다. 인간의 학습과 추론을 모사하는 기계 앞에서 우리는 다시 묻게 된다. 누가 설계자이고, 누가 관람 대상인가. 이제 관찰의 시선은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달성공원 동물원의 이전은 표면적인 공간 이동에 그쳐서는 안 된다. 1970년대 조성된 기존 동물원을 떠나, 동물 복지를 고려한 새로운 대공원으로 옮기겠다는 결정은 단지 쾌적한 관람 환경을 만들고 케이지를 넓히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동물을 바라보는 인간 중심적 시선을 바꾸고, 그 안에 비친 인간 자신의 모습을 함께 성찰해야 한다. 동물원 옆 미술관에서 우리는 결국 인간을 되돌아본다. 전시된 동물의 눈빛 속에서, 그리고 스스로 만든 울타리 안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인간의 모습을 본다. 달성공원의 상흔과 새로 지어질 대공원의 꿈 사이에서, 달성공원 이전이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시각과 성찰의 계기로 남기를 기대한다.
2026-01-20 09:36:29
[사설] 의사 수도 중요하지만 필수 의료 인력 충원이 더 시급하다
정부와 의료계가 의사 인력 수급 추계(推計)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사이 심장혈관흉부외과,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과' 의료 체계 붕괴가 가속화되고 있다. 향후 필요한 의사 수도 중요하지만 필수과 의사 충원이 더욱 시급한 만큼 명맥이 끊어지기 전에 현실적인 충원 유인책 및 지역·필수·공공 의료 강화 대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올 3월부터 근무할 상반기 1년 차 신규 레지던트 모집 결과 '필수과'의 충원율(充員率)이 20%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아청소년과는 20.6%로, 2년 전 26.2%보다 더 떨어져 10%대마저 가시권에 들어왔다. 흉부외과도 25%로, 같은 기간 38.1%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졌다. 내과는 95.3%에서 67.6%로 급락했고, 응급의학과와 산부인과 역시 각각 55.3%, 61.4%에 그쳤다. 더 큰 문제는 지역 필수과 의사 인력 부족이다. 그나마 필수과를 선택한 전문의도 수도권에 집중된 탓에 지역엔 흉부외과 전문의가 없어 심장 수술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지방 필수과 수련 체계 붕괴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 악순환이 반복될 경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역의사제 도입, 공공의대 설립 등 정책이 시행돼 필수과 의사들이 배출되더라도 그땐 이미 늦다. 지역에서 이들을 가르칠 전문의가 없어 수련을 받고 싶어도 못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서다. 이재명 정부는 지역·필수·공공 의료 강화를 약속했다. 그러나 의사 인력 추계를 놓고 의료계와 힘겨루기만 하는 사이 '골든타임'이 소진(消盡)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부처 업무보고, 국무회의 등 생중계를 선호한다. 의사 인력 추계와 관련해 정부와 의료계가 참석한 가운데 이 대통령 주재로 국민이 보는 앞에서 생중계 끝장 토론을 못 할 이유도 없다. 2040년 기준 최대 1만1천136명이 부족할 것이라는 수급추계위원회 추산이 맞는지, 최대 1만8천 명 과잉이라는 의료계 주장이 맞는지 결판부터 내라. 그리고 곧바로 필수·지역 의료 회생을 위한 정책 추진에 나서라.
2026-01-20 05:00:00
[사설] 미국 '반도체 관세' 본격화, 최혜국 대우만 믿다가는 낭패 볼 수도
트럼프 행정부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자국(自國) 중심 재편을 위해 '관세'라는 강력한 무기를 꺼내 들었다. 지난 14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1단계 포고령(布告令)'은 엔비디아와 AMD 등의 일부 고성능 인공지능(AI) 칩에 대한 25% 관세 부과에 그쳤지만, 본질은 '2단계 조치'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100% 관세를 내거나 미국에서 생산하라"고 압박한 것은 이번 조치의 목적이 세수 증대가 아니라 관세를 지렛대 삼아 반도체 생산 지도를 미국 본토로 강제 이전하는 데 있음을 보여준다. 대만(臺灣)이 보여준 '선제적 양보'는 한국에 대한 압박 기준점이 될 수 있다. 대만은 포고령 직후 상호 관세율을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2천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와 TSMC 공장 5개 추가 증설을 약속했다. 정부는 지난해 '최혜국(最惠國) 대우'를 약속받았다고 강조하지만 미국은 "국가별 별도 합의"를 선언했다. 삼성전자가 텍사스에 370억달러, SK하이닉스가 인디애나에 38억7천만달러 투자를 진행 중임에도, 미국은 파운드리를 넘어 메모리 생산 시설까지 본토로 옮기라며 압박 수위를 높일 태세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국내 생산기지 구축에 연간 수십조원의 자금을 쏟아붓는 국내 기업들은 당혹스럽다. 미국 요구대로 무리하게 투자를 늘릴 경우 비용 부담은 물론 '국내 산업 공동화(空洞化)'마저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트럼프는 1987년 출간한 자서전 '거래의 기술'에서 "지렛대 없이 거래하지 말라"고 했다. 공정함, 상호 이익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상대가 피하고픈 상황, 즉 고관세가 트럼프의 지렛대다. 관세는 목적이 아니라 압박 수단이다. 최혜국 대우라는 립 서비스에 결코 안주(安住)해서는 안 된다. 정부와 기업은 '투자 압박'과 '기술 주권' 사이에서 정밀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메모리 반도체가 미국 빅테크의 AI 혁신에 필수 자산임을 내세워 상호 의존 관계를 각인시켜야 한다. 과거 약속에 매달리기보다 실질적 기술 우위와 치밀한 외교력을 결합한 세련된 전략이 필요하다.
2026-01-20 05:00:00
[사설] 당 대표는 목숨 건 단식 투쟁 중, 자기 일로 바쁜 국민의힘 의원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쌍특검(통일교 게이트·공천 헌금)'을 요구하며 15일부터 단식(斷食)에 들어간 가운데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19일 동조 단식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당내 몇몇 의원들이 농성장을 찾아 장 대표를 지지·격려했지만 지도부에서 동조 단식에 나선 건 처음이다. 국민의힘은 갈가리 찢어진 상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 한동훈 전 대표 제명(除名) 처분에 대한 입장, '윤 어게인' 세력과 협력에 대해서도 찬반이 엇갈린다. 하지만 통일교 게이트와 공천 헌금에 대한 '쌍특검' 도입에는 한마음이다. 그럼에도 다수 국민의힘 의원들은 각자의 일로 바쁘다. 열심히 정부·여당과 싸우는 의원들도 있지만, 지방선거 출마 준비로 바쁜 의원들도 많다. 윤석열 정부 때, 더불어민주당은 거대 의석으로 입법 폭주·탄핵 폭주, 일방적 예산 삭감을 자행(恣行)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의 '거부권'에만 의존한 채 무기력하기만 했다. 이제 민주당이 정권을 차지했고 '거부권'이라는 방패마저 잃었다. 정부·여당이 거대 규모의 3대 특검도 모자라 2차 종합특검을 밀어붙여도 막을 방법이 없다. 나아가 정부·여당이 '쌍특검'을 거부하거나, 민주당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쌍특검'을 만들어도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없다. 단식이라는 방법과 이 시점에서 단식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당 대표가 '단식'을 결정했다면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도 강력한 스크럼(scrum)을 짜고 함께 버텨야 한다. 국민의힘 의원들과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물론이고 한동훈 전 대표도 예외일 수 없다. 올해 지방선거에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하려는 사람들도 함께해야 한다. 그것이 이재명 정부와 거대 민주당의 폭주를 막는 길인 동시에 야당의 존재 이유를 증명(證明)하는 길이다. 지방선거 승리의 힘도 여기서 나온다. 당 대표는 목숨을 건 단식 투쟁(鬪爭) 중인데, 당 소속 의원들이 다른 곳을 기웃거린다면 정부·여당은 콧방귀도 뀌지 않을 것이다.
2026-01-20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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