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25 19:01:05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35>정월대보름날 다리 밟기로 다리 건강 챙기기
송월헌(松月軒) 임득명의 '시가지의 다리를 달밤에 거닐다'는 '가교보월'은 1786년(정조 10) 정월 대보름날이다. 새해 들어 첫 보름달을 맞는 이날 풍속 중에 '다리'를 건너며 '다리'가 건강하고 한 해 동안 병 없기를 기원하는 답교(踏橋), 다리밟기가 있었다. 절기로 보면 입춘의 앞이나 뒤인 때여서 추위도 좀 누그러져 달밤을 즐길만했다. 다리 위에 11명이 보이지만 실은 이날 밤 온 성안 사람들이 다 쏟아져 나와 달구경을 하고 성내의 돌다리를 두루 돌아다니며 건너 서울의 다리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인산인해였다고 한다. 서울 시내를 가로지르는 청계천 다리 중에서도 번화가에 있는 광통교, 수표교는 특히 사람들이 많이 모였던 답교 명소였다. 설, 추석 다음으로 꼽는 명절인 정월대보름 풍속이라 이날만큼은 야간 통행금지가 풀려 사람들은 밤새 돌아다니며 통금 없는 밤의 자유를 만끽했다. 어눌한 필치의 윤곽선으로 강조한 환한 보름달 아래 청계천을 시원하게 대각선으로 배치해 어스름한 밤풍경을 사선 구도의 운동감과 결합했다. 천변으로 기와지붕이 즐비해 이 다리는 광통교일 듯. 임득명이 '가교보월'을 그린 이유는 이 해에 인왕산 옥동(玉洞) 주변에 살던 13명이 모여 결성한 중인들의 문학동호회인 옥계시사(玉溪詩社) 합동시집인 '옥계십이승첩(玉溪十二勝帖)'에 시각 자료로 넣기 위해서였다. 임득명은 불과 20세에 참여해 이렇게 그림까지 그렸다. 십이승이라고 한 12가지 빼어난 일은 사원(社員)이 일 년 동안 매달 모이는 날과 장소, 행사를 아우른 말이다. 날짜는 가교보월의 정월대보름, 4월의 연등 행렬을 구경하는 초파일처럼 일정하기도 했고, 5월의 밤비 내릴 때, 8월의 국화 필 때처럼 정취와 철을 따르기도 했다. 지금으로 치면 정기모임(정모)와 갑작스런 만남인 '번개'가 섞인 셈이다. 옥계시사는 나중에는 자주 모였던 천수경의 집 이름을 따 송석원시사로 불리게 된다. 송석원시사는 30여 년간 지속되며 중인 문학 운동의 정점을 이뤘다. 정조시대 중인들은 문학을 매개로 결속하며 양반사대부에 대체될 수 있는 새로운 사회세력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중인계층의 부상은 조선사회의 역동적 자기 극복 과정으로 이해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역사적 의미가 있다. 대구의 미술사 연구자
2026-02-25 16:53:32
그렇게 달 수가 없다. 곶감이다. 어떨 때는 꿀보다 달았다. 할아버지가 손자를 곁에 두고 싶을 때 어김없이 벽장에서 동화처럼 등장했다. 팔도에 별별 감이 다 있다. 그게 동절기를 거치면서 실에 꿰어 말린 '곶감'이 된다. 전국에 얼추 200종이 있다. 일반인들은 그게 그 곶감이라 여기는데 그게 아니다. 산골의 풍세(風勢)와 기온에 따라 그 질감이 엄청 달라진다. 곶감총사령부랄 수 있는 상주는 '둥시', 쟁반같이 생긴 청도의 '반시'(盤枾)는 감말랭이용으로 불티나게 팔려나간다. 이밖에 전남 구례·광양이 주산지인 '장둥이', 전북 완주군이 주산지인 '수홍', 충북 영동과 논산 등이 주산지인 '월하시', 경남 함안, 의령 등지에 많이 분포한 '수시', 경남 산청의 '고종시', 표면이 먹물을 뿌려놓은 것처럼 검은 전남 장성군의 '먹시', 남해안 지역에 분포하는 재래감인 하동 '월예감', 의성 '사곡시' 등이 유명하다. 고종시는 조선의 왕인 고종이 좋아한 감이라 한다. 수시는 물이 많아 붙은 이름이다. 경북 예천은 '은풍준시'로도 유명하다. 둥시와 달리 네잎크로버처럼 생긴 수종시를 손으로 직접 깎아 곶감을 만든다. 다른 곳은 모두 씨가 있는 곶감을 생산하는데 전북 진안군 정천면 학동과 마조마을은 '씨없는 곶감단지'로 정평이 났다. 그럼 제주도에도 감나무가 있을까? 모두 귤감만 알고 있는데 감도 있다. 제주감은 제주의 옷으로 불리는 갈옷 염색재로 사용된다. 하지만 울릉도는 아직 감과는 인연이 멀다. 참고로 일반 감보다 두 배 이상 큰 대봉감은 전남 하동군 악양면과 영암군 금정면이 특산지. 단감은 경남 김해시 진영읍이 알아준다. ◆ 추억과 동격인 곶감너나없이 배가 고팠던 그시절 농가에선 감 껍질도 말려서 간식으로 먹었다. 곶감철 농가에 가면 깎아낸 감껍질도 그냥 버리지 않는다. 제주도 귤피처럼 활용된다. 이 감 껍질은 사료로 사용되기도 하고 감식초를 담그기도 한다. 궁핍했던 시절 감 깎아주는 일을 하고 그 품삯으로 감 껍질을 받기도 했다. 곶감은 수분관리가 너무 어렵다. 자연건조는 20일 정도 걸리나 인공건조는 처음 37℃에서 말리다가 32℃ 정도로 낮춰 건조하면 4일 정도면 된다. 탄닌의 산화, 갈변을 막아 색조가 선명한 제품을 내기 위해서 '황훈증'을 한다. 둥시곶감은 다른 곳보다 조금 더 말리는데 60일 정도 자연건조를 한다. 상주 둥시는 약간 큰 감에 속하고 건조기간도 그만큼 길다. 곶감 표면에 하얗게 이는 분을 '시상'(枾霜)이라 한다. 사정을 모르는 이는 '흰곰팡이'로 착각한다. 아니다. 포도당과 과당이 넘쳐 밖으로 삐져나온 것이다. 곶감을 손으로 주무르면 분이 더 많이 일게 되는데 예전에는 이 분을 따로 모아 단맛을 내는 조미료로 썼다. 기계건조를 하게 되면 겉껍질은 질기고 속은 단단해진다. 색깔도 짙고 불투명해진다. 곶감 속에 빈 공간이 있는 것은 채 여물지 않은 감으로 건조한 것으로 맛이 떨어진다. 덕장으로 옮긴 뒤 10일 정도는 특히 대형 선풍기를 가동해서 초벌 건조에 신경써야 된다. 겉이 빨리 말라야 내부와 외부 사이에 꾸덕한 막이 생겨 잡균이 붙지 않고 모양도 잘 잡히기 때문이다. 대형농원은 모자라는 감을 확보하기 위해 감을 사오거나 감밭을 임차하기도 한다. 양질의 큰나무를 임차하려면 수십만원을 줘야 한다. 껍질깎는 기계가 감꼭지를 밀어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경우는 플라스틱으로 된 '인공 감 꼭지'를 끼운다. 우린 비싼 곶감이라고 투덜대지만 내막을 알고나면 입을 다문다. 감을 매입해 선별하고 건조대에 걸어 60일간 말리면서 10% 정도는 품질 미달로 달아난다. 인건비, 연료비 등을 더하면 생산원가가 감 1개당 1천원에 이른다. 여기에 포장, 보관, 운송비 등을 감안하면 소매가격 1개당 1천500원 받아도 남는 게 별로 없다. ◆상주 곶감특구 상주는 곶감의 메카이다. 국내 곶감 유통량의 60% 이상이 상주곶감이다. 무려 3천900여 농가가 곶감에 매달린다. 상주에서 100동(1동은 감 1만개) 이상 곶감을 내는 데는 100여 농가, 500동 이상은 20여 농가다. 상주군청에 곶감 전담팀도 있다. 상주군 외남면 소은리는 남장동과 함께 상주의 대표적 '곶감특구'다. 소은리뿐만 아니라 외남면은 좀 부풀려 말해 보이는 나무마다 모두 감나무일 정도다. 750살이 넘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해묵은 감나무는 바로 소은리 '하늘아래 첫 감나무'. 2010년 곶감의 고장 상주의 상징적인 고목 감나무를 경북도와 상주시가 국립산림과학원에 의뢰해서 조사를 해 봤더니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접붙여 자란 나무였다. 가장 큰 유통기관은 2006년 문을 연 '상주곶감유통센터 영농조합법인'. 그런데 2005년 중국산 곶감이 한국을 급습한다. 어쩜 위기의식을 가진 상주곶감이 센터를 앞세워 반격에 나선 것이다. 현재 상주곶감 전문 공판장은 센터를 비롯, 남문청과, 농협, 원예농협 등 모두 4곳 . 상주의 감은 밑이 납작한 청도 반시와 달리 둥글둥글해 '둥시'로 불린다. 2개월쯤 바람 잘 통하는 덕장(건조장)에 걸려 황태처럼 잘 말려진다. 예전에는 바람이 잘 들락거리는 곳에 농막 같은 건조대를 집집마다 원두막처럼 만들어놓았다. 의성의 마늘농가 건조대와 비슷한 구조다. 외남면 소은리는 속리산이 서쪽에서 불어오는 습한 바람을 막아주면서 건조하고 찬 바람이 많이 불게 만든다. 당연히 일교 차가 커 맛있는 곶감이 만들어진다. 이 마을이 개벽하기 시작한 건 마을 주도 곶감축제가 열리면서부터. 2015년에는 전국 첫 곶감테마공원까지 개장된다. 거기 가면 유달리 호랑이 모형이 많다. 일제강점기 마해송 등 여러 작가가 우는 아이의 울음을 뚝 그치게 만든 '곶감과 호랑이' 동화를 새롭게 스토리텔링했다. ◆사라진 곶감도가곶감유통은 오래 상주 남문시장 '곶감도가'에서 전담했다. '곶감 파시'라고나 할까. 12곳 도가에 소속된 200여 명 안팎의 상인들이 곶감을 사고팔았다. 그랬던 곶감이 1990년대 중반 우루과이라운드(UR)로 농산물시장이 개방되고 지방자치제가 시작되면서 새로운 소득작목으로 부상, 산업화의 길을 걷게 됐다. 처마 밑에 주렁주렁 달려 가을풍경을 대표했던 곶감은 보기 힘들다. 번듯한 첨단 건조장으로 옮겨진 것이다. 점차 '곶감공판시대'로 건너간다. 1997년 상주농협공판장에서 시작돼 지금은 상주원협과 남문시장, 유통센터 등으로 확산됐다. 상주농협공판장만 해도 곶감 철이면 하루 평균 5억 원 안팎의 곶감이 거래된다. 오래 전 곶감도가의 마지막 상인과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덕일상회 서정병 사장이다. 당시 12개 업소 중 간판이 있는 건 2곳(덕일·풍년상회) 뿐이었다. 곶감철이 되면 청수여관은 상인들의 봉놋방이었다. 이젠 그 여관도 사라졌다. ◆청도반시 이야기 2011년 청도반시는 '지리적 표시제'로 등록돼 보호받고 있다. 청도반시는 왜 씨가 없을까? 2002년 연구 결과가 나왔다. 청도지역은 암꽃만 맺는 감나무 품종이 많고 수꽃을 맺는 감나무가 거의 없어 수정이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청도의 감나무는 씨가 생기지 않는다. 또한 분지모양의 산간지형인 청도는 감꽃의 개화시기인 5월에 안개가 짙어 벌의 수분활동이 어렵다. 높은 산들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어 다른 지역의 감나무 수꽃가루가 자연 유입되기도 어렵다. 수꽃 나무들은 산을 넘지 못해 번번이 암꽃 나무에게 이르는 길에서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불과 수십년 전까지만 해도 청도에서도 씨가 맺히는 일명 '돌감'이 꽤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돌감의 대척점에 '물감'도 있었다. 물감은 서리가 내리기 전 반시를 일컫는다. ◆감말랭이마을 홍시와 곶감 사이에 꾸덕한 육포 같은 게 '감말랭이'다. 청도에서 감와인 못지않게 사랑을 받은 게 '감말랭이'이다. 곶감으로 특화되기 전에 말랭이 상태로 소진된다. 1990년대 후반 매전면 상평마을에서 전국 최초로 가공을 시작했다. 원래 감말랭이 기술을 보급한 주인공은 대통령상까지 받은 작고한 박성길 씨. 그가 15년 정도 말랭이로 히트 치자 김정오 이장 등이 가세한다. 1998년 원조마을 표석비까지 세웠다. 그래서 그런지 매전면 가로수는 전부 감나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음은 수작업으로 하다가 나중엔 수동식, 이젠 자동기계가 꼭지도 따고 껍질까지 매끈하게 깎아준다. 이어 크기에 따라 2~6등분 한다. 수확한 청도반시는 감 특유의 떫은 맛을 없애는 탈삽과정에 들어간다. 곰팡이 방지를 위한 훈연 및 숙성·건조과정을 거치면 감말랭이가 완성된다. 매전면이 지금처럼 반시 천지가 된 건 아니다. 일반 사과농사가 잘 되지 않아 대체작물로 기용된 게 반시였다. 예전에는 자연 건조했는데 이제는 29~30℃ 건조실에서 인공적으로 건조해 판다. 그게 더 위생적이고 맛도 좋기 때문이다. 예전 자연건조 때는 밤만큼 딱딱하고 거무튀튀하게 생긴 토종 곶감은 그 모양 때문에 시장에서 거의 사라진 것 같다. 몰랑하고 예쁘장하게 생긴 여느 곶감이 '양봉꿀' 같다면 토종 곶감은 '목·석청' 같은 포스를 갖고 있었는데…. 그 맛이 자못 그립기만 하다.
2026-02-25 13:57:52
지난 22일 일본 정부는 '다케시마의 날' 기념행사에 예년처럼 차관급 고위 관료를 참석시켰다. 그동안 독도 문제에서 강성 발언을 이어온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기존처럼 차관급 각료를 파견한 점은 갈등을 키우지는 않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올해도 어김없이 독도가 자국 영토라는 억지를 반복하였다는 점에서, 향후 독도를 둘러싼 한일 양국의 관계가 악화의 길로 치달을 수도 있는 형국이다. 대한민국도 독도 영유권을 부당하게 주장한 일본에 강한 항의를 표명했고, 경상북도도 24일 '독도 평화관리 민관 합동회의'를 개최하였다. 일본의 '다케시마의 날' 기념행사에 대응하는 성격의 연례 회의로서 매년 10월 25일 개최되는 '독도의 날' 기념행사와 함께 독도를 대한민국의 금수강산으로 확인하고 선포하는 자리이다. 사실 일본의 독도에 대한 도발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일본은 매년 '다케시마의 날' 기념행사를 열고, 도쿄에 영토주권 전시관을 설치하고, 초중고교 교과서에 독도 관련 왜곡된 역사를 기술하고, 국제사법재판소(ICJ)에 독도 문제를 제소하겠다고 떼를 쓰는 등 스스로 선린 관계를 훼손해 왔다. 더욱이 우려스러운 점은 2026년 총선에서 다카이치 총리가 압승을 거둠으로써 소위 '평화헌법' 개정 등 일본의 우경화가 변곡점을 맞게 되었다는 점이다. 동시에 대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과의 군사 협력 확대는 동북아시아를 전장(戰場)으로 변모시킬지도 모른다. 이처럼 일본의 군사적 역량이 커지면 커질수록 대한민국은 과거의 악몽으로부터 몸서리칠지도 모른다. 1905년 일본은 시마네현 고시를 통해 독도를 침탈하였고, 그 5년 후에 한반도 전체를 집어삼켰다. 따라서 적어도 독도를 자국 영토라고 억지를 부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한반도 재침탈의 시도로서 묵과할 수 없다. 따라서 '다케시마의 날' 기념행사가 신(新)제국주의의 징표라는 점에서 강력하게 규탄한다. 설상가상으로, 오늘날 국제질서는 혼돈의 세상이다. 여러 요인이 연계되어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외정책 불안정성이 그 중심에 서 있다. 그의 핵심 정책인 상호관세 부과는 연방대법원에 의해 위법이라는 판결을 받았다. 그동안 전략핵무기의 감축을 주도해 왔던 New START(신전략무기감축조약)는 생명력을 잃었다. 세계 곳곳에서 자의적으로 사용되는 무력은 지구촌을 지옥과도 같은 세상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래 미국이 구축했던 국제질서는 스스로에 의해 종언을 고하고, 일부 강대국들이 세상을 분할하여 지배하는 그런 세상이 눈앞에 다가올지도 모른다. 이 경우 동북아시아에서 대한민국과 일본의 관계도 협력과 충돌이 교차하는 새로운 질서 앞에 놓일 것이다. 지정학적으로 한일 양국은 상호 협력하여 미래지향적 동반자 관계로 나아갈 것이 강력하게 요청된다. 그것이 바로 양국의 이익과 합치됨은 자명하다. 그러나 동시에, 독도라는 예민한 영토 문제가 양국의 발전을 가로막을 수도 있다. 단언하건대 독도를 둘러싼 일본의 도발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결국 대한민국의 선택지는 국력을 키워 일본을 압도하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 대한민국의 모든 구성원이 국력을 끌어올려 일등 국가로 나아가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동시에 독도에 대한 변치 않는 사랑과 관심을 보일 때 독도는 대한민국의 금수강산으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 이용호 영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26-02-25 05:00:00
[사설] 트럼프 관세 돌발 변수…우리 경제 발목 잡지 않도록 주의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국가를 상대로 15%의 '글로벌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23일(이하 현지시간) 소셜미디어를 통해 "상호관세 위법 판결을 유리하게 이용하려는 국가는 더 높은 보복성 관세를 부과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대법원 판결에 굴하지 않고 관세 정책을 더 강경하게 밀어붙일 것이라는 추가적인 경고 메시지다. 미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의 대체 카드로 내건 무역법 122조, 301조, 무역확장법 232조 등이 '상당한 운신의 폭'이 있다 보니 "일단 기존의 무역 협정을 이행하며 다음 행보를 지켜보라"고 조언하고 있다. 사실 한국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에 상호관세 대신 꺼내든 무역법 등이 기존보다 더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당장 이날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무역확장법 제232조를 근거로 배터리·화학·통신장비 등 6개 산업에 추가 관세를 검토 중이라고 한다. 우리의 주요 대미(對美) 수출 품목이다. 여기에다 쿠팡 사태도 무역법 301조에 얽혀 있다. 앞서 쿠팡의 미국 투자사들은 쿠팡에 대한 한국 정부의 "부당하고 차별적인 행동"을 주장하며 조사를 청원(請願)했다. 이어 23일 미국 하원은 해롤드 로저스 한국 쿠팡 법인 임시 대표를 법사위에 출석시켜 7시간 동안 비공개 조사를 벌였다. 반면 이번 '글로벌 관세'로 중국은 오히려 이득을 본다는 평가다. 미국의 대중 무역가중평균 관세율이 36.8%에서 21.2% 선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추산이다. 시도 때도 없이 바뀌는 트럼프의 말은 항후 몇 년간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심화시키는 '돌발 변수'로 끊임없이 작용할 것이다. 이 때문에 그의 말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할 것이 아니라, 트집 잡힐 빌미를 주지 않는 우리 정부의 견고한 대응책 마련에 각계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치밀한 협상으로 대미 투자 등에 대해 미국 측을 설득하되 무리한 요구에 대한 성급한 타협도 금물(禁物)이다.
2026-02-25 05:00:00
[사설] 대법원, 전국법원장회의 소집…전국법관대표회의도 나서라
대법원이 25일 전국법원장회의를 긴급 소집(召集)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23일 더불어민주당의 '사법개혁 3법' 추진에 대해 "사법부가 생긴 이래 80년 사법제도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이라며 강한 우려를 표명한 데 이은 강경 대응이다. 지난해 9월(임시회)과 12월(정기회) 전국법원장회의 때 여권의 사법개혁과 관련해 공론화 절차 및 위헌 소지 우려 등 입장을 밝힌 바 있지만, 국회 법안 처리 기간에 긴박하게 소집한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평소 신중하고 원칙을 중시해 온 조 대법원장이 "국민들에게 직접적으로 그 피해가 갈 수 있는 문제"라고 발언한 뒤 곧바로 법원장회의를 소집한 것도 이번 사안의 중대성을 잘 드러낸다. 이러한 대법원의 대응은 민주당이 다음 달 3일까지 처리를 공언(公言)한 법 왜곡죄, 재판소원, 대법관 증원 등 법안들의 위헌 및 사법 근간 훼손 우려와 위기감 때문이다. 대법원이 그간 '사법제도의 중대한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공론화를 거쳐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 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서다. 실제로 법 왜곡죄는 재판의 독립성 침해, 재판소원은 사실상 4심제, 대법관 증원은 정치적 편향성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입법 후 위헌 법률 심판 청구 등 후속 대응을 할 수도 있지만 이미 법안이 만들어지고 위헌 판단도 헌법재판소로 넘어간 이후다. 대법원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대응인 셈이다. 그런데 전국 각급 법원 판사 회의체인 전국법관대표회의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 주도의 이들 법안이 옳고 필요하기 때문이라면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사법 체계의 근간을 흔들고 국민에게 그 피해가 돌아갈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면 침묵해선 안 된다. 국민은 궁금하다. 민주당의 주장처럼 국민의 기본권을 강화해 주는 법안인지, 대법원의 우려처럼 사법 독립이 훼손되고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법안인지 알고 싶어한다. 침묵은 중립이 아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도 조속히 회의를 소집해 이에 대한 의견과 입장을 내놔야 한다.
2026-02-25 05:00:00
[사설] 강선우 체포동의안 가결 정치 정상화 신호, 수사도 정상 속도로
'공천헌금 1억원 수수' 혐의를 받는 강선우 무소속 의원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이 가결됐다. 이날 표결에서 국민의힘은 찬성 당론, 조국혁신당은 찬성 권고, 더불어민주당은 자율 투표에 맡겼다. 체포동의안 가결에는 재적 의원 과반(過半)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이 필요하다. 다수당인 민주당에서 찬성표가 나오지 않으면 가결이 불가능했다. 민주당에서 여러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국회 체포동의안 가결은 유죄 확정(確定)이 아니라, 수사를 제대로 받도록 하자는 최소한의 절차다. 국회의원의 범죄 혐의가 중대하다면 법의 판단을 받도록 하는 것이 국회의 당연한 책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국회 표결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否決)된 사례가 많았다. 특정 정당의 당리당략에 따른 '방탄국회'뿐만 아니라 여야를 떠나 국회의원들이 "서로 지킨다"는 의식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최근 정치권은 각종 비리 의혹으로 국민 신뢰를 잃어왔다. 강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것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민심을 의식(意識)한 면도 있겠지만, 정치가 최소한의 상식을 회복한 신호라고 본다. 탈당했지만 '전직 당원·같은 편'이라는 이유로 방탄에 나서는 모습이 더 이상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 강 의원 체포 동의안 가결은 법 앞에 성역(聖域)은 없다는 원칙을 확인하고, 지키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공은 수사기관으로 넘어갔다. 경찰은 엄정하고 빠른 수사로 사실을 밝혀야 한다. 정치권 눈치 보기 수사 행태를 보인다면 경찰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질 것이다. 경찰 수사가 지지부진(遲遲不進)한 탓에 통일교 금품 수수 혐의를 받는 전재수 의원(부산 북구갑)은 부산시장 선거 출마 행보에 거침이 없다. 김병기 의원에 대한 수사 역시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이번 강 의원 체포동의안 가결은 젊은 정치인의 몰락(沒落)이 아니라 정치 정상화의 첫걸음이 되어야 한다. 경찰 역시 정상적인 속도로 수사해 민주주의 질서를 지키는 당연한 책임을 수행해야 한다.
2026-02-25 05:00:00
[관풍루] 이재명 대통령 "나라의 모든 문제 원천이 부동산"이라고.
○…전남도 인사위원회는 최근 관용차를 수백 차례 사적으로 운행한 여수시 비서실장(별정 6급)에 대해 해임을 의결. 경기도 '법카' 마음대로 쓰고도 처벌받지 않고 잘 살고 있는 누군가를 따라 했다면 착각, 급(級)이 달라! ○…이재명 대통령 "나라의 모든 문제 원천이 부동산"이라고. 그런가요? 사람들은 이 나라 모든 문제의 원천이 비리·범죄를 저질러도 감옥 안 가는 정치인 때문으로 알고 있는데. ○…24일(현지시간) AFP통신과 현지 매체, 인도 마오주의 공산 반군(낙살라이트)의 최고 지휘관 등 18명 경찰에 투항 보도. 끈질긴 좌파 이념의 생명력도 이제는 수명 다한 듯.
2026-02-25 05:00:00
2026-02-24 18:57:01
설 연휴가 끝났다. 차례를 마치고 세배를 나눈 뒤, 북적이던 거실이 고요해지고 나서야 생각이 정리됐다. 우리는 전통을 지키고 있는가, 아니면 전통이라는 이름 아래 변화를 미루고 있는가. 익숙함에 기대어 판단을 미뤄온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명절 연휴, 대구 동성로 반월당 지하철 계단에서 발걸음이 몇 차례 엇갈렸다. 사람들은 서로 비켜섰지만, 그 짧은 머뭇거림은 반복됐다. 우측통행이 원칙이 된 지 오래지만 몸은 여전히 주저했다. 한때 배웠던 좌측통행의 기억이 무의식처럼 발걸음을 이끌었다. 문제는 어느 쪽이 옳으냐가 아니다. 바뀐 제도가 생활 속으로 충분히 스며들지 못한 데 있다. 질서는 법으로 정해지지만 문화는 몸으로 완성된다. 명절처럼 사람이 몰리는 날이면 그 간극은 더욱 선명해진다. 사소한 동선의 혼란은 공동체가 규칙을 얼마나 생활화했는지를 드러낸다. 작은 불편을 어떻게 나누고 조율하느냐가 결국 사회의 품격을 결정짓는다. 명절의 풍경도 다르지 않다. 상차림과 설거지, 음식 준비와 뒷정리가 여전히 일부 구성원에게 집중된다. 시대는 달라졌지만, 역할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우리는 이것을 전통이라고 부르지만 그 안에는 조선의 가부장 문화와 근대 이후 굳어진 가족 규범이 여전히 남아 있다. 오래된 관습이 모두 전통이 되는 것은 아니다. 바뀌지 않는 관습은 존중의 대상이 아니라 다시 살펴볼 대상이다. 그렇다고 전통을 부정할 이유는 없다. 전통은 존중받아야 한다. 다만 존중과 답습은 다르다. 전통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형식뿐만 아니라 그 의미도 함께 이어져야 한다. 세배의 절차보다 중요한 것은 존중의 마음이며 차례의 순서보다 중요한 것은 함께 나누는 시간이다. 전통은 공동체가 지금도 동의하는 약속이어야 한다. 우리는 흔히 질서를 중시하는 사회라 말한다. 작은 질서부터 더욱 정교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 우측통행을 몸으로 익히고 명절 노동을 자연스럽게 나누는 것은 사소해 보이지만 공동체의 태도를 드러낸다. 방향은 바뀌었는데 발걸음이 여전히 머뭇거리고, 시대는 달라졌는데 역할이 그대로라면 우리는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관습을 반복하고 있을 수 있다. 설은 지나갔다. 그러나 질문은 남는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고칠 것인가. 전통은 저절로 이어지지 않는다. 자신을 반문하는 공동체만이 전통을 새롭게 써왔다. 그 과정에서 우리의 명절과 일상은 조금씩 방향을 바로잡을 것이다. 전통은 보존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2026-02-24 09:34:18
[사설] 펄펄 끓는 증시에 '빚투' 폭증, 정부는 하락장 대비책도 세워야
코스피(KOSPI) 지수가 '6,000'이라는 사상 초유의 숫자를 눈앞에 둔 가운데 급증하는 '빚투(빚내서 투자)'가 우리 증시 시장의 건전성을 위협하는 뇌관(雷管)으로 지목되고 있다. 매일같이 껑충껑충 뛰어오르는 지수에 자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이들까지 덩달아 가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들 돈 벌 때 나만 가만 앉아 있다 괜히 손해 보는 것 같은 불안감이 '벼락 거지' 심리를 부추기며 신용대출에 마이너스 통장, 카드론까지 끌어다 쓰고 있다. 23일 한때 코스피 지수는 5,900선을 뛰어넘었다가 오후 들어 조금 후퇴하며 5,846.09로 장을 마감했다. 1월 2일 4,224.53으로 문을 연 코스피 시장은 지난달 22일 사상 처음으로 주가지수 5,000을 돌파한 뒤 50일간 파죽지세로 내달아 40%에 육박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끄는 반도체 불장에 너도나도 "나도 투자해 볼까?" 조바심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무턱대고 남의 돈을 끌어다 위험 자산인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3일까지 신용공여 잔고 일명 '빚투' 규모는 31조4천700억원을 넘어 2022년 말보다 약 2배 많다. 가계빚 역시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우며 2천조원에 육박했다. 주택담보대출이 지난해 3분기보다 감소했으나,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 대출이 주식 투자 수요 등의 영향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카드론마저 빚투의 창구로 활용되면서 12%가량 증가했다. 7,000~8,000까지 장밋빛 전망치를 끌어올리고 있는 증권사들이야 이자 놀이에다 거래량 급증에 따른 수수료까지 쏠쏠한 마진을 누리겠지만, 이를 고스란히 책임지는 것은 결국 개미들이다. 부동산에만 집중됐던 여유자금이 증시로 흘러들어 국내 시장을 부양하는 것은 건전한 현상이다. 하지만 '빚투'로 한몫 잡겠다는 한탕 분위기는 곤란하다. 정부는 증시 호황만을 홍보할 일이 아니라 과열 투자 양상을 관리하는 데 소홀해서는 안 될 것이다.
2026-02-24 05:00:00
[사설] 업체 배만 불리는 민자 유료 도로, 더 이상 안 된다
대구 범안로의 민간 관리·운영권이 오는 9월 종료된다. 범안로는 지난 24년 동안 대구시 재정 3천204억원이 투입된 민자(民資) 유료 도로다. 민자 도로 정책은 재정 부담을 덜고 신속한 도로 건설을 가능케 하는 대안(代案)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시민에게 요금을 받으면서도 매년 막대한 혈세가 투입된 '비싼 실험'이었다. 대구에선 범안로, 국우터널로, 앞산터널로 등 3개의 민자 유료 도로가 운영돼 왔다. 국우터널로는 2012년 8월 무료로 바뀌었지만, 대구시는 유료 운영 종료 이후 협약에 따라 2013년부터 7년 동안 미상환(未償還) 원금 및 이자 지원을 이유로 315억원을 지급했다. 현재 유료로 운영 중인 앞산터널로에도 11년간 306억원이 지원됐다. 이들 민자 도로는 도심의 교통량 분산(分散)과 도시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건설됐다. 그러나 민자 도로 운영 방식은 '위험은 지자체가 떠안고, 수익은 업체가 챙기는 구조'로 전락했다. 업체가 통행료 수입으로 비용을 충당하지 못하면, 대구시 재정이 장기간 투입될 수밖에 없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민자 도로는 도로 건설에 드는 비용 부담을 덜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자체 재정이 과도하게 투입되는 맹점(盲點)을 안고 있다. 배보다 배꼽이 큰 꼴이다. 업체의 수익 보장 방식 설계에 반영되는 '통행량 예측'도 불합리하다. 통행량 예측이 빗나가면 세금으로 손실을 메워줘야 하는데, 통행량은 운영 기간 동안 도시 환경 변화에 따라 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구는 인구 감소와 교통 수요 정체(停滯)라는 변화를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장기간 고정 수익을 보장하는 방식의 민자 도로 계약은 대구시의 재정에 족쇄가 될 수밖에 없다. 정책 결정 당시의 낙관적 수요 예측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교통 정책은 투자 수익률이 아니라 공공성(公共性)의 관점에서 판단돼야 한다. 시는 그간의 민자 도로 운영 실적과 재정 지원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향후 유사 사업에 대한 명확한 원칙을 세워라.
2026-02-24 05:00:00
[사설] 李 대통령 사건 공소 취소 모임 출범, 대통령의 입장은 뭔가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이 23일 출범했다. 참여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162명 중 65%인 105명이나 된다. 모임 출범 기자회견 당시보다도 20명 가까이 더 늘었다. 정치권은 물론이고 여권, 민주당 내에서의 반발과 우려, 비판이 쏟아졌지만 예정대로 출범했다. 이날 결의문을 통해 '공소 취소는 사법 정의 실현과 헌정 질서 회복을 위한 시대적 과제'라고 했지만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모임이라 보긴 힘들다. 오죽하면 여권 대표 논객(論客)인 유시민 작가조차 '미친 짓'이라 했겠는가. 이 모임의 노림수는 분명하다. 이 대통령 사법 리스크 해소와 친명 결집을 통한 당내 주도권 확보다. 모임 이름대로 이 대통령과 관련된 사건들의 공소 취소를 통해 아예 재판 자체를 무효화시키겠다는 것이다. 동시에 6월 지방선거와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정청래 민주당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청 세력을 견제하겠다는 포석(布石)도 깔고 있다. 친명계 세(勢) 결집을 통해 정 대표의 독주를 막겠다는 '반청 연합전선'의 성격도 있다고 봐야 한다. 정당 정치에서 집단 간 견제와 이합집산(離合集散)을 욕할 순 없다. 그러나 노골적으로 '공소 취소를 위한 모임'이라 이름 짓고 집단 압력을 가하겠다는 것은 유 작가 표현대로 '이상한 모임'이자 '미친 짓'이다. 민주당 주도로 사법 개혁이라는 명분 아래 진행되고 있는 대법관 증원·재판소원도, 지난해 백지화된 재판중지법도 같은 맥락의 이 대통령 사법 리스크 해소 장치다. 정상적인 국가에서 대명천지(大明天地)에 대놓고 '대통령 구하기' 입법을 추진하고 집권 여당 의원 대규모 모임까지 만든 것이다. 신동욱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이 모임 출범을 두고 '범죄 행위' '범죄 단체 결성'이라고 직격(直擊)하며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야당의 입도, 여권 유력 인사의 입도 빌릴 것 없다. 더는 논란과 분란이 되지 않도록 자신을 위해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혀야 한다.
2026-02-24 05:00:00
[관풍루] 더불어민주당…이재명 정권에서 '원조 친명'은 절대 불패(不敗).
○…이정현 국민의힘 공관위원장, 지방선거 공천과 관련 "(현직 시장·도지사도) 청년들과 계급장 떼고 '맞짱 토론' 해 조금이라도 미흡하면 망신당하고 컷오프될 것"이라고 경고. 영남의 현직 다선 국회의원도 예외일 수 없어. ○…더불어민주당, 지난해 12월 '현지 누나' 운운 '인사 청탁' 논란으로 대통령비서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서 물러난 김남국을 당 대변인으로 임명. 이재명 정권에서 '원조 친명'은 절대 불패(不敗).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사건 2심에서 무죄 받은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대법원 상고 포기에 박철우 서울중앙지검장 결정이 작용했다고. '권력의 애완견' 한 마리 또 나왔소~.
2026-02-24 05:00:00
2026-02-23 18:58:27
[윤명철의 다시 보는 한국역사와 문화] 신라의 고대국가 완성과 통일추진 정책들
난세의 소용돌이 가운데 위치한 우리 민족에게 주어진 과제는 그리 단순하지는 않다. 첫째, 지속되는 남북 사이의 군사적인 충돌을 해소하고, 가능한 한 빨리 통일을 실현해야 한다. 둘째, 분단과 전쟁 발발에 직접 관여한 중국·일본·러시아 등 국경을 접한 강대국들, 그리고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이 함께 만들어내는 상황과 다양한 압력에 대응해야 한다. 그러려면 정치력을 더 강화하고, 경제력을 더 키우며, 치밀하고 효율적인 외교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남한 내부의 갈등, 특히 사상 갈등까지 해소하고,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통일 이념 또는 새로운 문명에 대한 사상과 신앙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떤 정책과 전략을 수립하고 집행해야 하는가. 이 질문 앞에서 역사는 하나의 모델을 제시한다. '신라'와 '김이사부'이다. ◆분지 국가의 한계와 구조적 문제신라는 경상도 일대를 기반으로 삼은 진한 12국 가운데서 경주 분지를 중심으로 한 소국으로 출발했다. 형산강 유역의 비교적 비옥한 평야를 기반으로 성장했으나, 그 공간은 제한적이었고,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었다. 경주 분지의 환경 수용력은 한계가 있었다. '환경 수용력(Carrying Capacity)'이란 특정한 환경이 지속적으로 부양할 수 있는 최대 인구와 생산 규모를 뜻한다. 농업 생산력, 물, 지하자원 등, 거주 면적, 교통망의 효율성 등이 이를 결정한다. 하지만 사로국은 부단하게 통일 정책을 추진하여 5세기 말에는 경상북도 일대를 하나의 통일된 체제로 만든다. 내부의 통일에 성공한 것이다. 따라서 농지가 확장되고, 인구가 팽창했으며,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의 종류와 양도 확대됐다. 또한 통일시킨 소국들의 왕족들과 호족세력들을 귀족세력으로 편입시켜 왕권을 강화시켰다. 하지만 자체의 영토와 자원들로는 장기적인 성장과 국가로서의 발전을 감당하기 어려운 단계에 접근했다. 거구나 국제 외교 질서나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무역 체제에는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없었다. 이러한 상태의 신라가 국가의 질적인 성장을 원한다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정치적으로 통합된 내부 질서를 안정시키면서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정책이다. 또 다른 하나는 외부 공간의 확장, 즉 신라를 압박해온 국가들과 본격적으로 경쟁체제에 돌입해서 영토를 넓히거나 국가를 운영하는 데 유리한 환경수용력을 확장하는 일이었다. 물론 이 두 요소는 상호 연동하면서 영향을 주고 받는다. 하지만 우선 순위와 주도적인 위치의 차이는 있었다. 결과적으로 신라는 후자에 우위를 두는 방식을 선택했다. 즉 가야 백제 그리고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고구려 등 외부세력과 경쟁을 하면서 양적인 팽창에 비중을 두는 정책이었다. ◆지증왕의 정책과 김이사부의 등장 서기 500년, 지증 마립간이 64세라는 나이로 22대 임금이 됐다. 그는 곧 '마리' 즉 '으뜸 되는 '간(칸)'이라는 고유 명칭을 버리고, 중국식인 '왕'으로 고쳤다. 나라 이름도 '사로' '사라' '신라' 등에서 이제는 '신라'라고 고정시켰다. '덕업일신 망라사방(德業日新 網羅四方)', 즉 '덕업이 날로 새로워지고, 그물처럼 사방으로 펼쳐진다'에서 따온 용어이다. 단순한 명칭 변경이 아니라, 내부 질서 정비와 외교적 위상 강화를 동시에 노린 조치로서 국가이념이 반영된 용어이다. 명실공히 본격적인 고대국가 체제임을 국내외적으로 선포한 것이다. 후속조치로서 지방에 주와 군 현을 정해서 지방통치를 일원화시켰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우경(牛耕)을 장려했다. 분지의 한계를 인식하고, 농업 생산성을 증대하여 환경 수용력을 확대시키는 정책이었다. 지증왕은 내부 정비를 일단락한 후에 본격적으로 영토를 확장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이 때 20대 초의 젊은 왕족인 김이사부가 역사에 등장해서 70대까지 무려 50여년 동안 신라의 강대국화와 삼국통일 전초작업을 완성했다. 그가 주도해서 추진한 영토확장 등 주요한 정책들을 분석하면 몇 가지 특성들이 나타난다. 첫째는 사업들이 일회성이나 산발적인 것들이 아니었고, 시간적으로 연속성을 띄었다. 둘째는 점령 지역의 특성에 '해양'과 '수로'라는 물류망의 거점이라는 공통분모가 있고, 공간적으로 유기적인 체제를 완성시키는 과정이었다. 즉 의도적이었는지 확인할 수 없지만 국가발전 기획 즉 큰 청사진을 의식하면서 추진된 것으로 보인다. 50여년 동안에 한반도 중부 이남의 전략적 위치인 5개의 항구 지역과 연결된 교통망을 확보했는데, 이는 일종의 '해륙국가'의 형태에 근접했다. 시대상황을 고려하면 그 모델은 광개토태왕과 장수왕이 추진한 '동아지중해 중핵국가'로 보여진다. 512년, 실직주(삼척)와 하슬라주(강릉)의 군주가 되었던 김이사부는 해양 작전을 전개했다. 수군 선단을 이끌고 동해 중부의 항구(삼척 또는 강릉)를 출항하여 160여㎞를 항해하여 우산국(울릉도)이라는 해양 소국을 복속시켰다. 이로써 어업 자원과 동해 항로의 거점을 확보하여 경주 분지와 경상북도 내륙 중심의 농업 경제에 해양자원을 보완시켰다. 분지의 연맹체 국가에서 해양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고대국가로 전환한 것이다. 이 작전은 오랫동안 신라의 내정까지 간섭하면서 울진·삼척·강릉 등 동해 중부 항구와 횡단 항로를 활용했던 고구려를 북쪽으로 후퇴시켰다. 이후 신라는 동해안을 따라 북상을 시도할 수 있었고, 일본열도로 더 쉽게 진출할수 있었다. ◆법흥왕의 불교 공인과 신라의 영토 팽창 뒤를 이은 법흥왕은 517년에 병부를 설치해 군사력을 강화하고, 중앙집권적 군사 체제를 정비했다. 이어 비록 고구려의 힘을 빌렸지만 양나라에 사신을 파견했고, 522년에는 가야와 혼인 동맹을 맺었다. 외교적인 생존 전략들이었다. 527년에 조카인 '박이차돈'의 순교를 계기로 불교를 공인했다. 이는 외래종교의 수용을 넘어 귀족 세력을 통합하고 왕권을 강화하는 고도의 이념적 장치였다. 다양한 종류의 내부 분열은 사회적 수용력을 약화시키므로 불교라는 통합 이념으로 사회적, 사상적인 통일을 이루하는 시도였다. 다시 529년에는 낙동강 하구의 김해에 터를 둔 금관가야와 바다를 건너온 왜를 공격했고, 532년에 금관가야를 멸망시켰다. 이제 신라는 남해안 일대의 물류망과 해양력을 흡수해 본격적인 해양세력이 됬으며, 일본열도와 안정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교두보까지 확보해 국제적으로 위상이 높아졌다. 540년에 진흥왕이 임금이 되면서 신라사회는 비약적으로 발전을 한다. 하지만 7세에 즉위했으므로 김이사부와 재혼을 했던 어머니가 섭정을 했다. 김이사부는 병부령으로 승진했으며, 각간이면서 상대등으로서 신라의 권력을 장악했다. 체계적으로 약소국인 신라를 강대국의 반열에 올리고, 삼국을 통일하는 토대를 만들었다. 그 무렵 유라시아 세계의 질서는 재편되는 중이었고, 중국 지역은 남북조 시대라는 대분열 상황에 놓여 있었다. 반면에 광대한 초원을 통일한 돌궐 부족은 552년에 제국으로 성장하여 중국 지역을 수시로 공격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고구려는 신라와의 대결이 전념할 수 없었다. 신라는 548년에 백제와 연합해 고구려의 공격을 격퇴했고, 550년에는 충청 지역을 차지했다. 이어 고구려가 요동전선(백암성)에서 돌궐의 공격을 받을 때 한강 상류인 죽령(소백산맥) 이북의 10개 군을 탈취했다. 단양군 적성면의 돌비에는 김이사부를 비롯하여 이 때 공훈을 세운 사람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이어 점령한 충주는 남한강이라는 최고의 수로망, 낙동강과 단거리로 연결되는 육로망이 교차하는 수륙교통의 요지이고, 한반도 내륙 최고의 항구도시였다. 고구려는 이 곳에 '중원경'을 설치했고, 유명한 '충주 고구려비'를 세웠을 정도였다. 이후에 신라는 남해 동부해양과 동해 중부 해양을 유기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됐다(윤명철, 〈해양활동과 국제질서의 이해〉). ◆해양세력으로 성장과 대중국 교류신라 사회는 연속적으로 승리했고, 진흥왕은 친정을 시작하면서 '개국(開國)'이라는 특별한 연호를 발표하여 국가의 지표를 국내외에 선언했다. 553년에는 백제와 맺은 혼인동맹을 깨고, 기습공격을 감행해 서울을 포함한 한강 하류를 빼앗아 '신주'를 설치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백제와 대가야는 동맹을 맺고 신라를 협공했으나, 백제의 성왕을 관산성(충북 옥천) 전투에서 전사시켰다. 신라는 계속해서 정복활동을 시도했다. 555년에 경남의 창녕과 함안 등에 관청을 설치해서 서부 낙동강의 하류의 수로망, 동부 남해의 물류망과 해양능력을 완벽하게 장악했다. 이어 동해안을 따라 북상해 비열홀(안변)을 설치했다. 또 서울과 광주 지역에 북한산주를 설치했고, 남양만을 탈취했다. 이로서 중국 지역과 해양교류를 펼치면서 국제질서에 진입했고, 서해 수군을 육성할 수 있었다. 마침내 562년에 가야를 완전하게 붕괴시켰다. 그리고 김이사부가 죽은 후인 566년에 진흥왕은 통일의지를 담은 황룡사를 완공했고, 북진을 계속해서 함경남도 해안까지 진출했고, 황초령비, 마운령비를 세웠다. 약소국이 빠른 시간에 부국강병을 이루려면 군사력과 경제력이 급속하게 팽창해야 하며, 내부의 통일은 필수적이고, 인재를 공급하는 시스템이 양호해야 한다. 현명하거나 야심이 큰 지도자들은 이런 일을 추진했지만, 대부분은 실패로 끝났다. 그런데 약소국이었던 신라는 줄기찬 정복 작전과 피아를 가리지 않는 전방위 외교활동을 성공적으로 펼쳤다. 뿐 만 아니라 진흥왕 때 부터는 유학 승려를 비롯한 신라의 지식인들과 정치인들은 동일한 하나의 목표를 갖고 유기적으로 활동했다. 정통성 확립과 자의식 고양을 목표로 〈국사〉라는 역사책을 편찬했다. 또한 이미 시대정신으로 공감한 삼국의 통일을 선언하고, 그 의지와 논리, 기술력을 집약시킨 황룡사를 건축했다. 또한 시대상황에 적합한 인재들을 양성할 목적으로 풍류라는 사상과 '화랑'이라는 독특하고, 심원한 교육제도를 추진했다. 선진국으로 도약하지만, 불안정하고, 특히 미 중간의 충돌로 인하여 통일은 커녕 어쩌면 나라의 생존조차 위협받을수 있는 한민족에게 신라의 국가발전 정책과 김이사부라는 인물은 현실적이고 검증을 받은 모델이다. 동국대 명예교수·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대 교수
2026-02-23 14:53:13
〈숲속의 맨발학교〉 여기 숲속에 맨발이 다 모였다 우리들의 신들은 도처에 숨어 있다 신의 발자국 따라 맨발로 걸으면 숲이 한껏 부푼다 몸에 피가 돈다 너에게로 나에게로 가는 맨발 잃어버린 신을 찾아 숲속을 거닌다 〈시작 노트〉 누가 내게 '시는 어떻게 쓰는가?' 하고 묻는다면, "숲속을 맨발로 걸어 보라"고 서슴지 않고 말하겠다. 숲길을 맨발로 걸어갈 때 새소리, 바람 소리, 솔방울 떨어지는 소리, 나뭇가지 몸 비비는 소리 등에 귀가 열리고, 이러한 자연의 숨소리를 받아쓴 것이 곧 시일 테니까. 땅 밑에서 울려 나오는 대지의 음성이 발바닥을 통해 온몸으로 전해질 테니까. 몇 해 전, 내가 사는 집 〈다락헌〉 근처 뒷산 구릉지에 '숲속의 맨발학교'를 열었다. 오솔길을 비로 쓸고, 비탈길엔 흙계단을 만들어 숲속의 맨발길을 조붓이 조성했다. 초입에 비스듬히 누워있는 너럭바위엔 '숲속의 맨발학교' 시 현수막을 걸쳐 입히고, 그 곁에 '동편잿길' '서편잿길' 안내판도 세웠다. 첫 방문객으로 대구문예창작영재교육원생들이 다녀갔다. 숲속의 맨발 걷기 및 한 줄 시 쓰기 체험을 하고 간 것이다. 앞으로 〈다락헌〉을 찾아오는 지음지우(知音知友)들과도 숲속의 맨발 걷기를 틈틈이 챙길 작정이다. 우리들의 잃어버린 신을 찾아서….
2026-02-23 06:30:00
[사설] 집권 세력 폭주 외면하면서 '윤어게인' VS '절윤' 자해하는 모리배
국민의힘 원외당협위원장 협의회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정당성을 흔드는 모든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71명 참여) 전날 국민의힘 전·현직 원외당협위원장 25명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絕緣)을 거부한 장동혁 대표를 향해 "진정으로 지방선거의 승리를 바란다면, 더 이상 당을 민심 이반의 늪으로 밀어 넣지 말고 사퇴하라"고 요구한 것을 반박한 것이다. 지금 국민의힘 당원과 지지층들은 '윤 어게인(Yoon Again)'과 '절윤(絕尹)'으로 완전히 갈라져 다툰다. 양쪽 모두 당 지도부를 향해 "우리 편에 서지 않으려면 사퇴하라"고 요구한다. 장동혁 지도부를 흔드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되나? 장 대표가 물러나면 국민의힘은 일치단결해서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나? 지금 장 대표 체제에서는 '절윤'을 주장하는 쪽이 분탕을 치고 있다. 만약 장동혁 지도부가 물러나고 '절윤' 세력이 당을 장악할 경우 '윤 어게인' 세력이 반(反)국민의힘 분탕을 칠 것은 자명하다. 선거를 앞두고 '절윤'이니 '윤어게인'이니 다투는 것 자체가 자해(自害)일 뿐이다. 지금 풀 수 없는 문제라면 묻어두는 것도 현명한 대처법이라고 본다. 정부·여당의 무도함이 차고 넘친다.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송영길 돈 봉투 의혹 상고 포기로 무죄 확정, 대법관 증원, 판사와 검사를 처벌하는 법왜곡죄, 사실상의 4심제인 재판소원제 추진, 민주당의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 결성 등 하나하나가 헌법 정신을 파괴하는 거악(巨惡)이다. 정부·여당의 거악은 내버려두고 당권을 놓고 싸우는 것은 보수를 위한 것도, 국민을 위한 것도, 나라를 위한 것도 아니다. 당권을 장악(掌握)하고, 국회의원 배지를 달기 위한 '권력투쟁'일 뿐이다. 그 덕분에 정부와 여당은 '무한 폭주' 하면서도 이렇다 할 견제조차 받지 않는다. 지금 '절윤'이니 '윤 어게인'이니 핏대를 올리며 싸우는 사람들은 공히 대한민국 역사에 죄를 짓고 있다.
2026-02-23 05:00:00
[사설] 의대 선호 심화에 해외 유출 위기 노출된 반도체 고급 인력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최근 자신의 SNS 계정에 한국 반도체 인력을 모집하는 채용 게시글을 올리며 무려 16개의 태극기 이모티콘을 올려 화제가 됐다. 그는 "만약 당신이 한국에 거주하고 있고 칩 디자인, 패브리케이션(팹),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면 테슬라에 지원하라"고 적었다. 전 세계적으로 AI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는 가운데 반도체 강국으로 꼽히는 한국의 인재(人材)들을 유치해 AI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국은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반도체의 글로벌 호황에 코스피 주가 지수마저 연일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고, 세계 곳곳에서 한국의 인력 수급을 위한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반도체 산업 인력에 대한 선호도가 미미(微微)하다.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의·약대 선호 현상 탓이다. 2026학년도 대입 정시모집에서 연세대·고려대 대기업 계약학과에 합격하고도 등록을 포기한 수험생이 총 144명으로 전년 대비 무려 4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졸업 후 삼성·현대차·SK·LG 등 주요 대기업 취업을 보장하는데도 말이다. 서울대 정시를 분석했더니 자연 계열의 수험생 45.4%가 다른 대학 의·약학 계열에 동시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의대 선호는 더욱 심화(深化)할 전망이다. 2027학년도에는 지역의사제가 도입되고 의대 모집 정원이 다시 확대되기 때문이다. 요즘 MZ세대들은 단순히 높은 연봉만으로 그 직업을 매력적으로 평가하진 않는다. 유연한 근무 환경, 막강한 연구 인프라, 글로벌 프로젝트 경험, 혁신적인 조직 문화, 직무·성과 중심의 과감한 보상 체계 등의 조건이 갖춰져야 비로소 반도체 등 기술 분야로 고학력 인재들이 관심을 돌릴 것이다. K 반도체의 기술적 우위를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서둘러 정부가 나서 AI·반도체 인재 육성 정책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순식간에 뒤처지기 십상이다.
2026-02-23 05:00:00
[사설] 尹 1심 선고와 대법원장이 무슨 상관 있다고 또 탄핵 타령인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되자 더불어민주당은 또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을 거론하고 나섰다. 이번엔 윤 전 대통령에게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는 게 이유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조희대 사법부를 이대로 둘 수 없다"고 직격했고, 한병도 원내대표는 "무기징역은 사형 선고를 고대한 국민 상식과 거리가 먼 판결"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앞서 대법원의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에 대한 유죄 취지 파기환송, 조 대법원장의 윤 전 대통령 측 인사들과의 비밀 회동설, 정치적 편향(偏向) 등을 이유로 여러 차례 대법원장 탄핵을 거론·추진한 바 있다. 이번엔 1심 재판부의 판결을 문제 삼았다. 무기징역 선고는 1심 재판부가 했는데 대법원장을 탄핵하겠다는 것이다. 1심 선고와 대법원장이 무슨 상관이 있는지 궁금하다. 대법원장이 재판부에 지시라도 했다는 것인지, 재판부에 사형을 선고하라고 개입했어야 했단 말인지 모르겠다. 재판부는 각각 하나의 독립된 헌법 기관이다. 대법원장은 각 재판부의 유·무죄, 형량(刑量), 판결문 등에 개입할 수도 없다. 한 해 접수되는 소송 건수는 700만 건에 육박하고, 민·형사 등 1심 사건만 100만 건이 넘는다. 못마땅한 법원 관련 이슈나 판결이 나올 때마다 '조희대 사법부'라고 통칭하며 대법원장을 걸고넘어질 건지 묻고 싶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재판 하나하나에 '조희대 사법부'라는 꼬리표를 붙여 마치 대법원장의 문제인 것처럼 탄핵 운운하는 것이야말로 '국민 상식과 거리가 먼' 사법부 압박이자 개입이다. 정치적인 사안의 재판마다 호불호(好不好)와 이해득실에 따라 대법원장 탄핵을 추진하면 사법부 독립과 권위는 훼손될 수밖에 없다. 고질병과 같은 민주당의 탄핵 타령을 상식적이라 보는 국민은 많지 않겠지만, 잊을 만하면 '전가의 보도(傳家之寶刀)'처럼 꺼내드는 통에 대법원장 탄핵 문제가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무덤덤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여당의 이번 탄핵 거론이 더 우려스럽고 찜찜한 이유다.
2026-02-23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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