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환율이 불러온 소비·고용 위기, 정부는 어떤 대책이 있나
지난 1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2017년 11월 이후 8년 만에 최고치로 오르며 내수 회복 기대감을 키웠지만 고환율, 고물가 탓에 한 달 만에 떨어지고 말았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9.9에 그쳤다. 비상계엄이 있던 지난해 12월 이후 낙폭(落幅) 중엔 가장 크다. 속단(速斷)하기는 이르지만 환율이 빠르게 진정되지 않는다면 고물가가 내수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내년 소매유통시장 성장률이 최근 5년간 최저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매유통업체 300개를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내년 소매유통시장 성장률은 0.6%로 예상됐다. 이유로는 소비심리 위축, 고물가, 가계부채 부담 등이 꼽혔다. 일자리 상황도 최악이다. 지난해 일자리 증가율이 역대 최저였는데, 올해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월 60시간 미만 일하는 '초단시간(超短時間) 근로자'도 급증세다. 임금근로자 중 이들의 비율은 2012년 3.7%에서 지난해 8.5%로 늘었고, 근속 1년 미만 근로자 중 초단시간 비율은 20%를 넘겼다. 이들에겐 주휴수당·연차 유급휴가·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퇴직급여·2년 초과 기간제 고용금지 등 최소한의 보호장치도 없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24일 "환율 때문에 수입품 물가가 오르고, 골목 가게는 원가도 못 맞춰 장사할수록 적자이고, 청년의 단기 일자리마저 줄인다"며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은 대책은 고사하고 6개월간 '환율'이라는 단어 한마디 언급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외환 당국이 환율 안정을 위한 구두 개입(口頭介入)과 함께 달러 공급 유도책을 발표했고, 원·달러 환율은 이날 1,449.8원까지 떨어졌다. 당장 약발이 먹혀들기는 했지만 섣부른 결론은 위험하다. 환율이 다시 1,480원 이상으로 솟구치면 상황은 정부의 외환 관리 능력과 정책 신뢰성 위기로 바뀐다. 시장이 예상과 달리 갈 때 정부가 내놓을 대책이 과연 남아 있는지 걱정스러운 상황까지 왔다.
2025-12-25 05:00:00
[사설] 李 "불법 조업 중국 어선 강력 제재", 행동으로 보여라
이재명 대통령은 해양경찰청 업무보고에서 불법 조업(不法操業)을 하는 중국 어선에 대해 "단속 피하려고 쇠창살 만들고 위협적으로 행동한다는데, 그러면 좀 더 강력히 제재해야 하는 것 아니냐. 아주 못됐다"고 말했다. 또 "인도네시아 해역에서는 몇 척 격침했더니 아예 안 오더라고 하더라. 그렇게는 못 하겠지만, 어쨌든 엄정하게 대응하는 것을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경기지사 시절에도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에 무관용 강력 대응을 주장했고, 2022년 대선 후보 때는 "중국 어선이 불법으로 영해를 침범할 경우 격침해 버려야 한다"고 했었다. 그동안 중국 어선들은 2016년 10월 한국 해경 고속단정을 들이받아 침몰(沈沒)시키고 도주한 것을 비롯해 박경조 경사·이청호 경장 살해 사건 등 해경 수십 명에게 부상을 입히는 도발(挑發)을 지속적으로 일으키고 있다. 수시로 NLL(북방한계선) 한복판과 군사분계선 한가운데인 한강 하구에서까지 불법 조업을 저질러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가 민정경찰을 투입하기도 했다. 한국 정부의 항의에 대해 중국은 "불법 조업 어민들 중에는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이 많으니 단속을 너무 심하게 하지 말라"는 적반하장(賊反荷杖)식 요구를 해 왔다. 미국 WSJ(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이 전 세계에 걸쳐 자국 어선의 불법 조업 행태를 사실상 방치(放置)하고 있는 것과 관련, "중국 어선을 통해 해양에서 중국의 존재감을 높일 수 있고, '식량 안보를 담보하고 해양 이익을 지키겠다'는 국가 발전 전략과도 맞물려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의 관성적이고 소극적인 대응이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을 근절(根絕)시키지 못하는 주요 원인이라면서 "불법 조업은 정치적 고려 없이 외교적으로 강하게 항의할 수 있는 영역이어야 한다"고 했다. 여권 내부의 "중국으로부터 협조를 이끌어내야 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수위 높은 발언은 우려스럽다"는 반응은 부적절하다. 우리의 주권과 권리(權利)는 스스로 지켜야 한다.
2025-12-25 05:00:00
[사설] '내란재판부법' 이어 '입틀막법' 통과, 위헌 신경 쓰지 않겠다는 폭거
허위조작정보근절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24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고의로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유튜버·언론사에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전날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에 이은 여당의 일방 입법이다. 이 법안은 국회 본회의 상정 직전까지 위헌 논란 속에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다. 개정안의 수정안까지 만든 끝에 겨우 통과시켰다. 그만큼 위헌 등 우려와 논란이 많다는 의미다. 국민의힘뿐 아니라 언론노조·참여연대 등 친여 성향 단체들의 위헌 주장과 반발도 컸다. '위헌적 요소가 농후(濃厚)해 개정안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참여연대는 "언론 보도를 포함한 각종 표현물에 대해 소송이 난무할 것"이라는 우려도 내놨다. 국민의힘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슈퍼 입틀막법' '신(新)보도지침'이라며 철회와 중단을 촉구했지만 입법을 막지 못했다. 최수진 의원은 국회 본회의 필리버스터에서 "권력자에 대한 의혹 보도 하나, 비판적 기사 하나하나가 곧바로 손해배상 청구와 신고의 대상이 될 것"이라며 "언론은 위축되고 자기검열이 일상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허위·조작 정보는 유포해서도, 유통돼서도 안 된다. 불법·허위 정보로 인한 피해는 예방하고 보호해야 한다. 그러나 이 법안을 필요로 하는 대상이 누구인지가 중요하다. 정치인·고위공무원·기업인 등 권력자들을 위한 법안이라는 지적과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비판적 보도를 막기 위한 소송이 남발(濫發)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특칙을 통해 공공의 이익을 위한 정당한 비판과 감시 활동을 방해하려는 목적으로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그 판단과 결정을 누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따라 의미 없는 특칙이 될 수도 있다. 필리버스터에서 "국민들은 이 법이 국민을 위한 것인지 다수 의석을 앞세운 권력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잠재우려는 정치적 계산인지 알고 있다"고 한 최수진 의원의 지적을 흘려들어선 안 된다.
2025-12-25 05:00:00
[관풍루]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혼란합니다'라고 요란하게 보여주는군.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대북 정책 주도권 둘러싼 '자주파(통일부)·동맹파(외교부) 갈등'에 대해 "대외적으로 혼란스러운 모습은 보이지 않는 게 좋겠다"고 언급. '혼란합니다'라고 요란하게 보여주는군. ○…윤건영 민주당 의원,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재직 때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과 접촉 의혹에 대해 "과거에도 현재도 전혀 알지 못하는 분"이라고 주장. 오리발 내밀었다가 닭발 드러난 정치인, 참 많지. ○…추미애 민주당 의원, 조희대 대법원장이 사법권을 계엄사령부로 넘기려 했다는 혐의에 대한 내란특검팀의 무혐의 처리를 두고 "수사 포기이자 책임 회피"라고 주장. '없는 것을 왜 만들지 못했나!'는 소리.
2025-12-25 05:00:00
2025-12-24 18:50:55
[백정우의 읽거나 읽히거나] 감성이 끌고 이성으로 지탱하기
에쿠니 가오리라는 이름을 떠올릴 때 먼저 생각나는 건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이다. 영화를 서너 번 보았지만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아오이 캐릭터로 인해 작가는 내게 외면당했다. 왜 그런 거 있지 않나, 딱히 나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좋지도 않은 애매모호 한 것들. 에쿠니 가오리는 내게 그런 작가였다. 사랑엔 젬병이고 결혼은 관심도 없는 비혼주의자일 거, 라고 추측했던. 그런 그녀가 결혼이라니. 에쿠니 가오리의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는 작가와 자신의 남편, 즉 결혼 3년 차 부부의 삶이 스냅사진 찍듯이 빼곡하게 박힌 흥미로운 산문집이다. 책은 일본 특유의 소소한 일상과 별거 아닌 것에 힘주어 의미를 부여하고 진력을 다해 고수하려는 고집스런 감성 가득한 풍경들로 펄떡거린다. 무색무취의 건조하기 짝이 없는 남자와 한집에 사는 세상 예민하고 감성적인 여자가 포착한 시시콜콜한 것들을 한곳에 모으면 이런 모습일까. 예컨대 집 옆 자판기에 놓인 품목으로 계절의 변화를 읽고 캔 수프가 놓이면 겨울이 시작될 무렵인 걸 알아차려야 안심한다든지, 결혼기념일마다 엄마가 보내온 꽃다발에는 늘 축하한다가 아니라 '놀랍다'는 말이 쓰여 있는데, 모두가 1년을 넘기기 힘들 거라 예상한 결혼생활이 유지되는 건 전적으로 남편의 관용 덕이라고 진술하는 대목은 과연 에쿠니스럽다. "올바름이란 전혀 문제가 안 된다. 결혼하고서 딱 한 가지 배운 것이 바로 그것이다. 올바름에 집착하면 결혼생활 따위 유지할 수 없다."(132쪽) 는 문장은 시사적이고 곱씹을 만하다. 작가의 남편은 제 손으로 물을 마시지 않고, 구운 생선은 뼈를 발라 주지 않으면 먹지 않고, 포도도 껍질을 까서 씨까지 발라내줘야 먹는단다. 요즘 세상에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할지 모르나 에쿠니는 이렇게 잇는다. "그래서 행복할 수 있다면 아주 손쉬운 일이다. 서로를 행복하게 해 주는 편이 서로를 길들이는 것보다 훨씬 멋진 일이니까."(133쪽) '외간여자' 꼭지에서 작가는 남편과 같은 전철을 탄 여자, 같은 회사에 다니는 여자(아마도 예쁜), 다른 회사에 다니는 여자를 외간여자라고 칭하면서, 결혼할 때 남편에게 약속받은 일이 한 가지 있는데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외간여자에게 초콜릿을 선물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밝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 역시 남편의 외간여자였고, 남편이 가끔 초콜릿을 사오는 건 "나를 외간여자에서 자기 여자로 만든 남편이 사과하는 뜻으로 건네는 선물"이라고 생각한다는 대목에서 웃음이 터졌다. 결혼 초기, 나 말고 다른 여자하고도 잘 지내, 하고 말했던 작가는 "다른 여자를 보면 절대 안 돼."라고 말하게 되었다면서 3년이 걸려서야 겨우 배웠다고 실토한다. 억지가 통하면 정당한 일은 안 통한다든가. 그래서 그녀는 책 말미에 이렇게 적었는지도 모르겠다. "남자든 여자든 사랑이란 몸을 보호해야 이루어지는 것. 언젠가 쿄겐에서 들었던 구절. 평온하고 사랑에 가득한 결혼생활을 위해서는 목숨을 걸고 억지를 관철해야 한다."(135쪽) 30년 전에 발표한 『낙하하는 저녁』에서 동거 2년 만에 집에서 나간 켄고를 사수하기 위해 그가 좋아하는 여자 하나코를 받아들이고, 이사를 가버리면 켄고와 정말로 헤어지는 거, 라고 적은 에쿠니 가오리였다. 결혼은 좋은 쪽이든 그 반대이든 사람을 변하게 하는 거, 맞다.
2025-12-24 16:54:45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27>나의 평생 근무지를 그림으로 남기리라
조선의 한 관료가 자신이 평생 거쳤던 근무지를 화가에게 그림으로 그리게 한 '숙천제아도(宿踐諸衙圖)' 15점 중 한 점이다. 숙천제아는 '거쳐 온 여러 관청'이다. 40여 년 관직 생활 동안 서울에 살던 그는 목릉, 제용감, 호조, 종묘서, 사복시, 선혜청, 종친부, 도총부, 공조 등 중앙 관청으로 출근하기도 했고 지방관으로 나가기도 했다. 지방은 평안도 영유현, 황해도 재령군, 황해도 서흥부, 전라도 장성부, 경기도 김포군, 황해도 신천군 등 6곳이다. 이곳들이 모두 수준 높은 기록화로 그려졌다. 지방관으로 나갔을 때의 그림들이 더욱 의미와 재미가 있다. 각 고을의 군현 지도를 바탕으로 하면서 실경산수의 요소를 결합한 독특한 지형도식 회화이자 건물배치도다. '숙천제아도'는 오른쪽에 부임한 관청과 지역을 밝히고 중앙 관청은 자신이 맡았던 업무를, 지방은 서울과의 거리 등 위치 정보를 기록했다. 이 화첩의 7번째 그림인 '재령군'을 보면 서울에서 460리 거리에 있고, 감영이 있는 해주에서 120리, 병영이 있는 황주에서 90리, 수영이 있는 옹진에서 160리 떨어져 있다고 했다. 말미에 재령군수로 임명받은 날짜와 업무를 시작한 날짜를 써놓아 이 그림이 어디까지나 그 자신을 위한 개인적 기념물임이 뚜렷하다. 그의 근무지 재령군 관아는 장수산 주봉 아래 위엄 있게 그려졌고 그 앞으로 딸린 건물이 여럿 자리 잡았다. 관아 오른쪽엔 동재와 서재를 거느린 향교가 있고, 왼쪽으로 '옥(獄)'이 그려져 있다. 옥은 담장이 유일하게 둥글다. 한 지역이 평화로우려면 교육(교화)이 중요하고 처벌을 위한 감옥 또한 필수적이리라. '재령군'은 재령의 주요 시설물을 한눈에 보여주는 회화적 지리지이기도 하다. 화폭의 오른쪽 위 고갯마루에 기와집을 그리고 이름을 써놓은 '성황당'과 '여단(厲壇)'이 있고, 관아 왼쪽의 '사단(社壇)'은 일종의 종교 시설이다. 관아를 둘러싼 노란 초가지붕들 가운데 '상장대(上場垈)', '하장대(下場垈)' 두 군데 장터가 보이고 주요 도로는 붉은 선으로 표시했다. 왼쪽 아래에 '남거해주(南去海州)'로 해주로 가는 길임을 표시한 위로 '오리정(五里程)', '유정(柳亭)'이 있다. 오리정은 읍치로부터 5리, 약 2킬로미터 되는 곳이라는 표시다. 감사나 사신이 오갈 때 수령이 나가서 영접하거나 배웅하는 지점이었다. 이 그림을 그리게 한 주인공은 청주 한씨인 하석(霞石) 한필교(1807~1878)다. 그는 30대에 자신의 근무지를 그림으로 기록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평생에 걸쳐 꾸준한 정성으로 '숙천제아도' 화첩을 완성했다. 관아 건축의 공간 구조와 문화 경관을 알려주는 이 그림들은 그 자신과 후손을 위한 일이었지만, 개인과 가문을 넘어 우리 모두의 문화적 자산이자 한국사의 기록물로 남았다. 대구의 미술사 연구자
2025-12-24 14:37:50
[세풍-서명수] '혜경궁 김씨'와 국민의힘 '당게 사건'
혜경궁 홍씨가 만일 「한중록(閑中錄)」을 쓰지 않았다면 사도세자의 비극은 생생하게 후세에 전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사도세자의 부인이자 정조의 생모, 영조의 며느리인 '혜경궁 홍씨'의 존재는 이 회고록 같은 수필을 통해 비로소 세상에 드러났다. '혜경궁'이 다시 회자(膾炙)된 것은 2017년 대선을 앞두고 '@08_hkkim(정의를 위하여)'라는 트위터 계정에 고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 등에 대한 조롱성 비방 글이 대거 등장해 논란을 야기하면서다. "노무현시체 뺏기지 않으려는 눈물...가상합니다!" "문(재인)후보 대통령되면 꼬옥 노무현처럼 될거니까 그꼴 꼭 보자구요. 대통령병걸린 넘 보단 나으니까" "니 가족이 꼭 제2의 세월호타서 유족되길 학수고대할께~~^^" 등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이 계정에 게재된 글들은 진영을 넘어 대중의 공분을 일으켰다. 이 계정의 주인이 'hkkim'이란 영문 이니셜로 이재명 대통령의 부인 김혜경 여사로 지목되면서 김 여사는 '혜경궁 김씨'라는 별칭을 얻었다. 2017년 경기지사 예비후보로 나선 '친문' 전해철 전 의원 등은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에게 이 계정에 대한 공동 조사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2018년 4월 선관위에 고발하면서 혜경궁 김씨 사건은 사법 문제로 비화됐다. '@정의를 위하여'는 2013년부터 이 대통령과 수시로 소통한, 밀접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혜경궁 김씨는 김 여사일 것이라는 추측이 광범위하게 확산됐다. 이 사건은 경찰이 김 여사를 계정 주인으로 특정,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휴대전화 확보에 실패, 물증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검찰이 불기소처분을 내리며 일단락된 바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김어준의) 딴지일보가 민심을 보는 척도라고 하는 등 딴지일보 게시판이나 SNS에 글을 많이 올리는 SNS 중독 정치인이다. 그는 당 대표 재선을 통해 당 지도력을 확고하게 한 뒤 이 대통령의 뒤를 이어 차기 대권을 노리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일치된 시각이다. 제동이 걸린 '1인 1표제' 당헌·당규 개정안 추진을 둘러싼 당내 논란의 본질이 명·청 갈등이라는 것을 정치권에서는 아무도 부인하지 않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약화되거나 내년 선거에서 여당에 불리한 결과가 나온다면 '혜경궁 김씨' 같은 사건이 재연될지도 모른다. '혜경궁 김씨' 트위터 글이 논란이 된 것은 작성자의 신원이 문제이거나 사법적 처벌 문제가 아니라 지켜야 할 정치적 금도(禁度)를 넘어선 표현 때문이었다.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혜경궁 김씨'가 이 대통령과 가까운 지인이었다면 정치적 패륜이라고 비난받을 수도 있는 심각한 사안이었다. 국민의힘 '당원게시판 사건'도 '혜경궁 김씨' 사건과 판박이다. 사건 당사자가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인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공개 게시판이나 SNS에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속한다. 만일 그런 일이 벌어졌더라도 이를 처벌할 수도 처벌하려고 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한두 건이 아니라 수십, 수백여 건에 이르는 비방 글이 한 전 대표 가족에 의해 작성·게시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표현의 자유와 별개로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는 것이 맞다. 한 전 대표가 그땐 몰랐고 사후 인지했더라도 시시비비를 밝히고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혜경궁 김씨'와 같은 악플러는 오늘도 '표현의 자유' 뒤에 숨어서 암약(暗躍)하고 있다. 서명수 객원논설위원(diderot@naver.com 슈퍼차이나연구소대표)
2025-12-24 05:00:00
[사설] 한국의 원자력 잠수함 보유는 중국의 시비 대상 될 수 없어
중국 관영 영자신문인 글로벌타임스가 21일(현지시간) 군사 전문가 쑹중핑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나라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건조와 관련, "미국이 일부 동맹국에 자국의 핵기술과 핵연료 사용을 허용하는 것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훼손하게 될 것"이라면서 "한국은 해양 국가지만 해안선이 제한적이어서 원잠(原潛)을 운용할 실질적 필요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核) 보유에 '뒷배' 노릇을 해 왔다는 비판을 사고 있는 중국이 한국의 원잠 건조 추진에 대해 핵 비확산에 대한 위협이라고 우기는 것은 자가당착(自家撞着)이다. 더욱이 중국은 지난달 발표한 국방백서 '신시대 중국의 군비통제, 군축 및 비확산'에서 '한반도 비핵화' 표현을 삭제했다. 북한 핵을 인정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중국 측의 시비(是非)는 내년 초 베이징에서 진행될 한·중 정상회담을 고려한 견제구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싱가포르 연합조보에 따르면 칭다오 해군기지에 정박 중인 항공모함 랴오닝과 푸젠함이 조만간 우리 서해에서 합동 훈련을 펼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중국과 북한·러시아는 합동 군사훈련을 우리 동해에서 진행하기도 했다. 한국은 북·중·러로부터 전방위 압박(壓迫)을 받고 있는 셈이다. 중국은 또한 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PMZ)에 '양식장'이라면서 군사적 목적으로 활용 가능한 대형 구조물을 일방적으로 무더기 설치해 한국의 주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이번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무조건적인 "셰셰" 외교에서 벗어나 주권 국가로서 당당하게 우리의 권리를 주장해야 할 것이다.
2025-12-24 05:00:00
[사설] 여야가 '통일교 게이트' 특검 후보 추천한다면 가짜 특검
더불어민주당이 '통일교-정치권 유착 의혹 특검'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통일교 특검'이 제대로 작동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물타기용' 특검 수용일 수도 있고, '면피용 특검'이 될 가능성도 배제(排除)할 수 없다. 민주당은 '통일교 특검을 수용하겠다'면서 2차 종합 특검법(내란·외환 및 국정농단 진상규명 특검)을 발의했다. 3대 특검법(내란 특검, 김건희 특검, 해병대원 특검)으로 180일(해병 특검은 150일) 동안 윤석열 정부와 야당 인사들을 샅샅이 조사한 것도 모자라 170일 연장하는 것에 대한 반발을 희석시키는 '물타기용'으로 통일교 특검 수용을 표명하고, 여야 간 이견을 명분으로 종국(終局)엔 특검 무산을 노린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통일교 특검법'이 통과되더라도 '무늬만 특검'일 우려도 크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통일교 정치권 로비에 여야 의원들과 이재명 정부, 윤석열 정부, 문재인 정부 인사들이 거론되는 만큼 특검 후보 추천권을 정당이 아니라 제3자 추천 방식으로 하자는 입장이다. 대법원과 법원행정처가 각각 1명씩 추천(총 2명)하고, 대통령이 그중 1명을 임명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여야가 1명씩 추천해서 대통령이 임명하게 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또 수사 대상에 민중기 특검의 편파 수사 문제도 포함해야 마땅하지만, 민주당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도 낮다. 만약 '통일교 특검'에서 여야가 특검 후보를 1명씩 추천하고, 대통령이 이 중 여당이 추천한 특별검사를 임명한다면 무늬만 특검일 뿐 특검 본연(本然)의 임무를 수행하기 어렵다. 민주당이 추천한 민중기 특검이 '통일교가 민주당 인사에게도 금품을 제공했다'는 구체적 진술을 확보하고도 수사를 뭉갠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앞서 3대 특검에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만 특검 후보를 추천하고, 국민의힘은 추천권이 배제됐다. 수사 대상이 윤석열 정부 인사들과 국민의힘 인사들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민주당이 '통일교 특검'을 수용하겠다면서 발의한 2차 종합 특검법에서도 국민의힘은 배제됐다. 그런 만큼 '통일교 특검'에서도 여야 정당의 특검 후보 추천이 제외되는 것은 당연하다. 만약 민주당이 여야 1명씩 추천을 고집한다면 3대 특검과 논리가 다를 뿐만 아니라 국민 여론에 밀려 특검을 하는 척만 하는 면피용 특검을 하겠다는 말과 다를 바 없다. 민주당이 면피용이 아니라 진심으로 '정교유착(政敎癒着)' 뿌리를 뽑고 '대의민주주의'를 지키겠다면 '통일교 특검'에서 여야 정당의 특검 후보 추천을 배제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통일교 특검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라면 말만 '특검 수용'일 뿐 실제로는 '특검 거부'이자 '통일교 로비 의혹'을 덮으려는 정략(政略)으로 비칠 뿐이다.
2025-12-24 05:00:00
[사설] 구·군 민원실 점심시간 휴무제, 시민 불편 외면한 행정 편의주의
대구 9개 구·군의 행정복지센터가 내년 1월 2일부터 점심시간 휴무제(休務制)를 전면 시행한다. 지난달 대구 구청장·군수협의회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다만 대구시를 포함한 일부 구·군청은 기존처럼 교대 근무로 민원실을 운영한다. 따라서 시민들은 구·군청, 행정복지센터 등의 민원실 점심시간 운영 여부를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점심시간에 운영되는 민원실에선 민원인들이 몰려 대기 시간이 증가하는 등의 혼란도 우려된다. 공무원노조는 2021년부터 '밥 먹을 권리' '휴식권' 등을 주장하며 민원실 점심시간 휴무제 도입을 요구했다. 그러나 민원실 점심시간 휴무제는 공무원들의 휴식권 보장을 위해 필요하지만, 시민들의 불편을 외면한 행정 편의주의적(便宜主義的) 발상이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지역 정치권에선 지자체들이 민원인을 대상으로 사전 설문조사나 휴무제 도입에 따른 영향 분석 등을 하지 않고 졸속(拙速)으로 추진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공무원의 휴식권 보장은 중요하다. 그러나 이 때문에 민원인들이 불편을 겪어서는 안 된다. 민원실은 행정 서비스를 체감하는 최전선(最前線)이다. 특히 점심시간은 직장인과 자영업자, 맞벌이 부부 등 평일 근무시간에 행정기관을 찾기 어려운 시민들이 민원을 처리할 수 있는 기회다. 이 시간에 민원실 문을 닫는 것은 시민을 위한 행정이 아니다. 온라인 민원 서비스가 있어 문제가 없을 것이란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직접 방문 민원은 온라인 취약계층에겐 필수 공공서비스다. 지자체들은 휴무제 시행에 앞서 시민 불편을 해소(解消)할 수 있는 대책부터 마련하라.
2025-12-24 05:00:00
[관풍루] 공수처, 2030년 입주를 목표로 정부과천청사 인근에 389억원 들여 독립 청사를 마련한다고.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내란전담재판부법 국회 통과에 대해 "포장지를 겹겹이 바꾼다고 위헌의 본질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비판. 무식한 귀신에겐 부적도 안 통한다는데 위헌 경고 귀 막은 민주당이 바로 그 격. ○…이재명 대통령, 부산 해양수산부 임시 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후임 해수부 장관도 가급적 부산 지역에서 인재를 구해 보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발언. 내년 지방선거 사전 선거운동 아닌가요? ○…공수처, 2030년 입주를 목표로 정부과천청사 인근에 389억원 들여 독립 청사를 마련한다고. 출범 이후 구속영장 8건 청구해 2건밖에 발부받지 못한 무능한 집단이 겉멋만 들어서….
2025-12-24 05:00:00
2025-12-23 18:56:30
"내가 친일(親日)한 것은 표면상 문제이고 나는 나대로 친일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에 한 것이외다."(소설가 이광수) 광복 80주년의 2025년도 역사 속으로 저물어간다. 올 1월부터 시작된 80주년 관련 뭇 행사를 지켜보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아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 데이터베이스의 광복 자료를 살폈다. 그런데 한국 현대 사료 DB의 친일파 관련 문헌이 눈에 띄었다. 이들 문헌에는 1949년 발행된 자료집인 ▷민족정기의 심판 ▷반민자 대공판기(反民者 大公判記) ▷반민자 죄상기(反民者罪狀記) ▷친일파 군상(親日派群像)이 들어 있었다. 이들 자료에는 '뜻밖의 광복'을 맞아 일제강점기 일제의 앞잡이로 주구(走狗) 역할을 했던, 친일파의 대표적인 인물들의 체포, 재판 등에 대한 당시 기록과 발언의 일부가 담겨 있었다. 이 자료집에는 처절하게 반성하는 지식인의 모습, 뻔뻔스럽게 변명하고 오히려 애국자로 자처하는 등 친일파 인물의 적나라한 모습이 실려 있었다. 광복 후 3년이 지나고 1948년 9월 22일 공포된 '반민족 행위자 처벌법'에 따라 친일파 즉 소위 '반민자(反民者)' 처벌을 위한 특별위원회가 같은 해 12월 23일 구성되면서 이듬해 1949년 1월부터 특위 활동이 시작되고 친일파들이 줄줄이 붙잡혀 민족의 이름으로 재판을 받았지만 뒷날 친일 청산은 이승만 정부 방해로 좌초되고 말았다. 이후 굴곡진 현대사의 흐름 속에 독립운동 애국지사 후손과 친일파 후손이 물리적으로는 대한민국이라는 한 울타리에서 같은 국민으로 뒤섞여 살게 되었다. 하지만 독립운동가들이 후손에게 물려준 가난, 무학(無學), 고통이란 무형의 굴레는 친일파가 후손에게 물려준 부(富), 배움, 안락이라는 유형의 유산과는 비교할 수 없는 힘든 삶의 대물림 족쇄가 되었고, '독립운동하면 3대가 망한다'라는 진리(?)로 이어졌다.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팍팍한 삶이 이처럼 친일파 후손들의 풍요롭고 안락한 일상과는 견줄 수 없을 만큼 어려운 사실은 실제 수차 실시된 다양한 여론조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필자가 올해 대구에서 열린 광복 80주년 기념 각종 행사에서 만난 후손들은, 생활은 비록 어려울지라도 광복된 대한민국, 독립 대한민국의 초석을 놓으신 선조들의 헌신에 대한 자긍심, 행사 참여 열기, 관심도가 드높기만 했다. 광복회 대구시지부 회원 400여 명의 경우, 현재 평균 연령이 80대에 이를 만큼 고령이다. 하지만 1월부터 11월까지 크고 작은 각종 광복 80주년 기념 및 추념 행사가 열릴 때는 남다른 참석 의지를 보였다. 장소를 불문하고 불편한 몸을 이끌고 가능하면 한두 행사에는 참석하겠다는 열의를 불태우곤 했다. 그래서 광복회 대구시지부가 (공동) 주최하는 어떤 행사에든 100명 안팎의 어르신 회원들이 몰려 성황이었다. 얼굴 보기 힘든 인기 가수 출연 음악회도 아니고 저명 인사의 대중 강연회와도 거리가 먼, 딱딱하나 의미 있는 숱한 광복회 행사에 빠듯한 하루 시간을 아낌없이 내주신 대구의 400여 광복회원분들께 광복 80주년을 보내면서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광복회 모임에 기꺼이 함께 자리를 해주신 대구 시민들께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내년 2026년 새해에도 힘겹지만 자긍심으로 살아가는 대구의 광복회원들에 대한 대구 시민 여러분의 따뜻한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리며 행운을 빈다.
2025-12-23 11:28:46
[매일춘추-정성태] 빛을 나누던 밤, 트리가 있던 풍경
크리스마스 이브 밤, 숲 속을 걷던 마르틴 루터는 숲이 등불을 켜놓은 듯 환하게 빛나는 것을 보고 깨달음을 얻는다. 인간은 어둠 속의 초라한 나무와 같지만, 빛을 받을 때 주변을 밝히는 존재라는 생각이었다. 그는 이 깨우침을 전하기 위해 숲 속 전나무를 집으로 옮겨 눈 모양의 솜과 리본, 촛불로 장식했다. 이 이야기가 크리스마스 트리의 시작이라 전해진다. 어릴 적 12월이 되면, 아버지와 나는 산에 올라 적당한 크기의 소나무를 골라 베었다. 집으로 옮겨온 나무에서는 솔잎이 흩어지고 솔향이 배어 나왔다. 누나와 나는 문방구에서 산 반짝이 줄을 트리에 감고 별을 얹은 뒤, 색종이를 오려 붙인 장식물을 빨간 실로 매달았다. 에로이카 카세트 플레이어에서는 테이프가 돌아가며 박혜령의 캐럴이 흘러나왔고, 아카펠라와 영화 음악으로 이어지며 겨울 저녁 시간은 그 소리로 차분히 채워졌다. 그 시절의 크리스마스는 늘 주변 사람들과 함께했다. 배꼽 친구 야고보와 동생 요한, 옆집 큰딸 은희와 동생 숙희까지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우리는 이맘때가 되면 집 옆 성모당 앞마당에 모여 캐럴을 따라 불렀고, 서툰 손길로 전구를 달며 크리스마스 장식을 했다. 성탄절의 의미를 정확히 알지도 못했고, 축제의 유래를 따지지도 않았다. 어둠이 빨리 내려앉는 겨울 한복판, 함께 모여 노래하고 웃는 일이 그저 즐거웠다. 돌이켜보면 그 시간은 무념했다. 특별히 행복을 의식하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충만했던 시간이었다. 요즘 거리에서는 크리스마스 캐럴을 거의 들을 수 없다. 상점과 카페를 제외하면, 거리 어디에서도 캐럴은 울려 퍼지지 않는다. 한때 누구에게나 열려 있던 노래는 저작권이라는 제약 속에 갇혔고, 겨울 거리는 그만큼 조용해졌다. 크리스마스 장식은 오히려 더 화려해졌다. 하지만 집 안에 나무를 세우고 시간을 들여 장식하던 풍경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손으로 만들고 함께 준비하던 과정이 줄어들면서, 연말 거리 축제는 이제 예산과 안전 관리에 더 많은 관심을 쏟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규정이나 계획서로는 담아낼 수 없는 사람 사이의 온기 아닐까. 나는 가끔 소나무 트리를 떠올린다. 나무 한 그루를 중심으로 사람이 모이고, 서툰 노래와 조금은 느슨한 반주, 서로의 존재만으로 충분했던 시간. 어쩌면 우리가 그리워하는 것은 크리스마스 트리와 함께, 아무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충분했던 그 계절의 밀도일지 모른다. 그 나무 트리는 사라졌지만, 그때 온도와 기억은 여전히 겨울 한가운데에서 조용히 불을 밝히고 있다.
2025-12-23 11:08:54
진보 진영에서 요즘 쿠팡 탈퇴를 뜻하는 '탈팡' 인증이 인기다. 정계에선 노종면 조국 탁현민 최민희가, 연예계에선 문성근 김의성이 최근 탈팡을 인증했다. 웃기는 일이다. 사실상 쿠팡 부모 역할을 자처해 온 진보 진영이 쿠팡 죽이는 척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사실 탈팡은 굉장히 쉽다. 쿠팡이 없던 시절로 돌아가면 된다. 쿠팡이 없던 시절이란 이른바 '마트 규제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011년 12월 이전을 말한다. 이때 마트 강제 휴업과 24시간 영업 정지가 담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개정안은 민주당 소속이었던 국회 지식경제위원회(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이 제18대 국회 여러 의원의 마트 규제법을 한 데 묶은 법안이었다. 물론 민주당은 억울할 수도 있다. 당시 지경위원장이 김영환 충북지사인데 지금 그가 국민의힘 소속이어서다. 억울할 것 없다. 제18대 국회에서 발의된 마트 규제법 가운데 최초로 영업시간 제한을 담은 법안이 민주당 전신 통합민주당 소속 이시종 의원의 2008년 6월 대표발의안이었으니까. 마트 규제법 도입 직전 업계 1위였던 이마트 점포 139곳 가운데 10곳이 24시간 영업을 했다. 업계 2위였던 홈플러스는 매장 125곳 가운데 70곳이 24시간 마트였다. 규제 시행 이후 오후 12시면 마트는 문을 닫았고 주말에도 마트 문은 닫히기 시작했다. 쿠팡에겐 '로켓배송'을 도입할 적기였다. 2014년 쿠팡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로켓배송을 출시했다. 그래도 사람들은 시간을 쪼개 마트엘 갔다. 이때 쿠팡의 백기사로 등장한 게 바로 문재인 정부였다. 문 정부는 코로나19 때 오후 9시 영업 제한을 걸었고 밤 12시까지 열려있던 마트 문은 자연스레 9시에 닫혔다. 영업시간이 축소되면 사람이 더 붐빌 수밖에 없는데 그런 과학적 사고는 문 정부에겐 사치였다. 출시 이후 손실만 보던 쿠팡이 창사 이래 처음 흑자를 보게 된 건 코로나19가 끝나가던 순간이었다. 배우 조진웅 사태를 기점으로 진보 진영의 이상한 행동 앞에 '민주'를 붙이는 조롱이 주요 커뮤니티에서 유행하고 있다. 조진웅의 소년범 시절 강도 강간 이력을 보고도 진보 진영이 옹호를 이어가자 '민주 강간'이었냐는 비아냥에서 시작된 조롱이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진보 진영의 탈팡 인증은 '민주 탈팡'이라 불릴만 하다. 진짜 탈팡은 마트 규제법 폐지부터 시작해야 하니까. 김혜지 국민의힘 서울특별시의원 〈strong〉* 가스인라이팅(Gas Enlighting)은 매일신문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칼럼 공간입니다. '가스라이팅'은 1930년대 가스등을 사용하던 시절 파생된 용어입니다. 가스등을 조금씩 어둡게 해 누군가를 통제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가스인라이팅'은 그 반대로 등불을 더 밝게 비춰주자는 뜻입니다.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자주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strong〉 〈strong〉** 외부 기고문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strong〉
2025-12-23 05:12:31
[사설] 우리 영토를 北에 넘긴 합참, 군의 존재 이유를 묻는다
합동참모본부가 지난 9월 'MDL(군사분계선)을 판단할 때 우리 군 군사 지도와 유엔군사령부 참조 선(線)이 다를 경우 둘 중 남쪽에 있는 것을 기준으로 하라'고 지침을 변경한 것이 알려졌다. 그동안 우리 군은 한국군 군사 지도를 기준으로 북한군의 월선에 대응해 왔지만, 합참의 새 지침은 1953년 유엔군 기준선을 비교해 더 남쪽을 MDL 기준으로 삼으라는 뜻이다. 1953년 정전(停戰) 당시 설치했던 MDL 표시물이 상당수 유실되면서 한국과 북한, 유엔군사령부의 기준선이 남북으로 수십m가량 차이 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합참의 새 지침으로 북한이 지배하는 영토는 더 넓어지고 한국의 영토는 줄어들게 된다. 합참 측은 "남북의 우발적 충돌(衝突)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취한 조치"라면서 "MDL에 대해 남북이 이견이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북한 측에 유리한 주장을 그대로 수용해 사실상 우리 영토를 일방적으로 양보했다는 것을 고백한 셈이다. 우리 측의 우호적 조치에도 불구, 북한군의 도발(挑發)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북한군은 올해 1~9월 3차례 MDL을 침범했는데, 지침 변경 이후인 10월에 3회, 11월에는 10회나 MDL을 넘었다. 도발에 대한 북한군의 자신감만 키워준 꼴이다. 국방부는 이달 17일 MDL을 다시 확정하자는 취지의 담화문을 통해 남북 군사회담 개최를 제안(提案)했다. MDL을 북한군에 유리하도록 선제적으로 변경해 놓고, '다시 검토해 보자'면서 군사회담을 제안하는 황당한 모양새이다. 국방부와 우리 군의 좌충우돌(左衝右突)은 이재명 정부의 무조건적 대북 유화 정책의 부정적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제이비어 브런슨 한미연합사령관은 해외 매체에 출연, "우리는 미국, 중국 인민해방군, 북한 조선인민군이 서명한 (정전) 협정에 따라 이 완충지대를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정전 협정 당시 한 치의 땅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수많은 국군과 유엔군을 한 번이라도 생각했다면 섣부른 MDL 양보 발상은 결코 없었을 것이다.
2025-12-23 05:00:00
[사설] '위헌' 경고에도 내란재판부법 국회 통과 착수한 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이 '내란전담특별재판부'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上程)했다. 전담재판부를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에 각각 2개 이상 설치(設置)하고,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 판사회의가 전담재판부 구성 기준을 마련하며, 사무분담위원회가 관련 재판 사무를 분담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상정한 최종 법안은 1차안(헌법재판소장·법무장관·판사회의가 추천한 9명이 판사추천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식)과 2차안(전국법관대표회의 6명, 각급 법원 판사회의 3명으로 추천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식)에 비해 논란을 줄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특정 사건 재판을 위해 별도로 재판 구조를 설계(設計)하는 것 자체가 모든 재판 절차는 사전에 설정된 일반적·추상적 제도에 따라 운영한다는 원칙에 어긋난다. 사건을 무작위로 배당하는 것이 아니라 판사회의가 사후적으로 구성 기준을 마련해 만든 '재판부'에 맡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대법원은 형법상 내란·외환죄 등을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하기 위한 예규(例規)를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대법원안은 사건 배당을 무작위로 한다는 점, 배당받은 재판부가 해당 사건을 전담한다는 점, 재판부 구성에 특정 성향 판사들의 영향을 줄일 수 있다는 점 등에서 사법 독립을 지키고,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이 가능할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조국혁신당도 "사실상 내란전담재판부가 도입된 만큼, 국회에서 법률로 전담재판부 구성 법안을 발의할 필요성이 상당히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자신들의 내란전담재판부 법률안을 국회에 상정했다. 대법원이 만들겠다는 '전담재판부'에 문제가 있으면 조목조목 지적하고, 수정을 요구함이 마땅하다. 하지만 민주당은 그러지 않았다. 상식선에서 볼 때, 대법원 전담재판부안에 트집 거리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 놓고 민주당이 별도 재판부를 설치한다면, 그 방식이 어떻더라도 재판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의심받을 뿐이다. 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 법률안을 철회해야 한다.
2025-12-23 05:00:00
[사설] '새출발기금'에 이은 '새도약기금', 흔들리는 신용 질서
7년 이상 장기 연체(延滯) 채권 16조4천억원을 매입·정리하는 '새도약기금'이 이달 초 기초생활수급자와 중증장애인 등 취약계층 7만 명의 채권 1조1천억원을 처음 소각했다. 2022년 출범해 최근 대상을 확대한 '새출발기금'이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소상공인 구제를 위한 응급처치라면, 새도약기금은 누적된 장기 부실을 도려내 113만 명 차주(借主)에게 재기의 기회를 부여하려는 대책이다. 그러나 빚 탕감이 가져올 구조적 부작용과 신용 질서 교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감사원이 새출발기금 원금 감면자 3만2천여 명을 분석했더니, 변제 능력이 충분한 1천944명이 840억원의 빚을 부당 감면 받은 사실이 적발됐다. 월소득 8천여만원인데 채무 2억원을 감면받거나, 4억3천만원 상당의 가상자산을 갖고도 빚 1억2천만원을 탕감받았다. 자영업자 부채 구조는 경제를 위협하는 큰 부담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자영업 대출 잔액은 1천67조원에 이르며, 취약 차주 연체율은 12%를 웃돈다. 고금리와 불경기 탓에 지난해 전체 개인사업자 연체율도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대출잔액 기준 연체율은 0.98%로 전년 대비 0.33%포인트 올랐는데, 연체율과 상승 폭 모두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높다. 저신용자들이 찾는 비은행권 연체율이 급증한 탓이다. 대출액과 사업 규모, 사업주 연령이 적을수록 연체율이 올라갔다. 이들도 언젠가 새출발과 새도약에 기대야 한다는 말인데, 과연 근본 해결책인지 의문이다. 경제 주체로서 새 생명을 불어넣기 위한 채무 조정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경쟁력을 상실한 사업자가 빚 탕감에 기대어 시장을 잠식하는 '좀비 부채의 연명(延命)'은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저해하고 경제 역동성을 갉아먹는다. 신용은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가장 비싼 자본이다. 국가가 주도하는 대규모 '신용 사면(赦免)'이 일상화하면 지금껏 다져온 자기 책임의 원칙이 무너진다. 공정한 심사와 책임 있는 사후 관리가 전제돼야 '새출발'과 '새도약'을 통한 건강한 경제 생태계 회복이 가능하다.
2025-12-23 05:00:00
[관풍루] '강등' 처분 받은 정유미 검사장, "역사적으로 전례가 없는 이례적인 인사"라며 인사 처분의 효력을 멈춰달라고 촉구.
○…대통령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이 요구한 '통일교 특검'을 민주당이 전격 수용한 데 대해 "문제 될 것이 없다" "국회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 밝혀. '무슨 꿍꿍이가 있겠지'라고 의심하는 사람 많을 것. ○…전재수 민주당 의원의 책 '따뜻한 숨' 책 500권 구매를 결정하고 결재한 최종 책임자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었던 것으로 확인돼. 책 구매는 불법 정치자금 공여를 위한 위장이었다는 얘기. ○…'강등' 처분 받은 정유미 검사장, "역사적으로 전례가 없는 이례적인 인사"라며 인사 처분의 효력을 멈춰 달라고 촉구. 정확히 말하면 말 안 들으면 어떻게 된다는 것 보여주는 치졸한 보복 인사.
2025-12-23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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