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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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증시 투기판 주범 단일종목 ETF, 근본 수술 필요하다

    최근 증시 변동성을 극대화한 주범으로 지목받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둘러싼 파장이 좀처럼 숙지지 않고 있다. 자산운용업계에서 'ETF 아버지'로 불리는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가 삼전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대해 "지금이라도 투자하지 말라"고 이례적인 권고를 하고 나선 것은 물론 월스트리트저널이 한국 증시를 '오징어 게임'에 비유하고, 로이터 등 외신이 한국 정부의 '정책 실패'로 규정할 만큼 글로벌 증시 과열의 진원지로 전락한 상황이다.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자 이재명 대통령도 21일 국무회의에서 최근 나온 금융위원회의 대책을 두고 "이거 가지고 되겠느냐"며 보다 신속하고 과감한 대응을 지시하기에 이르렀다. 레버리지 ETF는 일정 기간의 누적 수익률이 아니라 일일 수익률을 배수로 추종하기 때문에 상승과 하락이 반복되면 손실과 회복이 되풀이되는 과정에서 원금이 깎이는 '음(陰)의 복리' 현상이 발생한다. 분산투자라는 ETF의 본질을 버리고 단일종목 2배 추종을 허용한 순간부터 이 상품은 ETF의 탈을 쓴 투기성(投機性) 시한폭탄이나 다름없었다. 이로 인해 코스피는 불과 한 달 만에 24% 넘게 급락하며 4년째 전쟁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 증시보다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해 주요국 중 최하위로 추락했다. 금융위가 지난 16일 내놓은 예탁금 3천만원 상향이나 사전 교육, 20주 묶음 거래 같은 미시적 대책만으로는 이미 왜곡된 시장 구조를 바로잡기에 역부족이다. 오히려 개미들의 손발을 묶어 가뜩이나 손실을 입은 개인투자자들은 대처할 방법조차 없이 손 놓고 당할 상황이 됐다. 이제라도 정부는 '증시를 띄우겠다'는 인위적 부양 신호를 멈추고 레버리지 상품의 추종 배수 하향 조정 및 단계적 상장폐지까지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특히 국회 국정조사를 통해서라도 제도 도입 과정의 부실을 명백히 따지고 투기성 상품에 대한 법적 방어망을 단단히 구축해야 한다.

    2026-07-22 05:00:00

  • [사설] 줄줄 새는 아파트 관리비, 이대로 둘 건가

    아파트 관리비와 장기수선충당금(장충금)을 둘러싼 갈등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지자체 행정감사는 물론 형사 고소, 소송 등 극단(極端)으로 치닫는 사례도 많다. 주민들이 맡긴 '공동의 재산'이 새고 있는데도 이를 막을 제도는 허술하기 그지없다. 최근 대구에서는 아파트 관리업체가 퇴직급여충당금과 연차수당, 4대 보험료 등을 선지급받고도 미사용 금액을 정산(精算)하지 않거나 각종 비용을 부풀려 관리비를 빼돌린 사례가 잇따랐다. 법원 판결을 통해 수천만원을 돌려받은 아파트도 있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1천 가구 규모 아파트에서 연간 1억원 안팎의 미정산 금액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충금 갈등은 더 심각하다. 수억~수십억원 규모의 공사에서 입찰 절차와 사업자 선정, 공사비 적정성(適正性)을 둘러싼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주민 동의 절차를 제대로 거쳤는지, 특정 업체에 유리한 입찰 조건을 만들지는 않았는지 등을 놓고 입주민과 입주자대표회의가 법정 공방(攻防)까지 벌이는 사례가 잇따른다. 최근 5년간 대구시 공동주택 감사 결과에 따르면 54개 단지에서 1천241건의 지적 사항이 나오기도 했다. 관리비 분쟁(紛爭)이 끊이지 않는 것은 허술한 제도 탓이다. 현행 공동주택관리규약은 관리비 정산을 사실상 권고하는 수준에 그친다. 관리업체가 미사용 관리비를 제때 반환하지 않아도 입주민이 직접 자료를 확보해 소송하지 않으면 돌려받기 어렵다. 장충금 집행도 단지별 관리규약에 크게 의존하다 보니 절차와 기준이 제각각이다. 공사 규모가 커질수록 이해관계가 얽히고 분쟁이 반복되는 이유다. 정부 차원의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일정 금액 이상의 공사는 주민 전자투표를 통한 의결(議決)과 외부 전문 기관의 적정성 검증을 의무화하고, 장충금과 관리비 정산 내역은 표준화된 방식으로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 관리비 횡령과 부실 집행은 주민의 재산을 침해하는 범죄다.

    2026-07-22 05:00:00

  • [사설] '선관위 특검' 수사 결과가 국민 신뢰 받으려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각종 의혹(疑惑)을 수사할 특별검사 법안을 7월 임시 국회 내에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양당은 국민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대한변호사협회,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로부터 각 3인씩 특검 후보를 추천받아 그중 2인을 여야 합의로 대통령에 추천하기로 했다.(대통령이 이 중 1명을 특검으로 임명하게 된다.) 그 외 특검의 수사 범위와 규모, 기간 등은 추후 논의하되 여야가 합의해 처리하기로 했다. 여야 간 현재 특검 합의는 원론적 수준에 불과하다. 앞으로 특검 후보 추천과 수사 범위, 규모, 기간 등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이견(異見)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여야가 각자 특검 후보를 추천하는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부정선거 의혹'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번 특검을 통해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투표용지 부족, 쌍둥이 득표, 후보 간 득표수 바꿔 입력, 선거인 명부 누락(漏落) 등을 명확히 밝히는 한편, 2020년 총선 이래 불거졌던 각종 의혹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정리해야 한다. 6·3 지방선거 문제뿐만 아니라 한국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부정선거 의혹' 또는 '부정선거 음모론'까지 일소(一掃)해야 하는 것이다. 향후 특검 후보 추천과 수사 범위 등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미흡한 점이 발생한다면 특검이 수사를 통해 어떤 '결과'를 내놓더라도 부정선거를 의심하는 국민들은 수긍(首肯)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특검의 수사 범위는 국민의힘이 원하는 바를 최대한 수용(受容)하고, 여야 간 특검 후보 합의가 안 될 경우 대통령은 국민의힘이 추천하는 후보를 임명해야 한다고 본다. 선거 관리 부실과 부정선거는 물론이고,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부정선거 의혹 자체가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수년째 각종 의혹을 제기하는 국민들의 주장과 야당의 요구를 특검에 충분히 반영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요소를 모두 털어 내야 한다.

    2026-07-22 05:00:00

  • [관풍루] 이재명 대통령, 레버리지 ETF 대책 관련 "그거 가지고 되겠냐"며 신속·과감한 조치 주문

    ○…캐나다, 트럼프 미 대통령 "관세 부과해서라도 산불 막아야 한다"며 캐나다산 제품에 50% 관세 예고에 "이런 헛소리 듣는 것만으로도 화난다"며 반발. 이젠 하다 하다 산불에까지 관세 때리나. ○…이재명 대통령, 레버리지 ETF 대책 관련 "그거 가지고 되겠냐"며 신속·과감한 조치 주문. 속도전으로 상장 허용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사후 약방문? 그 사이 개미들 쏟은 피눈물은 어쩌누. ○…'장윤기 사건'에 강간살인죄 적용 안 한 이유가 국수본 지휘 때문이었다는 내부 폭로 나와. 해당 경찰서 봐주기·부실 수사 진상규명도 국수본이 진행 중인데 국수본 지시, 국수본 감찰?

    2026-07-22 05:00:00

  • [날씨] 7월 22일(수)

    [날씨] 7월 22일(수) "구름 많고 한때 비"

    2026-07-21 18:44:37

  • [사설] 보완수사권 폐지에다 경찰에 '48시간 구금권'까지, 뭐 하자는 건가

    법조계의 우려와 다수 국민들의 반대에도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廢止)를 밀어붙이는 가운데, 민주당 지도부가 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경찰이 피의자로 추정하는 사람을 긴급 체포해 48시간 구금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돼 논란이다. 현행법은 '사법경찰관이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피의자를 긴급 체포한 경우에 즉시 검사의 승인(承認)을 얻어야 한다'(형사소송법 제200조의 3)고 규정돼 있다. 그런데 여당안은 '승인'을 '통보'로 바꿨다. 검사의 수사 지휘를 받지 않도록 하자니 그런 수를 짜냈을 것이다. 경찰이 피의자를 긴급 체포한 후 검사의 승인을 받는 대신 사후 통보만 할 경우 48시간 동안 외부 통제 없이 인신(人身)을 구속할 수 있게 된다. 일단 체포하고 보는 식의 수사가 이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경찰이 '국민의 인권'을 48시간 동안 가둘 수 있다는 말이다. 민주당 극성 지지층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 수사로 억울한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검찰 해체(解體),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등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 극성 지지층을 달래기 위해 국민 피해가 불 보듯 뻔함에도 검찰 해체를 밀어붙였고(10월 검찰청은 폐지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으로 개편), 이제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명계와 친청계 모두 검찰 보완수사권을 폐지하겠다고 한다. 민주당 내 강경파들은 보완수사권 폐지로 불거질 문제에 대해 "피해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장치를 두텁게 넣을 것"이라고 말만 할 뿐, 어떻게 억울한 피해자 발생을 막고, 범죄자가 법망(法網)을 빠져나가는 상황을 차단할 것인지 분명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억울한 피해 예방 대책도, 부실 수사 방지책도, 경찰 통제 불능 대비책도 없고, 오직 당권과 정권 방탄 목표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이런 행태가 입법 사유화(私有化)일 것이다.

    2026-07-21 05:00:00

  • [사설] TK신공항 사업 재정 지원 않겠다면 그렇게 선언하라

    대구경북(TK)신공항 건설이 사업비가 없어 표류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사업의 당위성을 인정하고, 지원 의사도 밝혔다. 그러나 말만 앞세웠을 뿐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사업이 지지부진(遲遲不進)하면서 지역민의 절망감은 크다. 지역 정치권이 'TK신공항특별법' 추가 개정 등 대책을 모색하고 있지만, 소수 야당 의원들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TK신공항 건설은 K-2 군공항과 대구공항을 함께 이전하는 국가사업이다. 군사시설 재배치는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 그런데도 이 사업은 대구시가 군공항(군부대 포함)을 건설한 뒤, 종전 부지를 개발해 비용을 회수하는 '기부 대 양여'(寄附對讓與) 방식에 묶여 있다. 11조5천억원이 넘는 군공항 이전 비용을 지자체가 떠안으라는 것부터 무리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종전 부지 개발 수익을 장담할 수 없고, 금융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더불어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때 TK신공항 사업 지원을 위한 특단(特段)의 대책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그러나 김부겸 후보의 낙선으로 그 약속은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정부는 대구시의 공공자금관리기금 융자 요청마저도 회피하고 있다. 그런 정부가 광주 군공항 이전 사업에 대해선 전향적(前向的)이다. 정부는 광주 군공항 후적지를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반도체 제조 거점으로 낙점해 재원 확보의 돌파구를 마련해줬다. 누가 봐도 현격한 차별이다. TK 정치권은 고립무원(孤立無援)의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해법을 찾고 있다. 공공자금관리기금 우선 융자와 국가사업 전환, 국가의 손실 보전, 경북도와 공동 시행 등 다양한 방안을 담은 특별법 추가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집권 여당의 지원과 협조가 없다면, 그 어떤 것도 백약 무효(百藥無效)다. 이미 제정된 특별법에도 정부의 행정·재정 지원 근거는 있지만, 정부는 후속 대책 마련엔 미온적이다. TK신공항 사업의 성패는 지역의 자구책이 아니라 정부의 결단에 달려 있다.

    2026-07-21 05:00:00

  • [사설] "호남 반도체는 기업의 선택"이란 정부 발표는 거짓말이었나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반도체) 수요가 폭발(暴發)하고 있으니 (공장을) 빨리 지어야 할 필요성이 있고 용인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호남이 가장 좋다고 판단한 것이며 나는 그렇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관치(官治) 투자 논란에 대해서는, "조건을 완벽하게 충족하는 곳을 우리도 찾지 못하고 있다. 인프라는 정부나 지자체가 만들어줘야 하는 것이고, 우리가 강제로 만들 수는 없지 않으냐. 권한을 가진 곳에서 잘 해주면 우리는 거기에 짓겠다는 심플한 얘기"라고 했다. 그동안 호남 반도체와 관련, "기업이 선택했다"던 이재명 정부의 설명은 사실과 달랐다. 이미 추진 중인 용인 클러스터의 완공 시점을 12년 앞당기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최 회장은 "아직 후반부의 용수(用水)와 전기가 완벽하게 갖춰진 게 아니어서 그 문제도 풀어야 한다"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주52시간제 등 각종 규제와 '영업이익 10% 성과급' 제도의 주주 및 협력사 등에 대한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도 해소(解消)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기·용수·인력·관련 산업 인프라 등 어느 것 하나 갖추지 못한 호남 반도체를 이재명 정부 임기 내 완성하겠다는 약속(約束)은 사실상 실현되기 어렵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최 회장은 "(메모리 반도체의) 공급을 늘려 가격을 떨어뜨려야 한다"면서, 안 그러면 시장 위축과 신규 경쟁자 진입, 지정학적 견제라는 '3중 역풍'이 한국 반도체 산업을 덮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종합하면 호남 반도체는 조건(條件)이 충족될 경우 추진하되, 당장 반도체 공급을 대폭 늘려야 하는 만큼 진행 중이거나 착공이 가능한 공장을 빨리 짓는 것이 한국 반도체의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이란 결론이 나온다. 호남 반도체를 향한 이재명 정부의 의지가 한국 반도체 산업 전반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구미 등 시장(市場)에 따른 반도체 산업의 육성은 순조롭게 진행되어야 한다.

    2026-07-21 05:00:00

  • [관풍루] 유재성 경찰청장 권한대행,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론 무게 실으며 "폐지돼도 달라질 것 없다"고 발언해 논란

    ○…로이터 "삼전닉스 레버리지, 한국 증시 카지노 무법천지 만들었다"고 꼬집고, 블룸버그는 "증시 부양 공약 이재명 정부 정치적 위기에 처하게 해"라고 지적. '적은 혼노지(本能寺)에 있다' 이재명의 적은 김용범? ○…유재성 경찰청장 권한대행,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론 무게 실으며 "폐지돼도 달라질 것 없다"고 발언해 논란. 보완 수사로 장윤기 사건 경찰 부정수사 밝혀냈는데도?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문샷이 공개한 초대형 AI 모델 '키미(KIMI) K3' 쇼크에 한국 증시 급락. 이제는 미국과의 기술 격차를 단 2~3개월로 좁혔다는데…. 한국 AI 기업들은 뭐 하나?

    2026-07-21 05:00:00

  • [날씨] 7월 21일(화)

    [날씨] 7월 21일(화) "구름 많고 한때 비"

    2026-07-20 19:08:28

  • [윤명철의 다시 보는 한국역사와 문화] 동아시아 패권질서를 둘러싼 국제대전―고당 전쟁

    [윤명철의 다시 보는 한국역사와 문화] 동아시아 패권질서를 둘러싼 국제대전―고당 전쟁

    ◆왜 당나라는 고구려를 공격했을까?우리는 흔히 고당 전쟁을 '안시성 전투'로 기억한다. 당 태종이 침략했고, 양만춘이 이를 막아냈으며, 결국 당나라가 패배했다는 이야기이다. 왜 당나라는 막대한 국력을 동원해 고구려를 공격했을까? 왜 안시성에서 대패한 뒤에도 수년 동안 전쟁을 계속했을까? 고당 전쟁은 유라시아 동부의 국제질서를 재편하려는 신흥 패권국과 기존 질서를 유지하려는 동방의 강국이 충돌한 국제대전이었다. 전쟁의 무대 역시 요동만이 아니라 동아지중해와 황해, 압록강 하구와 한반도까지 이어졌고, 간접적으로는 몽골 초원과 실크로드, 티베트 고원까지 하나의 전략 공간으로 연결되었다. 당나라는 400년 만에 중국을 통일한 수나라와 마찬가지로 동아시아 전체를 하나의 국제질서 아래 편입시키려는 거대한 국가전략을 추진하였다. 당태종의 목표는 영토 확장을 넘어 범동아시아 패권 질서의 구축이었고, 그 과정에서 동방세력의 핵심국가인 고구려는 반드시 넘어야 할 마지막 관문이었다. 전쟁 직전인 644년 당 태종이 내린 조서에는 "요동은 본래 중국의 땅이다(遼東故中國地)"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군사행동을 정당화하는 논리였다. 흥미롭게도 이 논리는 오늘날 중국이 동북공정을 추진하면서 내세우는 역사인식과도 일정한 공통점을 가진다. 역사는 반복되지 않지만, 국가가 패권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역사 논리는 놀랄 만큼 유사하다. ◆당나라의 동아시아 질서 재편과 고구려의 대응당태종은 수나라의 패인을 알았으므로 먼저 국제환경부터 바꾸었다. 패권국은 주변 강국을 그대로 둔 채 중심국가가 될 수 없다. 먼저 북방에서는 630년에 동돌궐을 격파하고, 단계적으로 철륵의 설연타부(薛延陀部)를 자신의 세력권 안으로 끌어들였다. 몽골 고원의 주도권을 확보함으로써 북방의 위협을 크게 줄였다. 이어 서쪽에서는 고창국(현재 투르판)을 정복하여 실크로드의 핵심 구간을 장악하였다. 이는 단순한 영토 확장이 아니라 중앙아시아와 연결되는 국제 교역망을 확보하는 전략이었다. 남서쪽에서는 송첸감포가 통일한 토번과 대립하였다. 강력해진 토번은 토욕혼을 공격했고, 20만의 대군으로 당나라를 공격했다. 당 태종은 결국 641년에 문성공주를 토번에 시집보내는 혼인외교를 선택하였다. 이는 고구려 원정을 앞두고 서남 방면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남쪽에서는 북베트남 지역인 임읍(참파)을 수나라에 이어 다시 세력권으로 편입시키면서 강남 경제권과 해상교역을 적극 육성하여 동남아시아와 연결되는 해양 무역망을 확대하였다. 이렇게 해서 당나라는 자국을 중심으로 북방 초원, 서역, 티베트, 남중국과 해상 무역권을 차례로 정비하였다. 이제 남은 마지막 전략 공간은 고구려의 영토인 요동과 동아지중해였다. 한편 고구려 또한 이러한 국제질서의 변화를 예리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수나라의 수군 공격을 격퇴시킨 경험이 있는 영류왕은 즉위한 후에 외교를 통해 시간을 벌려 했고,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를 조정하면서 전쟁을 피하려 하였다. 비효율적인 천리장성을 축조한 것도 단순한 방어시설의 증축이 아니라 요하 회랑을 중심으로 한 전략 공간을 재편하려는 시도였다. 하지만 당나라가 구축하는 신국제질서 속에서 독자성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지는 상황이었다. 결국 고구려 내부에서도 외교와 항전을 둘러싼 치열한 노선 갈등을 낳았고, 결국은 연개소문의 정변과 집권으로 이어졌다. ◆고당 전쟁은 왜 국제대전이 됐는가?당태종은 국제질서를 정비한 뒤, 마침내 고구려를 향해 움직였다. 644년 이세적(李世勣)에게 육군을 맡기고, 자신은 대군을 이끌고 직접 요동으로 향했다. 동시에 장량(張亮)을 평양도 행군도총관으로 삼아 4만여 명의 수군과 500척의 전선을 산둥반도에서 출항시켰다. 이 순간부터 고당전쟁은 단순한 국경전쟁이 아니라 육군과 수군이 동시에 움직이는 해륙양면전으로 전개되었다. 당나라의 전략은 분명했다. 육군은 요하를 건너 요동의 성곽 방어선을 차례로 돌파하면서 고구려의 주력군을 묶어 두고, 수군은 요동해안을 장악한 후에 황해를 건너 압록강 하구와 대동강 방면으로 진출하여 평양성을 압박하는 것이었다. 두 전선이 연결되면 수도 평양은 전략적으로 고립되고, 고구려는 전쟁 수행 능력을 잃게 된다. 이는 오늘날 말하는 협공작전이자 입체적 전략이었다. 과거 수나라는 113만여 명의 수륙군을 한 방향으로 집중시켰다가 장거리 보급과 고구려의 기동전에 휘말려 무너졌다. 반면 당나라는 소규모의 정예병으로 해륙양면전으로 고구려의 전략적 종심을 분산시키려 하였다. 전쟁 방식 자체가 한 단계 진화한 것이다. ◆ 군사전략의 '축(povot)'인 요동 회랑 공방전고구려 역시 이러한 전략의 변화를 정확하게 파악했다. 연개소문 정권은 성곽 하나를 지키는 데 전력을 집중하지 않았다. 요동의 여러 성을 방어 거점으로 연결하고, 적을 지연시키면서 병력을 분산시키는 전략을 선택하였다. 실제로 요동의 성들은 각각 독립된 요새가 아니라 하나의 방어망을 이루고 있었으며, 어느 한 곳이 함락되더라도 전체 전선이 곧바로 붕괴되지 않는 시스템으로 구축됐다. 특히 요동 지역은 북방유목세력의 남진 종점이었고, 중원 세력들이 만주와 한반도로 진출하는 회랑이자 동아지중해와 연결되는 전략 공간이었다. 고구려는 광개토태왕 이래 안정적으로 지정학적인 요동 회랑을 장악하며 중국 왕조와 북방 세력의 진출을 견제하였다. 반대로 당나라가 이 회랑을 확보한다면, 고구려뿐 아니라 동북아시아 전체의 국제질서를 주도할 수 있었다. 양국 모두 요동을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전쟁은 예상대로 치열하였다. 당군은 개모성에 이어 난공불락의 요동성마저 함락시키며 서쪽 방어선을 돌파하였다. 당나라의 공성기술과 병력은 강력했으므로 고구려군은 성 하나의 사수보다는 시간을 벌면서 주력을 보존하는 전략을 유지하였다. 당군은 승리를 거듭했지만, 진격 속도는 처음 계획보다 훨씬 늦어지기 시작하였다. 이 지역은 전쟁의 승패가 성 몇 개의 점령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병력의 보존, 보급선의 유지, 전선의 지속성이 훨씬 중요하다. 고구려는 독특한 방어시스템과 공간을 활용하여 시간을 벌었고, 그 시간은 결국 당나라의 전략을 근본적으로 흔들었다. 전쟁은 단기 결전에서 장기 소모전으로 변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당태종은 요동 방어선의 마지막 관문 가운데 하나였던 안시성 앞에 도착한다. ◆안시성 공방전과 당나라의 대패배안시성은 당나라가 이미 개모성과 요동성, 백암성마져 함락시키고, 주필산 전투에서 대승한 당군은 자신감을 갖고 도착했다. 당태종은 안시성을 함락하면 곧 바로 압록강 방어선까지 진격할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안시성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성주의 이름은 오늘날까지도 논란이 있지만, 분명한 사실은 고구려군이 치밀한 방어와 강한 항전 의지를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당군은 흙산을 50만 명의 병사가 60일 동안 쌓아가며 대규모 공성전을 반복했지만 끝내 성을 함락하지 못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전투 그 자체보다 시간이 흘러간다는 데 있었다. 본국에서 수천 리 떨어진 곳에서 싸우는 당나라군에게 병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보급이었다. 식량과 무기, 말 사료는 모두 장거리 수송에 의존했고, 전선이 길어질수록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 반면 고구려는 자국 영토 안에서 싸우며 시간을 자기 편으로 만들었다. 성의 공방전이 지연될수록 당나라 전략은 붕괴되고 있었다. 계절도 당나라에 불리하게 돌아가기 시작하였다. 음력 9월이 된 요동의 겨울은 중원과 전혀 달랐다.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고, 강풍과 적설은 병사와 말의 전투력을 크게 약화시켰다. 시간이 흐를수록 전황은 고구려에게 유리해졌다. ◆국제환경의 변화와 당나라의 철수더 큰 문제는 내부이 정치적인 혼란과 국제정세였다. 특히 북방에서는 설연타가 움직일 가능성이 있었고, 서남에서는 토번이 강력한 세력으로 위협을 가하는 중이었다. 국제질서는 완전히 안정된 체제가 아니었으므로 황제가 오랫동안 원정지에 머무를수록 국가적인 이기가 커졌다. 바다 또한 변수였다. 당나라는 수군을 동원했지만 육군과 수군의 협공은 원활하지 못했다. 안시성 공방전이 한창일 때 요동반도 남쪽의 비사성을 점령한 장량의 수군은 먼거리가 아니었음에도 도움을 주지 못했다. 고구려는 요동반도 남단의 장산군도에 설치한 섬방어체제들이 역할을 담당했고, 필시 압록강 하구와 대동강 수계를 활용하여 수도권을 방어하여, 육지와 해양을 유기적인 전쟁 공간으로 운영하였을 것이다. 결국 당나라의 협공 전략은 결정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당태종은 철수를 결정하였다. 흔히 안시성의 저항때문에 철수했다고 설명하지만, 실제 상황은 훨씬 복합적이었다. 안시성의 완강한 저항 외에 장거리 보급의 한계, 혹독한 계절, 예상보다 길어진 전쟁, 북방과 서남의 국제정세, 그리고 해륙 협공의 실패가 함께 작용한 결과였다. 당태종은 후퇴하는 도중에 한겨울로 접어든 음력 10월의 요택지대에 빠져 처절하게 고통을 받은 사실들이 삼국사기와 자치통감 등에 기록되어있다. 그는 태자인 당고종이 보낸 결사대에 의해 구원받아 간신히 목숨을 부지한 채 돌아왔다. 이때 말은 10의 8, 9가 얼어죽었다. 반면에 고구려는 국가 시스템, 기술력, 무엇보다도 양만춘이라는 인물의 탁월한 지도력과 고구려인들이 지닌 자유의지가 기적같은 승리를 획득한 것이다. 안시성 전투는 당나라를 무너뜨린 결정적 승부라기보다, 당나라가 추진하던 동아시아 패권전략에 처음으로 제동을 건 사건이었다. ◆당태종의 재공격과 해군력 강화당태종은 패권전략 자체를 포기하지 않았다. 철군 직후에도 요동 방면의 군사력을 계속 유지하였고, 수군을 증강하면서 고구려 공격을 위한 새로운 준비를 시작하였다. 645년의 실패를 통해 육군만으로는 승리하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이후 당나라는 해군력을 대폭 증강하면서 평양을 직접 압박하는 해양전략을 강화하였다. 644년 7월에 홍주 등 강서성 일대 등에서 전선 400척을 만들어 군량을 운반했다. 큰 전선들은 800명의 병사를 수용했고, 일반 누선(樓船)도 200명의 병사를 태울 수 있었다. 또 648년 7월에도 양쯔강 상류(쓰촨)에서 전선들을 건조하고, 8월에는 홍주 등에서 1100척을 건조하게 했다. 실제로 647년 5월, 7월에는 당나라 수군이 요동반도와 압록강 하구사이의 해안지방에 상륙하여 백 여 차례나 전투를 벌였다. 또 648년에도 수군이 압록강 하구의 박작성(단동시)을 공격하여 점령하였고, 황해를 건너 평양성을 목표로 직공을 기도하였다. 그러나 고구려가 국경과 해양에서 모든 공격들을 격퇘했다. 이는 고당전쟁이 처음부터 해륙양면전이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이다. 당태종의 공격들은 전략적으로는 요동회랑의 확보전이었지만, 장기 국제대전의 한 국면이었다. 당나라는 전략을 수정하며 다시 기회를 노렸고, 고구려는 계속되는 소모전을 감당해야 했다. 양국 모두 전쟁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당태종이 재 원정을 준비하다 649년에 죽으면서 전쟁은 일시 소강상태로 들어갔다. 하지만 동아시아 패권을 둘러싼 국제대전은 660년 여름, 더 복잡한 양상으로 재개됐다. 우리민족의 운명과 연동된 소위 '삼국통일전쟁'이다. 동국대 명예교수·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대 교수

    2026-07-20 14:37:10

  • [매일춘추-임현락] 삶은, '선 하나'

    [매일춘추-임현락] 삶은, '선 하나'

    텔레비전을 보며 무심코 채널을 돌리다가 마음을 붙잡는 한마디를 만났다. "시드니까 아름다운 거죠." 어느 꽃 도매상의 인터뷰였다. 화려하게 꽃 피웠던 시절이 지나, 저물어가는 시간을 통과하며 그 존재가 더 빛난다는 뜻이리라. 우리 존재도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몸은 나이가 들수록 약해지고, 질병에 잠식돼 가는 서글픈 시간은 피할 수 없는 노년의 숙명처럼 다가온다. 영화 '황금 연못'에는 기억 상실을 앓는 80세 노인 노먼이 등장한다. 그의 아내 에델은 열세 살 의붓손자 빌리에게 남편을 이렇게 설명한다. "노먼은 지금 있는 힘을 다해서 자신의 길을 찾아가고 있는 거란다. 너도 그렇지 않니?" 노화와 질병이라는 미로 속에서 헤맬지언정, 노년은 멈춰 선 존재가 아니라 마지막 순간까지 온 힘을 다해 제 길을 찾아가는 엄연한 달리기다. 인생은 흔히 단거리 경주나 마라톤에 비유되지만, 더 길게 보면 바통을 이어받아 미래의 후손에게 넘겨주는 계주에 가깝다. 이 끊임없는 이어달리기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나에게 주어진 구간을 최선을 다해 뛰는 것뿐이다. 그렇게 묵묵히 달려온 삶의 궤적은, 수묵화의 화폭 위에서 저마다 온 호흡을 모아 긋는 단 하나의 선과 닮아있다. 시공간을 응축한 찰나의 점들이 모여 하나의 선을 이루듯, 매일의 순간들이 모여 삶이라는 선이 된다. 홀로 떨어져 나아가는 듯해도 우리가 그은 각자의 선들은 서로 겹치고 이어지면서 함께 삶의 공간을 채워가는 화면 속 공동체를 이룬다. 젊은 날에는 삶을 표현하는 예술이 전부인 줄 알고 목을 매고 살았다. 때로는 거대한 세상 앞에서 예술이란 참 힘없고 부질없는 짓 같아 보였다. 그럼에도 이 길을 지속할 수 있는 것은 오히려 그 유약함 속에 진짜 나를 드러내는 오롯한 힘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붓을 쥐고 선을 긋는 매 순간이 그러했다. 종이 위에 먹이 번지고 마르는 과정 역시 노년의 시간과 닮아있다. 처음 화폭에 닿은 먹물이 사방으로 번져나가는 시절이 청춘이라면, 세월의 숨결이 지나간 자리마다 그윽한 결을 남기는 것은 노년의 몫이다. 붓질의 끝자리, 물기가 다해 하얀 종이가 드러나는 거칠고 마른 먹의 흔적이 바로 '비백(飛白)'이다. 그 메마른 자욱 속에서 오히려 깊은 내공이 드러나듯, 기력이 쇠해가는 황혼은 화려한 색채를 지워내고 오직 묵직한 먹빛 하나로 인생의 정수를 증명하는 시간이다. 상실의 아픔 속에서도 마지막까지 번져가는 먹색의 깊이를 완성하는 과정인 셈이다. 우리는 매일 자신의 선을 긋는 순간들을 살아간다. 내 삶의 끝자락, 눈 밝은 어떤 이가 "죽기 전에 그린 그림이 제일 좋네"라고 한다면 작가로서 더없는 영광이겠다. 내 인생의 치열한 한줄기 선이, 화폭 위 넉넉한 여백과 어우러져 담백하고 아름답길 소망해본다.

    2026-07-20 13:45:59

  • [사설] 청년 취업절벽, 숫자만 내세운 일자리 창출 계획으론 해결 어렵다

    올해 2분기 대졸 이상 실업자는 48만1천 명으로 2021년 이후 가장 많았다. 이들 중 20·30대가 64.2%(30만9천 명)를 차지했다. 취업 경험이 전혀 없는 실업자는 7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고, 청년 취업자는 44개월 연속 감소했다. 20대 대졸 실업률(8.3%)도 2021년 이후 최고다. 심각한 사실은 이런 현상이 일시적인 경기 부진 탓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부는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성장률 전망을 높였지만 올해 취업자 증가 전망은 낮췄다. 성장과 고용의 괴리(乖離)를 정부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반도체 호황에도 제조업 고용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최근 발표한 한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인공지능(AI) 노출도가 높은 산업에서 늘어난 고용의 대부분이 30세 이상에게 돌아갔고, 29세 이하 청년 고용은 오히려 줄었다. AI가 반복적이고 표준화된 업무를 대체하면서 신입 사원이 맡던 초급 업무부터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OECD는 기업들이 AI를 도입해도 청년 채용은 유지하라고 권고(勸告)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첨단 분야 전문 인력 20만 명 양성과 2030년까지 양질의 청년 일자리 20만 개 창출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무게중심은 교육과 훈련에 쏠려 있다. 기업이 청년을 어떻게 채용하도록 만들지에 대한 설명은 빠져 있다. OECD는 AI 시대일수록 첫 일자리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숙련(熟練) 인력은 대학 강의실에서 배출할 수 없다. 첫 직장에서 배우고, 시행착오를 겪고, 경험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생긴다. 첫 일자리가 사라지면 숙련 인력도 줄 수밖에 없다. 청년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성장 기반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청년들은 교육 부족이 아니라 노동시장 진출 기회조차 갖지 못해 눈물짓는다. 정부가 청년 일자리의 중요성을 절감(切感)한다면 숫자를 앞세운 전문 인력 양성 계획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청년이 첫 일자리를 얻도록 만들 것인지부터 답해야 한다. '20만'이라는 숫자로 청년들을 현혹(眩惑)할 때가 아니다.

    2026-07-20 05:00:00

  • [사설] 레버리지 ETF 졸속 도입 정책 실패, 김용범은 왜 책임지지 않나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19일 주가 급등락의 원인인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와 관련, "이미 투자자들이 투자하고 있고 상품 규모도 10조원 이상 형성돼 있다"면서 "상장폐지는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졸속(拙速)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하려고 안간힘을 쓸 뿐, 경제정책 사령탑으로서의 책임감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앞서 재정경제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은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레버리지 ETF를 거래하려면 8월 5일부터는 3천만원(현행 1천만원) 이상의 예탁금을 넣어야 가능하도록 했다. 8월 19일부터는 3천만원 전액이 현금이어야 하고, 1주 단위로 이뤄진 거래는 11월부터 20주씩만 가능하도록 했다. 새로운 레버리지 상장도 잠정 중단되고 광고도 금지(禁止)된다. '현금 없으면 투자 말라'며 문턱을 높여 거래량을 줄이려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국내 증시로 자금을 끌어들이고 다양한 투자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도입했지만, 과도한 투자 쏠림에 따라 전체 증시가 폭등락을 거듭하는 엄청난 부작용(副作用)을 초래했다. 도박판이 돼 버린 증시에서 수많은 투자자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손실을 입고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5개월여에 불과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검토가 얼마나 졸속이었는지를 증시가 그대로 보여주었다. 하지만 정책 실패에 대한 반성(反省)과 책임(責任)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레버리지 ETF의 문턱을 높인다고 해서 한국 증시의 변동성(變動性)이 크게 줄어들 것 같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는 점이다. 상장폐지 또는 레버리지 배율 하향 등과 같은 근본적인 대책이 빠졌기 때문이다. 거래의 문턱을 높이는 미봉책을 벗어나 투자 매력 자체를 떨어뜨리는 근본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인 셈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자체가 한국 증시에는 시기상조(時機尙早)란 의미이다. 정책 실패에 따른 부담과 피해를 언제까지 선의의 투자자들이 감당해야 할지 정말 우려스럽다.

    2026-07-20 05:00:00

  • [사설] 국민이 필요하다는 보완수사권, 누구를 위한 폐지인가

    검찰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며 돌려보낸 사건이 올 상반기만 6만5천913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연간 기준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던 지난해 11만623건을 넘어설 추세로, 4년 새 무려 27.2%나 급증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첫해인 2021년 이후 경찰 초동 수사 단계에서의 법리 오인이나 증거 부족 등 부실 조치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경찰이 해결하지 못한 채 쌓아둔 미제(未濟) 사건 역시 올 상반기에만 10만 건을 넘었다. 이로 인한 고통과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국민 상당수도 검찰의 보완수사권 유지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갤럽이 전국 1천3명을 대상으로 검찰 보완수사권 존폐(存廢)에 대해 조사한 결과 '경찰 견제와 부실 수사 방지를 위해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61%에 달했다. 반면 '전면 폐지' 답변은 23%에 그쳤다. 형사소송법 개정을 추진 중인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유지 응답이 46%로, 폐지(39%)보다 높았다.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조차 유지 의견(55%)이 폐지(28%)의 두 배에 달했다. 보완수사권은 이념이나 진영 논리의 대상이 아니다. 국민이 범죄 피해를 당했을 때 국가가 신속하고 정확하게 법을 집행하기 위해 필요한 지극히 상식적인 장치다. 이는 최근 검찰 보완수사로 경찰의 부실 수사 및 증거 인멸 정황이 밝혀진 '전남광주 장윤기 사건'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대법원·법무부·대검찰청 등 법조계와 사법기관, 여성단체, 야당, 심지어 여당 일각(一角)에서도 완전 폐지에 반대하고 있다. '경찰의 위법·부실 수사에 대한 사법적 견제 장치가 부실해져 국민 피해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형사 사법의 제1 원칙은 죄지은 자는 벌하고, 피해자는 정당한 구제(救濟)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보완수사권마저 폐지돼 '수사 지연 고착' '부실 수사 만연'으로 국민이 피해를 보게 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국민이 필요하다는데, 민심을 거스르면서까지 추진하는 이유가 뭔가. 누구를 위한 폐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2026-07-20 05:00:00

  • [관풍루] 해외 금융기관에 원화 계좌 개설 허용하고 외국인 간 원화 송금·결제를 자유화하는 '원화 국제화 로드맵' 발표

    ○…해외 금융기관에 원화 계좌 개설 허용하고 외국인 간 원화 송금·결제를 자유화하는 '원화 국제화 로드맵' 발표. 가뜩이나 삼전닉스 레버리지로 출렁이는 주가에 멀미 나는데 이젠 환율 롤러코스터까지 탑승할 듯. ○…대형 화재 발생한 쿠팡 인천물류센터, 노동자 안전보다는 "로켓배송에 차질이 생기지 않게 인근 물류센터로 출근하라"는 통보 했다고 노조 비난 이어져. 美 로비 비용을 안전 강화에나 썼으면. ○…국민의힘, 4대 특검 사무실 비용으로 64억원 사용한 데 대해 "민주당 당사나 청와대에 특검 사무실을 차리라"고 비판. 제대로 하는 게 없는 특검 강행한 민주당이 '방값' 물어내야 하지 않나?

    2026-07-20 05:00:00

  • [날씨] 7월 20일(월)

    [날씨] 7월 20일(월) "흐리고 한때 비"

    2026-07-19 18:47:32

  • [매일춘추-조대흠] 민원의 시대

    [매일춘추-조대흠] 민원의 시대

    "제가 원래 진상은 아닌데…"로 시작하는 얘기를 듣는 순간 생각했다. '아, 또 긴 이야기가 시작되겠구나.' 그렇다, 바야흐로 지금은 민원의 시대다. 블록버스터 히어로 영화를 보러 갔을 때였다. 극장 문 앞에 "본 영화에는 강한 번쩍임이나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트리거 요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라는 경고문이 붙어있었다. 처음에는 새롭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의문도 들었다. 히어로 영화라면 악당과 맞서 싸우는 장면이 핵심일 텐데 이것까지 안내가 필요할까. 영화뿐 아니라 공연도 마찬가지다. 언제부턴가 소송 문화가 발달한 나라 미국의 제품설명서처럼 공연 안내가 깨알 같은 글씨로 빼곡해지기 시작했다. 공연 시간과 티켓 배부, 음식물 반입 여부 정도였던 안내가 이제는 공연과 관련된 모든 사항을 빼놓지 않고 꾹꾹 눌러 담는다. 주차 문제부터 입장 지연 규정, 촬영금지 등등 온갖 주의사항을 넣다 보면 안내사항이 공연 상세페이지보다 더 길어질 때도 있다. 이 깨알 같은 안내문들은 관객을 향한 친절한 배려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민원'을 피하고자 기획자들이 만든 방탄조끼에 가깝다. 안내문에 미리 적어두었으니 면책받겠다는 눈물겨운 모습인 거다. 조금의 불편이나 뜻밖의 상황을 참지 않고 "왜 미리 경고하지 않았느냐"며 항의하는 시대가 만든 씁쓸한 모습이다. 물론 모든 민원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공연장 계단이 위험하다거나, 장애인을 위한 안내가 부족하다거나, 관객의 안전과 권리를 위한 목소리는 필요하다. 그런 생산적인 민원 덕분에 공연 환경이 조금씩 나아진 것도 사실이니까. 문제는 '불편'과 '불만'의 경계가 점점 흐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경계가 흐려진 틈을 타 불편함이 정당한 권리처럼 나타나는 일이 적지 않으니, 창작자와 기획자들은 때아닌 자기검열에 들어간다. 내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을 의무를 강요하는 관객과 상상력을 펼치기보다 민원 받지 않을 안전한 선이 어디인지를 먼저 계산하는 기획자. 기획자와 관객이 서로 눈치싸움을 하는 전쟁터 한가운데에 서서 나는 생각한다. 상대의 명백한 악의나 과실이 아님에도 매 순간 잘잘못을 가리려 든다면, 우리의 삶은 숨 막히는 법정이 될 뿐이다. 예술이란 본디 예상치 못한 감정의 일렁임을 마주하는 일이며, 낯설고 불편한 자극을 통해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명백한 악의나 과실이 아니라면 '그럴 수도 있지' 하고 털어내는 느슨한 마음을 가질 순 없을까. 빽빽한 안내문 뒤로 숨지 않고도 지금의 '민원의 시대'를 버텨내게 하는 인간다운 온기를 찾고 싶다.

    2026-07-19 08:26:04

  • [사설] 합동성 내세운 사관학교 통합, 각 군 전문성 어떻게 구축할 건가

    정부가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통합한 4년제 국군사관학교를 창설(創設)하기로 결정했다. 사관학교 통합 논리로 정부는 육사 중심의 폐쇄적 인사 구조 개선, 군종 간 통합성을 강화해 미래 전장(戰場) 환경에 대응하는 체계 구축 등을 내세운다. 국민 다수가 '각 군의 전문성과 특수성이 약화될 것'이라며 통합에 반대하고, 군에서도 우려와 반대 목소리가 많음에도 충분한 논의 없이 밀어붙이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국방부는 기존의 육·해·공군 대학(사관학교가 아니라 소령급 이상이 심화 학습하는 대학)을 하나로 묶은 합동군사대학교(국방부 직할)를 창설한 바 있다. 합동성을 장교들에게 체질화하고, 중복(重複) 조직을 줄여 국방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논리였다. 당시 교육체계는 장교들이 각자 소속 군 대학(육·해·공군)에서 자군 전술만 배우다가 중령 또는 대령이 되어 국방대학교나 합동참모대학에서 본격적으로 합동성을 접하다 보니 합동·연합작전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합동군사대학교는 각 군의 전문성 약화와 학사 운영 비효율 등으로 9년 만인 2020년 각 군 본부 직할로 환원됐다. 군사 작전에서 진정한 합동성은 각 군별 전문성을 완벽히 갖춘 상태에서 결합할 때 나온다. 과거 합동군사대학에서는 이미 야전(野戰) 경험이 있는 소령급 장교들조차 전문성이 흔들려 실패했다. 하물며 군에 첫발을 내딛는 사관생도들이 통합 교육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경우 각 군 고유 전술, 교리(敎理), 무기 체계에 대한 교육이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지상전, 해양전, 공중전을 완벽히 익히지 못한 상태에서 합동성이 의미가 있나? 각 군 대학은 육·해·공군 총장이 책임지는 군별 인사, 진급, 보직 경로와 연계(連繫)되어 움직인다. 육·해·공군 교육을 합칠 경우 인사 및 교육 운영에 효율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 군 장교 양성 체계는 국가 백년대계(百年大計)다. 공청회·세미나 등을 통한 충분한 검증과 국민적 합의, 제기되는 문제에 대한 대비책 등이 먼저다.

    2026-07-17 05:00:00

  • [사설] 한은과 정부의 통화·재정 정책 엇박자,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2023년 1월 이후 3년 6개월 만에 통화 긴축 사이클로의 진입을 알린 전환점이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우리 경제가 견조하고 성장세가 강세를 보인다"며 경제 기초 체력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피력하면서 향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열어뒀다. 그러나 같은 시각 시장이 보내 온 신호는 냉혹했다. 한은이 금리 인상을 발표한 당일 코스피는 전장보다 7% 넘게 급락하며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등 극심한 발작적 증세를 보였다. 물론 대외적 악재가 겹친 탓도 있겠지만 거시 지표의 온기를 자신하는 한은의 시각과, 고금리 충격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하는 시장의 체감온도 사이에 거대한 괴리가 존재함을 드러내는 것으로도 해석 가능한 대목이다. 수출 지표 몇 개가 호전됐다고 해서 우리 경제 전반이 안전지대에 있다고 과신할 수는 없다. 반도체 일부에 쏠려 수치만 번지르르하고 실물 경기는 얼어붙은 외화내빈(外華內貧)의 구조적 위기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긴축은 피할 수 없는 글로벌 대세라고 하지만, 금융당국은 고금리 폭풍 속에 노출된 취약계층과 한계 기업을 위한 정교한 안전망을 서둘러 재정비해야 한다. 통화당국과 재정당국의 극심한 정책 엇박자도 복병이다. 한은은 치솟는 물가와 부채를 잡기 위해 힘들게 브레이크(금리 인상)를 밟기 시작했는데, 정부는 가속 페달(확장 재정)을 밟으며 찬물을 끼얹는 상황인 것이다. 이미 정부는 내년 총지출 규모를 올해보다 10% 이상 늘린 800조원 플러스 알파(+α)로 편성하고, 초과 세수를 통한 '미래대응기금' 조성 계획까지 밝힌 바 있다. 한은은 돈줄을 죄기 시작하는데, 정부는 이와 반대로 재정을 무차별적으로 살포한다면 결국 통화정책의 약발을 떨어뜨리고, 시장에 극심한 혼선만 줄 수 있다. 정부는 거시적 낙관론 뒤에 숨지 말고 당장 맞닥뜨리게 될 고물가와 고금리의 이중 덫 해결책부터 고심해야 할 것이다.

    2026-07-17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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