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두 번 올린 기준금리, 한국 경제는 견딜 준비 됐나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00%로 올렸다. 7월에 인상 기조로 바뀌자마자 곧바로 '백투백'(연속 인상)을 감행한 것은 역대 처음이다. 한은의 급선회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과 투자가 예상보다 강한 흐름을 이어가고, 내수도 수치상 회복세여서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을 2.6%에서 3.3%로, 내년 전망도 2.1%에서 2.9%로 높였다. 7월 소비자물가는 2.8%, 근원물가는 2.6% 상승했다. 물가 불씨가 번진 뒤 뒤늦게 대폭 긴축(緊縮)에 나서기보다 선제 대응하겠다는 판단으로 금리를 올렸는데, 신현송 한은 총재는 "가래로 막을 것을 호미로 막은 것"이라고 비유했다. 그런데 금리 인상 충격은 소비와 투자, 부채 상환 부담을 통해 드러난다. 누적 0.5%포인트(p)의 인상 폭이 대출금리에 고스란히 반영되면,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주택 관련 대출과 기타 대출을 합쳐 약 6조7천억원 늘어날 수 있다. 가계신용이 사상 처음 2천조원을 돌파한 상황에서 금리 인상 충격은 시간이 갈수록 소비와 부채 상환 부담을 통해 누적될 것이다. 금리 상승은 당장 과열된 주택 수요를 누르겠지만 공급 부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금리만으론 집값 안정도 어렵다. PF와 건설업체의 금융비용이 높아지면 주택 공급마저 위축될 위험이 있다. 중동 정세와 국제유가는 여전히 불안하고 미국 물가와 연준의 행보(行步)에 따라 환율이 급등해 물가를 자극할 여지도 있다. 추가 인상 가능성은 열려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인상 시기와 속도다.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고 해서 기계적 연속 인상이 해답은 아니다. 올린 금리가 경제 곳곳에 어떤 충격을 주는지 확인하며 한 걸음씩 판단해야 한다. 금리는 만능키가 아니다. 고유가는 에너지 정책으로, 주택 공급 부족은 공급 정책으로, 취약 차주(借主)의 부실 위험은 금융 정책으로 풀어야 한다. 통화 정책 하나에 모든 부담을 떠넘긴다면 경제의 약한 고리가 끊어질 수 있다. 두 번 올린 금리를 경제가 견딜 수 있는지, 충격에 대한 완충장치를 정부와 금융당국이 충분히 준비했는지 살펴야 한다.
2026-08-28 05:00:00
[사설] TK신공항 지연 책임을 지자체에 미루는 경제부총리
구윤철 경제부총리가 대구 군 공항 이전(대구경북신공항 건설사업)의 지연(遲延) 책임을 지자체에 돌리는 듯한 발언을 했다. 중앙정부가 해법을 마련하기는커녕 "지자체의 노력이 약하다"는 식으로 책임을 떠넘겨서는 곤란하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지역 의원들은 광주 군 공항 이전 사업을 사실상 국가가 주도하는 점을 들면서 지역에 따른 차별이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구 부총리는 대구경북이 주체적인 의지를 보여야 하고, 이전 지역 개발이나 대기업 유치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는 지방정부를 독려한 말이 아니라 책임전가(責任轉嫁)일 뿐이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군 공항 이전에 상당한 노력을 했다. 군위의 '대구 편입'을 결단했다. 대구시는 사업을 맡을 민관 특수목적법인(SPC) 구성을 추진했지만, 경기 침체와 사업성 부족 탓에 사업자 모집에 실패했다. 시는 SPC 방식을 접고,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을 활용한 공영개발(公營開發)로 방향을 틀었다. 시는 공자기금 융자 2천795억원 등을 요청했지만, 정부는 답을 주지 않고 있다. 군 공항 이전은 국가안보와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사업이다. '기부 대 양여 사업'이란 이유로 막대한 재원을 지자체가 알아서 마련하라고 하면, 사업이 불가능하다. 광주 군 공항 이전 사업과의 형평성(衡平性) 문제도 심각하다. 광주 군 공항 이전에는 대통령실이 주도하는 협의체가 가동되고 재정 당국까지 참여하고 있다. 광주 군 공항 부지를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로 선정해 사업의 물꼬를 터줬다. 정부가 광주 사업에 쏟는 정성의 일부라도 TK에 보여줬다면, 신공항 사업이 장기간 표류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가 광주 군 공항 이전을 위해 재정적 지원과 제도 개선에 적극 나서는 것은 나무랄 일이 아니다. 다만 TK신공항에도 비슷한 수준의 정책적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 공정(公正)하지 않은가. 그런데도 경제부총리는 사업의 길을 터주기보다 지자체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 개탄스럽다.
2026-08-28 05:00:00
[사설] '조희대 대법원장 물러나라'는 민주당의 법치 파괴
더불어민주당이 '법치 파괴 조희대는 물러나야 한다'는 현수막을 전국에 내걸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대법원장을 '조희대 씨'라고 칭하기도 했다. 조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를 제청(提請)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와 조율하는 관례를 깨고 서면(書面)으로 한 것이 법치 파괴라는 것이다. 서면 제청과 관련,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은 "지속적으로 협의했지만 최종적으로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고 답한 바 있다. 조 대법원장이 무작정 서면 제청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의견이 다르고 더 이상 미룰 수 없어서 서면 제청했다는데, 민주당은 그걸 '법치 파괴'라며 대법원장을 물러나라고 한다. 대통령이 마음에 두고 있는 대법관 후보를 제청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 헌법이 대법원장에게 대법관 제청권을 부여하고, 국회에 동의권, 대통령에게 임명권을 각각 부여한 것은 사법부 독립과 권력 분립을 위한 것이다. 그럼에도 법원과 청와대가 후보를 사전에 조율(調律)하고 대법원장이 대통령을 만나 제청하는 관례를 이어온 것은 대법원장의 제청을 대통령이 거부하고, 대법원장이 또 제청하고 대통령이 또 거부하는 혼란을 막기 위한 것이다. 헌법에 대법원장이 대법관 제청을 대통령과 사전 합의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그러니 대법원장이 서면 제청했다고 '법치 파괴' 운운하며 '물러나라'는 것은 그야말로 삼권분립(三權分立)을 무시하는 행태에 다름 아니다. 대법원장이 대통령이 원하는 대법관 후보를 제청해야 한다면 사법부 독립도 삼권분립도 없는 대통령 독재(獨裁)이다. 대법원장에게는 제청권이 있고, 대통령에게 임명권이 있다. 대법원장이 제청한 후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대통령은 임명을 거부하고, 그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지면 된다. 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해 '물러나라'고 공세를 펼치는 것이 국민들 눈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자기 말을 잘 들어줄 대법관을 임명해 자신의 5개 재판을 없애려는 '사법 파괴' 시도로 보일 뿐이다.
2026-08-28 05:00:00
[관풍루] 경찰청이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 시간제 속도제한 운영 기준을 대폭 완화하고 적용 대상 확대키로
○…할인 비용을 납품업체에 전가한 의혹을 받는 쿠팡이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 조사를 거부하고 직권 조사 취소 소송까지 제기하고 나서. 마국 정치권에서 한국 정부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 이후 자신감 얻었다 이거지? ○…경찰청이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 시간제 속도제한 운영 기준을 대폭 완화하고 적용 대상 확대키로. 늦었지만 보행자 안전과 교통 흐름의 유연성을 고려한 현실적이며 타당한 결정. ○…일자리가 1년 전보다 22만명 늘었지만, 증가분의 3명 중 2명은 임시·일용직인데다 실질 임금도 세 달째 뒷걸음. N%성과급 요구하며 파업 이어가는 대기업과는 너무 대조적인 서민 현실.
2026-08-28 05:00:00
오는 10월2일 검찰청이 문을 닫는다. 78년 만이다. 검사의 직접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은 지난달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이미 폐지가 확정됐다. 야당의 필리버스터는 무위로 돌아갔고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 요구를 일축했다. 앞으로 검사는 스스로 수사하지 못하고 경찰이 보낸 기록과 제한된 면담에 의존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경찰의 수사 기록에 피의자의 억울한 사정이 누락됐더라도 검사라는 '두 번째 눈'이 이를 재판 전에 '무혐의'로 종결 지을 수 있었다. 그러나 검찰의 보완수사 기능이 사라지면 이런 드라마는 이제 TV 속에서나 볼 법한 장면이 된다. 경찰 단계에서 한 번 엇나간 사건이 제 궤도를 찾아올 확률이 거의 없어져 버렸다. 형사사법 처리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범인을 벌하는 데에만 있지 않다. 억울한 사람을 걸러내는 일이 그만큼 중요하다. 무죄추정의 원칙이라는 형사법의 대원칙은 구호가 아니라 절차로 구현돼야 한다. 그 절차의 한 축이 검사의 보완수사다. 경찰 기록이 미심쩍으면 법률 전문가인 검사가 피의자를 다시 불러 들여다보는 두 번째 눈 역할을 했다. 이제 그 눈은 없다. 물론 억울한 피의자에게는 법원이라는 마지막 기회가 있다. 하지만 소시민에게 '재판'이란 진실을 밝히는 정의의 전당이 아니라 그 자체로 가혹한 형벌이다. 억울한 기소라 할지라도 일단 재판에 넘겨지면 피고인은 직장을 비우고 빚을 내 변호사를 구하고 수 년 동안 피 말리는 법정 공방을 견뎌야 한다. 훗날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다 한들 그 과정에서 소시민이 잃어버린 생계와 파탄 난 일상은 누구도 보상해 주지 않는다. 결국 억울한 피의자에게는 경찰 조사 단계가 사실상 유일한 방어 지점이 된다. 첫 조사에서 무엇을 진술하고 어떤 증거를 내놓느냐가 사건의 방향을 결정지을 수 밖에 없다.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는 사람은 불송치를 얻어낼 확률이 높아지지만 여력이 없는 사람은 초장부터 살얼음판을 걸어야 한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오래 전 탄식이 진짜로 현실이 될 줄은 몰랐다. 이번 개편은 특정 정치 세력이 오래도록 밀어온 숙원사업이었다. 검찰의 표적수사·별건수사의 폐해가 크다며 시작된 것이었다. 다만 생각해 보자. 정권 보복성 수사나 정치인을 상대로 한 검찰의 표적수사·별건수사 때문에 피해를 본 일반 시민이 있었던가.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검찰 수사권 박탈에 따른 일반 시민의 피해는 어떨 것 같은가. 아직 벌어지지 않았지만 앞날이 너무 명확하게 보여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이종길 프리드먼연구원 통합연구센터장 〈strong〉* 가스인라이팅(Gas Enlighting)은 매일신문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칼럼 공간입니다. '가스라이팅'은 1930년대 가스등을 사용하던 시절 파생된 용어입니다. 가스등을 조금씩 어둡게 해 누군가를 통제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가스인라이팅'은 그 반대로 등불을 더 밝게 비춰주자는 뜻입니다.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자주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strong〉 〈strong〉** 외부 기고문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strong〉
2026-08-27 23:39:00
2026-08-27 18:44:44
[백정우의 읽거나 읽히거나] 제우스의 하늘 아래 변하는 것은 없나니
첫 장을 넘겼을 뿐인데 발이 땅에서 30센티쯤 떠 있는 느낌이었다. 드문 경험이었다. 나와는 달리 어느 공학박사는 번역과 관련해 아쉬움을 표했다. 어떤 느낌인지 알 것도 같았다. 어떻게 이 책을 계속 읽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나는 현미경이 아니라 망원경으로 읽는다, 고 답했다. 출간 3일 만에 초판 3만 부가 팔렸고 2018년 프랑스에서 가장 많이 팔린 에세이에 등극한 실뱅 테송의 '호메로스와 함께하는 여름'이다. 9개 챕터와 65개 꼭지로 구성된 책에서 실뱅 테송은 트로이 전쟁과 오디세우스의 귀환을, 불멸하는 신의 장난질에 맞서는 인간의 투쟁을, 신들과 영웅과 인간 사이를 종횡하며 간명하고 우아하게 통찰한다. 알려져 있다시피 '일리아스'는 트로이 전쟁 이야기이고, '오디세이아'는 자기 왕국인 이타케로 돌아오는 오디세우스의 귀환을 다룬다. 전자는 전쟁을, 후자는 질서의 복원을 묘사한다. 책에서 작가가 바라보는 오디세우스와 그를 되살린 호메로스에 대한 평가는 대조적이다. 예컨대 "오디세우스는 가짜 나그네이며 억지 모험가이고, 기질로 보면 붙박이다."라고 언급한 블라디미르 장켈레비치를 빌림과 동시에 "이 힘과 술책의 챔피언은 여러 성향이 충돌하고 있어서 어떤 인물인지 파악하기 힘들다."고 정의한다. 반면에 성벽을 정복하고 온갖 영화를 누리고 모든 모험을 경험하고 이제 삶의 가치를 되찾고, 탈환한 자기 왕국에서 '남은 생애 동안' 조용히 늙어가길 바라는 한 인간이 보여준 가장 위대하면서도 소박한 노력이 '오디세이아'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장담컨대 인간들 가운데 운명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오. 겁쟁이든 용감한 사람이든 일단 태어난 이상 그 누구도." 헥토르가 아내 안드로마케에게 한 이 말은 운명을 받아들이는 인간을 보여준다. 다만 체념과 수동의 의미는 아니라는 게 작가의 견해다. 그리하여 "닥치기 마련인 일을 받아들이는 이런 능력은 그리스인을 강하게 만든다."고 매듭짓는다. 오디세우스의 귀환으로 질서가 회복되었음에도 여기가 끝은 아니다. 다시 전쟁이 불붙기 직전이므로. '오디세이아'의 마지막 장, 제우스의 책략을 아테나가 받아 오디세우스에게 전달하는 장면에서 주목해야 하는 건 '망각'의 미덕이다. 저자는 "우리 모두는 트로이 평원을 덮쳐오는 새로운 공격의 위협을 받는다."면서 아킬레우스의 분노가 깨어나지 않도록 "지속 가능한 협약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2800년 전 이야기가 이토록 실감나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이 인간은 탐욕과 무절제로 일관하기 때문일 터. 마음은 늘 오디세우스의 균형과 절제를 향하지만, 그가 이타케로 돌아가기까지 마녀와 괴물을 상대로 치른 숱한 고난은 쉽게 잊기 마련이다. 인간은 나약하고 쉽게 휘둘리며 과거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존재이며, 그래서 실뱅 테송은 인간은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라고 단언한다. 위대하면서도 실망스러운 동물이고, 빛을 발하지만 뱃속 깊이 범속한 존재라는 것이다. '호메로스와 함께하는 여름'과 만나는 순간, 어느샌가 트로이 벌판으로 달려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 모른다. 무엇보다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가 읽고 싶어질 것이다. 실은 나도 수시로 두 책을 번갈아 읽으면서 일독했으니까.
2026-08-27 15:18:30
정부가 8·13 주택공급 대책에 이어 26일 발표한 지방세제 개편안에는 청년 주택 구입 지원과 공공주택 공급, 유휴(遊休)시설의 주거 전환을 위한 세제 혜택이 대거 담겼다. 생애 최초 취득세 감면 대상을 오피스텔까지 넓히고, 공실 상가·지식산업센터·숙박시설 등을 주거시설로 바꿀 때 발생하는 취득세도 2027년까지 면제한다. 하지만 세금 감면과 주택 공급은 다른 문제다. 청년들이 집을 못 사는 이유는 취득세 수백만원 때문이 아니다. 오피스텔을 아파트로 가는 징검다리로 만들겠다지만 실제 주택 구입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공실 상가나 지식산업센터를 주택으로 용도변경하려면 취득세 감면 외에도 주차장과 소방 설비, 구조와 채광 등 조건이 복잡하다. 올해 말 일몰(日沒)되는 담배소비세분 지방교육세의 재원 1조5천억원을 지방주거복지에 활용하겠다는 구상도 설익은 대책이다. 지자체가 실정에 맞춰 주택공급과 주거복지에 쓰라는 것인데, 지방주거복지세가 효과를 거두려면 지역별 미분양과 빈집, 인구와 산업구조, 실수요부터 따져야 한다. 중앙정부가 재원을 내려보낸다고 주택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인구 감소 지역과 지방 기업 등에 대한 지방세 감면도 확대한다는데, 지방의 세입 기반은 줄이면서 주거복지라는 재정 수요를 맡기는 셈이다. 지방주거복지세를 주고 지방세를 줄이면 실제 쓸 수 있는 재원은 얼마라는 말인가. 정부는 세제 지원이 주택공급 확대를 이끈다고 주장한다. ▷취득세 감면 규모가 아니라 주택 구입이 얼마나 늘었는지 ▷비주거시설을 몇 곳 바꿨는지가 아니라 수요를 제대로 채웠는지 ▷지방주거복지세를 얼마 확보했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주거 문제가 해결됐는지 평가해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폐버스 주택이나 고시원에 욕조를 넣는 주거 환경이 아니다. 집값과 임대료를 감당하고 직장과 학교에 접근할 수 있으며 가족과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집이다. 세금을 깎고 주거 공간 기준을 낮춰서 주택 불안을 덜고 부동산 민심을 되돌릴 수 있다고 오판(誤判)해선 안 된다.
2026-08-27 05:00:00
경북 안동농협 비상임(非常任)이사 선거에서 후보자와 대의원 등 무려 162명이 금품 선거 혐의로 입건됐다. 후보자 15명이 대의원들에게 수십만원씩 돈을 건넸고, 일부 대의원은 여러 후보에게서 돈을 받아 수백만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포항의 한 농협 임원 선거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적발됐다. 농민의 권익을 위해 만든 협동조합의 선거가 돈봉투 거래판으로 변질된 것이다. 지역 농협 선거가 과열(過熱)되는 이유를 따져봐야 한다. 조합장의 권한과 이권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장치는 허술하다. 비상임 임원도 경쟁이 치열하다. 비상임이지만 이사회에서 주요 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적지 않은 수당과 명예도 따른다. 또 비상임 임원 자리는 조합장 선거와 지방선거의 출마를 위한 발판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번 사태는 '빙산의 일각'이란 얘기가 많다. 농협중앙회를 둘러싼 비리도 끊이지 않고 있다. 다수의 역대 중앙회장들이 횡령과 뇌물 수수, 선거 관련 문제 등으로 처벌을 받았다. 현직 강호동 회장 역시 1억원대 뇌물 수수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중앙회든 지역농협이든 비리와 선거 부정이 반복되는 것은 개인의 일탈(逸脫)만이 아니다. 제도적 허점,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농협의 대대적인 개혁이 시급하다. 후보와 대의원의 금품 거래를 상시 감시하고 선거비용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기본이다.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독립적인 감사와 선거관리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중앙회장과 조합장 등 핵심 권력자에 대한 실효성(實效性) 있는 견제 장치도 필요하다. 그래야 농협이 농민을 위한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다. 내년 3월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시행된다. 시간을 끌 여유가 없다. 안동농협 사건은 농협 선거제도가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는 경고음이다. 이번 기회에 전국 농협의 선거제도와 내부통제, 임원의 권한과 보수, 중앙회 지배구조까지 전면 점검해야 한다.
2026-08-27 05:00:00
[사설] 李 지지율 40%대 깨져, 민심의 준엄한 경고로 읽어야
지난 25, 26일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운영 평가 '긍정' 비율이 30%대로 폭락한 결과가 쏟아졌다. 대부분 대통령 취임 이후 첫 30%대 지지율을 기록한 것이다. 이 대통령 지지율이 30%대에 접어들 경우 국정 동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憂慮)가 현실이 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비록 우리나라 여론조사 기관들에 대한 신뢰가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발표되는 여론조사 결과가 하나같이 뚜렷한 추세(趨勢)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민심의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는 해석이 타당해 보인다. 이재명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긴장(緊張)해야 한다는 뜻이다. 26일 나온 조원씨앤아이(22~24일 조사) 결과와 25일 발표된 ㈜에브리리서치(21~22일) 및 여론조사공정㈜(23~24일)의 여론조사 결과는 모두 2030 청년층의 강력한 이탈(離脫)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여론조사공정의 경우 이 대통령에 대한 20대 이하의 부정 평가가 71.4%에 달하고, 30대는 '부정'이 무려 73.5%를 기록했다. 이 대통령에 대한 전통적 우호 세대인 40대와 50대 역시 '긍정' 평가가 30% 후반에서 40% 초반으로 크게 하락했다. 지역별로는 호남을 제외한 전국이 30% 초반에서 40% 초반의 지지율을 보였고, 호남 또한 과거 70% 이상의 전폭적 지지에서 50% 수준으로 지지세(支持勢)가 크게 하락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이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는 민주당 전당대회 개입 논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분노, 도박장이 된 주식시장,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사법부와 갈등, 안보 불안 등이 꼽히고 있다. 이재명 정부 정책 전반에 대한 심사숙고(深思熟考)가 필요하다는 것이 민심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민주당은 '이 대통령 사건 공소 취소를 위한 것'이라는 비판을 사고 있는 조작기소 특검법을 9월 정기국회에서 강행 처리하고, 사법개혁을 빌미로 법원행정처를 폐지하려 한다. 군주민수(君舟民水)라고 했다. 민심은 정권의 기반이지만, 격랑이 된 민심은 정권을 뒤집을 수도 있다.
2026-08-27 05:00:00
[관풍루] 트럼프 미 대통령, 멜라니아 여사 이어 막내아들 배런 암살 위협까지 등장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 실종 사건 경찰 부실 대응은 '검사 보완수사권 있는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니 보완수사권 폐지와 결부하지 말라'고. 달을 보랬더니 손가락 보는 바보가 진짜 있었네. ○…역대 최장인 180일 동안 251명 투입해 수사한 권창영 2차 종합특검, 수사 끝내며 "내란 세력과 전쟁은 이제 시작"이라고. 세월호 사건부터 세금으로 자기 편 일자리 만들어주기 끝이 없네. ○…트럼프 미 대통령, 멜라니아 여사 이어 막내아들 배런 암살 위협까지 등장. 이란 강경 매체들의 트럼프 가족 대상 제거 보도 잇따르면서 미 경호국 긴장. 지금도 이런데 퇴임 후엔 어쩌노.
2026-08-27 05:00:00
2026-08-26 18:57:09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59>남 흉내나 내는 원숭이는 되지 않으리!
우리미술의 "광채 나는 전통"을 깨달으며 1930년대에 서양화에서 동양화로 전향한 근원 김용준에게 추사 김정희는 빛나는 등대였다. 김정희의 자취를 자신도 밟아보려 한 그는 대가의 창조력을 호 짓기로도 발산한 김정희의 작호(作號) 또한 배웠다. 김정희는 호를 많이 짓기로 유명해 생전에 이미 사람들이 백호당(百號堂)이라고 했다. 과연 백호당 김정희의 호는 300개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김정희를 사숙한 제자답게 김용준도 호를 많이 지었다. '근원수필'(1948년)의 '근원'이 가장 유명하다. 이 책의 '검려지기(黔驢之技)'는 자신의 호 이야기다. 여기에 우산(牛山), 선부(善夫), 매정(梅丁), 노시산인(老柿山人), 근원(近猿), 근원(近園), 벽루(碧樓), 석우동인(石隅洞人), 득월루주인(得月樓主人), 심화애설지려(尋花愛雪之廬), 식연자자실주인(食硯煮字室主人), 검려(黔驢) 12개가 나온다. 이외에도 좋아라고 한두 번 쓰고는 잊어버린 호가 몇 개나 되는지 모른다고 했다. 근원(近園)은 원래 근원(近猿)이었다. 김용준은 무슨 인연인지 '가까울 근(近)'자가 잊히지 않았는데 여기에 '원숭이 원(猿)'을 붙여 근원(近猿)이라고 했다. "평생 남의 흉내나 겨우 내다가 죽어버릴" 원숭이 같은 화가를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는 고뇌어린 자조의 심경이었다. 한편으로는 이런 자학을 통해 분발의 계기로 삼으려는 뜻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다 "원숭이 같은 놈"이라는 이 이름이 마땅치 않아져 근원(近園)으로 고쳤다. 자신을 비하하는 호를 스스로 사용하고 또 그렇게 호칭되다보니 아무래도 기분이 좋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자 "자네의 근원(近園)이라는 호는 단원이나 오원에 가깝다는 뜻인가?"라고 조롱하는 친구도 있으나 "내 취미가 진실로 그렇게까지 저급이 아닌 것만은 명백히 해둔다"라고 했다. 마치 근원(近猿) 호를 설명하는 듯한 그림이 있다. 김용준이 '문장' 잡지에 그린 삽화인 '사제지간 원숭이'다. 두루마리를 합죽선처럼 둥글게 펼친 화면에 늙은 원숭이에게 절하는 어린 원숭이를 그렸다. 스승이나 제자나 할 것 없이 모두 남 흉내나 내는 원숭이 꼴이 바로 요즘 예술가라는 뜻 같다. 스스로를 근원(近猿)이라고 했던 처절한 자기 성찰에서 나온 그림이라 그저 냉소에 그치지 않는 울림을 준다. 대구의 미술사 연구자
2026-08-26 09:10:20
[사설] 지방선거 끝나니 '조작기소 특검법' 처리하겠다는 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 '조작기소'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특검법을 다음 달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박성준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검찰의 조작기소가 낱낱이 드러난 만큼 특검법안은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되면 처리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특검 법안'을 지난 5월 국회에서 처리할 생각이었으나 지방선거에서 역풍(逆風)이 불자 중단했는데 다시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발의(發議)한 '특검 법안'에는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대북 송금·성남FC 제3자 뇌물·백현동 개발 비리·법인카드 유용 등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 등이 포함돼 있다. 민주당은 범죄 피해자들, 법조계와 다수 언론, 시민단체, 야당의 우려와 반발에도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없앴다.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고 무고한 사람들을 괴롭힌다'는 핑계를 댔지만 이재명 대통령을 수사한 검찰에 대한 보복이자, 정치인에 대한 검찰 수사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措置)였다고 본다. 그 결과 서민과 약자는 억울한 피해를 입어도 국가의 보호를 받기가 어려워졌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광주 여고생 피살 사건 등에서 보듯 검찰 보완수사가 아니었다면 '진실'이 묻혔을 것이다. 최근에는 경찰이 실종 신고를 허위로 종결 처리하는 바람에 제때 수색을 못 해 실종자를 백골로 맞이하는 일도 벌어졌다. 그래 놓고 유독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겨냥해 수사·기소권을 모두 갖는 '특검'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이 대통령 구하기를 위해 모순(矛盾)된 언행을 하는 것이다. 민주당 주장대로 검찰의 조작기소가 낱낱이 드러났다면 특검이라는 별도 절차를 만들 필요가 없다. 이 대통령 재판을 신속히 재개(再開)하고 조작기소 증거를 법원에 제출해 무죄 판결을 받으면 된다. 그 간단하고 정당한 절차를 두고 굳이 '조작기소 특검법'을 강행하려는 의도는 뻔하다. 사실상 '이재명 대통령이 본인 사건을 본인이 재수사하고, 본인이 공소취소하겠다'는 것이다.
2026-08-26 05:00:00
[사설] 수치만 성장할 뿐 정부가 조성하는 불안에 발목 잡힌 경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성장률을 3.2%로 전망했고, 수출과 설비투자도 7~8%대 증가를 예상했다. 500대 기업 중 비교 가능한 331곳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250%가량 급증했다. 경제 회복을 알리는 숫자들이다. 그런데 경제주체(經濟主體) 움직임은 반대다. 기업 영업이익과 현금성 자산은 급증했는데 자본지출은 오히려 줄었다. 현금이 쌓여가는데 미래 투자를 줄였다는 말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뺀 기업 투자는 심각할 정도로 줄었다. 가계의 체감 현실도 다르지 않다. 상반기 명목 소매판매는 0.3% 늘었지만 물가 인상을 뺀 실질 소매판매는 2.4% 감소했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8월 소비자심리지수와 현재경기판단지수 모두 떨어졌다. 수치는 '경기 회복' 신호를 보내지만 경제주체 반응은 다르다. 기업은 투자를 주저하고 현금 쌓기에 바쁘다. 가계는 생활물가와 자산가격 사이에서 지출을 방어한다. 대외 불확실성 탓도 크다. 그러나 미국 관세, 중국 경기, 중동전쟁, 반도체 가격을 정부가 통제할 수는 없다. 이 때문에 국내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더 중요하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는 대규모 미래산업 투자와 생산적 금융을 추진하며 세제와 기업지배구조, 노동 제도까지 잇달아 바꾸고, 부동산 정책도 세제와 공급 대책을 거듭 수정한다. 기업과 가계가 투자하고 소비하기에 불안한 상황을 정부가 조성(造成)한다. 정부는 정책금융을 늘릴 게 아니라 기업의 수요와 비용, 세금과 규제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가계도 소비쿠폰이나 일회성 지원은 한계가 있다. 오른 생활비와 주거비 부담, 자산 가격 불안이 지속되는데 소비가 회복될 리 없다. 정부가 성장률 3%를 목표로 삼는 것은 자유다. 그러나 목표치를 높이는 것과 경제주체 신뢰를 높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기업이 돈을 쌓고 가계가 지갑을 닫는 경제에서 정부가 할 일은 경제주체를 움직이라고 다그치는 것이 아니다. 수치만 성장하고 불안이 커지는 역설적 상황을 빚어낸 장본인(張本人)이 정부임을 알아야 한다.
2026-08-26 05:00:00
[사설] 대구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 검토, 전향적 변화 필요
대구시가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의 남은 600m 구간에 대해서 일반차량 통행을 허용할지 검토하고 있다. 27일 관련 토론회도 연다.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는 전국 최초로 지정된 이후 17년이 지났다. 대중교통 이용을 촉진하고 보행(步行) 환경을 개선하는 데 일정한 성과를 거뒀지만, 도심 상권과 교통 여건은 크게 달라졌다. 특히 침체된 중앙로와 동성로 상권을 생각하면, 차량 접근성(接近性)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 시민과 상인 모두에게 이로운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상인들의 전용지구 해제 요구를 '집단 이기주의'로 보는 시각은 경계돼야 한다. 고객이 접근하기 편해야 상권이 살아날 수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는 절박하다. 물론 일반차량 통행이 바로 상권 활성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차량이 통과하는 것과 사람들이 차에서 내려 가게를 이용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반대로 차량 통행을 제한한다고 해서 보행 중심 상권이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합리적 절충점(折衷點)을 찾아야 한다. 도시환경과 소비 행태는 17년 전과 크게 달라졌다. 온라인 소비가 확대됐고, 상권의 경쟁도 치열해졌다. 인근 대규모 아파트 신축으로 교통 수요도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통행 제한을 무조건 유지하는 정책은 합리적이지 않다. 북측 450m 구간의 차량 통행 제한을 풀었지만,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그렇다면 남은 600m 구간까지 해제하는 방안을 전향적(前向的)으로 검토할 이유는 충분하다. 다만 해제가 무방비 상태의 '전면 개방'이면 곤란하다. 남은 구간은 보행량과 버스 통행이 많다. 꼼꼼한 교통안전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불법 주정차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버스 정류장 주변의 병목을 해소하고, 이면도로(裏面道路)도 정비해야 한다. 일부 통행 등 단계적인 방식으로 시행하면서 교통량과 보행 환경의 변화를 점검하는 것도 방법이다. 무엇보다 해제의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자동차를 더 많이 다니게 하는 게 아니라, 접근성을 높여 시민과 상인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공간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2026-08-26 05:00:00
[관풍루] 이재명 대통령 25일 국무회의에서 "목소리 높인 개혁은 반발 커 실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
○…이재명 대통령 25일 국무회의에서 "목소리 높인 개혁은 반발 커 실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 보완수사권 폐지 등을 몰아붙인 여권 강성파에 대한 경고(?). 부디 정책 전환으로 민심 수용을. ○…여권의 논객인 유시민 작가가 최근 "대통령이 당 대표를 픽해서 당선시키려 하는 건 왕정"이라고 비판하자 25일 여권 일각에서 "내란 세력에 가라"고 반격. 여권 인사도 이럴진대 하물며 비여권 인사들이야.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사법부를 겨냥해 "대법원장과 행정처장은 어차피 흘러갈 물, 검찰을 반면교사 하라"고 일갈. 대통령도, 김 대표도 종신(終身)이 아닌 임기(任期)가 있는데 그가 할 말은 아닌 듯.
2026-08-26 05:00:00
2026-08-25 18:39:29
[신간]튀르키예, 역사로 여행하기/이수형 지음/홍익포럼 펴냄
공인회계사이자 역사 애호가인 이수형 씨가 현지답사와 오랜 역사 공부를 바탕으로 『튀르키예, 역사로 여행하기』를 펴냈다. 이 책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아나톨리아반도가 품어온 1만2천 년 문명사를 여행자의 발걸음과 역사적 통찰로 풀어낸 인문 기행서다. 지은이는 24일간 현지를 직접 답사하며 마주한 풍경에 평생 쌓아온 역사 지식과 기독교적 시각을 더해, 일반적인 여행기와는 결이 다른 무게감을 담아냈다. 아나톨리아는 초기 기독교가 전파된 핵심 무대이며, 오늘날에도 사도 바울과 요한의 발자취를 따르는 순례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지은이는 이스탄불의 주요 성소(아야 소피아, 아야 이레네, 톱카프 궁전 성물 전시관, 성 요르기오스 교회, 성 슈테판 불가리아 정교회 등)를 비롯해 드로아와 앗소스, 소아시아 일곱 교회 중 에베소·버가모·사데·라오디게아, 그리고 밀레토스, 히에라폴리스, 안탈리아, 이고니온, 카파도키아 등지를 두루 답사했다. 특히 이즈니크(니케아) 편에서는 여행의 감상과 더불어, 기독교 역사의 중대한 전환점이 된 세계기독교 공의회의 역사와 의미를 자세히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아나톨리아의 역사를 일궈온 다양한 인물도 조명한다. 아나톨리아를 정복한 페르시아의 키루스 대왕과 헬레니즘 세계를 열어젖힌 알렉산드로스 대왕을 비롯해, 콘스탄티누스와 유스티니아누스 등 로마 제국을 이끈 황제들을 소개했다. 또한 메흐메트 2세와 쉴레이만 대제 같은 오스만의 술탄들에서 현대 튀르키예를 세운 아타튀르크와 현 대통령 에르도안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이끈 인물들의 발자취를 입체적으로 조명했다. 괴베클리 테페와 차탈회위크로 시작되는 문명의 요람에서, 철기로 이름난 히타이트와 트로이를 거쳐 그리스·로마, 비잔틴과 오스만 제국에 이르기까지, 오늘의 튀르키예로 이어지는 문명의 흐름을 한 권의 이야기로 담아낸 점도 눈길을 끈다. 여행 실용서로서의 면모도 갖췄다. 저자가 직접 찍은 현장 사진과 함께 실제 여행 동선, 숙소, 맛집 정보를 수록해 여행을 준비하는 독자에게는 실질적인 안내서가, 당장 떠날 계획이 없는 독자에게는 깊이 있는 교양서가 되어준다.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는 "200번을 넘게 튀르키예를 다녀온 내게도 이 책이 새로운 이유"라며, 24일간의 소소한 일상과 수준 높은 교양을 함께 담아낸 점을 이 책의 묘미로 꼽았다. 조윤수 전 주튀르키예 대사는 "역사적 통찰과 종교적 식견이 녹아든 저자의 현장 기록이 독자를 매혹적인 시간 여행으로 안내한다"고 평했으며, 박천수 경북대 고고인류학과 교수(유라시아역사문화연구소장)는 이 책을 "동서 문명이 나눈 대화와 공존의 가치를 새롭게 일깨우는 문명 기행의 훌륭한 길잡이"라고 추천했다. 408쪽, 2만5천원.
2026-08-25 16:17:01
세계는 섬유를 버린 적이 없다. 다만 섬유의 가치를 바꾸고 있다. 의류 중심 산업에서 자동차와 항공우주, 방위산업, 의료·헬스케어를 뒷받침하는 첨단소재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섬유를 전통산업, 사양산업이라는 오래된 틀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때다. 그 흐름을 가장 잘 보여주는 나라가 일본이다. 최근 일본 섬유산업 현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일본은 기능성섬유와 탄소섬유를 중심으로 고성능·첨단 소재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전기차와 항공산업의 성장, 친환경·순환경제로의 전환을 새로운 기회로 삼은 것이다. 의류 시장에서도 기능성 신소재를 바탕으로 '유니클로'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세계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일본 섬유산업의 제2 활황기는 2021년부터 본격화되고 있으며, 고기능·고부가가치 소재 중심으로 무서운 성장을 진행 중이다. 이러한 경쟁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와 대학의 전문 인력 양성, 기업의 기술 축적이 맞물린 결과다. 우리 섬유산업에도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 그동안 중국산 원사는 이란·베네수엘라 등 산유국으로부터의 원료 조달과 대규모 생산설비를 기반으로 강한 가격경쟁력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최근 국제 정세 불안으로 원료 수급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원료 가격과 환율 상승이 겹치면서 중국산 원사의 가격 우위가 점차 약화되고 있다. 일부 품목에서는 국내산과의 가격 격차가 크게 줄어 국내 원사 생산 기반이 다시 경쟁력을 회복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같은 가격의 원료로 공정한 경기가 진행된다면, 우리의 첨단화 설비와 기술혁신으로 해볼 만한 환경이 형성되었다고 본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저절로 기회로 이어지진 않는다. 좁혀진 격차를 기술혁신과 산업구조 전환에 활용해야 한다. 첫째, 탄소섬유와 아라미드섬유 등 미래 첨단 섬유 소재의 연구개발과 상용화를 확대해야 한다. 섬유는 더 이상 옷만 만드는 소재가 아니다. 미래차와 항공우주, 방산, 의료, 에너지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소재다. 둘째, 원사에서 원단, 염색·가공, 봉제와 패션으로 이어지는 국내 생산 기반을 지켜야 한다. 노후 생산설비를 첨단화하고 AI 기반 생산관리와 품질관리, 다품종 소량생산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어느 한 공정이 무너지면 공급망 전체의 경쟁력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셋째, 우리 기술과 소재를 세계시장과 연결할 글로벌 브랜드와 선도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산업 생태계를 견인할 글로벌 앵커기업과 연구·인증·사업화를 지원할 앵커기관 유치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우수한 소재와 기술력을 보유하고도 해외 브랜드의 공급자에 머문다면 부가가치를 확보하기 어렵다. 소재 개발부터 디자인, 생산, 유통, 마케팅까지 이어지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섬유를 버리지 않은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의 생명을 지켜주는 자동차 에어백, 타이어 코드지, 항공기 동체, 우주복 등이 모두 섬유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섬유가 과거의 산업이 아니라 미래산업을 움직이는 핵심 소재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지금은 우리에게도 흔치 않은 기회다. 이제는 섬유를 사양산업이 아닌 국가 전략산업으로 다시 바라봐야 한다. 결국 바뀌어야 할 것은 섬유가 아니라 섬유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이다. 지금이 대한민국 섬유산업의 미래를 다시 설계할 골든타임이다.
2026-08-25 14: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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