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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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이공계 인재 양성 목표 영재학교 경쟁률 최고치, '메디컬 쏠림' 바뀌나

    이공계(理工系) 인재 양성이 목표인 영재학교의 2027학년도 경쟁률이 6.21대 1을 기록했다. 전국 8개 영재학교(1곳 제외) 669명 모집에 4천155명이 지원, 전년도에 비해 지원자 수가 8.6%나 증가했다. 지원자 수도 역대 최대 규모이고 경쟁률 역시 영재학교 간 중복 지원이 금지된 2022학년도 이후 가장 높다. 수치보다 중요한 건 맥락이다. 2027학년도부터 지역의사제가 도입돼 의대 진학이 다소 유리해질 수 있는 상황임에도 영재학교 경쟁률이 오히려 상승해서다. 이러한 분위기는 이른바 '의치한약수'(의대·치대·한의대·약대·수의대)에 반도체 또는 하이닉스를 더한 '의치한약수반'이나 '하의치한약수'라는 신조어(新造語)로도 설명 가능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역대급 실적과 파격적인 성과급에 대학 반도체 계약학과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기존 '메디컬'과 어깨를 겨루는 수준으로 올라선 것이다. 최태원 SK그룹·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최근 "많은 분들은 의사로 사는 게 공대를 나와 엔지니어로 사는 것보다 윤택할 거라는 인식이 있는데, 그 인식이 틀렸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AI 시대에는 수학자가 의사보다 훨씬 더 돈을 많이 버는 환경이 올 수도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물론 이러한 흐름이 '이공계 르네상스'의 서막(序幕)일지, 반도체 호황이라는 특수한 경기 사이클에 편승한 또 하나의 쏠림일지는 판단하기 이르다. 반도체 계약학과 인기가 결국 삼성전자·SK하이닉스라는 두 회사를 향한 취업 경쟁으로 수렴된다면, 그것 역시 '메디컬 쏠림'과 다를 바 없는 '반도체 쏠림'일 뿐이다. 진짜 변화는 따로 있어야 한다. 반도체뿐 아니라 공학계열, 수학·물리 같은 기초과학으로 확산될 때 더 큰 의미가 있다. 기초과학은 당장의 취업 보장도, 억대 성과급도 없다. 그럼에도 그 토양 없이는 반도체도, AI도, 다음 세대의 산업도 뿌리를 내릴 수 없다. 영재학교로 몰리는 학생들이 그 가치를 알고 그 길을 선택할 수 있도록 이참에 연구 환경과 처우 개선에 공(功)을 쏟아야 한다. 그건 정부의 몫이다.

    2026-06-01 05:00:00

  • [사설] "투표 포기는 국민 속이고 사익 취하는 자에게 기회 주는 것"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1일 새벽 엑스(옛 트위터)에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의 말이라며 "정치 무관심의 대가는 최악의 저질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라는 경구를 소개하면서 "주권자의 침묵과 투표 포기는 국민을 속이고 사익을 위해 권력을 남용하며 나와 가족의 삶을 망치는 자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했다. 오는 3일 예정된 지방선거 본투표(本投票)를 독려하는 뜻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유권자인 국민은 단순히 투표하는 기계가 아니다. 유권자 개개인이 원하는 후보자를 선택(選擇)할 수 있는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자유 민주 국가의 주권자로서 존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알권리'의 충족은 민주 선거의 전제 조건이 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번 6·3 지방선거의 경우 일부 후보자들이 의도적으로 TV 토론(討論)을 회피(回避)하는 꼼수를 부린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유권자들에게 '기계적 바보 투표'를 유도한 셈이다. 특히 서울시장 후보 TV 토론은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후보의 거부로 사전 투표 개시 5시간 전 단 1회로 끝났다. 개혁신당 김정철 후보가 토론 제안 거부 내역이 적힌 '정원오 토론 도망 달력'을 들고나와 공격할 정도였다. 정 후보는 "주제와 관계없는 흑색선전, 네거티브로 점철될 게 뻔한데 왜 (토론을)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유권자(有權者)는 흑색선전과 네거티브의 '진실'도 알권리가 있다. 떳떳하다면 토론을 통해 거짓 선전의 진실을 밝히면 그만이다. 토론을 회피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사전 투표 용지 노출에 따른 선거법 위반 논란도 우려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단순 해프닝이라고 해명(解明)하지만, 역대 어느 대통령도 이런 적은 없었다. 당장 국민의힘은 "노골적인 관권선거이자 심각한 선거 개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지지층 결집을 위한 일종의 정치적 메시지 발신이라는 주장이다. 분명한 것은 부적절한 행위로 민주 선거의 4대 원칙 중 하나인 비밀투표를 훼손했다는 논란을 자초(自招)했다는 사실이다.

    2026-06-01 05:00:00

  • [사설] "살고 싶다"는 전화마저 먹통인 현실, 이대로는 안 될 일

    보건복지부가 자살예방상담전화 '109'의 응대율(應對率)을 높이기 위해 전문 상담 인력을 현재의 두 배 수준으로 늘리기로 했다. 최근 상담 전화 연결이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우리 국가 구성원이 죽겠다고 전화했는데 전화가 안 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 같다"며 상담 전화 응대 체계 개선 필요성을 강조한 이후 나온 후속 조치다. 복지부는 109 상담 인력을 현재 103명에서 300명까지 순차적으로 늘려 나간다는 계획이다. 2024년 기준 자살은 한국의 10~49세 사망 원인 1위다. 또한 청년 자살률은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살률 1위 국가라는 참혹한 오명(汚名)을 23년째 안고 살아가고 있다. 인공지능(AI) 산업이나 저출생 대응에는 수조원의 예산을 쏟아붓는 나라가, 이미 존재하는 생명을 지키는 일에는 왜 이렇게 인색한가 되묻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우리나라는 자살예방상담전화 번호를 2024년 109로 통합한 뒤 그 이용이 크게 증가했다. 2023년 21만9천650건이던 상담 인입(引入) 건수는 2024년 32만2천116건으로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35만2천914건까지 늘었다. 109 번호 도입 이후 상담 수요가 46% 급증한 셈이다. 하지만 상담 인력은 수요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하루 평균 1천118건의 전화가 걸려 왔지만, 실제 응대는 532건으로 절반 이상의 전화를 놓치고 있었다. 특히 감정이 예민해지는 야간 시간대에 전체 상담의 절반 이상이 한꺼번에 쏠리면서 통화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말과 의지만으로는 단 하나의 생명도 구하지 못한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다운 예산과 정책이 함께 동반돼야 실효적인 현장 개선이 가능하다. 오늘 밤, 어두운 방구석에서 109를 누를 우리 이웃의 간절한 전화에 반드시 따뜻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응답할 수 있기를, 정부는 모든 재정과 역량을 쏟아부어 증명해야 할 것이다.

    2026-06-01 05:00:00

  • [관풍루]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선거 사흘 앞두고 전남 찾아 "미우나 고우나 민주당"이라며 지지를 당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선거 사흘 앞두고 전남 찾아 "미우나 고우나 민주당"이라며 지지를 당부. 일부 지역 판세 불안에 "민주당이 호남에 효도 정치를 잘하겠다"고 호소, '불효자'의 읍소? ○…공정위, 인공지능(AI)으로 만든 가짜 전문가가 광고에 등장하면 '가상 인물' 표시토록 지침 개정. '효과 없으면 전 재산 건다'는 황당한 광고 없애려면 광고주 재산이라도 걸도록 법제화해야. ○…서울 '서소문 고가차도' 닮은 위험 교량(D·E등급), 전국에 117개. 예산 없어 다리를 새로 설치하지 못하고 민원 때문에 통제도 못 한다는 어이 없는 해명, 여전히 안전은 뒷전.

    2026-06-01 05:00:00

  • [날씨] 6월 1일(월)

    [날씨] 6월 1일(월) "대체로 구름 많음"

    2026-05-31 18:52:00

  • [기고-오상국] 대구만 예외일 수는 없다

    [기고-오상국] 대구만 예외일 수는 없다

    국가가 시작한 사업의 기준이 흔들리고 있다. 대구 북구 산격동 옛 경북도청 터에 추진 중인 문화예술허브 사업이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국비 중심으로 추진돼 온 이 사업에 지방비 분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단순한 재원 조정이 아닌 정책 원칙의 문제로 번지고 있다. 왜 대구에서만 '국가사업'의 기준이 달라져야 하는가. 이 사업은 애초부터 단순한 지역 개발을 보완하는 사업이 아니었다. 창작·제작·교육이 결합된 복합 플랫폼을 구축하고, 공연과 전시를 아우르며, 소비 중심의 문화산업 구조를 생산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국가 전략의 일환이었다. 출발선부터 명확한 국가사업이었다. 국립 뮤지컬 콤플렉스와 국립근대미술관 구상 역시 같은 맥락이다. '국립'이라는 명칭은 단순한 이름이 아니다. 국가 책임 아래 추진되는 전략적 인프라라는 약속이다. 이 전제가 흔들리는 순간, 사업의 성격과 방향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국가사업에 예외가 생기는 순간, 기준은 무너진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정부는 지역 문화 균형 발전 차원에서 국립뮤지컬콤플렉스 추진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국가적 약속이 흔들린다면 지역 문화정책에 대한 신뢰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대구는 이 사업을 감당할 충분한 기반을 갖춘 도시다. 한국 근대미술의 주요 거점으로서 수많은 작가들이 이곳에서 활동하며 미술사의 흐름을 만들어왔다. 창작과 교육, 단체 활동이 결합된 예술 생태계 역시 그 과정에서 형성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예술 교육 기반 또한 탄탄하다. 피란 시기 형성된 순수예술 교육의 토대는 이후 예술대학을 중심으로 확장되며 수많은 인재를 배출해 왔다. 최근에는 실용음악과 뮤지컬 등 산업 연계형 교육이 확대되고 있으며, 고등학교 단계까지 뮤지컬 학과가 생겨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은 20년 동안 뮤지컬 콘텐츠로 글로벌 축제를 이어온 드문 사례다. 창작 뮤지컬 발굴과 국제 교류를 지속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공연예술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단순한 축제가 아니라 창작, 제작, 유통으로 이어지는 산업 구조를 형성해 온 결과다. 대구는 이제 공연예술의 소비지를 넘어 생산 거점으로 분명히 나아가고 있다. 시각예술 기반 역시 강화되고 있다. 간송미술관과 대구미술관을 축으로 고미술과 현대미술을 잇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으며, 여기에 국립근대미술관이 더해진다면 고대·근대·현대를 아우르는 시각예술 클러스터가 완성될 수 있다. 이미 형성된 생태계 위에 국가 인프라를 결합하는 것은 가장 효율적인 투자다. 그럼에도 국비 비중 축소나 '국립' 위상 조정이 현실화한다면 사업 구조는 불가피하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는 단순한 예산 절감의 문제가 아니다. 사업 규모 축소, 콘텐츠 경쟁력 약화, 인재 유입 감소, 국제 협력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방향이 흔들리면 결국 국가 문화 전략의 완성도 역시 낮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K-콘텐츠가 음악과 영상 중심에서 공연과 전시, 복합 문화 콘텐츠로 확장되는 지금, 이를 뿌리내릴 거점 구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이미 다른 도청 후적지 개발 사례에서는 국립 문화시설이 국가 책임 아래 조성돼 왔다. 특정 지역에만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과 형평성 측면에서도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대구만 예외가 될 이유는 없다. 국가가 시작한 사업이라면, 기준도 책임도 국가의 몫이어야 한다.

    2026-05-31 15:55:47

  • [매일춘추-김혜령] 나는 집시재즈를 들으며 쉰다

    [매일춘추-김혜령] 나는 집시재즈를 들으며 쉰다

    얼마 전, 좋아하는 집시재즈팀 '라 쁘띠 프랑스 콸텟'의 공연을 보러 오랜만에 기차를 탔다. 클래식 연주자인 내가 정말 쉬고 싶을 때 자주 찾는 음악은 의외로 집시재즈나 보사노바다. 하루 종일 바흐와 슈만을 붙들고 사는 사람이 정작 마음이 지칠 때는 전혀 다른 음악을 듣고 있으니 우스운 일이다. 공연장은 생각보다 작고 가까웠다. 연주자들의 손끝과 숨소리, 서로 주고받는 눈빛까지 보였다. 기타와 콘트라베이스가 만들어내는 반복적인 리듬 위로 바이올린이 자유롭게 떠다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반복은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다. 같은 패턴 안에서도 연주자들은 자유와 영감에 휩싸인 듯 반응했고, 그 흔들림들이 음악을 살아 있게 만들었다. 듣는 내내 자꾸 웃음이 났다. 어느 순간부터는 음악을 듣고 있는 건지, 그 안에서 함께 흔들리고 있는 건지조차 잘 구분되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몸이 박자를 타고 있었고, 자리에서 일어나 춤추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클래식 공연장에서 느끼는 몰입과는 또 다른 종류의 생명력이었다. 공연이 끝난 뒤 묘한 혼란이 남았다. 나는 왜 이런 음악 앞에서 이렇게 자유로워지는 걸까. 어쩌면 나는 클래식보다 집시재즈를 더 좋아하는 걸까. 하지만 천천히 깨닫게 됐다. 내가 진짜 부러워한 것은 장르 자체가 아니었다는 것을. 내가 끌렸던 건 그 음악 안에 살아 있던 어떤 상태였다. 매 순간 새롭게 반응하는 호흡, 악보 밖으로 흘러넘치는 인간의 숨결, 완벽하게 고정되지 않은 흐름 같은 것들 말이다. 생각해보면 클래식 역시 원래는 살아 있는 음악이었다. 고전 시대의 연주자들은 즉흥연주를 했고, 악보는 절대적인 결과물이 아니라 음악이 흘러가기 위한 하나의 틀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클래식은 점점 더 정확성과 완성도를 향해 나아갔다. 덕분에 우리는 수백 년 전 인간의 감정과 사유를 오늘까지 만날 수 있게 됐지만, 그 과정 속에서 음악의 살아 있는 떨림은 조금씩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철학자 베르그송은 삶을 고정된 형태가 아닌 끊임없이 생성되는 흐름으로 바라봤다. 그의 말처럼 음악 역시 악보 위에 멈춰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연주되는 순간마다 조금씩 다른 숨결로 다시 살아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집시재즈의 거장 스테판 그라펠리의 '러버 컴 백 투 미(Lover Come Back To Me)'를 다시 들었다. 자유롭게 흔들리는 바이올린 선율을 따라가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내가 갈망했던 것은 새로운 장르가 아니라, 음악 안에 살아 있는 자유였는지도 모르겠다고. 완벽하게 고정된 음악보다 지금 이 순간만 존재하는 숨결. 음악의 본질은 어쩌면 그런 살아 있는 흐름에 더 가까운 것은 아닐까.

    2026-05-29 11:02:56

  • [사설] 전작권 조기 전환해 '자주국방'? 北核 눈 감은 망상

    주한미군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轉換)이 서둘러 이뤄질 경우, 한국군 연합사령관의 지휘를 받기 어렵다는 뜻을 우리 측에 전달했다고 한다. 전작권 전환이 한미연합사 해체로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示唆)한 것이다. 주한미군의 이 같은 입장은 지난 26일 안규백 국방부 장관의 "내일 전작권이 회수되더라도 우리가 스스로 지키는 데는 크게 문제가 없다"는 발언, 이재명 대통령의 "크게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라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해야 맞을 것"이라는 발언에 대한 반응으로 보인다. 정부·여당은 지난해 6월 이재명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전작권 전환을 우선 과제로 추진했고, 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피트 헤그세스 미국 전쟁부 장관을 만나서 "임기 내 전작권 조기 회복"을 언급하기도 했다. 대통령과 정부·여당 인사들은 전작권 전환을 자주국방과 주권 문제로 보는 듯하다. 지지층은 환호할지 모르지만, 이는 대한민국이 처한 지정학적(地政學的) 상황에 무지한 발언이거나 "미군 나가라"는 북한 주장에 동조하는 것이라고 본다. 한국 군사력 세계 5위, 한국 국방비 북한 GDP의 1.4배라고 하지만 이는 핵무기를 뺀 평가(評價)다. 북한 핵무기는 우리 군사력 전체를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다. 전술핵무기 몇 발이면 한국은 초토화된다. 핵무기를 쏘겠다는 엄포만으로도 한국은 질질 끌려다니게 된다. 전작권은 자존심 문제가 아니다. 어느 쪽이 전쟁을 확실히 억제할 수 있느냐, 전쟁이 발발했을 경우 어느 쪽이 확실히 승리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는 것 자체로 북한의 남침 야욕을 억제(抑制)할 수 있다. 전작권 회수는 미군 철수를 위한 정지 작업이라는 비판도 많다. 만약 미군이 철수한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국방비를 지출해야 하고, 더 오래 군복무 해야 한다. 그러고도 북한 핵무기를 감당(堪當)할 수 없다. 진정한 자주국방은 전쟁 자체를 억제하는 힘이다. 북한이 쳐들어와도 이길 수 있으니 미군이 필요 없다는 생각은 어리석고 위험천만하다.

    2026-05-29 05:00:00

  • [사설] 금리 동결 속 명백한 긴축 신호 보낸 한국은행

    28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8연속 동결'이지만 금통위원 7명 중 2명이 즉각적 금리 인상을 주장했고, 금리 추이를 예상하는 점도표(點圖表)에서 21개 전망 중 19개가 현재보다 높은 금리를 가리켰다. 취임 후 첫 금통위를 주재(主宰)한 신현송 총재도 "갈 길이 명확하다"고 했다. 저금리가 장기화하면 자산 버블과 금융 불균형이 누적돼 큰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것이 국제결제은행(BIS)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그의 지론이었다. '빚투' 위험을 직접 언급했는데, 작은 충격에 연쇄 매도가 이어져 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치솟고, 4월 생산자물가는 외환위기 이후 최대 폭으로 올랐으며, 소비자물가도 목표치인 2%를 웃돌기 시작했다. 환율은 1천500원대를 넘어섰고, 수도권 집값 상승세도 재확대되고 있다. 중앙은행으로선 사실상 모든 물가 경고등이 동시에 켜진 셈이다. 경기 둔화(鈍化)를 우려해 금리 인하를 검토할 상황에 반도체가 변수로 등장했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 덕분에 올해 1분기 성장률은 1.7%를 기록했고, 한은은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단번에 2.6%까지 끌어올렸다. 그런데 성장률만 끌어올린 게 아니라 유동성 확대와 위험선호 심리를 자극하면서 자산시장도 과열 조짐이다. 코스피 급등으로 신용융자 잔액이 급증하고, 서울 부동산까지 꿈틀거린다. 미국에서도 AI 투자 열풍과 중동 전쟁발 유가 상승이 자산시장 과열과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도 경기 부양보다 인플레이션 방어에 민감해졌다. 이번 금통위 결정은 신현송 체제의 한은이 물가만 보는 게 아니라 금융 불균형까지 함께 고려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장면이다. 동시에 고물가·고금리 구간 진입에 대한 경고다. 성장을 이끄는 반도체가 동시에 긴축의 원인이라는 역설(逆說)을 외면해선 안 된다. 반도체 호황에 취해 내수 생산성과 산업 기반 다변화 과제를 미루면 감당 못 할 충격이 닥칠 수 있다.

    2026-05-29 05:00:00

  • [사설] 공수처도 위헌성 지적한 '공소취소 특검법', 접는 게 옳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공소취소(公訴取消)' 특검법에 대해 "특별검사가 공소유지 중인 사건을 이첩받아 공소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 그 공소를 취소할 수 있게 한 부분은 권력분립의 원칙 등에 반할 여지가 있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한 것이 28일 확인됐다. '특별검사는 이첩받은 사건의 공소유지(공소유지 여부의 결정을 포함한다) 업무를 수행한다'는 공소취소 특검법 제8조 7항의 위헌성을 다시 한번 지적한 것이다. 민주당이 공소취소 특검법을 발의한 지난달 30일 이미 대검찰청은 "재판의 독립성에 부당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고, 시민단체 경실련 등도 "중대한 위헌(違憲) 소지가 있으니 (관련) 조항을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주도적으로 설치한 공수처마저 특검법의 위헌성을 지적했다는 것은 특히 주목된다. 오죽하면 6·3 지방선거(地方選擧)를 앞둔 민주당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가 "법안의 추진 시기와 내용 모두 국민의 눈높이에 전혀 맞지 않는다. 공소취소는 분명히 반대한다"고 했고, 민주당 우상호 강원지사 후보 역시 "중요한 선거 시기에 (특검법으로) 논쟁을 벌이는지 모르겠다"고 했겠나. "민심의 역풍이 불 수 있다"는 민주당 내 우려(憂慮)와 관련, 이재명 대통령은 "구체적 시기와 절차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국민적 의견 수렴과 숙의 과정을 거쳐서 판단해 달라"고 말했다. '법안을 철회하라'는 것이 아니라, 지방선거 이후에 '처리(處理)하라'는 말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이 대장동 개발 비리,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백현동 개발 비리, 경기도 법카 유용 등 자신과 관련된 사건의 공소취소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주진우 공소취소 특검법 저지 특위 위원장은 "특검법 본질은 '이재명 대통령 재판취소'"라면서 "이것은 수사도 아니고 진상규명도 아니다"라고 했다. '대통령이 헌법 위에 있다'는 세간(世間)의 비난을 피하려면, 민주당은 공소취소 특검법을 철회(撤回)하는 것이 마땅하다.

    2026-05-29 05:00:00

  • [관풍루]1분기 소득 상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을 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으로 나눈 배율이 6.59배로 소득 분배 지표 6년 만에 가장 나쁜 수준

    ○…1분기 소득 상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을 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으로 나눈 배율이 6.59배로 소득 분배 지표 6년 만에 가장 나쁜 수준. 이유는 대기업 성과급상여금이라니 격차 해소하려면 줄여야 하나? ○…국세청, 수십억 슈퍼카 법인 차를 내 차처럼 쓰거나 자녀 주고 직원 임금은 동결하는 등 탈법 일삼은 19개 업체 세무조사 착수. 아무리 사주라도 회삿돈이 내 쌈짓돈은 아니지. ○…중앙선관위, 6·3 선거 사전투표 실시에 앞서 선거 조작 논란 차단 위해 사전투표함 보관 장소를 CCTV로 24시간 공개키로. 녹화 시간 조작 가능성 우려도 불식할 수 있을지….

    2026-05-29 05:00:00

  • [날씨] 5월 29일(금)

    [날씨] 5월 29일(금) "맑음"

    2026-05-28 18:44:40

  •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주가는 계속 오를까? [가스인라이팅]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주가는 계속 오를까? [가스인라이팅]

    지난 11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초과 이익에 대한 국민배당을 제안하는 취지의 글을 써 글로벌 투자업계에 큰 이슈가 됐다. 후폭풍이 거세자 "사견이었다" "초과이익이 아니라 법인세에 대한 내용이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글로벌 투자업계의 의심 눈초리는 아직 거둬지지 않았다. 상황이 악화되자 이재명 대통령까지 진화에 나섰다. 그는 "기업엔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관여하지만 위험과 손실을 감수한 투자자와 주주가 이익을 나누는 권한을 갖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 그런데 삼성전자 노조가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의 12% 수준을 성과급으로 지급 받는 안이 가결된 같은 날 이제는 정부 차원에서 초과이익에 대한 배분을 논의하겠다고 한다. 27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대기업의 초과이익을 어떻게 사회적 분배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긴급 토론회를 연다고 밝혔다. 정부가 거둔 '법인세' 분배가 아니라 사기업의 '이익'을 어떻게 나누냐는 토론회를 연다는 것이었다. 김 장관은 이 대통령의 의중을 거스르는 것일까. 이 대통령이 말한 '투자자와 주주의 몫'을 안중에도 두지 않은 행보처럼 보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AI투자 급증에 따라 사상 초유의 영업이익이 예상되니 정부가 군침을 흘리는 상황이 재현되고 있는 셈이다. 기업의 초과이익에 대한 정부의 입맛 다시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1년은 스마트폰 산업 성장과 함께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이 글로벌 점유율을 빠르게 높여가자 이명박 정부에서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은 '초과이익공유제' 도입 추진을 선언했다. 2021년은 코로나19로 쿠팡과 배달의민족 등 플랫폼 기업 매출이 급증하자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낙연 당시 민주당 대표가 '코로나19 이익공유제'를 제안했다. 물론 기업의 성공엔 국가와 지역 사회의 지원이 도움된 부분도 있다. 그렇기에 국가는 직원 임금을 제외하고 그 누구보다 먼저 기업의 이익 가운데 자기 몫을 법인세란 명목으로 떼어간다. 재분배는 정부는 걷은 세수로 하면 된다. 기업의 이익은 정부가 그 배분을 왈가왈부할 게 아니다. 이재명 정부는 국민 자본소득 증대를 꾀하기 위해 주식시장 부양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의 욕심으로 기업의 이익이 주주의 몫으로 더 적게 돌아올 거라는 예측이 시장에 자리 잡히면 어떻게 될까. 시장이 과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에 예전 만큼의 가치를 부여할까. 우리는 김용범 실장의 '실언' 뒤 주식 시장이 얼마나 하락했는지 벌써 잊을 만큼 기억력이 나쁘지 않다. 최재리 자산운용사 팀장 〈strong〉* 가스인라이팅(Gas Enlighting)은 매일신문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칼럼 공간입니다. '가스라이팅'은 1930년대 가스등을 사용하던 시절 파생된 용어입니다. 가스등을 조금씩 어둡게 해 누군가를 통제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가스인라이팅'은 그 반대로 등불을 더 밝게 비춰주자는 뜻입니다.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자주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strong〉 〈strong〉** 외부 기고문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strong〉

    2026-05-28 16:29:37

  • [기고-김철수] 미래 대구도시환경과 도시철도 4호선

    [기고-김철수] 미래 대구도시환경과 도시철도 4호선

    도시의 가로는 기본적으로 사람과 물자를 이동시켜주는 이동공간이지만, 한편으로는 시민들의 다양한 사회활동이 자연스럽게 연출되는 생활문화공간이자 도시의 경관과 이미지를 크게 좌우하는 상징공간이다. 도시철도 4호선은 대구의 상징가로인 동대구로와 범어네거리, 도시관문인 동대구역, 경북대, EXCO 등 대구의 주요 경관지역을 경유하기 때문에 도시경관 형성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차량시스템의 선택은 매우 중요하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구시장 후보자들이 지금까지 2030년 개통을 목표로 지금까지 추진되어 온 대구도시철도 4호선의 차량시스템인 AGT(자동안내궤도차량) 방식을 기존 도시철도 3호선과 동일한 모노레일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선거공약으로 채택함으로써 새로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AGT는 가로의 중앙에 폭 약 8m의 고가도로와 유사한 전용궤도(슬라브) 위에 철제차륜으로 설치되기 때문에 가로 공중공간의 시야 및 햇빛 차단, 그림자, 소음과 진동, 먼지 등 환경적 악영향이 매우 크다. 반면에 모노레일은 0.8m의 작은 교각 위에 고무차륜으로 설치되기 때문에 환경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으며, 승차감도 우수하다는 장점이 있다. 도시철도 4호선의 차량시스템은 처음에는 도시경관적 관점에서 AGT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모노레일방식으로 추진되었다. 실제로 필자가 참여했던 시민공청회에서 모노레일이 적합하다는 주장이 우세했다. 그러나 그후 국내기술로 개발되어 상용화된 AGT방식으로 추진되었는데, 그 결정적인 이유는 대구도시철도 3호선 건설 이후 철도안전법이 개정됨에 따라 까다로운 형식승인제도가 생겨 모노레일 차량을 제작하는 일본 히타치사가 막대한 비용이 드는 형식승인을 받기 어려움에 따라 발생된 문제이다. 물론 차량시스템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먼저 모노레일로 채택하는 경우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철도안전법 제26조(철도차량형식승인)의 개정을 통해 안전기준 내용을 일부 조정하거나 예외규정을 두어 문제를 해소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추후 3호선 모노레일 차량이 수명이 다 되어 교체할 경우는 또 다시 이러한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차량 편수가 많지 않아 국내 제작은 경제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예견되기 때문에 이번에 철도기술연구원과 국토부를 논리적으로 설득하여 기준을 변경시킬 필요가 있다. 당초 모노레일로 기본계획을 승인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예비타당성을 재검증 받아야 되는지에 대한 불확실성과 설계변경에 따른 매몰비용문제, 이미 선정된 1, 2 공사구간 건설 사업자와의 계약변경 문제, 대구시와 대구교통공사의 행정절차 문제 등 현안문제가 복잡하다. 김부겸, 추경호 후보가 차량시스템 변경을 선거공약으로 내건 것은 당장의 기술·예산·행정적 문제보다 미래 대구의 아름다운 도시경관과 쾌적한 도시환경 조성을 위해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 김, 추 후보 가운데 누가 당선되더라도 중앙정치 및 행정경험을 갖추고 있으므로 능력을 발휘한다면 관련법 개정, 소요예산 확보, 행정절차 등 정책과제를 원만히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 대구의 개성있는 도시경관 조성을 위한 도시철도 4호선의 모노레일 방식으로의 전환은 그 합리성과 당위성이 충분하다. 따라서 두 후보의 선거공약에 보다 실현가능한 정책방향과 전략들이 담기기를 바란다.

    2026-05-28 15:29:21

  • [백정우의 읽거나 읽히거나] 삶이 바로, 예술이다

    [백정우의 읽거나 읽히거나] 삶이 바로, 예술이다

    2023년 6월, 부산 연제구 〈효로인디아트홀〉에서 '내면아이에게'라는 주제의 인문학 콘서트가 열렸다. 이날의 주인공은 플루티스트 김혜정. 강연과 연주가 접목된 인문콘서트를 많이 보았지만 만족스런 경우는 드물었다. 책 한 권만 펼치면 다 알 수 있는 단순 정보 전달 수준에 머무르곤 했기 때문. 반면에 김혜정은 달랐다. 스스로 체화시킨 강연은 단순하고 간결했으며, 연주는 더없이 만족스러웠다. 강약을 조절하며 90분을 끌고 가는 힘이 여간 아니었다. 간만에 신선한 충격이었달까.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흘러 그가 책을 냈다. 클래식 음악 그룹 '참스' 대표로 강연과 연주와 음반을 통해 왕성하게 활동해온 지난 7년을 엮은 것.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이고 흥미로운 내용으로 가득했다. 『이토록 예술이 필요한 순간』 이라니, 제목마저 좋다. 김혜정은 오랜 시간 공부하며 가르친 경험과 일상을 예술가의 삶을 경유해 펼친다. 요컨대 『이토록 예술이 필요한 순간』은 적극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한 기록이자 대중에게 건네는 위로이고, 위대한 음악가로부터 받은 영감 노트인 동시에 흠모하는 예술가를 향한 헌사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중요한 것. 저자의 영업비밀이 담겼다. '렉처 콘서트'를 기획해 강연하고 연주한 기록들, 단순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세부 내용까지 빼곡하다. 강연하는 사람마다 자기 나름의 독보적 콘텐츠가 있기 마련. 어떤 이는 경쟁력이 약해지고 존재감이 흔들리는 걸 우려해 아이디어를 최대한 감추기도 한다. 반면 저자는 영업 노트를 조건 없이 공개하는데(나만 해도 히든카드는 절대 공개하지 않으니까), 그 자신감이 부럽다. 어느 가을밤, 출판기념회서 소중한 인연을 만나고 관계가 이어져 앨범 'Present'를 헌사하며 당신의 오늘이 선물! 이라고 선언하는 1부. 위대한 음악가의 삶을 추적하면서 외롭고 고통스럽고 상처받은 자아를 위무하는 2부는 '내면아이'로 바라본 예술가의 초상이다. 곧 슈만에서 피아졸라까지, 상처받은 내면이 강건한 자아로 성장하기까지, 다양한 형상을 그려낸다. 팀을 이끌고 무대에 서는 저자의 시간은 환호와 기쁨과 아쉬움으로 점철됐을 터. 만석의 흥분과 호평 일색으로 기억되는 공연이 있는가 하면, 관객이 적은 데다 만만치 않은 세상에 대한 깨달음이 겹쳐져 펑펑 울기도 했다고 적는다. 플루트 소리가 나오지 않았던 악몽 같은 무대를 떠올리면서 음악의 필요와 존재 이유까지 곱씹는 솔직함은 이 책의 매력이다. 어쩌면 그것은 저자가 자기 삶의 궤적을 쫓는 행위였을 것이다. 책을 낸다는 것. 어떤 이에게는 큰 전환점이 되고, 다른 이에겐 커리어 한 줄에 그치기도 한다. 서문에서 밝혔듯이 "먹고 살기 퍽 고달파졌거나 혹은 노력에 운이 더해져 형편이 꽤 좋아졌을지도" 모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내가 예술과 책만은 놓지 않을 거라"고 장담하는 결기가 당차다. 예술과 독서와 글쓰기야말로 인간을 아름답게 만드는 도구라면서 "나 역시 늘 예술가로 살며 희로애락의 흔적을 예술적으로 남기겠다는 마음을 놓지 않고 살겠다."고 선언하는 김혜정의 『이토록 예술이 필요한 순간』. 그리하여 만나는 저자의 다짐이자 독자 대중을 향한 간절한 선언 "당신과 나, 우리는 예술이다!" 그렇다, 살다 보면 누구나 '이토록 예술이 필요한 순간'이 반드시 온다.

    2026-05-28 10:00:02

  •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48>화중군자 연꽃과 미인, 신윤복의 필력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48>화중군자 연꽃과 미인, 신윤복의 필력

    연꽃의 계절 여름이다. 연꽃 철이면 청도 유등지 군자정(君子亭)으로 연꽃을 보러간다. 연꽃은 생일도 있다. 음력 6월 24일이 '연꽃 하(荷)' 자를 쓴 관하절(觀荷節), 연꽃날이다. 연잎이 푸르러지고 땀이 나기 시작하는 단오 무렵이면 서로들 부채를 선물한다. 올해 더위도 잘 보내시라는 배려의 풍속이다. 그래서 부채의 아칭이 '인풍(仁風)'이다. 여름에는 부채가 겨울에는 새해 달력이 요긴해 "향중생색(鄕中生色)은 하선동력(夏扇冬曆)이라", 곧 동네에서 인심 얻기로는 여름부채요 겨울달력이라고 했다. 한 철 쓰고 나면 다 해져버려 여름이 돌아오면 꼭 다시 필요한 물건이 부채다. 정조대왕께서 다산 정약용에게 부채를 하사했다. 다산이 펼쳐 보니 단원 김홍도의 연꽃 그림이 있는 그림부채였다. 아쉽게도 이 선면화는 전하지 않지만 김홍도의 연꽃 그림은 '하화청정(荷花蜻蜓)'에서 볼 수 있다. 연꽃은 참 오묘한 꽃이다. 불교의 꽃이기도, 유교의 꽃이기도, 누구나의 꽃이기도 하다. 줄기와 잎과 꽃은 늘 맑고 깨끗해 본체청정(本體淸淨)하고, 뿌리는 진흙 속에 있지만 처염상정(處染常淨)하다. 그래서 사바세계의 예토(穢土)에서 깨끗한 땅 정토(淨土)로 옮겨주는 연화화생(蓮花化生)의 매개체가 됐나보다. '무량수경'에 서방정토 극락세계에 태어나는 중생은 크고 아름다운 연꽃에 의지한다고 했다. 성리학을 집대성한 송나라 주희(朱熹)보다 60여 년 전에 태어난 주돈이(周敦頤)는 '애련설(愛蓮說)'에서 연꽃을 군자의 기상에 비유해 화중군자(花中君子)라고 했다. 향기가 멀리까지 더욱 맑은 향원익청(香遠益淸)의 연꽃이다. 신윤복의 '연당의 여인'은 연당(蓮塘)과 연당(蓮堂)이 그림의 반반이고, 아름다운 연꽃과 아름다운 여성이 또 그림의 반반이다. 연꽃은 어느 한가한 여름날, 기방의 툇마루에 앉아 생황 연주에 몰입한 기녀와도 어울린다. 잠시 숨을 돌리며 긴 담뱃대를 빼어 들었다. 신윤복은 꽃 중의 군자인 연꽃과 미인이 서로 짝이 된다고 여겼을 듯하다. 상쾌한 담채와 스스럼없는 필선이 멋스럽게 어우러진 대가의 실력이다. 연꽃은 불교의 장엄물이고, 유교의 수신(修身)이며, 품위 있는 주택에서 방지(方池)로 꾸미는 '연(蓮)못'의 주인이다. 대구의 미술사 연구자

    2026-05-28 09:51:13

  • [매일춘추-심강우] 편지

    [매일춘추-심강우] 편지

    공원 산책로를 돌 때마다 1인 관객이 된 기분이다. 산책로 따라 벤치가 놓여 있다 보니 본의 아니게 벤치의 풍경을 보게 되는 것이다. 언제나처럼 공원을 돌다가 그 벤치의 젊은 남녀를 보았다. 한눈에 봐도 연인이었다. 그런데 서너 바퀴를 돌 때까지도 둘의 자세가 그대로였다. 앞만 보고 있는 모습이 모아이 석상을 연상케 했다. 심각한 상황이라는 걸 직감했다. 여덟 바퀴째 돌 무렵 여자가 울고 있었다. 곁에 있던 모아이가 보이지 않았다. 여자가 쥐고 있는 종이에 눈길이 갔다. 봉투가 있는 걸로 봐서 편지 같았다. 눈길을 의식해서인지 약간 고개를 숙였을 뿐 여자의 울음은 그치지 않았다. 열 바퀴를 돌 때까지도 여자는 편지를 쥔 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물론 편지가 아닐 수도 있었다. 열 번째 받은 불합격 통지서일 수도, 절망적인 진료 소견서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하고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편지와 함께 손에 쥔 건 연보라색 봉투였다. 순간,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물에 떠내려가는 편지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 죽은 병사 그래버. 레마르크의 소설 '사랑할 때와 죽을 때'를 각색한 영화였다. 부대가 후퇴를 하던 와중에 독일군 병사 그래버는 창고에 가둔 러시아 민간인들을 처치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그러나 그는 임무 수행에 나선 동료에게 총을 쏘고 민간인들을 풀어준다. 연인에게서 온 편지를 읽으며 걷는 그를 누군가 부른다. 뒤를 돌아본 그를 민간인 하나가 저격한다. 쓰러진 그래버는 물에서 맴돌고 있는 편지를 주우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눈을 감는다. 영화는 눈앞을 가리는 풀의 묘사로 끝을 맺는 소설에 비해 훨씬 극적이었다. 이십대에 본 그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얼마나 강렬했던지 편지만 봐도 죽음이란 단어가 떠오를 정도였다. 나로 하여금 레마르크의 작품을 섭렵하게끔 한 그 영화의 편지는 언젠가부터 죽음이 아니라 진실의 징표이다. 군복무 시절 내가 받았던 연애편지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때 본 영화 속의 편지도, 내가 받은 편지도 이젠 아련한 그리움이다. 내가 오늘 살아서 갖는 그리움은 과거가 보낸 안부인사에 대한 답장일지도 모른다. 그게 내 예상대로 이별을 통보하는 편지라면 그녀에게 말하고 싶다. 만남을 약속하는 편지를 받을 날도 있다고. 아니, 차라리 당신이 쓰는 게 낫겠다고. 당신의 마음을 느꺼이 읽은 누군가 그 편지에 답장하고 또 당신이 그 답장에 답장을 하는 시간이 창창히 남아 있지 않느냐고. 그래도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겠다면 이런 말은 또 어떤가.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어떤 사람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생각이다. 페르난두 페소아의 말이다.

    2026-05-28 09:41:18

  • [사설] 대기업 성과급 잔치 이면의 노동시장 균열, 이대로 방치할 건가

    삼성전자 노사가 2026년 임금협약에 최종 조인(調印)했다. 평균 임금 인상률은 6.2%이고, 반도체(DS) 부문에는 사업 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한 특별경영성과급 제도도 신설됐다. 일부 메모리사업부 직원은 연봉 1억원 기준 최대 6억원 수준의 성과급을 받고, 적자 사업부조차 1억원이 넘는 성과급이 예상된다. 협상 타결의 박수 뒤에서 한국 노동시장의 깊은 균열도 함께 드러났다. 한쪽은 AI 반도체 호황의 과실을 어떻게 배분할지 논의하고, 다른 한쪽은 공장을 돌릴 사람조차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른다. 현대차를 비롯한 대기업 노사 협상 테이블에는 임금 인상뿐 아니라 성과급 제도화, 자사주 지급, 정년 연장, 인공지능(AI)·로봇 도입 협의권까지 등장하고 있다. 반면 지방 산업단지와 중소기업 현장은 생존 자체가 문제다. 성과급 배분은 남의 나라 이야기다. 지역 산업단지는 "연봉 4천만원을 제시해도 생산직 청년이 오지 않는다"고 호소하고,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생산 라인을 멈춰야 할 정도다. 청년들은 수도권과 대기업으로 몰리고, 지방 중소기업들은 채용 공고를 내기가 무안할 정도다. 임금과 복지, 정주 여건, 미래 전망 격차가 누적되며 노동시장이 분절(分節)되고 있다. 대기업 정규직 평균 연봉은 8천700만원대를 넘어섰지만 중소기업 평균은 4천500만원에 머문다. 일본이나 유럽 주요국보다 훨씬 큰 격차다. 투자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경쟁력을 잃고, 외국인 노동 의존도만 높아진다. 초격차 기업들이 성장해도 산업 생태계 전체는 오히려 약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공급망의 아래층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위에 세워진 첨단 산업도 오래 버티기 어렵다. 초대기업의 성과급 경쟁이 거세질수록 중소기업 노동시장의 상대적 박탈감과 인력 유출은 심해진다. AI와 로봇 도입 이후 살아남은 양질의 일자리는 소수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한쪽은 AI 도입 협의권을 요구하고, 다른 쪽은 외국인 노동자라도 구해야 공장을 돌린다. 한국 노동시장의 심각한 기형화(畸形化)다.

    2026-05-28 05:00:00

  • [사설] '분만 뺑뺑이' 정부 대책, 의료진 확충 방안 없는 탁상공론

    분만(分娩)이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면, 누가 아이를 낳으려고 하겠나. 지난 1일 충북 청주의 고위험 임신부가 병원을 찾지 못해 헬기로 부산에 이송됐으나, 태아가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 2월에도 조산 증세의 임신부가 대구에서 수도권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지만, 쌍둥이 중 한 명을 잃었다. 의료 시스템 붕괴에 따른 불상사다. 정부가 26일 '고위험 임산부·신생아 및 응급의료체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권역별 모자(母子)의료 협력 네트워크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중앙 전원(轉院) 전담팀 인력을 늘리겠다고 했다. 병원 간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는 시스템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뒷북 대책이지만, 응급 이송 체계를 정비해 '분만 뺑뺑이'를 줄이겠다는 방향성은 옳다. 그러나 이번 대책은 탁상공론(卓上空論) 수준이다. 의료진 확충과 제도·행정적 지원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뺑뺑이 사태의 핵심은 '의료진과 중환자실의 병상 부족'이다. 정부가 내놓은 인력 대책은 미봉책(彌縫策)이다. 지역 분만병원 의사가 권역센터에서 당직이나 시간제로 일할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한 것은 '돌려막기' 수준이다. 이마저도 현실성이 낮다. 이미 지방의 산부인과 의사들은 과중한 업무와 낮은 보상, 의료사고 부담 속에서 겨우 버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의를 어떻게 확보한단 말인가. 27일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권역·지역 모자의료센터에 실제로 진료할 의사와 간호 인력이 없으면 모든 시스템은 무용지물"이라며 정부 대책을 비판했다. 지방 분만 인프라는 벌써 무너졌다. 산부인과는 낮은 의료수가(醫療酬價)와 높은 의료사고 위험 탓에 기피 진료과가 됐다. 지방에는 전문의가 없어 분만실을 폐쇄하는 병원이 속출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해결책을 내놓지 않았다. '땜질 처방'이 아니라 대수술이 시급하다. 고위험 분만을 담당하는 의료진에 대한 획기적인 보상이 필요하다. 필수의료 분야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 책임 강화와 형사적(刑事的) 부담 완화도 속도를 내야 한다.

    2026-05-28 05:00:00

  • [사설] '나무호' 미사일 피격 늑장 확인, 어떤 속사정 있나

    외교부 박윤주 1차관은 27일 브리핑룸에서 호르무즈 해협에서 'HMM 나무호'를 공격한 미사일이 이란산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주한 이란 대사를 초치해 강력한 항의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란 배후 여부를 묻는 구체적 질문엔 "여러 증거가 이란 쪽을 향하고 있다"면서도 "공격(攻擊) 고의성은 주체(主體)가 인정하지 않는 한 확정이 어렵다"고 얼버무렸다. 예상했던 바이다. 솔직히 비행체 엔진 잔해와 공격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 TV 화면 등이 있는데도 조사에 3주 이상 소요된 것은 고의적 지연(遲延) 또는 무능(無能)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재명 정부의 외교·안보상 문제점을 부각시키지 않으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격 당일 이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에 의한 공격"으로 특정했다. 한·미 간 외교·안보 채널이 원활하게 작동했다면 '이란에 의한 미사일 공격'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는 '미상의 비행체(UFO)에 의한 공격'이라는 황당한 답변과 신중론(愼重論)만 거듭했다. 지난 26일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에서 발표한 핵추진 잠수함 사업 계획 역시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이재명 대통령과 안규백 국방장관은 이날 '자주(自主)'라는 단어를 8번이나 언급했지만, 정작 핵잠(核潛) 건조에 필수적인 핵연료 확보를 위한 한미 간 대면 실무 협의는 지난 6개월간 단 한 번도 없었다. 핵잠 도입 목적과 어디에서 건조할 것인가에 대한 한미 간 합의도 없었다. 그냥 이재명 정부의 일방적 입장과 방침, 계획을 선언한 셈이다. 이 때문에 "지방선거를 의식해 미국과 충분한 협의 없이 이재명 정부가 일방적 발표를 한 것은 아니냐"는 비판(批判)이 제기되고 있다. 외교·안보는 국민과 국가의 생존과 직결된 중차대(重且大)한 사안이다. 정치적 이해관계의 얕은 계산에 따라 함부로 진행되어선 안 된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명심하길 바란다.

    2026-05-28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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