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 여당, 자랑하고 싶으면 대장동 범죄수익 환수나 하고 자랑하라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18일 정부의 론스타 소송 승소와 관련해 "국가 재정과 국민 세금을 지켜 낸 중대한 성과" "새 정부가 거둔 쾌거"라고 자랑했다. 그러더니 20일엔 "언제 한동훈 전 법무장관을 만나면 '취소 신청 잘하셨다'고 말씀드릴 생각"이라고 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이날 페이스북에 "론스타 승소 배경엔 한동훈 당시 법무장관의 소신 있는 결정이 있었다. 한 장관은 가능성을 믿고 취소 신청하기로 결정했다. 잘하신 일"이라고 썼다. 론스타 승소 후 이재명 정부의 '숟가락 얹기' '공 가로채기' 등 논란이 일자 진화(鎭火)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론스타 사태는 한국 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13년에 걸쳐 벌인 국제투자분쟁(ISDS)이다. 지난 2023년 한동훈 장관 시절 법무부는 '한국 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약 2억1천600만달러를 지급하라'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판정에 대해 취소 신청을 결정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선 이를 두고 '한동훈의 근거 없는 자신감' '승소 가능성 제로' '국고 축낸다' 식으로 비아냥대고 비난했다. 그런데 승소하자 갑자기 현 정부의 성과라며 자화자찬하다가 논공행상(論功行賞) 논란과 비난에 직면하면서 수습에 나선 모양새다. 잘한 건 잘했다 칭찬받아야 하고, 못한 건 비판과 지적을 받아야 한다. 론스타 승소는 잘한 것이고 항소 포기로 대장동 개발 비리 범죄수익을 환수할 수 없게 된 건 못한 것이다. 정작 론스타 배상금(이자 포함 여부 따라 2천800억~4천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시민 혈세 7천여억원(검찰 추징 기준)은 대장동 일당 손에 쥘 수 있게 해 놓곤 이전 정부가 소송해 막은 손실은 자신들의 공으로 돌리려고 하는 것은 후안무치(厚顔無恥)다. 이재명 정부는 전 정부의 공에 눈독 들이지 말고 현재 눈앞에 있는 국민 혈세를 환수해 국가 재정 손실을 막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그런 후에 "국가 재정과 국민 세금을 지켜 낸 중대한 성과"라고 자랑한다면 국민들은 박수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2025-11-21 05:00:00
[사설] 덩치 커질수록 늘어나는 기업 규제, 혁파 시급하다
저성장 늪에 빠진 한국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중소·중견기업 성장을 도모(圖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당연한 주장이지만 정책적·제도적 차별과 규제 탓에 성장을 돕기는커녕 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규제 거미줄에 걸리지 않기 위해 기업이 성장을 멈추는 '피터팬 증후군'을 해결해야 교착(膠着) 상태에 빠진 경제와 기업 성장의 물꼬를 틀 수 있다. 기업들은 덩치가 커질수록 규제는 늘고 지원은 준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한 기업이 중소기업을 졸업하면 규제가 57개에서 183개로 급증하고, 중견기업에서 대기업이 돼도 209개에서 최대 343개로 늘어난다. 결국 중견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의 회귀가 2020년 274개에서 2024년 574개로 2배 넘게 늘었다.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20일 기업 '스케일업 하이웨이'를 제안한 것은 이 같은 '역인센티브 구조'를 개선해야 경제 회복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계단식 규제' 철폐(撤廢)를 언급한 것과 같은 맥락(脈絡)이다. 차별적 지원·세제 혜택, 기업 규모별 차별 규제, 전략적 자본 부재 등으로 신생기업은 갈수록 줄고, 고성장 기업 비중은 차츰 낮아지며, 기업 수익성은 반토막 났다. 기업이 저수익·저투자의 악순환에 빠져 있다는 뜻인데, 결국 신규 투자 감소와 고용 둔화로 잠재성장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기업 성장 사다리를 마련하겠다고 밝혔고, 지난 8월 민관 성장 전략 태스크포스 회의를 열어 기업 규모별 차등(差等) 규제와 지원을 재검토하기로 했지만 아직 주목할 정책은 없다. 소멸위험지역 중견기업에 5년간 연구개발 예산 330억원을 지원한다는데, 산업통상부가 기대한 고용 창출 효과는 483명이다. 중견기업인들과 잇따라 만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중견기업 역할을 추켜세우며 정책금융, 세제 지원 등을 언급했지만 구체적 대안을 내놓지 않았다. 어영부영 시간만 보내다간 기업 성장판이 완전히 닫힐 수 있다.
2025-11-21 05:00:00
[사설] 대장동 항소 포기 관여 인물에 대장동 사건 맡기다니, 뭐 하자는 건가
법무부가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휘 선상에 있었던 박철우 대검찰청 반부패부장을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했다. 대검찰청 수뇌부의 항소 포기 결정에 "중앙지검의 의견이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한다"며 사퇴(辭退)한 정진우 전 서울중앙지검장 후임이며, 대장동 사건 공소 유지를 책임지게 됐다. 현재 그는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와 관련해 직권남용 등 혐의로 시민단체로부터 경찰에 고발돼 있다. 대장동 사건은 대장동 일당이 성남시 수뇌부 및 성남도시개발공사 고위직과 짜고 무려 7천800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 사건이다. 검찰은 1심 재판에서 공범들에게 추징금 7천814억원을 구형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배임 피해액을 특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473억원만 추징(追徵) 선고했다. 검찰의 구형과 거리가 먼 판결에 일선 검찰이 항소를 요구했지만 검찰 수뇌부가 항소를 막았다. 노만석 전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그 과정에서 법무부의 '선택지' 압력이 있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대장동과 관련해 1차로 지자체와 공기관이 범죄자들에게 수천억원을 몰아주었고, 2차로 검찰 수뇌부가 그 돈을 환수(還收)할 기회를 차단했고, 3차로 법무부가 범죄수익금으로 의심되는 수천억원을 환수할 기회를 차단한 과정에 관여한 인물을 대장동 사건을 책임지는 자리에 앉혔다. 공직자들이 범죄자들에게 유리한 일 또는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을 잇따라 행하고 있는 것이다. 법무부는 이번 인사 배경으로 '검찰 조직 안정'을 내세운다. 다수의 평검사들과 검사장들까지 항소 포기에 반발한 상황에서 대장동 항소 포기에 관여한 인물이 대장동 사건을 책임진다면 조직이 안정되겠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는 그 배경과 의도(意圖)를 국정조사나 특검으로 밝혀야 할 중대 사건이다. 수사를 받아야 할 사람에게 대장동 사건 공소 유지 책임을 맡기다니 무엇을 하자는 것인가. 검찰의 공소 유지가 제대로 될지 의문이다. 항소 포기 과정의 진실을 밝히기는커녕 묻으려 한다면 국민의 의심만 키울 뿐이다.
2025-11-21 05:00:00
[관풍루] 김민석 총리와 정성호 법무부장관…스스로 생각해도 낯 간지러웠나?
○…김민석 총리와 정성호 법무부 장관, 한국 정부의 대(對)론스타 소송 승소가 '이재명 정부의 성과'라고 한 지 이틀 만에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에게 "잘했다"는 입장 내놓아. 스스로 생각해도 낯간지러웠나?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기소된 나경원 의원 포함한 국민의힘 전신 자유한국당 지도부 전원 벌금형 선고받아 국민의힘 의원 6명은 의원직 유지. 국민의힘 의원들 배지 떼려던 기획 무산? ○…김건희 특검이 경기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과 관련해 김건희 여사의 오빠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영장 기각률은 34.8%로 집계. 실력도 없으면서 구속영장 마구 내질렀다는 얘기.
2025-11-21 05:00:00
2025-11-20 18:55:36
작가는 세인트팬크러스 역에서 파리행 열차 유로스타를 탔다. 열차가 바다 밑 터널 진입을 앞두고 애시포드 인터내셔널 역에 도착했을 때 70대 초반의 남자가 맞은편에 앉았다. 남자는 작가에게 자기는 지금 와이프가 호텔 방에 두고 온 신발을 찾으러 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와이프가 말렸지만 굳이 간다는 말도 덧붙였다. (대체 무슨 신발이길래?) 켄트의 노스다운스에 있는 자기 집까지 우체국에서 그것을 제대로 배달해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지 않는다는 말까지, 남자의 말은 거침이 없었고 표정은 단호했다. (특별한 사연이 깃든 신발 혹은 물질적 가치를 뛰어넘는 그 무엇의 표상이려나?) 이윽고 대체 어떤 신발이냐고 작가가 물었다. (이렇게나 늦게 질문한다고?) 남자는 한쪽에 굽을 추가한 의료용 신발인데 와이프의 한쪽 다리가 다른 쪽보다 짧다고 했다. (이토록 위해 주는 걸 보니 다리는 짧지만 생각은 엄청 긴 여자겠지?) 작가는 그럼 부인이 파리에서 켄트로 돌아갈 땐 어떤 신발을 신고 갔냐는 말을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작가는 사생활 침해가 될까봐 그랬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나는, 아니 우린 침략 수준이게?) 작가가 묻기도 전에 남자는 "그 신발이 아니면 와이프가 집 안을 오가는 소리를 들을 수 없다"고 했다. 바닥에 닿는 신발 특유의 소리 덕분에 아내의 동선을 파악할 수 있다고 부언했다. 와이프가 걱정이 돼서 그러는 거냐고 묻는 작가에게 남자는 와이프의 균형감각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다. 다만 아내가 그 신발을 신지 않고 다니는 통에 자신이 "도무지 긴장을 풀지 못"한다고 답했다. (이 남자야말로 파놉티콘 운용의 적임자가 아닐까?) 급기야 작가는 남자의 와이프가 일부러 신발을 호텔에 두고 온 것일지도 몰라, 속으로 중얼거렸다. (내 말이!) 위의 글은 데버라 리비의 생활자서전 3부작 중 둘째 권 '살림 비용'에 나오는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별난 사람의 별난 에피소드로 여겼던 이야기가 시간이 흘러 내가 몸담고 있는 현실과 접목되면서, 둘이 동색(同色)을 띠면서 전혀 별나지 않은 이야기로 변모했다. 끈끈하고 예민한 거미줄 같은 그것에 걸리면 좀체 벗어날 수 없다. 중요한 내용에서부터 단순한 안부에 이르기까지 모든 걸 카톡이란 이름으로 포장한 그것은 잰걸음으로 다가와 이쪽의 의중을 타진한다. 세상에서 가장 빠르고 은밀한 신발이지 않을까? 신발의 발신을 무시하거나 거부하는 객기를 부리다 내상을 입는 사람도 적지 않다. 카멜레온처럼 위장한 스팸까지 더하면 세상은 톡톡거리며 끄는 '신발 소리'로 가득하다. 우린 누구 할 것 없이 모두가 의료용 아니, '의도용 신발'을 신고 있다. 의도가 지나쳐 "도무지 긴장을 풀지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2025-11-20 13:51:58
[사설] 초유의 글로벌 인공지능(AI) 먹통 사태, 위험 확산 대비책 시급
18일 미국 기반 웹 인프라 기업 클라우드플레어에서 6시간가량 접속 장애가 발생해 챗GPT, 구글, 유튜브 등의 서비스가 중단됐다. AI 서비스뿐 아니라 글로벌 쇼핑·게임 플랫폼 접속이 불가능해져 '전 세계 AI가 동시에 멈춘 날'로 기록됐다. 클라우드플레어는 웹사이트 운영 인프라 기업인데,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20%가량을 소화한다. 서로 다른 회사가 다양한 기술을 사용하는데도 이들 서비스가 동시에 멈춰 선 까닭은 클라우드플레어의 글로벌 CDN(콘텐츠전송망) 오류 때문이다. 원거리의 방대(厖大)한 데이터를 지역 이용자에게 신속하게 전달하는 인터넷 핵심 기반이 마비된 것인데, 수많은 고속도로들이 공유하는 톨게이트의 기능이 멈춰 선 것으로 보면 된다. 수억 명이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되는데, 특정 업체 오류로 전 세계 동시다발 먹통 발생은 사실상 처음이다. '초연결(超連結)시대'로 불리는 현대 사회의 맹점(盲點)을 고스란히 드러낸 사건이다. 수많은 AI와 빅테크 기업들이 특정 연결망에 의존한 탓에 언제든 재발이 가능하다. AI 이용 불편 차원을 넘어 금융·쇼핑·검색·번역 등 일상 전반에 걸쳐 심각한 마비가 올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갈수록 AI 기반 사회로 전환 속도가 빨라지는데 이런 장애가 재발한다면 재앙 수준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AI 인프라를 전력·통신처럼 국가 사회기반시설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AI 기반 서비스 이용자의 폭발적 증가에도 인프라나 플랫폼이 미비하고, 안정성과 보안성 확보도 의문이다. 클라우드플레어는 트래픽 급증으로 인한 네트워크 장애로, 사이버 공격이나 해킹은 아니라고 했을 뿐 근본 문제는 밝히지 않았다. AI 확장성을 고려할 때 일시적 접속 장애는 대규모 마비 사태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고, 피해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정작 두려운 것은 근본 해결책이 요원(遙遠)하다는 사실이다. 데이터 분산과 다양한 접속망 구축 등이 거론되지만 비용이나 기술 문제로 현실성이 떨어진다. 초연결은 국경 없는 위험 확산과 동의어다.
2025-11-20 05:00:00
[사설] 산업화·정보화 선도 도시 구미, AI 혁명으로 거듭나길
삼성이 450조원 국내 투자 계획에 따라 삼성전자 구미1공장 부지에 대규모 AI(인공지능) 특화 데이터센터 건립 계획을 발표했다. 수조원이 투입될 이 사업은 이르면 내년 중 착공해 오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구미는 개발경제 시대 우리나라 전자산업의 발상지(發祥地)이며, 1990년대에는 '애니콜' 신화로 정보화를 선도했다. '한강의 기적'으로 불린 대한민국 산업화의 대표 도시였던 셈이다. 하지만 이후 주요 산업 생산 시설을 중국·베트남 등지로 이전하면서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이제 AI 시대를 맞아 삼성 데이터센터 건설로 새로운 성장 동력(成長動力)을 확보하게 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럽다. 삼성 AI 특화 데이터센터는 갤럭시 AI부터 반도체 설계, 스마트 가전, 경영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삼성그룹 전반의 AI 연산을 외부에 전적으로 의지하지 않고 자체 인프라로 해결하는 내부화(內部化)가 핵심이다. 세계적 기업인 삼성의 AI 심장이 구미에서 박동(搏動)하게 된다. 따라서 삼성 AI 데이터센터 건립은 단순한 시설 설치를 넘어 AI 모델 운영, 서버 아키텍처, 네트워크 보안 등 고도의 전문 기술을 갖춘 IT(정보기술) 인력의 대규모 유입(流入)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삼성이라는 확실한 수요처와 AI 관련 인프라를 활용하려는 AI 스타트업,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 등 관련 산업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조성될 가능성 또한 매우 높다. 구미의 산업 생태계가 질적(質的)으로 크게 발전할 기회를 맞게 되는 것이다. 한편 구미와 대구 주변은 중소기업 중심의 전통 제조업이 산업 기반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AI와 전통 제조업을 접목함으로써 전통 산업을 고부가가치 첨단산업으로 재탄생시킬 가능성이 높은 데다, 이 같은 융합은 지역의 산업 경쟁력 또한 크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AI 시대를 맞아 AI 혁명(革命)을 어떻게 대구·경북 차원에서 구현할 수 있을지에 대해 지방자치단체·대학·산업계·연구기관 등이 머리를 맞대야 할 때이다.
2025-11-20 05:00:00
[사설] '대장동 항소 포기' 총공세 중에 집안싸움, 한심한 국민의힘
국민의힘이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抗訴) 포기 외압 의혹과 관련해 정부·여당을 상대로 총공세를 펼치는 중요한 시기에 집안싸움으로 삐거덕거리고 있다. 당 윤리위원장 사퇴 논란이 계파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고, 재창당 수준의 쇄신 요구가 터져 나온 것이다. 국민의힘이 내분(內紛)으로 인해 10·15 부동산 대책,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등으로 야권에 유리한 정국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여러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더불어민주당 40% 안팎, 국민의힘 20%대 중반의 지지율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여론조사 업체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15~17일 2천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당 지지율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은 42.2%, 국민의힘은 39.6%로 나타났다. 업체에 따라 여론조사 결과가 다르며, 여론조사 결과가 '민심(民心)의 바로미터'는 아니다. 그러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와 부동산 대책 등 여권에 불리한 이슈들이 여론조사 결과에 반영(反映)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국민의힘이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등의 이슈들을 지지율 반전(反轉)의 기회로 만들려면, 원팀으로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러나 임기가 두 달밖에 남지 않은 여상원 윤리위원장이 최근 당에서 사퇴를 종용(慫慂)받았다고 밝히면서 당 내부가 시끄럽다. 장동혁 대표가 윤리위원장을 교체해 자신에게 비판적인 한동훈 전 대표 측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란 당 안팎의 지적 때문이다. 엄태영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SNS 대화방에 '구정 전에 당명을 바꾸고 재창당 수준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당내에선 장 대표의 '우리가 황교안' 발언 등 지도부의 '우향우' 행보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107석의 국민의힘이 기댈 곳은 민심밖에 없다. 정부와 거대 야당의 독주(獨走)를 견제하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당내 통합을 이루고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그 시작은 국민의 상식에 부합한 재창당 수준의 당 혁신이다.
2025-11-20 05:00:00
[관풍루] 대장동 항소는 포기했으니 역시 검찰은 강한 자에는 약하고 약한 자에게는 가혹.
○…'대장동 항소 포기'로 시민단체에 고발당한 박철우 대검 반부패부장, 사임한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 후임으로 임명돼. 항소 포기 과정에서 실무적으로 관여했다는데, 도둑놈 풀어 줘서 출세하셨군.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국회에서 야당 의원 질의에 고성으로 항의하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나서서 제지했다고. 내년 지방선거 출마(전남지사)를 염두에 둔 존재감 부각 퍼포먼스? ○…검찰, 강제 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깐부 할아버지' 배우 오영수 씨 항소심 공판 무죄 판결에 불복해 상고. 대장동 항소는 포기했으니 역시 검찰은 강한 자에는 약하고 약한 자에게는 가혹.
2025-11-20 05:00:00
2025-11-19 18:44:27
[기고-이상길] 대구 제조업, 지금이 산업 대전환의 골든타임이다
대구 제조업이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필자는 ㈜엑스코 사장과 경제단체에서 일하며 여러 기업 현장을 방문하고, 지역 제조업을 이끄는 기업인들과 자주 대화를 나눈다.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말은 "갈수록 버티기가 어렵다"는 절박한 호소다. 대구상공회의소가 금년 11월 지역 제조기업 302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도 이러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기업 10곳 중 8곳이 현재 생산하는 주력 제품이 이미 성숙기 또는 쇠퇴기에 접어들었다고 답했고, 향후 5년 내 경쟁력이 더 약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구 제조업의 한계는 구조적인 요인과 깊이 연결돼 있다. 지역 기업 대부분이 글로벌 완제품 경쟁보다는 대기업 공급망의 한 부분에 머무르면서 성장의 계단을 오를 기회가 제한되어 있다. 그러나 위기 속에서도 기회는 존재한다. 대구는 전통적으로 제조 기반이 탄탄한 도시다. 1970~80년대 섬유산업을 시작으로, 1990년대 이후 기계·금속·자동차부품, 전기·전자산업이 성장했고, 최근에는 의료·로봇산업이 발전하면서 폭넓은 산업 기반이 집적되어 있다. 이는 신산업 전환을 위한 강력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여기에 AI와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다면 지역 제조업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재편할 수 있다. 특히 로봇산업은 이미 전국적 경쟁력을 확보해 가고 있으며, 의료 인프라와 ICT 기반의 디지털 헬스케어산업도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자동차산업 역시 전동화·자율주행으로 산업 패러다임이 급전환되는 만큼, 모터·전장·센서 등 미래차 핵심 분야 중심으로 구조 재편이 시급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현실 인식'보다 '전환을 실행하는 용기'다. 기술 변화의 속도는 매우 빠르고, 글로벌 경쟁 환경은 이미 새로운 질서로 넘어가고 있다. 전환의 타이밍을 놓치면 뒤늦은 추격이 거의 불가능해진다. 대구 제조업이 새로운 성장 궤도를 만들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전략적 실행이 요구된다. 첫째, 신산업 전환을 촉진하는 산업정책이 강화돼야 한다. R&D 지원과 함께 미래차·로봇·의료기기 등 전략산업에 대한 특화 지원이 필요하며, 신사업 초기 리스크를 완화할 제도적 장치도 확대돼야 한다. 둘째, 디지털 전환 역량 강화가 핵심이다. AI·스마트공장·데이터 기반 생산체계 도입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다. 대구시와 정부는 디지털 전환 자금 지원과 전문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보다 체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셋째, 지역에 전략적 앵커 기업을 유치하고 산업 생태계를 재편해야 한다. 대기업·글로벌 기업 투자는 단순 공장 설립을 넘어 기술 이전, 협력 네트워크 확장, 고급 인력 유입 등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강력한 촉매제다. 넷째, 미래 신산업을 뒷받침할 전력망 등 기반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 특히 안정적 전력 공급은 AI·클라우드·반도체 등 디지털 기반 산업의 필수 요건이며, 전력망 확충 없이는 신산업 육성도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이러한 대안들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려면 대구시의 강력한 추진력과 중앙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대구 제조업은 위기 속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저력과 기반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미래차·로봇·의료기기·첨단소재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과감하게 전환한다면 지역 경제는 다시 도약할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대구 제조업이 첨단화와 산업 대전환을 이뤄야 할 골든타임이다. 지역의 모든 경제 주체가 변화의 흐름에 힘을 모아야 할 때다.
2025-11-19 17:30:25
1997년 도널드 드럼프는 뉴욕 맨해튼 북서쪽 어퍼 웨스트사이드의 콜럼버스 서클 인근에 신축 건물을 짓고는, 건물 주소를 뉴욕시에서 지정한 주소인 콜럼버스 서클 15번지에서 '센트럴파크 웨스트 1번지'로 바꾸어줄 것을 시에 요구한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할까? 뉴욕에서는 주소도 팔고 살 수 있다(2019년 기준 1만 1000달러). "지난 몇 년간 뉴욕 시의회에서 통과된 조례의 40퍼센트 이상이 도로명 변경에 관한 것이었다."고 시작하는 흥미로운 책 '주소 이야기'는 부제에 적힌 대로, 거리 이름에 담긴 부와 권력에 관한 탐색기이다. 저자가 책을 쓰게 된 계기, 즉 도로명 주소에 관해 흥미를 갖게 된 건 전 세계 대부분의 가구에 도로명 주소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부터였다. 주소 붙여주기는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빈곤 구제방법인데 주소가 신용거래와 투표권 행사를 용이하게 하고 세계 시장을 활성화시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주소가 빈민촌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알려주는 사례로 인도 콜카타를 언급하는 대목은 적절하다. 제대로 된 지도가 없는 아이티를 언급하면서 "전염병이 발생하는 곳은 지도도 없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국경없는의사회에서 환자의 주소를 적게 했는데 '망고나무에서 한 블록 아래'라고 적은 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라고. 프랑스대혁명 직후 일부 거리에는 새로운 이름이 생겼다. 빅토리아 톰슨이 말한 대로 파리는 도시 경관 자체가 "혁명에 관한 교리 문답서"가 될 터였다. 파리는 혁명가가 꿈꾼 새로운 도시가 되진 못했을지언정 프랑스혁명은 도로명 개정을 통해 새로운 이념을 과시하는 유행을 만들어냈다. 이처럼 전 세계 혁명 정부들이 집권과 동시에 거리 이름을 바꿨다. 멕시코에는 에밀리아노 사파타 이름을 딴 거리가 500여 개에 이르고 러시아에는 레닌 이름의 도로가 4000개가 넘는다. 중국은 거리 이름을 소수민족 지역을 감시하는 도구로 사용한다. 저자는 근대 초기 유럽 국가가 탄생하는 과정에는 '식별 가능한' 사회가 필수적이었고 시민들은 기록할 수 있는 이름과 주소가 있어야 했다고 전한다. 이처럼 집집마다 번호를 매기는 일은 거대한 근대국가 사업의 일환이었다. 번지의 역사에 관한 최고 전문가 안톤 탄트너에 따르면 "번지의 존재 이유는 사람들이 쉽게 길을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국가가 쉽게 사람들을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도로명 주소와 번지 주소의 차이를 설명하는 장에 등장하는 한국과 일본의 주소 체계. 서양인들은 도로에 집착하고 도로에 이름 붙이는 관행을 고집해온 반면 일본에선 오히려 지역, 즉 블록에 더 주목한다. 일본에 영향을 받은 한국 역시 2011년에 도로명 주소를 사용했으나 반발이 심했다면서 한국인들도 도시를 구획으로 읽고 있다는 증거라고 덧붙인다. 주소는 현대 사회에서 개인의 정체성이다. 주소를 통해 사람의 신원을 확인한다. 아이가 학교에 입학할 때, 투표할 때, 직업을 얻을 때, 은행 계좌를 만들 때 주소를 요구한다. "주소는 은행 직원이 우리 집을 방문할 때 쓰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간단히 말해 현대 사회에서 나의 주소는 곧 나다."(385쪽) 내가 40년 넘게 살던 서교동 집은 월드컵북로5길이라는 도로명 주소를 부여받았다. 서교동 자가가 평생의 자부심이던 내 아버지가 이 사실을 생전에 알았다면…. 영화평론가
2025-11-19 16:58:37
[기고-정용환] "K-과학자, 경북에서 피어나는 미래 투자"
대한민국은 세계가 놀랄 만큼 짧은 기간에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루었다. 이 성장의 이면에는 수많은 과학기술인의 헌신과 노력이 있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지금 저출산과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방은 소멸의 위기로 내몰리고 있으며, 국가의 성장 동력마저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상북도가 전국 최초로 시작한 'K-과학자' 사업은 단순히 지역의 위기를 극복하는 것을 넘어, 대한민국 전체에 적용될 수 있는 새로운 성장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경상북도의 'K-과학자' 사업은 은퇴한 고경력 과학자들의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활용하여 지역의 산업과 기술 발전을 주도하는 혁신적인 시도이다. 이는 '지방 소멸'이라는 거대한 문제에 맞서 싸우는 동시에, 지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경상북도의 깊은 고민과 지혜가 담겨 있다. 경상북도에 정주하며 국책사업 유치, 정책 및 기업 기술 자문, 과학 대중화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여, 지방의 만성적인 과학기술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2025년 7월, 경상북도는 원자력, AI,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의 석학 9명을 'K-과학자'로 위촉하며 사업의 첫발을 내디뎠다. 이들에게는 안정적인 연구 활동을 위한 'K-과학자마을'의 주거 공간과 함께 다양한 지원이 제공된다. 대한민국에는 경상북도보다 이 문제를 더욱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곳이 있다. 바로 '과학 도시'를 표방하는 대전이다. 대전에는 대덕연구단지를 중심으로 수많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이 밀집해 있으며, 수천 명의 은퇴 과학기술인들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수십 년간 쌓아온 지식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과학기술인들의 경험과 역량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것은 개인의 손실을 넘어 국가적 낭비다. 지식과 경험은 한 번 쌓이면 사라지지 않는 귀중한 자산이다. 은퇴한 과학자들이 자신의 연구를 계속하고 기업의 기술 자문을 지원하거나, 젊은 후학을 양성하는 데 기여하고 싶어도 마땅한 기회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고경력과학기술인연우총연합회'에는 1천 명이 넘는 고경력 과학기술인들이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지만, 이들의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는 제도나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경상북도가 가장 먼저 'K-과학자' 사업을 추진한 것은 미래에 대한 확실한 투자이자, 선구적인 첫걸음이다. 은퇴 과학자를 지역에 정착시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시도로서 '지방 소멸'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막을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K-과학자' 사업은 지역을 살리고 지방 소멸을 막을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경상북도에서 시작된 이 사업이 성공적인 모델로 발전하여 전국적으로 확산되기를 강력히 희망한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은퇴한 고경력 과학기술인을 활용하는 것은 단순한 인재 관리 정책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필수적인 전략이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고경력 과학자들을 모으고 이들의 지혜를 활용한다면, 지역의 특색에 맞는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고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K-과학자' 사업은 경상북도라는 한 지역의 성공을 넘어, 대한민국 전체의 미래를 여는 모델로 성장할 것이다. 정용환 경북연구원 K-과학자
2025-11-19 15:26:38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22>자연과 인문을 합일시킨 집, 옥호정
'옥호정도'는 조선 제23대 왕 순조의 장인 김조순(1765~1832)의 별장 옥호정(玉壺亭)을 그린 담채화다. 김조순은 정조 사후 안동김씨 60년 세도정치의 기반을 닦은 세력가이자 문인이다. 현재 서울 종로구 삼청동 133번지 일대인 북악산 백련봉 기슭에 있었다. 배산임수에 남향한 주택과 정자 등 옥호정 일대와 조경을 상세하게 묘사했고 동서남북 방위를 표시해뒀다. 집 입구에 버드나무가 병풍처럼 둘러서 있고 대문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각종 꽃과 나무들이 가꿔져 있으며 송(松), 괴목(槐木), 반송(盤松) 등으로 써 놓기도 했다. 주요 조경물인 취병(翠屛), 포도 시렁(葡萄架), 오미자 시렁(五味子架), 단풍대(丹楓臺) 등에도 이름을 써 놓았다. 산봉우리와 가까운 위쪽은 바위에 붉은 글씨로 '옥호동천(玉壺洞天)'을 새겨놓은 또 다른 소우주다. 김조순이 1804년 무렵부터 10년 이상 공들여 조성한 옥호정은 개인의 휴식 공간을 넘어 당대 최고 권력층의 문화적, 정치적 교류가 이루어진 한양 속 별천지였다. 옥호정과 함께 19세기 서울의 사대부 저택으로 이름났던 신위의 벽로방(碧蘆舫), 심상규의 가성각(嘉聲閣), 홍경모의 사의당(四宜堂) 등은 글로만 남았지만 김조순의 옥호정은 그림으로 생생하게 기록됐다. '옥호정도'는 정면과 오른쪽 측면에서 내려다보는 부감시를 기본으로 하면서 일부는 대상을 바로 앞에서 바라본 다시점이다. 어색한 점도 있지만 건축물의 배치와 각각의 모양, 조경과 공간 구조가 한눈에 파악되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실경산수의 요소를 더해 경관을 한 폭의 그림으로 구체화시킴으로서 무미건조한 도면에 그치지 않는 회화식 건물도이자 지형도로 완성됐다. 자세히 보면 소나무만 청색이고 이외의 식물은 모두 녹색이어서 옥호정 영역이 구별된다. 김조순은 옥호정을 옥사(玉舍), 호사(壺舍), 옥호정사(玉壺精舍), 옥호산방(玉壺山房) 등이라고도 했다. '옥호산방' 편액이 사랑채 정면에 걸려있고 옆으로 커다란 표주박 모양 편액도 보인다. 중간의 잘록한 부분에 끈을 매어 처마에 매달았다. 색깔도 노랗다. 표주박처럼 보이게 꾸민 나무판인지? 실제로 대형 표주박인지? 그림으로는 알 수 없다. 윗박에는 '숨을 은(隱)'자가 아랫박에는 '집 사(舍)'자가 있다. 은사(隱舍)는 김조순의 문집 '풍고집(楓皐集)'에 비은사(費隱舍)라고 나온다. '중용'의 '군자지도(君子之道) 비이은(費而隱)'에서 따왔다. 중국 송나라 주희는 '비(費)는 용(用)의 넓음이고, 은(隱)은 체(體)의 은미함이다'라고 풀이해 군자의 덕은 작용이 넓지만 본체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나서지 않는다고, 잘난 체하지 않는다고 할 수도 있지만 뒤에서 조종한다고, 숨은 실력자라고 할 수도 있다. 은사는 김조순의 처세관, 인생관이 담긴 명명이다. 대구의 미술사 연구자
2025-11-19 11:50:11
[의학산책] 국가검진은 시작, 조기암 예방은 종합검진으로 완성
"국가검진을 받았으니 괜찮겠지요?"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말이다. 그러나 건강검진은 단 한 번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다. 국가건강검진은 누구나 기본적으로 받을 수 있는 '출발선'일 뿐, 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건강을 지키기 위해선 개인의 위험요인에 맞춘 종합검진이 필요하다. 국가건강검진은 국민의 기본 건강을 지키기 위해 정부가 시행하는 제도로, 혈압·혈당·지질·간기능검사와 함께 위·대장·간·폐·자궁경부·유방 등 5대 암 검진이 포함된다. 누구나 쉽게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검사 항목이 제한적이다. 예를 들어 위내시경은 2년에 한 번, 대변잠혈검사는 1년에 한 번으로 정해져 있다. 이는 최소한의 선별검사일 뿐, 모든 사람에게 충분한 검사는 아니다. 실제로 국립암센터 조사에 따르면 위암 환자의 약 30%, 대장암 환자의 약 40%가 국가검진을 성실히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암이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됐다. 검진 간격이 길거나, 개인의 위험요인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30~40대 젊은 연령층에서 암이 빠르게 늘고 있다. 국가통계포털 자료에 따르면 40세 미만 대장암 환자는 10년 사이 약 2.3배 증가했으며, 위암 역시 환자 다섯 명 중 한 명은 40대 이하였다. 문제는 국가검진의 암검사 대상이 대부분 40세 이상부터 시작된다는 점이다. 즉, 30대는 아무리 성실히 검진을 받아도 암검사 자체가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한 가족 중에 암 환자가 있거나, 비만·흡연·음주 습관이 있거나, 용종이나 위염 병력이 있는 사람은 일반적인 국가검진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이러한 빈틈을 채워주는 것이 바로 종합검진이다. 종합검진은 연령, 가족력, 생활습관 등을 고려해 맞춤형으로 설계된 정밀검진이다. CT, MRI, 초음파, 내시경, 종양표지자 검사 등을 활용해 국가검진에서는 확인하기 어려운 미세 병변과 조기암을 찾아낸다. 예를 들어 위내시경과 대장내시경을 동시에 시행하면 상·하부 소화기를 한 번에 점검할 수 있고, 복부초음파와 CT를 병행하면 간암·췌장암·신장암 조기 발견률이 크게 높아진다. 또 유방촬영과 초음파를 함께 시행하면 치밀유방 여성의 유방암 조기 발견률이 20~30%가량 높아진다는 보고도 있다. 조기검진의 효과는 생존율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국립암센터 통계에 따르면 조기 위암의 5년 생존율은 97%에 달하지만, 진행성 위암은 36%로 떨어진다. 조기 대장암의 생존율은 93%, 진행암은 60% 미만으로 급격히 낮아진다. 결국 같은 암이라도 언제 발견하느냐가 생명을 좌우한다. 건강검진은 '보험'이 아니라 '투자'다. 국가검진으로 기본 건강을 점검하고, 개인의 생활습관과 위험요인에 맞춘 종합검진으로 그 가치를 완성해야 한다. 암은 증상이 나타난 뒤에는 이미 늦기에 정기적인 검진만이 조기 발견의 기회를 높이고, 건강한 삶을 지켜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김치호 대구 일민의료재단 세강병원 원장
2025-11-19 06:30:00
권력자의 열등감(劣等感)과 변덕은 심리적으로 밀접한 관계가 있다. 열등감이 심한 권력자는 그것을 감추고 보상하기 위해 타인의 비판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자신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변덕스럽게 결정을 바꾸거나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한다. 이러한 권력자는 조직 전체에 불확실성을 증대시키고, 구성원의 신뢰를 저하하게 만들며, 결국 조직을 붕괴시킨다. 한비자(韓非子)는 「세난(說難)」에서 설득의 어려움은 지식·논리·언변의 부족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왕의 심리를 주도면밀히 헤아리는 데 있다고 주장하였다. 한비자는 아무리 옳은 말이라도 왕의 열등감을 건드리면 목숨도 잃을 수 있다는 것을 '역린(逆鱗)'을 통해 역설했다. "용이라는 동물은 잘 길들이면 사람이 탈 수 있을 만큼 유순하다. 하지만 목 아래에 거꾸로 난 비늘, 즉 역린이 있는데, 만약 누군가 이것을 건드리면 반드시 그 사람을 죽이고 만다. 왕에게도 이러한 역린이 있다." 거꾸로 솟은 비늘은 정상적이지 않고, 도드라져 보이며, 외부의 자극에 취약하다. 이는 권력자가 내면에 깊이 감추고 있는 열등감의 속성과 같다. 그것은 출신 성분, 정통성 부족, 능력 부족 등이다. 만약 누군가 이 부분을 건드리면 겉으로 보이는 유순함과 이성은 순식간에 폭력성으로 돌변한다. 한편 열등감이 있는 권력자는 상황에 따라 같은 말과 행동을 전혀 다르게 판단한다. 총애할 때는 결점도 사랑스럽게 보지만, 총애가 식으면 장점마저 죄과로 변하니, 한비자는 이를 '여도지죄(餘桃之罪)'라는 이야기로 표출하였다. 미자하(彌子瑕)는 위(衛)나라 왕의 깊은 총애를 받았는데, 어느 날,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허락도 없이 왕의 수레를 타고 집으로 달려갔다. 이는 발뒤꿈치를 베는 중죄에 해당하지만, 왕은 오히려 "참으로 효심이 지극하구나. 어머니를 위해 중벌을 받을 각오까지 하다니!"라며 그를 칭찬하였다. 또 왕과 함께 과수원을 거닐던 미자하가 복숭아를 한 입 베어 먹었는데, 그 맛이 너무 달았기에, 먹던 복숭아를 그대로 왕에게 먹게 했다. 이는 매우 불경(不敬)한 행동이었지만, 왕은 기뻐하며 "나를 이토록 사랑하여 나에게 맛있는 것을 먼저 주는구나!"라고 그를 칭찬하였다. 세월이 흘러 미자하의 용모가 쇠하고 왕의 총애도 식었다. 어느 날 미자하가 작은 잘못을 저지르자, 왕은 과거의 일들을 모두 끄집어내며 꾸짖었다. "저 자는 일찍이 멋대로 내 수레를 탔고, 심지어 자기가 먹다 남은 복숭아를 나에게 먹인 놈이다!" 결국 미자하는 과거에 칭찬을 받았던 행동들 때문에 벌을 받게 되었다. 이처럼 자신의 권력과 지위를 끊임없이 확인하고 과시하려는 욕구는 내면의 열등감에서 비롯된다. 총애를 베풀 때는 한없이 관대하다가, 감정이 식자 과거의 일까지 들추어내 가혹하게 처벌하는 극단적 태도는 자신의 절대적 힘을 확인하고 우월감을 느끼려는 행동이다. 또 다른 속성은 자기애적 분노이다. 자신의 기대나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느끼거나, 자신의 권위에 도전한다고 여길 때 과도한 분노를 표출하는 것은 자기애적 성향과 연관되며, 이는 깊은 열등감을 감추기 위한 방어기제로 작동한다. 열등감이 없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것이 권력자의 변덕을 유발하는 원인이 될 때 조직이나 국가의 안위를 위협하게 된다. 조직의 관리자나 권력자는 자신의 심리적 기제를 이성적으로 제어해야 하며, 제도적으로도 그 부작용을 감시 통제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강민구 경북대 한문학과 교수
2025-11-19 05:00:00
[사설] 정부와 민주당은 국민 편인가 대장동 일당 편인가
정부가 대장동 항소 포기에 단체로 입장을 밝힌 검사장들을 평검사로 전보(轉補)하거나 국가공무원법 66조 위반 등으로 형사처벌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항의 성명에 참여했던 수원지검장과 광주고검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또 전주지검장은 "검찰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지키고 일선 기관장으로서 구성원의 궁금증을 해소할 필요가 있어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경위 설명을 정중히 요청한 것을 항명으로 규정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행 검찰청법은 상급자의 사건 지휘가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검사는 이의(異議)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절차(법무부 훈령)를 제도화한 것은 노무현 정부 때다. 나아가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비상계엄 때 "불의한 명령은 거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 놓고 지금 검찰의 당연한 반발과 경위 설명 요구를 '항명' '반란'으로 덮어씌우고 법을 개정해서라도 처벌하겠다고 한다. 대장동 사건 1심 판결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함으로써 앞으로 대장동 일당은 개인별로 수천억원에서 수백억원을 가져가게 됐다. 이들은 각각 징역 4~8년을 선고받았지만, 형기(刑期)를 다 채울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2심에서 다툴 여지가 많았음에도 검찰 수뇌부의 투명하지 않은 항소 포기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만 범죄 수익으로 의심되는 수천억원, 수백억원으로 호의호식하게 된 것이다. 전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항소 포기 결정에 법무부의 압박을 의식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지금 정부·여당은 "검찰이 왜 범죄 수익금으로 보이는 대장동 일당의 돈을 환수할 기회를 차단했느냐"에 집중해야 한다. 신속하게 진실을 규명하고, 문제가 발견되면 처벌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항소 포기의 경위와 법리를 설명해 달라는 검사들을 처벌하겠다고 한다. 사태의 본질을 허물고 검사들에게 '항명' '반란' 프레임을 씌우는 까닭이 무엇인가? 이러니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 국민 편인지, 대장동 일당 편인지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2025-11-19 05:00:00
[사설] '대장동 범죄 수익 환수 특별법', 정부·여당도 반대할 이유 없다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민간업자들은 1심에서 징역 4~8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장기간 금품 제공 등으로 형성한 유착 관계에 따라 벌인 부패 범죄"라며 사건의 중대성과 죄질을 심각하게 판단했다. 그러나 검찰의 7천814억원 추징(追徵) 요구에 대해선 '손해액의 구체적 산정이 어렵다'며 473억원만 인정했다. 이후 법무부 등 윗선의 '외압·개입' 논란의 검찰 항소 포기 사태가 터졌고, 범죄자들이 부패 범죄 수익 대부분을 가질 수 있는 말도 안 되는 일이 현실화되고 있다. 검찰의 항소 포기로 동결 조치가 해제될 상황에 놓이면서 범죄자가 법원·검찰에 추징 보전 해제를 요구하고 국가 배상 청구 운운하며 '돈 내놔라' 오히려 큰소리치는 코미디가 연출되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은 대장동 사건 범죄 수익을 소급(遡及) 적용해 환수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다음 주 '대장동 범죄수익 환수 특별법'을 대표 발의하는 나경원 의원은 "특별법으로 대장동 사건 등 초대형 부패 범죄 수익을 국가가 몰수·추징하고, 차명 재산에 대해서도 동결·환수가 즉시 가능하게 하자는 취지"라고 했다. 동결 재산을 형사 판결 확정 후 바로 해제하는 게 아니라 법원의 심사와 공개 심문 절차를 거쳐 최종 결정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검찰 등 국가기관이 민사소송을 제기해 국가 주도로 범죄 수익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긴다. 정부·여당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 '특별법 제조기'인 더불어민주당이 이 법안에 대해선 반대한다면 나 의원 말대로 '공범' 의혹만 짙어질 뿐이다. 항소에 반대했던 법무부도 추징 보전 해제 요구와 관련해선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중대하고 심각한 부패 범죄의 수익이 고스란히 범죄자의 몫으로 돌아가게 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를 보고만 있는 것은 국가가 '부패 범죄를 저질러 떼돈을 벌라'고 부추기는 것에 다름 아니다. 법무부·대통령실이 개입했든 안 했든 이는 국정조사 등을 통해 밝혀낼 일이고, 먼저 범죄자들이 범죄 수익을 가지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다.
2025-11-19 05:00:00
[사설] '귀족 노조'에 110억원 혈세 지원, 비조직 노동자 외면한 정치적 거래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에 각각 55억원을 지원하는 예산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17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에서 통과됐다. 정부 예산안에는 없던 것을 끼워 넣은 '쪽지 예산'이었다. 국민의힘은 "코드 예산" "정권 교체에 대한 대가성(代價性) 지원 사업"이라며 삭감을 주장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이날 기후환노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내년도 고용노동부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민주노총이 요구한 서울 중구 본관 사무실의 임차(賃借) 보증금 전환 비용 55억원과 한국노총이 요구한 시설 수리 및 교체비 55억원을 예산 수정안에 반영했다. 양대 노총이 지난 9월 이재명 대통령에게 "노동운동의 위상에 걸맞은 지원을 해달라"던 요구가 일부 수용된 것이다. 정부가 양대 노총의 사무실 임차료와 시설 보수 비용을 예산으로 지원한 것은 2005년(민주노총)과 2019년(한국노총) 이후 처음이다. 양대 노총에 대한 예산 지원은 '대선 보은용(報恩用)'이란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을 고용노동부 장관에 임명해 '보은 인사'란 지적을 받기도 했다. 지난 대선 때 한국노총은 이 대통령을 지지했고, 민주노총은 진보당 후보와 협약을 맺었으나 해당 후보는 이 대통령을 지지하며 사퇴했다. 예산 지원과 관련, 민주당의 한 의원은 "취약 노동자를 위한 인프라 개선을 '코드 예산'으로 비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지만, 말도 안 되는 주장이다. 대기업·공기업·은행 등의 고임금 정규직 중심으로 조직된 양대 노총은 '귀족 노조'란 말을 듣고 있다. 취약 노동자 지원은 훨씬 열악한 제3노조나 미가맹 노조를 대상으로 하는 게 맞다. 국제노동기구(ILO)는 노조의 재정적 독립성(獨立性)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의 예산 지원은 노조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이 양대 노총의 지지를 얻기 위해 세금을 투입하는 것은 '정치적 거래'이며, 다른 경제 주체나 비조직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이다.
2025-11-19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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