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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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원전 포함 에너지 수급 방안 전면 재검토 불가피해졌다

    세계 8위의 에너지 다소비국(多消費國)인 우리나라가 미-이란전으로 인해 심각한 에너지 안보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우리 수입 원유의 7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고, 그 99%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같이 높은 의존도는 이 지역의 지정학적 위기가 곧 대한민국의 위기로 직결될 수 있음을 간과한 측면이 크다. 특히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전기·가스 요금에 유가와 천연가스 요금 등 원가 상승 요인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구조적 문제를 내포(內包)하고 있어 화석 연료를 물 쓰듯 하는 소비 습관에 오래 길들어 있다. 당장 석유와 천연가스도 문제지만 비닐봉지, 포장 용기, 택배 물품, 물티슈 등 일상생활 속 사용 물품 공급의 연쇄 타격이 예상돼도 딱히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단순히 전쟁으로 인한 일시적 공급 절벽을 걱정할 일이 아니라 우리 에너지 정책에 있어 '안보'라는 개념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제기되는 이유다. 그나마 한국이 이러한 위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대안은 세계적 수준으로 떠오른 원자력 발전 기술이지만, 과거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가동 역량은 상당히 떨어져 있는 상태다. 정비 중인 5기를 포함해 국내 원전 26기 중 10기가 멈춰 있으니, 가동률이 60%대로 떨어진 것이다. 뒤늦게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25일 카타르가 불가항력을 선언하며 공급 불가를 선언한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비율을 줄이기 위해서 원전 가동률을 80%대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LNG는 장기(長期) 비축(備蓄)이 불가능하다는 한계가 이번 전쟁으로 크게 부각됐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정부는 우리나라 에너지 안보라는 관점에서 전체 화석 연료와 원자력, 신재생 에너지의 적정한 수급 계획을 재점검해야 한다. 지금 중동 전쟁이 휴전된다고 해도 파괴된 에너지 설비가 완전히 회복돼 정상화되는 데는 수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에너지 공급망이 휘청거려선 안 될 일이다.

    2026-03-26 05:00:00

  • [사설] 에너지 절감 국민 협조 얻으려면 정부도 역할 제대로 해야

    정부는 2011년 이후 15년 만에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승용차 5부제를 25일 시행했다. 4회 이상 상습 위반자는 징계(懲戒)가 가능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라" "노인 대중교통 무료, 출퇴근 시간엔 제한 연구해 보라"고 한 만큼, 조만간 민간 부문의 자동차 운행 제한도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1991년 걸프전 이후 35년 만이다. 정부는 또 국내 석유 사용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상위 50개 기업에는 절감 계획을 요구할 방침이다. 국민적 불편(不便)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이번 조치로 절약되는 석유는 국내 하루 소비량의 0.1% 수준인 3천 배럴 정도다. 미-이란 전쟁에 따른 원유 대란으로 빚어진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정부 관계자의 말처럼 절감 규모 자체보다 민간의 자발적 절약을 유도하는 의미가 있을 뿐이다. 강제적 차량 운행 제한이라는 극단적 방법을 조만간 도입할 상황에서 정부가 시장에 개입, 석유 최고가격제를 실시해 석유를 마음 놓고 쓸 수 있도록 한 것은 근시안적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정부는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을 줄이기 위해 5월 중순까지 정비 중인 원전 5기를 재가동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탈원전(脫原電) 정책에 발목 잡힌 원전 5기가 놀고 있다. 미국(60년, 80년), 프랑스(60년), 일본(60년+α) 등은 원전 운전을 연장하는데, 유독 한국만 40년 만에 원전을 폐쇄하려고 고집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인가. 정부가 에너지 대란(大亂)을 자초하는 셈이다. 일본 다카이치 정부는 중앙아시아·남미·캐나다·미국 등지에서 그동안 원유 확보를 위한 노력에 성과를 거두고 26일부터 비축유(備蓄油)를 방출, 차량 운행 제한 없이 위기를 넘기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이날 뒤늦게 범정부 비상경제대응 TF(태스크포스)를 본격 가동한 것과 뚜렷하게 대비된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는 정부가 제 역할(役割)을 제대로 해야만 민간의 자발적 에너지 절약 노력도 보람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2026-03-26 05:00:00

  • [사설] 대통령 사건 '위법 국조'에 대통령 전 변호인까지 동원이라니

    더불어민주당이 강행하는 '윤석열 정권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가 이재명 대통령이 받고 있는 혐의를 무죄로 만들기 위한 '빌드 업' 작업이라는 비판과 함께 "위헌"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조사 대상 7개 사건에 '이재명 대통령이 관련된 대장동·위례 신도시 사건,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등이 포함돼 있어 민주당이 입법부 권한을 악용해 공소 취소 관철(貫徹) 또는 재판에 노골적으로 영향을 끼치려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민주당 소속 국조 위원 중에는 김동아, 양부남, 이건태 의원 등 이 대통령 변호인 출신이 참여하고 있어 "변호사는 법정에서 변론을 해야지 왜 대통령 재판과 관련된 국정조사를 벌이느냐" "이러려고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총선에서 공천했나"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국민의힘과 법조계의 비판에도 민주당은 "적법한 국정조사" "진실 규명을 위한 당연한 일"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8조의 2는 '국정조사는 계속 중인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돼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적법한 국정조사'가 아닌 것이다. 게다가 '진실 규명'을 원한다면 중지돼 있는 재판을 신속하게 재개해 시시비비(是是非非)를 가리면 된다. 재판으로 유무죄를 따지면 될 사안임에도 사건 관련 검사, 판사 등을 비롯해 쌍방울, 호반건설 등 기업들을 샅샅이 조사하겠다는 것은 '재판 흔들기'로 보일 뿐이다. 이번 국정조사 강행과 관련해 민주당은 "견제받지 않은 검찰의 기획 수사와 표적(標的) 수사를 국회 차원에서 조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 절반 이상이 참여하는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推進)을 위한 모임까지 결성한 만큼 국정조사가 '재판에 관여할 목적'임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국조 자체가 위법 소지가 큰 것이다. 나아가 만약 국조 특위가 특정 사건에 대해 '무죄'라고 규정한다면 그 자체가 재판부에 대한 압박으로 또 하나의 '위법'이 될 수 있다.

    2026-03-26 05:00:00

  • [관풍루] 중동 전쟁 불똥 '노령층 무임승차' 논란으로 튀어…노령층에 양해·협조부터 구하는 게 우선.

    ○…중동 전쟁 불똥 '노령층 무임승차' 논란으로 튀어. 이재명 대통령 '출퇴근 시간대 노령층 무료 이용 제한 방안' 지시 후 심리적 위축감 호소하는 고령자 적잖아. 노령층에 양해·협조부터 구하는 게 우선.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 컷오프 논란에 이정현 공관위원장, "공천 결과로 평가받겠다"고 밝혀. 소신·변화·경쟁·전략 다 좋은데 그 결과가 김부겸이면 어떻게 하실라고? ○…트럼프 미 대통령 호르무즈 해협에 한국 군함 파병 요구한 가운데 이란은 사전 협의한 '비적대적 선박'에 대해서만 해협 통과 허용 방침 밝혀. 이수일이냐 김중배냐, 실용 외교 참 어렵네.

    2026-03-26 05:00:00

  • [날씨] 3월 26일(목)

    [날씨] 3월 26일(목) "대체로 맑음"

    2026-03-25 18:53:28

  •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39>역사적 서사로 승화된 다산의 가족사, 매조도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39>역사적 서사로 승화된 다산의 가족사, 매조도

    매화나무 가지가 화폭 안으로 살짝 드리워졌고 그 아래는 모두 글씨다. 봄이 오니 녹색 여린 햇가지가 묵은 가지에서 새로 뻗어 나왔다. 가지 끝에는 벌써 꽃이 져버린 자주색 꽃받침도, 활짝 핀 흰 매화도, 반쯤 핀 꽃봉오리도, 이제 겨우 맺힌 봉오리도 있다. 한 나무의 같은 가지에서도 꽃송이들은 제각각의 속도로 꽃을 피운다. 그 한 가지에 앉은 두 마리 새. 봄이면 익숙하게 눈에 들어오는 매화요, 새다. 붉은 부리에 연한 갈색조인 새의 깃에는 푸른색, 흰색, 검은색이 섞였다. 우리나라 산야에서 흔히 보이는 참새목에 속하는 방울새 또는 멧새 계열의 작은 들새다. 다정한 새 두 마리는 머리는 같은 방향인데 눈동자는 서로 다른 쪽을 향한다. 유려한 솜씨는 아니지만 세심하게 관찰했고 정성껏 표현했다. 이 '매조도'는 다산(茶山) 정약용이 18년 동안 유배객 생활을 한 강진에서 13년째 되는 해에 그렸다. 정약용의 시서화와 그의 가족 사랑이 한 폭에 다 들어있다. 시와 발문으로 이루어진 글씨에 그림을 슬쩍 얹은 구성도 남다르다. 굳이 그림을 더한 것은 딸에게 남긴 기념물이었기 때문이다. 이 그림의 바탕은 부인 홍씨가 강진으로 보내온 시집올 때 가져온 치마였다. 이 치마를 잘라 두 아들에겐 훈계의 말을 쓴 글씨첩을 만들어주었고 외동딸에게는 이 작품을 줬다. 정약용의 6남 3녀 중 2남 1녀만 장성했다. 자신의 마음이 담긴 시를 핵심으로 하면서 꽃과 새 그림을 더해 딸이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를 축원했다. 잔글씨로 덧붙인 설명은 자신의 가족 이야기인 동시에 지금도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역사적 서사다. 〈strong〉가경 18년 계유(1813년) 7월 14일 열수옹이 다산 동암에서 쓰다. 내가 강진에서 귀양살이한 지 몇 해 지나 부인 홍씨가 헌 치마 6폭을 보내왔다. 세월이 오래돼 붉은색이 바랬다. 잘라서 4첩을 만들어 두 아들에게 주고 나머지로 작은 족자를 만들어 딸아이에게 남긴다.〈/strong〉 〈strong〉嘉慶十八年 癸酉七月十四日 冽水翁書于茶山東菴 余謫居康津之越數年 洪夫人寄敝裙六幅 歲久紅渝 剪之爲四帖 以遺二子 用其餘爲小障 以遺女兒〈/strong〉 '매조도'는 정약용의 이름값을 새삼 깨닫게 해주는 다산 시서화의 백미다. 대구의 미술사 연구자

    2026-03-25 10:22:04

  • [매일춘추-심강우] 그림의 출처

    [매일춘추-심강우] 그림의 출처

    그림에 특출한 재능이 있는 윤에게 미술 교사는 본격적인 그림 공부를 권했다. 하지만 윤은 선생님의 권유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어머니는 지병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와 동생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청소부로 일하고 있었다. 윤도 아르바이트를 관둘 수 없었다. 어머니는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했지만 윤은 어머니의 짓무른 눈을 보면서 "아녜요. 어머니, 그림은 나중에 그려도 돼요." 라고 말했다. 윤은 대학진학을 포기했다. 어머니의 건강이 악화된 때문이었다. 여섯 살이나 어린 동생도 돌봐야 했다. 다행히 병역판정검사에서 생계 사유가 인정돼 전시근로역 판정을 받은 윤은 물류센터의 배달기사로 취직했다. 윤의 어깨는 멍이 든 것처럼 거무죽죽했다. 하루 두세 번은 5층까지 걸어서 배달했다. 지하실에 이르는 계단은 왜 그렇게 가파른지 생수 서너 박스를 옮기고 나면 다리가 후들거렸다. 결국 사달이 났다. 배달하던 박스를 떨어뜨렸는데 하필이면 개당 가격이 10만원을 상회하는 수입 식기였다. 그럴 경우 배상액을 월급에서 제하는 것으로 계약서에 명기돼 있었다. 근무평점이 떨어질 건 불문가지였다. 그는 고객에게 개인적인 보상을 제안했다. 당신 월급으로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걸 깨뜨려? 고객이 내지른 말이 그의 뼈를 때렸다. 거듭 용서를 빌었지만 고객은 끝내 고객센터에 신고했다. 근무평점이 하락하는 것보다 차가운 세태가 그를 아프게 했다. 심신이 피폐해진 윤은 사표를 낼 수밖에 없었다. 이후 윤이 전전한 직종은 스무 개가 넘었다. 식당 주방보조, 창고 물품정리, 공사장 막일, 과수원 농약 살포, 빌딩 경비, 채낚기어선 오징어잡이, 도로포장 차선도색, 이삿짐센터 인부 등등 일일이 열거하기가 벅찰 정도였다. 그러니 본격적인 그림 공부는 언감생심이었다. 전시회 한 번 가기가 아버지 산소 가는 것보다 어려웠다. 그 와중에도 윤은 꿈을 잃지 않았다. 틈날 때마다 크로키와 데생을 했다. 어떤 일을 하든 그의 필수품은 작은 무지노트와 연필이었다. 그림 공부를 위해선 잠과 휴식 시간을 줄이는 수밖에 없었다. 세월이 흘러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그는 두 아이의 아빠가 됐다. 그리고 또 세월이 흘러 아이들은 취직을 하고 결혼을 했다. 윤은 그제야 어깨를 폈다. '지나온 풍경' 이란 제목으로 첫 전시회를 기획하던 그때 윤의 나이는 66세였다. 유화로 그린 작품들의 소재는 다양했다. 눈 밝은 관객이라면 그림만 봐도 그의 이력을 짐작할 터였다. 담당 큐레이터가 리플릿에 기입할 한 줄짜리 부제목을 물었을 때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뗐다. "이 그림들은 온전히 나라는 튜브를 짜서 그렸습니다."

    2026-03-25 10:18:06

  • [백정우의 읽거나 읽히거나] 슬픔에 밀려나지 않는 삶

    [백정우의 읽거나 읽히거나] 슬픔에 밀려나지 않는 삶

    매년 연말이면 영화전문가와 매체들이 꼽은 그해 최고 영화를 발표한다. 대개 10위까지 순위를 매기지만 상위 서너 편은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나 역시 순위를 매기곤 하는데 2025년 내가 꼽은 1위는 '기차의 꿈'이었다. 고민할 여지가 없었고, 이전까지 본 모든 영화를 지워버릴 만큼 압도적이었다. 찾아보니 원작이 있었다. 2002년 출간 이래 평단과 독자에게 변함없이 호평 받은, 2024년 뉴욕타임스 선정 '21세기 최고의 책' 데니스 존슨의 '기차의 꿈'이다. "미국 철도의 중요한 업적은 미국이 강대국으로 발돋움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고, 게다가 그것을 한 인간의 일생보다 짧을 정도로 단기간에 이뤄냈다."(크리스티안 월마·철도의 세계사) 철도는 단지 승객을 많이 끌어들인 것뿐만 아니라 미국이라는 나라의 상상력을 사로잡았다. 미국인들은 강을 건너고 숲을 헤치고 사막을 건너 대륙 반대편에 이르는 장대한 철도를 꿈꿨다. 미국의 꿈에 일조한 숱한 노동자들 가운데 1886년 그레이트 노던 철도를 타고 아이다호까지 온 (친부모를 잃고 생일도 알지 못하는) 소년이 있었다. 고모 손에 자라난 로버트 그레이니어는 벌목공이 됐고 철도 공사장에서 일했으며 평생을 외롭게 살았다. 그는 글래디스 올딩과 결혼을 했고 어여쁜 딸 케이트도 얻었다. 그러나…. 행복의 크기와 무관하게 예기치 않은 상실과 마주할 수밖에 없는 게 인생이다. 불의의 화재와 가장 소중한 사람을 잃은 상실. 그런데도 그레이니어에게 슬픔은 늘 거기 있던 것처럼 삶의 무게로 자리 잡는다. 즉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애쓰기보다 그 자체를 인정한다. 글래디스와 케이트의 부재를 받아들이고 유령 같은 고립된 일상이 이어질 때 슬픔은 조용히 그레이니어의 오두막에 내려앉는다. 이 짧은 소설이 가진 힘과 근력이다. 132쪽에 불과한 소설이 이토록 큰 울림으로 다가온 까닭은 단순하면서도 외로운 단어들에 있을 터. 그러므로 책의 끄트머리에서 만나는, 그레이니어의 인생을 수식하는 문장은 하나의 가치를 품고 살아온 한 인간에게 바치는 최대한의 예의로 읽힌다. "그레이니어는 여든 살이 넘어서 1960년대까지 살았다. 살아 있는 동안 태평양에서 수십 마일 떨어진 서부까지 여행한 적도 있지만, 바다를 직접 본 적은 없었다. 동쪽으로 가장 멀리 간 곳은 몬태나주 경계선 안쪽으로 40마일 거리인 리비였다. 그가 사랑한 사람은 한 명. 아내 글래디스였으며, 재산은 땅 1에이커, 말 두 마리, 수레 한 대였다. 그는 술에 취한 적이 없고, 총기를 구매한 적도 없고, 전화기로 대화를 나눈 적도 없었다. 기차를 자주 탔지만 자동차도 많이 탔고, 비행기도 한 번 타본 적이 있었다."(129쪽) '기차의 꿈'은 19세기에 태어나 20세 중반까지 산 남자, 벌목공으로 철도 시대의 주역이었으며 비행기를 타봤고 텔레비전을 통해 우주 시대가 열리는 장면도 목도한 한 남자의 이야기다. 슬픔과 고독을 이기려 애쓰지 않으면서 비탄에 빠져 생을 버리지도 않은 나무 같은 사내, 로버트 그레이니어의 삶과 그가 견딘 시간에 대한 헌사다. 기차가 지나간 뒤에 풍경이 달라지지 않듯이 인간의 삶도 그렇게 계속된다는 엄연한 진실. 작가 데니스 존슨의 전언일 것이다. 백정우 영화평론가

    2026-03-25 10:03:05

  • [세풍-이용호] 조희대의 죗값?

    [세풍-이용호] 조희대의 죗값?

    조국(祖國)이 자유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한 대한민국, 잘 먹고 잘사는 대한민국, 강한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좋겠다. 후손들이 선배 세대를 존경할 수 있게 말이다. 이러한 위대한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국민은 깨어 있어야 하고, 지도자는 애국 애족(愛國愛族)의 마음가짐을 견지해야 한다. 중국 춘추(春秋)시대 제(齊)나라의 임금 경공(景公)과 재상 안영(晏嬰) 간의 '일일삼과'(一日三過)라는 고사(故事)가 있다. 이는 목숨을 건 안영의 충성심을 칭송하는 이야기이지만, 현대적 관점에서 보면 신하의 간언(諫言)에 귀를 기울였던 경공 또한 예사롭지 않다. 하루에 세 차례나 자신의 허물을 지적하는 안영을 기꺼이 가까이에 둔 '열린 마음' 덕분에, 경공은 제나라를 부흥시킨 훌륭한 지도자로 거듭날 수 있었다. 호르무즈 해협으로부터 분출되는 공포가 전 세계를 짙은 안개 속으로 밀어 넣는 이때에, 대한민국은 이른바 '사법 개혁 3법'으로 또 다른 몸살을 앓고 있다. 이 가운데 특히 법왜곡죄(형법 제123조의2)의 시행은 '사법부 무력화(無力化)'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어 우려스럽다. 법을 잘못 적용한 자를 처벌하자는 법왜곡죄는 일면 그럴듯해 보이기는 한다. 예컨대 잘못된 법 적용으로 인해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경우, 그 관련자에게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것이 정의에 부합(附合)하지 않는다고 비난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왜곡죄의 신설은 얻는 이익보다 잃는 것이 훨씬 커 보인다. 그 규정의 모호성은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고, 특정인에 대한 소급 적용 여부를 둘러싼 논란도 그 규범성을 떨어뜨린다. 결국 법왜곡죄의 신설은 사법 시스템을 위축시킴으로써 인간미가 배제된 재판 절차를 반복하도록 만들 것이고, 종국적으로 그 피해가 힘없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다. 사회적 약자 편에 서서 법을 집행해 왔던 프랭크 카프리오(Frank Caprio) 판사, "내 법복 아래에는 판사의 배지가 아니라 인간의 마음이 있다"라고 외친 그분의 삶이 옳다고 믿는다. 공교롭게도 법왜곡죄의 첫 번째 고발 대상이 사법부의 수장인 조희대 대법원장이다. 조희대의 죗값은 무엇인가? 2025년 5월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破棄還送)을 결정하였다. 조희대 대법원장의 죗값은 그 파기환송의 대가인가, 아니면 파기자판(破棄自判)을 할 용기가 없었기 때문에 묻는 죄인가. 미래의 권력 판도를 읽지 못한 정치력이 모자라서 지은 죄인가. 제나라 경공과 같은 지도자라면 어떻게 했을까? 머지않아 이러한 죄를 신설해야 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권력의 눈 밖에 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 않은 죄.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 전체의 대통령으로서의 소임을 여러 차례 강조하였다. 대통령의 말과 행동이 일치되길 진심으로 소망한다. 지도자가 국가와 국민을 곧은 길로 이끌 수 있도록 깨어 있는 국민의 박수와 견제가 필요하다. 서진(西晋)의 좌사(左思)가 쓴 영사시(詠史詩)의 일부이다. "천 길 높은 산언덕에서 옷의 먼지를 털고(振衣千仞岡·진의천인강), 만 리를 휘감아 흐르는 강물에 발을 씻는다(濯足萬里流·탁족만리류)." 대한민국의 미래 100년을 위해서 '振衣千仞岡, 濯足萬里流'와 같은 당당한 기개(氣槪)를 겸비한 지도자를 하루속히 만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이용호 영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2026-03-25 05:00:00

  • [사설] 트럼프 '공격 유예' 안도할 일 아니다, 장기전 위험 상황 대비해야

    일촉즉발(一觸卽發)의 위기로 치닫던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5일간 공격 유예' 선언으로 일단 한고비를 넘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 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란과 생산적 대화를 나눴다며 "전쟁부(국방부)에 이란의 발전소와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모든 군사 공격을 5일간 연기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세계는 한숨 돌렸지만 마냥 안심할 일은 아니다. 미국이 이란과 대화를 시작했다고 하지만, 그 주체(主體)가 누구인지 모호하다. 유력한 협상 파트너로 거론됐던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트럼프의 발언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그는 본인의 엑스(X·옛 트위터)에 "미국과 어떤 협상도 없었다"며 "이런 가짜 뉴스는 금융·석유 시장을 조작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갇힌 수렁에서 탈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란 외무부도 "강요된 전쟁이 계속된 지난 24일 동안 미국과 어떤 협상이나 대화도 없었다"고 했다. 그 사이에 미국에서는 전 세계 어디든 18시간 안에 전개(展開)할 수 있는 육군 신속 대응부대 배치 계획이 추가로 확인되기도 했다. 결국 현재 일본에서 출발해 중동으로 향하고 있는 해병대가 도착하고 공수부대가 투입될 때까지 시간을 끌기 위한 연막작전(煙幕作戰)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전 세계가 전쟁의 후폭풍에 휘말려 자원 공급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특히나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전쟁 장기화 시나리오에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 유가는 물론이고 국내 LNG 공급 차질 및 가격 고공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석유화학제품의 기본 소재인 나프타 역시 공급 절벽에 직면해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 당장 전쟁을 멈춘다고 하더라도 전 세계 자원 공급망이 정상화하는 데는 4개월여가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유가·환율·물가 등 3고(高) 상황이 앞으로 몇 개월간 이어질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2026-03-25 05:00:00

  • [사설] 영덕 풍력발전기 잇따른 사고, 안전 점검 제대로 했는지 의문

    화재 등 사고가 잇따른 영덕 풍력발전기가 모두 철거될 것으로 보인다. 운영사와 정부 부처·해당 기관 등은 영덕 풍력발전단지 내 24기의 풍력발전기를 철거하기로 내부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풍력발전기 노후화(老朽化)에 따른 사망사고 등 연쇄 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추가 사고를 막기 위해서다. 안전 점검을 받았음에도 사고가 발생하면서 더는 존치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지난 23일 단지 내 높이 78m 풍력발전기 19호기의 나셀(상단부)에서 발생한 화재로 발전기 날개 균열 보수 작업 중이던 노동자 3명이 목숨을 잃었다. 불은 발전기 날개를 타고 야산으로 번졌고, 헬기 10여 대 등이 동원돼 겨우 진화됐다. 산불 참사 트라우마를 가진 경북에 또다시 대형 산불이 발생할 뻔한 아찔한 사고였다. 이날 화재는 지난달 같은 장소 풍력발전기 21호기의 날개가 찢어지며 타워째 쓰러진 지 불과 50일 만에 발생해 더욱 충격적이었다. 21호기 사고 직후 정부는 전국 80여 기의 노후 발전기에 대해 '특별 안전 점검'을 실시했지만 한 달도 안 돼 점검 대상이었던 19호기에서 화재가 발생해서다. 영덕 단지 내 24기는 모두 2005년에 준공된 22년 차의 최고령(最高齡) 발전기다. 풍력발전기의 설계 수명이 통상 20년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수명 연장' 상태로 가동돼 오다 사고가 터진 셈이다. 영덕단지의 노후 설비를 교체하는 '리파워링' 사업이 2025년 완료 예정이었으나 지연되면서 교체 시기를 놓친 사이 귀한 생명을 잃었다. 또 21호기 사고 후 특별 안전 점검을 벌였음에도 인명 사고가 발생했다. 점검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문이다. 더는 가동해선 안 되는 상태였다면 그때 가동 중단 및 철거 결정을 내렸어야 했다. 영덕처럼 고위험군에 속한 발전기가 전국적으로 수십 기가 되는 만큼 안전 점검 대상이었던 노후 풍력 설비에 대한 대대적이고 정밀한 재점검이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영덕 단지 내 풍력발전기를 철거하더라도 안전 점검이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진상도 규명해야 한다.

    2026-03-25 05:00:00

  • [사설] 수사·기소 분리, 수사 전문성 부족·권한 오남용 대책은 뭔가

    10월 폐지되는 검찰청의 수사와 기소 기능을 각각 맡는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 법안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됐다. 이들 법안 국회 통과 과정에서 국민의힘이 강한 우려와 반대를 호소(呼訴)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외면했고, 이재명 대통령도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권력 분산과 상호 견제를 위해 검찰청을 폐지하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만들어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과거 일부 정치 검찰의 잘못된 행동을 차단한다는 취지(趣旨)는 알겠으나, 문제는 검사의 수사 관여 가능성이 거의 완전히 사라진 데 따른 폐단(弊端)이다. 공소청 검사의 입건 요청권, 수사 개시 때 공소청 통보 조항, 수사관과 검사의 상호 의견 제시·협조 의무 조항도 없어졌다. 수사기관이 수사권을 남용하거나 범죄를 덮는 경우에도 검찰이 이를 막을 장치가 없어진 것이다. 금융·환경·노동·건설·식품위생 등 행정 부처에 소속된 특별사법경찰(약 2만 명)에 대한 검사의 지휘권도 사라졌다. 순환보직(循環補職)으로 특사경 업무를 맡고 있어서 절대다수가 경력 3년 미만이라고 한다. 수사 전문성 부족으로 많은 부분에서 검찰 지휘에 의존(依存)해 왔는데, 그 수사 지휘권이 없어진 것이다. 앞으로 현장에서 권한을 오남용하거나 제대로 수사하지 못해도 대처가 힘든 것이다. 결국 피해는 힘없는 서민들에게 돌아가게 됐다. 서민 보호 장치 및 기관 간 유기적(有機的) 협력과 수사 통제 방안을 확보하는 보완책이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이대로라면 정치 및 행정 권력자, 지능형 범죄자들만 좋아지고 평범한 서민 입장에서는 '법적 보호'가 약화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추후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에서 수사권 오남용 통제, 보완수사권(보완수사요구권) 및 수사 전문성 확보 등을 위한 치밀한 논의가 절실하다. 지금 민주당이 만든 법은 검찰은 믿을 수 없고, 경찰은 믿을 수 있다는 생각, 전문 영역 지능형 범죄를 잘 모르면 대충 수사해도 그만이라는 것처럼 무책임해 보인다.

    2026-03-25 05:00:00

  • [관풍루] 이재명 대통령, 정부가 준비 중인 추가경정예산과 관련해…'정부 이기는 시장 없다'만큼 새로운 정치'경제 이론.

    ○…이재명 대통령, 정부가 준비 중인 추가경정예산과 관련해 "원래 정부는 국민에게 돈을 쓰는 것"이라며 "잘 쓰는 게 유능, 안 쓰는 건 무능에 무책임"이라고 말해. '정부 이기는 시장 없다'만큼 새로운 정치 경제 이론.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 6·3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되는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 가능성에 대해 "(당의) 요청을 받는다면 그 순간부터 생각해 보겠다"고 언급. 처음부터 그렇게 판이 짜였지 않나요? ○…주취 난동을 벌여 단순 업무방해로 송치된 60대 남성, 검찰이 보완 수사해 스토킹처벌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 검찰 개혁한다며 보완수사권 없애려는 여당 보고 있나.

    2026-03-25 05:00:00

  • [날씨] 3월 25일(수)

    [날씨] 3월 25일(수) "맑다가 차차 흐림"

    2026-03-24 19:41:25

  • [매일춘추-정성태] 봄날의 낮잠

    [매일춘추-정성태] 봄날의 낮잠

    봄 햇살은 사람을 나른하게 만든다. 창가에 앉아 있으면 어느 순간 고개가 천천히 기울고, 짧은 침묵이 흐른다. 잠들었다고 말하기 어려운 조각잠. 봄이면 이런 순간이 잦아진다. 사람들은 이를 춘곤증이라 부르지만, 어쩌면 그것은 피로가 아니라 계절이 '몸의 기억'을 다시 불러오는 방식인지도 모른다. 겨울을 지나 기온이 오르면 몸은 계절의 변화에 빠르게 반응한다. 몸이 깨어나면서 활동량이 늘고 자연스레 나른함이 찾아온다. 그러나 이런 설명만으로는 봄의 졸음을 충분히 말해주지 못한다. 우리 몸에는 오래된 '시간의 흔적'이 남아 있다. 원시시대, 겨울을 버티기 위해 활동을 줄이고 에너지를 아끼던 겨울잠의 기억 말이다. 낮잠은 낯선 습관이 아니다. 더운 지역에서는 한낮의 노동을 멈추는 시에스타(Siesta)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낮잠은 게으름이 아니라 환경에 적응해온 삶의 기술이었다. 그러나 산업화 이후 시간은 노동과 생산에 맞춰 일정하게 쪼개졌고, 낮잠은 생산성을 해치는 것으로 밀려났다. 우리는 졸음을 참고 견디는 법을 배워야 했다. 그럼에도 낮잠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모습만 달라졌다. 커피 한 잔 뒤 짧게 눈을 붙이는 '커피냅(coffee nap)'이라는 방법까지 생겼다. 카페인이 작용하기 직전의 시간을 이용해 피로를 줄이려는 계산이다. 자연스러운 졸음마저 효율 안에서 관리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잠을 통제하는 시대에도 불면을 호소하는 사람은 더 늘고 있다. 낮에는 졸리고 밤에는 잠들지 못하는 역설. 빛과 정보, 긴장과 속도가 이어지는 환경 속에서 몸은 더 이상 스스로의 균형을 유지하기 어렵다. 몸은 자연을 따르려 하지만, 삶은 그 흐름을 좀처럼 허락하지 않는다. 잠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다. 우리는 잠을 자며 꿈을 꾸고, 그 꿈으로 자신을 비춘다. 꿈은 목표이기 이전에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를 드러내는 거울이다. 잠을 잃는다는 것은 어쩌면 꿈을 잃어가는 과정과도 닿아 있다. 그래서 봄날의 낮잠은 다르게 보인다. 그것은 게으름이 아니라 우리 안에 남아 있는 오래된 시간의 징후다. AI와 휴머노이드 기술이 삶의 속도를 빠르게 바꾸고 있지만, 몸은 그 변화를 완전히 따라가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따라가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짧은 낮잠에서 깨어나는 순간, 우리는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그러나 그 짧은 단잠이 남긴 여운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는 점점 더 깨어 있으려 애쓴다. 그 사이, 가장 나다운 시간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2026-03-24 09:14:41

  • [사설] 신임 한은 총재 후보 앞의 난제들, 어떤 해법 있을지 주목한다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통화경제국장이 신임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지명됐다. 대구 출생인 그는 영국 옥스퍼드대를 졸업하고 런던정경대·프린스턴대 교수와 영국 중앙은행 고문, 뉴욕 연방준비은행 금융자문위원, 국제통화기금(IMF) 상주학자, 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2010년) 등을 지냈으며, 세계금융위기(2007~2008년)를 예측해 미리 경고(警告)했던 뛰어난 학자인 만큼 우수한 전문성을 자랑한다. 하지만 고유가와 고물가, 고환율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 경제는 엄청난 난제들이 산재해 있다. 당장 23일 원·달러 환율은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인 1,517원을 돌파했고, 코스피는 6% 넘게 대폭락(大暴落)을 기록했다. 이란 전쟁 장기화 우려가 영향을 미쳤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 실패에 따른 후유증이 부작용(副作用)을 키웠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외교·안보 정책이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신 후보자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선제적 금리 인상을 지지하는 실용적 매파 성향으로 알려졌다. 부동산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을 통제해 과도한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으려는 이재명 정부의 정책 흐름과 맞다. 반면 취업난 속 빚투(빚내서 투자) 손실과 대출 연체로 고통받는 20대 및 자영업자 등에게 금리 인상(金利引上)은 가혹한 고통이 된다. 2024년 7월 언론 인터뷰에서 신 후보자는 "정책 당국 간 조율이 이뤄지지 않으면 확장적 재정을 펴는 가운데 금리가 올라가며 재정·통화 정책이 상충될 위험이 생긴다"고 했다. 이란 전쟁과 고유가, 고환율로 인해 물가 급등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다음 달 10일 25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追加更正豫算)을 처리할 계획이다. 사상 최대 규모인 기존 예산에다 추경까지 합할 경우 올해 정부 지출은 753조원에 달한다. 'IMF급 경제위기'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진퇴양난(進退兩難) 상황에서 펼쳐질 신 후보자의 통화정책 운용 능력이 주목된다.

    2026-03-24 05:00:00

  • [사설] 상임위원장 독식한다는 민주당, 아예 국회를 당(黨) 산하에 두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대) 국회 후반기 상임위원회 구성과 운영을 100% 맡아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현재 17개 상임위원회 중 의석수(議席數)에 따라 민주당이 10개, 국민의힘이 7개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야당 위원장이 맡고 있는 상임위 때문에 일을 못 하겠으니 민주당이 전부 가지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강한 반대에도 일방적으로 정부조직법을 개정해 검찰청을 폐지(廢止)하고, 기소만 담당하는 공소청 설치법을 밀어붙였다. 중대범죄수사청법 역시 사실상 단독 처리했다. 검사의 수사와 판사의 재판을 처벌할 수 있는 법왜곡죄, 재판소원(사실상 4심제)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 대법관을 증원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 체계 근간(根幹)을 바꾸는 법안들마저 여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2차 종합특검법도 자기들 뜻대로 관철(貫徹)했다.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를 이끌어내기 위한 '빌드 업'으로 비판받는 '검찰 조작기소 의혹 국정조사(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대장동·위례 개발 비리 의혹 등)' 요구서 역시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했다. 국정감사·조사법 제8조는 '계속 중인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에 관여할 목적'으로 국정조사를 해선 안 된다고 명시(明示)하고 있다. 민주당이 국조 대상에 올린 7개 사건은 대부분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안이다. 야당 반대는 물론이고 법률 위반 사안까지 거리낌없이 밀어붙이는 것이다. 민주당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 '태업(怠業)'인가? 민주당이 국민의힘 목소리를 '듣는 시늉'이라도 했더라면 국민의힘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상임위에서 그처럼 발목을 잡지는 않았을 것이다. 야당과 협력 노력은커녕 '국민의힘이 민주당 요구에 부응(副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회 상임위를 민주당이 독식(獨食)해야겠다면 차라리 국회를 민주당 산하에 두는 법률안을 발의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그렇게 하면 민주당이 일하기가 얼마나 좋겠나.

    2026-03-24 05:00:00

  • [사설] 라면·과자 봉지도 못 만들 판, 李 '실용외교' 결과로 보여 줄 때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封鎖)로 원유 수급뿐만 아니라 나프타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소재의 수급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나프타는 플라스틱·합성섬유·합성고무·의약품 등 사실상 모든 공산품 제조의 원료로, 원유 정제 과정에서 추출된다. 국내 업계는 나프타의 50% 이상을 수입하는데 이 중 60%가 중동산이다. 세계 나프타 물량의 약 45%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봉쇄가 길어지면서 수급이 막히기 시작했다. 그 여파로 국내 식품업계는 나프타를 원료로 만드는 포장재가 부족해 내용물을 만들어도 팔 수가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에 대한 정부 대책은 4월 중순 비축유를 방출하면서 나프타 수출 제한 조치를 함께 시행하고 비축유 방출 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를 국내 석유화학업계에 우선 배정한다는 것이다. 이런 대책을 통해 4월 말이나 5월까지는 수급이 가능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전망이다. 정부는 수급 조절을 통해 수급 가능 시기를 계속 뒤로 밀어낸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한시적인 임시방편일 뿐이다. 호르무즈 봉쇄가 풀리지 않으면 나프타 수급이 꽉 막히는 시점의 도래는 시간문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간) "이란이 48시간 이내에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개방하지 않으면 각종 발전소를 초토화할 것"이라고 했다. 그 시한은 우리 시간으로 24일 오전이다. 이란은 미국의 위협이 실행되면 호르무즈가 완전히 폐쇄될 것이며 적 이외의 선박만 호르무즈 통과가 가능하다는 종전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호르무즈 봉쇄 해제를 무작정 기다리기만 할 게 아니라 다각적인 외교를 통해 수급선을 확보하는 일이다. 일본은 그렇게 하고 있다. 일본 선박의 호르무즈 통과를 이란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 트럼프의 대(對)이란 전쟁 정책에 호응하면서도 그와 별도로 이란과 교섭을 진행하고 있는 일본의 전략적 행보는 말 그대로 '실용외교'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후 일관되게 '실용외교'를 내세워 왔다. 그것을 결과로 입증할 때가 지금이다.

    2026-03-24 05:00:00

  • [관풍루] 국힘 대구시장 후보 주호영·이진숙 '컷 오프'에 한동훈 전 대표 "대구는 누구를 꽂아도 된다는 그런 생각에 저러는 것".

    ○…국힘 대구시장 후보 주호영·이진숙 '컷오프'에 한동훈 전 대표 "대구는 누구를 꽂아도 된다는 그런 생각에 저러는 것". 22대 총선 대구 중·남구에 경선 통해 후보로 선출된 도태우 날려 버린 사람이 할 말은 아니지. ○…더불어민주당 군산시장 예비후보들, "납득할 만한 수준의 여론조사 공정성" 촉구. 그런데 왜 국민이 공정하고 투명한 투개표 시스템을 요구하면 음모론(陰謀論)이 되는 거지? ○…석유화학 제품 기초 원료인 나프타 수급 불안에 포장재 품귀 현상 생기자 기저귀, 물티슈, 생수와 음료 등 생필품 사재기 현상도 벌어져. 이란만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가 전쟁 피해.

    2026-03-24 05:00:00

  • [날씨] 3월 24일(화)

    [날씨] 3월 24일(화) "맑다가 차차 흐림"

    2026-03-23 18:4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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