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13 18:55:17
유학준비생 학부모가 미술작품을 사는 이유 [가스인라이팅]
얼마 전까지 예체능 계열 학생이 외국 유학을 준비할 때 준비해 놓는 게 있었다. 바로 미술·음악 등 '예술 포트폴리오'였다. 예술 포트폴리오란 명문대에서 학생의 개성이나 창의성 등을 파악하기 위해 추가 가산점이 될 수도 있는 예술 작품이나 연주 영상 모음집을 말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꽤 많은 외국 유명대가 학생의 미술 작품을 더 이상 받지 않기 시작했다. 미술 작품을 화가로부터 구입해서 제출하는 경우가 적잖이 적발됐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10대 트렌드로 선정된 '육각형 인간'은 오랫동안 아이비 리그에 자녀를 입학 시키려는 학부모의 최애 인간형이었다. 유학업계에서 육각형 인간이란 GPA(내신)와 SAT(미국식 수능) 점수는 물론 그 외 각종 대회 참가 및 수상과 봉사활동, 심지어 스포츠와 예술까지 만능인 수험생을 말한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것 같은 이런 사례가 적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겉보기엔 완벽한 이런 육각형 수험생의 아이비 리그 합격률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원서를 넣는 학생이 죄다 육각형이어서 재미가 없기 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중학생 무렵 조기유학을 가는 경우를 제외하고 국외 명문대 합격을 위해 많은 학부모는 자신의 아이를 국내에 위치한 국제학교로 진학 시킨다. 국제학교를 다니면 교과과목의 자유로운 선택은 물론 예체능까지 두루 경험해볼 수 있어서지만 그것도 한때다. 학생은 곧 더 강력한 육각형을 만들기 위한 입시전쟁에 뛰어들게 된다. 전과목 과외를 받는 학생도 있었고 만점에 가까운 성적표에도 성에 안 차 예술 포트폴리오에 눈을 돌리는 사람이 생겨났다. 결국 예술 포트폴리오는 쓸모없는 스펙이 돼 버렸다. 성공적인 유학을 위해서 목표 대학의 철학과 교육 의도를 입시 과정에서 알아차려야 한다. 입시 에세이의 주제와 각종 설문, 추가 제출 가능 서류 지침을 보면서도 어떤 학교가 어떤 학생을 원하는지 알 수 있다. 내가 느낀 국외 명문대의 인재상은 '시야가 넓고 성품 좋은 똘끼 있는 사람'이다. 이런 유형의 학생은 국외 명문대 입학사정관의 안목으로 단번에 간파된다. 심지어 서류만으로도 말이다. 국외 입시에 한해서는 합격을 위해 청소년기를 육각형 스펙 쌓기에 쏟아붓기보다는 송곳 같은 인재로 성장 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똘끼'란 송곳 같은 구석을 의미한다. 모든 과목 100점이 아니라 어떤 분야를 즐겼더니 100점이 나왔다는 성공한 사람의 고리타분한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 이야기를 아직도 굳게 믿고 있는 사람이 바로 아이비 리그 입학사정관이다. 이제 원서접수 시즌이 다가온다. 많은 육각형의 원서가 명문대 입학처로 향할 것이다. 그들의 손에 걸러질 수많은 꽉 찬 육각형의 원서를 생각하면 그저 마음이 아플 따름이다. 김나연 HMA유학원 대표 〈strong〉* 가스인라이팅(Gas Enlighting)은 매일신문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칼럼 공간입니다. '가스라이팅'은 1930년대 가스등을 사용하던 시절 파생된 용어입니다. 가스등을 조금씩 어둡게 해 누군가를 통제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가스인라이팅'은 그 반대로 등불을 더 밝게 비춰주자는 뜻입니다.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자주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strong〉
2025-10-13 12:32:22
〈물집 개화·1〉 뜨겁게 달아올랐던 발바닥의 열기를 내리려 침낭 밖으로 발을 내놓고 잔다 다들 발바닥에다 하루 동안 몰려왔던 생각들을 조금씩 조금씩 가라앉혀 기억의 지문으로 새기고 있는 중이라 끙끙 앓고 있다 성당에서도 열심히 종을 울려 무명無明 그늘 벗어나 무명無名 중생, 평온한 꿈도 함께 무늬로 새겨넣고 있다 〈시작 노트〉 산티아고 순례길(프랑스길 800km)에서 발은 늘 책임지는 존재다. 딱딱한 돌이나 흙바닥을 견디고, 배낭과 몸의 하중을 이겨야 하는 힘든 노동의 첨단이다. 그러니 밤이 되면 발바닥은 신열을 앓는다. 더는 견딜 수 없어 쏟아내는 눈물로 물집이 부풀고 가라앉고 그러다 터진다. 껍질을 트면서 꽃이 피듯, 물집이 핀다. 삶이 그렇다. 이때, 가장 큰 소원이 뭐냐고 묻는다면 '무사(無事)함'이라 말하고 싶다. 고통을 견디며 무사에 이르고 싶은 것이다. 순례길에서 만나는 평온한 꿈, 아니 순례길만이 아니라 어디서든 다들 무사한 꿈, 그런 세상을 바라고 산다. 걷다가 벤치에 앉아 잠깐 쉬며 바라보는 초록 같은 희망을 꿈꾼다. 그 꿈에서 고통을 견디는 힘을 얻는 것이다.
2025-10-13 06:30:00
올해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사상 처음 20%를 넘겼다. 고령인구만 1천51만4천 명으로 전체 인구의 20.3%다. 고령인구 비중은 2050년엔 40%를 넘길 전망이다. 가구수로 따지면 2052년 전체 가구의 절반을 넘어선다. 인구구조에 큰 변화가 없다면 결국 고령자들이 우리나라 사회·경제의 주축(主軸)이 된다는 의미인데, 급변하는 상황에 따른 대처는 미흡하기 짝이 없다. 통계청의 '2025년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66세 이상 은퇴 연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중위소득 50% 이하)이 40%에 육박한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노인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많다. 그런데 경제 부흥기를 거친 중장년층이 노년층에 편입되면서 소비가 크게 늘었다. 노년층 소비 증가율은 젊은 층의 2배에 달한다. 2023년 기준 노년층 소비 총액은 243조8천억원으로 전년보다 무려 12%나 늘면서 사상 최대 증가를 보였다. 노동연령층(15~64세)의 소비 증가율은 6%대에 그쳤다. 노년층 소비 중 60% 이상은 민간 소비인데, 복지·의료가 아닌 여가·문화·외식 등에 씀씀이가 커졌다는 말이다. 다만 노년층 노동소득은 64조6천억원으로, 소비의 4분의 1 정도에 불과했다. 180조원 규모의 적자는 저축을 줄이거나 자산을 처분해 충당(充當)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 연령층 자산의 85% 이상은 부동산 등에 편중(偏重)돼 있는데, 실제로 지난해 종부세 납부자의 52%가 60세 이상이다. 국세청의 2020년 이후 종부세 결정 자료에 따르면, 이들의 세액 비중도 매년 커져 2021년 44%대에서 지난해 57%까지 뛰었다. 종부세가 은퇴자 몫으로 굳어지는 추세다. 종부세 낼 정도의 자산가를 걱정할 필요가 있느냐고 되물을 수 있지만 문제는 소득과 소비의 격차가 보여 주듯이 노년층과 퇴직자에게 세금이 갈수록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80세 미만 고령자의 60%가량이 일을 하고 싶다고 답한 이유 중 생활비 보탬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정년 연장 등 고령층 경제활동 확대 논의를 계속 늦춘다면 가난한 노인들만 늘어나는 꼴이 된다.
2025-10-13 05:00:00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11일 캄보디아에서 우리 대학생이 고문(拷問)을 당해 숨지는 등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취업 미끼 납치와 감금 등의 범죄가 잇따르자, "대통령이 최근 관련 보고를 받고 우리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외교부가 외교적으로 총력을 기울이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 제1의 사명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그 책임(責任)의 정점에 있다. 대통령은 청년들의 반중 시위에 대해선 앞장서 비판하고 대책을 요구했지만 외국에서 당한 우리 국민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선 직접 나서지 않고 '대통령실 관계자'를 앞세웠다. 책임 회피(回避)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고문 사망 사건은 이미 지난 8월 발생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사건이 알려지고 논란이 확산하자 겨우 이달 10일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초치(招致)해 강한 우려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우리 정부가 구조를 외면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에 대해선, 우리 대사관이 캄보디아 경찰과 수시로 접촉하며 신속한 수사를 요청하고 있다면서 면피(免避)하기 바쁘다. 또 '본인 신고 원칙'은 대사관 자체 방침이 아니라 현지 경찰의 공식 요구라고 해명(解明)했다. 외국에서 납치·감금된 사람에게 직접 경찰에 신고하라니 제정신인지 묻고 싶다. 지난해에도 외교부는 캄보디아 범죄 조직에 납치된 국민의 구조 요청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논란(論難)을 일으켰다. 납치된 40대 남성이 숨겨 둔 휴대전화로 대사관에 연락해 구조를 요청하자 대사관 직원은 "현지 경찰에 직접 신고하라"고 했고, 건물 6층에서 뛰어내려 탈출한 이 남성이 대사관을 찾아 피신하려 했지만 새벽이란 이유로 한동안 대사관 내부로 들어가지 못했다고 한다. "이게 나라냐"는 한탄(恨歎)이 저절로 나온다. 캄보디아 내 한국인 납치·감금 피해 신고는 2021년 4건에서 2024년 220건으로 폭증한 데 이어 올해 8월까지만 330건이 발생했다. 이쯤 되면 국가의 존재 의무를 다하기 위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
2025-10-13 05:00:00
[사설] 강압·회유·수모, 김건희 특검과 고인 중 누가 거짓말 하나
김건희 특검(민중기 특검)의 조사를 받았던 경기도 양평군 단월면장 A씨가 '강압수사'를 원망하는 글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A씨의 죽음에 특검은 "A씨 조사 이전에 다른 공무원을 상대로 A씨의 진술과 같은 내용의 진술을 확보하고 있었다. (따라서) A씨 조사는 이미 확보한 진술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진행됐고, 새로운 진술을 구할 필요가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압은 없었다는 것이다. A씨는 유서(遺書)에서 "모른다고 기억 안 난다고 사실대로 말을 해도 계속 다구친다. 사실을 말해도 거짓이라고 한다. 계속되는 팀장님의 회유와 강압에 지치고 16시경 강압적인 X수사관의 지속적인 무시의 말투와 강압에 전혀 기억도 없는 진술을 하였다. '군수 지시는 별도로 없었다'고 해도 계속 추궁(追窮)함에 기억도 없는 대답을 하였다. 바보인가 보다. 계속 회유하고 지목하란다. 진술서 내용도 임의로 작성해서 답을 강요하였다. 답도 수사관들이 정해서 요구하며 빨리 도장 찍으라고 계속 강요한다. 세상이 싫다. 사람도 싫다. 수모와 멸시 진짜 싫다"고 썼다. A씨 유서와 특검의 입장은 상반된다. 특검은 "새 진술이 필요하지 않았다"고 한다. 새 진술이 필요하지도 않은 참고인을 자정을 넘겨 가며 조사한 이유는 무엇인가. A씨의 유서에는 강압 수사관이 지목돼 있다. 이들에 대한 수사와 수사 과정 녹화 파일을 즉각 공개해야 한다. 수사나 특검을 통해서라도 진실을 밝혀야 한다. 특검의 A씨 조사는 양평군 공흥지구 개발사업 과정(2011~2016년)에서 김건희 여사 일가의 가족회사가 특혜(特惠)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당시는 김 여사가 대통령 부인이 되기 전이다. 또 이 건은 이미 경기남부경찰청이 무혐의 처분한 것이다. 그럼에도 특검은 이를 다시 끄집어냈다. 그래서 당시 양평군에서 개발부담금 관련 행정을 담당했던 A씨는 '기억도 나지 않는 일'로 특검 조사를 받았고, 강압과 수모를 받았다고 했다. 이러니 특검이 특정 '목표'를 설정해 놓고 수사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2025-10-13 05:00:00
[관풍루] 국민의힘 '중국인 3대 쇼핑 방지 입법' 추진, 당 내부에서도 후폭풍 우려
○…이재명 정부 들어 첫 국정감사 개막, 여야 '내란 청산·실정 심판' 놓고 대충돌 예고. 여의도 선량들에겐 '민생'보다 내년 지방선거 주도권 잡기가 우선, 대법원장·재벌 총수 증인 채택도 지지층 결집 포석? ○…국민의힘 '중국인 3대 쇼핑 방지 입법' 추진, 당 내부에서도 후폭풍 우려. '강성 혐중'인 데다 근거 빈약해 외교적 문제로 불똥 튈 수도, 사드 사태 때 '한한령'(한국 제한령) 벌써 잊었나. ○…20대 인구가 저출산 고령화 여파로 통계 집계 이후 최초로 '70대 이상' 아래, 노동시장과 정치적 영향력에서도 '마이너 세대' 전락. 청년이 귀한 대한민국, 미래도 활력도 소멸 위기.
2025-10-13 05:00:00
2025-10-12 18:25:38
바이올린 안에는 작은 나무기둥 하나가 서 있다. 이름은 '사운드포스트'. 앞판과 뒷판을 연결해 악기의 울림을 지탱한다. 겉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소리를 결정짓는 핵심이다. 이 나무의 지름은 고작 6㎜ 남짓. 그럼에도 울림의 방향과 색깔을 완전히 바꿔 놓는다. 위치가 조금만 달라져도, 느슨하게 세웠는지 단단히 끼웠는지에 따라서도 소리가 달라진다. 이탈리아어로 '사운드포스트'는 애니마(anima), 즉 '영혼'을 뜻한다. 작은 나무 하나가 악기의 영혼을 지탱하고 있는 셈이다. 얼마 전 내 악기의 사운드포스트를 다시 맞췄다. 몇 년 동안 막혀 있던 울림이 있었다. 활털을 새로 갈고, 줄을 바꿔도 해결되지 않던 문제였다. 전문가와 함께 미세하게 위치를 옮기자, 악기가 숨을 고르듯 자연스럽게 노래하기 시작했다. 같은 현, 같은 활, 같은 손인데도 울림이 달라졌다. 그동안 억눌려 있던 악기가 한숨을 내쉬듯 소리를 터뜨렸다. 마치 "이제야 내 자리를 찾았다"고 말하는 듯했다. 그 순간, 악기 안의 공기가 달라지고 방 안의 공명도 함께 변했다. 악기의 울림은 공명으로 완성된다. 공명 없는 악기는 개성도 없고, 울림도 없다. 사람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닫혀 있으면 어떤 감정도 공명하지 않는다. 진짜 공명은 밖이 아니라 안에서부터 시작된다. 내면이 단단히 서 있을 때, 그 고요 속에서도 깊은 울림이 자라난다. 그 울림은 누군가에게 들려주지 않아도 존재의 증거가 된다. 요즘은 속도와 기술이 인간의 감각을 대신하는 시대다. 그러나 울림은 빠른 결과가 아니라, 시간을 들여 공명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나온다. 악기 안의 이 작은 기둥은 사람의 마음과 닮아 있다. 겉으론 보이지 않지만 누구에게나 자신을 지탱하는 중심이 있다. 그 기준이 나에게 어떤 울림을 주는지가 중요하다. 남의 속도에 맞추느라 자신의 리듬을 잃으면, 결국 울림은 사라진다. 사운드포스트를 조정하던 그날, 나는 내 마음의 기둥도 함께 조율하고 있었다. 손끝으로 나무를 살짝 움직일 때마다, 내 안의 막혀 있던 무언가가 서서히 풀려나갔다. 소리가 달라지니 연주가 달라졌고, 연주가 달라지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결국 우리의 울림을 결정짓는 건 그 보이지 않는 기둥 하나다. 지금 내 안의 기둥은 제자리에 서 있을까? 아니면 조금 어긋난 채, 울림을 막고 있는 걸까?
2025-10-12 12:41:27
지난해 12월29일 오전 9시쯤 무안공항 참사가 발생했다. 사고 발생 한 시간도 지나지 않은 오전 9시50분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주관하는 첫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가 열렸다. 회의 전 한 참모가 "현장에 직접 가셔야 하는 것 아니냐"고 건의했다. 최 대행의 비서실장은 "이미 준비하라고 지시하셨다"고 답했다. 최 대행은 중대본 회의 직후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무안으로 향했다. 오후 2시엔 무안군청에서 두 번째 중대본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무안군 전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그날 밤 8시 서울에서 세 번째 중대본 회의가 열렸다. 하루에만 세 차례 중대본 회의가 열린 셈이었다. 이후 사고 수습이 마무리될 때까지 최 대행은 무안을 세 번 방문했다. 총 열 차례 중대본 회의를 주재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말하는 "비상계엄으로 나라가 비정상"이던 시기였으나 재난대응은 지금보다 훨씬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 더군다나 무안공항 참사는 최 대행이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지 48시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발생한 사건이었다. 지난달 26일 오후 8시15분쯤 대전에 위치한 한국의 모든 공공 데이터 집합소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대통령 주재 첫 회의가 열린 건 39시간 정도 지난 28일 오전 10시50분이었다. 대통령실 긴급 비상대책회의였다. 같은 날 오후 5시30분이 돼서야 이재명 대통령이 얼굴을 공개적으로 비친 첫 중대본 회의가 열렸다. 최 대행 재임 땐 사건 직후 12시간 내 3번이나 열렸던 중대본 회의였지만 이번 정부에선 45시간쯤 지나고 나서야 첫 대통령 주재 중대본 회의가 열렸다. 더군다나 전날 김민석 총리 주재로 28일 오후 5시에 중대본 회의가 있을 것이란 공지가 있었지만 회의시간과 참석자가 바뀌었다. 28일 오전 11시반쯤엔 중대본 회의 확정 문자까지 발송한 상황이는데 오후 2시쯤 "회의가 30분 늦춰진다. 주재자가 총리에서 대통령으로 바뀔 것"이란 재공지가 나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예능 촬영 때문에 중대본 회의가 30분 밀렸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대통령 주재 첫 중대본 회의 날 대체 대통령은 어디에 있었을까. 이재명 대통령은 당시 JTBC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를 촬영했다. 추석에 K-푸드를 홍보하는 건 좋은 아이디어다. '냉장고를 부탁해' 방송도 괜찮은 선택이다. 그러나 중대본이 가동되는 상황에선 이 모든 기획을 보류하는 게 상식이다. 대통령이 국정을 이유로 약속한 촬영일정을 취소해도 비난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재난 대응의 골든 아워는 단 몇 시간이다. 화재가 26일 밤에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해도 첫 중대본 회의는 대통령 주재로 최소 27일 오전에 열렸어야 정상이다. 대통령실 참모가 기본적인 판단력을 갖췄다면 대통령의 사고현장 방문을 건의하진 못했어도 28일 예능 촬영은 취소했어야 했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은 끝까지 대통령의 예능 출연을 "칭찬받을 일"이라고 한다. 여당 국회의원들도 "국위선양" "애국심" "자부심" 같은 어울리지 않는 표현을 쓴다. 여권의 태도가 너무 당당해 이쯤 되면 내가 이상한 건지 이들이 이상한 건지 구분이 안 될 지경이다. 대통령의 1시간은 국민 5천200만 명의 1시간이 모였기에 5천200만 시간이라고 이 대통령이 말했던가. 이 대통령이 예능 출연자로 보낸 3시간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겐 대통령이 없었던 1만 7천년의 기다림이었다. 조상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정책보좌관 / 법률사무소 상현 대표변호사 〈strong〉* 가스인라이팅(Gas Enlighting)은 매일신문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칼럼 공간입니다. '가스라이팅'은 1930년대 가스등을 사용하던 시절 파생된 용어입니다. 가스등을 조금씩 어둡게 해 누군가를 통제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가스인라이팅'은 그 반대로 등불을 더 밝게 비춰주자는 뜻입니다.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자주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strong〉
2025-10-10 13:35:57
[사설] 종교 단체 신도 민주당 집단 입당 의혹, 국민의힘과 똑같이 수사하라
이종배 서울시의원(국민의힘)이 '종교 단체 경선 동원' 의혹과 관련, 김민석 국무총리를 경찰에 고발했다. 앞서 진종오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김경 전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이 특정 종교 단체 신도 3천 명을 민주당에 입당시켜 내년 지방선거 당내 경선에서 김 총리를 지지하도록 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했고, 이종배 서울시의원이 "김 총리와 김 전 서울시의원이 공모했을 가능성을 배제(排除)할 수 없다"며 고발했다. 녹취록에는 "김민석으로 가시죠"라는 내용과 1인당 6개월치 당비(총 1천800만원)를 김 전 시의원 측에서 대납(代納)하겠다는 내용이 있다. 김건희 특검은 지난 9월 특정 종교 단체가 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권성동 의원을 지지하기 위해 신도 약 11만 명을 당원으로 집단 가입시켰다는 의혹과 관련, 국민의힘 당원 명부를 확보해 수사하고 있다. 종교인도 정당에 가입할 수 있다. 하지만 종교 단체가 특정 정치인과 공모해 종교인을 대거 당원으로 가입하게 하고, 당내 선거(전당대회·출마 후보 경선)에 조직적으로 개입한다면 사전 선거운동으로 공직선거법 및 정당법 위반이자 개인의 정치적 자유를 침해(侵害)하는 것이다. 만약 여기에 김 총리와 관련한 의혹처럼 '당비 대납' 사실까지 포함된다면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한다. 김 총리의 경우, 이번 의혹이 사실일 경우 공직자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에도 해당한다. 종교 단체를 동원해 조직적으로 당원을 모집,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도록 하는 것은 정당과 종교 단체가 유착(癒着)해 정당의 자율성과 국민의 정치적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이다. 민주당이든 국민의힘이든 이런 사안에 대해 "정당 활동 침해" 또는 "개인적 일탈"이라고 발뺌할 일이 아니다. 민주주의와 정당 정치를 지키자면 당이 적극적으로 당원 명부 제공 등 수사에 투명하게 협조해야 한다. 종교 단체의 조직적 정치 개입은 정치의 사유화 및 민의 왜곡 등 자유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위협이다.
2025-10-10 05:00:00
[사설] 무너지는 기업 생태계, 옥석 가려 회생 지원해야
지난해 기준 한 해 동안 번 돈으로 대출 이자도 못 낸 한계기업 비중이 2010년 이후 14년 만에 가장 높아졌다. 중소기업, 대기업 모두 2023년보다 상황이 나빠졌다. 3년 이상 한계인 기업 비중은 무려 45%에 육박했다. 일시적 어려움이 아니라 3년 이상 한계 상황이라면 문을 닫을 때가 됐다는 의미다. 지난해 법인세를 1원도 못 낸 법인도 2012년 통계 집계 후 최대로 늘었다. 전체 신고 법인 중 45%가량으로, 코로나 팬데믹 당시보다 훨씬 많다. 순이익 100억원 초과 법인마저 지난해 처음 300개가량 줄었다. 법인세 신고가 저조(低調)하다 보니 대규모 세수 결손이 이어지고 있다. 2023년 56조4천억, 지난해 30조8천억에 이어 올해도 최소 12조5천억원이 덜 걷힐 전망이다. 전기 사용 제조업체도 지난해 감소했는데, 16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감소 폭은 0.3%였는데, 올 들어 7월까지 0.5% 줄었다. 전기 사용 통계는 보다 생생한 현장 모습이다. 폐업 신고 전이라도 전기를 끊었다면 생산 활동을 멈춘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 생태계 몰락(沒落)은 10년가량 이어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기업당 평균 종업원은 2016년 43명에서 2023년 40.7명으로 줄었다. 단순히 공장 자동화 영향이 아니라 기업 규모가 줄고 있다는 의미다. 종업원 50~299명 규모의 기업이 2014년 1만 개를 넘었다가 2023년엔 9천500개까지 계속해 줄고 있다. 노동생산성이 정상 기업의 절반도 안 되는 한계기업이 늘수록 경제엔 부담만 된다. 옥석 가리기를 거쳐 생존 불가 기업은 정리해야 한다. 그렇다고 정리만이 능사(能事)는 아니다. 유망 기업이 한계기업으로 내몰린 구조적 원인을 찾아야 한다. 덩치가 커질수록 규제도 많아지는 탓에 중소기업들은 '피터팬 증후군'을 호소한다. 혁신 역량과 생산성이 뛰어난 기업들에 집중 투자를 통해 규모의 경쟁에 뛰어들 용기를 줘야 한다. 2023년 기준 제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27.6%를 차지한다. 악재들이 안팎으로 겹치는 상황에서 기업이 흔들리면 일자리도 성장률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
2025-10-10 05:00:00
[사설] 국감 기업인 증인 역대 최다에 APEC CEO 행사 의장까지, 왜 이러나
국회 국정감사(國政監査)에 기업인들을 대거 증인석에 세우는 구태(舊態)가 반복되고 있다. 이번 국감에서 기업인 증인은 역대 최다다. 특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 개막일, 의장으로서 행사를 주재할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증인으로 출석시키는 것은 부적절하다. 국격과 국익을 우선했다면, 있을 수 없는 결정이다. 13일 시작되는 국감에 채택된 증인 370명 중 기업인은 190명을 넘어섰다. 증인 채택(採擇) 절차가 마무리되면 기업인 증인은 200명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 최다였던 지난해 기록(159명)을 바꾸는 것이다. 국회는 국정 현안 전반을 점검하기 위해 필요한 기업인들을 국감장에 불러 질의·지적할 수 있다. 문제는 실효성(實效性)이다. 이전 국감에서도 국회의원들이 기업인들을 마구잡이로 소환(召喚)해 장황한 훈시와 호통을 늘어놓는 일이 많았다. 출석한 기업인들이 질문도 받지 못하고 돌아가기도 했다. 도대체 왜 불렀는지 의문스러웠다. 이러니 기업인 '망신 주기'란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차 사내 하청(下請)업체인 이수기업의 노동자 집회 관련,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국내 소비자 정보보호 방안 관련으로 증인 명단에 올랐다고 한다.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임원이 있는데도 굳이 그룹 총수까지 불러야 하나. 국회의원들이 그룹 총수를 들러리 세워서 '자기 정치'를 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당 지도부 회의에서 국감 증인·참고인 채택 시 "야당 때처럼 마구잡이식 기업 오너 또는 대표들에 대한 증인 신청을 하지 말자"고 했고, 각 상임위에 관련 지침을 내렸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무분별한 증인 채택을 자제하자"고 했다. 그러나 여야 지도부의 공언(公言)은 빈말이 됐다. 국회가 한미 관세(關稅) 협상에서 공헌하고 경제 위기에 시달리는 기업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발목을 잡아서 되겠는가. 여야는 당초 약속대로 기업인 소환을 최소화하라.
2025-10-10 05:00:00
[관풍루] 김정은, 노동당 창건 80주년 행사에 중·러 2인자 참석으로 체면 유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대통령에겐 "레임덕", 정청래·추미애엔 "막 사는 광기 남매" 비난.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 '독버섯' 비유. 집권 1년도 안 된 레임덕 대통령, 막 사는 여당 대표, 광기 의원, 독버섯 야당까지. 나라 맞나? ○…전현희 민주당 의원, 대통령 예능 출연 공세 국민의힘 향해 "국민의짐으로 당명 바꿔라"고 주장. 대화·협상·타협 등 '더불어' 할 생각도 없으면서 당명에 쓴 민주당도 이참에 '더불어' 빼지. ○…김정은, 노동당 창건 80주년 행사에 중·러 2인자 참석으로 체면 유지. 지난달 중국 전승절 80주년 이어 다시 밀착 과시는 하겠지만 천안문 망루에 나란히 섰던 시진핑, 푸틴이 아른거릴 듯.
2025-10-10 05:00:00
[날씨] 10월 10일(금) "대체로 흐리고 곳에 따라 구름 많음"
2025-10-09 17:57:16
고양이를 기르고 있다. 한 마리도 아닌 세 마리. 검은 고양이는 과거, 얼룩 고양이는 현재, 하얀 고양이는 미래라는 이름을 가졌다. 이름이 뭐 그러냐고 핀잔하실까봐 간단히 설명하자면 검정은 더 이상 새로운 걸 기록할 수 없음을, 얼룩은 혼돈을, 하양은 아직 그려지지 않은 시간을 의미한다. 고양이들이 뛰노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현재야, 밥 먹어야지."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현재가 뛰어와 그릇에 코를 박는다. 슬며시 다가온 미래가 앞발을 들어 펀치를 날리는 시늉을 한다. 그러나 현재는 언제나처럼 먹는데 정신이 팔려 앞도 뒤도 보지 않는다. 한심한 눈으로 지켜보던 과거가 슬그머니 자리를 뜬다. 미래는 현재의 그릇이 비워지는 속도가 못마땅한 듯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하악질도 한 번 해 준다. "과거야, 과거 어디 있냐?" 아무리 불러도 과거는 나타나지 않는다. 이 방 저 방을 거쳐 마지막으로 들여다본 화장실에도 없다. 한참 찾은 끝에 현관 신발장 안에 있는 과거를 발견한다. 네 칸으로 된 구닥다리 신발장은 얼추 30년이 다 된 물건이다. 얇은 합판으로 만들어진 그것을 여태 버리지 못하는 건 어머니의 손때가 묻어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19가 절정에 이른 무렵 어머니는 응급실을 거쳐 중환자실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혈액암 진단을 내린 담당의는 일주일을 넘기기 힘들다고 했다. 문제는 면회가 되지 않는다는 것. 3일째 되던 날 간호사에게 간청을 한 끝에 들어갔다. 산소마스크와 붕대, 그리고 주렁주렁한 링거 줄로 포박돼 눈만 빠끔한 어머니. 그 눈마저 굳은 송진처럼 뭉쳐져 있었다. 이틀 전부터 말도 못하고 눈도 뜨지 못한다는 간호사의 말에 참았던 울음이 터졌다. 과거가 나를 할퀴고 있었다. "어무이, 용서해 주세요. 제가 많이 잘못했습니다." 어머니가 힘차게 고개를 저었다. 내 몸이 흔들릴 정도로. "어무이요,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어머니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생각해도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나를 일으켜 세운 간호사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저었다. 어머니는 똑같은 말에도 두 번 다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아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기다렸던 어머니는 그러구러 이틀을 보낸 뒤 세상을 떠났다. 현재는 과거를 꿈꾼다. 과거가 되면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힘이 센 과거가 하악질을 하면 현재는 지레 겁을 먹고 구석으로 숨는다. 언젠가부터 잘 먹지 못하는 현재는 깡말랐다. 미래는 현재가 남긴 먹이만으로도 배가 부른지 현재가 보든 말든 낮잠을 청한다. 가끔 잠꼬대를 한다. "꿈 깨. 현재는 절대 과거가 될 수 없어."
2025-10-09 11:21:29
[사설] 집권 세력의 이진숙·나경원 핍박, 체급만 키워 주는 아이러니
이번 추석(秋夕) 밥상의 최대 이슈는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체포'였다.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갑작스레 경찰에 체포되고 수갑까지 찬 모습이 연휴 전날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과잉 수사' '수갑 체포' 등 큰 이슈가 됐다. 법원이 체포적부심 청구를 받아들이면서 체포 소동은 일단락됐지만 적법성·무리수 논란 및 고발 등 후속 공방은 계속되고 있다. 경찰의 무리하고 일방적인 체포 과정이 정치적 의도로 해석되면서 무대에서 퇴장하던 이 전 위원장을 단숨에 '수갑 찬 보수 여전사'로 급부상시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이 전 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 등 이재명 정권에 탄압받는 모양새가 만들어지며 되레 전면 부상하고 몸값 상승, 보수 결집의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는 것이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민주당 덕분에 추락 직전 비상(飛上)에 성공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및 탄핵 사태 후 당내에서도 인적 쇄신 대상으로 지목되는 등 친윤들과 함께 위기에 처했다가 예상치 못한 추미애 국회 법사위원장과의 대립 구도가 형성되면서 존재감이 급상승하며 정치적으로 부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법사위 간사 선임 과정에서 추 위원장과 민주당 의원들의 전례 없는 '간사 투표' 등 초유의 방해와 공격이 오히려 나 의원의 주목도와 존재감을 높이는 데 일등 공신이 됐다는 것이다. 나 의원이 서울시장에 이어 추 위원장과 함께 경기도지사 후보로까지 거론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 가능하다. 조희대 대법원장 비밀 회동설 및 청문회 등 브레이크 없는 여당과 경찰의 잇단 급발진에 몰락(沒落) 직전이던 국민의힘과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드리웠던 친윤 정치인들이 숨통이 트여 다시 날갯짓을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오죽했으면 '원조 친명'과 민주당 원로조차 쓴소리를 하는 등 내부 경고음이 터져 나오겠는가. 검사 윤석열을 검찰총장, 대통령까지 만든 민주당이 이번엔 또 누구를 거물로 만들지 궁금하다.
2025-10-09 05:00:00
건설업 장기 부진으로 고용 한파가 극심해지고 성장률마저 짓누르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건축 착공 면적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았던 2009년 이후 두 번째로 부진했다. 특히 수도권에선 비주거용 착공 면적이 3%대 증가를 기록했지만 비수도권은 주거용 32%, 비주거용 19% 감소해 최악의 건설 경기를 맞고 있다. 착공이 적다는 것은 향후 1~2년간 공사 물량도 준다는 의미다. 특히 지방에선 건설 투자가 극도로 위축되면서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건설업은 가히 '고용절벽' 상태다. 현장 건설근로자는 4년 새 19만 명가량 줄었다. 2021년 111만4천여 명에서 올 6월 기준 92만5천여 명으로 감소했는데, 향후 건설 경기가 회복돼도 인력난에 시달릴 공산이 크다. 건설업 불황에 올해 상반기 일용직(日傭職) 일자리 8만여 개가 줄었는데, 가장 취약한 계층이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건설업과 부동산 침체로 신규 개업한 공인중개사도 월간 기준 역대 처음 600명 아래로 떨어졌다. 신규 개업보다 폐·휴업한 공인중개사가 많은 것도 2023년 2월부터 2년 7개월째 이어진다. 영업 중인 공인중개사는 11만여 명인데, 자격증 보유자 5명 중에 1명꼴이다.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0%대에 묶여 있는 원인 중 하나가 건설업 불황이다. 특히 새 정부가 강조하는 '건설 현장 안전' 관련 여파(餘波) 등이 건설업 부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인구 소멸 지역 주택 추가 매입 시 1주택 혜택 유지와 악성 미분양 매입 시 세제 혜택 연장 등 대책을 내놓았지만 효과는 없다. 인구 감소 관심 지역 9곳에 '세컨드홈'을 사면 1주택자처럼 재산세, 양도소득세 등을 감면해 주겠다고 했는데, 정부가 집값 상승 불가능 지역을 콕 집어 알려 주었다는 비아냥만 듣고 말았다.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관련 권한 확대 등 수도권 집값 잡기에 골몰(汨沒)하는 동안 지역 건설업과 경제는 아사(餓死) 직전이다. 인공지능(AI) 지원과 주식시장 살리기도 좋지만 건강한 건설업 부양책을 내놔야 일자리와 성장률도 담보할 수 있다.
2025-10-09 05:00:00
[사설] '조국'은 되고 '건국전쟁2'는 안 된다는 영진위, 무슨 기준인가
각종 사료와 증언을 중심으로 제주 4·3사건의 숨은 진실을 파헤치는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2: 프리덤 파이터'가 최근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에서 독립영화로 인정받지 못하면서 논란(論難)이 확산하고 있다. 문화 발전을 위해 어느 단체보다 중립적이어야 할 영진위가 특정 정치 성향을 지원하거나 배제하면서 사실상 좌편향 검열(檢閱) 기관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다. 이 같은 비판은 영진위가 이중 잣대를 적용함으로써 자초(自招)한 것이다. 영진위 독립예술영화 인정 소위원회는 상영 시간 123분 내내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찬양하는 다큐멘터리 '다시 만날, 조국'에 대해 "상업 영화가 다루지 않는 정치적 쟁점과 이슈를 다루고 있어 인정 의견"이라면서 6대 3 의견으로 독립영화로 인정했다. 반면 마찬가지로 상업 영화에서 다루지 않는 정치적 이슈를 파헤친 '건국전쟁2'에 대해선 "대한민국의 현실을 곡해하고 편향되게 다수의 사람들에게 보이는 것이 위험하다"면서 2대 7로 불인정했다. 영진위 소위는 또 더불어민주당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영상물 '빛의 혁명, 민주주의를 지키다'에 대해 지난 5월 관련 회의록조차 남기지 않은 채 8명(제작 고문 참여 위원 1명 제외) 전원이 독립영화로 '인정'했다. 비상식(非常識)적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위원장을 제외한 소위 위원 8명이 지난 3월 임기를 시작했고, 이 중 5명이 '윤석열 정권 파면 촉구' '윤석열 퇴진 요구 영화인 성명' '이재명 후보 지지 선언' 등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당초 정치 중립적 공정한 심사가 불가능했던 셈이다. 독립영화로 인정되면 전용 상영관에서 상영될 수 있고, IPTV 등 2차 부가 판권 시장 진출도 쉬워진다. 그만큼 더 많은 관객을 동원할 수 있다. 영진위의 정치 편향적 행태는 사실상 검열이나 다름없이 작용함으로써 전성기를 맞은 K-컬처(문화)에 거대한 좌파 전체주의(全體主義)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유 없는 문화·예술은 선전 선동과 탐욕의 수단이 될 뿐이다.
2025-10-09 05:00:00
[관풍루] 李 대통령 부부의 '냉장고를 부탁해' 출연과 관련, 여야 추석 연휴 내내 낯 부끄러운 정쟁
○…李 대통령 부부의 '냉장고를 부탁해' 출연과 관련, 여야 추석 연휴 내내 낯 부끄러운 정쟁. 더불어민주당은 'K푸드 열정', 국민의힘은 '국가 전산망 마비 사태 와중의 정치 쇼'라며 공방, 국민들에겐 '한가위 스트레스'. ○…식료품 물가 5년 만에 20% 이상 상승, 이재명 대통령 "고삐 놔주면 폭리"란 지적에 공정위·국세청도 본격 대응. 다락같이 오른 물가 잡는 것은 좋은데, 모기 잡는 데 칼 빼드는 건 아닌지. ○…오늘은 한글날, 백성을 사랑했던 세종대왕의 업적과 한글 우수성을 기리는 날. 중·고생의 국어 기초학력 미달률 크게 늘어 걱정이라는데, 더 큰 걱정은 한글 오염시키는 정치인 막말.
2025-10-09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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