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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씨] 4월 8일(수)

    [날씨] 4월 8일(수) "맑음"

    2026-04-07 18:51:14

  • [기고-고진광] 아이들에게 미안한 나라에서 아이들에게 당당한 나라로

    [기고-고진광] 아이들에게 미안한 나라에서 아이들에게 당당한 나라로

    지난달 11일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 '제127회 동반성장포럼'에서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강연을 들었다. 주제는 '트럼프 2기 시대의 국제정치와 한국'이었다. 윤 전 장관은 "국제정치는 세계 정부가 없는 세계"라는 한 문장으로 국제정치의 본질을 설명했다. 국내 정치는 헌법과 법, 제도 속에서 움직이지만 국제사회에는 이를 강제할 '세계 정부'가 없다. 그래서 때로는 규범보다 힘이 먼저 작동하는 냉혹한 현실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의 부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중 전략 경쟁, 민주주의 후퇴, 다자 협력 약화 등을 짚으며 "국제정치의 비극은 전쟁이라는 형태로 반복돼 왔다"고 말했다. 강연을 들으며 자연스럽게 최근 주한미군 사드(THAAD) 체계 일부가 경북 성주에서 중동으로 이동한 일이 떠올랐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는 중국의 강력한 경제 보복까지 감내하며 사드 배치를 선택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성주에 배치된 사드 일부가 '일시적 차출' 형식으로 중동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진행됐다는 점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반대 의견을 밝혔지만 현실적으로 막기 어려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사실은 우리가 처한 안보 현실의 한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생각이 떠올라 나는 포럼에서 윤 전 장관에게 질문을 던졌다. "대통령조차 막기 어려웠던 일이라면 우리 안보의 현실은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 잠시 생각에 잠겼던 그의 답은 짧았다. "아이들에게 미안하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한마디는 국제정치의 냉혹한 구조 속에서 작은 나라가 느끼는 무력감을 압축하고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 세대에게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는 말만 남기고 물러설 것인가, 아니면 "그래서 우리가 달라지겠다"고 말할 것인가.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인추협)는 바로 그 질문 앞에 서 있다. 인추협은 '사랑의 일기' 운동을 통해 아이들이 하루를 돌아보고 가족과 이웃, 사회와 세계를 성찰하는 시간을 갖도록 돕고 있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사회에서 인간성과 양심을 지키는 힘은 결국 시민의식에서 나온다. 전쟁과 갈등의 시대일수록 중요한 것은 단지 강한 무기를 갖는 일이 아니라 어떤 시민을 길러내느냐이다. 평화와 인권, 공동체의 가치를 이해하고 책임질 줄 아는 시민이 많을수록 사회는 더 단단해진다. 사랑의 일기 아이들은 뉴스를 통해 전쟁과 갈등을 접하면서도 두려움과 분노만 배우지 않는다. 일기 속에서 평화의 소중함을 기록하고,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이해하려 노력하며, 약자의 고통과 지구촌 문제에 공감하는 마음을 키운다. 오늘의 국제정치가 힘과 이해관계의 무대라면 사랑의 일기장은 인간의 양심과 책임 의식을 키우는 조용한 교실이다. 여기서 자란 아이들이 훗날 외교관과 군인, 연구자와 시민으로 성장해 더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릴 때 우리는 국제정치의 냉혹한 현실 속에서도 조금 더 인간다운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해야 하는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말에서 멈춰서서도 안 된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더 나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26-04-07 15:41:23

  • [매일춘추-정성태]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

    [매일춘추-정성태]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

    사월이다. 엊그제가 식목일이었고, 이미 청명과 한식도 지났다. 시간은 쏜살같다. 학창 시절 즐겨 듣던 포크 듀오 '시인과 촌장'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고 한다. '가시나무', '사랑일기', '풍경'은 그 시절의 새벽 공기와 함께 마음 깊은 곳에 남아 있다. 20여 년 만의 공연 소식에 잊고 지내던 시간이 문득 되살아났다. 그들의 노랫말 한 구절이 다시 마음에 머문다.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 시간이 지날수록 의미가 깊어지는 문장이다. 우리는 살아가며 끊임없이 구분하고 서로를 나눈다. 혈액형으로 성격을 설명하고, 몇 개의 알파벳 조합으로 사람을 규정한다. 한방에서는 음양오행의 틀 안에서 체질을 구분한다. 이러한 분류는 복잡한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인지적 장치일 것이다. 이름을 붙이고 범주를 설정함으로써 타인을 빠르게 읽고, 관계의 방향을 가늠한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분류와 구분이 설명을 넘어 판단의 기준으로 작동하는 순간, 그것은 이해의 도구가 아니라 편견의 틀이 된다. '그 사람은 원래 그런 유형'이라는 말은 간결하지만, 개인의 시간과 경험, 맥락과 변화 가능성을 지워버린다. 복잡다단한 존재는 단순한 기호로 환원되고, 살아 있는 개인은 박제된 유형으로 치환된다. 경계는 또렷해지지만 판단의 오류도 함께 커진다. 이러한 논리는 역사 속에서 반복됐다. 피부색은 인종을 나누는 기준이 되었고, 제도는 신분과 계급을 규정하는 장치로 작동했다. 특정 집단을 하나의 속성으로 묶는 순간, 구분은 경계가 되고 경계는 차별로 이어진다. 그럼에도 인간은 하나의 틀에 머물지 않는다. 삶은 선형적이지 않고, 경험은 축적되며, 시간은 내면을 끊임없이 변화시킨다. 한때 어떤 유형으로 설명되던 사람도 다른 국면에서는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인간은 고정된 자아가 아니라 변화 속에서 스스로를 바꾸는 존재다. 결국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간다. 요즘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이라는 노랫말은 회상을 넘어 하나의 통찰처럼 들린다. 삶은 때로 멀리 돌아가고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러나 그 끝에서 마주하는 것은, 결국 자신이 살아온 시간과 선택이 쌓여 형성된 자리다. 그 자리는 타인이 규정한 틀이 아니라, 자기 삶이 만들어낸 자리다. 분류는 필요하다. 그것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이 사람을 대신할 수는 없다. 사람은 언제나 그보다 더 넓고 깊다. 결국 인간은 제자리로 돌아간다.

    2026-04-07 13:50:10

  • [사설] 주호영·이진숙, 보수도 살고 본인도 사는 대승의 결단을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일찌감치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를 확정 짓고, 오는 9일 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후보 등록을 할 예정이다. 보수 텃밭인 대구의 첫 진보 진영 시장을 향한 총력전(總力戰)을 사실상 선언한 셈이다.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의 컷오프 재심 청구를 기각한 국민의힘은 법원이 주호영 의원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함에 따라 대구시장 경선을 당초 계획대로 6명이 치른다. 국힘의 이 같은 방침은 더 큰 난제(難題)를 초래하고 있다. 주 의원은 6일 법원에 항고하고, 8일 대구시장 선거와 관련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당의 결정을 바로잡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 전 위원장 역시 "시민 경선을 통해 대구 시민의 선택을 받겠다"고 했다. 국힘 장동혁 대표가 "지금 당은 (이 전 위원장을) 국회에서 더 필요로 한다"며 사실상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출마를 요청했지만, 이 전 위원장은 페이스북에 "기차는 떠나고…"라고 적었다. 무소속(無所屬) 출마를 굳힌 모양새이다.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주 의원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를 결행해 국민의힘·민주당 후보와 보수 성향 무소속 2명의 4파전이 될 경우 선거 결과는 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힘은 텃밭인 대구 지역의 조직표를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6선 중진의 주 의원이 다져온 기반 또한 무시할 수 없고, '보수의 여전사'로서 강력한 이미지를 구축한 이 전 위원장의 지지표도 상당하다. 보수 표가 사분오열(四分五裂)돼 김 전 총리의 어부지리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주 의원과 이 전 위원장의 개인적 억울함은 충분히 공감된다. 그러나 주 의원은 대구에서만 무려 국회의원 6선이라는 혜택을 누렸다. 국회부의장도 지냈다. 당(黨)은 망해도 내 권리는 끝까지 챙기겠다로 일관한다면 무책임(無責任)하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이 전 위원장 역시 '민주당 출신 대구시장'을 만들기 위해 좌파 독재에 항거해 싸운 것은 아닐 것이다. 올바른 정치는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것이라는 점을 기억해 주길 바란다.

    2026-04-07 05:00:00

  • [사설] 단순해졌으나 불확실성은 더 커진 美 관세, 정밀 대응 요구된다

    미국이 6일(현지 시간)부터 철강·알루미늄·구리 파생상품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 부과 방식을 전면 개편했다. 제품 내 금속 함량을 따로 계산하던 기존 방식 대신 통관 가격을 기준으로 정률(定率) 관세를 매기는 구조로 단순화했다. 정부는 대상 품목이 약 17%(23억달러 규모) 줄고, 행정 부담 완화도 기대된다고 했다. 중소·중견기업의 신고 부담이 줄어드는 점은 긍정적 변화다. 그러나 이를 '관세 부담 완화'로 해석해선 곤란하다.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한 미국의 대표적 보호무역 수단인 232조는 적용 대상을 철강, 알루미늄을 넘어 자동차, 가전, 구리로 확대하는 흐름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한 기본 관세 0% 효과를 사실상 제약하기도 했다. 정부가 '품목별로 영향이 상이(相異)하다' '일부 품목은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듯이 232조 개편은 관세 부담 감소가 아니라 재배분에 가깝다. 금속 함량이 낮은 제품은 유리해질 수 있지만, 금속 비중이 높은 기계·가전 등은 더 큰 부담을 지게 된다. 통관 가격 기준으로 일정 비율(50%·25%·15%) 관세가 적용돼 행정 절차는 단순해졌지만, 전체 원가와 재료의 원산지 등에 따라 기업별 부담도 크게 달라진다. 제도 단순화는 정책 변경도 쉽다는 의미다. 복잡한 함량 계산이 사라진 대신 미국은 필요할 때마다 세율이나 적용 범위를 훨씬 빠르게 조정할 수 있다. 정부는 관세가 낮아지는 품목들을 나열할 게 아니라 부담이 증가하는 산업과 공급망 재편 압력이 집중될 영역을 정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미국의 추가 제도 변경 가능성까지 감안한 선제적(先制的)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미국의 에너지·안보 비용이 늘면 그 부담이 통상 정책을 통해 동맹국에 전가될 가능성도 있다. 과거 232조가 수입 물량과 가격에 개입하는 데 머물렀다면, 이제는 기업의 원자재 조달 방식과 중국 등 특정 국가를 배제하는 공급망 재편 압박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이번 개편이 불확실성 확대가 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2026-04-07 05:00:00

  • [사설] 국가 채무 사상 최대에도 추경 남발하는 정부

    지난해 우리나라 국가 채무가 1천304조5천억원으로 역대 최대액을 경신(更新)했다. 정부가 6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한 2025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 채무는 전년(1천175조원) 대비 129조4천억원이 늘었다. 국가 채무는 2016∼2018년 600조원대, 2019년 720조원대에서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2021년 970조7천억원, 2022년 1천67조원 등을 기록하면서 크게 증가하다가 지난해 1천300조원을 넘어섰다. 나라 살림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104조2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적자가 100조원을 넘은 것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추경을 실시했던 2022년(적자 117조원)과 2020년(적자 112조원), 세수 결손이 컸던 2024년(104조8천억원)에 이어 역대 4번째다. 이런 큰 규모의 부채를 짊어지고 있는 와중에 정부는 또다시 26조2천억원 규모의 추경을 준비 중이다. 중동발 전쟁 여파로 고물가, 고환율, 고유가 등 3고(高)에 처해 있는 서민 경제를 위한 것이라는 명목이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 1천150억원,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 사업 706억원, K-콘텐츠 펀드 500억원, 예술인 생활안정자금 320억원, ICT 융합 스마트공장 보급 확산 870억원 등 사실상 '전쟁 추경'과 무관한 내용들이 즐비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채 발행 없는 추경"을 강조했지만, 이 역시 내용을 들여다보면 빚 갚을 돈을 추경에 갖다 쓰는 것으로 결국은 국채 발행과 다름없는 상황이다. 초과 세수는 국가재정법에 따라 최소 51% 이상이 채무 감축에 의무적으로 활용돼야 한다고 하는데, 결국 추경으로 채무 감축 기회를 날려 버린 것이다. 한없이 늘어나는 국가 부채는 결국 국민 경제에 부담으로 돌아오게 마련이다. 정부는 '전쟁 추경'이라는 명목으로 무작정 추경을 밀어붙일 일이 아니라 중동 사태에 따른 직접 피해 계층을 지원하는 '핀셋 추경'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온갖 이유를 들어 지속해 온 '추경 중독'도 끊어야 한다.

    2026-04-07 05:00:00

  • [관풍루] 이재명 대통령, 남한 무인기 북한 침투 사건에 대해 "일부의 무책임·무모한 행동으로 불필요한 군사적 긴장이 유발된 데 대해 북측에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언급

    ○…이재명 대통령, 남한 무인기 북한 침투 사건에 대해 "일부의 무책임·무모한 행동으로 불필요한 군사적 긴장이 유발된 데 대해 북측에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언급. 북한 무인기 남한 침투 때는 어떻게 하셨나요? ○…법무부,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수사했던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검사에게 직무 집행 정지 처분 내려. 이재명 관련 사건 수사한 게 박 검사의 죄라면 죄. ○…박홍근 예산처 장관, "(중동)전쟁이 장기화되거나 심대한 타격이 추가될 경우 재정 여력을 봐 가며 판단할 수 있다"며 2차 추경 가능성 열어 놓아. 국가부채 사상 최대에도 끊지 못하는 '추경 중독'.

    2026-04-07 05:00:00

  • [날씨] 4월 7일(화)

    [날씨] 4월 7일(화) "맑음"

    2026-04-06 19:26:07

  • [기고-서한규] 고교동창회의 부흥을 꿈꾸며

    [기고-서한규] 고교동창회의 부흥을 꿈꾸며

    고교동창회는 한때 지역사회에서 가장 견고한 인적 네트워크였고, 세대를 관통하는 연대의 상징이었다. 선후배 간 유대는 일종의 생활문화였다. 그러나 지금, 그 결속력은 눈에 띄게 약해지고 있다. 젊은 세대는 개인의 삶을 중시하며, 동창회 참여를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특정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는 이미 개인화의 흐름 속에 깊이 들어와 있다. 2025년 기준 대한민국의 고등학교 수는 약 2천300여 개, 재학생 수는 약 110만 명에 이른다. 매년 수십만 명의 졸업생이 배출되지만, 이들이 조직적 동창 네트워크로 이어지는 비율은 갈수록 낮아진다. 외국의 사례도 다르지 않으나 주목할 점이 있다. 일부 명문고 동창회에서는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커뮤니티 재구성, 장학사업 및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한 실질적 연결 강화로 새로운 활로를 열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단순한 참여율 저하가 아니다. '공통의 기억과 정체성'이 약화되고 있다는 데 있다. 고교 시절은 소년의 틀을 벗고 청년으로 진입하는 결정적인 시기다. 대학보다 순수하고, 이해관계보다 감정이 앞서며, 연대가 자연스러운 시절이다. 같은 교정에서 같은 교가를 부르고, 같은 운동장에서 땀을 흘리고, 같은 교복을 입었던 경험은 그 자체로 강력한 공동체적 자산이다. 고교 대항 축구, 야구 등 체육대회에 재학생과 교사, 동문이 함께 뒤섞여 응원가와 교가를 목청껏 불렀던 때가 있었다. 그 장면은 단순한 스포츠 응원을 넘어, 세대를 잇는 공동체 의식의 현장이었다. 지금은 그런 모습이 크게 줄었다. 고교동창회는 과거의 유산에 불과한가, 아니면 미래의 자산이 될 수 있는가. 필자는 후자라고 확신한다. 다만 그 전제는 '형식의 유지'가 아니라 '내용의 혁신'이다. 첫째, 실질적 가치 제공 중심의 동창회로 전환해야 한다. 장학사업·진로 멘토링·창업 및 취업 네트워크 등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후배에게는 장학금과 멘토링을, 선배에게는 우수 인재 확보와 사회적 영향력 행사의 기회를 제공하는 '상호 호혜적 모델'이다. 둘째, 디지털 기반의 상시 연결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폐쇄적 회원제 운영을 넘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동문 간 소통을 일상화해야 한다. 이미 업종별 소모임이나 스타트업 투자 네트워크 형태로 동문회의 성격이 변모하고 있기도 하다. 정보와 이야기가 흐르는 곳에 공동체는 다시 살아난다. 셋째, 상징과 감성의 재구성이 필요하다. 교가와 응원가, 학교의 역사와 전통을 기념하는 데 그치지 말고,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야 한다. 단체 교가 부르기 영상 공모, 동문 인터뷰 기반의 온라인 콘텐츠 발행 같은 시도는 세대 간 공감대를 넓히는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다. 고교동창회의 위기는 우리 사회 결속력과 직결된 문제다. 고교라는 공통의 뿌리를 통해 형성된 연대는 직장·이념·세대의 차이를 넘어설 수 있는 드문 사회적 자산이다. 이 자산이 약화된다면, 사회 전체의 연결망 중 소중한 하나를 잃는 것이다. 동창회의 부흥은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방식으로 공동체를 다시 세우는 작업이다. 고교 시절의 그 순수한 연대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면, 그것은 한 학교의 부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결속력을 회복하는 불씨가 될 것이다.

    2026-04-06 18:00:05

  • [김용삼의 근대사] 산림녹화 원조는 조선총독부

    [김용삼의 근대사] 산림녹화 원조는 조선총독부

    조선 후기 인구가 늘면서 먹고 살기 위해 산림을 파괴하여 논밭을 조성했다. 이로 인해 비가 조금만 많이 내리면 토사로 인해 하천·강이 범람하여 자연재해가 빈발했다. 게다가 모든 토지는 국왕 소유라는 왕토사상에 젖은 조선왕조는 산림에 대한 소유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무주공산(無主空山)이었다. 산에 주인이 없다 보니 아무 산이나 자유로이 드나들며 벌채를 자행했다. 전 백성이 베다 쓰는 데만 열중했고, 누구도 나무를 심거나 가꾸는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다 보니 19세기 중반부터 민둥산 천국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정약용은 1804년 송정사의(松政私議, 소나무 정책에 대한 나의 견해)란 글에서 산림이 어쩌다 이 지경으로까지 되었는가를 분석했다. 그 결과 "하나는 나무를 심지 않는 것이오, 둘은 저절로 자라는 나무까지도 꺾어 땔감으로 쓰는 것이오, 셋은 화전민이 산 불태우는 일 때문이다. 심는 사람은 하나도 없는데 쓰는 사람은 무궁하니 이 어찌 나무가 궁하게 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고 한탄했다. 19세기 말 한반도를 방문했던 영국의 저명한 지리학자 이사벨라 버드 비숍은 서울 주변의 산들을 목격한 뒤 "나무 한 그루 없이 붉은 흙과 바위가 가차 없이 드러나, 마치 거대한 해골들이 늘어선 것 같다"라고 기록했다(이사벨라 버드 비숍, 『조선과 그 이웃 나라들』, 살림, 102쪽). 국수적 국사학자들은 통감부와 조선총독부의 삼림법이나 삼림령은 입법 취지가 산림 약탈이 주된 목적이었다고 주장한다. 또 총독부가 임적 조사 과정에서 수많은 민유림을 약탈하여 총독부 소유의 국유림으로 편입시켰다고 비판한다. 심지어 일제가 한반도 북부 지역 원시림을 남벌하여 일본으로 반출했다는 '양강(압록강·두만강) 유역 원시림 수탈론'까지 등장했다. 이런 주장은 얼마나 역사적 사실과 일치하는 것일까? 한반도에서 인공 조림의 시동을 건 것은 통감부가 설치된 1906년부터였다. 이때부터 통감부는 최우선 사업으로 산림 녹화를 추진했고, 1910년 병합 후 조선총독부에 의해 인공 조림 사업이 본격화되었다. 1910년 병합 직후 총독부는 산에 나무가 심어져 있는 밀도를 전국적으로 조사(임적조사)하여 조선 임야분포도를 작성했다. 총독부 행정력을 동원하여 조사 결과 한반도 산림은 성림지(베어서 쓸 수 있을 정도로 자란 숲이 있는 지역)는 32%에 불과했고, 치수 발생지(시급히 나무를 심어야 하는 지역)가 42%, 무입목지(민둥산) 26%로 조사되었다. 산림 현실이 이랬는데, 무슨 산림자원을 수탈하기 위해 나섰다는 말일까? ◆산림 녹화 원조는 데라우치 총독 초대 총독 데라우치 마사타케(寺内正毅)는 나무 심기에 비상한 관심을 가진 인물이었다. 그는 부임과 동시에 치산(治山)·치수(治水)·치심(治心)을 정책 슬로건으로 내걸고 거국적으로 인공 조림 사업을 추진했다. 총독부는 병합 다음 해인 1911년 4월 3일을 식수일(植樹日)로 정해 국민 조림 운동을 전개했다. 각급 학교와 관청을 통해 애림(愛林) 사상을 고취했고, 기념식수에 앞장선 사람은 데라우치 총독이었다. 해방 후 이날을 식목일로 정하려 했으나, 하필 이날이 일본 선무 천황의 제일(祭日)이라 하여 이틀 늦춰 4월 5일을 식목일로 삼았다. 반일 정서가 일상화된 분들에겐 송구한 말씀이오나 대한민국 식목일의 원조는 조선총독부였다는 뜻이다. 조선총독부는 산림행정 전담 부서를 조직했고, 양질의 목재 추출을 관리하는 영림창을 출범시켰다. 각종 임업 연구와 조림 사업을 위해 1913년 광릉(2,800ha)과 1914년 의령원(서삼릉, 73ha)에 임업 시험소를 설치했다. 이곳에서 조선 각지에 심을 묘목 연구개발을 진행했다. 통감부 시절 제정한 삼림법은 국유림의 소유자 결정을 우선 과제로 삼았다. 무주공산의 산림에 주인을 정해 인공 조림을 책임지우려 한 것이다. 그런데 조선총독부의 1910년 임적조사 결과 조선 삼림이 심각할 정도로 헐벗은 상태임이 적나라하게 밝혀졌다. 그 결과 새로운 삼림령을 제정했다. 총독부가 삼림령을 제정한 이유는 산림 소유권 확정은 뒤로 미루고 우선 산림 녹화에 총력전을 전개하기 위해서였다. 즉, 주인을 정하기 전에 우선 나무부터 심고 보자는 것이 새로 제정한 삼림령의 기본 입장이었다. 그 결과 산주(山主)는 물론이고, 누구라도 책임지고 산에 나무를 심는 자에게 해당 산림에 대한 소유권을 부여하는 특전을 베풀었다. 1910년 총독부의 삼림령에 의해 조림 대부 제도가 도입되었고, 이 제도가 식민지 기간 내내 계속 사업으로 추진됐다. 이 제도는 조림 대상 산림에 성실하게 조림을 약속하면 그 사람과 임대계약을 체결한다. 계약기간이 종료된 후 조림 실적을 평가하여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으면 나무 심은 사람(조림업자)에게 해당 산지를 무상 양여하는 일종의 특혜 정책이었다. 이것이 산림 녹화 주의를 제일의 정책 슬로건으로 내건 총독부 산림정책을 성공시킨 제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1911년 총독부가 제정한 삼림령은 해방 후 한국 산림의 기본법으로 법적 권능을 행사하게 된다. 총독부 삼림령은 1961년 5·16 직후 신규 산림법으로 대체되었다. 하지만 조림 대부 제도의 골격은 그대로 산림법에 전승되어 한국 산림정책의 근간을 이루게 된다. 산림 관련 법령 마련에 앞장선 사람은 조선총독부 초대 산림과장과 영림창장을 지낸 사이토 오토사쿠(齊藤音作)다. 그는 아카시아와 포플러나무 보급에 앞장섰고, 퇴임 후에도 평생을 헐벗은 조선 산하의 녹화에 이바지한 인물이다. 학계에서는 그를 임업 근대화와 녹화에 기여한 사람이자 산림 수탈의 지휘자로 비난한다. ◆조선을 잣나무 동산으로 만들려 했던 일본인 또 하나, 기억해야 할 사람은 아사카와 다쿠미(浅川巧)다. 그는 1914년 총독부 산림과 기사로 부임한 이래, 1931년까지 17년간 조선의 민둥산 녹화에 청춘을 바쳤다. 잣나무 양묘 기술을 연구하여 인공 조림의 37%를 잣나무 묘목으로 대체함으로써 조선의 산을 잣나무 동산으로 만들려 했던 사람이 이시카와 다쿠미다. 그는 1931년 4월 식수일 기념행사 준비로 과로가 쌓여 40세라는 젊은 나이로 요절하고 말았다. "나의 유해는 한국에 묻어달라"는 유언에 따라 망우리 공동묘지에 안장했다. 총독부는 산림 녹화 사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종자와 묘목을 조림업자들에게 무상 제공했다. 여기에 필요한 막대한 재원을 어떻게 조달했을까? 당시 헐벗은 민둥산은 남한 지역에 훨씬 많았다. 때문에 압록강·두만강 유역 등 북쪽 지역 국유림 벌목에서 나오는 수익금을 남한 쪽의 민둥산 녹화·사방사업에 투입했다. 이런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일제가 북부 원시림을 남벌하여 불법으로 일본으로 반출했다는 '양강 유역(압록강·두만강)의 원시림 수탈론'이 등장한 것이다. 1907년 통감부 시절부터 1942년까지 35년간 일본에 의한 인공 조림 실적은 236만 정보의 산야에 82억1천500만 본이 식재되었다. 1930년대 이후 일본은 만주사변·중일전쟁·태평양전쟁이라는 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졌다. 전시하의 극히 어려운 시국에도 불구하고 총독부는 산림 녹화사업을 정열적으로 추진했다. 1930년부터 1942년까지의 식수 실적이 식민지 전 기간 식수의 61.4%를 차지할 정도로 이 기간에 집중적으로 인공 조림이 전개되었다. ◆산림 파괴 주인공은 한국인 통감부와 총독부의 40년에 걸친 산림 녹화 정책 덕분에 해방 무렵 한국 산야는 호랑이가 서식할 정도의 울창한 산림으로 변모했다. 울창했던 산림이 거덜 난 것은 해방 이후였다. 총독부 해체로 산림 감시 기능, 행정 체계가 붕괴하면서 도벌·남벌이 마구 자행된 탓이다. 게다가 1공화국 시절 먹고 살기 어렵다 보니 직업 군인들에 대한 예우를 제대로 해주지 못했다. 군대는 '후생사업'이란 명목으로 울창한 산림 마구 베어 군부대 운영비, 장교들 사리사욕을 채우기 바빴다. 1952년 유엔한국재건단(운크라) 소속 임업 전문가로 내한한 영국인 하워드의 보고서에 의하면 "일본으로부터 해방은 많은 사람들에게 벌목 허가증을 발부해 준 결과를 낳았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어 톱과 도끼를 들고 산에 올라가 거리낌 없이 나무를 족쳐댔다. 일본으로부터의 해방이 한국의 산림을 망치는 전주곡이나 다름없었다"라는 기록이 발견된다. 1950년대 비참한 상태로 돌아간 한국 산림이 제 모습을 찾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박정희 정부는 1960년대 들어 강원도 탄전의 석탄으로 연탄을 만들어 전국에 보급했다. 그 결과 산에 올라가 나무를 베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개막되었다. 대체 연료 보급 시스템이 구축된 후인 1973년, 박정희 대통령은 '치산녹화 10개년 계획'을 수립했다. 10년 내에 산림 녹화를 완성한다는 원대한 계획이었다. 이때부터 거국적인 나무 심기 운동이 전개되었다. 제1차 치산녹화 10개년 계획은 6년 만에 108만ha에 29억 그루의 나무를 심어 조기 달성했다. 1979년 시작된 제2차 치산녹화 10개년 계획도 1년 앞당겨 1987년에 달성되었다. 1973년부터 1987년까지 14년간 녹화사업 실적은 총 48억 2천만 본의 묘목을 전국 196만 정보에 심었다. 이 수치를 통감부와 조선총독부 시절(35년간) 236만 정보에 82억1천500만 본 식재 실적과 비교해 본다. 식재 면적은 117.2%로 일정기보다 높지만, 묘목량은 86.4%로 일정기보다 적었다는 사실이 발견된다. 후쿠다 다케오 일본 총리는 "한국 하면 일제 시절부터 벌거벗은 산을 연상했다. 한번 파괴된 산림은 복구하기 곤란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인데, 박정희 대통령이 20년 미만의 집권 기간 중에 완전히 녹화에 성공한 것은 고도성장, 수출증대, 중화학공업 등 경제 업적보다 더 어렵고 값진 위엄"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산림 녹화에 관한 한, 박정희 이전에 총독부와 데라우치가 있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할 것 같다. 김용삼 펜앤드마이크 대기자

    2026-04-06 14:24:31

  • [사설] 재판 중 사건 국조가 잘못인가, 증인 선서 거부가 잘못인가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 3일 '조작 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했던 박상용 검사에게 (증인 선서〈宣誓〉를 거부했다는 등 이유로) 퇴장(退場)을 명했다. 이후 서 위원장은 5일 "증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증인 선서를 거부할 시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며 박 검사에 대한 법적 조치 가능성을 시사했다. 국정조사에서 국회는 증인에게 선서를 요구할 수 있고, 증인은 선서 의무가 있다. 정당한 이유 없이 선서 또는 증언을 거부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 선서를 거부한 증인이 처벌받지 않으려면 이유를 소명(疏明)해야 한다. 박 검사가 "선서 거부 이유를 소명하겠다"고 하자 서 위원장은 "선서를 거부했는데 마이크를 줄 이유가 없다"며 퇴장시켰다. 박 검사에게 소명 기회를 제대로 주지도 않아 놓고, 오히려 법적 조치 운운한 것이다. 민주당은 비상계엄과 관련해 대통령의 명령이더라도 위법하면 따르지 않았어야 한다며, 계엄 명령을 수행한 많은 군인과 경찰을 잡도리했다. 그에 따라 수많은 경찰과 군인들이 파면, 해임, 감봉 등 징계를 받거나 감옥에 갇혔다. 지금 국회의 '조작 기소 국조'는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사건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 등 총 7개 사건을 대상으로 한다. 국조에 현직 고검장, 지검장 등 많은 검사들이 증인으로 참석했다. 현행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8조의 2는 '국정조사는 계속 중인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돼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차후 이번 국조가 '특정 재판에 영향을 주려는 목적으로 진행됐다'는 결론이 나올 경우 국조에서 특정인에게 유리한 증언을 한 검사들 역시 위법한 국회 행위에 복종했다는 추궁(追窮)을 받을 수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을 때려잡고, 이재명 대통령을 구하겠다고, 민주당이 나라의 법과 제도를 엉망진창으로 만든 탓이다.

    2026-04-06 05:00:00

  • [사설] 일·프랑스 선박 호르무즈 통과, 우리도 이란과 접촉 나서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협상 '마감 시한'을 두고 "지옥문이 열릴 때까지 48시간 남았다"고 다시 한번 경고한 가운데, 이란이 홍해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봉쇄(封鎖) 가능성을 시사했다. 페르시아만(아라비아만)을 중심으로 전개됐던 전장(戰場)이 홍해로도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곳은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10%가 통과하는 곳으로 바브엘만데브 해협이 막히면 국제유가 급등을 더욱 부채질할 수 있다. 홍해 봉쇄 시나리오의 핵심은 친(親)이란 무장단체인 예멘의 후티 반군의 작전 수행 여부다. 후티 반군은 레바논의 헤즈볼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하마스와 함께 이른바 '저항의 축'을 이루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일 프랑스 선주 소유 컨테이너선 한 척이 서유럽과 연관된 선박으로는 처음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고, 일본 해운사 선박 2척도 최근 해협을 통과한 바 있다. 또 이란은 이라크에 대해서도 호르무즈 해협에 부과한 어떤 제약에서도 제외된다고 밝히며 유화적(宥和的)인 태도를 보이고 나섰다. 이에 반해 우리 선박 26척 137명의 선원은 전쟁 발발 이래 호르무즈 해협에 계속 억류 중이다. 이란 의회는 지난달 30일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에 대해 배럴당 1달러(선박당 약 30억원) 통행료를 부과하는 조항이 담긴 새 관리 계획안을 승인한 바 있지만, 최근 해협을 통과한 이들 선박이 통행료를 지불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된 바가 없다. 우리나라는 이란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다. 특히 과거 이란의 인프라 건설에 크게 이바지한 바 있는 한국은 1977년 6월, 서울과 테헤란의 자매결연을 체결하고 강남의 삼릉로 일대를 '테헤란로'로, 그리고 테헤란에는 '서울로'를 조성하기도 했다. 중동의 전황이 격랑(激浪)에 휘말린 상황에서 우리는 이란과의 과거 친분을 바탕으로 우리 선박의 안전한 통과를 위한 물밑 협상에 나설 필요가 있다. 미국과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지금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의 생존(生存)을 위한 실리다.

    2026-04-06 05:00:00

  • [사설] 공급자 중심 의료 정책, 환자 중심으로 전환하라

    환자 권리를 제도로 보장하는 '환자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한 데 이어, 보건복지부가 관련 업무를 전담(專擔)할 조직(환자안전과)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 보건의료 체계가 오랫동안 공급자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을 고려하면, 이는 패러다임 전환의 시작으로 평가할 만하다. 환자기본법은 1년 뒤 시행될 예정이다. 정부는 법 취지에 맞게 정책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동안 의료 정책은 병원, 의사, 제약사, 정부와 건강보험공단 등 공급자의 효율성과 편의를 중심으로 설계돼 온 측면이 많았다. 환자는 진료 시간, 의료 접근성(接近性), 치료 결정 과정 등에서 수동적인 입장에 놓였던 게 사실이다. 의료 정책의 존재 이유는 국민이고, 의료 서비스의 최종 수혜자는 환자다. 그런데도 국민과 환자의 목소리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 1년 넘게 이어진 의대 정원을 둘러싼 의정(醫政) 갈등 사태 때도 정책의 이해 당사자인 환자들은 소외됐다. 환자기본법은 이 같은 제도 및 현실적 한계를 바로잡기 위한 출발점이다. 환자의 알권리, 자기결정권, 안전권 등을 명문화(明文化)하고, 이를 국가가 보장해야 할 책무로 규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의료정보에 대한 접근성과 설명의무 강화는 환자를 '치료의 대상'이 아닌 '치료의 주체'로 전환하는 핵심 장치다. 환자기본법이 환자 중심 의료의 구현(具現)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충분한 의견 수렴, 하위 법령 제정 및 정책 개편 등이 뒤따라야 한다. 복지부가 추진 중인 전담 부서 설치도 형식에 그쳐서는 안 된다. 환자 정책 전담 조직 신설은 환자 단체의 숙원이었다. 환자 단체들은 환자안전과와 피해구제과 등을 두는 '환자정책국'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신설 조직은 환자 권익 보호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정책 조정 권한과 독립성을 갖춘 기구로 설계돼야 한다. 고령화(高齡化)로 의료 수요가 복잡해지는 상황에서 환자 중심 의료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2026-04-06 05:00:00

  • [관풍루] 신현송 한은 총재 후보자 신고 재산 82억 중 외화 자산이 절반 이상으로 이해충돌 논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대구시장 컷오프된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에 대해 "대구도 이 위원장 필요하겠지만 국힘 전투력 위해 국회에 더 필요하다"고. 장 대표의 정확한 진단. 이제 처방전 발부하고, 약 먹고 일어나야죠. ○…신현송 한은 총재 후보자 신고 재산 82억원 중 외화 자산이 절반 이상으로 이해충돌 논란. 부동산 정책 논의에서 다주택자 배제가 원칙이면, 외환 정책 결정에서 대규모 외화 자산 보유자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대이란 군사작전 도중 F-15기 추락으로 실종됐던 미군 1명의 구출 사실을 공식 확인. 하마터면 인질전으로까지 번질 뻔했던 위기 가까스로 모면.

    2026-04-06 05:00:00

  • [날씨] 4월 6일(월)

    [날씨] 4월 6일(월) "흐리고 비"

    2026-04-05 18:58:55

  • [매일춘추-김혜령] 나는 그 돈을 받고 싶지 않다

    [매일춘추-김혜령] 나는 그 돈을 받고 싶지 않다

    돈을 푼다는 기사를 볼 때마다 화가 난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 돈을 받고 싶지 않다. 당장 몇십만 원이 들어오는 것이 기쁘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드는 생각은 하나다. "이 돈, 결국 누가 갚는 걸까" 요즘 환율은 1500원을 훌쩍 넘었고, 곧 1600원 이야기도 나온다. 이 숫자는 단순한 경제 뉴스가 아니다. 이미 우리의 일상에 깊이 들어와 있다. 남편이 해외출장을 가면 예전처럼 돈을 쓰지 못한다고 한다. 똑같은 커피를 사도, 같은 식사를 해도 머릿속으로 계속 원화를 계산하게 된다고 한다. 이건 절약의 문제가 아니다. 돈의 가치가 줄어들었다는 감각, 그 불안이 먼저 몸에 반응하는 것이다. 환율이 오른다는 것은 같은 월급을 받아도 실제로는 더 가난해지는 것과 같다. 장을 보며 느껴지는 물가와 흔들리는 자산, 줄어드는 체감 소득까지, 경제는 이미 우리의 삶이 되어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다시 지원금을 풀겠다고 한다. 고유가와 물가 상승으로 힘든 사람들을 돕겠다는 명분이다. 그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한 번쯤은 물어야 한다. 이 지원금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인지, 아니면 잠시 덮어두는 것인지. 경제는 결국 시간의 문제다. 오늘의 선택은 내일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지금 쓰는 돈은 언젠가 반드시 채워져야 한다. 세금이든, 미래 세대의 부담이든, 혹은 보이지 않는 방식이든. 결국 우리는 지금의 편안함을 위해 미래의 시간을 끌어다 쓰고 있는 건 아닐까. 요즘은 이런 장면도 낯설지 않다. 대구에서는 이름이 알려진 연주자들이 큰 홀에서 공연을 열어도, 공연을 며칠 앞두고 좌석이 많이 비어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일부 스타 연주자의 공연은 여전히 빠르게 매진된다. 하지만 그 외의 많은 공연들은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관객이 줄어들고 있다. 지금 사람들은 무엇을 좋아하느냐보다 "지금 돈을 써도 되는가"를 먼저 생각한다. 그리고 그 질문 앞에서 가장 먼저 미뤄지는 것이 바로 문화다. 지갑이 닫히는 순간, 예술은 가장 먼저 멀어진다. 이 변화는 관객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요즘은 지역 연주자들 사이에서도 예전처럼 사비를 들여 독주회를 여는 경우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한 번의 무대를 올리기 위해서는 대관, 연주자, 홍보 등 적지 않은 비용이 필요하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그 부담은 더 크게 느껴진다. 결국 무대는 줄어들고, 연주는 기회가 아니라 감수해야 할 위험이 되어간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얼마를 나눠줄 것인가가 아니라, 어디로 가고 있는가. 사람들은 숫자보다 감정으로 움직인다. "지금은 쓰면 안 될 것 같다"는 이 감정이 퍼지는 순간, 경제는 빠르게 식는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 나는 묻고 싶다. 우리는 정말 이렇게 계속 돈을 나눠주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걸까. 나는 지원금을 거부할 수 있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 받지 않아도 되는 나라, 받지 않아도 괜찮은 경제. 우리가 정말 원하는 것은 몇십만 원이 아니라, 흔들리지 않는 방향과 믿을 수 있는 내일일 것이다.

    2026-04-05 08:40:07

  •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40> 진달래 피어나는 청명한 봄날의 나들이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40> 진달래 피어나는 청명한 봄날의 나들이

    혜원 신윤복의 '연소답청'은 한량과 기녀의 봄나들이 모습이다. 답청은 파릇파릇 돋아난 풀을 밟고 거닐며 새봄의 자연을 즐기던 삼월삼짇날 세시풍속이다. 3.3으로 양의 수가 겹치는 양기 왕성한 날이라 남성들은 이 날을 각별히 기념했다. 우리말로는 삼질이라고 했고, 한자로는 상사(上巳), 원사(元巳), 중삼(重三), 상제(上除), 삼진일(三辰日), 답청절(踏靑節)로도 부른 명절이다. 진달래꽃을 따다 동그랗게 빚은 찹쌀 반죽에 꽃잎을 올려 기름에 지진 진달래 화전(花煎)은 빠트릴 수 없는 봄맛이다. 여린 미나리 국에 향긋한 쑥떡을 차려놓고 놓고 친구를 초대해 술자리를 함께하기도 했고, '연소답청'처럼 탈것을 마련해 기생을 동반하고 교외로 놀러 나가기도 했다. 이날 세 팀이 도성을 벗어나는 세 갈래 길에서 만나기로 했다. 기생은 조랑말을 탔고, 한량과 시중꾼은 걸어간다. 두 팀은 이미 도착해 있는데 제일 아래쪽 팀이 지각이다. 말 위의 기생은 쓰개치마가 펄럭이고, 한량은 급한 걸음에 갓이 벗겨져 뒤로 넘어가 상투가 드러났고 옷자락이 휘날린다. 고삐를 잡은 소년은 내키지 않는 듯한 표정이다. 이들 중 리더는 제일 오른쪽 한량이다. 허벅대님을 한쪽 무릎에 맵시 있게 매었고, 겉옷은 양쪽 옷자락을 뒤로 묶어 걸음걸이를 간편하게 했으며, 그 안에 붉은색과 흰색의 길고 짧은 누비조끼를 입었다. 아직 봄추위가 가시지 않은 때라 한량들은 모두 누비조끼를 갖추었지만 이 분은 특별히 두 벌을 겹쳐 레이어드 룩으로 멋을 냈다. 마부의 벙거지를 뺏어 쓰고 말고삐를 직접 잡으며 운전기사(?)를 자처한다. 이 분의 파트너는 벌써 긴 장죽을 물었고, 언덕의 진달래를 꺾어 머리에 꽂아 봄놀이 기분을 냈다. 한참을 기다렸나보다. 졸지에 모자를 뺏긴 견마잡이는 한손에 여전히 채찍을 든 채 다른 손에 서방님의 갓을 들고 엉거주춤 대기 중이다. 바야흐로 강남 갔던 제비도 돌아와 봄기운이 무성해지는 때다. 얼었던 땅이 녹아 부풀어 오르며 생명이 움트고 꽃이 피어난다. 청명한 봄이 오면, 마땅히 산과 들과 강을 찾아 이 계절을 온몸으로 감각하며 사유하는 즐거움을 누릴 일이다. 대구의 미술사연구자

    2026-04-03 20:11:54

  • [사설] 트럼프 '입'만 보는 주식시장, 신중하게 접근해야

    코스피는 지난달 31일 224.84포인트(4.26%) 대폭락하면서 5,100선이 무너졌다가, 바로 다음 날인 1일 426.24포인트(8.44%) 급등하며 단숨에 5,400대를 회복했다. 그런데 2일 또다시 244.65포인트(4.47%) 급락했다. 아무리 이란 전쟁이라는 대외 불확실성이 크다고는 하지만 상식을 뛰어넘는 폭등락(暴騰落) 장세이다. 투자자와 언론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에만 너무 주목하고 자의적(恣意的)으로 해석하는 현상이 주식시장의 불확실성과 변동 폭을 확대 재생산한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1일 폭등은 "이란의 새 정권 대통령이 방금 미국에 휴전을 요청했다. 호르무즈 해협이 자유롭게 개방되고 위험이 제거된 시점에 이를 검토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이 발언이 종전(終戰)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전환점이 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2일 오전 대(對)국민 연설에서 이란 전쟁의 당위성과 성과를 강조한 뒤, "앞으로 2~3주 동안 (이란에 대해) 극도로 강력한 타격을 가해 석기시대로 돌려놓을 것"이라고 했다. 투자자 및 언론의 예상(豫想)과는 전혀 다른 발언이 나오자, 코스피는 연설 도중 이미 하락세로 돌아섰다. 사실 미국은 휴전·종전 이야기가 나오는 와중에도 중동지역에 군사력을 대폭 증강시키고 있었다. 단지 대이란 압박용으로만 막대한 비용을 들여 엄청난 군사력을 집중시킨다는 해석은 비합리적이다. 전쟁 중인 정치 지도자의 말 속에는 진심과 함께 유인술·기만술도 섞여 있기 마련이다. 재산을 지키기 위해선 일희일비(一喜一悲)가 아닌, 냉정하고 종합적인 관점이 필요하다.

    2026-04-03 05:00:00

  • [사설] 중동발 물가 폭등, 26조원 추경 기름 붓지 않도록 세심한 지출 설계 필요

    중동 전쟁이 물가를 뒤흔들고 있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2.2%는 신호탄(信號彈)에 불과하다. 석유류 가격이 9.9% 급등해 물가를 0.39%포인트(p) 끌어올렸는데, 국제 유가는 좀처럼 내려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개전(開戰) 33일 차인 1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에서 2∼3주에 걸쳐 이란을 극도로 강하게 타격할 것이라고 경고하자 국제 유가는 가파른 오름세로 돌아섰다. 국책연구기관 분석에 따르면, 전쟁이 조기에 끝나도 유가는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낙관적 시나리오조차 배럴당 90달러를 예상하며, 최악의 경우 170달러 이상까지 내다본다. 에너지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로선 끔찍한 현실에 놓이게 된다. 26조2천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도 변수다. 저소득층, 소상공인·자영업자, 수출기업 등의 유류비·물류비 부담을 덜어 줘야 할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다만 기존 예산 재배치 등을 제외해도 시장에 추가로 풀리는 20조원대의 돈이 가져올 물가 상승 압력은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이번 인플레이션 불안 요인은 다층적(多層的)이다. 전쟁이 불러온 원자재 비용 상승, 고환율로 인한 수입물가 압력, 재정이 촉발하는 물가 인상이 한꺼번에 닥치면 걷잡을 수 없는 인플레이션 상황이 벌어진다.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충격을 흡수할 장치가 필요하지만 재정 지출은 선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현금 살포(撒布)가 아니라 공급망 안정과 에너지 효율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 정책 방향에 따라 향후 물가 추이가 결정된다. 자칫 중동 전쟁이 가져온 위기를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2026-04-03 05:00:00

  • [사설] 장동혁 "판사가 국민의힘 사건 골라 맡아", 법원 해명 필요하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최근 국민의힘 관련 가처분 사건을 잇따라 인용(認容)하고 있는 서울남부지법 권성수 재판장을 향해 "골라먹기 배당(配當)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 대표는 "(서울)남부지방법원에는 신청 사건을 담당하는 합의부가 2개 있는데 국민의힘 관련 가처분 신청 사건은 유독 권 재판장이 있는 민사합의 51부에만 계속 배당돼 왔다"며 남부지법에 왜 그런지 이유를 물었더니 '사건이 접수되면 권 재판장이 국민적 관심이 높거나 자신이 하고 싶은 사건은 일단 본인에게 배당하고 나머지 사건을 다른 재판부에 배당한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사건 임의 배당 원칙' 파괴(破壞) 논란이 나오는 배경에는 얼마 전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 김종혁 전 최고위원이 각각 제기한 당원권 정지 징계 효력 가처분 신청과 최근 김영환 충북도지사의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모두 권 판사가 맡았고, 이들 사건을 모두 인용했다는 점이 깔려 있다. 여기에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에서 컷오프된 주호영 의원이 낸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과 경북 포항시장 공천에서 컷오프된 박승호 전 시장과 김병욱 전 의원 사건도 권 판사가 맡았기 때문이다. 특정 판사에게 국민의힘 가처분 신청 사건이 줄줄이 배당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서울남부지법은 장동혁 대표의 주장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지만, 어떤 과정을 거쳐 국민의힘 관련 사건이 특정 판사에게 집중(集中) 배당됐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을 경우 법원 불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정당의 공천에 대해 법원이 잘잘못을 따지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당사자야 답답한 심정에 가처분 신청을 할 수 있겠지만, 법원은 '기각'(棄却·형식 요건은 갖췄지만, 실질적으로 인정할 만하다 보기 어려울 때) 또는 '각하'(却下·요건 자체가 안 된다고 판단할 때)했어야 한다고 본다. 정당의 공천은 각 당의 전략적 판단이고, 그런 공천으로 그 당이 선거에서 이기든 지든 그 당의 몫이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프로야구팀 감독이 특정 선수를 경기에 출전(出戰) 배제했다고 해서 법원이 "그 선수를 출전시켜야 한다"거나 "그 결정은 적절했다"고 판결하는 격이다. 지금까지 법원이 판결하면 국민들은 비록 납득하기 어려워도 수긍(首肯)했다. 법원 결정마저 부정할 경우 우리나라 '법 질서'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법원의 '정치인 관련 사건' 판결은 납득하기 어려운 경우가 한둘이 아니다. 같은 사건에 대한 판결이 '새로운 증거'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1심과 2심 판사에 따라 다른 결론(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 나오기도 했다. 동일한 사건이 판사에 따라 결론이 달라진다면 그것은 '공정한 판결'이 아니라 '편파적 두둔'으로 비칠 뿐이다.

    2026-04-03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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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의 장기화로 의료용품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며 병원과 약국에서 기본 소모품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서울의 한 신장내과 병원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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