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연주자들 중에는 연주 당일까지 레퍼토리를 공개하지 않는 이들이 있다. 무대에 오르기 직전까지 음악의 흐름을 열어두는 선택이다. 안드라스 쉬프는 독주회에서 사전 프로그램을 고정하지 않거나, 연주 당일에야 곡의 구성을 밝히는 방식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에게 음악은 미리 완성된 계획이라기보다, 그날의 악기와 공간, 그리고 연주자의 상태에 따라 결정되는 과정에 가깝다. 유자 왕 역시 연주자는 그날의 자신에게 정직해야 한다는 태도로 프로그램을 유연하게 다뤄왔다. 이들에게 프로그램은 고정된 약속이 아니라, 음악이 향하는 방향을 느슨하게 가리키는 표식에 가깝다. 화가들 역시 작품을 완성한 뒤에야 제목을 붙인다. 제목은 작업을 이끄는 설계도라기보다, 끝난 뒤 따라붙는 설명에 가깝다. 많은 예술가들이 작품의 의미보다 작업의 과정을 이야기할 때 더 편안해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연습하는 동안 감정은 변하고 해석은 이동한다. 즉흥성과 유동성은 예술을 살아 있게 만드는 요소다. 하지만 독주회를 준비하며 나는 이 감각이 제도와 자주 어긋난다는 것을 느꼈다. 대관이나 지원사업을 위해 제출하는 서류 속에서 공연의 주제와 프로그램은 처음부터 고정된다. 이후의 변화는 예외로 취급되고, 다시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 그 사이 예술가는 계속 연습하고 새로운 영감을 만나지만, 서류 속 공연은 이미 멈춰 있다. 문제는 세부 조정의 폭이 아니다. 공연의 큰 주제가 한 번 정해지는 순간, 예술의 방향 자체가 묶인다는 점이다. 준비 과정에서 전혀 다른 감정이나 사유에 도달하더라도, 이미 정해진 틀 안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예술의 타이밍이 현재가 아니라 미래로 이월되는 셈이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예술가는 스스로를 조정하게 된다. 더 나은 방향이 떠올라도, 이미 제출한 기획 안을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생각을 정리한다. 조심스러움은 미덕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 많은 가능성은 시도되지 못한 채 남는다. 그래서 질문은 달라진다. 공연의 주제와 세부 내용보다, 예술가가 어떤 질문을 던져왔고 어떤 선택을 반복해왔는지를 먼저 신뢰하는 방식은 가능하지 않을까. 그 시간의 축적이야말로 하나의 기획서보다 더 정확하게 예술가를 설명해주지는 않을까. 예술은 본래 예측 가능한 결과를 목표로 움직이지 않는다. 살아 있는 창작은 진행 중에 방향을 바꾸고, 계획과 다른 얼굴로 도착한다. 만약 제도가 공연 하나의 완성도를 먼저 증명받기보다, 예술가가 쌓아온 시간과 선택을 신뢰의 단위로 삼을 수 있다면 창작의 풍경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계획을 통제하기보다 시간을 존중하고, 결과를 관리하기보다 과정을 신뢰하는 방식 말이다. 예술을 관리하는 대신 예술가를 믿는 일. 그것은 방임이 아니라, 예술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려는 태도에 가깝다. 예술은 언제나 계획보다 조금 늦게 도착하고, 질문은 충분한 시간이 흐른 뒤에야 모습을 드러낸다. 제도 역시 그 시간을 견딜 수 있을 때, 비로소 예술과 같은 속도로 걸을 수 있지 않을까.
2026-02-07 10:06:46
[사설] 행정통합 성공시키려면 '지방분권 개헌' 필요하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5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6·3 지방선거를 계기로 헌법 개정 국민투표를 동시에 추진하기 위해 설 전후 국민투표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는 국민투표가 불가능하다. 2014년 헌법재판소가 재외국민 투표권을 제한한 국민투표법에 대해 헌법불합치(憲法不合致) 결정을 내린 이후, 국회가 법을 고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행 헌법은 1987년 민주화의 산물이나, 급변한 현실과 시대정신을 담기에는 낡고 미흡하다. 지난해 대통령선거에서 주요 정당은 모두 개헌(改憲)을 공약했고, 이재명 정부의 1호 국정 과제도 개헌이다. 그러나 개헌 논의는 정치권의 끝없는 정쟁으로 뒷전으로 밀려났고, 국민투표법 개정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명백한 국회의 직무 유기(職務遺棄)다. 개헌이 요구되는 이유는 권력구조 개편, 국민 기본권 강화, 지방분권(地方分權) 등 여러 가지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위한 원 포인트 개헌을 촉구했고,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행정수도 개헌'을 언급했다. 시급(時急)한 것은 지방분권 개헌이다. 현재 추진 중인 행정통합의 성공을 위해서도 균형발전 정신을 담을 지방분권 개헌이 필요하다. 현행 헌법은 2개 조항을 통해 지방자치의 존재만을 선언적으로 규정할 뿐, 지방정부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하지 않고 있다. 행정통합이 성공하려면 재정권, 조직권, 입법에 준하는 자치권 등 강력한 지방 권한(權限)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는 개별 법률이나 정부 방침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헌법에 '지방분권 국가'를 명시하고, 국가와 지방의 권한 배분 원칙을 분명히 하는 개헌이 필요하다. 지방선거와 지방분권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 실시하는 방안은 의미가 크다. 지역 일꾼과 함께 지역과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대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국회는 국민투표법 개정이라는 첫 단추를 신속히 끼우고, 지방분권을 핵심 가치로 한 개헌 논의를 책임 있게 완수(完遂)해야 한다. 지금은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명제를 헌법에 새겨 넣을 절호의 기회다.
2026-02-06 05:00:00
[사설] 일본의 '전쟁 가능 국가' 개헌 움직임이 우리에게 던지는 과제
오는 8일 중의원 총선을 앞두고 있는 일본 열도(列島)가 '전쟁 가능 국가' 전환점에 섰다. 일본 총리 다카이치 열풍을 타고 개헌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전후 체제의 종언'을 향한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이 지난 4일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총선 출마자의 55%가 '전쟁 가능 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개헌에 찬성했다. 특히 집권 자민당 98%, 일본유신회 100%, 제2야당인 국민민주당 91%가 개헌 지지 의사를 밝혀 개헌 찬성 세력의 '개헌선' 확보 가능성이 높아졌다. 패전 후 80년간 유지된 '평화헌법' 체제가 해체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개헌 논의의 핵심은 헌법 9조에 자위대의 근거 규정을 명기하고 '교전권 부인'의 빗장을 푸는 데 있다. 일본은 중국의 대만 공격을 '존립 위기'로 규정하며 재무장의 정당성을 확보해 왔다. 여기에 중국 방어 역할을 요구하는 미국의 전략적 묵인까지 더해지며 일본의 '군사 대국화(大國化)'가 탄력을 받는 분위기다. 과거에는 국민적 거부감이 컸으나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중국과의 마찰로 '안보 불안'이 확산돼 개헌 찬성 여론도 높아졌다. 개헌이 현실화돼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게 되면 한반도 유사시 한국 정부의 동의 없이도 자위대의 개입이 가능해진다. 독도 영유권 분쟁과 맞물린 일본의 해상 전력 강화는 우리 해양 주권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과의 갈등에 따른 동북아 군비(軍備) 경쟁도 더욱 가속화될 우려가 크다. 한국 정부는 '일본의 주권적 사안이지만 평화헌법 정신은 유지돼야' 등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원칙론적 대응만으로는 안 된다. 일본 내 개헌 반대 정당 및 의원, 평화주의 시민사회 등과 개헌을 막기 위한 연대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막을 수 없다면 '한국 동의 없는 자위대의 한반도 영역 진입 불가'를 국제적으로 공식화하는 '안보 가이드라인' 준비에 나서야 한다. 일본의 군사적 팽창에 대응해 독자적인 억제력을 고도화하는 실질적 대비책 마련도 마찬가지다.
2026-02-06 05:00:00
[사설] 대기업 300조 지방 투자, 정부도 대규모 인프라 투자로 화답하라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10대 그룹 총수(總帥), 경제 단체 대표들과 만나 지방 투자와 청년 채용 확대를 당부하자, 재계가 향후 5년간 약 300조원 규모의 지방 투자를 약속했다. 매년 60조원이 수도권 외 지방 경제에 투입되는 셈이다. 또 소외된 지방 청년들에게 신규 채용 기회를 제공하겠다고도 밝혔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최근 영업 실적이 많이 올라 더 채용할 여력이 생겼다고 한다. 나날이 쪼그라들어 가는 지역 경제 입장에서는 이 같은 대규모 투자 약속은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희소식이다. 경북 구미의 데이터센터와 안동의 바이오 백신 공장 증설, 포항의 포스코그룹 등 대구경북 권역도 이런 대규모 투자의 수혜(受惠)를 누릴 수 있을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만 몰리는 대구경북 소재 대학 졸업생들이 더 많은 취업의 기회를 얻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대기업의 투자만으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기에는 한계(限界)가 분명하다. 과거 공공기관 이전만 해도 사실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했다는 것이 이를 방증(傍證)한다.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혁신도시를 형성하고 공공기관을 이전시켰지만, 주말만 되면 서울·수도권으로 사람들이 떠나는 '유령도시'로 20년째 방치되고 있다. 지역 인재 채용을 내세웠지만 쪼개기 채용 등의 꼼수를 통해 할당 비율 30%를 채우기는커녕 실제 고용 인원은 17%에 불과한 것이 얼마 전 감사원 감사를 통해 드러나기도 했다. 정부는 이번 재계의 통 큰 협력 약속에 대해 '투자할 만한 도시' 여건을 형성하는 정책으로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5극3특' 발전 방안에 발맞춰 지역 경제를 심폐 소생시키려면 우선 대구경북 통합 메가시티 구축을 지원하고, 표류하고 있는 통합 신공항의 조기 조성을 통한 물류 허브 확보가 필수적이다. 또한 탄탄한 배후지 조성으로 정주 여건을 쾌적화하고, 지역 인재 할당 확대를 통해 지역 대학생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업은 돈이 되지 않는 곳에 투자하지 않는다.
2026-02-06 05:00:00
[관풍루] 김민석 국무총리, 관세 25% 뒤통수 맞은 주제에 입은 살아서….
○…오세훈 서울시장,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사퇴 요구하는 의원·단체장은 그에 상응하는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한 데 대해 "실망스럽다"고 언급. 멋대로 질러 놓고 책임은 안 지겠다? 조폭 사회도 그렇지는 않지. ○…김민석 국무총리, "정부의 여러 일을 소홀함이 없도록 챙기는 '군기 반장' 역할을 하겠다"고 재차 강조. 밴스 미 부통령과 '핫라인' 구축했다고 했으나 관세 25% 뒤통수 맞은 주제에 입은 살아서…. ○…더불어민주당, 정책 의원총회에서 검찰의 보완수사권은 폐지하고 공소청에 보완수사요구권만 허용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쇼'하고 있네, 경찰이 보완수사 요구 거부하면 그만인데.
2026-02-06 05:00:00
[날씨] 2월 6일(금) "대체로 구름 많겠으며 울릉도 독도는 눈"
2026-02-05 18:40:12
[기고-박영석] 2·28민주운동 정신도 헌법 전문에 수록해야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가 지난 3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이번 지방선거 때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는 '원포인트 개헌'도 하자고 제안했다. 한 원내대표의 말대로 만약 개헌이 이뤄진다면 우리나라 최초의 민주화운동으로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2·28민주운동 정신도 반드시 헌법 전문에 수록해야 한다. 2·2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해야 한다는 주장과 노력들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지역 각계가 주축이 돼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특히, 2018년 3월에는 대구시의회가 '2·28민주운동 헌법 전문 수록 촉구 건의문'까지 채택했고, 이것을 당시 청와대와 국회의장, 총리실 및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건의하기도 했다. (사)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도 국회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주요 5당 대표 사무실을 직접 방문해 개정 헌법 전문에 2·28민주운동 전문 명시를 건의하고 건의문을 전달했다. 2·28기념사업회는 건의문에서 "민주공화국을 지향하는 대한민국의 헌법 전문에 국민들이 지키고 이어가야 할 소중한 민주적 가치가 표현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민주화운동의 효시로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2·28민주운동을 말하지 않고 민주적 가치를 말하는 것은 뿌리 없는 나무만큼이나 허약하다"고 강조했다. 권영진 전 대구시장도 2020년 5월 18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제45차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에서 "국회 헌법 개정 논의 때 2·28민주운동의 정신도 반드시 헌법 전문에 포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통령 선거를 비롯해 큰 선거가 있을 때마다 여야를 불문하고 정치 지도자들이 대구 두류공원에 있는 2·28민주운동기념탑을 찾아 '2·2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에 공감하며 했던 약속들도 이번에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우리 헌법 전문에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 이념을 계승'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헌법 전문의 4·19혁명은 바로 1960년 2월 28일 경북고 등 대구시 내 8개 국공립 고교 학생 2천200여 명이 자유당 정권의 독재와 부정에 항거하며 일어난 2·28민주운동이 그 효시가 되었다. 2·28은 1960년 3월 15일 실시될 예정이던 대통령·부통령선거를 앞두고 2월 28일 대구에서 열린 민주당 장면 부통령 유세장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일요일인데도 학생들을 강제로 등교시킨 것이 발단이 돼 고등학생들이 합세해 들고일어난 사건이다. 2·28은 이후 3·15의거, 4·19혁명의 기폭제가 되면서 대한민국 최초의 민주화운동으로 기록되고 있다. 2023년에는 2·28 시위 사진 등 당시의 기록물들이 4·19혁명 기록물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2·28민주운동의 숭고한 정신의 역사적 계승을 위해 정부는 늦은 감이 있지만 2018년 2월 6일 2·28민주운동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했다. 이때부터 해마다 기념행사도 정부가 주관한다. 다가오는 2·28은 올해 66주년을 맞는다. 10대 나이로 시위에 참여했던 2·28 주역들도 이제는 팔순 중반의 나이가 됐고 유명을 달리한 분도 많다. 우리나라 최초의 민주화운동 2·28이 하루빨리 헌법 전문에 오르는 날을 기다려 본다.
2026-02-05 15:28:49
◆이번주 베스트셀러(2026년 1월 30일~2월 5일 기준) 1. 이해찬 회고록/ 이해찬 2. 진보를 위한 주식투자/ 이광수 3.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스즈키 유이 4. 자본주의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경제 공부/ 백억남(김욱현) 5. 돈의 방정식/ 모건 하우절 6. 박곰희 연금 부자 수업(10만 부 기념 스페셜 에디션)/ 박곰희 7. 엄마가 유령이 되었어!/ 노부미 8. 너를 아끼며 살아라/ 나태주 9. 운명을 보는 기술/ 박성준 10. 일본어 명대사 필사집/ 김미화 〈예스24 제공〉
2026-02-05 11:10:04
[사설] 국가 현안·민생 아랑곳하지 않는 민주당·국민의힘 당권 투쟁
미국의 관세 재압박, 행정통합 등 국가 안팎의 현안(懸案)이 몰려들고 있다. 미국발 관세 압박은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경제의 숨통을 죄고 있다. 대구경북을 비롯한 권역별 행정통합 논의는 국가의 미래와 균형발전의 중대한 분수령(分水嶺)이다. 고물가·고금리로 벼랑 끝에 내몰린 민생을 살리기 위한 법안들도 국회 문턱에서 대기하고 있다. 이 모든 사안은 국회의 책임 있는 판단과 신속한 결단을 요구한다. 그러나 국가적 과제들을 주도적(主導的)으로 풀어가야 할 더불어민주당은 합당(合黨)을 둘러싼 당권 투쟁에 매몰돼 있다. 제1 야당인 국민의힘도 집안싸움으로 바람 잘 날이 없다. 민주당은 정청래 대표가 제안한 조국혁신당과 합당을 놓고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공개 설전을 하는 등 내홍(內訌)에 휩싸였다. 합당 논의가 6·3 지방선거에서 유불리를 넘어 차기 당권과 대권 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 제명(除名)을 둘러싼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2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친한(친한동훈)계와 일부 소장파는 한 전 대표 제명 이유를 설명하라고 압박했고, 당권파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도부를 흔들어선 안 된다고 방어했다. 이 과정에서 막말과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볼썽사나운 당내 권력 투쟁이 '입법과 정책 제시'라는 국회 본연(本然)의 기능을 집어삼키고 있다. 집권 여당인 민주당은 국정 운영에 안정성을 제공해야 할 책무가 있다. 그럼에도 내부 권력 재편에만 몰두하며, 정책 조율과 입법 추진에는 뒷전이다. 제1 야당인 국민의힘 역시 대안 제시와 견제라는 역할보다 당내 주도권 경쟁에 발목이 잡혀 있다. 두 정당의 모습은 개탄스럽다. 말은 '민생'을 앞세우지만, 행동은 정반대다. 정치의 공백(空白)은 국민의 고통으로 이어진다. 관세 대응 전략, 행정통합 입법 논의, 민생 법안 처리 등이 늦어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정신을 차려야 한다. '비정상 정치'를 지켜보는 국민의 인내심은 한계에 다다랐다.
2026-02-05 05:00:00
[사설] 고용률 63%, 현혹되지 말아야 할 통계 착시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15세 이상 고용률(雇用率)은 62.9%로 1963년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最高値)를 기록하고 있다. 취업자 수도 전년 대비 19만3천 명 증가했다. 얼핏 한국 경제의 고용시장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곤란하다. 모두 '고용 지표 착시(錯視) 현상' 때문이다. 데이터처는 매월 15일을 포함한 주에 1시간 이상 수입을 목적으로 일한 사람을 취업자(就業者)로 간주한다. 노인 일자리로 월 29만원을 벌어도 취업자가 된다. 정부는 올해 노인 일자리를 역대 최대 규모인 115만2천 개 공급할 계획이다. 지난해보다 4.9%(5만4천 개) 더 늘렸다. 5조원가량 예산이 투입된다. 정식 일자리라기보다 노인 '용돈벌이' 수준의 활동이 사상 최고 고용률을 창출해낸 꼴이다. 지난해 실업률은 2.8%이다. 그런데 청년층만 따로 보면 6.1%에 달한다. 노인 일자리 사업이 1월 초중순에 시작해 12월 초중순에 종료되는 탓에 고령층 실업률이 1월과 12월에 급증하는 현상도 나타난다. 고용 통계 착시를 줄이기 위해 미국처럼 민간과 정부 부분을 구분해 발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실업(靑年失業)은 특히 심각하다. 지난해 12월 '쉬었음' 2030 청년은 71만832명으로, 2014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쉬었음 청년의 절반이 4년제 대학 졸업 이상의 고학력자(高學歷者)인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비중은 2023년 43.0%, 2024년 44.7%, 2025년 48.0%로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사상 최고치 고용률 속에 청년 일자리는 없는 상황이다. 청와대는 4일 국내 10대 그룹 임원들과 '청년 일자리와 지방 투자 확대'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 투자(投資)와 고용의 발목을 잡고 있는 노란봉투법·중대재해법·상법 개정 등 반기업 입법의 부작용과 오리무중(五里霧中) 한미 관세 협상의 불확실성 등을 근본적으로 완화하는 것이다.
2026-02-05 05:00:00
[사설] 韓 희토류 중국 의존도 80%, 언제까지 이대로 둘 건가
희토류(稀土類) 등 핵심 광물의 탈(脫)중국화를 위한 지구촌의 움직임이 긴박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일 120억달러(약 17조5천억원)를 투입해 석유처럼 핵심 광물을 전략 비축하는 '프로젝트 볼트(Project Vault)' 계획을 발표했다. 자동차, 반도체, 전자제품같이 핵심 광물을 재료로 쓰는 미국 기업들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 등에 최대한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도록 일종의 안전망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1년 전과 같은 일을 다신 겪고 싶지 않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으로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보복 조치를 당하고 있는 일본은 더욱 절박(切迫)한 상황이다. 일본은 최근 열도 남동쪽 미나미토리시마(南鳥島) 인근 5천700m 심해에서 희토류가 고농도로 함유된 진흙을 시험 채굴하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일본은 지난 2010년부터 중국의 희토류 규제 카드를 안보 리스크로 인식하고 전략적 혁신 프로젝트(SIP)를 추진해 왔다. 이를 통해 2008년 희토류 중국 의존도 85%에서 2020년에는 58% 수준으로까지 낮추기도 했다. 유럽연합(EU)은 핵심원자재법(CRMA) 발효 이후 지난해 280억유로(약 47조9천280억원) 규모의 60개 핵심 광물 프로젝트를 발표해 놓고 있다. 이 같은 세계적인 움직임에 우리도 마냥 손 놓고 있어서만은 안 된다. 한국의 희토류 중국 의존도는 약 80% 내외로, 우리 역시 중국과의 외교 마찰로 과거 수차례 공급망 위기를 겪은 바 있다. 이런 사태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아직 희귀 광물 자원의 확보에 대한 적극적이고 민첩한 투자 및 실행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세계 주요국들이 발 빠르게 중남미와 아프리카 오지는 물론 심해 해저(海底), 심지어 달까지 뒤지겠다고 나서는 데 비해 우리의 위기의식은 미미한 수준이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라도 더 늦기 전에 핵심 광물 프로젝트에 적극 나서 해외 공급망 다변화에 대응해야 할 것이다.
2026-02-05 05:00:00
[관풍루] 한동훈의 향후 진로에 대해, 대구 출마하려면 '배신자' 딱지부터 떼고.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주도한 '당원 1인 1표제' 표결에 투표하지 않은 의원들에게 당 지도부가 "투표를 아직 안 했던데 왜 안 하나" "투표를 꼭 하라"고 했다고. 이번 투표는 비밀투표가 아니었다는 것이군. ○…한동훈의 향후 진로에 대해 친한동훈계 내부에서 제명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은 하지 않고 대구 무소속 출마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고. 대구 출마하려면 '배신자' 딱지부터 떼고. ○…우원식 국회의장,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에 대해 "정상화"라며 "윤석열 정부가 한시적으로 유예했던 조치가 시한 만료에 따라 제자리를 찾는 것일 뿐"이라고 언급. 국회 수장의 낯간지러운 '이비어천가'.
2026-02-05 05:00:00
2026-02-04 18:40:24
카메라와 인간의 눈은 놀랍도록 닮았습니다. 카메라의 노출로 통칭되는 조리개, 셔터 스피드, ISO 감도 이 세 가지 요소가 균형을 이뤄야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듯이 인간의 눈 또한 동공, 수정체, 망막이 잘 어우러져야 사물을 제대로 식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인간의 눈은 카메라와 비견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경우의 수를 가졌습니다. 그것을 가능케 하는 건 마음의 작용입니다. 싫어하는 대상과 좋아하는 대상을 볼 때 우리의 눈 모양은 확연히 달라집니다. 게슴츠레 본다. 째려본다, 눈이 화등만해졌다, 젖은 눈으로 바라본다 등등 눈과 관련된 묘사는 결국 마음으로 귀결됩니다. '눈은 마음의 창'이란 말은 그런 점에서 적실합니다. 글쓰기 역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대상을 정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선택의 최종 결정권자는 마음입니다. 제 마음은 대부분 그늘을 향하고 있습니다. 유의할 점은 그늘은 고착화된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빛과 그늘은 서로에게 빚지고 삽니다. 그늘이 있어 빛은 도드라지고 빛이 있어 그늘은 웅숭깊습니다. 가령 우리는 고독한 시간을 걸으며 빛에 데였던 상처를 씻어냅니다. 상처가 아문 자리는 빛의 채도를 회복합니다. 그늘이 깊어 얼었던 마음자리에 빛이 깃들고 마침내는 서서히 온기를 넓혀 말랐던 물기를 회복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그늘은 처음부터 그늘이 아닙니다. 갈변했거나 쪼그라든 잎사귀 또한 빛의 구간을 지나왔습니다. 누군들 빛과 그늘이 없겠습니까. 그늘이나 빛 둘 중 하나만이 온전한 것으로 간주되는 세상이 있다면 어떨까요.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돌아보면 그동안 연재한 칼럼 또한 대부분 그늘에서 가져온 것들입니다. 그늘의 풍경을 찍는 마음 조리개엔 '선의(善意)'라는 센서가 달려 있습니다. 저 기능이 없는 분들에게 이참에 과감히 장착할 것을 권합니다. 있긴 한데 오래전에 고장이 났거나 되다가 안 되다가 하는 수준이라면 만사 제쳐두고 우선적으로 손볼 것을 당부합니다. 세상이 천국과 같다면 저런 센서가 왜 필요하겠습니까. 힘든 세상을 헤쳐가기 위해 각기 특유의 방편을 가졌을 것입니다. 그런데 아시겠지만 어떤 경우라도 완벽한 건 없습니다. 자신의 것이 완벽한 방편이라 자신하는 분은 그것이 다른 수많은 방편의 '이바지'로 기능한다는 걸 아직 모르시는 것입니다. 눈이 내리면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합니다. 한 점 그늘도 없을 것 같은 풍경입니다. 그러나 눈에 묻힌 그 아래가 또한 그늘입니다. 누군가의 찬탄을 불러일으키는 눈부신 빛과 그 빛의 그늘에 갇힌 존재를 생각해 봅니다. 빛과 그늘의 공유면적은 일치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2026-02-04 15:49:59
[백정우의 읽거나 읽히거나] 그 한 명이 되어주시겠습니까?
내가 김숨을 처음 본 건 2023년 6월 4일 대구YMCA에서 열린 북 콘서트에서였다. 고백하자면 이때까지 읽은 김숨의 소설이라고는 『국수』가 전부였지만, 내 책에서 언급했을 만큼 깊은 인상을 받았기에 육성으로 만나고 싶었다. 읊조리듯 작지만 또렷하고 단단한 목소리. 내면이 강한 사람이고 고결한 영혼의 소유자라고 느꼈다. 그의 다른 작품이 궁금해졌다. 김숨은 2016년 이한열 열사의 사라진 운동화 한 짝을 복원하는 『L의 운동화』를 작업하면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모두 사라진다면 어떻게 역사를 기억할 수 있는가, 에 대해 생각한다. 그렇게 동일 선상에서 복원의 문제를 놓고 시작된 일본군 위안부 이야기 『한 명』이 세상에 나온다. 책이 출간되기 바로 직전 곧 2015년 12월 28일 한일 정부 간 위안부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사실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한 명』은 생존 일본군 위안부 숫자가 두 명에서 한 명만 남게 된 가상의 어느 시점에서 시작한다. 그 소식을 들은 화자는 나직이, 중얼거린다. "여기 한 명이 더 살아 있다……." 이제부터 김숨은 화자를 통해 만주 위안소와 현재를 오가는 플래시백으로 지옥 같은 시절을 증언하고 마침내 결단의 발걸음으로 이끌 것이다. 작가 자신에게는 외부의 어떤 힘에 의해 뿌리 뽑힌 사람들, 그들이 어찌하여 돌아왔지만, 여전히 떠도는 존재들에게 교감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은 열망의 현재화이고, 독자에게는 역사의 증인이 되어달라는 요청일 터. 재현의 윤리를 문제 삼은 페미니즘 비평가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한 명』. 그러나 단언컨대 나는 변영주의 다큐멘터리 〈낮은 목소리 3부작〉이 가진 의미와 가치에 못지않을 정도로 빼어나고 담대한 작품이라고 자평한다. 일부 비평가들이 제기한 문제, 즉 너무 리얼하고 디테일하여 읽기 힘들 뿐 아니라 피해자를 대상화·객체화한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는 얘기. 거칠게 말하자면 그들은 메타포와 환유와 상징만으로 끔찍한 역사의 현장을 충분히 진술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인가? 증언 문학이 그렇듯이 시작은 역사적 사건에 대한 증언과 고발에 집중할 수밖에 없고 그 단계를 바탕으로 진실 규명과 해결을 모색하는 시점에야 비로소 문체는 진정되고 서사의 틈입이 허용되지 않겠느냐는 말이다. 김숨이 전하고자 하는바, 삼인칭 위안부 '그녀'를 통해 고통의 현재화를 재현하는 방식은 적절하고 성실하다. 작중 화자의 독백처럼 "또 뭐라고 써야 하나? 막막해하던 그녀는, 자신이 아무것도 잊지 않았다는 걸 절실히 깨닫는다. 한 시간 전에 뭘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70년도 더 전의 일은 기억이 난다. 위안소 방 천장에 매달린 알전구가 깜박깜박하던 것까지." 그럼에도 "모든 걸 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기억했으면 오늘날까지 살지 못했으리라."고 탄식하는 삶이란 어떤 것인지 가늠도 되지 않는다. 일본군 위안부라는 거대한 역사 앞에서 자기 이름 석 자도 쓸 줄 모르던 소녀들이 대부분이었다는 걸 고려도 않고, 앞뒤가 맞지 않고 정확한 시간과 장소를 말하지 못해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샘에 물 길으러 갔다가 붙잡혀온 열두 살 영순의 이야기를 읽어주고 싶다. "영순은 기숙 언니가 군인들을 받던 다다미 위에서 군인을 받았다. 기숙 언니가 입던 간탄후쿠를 입고, 쓰다 남긴 휴지를 쓰고, 기숙 언니가 씻어 말려둔 삿쿠를 썼다. 다음 날 아침, 영순은 소녀들의 방마다 돌아다니면서 울었다."
2026-02-04 09:55:09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33>명마의 신준(神俊)함을 그려낸 백련 지운영
말은 값비싼 재산인 귀한 동물이었다. 가축을 마우돈구(馬牛豚狗)로 꼽은 것은 말, 소, 돼지, 개의 순서로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고대에는 이동이나 운송 수단을 넘어 전쟁의 양상을 바꿀 수 있는 군마(軍馬)였고 지배자의 권력(Power)과 위신(Prestige)이 드러나는 위세품이었다. 동양이든 서양이든 정복자에게는 애마가 있었다. 동아시아에서 제왕의 말은 8마리 준마인 팔준이다. 주 목왕의 팔준, 당 태종의 팔준이 유명하다. 조선 태조도 팔준이 있었다. 명마의 초상화(?)라고 할 마도(馬圖)가 당나라 때부터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았다. 당 현종이 한간(韓幹)에게 스승의 화법을 따르라고 하자 그는 "폐하의 마구간에 있는 일만 마리가 모두 저의 스승입니다"라고 호기롭게 대답했다. 중국 고전 '한비자'에 개나 말이 가장 그리기 어렵고, 귀신이나 도깨비가 가장 쉽다는 말이 나온다. 누구나 봐서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간은 실제의 말을 스승으로 삼아 말 그림의 대가가 됐다. 말 그림을 잘 그린 우리나라 화가로 윤두서와 윤덕희 부자가 꼽힌다. 윤두서는 말 그림을 그릴 때면 마구간 앞에서 종일토록 말을 관찰했다. 윤두서 또한 말을 스승으로 삼아 말 그림을 그렸던 것이다. 조선 초기부터 말 그림의 전통이 있었다. 세종이 안견에게 태조의 팔준을 그리게 한 기록이 있고, 숙종의 하명으로 그린 팔준도가 전하고 있다. 1910년대 팔준도가 조석진, 안중식의 작품으로 남아있지만 근대기 말 그림의 대가는 백련(白蓮) 지운영이다. 지운영의 '준마도'는 배경을 과감히 생략하고 흰 공백으로 남겨둠으로써 오로지 준마에 시선을 집중하게 한다. 길게 뻗은 목을 돌려 오른쪽 위를 응시하는 자세는 마치 무언가에 반응하여 멈춰 선 듯한 찰나의 긴장감을 담고 있어 정적인 구도 속에서 역동적인 에너지를 함축하고 있다. 예로부터 준마는 준걸에 비유됐다. 탄탄한 근육과 강렬한 눈빛의 한 마리 외로운 준마는 잘 그린 말 그림을 넘어 1923년이라는 암울한 시대의 초상인 듯하다.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관우의 적토마를 상상하며 그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병오년 붉은 말의 해에 천리마의 기세로 뻗어나가시기를…. 대구의 미술사연구자
2026-02-04 09:54:50
[사설] 경찰 수사로 '제명' 정당성 밝혀지면 한동훈은 어떻게 책임질 건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경찰 수사로 한동훈 전 대표 징계가 잘못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한 전 대표가 일부의 주장처럼 아무런 잘못 없이 정치 보복에 의해 제명(除名)된 것이 경찰 수사로 확인된다면 당 대표직을 사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장 대표의 이 같은 입장 발표는 한동훈 지지자들의 '제명 철회' 장외 집회(場外集會)에 이어, 2일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친한동훈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동훈) 제명 과정을 해명하라" "장 대표는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이날 제명에 반대하는 의원들은 단상에 올라 강력 반발했고, 초·재선 모임인 '대안과 미래' 소속 권영진 의원은 "장 대표가 당을 하나로 만들기 위해 제명했다고 하는데, 갈등과 분열은 더 극심해졌다"고 했다. 장 대표는 "대표로서 경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도 했다. 한 전 대표와 그 가족들이 연루(連累)된 것으로 알려진 당원 게시판(당게) 사건은 이제 국힘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여론 조작(輿論造作) 혐의'를 받는 형사사건이 되어 버렸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당게 문제는 고정된 장소에서 사실상 하나의 IP로 1천여 개의 댓글이 작성된 사안"이라며 "장 대표는 단순히 부적절한 댓글 작성이 문제가 아니라 여론 조작이 핵심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한동훈 대표 시절 당게 사건이 부각되자, 관련 댓글이 대규모로 삭제된 것은 조직적 증거인멸(證據湮滅)에 해당할 수 있다. 장 대표가 '당 대표직'을 건 만큼, 장 대표의 "사퇴" "책임"을 요구해온 친한계 의원들 또한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그에 합당한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이 옳다. 당내 분란과 갈등의 증폭에도 불구하고, 한 전 대표는 당게 사건과 관련해 어떠한 구체적 해명·소명조차 없었고, 재심(再審)의 기회마저 묵묵부답(默默不答)으로 일관했다. 너무나 무책임한 태도라고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제 피의자(被疑者)가 될 처지로 몰리고 있다. 안타깝다.
2026-02-04 05:00:00
대구경북의 나눔 열기가 경기 한파(寒波)를 녹였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난해 12월부터 올 1월 말까지 진행한 '희망 2026 나눔 캠페인'에서 대구의 모금액은 111억원(목표액 106억2천만원)으로 '사랑의 온도'(목표액 기준 100도) 104.6도를 달성했다. 경북의 모금액은 목표액(176억7천만원)을 훌쩍 넘긴 221억원으로 125도를 기록했다. 경북은 전국 광역시·도 중 가장 높은 사랑의 온도, 15년 연속 목표 달성의 눈부신 실적을 세웠다. 62일간 캠페인에서 '대구 111억원' '경북 221억원'이란 성과는 숫자 이상의 의미가 있다. 경기 침체, 고물가(高物價), 산불 등으로 삶이 팍팍한데도 시도민들은 공동체 의식과 연대(連帶)의 힘을 보여줬다. 이번 캠페인은 기업의 참여뿐 아니라 개인의 소액 기부가 두터워진 결과라는 점에서 더욱 값지다. 에스엘서봉재단(17억원), iM금융그룹(9억원), HS화성(2억원) 등 지역 기업들의 참여는 기부 확산의 마중물이 됐다. 전체 모금액의 절반은 개인 기부였다. 아기의 첫돌을 기념한 기부, 어린이집 원아들이 모은 성금, 의용소방대장 취임 기념 기부 등 일상(日常)의 순간을 나눔 실천으로 의미를 더한 사례도 많았다. 대구경북(TK)은 '어려울수록 함께한다'는 정신이 강한 지역이다. 그 정신은 나라의 위기 때마다 어김없이 발현(發現)됐다. 일본 차관(借款)을 갚기 위해 담배를 끊고 비녀를 팔아 모금을 했고(국채보상운동),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구에서만 10만3천여 명이 결혼 반지, 돌 반지 등을 내놓았다(금모으기운동). TK의 나눔 정신은 이 같은 특유의 공동체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성숙한 기부 문화는 복지의 사각지대(死角地帶)를 메운다. 또 행정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까지 온기를 전달하는 사회적 자산이다. 나눔의 선순환은 신뢰가 있어야 가능하다. 저소득층 아동, 홀로 사는 노인 등 취약계층에 온기가 골고루 퍼져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나눔에 동참한 시도민들에게 찬사(讚辭)를 보낸다.
2026-02-04 05:00:00
[사설] '패가망신' 썼다 삭제, 가볍다는 지적 피하기 어려워
이재명 대통령이 SNS에 한국어와 캄보디아 공용어인 크메르어로 "한국인 건드리면 패가망신, 빈말 같습니까. 대한민국은 한다면 합니다. 끝까지"라고 적었다가 삭제(削除)했다. 대통령이 글을 올린 후 캄보디아 측이 한국 대사를 불러 경위를 물었고, 현지에서는 "한국 대통령이 캄보디아 전체를 범죄 집단 소굴로 낙인(烙印)찍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캄보디아 현지 한국인 대상 범죄는 중국계 범죄 조직이 들어가 벌인 일이다. 따지려면 중국어로 중국에 따졌어야 한다"는 비판(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이 나왔다. 대통령이 굳이 캄보디아어로 '패가망신' 글을 쓴 것이 적절했는지 의문이다. 당국(當局)에 "캄보디아 당국과 긴밀히 협력해 적극 대응하라"고 지시하면 될 문제였다. 청와대는 즉각적인 홍보 효과를 위한 조치였다는 입장이지만, 애초 불필요한 외교적 논란을 야기하고, 캄보디아 국민들의 반한 감정을 키울 소지가 컸다. 캄보디아 현지에서 논란이 된다고 곧 '삭제'한 것도 적절치 않다고 본다. 캄보디아 측이 경위를 물으면 우리 입장을 밝히고,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當付)하는 결기를 보였어야 했다. '항의성 논란'이 있다고 개인도 아니고 대통령이 금방 글을 삭제함으로써 "대한민국은 한다면 한다"는 말이 머쓱하게 돼 버린 셈이다. 어쩌면 캄보디아 범죄 조직들은 한국의 범죄 소탕 의지를 비웃었을지도 모른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 설탕 부담금, 위안부 피해자 문제 등에 대해 연일 SNS에 글을 쏟아내고 있다. 많이 쓰다 보니 만기친람(萬機親覽)으로 비친다. 무엇보다 대통령은 사인(私人)이 아니다. 대통령의 글은 모두 공적 기록물이다. 그런 기록물을 개인 SNS에 이처럼 자주, 많이 쓰고, 삭제하는 것은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소지(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있다. 대통령의 잦은 SNS 정치는 대외적으로 대한민국을 가볍고 감정적인 나라로 비치게 할 수 있고, 국내에서는 옳은 정책마저 '정쟁'으로 비화(飛火)될 수 있다.
2026-02-04 05:00:00
[관풍루] 이재명 대통령, 고위 공직자의 '다주택 처분'과 관련 전 국토부 1차관처럼 관직 포기하는 공직자 많겠군.
○…이재명 대통령, 고위 공직자의 '다주택 처분'과 관련, "내가 누구한테 시켜서 팔면 그 정책은 효과가 없는 것"이라며 "팔게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고 언급. 전 국토부 1차관처럼 관직 포기하는 공직자 많겠군. ○…정청래 민주당 대표, "코스피 5,000은 넘었으니 6,000, 7,000, 8,000, 9,000, 10,000도 결코 꿈이 아니다"며 "현실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발언. 못 할 것도 없지, 정부 예산 몽땅 털어넣으면. ○…대한상공회의소, 지난해 한국 떠난 고액 자산가가 2천400명으로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수준을 기록했다며 50~60%의 상속세를 이탈 가속화 요인으로 지목. 부자에게 대한민국은 합법적 날강도.
2026-02-04 05:00:00
댓글 많은 뉴스
10년만에 뒤집힌 박원순 아들 병역 비리 의혹
김용태 "장동혁 자해정치 경악…이대론 지방선거 100전 100패"
李대통령 "서울은 한평 3억, 경남은 한채 3억 말이 되나"
장동혁 "부결 시 대표직·의원직 사퇴"…정치생명 걸고 재신임 승부수
장동혁 "누구든 정치적 책임 걸어라, 전 당원 투표 할 것…사퇴 결론 시 의원직도 포기"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