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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 왕자 아일랜드, 아시아 환자 한국 [이재홍 칼럼]

    유럽 왕자 아일랜드, 아시아 환자 한국 [이재홍 칼럼]

    "기업의 '초과이윤'을 국가가 걷어 국민에게 뿌린다"는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아이디어로 한국 주식시장은 한 차례 진통을 겪었다. 외신은 이 발언을 대서특필했다. 청와대는 "초과이윤이 아니라 '초과세수'를 말한 것이었다"며 "세금을 걷어 나눠 주자는 것이지 기업의 이윤을 징발해서 뿌리자는 말이 아니었다"는 취지로 둘러댔다. 세금을 뿌리는 게 이윤을 뿌리는 것보다 좀 낫다고 생각했다니 꽤나 웃긴 대목이다. 우리와 정반대의 길을 택해 빈국에서 부자가 된 나라가 있다. 바로 아일랜드다. 원래 아일랜드는 서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다. 그러나 국가의 체질을 뿌리부터 뒤집는 만고의 시간을 거쳐 이제는 1인당 GDP가 세계 2위인 부자 나라다. 유럽의 병자라는 오래된 별명을 떼어내고 이제 명실상부한 유럽의 왕자로 거듭났다. 대체 어떻게 이들은 환자에서 왕자가 됐을까. 최근 아일랜드에는 기괴한 소송이 있었다. EU 집행위원회는 2016년 애플이 아일랜드 정부에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았다며 애플에 한화 21조원에 해당하는 130억유로의 법인세 납부를 명령했다. 애플은 이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다. 아일랜드 정부는 애플이 승소하면 아무 일이 없고 애플이 패소하면 돈방석에 앉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하지만 아일랜드 정부는 괴상한 짓을 했다. "애플은 불공정한 조세 혜택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오히려 애플 편에 서서 돈을 받지 않겠다고 소송에 참여한 것이다. 아일랜드는 그 돈을 받지 않기 위한 변호사비로만 147억 원을 썼다. 수백조원을 흥청망청 뿌려대는 한국의 시각에서 21조원이면 큰 돈이 아닌 것 같지만 아일랜드 인구는 한국의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애플과 아일랜드 정부는 패소했다. 그런데 뜻밖의 횡재로 벌어들인 21조원을 바라보는 아일랜드 정부·정치권 시각은 한국과 완벽하게 대조됐다. 총선을 앞두고 아일랜드 일각에서도 이 돈을 현금 지원으로 뿌리자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재무부 장관, 인프라부 장관에 이어 총리까지 나서서 딱 잘라서 거절했다. 아일랜드 정부는 "이 돈은 횡재일 뿐이다. 단 한 번 밖에 주어지지 않는 돈이기에 일상 소비에 사용해선 안 된다. 장기 인프라 투자에 사용하겠다"고 선언하고 이내 그 횡재를 오직 주택과 에너지, 상하수도, 도로, 네 가지 인프라에만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그뿐 아니다. 아일랜드는 법인세수를 다 쓰지 못하도록 하고 일정액을 의무적립 하도록 법으로 정해놨다. 고령화 사회를 대비하는 기금과 불황기에 인프라 투자를 유지하기 위한 기금 등 미래를 위해 온갖 대비를 다 하고 있다. 아일랜드는 역사상 유례 없는 호황기를 지나고 있지만 이 호황은 언제든 끝날 수 있다는 생각에 미래를 대비한다. 반면 한국은 조금이라도 공돈이 생기면 그 돈을 뿌려 매표할 생각밖에 하지 않는다. 아일랜드는 세금을 적게 받는 것이야말로 경제의 에너지이자 조세 경쟁력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면서 법인세를 안 받겠다고 소송까지 불사한다. 반면 한국은 누가 장사를 잘하면 온 국민이 나서서 거기 숟가락을 들이댄다. 돈이 생기면 미래 세대를 위해 남겨 놓는 아일랜드와 있는 돈 다 쓰고 미래 세대 이름으로 빚까지 내서 더 쓰는 한국의 미래, 그 차이는 무척 자명해 보인다. 이것이 바로 나날이 환자가 돼 가고 있는 한국과 나날이 부자가 되고 있는 아일랜드의 격차다. 마시멜로를 안 먹고 기다린 아이가 모든 면에서 마시멜로를 먹어버린 아이보다 더 성공한다는 '마시멜로 이야기'를 모르는 한국인은 거의 없다. 그런데 정작 한국 사회는 눈앞 마시멜로를 얼른 삼켜버리기에만 급급해 보인다. 그도 모자라 남의 마시멜로까지 탐을 내면서 말이다. 이재홍 프리드먼연구원장 〈strong〉** 외부 기고문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strong〉

    2026-06-09 23:05:51

  • [날씨] 6월 10일(수)

    [날씨] 6월 10일(수) "대체로 맑음"

    2026-06-09 18:47:49

  • [교육칼럼] 의대 입시 문호 넓어진 대구경북, 수시 역대 '최고' 경쟁률 예상

    [교육칼럼] 의대 입시 문호 넓어진 대구경북, 수시 역대 '최고' 경쟁률 예상

    최근 고1, 2를 대상으로 한 대구경북 지역 고교 교육현장이 요동치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대입 전형 시행계획에 따르면 오는 2028학년도 전국 39개 의과대학의 총 모집인원 3천599명 중 수시모집 선발 인원은 2천628명으로 전체의 73.0%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과거 의대 합격의 절대적 돌파구로 여겨졌던 정시모집 비율은 27.0%인 971명에 그쳐 과거 38.0%대를 상회하던 정시 비중이 10%포인트 이상 급감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이 전체 단일 전형 중 가장 높은 37.1%(1천336명)까지 치솟았고 학생부교과전형 역시 32.9%(1천183명)로 뒤를 이으면서, 단순 수능 표준점수 나열식 선발에서 벗어나 고교 3년간의 학교생활 기록과 내신 정성평가가 당락을 가르는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이 같은 구조적 변화는 대구 수성구 명문 고교들과 달서구, 북구 등 지역 일반고 학생들에게 전례 없는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비수도권 의대 전체 모집인원인 2천519명 가운데 무려 67.4%에 달하는 1천698명이 지역인재 전형으로 묶이면서 기존의 61%대 선발 기조를 완전히 넘어섰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2028학년도부터 본격 가동되는 지역의사제 물량이 전국적으로 610명에 달하며 대구경북권 대학들에 집중 배치된다. 거주지와 출신 고교 제한을 두는 광역권과 세부 진료권 분할 선발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 전형은 졸업 후 로컬 내 의무 근무를 조건으로 하고 있어 수도권 초고득점 N수생들의 무분별한 지방 원정 지원을 원천 차단하는 방어막 역할을 하게 된다. 실제 대구경북 지역 거점 대학들의 세부 모집요강을 살펴보면 지역 학생 선발에 대한 집중도가 확연히 드러난다. 총 143명을 선발하는 경북대학교의 경우 지역인재 선발 비율을 69.9%인 100명까지 끌어올렸으며, 이 중 33명을 학생부종합전형 형태의 지역의사제로 선발한다. 경북대는 대구경북 광역권에 10명을 배정하고 구미시 7명, 경주시 6명, 포항시 5명, 안동·영주시 각 2명 등 진료권별로 인원을 촘촘하게 쪼개어 대구 일반고 학생들의 합격 확률을 대폭 높였다. 경북대 지역의사제는 1단계에서 서류 100%로 모집정원의 500%를 걸러낸 뒤 2단계에서 면접 평가 30%를 반영하며 수능 최저학력기준은 수학을 포함한 3개 영역 등급 합 5 이내로 설정됐다. 총 95명을 모집하는 계명대학교 역시 65.3%인 62명을 지역인재로 채우며 학생부교과(광역권 6명)와 학생부종합(진료권 13명)을 동시 가동한다. 계명대 교과 지역의사는 수능 최저 기준이 3개 합 4로 높게 형성된 반면 종합 전형은 3개 합 5로 낮아 내신과 서류가 탄탄한 지역 고3 학생들의 전략적 공략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영남대학교 또한 전체 92명 중 64.1%인 59명을 지역인재로 뽑으며 대구가톨릭대학교는 56명 중 67.9%에 달하는 38명을 지역 전형에 할당해 학생부교과 광역권 3개 합 4, 학생부종합 진료권 3개 합 5의 수능 최저를 요구한다. 경주에 위치한 동국대학교 와이즈캠퍼스도 55명 중 60%인 33명을 지역인재로 묶고 진료권별로 1명씩 의무 배치하는 등 지역 밀착형 선발을 고착화했다. 바뀐 입시 지형을 바라보는 교육 수요자들의 셈법도 분주해졌다. 지역 고교생들 사이에서는 "정시 문턱이 20%대로 좁아지고 학생부종합전형 비중이 37%를 넘어가다 보니 이제는 수능 한판 승부보다 매 학기 중간·기말고사와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관리가 곧 의대 프리패스권이 된 것 같다. 대구 지역 고교 출신들만 경쟁하는 지역의사제나 70%에 육박하는 지역인재 전형을 노린다면 굳이 재수를 선택하지 않고도 수시에서 승부를 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과거에는 수능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아야만 의대 구경이라도 하는 줄 알았는데 수시 선발이 73%까지 확대되었다는 통계를 보니 내신과 비교과 활동의 정성평가 대비가 최우선이라는 확신이 든다. 특히 경북대나 계명대처럼 대구경북권 학생들만 진입할 수 있는 로컬 전형이 세분화되어 있어 수도권 상위권 학생들과의 정면충돌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이 같은 영남권 의대 중심의 역대급 수시 확대 기조는 인근 부산·울산 지역까지 연쇄적으로 이어지며 비수도권 의대 입시의 판도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부산대학교가 지역의사제 학생부종합전형으로만 38명을 대거 흡수하고 동아대학교는 지역인재 선발 비율을 무려 85.7%까지 격상시켜 전국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울산대학교는 면접 반영 비율을 50%까지 확대해 인성 검증을 강화하는 추세다. 교육계 전문가들은 의과대학 정원 변화와 맞물린 이번 2028학년도 전형이 대구 영남권 학생들에게 단군 이래 가장 유리한 구도를 제공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을 위한 전략적 수능 공부를 병행하되 3학년 2학기까지의 철저한 내신 등급 확보와 학교 수업 내 발표 및 탐구 보고서를 통한 학생부 세특 기록 고도화만이 67%의 지역인재 문턱을 넘는 가장 확실한 열쇠라는 분석이다. 윤경민 크라스에듀 대표

    2026-06-09 17:29:40

  • [기고-이인곤] 선관위는 국민 앞에 답하라

    [기고-이인곤] 선관위는 국민 앞에 답하라

    투표용지가 모자랐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선거 현장에서, 유권자가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투표소를 찾았으나 국가는 그 한 표를 받을 준비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것은 단순한 행정 착오가 아니다. 국민주권이 실현되는 가장 엄숙한 현장에서 국가기관이 국민 앞에 드러낸 중대한 헌법적 실패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심장이다. 국민은 투표소에서 한 장의 투표용지를 받아 들고 국가권력의 향방을 정한다. 그 종이 한 장은 단순한 인쇄물이 아니다. 헌법 제1조가 선언한 국민주권의 증서이고, 헌법 제24조가 보장한 선거권의 현실적 형태다. 그런데 그 투표용지가 부족했다. 이는 물품 관리의 실수가 아니라, 국민의 권리 앞에서 국가의 준비와 긴장이 무너진 사건이다. 헌법상 선거권은 국민 개인의 권리인 동시에 민주주의 질서를 떠받치는 공적 가치다. 선거의 정당성은 개표 결과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국민이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서, 불안과 혼란 없이 한 표를 행사할 수 있어야 비로소 선거는 정당하다. 절차가 흔들리면 결과도 상처를 입는다. 투표용지가 부족한 선거는 그 자체로 선거관리의 가장 기초적인 신뢰를 무너뜨린다. 선거관리위원회는 헌법이 특별히 설치한 독립기관이다. 그러나 독립은 책임을 피하는 방패가 아니다. 독립은 더 높은 책임을 요구하는 헌법적 명령이다.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되어 있다는 말은 국민 앞에서도 독립되어 있다는 뜻이 아니다. 선관위가 두려워해야 할 대상은 정권도, 정당도, 언론도 아니다. 오직 국민이어야 한다. 행정부와 정치권도 책임에서 비켜설 수 없다. 선거가 흔들리면 국가 전체의 정당성이 흔들린다. 정부와 국회는 선관위를 압박하라는 것이 아니라,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재정비할 책임이 있다. 독립기관의 책임과 국가의 책임은 서로를 지워주는 관계가 아니다. 국민 앞에서는 모두가 함께 답해야 한다. 선관위의 전면 쇄신을 요구하는 국민의 분노를 가볍게 들어서는 안 된다. 필요한 것은 뼈를 깎는 각성이다. 중앙선관위는 문제 발생 투표소별 준비 수량, 부족 발생 시각, 추가 이송 시각, 대기 인원, 투표 포기 신고 여부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책임자 문책은 형식적 경고에 그쳐서는 안 된다. 국회는 투표용지 작성·보관·배분·긴급 이송 체계를 법률과 규칙 차원에서 재점검해야 한다. "투표용지가 모자라 투표를 못 했다"는 말이 다시는 대한민국 선거에서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 사람의 유권자로서, 그리고 법을 가르쳐 온 사람으로서 이 사건은 참담하다. 국민은 거창한 특권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저 정해진 날 투표소에 가서 자신의 한 표를 행사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런데 국가는 그 가장 기본적인 약속을 흔들었다. 국민이 "이게 나라냐"고 탄식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탄식은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헌법적 절규다. 민주주의는 선거일 하루에 완성되지 않는다. 그러나 선거일 하루가 무너지면 민주주의 전체가 의심받는다. 투표용지가 모자란 선거는 행정 실패를 넘어 국민주권에 남은 깊은 상처다. 선관위는 국민 앞에 고개 숙이는 데서 그치지 말고, 뼈를 깎는 제도 개혁으로 답해야 한다. 민주공화국의 주인은 국민이다. 그 국민의 한 표 앞에서 국가는 다시 겸손을 배워야 한다.

    2026-06-09 14:46:42

  • [매일춘추-정성태] 사진가인가, 사진작가인가

    [매일춘추-정성태] 사진가인가, 사진작가인가

    모 방송국 PD에게서 뜻밖의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사진작가인가요, 사진가인가요. 어떻게 표기하는 게 좋을까요." 잠시 말문이 막혔다. 두 표현은 모두 익숙했지만 그 차이를 명확히 설명해 본 적은 없었다. 뭐라 답해야 할지 망설이는 순간, 그 질문은 다시 나 자신을 향해 되돌아왔다. 사진을 매체로 삼는 사람을 부르는 이름은 여럿이다. 사진가, 사진작가, 포토그래퍼, 다큐멘터리스트, 때로는 미디어 아티스트. 큰 의미에서는 모두 작가지만 같은 일을 하면서도 서로 다른 이름을 쓴다. 흥미로운 점은 영미권에서는 이런 구분이 상대적으로 단순하다는 사실이다. 대부분 '포토그래퍼(photographer)'라는 말로 통칭하고 필요할 때만 '다큐멘터리 포토그래퍼(documentary photographer)', '파인아트 포토그래퍼(fine art photographer)' 혹은 '아티스트(artist)'라는 설명을 덧붙인다. 영어의 포토그래퍼(photographer), 페인터(painter), 라이터(writer)는 모두 끝에 '-er'를 붙여 만든 말이다.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를 설명하는 이름이다. 반면 아티스트(artist)는 조금 다르다. 기술과 숙련을 뜻하는 라틴어 ars에서 비롯된 이 말은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보다, 어떤 사람인가를 가리킨다. 행위를 설명하는 이름과 존재를 설명하는 이름의 차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영미권에서는 '사진가인가 사진작가인가'를 구분하기보다 '포토그래퍼인가 아티스트인가'를 더 본질적인 질문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우리 사회는 이름을 더 세분화한다. 직업과 예술의 경계에 대한 인식, 그리고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싶은가에 대한 문화적 습관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사진의 역사적 맥락을 떠올리면 이러한 혼재는 낯설지 않다. 사진은 오랫동안 기록과 기술의 영역에 가까웠고, 미술의 범주로 받아들여지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다. '사진작가'라는 말은 단순한 호칭이 아니라 사진을 예술의 언어로 자리매김하려는 의지에서 나온 이름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지금의 혼용은 혼란이라기보다 그 과정을 지나온 흔적에 가깝다. 오늘날 사진은 더 이상 유형이나 사건의 기록에만 머물지 않는다. 다큐멘터리와 파인아트, 설치와 영상이 뒤섞이며 경계는 느슨해졌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셔터를 누르는 행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본다. 사진가인가, 사진작가인가. 작업의 현장에서 그 경계는 분명하지 않다. 기록과 표현, 예술과 기술은 늘 겹쳐 있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도 그 답이 어렵다. 어쩌면 예술은 어떤 이름을 갖느냐보다 무엇을 바라보느냐의 문제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2026-06-09 11:03:18

  • [사설] 초과 세수로 나랏빚부터 갚는 게 후손에 대한 현세대의 의무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반도체 산업 호황 등으로 인한 초과 세수 활용 방안을 묻는 질문에 "잠재성장률 회복에 장기 투자하는 방향으로 중심을 잡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초과 세수를 국채 비율을 줄이는 데 쓰는 것을 두고 "바보 같은 짓"이라 일축하며, 반도체 등 미래 성장 동력과 청년 세대를 위한 투자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이런 재정 운용 기조는 국가부채의 엄중한 현실을 외면한 유토피아적 낙관론에 가깝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나랏빚의 청구서를 미래세대에게 고스란히 떠넘기는 위태로운 발상이다. 현재 대한민국 재정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선은 냉정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재정 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부채(D2) 비율은 올해 54.4%에서 내년 56.6%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IMF가 선진국으로 분류한 11개 비기축통화국 평균(55.0%)을 웃도는 수치다. 더욱 심각한 것은 부채의 증가 속도다. 향후 5년간 한국의 부채비율은 연평균 3.0%씩 상승해 비기축통화국 중 가장 가파른 상승 폭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정부와 일부 전문가들은 주요 선진국(G7)의 부채비율이 120~130%에 달한다는 점을 들어 우리 재정이 아직 양호하다고 강변(強辯)한다. 하지만 이는 달러나 엔화 같은 기축통화(基軸通貨)를 가진 나라들과의 단순 비교일 뿐, 자본 유출 리스크에 취약한 비기축통화국인 한국의 특수성을 간과한 대목이다. 비기축통화국의 과도한 부채는 대외 신인도 하락과 국가신용등급 강등(降等), 나아가 외환위기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초과 세수를 투자하겠다는 것은 재정 건전성 확보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이다. 경제 규모가 커지는 속도보다 나랏빚이 쌓이는 속도가 훨씬 빠른 지금의 위기 상황을 직시하고, 건전한 재정이야말로 미래세대에 물려줄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자산임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

    2026-06-09 05:00:00

  • [사설] 젠슨 황 방한 계기로 대구도 피지컬 AI 선점 나서야

    9일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방한(訪韓) 일정이 끝났다. 지난해 '깐부치킨 회동'에 이어 이번엔 '삼소(삼겹살+소주) 회동'과 예능 프로그램 녹화, 야구 경기 시구 등으로 화제를 뿌렸다. 그러나 이목은 기업인들과의 회동에 집중됐다. 방한 기간 중 사업 협력을 위해 만나고 방문한 기업만 9곳이 넘는다. SK하이닉스와는 차세대 AI 메모리 공동 개발을 위한 파트너십을 발표했고, 현대차와는 로보틱스 협력 구체화, LG와는 AI·로봇 전 계열사 협업을 논의했다. 두산도 8일 피지컬 AI·로보틱스·AI 팩토리 분야 전방위 협력 내용을 밝혔다. 문제는 이 모든 게 철저히 수도권 중심이라는 점이다. 황 CEO의 동선도 수도권을 벗어나지 않았다. 피지컬 AI는 로봇과 제조 설비 등 물리적 시스템에 AI를 결합하는 기술로, 제조·물류·조선·철강 등 산업 현장이 주무대다. 이는 대구·경북의 산업 구조와 맞닿아 있다. 그런데 여기에 지역은 없다. 수도권이 AI 생태계를 선점하는 동안 지역은 구경꾼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단순한 경제력 격차를 넘어 미래 생태계 자체에서 완전히 배제되는 '디지털 신(新)소외 지대'가 될 수 있다. 대구에 자산이 없는 것도 아니다. 지난해 이미 국내 최초로 AI 로봇 글로벌 혁신 특구로 지정됐다. 산업통상부 산하 한국로봇산업진흥원도 있다. 달성군 테크노폴리스에는 국가로봇테스트필드가 내년 시범 운영을 목표로 구축 중이다. 로봇 실증 인프라는 피지컬 AI 스타트업에는 연구소만큼 절실한 자산이다. 대구는 이미 충분한 패(牌)를 쥐고 있다.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만큼 대구를 글로벌 빅테크와 국내 대기업의 피지컬 AI 실증 거점(據點)으로, 매력적인 '테스트베드'로 브랜딩해야 한다. 지역의 기계·부품 제조 기업이 'AI 팩토리'로 전환할 수 있도록 실질적 지원책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피지컬 AI는 대구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실상의 마지막 기회다. 뒤처지면 따라잡기 어렵다. 그러나 선점하면 산업 지형은 물론 대구의 미래가 바뀔 수 있다.

    2026-06-09 05:00:00

  • [사설] 공소 부당 여부 법원 판단받는 게 '법과 상식대로' 하는 것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형사사건 공소(公訴) 취소 문제와 관련해 "법과 상식대로 하면 된다"며 "잘못됐으면 취소하고, 잘못 안 됐으면 놔두면 된다"고 말했다. 원칙론처럼 들리지만, 원칙을 훼손하는 말이다. 이미 수사를 통해 기소된 사건은 법원이 판결할 문제이지 대통령이 임명하는 특검이 판단할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대한민국을 '대체 불가 국가'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초격차 산업 강국, 인공지능 대전환, 혁신적 실용 정부라는 청사진도 내놓았다. 그러나 현실은 심각하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삼중고(三重苦)에 성장 둔화가 심화되고 있다. 북중(北中) 밀착이 강화되는 가운데 한미 관계를 둘러싼 안보 현안도 적지 않다. 이처럼 엄중한 시기에 대통령의 공소 취소 문제가 정치적 쟁점(爭點)으로 떠올랐다. 이 대통령은 지방선거 전날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공소 취소를 압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미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 취소 권한을 특검에 부여하는 '조작 기소 특검법' 추진을 공언했다.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진상 규명은 해야 한다"며 "내 입장에서는 내가 지휘할 수 있는 특별수사본부를 꾸려서 하는 게 훨씬 더 낫고, 국민과 야당 입장에서는 중립적(中立的)인 특검이 하는 게 낫지 않나"라고 밝혔다. 그러나 야당은 특검을 반대하고 있고, 많은 국민들은 민주당 주도의 특검이 중립적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공소 취소 논란은 심각한 정치적 갈등을 유발한다. 야당과 많은 국민들이 '조작 기소 특검법'을 대통령 개인을 위한 입법으로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관련 논의에 목소리를 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지방선거에서 국민은 성찰 없는 국민의힘을 심판함과 동시에 여권의 오만(傲慢)과 독주(獨走)를 경고했다. 한성숙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은 미래 성장에 역점을 두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그렇다면 정부의 모든 역량도 그 방향으로 모아져야 한다. 대통령 개인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국정을 집어삼키는 것은 옳지 않다.

    2026-06-09 05:00:00

  • [관풍루] 이재명 대통령, 자기 사건 공소 취소 문제에 대해 "법과 상식대로 하면 된다"며 "잘못됐으면 취소하고 잘못 안 됐으면 놔두면 된다"고 언급

    ○…이재명 대통령, 자기 사건 공소 취소 문제에 대해 "법과 상식대로 하면 된다"며 "잘못됐으면 취소하고 잘못 안 됐으면 놔두면 된다"고 언급. 공소가 잘못됐는지 아닌지 법원 판단 받는 것이 법과 상식대로 하는 것. ○…인천시장 선거 사전투표 집계 결과 송도1동과 송도2동의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당선인과 유정복 국민의힘 후보의 득표수가 동일하게 나타나. 우연의 일치? 보이지 않는 손의 장난? ○…이화영의 '검사실 연어 술 파티 의혹' 위증 사건의 유무죄를 가르는 국민참여재판이 8일부터 열흘간 열려. 조작 기소 국조에서 이미 '연어 술 파티'는 '뻥'이었음이 입증되지 않았나?

    2026-06-09 05:00:00

  • 사전선거 출구 조사가 없는 이유 [가스인라이팅]

    사전선거 출구 조사가 없는 이유 [가스인라이팅]

    우리가 선거 6일 전부터 이른바 '여론조사 깜깜이 기간'을 두는 이유는 사전투표자와 본투표자의 표 가치가 달라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밴드왜건 효과'처럼 이기는 후보에게 표가 쏠릴 수도 있고 반대로 '언더독 효과'처럼 열세 후보에게 동정표가 모일 수도 있어서다. 특정 후보의 우세나 열세가 유권자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이 원칙은 출구조사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런 이유로 사전투표 출구조사는 별도로 공표하지 않고 본투표 출구조사도 투표 마감 전까지 공개하지 않는다. 아직 투표하지 않은 사람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결과 윤곽이 공개되면 그 정보가 유권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이기고 있다는 발표를 본 유권자는 투표를 포기할 수도 있고 지고 있다는 발표를 본 유권자는 더 강한 동기로 투표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선거는 이미 순수한 선택의 장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 그런데 일부 투표소에서는 투표용지 부족으로 마감 시각이 지난 뒤에도 투표가 계속됐다. 투표 못한 유권자가 남아 있는데도 출구조사 결과가 공표되고 일부 지역에서 개표까지 진행됐다는 것이다. 형식적인 투표 마감시각은 지났지만 실제 투표는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공직선거법은 출구조사 공표를 투표 마감시각까지 금지한다. 평등선거의 원칙은 단순히 모든 사람에게 한 표씩 준다는 의미에서 그치지 않는다. 각자의 한 표가 선거 결과에 기여하는 조건 역시 최대한 동등해야 한다. 사전투표를 한 사람, 오전에 투표한 사람, 오후에 투표한 사람, 투표용지 부족으로 몇 시간씩 기다린 사람의 한 표가 모두 같은 무게를 가져야 한다. 그런데 누군가는 결과의 윤곽을 모른 채 투표하고 누군가는 출구조사와 개표 상황을 접한 뒤 투표하게 된다면 형식적으로는 모두 한 표일지 몰라도 실질적으로는 같은 조건의 한 표라고 보기 어렵다. 이번 사태로 선거 결과가 바뀌었는지는 핵심이 아니다. 선거에서 더 중요한 것은 모든 유권자의 한 표가 같은 조건에서 행사되었는가다. 투표용지 부족으로 일부 유권자가 몇 시간씩 기다려야 했고 그 사이 출구조사와 개표 상황이 공개됐기에 이번 선거의 평등성과 공정성은 흔들렸다. 선관위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현장 착오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는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단 한 명의 유권자도 자신의 표가 가볍게 취급됐다고 느끼지 않게 만드는 데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모든 사태의 근원이었던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해 선관위는 "사전투표율이 높았기 때문에 본투표율도 낮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해명했다. 선관위는 선거관리의 본질을 잘못 이해했다. 선거관리기관의 존재 이유는 투표율을 예측해 종잇값을 아끼는 게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유권자의 한 표가 차질 없이 행사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원종현 프리드먼연구원 주임연구원 〈strong〉* 가스인라이팅(Gas Enlighting)은 매일신문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칼럼 공간입니다. '가스라이팅'은 1930년대 가스등을 사용하던 시절 파생된 용어입니다. 가스등을 조금씩 어둡게 해 누군가를 통제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가스인라이팅'은 그 반대로 등불을 더 밝게 비춰주자는 뜻입니다.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자주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strong〉 〈strong〉** 외부 기고문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strong〉

    2026-06-09 02:22:53

  • [날씨] 6월 9일(화)

    [날씨] 6월 9일(화) "차차 맑아짐"

    2026-06-08 18:56:26

  • [기고-김종수] 공룡이 남긴 질문, 변화로 답하다

    [기고-김종수] 공룡이 남긴 질문, 변화로 답하다

    한때 지구를 지배했던 공룡은 왜 사라졌을까. 거대한 몸집과 압도적인 힘을 가졌지만 결국 살아남지 못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기후 등 생존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연은 가장 강한 존재가 아니라 가장 잘 변화하는 존재를 선택하는 명제를 공룡은 거슬렀다. 지금 우리 사회와 행정도 다르지 않다. 과거의 성공 경험에 기대고, 익숙한 방식만 반복하며, 변화의 신호를 외면하는 순간 조직은 서서히 늙는다. 권위는 남지만 경쟁력은 사라지고, 형식은 유지되지만 미래는 멈춘다. 경상북도가 공룡을 바라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룡은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경고장이었다. 2019년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세계 최고 혁신 기업인 구글 본사를 방문했을 때 마주한 공룡 화석은 하나의 질문을 던졌다. "당신의 조직은 지금도 살아 움직이고 있는가." 그 질문은 경상북도에 깊은 울림을 남겼다. 변화를 멈춘 조직은 결국 도태된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했다. 이후 도청 전정에 설치된 공룡 조형물은 단순한 장식물이 아니었다. 낡은 관행과 권위주의를 깨고 끊임없이 혁신하겠다는 다짐이자 선언이었다. 변화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증명된다. 경상북도는 변화와 혁신을 도정 운영의 핵심 가치로 삼고 공직사회의 체질 개선에 나섰다. 익숙함보다 도전을, 책상보다 현장을, 관성보다 실행을 선택했다. 무엇보다 혁신의 출발점은 사람이라고 판단했다. 공직자의 역량이 곧 행정의 경쟁력이라는 생각으로 매주 화요일 새벽, 스스로를 깨우는 학습 문화인 '화공특강(화요일은 공부하자)'을 시작했다. 2018년 11월부터 시작된 화공은 매주 새벽 각 분야의 명사들이 찾아 도정의 발전 방안을 모색하고 '지방 성공 시대' 구현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350여 차례가 넘는 화공 특강을 통해 변화는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배우고 성장하려는 조직 내부의 노력에서 시작된다는 믿음을 얻었다. 그 결과는 숫자로 증명됐다. 24년 만의 청렴도 종합 1등급 달성, 2025 APEC 정상회의 유치, 지방자치단체 혁신평가 우수기관 선정, 민선 7기 대비 약 2배 이상 증가한 예산 규모 등 변화는 실제 성과로 이어졌다. 특히 공룡의 이동은 상징적이다. 2019년 도청 전정에 자리했던 공룡은 2021년 홍익관으로, 다시 2026년 원당지로 자리를 옮겼다. 혁신은 한 곳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혁신은 완성형이 아니다. 혁신은 끊임없이 자신을 의심하고 스스로를 바꾸는 과정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인공지능 혁명, 지방 소멸, 산업구조 재편, 기후위기라는 거대한 전환기에 서 있다. 과거의 방식으로는 미래를 설명할 수 없는 시대다. 변화를 거부하는 조직은 쇠퇴하고, 변화를 주도하는 조직은 미래를 만든다. 행정 역시 예외가 아니다. 속도가 경쟁력이고 혁신이 생존인 시대다. 전례와 관행만 붙잡는 행정은 시대의 요구를 따라갈 수 없다. 경상북도가 공룡을 통해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공룡은 멸종의 상징이 아니다. 스스로를 바꾸지 못한 조직의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자 반면교사의 교과서다. 결국 살아남는 것은 가장 강한 조직이 아니다.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조직이다. 그리고 그 변화는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지 않는다. 하나의 질문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지금도 변화하고 있는가." 경상북도의 공룡은 오늘도 묻고 있다.

    2026-06-08 15:25:43

  • [심백강의 한국 고대사] 공무도하가는 북경의 조선하를 배경으로 창작된 고조선 가요다

    [심백강의 한국 고대사] 공무도하가는 북경의 조선하를 배경으로 창작된 고조선 가요다

    四庫全書/子部/兵家類/武經總要/前集/卷十六下/北番地理  燕京州軍十二 中原舊地 幽州 古冀北之地 舜置幽州 東有朝鮮遼東 北有樓煩白檀 西有雲中九原 南有滹沱易州 唐置范陽節度 臨制奚契丹 理幽州 自石晉割賂戎主 建為南京 又改燕京 東至符家口 三百九十里 正東㣲北 至松亭關 四百五十里 西至中山口百里 正西微北 至居庸關 一百一十里 東北至中京 出北門 過古長城 至望京四十里 又過温餘河 大厦陂 五十里至順州 東北過白璵河 七十里 至檀州 自此漸入山 五十里 至金溝淀 入山屈曲 無復里堠 過朝鮮河 九十里 北至古河口 兩傍峻崖 有路僅容車軌 八十里 至新館 過鵰窠嶺 四十里 至卧如來館 又七十里 至栁河館 過松亭嶺 七十里 至打造部落 又東南行五十里 至牛山館 八十里 至鹿兒峽館 又九十里 至鐵漿館 自北塹山 七十里 至富谷館 又八十里 至通天館 又二十里 至中京 南至雄州 出南門 渡盧孤河 六十里 至良鄉縣 又過琉璃河 范水 涿水 至涿州 共十里 又七十里 至新城縣 又四十里 至白溝河 渡河 至雄州 무경총요에서 북경의 지리를 설명하는 내용 가운데 등장하는 조선하 부분, 무경총요는 사고전서(四庫全書) 자부 병가류에 수록되어 있다. ◆한국 최초의 고조선 자료 공무도하가 "임아, 그 물을 건너지 마오. 임은 끝내 그 물을 건너셨네. 물에 빠져 돌아가시니, 가신 임을 어찌할꼬.(公無渡河 公竟渡河 墮河而死 當奈公何)" -백수 광부의 아내, 「공무도하가」-" 이는 동아출판사에서 발행한 『고등국어 고전문학』 맨 첫 장에 나오는 내용인데, 고조선의 뱃사공 곽리자고의 아내 여옥을 통해서 이 노래가 후세에 전해지게 되었다는 배경 설화를 덧붙이고 있다. 공무도하가는 일명 공후인(箜篌引)이라고도 하는데 한국 중, 고등학교 교과서에 모두 실려 있다. 우리는 그동안 공무도하가를 한국 최초의 가요라고만 인식하고 고조선 사료로서의 높은 가치엔 주목하지 않았다. 그러나 공무도하가는 고조선 당시에 고조선 사람이 직접 지어 부른 가요라는 점에서 고려 때 일연이 저술한 『삼국유사』 고조선조보다도 훨씬 더 사료적 가치가 높은 한국 최초의 고조선 자료이다. 공무도하가는 고조선의 나루터인 조선진(朝鮮津)을 배경으로 창작된 고조선 민요이므로 조선진을 추적하여 그 위치가 확실히 밝혀진다면 대동강 조선설은 설 자리를 잃고 한국사의 혁명을 가져올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공무도하가의 고조선 연구자료로서의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공무도하가의 조선진(朝鮮津)을 대동강 구두진(狗頭津)으로 본 이병도의 견해 이병도는 『한국고대사연구, 1979』 낙랑군고에서 공무도하가와 관련하여 그의 견해를 장황하게 피력했다. 이병도의 견해는 반도사학의 입장을 대표하는 것이므로 좀 길지만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인용하면 아래와 같다. "조선현과 관련하여 하나의 유명한 사화(史話)를 소개하지 아니할 수 없다. 그것은 조선진졸(朝鮮津卒) 곽리자고(霍里子高)의 처인 여옥의 공후인에 관한 이야기인 것이다. 조선진은 아마 조선 현치(縣治)의 유지(遺址)인 토성리 북쪽에서 대동강을 건너가는 도진(渡津)인 지금의 구두진(狗頭津)〈승람(勝覽)의 남포(南浦), 일운(一云) 당포(唐浦)?〉이 아닌가 생각되며, 곽리자고는 이 도진의 수부(水夫)였던 것이다. 곽리는 자고의 씨성(氏姓)인지 혹은 그의 거주 동명(洞名)인지 미상하나 그것이 연달아 나타나는 것을 보면 씨성인 것 같다. 어떻든 그가 조선현의 토착 원주민인 것은 의심 없다. 그 사화가 한악부(漢樂府)〈상화곡(相和曲), 공후인조(箜篌引條)〉에 실려 있는 만큼, 한대(漢代)의 이야기인 것은 재언(再言)을 요하지 않는다. 이것이 역시 진대(晉代) 최표(崔豹)의 고금주(古今注)에도 기재되어 있는데, 이는 전자에서의 인용일 것이다. 양서(兩書)에 의해서 그 사화의 전말을 말하면 아래와 같다. 공후인은 조선진졸 곽리자고의 처인 여옥의 소작이다.······" 이병도는 지금 북한의 평안남도 일대와 황해도 북단이 낙랑군의 영역이라고 보았다. 대동강 남쪽 연안인 대동면 토성리 일대를 낙랑군 조선현의 소재지로 파악한 이병도는 공후인에 등장하는 조선진을 토성리 북쪽에서 대동강을 건너가는 나루터인 구두진(狗頭津)으로 추정하였다. 한자 '구두(狗頭)'는 개의 머리란 뜻으로 아마도 그곳 지형이 개의 머리와 유사하게 생겨서 붙여진 지명인 듯하다. 그런데 조선과 구두가 어떤 관련이 있는지 구두진을 왜 조선진으로 추정하는가에 대한 단 한마디 설명도 없이 일방적으로 대동강 구두진을 조선진으로 비정한 것은 논리의 비약이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삼국사기』에 "구두진에 이르러 대동강을 건넌다.(至狗頭津 渡大同江)"라는 기록이 보인다. 구두진이 대동강의 대표적인 나루터이므로 대동강을 고조선의 중심지역으로 인식한 이병도는 조선진을 구두진으로 비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구두진이 『삼국사기』에 등장하는 것을 본다면 구두진은 삼국시대 이전 고조선 시대부터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다. 곽리자고가 만일 구두진졸(狗頭津卒)이라면 최표의 『고금주(古今注)』를 비롯한 중국 문헌에서 구두진졸이라고 말하지 왜 굳이 조선진졸(朝鮮津卒)이라고 표현했겠는가. 그리고 "공무도하(公无渡河) 공경도하(公竟渡河) 타하이사(墮河而死)"라는 공무도하가 가사 내용에서 보듯이 강이 아닌 하가 계속해서 등장한다. 대동강은 강이지 하가 아니다. 고대에는 장강(長江), 주강(珠江), 위하(渭河), 황하(黃河), 한수(漢水), 요수(遼水) 등과 같이 강, 하, 수를 구분하여 호칭하였다. 공무도강가라고 하지 않고 공무도하가라고 한 것을 보아도 여기 등장하는 물은 강이 아니라 하(河)였음이 분명하다. 그리고 한번 붙여진 지명은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구두진은 발음상으로 볼 때 조선하와는 너무나 거리가 먼 이름이다. 이병도가 제2 안, 제3 안으로 거론한 지명인 남포, 당포도 역시 마찬가지다. 구두진, 남포, 당포 이런 명칭들 가운데서는 조선하의 흔적을 발견하기 어렵다. 또한 이병도는 공후인이 한악부(漢樂府)와 진대(晉代) 최표(崔豹)의 『고금주』 두 책(兩書)에 실려 있는 것으로 인식하며 『고금주』가 공후인을 전자 즉 한악부에서 인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명백한 오류이다. 공후인은 최초로 동한의 채옹이 쓴 『금조(琴操)』에 수록되었고 서진(西晉)의 최표가 『고금주』에서 이를 인용 보완했으며 북송 때 곽무천(郭茂倩)이 중국의 역대 악부시가를 집대성한 『악부시집(樂府詩集)』을 편찬하면서 공후인을 한악부 상화가사(相和歌辭, 민간음악) 부문에 편입시켰다. 그런데 이병도는 『악부시집』이 북송 때 곽무천에 의해 편찬되어 거기에 한악부 즉 한나라 시대의 민간시가가 수록된 사실을 모르고 한악부를 진(晉)대 『고금주』 이전 한나라 때 편간 된 책 이름으로 착각하는 실수를 범하였다. 이는 이병도가 그 당시에는 실증사학의 태두로 여겨졌지만 사료의 고증이 훨씬 더 용이해지고 확대된 오늘날에서 보면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을 반증하는 단적인 하나의 사례라고 하겠다. 그런데 광복 후 80년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 이병도의 2세, 3세들은 이병도 사학에서 한 걸음도 진전되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으니 지하에서 이병도 선생도 안타까워 할 것이다. ◆공무도하가는 북경의 조선하를 배경으로 창작된 고조선 가요다 지금까지 반도사학과 민족사학을 물론하고 공무도하가에 나오는 조선진이 대동강의 구두진이라는 이병도의 주장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반론을 제기한 사람은 없다. 『다음백과』에는 공후인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창작지역, 채록자, 문헌 등이 모두 중국이라는 점에서 중국의 노래라고 보는 입장도 있다. 그러나 낙랑군의 조선현이 있었던 대동강 나루나 우리 민족과 관련된 어느 나루를 배경으로 이루어진 우리 노래로 보는 것이 지배적이다." 이는 이병도의 주장에 영향을 받은 기록임을 알 수 있다. 필자는 공무도하가는 북한 대동강의 구두진이 아닌 북경의 조선하를 배경으로 창작된 고조선 가요라고 확신한다. 그 근거를 아래에서 자료를 통해 밝힌다. 『무경총요』는 북송 경력(慶曆) 연간(1041~1048)에 국가에서 편찬한 중국 최초의 관찬 군사 저작으로 우리나라 『삼국유사』보다 약 250년 앞서 발간되었다. 『무경총요』에서 북경의 지리를 설명하면서 "동북쪽으로 조선하를 건너고 고북구를 지나서 요나라 수도 중경에 간다."라고 말하여 조선하란 이름이 북경 지역에 등장한다. 조선하에 관한 기록은 송나라에서 직사관(直史館), 사관수찬(史館修撰)을 역임한 역사학자이자 재상을 두 차례나 역임하고 기국공(沂國公)에 봉해진 왕증(王曾, 978~1038)의 『왕기공행정록(王沂公行程錄)』에도 나온다. 『왕기공행정록』은 왕증이 송나라 특사로 요나라에 사신으로 갈 때 송나라 변경에서 요나라 수도 중경, 즉 오늘날의 내몽고 영성현(寧城縣)까지의 중간 경유지를 일정표 형식으로 적은 것이다. 『무경총요』보다 앞서 쓰여진 책인데 여기에도 왕증이 조선하를 지나서 중경에 도착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는 명, 청 이후 북경 지역에서 조선하가 사라졌지만 적어도 송나라 때까지는 북경에 조선하란 이름이 존재하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공무도하가의 조선진졸 이야기는 최초로 『금조(琴操)』라는 책에 실려 있는데 『금조』의 저자는 거문고에 조예가 깊었던 동한시대 채옹(蔡邕)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한 조선진은 동한 이후의 조선진이 될 수 없다. 공무도하가의 창작 배경이 된 조선진은 당연히 한나라 시대 조선하 나루터를 지칭한 것이고 이는 송나라 때뿐 아니라 한나라 시대에도 조선하가 중국에 존재했음을 입증하는 근거가 된다. 그렇다면 한나라 시대의 조선하는 과연 어디에 있었을까. 역사상에 한반도나 만주에는 조선하란 이름은 존재하지 않았다. 『산해경』에서 "고조선은 발해 북쪽 연산 남쪽에 있다.(海北山南)"고 말하였고 『무경총요』에서는 "송나라 때 조선하가 지금 북경 북쪽에 있었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북경 북쪽에 있었던 송나라 시대 조선하와 다른 한나라 시대의 조선하가 존재할 수는 없는 일이다. 『무경총요』, 『왕기공행정록』을 통해서 송나라 시대에 지금 북경에 조선하가 있었다는 사실이 문헌적으로 뒷받침되고 동한시대 채옹의 『금조』에 실린 공무도하가의 조선진졸 이야기는 송나라 시대의 조선하가 한나라 시대에도 조선하로 호칭되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다고 하겠다. 대동강은 역사상에서 조선하로 불려진 일이 없는데 대동강 구두진이 어떻게 조선진이 될 수 있겠는가. 공무도하가는 북경의 조선하 나루터를 배경으로 쓰여진 고조선의 민요가 확실하다. ◆교과서 개정, 공무도하가 창작 배경 북경 조선하임을 밝혀야 북경 북쪽에 있던 고대의 조선하는 지금 북경시를 가로질러 밀운구 일대를 경유하는 조하(潮河)로 고증된다. 북경에 조선하란 이름으로 불린 고조선의 강이 송나라 때까지 존재했었다는 사실은, 수천년 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다가 필자를 통해서 최초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필자 이전에는 『삼국사기』, 『삼국유사』를 비롯한 우리나라 역대 어느 문헌에서도 북경의 조선하를 언급한 기록이 없기 때문에 이병도가 북한의 대동강 유역을 낙랑군 조선현으로 착각하고 대동강 구두진을 조선진으로 비정한 것은 어찌보면 크게 나무랄 일이 못 된다. 또 리지린이나 윤내현이 공후인을 설명하면서 공후인의 창작 배경이 된 조선진의 위치를 제대로 밝히지 못한 것도 이해가 가는 일이다. 그러나 이제 필자가 북경의 조선하를 발견하여 북경이 고조선의 터전이었다는 사실을 저서를 통해 세상에 공개한 지 이미 15년이 지났다. 그런데도 여전히 대동강 유역 고조선 설을 고집하고 조선진이 구두진이란 주장이 수정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비판받아 마땅한 일이다. 공무도하가는 한국의 중, 고등학교 국어, 문학 교과서에 공통적으로 수록된 작품인데 그동안 학생들에게 창작 무대인 조선진이 어디인지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다. 이제는 북경 조선하의 존재가 확인된 이상 교과서를 개정하여 조선진은 북경 조선하 나루터였다는 사실을 밝힘으로써 한국 청소년들에게 우리는 반도민족이 아닌 대륙민족이라는 자긍심을 갖게 해야 한다. 그리고 공무도하가의 조선진이 북한 대동강 구두진이 아닌 북경 조선하 나루터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한국은 역사상 중국의 일부였다"고 망언을 하고 고구려사가 중국사라고 대학교재에 실어 가르치는 중국의 동북공정을 무너뜨리는데도 결정적인 작용을 하게 될 것이다. 역사학박사·민족문화연구원장

    2026-06-08 11:09:24

  • [사설] 투표용지 110% 예산 받고 50%만 찍은 이유가 뭔가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드러날수록 가관(可觀)이다. 선관위는 이번 선거 전체 유권자의 110% 정도의 투표용지를 인쇄하겠다며 지자체들로부터 예산을 받았다. 인쇄 단가 상승과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비해 여분의 투표지를 인쇄해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정작 중앙선관위는 각 지역에 선거인 수의 50%를 하한선으로 인쇄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이는 이전 대선 70%, 지선 60% 수준이던 하한선 기준보다도 10%포인트나 낮은 수치다. 미사용 예산을 지자체에 반납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왜 110% 예산을 받아놓고 50%만 제작했는지는 여전히 의심스럽다. 더구나 선거 전 실시한 '유권자 의식 조사'에서 응답자의 73.6%가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답한 결과를 받아 놓고도 이런 행정을 한 것도 이해할 수가 없다. 이는 최근 세 차례 지방선거 조사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치였다. 그러고도 '높은 투표율을 예상 못 했다'니 도대체 무슨 말인가. 용지 부족 사태는 애초 알려진 것보다 규모도 컸다. 선관위에 따르면 서울 33곳뿐 아니라 인천 6곳, 대구 4곳, 부산 3곳 등 전국 50곳이나 됐다. 이 중 22곳은 투표가 중단됐다가 재개됐다. 이에 반발한 시민들이 잠실7동 제2투표소를 봉쇄하자 경찰은 기동대 18개 부대 1천 명을 투입해 시위대를 강제로 끌어내는 등 대규모 공권력을 투입, 빈축(嚬蹙)을 사기도 했다. 서울대·고려대·경북대 등 전국 주요 대학에도 '참정권을 짓밟고 대의민주주의의 기반을 흔들었다'는 등 선관위 규탄 대자보와 성명, 게시글이 잇따랐다. 헌법재판소엔 참정권 침해 헌법소원도 접수됐다. 국민의힘은 국정조사와 특검을 촉구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선관위 개혁 기구 구성 등을 검토 중이다. 한동훈 의원은 선관위를 감사원 직무감찰 대상에 포함하는 '감사원법 개정안'을 1호 법안으로 발의(發議)하겠다고 했다. 선관위도 외부 진상규명위원회를 꾸려 조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선관위가 구성한 위원회를 믿을 국민은 없다. 선관위는 스스로 조사하고 결과를 내놓을 자격을 잃었다.

    2026-06-08 05:00:00

  • [사설] 미국·EU발 관세 공세, 통상(通商) 비상 체제 서둘러야

    지난해 힘겹게 타결(妥結)한 한미 관세 합의가 흔들릴 위기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무역법 301조 조사 보고서에서 한국을 포함한 46개 경제권에 대해 강제 노동 문제를 이유로 12.5% 추가 관세 부과 방안을 제안했다. 과잉 생산에 대한 별도 조사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 한국은 3천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 계획을 제시해 상호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췄다. 그러나 합의서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새 관세 논란이 시작됐다. 유럽연합(EU)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EU는 다음 달부터 철강 무관세 수입 물량을 대폭 줄이고 초과 물량 관세를 50%로 인상할 예정이다. 한국 철강의 최대 수출 시장인 유럽마저 보호무역 장벽을 높이면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통상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자금 이탈 압력은 높아지고 환율과 금융시장 변동성도 높아진다. 원·달러 환율은 장중 1천560원을 돌파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순매도(純賣渡)도 이어지고 있다. 통상 리스크는 금융시장과 실물경제를 동시에 흔드는 위험 요인이다. 기업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높은 관세 자체가 아니라 예측할 수 없는 관세다. 오늘은 강제 노동, 내일은 과잉 생산, 모레는 탄소 배출이 새 명분이 될 수 있다.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장기화할수록 그 비용은 결국 성장 둔화와 일자리 감소로 돌아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9일부터 브뤼셀에서 한-EU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EU 철강 규제 충격을 완화하고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의 의미를 재확인할 기회다. 미국과 EU는 서로 보호무역을 비판하면서도 자국 산업 앞에서는 통상 장벽을 높이고 있다. 대규모 투자 약속으로 얻어낸 관세 인하마저 새로운 규제로 잠식(蠶食)될 수 있는 시대다. 정부는 통상 협상, 공급망 재편, 수출시장 다변화, 외환시장 안정 대책을 하나의 전략으로 묶어야 한다. 통상은 성장과 투자, 일자리의 기반을 지키기 위한 국가 경쟁력의 핵심 과제다.

    2026-06-08 05:00:00

  • [사설] 김부겸 낙선했다고 대구와 시민 조롱·저주하는 개탄스러운 퇴행

    대구시장 선거 결과를 놓고 시민과 대구를 향한 조롱과 폄훼(貶毁)의 표현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확산되고 있다. "일당 독주의 대구가 걱정스럽다" "대구는 또 망했다" "노인들이 사라져야 희망이 있다"는 등의 극단적인 표현까지 등장했다. 대구시장 선거는 초접전(超接戰) 양상을 보이면서 전국의 이목을 끌었다. 개표 결과(53.92% 대 45.05%)도 대구 정치 지형의 변화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됐지만,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득표도 의미 있는 민심의 표현이었다. 그러나 선거 이후 일부 민주당 지지층의 반응은 퇴행적(退行的)이다. "대구 시민들은 이재명 정부에 뭔가를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 "시민들이 후회하게 될 것이다" 등 결과에 대한 실망을 넘어 대구와 시민을 저주하는 수준이다. 추 후보의 당선은 맹목적(盲目的) 지지의 결과가 아니다. 이번 선거는 정부·여당의 독주(獨走)에 대한 견제 심리와 국민의힘에 대한 비판적 민심이 공존함을 보여줬다. 시민들은 추 후보에게 시정(市政)을 맡기면서도 경고장을 보냈고, 김 후보에겐 45% 넘는 지지를 보내면서 변화를 갈망하기도 했다. 김 후보도 낙선 인사에서 "변화를 바라는 시민들의 패배가 아니다"며 "대구에 경쟁이 벌어지고, 여야가 서로 시민께 잘 보이려 노력하는 서비스로서의 정치의 가능성을 보았다"고 밝혔다. 시민의 선택을 부정하거나 유권자를 멍청하다고 몰아붙이는 태도는 민주주의의 역행이다. 더욱이 '대구의 변화'를 주장한 이들이 선거에 졌다고 해서 지역을 비난한다면, 이는 감정적 패배주의(敗北主義)에 불과하다. 더 걱정스러운 점은 선거 결과가 지역 현안(懸案)의 후퇴로 이어지는 일이다. 김부겸 후보가 낙선했다고 해서 신공항 건설, 취수원 문제, 미래산업 육성 등 대구의 현안이 정부·여당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서는 안 된다. 선거에서 이겼다고 더 챙겨주고, 졌다고 외면하는 짓은 국정과 정치의 퇴행이다.

    2026-06-08 05:00:00

  • [관풍루] 미 증시에 상장된 주요 반도체 종목 30개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10.3% 급락에 따라 국내 증시 8일 개장과 동시에 '블랙 먼데이' 찾아올 수 있다고

    ○… 미 증시에 상장된 주요 반도체 종목 30개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10.3% 급락에 따라 국내 증시 8일 개장과 동시에 '블랙 먼데이' 찾아올 수 있다고. 그동안 너무 빨리 너무 많이 오르긴 했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1천560원까지 치솟은 환율과 관련 "청와대에 '환율 대책 TF'라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 뭘 모르시네. 고환율은 '성공의 비용'이라잖소. ○…네이버 성장 이끈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신임 총리 후보자로 지명돼 2006년 한명숙 이후 20년 만의 여성 총리 탄생 가능성. '재선거' 요구 분출 국면 전환 노림수?

    2026-06-08 05:00:00

  • [날씨] 6월 8일(월)

    [날씨] 6월 8일(월) "곳에 따라 소나기"

    2026-06-07 18:46:02

  • [매일춘추-김혜령] 좋은 사람들은 어디에 있는가

    [매일춘추-김혜령] 좋은 사람들은 어디에 있는가

    한동안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음악을 하다 보면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함께 연주하고, 공연을 만들고, 같은 무대에 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을 만나는 일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 때로는 경쟁이 있었고 때로는 이해관계가 있었으며, 때로는 누군가의 진심보다 목적이 먼저 보일 때도 있었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내가 만나고 싶은 좋은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얼마 전 처음으로 집에서 작은 살롱음악회를 열었다. 몇 명의 관객을 초대하고 피아노를 옮기고 의자를 배치했다. 꽃을 놓고 음료를 준비하고 식탁을 꾸몄다. 공연을 준비한다기보다 손님을 맞이할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기분에 가까웠다. 사실 연주보다도 창밖 풍경이 가장 잘 보이는 자리, 사람들이 편안하게 앉을 의자의 위치, 식탁 위 작은 꽃 한 송이가 더 신경 쓰이기도 했다. 음악이 흐르자 사람들도 조금씩 달라졌다. 처음의 어색함은 사라지고 모두 음악에 귀를 기울였고 곡이 끝날 때마다 서로의 표정을 바라보며 미소를 나누었다. 공연장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도 연주자와 청중의 거리도 조금씩 사라지는 것 같았다. 연주가 끝난 뒤 사람들은 쉽게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음악 이야기를 나누고, 창밖 풍경을 바라보고, 함께 식탁에 둘러앉아 웃었다. 그때 누군가 말했다. "매일 이렇게 모여서 음악하며 살면 얼마나 좋을까요." 또 다른 사람은 말했다. "우리 집 이웃이 되면 좋겠어요." 그러자 누군가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비 오는 날엔 비가 와서 좋으니까 음악회 하고, 눈 오는 날엔 눈이 와서 좋으니까 또 음악회 하고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날 모인 사람들은 모두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몇 시간 동안 같은 음악을 듣고 같은 공간을 경험한 뒤에는 오래된 친구들처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사람은 누구나 좋은 친구, 좋은 동료, 좋은 공동체를 원한다. 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그날 식탁에 둘러앉은 사람들을 보며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어쩌면 좋은 사람은 어디엔가 숨어 있는 보물을 찾듯 발견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오히려 사람들이 서로 마음을 열 수 있는 좋은 공간, 좋은 시간, 좋은 경험이 있을 때 비로소 나타나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오랫동안 나는 좋은 사람들을 찾고 싶었다. 하지만 그날 작은 식탁에 둘러앉은 사람들을 보며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좋은 사람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있고 싶어지는 시간을 통해 비로소 발견되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비 오는 날에도, 눈 오는 날에도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들처럼.

    2026-06-07 13:28:07

  • [교육칼럼] 5등급제 완화가 부른 변별력 약화…'수능 최저'와 '정시 정성평가'가 합불 가른다

    [교육칼럼] 5등급제 완화가 부른 변별력 약화…'수능 최저'와 '정시 정성평가'가 합불 가른다

    대입 제도의 거대한 틀이 바뀌는 2028학년도 입시와 관련해 대구경북 지역 고등학교의 진학 전략은 여전히 '수능'이라는 본질적인 학업 역량에 강력한 방점이 찍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까지 발표된 일부 대학별 2028학년도 입시 전형계획에 따르면 주요 상위 15개 대학의 총 선발 인원은 4만9천575명에 달하며, 세부적으로는 수시 모집이 62.2%(3만841명), 정시 모집이 37.8%(1만8천734명)를 차지한다. 수치상으로는 정시 비율이 40%선 아래로 떨어지며 수시의 문호가 넓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크라스에듀에서 정밀 분석한 결과 2028학년도 입시에서도 여전히 수능 성적이 미치는 실질적인 영향력은 과거보다 한층 더 정교하고 강력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한양대 등 주요 상위권 대학들이 정시 모집에서 수능 100% 반영 방식을 탈피하고 학교생활기록부의 교과 평가를 20~30%씩 반영하는 이원화 전형을 도입함에 따라, 내신을 완전히 포기한 채 정시에만 올인하는 이른바 '정시 파이터'들의 리스크는 얼핏 커진 듯 보이나 수능 자체의 변별력은 오히려 견고해졌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 원인은 2022 개정 교육과정에 의거해 고교 내신이 기존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개편되면서 상위권 변별력이 크게 약화되었기 때문이다. 기존 9등급 체제에서 4%에 불과했던 1등급 비율이 5등급제에서는 10%까지 대폭 확대됨에 따라, 대학들은 수시 모집에서 학업 역량을 검증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대거 신설하거나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연세대는 학생부종합(추천형) 전형에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전격 도입했으며, 서강대 역시 학생부종합 일반Ⅱ 전형에서 '3개 영역 등급 합 7 이내'라는 기준을 새롭게 설정했다. 이에 따라 내신 성적의 정량적 우수성만으로는 상위권 대학 합격을 보장할 수 없게 되었으며, 2028학년도 수시 모집에서조차 수능 최저학력기준의 충족 여부가 대학 합불을 가르는 최종 관문으로 부각되는 추세다. 교육과정 개편으로 수능 선택과목이 폐지되면서 학습 부담이 다소 줄어들 것이라는 낙관론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수성구 소재 A고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의 생생한 목소리는 지금 학생들이 직면한 대입 압박감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교육과정 개편으로 수능 선택과목이 폐지되면서 학습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으나, 주요 대학들이 정시에서도 학생부를 반영하고 수시에서는 높은 최저 학력 기준을 요구해 결국 수능과 교내외 활동 모두를 완벽하게 챙겨야 하는 부담이 생겼습니다. 최근 인터넷 플랫폼에서 쏟아지는 복잡한 서류 평가 대비법에 흔들리기보다는, 대구경북 지역 고등학교의 강점인 체계적인 수능 대비 시스템을 믿고 학업에 매진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인 전략이라고 판단됩니다." 실제로 대구 지역 일반고 학생들은 화려한 비교과 스펙보다는 우수한 정량적 내신 관리와 강력한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을 통해 서울 주요 대학에 합격하는 정형화된 성공 방정식을 보여왔다. 학생부 위주 전형의 변화 흐름도 주목해야 한다. 수시 교과 전형의 경우 단순 등급 계산에서 벗어나 교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을 정성적으로 평가하는 비중이 확대됐다. 출결 현황과 학교폭력 기재 사항 등은 수시와 정시를 막론하고 감점 요소를 넘어 학생의 성실성을 측정하는 핵심 지표로 활용된다. 따라서, 대구경북 지역 학생들은 고교학점제의 취지에 맞게 1학년 시기부터 본인의 진로와 연계된 심화 과목을 주도적으로 이수하는 '설계형 입시' 체제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또한 수도권 중심의 입시 정보에 매몰되어 서울로 원정 상담을 다니는 것은 불필요한 비용 낭비일 수 있으며, 전국 최고 수준의 수능 대비 인프라를 갖춘 대구경북의 지역적 특성과 맞춤형 데이터를 보유한 전문 기관의 진단을 받는 것이 합격 확률을 높이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윤경민 크라스에듀 대표

    2026-06-05 14: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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