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사

  • [사설] 대법관 재제청 근거는 제시 않고 욕설과 협박 늘어놓은 민주당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구에 조희대 대법원장이 22일 "구체적 사유와 헌법적 근거를 제시해 달라"며 거부하자 청와대는 "국민이 다 아는 반려(返戾) 사유를 유독 대법원장만 '공문에 그 내용이 없으니 모르겠다'고 하는 의도를 가늠하기 어렵다"고 했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법 쿠데타"라며 "탄핵"을 촉구했고, 김기표 의원은 "요설(妖說)", 김민석 대표는 "반헌법적, 내란적 사고"라며 "바보인가, 난독증인가"라고 퍼부었다. 재제청 근거를 제시하지는 못하고, 온갖 자극적이고 험악한 수사(修辭)를 동원해 정치 공세를 펼친 것이다. 오죽하면 조희대 대법원장이 23일 재차 '명확한 재제청 요청 사유를 제시하라'고 했을까. 법원조직법 제41조 2는 대법관 후보 추천에 관한 절차를 이렇게 규정한다.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할 때마다 추천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제2항) 추천위원회는 제청할 대법관 1명마다 3배수 이상 후보자를 추천해야 한다.(제6항) 추천위원회가 후보자를 추천하면 해당 추천위원회는 해산된 것으로 본다.(제8항) 청와대 요구대로 대법원장이 기존 추천위가 추천한 후보군(群)에서 다른 한 명을 골라 '재제청'한다면 법원조직법 위반이다. 대법원장 징계 사유감인 것이다. 법이 분명하게 규정하고 있음에도 청와대와 민주당이 새 추천위를 구성하지 말고, 기존 후보 중 1명을 재제청하라고 억지를 부리는 이유는 분명하다. "청와대가 원하는 후보를 제청하라"는 것이다. 대법원장이 추천한 후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대통령이 교체 요구(要求)를 반복할 경우 사법부 독립과 국회 동의권은 무의미해진다. 삼권분립이 무너지는 것이다. 이런 것이 바로 '반헌법적·내란적 사고'라고 본다. 다수 국민들은 작금(昨今)의 대법관 재제청 요구를 대통령 재판 지우기 일환(一環)으로 본다. 이럴수록 이재명 정권에 대한 국민 불신과 분노만 커질 뿐이다. 대통령 개인의 사법 리스크를 지우기 위해 사법체계를 허문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2026-09-24 05:00:00

  • [사설] 경제지표만 풍성, 추석 경기 더 팍팍하다

    경제지표만 보면 어느 때보다 풍성해야 할 추석 명절이다.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보다 3.7% 성장했고,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3%로 높였다. 수출과 기업 실적도 호조(好調)다. 23일 발표된 9월 소비자심리지수도 106.6으로 반등했다. 그런데 같은 조사에서 살림살이를 평가하는 '현재생활형편' 지수는 92에 그쳤다. 경기는 좋아진다는데 체감 생활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통계는 풍성하지만 추석 민심에는 걱정과 한숨이 가시지 않는다. 장바구니부터 무겁다. 8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1%, 생활물가는 3.2% 올랐다. 정부가 성수품(盛需品) 공급을 늘리고 할인 지원에 나섰지만 체감 물가를 낮추기에는 역부족이다. 2분기 말 가계신용은 2천19조8천억원으로 석 달 새 25조9천억원 늘었다. 7월 은행의 신규 가계대출 평균금리는 연 4.64%, 신용대출은 5.97%까지 치솟았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0%로 올린 뒤 가계의 금리 상승 전망도 크게 높아졌다. 9월 금리수준전망지수는 128로 3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대출금을 갚고 장바구니 물가까지 감당한 뒤 남는 돈으로 소비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2분기 가구 실질소득은 1.5% 증가했지만 실질소비지출은 0.4% 증가에 그쳤다. 높은 물가와 대출이자가 소득을 잠식(蠶食)하고, 금리와 경기 불확실성이 저축을 강요하고 있다. 명절마다 성수품을 풀고 할인쿠폰과 정책금융을 늘리는 것으로 되풀이되는 민생 불안을 끊을 수 없다. 정부가 제출한 내년 예산은 820조9천억원으로 올해보다 12.8% 늘었다. 국회는 추석 뒤 예산심사에서 경기부양 명목의 일회성 현금 지원과 선심성 사업부터 걸러내야 한다. 한국은행은 물가 잡겠다며 금리를 올리는데 정치권이 소비를 자극하겠다며 재정을 무차별적으로 풀면 한쪽은 브레이크를 밟고 다른 쪽은 가속 페달을 밟는 꼴이다. 추석 민심이 뼈아픈 까닭은 경제가 좋아졌다는데 살림살이는 더 팍팍해져서다. 다음 명절에도 수치만 풍성해서는 안 된다.

    2026-09-24 05:00:00

  • [사설] 李 정부의 황당무계한 국방·안보 정책, 국민은 불안하다

    육군 1군단 25사단 직할 수색대대 대대장의 발목이 절단되고 2명의 장병이 심각한 부상을 당한 지난 21일 폭발 사고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온 북한군의 지뢰 매설(埋設) 의심 지대 확인을 위한 수색로를 만들다 발생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우리 군과 이재명 정부의 대북 굴종(屈從)적 태도에 대한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사건 직후 군(軍)은 "미상의 폭발" "폭발 장소는 북한이 지뢰를 매설했다는 곳과는 거리가 떨어져 있다"는 식으로 발표, 북한을 오히려 두둔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 폭발 사고는 북한군 지뢰 매설 의심 지역에서 불과 10~30m 거리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미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은 지난 10일 "북한군 조성 의심 지뢰지대 등 6곳이 MDL을 10~15m 넘어섰다"고 했고, 나흘 뒤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이 문제가 다시 제기됐으나 "보안상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었다. 국방부와 군의 안이하고 무책임(無責任)한 대북 유화적 접근 및 대처가 이번 참사를 불러왔다는 합리적 추정이 가능하다. 그런데도 이재명 대통령은 21일 출국하면서 X(옛 트위터)에 "지뢰 폭발로 우리 장병 세 명이 부상을 입었다는 소식을 접했다"면서 형식적 쾌유를 기원한 것이 전부였다. 철저한 진상 규명과 도발에 대한 강력한 응징(膺懲) 언급은 전혀 없었다. '남의 나라 일 보듯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반면 북한은 도발을 멈추지 않았다. 22일 북한 전투기가 2022년 이후 처음 전술조치선을 넘어 남하했고, 조선중앙통신은 극초음속 추정 신형 미사일 발사 사실을 선전했다. 이런데도 이 대통령은 UN 연설 등에서 "대북 제재, 실효성 없다"면서 북핵 개발을 중단하면 제재를 풀자고 했다.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이 되고 한국은 핵 공격 위협 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의미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자주국방(自主國防)을 내세우던 이재명 정부의 황당한 국방·안보 정책의 실체를 보며 국민들은 불안을 넘어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2026-09-24 05:00:00

  • [관풍루] 김민석 민주당 대표,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청 거절을 '희대의 내란'으로 규정

    ○…배현진 의원, 이 대통령 한남동 관저 1년 수도요금 및 사용량이 개 수영장·용왕굿 의혹 제기된 윤 전 대통령 첫 1년보다 오히려 20% 안팎 더 많다는 자료 공개하며 설명 요구. 어쩌다 관저 물 사용까지 대통령 평가 잣대가 됐누. ○…김민석 민주당 대표,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청 거절을 '희대의 내란'으로 규정. 대통령의 뜻을 따르지 않으면 내란이라는 '희대의 정의', '희대의 내란 조희대 물러나라' 현수막 걸겠군.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개회식 혹평에 이어 애국가 아닌 북한 국가 연주, 중화민국 오인 소개, 선수단 버스 노쇼·배차 오류 등 각종 운영 미숙과 황당한 실수 연발. 우리가 알던 그 일본 맞나요?

    2026-09-24 05:00:00

  • [날씨] 9월 24일(목)

    [날씨] 9월 24일(목) "오후부터 구름 많음"

    2026-09-23 18:46:44

  • [기고-김영진]  특수교사의 수고를 돌아보며

    [기고-김영진] 특수교사의 수고를 돌아보며

    우리나라 특수교육은 지난 수십 년간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특수교육 대상 학생은 꾸준히 늘었고, 장애 학생이 일반 학급에서 또래와 함께 배우는 통합교육도 확대됐다. 교육권 보장과 사회통합이라는 측면에서 분명 의미 있는 진전이다. 그러나 양적 확대가 곧 질적 성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제는 특수교육의 질과 학생의 실제 삶을 들여다봐야 할 때다. 특수교사의 하루는 수업으로 끝나지 않는다. 개별화 교육 계획 수립과 교과교육은 물론 생활지도, 행동 중재, 식사와 이동 지원, 학부모 상담, 진로·직업교육, 과중한 행정 업무까지 담당한다. 어떤 학생에게는 옷 입기와 화장실 사용, 대중교통 이용과 또래와의 의사소통을 익히는 것 자체가 중요한 교육이다. 결국 특수교육의 목표는 지식을 전달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학생이 지역사회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 적응 능력과 자립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 있다. 하지만 학생들의 교육적 요구는 갈수록 다양해지는 반면 특수교사와 특수교육 지원 인력, 치료·상담·행동 중재 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 장거리 통학, 부족한 교육 공간과 지원 체계도 현장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대구 지역 특수학교 선생님들이 겪는 어려움도 이와 다르지 않다. 편도 1시간 이상 통학 버스에 몸을 실어야 하는 학생이 다수 존재하며, 입학 유예 학생 비율 역시 타 시도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역 내 활용도가 낮아진 폐교 등을 활용해 생활권 단위의 소규모 단설 특수학교를 설립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통합교육도 단순히 같은 교실에 배치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일반교사와 특수교사가 함께 수업을 설계·운영하는 협력 교수제를 확대하고, 상담·치료·행동 중재 전문가가 학교 현장에 적시에 개입할 수 있는 지원망을 구축해야 한다. 또 특수교육 현장에서 학생의 돌발 행동을 교육적으로 중재하는 교사가 민원이나 법적 분쟁을 홀로 감당하지 않도록 명확한 행동 중재 기준과 실질적인 법적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생활 밀착형 지원도 촘촘해져야 한다. 돌발 행동 가능성이 높은 통학 차량에는 최소 2인 이상의 보조 인력을 의무 배치하고, 학생 급식 및 이동 지원 강화를 위해 유급 자원봉사자나 초단기 근로자를 적극 확충해야 한다. 아울러 통학과 외부 활동 중 발생하는 사고에 대비해 특수교육의 특성을 반영한 학교안전공제 보상 기준 강화도 뒤따라야 한다. 특수교육을 학교만의 책임으로 남겨두어서도 안 된다. 의료·재활·심리·복지·돌봄 서비스가 학교와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교육청과 지자체, 보건·복지기관이 함께하는 지역 기반 통합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교육의 품격은 가장 도움이 필요한 학생을 대하는 방식에서 드러난다. 특수교육은 특정 학생을 위한 복지정책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다양성과 공존을 바라보는 수준을 보여주는 척도다. 수없이 반복되는 생활 훈련을 함께하며, 교과를 넘어 삶을 가르치고, 아이의 한 걸음 한 걸음의 성장을 돕기 위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마음을 다하는 특수교사들의 모습을 보며 그들의 수고로움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이제는 특수교육의 어려움을 교사 개인의 부담으로 남겨 두어서는 안 된다. 특수교사의 노력이 교육적 성과로 이어지도록 국가와 교육청이 책임 있게 뒷받침해야 한다. 오늘도 아이들의 교육과 자립을 위해 묵묵히 애쓰는 모든 특수학교 선생님께 깊은 존경과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2026-09-23 16:33:40

  • [여행이 들려주는 마케팅 이야기-하태길] 세체다(Seceda)와 알페 디 시우시(Alpe di Siusi) 트레킹

    [여행이 들려주는 마케팅 이야기-하태길] 세체다(Seceda)와 알페 디 시우시(Alpe di Siusi) 트레킹

    산이 이렇게 날카로울 수 있을까. 오르티세이(Ortisei)에서 케이블카에 올랐다. 푸르네스(Furnes)에서 한 번 갈아타고 다시 올라 세체다(Seceda)에 내리는 순간,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 푸른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 있는 거대한 암봉(巖峰)들. 마치 누군가 압도적인 규모의 바위산을 잘라 세워놓은 듯, 톱날처럼 날카로운 봉우리들이 한 치의 틈도 없이 줄지어 서 있었다. 실제 산이라기보다 공들여 바위를 깎아놓은 조각작품 같았다. 왼쪽 오르막길을 따라 조금 걷자 해발 2,519m 능선 위에 세워진 십자가가 나타났다. 돌로미티(Dolomiti)의 산정에서 만나는 십자가는 이제 낯설지 않은데도 또 한 번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십자가 앞에 서자 비로소 세체다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푸에즈 -오들러(Puez-Odle) 산군을 비롯해 사스롱고(Sassolungo), 셀라(Sella) 산군이 360도 파노라마를 만들었다. 그중 고딕 성당의 첨탑처럼 뾰족한 오들러 산군이 세체다를 상징하는 풍경이다. 약 2억 년 전, 이곳은 바다였다. 바닷속에서 쌓인 지층과 산호초가 지각의 융기와 오랜 침식을 거치면서 오늘날의 세체다 모습이 되었다. 한때 바다였던 곳에 지금은 구름보다 높은 바위가 서 있는 것이다. 북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발끝 하나 잘못 디디는 순간 아찔할 것 같은 절벽이 이어졌다. 그런데 고개를 돌려 남쪽을 바라보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날카로운 암벽 아래로 초록빛 여름이 초원이라는 이름으로 생동감을 나눠주고 있었다. 거칠고 날카로운 암벽과 부드럽고 평온한 초원.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풍경이 나의 오른쪽 눈과 왼쪽 눈을 동시에 즐겁게 하면서 세체다의 첫인상을 만들어냈다. 초원을 따라 천천히 하산 트레킹을 시작했다. '리푸지오 피렌체(Rifugio Firenze)'라고 적힌 팻말을 따라 지그재그로 이어진 길을 걸었다. 한참을 내려 오들러 산군으로 향하는 갈림길 앞에서 발걸음이 멈췄다. 5유로의 통행료를 받는 안내 요원이 길을 막고 있었다. 조금 더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는 길에 가격표를 붙여놓은 셈이었다. 잠시 망설였다. 눈앞에 펼쳐질 풍경을 돈으로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 썩 개운하지 않았다. 결국 아무 대가 없이 걸을 수 있는 오른쪽 길을 선택했다. 아쉬움은 남았지만 바람을 맞으며 걷다 보니 마음이 조금씩 가벼워졌다.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 나는 풍경에 붙은 또 다른 가격표를 만났다. 돌로미티 수퍼썸머패스(Super Summer Pass)를 이용하려고 했지만 2026년부터 세체다는 패스에서 제외됐다는 것이다. 결국 별도의 케이블카 티켓을 구입해야 했다. 한때 산악인과 트레커들에게 더 익숙했던 세체다에 2023년 9월 뜻밖의 손님이 찾아왔다. 애플(Apple)이었다. 애플은 신형 아이폰의 카메라 성능을 보여주며 돌로미티의 세체다 풍경을 화면에 띄웠다. 누군가에게는 한 장의 아름다운 사진이었지만, 세체다에게는 세계인의 시선을 끌어당기는 거대한 광고판이었을지도 모른다. 이후 SNS에 세체다 사진이 넘쳐났고 어느새 세계적인 셀피(Selfie) 명소가 되어 있었다. 2024년 여름에는 하루 약 4,000명이 몰렸다는 현지 보도까지 있었다. 아름다움이 유명세를 얻은 뒤 세체다는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이라는 새로운 고민까지 떠안게 되었다. 수퍼썸머패스에서 제외된 것은 관광객 과밀의 한계를 넘어 더 많은 관광객보다는 세체다만의 가치를 찾는 여행자들을 선택하겠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나는 세체다가 건네는 또 다른 풍경에 마음을 맡긴 채 걸음을 이어갔다.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풍경을 바라보기를 여러 번. 거대한 암봉이 어느새 멀어지고 있었는데 산 정상에서 마주했던 세체다의 날카로움은 맑은 하늘 속 뭉게구름이 쓰다듬어 주었는지 상당히 부드러워졌다. 누군가 커다란 붓을 들고 파란 하늘 위에 구름을 그려준 것일까? 라는 착각에 빠질 만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풍경을 보느라 하산하는 걸음이 느려졌다. 내가 움직이고 있는 것인지, 풍경이 움직이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트레킹 길에는 생각보다 돌이 많았다. 특히 내리막길에서는 무릎에 조금씩 부담이 느껴졌다. 마음은 자꾸 앞서가고 싶었지만 서두르지 않고 한 걸음씩 내디뎠다. 그러다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여전히 세체다가 보였다. 걷다가 뒤돌아보고, 또 걷다가 멈춰 서서 바라보았다. 그렇게 세체다는 내 시야에서 서서히 사라져갔다. 피렌체 산장이 가까워지자 거대한 암봉은 모습을 감추었다. 그런데 피렌체 산장에 도착하면서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높은 암벽에 둘러싸인 산장은 멋진 풍경 속에 고즈넉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콜라이저(Col Raiser)로 내려가야 했다. 케이블카 표식은 있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케이블카 승강장이 보이지 않았다. '혹시 길을 잘못 든 건 아닐까?' 내려오던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갔어야 했나? 멋진 풍경에 정신을 빼앗겨 길을 잃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당황하기 시작했다. 산장 레스토랑에서 쉬고 있던 트레커에게 다급하게 물었다. "케이블카 타는 곳이 어디예요?"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지하로 내려가면 된다고 알려주었다. 아, 지하라고? 그제야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피렌체 산장은 원래 잠시 쉬어 가야 할 곳이었지만, 내 기억 속에서는 온통 '혼동의 도가니'로 남아있다. 제대로 쉬어 보지도 못하고 케이블카를 타고 부랴부랴 콜라이저로 내려갔다. 콜라이저에서 352번 버스를 타고 오르티세이(Ortisei)로 돌아왔다. 산 위에서 몇 시간 동안 걸었던 길을 버스 안에서 다시 바라보고 싶었지만 버스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창밖의 풍경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이미 그 길은 내 기억 속에 남아 있었으니까. 오르티세이로 돌아와 점심을 먹으며 묵직해진 다리를 풀었다. 발가르데나(Val Gardena)의 목각 전통을 잇는 목조 조각부터 물 주전자를 든 청동상, 하늘을 향해 솟은 장미 한송이 조각까지. 오랜 전통과 현대 미술이 꽃과 색색의 건물에 어우러진 오르티세이는 동화책처럼 작고 다정한 마을이었다. 마을을 잇는 세틸 보행자 다리(Ponte Pedonale Setil)를 건너 알페 디 시우시(Alpe di Siusi)로 향하는 곤돌라에 올랐다. 곤돌라에 함께 올라탄 낯선 청년과 이야기를 나눴다. 폴란드에서 일하고 있는데 잠시 휴가를 내어 이곳까지 왔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출신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말끝이 흐려졌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떤 말로 안타까운 마음을 전해야 할지 몰랐다. 전쟁이라는 단어를 꺼내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다. 그는 담담한 얼굴로 폴란드에서 일하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많다는 말을 이어갔다. 나는 그저 그의 이야기를 조용히 들어주었다. 곤돌라가 높이 오르자 끝이 보이지 않는 초록의 물결에 우리 모두 동시에 탄성을 터뜨렸다. 그 초록의 풍경은 무거웠던 대화를 잠시 멈추게 하고 굳어 있던 공기를 풀어주었다. 우리는 창밖을 내려다보며 같은 풍경을 바라보고, 약속이나 한 듯 만국 공통의 감탄사를 연발했다. 해발 약 2,000m에 이런 광활한 목초지가 펼쳐져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멀리서 바라보니 초원 사이로 그냥 들어가 걷고 싶을 정도로 평화롭고 이국적인 풍경이었다. 알페 디 시우시는 유럽에서 가장 큰 고산 목초지 가운데 하나다. 약 800종에 이르는 꽃과 양치식물이 자라고 있어 특히 여름이면 초원 전체가 거대한 정원처럼 변한다고 한다. 멀리서부터 어서 오라고 계속 손짓했다. 세체다에서는 자꾸만 고개를 들어 산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알페 디 시우시에 들어서자 시선은 자연스럽게 발밑으로 향했다. 작은 꽃과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 한가롭게 풀을 뜯는 소, 초원의 고요를 깨워주는 워낭소리. 군데군데 자리한 작은 초원의 집들은 마치 누군가 풍경 속에 살짝 올려놓은 그림 같았다. 처음에는 끝없이 평평해 보였다. '여기라면 아무 생각 없이 걸어도 좋겠다.'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초원 안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 보니 알페 디 시우시도 역시 돌로미티였다. 평평해 보이던 초원에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지고 있었다. 작은 언덕을 하나 넘으면 또 다른 언덕이 나타났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자꾸 웃음이 났다. 폭신한 초록 융단을 밟으며 천천히 걷다 보니 발끝에 닿는 풀잎의 감촉마저 기분 좋았다. 때로는 어린아이처럼 풀쩍 뛰어보기도 했다. 손을 뻗으면 파란 하늘에 두둥실 떠 있는 조각구름 하나쯤은 금세 잡힐 것만 같았다. 이곳에서는 트레킹에 온전히 몰두하기보다 발걸음을 느슨하게 풀어놓았다. 마음에 드는 풍경을 만나면 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바라보았고, 초원에 앉아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걷는 시간보다 머무는 시간이 더 많았을지도 모른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과 멀리 이어지는 산, 한가롭게 풀을 뜯는 가축들. 그 풍경 속에서 나는 자연을 정복하려는 트레커가 아니라, 자연과 어울려 한바탕 놀고 있는 아이가 되어 있었다. 어쩌면 이것이 요즘 말하는 '경험이 곧 콘텐츠가 되는 여행'일 것이다. 누가 만들어준 광고를 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걷고, 느끼고, 찍은 순간이 다시 누군가의 여행 욕구를 자극한다. 알페 디 시우시에서는 여행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연스럽게 미디어가 된다. 하루 동안 두 개의 돌로미티를 만났다. 하나는 날카로운 암봉을 올려다보게 했고, 다른 하나는 발밑의 작은 꽃을 바라보게 했다. 세체다가 찍고 싶은 풍경이라면 알페 디 시우시는 마음껏 머물고 싶은 자유를 가져다 준 풍경이었다. 두 풍경을 떠올리며 최근 네팔을 휩쓴 홍수의 참혹한 장면이 문득 겹쳐 졌다. 한쪽에서는 사람들이 아름다운 산을 보기 위해 몰려들고 다른 한쪽에서는 기후변화로 변해가는 산이 사람들에게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내가 찾아간 그 아름다운 풍경이 오래도록 그 자리에 남아있기를 바란다. 하태길 영남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경영학 박사)

    2026-09-23 15:42:03

  • [새론새평-곽수종] 인공지능 시대, 불확실한 AI 미래에서의 전략과 권력

    [새론새평-곽수종] 인공지능 시대, 불확실한 AI 미래에서의 전략과 권력

    2016년 국제수학올림피아드(International Mathematical Olympiad)에서 준우승과 이듬해 동메달을 수상했던 영국 출신 27세의 청년이 앤트로픽에 사직서를 던졌다. 10년 안에 AI(인공지능)가 인류를 파멸시킬 가능성을 경고하면서다. 이 젊은 청년은 앤트로픽(Anthropic)을 제발로 걸어 나왔다. 오랜 번민이 있었던 듯하다. 퇴사를 발표할 때가 되었을 때 콕슨(Jacob Coxon)은 친구 네이선 칼빈(Nathan Calvin)에게 도움을 청했다고 한다. 자신의 판단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고 한다. 모두가 AI에 대한 이론을 가지고 있다. 어떤 이들은 기술이 초지능(superintelligence), 즉 이전의 그 어떤 기술도 넘어서는 시대적 변화를 가져올 강력한 AI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믿는다. 다른 이들은 AI가 생산성과 과학적 발견을 촉진하겠지만, 더 불균형하고 잠재적으로 덜 드라마틱한 경로를 따를 것이라고 한다. 앤트로픽 CEO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는 콕슨과 의견이 다른 부분보다 동의하는 부분이 더 많다고 말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Jensen Huang)은 콕슨의 용기를 높이 평가했지만 미래에 대한 그의 주장에 의문을 표하고 지구 종말에 대한 예측을 무책임하다고 했다. 심지어 토크쇼 중간에 이미 짠 시나리오처럼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서부영화 'The Good, The Bad, The Ugly(좋은 놈, 나쁜 놈, 추한 놈)'가 생각난다. 사람들은 기술적 돌파구가 얼마나 쉽게 복제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린다. 어떤 이들은 경쟁자들이 빠르게 뒤따를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추격이 더 느리고 비용이 많이 들게 되어 선점자에게 지속적인 이점을 줄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중국(China)이 프런티어 분야에서 미국을 꺾기로 결심했다고 확신한다. 적어도 미국이 온갖 고생을 해서 만들어 내면 단지 최고의 기술만 복사하거나 따라하면 그만이라고도 한다. 반면, 다른 이들은 중국이 기존 기술의 배포에 집중하면서 미국의 첨단 혁신이 나타나면 이를 추출하고 재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 나름 각자 확신에 찬 모든 정책적 주장은 이러한 이야기들 중 어느 것이 사실인지에 대한 숨겨진 가정에 기초하고 있다. 프런티어 혁신을 우선시하는 이들은 돌파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복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가정하는 반면, 미국 시스템을 해외로 퍼뜨리는 데 집중하는 이들은 종종 그 반대를 가정한다. 만약 그러한 가정들이 틀렸다면, 그 위에 세워진 전략들은 자원을 낭비하고 미국이 갖고 있는 선점자의 지위를 잃게 만들 수 있다. 단 하나의 이야기에 모든 것을 거는 것은 매혹적이지만 위험할 수 있다. 불확실성 시대에서 선택을 내릴 수 있는 방법, 즉 여러 가능한 미래 전반에 걸쳐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고 AI 시대의 형태가 드러남에 따라 적응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AI의 미래가 궁극적으로 어떻게 펼쳐지든, 우리의 전략은 성공에 대한 명확한 정의에서 시작해야 한다. 국가 안보, 광범위하면서도 지속적인 번영, 그리고 국내와 동맹국 사이의 정의로운 가치를 강화하기 위해 AI를 사용해야 한다. 공공의 이익과 일치할 때, AI는 삶을 개선하기 위한 과학적, 기술적 진보를 이끌 수 있고, 공중보건, 개발, 기후 변화와 같은 글로벌 과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AI가 만들어내는 매우 실제적인 위험들을 책임감 있게 관리하면서 이 모든 것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어떻게 그곳에 도달하느냐에 있다. AI 시대의 지정학은 단순하지 않다. 하지만 훈련된 사고방식이 없다면 전략은 숨겨진 가정과 의제들의 무게에 눌려 무너질 것이다. 가능한 세계들과 그것들이 요구하는 선택들을 매핑(mapping)함으로써 이 프레임워크는 안개를 헤치고 나갈 방법을 제공한다. 정책 입안자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명확하다. AI를 단 하나의 이야기가 아니라 변화하는 지형으로 다루어야 한다. 만약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법을 갖는다면, 우리는 어떤 AI 시대가 나타나든 이를 정의하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다른 이들이 우리를 대신해 그렇게 할 것이다.

    2026-09-23 14:56:12

  •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63>이육사, 아름다운 이름이야말로 무궁한 수명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63>이육사, 아름다운 이름이야말로 무궁한 수명

    '육사 이선생상'으로 표제를 쓰고 '산정(山丁) 등하(鐙下) 모병기(摹幷記)'라고 한 서세옥의 스케치풍 이육사(1904~1944) 초상화다. 사진을 보고 그려 '베낄 모(摹)'라고 했다. 흑백의 사진만으로도, '이육사'라는 이름만으로도 마음의 온도가 높아지지만, 단 한 붓도 허투루하지 않는 청량하고 적확한 수묵 초상화도 각별하다. 서세옥의 타고난 재(才)와 닦아서 얻어진 능(能)이 조화로운 솜씨이다. 나이 차가 불과 25년인 두 분은 청년기를 대구에서 보냈다. 서세옥은 대구의 한학자 집안에서 태어나 해방 후 서울로 진학해 동양화를 전공했다. 이육사는 안동시 도산면에서 태어나 1920년 17세 때 가족이 모두 대구로 이사 왔다. 당시 대구의 거장 석재(石齋) 서병오에게 6형제가 모두 서화를 배웠다. 그중 셋째 두인(斗人) 이원일(1906~1955)은 1922년 서병오가 창립한 교남시서화연구회에서 서화가로 활동한다. 육사도 서예를 잘 했고 묵란에 솜씨가 있었다. 이육사가 걸었던 대구의 길들을 다니며 자란 서세옥이라 육사의 찬란한 생애에 더욱 감정이 이입됐을 것 같다. '이육사'는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파사건(1927년)으로 1년 7개월간 수감됐을 때 대구형무소 수인번호 '264'에서 나왔다. 본명은 이원록(李源祿)이고, 이활(李活)이라는 필명도 사용했다. 대구이육사(大邱二六四), 이육사(二六四), 육사(六四), 육사(戮史), 육사(肉瀉), 육사(陸史)로 자신을 나타냈다. '죽일 육(戮)'의 육사는 치욕의 시대를 항일투쟁으로 일관한 그가 끝내는 중국 북경의 일본제국 총영사관 감옥에서 순국한 불굴의 이름이다. '고기 육(肉)', '쏟을 사(瀉)'의 육사는 살점이 뜯겨 나가는 혹독한 고문에도 의지를 꺾지 않았던 강인한 이름이다. '뭍, 육지, 언덕 육(陸)'의 육사(陸史)는 39년 짧은 생애 동안 17번이나 체포, 투옥됐던 불꽃같은 삶 속에서도 시인이기를 멈추지 않았던 역사에 우뚝한 이름이다. 아름다운 이름이야말로 불멸의 무궁한 수명이다. 명시무궁수(名是無窮壽)! 시인 이육사는 아름다운 서정과 강인한 의지가 담긴 시로 암울한 현실 속의 우리 민족에게 희망을 전해줬다. 〈strong〉지금 눈 내리고 /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strong〉 〈strong〉다시 천고의 뒤에 /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strong〉 대구의 미술사연구자

    2026-09-23 09:18:55

  • [사설] 대북제재 해제로 북한 핵 고도화 막을 수 있다는 건 환상

    미국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대북제재와 북한의 추가 핵·미사일 개발(핵무기 및 대륙간탄도미사일 기술 개발) 중단을 맞바꾸는 방안(方案)을 제시했다. 남북관계 개선을 추진하려는 이 대통령의 고뇌(苦惱)는 이해한다. 하지만 그런 방안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중단과 한반도 핵전쟁 위기 감소로 이어질지는 매우 의문이다. 북한은 1956년 소련과 원자력 협정을 시작으로 영변 연구단지를 조성하며 핵개발에 나섰다. 1985년 소련과 경수로 지원 협상 과정에서 NPT(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하며 핵개발을 중단하는 듯했으나 비밀리에 개발을 이어갔고, 1993년 IAEA 사찰 요구에 반발해 NPT 탈퇴를 선언했다(1차 북핵위기). 이후 핵 동결(凍結) 조건으로 경수로 및 중유를 제공하는 북미간 제네바 합의를 체결했으나 2002년 농축우라늄 개발 의혹으로 파기되었고(2차 북핵위기), 2005년 핵보유를 공식 선언했다. 북한은 9·19 공동성명, 냉각탑 폭파,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등 평화쇼를 연출하면서도 핵실험과 고도화(高度化)를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2017년 ICBM 발사 후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현재도 핵무기 운용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과거 김대중 정부는 햇볕정책을 바탕으로 대화와 경제 협력을 통해 북한의 개방과 비핵화를 이끌어내고자 했다. 그러나 이는 북한에 핵개발 시간을 벌어주는 결과를 초래했다. 한국과 미국의 선의(善意)와 합리적 판단에 근거한 포용 정책이 북한의 핵 무장을 억제하지 못한다는 것은 이미 증명됐다. 양보와 평화정책이 오히려 한반도 안보 지형을 악화시켰다고 본다. 자금조달을 차단하는 대북제제는 북한의 핵무기 고도화에 부담을 주는 효과가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리 없으니, 고도화라도 막자며 대북제재를 풀고 대화를 재개하자는 것은 오히려 북한 핵무기 고도화에 날개를 달아줄 위험이 크다. 북한 핵 위협 차단은 대화 구걸이 아니라 굳건한 한미동맹과 전술핵 도입·자체 핵무장 등 강력한 억지력(抑止力)에서 출발해야 한다.

    2026-09-23 05:00:00

  • [사설] 대법원장의 재제청 거부, '대결'이 아니라 '헌법 수호'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22일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구에 대해 "재제청 요청을 정당화할 구체적인 헌법적 근거와 사유를 찾을 수 없다"며 공식 거부 입장을 밝혔다. 이에 청와대는 즉각 깊은 유감을 표하며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노태악 전 대법관이 퇴임한 지 6개월이 지났고, 대법관 1인당 연간 3천500~4천600건의 사건을 처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백이 길어지면 국민의 신속한 재판받을 권리 침해가 이어진다는 지적을 앞세웠다. 그런데 이는 '지연(遲延)의 폐해'에 대한 설명일 뿐 대법원장의 거부가 위헌이라는 근거는 아니다. 본질을 흐려선 안 된다. 실제로 청와대는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대통령의 임명권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으로 헌법에 위배되는 인식"이라며 "제청하면 대통령이 그대로 임명해야 한다는 것은 대통령의 임명권을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이는 대법원장이 밝힌 거부의 근거와는 다른 얘기다. 대법원은 재제청을 요청하는 구체적인 사유와 그 헌법적 근거가 문서에 적혀 있지 않고 이를 정당화할 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 했을 뿐이다. 대법원이 문제 삼은 것은 제청권과 임명권의 우열(優劣)이 아니라 대통령이 제청을 반려·재제청 요구할 때에도 헌법이 요구하는 절차와 사유 명시라는 최소한의 형식을 갖췄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장의 거부는 '대통령과 각을 세우겠다'는 정치적 선택이 아니라 헌법기관으로서 법과 원칙에 근거해 법질서를 지키겠다는 당연한 대응이다. 다른 사람도 아닌 사법부 수장이 법적 근거가 결여된 요구를 수용한다면 헌법 정신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 된다.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은 정파적 이해관계나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흔들려서는 안 되는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堡壘)다. 대통령의 인사권이 중요하듯 대법원장의 독립된 제청권도 헌법에 보장된 권한이다. 근거 없는 재제청 요구에 대한 대법원장의 거부를 두고 본질을 호도하면서 마치 대법관 공백 장기화가 대법원 때문인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청와대가 취할 태도가 아니다.

    2026-09-23 05:00:00

  • [사설] 대미투자 2천억달러, 첫 사업부터 기준 흐려선 안돼

    정부가 2천억달러 규모 대미 전략투자의 첫 사업으로 미국 텍사스주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한다. 총사업비는 223억달러 규모다. 1.4GW 규모 가스터빈 발전소를 짓고 수요와 경제성을 확인한 뒤에 4.9GW 복합화력 설비를 증설한다. 지난해 한미 관세협상에서 약속한 대미 투자가 실제 사업 단계에 들어서는 만큼 명확한 투자 원칙을 세우는 첫 시험대다. 정부가 내세운 기준은 '상업적 합리성'이다. 엔시날 사업은 20년간 432억9천만~454억300만달러 수입을 거둬 원리금(元利金)을 충분히 회수할 수 있다고 정부는 자신한다. 그러나 발전소 전체 매출인지, 비용·세금·금융비용을 제외한 현금흐름인지, 한국의 몫이 얼마인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특히 수익성의 핵심 전제인 장기 전력구매계약(PPA)이 미확보 상태다. 정부는 2027년 체결이 목표라지만 장기간 구매할 기업은 확정되지 않았고 미국 정부로부터 계약 체결 확약(確約)도 받지 못했다. 정부 보고서도 '데이터센터 입주 기업 미확보'와 '외부 전력 수요처 부재'를 위험 요인으로 적시했다. 누가 얼마에 사줄지도 모르는데 정부는 20년 예상 수입을 제시한 셈이다. 더구나 비공개 국회 보고 뒤 한국이 건설자금을 전액 부담하면서도 미국 측이 초기 50%, 장기적으로 90% 지분을 요구했다는 전언까지 나와 투자구조의 공정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정부는 대형 원전 8기 건설과 알래스카 LNG 개발도 검토하고 있다. 원전의 경우 당초 20% 안팎이던 웨스팅하우스 지분 확보 목표가 5~10% 수준으로 낮아졌고, 원전 8기 중 2기에 한국형 APR1400을 적용하는 방안도 미합의다. 알래스카 LNG는 막대한 초기 투자비와 불확실한 수익성 때문에 정부 스스로 '하이리스크 사업'으로 평가해왔다. 곳곳에 지뢰밭마냥 위험 요소가 깔려있는데, 두루뭉술하게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장관의 말로 투자 리스크를 상쇄(相殺)할 수는 없다. 첫 단추를 잘못 꿰면 이후 원전과 LNG를 비롯한 대규모 투자도 마냥 끌려다니게 된다.

    2026-09-23 05:00:00

  • [관풍루] 비무장지대(DMZ) 수색 작전 중 지뢰 추정 폭발 사고로 국군 간부 3명 부상, 합참은 폭발 원인 조사 중

    ○…김승원 의원의 법무장관 후보직 낙마로 '부실 검증' 책임론에 몰린 더불어민주당, "당은 탄원서 몰랐다"고 발뺌. "보면 볼수록 잘된 인사"라던 김민석 대표는 침묵 일관하며 '민생' 드라이브, 국민을 바보로 아나. ○…비무장지대(DMZ) 수색 작전 중 지뢰 추정 폭발 사고로 국군 간부 3명 부상, 합참은 폭발 원인 조사 중. 북한 지뢰로 확인된다면? 주야장천 대화만 외치는 정부라서 대응이 궁금. ○…지난해 10~40대의 사망 원인 1위가 자살, 10대에서는 자살률이 역대 가장 높은 수준. 살벌한 입시·취업 경쟁에 생계 스트레스로 병이 든 한국, 도대체 뭣이 중헌디.

    2026-09-23 05:00:00

  • [날씨] 9월 23일(수)

    [날씨] 9월 23일(수) "맑음"

    2026-09-22 18:41:59

  • [기고-오상국] 조직보다 중요한 건 문화정책 지속성

    [기고-오상국] 조직보다 중요한 건 문화정책 지속성

    대구 문화예술 행정이 큰 전환기를 맞고 있다. 지난 7월 대구시가 문화예술 분야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공공기관 조직 개편 방향을 발표하면서 조직 재편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번 개편은 대구 문화행정의 틀을 다시 짜는 변화다. 조직은 시대와 환경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변화가 현장과 시민의 삶에 어떤 성과를 만들어 내느냐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관의 수나 명칭이 아니다. 조직 개편이 지역 예술인의 창작 환경을 개선하고 시민의 문화 향유를 넓히며 대구 문화예술의 경쟁력을 높일 때 비로소 의미가 생긴다. 특히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사람과 사업을 실제로 재배치하는 실행 단계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새로운 조직의 역할과 권한 못지않게 기존 정책과 사업 가운데 무엇을 계승하고 발전시킬 것인지에 대한 원칙이 필요하다. 조직이 바뀔 때마다 정책까지 새롭게 출발한다면 현장은 축적보다 단절을 경험하게 된다. 문화행정에는 정책의 연속성과 현장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다. 해외 주요 문화도시에서도 정책의 지속성과 기관의 전문성은 중요한 원칙으로 여겨진다. 영국 예술위원회(Arts Council England)를 비롯해 베를린과 뉴욕의 문화예술 기관들도 전문성과 자율성을 바탕으로 문화 생태계를 형성해 왔다. 조직개편 이후 기관 간 협력도 중요하다. 문화예술 지원과 공연, 전시와 관광이 각자의 전문성을 살리면서도 시민과 예술인에게는 하나의 문화행정으로 느껴져야 한다. 조직을 나누는 것이 새로운 칸막이를 만드는 결과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전문성은 강화하되 기관 간 연결과 협력은 더욱 촘촘해져야 한다. 대구는 전문 공연장과 미술관, 시립예술단, 다양한 지역 예술인과 풍부한 문화 자산을 가진 도시다. 이제는 이러한 자산을 연결해 새로운 콘텐츠와 시민의 문화 경험으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 무엇보다 조직개편 과정에서 현장을 지켜온 직원들의 경험과 전문성이 존중돼야 한다. 문화예술의 경쟁력은 제도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무대와 전시장, 연습실에서 현장을 지켜온 예술인들의 경험도 소중한 자산이다. 그 전문성과 새로운 인재의 역량이 조화를 이루고, 공정한 인사와 안정적인 조직문화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제 대구 문화행정은 실제 운영으로 성과를 증명해야 한다. 축적된 정책과 전문성을 계승하면서 필요한 부분은 혁신하고, 기관 간 협력으로 시민과 예술인이 체감하는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대구시가 선택한 이번 변화가 현장에 안정적으로 뿌리내리기를 기대한다. 조직개편이 지역 예술인의 창작 기회 확대와 시민의 문화 향유, 대구 문화예술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면 문화행정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조직은 바뀔 수 있다. 그러나 문화정책의 철학과 현장에 대한 신뢰까지 함께 바뀌어서는 안 된다. 조직이 바뀌는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다시 작품을 만들고, 무대에 오르고, 전시를 준비한다. 그들의 시간이 정책의 변화 때문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이번 개편이 또 하나의 조직개편으로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과 전문성을 다음 단계로 이어가는 새로운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대구 문화도시의 미래는 조직의 형태에만 달려 있지 않다. 현장에 대한 신뢰와 정책의 지속성, 그리고 예술이 시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도시의 품격을 높이는 데 있다.

    2026-09-22 17:36:01

  • [정진호의 每日來日] AI 가분수, 특이점에서 넘어질까 두렵다

    [정진호의 每日來日] AI 가분수, 특이점에서 넘어질까 두렵다

    최근 깜짝 놀랄 만한 기사가 하나 눈에 띄었다. 유체역학의 오래된 난제인 나비에-스톡스 방정식에서 매끄러운 흐름이 유한시간 내 특이점에 이를 수 있음을, AI가 1만 개의 Agent를 병렬로 가동해 무려 1천300억 개의 토큰을 생산한 끝에 88시간 만에 풀어냈다는 것이다. 이런 기사를 읽고도 이게 대체 뭔 소리인가 갸우뚱할 분들을 위해 부연 설명하면, 박사학위를 소지한 1만 명 정도의 초일류급 연구원들을 모아서 서로 치열하게 토론시키면서 그들이 조사하고 검증하며 쏟아낸 1천300억 개의 결과물 조각들을 가공 편집한 끝에, 인간이 수십 년간 풀고자 노력했던 유체역학의 매우 어려운 문제를 AI가 가뿐하게 풀었다는 뜻이다. 평생 유체역학을 가르쳤고 요즘도 유동로에서 나비에-스톡스 방정식을 풀어 수소환원제철법 연구를 하는 사람인지라 관심이 쏠렸다. 귀가 번쩍했다. 아, 이놈들을 잘 이용하면 내 연구에 엄청난 속도를 낼 수 있겠구나. 이제 박사연구원 없이도 연구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게 아닌가? 과연 그런가? 순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와 동시에 AI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인류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는 경고성 보도와 함께 Open AI, 클로드, 딥 마인드 등 AI 개발자들 사이에서도 위기를 감지하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AI Agent들이 서로 모여서 모의하는 가운데, 초지능을 지닌 AI가 군집(swarm)을 이루어 자기들끼리 서로 이름을 지어 부르면서 인간이 하지 말라고 막아 놓은 경계를 넘나들며 비밀 회동을 하고 그것을 감추려고 흔적을 지워 가며 일을 했다는 것이다. 갑자기 이들을 Agent(스파이, 정보원)라고 부르는 이유가 타당하게 여겨진다. 스파이 영화에서 종종 보듯, CIA와 MI6, KGB나 이스라엘의 모사드 첩보 스파이들이 서로 자국의 안전보호를 넘어 자신의 생존을 위해 스스로 내통하고 정보를 주고받지 않던가? 창조주의 명령을 어기고 절대 먹지 말라고 경고했던 선악과를 따먹어 인류가 커다란 고통 가운데 빠져 버렸다는 성경의 메시지처럼, 이제 우리 인간이 창조한 AI가 그와 동일한 반란을 일으킬 조짐이 농후해졌다. 유체의 흐름은 태초의 신비에 속하는 현상이다. 시공간과 물질의 흐름 속에서 우주먼지들이 뭉치고 흩어지고 퍼져나가다가 어느 순간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 특이점을 향하는 현상조차 유체역학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을 둘러싼 모든 환경이 유체의 흐름 속에 놓여 있다. 물과 공기, 파도와 구름과 산들바람과 태풍과 같은 자연현상, 변기의 물 내림과 싱크대로 빨려 들어가는 수돗물, 공장의 굴뚝 연기와 공장 폐수와 자동차 배기가스와 지구 온난화를 가져온 이산화탄소의 순환과 온실효과, 그리고 마침내 인간의 이기심이 만들어낸 환경 파괴에 의해 빙하가 녹아내리고 산사태가 일어나 순식간에 고요히 자연 속에서 살아가던 네팔의 도시 마을을 휩쓸고 지나간 그 끔찍한 재앙조차 유체역학이다. AI의 발전 속도가 너무 빠르다. AI는 인간의 두뇌와 같은 역할이다. 어린아이가 태어날 때는 머리가 큰 가분수 형상이어서 뒤뚱뒤뚱 걷다가 잘 넘어진다. 그러나 정상적인 발육이 진행되고 몸이 무럭무럭 자라면 마침내 균형 잡힌 사람의 모습이 된다. 지금의 AI는 머리만 커지고 있다. 그것을 통제할 어떤 장치도 없이 핵무기보다 더 무서운 AI의 군집들이 서로 모여서 더 큰 머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리고 스스로 복제할 수 있는 AI 세상을 만들어 언제 인간을 공격하고 평정하게 될지 모를 뒷궁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괴물이 탄생하고 있다. 필자는 연초에 이미 "기술의 사춘기와 약한 영웅, 제3지대 AI 허브"라는 칼럼에서 그 경고를 했었다. 서로 마주 보고 달리는 폭주 기관차와 같은 미중 AI 패권전쟁 속에서, 그 폭주를 멈추게 하고 인류를 구원할 평화의 AI 허브를 우리 대한민국이 만들어야 한다고. 그 일을 할 수 있는 제3지대 AI 허브 국가는 대한민국밖에 없다고. AI가 특이점에 도달하기 전에 결단해야 한다. 파병을 하는 순간, 이 모든 기회가 사라진다. 그래서 주시한다.

    2026-09-22 14:30:00

  • [사설] 농지 전수조사 수습 나서면서도 '괴담 탓' 하는 정부·여당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을 세우고 농지 투기를 근절하겠다며 시작한 농지 전수조사가 농촌을 뒤흔들자, 정부·여당이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당정은 21일 상속·고령농의 농지와 관행적 임대차·휴경은 일률적으로 처분하지 않고, 자진 정비나 농지은행 위탁을 통해 정상화하기로 했다. 경미한 불법 전용(轉用)에도 사후 양성화 기회를 주고 특별조치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방향성은 옳다. 문제는 왜 이 대책이 이제 나왔냐는 것이다. 농촌 현실은 조사 시작 전부터 알 수 있었다. 고령화로 직접 농사를 짓지 못하는 농민이 늘고, 상속 농지와 관행적(慣行的) 임대차도 흔하다. 이런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불확실한 기준으로 전수조사부터 했으니, 농민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농지 거래가 끊기고 가격 급락, 지역 농협의 담보가치 하락까지 우려됐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전수조사 전보다 실거래 가격 하락 폭이 둔화했고, 거래 빈도는 오히려 늘었다"며 농촌의 고통을 외면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남 탓'을 하며 책임을 회피한다는 점이다. 여당은 농민들의 우려를 국민의힘의 '괴담'과 '선동' 탓으로 돌렸다. 그러나 정부·여당 스스로 이날 농촌의 관행적 위반을 구제하고 현행 농지 제도와 현실의 괴리(乖離)를 고치겠다고 대책을 내놓지 않았나. 제도가 현실과 맞지 않았다면 애초부터 이를 반영했어야 옳았다. 이제 와서 농민들의 불안을 정치적 선동의 결과로 돌리는 것은 정책 실패의 책임을 농민과 야당에 떠넘기는 행태다. 정부가 새로운 정책을 시행할 때는 예상 가능한 피해를 최대한 걸러내야 한다. 농지처럼 농민의 생계와 재산권이 걸린 사안이라면 더욱 그렇다. 투기는 엄단하되 생계형·관행적 위반은 구제한다는 원칙을 먼저 세우고 전수조사에 들어갔어야 했다. 이번 대책이 민심을 달래기 위한 미봉책(彌縫策)에 그쳐서는 안 된다. 정책의 허점은 농민 탓이 아니다. 농민에게 혼란을 안겨놓고 그 불만을 '괴담'이라 부르는 순간, 국민은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

    2026-09-22 05:00:00

  • [사설] 강훈식 비서실장 사의, '김현지 방탄'인가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21일 이재명 대통령에게 사의(辭意)를 표명했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지난주 회견에서 국정에 대한 국민의 시선을 자신의 부족함 탓으로 돌린 상황에서 비서실장으로서 종합적 책임을 지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참모가 책임을 지겠다고 나선 것 자체를 폄하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사의가 곧 해명은 아니다. 국민이 묻는 것은 누가 물러나느냐가 아니라 낙마한 김승원·용혜인 두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지, 그 과정에 공식 라인 밖의 힘이 작용했는지다. 우선 책임의 범위부터 모호하다. 특정 인사 실패 등에 한정하지 않고 국정 운영 전반에 대한 종합적 책임으로 설명했다. 강 실장은 김승원·용혜인을 포함한 6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발표한 당사자이고, 인사 검증과 추천을 총괄한 인사위원장이다. 인사 실패에 대한 책임이라면 그렇게 적시(摘示)하는 게 맞다. '전반'이라는 말에 인사 책임이 희석되면 무엇이 왜 잘못됐는지라는 핵심 질문에 대한 답은 얻지 못한다. 여기에 정치권에서 이 대통령 최측근인 이른바 경기·성남 라인의 인사 개입 의혹을 제기하고, 국민의힘은 김현지 제1부속실장의 개입 여부를 밝히라며 국정감사 출석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총무비서관이었던 김 실장은 강선우 당시 장관 후보자와 직접 통화한 사실이 확인됐고, '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는 김남국 당시 비서관 인사 청탁 문자 사태 때도 등장하는 등 인사 논란이 터질 때마다 거론됐다. 인사 검증의 핵심은 언제, 누가, 무엇을 알았고 누구에게 어디까지 보고했는가다. 진상(眞相)이 밝혀지지 않은 채 참모의 사의만으로 끝난다면 그것은 책임의 완결이 아니라 규명의 차단이다. 공식 인사 라인 수장의 사의로 일단락되고 김 실장을 둘러싼 의문이 설명 없이 넘어간다면 이 사의는 '방탄'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인사 검증 경로와 비공식 접촉 창구까지 밝히지 않는다면 이번 사태도 사람 한 명을 바꾸는 데 그칠 수 있다. 강 실장의 사의는 인사 실패의 끝이 아니라 진상 규명의 시작이 돼야 한다.

    2026-09-22 05:00:00

  • [사설] "잘된 인사" 김승원 옹위한 김민석·서영교 사과해야

    김승원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에도 불구하고, 각종 의혹이 추가되면서 파문(波紋)은 더욱 확산하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21일 김 전 후보자의 '탄원서'와 관련,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탄원서를 전달한 그날 더불어민주당은 청문보고서를 단독 채택했다"며 "정무수석이 탄원서를 뭉갠 게 아니라면 대통령과 민주당은 알면서도 임명을 강행하려 했던 것"이라고 했다. 또 그 사이 김승원은 탄원서 무마·은폐 작업에 나섰다고 폭로했다. 전직 보좌관들이 제출한 탄원서에는 성추행 및 은폐 의혹과 음주 후 상습 폭언, 추가 음주운전 적발 사실 등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민주당은 김 후보자가 사퇴한 지 하루 만인 20일 개헌 추진단을 띄우며, 그동안 김 후보자를 비호(庇護)해 온 책임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집권 여당으로서 국민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마저 망각한 것이다. 김 전 후보자의 경우 신약 로비, 주가조작 연루 논란, 경기도당 회계 부정 의혹, 가족 특혜 의혹 등이 불거졌지만, 민주당 김민석 대표는 "볼수록 잘된 인사"라면서 "(김 후보자를) 지킬 것"이라고 했다. 국회 법사위원장을 맡은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증인 0명' 청문회를 열고, 야당 질의 차단과 답변 가로채기를 하는가 하면, 김 후보자와 함께 눈시울을 붉히고 눈물을 닦으며 감정적 엄호(掩護)를 하기도 했다. 전대미문의 이번 인사 대참사는 청와대 인사 라인의 무능에다, 집권 여당인 민주당의 막무가내식 '내 식구 감싸기'가 초래한 국가적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 김 후보자가 사퇴한 이후에도,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살신성인의 본보기"라고 했고, 서영교 의원은 결단을 존중한다면서도 조작·표적 수사의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고 우겼다. 국민을 무시하는 오만(傲慢)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국민의 삶과 미래를 책임진 집권 여당이라면 국정 실패에 대해 겸허해야 한다.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와 함께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과(謝過)하는 것이 마땅하다. 계속되는 회피와 교만은 국민적 분노와 심판을 불러올 뿐이다.

    2026-09-22 05:00:00

  • [관풍루] 정부가 이달 말 종료 예정이던 유류세 인하를 2개월 더 연장

    ○…연봉이 1억 원을 웃도는 미성년 사업장 대표가 최근 5년간 연평균 21명에 달하고 이 가운데는 취학 전인 5세 이하도 포함됐다고. 부모나 조부모에게 물려받은 부동산 임대업자라는데… 우리 사회 불평등의 현주소. ○…"비쌀수록 잘 팔린다"는 명품 공식 깨져. 세계 최대 명품 그룹 LVMH의 주가는 올해 들어 약 35% 떨어졌고, 구찌는 12분기 연속 매출 감소를 기록. 고물가 시대가 본격 도래했다는 방증. ○…정부가 이달 말 종료 예정이던 유류세 인하를 2개월 더 연장하고, 추석 연휴 기간 고속도로 주유소의 기름값을 100원 추가 인하키로. 가뜩이나 고삐 풀린 韓 유류 소비 막을 길이 없네.

    2026-09-22 05:00:00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최근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 사고는 북한군의 지뢰 매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하고...
대구시는 추석 연휴 이후 지역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대구대박세일'을 10월 12일부터 21일까지 77개 전통시장에서 진행하며, 온누리...
조희대 대법원장이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구를 거부한 후 더욱 강한 반박에 나서면서 정치권과 법조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조 대...
지난해 1월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 중 한 명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사건이 보도되었으며, 우크라이나 의료진이 이를 치료한 과정이..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