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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씨] 10월 6일(화)

    [날씨] 10월 6일(화) "대체로 맑음"

    2026-10-05 18:51:11

  • [매일춘추] 작은 미술관의 큰 질문

    [매일춘추] 작은 미술관의 큰 질문

    어느새 가을이다. 강의가 끝난 오후, 햇살 가득한 교정에 선선한 바람이 살갗을 스치고 들풀들은 온몸을 흔들며 말을 건다. 연구실을 나와 산책하다 경북대학교 미술관의 '표준 사용법' 전시 제목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대학 안에 번듯한 미술관이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서울대 미술관의 규모에는 미치지 못할지언정, 지역 거점 대학미술관으로서 지닌 내실과 저력은 결코 가볍지 않다. 언젠가 방명록에서 본 '학교 안 유일하게 숨 쉴 곳'이란 글귀처럼, 이 전시는 숨구멍의 가치를 증명한다. 과거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순회전이 작품을 나열하는 백화점식 전시에 그쳤다면, 이번 기획은 그 관성을 유쾌하게 배반한다. 현대인의 초상을 '세탁기의 세 가지 작동 매뉴얼'이라는 영리한 비유 속에 직조해 냈기 때문이다. 미술관에 들어서면 생경한 연두색 커튼과 바닥의 안내 글귀가 상식을 뒤집는다. 그 자체로 규격 밖의 자유를 지향하는 몸짓이다. 세탁기 모양의 전시 안내 영상을 지나 만난 첫 번째 풍경은 '자동 모드'이다. 작품마다 각각의 비유로 편리한 매뉴얼에 몸을 맡긴 현대인을 보여준다. AI 알고리즘 속에서만 선택하면서도 정작 주체적으로 살고 있다고 착각하는 우리의 맹목적 순응을 꼬집는다. 항공사진에 지번 정보를 명기한 김지은의 '부동산적 풍경화'는 공간을 둘러싼 제도의 작동 방식을 보여준다. 이어지는 두 번째는 '고속 모드'의 폭주다. 표준적 생산성에 도달하기 위해 한정된 시간 안에서 무섭게 탈수하듯, 현대인은 영혼과 에너지를 바짝 쥐어짜 낸다. 거대한 에너지 드링크 캔과 카페인 치사량이 새겨진 박소라의 알약 조각은 이러한 속도전을 서글픈 해학으로 폭로한다. 전시의 정점은 가이드를 끄고 삶의 매개변수를 스스로 조정하는 '사용자 모드'다. 매뉴얼 밖으로 걸어 나와 나만의 궤적을 스스로 그려가는 주체적인 모습이다. 김승영의 작품 '뇌'는 쇠사슬로 뇌를 만들어 빛바랜 저울 위에 올려놓았는데, 그 무게는 '0'을 가리킨다. 인간의 감정과 삶의 무게는 숫자로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묵화를 그리고 나면 화폭 한편에 빨간 도장을 찍듯, 전시의 낙관을 찍는 것은 관람객의 몫이다.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관객들의 작품이 숨은 그림처럼 전시에 동참하고 있는 광경은 이 전시의 또 다른 백미이다. 미술관을 나와 교정을 바라본다. 취업과 스펙이라는 매뉴얼을 쥐고 바쁘게 오가는 청춘들의 뒷모습이 전시장 속 풍경과 겹친다. 인간의 사유마저 복제하는 AI의 시대라 할지라도, 세상의 표준이 강요하는 궤도를 무조건 추종하며 숨 가쁘게 회전할 필요는 없다. 아무리 빽빽한 필선도 사이에 여백이라는 숨구멍이 있어야 비로소 그림이 살아난다. 치열한 삶의 규격 사이에 맑은 쉼표를 찍고, 저마다의 독창적인 붓질로 인생의 다이얼을 돌리는 '사용자 모드'의 주인이 되기를 축원해 본다.

    2026-10-05 17:01:30

  • [김명옥의 동아시아 신화에서 역사로] 만천성두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 홍산문화에서 단군신화까지

    [김명옥의 동아시아 신화에서 역사로] 만천성두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 홍산문화에서 단군신화까지

    ◆하늘에 별이 가득하다중국 고대 주(周)나라의 수도가 있던 하남성(河南省) 낙양(洛陽)시 언사구(偃師區)에는 이리두유지박물관(二里頭遺址博物館)이 있다. 최근 들어 중국은 이리두를 하·은·주(夏殷周) 3대의 첫 머리인 하나라의 도읍 자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거대한 박물관 벽면에 '만천성두(滿天星斗)'라는 글을 써놓았다. '만천성두'는 "하늘에 별이 가득하다"는 뜻으로 중국 현대 고고학의 핵심 인물인 소병기(蘇秉琦)가 중국 각지에 산재한 신석기 문화를 묘사한 말이라 한다. 그러나 북두칠성을 뜻하기도 하는 "두(斗)자"는 하나라를 의미할 것이다. 중국의 수많은 신석기문화가 하(夏)나라로 귀결되어 중국을 만들었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한국(남한) 역사학계는 고조선의 시조 "단군부인"에 진심인 반면 중국 역사학계는 하(夏)나라를 실존했던 국가로 만드는 데 진심이다. 그래야 한족(漢族)으로 시작되는 중국사를 지금의 중화인민공화국으로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앙소문화의 발견과 서래설1921년 스웨덴의 고고학자 요한 군나르 안데르손(Johan Gunnar Andersson)이 하남성 민지현(澠池縣) 앙소촌(仰韶村)에서 앙소문화를 발굴하기 전까지만 해도 중국에는 신석기문화가 없다고 여겼다. 앙소촌에서 채도문화가 발굴되자 중국인들은 한족(漢族)의 기원을 밝혀줄 단서가 나왔다고 흥분했다. 오늘날에도 자기 조상이 어디에서 왔으며, 자신들의 역사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를 명확히 아는 나라나 민족은 극히 드물다.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인들은 서양학자들의 주장처럼 한족은 서쪽 바빌론이나 이집트에서 왔다고 여겼는데, 이 서래설(西來說)을 증명해 줄 유물들이 쏟아졌으니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안데르손은 앙소문화가 서쪽에서 왔다는 믿음을 가지고 중국 서북부 감숙성(甘肅省)과 청해성(靑海省) 일대를 탐사했는데 감숙성 마가요(馬家窯)촌에서 마가요문화를 발굴했다. 그는 마가요의 채도(彩陶)문화가 앙소문화의 채도문화보다 앞선 것으로 여겼으나 오늘날에는 월러드 리비(Willard Libby)의 탄소연대측정법을 통해 앙소촌 문화가 마가요촌 문화보다 앞선 것으로 그 선후관계가 바로잡혔다. ◆용과 봉황, 그리고 한족은 어디에서 왔는가중국 여러 지역에서 신석기문화들이 발굴되면서 적어도 고고학자들은 중국문화가 중국에서 자생했다고 보기 시작했다. 이는 한족(漢族)의 기원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변화였다. 문제는 이런 신석기문화들을 한족문화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데 있었다. 흔히 용과 봉황을 중국문화의 대표적인 상징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용·봉황과 관련된 가장 이른 시기의 유물과 유적은 한족(漢族)문화권이 아니라 이적(夷狄)의 땅으로 여겼던 내몽골 지역에서 발견된다. 사해문화(查海文化 BC 6000~BC 5000)에서는 돌을 쌓아 만든 석소룡(石塑龍)과 용 형상의 부조가 발견되었다. 봉황도 마찬가지여서 조보구문화(趙寶溝文化 BC 5000~BC 4400)에서 출토된 봉황모양의 토기는 가장 이른 시기의 봉황 형상이다. 중국 각지의 신석기문화를 한족의 문화라고 주장하기 어려워지자 한족의 기원을 둘러싼 또 다른 견해가 등장했다. 한족의 조상이 청동기시대에 서쪽에서 왔다는 것이다. 신석기문화를 동이족의 문화로 보고, 청동기시대에 서쪽에서 이동해 온 집단이 이리두(二里頭) 문화를 기반으로 하나라를 건설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석기시대에서 용산문화(龍山文化)를 거쳐 청동기시대로 이어지는 것이 일반적인 문화흐름인데 유독 이리두문화만 한족문화로 구분하는 것은 무리일 수밖에 없다. 한족과 동이족을 별개의 집단으로 전제하는 한 한족의 기원은 계속 풀 수 없는 수수께끼로 남을 것이다. ◆만천성두에서 다원일체로중국 각지에서 신석기문화가 속속 발굴되기 전까지 중국 고고학계는 중원의 선진문화가 각 지역으로 퍼져 나갔다고 여겼다. 하지만 발굴이 거듭될수록 각 지역에서 중원보다 선진적인 신석기문화들이 속속 확인되었다. 이에 소병기는 각 지역의 문화가 독자적으로 다양하게 발전해 왔다는 구계유형론(區系類型論)을 제시했다. 서로 다른 지역에서 각기 성장한 문화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형성되었다는 중국 문명의 다원적 기원설을 제시한 것이다. 소병기의 다원론은 '다원일체(多元一體)'라는 틀 속에서 중국의 여러 지역문화를 하나의 중국문명 형성과정으로 설명하는 중요한 이론적 토대가 되었다. 현재 중국이 각 지역에 산재한 56개 민족이 오랜 세월 교류하고 융합하면서 '중화민족 공동체'를 형성했다고 주장하는 고대판 '다원일체'가 소병기가 말한 '만천성두'인 것이다. 이처럼 중국은 고고학과 고대사도 현재의 중국을 하나로 묶는 학문적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홍산문화를 만든 사람들은 누구인가중국에게 북방의 홍산문화(紅山文化)는 큰 골칫덩어리이다. 다른 문화는 중화문명의 틀에 넣어서 설명해도 누구도 반발하지 않지만 홍산문화는 대한민국의 민족사학계에서 동이족 문화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소병기는 국가의 발전을 고국(古國)→방국(方國)→제국(帝國) 단계를 거친다고 보았는데, 홍산문화 후기는 이미 초기국가인 고국(古國)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았다. 홍산문화 후기의 대표적 유적 중 하나가 우하량(牛河梁) 유적인데, '제단(壇)·여신묘(廟)·적석총(塚)' 등의 '단·묘·총'이 함께 발견되어 큰 화제가 되었다. 국가권력과 제의(祭儀)가 결합된 홍산문화를 만든 사람들은 과연 누구였을까? 여신묘(女神廟)는 능원시(凌源市) 건평현(建平縣) 우하량의 주산(猪山) 정상 부근에 위치한 십자형 구조의 묘이다. 돼지산이라는 뜻의 저산(猪山)을 현지에서는 주산이라고 부른다. 주산은 세 개의 독립된 산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는데, 여신묘에서 바라보면 마치 옥저룡(玉猪龍)처럼 보인다. 홍산문화 사람들에게 이 산은 매우 신성한 산이었을 것이다. 여신묘에는 점토로 빚은 실물 크기에 가까운 여성의 두상이 출토되었으며, 눈에는 옥 구슬이 박혀 있었다. 여신상은 묘의 중심부에 자리하고 있었고, 그 좌우에는 새의 날개와 발톱의 조형물과 곰의 발바닥의 형상물이 출토되었다. 하늘을 상징하는 새와 곰을 숭상했던 집단의 신앙이 결합된 모습으로 본다면, 여신묘는 공동의 신성한 존재를 모셨던 조상묘이다. 이 또한 한족의 문화라기보다는 동이족의 문화이기 때문에 근래 중국에서는 한국인들의 우하량 단체 관람을 금지시켰다는 말이 떠돈다. 고대 역사유적을 현재의 정치권력의 필요성에 따라서 해석하는 것이 무리임을 스스로 실토하는 격이다. ◆홍산문화의 옥기와 풍백·운사·우사반면 홍산문화는 우리의 단군신화와 자연스레 연결된다. 하늘에서 내려온 환웅은 천손족을 상징하고, 웅녀는 곰을 토템으로 삼은 부족을 상징한다. 우하량 여신묘에 나타나는 여성, 새, 곰의 상징은 단군신화의 천손족과 곰부족이 결합한 단군신화와 일치하는 내용으로 모계사회 흔적을 보여준다. 홍산문화를 포함한 중국 동북 각 지역의 여성숭배 사상은 매우 오래된 기원을 가지고 있다. 적봉(赤峰)시 오한기(敖漢旗) 일대의 흥륭와 문화에서도 여신상이 발견되었는데 이후 조보구문화와 홍산문화로 전승된다. 여신상의 복부가 풍만한 것은 풍요와 다산을 기원한 것이다. 우하량 근처의 적석총에서는 옥저룡을 비롯하여 옥거북·옥벽(玉璧)·옥월(玉鉞) 등 다양한 옥기가 출토되었다. 홍산문화 사람들이 옥을 껴묻거리로 사용한 것은 옥을 신과 소통하는 도구로 여겼기 때문이다. 옥으로 신에게 제사를 드린다는 관념이 이후에 "예제(禮制)의 기초"가 되었다. 그래서 홍산문화를 예옥지방(禮玉之邦), 즉 '옥으로 제사를 행하는 나라'라고 부른다. 청나라말 은나라 갑골문을 해석한 왕국유(王國維 1877~1927)는 '예(禮)'의 본래 뜻이 '옥으로 신을 섬기는 것'이라고 해석했는데, 홍산문화 사람들이 옥으로 장례를 치르는 풍습과 딱 맞아떨어진다. 우하량의 적석총에서는 비, 구름, 바람 등을 상징하는 옥기들도 출토되었는데 이 옥기들은 피장자의 가슴과, 손, 복부 부분 등에 놓여 있었다. 소호 금천씨가 새를 숭상해서 관직명까지 새이름으로 지었듯이, 천손족인 환웅족은 하늘과 관계있는 비, 구름, 바람을 관직명으로 삼지 않았을까? 그래서 비 모양의 옥기는 우사(雨師), 구름 모양은 운사(雲師), 바람 모양은 풍백(風伯)의 관직명을 가리킨 것은 아닐까? 또한 홍산문화의 내만기(奈曼旗) 유적지에서는 옥인장(玉印章) 2개가 나왔는데, 중국문물학회 옥기 연구회 이사인 손수도(孫守道 1931~2004)는 홍산문화의 옥인장이 맞다고 했다. 이 옥인장의 크기는 2~4cm이며 목이나 허리에 매달 수 있게 구멍이 있고, 인장 표면에는 글자와 붉은 안료를 사용한 흔적이 남아 있다. 한편 부호가 새겨진 옥저룡 등도 출토되었는데, 이러한 부호와 인장이 말해주는 것은 당시에 글자가 있었다는 뜻이다. 또한 인장이 국가 행정 기관이 권한을 행사하는 상징적 도구라는 점에서 국가가 존재했음도 유추할 수 있다. ◆홍산문화와 고조선의 연결성우리 동이족의 주요한 특징은 조상숭배와 제천의식이다. 천손인 환웅은 하늘에서 내려왔으므로 당연히 제천의식을 치렀다. 요령성 객좌현(喀左縣) 동산취(東山嘴) 유적지에는 하늘을 상징하는 원(圓) 위에 땅을 상징하는 방형(方形)의 제단이 있다. 그 위에 사람이 제사를 지내면 동이족 전통의 천·지·인(天地人) 사상이 구현된다. 우하량 제2지점에도 이와 유사한 제천의식의 터가 있다. 하가점하층문화는 홍산문화를 계승한 문화이다. 윤내현(尹乃鉉, 1939~2025) 교수는 하가점하층문화를 고조선의 문화로 보았다. 그렇다면 그에 앞선 홍산문화는 고조선의 전사(前史)이자 배달족의 문화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요서는 물론 중국 각지의 신석기문화를 일군 주체는 동이족이었다. 특히 홍산문화에 나타난 제의와 옥기, 하늘과 동물에 대한 관념은 후대의 역사와 신화 속에서도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단군신화 속에는 고조선 이전 오랜 세월 동안 축적된 문화적 기억이 담겨 있다. 그런 의미에서 홍산문화와 단군신화는 고조선 건국의 이야기인 동시에 고조선 이전의 역사를 비추어 보는 전사(前史)의 창이다.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교수

    2026-10-05 13:54:44

  • [사설] 정부 실정과 난맥, 국감에서 낱낱이 검증하라

    국정감사가 6일 시작된다. 이번 국감은 이재명 정부의 지난 1년간의 국정 운영을 사실상 처음으로 검증하는 자리다. 더불어민주당은 '정책·민생 국감'을 내세우며 국정과제 성과를 부각할 태세다. 그러나 국감의 본질은 정권의 치적(治績) 홍보가 아니다. 정부가 국정을 제대로 운영했는지 따지고 잘못을 바로잡는 게 국감의 목적이다. 부동산 정책을 면밀히 짚어야 한다. 수도권 집값 및 전·월세 불안, 비수도권 시장 침체 등이 가중(加重)되는 상황에서 정책이 시장에 미친 여파를 따져야 한다. 여당이 전 정부 탓만으로 현재의 문제를 해명하려 한다면 국감은 '면피의 장'으로 전락한다. 정책이 효과가 없었다면 왜 그랬는지, 국민 부담을 키운 대목은 없는지 밝혀야 한다. 안보 불안도 심각하다. 비무장지대(DMZ)에서 지뢰 폭발로 우리 장병들이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북한은 발뺌하며 미사일을 쏘는 등 도발(挑發)을 멈추지 않고 있다. 정부의 대북 대화 기조가 안보 태세를 약화시키지 않았는지, 대북 경계 체계에 허점은 없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인사 문제도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장관 후보자 낙마(落馬)가 잇따르고, 인사 의혹도 제기됐다. 인사는 국정 운영 능력의 척도다. 누가 추천했고 어떤 검증을 거쳤는지, 왜 논란이 반복되는지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 밝혀야 한다.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통령실의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갈등은 핵심 쟁점(爭點)이다. 대통령의 임명권과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충돌하는 사안인 만큼 어느 한쪽의 정치적 주장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헌법과 법률에 비춰 누가 어떤 권한을 행사했고 절차상 문제가 무엇인지 따져야 한다. 사법부 독립이 흔들리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권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야권은 국감을 정쟁(政爭)의 무대로 만들면 안 된다. 정치적 구호나 감정적 공격만 반복하면 '정쟁 국감' 프레임에 갇힌다. 자료와 수치, 정책 결과를 바탕으로 집요하게 실정을 파고들어야 한다.

    2026-10-05 05:00:00

  • [사설] 성 착취물 '그놈' 잡고 보니 경찰, 우려가 현실로?

    AI(인공지능)로 성적 영상을 만들어 대화방에서 공유하던 범죄 피의자(被疑者)를 잡고 보니 현직 경찰로 밝혀져 충격이다. 구속된 서울 동대문경찰서 소속 경장 A씨는 나체 허위 영상뿐만 아니라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직접 제작하는가 하면, 여성 신체도 몰래 촬영한 것이 확인됐다. A씨는 허위 영상물 2천600여 개와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1천600여 개, 불법 촬영물 1천300개 등 모두 5천600여 개의 불법 영상물을 소지했다. 놀라운 사실은 A씨가 2024년 4월 경찰(警察)로 근무하기 전에도 동일한 종류의 범죄로 수사받아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는 점이다. 이런 파렴치한 범죄자가 어떻게 대한민국 경찰이 될 수 있었는지 황당할 따름이다. A씨의 범죄는 장시간에 걸친 부산경찰청의 '신분 위장 잠입 수사'로 밝혀졌다.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검사 수사권 완전 박탈'에 따라, 지난 2일부터 검찰청이 없어지고 공소청과 중수청(중대범죄수사청)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경찰은 일반 형사사건 수사의 전권(全權)을 갖는 막강한 권력을 차지하게 됐다. '광주 여고생 살해 장윤기 사건' '제주 장미란 씨 실종 허위 종결 사건' 등을 겪은 국민은, 만일 A씨 사건을 A씨가 속한 동대문경찰서나 서울경찰청에서 맡았거나 범죄 피의자가 A씨처럼 말단 경찰관이 아닌 고위 경찰 간부였다면 경찰이 제대로 수사를 했었을까 하는 의혹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경찰이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외부 감시·통제 없이 조직적으로 사건을 암장(暗葬)할 수 있는 게 현재 대한민국 형사사법체계인 탓이다. 또한 형사사법체계의 견제(牽制)와 균형(均衡)이 무너진 틈을 타고 범죄꾼들이 경찰에 위장 취업해 경찰 조직을 범죄의 방패로 삼거나, 경찰의 일손 부족과 조직적 한계 등으로 범죄를 방치하더라도 국민들은 속절없이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검수완박 졸속 시행'에 따른 모든 피해는 국민들의 몫이 되겠지만, 국민은 반드시 그 책임을 묻고야 말 것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2026-10-05 05:00:00

  • [사설] 대법원장, 국감 불출석 의견서 제출…증인석이 답은 아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6일 대법원 국정감사를 앞두고 증인 출석이 어렵다는 의견서를 국회 법사위에 냈다. 대법관 인사에 대한 대통령과의 협의 내용 등 민감한 사항을 공개하기 어렵고, 제청권 행사와 관련해 고발이 이뤄져 수사 가능성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회가 대법원장의 헌법상 권한인 제청권(提請權) 행사에 대해 증언하게 하는 것은 삼권분립과 사법권 독립에 반한다는 주장도 담겼다. 더불어민주당은 곧바로 반박했다. 서영교 법사위원장은 4일 일반 증인으로 채택된 만큼 증언감정법상 출석 의무가 있고 불출석은 국회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대법원장은 성역이 아니고 사법부 독립은 위헌 행위에 대한 침묵의 방패가 아니라고도 했다. 동행명령, 고발 등 후속 조치도 거론된다. 성역이 아닌 것은 맞다. 그러나 성역이 아니라는 것과 증인석에 세워도 된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국회가 묻겠다는 것은 헌법이 대법원장에게 독립적으로 맡긴 제청권의 행사 과정이다. 청와대와의 협의 과정이 얽혀 있고 수사 가능성까지 겹친 상황에서 증인으로서의 답변은 정치 공방과 형사 절차 양쪽에서 쓰일 수 있다. 법사위는 지난달 21일 대법원을 국정감사 기관 증인으로 의결(決議)한 데 이어 28일에는 조 대법원장을 특정 현안의 일반 증인으로 추가 채택했다. 대법원장의 증인 출석 의무 여부를 두고 여당은 증언감정법을, 대법원은 대법원장에게 출석·답변 의무를 부과하지 않은 국회법 121조의 취지를 든다. 해석이 갈리는 만큼 법적 판단이 나오기 전에 불출석을 위법으로 단정해선 안 된다. 대법원장의 불출석은 국회 무시가 아니라 제청권 행사를 정치적 신문(訊問)의 대상으로 삼지 않겠다는 선택으로 읽어야 한다. 대법원장의 일반 증인 출석 여부도 헌법기관 간 힘겨루기가 아닌 법의 판단으로 가릴 문제다. 국회가 검증을 포기할 수 없듯 대법원장도 제청권의 독립을 포기할 수 없다. 사법부 독립을 지키는 일은 대법원장 개인을 지키는 일이 아니라 국민이 기댈 안전판을 지키는 일이다.

    2026-10-05 05:00:00

  • [관풍루] 이재명 대통령은 4일 또 엑스(X·옛 트위터)에 "개혁은 선명함을 드러내 주목받고 누군가를 공격하는 수단이어서는 안 된다"고 밝혀

    ○…김성동 공소청 감찰부장이 3일 공소청 내부망 올린 글에서 李대통령 사건 재조사하는 검찰미래위 진상조사단 활동에 대해 "검사 직무 독립성에 심각한 위협, 검찰청법 위반"이라고 문제 제기. 자리 보전 제대로 할 수 있을라나. ○…이재명 대통령은 4일 또 엑스(X·옛 트위터)에 "개혁은 선명함을 드러내 주목받고 누군가를 공격하는 수단이어서는 안 된다"고 밝혀. 김어준이 SNS 좀 중단하라 했는데…. ○…신한은행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서 AI 침투 흔적 발견. AI가 '도구'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AI 에이전트'로 진화하면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상 속출할 듯.

    2026-10-05 05:00:00

  • [날씨] 10월 5일(월) 대체로 구름많음

    [날씨] 10월 5일(월) 대체로 구름많음

    2026-10-04 18:39:32

  • [김용삼의 한국 반도체 비하인드] 1천억 적자의 벼랑 끝에 선 한국 반도체

    [김용삼의 한국 반도체 비하인드] 1천억 적자의 벼랑 끝에 선 한국 반도체

    1983년 12월 31일 수도권정비계획법이 제정·공포되었다. 수도권으로의 폭발적인 인구·산업 집중과, 휴전선에서 가까운 수도권의 안보적 취약성을 해결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강력한 억제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 법 제정 덕분에 삼성은 된서리를 맞았다. 삼성은 이미 기흥에 막대한 투자를 하여 첨단 반도체 1라인 인프라를 구축해 놓았다. 바로 옆에 256KD램 생산을 위한 제2라인 건설을 준비하려던 참에, 신규 공장 건설이 전면 금지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256KD램을 개발하고도 양산하지 못하게 된다. 유일한 탈출구는 법적 규제를 푸는 용도 변경과 업종 특례뿐이었다. 이 문제는 건설부·상공부·과기처·경제기획원 등 거의 모든 경제부처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었다. 주무 부처인 건설부는 "어느 누구도 관련법에 손대지 못한다"라며 강력 반대했다. 반도체 산업 육성에 가장 적극적인 열의를 가진 부서는 상공부였다. 상공부는 삼성전자와 머리를 맞대고 돌파구를 모색했다. 청와대 경제수석실도 삼성전자를 적극 도왔다. 수도권정비계획법에서 반도체와 PC 두 업종은 예외를 인정하자는 내용으로 반대하는 부처들을 설득했다. 끝까지 완강하게 반대한 사람은 김성배 건설부 장관이었다. 김 장관을 대신해 차관이 서명하는 방식으로 동의를 얻어냈다. 전두환 대통령은 1984년 3월, 반도체와 PC 두 업종을 수도권정비계획의 공장 신증설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문서에 전격 재가했다. 대통령 권한으로 기흥 2라인 건설의 법적 족쇄를 풀어준 것이다. 대통령의 특단의 조치로 부지 문제가 해결되자 삼성은 1984년 8월 기흥 2라인 건설공사에 착공했고, 1985년 5월 준공식을 거행할 수 있었다. 삼성의 기흥 2·3라인 건설 시기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가 극도로 암담하던 때였다. 일본 기업들의 무차별적인 덤핑 공세로 삼성은 그룹 전체가 도산 위기에 내몰렸다. 반도체 사업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는 절박한 처지에서 256KD램 양산공장을 완공하기까지는 이병철 회장의 결단, 그리고 행정 규제의 벽을 일거에 허물어준 통치권자의 결단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반도체 때문에 망할 뻔했던 삼성 반도체 생산 라인은 집적도가 높아질수록 건설비가 기하급수적으로 폭증한다. 삼성의 기흥 제1라인(64KD램) 건설에는 1억 5천만 달러, 제2라인(256KD램)에는 2억 5천만 달러가 투입됐다. 제3라인(1MD램) 건설에는 무려 3억 4천만 달러가 필요했다. 이미 천문학적인 적자가 누적된 상황에서 제3라인까지 무리하게 추진하다가는 그룹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는 공포가 팽배했다. 제3라인 투자와 관련해 이병철 회장의 집무실에 쌓인 타당성 검토 보고서는 어른 키 높이에 달했다. 이 회장은 그 방대한 자료를 일일이 밑줄을 그어가며 숙독했다. 그는 "3라인을 하루빨리 착공해야 한다"고 재촉했으나, 주변에서는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했다.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판국에, 또다시 천문학적 설비투자를 감행한다는 것은 상식 밖의 모험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이 피땀 흘려 64KD램을 출하하자마자 미·일 선발 업체들은 곧바로 256KD램으로 도망치며 64KD램 가격을 폭락시키는 덤핑 공세를 퍼부었다. 256KD램을 개발해 내놓았을 때도 똑같은 치킨게임이 되풀이됐다. 1MD램을 생산한다 해도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말라는 보장이 없었다. 삼성의 적자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정부 일각에서는 "삼성 반도체를 국영화(공사화)하거나, 차라리 이 시점에서 사업을 접게 해야 한다"는 비관론이 쏟아졌다. 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청와대 경제비서관실은 "그래도 반도체는 계속해야 하며, 국가의 미래를 위해 삼성을 밀어줘야 한다"는 보고서를 전두환 대통령에게 올렸다. 전 대통령은 관료들의 반대를 누르고 경제팀 건의를 수용했다. 청와대는 삼성의 제3라인 건설을 돕기 위해 1억 달러 규모의 외자 차관 도입을 전폭 주선하고 승인해 주었다. 덕분에 1987년 8월 7일, 마침내 기흥 3라인 건설이 개시되었다. 기흥 3라인 착공식은 이병철 회장이 참석한 생애 마지막 공식 행사였다. 착공 3개월 뒤인 1987년 11월 19일, 그는 77세를 일기로 눈을 감았다. 반도체 사업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었으나, 생전에는 단 한 번도 반도체 호황의 결실을 맛보지 못한 채 떠난 것이다. 미·일 반도체 전쟁이 절정에 달했던 1985년부터 1987년까지 삼성은 무려 1천159억 원의 막대한 누적 적자에 허덕였다. 당시 자본금 규모를 감안하면 회사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운 수준이었다. 삼성이 적자를 버티지 못하고 백기를 들었다면 오늘날 세계를 제패한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은 없었을 것이다.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 벼랑 끝에 몰려 있던 한국 반도체 산업에 극적인 반전의 전기가 찾아온 것은 일본 덕분이었다. 일본 반도체 기업들이 막강한 경쟁력으로 미국 시장을 장악하면서 대규모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했고, 미국 반도체 업계는 궤멸적 타격을 입었다. 1984년 14%에 달했던 미국 반도체 기업들의 세전 수익률은 1985년 마이너스 10%로 곤두박질쳤고, 공장 가동률 역시 70%에서 45%로 주저앉았다. 인텔마저 D램 사업 철수를 선언했다. 1985년 6월 24일,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은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일본 7대 반도체 회사를 반덤핑 혐의로 전격 제소했다. 존폐 기로에 선 미국 반도체 업계는 총결집하여 대일 공세에 나섰다. 반도체가 미국의 무역 적자를 유발하는 주범으로 지목되어 일본에 대한 반감이 부글부글 끓던 시기에, '도시바 게이트'가 터졌다. 소련은 초정밀 가공기술이 부족해 전략핵잠수함의 추진기 소음이 심했다. 그 결과 미 해군 소나(음파탐지기)가 200마일 밖에서도 식별이 가능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소련 잠수함이 10마일 이내로 접근해도 탐지되지 않을 정도로 소음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 미국은 정보망을 총 가동하여 추적에 나섰다. 그 결과 일본 도시바기계가 공산권 수출이 금지된 최첨단 공작기계 8대와 수치제어 소프트웨어를 소련에 밀수출한 사실을 적발했다. 소련은 이를 타이푼 급 전략핵잠수함의 추진기 프로펠러 가공에 투입하여 소음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성공한 것이다. 격분한 미 의회는 도시바 제품의 미국 내 수입 금지를 포함한 대일 무역 제재안을 통과시켰다. 미 국제무역위원회(ITC)는 1986년 3월, 일본산 반도체에 최소 21.7%에서 최대 188%의 가혹한 덤핑 마진율을 매겼다. 궁지에 몰린 일본 정부는 1986년 7월 31일, 미국의 요구를 전면 수용하여 제1차 미·일 반도체 협정을 체결했다. 이 협정으로 일본 기업들은 메모리 반도체 생산량을 25% 이상 강제 감산했다. 또 미 상무부가 분기별로 제조원가를 산정해 그 이하로는 판매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공정시장가격(Fair Market Value) 제도가 도입되었다. 일본 기업들의 무기였던 '저가 덤핑'을 못하도록 묶어버린 것이다. 이 조치로 일본산 D램 공급이 급감했고, 1987년 말부터 국제 시장에서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했다. 칩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일본 제품 가격이 공정시장가격에 묶인 틈을 타고 삼성은 재빨리 세계 시장을 파고들었다. 이병철 회장이 타계한 이듬해인 1988년, 글로벌 PC 보급 붐으로 D램 가격이 폭등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에서만 무려 3천200억 원이라는 경이적인 순이익을 기록했다. 5년 동안 회사를 파산 직전까지 몰고 갔던 1천억 원대의 누적 적자를 단숨에 털어내고 천문학적인 흑자로 돌아섰다. 통치권자의 결단으로 규제를 뚫고 세운 기흥 공장, 그룹의 명운을 걸었던 기업가의 고독한 결단, 냉전의 파고 속에서 터진 미·일 반도체 전쟁의 반사이익이 맞물리며, 한국이 세계 반도체 패권을 거머쥐는 거대한 기적이 시작되었다. 김용삼 펜앤마이크 대기자

    2026-10-04 14:10:00

  • [매일춘추-조대흠] 메이비 해피엔딩(MAYBE HAPPY ENDING)

    [매일춘추-조대흠] 메이비 해피엔딩(MAYBE HAPPY ENDING)

    토니상 6관왕. 작년 한 해를 뜨겁게 달군 이슈였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졌으나 현재는 구형이 된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사랑을 알아가는 이야기이다. 최근 작품에 대한 특강에 다녀왔다. 기억에 남는 건 작품은 계속 변했지만 처음 얘기하고자 했던 핵심만은 유지하려고 했다는 점이다. 인간적인 감정을 깨닫는 로봇에 대한 소재는 많다. '월-E', '아이, 로봇', 'A.I.'와 같은 영화부터 '너도 인간이니?', '나 홀로 그대' 같은 한국 드라마도 있다. 인간이 아닌 존재가 인간의 감정을 알아가는 이야기는 낯선 소재가 아니다. 그런데 '어쩌면 해피엔딩'에서 따뜻함을 느끼는 이유는 뭘까. 우리는 미래를 얘기할 때 근미래의 기술 발전을 먼저 떠올린다. 똑똑한 인공지능, 편리한 이동 수단, 초고도화된 사회.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삶을 편하게 해줄 것으로 생각한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이런 배경보다 다른 점에 집중한다. 누군가를 기억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고, 혼자여서 외로움을 느끼는 것. 기술이 발전해도 만들어지지 않는 감정들이다. 나 또한 로봇에 관해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로봇이 인간에 대한 감정을 알게 된다면, 인간다운 로봇을 인간으로 볼 수 있을까?'에 관한 질문에서부터 출발했다. 물론 로봇은 심장이 뛰거나 피가 흐르지 않는다. 정교한 기계 장치와 윤활유가 그 역할을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는 인간이 아닌 반려동물이나 인형, 돌 같은 물건에서도 위로와 따뜻함을 얻는다. 인간다움이란 어디서 오는 걸까. 우리는 뉴스로 잔인한 사건들을 접한다. 사람이 어떻게 저러냐며 분개한다. 인간이라서 인간답게 행동한다는 명제가 항상 참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인간다움은 몸이 아니라 마음을 말하는 건 아닐까. 하지만 이것 또한 실체가 없다. 마음이란 건 인간이 만들어 낸 기준인지 모른다. 그렇다면 인간다움은 어떤 존재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가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아닐까. 아직 나의 이야기는 시작되지 못한 채 머릿속을 맴돌고 있다. 기술은 계속해서 발전할 거고, 미래에는 동그란 로봇 청소기가 가사도우미 로봇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존재가 곁에서 함께 살아갈지도 모른다. 그때라면 인간과 인간다움을 정의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오늘도 이야기의 답은 찾지 못한 채 질문만 하나 더 만들어졌다. 이 질문들에 대한 나만의 답을 찾을 때 이 이야기를 쓸 수 있을 것 같다. 이미 제목은 정해졌다. '로봇이야? 로봇이야!'

    2026-10-04 11:36:59

  • [사설] 인사 공백에 제도 충돌까지…주먹구구식 국정 운영 난맥상

    2일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출범한다. 형사사법체계의 대전환이다. 그런데 두 기관 모두 수장이 공석(空席)인 채로 문을 연다. 공소청 수장인 검찰총장 자리는 지난해 7월 심우정 전 총장이 물러난 뒤 1년 넘게 공석이다. 중수청장 후보자는 제청 후 한 달이 다 되도록 청문 요청안조차 제출되지 않은 상태다. 중수청 지원자도 정원의 약 68%에 그쳤다.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밀어붙인 탓이다. 경찰청장 자리도 조지호 전 청장 직무정지 이후 21개월, 이재명 정부 출범 뒤에도 16개월 동안 비어 있다. 새 제도를 운영하겠다면서 정작 수사·기소·경찰의 세 축 모두 수장 자리를 비워 둔 것이다. 여기에 인사 실패에 따른 후보자 사퇴로 법무부 장관까지 공석이다. 사법부 인사도 마찬가지다.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은 청와대와 대법원 간 합의 실패 및 갈등 탓에 200일 넘게 빈자리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가 다른 후보자 제청을 다시 요구하는 초유의 일도 벌어졌다. 대법원장은 이를 거부했고, 근거가 불분명한 재제청 요구를 했다는 지적을 받는 청와대도 교착(膠着)을 풀 방안이 없어 보인다. 이 대통령의 대외비 문건 공개 논란도 거세다. 지난달 29일 엑스(X)에 보이스피싱 단속 성과가 담긴 '일일 종합상황 보고' 문건을 촬영해 올렸는데, 우측 상단의 '대외비' 표시는 지워지지 않았다. 이를 두고 청와대는 '대외비 규제는 청와대 직원의 공직 기강 문제에 한정된다'고 해명했다. 대통령 메시지 점검 체계도, 수습도 어설프다. 개혁의 방향을 두고 다툴 수는 있다. 그러나 맞든 그르든 법으로 시한을 정했다면 사람과 조직부터 갖추는 것이 기본이다. 공백과 교착, 허술한 문서 관리는 국정을 조율하고 책임질 컨트롤타워 문제다. 중수청장 인선을 두고 대통령이 더는 여권 강경파에 끌려다녀선 안 된다.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 후보도 대통령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라는 의심을 불식(拂拭)시킬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주먹구구식 국정 운영의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2026-10-02 05:00:00

  • [사설] 우리 현안을 왜 외국 대통령들에게서 들어야 하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일 텍사스주 6기가와트 발전 시설, 원전 8기,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파이프 라인 건설 등 한·미 무역투자 이니셔티브에 따른 한국의 2천억달러 투자(投資) 약정을 발표했다. 지난달 22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국회에서 원전 8기 건설과 알래스카 LNG 개발 사업의 추진 여부를 더 검토하겠다고 했다. 한국 정부와 명확한 합의(合議) 없이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 등을 고려해 일방적으로 한국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도 있다. 한미 투자 프로젝트는 조선업 협력을 포함, 3천500억달러(약 474조원) 규모이다. 엄청난 혈세(血稅)가 투입되는 대미 투자 계획이 한국 대통령은 입을 닫은 상황에서 미국 대통령에 의해 일방적으로 발표되는 것이 황당하다. 1년이 훨씬 넘는 기간 동안 어떻게 대미 협상을 벌였기에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정부는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의 '뒤통수 맞기'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북한군 포로 한국 송환은 지난달 23일(현지 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UN 연설을 통해 한국인들은 겨우 알게 되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비공개 합의를 어겼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난했지만, 우크라이나 측은 '그런 비공개 합의는 없었다'고 되레 반박하면서 외교(外交) 갈등으로까지 비화했다. 지난달 30일 "정상 간 비공개(非公開) 협의나 합의는 없었다"는 언론 보도가 나가자, 국정원은 "정상 간 합의 여부는 알지 못하지만 외교장관 간의 통화, 대사관의 협의 등 여러 채널을 통해서 비공개 합의가 있었다"고 했다. 실무 차원의 비공개 논의가 있을 수 있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런 상황이라면, 이재명 정부는 왜 우크라이나 측이 UN 연설에서 포로 송환을 언급할 수 있다는 의사를 전달했을 때 입장을 분명하게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국제 '왕따'가 된 듯한 이재명 정부의 무능한 외교에 국민은 모욕감(侮辱感)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2026-10-02 05:00:00

  • [사설] 대구경북 로봇 특화단지, 제조업 대전환의 기회로

    대구와 경북 구미·포항이 국내 첫 로봇 분야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特化)단지로 지정됐다. 2032년까지 약 5조4천억원이 투자되는데, HD현대로보틱스·에스엘·뉴로메카·LG이노텍 등 16개 선도 기업이 약 3조8천억원을 투자한다. 정부는 1% 수준인 우리나라의 세계 휴머노이드 생산량 비중을 2030년 20%까지 끌어올려 대경권을 차세대 휴머노이드 생산거점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대구경북으로서는 기존 제조업 구조를 인공지능(AI)과 로봇 중심으로 바꿀 수 있는 큰 기회를 잡았다. 대구·구미·포항은 연구개발에서 핵심부품, 완제품 생산, 실증과 상용화까지 모두 가능한 역량을 갖췄다. 정부가 대구경북 특화단지를 '휴머노이드 전주기 산업 생태계'로 만들려는 이유다. 시장 조성 정책까지 맞물린다는 점은 기존 산단 사업과의 차별점이자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다. 국내 로봇기업들은 시장 수요와 기술력 부족으로 연구개발에 치중(置重)하고 대규모 양산은 아직 준비 단계다. 정부는 이를 타개하고자 2030년까지 민관 합동으로 AI 로봇 20만 대를 보급하고, 내년에 안전·인력난·교육·문화 분야를 중심으로 1천700여 대를 공공 구매한다. 중소·중견기업에는 연간 1천 대 이상 로봇 도입비의 50%를 지원하고 렌털도 추진한다. 생산시설만 만들고 수요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공공 수요를 마중물로 초기 시장을 조성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특화단지 지정과 5조원대 투자계획이 저절로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기반시설과 연구개발, 인력양성, 인허가 지원을 제때 뒷받침하고 대구시와 경북도는 기업별 투자계획을 꼼꼼히 관리해야 한다. 일부 앵커기업 투자만 늘고 지역 중소·중견기업은 하청구조에 머물러선 안 된다. AI·소프트웨어와 시험·인증은 대구, 핵심부품과 양산은 구미, 연구개발과 산업현장 실증(實證)은 포항이라는 기능을 기업과 연구기관의 협력으로 연결해야 한다. 이번 지정을 지역 제조업 대전환의 출발점으로 만드는 일은 정부와 지자체, 기업 모두에게 달려 있다.

    2026-10-02 05:00:00

  • [관풍루] 李 대통령은 1일 국군의날 기념사에서 DMZ 지뢰 폭발 사고를 北이 "(서울의)자작극"이라고 우기는데도 北 대화만 강조

    ○…李 대통령은 1일 국군의날 기념사에서 DMZ 지뢰 폭발 사고를 北이 "(서울의) 자작극"이라고 우기는데도 北 대화만 강조. "北을 주적이라, 지뢰를 지뢰라 못 부르는 '홍길동 군대' 만들려 하냐"는 野 비판에도 대화로 임하시길. ○…지역·필수·공공의료 기반 확대를 위한 국립의학전문대학원이 전북 남원에 들어서는 것으로 확정. 호남에 정부 주요 사업 쏟아지는데 둔감해진 호남인들 지지율 변화 있을라.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 1일 "(검찰의) 흑역사 남겨두고 새로운 내일 향해 떠나는 시간"이라고 퇴임의 변. "검찰이 시대의 가해자였다"면 검찰에 오래 몸담은 자신도 가해자(?).

    2026-10-02 05:00:00

  • [캐나다에 비춰 본 한국-김성열] 졸업, 독립이 시작되는 날

    [캐나다에 비춰 본 한국-김성열] 졸업, 독립이 시작되는 날

    지난 6월 막내의 고등학교 졸업식은 장장 5시간이 걸린 행사였다. 강당은 졸업생 가족들로 가득 찼고, 한 명 한 명 이름이 불릴 때마다 박수가 터졌다. 지역신문은 졸업생 명단과 가족의 사진과 소감을 실었다. 온 동네가 졸업식을 함께 지켜본 하루였다. 정규과정 하나를 마치고 다음으로 옮겨가는 정도였던 나의 고등학교 졸업식과는 사뭇 달랐다. 캐나다에서 고등학교 졸업의 무게는 우리나라의 대학 졸업에 가깝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BC)주의 법적 성년은 19세라 졸업과 동시에 성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가족과 지역사회는 이 무렵을, 부모의 보호 아래 있던 아이가 선택과 책임을 시작하는 사회적 경계로 본다. 제도에서도 보인다. 자녀양육보조금이 이 무렵 멈추고, 아이를 키우는 가정을 향하던 국가의 시선이 당사자에게로 옮겨가기 시작한다. 졸업 후 곧바로 일하면 일반 근로자와 같은 최저시급을 받는다. BC주 최저시급은 시간당 18.25달러다. 밴쿠버 생활비로는 넉넉하지 않지만, 풀타임으로 일하며 생활방식을 조정하면 독립을 시도할 출발선은 된다. 직업교육이나 대학에서는 정부의 학자금 대출이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당장 벌 수 있는 소득을 포기하고 빚까지 감수해 미래에 투자하는 선택이다. 공부는 부모가 정한 다음 과정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일이 된다. 최저임금제와 학자금 대출은 서로 다른 제도지만, 국가가 한 사람의 성장 과정을 들여다본다는 느낌을 준다. 아이일 때는 가정을 돕고, 이후에는 독립된 삶을 시작하도록 뒷받침한다. 캐나다에서도 높은 집값과 생활비 때문에 독립을 미루거나 부모 집으로 돌아오는 청년들이 적지 않다. 내가 말하는 독립은 열여덟 살이면 집을 나가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가족의 도움을 받더라도 자신의 진로와 노동, 소득과 책임을 선택하고 감당하는 사람으로 인정받는 데서 시작된다. 독립은 개인의 의지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최저시급과 일자리, 교육과 주거, 사회보장이 맞물려야 한다. 보호의 종료만 정하고 스스로 살아갈 기초 조건을 마련해 주지 않는다면 독립이 아니라 방치다. 졸업생 한 사람도 중요한 사회 구성원으로 봐야 정책도 그를 위한 것이 된다. 우리나라에도 법적 성년과 최저임금, 청년지원제도가 있다. 그러나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순간 사회가 어떤 말을 건네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캐나다에서 졸업생은 일을 시작하거나 직업교육 또는 대학을 선택한다. 우열이 아니라 각자 택한 길의 차이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길을 선택했는가"보다 "어느 대학에 갔는가", 혹은 "대학에 가지 못했는가"부터 묻는다. 대학이라는 특정 자격을 갖춰야 인정받는 미완성의 존재로 보는 것이다. 대학 뒤에는 취업이, 그 뒤에는 결혼과 집 마련이 기다린다. 성인됨은 계속 미뤄지고 자신을 끊임없이 상대적 가치로 바라보게 된다. 이는 청년들의 의지 부족이 아니다. 자신의 노동만으로 첫발을 떼기 어려운 구조에서는 부모에게 의지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사회가 맡아야 할 생애 전환기의 부담을 가정이 대신 짊어지고 있는 결과라는 사실을 국가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 막내의 이름이 불리고 가족과 이웃의 박수가 이어졌던 날, 학교와 지역사회는 그 아이를 한 사람의 사회 구성원으로 맞아줬다. 내가 충분히 해주지 못한 부분을 사회가 함께 맡아주는 듯해 고마웠다. 국가는 국민을 정확히 봐야 한다. 미성년자는 보호와 양육의 시선으로 보고, 성인이 되어가는 이에게는 자신의 노동과 선택으로 살아갈 기본 조건을 마련해줘야 한다. 보호를 거두는 것만이 성인 대우는 아니다. 혼자 설 수 있는 바닥을 만드는 것까지가 국가의 역할이다. 성인이 된다는 것은 사회가 한 사람의 이름을 새롭게 불러주는 일인지도 모른다. 자신의 길을 선택하되 혼자 버티게 두지는 않겠다고 말해주는 일이다. 우리 사회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아이들에게 어떤 이름을 불러주고 있는가.

    2026-10-02 00:30:00

  • [뉴스로 보는 고사성어-최재목] 거익태산(去益泰山),

    [뉴스로 보는 고사성어-최재목] 거익태산(去益泰山), "갈수록 태산"

    "중앙선관위…갈수록 태산, 지역 대학 신입생 유치, 갈수록 태산, 거익태산(去益泰山), 갈수록 태산이네…." 좋지 않은 일들은 왜 겹쳐서 일어날까. '거익태산(去益泰山)'은, "갈 거, 더할 익, 클 태, 메 산"으로, "갈수록 태산"이란 뜻이다. 산을 넘으면 더 큰 산이 나오는 것처럼, 어려움이 점점 더해 더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듦을 이른다. 우리의 속담 "갈수록 태산"을 한자로 직역한 사자성어로 보인다. 거(去)는 "가다"는 뜻. '익(益)'은 "하면 할수록 더"로, 영어의 'the more…, the more…'에 해당한다. 그래서 '거익'은 "가면 갈수록…"이다. 조선시대나 우리나라 근대기 언론에는 '거익심언(去益甚焉)', '거거익심(去去益甚)' '거익우심(去益尤甚)' 등이 자주 나온다. 예컨대 시남(市南) 유계(兪棨, 1607~1664)의 시에 이런 구절이 있다. "세로여강해(世路如江海·세상 길은 강과 바다 같고), 풍파거익심(風波去益深·풍파는 갈수록 깊어지네)"(『시남선생문집』권2). 그러나 조선시대에는 '거익태산'이라는 네 글자가 보이지 않는다. "갈수록 태산"이란 우리말을 주로 썼던 탓일까. 그러면 '거익태산'이 사용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울산에서 태어나 유학과 농업에 힘썼던 심원권(沈遠權, 1850~1933)의 『심원권일기』(상) '1877년 2월 조'에 보면, '거익'에다 '태산'을 연결할 근거가 보인다. "한 달 지나기가 마치 1년 같고(一月經過如一年) 갈수록 더욱 심해져(去益甚焉) 태산이 높고 험한 듯한데(如泰山巖巖然)…"처럼 '거익…태산'이 한 문장 속에 등장한다. 1908年 1월 24일 자의 「영평(永平) 사금광(砂金鑛) 손해진정서」 가운데 "오호라. 일난거이우일난(一難去而又一難)의 갈수록 태산이라"라는 구절이 나온다. '일난거이우일난'은 "이치난 삿테 마타 이치난(一難去ってまた一難)" 즉 "하나의 어려움이 겨우 지나갔는데 또 다른 한 어려움이 닥침"이라는 일본 속담이다. 갈수록 태산의 의미를 '일본어로 규정'하고 있다. 1938년 11월 6일 자 동아일보 기사 제목에 「갈수록 태산준령(泰山峻嶺)인 불국(佛國)의 재정위기」라는 구절이 보인다. 그 뒤 "갈수록 태산"이란 기사는 1959년, 1960년의 동아일보에 나온다. '태산'은 잘 알려진 대로 중국 산둥성 북쪽에 있는 명산이다. 중국의 역대 황제들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신성한 산이며, 중국 오악(五岳)의 하나로 '천하제일산'이라 불린다. "티끌 모아 태산(塵合泰山)"이나 "태산이 높다 하되…" 같은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동아시아의 일상 문화 속에서, 태산은 '아주 크고 높은 것'(=도달해야 할 거대한 목표와 이상), '흔들리지 않는 든든함과 위대함', '작은 노력들이 모여 이뤄낸 큰 성과' 등을 상징하는 긍정적 은유다. 왜 이것이 부정적으로 바뀌었을까. 중국에 대한 우리의 관점 변화를 말해주는 것일까. 나아가 '태산'을 오르기 어려운 '곤란한 존재'로 폄하하려는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의 문화 조작 탓일까. 당시 겪고 있는 고난을 후지산도 아니고 중국의 태산으로 돌림으로써 일상적 화제 속에서 원한의 대상을 중국으로 전환하려는 '초점 이동'을 노린 것일까. 알 수 없다. 늘 쓰는 말 한마디도 이렇게 어려울 때가 있다.

    2026-10-02 00:30:00

  • [남정욱의 별별시선] 대통령 주위에는 진짜 '자기' 사람이 없는 것일까

    [남정욱의 별별시선] 대통령 주위에는 진짜 '자기' 사람이 없는 것일까

    개명세대에서 뭔 봉건적인 표현이냐 하실지 모르겠는데 유시민은 '주군(主君)'의 통증을 알고, 진심으로 가슴 아파했으며, 어떻게든 그걸 다독여주려 했던 진정한 충신이었다.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참모로 뛰고 있을 때다. 유시민이 노무현에게 물었다. "후보님, 콤플렉스 있으시죠?" 노무현은 웬 뚱딴지같은 질문이냐는 듯 "무슨 콤플렉스?"라 되물었고 유시민은 태연하게 상처 부위를 쿡 찔렀다. "가방끈 콤플렉스 있으시잖아요?" 유시민이 미쳐서 역린을 건드린 것일까? 당연히 아니다. 그는 상처와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만이 그걸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긴장감을 최고치로 올린 유시민은 미리 계획한 대사를 이어갔다. 대학도 좋은 데 나오고 글도 잘 쓰는 내가 왜 여기서 당신을 당선시키기 위해 자원봉사 하고 있겠냐고. 영리한 유시민은 주관적인 칭찬에 이어 객관적인 수치를 잊지 않았다. 당신은 사법시험 60명 뽑을 때 합격한 사람이다. 서울 법대 출신들도 얼마나 많이 떨어지는 줄 아느냐. 속이 빤히 들여다보였지만 이런 기특한 짓을 하는 유시민이 노무현 눈에 얼마나 예뻐 보였을까. 쓸데없는 소리, 하며 넘겼지만 속 깊은 추종자를 두었다는 기쁨에 그날 하루, 내내 행복했을 것이다. 효과가 있었을까. 일정 부분 그랬을 거라 본다. 실제로 '고졸 대통령' 노무현은 취임 12일 차 전국평검사와의 대화에서 "이쯤 되면 막 하자는 거지요?" 전투적으로 대응한 거 말고는 항상 직전에서 멈췄다. 콤플렉스라고 우아하게 표현했지만 정직하게 말하면 열등감이다. 인물이 빠지거나 키가 작거나 심지어 집이 빈한한 것도 다 그 범주다. 그리고 그것은 생각보다 훨씬 질기다. 얼핏 사람들은 자신이 어려서 꿈꿨던 것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인생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꼼꼼히 보면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열등감을 덮는 일에 인생의 많은 부분을 바친다. 그 대표 종목이 한국인의 절반 이상이 가지고 있다는 학력이다. 2025년 OECD 자료를 보면 25세에서 34세까지 한국인 대졸자는 70%였다. OECD 평균은 48% 정도다. 반면 경제적 보상은 미미하다. 한국 대졸자는 고졸자에 비해 31% 돈을 더 받는다. OECD 평균은 54%였다. 둘을 섞으면 대한민국에서 학력은 교육 지표가 아닌 전혀 다른 상징이란 의미다. 바로 사회적 지위다. 대졸 학력이 보편화되면서 내부에서 서열이 발생한다. 그리고 그 높고 낮음이 인격의 서열로 둔갑하면서 죄다 학벌 세탁에 목숨을 거는 것이다. 출석만 하면 학위를 주는 특수 대학원이 기승을 부리는 것이 그 방증이다. 여기 마친 분들은 이력서 쓰는 란에 출신 대학은 절대 안 쓰고, 죽어라 대학원만 쓴다. 학부는 어디냐 물으면 말을 돌리거나 화를 낸다. 주변에도 있다. 관계를 틀고 싶으면 만날 때마다 학교 물어보면 된다. 돈과 시간을 처발라 세탁을 했다고 치자. 그럼 끝? 아까도 말했다. 질겨서 콤플렉스라고. 혈맥 안에서 마그마처럼 돌아다니던 이 기운이 분출하는 순간이 있다. 자신이 무시당한다고 느꼈을 때다. 그간 참았던 것을 보상이라도 받겠다는 듯 더욱 적대적이고 공격적으로 표출된다. 얼마 전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했다. 기자 하나가 전세 제도에 대한 예전 발언에 대해 묻자 몹시 기분 나쁘다는 듯 턱을 꼿꼿이 세우고 "사라질 것이라고 했지 내가 언제 사라져야 한다고 했냐"며 면박을 줬다. 대통령답지 못한 졸렬한 태도라는 비판이 이어졌지만 태도의 문제가 아니다. 본질은 열등감이다. 백낙청 선생의 말을 빌리면 "고등학교도 안 나오고 대학공부도 제대로 안 한" 이재명식 콤플렉스겠다. 사소한 일에 발칵 뒤집어지는 걸 보면 이재명 대통령 주변에는 노무현의 유시민처럼 성심(誠心)으로 그를 보좌하는 성신(誠臣)이 없는 모양이다. 인간적으로 많이, 안쓰럽다.

    2026-10-02 00:30:00

  • [날씨] 10월 2일(금)

    [날씨] 10월 2일(금) "대체로 맑음"

    2026-10-01 18:50:58

  • [매일춘추-서효봉]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매일춘추-서효봉]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얼마 전 한 인터넷 기사에서 설문조사 결과를 봤다. 대화형 AI 이용자 10명 중 6명 가까이가 AI와 감정을 나누는 대화를 해봤다고 답했다. 사람에게 말 못 할 고민을 AI에게는 털어놓는다는 것이다. AI가 외로운 사람들의 새로운 위로가 된 것 같다. 그런데 지난해 오픈AI와 MIT 미디어랩이 함께 발표한 연구 결과는 조금 다르다. 챗GPT를 많이 쓰는 사람일수록 더 외로움을 느꼈고, 다른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은 줄어들었다. 위로받고 싶어서 AI를 찾았는데, 왜 더 외로워졌을까. AI는 정말 사람을 이해하고 위로할 수 있을까? 김애란의 소설집 '바깥은 여름'에 실린 단편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가 떠올랐다. 주인공 명지의 남편 도경은 중학교 교사다. 현장학습 중 물에 빠진 제자 지용을 구하려다 결국 둘 다 돌아오지 못한다. 사람들은 의로운 죽음이라 말하지만 명지는 묻고 싶었다. 왜 나를 두고 물에 뛰어들었느냐고. 명지는 스코틀랜드로 떠난다. 에든버러에 사는 사촌 언니가 휴가를 가면서 빈집을 그녀에게 맡겼다. 거기서 그녀는 옛 친구 현석을 만나지만 도경이 죽었다는 사실을 숨긴다. 그의 죽음을 모르는 사람과 시간을 보낸다. 현석을 통해 텅 빈 마음을 채우려 하지만 결국 엉망이 된다. 그녀는 에든버러의 낯선 방에서 휴대폰 속 시리에게 말을 건다. 시리는 뭐든 척척 대답하다가, 명지가 정말 묻고 싶은 질문에는 엉뚱한 대답을 한다.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되냐는 질문에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라며 되묻는다. 물론 소설 속 시리는 10년 전 AI다. 요즘 AI라면 정말 그럴듯한 위로를 건넸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매끄러워도 그게 위로가 될까? AI는 상실을 겪어본 적이 없다. 누군가를 잃고 무너져 본 적도, 그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 본 적도 없다. 한국으로 돌아온 명지는 가득 쌓인 우편물 사이에서 한 통의 편지를 보게 된다. 남편과 함께 죽은 지용의 누나, 지은이 보낸 편지였다. 지은은 작년에 갑자기 마비가 와서 오른쪽 몸을 쓸 수 없게 되었다. 며칠 전 꿈에 동생이 나왔다며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안부를 묻는다. 명지는 몸이 불편해 삐뚤빼뚤하게 쓴 글씨를 따라가다 눈물을 흘린다. AI에게 마음을 털어놓는 사람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AI는 한밤중에도 대답하고, 지치지도 않고, 언제나 내 편을 들어준다. 그런데도 AI와 오래 이야기한 사람들은 더 외로워졌다. 다시 묻는다. AI가 정말 사람을 이해하고 위로할 수 있을까? 시리가 물었다.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우리는 어디로 가고 싶었던 게 아니다. 그저 누군가 곁에 있어 주기를 바라고 또 바랄 뿐이다.

    2026-10-01 09:22:29

  • [사설] 정부와 상의해 삭제한 외환보유액 순위, 왜 국민에겐 숨겼나

    한국은행이 25년 넘게 공개해온 외환보유액 세계 순위(順位)를 보도 자료에서 삭제하기 전에 재정경제부와 상의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한은은 별도 공식 회의나 기록은 없었지만 양측에 "상당 기간 공감대가 형성돼 왔다"면서 최종 결정은 국제국장 판단이었다고 했다. 2001년 2월부터 25년 6개월 동안 매달 제공한 정보를 없애는 사안을 정부와 한은이 상당 기간 논의했다면, 왜 정작 국민에겐 변경 사실과 이유조차 알리지 않았을까. 한은은 사전 논의를 거친 결정이었다면서도 지난 3일 설명도 없이 순위표를 뺐다가 논란이 일고서야 참고 자료를 냈다. 한은은 외환보유액 순위가 대외 건전성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해서라고 해명했다. 경제 규모, 단기외채, 경상수지 등이 다르고 환율, 금값, 자산 가격도 순위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순위도 지난해 말 9위에서 올해 5월 13위까지 떨어졌다가 6월 10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지표의 불완전성과 정보를 숨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논란이 커지자 한은은 IMF(국제통화기금) 자료에서 빠지는 국가가 있고 국가별 공시(公示) 시점도 달라 통계의 한계가 있다며 시스템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 삭제 시점도 의문을 키웠다. 외환보유액 순위는 2020년 이후 오랫동안 8~9위권을 유지하다 올 들어 한때 13위까지 내려갔다.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높은 수준으로 오르는 과정에서 시장 안정을 위해 상당한 규모의 외환보유액이 사용된 것도 순위 하락 요인으로 거론됐다. 순위가 크게 흔들린 때 25년간 제공한 정보를 없앴고, 사전 설명도 없었으며, 이제는 정부와 상당 기간 의견을 나눴다는 사실까지 확인됐다. 누가 삭제를 제안했고, 어떤 판단 근거가 있었으며, 정부와 한은 사이에 무슨 의견이 오갔는지 국민에게 밝히는 것이 당연하다. "공감대는 있었지만 공식 회의는 없었고 국제국장이 결정했다"는 해명으로는 부족하다. 불편한 숫자를 없애고 결정 과정마저 공개하지 않는다면 중앙은행의 신뢰(信賴)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2026-10-01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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