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경북대 치의예 전형 틀 바꿨다…대구 상위권 수시 지원 전략 '격랑' 속으로
전국 11개 치과대학의 2027학년도 수시모집 일반전형 정원이 196명 규모로 정립된 가운데, 수험생들의 지원 양상과 대입 전형 구조에서 뚜렷한 지각변동이 감지되고 있다. 서울 소재 3개교(경희대·서울대·연세대)와 우리 지역 대표 치대인 경북대학교를 비롯한 거점 국립대 5개교 및 주요 사립대 3개교로 이뤄진 치의예과 입시 지형은 최근 수년간 지원자 수가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실제로 교과전형과 종합전형을 합산한 전국 치의예 수시 지원 인원은 2024학년도 3,642명에서 2025학년도 3,365명, 2026학년도 2,236명으로 2년 만에 38.6%나 감소했다. 특히 대구 지역의 경우 거점 국립대인 경북대의 전형 요소 변화가 지역 상위권 수험생들의 판세 읽기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대구 달서구의 Y고등학교 3학년 E군은 "경북대 치의예과 수능 최저학력기준에서 탐구영역 필수 반영이 빠지고 수학이 필수 반영 과목으로 바뀌면서 정시와 수시를 동시에 준비하는 부담이 한결 달라졌다"며 "하지만 수도권 대학들의 논술전형 폐지로 인해 논술 모집인원이 전국적으로 단 16명(경북대 3명, 경희대 13명)에 불과해져 교과나 종합전형으로의 U턴을 심각하게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경북대 치의예 교과우수자전형 경쟁률은 2024학년도 41.25대 1에서 2025학년도 25.80대 1, 2026학년도 20.80대 1로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반면 2027학년도 수시 종합전형 선발 규모는 전국적으로 부산대의 전형 신설(8명)과 연세대·단국대(천안)의 인원 이동(각각 21명으로 확대)에 힘입어 최근 4년 중 가장 많은 143명으로 늘어나 최상위권 학생들의 주요 목표가 되고 있다. 학부모 현장에서도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과 정성평가 대비를 둘러싼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대구 S고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P씨는 "서울대 치의예 종합전형의 경우 지원자 수가 360명에서 245명으로 줄면서 70% 컷 합격선이 1.52등급에서 2.19등급으로 크게 떨어지는 현상을 지켜봤다"며 "그러나 경희대 네오르네상스전형처럼 지원자가 감소해도 70% 컷이 1.56등급 안팎을 견고하게 유지하는 경우가 있어 단순 내신 등급만 믿고 지원하기는 매우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변동성은 전국 6개 대학에서 단 37명만 선발하는 2027학년도 교과 일반전형에서 더욱 도드라질 것으로 보이며, 미인정 지각이나 조퇴 2회를 미인정 결석 1일로 환산 반영하는 등 출결·비교과 산출 방식이 세밀해진 대학별 요강을 꼼꼼히 짚어볼 필요성이 커졌다. 크라스에듀의 최상영 이사는 "치의예과 수시 지원 시 모집 정원의 절대적인 수치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라고 경고했다. 실제 2026학년도 치의예 논술전형 전체 경쟁률이 104.5대 1이라는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했던 것처럼, 2027학년도에 단 16명만 남은 논술전형은 극심한 쏠림 현상과 함께 합격선 예측 불가능성이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대구·경북 지역 수험생들은 수학 및 과학탐구 필수 응시 조건을 제시한 연세대, 전남대, 전북대와 탐구 1과목만 반영하는 조선대 등 대학별 수능 최저 조건을 정밀 분석해야 한다. 결국 변동 폭이 큰 교과전형의 위험성을 줄이고 늘어난 종합전형 인원을 적극 공략하는 한편, 수능위주 정시 전형까지 염두에 둔 다각도의 대입 완충 지대를 확보하는 것이 합격률을 높이는 핵심 전략이 될 전망이다. 윤경민 크라스에듀 대표
2026-08-07 10:00:00
[사설] 환자 부담 못 줄이는 간병비 급여화가 무슨 소용인가
정부가 '간병 파산'(看病 破産)을 막겠다며 요양병원 간병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간병비 부담 때문에 가계가 무너지는 현실을 고려하면 꼭 필요한 정책이다. 그러나 최근 공개된 세부 방안을 보면, 환자와 보호자가 체감할 경제적 부담이 크게 줄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있다. 이는 정책의 취지와 어긋나는 것이다. 정부는 의료 중심 요양병원을 선정해 최중증(最重症) 환자의 간병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대신 병원이 간병인을 직접 고용하도록 했다. 간병인의 처우를 개선하고 의료진과 협업을 강화해 서비스의 질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안정적인 근무 환경을 만들고, 효능적인 간병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방향 자체는 옳다. 문제는 비용이다. 병원이 간병인을 직접 고용하고 교대근무를 운영하면 인건비와 운영비가 증가한다. 그 결과 건보가 적용돼 환자가 전체 비용의 30%만 부담한다고 해도, 실제 내야 하는 금액은 현재와 차이가 없거나 많아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간병비 부담을 덜기 위해 도입한 정책이 되레 환자 부담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급여화(給與化)의 역설(逆說)이다. 정부가 간병비 급여화를 추진한 이유는 '간병 파산'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장기간 간병은 가족의 생계(生計)를 위협하고 있다. '간병 지옥' '간병 살인'이란 끔찍한 사회적 문제도 낳고 있다. 그런데 건보를 적용받고도 환자가 지금과 비슷한 비용을 부담하거나 더 많은 돈을 내야 한다면, 국민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간병 서비스의 질 향상도 중요하다. 그러나 경제적 부담을 낮추지 못한다면, 정책은 국민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정부는 정책의 우선순위(優先順位)를 분명히 해야 한다. 간병비 급여화의 본래 목적은 환자와 가족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데 있다. 물론 간병의 질 향상과 비용 절감을 모두 이룰 수 있다면, 이는 최상의 정책이다. 하지만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가장 절박(切迫)한 것은 환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다.
2026-08-07 05:00:00
[사설] 읽어 보지도 않고 국민 피해 뻔한 개정 형소법 공포한 대통령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 법무·행안부 등의 업무 보고 자리 때 한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역대급 망언(妄言)"이라고 했다. 대통령을 향해 제1야당 대표가 '망언'이라는 극단적 용어를 직접적으로 사용한 것은 충격적이다. 그런데 대통령 발언의 배경과 상황을 보면 '망언' 발언이 그리 놀랍지 않다. 이 대통령은 5일 청와대 업무 보고에서 "나는 개정된 형사소송법을 안 읽어봤다. 개정된 형소법에 의하면 검사는 수사하면 안 된다고 되어 있느냐, 하지 말라고 금지된 것이냐"라고 법무장관에게 물었다. 하루 전 야당과 법조계를 비롯한 각계각층의 거부권 행사 요청에도 불구하고, "사필귀정(事必歸正)의 조치"라면서 개정 형소법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킨 장본인이 바로 이 대통령이다. 개정 형소법의 내용조차 파악하고 있지 못한 대통령의 거부권 포기가 사필귀정이 될 수는 없다. 이런 황당(荒唐)한 상황에서 야당 대표가 대통령의 정신세계에 대해 "궁금하다"고 한 것을 나무랄 수는 없을 것 같다. 이 대통령은 또 경찰청장 직무대행에게 "경찰이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되면서 사건 암장(暗葬)이 더 쉬워지는 것 아니냐"면서 대책을 물었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경찰의 부실 수사와 증거인멸 조작 수사의 대표적 사례인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의 피맺힌 절규(絕叫)에 귀를 막고, 국민을 경악(驚愕)시킨 '장윤기 사건'에 대해 눈감고 있었다는 말인가.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절대다수의 국민들이 더불어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형소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했고, 개정 법 시행이 확정된 다음에도 국민 반대 여론은 60%를 훨씬 웃돌고 있다. 이 같은 중차대한 현안에 대해 대통령이 '나는 잘 모른다'는 식으로 동문서답하는 것을 어느 국민이 납득(納得)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개정 형소법의 최대 피해자는 여성과 사회적 약자가 될 것이라는 분석은 압도적이다. 피해가 현실이 될 때마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국민의 원성(怨聲)은 하늘을 찌를 것이다.
2026-08-07 05:00:00
이재명 대통령이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과 관련해 "지금까지 군사 쿠데타가 몇 번 있었나. 모두 육군사관학교 출신들이 한 일인데 거기에 대해 책임을 물은 일이 있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합하면 이런 가능성(쿠데타 가능성)이 좀 줄어들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국방부는 사관학교 통합 이유로 '합동성 강화' '효율성' '미래전 대응' '첨단 과학기술 교육 확대' 등을 내세웠으나, 실은 윤석열 전 대통령 비상계엄을 이유로 육사와 육사 출신 장교들에게 '연좌(緣坐) 책임'을 묻는 것임을 드러낸 것이다. 5·16과 12·12는 육사 출신이 일으킨 쿠데타가 맞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은 성격이 다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오판(誤判)과 김용현 전 국방장관 등 일부 군인이 참여한 것이다. 현재 12·3 비상계엄 관련으로 재판받고 있는 다수 군인들은 명령에 따라 작전에 참여했을 뿐이다. 게다가 아직 사법적 판단·역사적 평가가 진행 중인 사건을 대통령이 '쿠데타'로 규정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대통령의 '쿠데타' 발언은 세계인들에게 '한국은 21세기에도 쿠데타가 일어나는 나라'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 국익에 해로운 자해적(自害的) 발언이다. 무엇보다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폐합이 미래전 능력 배가(倍加)에 초점을 두기보다 '육사 처벌성'이라니 기가 막힌다. 군사 쿠데타는 육군사관학교가 따로 있기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식이라면 육군사관학교가 따로 있는 미국, 프랑스, 영국, 대만 등에서도 군사 쿠데타가 발생했을 것이다. 군사 쿠데타 예방은 투명하고 민주적인 정치, 군에 대한 문민통제 강화, 군인과 국민들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공화주의에 대한 인식 고양(高揚)을 통해 이루어진다. 국방 개혁이나 사관학교 통합이 특정 집단에 대한 불신, 처벌 차원에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오직 우리 군의 전투력을 향상하고, 전쟁 억제 능력을 키우는 목표로 추진되어야 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사관학교 통폐합이 육·해·공군의 전문성과 미래전 능력 제고에 해롭다고 말한다.
2026-08-07 05:00:00
[관풍루] 서울시가 개최한 부동산 정책 토론회에서 정부 세제개편안에 대한 비판 쏟아져
○…서울시가 개최한 부동산 정책 토론회에서 정부 세제개편안에 대한 비판 쏟아져. 직장 때문에 도심 살 수밖에 없는 서민과 노인들마저 내쫓고 결국 자산 계층만 들어오게 하겠다는 건가? ○…이 대통령 "육사 또 쿠데타" 한마디에 유승민 "윤석열 나온 서울대·충암고도 없애라" 지적하며 발끈.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은 연좌제의 부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출시 이후 두 달 동안 개미들 -63% 피눈물 흘리는 사이 자산운용사들 약 37억원의 수수료 수익 거둬. 정부의 미숙한 정책에 운용사 배만 불린 꼴.
2026-08-07 05:00:00
2026-08-06 18:44:24
세계적인 도시들은 저마다 도시를 상징하는 문화축을 가지고 있다. 프랑스 파리는 센강을 중심으로 성장했고, 영국 런던은 템스강을 도시의 문화와 경제의 중심축으로 발전시켰다. 일본 교토는 천년의 사찰과 전통문화를 도시의 브랜드로 만들었고, 스페인의 산티아고는 순례길 하나로 세계인의 발길을 끌어들이고 있다. 그렇다면 대구의 미래를 이끌 문화축은 무엇이어야 할까? 그 답은 멀리 있지 않다. 금호강과 팔공산이다. 금호강은 대구 시민의 삶을 품어온 생명의 강이며, 팔공산은 천년을 넘어 대한민국의 정신을 지켜온 민족의 영산이다. 이 두 자산을 하나의 문화관광벨트로 연결하는 일은 관광정책을 넘어 대구의 미래 전략이 되어야 한다. 금호강은 선비들이 배를 띄우며 시를 짓고 학문을 논했던 선유문화의 무대였으며 단순한 자연경관이 아니라 대구의 품격과 정신을 담아낸 문화공간이었다. 오늘날 금호강은 유원지와 산책로를 넘어, 선유문화 재현, 야간 수변공연, 나룻배와 정자가 어우러져 국제문화행사가 펼쳐지는 대한민국 대표 문화강으로 발전할 충분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그 문화의 흐름은 자연스럽게 팔공산으로 이어져야 한다. 신숭겸 장군의 충의(忠義)정신, 영조대왕의 효심과 왕실의 안녕을 기원했던 파계사, 대구 5천년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사실인, 고려(KOREA)가 국난 극복을 염원하며 조성한 초조대장경은 펜으로 전쟁을 눌리친 인문학의 숭고한 정신이다. 또한 동화사에는 임진왜란 당시 나라를 위해 승병을 이끌었던 사명대사의 호국정신과 3.1운동의 민족의식이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팔공산은 왕실문화, 고려문화, 호국문화, 불교문화가 한곳에 살아 숨 쉬는 대한민국에서도 보기 드문 역사문화권이다. 여기에 세계인이 찾는 템플스테이와 명상, 치유 프로그램을 더욱 확대한다면 팔공산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세계적인 웰니스 문화도시의 중심으로 성장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팔공산의 날'을 제정하여 시민과 함께 팔공산의 역사와 자연을 기념하고, 금호강을 정비하여 생태와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 나아가 금호강과 팔공산을 잇는 길목마다 대구의 지명을 간직한 대구아리랑과 달구벌입춤과 같은 국악 작품이 어우러지고 선유문화와 불교문화, 지역축제가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문화관광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나아가 팔공산 일원에는 국립 수준의 문화 인프라를 유치할 필요가 있다. 국악과 전통문화, 치유와 명상을 아우르는 문화시설은 대구의 문화적 위상을 높이는 것은 물론, 지역경제와 관광산업에도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미래의 경쟁력은 공장을 더 많이 짓는 데 있지 않다. 도시만의 이야기와 정신을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가치로 만드는 데 있다. 금호강은 삶의 강으로, 팔공산은 정신의 산으로, 대구아리랑과 달구벌입춤은 시민들의 춤과 노래로 이어질 때 대구는 산업도시를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역사문화관광도시, 나아가 세계인이 찾는 문화도시로 우뚝 설 것이다. 천년의 역사와 미래의 비전은 결코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금호강이 흐르고, 팔공산이 품은 천년의 시간이 이어질 때, 대구의 미래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자원을 찾는 일이 아니라, 우리 곁에 오래도록 함께해 온 가장 소중한 자산을 하나의 비전으로 연결하는 용기와 실천이다. 그날이야말로 우리 대구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와 만나는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다.
2026-08-06 17:08:45
[기고-권윤섭] 보이스피싱, 얼굴 없는 사기범이 당신을 노린다
지난 한 해 동안 특정 분야에서 발생한 돈의 규모가 국내 1조원, 세계적으로 4천400억달러(약 660조원)에 달한다. 액수가 커 와닿지 않을 수 있지만, 지난해 김천시 1년 예산이 약 1조5천억원, 대한민국 정부 전체 예산이 728조원이었음을 감안하면 그 규모가 가늠이 될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 거대한 숫자는 산업 발전의 결실이 아닌, 보이스피싱을 비롯한 '전기통신금융사기'의 피해 규모다. 전 세계 화장품 산업과 맞먹는 수준이니 범죄자들에게 전기통신금융사기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인 셈이다. 이처럼 돈이 되다 보니 수법도 끊임없이 진화한다. 가족을 가장해 급한 병원비를 요구하는 보이스피싱이나 호감을 사며 금전을 요구하는 '연애빙자사기' 같은 고전적 수법은 시작에 불과하다. 최근에는 가짜 주식거래 창을 이용한 '투자리딩사기', 대량 물품을 주문하며 대리 구매 대금을 요구하는 '노쇼사기' 등 다변화되고 있다. 여기에 전화번호 변조와 해킹 앱 유포 등 첨단 기술까지 악용해 교묘하게 시민들의 일상을 침투하고 있다. 전기통신금융사기는 이제 전 세계적 위협이다. 각국이 대응에 사활을 걸고 있으며 인터폴을 통한 국제공조도 활발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난해 10월, 흩어져 있던 대응 업무를 모아 경찰청 산하에 '범정부 합동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을 발족했다. 신고 접수부터 수사, 제도 개선까지 일원화된 체계를 구축한 결과, 발족 6개월 만에 관련 범죄 발생 건수와 피해액을 각각 31.6%, 26.4%나 감소시키는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이러한 단속에도 불구하고 범죄는 쉽게 근절되지 않는다. 인간의 심리적 약점을 철저히 악용하기 때문이다. 범인들은 순간적으로 피해자를 심리적·물리적으로 고립시킨 후 판단력을 마비시켜 지시에 복종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경제 지식이 풍부하면 안전할까. 역설적이게도 지식과 경험을 갖춘 이들이 '나는 당하지 않는다'라는 방심 속에서 피해자가 되곤 한다. 범죄를 피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일반 경제 지식이 아니라 최신 수법을 아는 '사기 예방 지식'이다. 김천경찰서 역시 관내 피해 예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서한문, 현장 방문 교육, 전단지 배포 등 전통적 방식은 물론 홈페이지와 SNS 등 뉴미디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소상공인, 농협 조합원, 중소기업인 등 대상별 맞춤형 예방 활동으로 범죄자보다 한발 앞서 나가고자 노력 중이다. 그러나 경찰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범죄 예방의 완성은 결국 시민 여러분의 관심과 협조에서 이루어진다. 시민 개개인이 범죄 수법을 인지하고 대비하는 지식을 갖추어야만 이 지독한 사기의 사슬을 끊어낼 수 있다. 다행히 경찰청에서는 '피싱안심 SOS' 사이트를 통해 '예방·홍보센터'를 운영 중이다. 이곳에는 유형별 범행 수법과 대처 요령, 최신 예·경보 정보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된다. 나와 가족의 안전을 위해 한 번씩 접속하여 대처법을 미리 숙지해 두기를 권한다. 전기통신금융사기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오늘이라도 당장 나와 내 가족에게 사기 전화가 걸려 올 수 있다는 경각심이 필요하다. 우리가 매일 쓰는 화장품 지출보다 사기로 잃는 돈이 더 크다. 기업화된 조직범죄가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주머니를 노리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26-08-06 16:40:22
지난 수요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가 개봉되었다. 서점가에서는 제목에 '오디세이'가 포함된 도서의 판매량이 595% 증가했다고 한다. 일찌감치 호메로스의 원작 읽기를 기획한 독서 모임도 적지 않다. 오디세우스가 고향 이타케로 돌아오는 10년의 장대한 여정에 앞서 살펴야 할 것은 당연히 트로이 전쟁이다. 다름 아닌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뛰어난 인물이나 그가 지닌 재능을 묘사할 때 곧잘 신 또는 천상의 섭리를 거론한다. 카라얀은 조수미를 가리켜 '신이 내린 목소리'라 했고, 금세기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 하이페츠의 죽음 앞에서 버나드 쇼가 "신이 그의 재능을 질투해서 일찍 데려갔다." 고 조사한 일화는 유명하다. 한편 빼어난 외모를 말할 때 '신이 빚은'이라는 표현도 쓴다. 그렇다면 신을 언급하지 않고도 최고의 찬사를 보낼 수 있을까? 단연 떠오르는 문장이 있다. '일리아스' 속으로 들어가 보자. 기원전 12세기경, 아프로디테의 도움으로 헬레네를 납치한 트로이 왕자 파리스를 응징하고 아내를 되찾기 위해 메넬라오스는 형 아가멤논에게 참전을 요청한다. 이타케 왕 오디세우스와 테티스의 아들 아킬레우스가 고민 끝에 참전하고, 아가멤논을 총사령관으로 하는 그리스 연합군의 수많은 범선이 헬레네를 되찾아오기 위해 트로이로 향했다. 바야흐로 트로이 전쟁의 서막이 오른 것. 도대체, 헬레네의 미모가 어느 정도였으면 한 여자를 두고 10년 전쟁이 벌어졌을까? '일리아스'의 한 장면. 헬레네의 남편 메넬라오스와 트로이 왕자 파리스의 단판 승부가 벌어질 즈음, 헬레네는 하얀 면사포로 얼굴을 가리고 진주 같은 눈물을 흘리며 트로이의 성벽으로 달려간다. 이때, 성벽에 있던 왕국의 원로들이 그녀를 바라보는데, 작가 호메로스는 이 무기력한 원로들을 메뚜기에 비교하였고, 이를 번역한 로버트 페이글스는 '매미'라고 칭한다. '숲속의 나뭇가지에 앉아 가냘픈 목소리를 내보내는 매미들처럼. 꼭 그처럼 (중략) 이때 헬레네가 성탑 위로 올라오는 모습을 보고 그들은 나직이 물 흐르듯 거침없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트로이아인들과 훌륭한 정강이받이를 댄 아카이오이족이 저런 여인 때문에 오랫동안 고생하는 것은 나무랄 일이 아니오. 그 생김새가 흡사 불사의 여신을 닮았으니 말이오."' -'일리아스'(천병희 역, 107쪽) 하지만 이 정도로는 왠지 부족하다. 신을 빌리지 않고 최고의 찬사를 보낼 방법을 얘기해야 할 차례. 트로이의 노쇠한 원로들이 '두 나라가 죽을 고생을 해도 좋을 만큼 놀라운 미모의 소유자'라 자조했을 정도로 뛰어난 미인에게 붙여진 최고의 찬사로, 나는 16세기 영국 극작가 말로(Marlowe)의 문장을 꼽는다. 그는 헬레네의 미모를 가리켜 "1,000척의 배를 바다에 띄운 얼굴"이라고 했다, 1000척의 배를 바다에 띄운 미모라니. 한 인간의 아름다움을 이토록 멋지게 표현한 예를 아직 나는 알지 못한다. 트로이 전쟁에서 오디세우스의 이타케 귀환까지를 그린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는 아킬레우스의 분노에서 시작해 페넬로페의 침대에서 끝맺는 장엄한 대서사시다. 이참에 호메로스 원작에 빠져보는 것도 귀한 경험이 될 터인즉, 축약본이나 해설서 말고 벽돌 두께의 제대로 된 원전 번역본으로 읽어보기 권한다. 인류의 새벽은 이렇게 시작되었나니.
2026-08-06 11:47:00
[사설] 보완수사권 폐지, 20여 명에게 묻고 72% 찬성했다고 밀어붙였다니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4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지만, 그 절차는 '개혁'이라는 이름을 붙이기 민망할 정도로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여론 수렴은 구색(具色) 맞추기에 그쳤고, 정작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위원회의 반대 의견은 철저히 무시된 것으로 밝혀졌다.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은 지난해 사회대개혁위원회와 함께 광주에서 개최한 '검찰개혁을 위한 시민 대토론회'를 근거로 "보완수사권 폐지에 시민 72%가 동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 조사는 20명 안팎의 토론회 참석자만을 대상으로 진행한 데다, 문항과 선택지 구성도 '폐지'로 응답을 유도하는 방식이었다는 문제 제기가 잇따랐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사회대개혁위 인사 및 해당 지역민 수십 명의 의견을 국민 여론인 것처럼 왜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진단이 국민 4천 명을 대상으로 자체 실시한 조사에선 검사의 보완수사권 행사에 대한 긍정 응답이 45.4%로 금지해야 한다는 응답(34.2%)보다 많았다. 5일 조사(한길리서치·전국 1천 명)에서도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62.5%로 '필요 없다'(31.8%)의 두 배에 달했다. 절차적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추진단이 국회에 제출한 자문위원회 회의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27차례 회의 중 무려 14차례나 보완수사권 폐지에 반대하는 의견이 제기됐다. 그런데도 추진단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폐지 방침을 그대로 밀어붙였다. 결국 자문위원 16명 중 6명이 "국민 염원을 저버렸다"며 집단 사퇴했고, 위원장도 "감정적 접근이 심각하다"면서 자리를 내려놨다. 자문위가 있으나 마나 한 요식(要式) 절차였다는 뒷말이 나오는 이유다. 개혁은 절차의 정당성 위에서만 국민의 동의를 얻을 수 있다. 표본 20명짜리 설문으로 여론을 참칭(僭稱)하고, 자문위원 절반의 반대를 묵살한 채 강행한 입법을 두고 어찌 '개혁'이라 할 수 있겠는가. 이재명 대통령마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는 '우격다짐 밀어붙이기'의 대표적인 사례로 역사에 남게 됐다.
2026-08-06 05:00:00
[사설] 뒤늦은 경찰 스타벅스 압색, 대체 무엇을 얻으려는 것인가
경찰이 '탱크데이' 논란과 관련, 5일 스타벅스코리아 본사를 압수수색(押收搜索)했다. 지난 6월 이미 검찰에 의해 임의수사 우선 원칙 등을 고려해 경찰의 영장 신청이 한 차례 반려됐다. 또 모기업인 신세계 측의 사과 및 대표이사 사임, 직원 역사 교육 등으로 파문이 잦아들고 있는 시점에서 경찰의 이런 행태는 또 다른 논란을 부를 우려가 크다. 사실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을 크게 야기한 것은 이재명 대통령이다. SNS와 국무회의, 수석보좌관회의 등을 통해 "대한민국 공동체와 기본적 인권, 민주주의 가치를 부정하는 이런 저질 장사치의 비인간적 막장 행태에 분노한다" "사람의 탈을 쓰고 그럴 수 있나" 등의 말로써 스타벅스가 고의(故意)적, 의도(意圖)적으로 5월 18일에 맞춰 5·18을 모욕하기 위해 '탱크데이' 텀블러 세트 판촉을 한 것으로 사실상 단정한 셈이다. 스타벅스 측은 오해(誤解)라는 입장을 거듭 설명했다. 대표이사 명의의 2차례 사과와 경영진 경질, 신세계 정용진 회장의 대국민 직접 사과 등 여러 후속 조치도 이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다소 무리한 듯 보이는 강제수사(強制搜査)를 강행하는 것은 정권 코드에 맞춘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게 되는 상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쿠팡 사태가 대표적이다.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는 중국 유통업체 '알리' '테무', 그리고 한국 대기업들의 해킹·개인정보 유출 사건 등과 '똑같이' 원칙에 따라 처리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인신 모욕성 쿠팡 국회 청문회, 천문학적인 과징금 부과 등으로 인해, 미국으로부터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差別)'이라는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 하원 법사위의 쿠팡 보고서, '갈취자 입국 금지법' 발의, 통상 환경 악화, 안보 협의 차질 등 막대한 우리의 국익(國益)이 훼손(毁損)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스타벅스 역시 쿠팡과 같은 미국 기업이다. 어떤 정치적 의도와 목적이 깔려 있는지 알 수 없지만, 국익을 버리고 대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2026-08-06 05:00:00
[사설] 극한 폭염은 재난, 보여 주기 식 행정은 국민을 지키지 못한다
사상 초유의 극한 폭염이 전국을 덮치고 있다. 밤에도 잠을 이루지 못하는 열대야가 이어진다. 폭염은 국민의 생명과 일상을 위협하는 재난(災難)이다. 온열질환자가 늘고 농축산업 피해도 심각하다. 그런데도 폭염 대책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보여 주기 식 행정으로는 국민을 지킬 수 없다. 대구시가 운영하는 무더위쉼터만 봐도 그렇다. 1천196곳이라고 홍보하지만, 62%가 경로당 등 회원 중심 시설이다. 시민이 마음 편하게 이용하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폭염에 취약(脆弱)한 노인들은 더위를 피해 반월당 지하상가 등 지하공간으로 내려간다. 무더위쉼터의 운영 시간도 제한적이다. 오후 6시만 되면 문 닫는 곳이 많다. 폭염은 해가 졌다고 끝나지 않는다. 전국에 9만3천 곳의 무더위쉼터가 있다. 무더위쉼터가 시행된 지 20년이 됐지만, 쉼터 운영과 이용 실태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은 미흡(未洽)하다. 숫자는 크게 늘었으나, 시민이 체감하는 대책은 빈약하다. 냉방이 잘되는 공공청사와 도서관, 복지시설을 야간에도 개방하고, 접근성이 떨어지는 쉼터는 과감히 손질해야 한다. 특히 홀몸노인과 장애인, 쪽방 주민 등 폭염 취약계층을 찾아가는 보호 체계를 더욱 촘촘히 구축해야 한다. 야외 노동자 보호도 말뿐이어서는 안 된다. 건설 현장과 농어촌 일터, 물류와 배달업 종사자들이 폭염 속에 장시간 일하는 현실은 여전하다. 특히 고령층과 이주(移住) 노동자에 대한 각별한 대책이 필요하다. 올여름 온열질환 누적 환자(8월 3일 기준)는 2천221명이며, 이 중 19명이 숨졌다. 65세 이상이 전체 환자의 33.8%를 차지했다. 지난 7월에만 4명의 이주 노동자가 땡볕에서 일하다 목숨을 잃었다. 정부와 지자체는 폭염 시간대 작업 중지와 충분한 휴식이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는지 강력하게 감독해야 한다. 폭염은 태풍이나 홍수와 다름없는 재난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실질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 폭염보다 무서운 것은 안일한 탁상행정(卓上行政)이다.
2026-08-06 05:00:00
[관풍루] 이재명 대통령 "군사 쿠데타 재발을 막기 위해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이재명 대통령 "군사 쿠데타 재발을 막기 위해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검사와 변호사를 따로 근무하게 하지 말고 한 사무실에서 일하게 하면 변호사의 검사 사칭 막을 수 있겠군. ○…이 대통령 전국 폭염과 관련해 "국민 삶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 빠르고 빈틈없이 추진해 달라" 당부. 범죄자들 좋으라고 검찰 수사권 빠르고 빈틈없이 폐지해 놓고 '국민 삶 보호'? ○…정동영 "상대방 이름을 불러주는 존중이 평화공존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라며 북한 호칭을 '조선'으로 변경 제안. 내친김에 김일성도 '수령님'이라고 불러야겠지?
2026-08-06 05:00:00
2026-08-05 18:36:34
대구의 옛 이름은 '달구벌'이었다. 삼국통일 이후 신라 문무왕의 아들 신문왕은 통일신라의 새로운 수도를 달구벌로 옮기려 했다. 비록 천도는 실현되지 않았지만, 이는 대구가 오래전부터 영남의 중심 도시로 성장할 기반을 갖춘 전략적 요충지였음을 보여준다. 고려를 거치며 대구의 위상은 점차 높아졌다. 조선시대에는 대구군과 대구도호부로 승격되어 영남의 행정·군사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대구의 군사적·행정적 중요성이 커지면서 조정은 1590년(선조 23년) 임진왜란에 대비해 대구읍성을 쌓았다. 하지만 토성으로 축조된 대구읍성은 1592년 임진왜란으로 크게 훼손되었다. 대구읍성의 역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1736년(영조 12년) 경상감사 겸 대구부사 민응수는 무너진 토성을 돌로 다시 쌓아 석성으로 개축하였다. 이후 1870년(고종 7년) 경상감사 김세호는 성곽을 대대적으로 보수하며 동장대(정해루), 서장대(주승루), 남장대(선은루), 북장대(망경루)를 세워 영남의 중심 성곽으로 완성하였다. 그렇게 되살아난 대구읍성은 대구의 중심을 지키며 시민들의 삶과 함께했다. 20세기 초, 대구읍성은 또 한 번의 비극을 맞았다. 1903년 경부선 철도 공사가 시작되면서 일본인 거주자와 상인들이 대거 유입되었고, 이들은 자신들의 거류지와 상권을 넓히는 데 읍성이 걸림돌이 된다며 철거를 거세게 요구했다. 당시 고종은 철거를 불허했지만, 1906년 경상북도 관찰사 서리 겸 대구군수 박중양은 고종의 뜻을 거스르고 대구읍성을 철거하였다. 하지만 읍성의 흔적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철거된 성벽 자리에는 지금의 동성로·남성로·서성로·북성로가 만들어졌고, 이어 1909년에는 성안에 십자 형태의 도로가 개설되면서 대구 도심의 기본 구조가 형성되었다. 오늘날 남북으로 이어지는 중앙로와 동서로 이어지는 국채보상로는 당시 성안에 개설된 십자 도로의 흔적이다. 또한 철거된 읍성의 돌들은 민간에 1전이라는 헐값에 팔려 나갔다. 일부는 계성학교 아담스관과 청라언덕 선교사 주택의 기초석으로 사용되었고, 일부는 서문시장이 지금의 자리로 옮겨 오는 과정에도 활용되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서문시장 터는 원래 천황당지라는 큰 연못이었는데, 1920년대에 이를 메워 지금의 자리가 되었다. 흩어진 읍성의 돌들 하나하나에는 대구읍성이 품어온 대구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제 우리는 사라진 역사를 바라보며 안타까워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구읍성을 대구의 미래 자산으로 되살리는 길을 고민해야 한다. 세계에는 성곽이 남아 있는 도시가 많지만, 대구처럼 인구 230만이 넘는 대도시 도심 한복판에 읍성의 흔적과 근대문화, 오늘의 도시가 함께 살아 숨 쉬는 곳은 드물다. 대구읍성을 옛 모습 그대로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광객이 찾고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복원할 필요가 있다. 청라언덕, 경상감영, 진골목, 팔공산, 달성토성 등 다양한 역사·문화·관광 자원과 유기적으로 연결한다면, 대구는 국내외 관광객이 그저 스쳐 지나가는 도시가 아니라 오래 머물며 지역 경제에 활력을 더하는 도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대구읍성 복원은 과거를 되살리는 일이 아니라, 대구의 미래를 만드는 일이다.
2026-08-05 16:23:15
출근길에 차가 줄었다. 밤이면 그득그득 차던 아파트 주차장에도 빈자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평일인데도 문 닫은 식당과 상점이 보인다. 용광로처럼 달아오른 이 도시에 '나'만 남겨진 것 같은 위화감이 든다. 우린 이 현상을 '휴가철'이라고 부른다. 낮 최고 기온이 40도를 넘어서고 기름값도 물가도 장난 아니지만 사람들은 기어이 떠나고야 만다. 무언가에 홀린 듯. 사실, 나는 지겹도록 여행했던 사람이다. 지금 직장에서 일하기 전, 내가 했던 일은 '아이들과 여행하는 일'이었다. 주말마다 초등학생들을 승합차에 태워 구석구석 답사를 다녔고, 방학 때는 청소년들과 배낭을 메고 해외 여기저기를 기웃거렸다. 15년 동안 그렇게 살았다. 내 몸속 DNA의 절반은 여행으로 구성돼있을 것이다. 그때 내가 했던 여행은 내 취향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여행이었다. 일이니까 주어진 일정대로 떠났고, 무사히 돌아오는 것에 의의를 뒀다. 이제 나에게 여행은 '일'이 아니다. 내가 가고 싶은 여행지를 고를 수 있고, 가고 싶은 시간에 떠날 수 있다. 지치면 돌아올 수도 있고 엉뚱한 곳으로 발길을 돌릴 수도 있다. 취향에 따라 여행할 수 있게 됐다. 내가 변한만큼 세상도 빠르게 변했다. 언제부턴가 AI가 생활 속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우린 이미 AI 알고리즘의 추천 속에 살고 있다. 알고리즘이 취향에 맞는 도시를 권하고, 후기를 분석해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만족한 숙소를 알려준다. 어느새 나도 앱이 골라준 숙소를 예약하고 있었다. 우리는 고른 것만 보고, 고른 사람만 만나고, 고른 의견만 듣는다. 취향은 정교해지는데 세계는 좁아진다. 실패하지 않는다. 소설가 김영하는 산문집 '여행의 이유'에서 여행이 대개 기대와 어긋나는 데서 시작된다고 썼다. 계획은 틀어지고, 기대한 것은 얻지 못하고, 대신 예상하지 못한 것을 얻어 돌아온다는 것이다. 그는 낯선 호텔 방에서 누리는 익명의 상태, 그러니까 자신의 직함과 역할을 잠시 벗어둔 '아무것도 아닌 자'가 되는 경험이야말로 여행의 본질에 가깝다고 말한다. 검색으로 맛집을 정하고, 남들이 찍은 각도로 사진을 찍고, 실패의 여지를 미리 지워버린 여행. 어긋남을 허락하지 않는 여행은 결국 '확인'에 가깝다. 이미 본 것을 다시 보러 가는 일에는 이야기가 깃들 자리가 없다. 이번 휴가철, 멀리 가지 못해도 좋다. 근교로라도 떠난다면 일정표에 빈칸 하나 정도는 남겨두면 어떨까. 길을 잃어도 되고, 아무것도 아닌 자로 걸어도 되는. 여행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목적지가 아니라 그 빈칸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우리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 떠나지만, 정작 돌아와 오래 남는 것은 계획에 없던 페이지들이니까.
2026-08-05 10:01:26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57>당당한 성찰적 눈동자, 수염의 정교한 사실성 '이채 초상'
1802년(추정) 58세의 화천(華泉) 이채(1745~1820)를 그린 '이채 초상'은 명작이 즐비한 조선의 초상화 중에서도 아름다운 작품이다. 첫눈을 사로잡는 것은 정면을 응시하는 당당하면서도 성찰적인 눈동자, 흰색이 다된 콧수염 턱수염의 정교한 사실성, 이목구비의 빈틈없는 묘사, 안정감 있는 평정한 모습 등이다. 명작 초상화는 주인공이 지닌 심신(心身)의 고유성에 화가의 실력이 더해졌을 때 탄생하는 것 같다. 이어서 얼굴보다 큰 투명한 검은빛 모자가 풍기는 권위, 곧은 선(襈)을 검은 천으로 옷깃에 댄 희고 풍성한 겉옷의 흑백이 대비되는 엄정한 품위, 가슴께에 맨 띠의 매듭이 풀리지 않도록 그 위에 묶어 고정시킨 알록달록한 끈의 장식성 등이 눈에 들어오면서 주인공의 위의(威儀)가 존경의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얼굴 좌우에 이 사람이 누구인가를 주인공 스스로 설명한 글과 지인 두 분의 글이 있다. 초상화는 주인공이 모델로서 관찰의 대상이 되는 동시에 자신의 의지를 반영하며 개입하는 그림이다. 이채 선생은 정면상을 선택했고 반신상으로 그리게 했다. 정자의 관(冠)을 썼고 주자의 심의(深衣)를 입었다고 하며 의관으로 중국 송나라 정자(程子), 주자(朱子)와 같은 무리임을 표상했다. 심의는 '주자가례'에 모양과 치수를 정해 놓았다. 종교 집단도 아닌데 모자 하나, 겉옷 하나까지 자신들만의 것을 주장한 성리학이다. 순정(醇正)과 반신수덕(反身脩德)의 이념을 지닌 성리학자들은 초상화에 까다로웠다. 송시열과 함께 양송(兩宋)으로 불렸던 동춘당(同春堂) 송준길은 초상화 남기기를 거부했다. 명재(明齋) 윤증도 거부했으나 제자들이 화가를 몰래 잠입시켜 가까스로 스승의 모습을 남길 수 있었다. 터럭 한 올이라도 틀리면 그 사람이 아니라는 '일호불사(一毫不似) 편시타인(便是他人)'의 일호불사론, 초상화는 모름지기 정신을 전해야 한다는 전신사조(傳神寫照)론, 마음까지 그려내야 한다는 사심(寫心)론 등의 초상화론이 화가를 압박했다. '이채 초상'에 있는 3편의 화상찬(畵像贊)은 글을 지은 사람, 글씨를 쓴 사람 6명을 모두 알 수 있지만, 끝내 알 수 없는 것은 이 초상화를 그린 화가다. 지금 이토록 우리의 눈을 매혹하는 화가의 솜씨는 필요했지만 그의 이름을 기록할 필요는 느끼지는 못했다니 아이러니하다. 대구의 미술사 연구자
2026-08-05 09:50:19
[세풍-강민구] 이해(理解)의 체급(體級), 정보의 강을 코끼리처럼 건너기
'체급'이란 권투나 유도 같은 스포츠에서 경기자의 체중에 따라 매겨진 등급을 뜻한다. 세상을 바라보고, 텍스트를 읽고, 사리를 분별하는 '이해'에도 체급이 존재한다. 우리는 매일 정보의 폭포를 맞는다. 어떤 이가 정보를 발전시켜 새로운 통찰을 끌어낼 때, 어떤 이는 맥락(脈絡)을 왜곡하며 갈등을 일으킨다. 정보의 강물에서 유영(遊泳)하는 이 차이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옛글이 있다. 세 마리의 짐승이 강을 건넌다는 뜻의 '삼수도하(三獸渡河)'가 그것으로, 부처의 설법을 듣고 깨닫는 사람의 깊이 차이를 설명하며, 토끼와 말, 코끼리가 강을 건너는 모습에 비유했다. 토끼가 하수(河水)를 건너면 몸이 물 위에 떠서 쓸려가고, 말이 하수를 건너면 몸의 반쯤은 물에 잠겨 애를 먹고, 오직 커다란 코끼리만 강 밑바닥에 당당히 발을 딛고 거센 물결을 가르며 건너간다는 이 이야기는 현재 정보 사회의 모습을 대변하는 은유로 삼을 수 있다. 여기서 강을 건너는 행위는 정보나 진리를 받아들이는 과정이며, 거센 강물의 흐름은 정보의 폭주와 세상의 복잡성이다. 그리고 강을 건너는 세 동물의 체구는 각 개인이 가진 이해의 체급이다. 오늘날의 정보 지형에서 '토끼 체급의 이해'를 가진 이들은 자극적이고 짧은 형식의 영상이나 단편적인 머리기사만 쫓아다니며 휩쓸리는 수준이다. 정보의 맥락을 깊이 파악하지 못하고 표면에 떠서, 말단적 논란이나 가짜 뉴스라는 물살에도 쉽게 떠내려간다. 반면 '말 체급의 이해'는 겉으로 보이는 팩트나 텍스트는 이해하지만, 정보 이면에 숨겨진 맥락이나 구조적 본질까지는 파악하지 못한다. 반쯤 물에 잠긴 채 애를 쓰며 강을 건너듯 지식을 소비하지만, 그것을 자신의 삶에 유기적으로 체화하거나 확장하지는 못하는 수준이다. 반면 '코끼리 체급의 이해'로, 고(高) 체급의 분별력을 가진 이들은 정보의 물살이 아무리 거세고 복잡해도 중심을 잃지 않는다. 쏟아지는 주장 속에서 본질을 정확히 짚어내며, 정보의 밑바닥에 탄탄한 비판적·발전적 사고의 발을 내디딘다. 물결을 헤치고 거침없이 자기 길을 가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동일한 정보를 두고도 사람마다 이해의 체급이 달라지는 원인은 무엇일까? 가장 큰 원인은 맥락 없는 한 줄의 문장, 자극적인 한 장면만 잘라 소비하는 습관 탓에 생긴 '맥락 파악 능력의 결여'이다. 여기에 믿고 싶은 것만 취하는 확증 편향과, 복잡한 사안을 깊이 고민하기보다 빠르게 결론 내리려는 조급함이 더해져 사유의 깊이를 얕게 만든다. 결국 정보의 강에서 휩쓸려가는 토끼에 머무르지 않고, 강바닥을 딛고 서는 코끼리로 성장하려면 사유의 체급을 올리는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 단편적인 정보를 대충 훑는 습관을 줄이고, 길고 복잡한 글을 끝까지 읽어내며 "이 정보의 전제와 맥락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반문해야 한다. 고전이나 깊이 있는 텍스트를 읽는 것은 사유의 체중을 늘려 이해의 체급을 올리는 가장 확실한 훈련이다. 또한, 어떤 정보를 접했을 때 즉각적으로 반응하거나 감정적으로 동요하지 않는 연습도 필수적이다. 출처를 확인하고 반대편의 시각은 어떠한지 검증하는 수평적 독해 습관을 들여야 한다. 내가 딛고 선 강바닥이 단단한 진실인지, 아니면 푹 꺼지는 모래톱인지 발로 밟아보듯 검증하는 태도가 코끼리의 발걸음을 만든다. 이렇게 얻은 이해를 바탕으로 정보를 자신의 언어로 재구성하고, 사회와 삶을 발전시키는 에너지를 창출해야 한다.
2026-08-05 05:00:00
[사설] 세금 폭탄만 있고 주거복지는 실종, 무엇을 누구를 위해 이러나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026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집은 사는(buying) 것이 아니라 사는(Living) 곳"이라며 거주(居住) 중심의 주택 시장을 정착시키겠다고 했다. 하지만 비(非)거주 1주택자와 이른바 '똘똘한 한 채' 보유자를 타깃으로 한 세수(稅收) 증대에 집중했을 뿐, 최우선 순위가 되어야 할 서민 주거복지를 위한 세입자 배려는 거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개편안에 따르면,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공제액은 현재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줄어든다. 반면에 실거주 시에는 종부세 공제(控除) 규모가 14억원으로 크게 늘어난다. 또한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의 보유 기간 공제 역시 거주 기간 공제로 대체된다. 주택을 세입자에게 임대할 필요성을 크게 떨어뜨리는 정책이다. 당연히 집주인은 기존의 임차인(賃借人)을 내보내고 실거주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로 인해 줄어드는 전·월세 물량 감소에 대한 대책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실거주를 강조하는 이번 세제 개편이 중장기적으로 전·월세 매물 감소를 부추기면서 임차인의 내 집 마련 수요(需要)를 오히려 자극(刺戟)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월세 시장 불안이 매매 수요를 부추기고, 이로 인해 중저가 주택 위주로 가격이 크게 오르는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집주인들의 자기 집 입주로 밀려난 임차 수요가 다시 전·월세 시장에 유입되면 전·월세 가격을 밀어올리게 된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결국 집 없는 서민들의 주거비(住居費) 부담을 크게 증가시킬 것이라는 분석이다. 핵심 지역에는 내 집을 가진 집주인들만 살게 되고, 집 없는 세입자들은 외곽 지역으로 밀려나는 구조 역시 공고해질 전망이다. '집 있는 사람들이 사는 동네'와 '집 없는 사람들이 사는 동네'로 차별화(差別化)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보유세 폭탄이 임대료에 전가되는 움직임이 확산할 경우, 가장 큰 피해자는 세입자가 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비거주 1주택자, 고가 주택 소유자, 다주택자 등에게 세금 폭탄을 부과함으로써 아파트를 매물(賣物)로 내놓으라는 '매물 출회 유도'를 목표로 하고 있을지 몰라도, 토지거래허가제·대출 규제 등 각종 규제로 인해 현금 부자가 아니면 집을 내놔도 실제로 구매하기 어렵다. 정부는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을 낮춘다는 명분으로 월세 세액공제(稅額控除)의 연간 한도를 1천만원에서 1천200만원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을 이번 세제 개편안에 포함시켰다. 특히 15~34세 청년의 경우 연봉과 관계없이 2029년 말까지 공제율 17%를 적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대학생 등 수입이 전혀 없거나, 개인소득세를 내지 않는 최저임금 수준의 알바생 청년 등은 폭등한 월세를 부모나 본인 스스로가 오로지 감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이재명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안과 관련, '세제 합리화' '세 부담 정상화'라는 용어를 사용해 합리화하고 있다. 마치 세수 증대에만 초점을 맞췄을 뿐, 집 없는 서민들의 내 집 마련과 주거 안정에는 관심 없었다는 고백(告白)으로 들린다.
2026-08-05 05:00:00
[사설] '형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않겠다', 대통령은 누구 편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검사의 수사권 전면 폐지와 법원의 '공소기각(公訴棄却) 사유 확대'가 포함된 형사소송법(이하 형소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수 국민의 반대와 범죄 피해자들의 절규(絕叫), 야당의 강한 반대에도 범여권은 형소법 개정안을 밀어붙였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 법안의 부작용을 충분히 예상하면서도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권유(勸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회피해 버렸는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못 박은 것이다. 정부·여당은 이번 형소법 개정 강행에 대해 '검찰의 무소불위(無所不爲) 권한을 없애야 한다'는 명분을 들고 있지만, 이 법으로 이제 경찰이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됐다. 경찰이 수사 독점권을 갖게 됨으로써 부실(不實) 수사 또는 고의로 범죄자들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더라도 이를 통제하기 어려운 것이다. 최근 '광주 여고생 피살 사건' '부산 돌려차기 사건'에서 보듯 경찰의 부실 수사를 검찰이 보완수사해 진실을 밝힌 경우는 수없이 많다. 이제 이 법이 시행되면 억울한 일을 당한 피해자는 홀로 싸워야 할 판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이유로 "논란이 있으나 이 법률안이 위헌이라거나 행정부의 고유한 권한을 침해하는 등 (부작용) 국회 입법권을 부정할 만큼의 심각한 상황이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부권 행사는 삼권분립의 원칙에 위협이 되거나 헌정 질서에 위반이 될 때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이 법률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경우는 법률안이 위헌성이 있을 때, 행정부 고유 권한을 침해할 때뿐만이 아니다. 법률안이 ▷국익과 국민 대다수의 편익(便益)에 반(反)하거나 공공의 이익을 해칠 가능성이 큰 경우 ▷여야 합의나 수용 절차 없이 강행 처리되었거나, 입법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 및 숙의(熟議)가 극도로 부족한 경우에도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이번 형소법 개정안이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게다가 야당과 학계, 법조계는 ▷보완수사권까지 완전히 폐지할 경우 수사 부실화나 범죄 대응력 약화로 국민의 기본권 보호 책무를 다하지 못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공소기각 확대에 대해서도 요건의 명확성(明確性)이 부족해 재판부마다 해석이 달라져서 사법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번 형소법 개정 법안이 시행(施行)될 경우 이익을 볼 사람과 피해를 볼 사람은 분명하게 갈린다. 국회의원 등 정치권력자, 일부 향찰(鄕察)과 결탁한 토호(土豪), 고액의 변호사를 얼마든지 선임할 수 있는 부자, 지능형 범죄자들은 죄를 지어도 처벌을 피할 수 있는 길이 훨씬 넓어질 것이다. 반면 사회적 약자·인맥도 권력도 돈도 없는 사람들은 범죄 피해를 당해도 국가의 충분한 보호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나아가 공소기각 확대는 이재명 대통령 면소(免訴)를 위한 '우회로'라는 비판도 많다. 본지는 7월 27일 자 칼럼 '야고부'에서 형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대통령 책상에 올라왔을 때,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느냐, 않느냐를 보면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 편인지, 범죄자 편인지, 현 정부가 국민주권 정부인지, 사익(私益) 추구 집단인지 알게 될 것이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제 국민들은 분명하게 알게 됐다.
2026-08-05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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