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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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형소법 개정 임박, 검사 보완수사권 유지는 필수

    검찰청을 없애고 공소청 체제로 전환하는 법 시행이 4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후속(後續) 입법인 형사소송법 개정이 지방선거 이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그러나 제도 개편이 속도에만 매몰돼 '국민의 권리 보호와 범죄 대응'이란 형사사법의 본질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쟁점은 검사의 보완(補完)수사권이다. 여당은 보완수사권을 없애려 하고, 야당과 법조계는 이를 반대하고 있다. 법무부 입장도 여당과 다르다. 1일 법무부가 발표한 자료는 보완수사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경찰이 송치한 사건 중 44.3%가 검찰의 보완수사를 거쳤다는 내용이다. 이는 검사가 경찰의 최초 수사에서 놓친 증거를 확보하고, 피해자 진술을 보강하며,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실관계를 재확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증거다. 최근 정부 부처와 지자체의 특별사법경찰관들이 '검사 수사 지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점도 같은 맥락이다.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일수록 보완수사의 중요성은 커진다. 성범죄, 아동학대 등은 피해자 진술만으로 사건을 판단하기 어렵고, 초기 수사의 작은 허점이 무죄 판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경제범죄와 첨단범죄의 경우 디지털 증거 확보와 자금 흐름 추적, 공범 관계 입증 등 전문성이 필요하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더라도 공소 유지(公訴維持)의 책임을 지는 검사에게 최소한의 보완수사권이 없다면 범죄 입증 능력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이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하고 보완수사요구권이나 보완조사권만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어정쩡한 절충안(折衷案)이다. 검사가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만 있고, 직접 수사를 할 수 없다면 사건은 기관 간 떠넘기기로 시간만 끌게 된다. 보완조사권 역시 피해자 면담이나 기록 확인 수준에 그쳐, 재판에서 증거로 쓰지도 못한다. 검찰 개혁의 목적은 무조건적인 권한 축소가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범죄 대응 역량을 높이는 데 있어야 한다. 검사의 보완수사권은 꼭 유지돼야 한다.

    2026-06-02 05:00:00

  • [사설] 정청래, 李·朴 욕하기 앞서 조작기소 특검법부터 철회하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이른바 '감옥 3인방'으로 지칭하며 "헌법을 파괴하고 민주주의를 공격했던 세력이다. 역사 속으로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이 6·3 지방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후보들을 지원하기 위해 격전지 유세(遊說)에 나선 것을 지적한 것이다. 정 대표는 국민의힘 계열 정당 출신 전직 대통령들의 행보(行步)가 민주당의 6·3 지방선거에 위협적이라고 판단한 모양이지만, 정작 민주당의 가장 큰 악재(惡材)는 '조작기소 특검법 추진'이다. 당초 민주당 압승이 예상됐던 지방선거 분위기가 '혼전(混戰)'으로 바뀐 것은 민주당이 지난 4월 30일 '정치검찰 조작기소 진상규명 특검법'을 발의하고, 5월 중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 특검법은 이재명 대통령이 임명하는 특검이 대장동·대북 송금 등 이 대통령 사건에 대한 재수사와 공소 취소 권한을 갖는 법이다. 이는 정치권력이 사법부 권한을 대신하는 것으로 '삼권분립, 평등 원칙 파괴(破壞)'에 다름 아니다. 야당은 물론이고 친민주당 성향 언론과 시민단체들까지 반발하고, 지방선거 지지율이 흔들리는 등 역풍(逆風)이 거세자 민주당은 '5월 중에 특검법안을 처리한다'던 당초 일정을 지방선거 이후로 미뤘다. 법안을 철회해야 마땅함에도 법안 처리 시기만 잠시 늦춰 국민을 속인 셈이다. 민주당 주장대로 이 대통령이 무죄이고, 검찰이 조작기소했다면 증거를 제시해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 된다. 그 쉽고 합리적인 절차를 두고 별도 법을 만들어 대통령 재판을 없애려고 하는 것은 민주당도 '이재명 유죄'를 인정한다는 고백(告白)에 다름 아니다. 정청래 대표는 '이명박, 박근혜 등 전직 대통령이 헌법을 파괴하고 민주주의를 공격했다'고 주장하지만, 조작기소 특검법안이야말로 헌법 파괴요,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다. 지금 정 대표가 해야 할 일은 "조작기소 특검법안을 철회하고, 다시는 추진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다.

    2026-06-02 05:00:00

  • [사설] 반도체가 가린 우리 경제 실상, 직시하고 보완책 찾아야 한다

    대한민국 수출이 새 이정표(里程標)를 세웠다. 5월 수출액은 877억5천만달러로 월간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3월 800억달러 첫 돌파 후 두 달 만의 기록 경신이다. 올해 1~5월 누적 무역수지흑자만 1천19억달러로, 연간 최대 무역흑자였던 2017년 952억달러마저 훌쩍 넘어섰다. 올해 수출 9천억달러를 넘어 조만간 꿈의 1조달러 가능성도 언급된다. 1964년 수출 1억달러 달성을 디딤돌 삼아 중화학공업 육성과 무역 확대에 박차를 가한 한국 경제는 눈부신 성장을 이뤄냈고, 지난해 세계 여섯 번째로 연간 수출 7천억달러를 넘어섰다. 섬유와 가발, 철강과 조선, 자동차가 성장의 주역이던 시대를 지나 인공지능(AI)이 주도하는 반도체 특수가 수출 지형을 바꾸고 있다. 그러나 수출액 중 반도체 비중이 무려 42.3%다. 2017년 반도체 슈퍼사이클 때보다 훨씬 높다. 1분기 수출 증가분의 82.8%를 상위 5대 기업이 차지했다. 이는 산업 생태계의 역동성을 약화시키고 기업 간 성과 격차를 심화할 수 있다. 사상 최고 수출 지표에도 체감경기가 기대만큼 살아나지 않는 이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AI 확산(擴散)의 성과가 일부 산업과 기업에 집중된다고 경고했다. 자동차 수출은 미국의 관세 정책과 현지 생산 확대, 중동 지역 물류 차질 등의 영향으로 감소세다. 중동전쟁 장기화는 유가 상승과 공급망 불안을 여전히 자극한다. 산업 경쟁력을 굳이 저평가할 이유는 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중국의 거센 추격에도 한국은 비(非)IT 제조업 분야에서 독일·일본보다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과를 냈다. 화장품, 식품, 바이오헬스, 전력기기 등은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규모의 확대와 구조의 건전성은 다른 문제다. 반도체라는 성장 엔진이 강할수록 차체와 바퀴 상태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자동차, 석유화학, 중소기업 수출 어려움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경고 신호다. 사상 최대 수출액에 도취(陶醉)되기 전 이런 성과를 떠받치는 산업 기반이 얼마나 넓고 튼튼한지 재점검해야 한다.

    2026-06-02 05:00:00

  • [관풍루]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李·朴 전 대통령의 국민의힘 후보 지원 유세에 이·박·尹 전 대통령을 싸잡아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키웠던 세력"이라고 비난고 비난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李·朴 전 대통령의 국민의힘 후보 지원 유세에 이·박·尹 전 대통령을 싸잡아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키웠던 세력"이라고 비난. 실력 들통날까 토론 회피한 주제에 입은 살아서. ○…김민석 국무총리,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유튜버 김어준 비판한 SNS 게시글에 '좋아요' 눌렀다가 논란되자 취소했다고. 차기 당 대표 놓고 정청래와 경쟁 관계, 적의 적은 나의 친구….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 박근혜 전 대통령이 "노산군에서 복위된 단종처럼 거짓과 모함으로 덧씌워진 멍에를 벗고 제자리로 복위될 것"이라고. 박근혜 정치 재개 군불 때기?

    2026-06-02 05:00:00

  • [날씨] 6월 2일(화)

    [날씨] 6월 2일(화) "곳에 따라 비"

    2026-06-01 18:50:21

  • [기고-박찬우] 안동, 경북 관광 대도약의 전환점!

    [기고-박찬우] 안동, 경북 관광 대도약의 전환점!

    지난 5월 19일 안동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은 단순한 외교 행사를 넘어 경북의 역사·문화·관광 자산을 세계에 알린 뜻깊은 계기가 됐다. 선유줄불놀이와 종가음식 전계아, 가양주 태사주 등 지역 고유의 전통문화와 미식 콘텐츠는 국내외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경북 관광의 잠재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지난해 경주 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에 이어 경북이 다시 국제무대의 중심에 섰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러한 국내외 관심을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지역 관광 성장 동력으로 연결하는 일이다. 경북도는 이를 위해 일본 특화 관광 마케팅과 문화교류 후속 사업 등을 속도감 있게 준비하고 있다. 먼저 정상회담을 계기로 일본 관광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온라인 여행사(OTA)와 연계한 관광상품 기획전, 현지 로드 마케팅, 인플루언서 초청 팸투어 등을 통해 일본 관광객 맞춤형 마케팅을 확대할 방침이다. 특히 정상회담 친교 행사의 하이라이트였던 선유줄불놀이는 개최 횟수 확대와 관광상품 연계를 통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야간 관광 콘텐츠로 육성해 나갈 예정이다. 경북도와 일본 나라현 간 문화교류도 한층 확대된다. 전통예술 교류 공연과 청년 창작자 협력, 웹툰 창작 교류 프로젝트, 전통음식·전통주 교류 등을 통해 정상외교의 성과를 민간 중심의 지속 가능한 교류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상호 간의 문화적 공감대를 넓히고 관광·경제 협력으로 이어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관광 활성화는 마케팅과 행사 개최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체류형 관광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교통과 숙박, 관광 콘텐츠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광역 관광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다. 일본의 오사카-교토-나라 관광 벨트처럼 대구를 관문으로 경주와 안동을 잇는 대구경북 관광권역이 구축된다면 국제 경쟁력을 갖춘 초광역 관광 모델로 성장할 수 있다. 경북도는 지난 2월 대통령 주재 제11차 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제시된 초광역 지역 특화 관광권 조성 정책에 발맞춰 대구국제공항·영일만항·동대구역을 중심으로 관광객 유입과 이동 동선을 연계하고 대구경북 권역 특화 관광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아울러 고택과 종가를 활용한 하이엔드 숙박 모델인 '한국형 파라도르'를 조성하는 한편, 주민이 주체가 되어 관광 수용 태세를 개선하는 '관광 새마을운동'을 통해 현장 중심의 친절·환대 문화 정착에도 힘을 쏟고 있다.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있다. 먼저 대구공항과 해외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인바운드 항공 노선 확대가 필요하다. 경북을 방문하고자 하는 해외 관광객들이 인천공항이나 김해공항을 경유해야 한다면 접근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대구공항과 경북의 주요 관광지를 유기적으로 잇는 광역 교통체계 구축도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정부는 올해 초 해외 관광객의 수도권 집중을 극복하고 지역 관광 활성화를 통해 2030년까지 방한 관광객 3천만 명 달성이라는 국가 목표를 수립했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형성된 국제적 관심을 실질적인 관광 성과로 연결해 경북이 지역 관광의 선도 모델을 제시할 시점이다. 한일 정상회담 in 안동이 경북 관광 대도약의 출발점이 될 수 있도록 지금부터는 속도감 있는 실행이 필요하다.

    2026-06-01 16:36:08

  • [김용삼의 근대사] 항일 언론인 베델의 추악한 정체

    [김용삼의 근대사] 항일 언론인 베델의 추악한 정체

    서울시 종로구 수송동, 연합뉴스 사옥과 조계사 사이에 수송공원이 위치하고 있다. 이곳에는 3·1운동 민족대표 중의 하나인 이종일 동상이 서 있고, 3·1운동 당시 독립선언서를 인쇄한 보성사 터, 숙명여학교 옛터, 중동학교 옛터, 대한매일신보 터임을 알리는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대한매일신보는 영국인 어니스트 베델(Ernest Thomas Bethell)이 창간한 항일 신문으로 알려져 있다. 베델은 일제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한민족의 독립을 위해 정의의 필봉을 휘두르다 37세의 나이에 요절한 애국적 항일 언론인으로 회자되고 있다. 미안하고 서글픈 얘기지만, '역사적 사실(historical)'은 이와는 너무도 다르다. 통감부의 비밀 수사보고서, 영국 상해고등법원의 재판 기록과 금융 거래 추적을 통해 '펜으로 일제에 맞선' 항일 영웅 베델의 신화를 발가벗겨 본다. 1872년 영국 항구도시 브리스틀에서 태어난 베델은 고국에서 안정된 직장을 구하지 못하자 10대 후반, '기회의 땅' 일본에 진출한다. 고베에서 영국산 면직물·잡화 무역상으로 일했으나 치열한 경쟁에 밀려 파산 위기에 처한다. 1904년 막다른 골목에 몰려 있던 시기에 발발한 러일전쟁은 그에게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제공했다. 그는 런던 데일리 크로니클(Daily Chronicle) 특파원으로 취업하여 한반도로 건너왔다. 당시 대한제국은 격동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벌어져도 이상할 것이 없는 불안한 정세, 어리숙한 지도부, 문란한 사회 질서의 틈새에서 망국의 기운이 싹 터 올랐다. 일본과 영일동맹을 체결한 영국은 러일전쟁에서 일본을 전폭 후원하여 러시아의 남진을 봉쇄했다. 러일전쟁 종료 후 을사보호조약을 통해 대한제국의 외교권이 일본에게 넘어가고 통감부가 설치되었다. 일본은 대한제국과 1904년 제1차 한일협상을 체결하고 일본의 재정 전문가 메가타 다네타로(目賀田種太郎)가 대한제국 재정 고문 자리를 차지했다. 당시 대한제국 황실은 국고를 사유화했고, 공직과 지방 수령 자리는 매관매직으로 채워졌다. 뇌물을 주고 벼슬을 산 지방 수령들은 아전들과 결탁해 과세 농지 경작면적을 고의로 축소 신고하여 세금을 대거 착복했다. 그 결과 세입의 3분의 2가 탐관오리 주머니에 들어가 정부 재정은 완전 초토화 상태였다. 여기서 철저히 이권을 좇아 움직이는 베델의 모험가적 상인 기질이 제 세상을 만나게 된다. ◆고종과 베델의 공생 관계 메가타 고문은 1906년 10월, 조세징수 규정을 공포하여 지방 수령과 아전의 징세권을 박탈했다. 세금은 중앙정부가 새로 작성한 과세대장을 바탕으로 직접 징수하는 방식으로 개편했다. 그 결과 지세 수입이 3배 가까이 급증했다. 대한제국의 치명적 문제는 극도로 문란해진 화폐 제도였다. 조정은 당백전·당오전·백동화 등을 미친 듯이 발행하여 황실 비자금으로 전용했다. 특히 화폐 제조권을 막대한 돈을 받고 민간 업자에게 넘겨 밀수입 위조 화폐가 판을 쳤다. 1905년 국내에서 통용되는 화폐가 무려 576종에 달했는데, 그중 태반이 밀조된 위조 화폐였다. 경제 붕괴를 막기 위해 메가타 고문은 대한제국 조폐 업무를 폐지하고, 1905년 1월 화폐조례를 공포해 일본 제일은행권을 법정 화폐로 유통시켰다. 여기서 역사적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세금 제도와 화폐 개혁은 백성들 입장에서는 황실과 탐관오리들의 가렴주구를 끝장내는 축복이었다. 황실과 양반 관리 입장에서 보면 백성들을 등쳐먹는 '젖과 꿀이 흐르는' 권리를 박탈당하는 날벼락이었다. 게다가 고종이 국고를 빼돌려 곳곳에 숨겨놓은 황실 비자금을 추적하여 압류에 나서자 고종은 통감부 견제 여론을 조성해줄 인물을 찾던 중 베델과 조우하게 된다. 통감부가 재정 개혁으로 숨통이 조여오자 고종은 막대한 비자금을 제공하여 반일 의병 봉기를 부추겼고, 통감부를 공격할 언론을 물색했다. 베델은 박봉에 시달리며 현장에서 박박 기는 특파원(종군기자)으로 고생하느니 황실의 자금을 지원받아 '항일 언론' 포장을 씌운 신문을 창간하면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다는 계산을 마쳤다. 베델은 자신의 영국 국적과 치외법권을 무기 삼아 대한매일신보를 창간하고 고종에게 거액의 창간 및 운영자금을 요구했다. 비밀 자금 전달의 중간 창구는 러시아 여성 손탁이었다. 고종은 이 돈을 매개로 베델에게 청부 항일 기사를 요구했고, 베델은 황실 비자금을 받는 조건으로 고종이 원하는 논조의 기사를 써주는 언론 청부업자 역할을 수행했다. 이러한 어두운 거래의 실체는 사료로 증명된다. 정진석 등의 연구에 따르면, 고종이 베델에게 건넨 비자금은 약 2만 원에 달했다. 이는 현재 가치로 최소 15억에서 20억 원에 이르는 액수였다. 통감부 경무국은 밀정을 통해 베델이 정기적으로 황실 측근들로부터 영수증 없이 거액의 뭉칫돈(내탕금)을 수령한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실제로 비자금을 배달하던 중간 연락책이 체포됐고, 그가 전모를 자백하면서 고종과 베델 간의 비밀 거래 실체가 드러났다. 베델은 고종에게 받은 자금을 신문사 공금으로 사용하지 않고 빼돌렸다. 영국 상해고등법원의 조사 결과, 베델은 이 돈을 홍콩상하이은행(HSBC)에 개설된 개인 계좌에 예치해 두고, 호화로운 귀족식 생활을 영위하는 데 탕진했다. 그는 시내 한복판 정동 인근에 대저택을 매입해 여러 명의 조선인 하인을 거느렸고, 최고급 위스키와 정찬을 즐기며 사교계의 거물로 행세했다. 베델의 '항일 기사'는 대한제국의 독립을 위한 숭고한 구국 정신이 아니라, 황실의 검은 비자금을 받고 써 준 일종의 청부 기사였다. ◆국채보상금 횡령의 주범, 베델 베델의 파렴치 행각은 대구에서 시작된 국채보상운동 성금 유용에서 절정에 달한다. 민초들은 술·담배 끊고 끼니 굶어가며 모은 눈물겨운 성금을 대한매일신보사에 예치했다. 베델은 자사에 예치된 성금 20만 원 중 3만 원(현재 가치로 약 20억~30억 원)을 횡령했다.이 돈을 미국인 전기사업 투기꾼 콜브란의 회사와 광산 관련 주식을 매입했고, 호텔을 운영하던 프랑스어학교 교사 에밀 마르텔에게 담보 없이 고율의 이자를 받는 조건으로 불법 대출해주었다. 쉽게 말하면 국채보상금을 빼돌려 고리대금업을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이자 수익은 국채보상기성회에 보고하지 않고 베델의 개인 주머니로 들어갔다. 1909년 5월 베델이 사망하면서 이 돈은 회수 불가능해졌다. 민초들이 밥 굶고 담배 끊어가며 모은 돈을 횡령하여 베델과 콜브란, 마르텔은 정동의 고급 사교클럽에서 샴페인을 홀짝이며 성금을 나눠먹은 것이다. 베델의 횡령 실태는 1908년 6월, 영국 상해고등법원의 재판 과정에서 통감부가 제출한 베델의 금융 거래 내역과 압수 수색 자료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영국 법원은 베델에게 '선동 및 치안 문란' 혐의로 3주간의 금고형과 벌금형을 선고했다. 대한매일신보의 양기탁이 재판 과정에서 무죄 방면된 것은 죄가 없어서가 아니다. 자금의 실질적 통제권과 계좌 관리 주권이 영국인 베델에게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국채보상운동은 일제의 방해 때문이 아니라, 자금을 위탁받은 지도층의 심각한 내부 부패와 이방인 사기꾼의 파렴치한 횡령으로 자멸한 역사적 참극이었다. ◆베델의 사후 일본에 신문사 팔고 먹튀 베델은 국채보상금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심한 스트레스로 1909년 5월 1일 37세의 나이로 심장마비로 급사했다. 국내에서는 그가 죽으면서 "나는 죽을지라도 (대한매일)신보는 영생케 하여 한국 민족을 구하라"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급사한 사람이 유언을 남길 시간이나 있었는지 의심이 가지만, 그 내용이 더욱 가관이다. 남편이 죽자마자 부인 메리 게일(Mary Maud Gale)은 가장 먼저 남편의 개인 계좌 잔고와 신문사 자산을 사유 재산으로 확보했다. 메리는 남편이 빼돌린 국채보상 성금을 유족 생활비와 변호사 비용으로 유용했다. 성금 반환 요구가 빗발치자 메리는 "남편이 조선을 위해 일하다 사망하여 입은 손해를 성금으로 충당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고 반박했다.베델의 미망인 메리와 대한매일신보의 운영권자인 영국인 알프레드 만함(Alfred W. Marnham)은 통감부 외무국장 고마쓰 미도리(小松緑)와 비밀리에 매각 협상을 벌였다. 메리는 매각 대금으로 16만 원(현재 가치로 150억~200억 원)을 요구했고, 일본 측은 이를 수용했다. 그런데 통감부가 거액을 들여 이 신문을 매입하는 조건이 흥미진진했다. 첫째, 매각 대금 수령과 동시에 영국인 전 직원은 즉시 한국을 떠나고, 향후 언론 활동에 관여하지 않는다. 둘째, 신문사의 제반 시설은 물론 '대한매일신보'라는 제호 일체를 통감부로 이관한다. 셋째, 통감부는 베델 일당이 그동안 저지른 국채보상금 횡령 및 유용에 대해 일체의 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남편의 죄상을 덮고 막대한 현금을 챙긴 베델의 유족과 영국인 동료들은 매각 절차가 완료된 1910년 6월 14일, 본국으로 튀었다. 영국으로 돌아간 메리는 신문사 팔아 챙긴 돈, 빼돌린 국채보상 성금으로 풍족하고 안락한 삶을 살았다. 그녀는 남편 베델을 "약소국의 인권을 위해 싸우다 전사한 고결한 언론 영웅"으로 포장했다. 한일병합 다음 날인 1910년 8월 30일, 대한매일신보는 제호를 '매일신보'로 바꿔 조선총독부 공식 기관지로 데뷔했다. 어제까지 고종 비자금을 받아 '항일' 선동 기사를 썼던 기자들은 하룻밤 사이 총독부의 월급쟁이 기자로 돌변했다. 이들은 해방될 때까지 일본의 식민 지배를 찬양하는 나팔수로 맹활약했다. 펜앤마이크 대기자

    2026-06-01 11:25:03

  • [사설] 이공계 인재 양성 목표 영재학교 경쟁률 최고치, '메디컬 쏠림' 바뀌나

    이공계(理工系) 인재 양성이 목표인 영재학교의 2027학년도 경쟁률이 6.21대 1을 기록했다. 전국 8개 영재학교(1곳 제외) 669명 모집에 4천155명이 지원, 전년도에 비해 지원자 수가 8.6%나 증가했다. 지원자 수도 역대 최대 규모이고 경쟁률 역시 영재학교 간 중복 지원이 금지된 2022학년도 이후 가장 높다. 수치보다 중요한 건 맥락이다. 2027학년도부터 지역의사제가 도입돼 의대 진학이 다소 유리해질 수 있는 상황임에도 영재학교 경쟁률이 오히려 상승해서다. 이러한 분위기는 이른바 '의치한약수'(의대·치대·한의대·약대·수의대)에 반도체 또는 하이닉스를 더한 '의치한약수반'이나 '하의치한약수'라는 신조어(新造語)로도 설명 가능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역대급 실적과 파격적인 성과급에 대학 반도체 계약학과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기존 '메디컬'과 어깨를 겨루는 수준으로 올라선 것이다. 최태원 SK그룹·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최근 "많은 분들은 의사로 사는 게 공대를 나와 엔지니어로 사는 것보다 윤택할 거라는 인식이 있는데, 그 인식이 틀렸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AI 시대에는 수학자가 의사보다 훨씬 더 돈을 많이 버는 환경이 올 수도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물론 이러한 흐름이 '이공계 르네상스'의 서막(序幕)일지, 반도체 호황이라는 특수한 경기 사이클에 편승한 또 하나의 쏠림일지는 판단하기 이르다. 반도체 계약학과 인기가 결국 삼성전자·SK하이닉스라는 두 회사를 향한 취업 경쟁으로 수렴된다면, 그것 역시 '메디컬 쏠림'과 다를 바 없는 '반도체 쏠림'일 뿐이다. 진짜 변화는 따로 있어야 한다. 반도체뿐 아니라 공학계열, 수학·물리 같은 기초과학으로 확산될 때 더 큰 의미가 있다. 기초과학은 당장의 취업 보장도, 억대 성과급도 없다. 그럼에도 그 토양 없이는 반도체도, AI도, 다음 세대의 산업도 뿌리를 내릴 수 없다. 영재학교로 몰리는 학생들이 그 가치를 알고 그 길을 선택할 수 있도록 이참에 연구 환경과 처우 개선에 공(功)을 쏟아야 한다. 그건 정부의 몫이다.

    2026-06-01 05:00:00

  • [사설] "투표 포기는 국민 속이고 사익 취하는 자에게 기회 주는 것"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1일 새벽 엑스(옛 트위터)에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의 말이라며 "정치 무관심의 대가는 최악의 저질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라는 경구를 소개하면서 "주권자의 침묵과 투표 포기는 국민을 속이고 사익을 위해 권력을 남용하며 나와 가족의 삶을 망치는 자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했다. 오는 3일 예정된 지방선거 본투표(本投票)를 독려하는 뜻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유권자인 국민은 단순히 투표하는 기계가 아니다. 유권자 개개인이 원하는 후보자를 선택(選擇)할 수 있는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자유 민주 국가의 주권자로서 존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알권리'의 충족은 민주 선거의 전제 조건이 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번 6·3 지방선거의 경우 일부 후보자들이 의도적으로 TV 토론(討論)을 회피(回避)하는 꼼수를 부린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유권자들에게 '기계적 바보 투표'를 유도한 셈이다. 특히 서울시장 후보 TV 토론은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후보의 거부로 사전 투표 개시 5시간 전 단 1회로 끝났다. 개혁신당 김정철 후보가 토론 제안 거부 내역이 적힌 '정원오 토론 도망 달력'을 들고나와 공격할 정도였다. 정 후보는 "주제와 관계없는 흑색선전, 네거티브로 점철될 게 뻔한데 왜 (토론을)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유권자(有權者)는 흑색선전과 네거티브의 '진실'도 알권리가 있다. 떳떳하다면 토론을 통해 거짓 선전의 진실을 밝히면 그만이다. 토론을 회피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사전 투표 용지 노출에 따른 선거법 위반 논란도 우려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단순 해프닝이라고 해명(解明)하지만, 역대 어느 대통령도 이런 적은 없었다. 당장 국민의힘은 "노골적인 관권선거이자 심각한 선거 개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지지층 결집을 위한 일종의 정치적 메시지 발신이라는 주장이다. 분명한 것은 부적절한 행위로 민주 선거의 4대 원칙 중 하나인 비밀투표를 훼손했다는 논란을 자초(自招)했다는 사실이다.

    2026-06-01 05:00:00

  • [사설] "살고 싶다"는 전화마저 먹통인 현실, 이대로는 안 될 일

    보건복지부가 자살예방상담전화 '109'의 응대율(應對率)을 높이기 위해 전문 상담 인력을 현재의 두 배 수준으로 늘리기로 했다. 최근 상담 전화 연결이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우리 국가 구성원이 죽겠다고 전화했는데 전화가 안 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 같다"며 상담 전화 응대 체계 개선 필요성을 강조한 이후 나온 후속 조치다. 복지부는 109 상담 인력을 현재 103명에서 300명까지 순차적으로 늘려 나간다는 계획이다. 2024년 기준 자살은 한국의 10~49세 사망 원인 1위다. 또한 청년 자살률은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살률 1위 국가라는 참혹한 오명(汚名)을 23년째 안고 살아가고 있다. 인공지능(AI) 산업이나 저출생 대응에는 수조원의 예산을 쏟아붓는 나라가, 이미 존재하는 생명을 지키는 일에는 왜 이렇게 인색한가 되묻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우리나라는 자살예방상담전화 번호를 2024년 109로 통합한 뒤 그 이용이 크게 증가했다. 2023년 21만9천650건이던 상담 인입(引入) 건수는 2024년 32만2천116건으로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35만2천914건까지 늘었다. 109 번호 도입 이후 상담 수요가 46% 급증한 셈이다. 하지만 상담 인력은 수요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하루 평균 1천118건의 전화가 걸려 왔지만, 실제 응대는 532건으로 절반 이상의 전화를 놓치고 있었다. 특히 감정이 예민해지는 야간 시간대에 전체 상담의 절반 이상이 한꺼번에 쏠리면서 통화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말과 의지만으로는 단 하나의 생명도 구하지 못한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다운 예산과 정책이 함께 동반돼야 실효적인 현장 개선이 가능하다. 오늘 밤, 어두운 방구석에서 109를 누를 우리 이웃의 간절한 전화에 반드시 따뜻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응답할 수 있기를, 정부는 모든 재정과 역량을 쏟아부어 증명해야 할 것이다.

    2026-06-01 05:00:00

  • [관풍루]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선거 사흘 앞두고 전남 찾아 "미우나 고우나 민주당"이라며 지지를 당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선거 사흘 앞두고 전남 찾아 "미우나 고우나 민주당"이라며 지지를 당부. 일부 지역 판세 불안에 "민주당이 호남에 효도 정치를 잘하겠다"고 호소, '불효자'의 읍소? ○…공정위, 인공지능(AI)으로 만든 가짜 전문가가 광고에 등장하면 '가상 인물' 표시토록 지침 개정. '효과 없으면 전 재산 건다'는 황당한 광고 없애려면 광고주 재산이라도 걸도록 법제화해야. ○…서울 '서소문 고가차도' 닮은 위험 교량(D·E등급), 전국에 117개. 예산 없어 다리를 새로 설치하지 못하고 민원 때문에 통제도 못 한다는 어이 없는 해명, 여전히 안전은 뒷전.

    2026-06-01 05:00:00

  • [날씨] 6월 1일(월)

    [날씨] 6월 1일(월) "대체로 구름 많음"

    2026-05-31 18:52:00

  • [기고-오상국] 대구만 예외일 수는 없다

    [기고-오상국] 대구만 예외일 수는 없다

    국가가 시작한 사업의 기준이 흔들리고 있다. 대구 북구 산격동 옛 경북도청 터에 추진 중인 문화예술허브 사업이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국비 중심으로 추진돼 온 이 사업에 지방비 분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단순한 재원 조정이 아닌 정책 원칙의 문제로 번지고 있다. 왜 대구에서만 '국가사업'의 기준이 달라져야 하는가. 이 사업은 애초부터 단순한 지역 개발을 보완하는 사업이 아니었다. 창작·제작·교육이 결합된 복합 플랫폼을 구축하고, 공연과 전시를 아우르며, 소비 중심의 문화산업 구조를 생산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국가 전략의 일환이었다. 출발선부터 명확한 국가사업이었다. 국립 뮤지컬 콤플렉스와 국립근대미술관 구상 역시 같은 맥락이다. '국립'이라는 명칭은 단순한 이름이 아니다. 국가 책임 아래 추진되는 전략적 인프라라는 약속이다. 이 전제가 흔들리는 순간, 사업의 성격과 방향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국가사업에 예외가 생기는 순간, 기준은 무너진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정부는 지역 문화 균형 발전 차원에서 국립뮤지컬콤플렉스 추진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국가적 약속이 흔들린다면 지역 문화정책에 대한 신뢰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대구는 이 사업을 감당할 충분한 기반을 갖춘 도시다. 한국 근대미술의 주요 거점으로서 수많은 작가들이 이곳에서 활동하며 미술사의 흐름을 만들어왔다. 창작과 교육, 단체 활동이 결합된 예술 생태계 역시 그 과정에서 형성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예술 교육 기반 또한 탄탄하다. 피란 시기 형성된 순수예술 교육의 토대는 이후 예술대학을 중심으로 확장되며 수많은 인재를 배출해 왔다. 최근에는 실용음악과 뮤지컬 등 산업 연계형 교육이 확대되고 있으며, 고등학교 단계까지 뮤지컬 학과가 생겨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은 20년 동안 뮤지컬 콘텐츠로 글로벌 축제를 이어온 드문 사례다. 창작 뮤지컬 발굴과 국제 교류를 지속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공연예술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단순한 축제가 아니라 창작, 제작, 유통으로 이어지는 산업 구조를 형성해 온 결과다. 대구는 이제 공연예술의 소비지를 넘어 생산 거점으로 분명히 나아가고 있다. 시각예술 기반 역시 강화되고 있다. 간송미술관과 대구미술관을 축으로 고미술과 현대미술을 잇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으며, 여기에 국립근대미술관이 더해진다면 고대·근대·현대를 아우르는 시각예술 클러스터가 완성될 수 있다. 이미 형성된 생태계 위에 국가 인프라를 결합하는 것은 가장 효율적인 투자다. 그럼에도 국비 비중 축소나 '국립' 위상 조정이 현실화한다면 사업 구조는 불가피하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는 단순한 예산 절감의 문제가 아니다. 사업 규모 축소, 콘텐츠 경쟁력 약화, 인재 유입 감소, 국제 협력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방향이 흔들리면 결국 국가 문화 전략의 완성도 역시 낮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K-콘텐츠가 음악과 영상 중심에서 공연과 전시, 복합 문화 콘텐츠로 확장되는 지금, 이를 뿌리내릴 거점 구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이미 다른 도청 후적지 개발 사례에서는 국립 문화시설이 국가 책임 아래 조성돼 왔다. 특정 지역에만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과 형평성 측면에서도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대구만 예외가 될 이유는 없다. 국가가 시작한 사업이라면, 기준도 책임도 국가의 몫이어야 한다.

    2026-05-31 15:55:47

  • [매일춘추-김혜령] 나는 집시재즈를 들으며 쉰다

    [매일춘추-김혜령] 나는 집시재즈를 들으며 쉰다

    얼마 전, 좋아하는 집시재즈팀 '라 쁘띠 프랑스 콸텟'의 공연을 보러 오랜만에 기차를 탔다. 클래식 연주자인 내가 정말 쉬고 싶을 때 자주 찾는 음악은 의외로 집시재즈나 보사노바다. 하루 종일 바흐와 슈만을 붙들고 사는 사람이 정작 마음이 지칠 때는 전혀 다른 음악을 듣고 있으니 우스운 일이다. 공연장은 생각보다 작고 가까웠다. 연주자들의 손끝과 숨소리, 서로 주고받는 눈빛까지 보였다. 기타와 콘트라베이스가 만들어내는 반복적인 리듬 위로 바이올린이 자유롭게 떠다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반복은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다. 같은 패턴 안에서도 연주자들은 자유와 영감에 휩싸인 듯 반응했고, 그 흔들림들이 음악을 살아 있게 만들었다. 듣는 내내 자꾸 웃음이 났다. 어느 순간부터는 음악을 듣고 있는 건지, 그 안에서 함께 흔들리고 있는 건지조차 잘 구분되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몸이 박자를 타고 있었고, 자리에서 일어나 춤추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클래식 공연장에서 느끼는 몰입과는 또 다른 종류의 생명력이었다. 공연이 끝난 뒤 묘한 혼란이 남았다. 나는 왜 이런 음악 앞에서 이렇게 자유로워지는 걸까. 어쩌면 나는 클래식보다 집시재즈를 더 좋아하는 걸까. 하지만 천천히 깨닫게 됐다. 내가 진짜 부러워한 것은 장르 자체가 아니었다는 것을. 내가 끌렸던 건 그 음악 안에 살아 있던 어떤 상태였다. 매 순간 새롭게 반응하는 호흡, 악보 밖으로 흘러넘치는 인간의 숨결, 완벽하게 고정되지 않은 흐름 같은 것들 말이다. 생각해보면 클래식 역시 원래는 살아 있는 음악이었다. 고전 시대의 연주자들은 즉흥연주를 했고, 악보는 절대적인 결과물이 아니라 음악이 흘러가기 위한 하나의 틀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클래식은 점점 더 정확성과 완성도를 향해 나아갔다. 덕분에 우리는 수백 년 전 인간의 감정과 사유를 오늘까지 만날 수 있게 됐지만, 그 과정 속에서 음악의 살아 있는 떨림은 조금씩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철학자 베르그송은 삶을 고정된 형태가 아닌 끊임없이 생성되는 흐름으로 바라봤다. 그의 말처럼 음악 역시 악보 위에 멈춰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연주되는 순간마다 조금씩 다른 숨결로 다시 살아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집시재즈의 거장 스테판 그라펠리의 '러버 컴 백 투 미(Lover Come Back To Me)'를 다시 들었다. 자유롭게 흔들리는 바이올린 선율을 따라가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내가 갈망했던 것은 새로운 장르가 아니라, 음악 안에 살아 있는 자유였는지도 모르겠다고. 완벽하게 고정된 음악보다 지금 이 순간만 존재하는 숨결. 음악의 본질은 어쩌면 그런 살아 있는 흐름에 더 가까운 것은 아닐까.

    2026-05-29 11:02:56

  • [사설] 전작권 조기 전환해 '자주국방'? 北核 눈 감은 망상

    주한미군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轉換)이 서둘러 이뤄질 경우, 한국군 연합사령관의 지휘를 받기 어렵다는 뜻을 우리 측에 전달했다고 한다. 전작권 전환이 한미연합사 해체로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示唆)한 것이다. 주한미군의 이 같은 입장은 지난 26일 안규백 국방부 장관의 "내일 전작권이 회수되더라도 우리가 스스로 지키는 데는 크게 문제가 없다"는 발언, 이재명 대통령의 "크게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라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해야 맞을 것"이라는 발언에 대한 반응으로 보인다. 정부·여당은 지난해 6월 이재명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전작권 전환을 우선 과제로 추진했고, 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피트 헤그세스 미국 전쟁부 장관을 만나서 "임기 내 전작권 조기 회복"을 언급하기도 했다. 대통령과 정부·여당 인사들은 전작권 전환을 자주국방과 주권 문제로 보는 듯하다. 지지층은 환호할지 모르지만, 이는 대한민국이 처한 지정학적(地政學的) 상황에 무지한 발언이거나 "미군 나가라"는 북한 주장에 동조하는 것이라고 본다. 한국 군사력 세계 5위, 한국 국방비 북한 GDP의 1.4배라고 하지만 이는 핵무기를 뺀 평가(評價)다. 북한 핵무기는 우리 군사력 전체를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다. 전술핵무기 몇 발이면 한국은 초토화된다. 핵무기를 쏘겠다는 엄포만으로도 한국은 질질 끌려다니게 된다. 전작권은 자존심 문제가 아니다. 어느 쪽이 전쟁을 확실히 억제할 수 있느냐, 전쟁이 발발했을 경우 어느 쪽이 확실히 승리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는 것 자체로 북한의 남침 야욕을 억제(抑制)할 수 있다. 전작권 회수는 미군 철수를 위한 정지 작업이라는 비판도 많다. 만약 미군이 철수한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국방비를 지출해야 하고, 더 오래 군복무 해야 한다. 그러고도 북한 핵무기를 감당(堪當)할 수 없다. 진정한 자주국방은 전쟁 자체를 억제하는 힘이다. 북한이 쳐들어와도 이길 수 있으니 미군이 필요 없다는 생각은 어리석고 위험천만하다.

    2026-05-29 05:00:00

  • [사설] 금리 동결 속 명백한 긴축 신호 보낸 한국은행

    28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8연속 동결'이지만 금통위원 7명 중 2명이 즉각적 금리 인상을 주장했고, 금리 추이를 예상하는 점도표(點圖表)에서 21개 전망 중 19개가 현재보다 높은 금리를 가리켰다. 취임 후 첫 금통위를 주재(主宰)한 신현송 총재도 "갈 길이 명확하다"고 했다. 저금리가 장기화하면 자산 버블과 금융 불균형이 누적돼 큰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것이 국제결제은행(BIS)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그의 지론이었다. '빚투' 위험을 직접 언급했는데, 작은 충격에 연쇄 매도가 이어져 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치솟고, 4월 생산자물가는 외환위기 이후 최대 폭으로 올랐으며, 소비자물가도 목표치인 2%를 웃돌기 시작했다. 환율은 1천500원대를 넘어섰고, 수도권 집값 상승세도 재확대되고 있다. 중앙은행으로선 사실상 모든 물가 경고등이 동시에 켜진 셈이다. 경기 둔화(鈍化)를 우려해 금리 인하를 검토할 상황에 반도체가 변수로 등장했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 덕분에 올해 1분기 성장률은 1.7%를 기록했고, 한은은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단번에 2.6%까지 끌어올렸다. 그런데 성장률만 끌어올린 게 아니라 유동성 확대와 위험선호 심리를 자극하면서 자산시장도 과열 조짐이다. 코스피 급등으로 신용융자 잔액이 급증하고, 서울 부동산까지 꿈틀거린다. 미국에서도 AI 투자 열풍과 중동 전쟁발 유가 상승이 자산시장 과열과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도 경기 부양보다 인플레이션 방어에 민감해졌다. 이번 금통위 결정은 신현송 체제의 한은이 물가만 보는 게 아니라 금융 불균형까지 함께 고려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장면이다. 동시에 고물가·고금리 구간 진입에 대한 경고다. 성장을 이끄는 반도체가 동시에 긴축의 원인이라는 역설(逆說)을 외면해선 안 된다. 반도체 호황에 취해 내수 생산성과 산업 기반 다변화 과제를 미루면 감당 못 할 충격이 닥칠 수 있다.

    2026-05-29 05:00:00

  • [사설] 공수처도 위헌성 지적한 '공소취소 특검법', 접는 게 옳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공소취소(公訴取消)' 특검법에 대해 "특별검사가 공소유지 중인 사건을 이첩받아 공소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 그 공소를 취소할 수 있게 한 부분은 권력분립의 원칙 등에 반할 여지가 있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한 것이 28일 확인됐다. '특별검사는 이첩받은 사건의 공소유지(공소유지 여부의 결정을 포함한다) 업무를 수행한다'는 공소취소 특검법 제8조 7항의 위헌성을 다시 한번 지적한 것이다. 민주당이 공소취소 특검법을 발의한 지난달 30일 이미 대검찰청은 "재판의 독립성에 부당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고, 시민단체 경실련 등도 "중대한 위헌(違憲) 소지가 있으니 (관련) 조항을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주도적으로 설치한 공수처마저 특검법의 위헌성을 지적했다는 것은 특히 주목된다. 오죽하면 6·3 지방선거(地方選擧)를 앞둔 민주당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가 "법안의 추진 시기와 내용 모두 국민의 눈높이에 전혀 맞지 않는다. 공소취소는 분명히 반대한다"고 했고, 민주당 우상호 강원지사 후보 역시 "중요한 선거 시기에 (특검법으로) 논쟁을 벌이는지 모르겠다"고 했겠나. "민심의 역풍이 불 수 있다"는 민주당 내 우려(憂慮)와 관련, 이재명 대통령은 "구체적 시기와 절차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국민적 의견 수렴과 숙의 과정을 거쳐서 판단해 달라"고 말했다. '법안을 철회하라'는 것이 아니라, 지방선거 이후에 '처리(處理)하라'는 말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이 대장동 개발 비리,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백현동 개발 비리, 경기도 법카 유용 등 자신과 관련된 사건의 공소취소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주진우 공소취소 특검법 저지 특위 위원장은 "특검법 본질은 '이재명 대통령 재판취소'"라면서 "이것은 수사도 아니고 진상규명도 아니다"라고 했다. '대통령이 헌법 위에 있다'는 세간(世間)의 비난을 피하려면, 민주당은 공소취소 특검법을 철회(撤回)하는 것이 마땅하다.

    2026-05-29 05:00:00

  • [관풍루]1분기 소득 상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을 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으로 나눈 배율이 6.59배로 소득 분배 지표 6년 만에 가장 나쁜 수준

    ○…1분기 소득 상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을 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으로 나눈 배율이 6.59배로 소득 분배 지표 6년 만에 가장 나쁜 수준. 이유는 대기업 성과급상여금이라니 격차 해소하려면 줄여야 하나? ○…국세청, 수십억 슈퍼카 법인 차를 내 차처럼 쓰거나 자녀 주고 직원 임금은 동결하는 등 탈법 일삼은 19개 업체 세무조사 착수. 아무리 사주라도 회삿돈이 내 쌈짓돈은 아니지. ○…중앙선관위, 6·3 선거 사전투표 실시에 앞서 선거 조작 논란 차단 위해 사전투표함 보관 장소를 CCTV로 24시간 공개키로. 녹화 시간 조작 가능성 우려도 불식할 수 있을지….

    2026-05-29 05:00:00

  • [날씨] 5월 29일(금)

    [날씨] 5월 29일(금) "맑음"

    2026-05-28 18:44:40

  •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주가는 계속 오를까? [가스인라이팅]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주가는 계속 오를까? [가스인라이팅]

    지난 11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초과 이익에 대한 국민배당을 제안하는 취지의 글을 써 글로벌 투자업계에 큰 이슈가 됐다. 후폭풍이 거세자 "사견이었다" "초과이익이 아니라 법인세에 대한 내용이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글로벌 투자업계의 의심 눈초리는 아직 거둬지지 않았다. 상황이 악화되자 이재명 대통령까지 진화에 나섰다. 그는 "기업엔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관여하지만 위험과 손실을 감수한 투자자와 주주가 이익을 나누는 권한을 갖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 그런데 삼성전자 노조가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의 12% 수준을 성과급으로 지급 받는 안이 가결된 같은 날 이제는 정부 차원에서 초과이익에 대한 배분을 논의하겠다고 한다. 27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대기업의 초과이익을 어떻게 사회적 분배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긴급 토론회를 연다고 밝혔다. 정부가 거둔 '법인세' 분배가 아니라 사기업의 '이익'을 어떻게 나누냐는 토론회를 연다는 것이었다. 김 장관은 이 대통령의 의중을 거스르는 것일까. 이 대통령이 말한 '투자자와 주주의 몫'을 안중에도 두지 않은 행보처럼 보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AI투자 급증에 따라 사상 초유의 영업이익이 예상되니 정부가 군침을 흘리는 상황이 재현되고 있는 셈이다. 기업의 초과이익에 대한 정부의 입맛 다시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1년은 스마트폰 산업 성장과 함께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이 글로벌 점유율을 빠르게 높여가자 이명박 정부에서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은 '초과이익공유제' 도입 추진을 선언했다. 2021년은 코로나19로 쿠팡과 배달의민족 등 플랫폼 기업 매출이 급증하자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낙연 당시 민주당 대표가 '코로나19 이익공유제'를 제안했다. 물론 기업의 성공엔 국가와 지역 사회의 지원이 도움된 부분도 있다. 그렇기에 국가는 직원 임금을 제외하고 그 누구보다 먼저 기업의 이익 가운데 자기 몫을 법인세란 명목으로 떼어간다. 재분배는 정부는 걷은 세수로 하면 된다. 기업의 이익은 정부가 그 배분을 왈가왈부할 게 아니다. 이재명 정부는 국민 자본소득 증대를 꾀하기 위해 주식시장 부양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의 욕심으로 기업의 이익이 주주의 몫으로 더 적게 돌아올 거라는 예측이 시장에 자리 잡히면 어떻게 될까. 시장이 과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에 예전 만큼의 가치를 부여할까. 우리는 김용범 실장의 '실언' 뒤 주식 시장이 얼마나 하락했는지 벌써 잊을 만큼 기억력이 나쁘지 않다. 최재리 자산운용사 팀장 〈strong〉* 가스인라이팅(Gas Enlighting)은 매일신문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칼럼 공간입니다. '가스라이팅'은 1930년대 가스등을 사용하던 시절 파생된 용어입니다. 가스등을 조금씩 어둡게 해 누군가를 통제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가스인라이팅'은 그 반대로 등불을 더 밝게 비춰주자는 뜻입니다.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자주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strong〉 〈strong〉** 외부 기고문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strong〉

    2026-05-28 16:2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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