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명철의 다시 보는 한국역사와 문화] 소외된 해양도시국가 연맹체, 후기 가야의 발전과 붕괴
시대상황은 변하고, 그 변화에 적응 못 한 나라는 붕괴할 수 밖에 없다. ◆낙동강 수로망과 남해가 키운 해양소국 연맹 낙동강의 긴 수로망과 남해의 복잡한 리아스식 해안을 배경으로, 소국들이 항구를 토대로 성장했다. 가야는 자율성을 유지하면서 외교와 군사는 공동 대응하는 소국들의 연맹체였다. 이 시스템 속에서 초기의 중심은 현재 김해 지역에서 빠르게 성장한 금관가야였다. 김해의 양동리에 있는 2세기 말의 수장급 무덤에서는 중국제 청동거울 2점과 모방품 7점, 그리고 넓적한 청동창, 굽은 옥, 목걸이 등 일본 야요이계 물품들이 함께 출토되었다. 조금 늦은 시기인 부산의 대성동 고분군에서는 철제 갑옷과 투구, 마구류, 그리고 150점에 이르는 철정이 발견되었다. 여기에 거울, 청동솥, 호랑이 모양의 띠고리, 발걸이 등 북방계 유물과 원통형·파형(바람개비형) 동기 등 왜계 유물들이 발견됐다. 가야가 중국·북방·일본열도를 연결하는 동아시아 해양 무역망의 허브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 무렵에 가야계 세력은 대한해협을 넘어 일본열도에 이주나 무역을 넘어, 정치적·문화적 영향력까지 행사했을 가능성이 크다. 가야와 닮은 건국신화의 흔적, 그리고 가야식 유물의 분포는 이를 뒷받침한다. 가야는 남해안에만 존재한 연맹체를 넘어 남해와 일본열도의 양안을 느슨하게 잇는 국제적인 해양세력이었다. ◆국제질서 재편과 다핵 체제로 재편, 후기 가야의 시작그런데 4세기 말부터 동아시아의 시대상황은 점차 변하였다. 무역의 메카니즘이 달라졌고, 한반도 남부와 일본열도의 정치환경도 변하였다. 고구려가 남진을 본격화하고, 백제는 일본열도의 전략적 가치를 인식하며 전라도와 남서 해안으로 세력을 넓혔다. 동쪽의 신라도 남부 해양질서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가야는 왜와의 관계를 통해 무역권뿐만 정치력까지 유지·확장하려 했으나, 주변 강국들의 압박 속에서 점점 불안정한 위치로 밀려났다. 『삼국사기』와 광개토태왕릉비의 기록이 전하듯, 신라는 399년에 가야·왜 세력의 침공을 이유로 광개토태왕에게 구원을 요청했고, 400년에는 고구려군 보기 5만이 남하해 가야와 왜 세력을 격퇴했다. 남해안까지 진군한 고구려군의 공격은 금관가야 체제를 근본적으로 흔든 결정적 계기였다. 가야는 역사의 중심부에서 밀려나면서 소위 '후기 가야'가 시작됐다. 부산의 복천동 지역을 중심으로 새로운 세력이 부상했다. 대형 고분들에서 발견된 순장의 흔적, 철기와 덩이쇠 등의 유물을 보면 복천동은 재편된 지배집단의 핵심 묘역으로 보여진다. 4호분이나 11호분에서는 갑옷·투구·마구 등 고구려계 요소가 눈에 띈다. 10호분에서는 실전용 말갖춤과 말투구가 확인되었는데, 고구려 고분벽화의 무장과 매우 흡사하다. 반면에 토기에서는 경주계, 즉 신라 영향이 강하게 드러난다. 그렇다면 복천동 세력은 고구려적인 문화와 신라적인 문화 요소를 함께 수용하면서 후기 가야의 한 축으로 부상한 것이다. ◆대가야의 부상과 아라가야의 분립그러나 후기가야의 중심에는 낙동강 중류인 고령 지역을 기반으로 부상한 대가야였다. 『일본서기』 등에 등장하는 반파국(伴跛國)을 기반으로 성장한 정치체였다. 금관가야가 해상 무역 중심의 해양국가였다면, 대가야는 남강 유역과 합천의 야로 일대의 철 자원을 기반으로 발전한 내륙형 국가였다. 그러나 고립된 것이 아니라 낙동강 본류와 남강이 만나는 지리적 조건을 활용해 내륙 생산물과 철, 무기, 장신구를 집적·재분배하며 정치적 인 중심지로 성장했다. 대가야는 섬진강 유역으로 진출했고, 심지어는 호남 동부의 남원 등 지역으로 진출해서 서해안 항구를 확보한다. 남해의 중부 해안과 서남 해안의 항구를 연계시킨 것이다. 실제로 479년에는 중국의 남쪽 정권인 남제에 사신을 보내 '보국장군 본국왕'으로 책봉받는 등 독자적인 외교권을 행사했다. 또한 뛰어난 기술력이 있었는데, 특히 제철 기술은 대가야가 가진 핵심 경쟁력이었다. 지산동 고분군에서는 오키나와 해역에서 산출되는 야광조개 유물이 확인됐다. 이러한 사실들은 직접 무역이든 중계 무역이든, 대가야가 남해–동중국해–일본열도를 연결하는 해양 네트워크에 깊이 편입되었음을 보여준다. 일본열도와의 관계도 더욱 깊어졌다. 금동관, 환두대도, 마구류 등 유사한 유물들이 일본 고분에서 발견되는데, 가야의 기술과 정치 문화의 이동을 시사한다. 가야 세력이 일본의 초기 고대국가가 형성되는데 영향을 미쳤음을 뒷받침한다. 고령에는 나지막하고 부드럽게 이어진 능선에 동그란 무덤들이 무려 700여 기에 달한다. 중심부와 말단에는 대형 고분들이 배치되고, 주변에는 중·소형분이 분포됐다. 44호분에는 32명이, 45호분에는 12명이 순장됐다. 이 문화가 북방문화와 연관성이 있는지는 알 수없지만 지배자의 권력이 강력했던 정치체였음을 알수 있다. 또 고분군의 북쪽에는 주산성, 동쪽에는 궁성지로 추정되는 유적이 있다. 지산동 일대가 정치·군사·의례가 결합된 중심 공간임을 뜻한다. 출토된 고령 양식의 토기, 금제 귀걸이, 금동관, 환두대도, 마구 등은 대가야가 주변 소국들에 위신재를 배포하고, 소국들과 복속관계를 형성했다는 증거이다. 또한 장식품, 조개 재료 같은 유물은 일본 열도와 교류가 활발했음을 시사한다. 대가야는 주변에 다라국(합천), 안라국 등의 소국들을 거느린 중심국이었다. 경남 함안 일대에서는 '안라국'으로 불린 '아라가야'가 변한 시기부터 성장했다. 낙동강의 하류와 남강 유역의 농업 생산력, 그리고 철 자원을 기반으로 독자적인 힘을 축적하였다. 함안의 말이산 고분군에는 대형 봉토분들 안에서 금동관, 철기, 마구들이 발견되었다. 마산의 진동 일대에 해상 거점을 만들고, 일본열도와 교류하면서 철과 물자를 매개로 한 해상 네트워크에 참여했다. 단순한 강상 소국이 아니라 해양과 강을 유기적으로 연결시킨 강해소국임을 보여준다. 비록 『일본서기』에만 기록됐지만, 529년에는 백제·신라·왜 사신을 초청한 소위 '안라회의'를 개최할 정도로 독자적인 외교 질서를 유지했다. 아라가야는 남부 가야권의 핵심세력으로서 대가야와 더불어 남북 이원체제를 이루었다. 그 밖에 합천의 다라국도 강한 소국이었다. ◆가야계의 붕괴와 일본열도 진출후기 가야의 이러한 다핵 구조는 생태환경에는 장점이지만, 동시에 한계도 있었다. 통일된 국가 체제를 끝내 못 이루고 각개 세력은 분산된 상태였다. 결국은 주변 강국들이 만드는 이해관계 속에서 약화되었다. 특히 신라는 6세기인 지증왕 시대에 들어서 급팽창을 했다. 젊은 용장인 김이사부의 주도로 국가 체제를 정비하고, 국토 재편 계획을 시도했다. 529년에는 가야와 왜 세력을 공격하고, 532년에는 낙동강 하류의 금관가야를 병합했다. 훗날인 553년에 서울을 포함한 한강 하류를 빼앗았고 설치한 '신주'의 초대 군주로 임명된 김무력은 금관가야의 마지막 왕인 구형왕의 셋째 아들이었다. 훗날 신라 통일의 주역인 김유신의 할아버지이다. 가야는 554년에 백제의 연합군으로 신라를 공격했다. 하지만 백제의 성왕이 관산성 전투에서 패배하면서 남부 질서의 주도권은 완전히 신라로 넘어갔다. 신라는 555년에 경남 창녕과 함안 등에 관청을 설치해 서부 낙동강 하류의 수로망, 동부 남해의 물류망과 해양능력을 완벽하게 획득했다. 그리고 아라가야는 561년에 신라에 편입된다. 이어 대가야 마저 562년에 화랑인 사다함이 참전한 김이사부의 공격으로 멸망했다. 이때 남은 가야 세력들의 일부는 일본열도로 또 한번 이동했다. 일본의 『고사기』와 『일본서기』에 나타나는 천손강림 신화, 즉 아마테라스의 후손이 하늘에서 내려와 국가를 세운다는 서사는 김수로왕 신화와 구조는 물론이고, 붉은 천에 싸여 내려오는 상황과 등장하는 지명들도 '구시후루'와 '구지봉'처럼 음이 비슷하다. 때문에 가야계 집단이 일본 열도의 한 지역에 도착해 지역 국가를 형성한 과정일 수 있다. 일본 시마네현 이즈모시 우에시마(上島) 고분에서 발견된 6세기께 황금장식 마구들을 보면과 복원된 기마호족상은 당시 일본 야마토 조정이 이 지역 호족에게 전해준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즈모 지역에 신라인과 더불어 가야인의 왕래가 많았던 상황을 알 수 있다. 가야계 집단이 일본 고대국가 형성에 일정한 영향을 준 상황을 놓고, '기마민족설', '삼한 분국설' '왜·한 연합왕국설' 등 다양한 이론과 연결되어 논의되어 왔다. 나는 1994년에 배로 90일 동안 한국을 출항해 지중해와 북해를 거쳐 다시 흑해를 왕복했다. 그 과정에서 그리스, 페니키아와 카르타고 등 해양 폴리스(polis) 또는 해양제국들의 역사를 실감했다. 바다를 사이에 두고는 '양안(兩岸) 국가' 또는 식민 모국(母國)과 자국(子國)의 2중 체제라는 메카니즘이 작동함을 깨달았다. 가야 또한 전성기에 대한해협을 두고 원격통치를 하는 양안 국가를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정치력이나 군사력, 그리고 국제질서를 고려할 때 주체는 원가야임이 분명하다. ◆해양 연맹체의 필연적인 비극가야의 역사는 우리 역사 속에서 독특한 흐름으로 정리된다. 해양 활동과 무역을 기반으로 성장한 금관가야 중심의 도시국가 연맹은 급변하는 국제질서와 외부의 충격 속에서 크게 균열됐다. 하지만 대가야를 중심으로 내륙과 해양을 결합한 국가 단계로 변신을 시도해 다핵체제로 변신에 성공했다 . 지산동의 순장과 금동관, 함안 말이산의 대형 봉토분이 보여주듯 강력한 세력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그 역동적인 힘은 시대에 걸맞은 통합국가로 전환되는데는 실패했다. 점차로 해양 무역망의 주도권을 상실하고, 도시국가 연맹체라는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채 내부 분열과 외부 압박으로 역사에서 사라졌다. 시대상황을 외면한 필연적인 결과였다. 이후 우리 역사에는 해양소국 연맹체가 사라졌다. 지금 이 시대에 가야의 붕괴가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동국대 명예교수·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대 교수
2026-04-27 11:30:42
[사설] 반도체 착시 속 잠재성장률 붕괴, 정부는 단기 경기 부양에 매몰
올해 1분기 성장률이 기대를 웃도는 1.7%를 기록하자 주요 투자은행들은 연간 전망치를 2.9~3.0%로 높였다. 그러나 경제 기초체력인 잠재성장률은 정반대다. 경제협력개발기구는 잠재성장률이 2024년 1.92%에서 2025년 1.71%, 2026년 1.57%로 떨어질 것으로 본다. 15년째 하락세다. 1분기 성장률 반등은 지난해 저성장에 따른 기저 효과(基底效果), 반도체 특수(特需), 원화 약세에 따른 수출 호조 등 일시적 요인의 결과다. 경제 체질은 오히려 나빠졌고 잠재성장률은 위태롭다. 생산가능인구 감소, 자본 축적 둔화, 건설·설비투자 위축에다 서비스업 등의 낮은 생산성이 발목을 잡는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23년 처음 미국에 뒤진 후 격차가 커지고 있다. 산업 구조가 뒤처지면 성장은 언제든 주저앉는다. 2007년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 40%를 웃돌던 노키아가 스마트폰 전환에 실패한 뒤 2013년 휴대폰 사업을 매각하자 핀란드의 GDP 성장률은 -8%까지 급락했고 실업률도 치솟았다. 한국도 반도체가 흔들릴 경우 대체(代替)할 산업 기반이 충분한지 점검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잠재성장률 반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하며 반도체·방산·바이오·인공지능(AI) 등 전략산업 지원과 정책금융 확대, 확장 재정을 병행한다. 그러나 경기 부양에 집중돼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노동·생산성·자본 구조를 바꾸기에는 매우 부족하다. 성장 능력 복원을 위한 구조개혁은 늦출 수 없다. 서비스업 생산성 제고를 위해 분야별로 규모의 경제나 맞춤형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한다. 반도체를 잇는 새로운 축, 가령 방위산업과 소프트웨어, AI 기반 산업의 육성도 시급하다. 고령층, 여성, 청년의 경제활동 참여를 높이지 않고서는 노동 감소를 보완할 수 없다. 반짝 성장은 오히려 구조적 문제를 방치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한국 경제는 성장하는 게 아니라 특정 산업의 성장에 도취(陶醉)돼 있다. 단기 결과를 자랑할 때가 아니다.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잠재 역량을 확보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2026-04-27 05:00:00
[사설]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추경호 확정, 보수 결집이 승부 가른다
6·3 지방선거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추경호 전 기획재정부 장관(현 국회의원)이 26일 최종 확정(確定)됐다. 컷오프에 반발해 무소속 출마를 저울질해 왔던 주호영 의원과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모두 불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추 후보는 사실상 보수 단일 후보가 됐다. 하지만 대구의 보수 지지층이 제대로 결집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법원에 컷오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던 주 의원은 서울남부지법과 서울고법에서 잇따라 기각(棄却)되자, 23일 "먹던 물에 침을 뱉지 않겠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면서 장동혁 대표를 향해 "제발 나아가고 물러날 때를 알기 바란다"면서 사실상 사퇴를 촉구했다. '당 승리에 기여하겠다'는 말 한마디 없었다. 옹졸(壅拙)하고 앙금이 남아 있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반면, 25일 이진숙 전 위원장은 "내일(26일) 국힘 대구시장 후보가 선출되면 그분이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이길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 대구를 무도한 민주당 정권으로부터 지켜내겠다"면서 예비후보를 사퇴했다. "보수의 붉은 심장이 파란색으로 물들고 자유민주주의의 최후 보루가 사회주의 포퓰리즘에 장악된다면 대한민국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런 우려가 저의 발목을 잡았다"고도 했다. 일찌감치 민주당 후보로 확정된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여당 후보 프리미엄을 앞세워 지난 23일 두번째 공약(公約) 발표회를 열었다. 지지부진한 TK신공항을 조기 건설하기 위해 공공자금관리기금(5천억원)에 정부 특별지원(5천억원)을 보태 1조원의 재원을 확보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부채 돌려막기' '미래 세대에 막대한 부담 떠넘기는 최악의 선택'이라는 비판이 국민의힘 측으로부터 나오고 있지만, 방어(防禦)만으로 전쟁에서 승리할 수는 없다. 국민의힘 대구 지역 의원 전원을 포함한 보수 정치권이 얼마나 강력하게 다시 뭉쳐서 지지층을 이끌어 내느냐에 따라 선거의 승패가 갈릴 전망이다. 안이한 대구 보수 정치권에 가장 필요한 정신은 바로 멸사봉공(滅私奉公)이다.
2026-04-27 05:00:00
[사설] 국내 유류 소비 부추기는 최고가격제, 이대로 좋은가
지난 주말 열릴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2차 미국-이란 휴전 회담이 끝내 불발(不發)되면서 중동 전쟁이 정말 그 끝을 알 수 없는 안갯속 양상으로 접어들고 있다. 서로가 대화의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지만, 호르무즈 해협에서 서로 쌍방 관련 선박을 나포하는 등 공세(攻勢) 수위를 낮추지 않는 데다 앞으로 언제쯤 대화가 재개될지도 미지수(未知數)여서 사태의 장기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는 지난 주말 4번째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연장을 발표하면서 유종별 최고 가격을 리터당 휘발유 1천934원, 경유 1천923원으로 동결(凍結)하기로 했다. 지난달 13일 처음 시행된 이래 2주씩 벌써 8주째 이어지는 가격 통제인 셈이다. 이에 따라 석유 가격이 3천원을 돌파한 나라가 속출한 가운데서도 우리나라는 2천원 선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이로 인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국제 휘발유 가격이 미국-이란 전쟁 발발 이전보다 56% 급등한 반면 국내 휘발유 소매가는 18.4% 오르는 데 그치자, 유류(油類) 수요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고가격제 시행 후 3월 넷째 주 휘발유 판매량은 2주 전보다 24.7%, 경유는 16.3% 증가했다는 집계다. 인위적으로 가격을 낮게 유지하다 보니 소비자들이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아직은 괜찮다"고 생각한 때문이다. 막대한 재정 부담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최고가격제로 인한 정유 4사의 매출 손실이 시행 한 달 동안에만 1조2천억원에 이르는데 이를 메우기 위해 정부는 6개월간 4조2천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전쟁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가늠조차 할 수 없게 된 지금이라도 정부는 최고가격제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정교한 출구 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다. 누구나 싸게 유류를 소비하는 것보다 고유가에 생계를 위협받는 영세 소상공인이나 농어업인 등 취약계층을 선별(選別) 지원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에너지 저소비 구조로의 체질 개선만이 지금의 중동 사태를 이겨내는 길이다.
2026-04-27 05:00:00
[관풍루] 이재명 대통령,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에서 벌어진 총격 사태에 대해 "정치적 폭력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중대한 위협"이라고 언급
○…이재명 대통령,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에서 벌어진 총격 사태에 대해 "정치적 폭력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중대한 위협"이라고 언급. 정권 잡았다고 자기 사건 공소 취소 밀어붙이는 것도 마찬가지.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미국의 '대북 정보 공유 제한'과 관련 "정상적인 협력 상태로 조속히 돌아가야 하며 그런 방향으로 미국과 협의 진행 중"이라고 밝혀. 그러자면 정동영부터 잘라야.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자신에 대한 세 번째 테러 시도에 링컨 대통령 언급하며 "가장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 가장 큰 업적을 남긴 사람들이 표적이 되는 것"이라고 말해. 과대망상 환자의 전형적 증상.
2026-04-27 05:00:00
2026-04-26 18:53:48
[매일춘추-김혜령] 큰 공연은 많아졌지만, 음악은 남지 않는다
러시아에 머물고 있을 때, 나는 거의 매일 저녁 음악회를 찾았다. 콘서바토리 학생들의 연주, 소규모 살롱과 박물관에서 열리는 작은 공연들. 대부분은 무료였고, 특별한 날이 아니라 하루의 일부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곳에는 늘 맨 앞자리에 앉아 있는 한 사람이 있었다. 음악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오면, 그는 고개를 살짝 돌려 뒤를 바라보곤 했다. 지금 이 감동이 혼자만의 것이 아닌지 확인하려는 것처럼. 연주가 끝나면 박수가 터져 나왔다. 처음에는 제각각이던 박수가, 어느 순간 하나의 리듬으로 맞춰지기 시작했다. 짝. 짝. 짝. 짝. 사람들은 그것을 '소련 스타일 박수'라고 불렀다. 누가 시작한 것도 아닌데, 모두가 같은 속도로 같은 박수를 치고 있었다. 그 박수는 단순한 환호가 아니라, 그날 그 공간에 있던 사람들이 같은 감정을 느꼈다는 증거였다. 그 차이는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그곳에서는 음악이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반복되는 일상이었고, 감동은 개인의 순간에 머물지 않고,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닿았다.지금 우리의 공연장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시설은 좋아졌고, 프로그램은 늘어났으며, 지원도 확대되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좋은 연주에 깊이 감동한다. 그러나 공연은 계속 만들어지지만 반복되지 않고, 하나의 경험은 또 다른 기회로 연결되지 못한 채 사라진다. 지역 음악가들이 꾸준히 설 수 있는 무대가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 번의 공연은 또 다른 공연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경험은 축적되기보다 흩어진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공연이 아니라, 지속될 수 있는 구조일지도 모른다. 큰 공연장의 기획 공연에 출연하는 것만이 아닌, 지역 음악가들이 꾸준히 무대에 설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공연은 더 이상 사라지는 순간이 아니라 축적되는 경험이 될 것이다. 단발적인 무대가 아니라, 같은 연주자가 다시 서고 또 다른 연주자로 이어지는 흐름이 필요하다. 누구나 부담 없이 들어올 수 있는 소규모 공연이 상시적으로 열리고, 지역 연주자와 학생, 교수들이 자연스럽게 무대를 나누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결국 이를 위해서는 단순한 지원 확대를 넘어, 공연이 지속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대관 절차와 행정은 지금보다 훨씬 단순해져야 하고, 무엇보다 지역 음악가들에게 꾸준히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지자체 차원에서 안정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나는 여전히 그 박수를 기억한다. '소련 스타일 박수'. 그 단순한 리듬 속에는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담겨 있었다. 예술은 혼자 느낄 때가 아니라, 함께 같은 속도로 반응할 때 완성된다는 것.
2026-04-25 15:25:56
[사설] 한국 증시, 일시적 반등 아닌 구조적 상승 이루려면
코스피 상승세가 무섭다. 22일 종가 기준 6,400선 돌파에 이어 23일 장중 6,500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중동발 충격으로 5,000선 초반까지 밀려날 당시 하루 7% 넘는 급락과 외국인 5조원대 순매도가 이어졌는데, 비정상적 회복 속도를 보이고 있다. 시장은 확전(擴戰) 위기를 선반영한 뒤 낙관도 앞당겨 보는 모양새다. 외국인은 1분기 35조원 순매도에서 4월 순매수로 돌아섰고, 매수 대상도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반도체가 여전히 중심축이지만 자동차·조선 등 주력 산업이 버티고, 자사주 소각 확대는 주당 가치를 끌어올린다. 현재 상황만 보면 추가 상승 여력도 충분하다. 그러나 지수의 고점(高點)이 시장 전체의 회복은 아니다. 중소형주 중심의 코스닥은 여전히 전쟁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 자금이 대형주에 집중되고 개인 투자 중심의 성장주가 뒤처지는 구조다. 국제유가 급등은 나프타와 에틸렌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며 석유화학을 통해 제조업 전반의 비용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는 생산자물가를 자극하고, 결국 소비자물가와 금리로 이어진다. 생산자물가는 3월에만 1.6% 상승하며 4년 만에 최대 폭을 기록했다. 유가가 밀어 올린 비용은 아직 소비자물가에 전이되지 않았다. 비용 충격은 기업 이익을 잠식할 가능성이 크다. 원·달러 환율도 위험 요소다. 환율이 흔들리면 외국인 자금은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다. 자사주 소각 확대는 긍정적 변화지만 지배구조 투명성과 배당 정책의 일관성은 여전히 부족하다. 특히 석유 최고가격제처럼 시장 가격을 인위적으로 억누르는 조치는 단기 물가 안정 효과를 거두지만 장기적으로는 왜곡(歪曲)과 재정 부담을 키울 수 있다. 코스피가 장기 상승 궤도에 오르려면 환율 안정으로 외국인 자금을 장기 자본으로 전환시키고, 정책 일관성을 통해 시장 신뢰를 확보하며, 반도체를 넘어선 산업 경쟁력을 실제 이익으로 연결해야 한다. 유가발 비용 충격을 흡수할 에너지 구조와 공급망 대응력도 필수다. 현재 상승세는 탄탄한 구조가 아니라 가능성 확인에 가깝다.
2026-04-24 05:00:00
[사설] 북한 핵시설 위치 공개가 문제 없다는 정동영 장관의 위험한 인식
"영변과 구성, 강선에 우라늄 농축 시설이 있다"고 밝혀 국민의힘으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그 지명은 북도 알고, 우리도 알고, 미국도 아는데 어떻게 기밀(機密)인가"라고 반박했다. 정 장관은 "수많은 연구기관에서 전문가들이, 심지어 미국 의회 보고서에도 언급이 된다. 뉴스에도 나왔는데 그 지명이 무슨 기밀이냐"고 했다. 민간 연구자들의 언급 또는 뉴스 보도와 대북 정책 핵심 부처인 통일부 장관의 발언은 다른 문제다. 장관의 공식 발언은 북한의 핵시설에 대해 우리 정부가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를 북한에 알려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 장관의 공개 발언으로 북한은 한국과 미국이 알고 있는 핵시설을 다른 장소로 옮기거나 은폐(隱蔽)할 가능성이 크다. 막대한 비용과 시간, 노력을 들여 확보한 정보가 무용지물이 되고, 우리 안보에 '구멍'이 생기는 것이다. 우리 군(軍)은 북한의 우라늄 농축 시설 관련 제반 사항을 '한·미 간 연합 비밀'로 분류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안보와 관련한 언론의 민감한 질문에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는 것은 '우리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를 노출(露出)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그런 점에서 정 장관의 '구성' 발언은 부적절했고, '그 지명을 밝힌 것이 뭐가 문제냐'는 인식은 대단히 위험하다. 정 장관이 작년 9월 독일을 방문해 "북한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3대 국가 중 하나가 돼 버렸다"며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문제다. 본인은 북한의 핵 고도화(高度化)를 우려했겠지만 사실상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것으로, 북한이 원하는 '핵 협상' 구도를 용인해 주는 셈이어서 국익에 반(反)한다. 정 장관이 알고 있는 것과 공개하는 것, 사실과 그 사실을 현실로 인정하는 것의 차이를 모른다면 장관 자격이 없다. 며칠 전 이재명 대통령이 "구성 핵시설 존재는 각종 논문과 언론 보도로 이미 알려진 사실"이라며 정 장관을 두둔한 것도 부적절하다. 이 대통령은 정 장관을 질책했어야 옳다.
2026-04-24 05:00:00
[사설] "해당 행위 후보 즉시 교체", 오죽하면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23일 "지금부터 발생하는 해당 행위(害黨行爲)는 선거에 치명적일 수 있다. 기강이 무너진 군대로는 전투에서 절대 이길 수 없다"며 "해당 행위자가 후보자라면 즉시 후보자를 교체하겠다"고 했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추가적인 징계를 중단한 윤리위원회도 선거 관련 해당 행위자는 예외로 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복되는 해당 행위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선언인 셈이다. 지방선거의 경우 투표율이 50~60% 수준에 불과하다. 여야가 자신의 지지층을 얼마나 투표에 참가하도록 할 수 있느냐에 승부가 갈린다. 반대자 설득이 아니라, 우리 편의 결집도(結集度)가 핵심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부 분열을 초래하는 분탕 세력은 그야말로 최악의 적(敵)이다. 부적절한 행위로 퇴출된 한동훈 전 대표의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돕겠다며 나선 진종오 국힘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대표적 사례이다. 국힘의 금배지를 버젓이 달고 있으면서 자기 당 후보를 제쳐 두고, 쫓겨난 무소속 후보를 돕겠다는 것은 위선(僞善)의 극치이다. 한 전 대표를 돕는 것이 소신이고 양심이라면 국힘 국회의원직을 사퇴(辭退)하는 것이 마땅하다. 국힘 후보로 확정된 인물 및 주요 당직자 중에서도 불협화음(不協和音)을 확산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당 대표 비판은 있을 수 있지만, 선거를 앞두고 당내 분열을 초래해선 안 된다는 기본선마저 지키지 않아 우려스럽다. 공교롭게도 이들의 행태는 '장동혁 죽이기'에 나선 듯한 기성 주류 언론(言論)의 논조와 결을 같이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 때문에 국힘의 지방선거 패배를 유도해 장동혁 책임론을 이끌어 낸 뒤, 당권(黨權)을 장악하고 다음 총선에서 기득권(旣得權)을 계속 지키려는 것이 최종 목적이라는 음모론(陰謀論)마저 제기되고 있다. 사실이라면 사익을 위해 당과 국민을 배신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그동안 분탕 세력 척결에 우유부단했던 장 대표의 마지막 승부수가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26-04-24 05:00:00
[관풍루] 장동혁 방미 이후 국민의힘 지지율이 15%를 기록하며 역대 최저치
○…장동혁 방미 이후 국민의힘 지지율이 15%를 기록하며 역대 최저치.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TK)과 부산·울산·경남(PK)에서도 더불어민주당에 뒤지며, 전국 모든 권역에서 열세라는데. 숫자만 봐선 소수 야당인 줄. ○…약 4년간 인쇄용지 가격을 담합해 71% 인상한 주요 제지사들이 3천억원대 과징금을 공정거래위원회에 물게 됐는데. 공중전화에 이니셜까지 사용하는 치밀함 보였다고. 첩보영화 찍을 판. ○…'직원 배당 40조' 주장에 뿔난 삼성전자 소액 주주들, 삼성전자 평택사업장에서 맞불 집회 열고 "노조 요구, '악덕 채권업자'와 다를 바 없다"고 목소리 높여. 회사 주인은 주주지.
2026-04-24 05:00:00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43> 강희언의 중국 기마미인도, 소군출새
오른쪽에 "표암 평(豹菴評)"으로 강세황이 평문을 써 넣었고, 왼쪽에 "소군출새(昭君出塞) 담졸(澹拙)"로 제목과 서명이 있는 담졸 강희언의 기마미인도다. '소군'은 왕소군(王昭君)으로 기원전 1세기 경 중국 한나라 원제 때 궁녀이고, '출새'는 고향을 떠나 멀리 변방으로 간다는 말이다. 화사하게 단장하고 비파를 멘 아름다운 여성이 화려하게 장식한 말을 타고 길을 나섰다. 말도 사람도 뒤를 돌아보며 내키지 않은 모양새다. 왕소군의 이름은 왕장(王嬙)이다. '한서' '원제기(元帝紀)'에 기원전 33년 변방 흉노족과의 평화를 위해 원제가 호한야선우에게 하사하여 왕비로 삼게 했다고 나온다. '후한서' '남흉노열전'에는 왕소군 이야기가 좀 더 자세하다. 호한야선우가 한나라로 들어와서 조회하자 황제가 궁녀 5명을 하사하라고 했는데 입궁한지 몇 년이 지나도록 황제를 뵙지 못해 슬픔과 원망이 쌓여있던 소군이 오랑캐 땅으로 가기를 자원했다. 호한야가 떠날 때 비로소 소군을 본 원제와 좌우의 신하들은 "광명한궁(光明漢宮)", 곧 궁궐을 환하게 할 정도로 빛나는 미모와 우아한 자태에 깜짝 놀랐다. 원제는 보내고 싶지 않았으나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다. 한나라 때 이야기를 기록한 '서경잡기(西京雜記)'의 왕소군 이야기는 훨씬 드라마틱하다. 원제는 후궁이 워낙 많아 일일이 불러서 볼 수 없었으므로 그림으로 그리게 해서 화첩으로 미모를 확인한 후 불러서 총애했다. 그러자 궁녀들은 예쁘게 그려달라고 화가에게 뇌물을 주었는데 많으면 5만 전이었고 적어도 3만 전 이하는 없었다. 그러나 왕소군은 뇌물을 주지 않았고 황제의 눈에 띄지 못했다. 왕소군을 보고 나서야 전말을 알게 된 황제는 뇌물 받은 화공을 모두 저잣거리에서 처형하고 재산을 몰수했다. 정사와 야사의 기록이 합쳐져 형성된 왕소군의 이미지는 연약한 여성의 몸으로 머나먼 오랑캐 땅으로 보내졌던 정치적 희생물이기도 하고, 외교 현안의 해결에 능동적으로 참여한 주체적 여성이기도 하며, 황제를 속이는 불의에 가담하지 않은 올곧은 기개를 지닌 아름다운 여성이기도하다. 양귀비, 서시, 초선과 함께 중국 역사상 4대 미녀로 꼽힌다. 평화를 위해 선공후사(先公後私)한 숭고한 미인 왕소군은 시로 노래되고 그림으로 그려졌다. 대구의 미술사연구자
2026-04-23 22:34:23
2026-04-23 18:48:04
[사설] 최고가격제로 억누른 물가, 결국 부담은 국민의 몫
지난달 생산자물가가 전월 대비 1.6% 상승하며 2022년 4월 이후 최대 폭을 기록했다. 석탄·석유제품 가격은 31.9% 급등했고, 나프타(68.0%)와 에틸렌(60.5%) 등 기초 원료 가격도 줄줄이 올랐다. 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2%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는 정책이 빚어낸 착시(錯視)에 가깝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석유 최고가격제는 소비자물가를 최대 0.8%포인트 낮췄는데, 실제 물가 상승률은 3%에 육박했다는 의미다. 소비자가격을 인위적으로 억누른 탓에 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고유가 상황에도 소비 감소는 뚜렷하지 않다. 얼핏 내수가 탄탄하다는 좋은 신호로 보이지만, 고비용 상태의 소비 유지는 자생적(自生的) 회복이 아니라 정책의 결과다. 소득 증가, 고용 안정에 따른 건강한 소비가 아니라 가격 왜곡, 보조금 효과로 버틴 소비다. 정부는 최고가격제에 따른 손실 보전을 위해 4조원 규모의 재원을 마련했는데, 유류세 인하까지 더해져 사실상 이중(二重) 구조의 물가 억제다. 국제유가와 국내 가격의 괴리(乖離)가 커질수록 쌓이는 비용 부담은 결국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형평성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소득 하위 20%의 에너지 지출 비중은 상위 20%의 3배를 넘는데, 현재 정책은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적용된다. 석유 최고가격제는 단기적 물가 안정과 기대 인플레이션 억제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것은 유지 여부 논쟁이 아니라 출구 전략이다. 생산자물가 상승, 환율 불안, 지정학적 리스크가 동시에 작용하는 상황에서 장기간 가격 통제는 위험하다. 물가 충격의 시간만 늦출 뿐이다.
2026-04-23 05:00:00
[사설] 대북 정보 공개 갈등에 슈퍼 301조 경고까지, 심상찮은 한미 관계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 54명이 최근 주미대사에게 서한을 보내 "한국 정부가 쿠팡, 애플, 구글, 메타 등 미국 기업들을 체계적으로 겨냥해 압박하고 있다"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시정(是正)하지 않을 경우 무역법 301조 발동을 포함한 강력한 조치를 경고(警告)했다. 매우 이례적이다. 1988년 개정된 무역법 301조는 외국 정부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해 '일방적'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막강한 권한을 부여해 '슈퍼 301조'로 불린다. 한국은 이미 강제 노동 조사 대상 60개국에 포함되어 있고, 지난달부터 조사가 시작된 구조적 과잉생산 및 불공정 관행 조사 대상 16국에도 이름을 올렸다. 빠르면 7월 말부터 우리의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전자장비·철강·선박 등에 보복 관세(報復關稅) 등이 부과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제와 안보가 서로 엮이면서 한·미 갈등이 고조되는 현상은 더욱 불길하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북한 핵 정보 누설 논란'이 격화(激化)하는 가운데, 미국은 김범석 쿠팡 의장의 법적 안전을 거론하며 고위급 외교 협의 진행이 어려울 수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핵 추진 잠수함 도입과 우라늄 농축 권한 확보 등의 이행(履行)에 걸림돌이 예상된다. 또 정 장관이 '공개 정보'를 토대로 발언했다는 근거로 인용한 CSIS(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는 21일 X(트위터)에 "(북한) 구성의 핵 시설에 관한 보고서를 단 한 번도 작성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오산기지 압수수색 등으로 시작된 한·미 갈등이 전방위적 대립 국면으로 확산하는 분위기이다. 한미 관계 균열은 안보 위기(危機)와 경제 파탄(破綻)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2026-04-23 05:00:00
[사설] 대구시장 선거에서 국힘 소속 지역 의원들은 어떤 전투력 보일까
6·3 지방선거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가 2인으로 압축(壓縮)됐고, 최종 후보 선출이 임박했지만 국민의힘 후보들 존재감은 여전히 약하다. 경선 배제(컷오프)된 이진숙 예비후보·주호영 의원이 무소속 출마 뜻을 비치거나 국민의힘 최종 후보와 단일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힘이 결집(結集)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구시장 선거에서 누가 당선되든 각 후보들이 접전(接戰)을 펼쳐야 대구에 더 득이 되는 비전과 정책, 약속이 나올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국민의힘은 더욱 치열한 자세로 임할 필요가 있다. 선거전이 지금처럼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독주(獨走)로 전개된다면 공약과 비전이 밋밋한, 대구 시민 입장에서 '크게 건질 것'이 없는 선거가 될 수도 있다. 국민의힘 최종 후보가 민주당 후보와 치열한 결전을 벌이자면 우선 이진숙 예비후보·주호영 의원과 '원 팀'을 이루어야 한다. 그러자면 보수 전사인 이진숙 예비후보와 6선 주호영 의원의 대승적(大乘的) 결단이 필요하다. 본인들로서는 억울하겠지만 '컷 오프' 역시 정당의 공천 전략 중 하나다. 특히 6선 주호영 의원은 좀 더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나아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이인선 대구시당 위원장은 대구시장 선거에서 보수 분열을 막고, 보수 정치에 힘을 더할 수 있도록 주호영 의원과 이진숙 예비후보에게 더 적절한 역할을 주문(注文)해야 한다. 선거 중반인 현재까지 김부겸 민주당 후보가 많이 앞서는 것은 그의 개인기라기보다는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라는 배경이 크기 때문이라고 본다. 야당 소속인 국민의힘 후보가 정부·여당을 등에 업은 김부겸 후보와 맞서자면 대구 지역 의원들이 역할을 분담해 함께 뛰어야 한다. 경선 탈락 후보들은 물론이고, 대구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일심동체(一心同體)로 뛰어야 그나마 접전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또한 지역구 의원들에게 적극적 역할을 요구해야 하고, 그 역할 수행을 평가해 차기 총선 공천 등에 반영(反映)함이 마땅하다고 본다. 자기 선거가 아니라며, 당 소속 후보가 홀로 뛰도록 둔다면 '정당인'이라고 할 수 없고, 그런 인물에게 공천을 준다면 '정당'이라고 할 수도 없다. 현재 전국적으로 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힘 지지율에 크게 앞서는 것은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 잘하기 때문은 아니라고 본다. 정부·여당이 잘못하는 부분도 많다. 그럼에도 정부·여당이 '원 팀'으로 뛰기에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각 의원들과 계파(系派)가 시종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장동혁 지도부를 흔들면서 지지층에게 실망을 안겨 주었다. 윤석열 정부 당시 한동훈 당 대표가 민주당과 싸우기보다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대립하면서 '무너졌음'을 상기(想起)해야 한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은 것은 자기들끼리 '협력'하지 않기 때문이다.
2026-04-23 05:00:00
[관풍루] 김민석 총리, "석유 최고가격제 긍정적 효과가 확인됐다"며 4차 시행 여부를 곧 결정하겠다고.
○…김민석 총리, "석유 최고가격제 긍정적 효과가 확인됐다"며 4차 시행 여부를 곧 결정하겠다고. 가격 기능 왜곡, 에너지 절약 필요성 둔감, 재정 부담 증가 등 부작용 우려에도 오직 마이웨이, 선거가 코앞이니까. ○…김진태 국민의힘 강원도지사 후보, 강원 찾은 장동혁 당 대표 면전에서 "결자해지(結者解之) 필요하다"고 쓴소리. 당 대표 방문이 반갑지 않다는 광역단체장 후보들, 콩가루 집안 따로 없네. ○…올해 2월 출생 아기 2만3천 명, 작년 같은 달보다 2천700명 늘어 7년 만에 최대. 2월 합계출산율도 0.93명으로 1년 전보다 0.10명 증가, '불장 주식'보다 반가운 아기 울음소리.
2026-04-23 05:00:00
2026-04-22 19:04:47
반나절을 빈둥대다가 봉두난발로 시내 대형서점에 갔다. 얼마 전 한 층을 없애고 코너를 합치는 리모델링으로 서점 분위기와 다소 멀어진 책방이다. 덩달아 내 마음도 멀어졌다. 매주 한 번은 들르던 곳인데 몇 달 만인지 모르겠다. 온라인서점이 대세이니 이해 못 할 일도 아니지만, 못내 아쉽다. 그럴 때면 종종 동네 책방을 찾는다. 이날도 그랬다. 땅거미가 내려앉으면 작은 문과 더 작은 간판을 둘러싼 네온 불빛이 켜진다. 무언가 재밌는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예감, 오늘은 여행 작가의 특강이 있는 날이다. 다른 때보다 많은 이들이 공간을 채울 것이다. 낯익은 얼굴과 낯선 이가 한데 모여 글자가 피워낸 아름다움에 흠뻑 취할 준비를 마쳤다. 공간을 떠다니는 문장으로 오늘의 기쁨과 내일 살아갈 연료를 보충한다. 이만하면 호화롭고 넉넉하다. 그런데도 한편으론 아쉽다. 더 많은 사람이 참석했더라면. 그러기엔 공간이, 한정된 자리가……. 매번 같은 생각이다. 지역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아담하고 소담한 동네 책방엔 뭔가 다른 것이 있다. 예전 동네 책방 행사가 작가와의 대화나 북 토크(충성 고객과 미래의 단골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알짜배기 프로그램이다.) 수준에 머물렀다면, 지금은 각자 개발한 고유의 콘텐츠로 분투 중이다. 예컨대 시지에는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단계별·장르별 책 읽기 프로그램으로 탄탄하게 자리 잡은 동네 책방이 있고, 예술 관련 서적을 주로 취급하는 달서구 어느 책방은 미학 관련 서적을 함께 읽고 전문가 강의를 들으며, 계절에 따라 인근 습지 탐방 시간도 가진다. 혁신도시와 앞산에는 그림책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책방도 있으며, 수성시장 인근의 서점은 영문 원서 읽는 모임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다른 얘기를 해보자. 서점에서 음료와 간단한 먹거리를 파는 모습은 낯설지 않다. 융합의 시대에 책이라고 예외일 순 없는 노릇. 카페에 책을 얹거나 책방에 커피를 추가하는 건 어느 한쪽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마음이 아니다. 어떻게든 수익의 다원화로 지속가능하게 만들려는 자구책일 터. 자투리 공간에 갤러리를 만들고 전시하는 일도 다반사다. 음료와는 별개로 모든 책방은 큼지막한 통유리를 통해 오가는 사람들이 안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암묵적 합의를 이룬 듯하다. 창문에 독서와 관련한 레터링이나 신간 안내 전단 등을 덕지덕지 붙인 서점은 더는 없다. 어느 때보다 개인정보와 보안을 중요하게 여기는 반면, 책 읽는 자신의 모습이 유리창 밖으로 비춰지고 누군가의 피사체가 되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시대. 손님은 기꺼이 인테리어 소품이 되어주며 심지어 그것을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불특정 다수를 위해 친밀한 인물들이 자리를 채우는 구조. 누군가가 지속적으로 공간을 점유하여 책과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지금 동네서점의 풍경으로 자리 잡았다. 지역민의 사랑방이자 지식과 지혜의 전달자 동네 책방. 따뜻한 공기로 채워진 공간이 주는 아늑하고 친밀한 정서는 대형서점이 흉내 내기 힘든 지점이다. 해거름 무렵 집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나는 책방 풍경, 알전구가 켜진 화사한 공간에서 누군가 열심히 책을 뒤적이는 모습처럼 따뜻하고 안온한 미장센이 또 있을까 싶다. (추신) 언제부턴가 투명한 비닐봉지에 책을 담아주기 시작했다. 여전히 종이봉투를 사용하는 동네서점이 많지만. 디자인 진보로 볼지, 마케팅 측면으로 볼지, 환경문제 차원으로 볼지는 각자 판단할 일이다. 하긴, 책 한 권이라도 사는 게 어딘가.
2026-04-22 17:06:16
경상북도 성주는 예로부터 생명의 기운이 깃든 땅으로 불렸다. 세종대왕의 왕자들과 단종의 태실이 자리한 이곳은 오랜 세월 나라의 미래를 기원하던 공간이었고, 오늘날에는 황금빛 참외가 그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전국 참외 생산의 약 85%를 차지하는 성주는 단일 작목만으로도 연간 6천억원 이상의 지역 경제를 견인하는 보기 드문 사례로 우리 농업의 가능성을 보여 주는 상징적 지역이다. 봄부터 초여름까지 성주 들녘의 비닐하우스를 채우는 노란빛은 단순한 수확의 풍경이 아니다. 한 작목을 중심으로 연구와 생산, 유통과 교육이 긴밀히 맞물리며 지역의 산업과 삶을 함께 떠받치는 현장이다. 그래서 성주참외 이야기는 곧 지역의 가능성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지금 참외 산업은 분명한 전환점에 서 있다. 농촌의 고령화와 인력난, 기후변화에 따른 재배 환경의 불안정, 병해충의 상시화, 치열해지는 유통 경쟁이 한꺼번에 밀려오고 있다. 특히 참외는 작업 특성상 허리와 무릎에 부담이 큰 작목이다. 이제는 단순히 많이 생산하는 것만으로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노동 부담은 덜고 품질과 소득은 높이는 방향으로 재배 방식과 산업 구조도 함께 바꾸어야 한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경북농업기술원 성주참외과채류연구소가 있다. 하향식 수직 재배와 포복형 수경재배는 작업 부담을 낮추고 생산성 향상의 가능성을 넓혔다. 노동 시간은 27% 줄고, 농가 소득은 42% 느는 실질적인 지표도 만들었다. 여기에 담배가루이(노린재목 가루이과 곤충) 스마트 포획기, 접목 로봇, 생성형 인공지능(AI) 기반 영농 관리 시스템을 더해 경험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데이터와 장비를 활용한 정밀 농업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이제 성주의 농업은 AI 기반 스마트 농업으로 진화하며 농촌 소멸 위기를 극복할 근본적인 해법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 혁신은 수출 경쟁력 강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저장성과 선도 유지 기술이 확보되면서 참외는 항공 중심의 고비용 구조를 벗어나 선박 수출이 가능해졌고, 그 결과 17년 만에 베트남 시장 진출이 성사되었다. 현재 성주참외는 홍콩·싱가포르·호주 등 15개국으로 수출되고 있으며, 국제 규격에 등록된 'Korean Melon'(코리안 멜론)이라는 이름으로 세계 시장에서 인지도를 넓혀 가고 있다. 그러나 기술만으로 산업이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경쟁력은 사람에게서 온다. 조원호 마이스터나 이명화 명인과 같은 선도 농업인이 새로운 기술을 가장 먼저 실증하고, 후배에게 경험과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하며 지역 전체의 역량을 높여 왔다. 이 같은 개방적 학습 문화는 위기 상황에도 하나의 공동체로 이어 주는 자산이 되고 있다. 지역 특화작목의 성공은 좋은 품종이나 새로운 장비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술을 믿고 실천하는 농업인, 성과를 함께 확산하는 공동체, 현장을 중심에 두는 연구까지 한 박자가 되어야 한다. 성주참외는 그런 의미에서 지역 특산물을 넘어 농업 혁신 사례로 읽힌다. 성주가 오랜 재배 경험과 집적된 산지 기반, 연구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참외의 미래를 다시 쓰는 것처럼, 지역 특화작목의 경쟁력 역시 그 지역의 자연과 사람, 기술이 얼마나 단단하게 연결되어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할 것이다. 잘 만든 특화작목이 지역을 살리고, 그 지역의 농업은 또 하나의 브랜드가 된다. 성주참외가 오롯이 증명해 보였듯이.
2026-04-22 15:02:04
댓글 많은 뉴스
이진숙 "대구까지 좌파 넘길 순 없다"…대구시장 불출마 선언
명문대 공대→대기업 개발자 관두고 '버스기사?'…이런 청년 수두룩 [커버스토리]
추경호 vs 김부겸 빅매치…투표함 열기 전에는 모른다
"공갈포에 새가슴뿐"…홍준표의 삼성 5연패 저격
김부겸 "대구로페이 2배 확대…자영업자 병가 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