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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전 정권 겨냥해 현 정권이 특별재판부 만드는 것이 법치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여당이 추진하는 '내란특별재판부'에 대한 위헌 제기를 겨냥해 "그게 무슨 위헌이냐"고 말했다. 대통령은 "사법부 독립은 사법부 맘대로 하자는 뜻은 아니다"며 "국회는 직접적으로 국민들로부터 주권을 위임받았다. 국가 시스템을 설정(設定)하는 건 입법부 권한이고, 사법부는 입법부가 설정한 구조 속에서 헌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말은 '지금 사법부가 맘대로 하고 있다'는 말처럼 들린다. 한덕수 전 총리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이 사법부 마음대로 판단이란 말인가? 더불어민주당 기대에 어긋나는 판결은 마음대로 판결인가? 국회는 국민을 대표해 법을 만들 권한과 의무가 있다. 하지만 특정 사건을 겨냥해 새로운 '특별재판부'를 만들고, 이미 진행 중인 재판까지 그 재판부가 맡게 된다면 법의 일반성과 공정성(사건 배당 무작위성)을 심각하게 훼손(毁損)하는 것이다. 특별법에 따르면 내란 사건 1·2심 재판을 전담할 특별재판부와 영장 전담 법관은 국회, 판사회의, 대한변호사협회가 각 3명씩 추천한 인사 9명으로 구성된 특별재판부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하고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지난번 3대 특검법과 마찬가지로 특별재판부후보추천위 추천에서도 국민의힘은 제외되고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주도로 이루어질 것이 확실하다. 이런 재판부가 정치적 중립성·객관성을 보증할 수 있나. 민주당은 내란 혐의 사건의 중대성을 이유로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재판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지난 정권 사건을 후임 정권 주도로 만든 법에 따라 구성한 재판부가 맡아야 '독립적'이라면 소도 웃을 것이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사법국가가 되고 있다. 정치가 사법에 종속됐다"고 말했다. 정치의 지나친 사법화는 문제다. 하지만 법을 어겨도 정치인이라는 이유로 사법이 봐주는 현상을 우리는 목도(目睹)하고 있다. 하물며 현(現) 정부·여당 주도로 새로운 재판부를 만들어 전(前) 정권 사건을 재판한다면 누가 그 판결을 신뢰하겠나.

    2025-09-12 05:00:00

  • [사설] 이동통신사 해킹 공포, 피해는 서막에 불과하다

    SK텔레콤 이용자 2천300만여 명의 개인정보 유출에 이어 KT 무단(無端) 소액결제 피해까지 발생하면서 휴대폰 해킹 공포가 커지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LG유플러스 이용자 정보 유출 의혹도 조사한다. 정부는 민관 합동조사단을 꾸려 대응에 나섰지만 사건 실체가 명확지 않다 보니 대책 마련도 쉽잖다. KT 무단 소액결제는 반경 10m 통신을 제공하는 초소형·저전력 기지국인 '펨토셀'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KT는 미등록 기지국 ID를 발견해 차단했다는데, 논문에나 등장하는 수법의 해킹이 처음 발생한 탓에 실체와 수법도 미궁(迷宮) 속이다. 개인정보 유출 정황이 없다던 KT는 펨토셀을 통한 이용자 5천561명의 개인정보 유출을 확인했다면서 뒤늦게 사과하고 나섰다. 10일까지 집계된 피해는 278건(1억7천여만원)에 이른다. 이용자들은 부지불식간(不知不識間)에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두려움에 떤다. 통신사는 소액결제 한도를 줄이거나 보안 단계 추가를 권고한다. 그러나 지금껏 발생한 피해 모두 자동응답시스템(ARS) 인증까지 거쳐 결제가 이뤄졌기 때문에 실효성 담보도 어렵다. 소액결제를 원천 차단하는 방법도 있지만 현재로선 한 번 신청하면 영구적으로 소액결제 사용이 불가능하다. 상당한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말이다. 혼란을 틈탄 스미싱(문자메시지 이용 피싱 범죄) 우려도 커진다. 결제 취소나 환불 진행을 안내하는 거짓 문자를 보내 개인정보를 빼내는 수법이 더욱 기승을 부릴 수 있다. 이번 사건이 두려운 까닭은 전혀 예상치 못한 수법이 동원돼서다. 통신사들은 보안 강화에 나섰지만 고도화하는 해킹 기술을 따라잡지 못한다. 휴대폰을 이용한 카드 결제, 송금 등 금융 거래가 아예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만에 하나 인공지능(AI)까지 동원된 범죄라면 피해는 상상을 초월하게 된다. 개인정보를 빼내 소액을 가로채는 수준이 아니라 국가 기간(基幹)통신망을 뒤흔드는 사이버 공격이 대대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말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공격이 벌써 시작됐을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2025-09-12 05:00:00

  • [사설] 경찰에 다 맡기는 건 문제고 환경부에 다 맡기는 건 괜찮나

    이재명 대통령이 여당의 검찰 개혁과 관련해 "경찰에 다 맡기는 건 괜찮냐"며 "시간을 충분히 갖고 논의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권력을 분산시키겠다면서 수사 기능을 경찰에 집중시키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 조직 개편 과정에서 모순(矛盾)을 드러낸 곳은 검찰-경찰 조직뿐만이 아니다. 환경부-산업통상자원부 등 개편 대상 부처 및 산하 공기업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정부 조직 개편안대로 할 경우 당장 행정안전부부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중수청까지 3대 수사기관을 모두 관할하는 '공룡 부처'가 된다. 또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다. 현재 산업부가 맡고 있는 원전·재생에너지·전력 등 에너지 관련 정책 상당 부분이 환경부로 이관된다. 산업부엔 석유·석탄·천연가스 등 화석연료(化石燃料) 관련 정책만 남게 된다. 사실상 규제 중심의 환경부가 에너지 관련 정책을 총괄하게 되는 것이다. 원전 업무만 놓고 봐도 그렇다. 원전 건설과 운영은 환경부, 원전 수출은 산업부로 나뉘게 된다. 원전 관할 부처가 이원화되면서 원전 건설과 수출 등 사업에 혼선이 불가피하다. 겨우 불씨를 되살린 원전 사업이 다시 침체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 나온다. 이미 그 조짐(兆朕)이 보인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확정돼 있는 원자력발전소 2기 등 신규 건설에 대해 사실상 재검토를 시사했다. 조직 개편 후 기후에너지환경부를 맡게 되면 어떨지 안 봐도 뻔하다. "경찰에 다 맡기는 건 괜찮냐"는 대통령께 묻고 싶다. 환경부에 다 맡기는 건 괜찮은지. 대통령실은 10일 검찰 개혁 후속 논의와 관련해 "세부적 내용에 대해 정치적 논쟁을 벌일 사안이 아니다"며 정부 주도의 입법 추진 의사를 분명히 했다. 다른 조직 개편도 마찬가지가 돼야 한다. 이달 말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 전에 정부 주도로 전문가, 해당 조직 등의 충분한 의견 수렴과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권한 집중 등 쟁점(爭點)을 파악, 조정하고 혼란·혼선이 우려되는 문제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2025-09-12 05:00:00

  • [관풍루] 3대 특검법 수정을 놓고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와 원내대표 충돌

    ○…3대 특검법 수정을 놓고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와 원내대표 충돌, 김병기 원내대표가 이끈 여야 합의안을 당 지도부가 엎었기 때문. 김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해라"며 흥분, 사태의 전말이 궁금. ○…조국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조국 혁신정책연구원장을 선출, '압도적 다수의 찬성'으로 조국 '조기 등판' 성공. '성 비위' 피해자 측 반대에도 '조국의 강'은 도도한 물결. ○…국방부 장관이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에서 사고 예방을 지시했지만, 하루 만에 폭발 사고 2건 발생. 전투기 민가 폭격·육군 대위 총기 무단 반출 후 사망 등 사고 연발, 풀려도 너무 풀렸네.

    2025-09-12 05:00:00

  • [날씨] 9월 12일(금)

    [날씨] 9월 12일(금) "대체로 흐리고 비"

    2025-09-11 18:56:18

  • 영남대 천마문인협회 목각시 작품전 개최

    영남대 천마문인협회 목각시 작품전 개최

    영남대 천마문인협회(회장 김종근)회원들 목각시 작품전 개막식이 10일 대구아트웨이(지하철 2호선 범어역 지하상가) 오픈갤러리(B큐브)에서 열렸다. 이달 20일까지 열리는 이번 작품전에는 목각시 작품 40점과 시화 10점이 전시된다. 영남대 천마문인협회는 올해 3월 영남대 출신 문인들이 창립했다.

    2025-09-11 11:05:17

  • [매일춘추-심강우] 인간의 눈은 없다

    [매일춘추-심강우] 인간의 눈은 없다

    #1. 깊어가는 가을밤. 별빛이 쏟아지는 게스트하우스 마당에서 캠프파이어가 열렸다. 세계 각국에서 온 청년들이 화톳불을 둘러싸고 앉아 덴마크 청년 제이콥의 기타 반주에 맞춰 합창을 한다. '국경 없는 청년들'이란 모임에서 만난 러시아 청년 안드레이와 우크라이나 청년 미하일도 보인다. 둘은 만난 지 하루 만에 절친이 됐다. 국경을 맞댄 이웃은 필요조건, 우주에 관심이 많다는 공통점은 충분조건이다. 안드레이와 미하일은 맥주병을 가볍게 부딪치며 노래를 따라 부른다. "나라가 없다고 상상해 봐/ 그건 어려운 일도 아니지/ 죽이는 일도 없고 목숨을 바쳐야 할 일도 없고/ (…)상상해 봐, 세상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게 살아가는 모습을." 존 레논의 노래 이매진(Imagine)이다. 둘은 노래를 부르면서 밤하늘의 별을 보는 습관까지 닮았다. (상상 속의 어느 날) #2.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의 한 마을에서 백병전이 벌어졌다. 러시아 군인과 우크라이나 군인은 총격을 주고받다가 지근거리에 이르자 결국 육박전을 벌이기에 이르렀다. 우크라이나 병사가 단검에 찔려 크게 다쳤다. 조용히 숨을 거두고 싶다는 우크라이나 병사의 요청을 러시아 병사가 수락했다. 수류탄을 꺼낸 우크라이나 병사는 "엄마, 안녕"이라는 말을 남기고 자폭했다. 취재에 응한 러시아 병사는 우크라이나 병사의 요청을 수락한 이유에 대해 "어렸을 때부터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배웠기 때문"이라고 했다. (2025년 1월 5일 자 언론 보도 참조. 문제의 장면은 숨진 우크라이나 병사의 헬멧에 장착된 카메라에 담겼다.) 현재 유튜브에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드론을 이용한 전투 장면이 넘쳐난다. 마치 실시간 중계를 보는 듯하다. 수풀을 헤치고 폐건물을 지나 붕괴된 터널 안으로 도망간 병사를 드론은 가차없이 쫓아간다. 지직거리는 노이즈와 어둠 한 자락은 죽음의 완성을 의미한다. 드론은 쓰러진 병사가 간절한 표정으로 손을 내젓는다고 자비를 베풀지 않는다. 일련의 장면을 보고 나면 구멍이 숭숭 뚫린 허탈감이, 좀더 시간이 지나면 뜨거운 분노와 차디찬 비애가 갈마든다. 과거의 전투에서는 서로의 눈을 지켜볼 수 있었다. '인간다움'을 지킬 여지가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지금의 인간은 기계의 눈을 거쳐온 장면을 기계적으로 판별한다. 그럴 때 포착된 각기의 인간은 거대한 살상 무기의 부품으로 간주되는 게 아닌지. 인간의 행태가 기계의 메커니즘으로 대체될 날이 머지않았다는 아니, 거의 실현됐다는 심증이 굳어지고 있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저 영상을 우크라이나 병사의 가족이 보지 말았으면 하는 것. 무망한 노릇이란 걸 알면서도 제발.

    2025-09-11 10:45:13

  • [백정우의 읽거나 읽히거나] 반쪽짜리 사랑으로 지켜낸 당신들의 천국

    [백정우의 읽거나 읽히거나] 반쪽짜리 사랑으로 지켜낸 당신들의 천국

    "반으로 자른 다음 씨를 빼내고 먹어야 해. 고향에서 먹던 감하고 색이 비슷하지? 햇볕에 꾸둑꾸둑 말려 먹으면, 곶감 먹는 기분이 든대요." 사랑이 뭘까, 조국이란 어떤 존재일까, 개인의 행복보다 국가가 더 소중할까. 권력자와 기득권으로부터 사람대접 제대로 받아본 적 없는 민초들에게도 마찬가지일까. 한숨과 분노와 탄식과 안도의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었다. 2013년 세계문학상 수상작 임재희의 '당신의 파라다이스'는 험난하고 지난한 하와이 이민사 한 귀퉁이를 채운 네 사람의 남녀가 선택한 사랑과 운명의 파노라마이다. 임재희는 역사적 사건과 작가의 상상력을 결합해 이름 없는 민초를 호명하고 그들의 삶을 역사 위에 노정하며 문학적으로 재현한다. 곧 작가의 추모와 애도 방식이다. 상학과 강희와 창석과 나영. 작가는 네 사람의 삶을 씨줄로 하고 사탕수수농장에서 고된 노동을 이어가는 한인 이민자를 날줄로 하는 이민자 집단 서사를 직조하면서 그 속에 독립운동사를 끼워 넣는다. (작가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자신을 지켜주지 못한 조국을 떠난 이민자들이 새로운 땅에서조차 조국이라는 심리적 무게를 떨쳐내지 못하는 건 안타깝다. "상학에게 한자와 한글을 배우던 날들은 더없이 행복했었다. 그가 상해에 가서 돌아오지 않는다는 말을 태호의 편지로 알게 되었다. 상해로 독립자금을 직접 전달해 달라는, 가서 다시 돌아오지 말라는 창석의 의도를 그가 모를 리 없었다." 이를테면 창석이 강희에 대한 마음을 포기하지 못해 남편 상학을 멀리 보낼 삿된 마음을 구체화시킬 수 있었던 건 독립운동이라는 대의와 명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나는 믿는다.). 양반과 일제에 연이은 수탈과 핍박에 이골이 난 민초들이 고된 노동의 몫을 스스로 내놓으며 독립운동에 일조하는 장면은 감동적이면서 한편으로 분하다. 다른 삶을 찾아 새로운 세상에 도착한 인물들 마음속에 작가가 심어놓은 지옥. 낙원이라 여긴 땅에서 벌어지는 잔혹 서사는 승자도 패자도 없으니, 당신의 파라다이스는 허상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고향도 등지고 나라도 잃은 사람들이 잘살아보겠다고 찾아온 이국땅에서 반목하고 원수가 되는 일이 다반사지만, 작가의 눈은 끝내 삶을 긍정한다. 그리하여 작중 인물은 모르고 우리가 아는 것. 즉 마침내, 광복을 맞게 될 거란 엄연한 사실과, 눈물과 땀방울 아래 낙원을 꿈꾸며 발버둥 친 그들을 기억해야 한다는 작가의 간곡한 요청. 요컨대 그들이 꿈꾼 조국으로 초대함으로써 낙원을 완성하기. 당신이 꿈꾼 파라다이스가 지금, 여기 있다고 말이다. "내가 당신에게 준 것은 언제나 반쪽이라는 생각을 했소. 그것이 파파야이든 행복이든. 아니, 그 어떤 것이라도. 나는 그것이 미안하오." 누군가 죽고서야, 누군가에게 배신당하고서야 현실로 돌아오는 클리셰조차 대미를 장식하는 수미상관 앞에선 무력하다. 그러니까 사지에서 돌아와 반쪽 옆에 앉은 남자의 회한어린 반성으로 소설이 화룡점정을 찍을 때 무장해제 될 수밖에 없다. 에게해를 떠돌다 페넬로페의 침대로 오르며 긴 여정에 종지부를 찍는 오디세우스처럼, 다시 만난 상학과 강희가 온전히 행복하길 바란다. 그래야 맞다. 영화평론가

    2025-09-11 09:43:30

  • [사설] 이재명 정부 100일 경제 성적표, 어떻게 봐도 좋은 점수 줄 수 없다

    '코스피 5,000 시대' 기대감에 주식시장은 이재명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날개를 달았다. "국민들이 주식 투자를 통해 중간 배당(配當)도 받고 생활비도 벌게 하겠다"던 대통령 약속에 힘입어 코스피는 11거래일 만에 3,000선을 돌파한 뒤 3,200도 넘어섰다. 그러나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도입하는 등의 세제 개편안이 공개되고, 미국 관세 위협과 기준금리 불확실성 등이 겹치면서 박스권에 갇혔다. 10일 대주주 기준 완화 기대감에 3,300선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지속 상승을 위한 선결 과제들은 산적(山積)해 있다. 1분기 -0.2% 역성장으로 탈출구가 보이지 않던 경제에 내수 진작 마중물로 30조원 이상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소비쿠폰을 지급했다. 정부는 '잠재성장률 3% 회복'을 위한 확장 재정 기조 위에 사상 최대인 728조원의 내년도 예산안도 내놨다. 한 됫박 씨앗을 빌려 한 가마를 수확하자는 '재정 씨앗론'을 통해 이 대통령은 투자와 성장, 세수와 재정 건전성 확보를 도모한다는 선순환 전략을 제시했다. 그러나 2029년 국가부채는 1천788조원을 넘어서고,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58%까지 뛰게 된다. 조기에 국민들이 용인(容認)할 만한 선순환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 재정 불안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 기업 활동을 독려·지원해야 선순환 수레바퀴가 굴러갈 텐데 친노동 정책 탓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며 산재(産災)와의 전쟁을 선포했고, 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을 통해 노동계 요구를 반영했다. 이후 규제 개혁과 경제 형벌 합리화 등 친기업 정책을 내놓으며 경제 단체들과 연일 만났지만 모순된 행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해 보인다. 코스피 5,000 시대와 노란봉투법, 부동산 규제와 건설업 활성화, 확장 재정과 재정 건전성 위험 등 상충(相衝)할 수밖에 없는 불안 요소들을 해소하지 못하면 힘겹게 빌린 한 됫박 씨앗이 고스란히 빚으로 남을 수 있다.

    2025-09-11 05:00:00

  • [사설] 북중러 밀착 속 대미·대일 관계 경고등, 한국 외교 다시 시험대

    이재명 정부의 외교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정부·여당은 지난달 말 한미·한일 정상회담으로 대미·대일 관계가 정상 궤도에 진입했고, 경제·통상 협력도 성공적이라고 자평(自評)했다. 그러나 미국 이민 당국의 한국인 근로자 무더기 체포 사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사퇴 발표 등 돌출 변수로 한국 외교가 암초(暗礁)를 만났다. 한미 정상회담을 한 지 11일 만에 발생한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는 한미 동맹(同盟) 기조의 불확실성을 드러냈다. 미국은 정상회담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관세 협상을 하고 700조원의 투자를 약속받았는데도, 우리 근로자들을 중범죄자 취급을 했다. 동맹국에 대한 배려는커녕 뒤통수를 때린 것이다.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대책 마련에 나섰으나, "정상회담에서 도대체 뭘 했느냐"란 비판에 직면했다. 관세 협상 후속(後續) 조치, 동맹 현대화 등의 과정에서 어떤 변수가 또 나올지 불안하다. 이시바 총리의 사퇴 표명에 따라 대일 외교 기조에도 변수가 생겼다. 차기 총리로 거론되는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상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은 야스쿠니 신사(神社) 참배로 논란이 있는 보수색 짙은 인물이다. 이 중 한 명이 총리가 되면 이재명 대통령의 '투 트랙'(과거사와 협력을 분리) 대일 외교는 새로운 고비를 맞고, 한일 관계도 경직(硬直)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 3일 중국 '항일전쟁 80주년 전승절' 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북중러 3국 결속(結束)을 과시했다. 북한은 지난해 6월 러시아와 포괄적 동맹도 체결했다. 이처럼 동북아 정세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로 한미일 공조에 균열이 생기고, 대미·대일 관계엔 경고등이 켜졌다. 정부는 외교적 해법 모색에 적극 나서야 한다. 어설픈 균형 외교나 저자세(低姿勢) 외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중러 결속을 지렛대 삼아 한미일 협력을 새롭게 다질 수 있도록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2025-09-11 05:00:00

  • [사설] '합의문 필요 없는 성공적 회담'이라 해 놓고 이제 와서 '교착'이라니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최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한미 관세 협상에서 미국에 투자하기로 했다는 3천500억달러(약 486조원) 관련, "(협상이) 교착 상태"라며 "현재 상태로는 절대 사인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율 관세(關稅)를 감당하더라도 섣불리 합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 7월 말 관세 협상이 타결되었다면서 미디어를 총동원해 홍보에 열을 올렸다. 8월 초 한미 정상회담 때에는 "합의문조차 필요 없을 정도로 성공적인 회담이었다"고 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사인할 수 없다'니 참으로 황당하다. 관세 협상과 정상회담에서 핵심 쟁점에 합의하지 못했음에도 '성공'이라고 떠벌린 것이라고 충분히 의심할 수 있다. 김 실장은 "3천500억달러를 외환시장에서 (조달해야 하는데) 우리나라가 1년에 조달할 수 있는 금액은 200억~300억달러를 넘기 어렵다"고도 했다. 이는 또 무슨 소리인가. 3천500억달러 대미 투자를 제안(提案)한 것은 이재명 정부다. 국내 GDP와 외환보유고 등에 비해 너무 과도한 투자라는 보수·우파 측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협상 성공' '회담 성공'을 노래한 것 또한 이재명 정부였다. 애당초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와 외환 사정에 맞게 대미 투자금(投資金)을 합리적으로 제안했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는 오히려 한미 정상회담에서 3천500억달러 이외에 우리 기업들로 하여금 1천500억달러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3천500억달러 조달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데, 어떻게 5천억달러를 조달하겠다는 말인가.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수출과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이고, 미국은 세계 시장의 25%를 차지한다. 아직 실패를 단정할 수 없지만 만에 하나라도 이재명 정부가 관세 협상에서 실패했다면 그 후폭풍은 엄청날 것이다. 한국 노동자 체포·구금 사건은 한미 관세 협상과 정상회담에서 중대한 '사건'이 벌어졌음을 강력히 시사한다. 지금은 감춰져 있지만 머지않은 때에 그 실체가 드러날 것이다.

    2025-09-11 05:00:00

  • [관풍루] 이재용 삼성 회장 장남 미국 국적 포기, 해군 장교 입대 소식에 온 나라가 떠들썩

    ○…취임 100일 이 대통령, 대규모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하며 소비쿠폰 지급 등 내수 진작책 추진했는데 성장률은 0%대. 동맹 미국에 뒤통수 맞고. 일본 총리도 보수 강경파 교체 우려까지 앞날이 깜깜.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장동혁 대표도 전한길 씨를 버린 것 같다"고 말한 가운데 전 씨의 "미국 내부에서 망명 제안을 받았다"는 유튜브 방송 알려져 묘한 분위기 연출. '당 대표에게 버림받아 망명설' 나올라. ○…이재용 삼성 회장 장남 미국 국적 포기, 해군 장교 입대 소식에 온 나라가 떠들썩. 재계 후계자들 노블레스 오블리주 사례라며 칭찬 자자. 한국인 구금하고 쫓아낸 미국에 열받아 국적 포기한 건 아니죠?

    2025-09-11 05:00:00

  • 빚만 떠안을 표 없는 아이들 [가스인라이팅]

    빚만 떠안을 표 없는 아이들 [가스인라이팅]

    젊은 세대의 정치적 불만은 단순한 세대 갈등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다. 지금의 정치적 의사결정은 인구구조상 다수를 차지한 86세대가 주도하며 이들의 선택은 대체로 눈앞의 표와 이익에 치우쳐 있다. 국민연금 개혁은 미래 세대의 부담을 키우는 방식으로 설계되고 확장재정은 당장의 경기 부양을 위해 국가채무를 늘린다. 환경정책 역시 장기적 지속가능성보다 단기적 비용을 우선시한다. 결국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아이들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정치 구조 속에 이들의 의사가 보다 직접적으로 반영될 장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헌법은 모든 국민에게 참정권을 보장하고 있지만 현행 법률은 단순히 나이를 이유로 미성년자의 선거권을 전면적으로 배제한다. 그러나 교육·재정·환경과 같은 정책은 곧바로 아이들의 미래에 영향을 미친다. 아이들이 전혀 대표되지 못하는 지금의 상황이 과연 헌법 정신에 부합하는지 의문이 든다. 이러한 문제 의식 속에서 제안된 것이 바로 데메니 투표(Demeny Voting)다. 인구학자 폴 데메니가 처음 제안한 이 제도는 미성년자의 참정권을 부모가 대리 행사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는 자녀가 있는 사람에게 표를 더 주자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 역시 시민으로서 정치적 권리를 갖고 있음을 전제로 그 행사만을 부모가 대신해 준다는 구상이다. 이 아이디어는 학계에 머물지 않고 정치권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2021년 공개 발언에서 데메니 투표를 주장하며 '아이 없는 사람보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국가의 미래에 더 큰 이해관계를 가진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물론 엄격한 1인 1표 원칙에 기초한 헌법적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어떠한 정치적 권리도 인정하지 않는 현 제도가 과연 국민주권주의 원리에 부합하는지를 되묻고 싶다. 민주주의는 국민 전체의 의사를 반영해야 한다. 장래 가장 오랜 기간 정치적 의사결정의 결과를 감내해야 할 세대가 전면 배제되는 현 제도야말로 더 위헌적일 수 있다. 아이의 복리를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는 자가 부모라는 사실은 이미 법제도적으로 널리 인정되고 있다. 부모는 법정대리인으로서 아이의 재산권·인격권 등 중요한 권리를 대리행사한다. 그렇다면 정치적 권리 역시 부모가 대리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현실적 의문도 있다. 부와 모의 정치적 견해가 갈릴 경우 또는 고아의 경우 선거권을 어떻게 행사할 것인가 등이다. 그러나 이는 얼마든지 해법을 설계 가능한 문제다. 예컨대 부모가 선거권 행사 대리인을 누구로 할지 합의하지 못하면 대리권을 부여하지 않거나 절충안으로 각 0.5표씩 나누어 행사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완벽한 해답이 아니라 적절한 대리인이 있을 때 미성년자의 권리행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이다. 결국 이 논의의 핵심은 제도의 세부 내용이 아니라 정치가 누구를 대변하느냐다. 인구구조상 다수를 차지한 86세대 중심의 의사결정이 이어지면서 장기적 사안조차 근시안적으로 다뤄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의 가장 큰 이해당사자는 가장 오랫동안 이 나라에서 살아갈 아이들이다. 그들의 의사가 지금 이 순간부터 반영될 때 정치적 합의는 보다 균형 잡히고 지속가능해질 것이다. 조상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정책보좌관 / 법률사무소 상현 대표변호사 〈strong〉* 가스인라이팅(Gas Enlighting)은 매일신문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칼럼 공간입니다. '가스라이팅'은 1930년대 가스등을 사용하던 시절 파생된 용어입니다. 가스등을 조금씩 어둡게 해 누군가를 통제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가스인라이팅'은 그 반대로 등불을 더 밝게 비춰주자는 뜻입니다.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자주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strong〉

    2025-09-11 03:04:05

  • [날씨] 9월 11일(목)

    [날씨] 9월 11일(목) "대체로 맑고 곳에 따라 구름 많음"

    2025-09-10 18:57:28

  •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15>화가이자 화가의 아내, 우향 박래현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15>화가이자 화가의 아내, 우향 박래현

    흰 매화가 핀 노매 가지에 앉은 한 마리 새를 뒤쪽에서 내려다본 색다른 구도로 그린 박래현의 '화조'다. 먼 하늘을 향하는 화려한 새는 좀 애잔해 보인다. 배와 머리가 희고 깃에 붉은색과 노란색이 섞였으며 등에 검은 반점이 있는 화사한 자태다. 고목 등걸을 부채꼴의 중심부에 배치하고 매화꽃을 살짝 곁들였을 뿐 여백이 가득하다. '래현(崍賢)'으로 서명하고 인장 '래현(來賢)'을 찍었다. 날짜는 없지만 이름이 '산 이름 래(崍)'여서 결혼 후 작품이다. 인장은 예전 것을 그대로 사용했다. 박래현은 1947년 동양화단의 선배인 김기창과 결혼했다. 도쿄의 여자미술전문학교에서 일본화를 전공하던 미술학도일 때 처음 만나 청각장애인인 김기창과 수년간의 필담(筆談) 연애 끝에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했다. 김기창은 결혼 후 자신의 성명 철학에 따라 박래현의 래(來)를 산(山)이 들어 있는 래(崍)로 고쳤고 우향(雨鄕)으로 호를 지어줬다. 자신의 호 운보(雲甫)와 운우지정의 운우(雲雨)로 부부의 호를 맞춘 것이다. 동양화가로는 우리나라 첫 부부 화가다. 박래현은 화가이자 화가의 아내이자 1남 3녀의 어머니 역할을 모두 수행했다. "같은 길을 가는 괴로움" 속에서 김기창이라는 거인에게 압도되지 않기 위해 "무서운 대결"을 하며 작품 활동을 쉬지 않았다. 남편 김기창과 10여 차례 부부전을 열었다. 소녀 시절부터 박래현의 꿈은 미국 유학이었다. 이 꿈은 큰딸의 유학과 함께 실현돼 그녀는 50세의 나이인 1969년 딸을 뒷바라지하며 뉴욕에서 판화와 태피스트리를 배우게 된다. 딸이 결혼하는 1973년까지 미국에 머물며 작업했다. 예술가이자 주부의 역할을 병행한 박래현의 뒤에는 그녀가 결혼하던 해 아버지와 사별한 어머니가 있어 자녀 양육과 가사를 도와줬다. 박래현과 쌍벽을 이룬 여성화가 천경자에게도 남편과 일찍 사별한 어머니라는 조력자가 있었다. 김기창은 아내를 적극 응원해줬다. 귀국 후 판화전을 열며 의욕적으로 작품 활동을 하던 박래현은 갑작스럽게 건강이 악화돼 57세로 작고했다. 박래현의 작품세계는 1950년대 입체파적인 풍속화, 1960년대 추상화, 1970년대 태피스트리와 판화 등으로 전개됐다. 그녀는 한국인으로서, 여성으로서의 작가성을 구상과 추상을 넘나들며 다양한 양식과 매체로 표현한 대가다. 2020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탄생 100주년 기념: 박래현, 삼중통역자'전이 열려 회화, 태피스트리, 판화 등 세 겹의 작업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광복 80주년인 올해 8월 케이옥션에 박래현이 결혼 1년 전 27세 때 첫 개인전에서 발표한 '여인들'이 출품됐다. 한복을 입은 여성들이 태극기를 들고 광복의 감격에 겨워 어깨춤을 추는 모습이다. 박래현은 강한 민족적 정서를 지닌 작가다. 대구의 미술사연구자

    2025-09-10 13:14:46

  • [한방칼럼-이종현] 척추관 협착증의 한의학적 치료

    [한방칼럼-이종현] 척추관 협착증의 한의학적 치료

    최근 고령화와 함께 척추 협착증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척추 협착증은 말 그대로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그 안을 지나는 신경이나 혈관을 압박하여 다양한 신경 증상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노화로 인한 퇴행성 변화가 가장 흔한 원인이며, 특히 요추(허리뼈) 부위에서 많이 발생한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허리 통증, 다리 저림, 근력 약화가 있으며, 오래 걸으면 다리가 아프거나 저려서 쉬어야 다시 걸을 수 있는 간헐적 파행이 특징적이다. 초기에는 단순 허리 통증으로 시작하지만, 진행되면 보행 자체가 힘들어지고 일상생활에 큰 제한을 준다. 척추 협착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나이가 들면서 디스크의 퇴행으로 인한 디스크의 높이감소, 인대의 비후, 관절 돌기의 비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척추관이 좁아지게 된다. 젊은 층에서는 심한 외상이나 선천적 요인으로도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장시간 앉아서 생활하거나, 무거운 물건을 자주 드는 습관은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진단은 임상 증상과 함께 방사선 검사(X-ray), MRI, CT 등을 통해 이루어진다. MRI는 신경 압박 정도를 파악하는 데 가장 유용하다. 치료는 환자의 상태와 증상 정도에 따라 나뉜다. 초기에는 침치료, 추나치료, 약침치료 같은 보존적 요법으로 통증을 줄이고 기능을 유지하는 데 집중한다. 협착을 완전히 제거하는 치료보다 환자가 느끼는 불편감과 통증을 경감시키는 것을 우선한다. 또한 향후에 동일한 증상이 재발할 위험도를 낮추는것도 고려한다. 그러나 보행이 어려울 정도로 신경 압박이 심하거나 보존적 치료에 효과가 없을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신경 감압술, 척추 유합술 등이 시행된다. 한의학에서는 척추 협착증을 단순한 구조적 질환이라는 관점에 더해 기혈순환의 장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본다. 주요 치료는 통증 완화와 혈류 개선, 신경 압박 부위의 염증 완화에 초점을 맞춘다. 추나 치료를 통해 추체들의 미세한 변이를 교정시키고 추체관절의 순환을 개선하여 부종을 개선하고 연부조직들의 긴장을 경감시킨다. 추체와 함께 골반부의 치료를 병행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침 치료는 척추 주위 경혈을 자극해 근육 긴장을 완화하고 기혈 소통을 돕는다. 뜸은 냉증과 혈액순환 저하를 개선하며, 약침은 항염·진통 성분을 주입하여 신경 압박으로 인한 염증과 부종을 줄인다. 위와같은 치료를 통하여 요추부의 통증과 하지증상을 경감시킬 수 있다. 생활 관리도 매우 중요하다.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걷기, 고정식 자전거, 수중 운동은 허리와 다리 근육을 강화해 신경 압박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장시간 같은 자세를 피하고,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올바른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추운 계절에는 허리와 하체를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도 증상 완화에 효과적이다. 증상발현 초기에 통증이 심한 경우에는 체간의 안정화를 돕는 복대를 착용하는것도 좋은 방법이다. 척추 협착증은 조기에 발견하여 적절한 치료와 관리만 이뤄진다면 진행을 늦추고 증상을 조절할 수 있는 질환이다. 정확한 진단, 양·한방 협진,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협착증으로 인한 통증과 불편을 최소화하고, 활기찬 일상을 되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종현 대구 수월한방병원 수성점 원장

    2025-09-10 06:30:00

  • [의사유변-황인아] 전공의 복귀, 필수과와 지역 의료 격차의 민낯을 드러내다

    [의사유변-황인아] 전공의 복귀, 필수과와 지역 의료 격차의 민낯을 드러내다

    전공의 복귀율이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 서울의 상급종합병원, 이른바 '빅5' 병원은 70~80%가 돌아왔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우리 의료가 가진 구조적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정부가 의대 정원을 늘린 이유는 의사 부족 때문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숫자를 늘리는 것으로는 해결되지 않았다.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외과, 응급의학과 등 필수과 전공의 복귀율은 여전히 낮다. 일부 병원은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다. 정원 확대가 곧 필수과 기피 해소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특히 산부인과는 기피가 가장 심각하다. 분만과 수술이 많아 근무 강도가 높고, 당직이 잦으며, 의료 소송 위험까지 커 젊은 의사들이 쉽게 선택하기 어렵다. 출산율 저하로 분만 건수는 줄었지만, 분만 병원은 더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기현상이 나타난다. 남은 의사들의 부담은 커지고, 악순환은 계속된다. 근무 환경 개선, 소송 부담 완화, 수가 개편 등 실질적 대책 없이는 문제를 풀기 어렵다. 또 다른 문제는 인기과 쏠림과 수도권 집중이다. 영상의학과, 정형외과, 성형외과는 복귀율이 높은 반면 필수과는 여전히 인력이 부족하다. 서울 빅5는 복귀율이 70~80%지만, 지역 거점병원은 50% 전후에 머물고 있다. 대구의 주요 대학병원들도 산부인과와 외과 전공의 공백이 뚜렷하다. 결국 의료 인력이 수도권과 인기과에만 몰리는 현상이 심화된 것이다. 이대로라면 지방의 필수 진료 체계는 머지않아 근본적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몇 명을 더 배출하느냐"가 아니다. "어떤 과목에서, 어느 지역에서, 얼마나 오래 지속 가능한가"가 핵심이다. 필수과 전공의가 버티지 못하고 떠나는 현실, 지역 의료가 무너지는 현실은 숫자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특히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는 국민의 기본적 건강을 지탱하는 분야다. 이마저 무너진다면 저출산, 지역 소멸 같은 사회적 위기는 더 빨라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정원 확대라는 해법을 내놓았지만, 현장은 다르게 말한다. 의사 한 명이 독립적으로 진료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최소 10년이 걸린다. 그 과정에서 어떤 전공을 선택하게 하고, 선택한 전공에서 오래 버티도록 어떻게 지원할지가 더 중요하다. 필수과에 대한 유인책은 여전히 부족하다. 근무 환경과 당직 부담을 줄이고, 의료사고에 대한 제도적 보완과 수가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필수과 기피는 결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사태는 필수과 기피, 인기과 쏠림, 수도권 집중, 지역 의료 격차라는 뿌리 깊은 문제를 수면 위로 드러냈다. 전공의 복귀율이라는 숫자에만 안도할 것이 아니라 왜 필수과가 비어 있는지, 왜 산부인과가 기피되는지, 왜 지역 의료가 무너지는지에 대한 근본적 성찰과 정책적 해법이 시급하다. 그렇지 않다면 아무리 많은 의사를 길러내더라도 우리 아이가 진료받을 소아청소년과 의사, 산모가 안심하고 찾을 산부인과 의사를 만나기는 여전히 어려울 것이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갈등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 사회가 감당해야 할 거대한 경고음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황인아 대구시의사회 홍보이사(르네여성의원 원장)

    2025-09-10 06:30:00

  • [세풍-강민구] 변기(便器)가 된 영웅의 해골

    [세풍-강민구] 변기(便器)가 된 영웅의 해골

    중국 춘추시대 진(晉)나라 최강의 권력자 지백(智伯)은 한(韓)·위(魏)·조(趙) 세 가문에 영지(領地)를 바치라고 강요하였다. 한과 위는 어쩔 도리가 없어 그의 요구에 응하였으나 조(趙)의 조양자(趙襄子)는 거부하였다. 이에 지백은 한·위와 연합하여 조양자를 공격했으나, 얼마 뒤 조양자에게 설득된 한·위의 배신으로 죽임을 당했으며, 그의 가문도 멸족되었다. 조양자는 지백에게 원한이 사무쳐 그의 해골에 옻칠을 하여 변기로 썼다고 한다. 이 사건으로 진나라의 영토는 한·위·조 세 나라로 나뉘니, 이는 봉건 체제가 무너지고 새로운 강국들이 등장하는 전국시대의 서막이 되었다. 『국어(國語)』에 따르면, 진(晉)나라의 지선자(智宣子)가 지백을 후계자로 삼으려 했을 때, 그 가문의 인사가 "그는 남들보다 뛰어난 점이 다섯 가지나 있지만, 치명적인 결점이 한 가지가 있다. 용모가 빼어나고 체격이 장대한 것, 활쏘기와 말타기에 능하고 기운이 넘치는 것, 여러 기예에 두루 능한 것, 문장이 뛰어나고 지혜가 예리한 것, 성격이 강직하고 결단력 있는 것이 다섯 가지 장점이다. 그러나 그는 어질지 못한 단점이 있다. 만약 이 다섯 가지 장점을 가지고 남을 업신여기며 어질지 못한 행동을 한다면, 그 누구도 그를 돕지 않을 것이다. 그를 후계자로 세운다면, 지씨 가문은 반드시 멸망할 것이다"라며 극구 반대하였지만, 그 의견은 묵살되었다. 북송(北宋)의 걸출한 정치가이자 사학가인 사마광(司馬光)은 「자치통감(資治通鑑)」에서 지백의 멸망 원인을 다음과 같이 논평하였다. "지백이 망한 이유는 재주가 덕을 이겼기 때문이다. 재주와 덕은 본질적으로 다른데 사람들은 그 차이를 분별하지 못하고 똑같이 '훌륭하다'고 여긴다. 이것이 사람을 잘못 보고 그릇되게 쓰는 이유이다. 총명하고 강인한 기개를 '재주'라 하고, 올바르고 온화한 마음을 '덕'이라고 한다. 재주는 덕을 실현하기 위한 재료이고, 덕은 재주를 이끄는 주체이다. 따라서 재주와 덕을 모두 온전히 갖춘 사람을 '성인(聖人)'이라 하고, 둘 다 부족한 사람을 '우인(愚人)'이라 한다. 또 덕이 재주보다 뛰어난 사람을 '군자'라 하며, 재주가 덕을 능가하는 사람을 '소인'이라 부른다. 그러므로 사람을 등용할 때는 성인이나 군자를 얻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소인보다는 우인을 택하는 편이 낫다. 군자는 재주를 활용하여 선(善)을 행하고, 소인은 재주를 활용하여 악(惡)을 행하기 때문이다. 재주를 이용해 선행을 하는 사람은 그 선함이 더없이 훌륭해지지만, 재주를 이용해 악행을 저지르는 사람은 그 악이 또한 더없이 극심해진다. 어리석은 사람, 우인은 비록 악행을 저지르려 해도 지혜와 힘이 모자라 감히 큰 해악을 끼치지 못한다. 그러나 소인은 지혜가 있어 간계를 꾸밀 수 있고, 용맹이 있어 폭행을 실행할 수 있으니, 이는 마치 호랑이가 날개를 단 것과 같아 그 해악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예부터 나라를 어지럽힌 간신과 집안을 망친 자식들은 재주가 많지만, 덕이 부족해 파멸에 이른 경우가 많았다. 어찌 지백 한 사람만의 일이겠는가?" 우리는 최근 이 사회의 엘리트들이 몰락하고 있는 현실을 목도(目睹)하고 있다. 우리는 그들에게 막중한 권력을 위임하였는데, 실망스럽게도 그들은 출중한 능력을 이용해 사익을 챙기고 큰 혼란을 야기하였다. 영웅 지백의 해골이 변기가 되었듯이 그들은 오명(汚名)을 면치 못할 것이다. 리더십은 실력과 인품의 조화로 이뤄내는 것이라는 사실을 되새길 때이다.

    2025-09-10 05:00:00

  • [사설] 정청래의 '내란' 타령 국회 연설, 야당과 대화·협치 없다는 선언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완전한 내란 청산은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그 시작"이라며 국민의힘을 향해 "내란과 절연(絕緣)하라. 국민들에게 '우리가 잘못했다'고 진정 어린 사과를 하라.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 심판의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간 국민의힘 지도부와 악수를 거부해 온 정 대표는 전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재명 대통령,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회동에서 장 대표와 악수했다. 또 이 대통령이 "우리 정 대표님은 여당이신데 더 많이 가지셨으니 좀 더 많이 내어 주면 좋겠다"고 주문하자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말뿐임이 드러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인지는 아직 법원에서 가려지지 않았다. 설령 그것이 내란 행위라고 하더라도 윤 전 대통령 탄핵과 이 대통령·민주당의 대선 승리로 내란은 종식됐다. 무엇보다 비상계엄에 가담한 혐의(嫌疑)를 받는 사람들은 기소되어 재판받고 있거나 수사받고 있다. 이들이 '내란 동조자'라면 재판에서 가려질 것이고, 처벌을 받을 것이다. 대다수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과 윤석열 정부 국무위원, 고위직 군인들과 경찰들은 뜬금없는 비상계엄의 희생자라고 할 수 있다. 졸지에 직(職)을 잃고 '내란 동조' 오명까지 쓰게 됐으니 말이다. 민주당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곧바로 '내란'으로 규정하고, "내란 진압을 위해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선 과정에서는 "민주당의 대선 승리가 내란 종식"이라고 했다. 대선 승리 후에는 '내란 특검법'을 만들거나 "내란 세력과 절연하라" "정당 해산감"이라며 '내란 몰이'를 계속하고 있다. 정 대표와 민주당이 끝없이 '내란'을 우려 먹는 것은 대화와 타협이 아니라 '대결 정치' '내란 몰이'가 전략적으로 유리하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대결 정치가 정략적(政略的)으로는 유리할지 모르지만 국민과 국가에는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2025-09-10 05:00:00

  • [사설] 임은정은 李정부 검찰 개혁 옹호 주장만 말고 공개 토론에 나오라

    현직 부장검사가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에게 검찰청 폐지 및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신설 등 정부 조직 개편과 관련해 공개 토론을 제안, 성사 여부가 주목(注目)된다. 장진영 서울북부지검 형사3부장은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1:1 공개 토론을 제안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특히 '검사직을 걸고 공개 토론을 하자'고 제안한 만큼 임 지검장이 받아들일지 관심이 쏠린다. 장 부장검사가 제안한 토론 주제는 세 가지로, 논란이 되고 있는 검찰 개혁 주제와 맥(脈)을 같이한다. ▷현재 진행 중인 법안들이 사회적 약자의 권익 보호에 더 부합하는지 ▷경찰 포함 1차 수사기관에 대한 사법 통제는 필요한지, 검찰보다 더 경찰에 대한 사법 통제를 잘할 수 있는 기관이 있는지 ▷검사의 보완 수사권은 필요한지다. 임 지검장에게 '지정 주제는 필요하면 얼마든지 더 추가해도 된다'고 덧붙였다. 정부 조직 개편은 여당과 정부·대통령실 간 갈등과 균열 조짐을 보이는 사안이기도 하다. 정부는 중수청과 공소청을 법무부 산하에 두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공룡 기관' 탄생 우려에도 행정안전부에 중수청 설치를 강행하려는 탓이다. 검찰 권력을 분산시키겠다면서 행안부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중수청까지 3대 수사기관을 다 집중시키는 모순(矛盾)을 빚고 있는 것이다. 장 부장검사의 공개 토론 제안을 환영한다. 민주당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검찰청 폐지를 포함한 각종 정부 조직 개편, 3대 개혁 등에 대한 공개적인 토론의 장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이들 개편, 개혁과 관련된 각각의 문제점과 개선점, 대안 등을 국민이 제대로 알 수 있도록 많은 토론과 주장 및 반론 등 공론화가 필요할 때이지만 사실상 민주당 일방 독주(獨走)로 입법이 추진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공개 토론 제안을 시작으로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 다른 정부 조직 개편과 사법 개혁 등도 정말 필요한지, 개편하려는 방향은 맞는지 등 공론화가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 우선, 임 지검장의 토론 제안 수락(受諾)을 기대한다.

    2025-09-10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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