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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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헛웃음이 나오는 쿠팡의 '1인당 5만원' 보상, 국민 우롱하나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 1조6천850억원 규모의 보상안(補償案)을 내놨다. 정보 유출 통지를 받은 모든 고객(3천370만 명)에게 1인당 5만원 구매 이용권을 지급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쿠팡의 보상금 규모는 국내 기업 개인정보 유출 사고 중 가장 큰 액수이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이용자가 많은 쿠팡 전 상품과 쿠팡이츠에 대한 보상은 각각 5천원에 불과하고, 이용이 적은 여행 상품 전문관 쿠팡트래블(2만원)과 명품 전문관 알럭스(2만원)에 보상금이 쏠려 있기 때문이다. 결국 보상이 아니라 마케팅 차원에서 내놓은 '꼼수 보상안'이자 '보상을 가장한 판촉' 아니냐는 것이다. 탈퇴한 회원이 구매 이용권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재가입해야 하는 만큼 '재가입 이벤트'라는 비판도 나온다.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은 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하고 약 한 달이 지나서야 공식 사과하면서 "상황 해결을 먼저 한 뒤 사과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으며 이는 잘못된 판단으로 후회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집단소송 움직임과 개인정보 유출 기업에 대한 전체 매출액의 최대 10% 과징금 부과 방안 등 책임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내놓은 이번 보상안 역시 잘못된 판단으로 보인다. "보상안이 고객을 우롱(愚弄)하는 것 같다. 개인정보 유출에도 '탈팡'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탈팡하려 한다"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기업 활동 중에 사고는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기업들은 사실 규명과 솔직한 반성, 보상, 철저한 재발 방지책(防止策)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쿠팡 김 의장은 지난 17일 열린 국회 청문회에 이어 30~31일 청문회에도 불출석 의사를 밝혔다. 말로만 사과했을 뿐 사회적 책임은 외면하는 모습으로 비칠 뿐이다. 민관 합동 조사가 진행 중인데 쿠팡은 자체 조사 결과를 공개했고, 미국 유력 인사를 통해 미국 국적 쿠팡에 대한 한국 정부의 규제를 비판하기도 했다. 쿠팡의 사과와 보상안 진정성이 의심받고, 국민을 우롱한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2025-12-30 05:00:00

  • [사설] 민주당의 '통일교 특검'안(案), 또 하나의 '친위 특검' 만들겠다는 것

    30일 열릴 올해 마지막 국회 본회의에서 통일교 특검 법안을 처리하기 위한 여야 협상이 결렬(決裂)됐다. 더불어민주당이 수사 대상에서 민중기 특검의 편파 수사 의혹을 빼고, '종교단체 신천지의 국민의힘 개입 의혹'을 포함시키자고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이런 태도는 통일교 특검 법안 발의의 기본 취지를 무시하고, 이재명 정권과 민주당에 부역하는 친위대(親衛隊) 특검을 양산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통일교 특검은 민중기 특검 팀이 '통일교가 전재수 전 해수부 장관 등 민주당 인사들에게도 금품을 줬다'는 진술을 확보하고도 뭉갠 채 야당 인사만 수사를 한 것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분노(憤怒)와 비판이 고조되며 논의가 시작됐다. 민주당이 통일교 특검 수용 의사를 밝힌 것은 이 같은 국민적 요구에 부응(副應)한 것이다. 그렇다면 민중기 특검의 편파 수사 의혹과 민주당 등 여권 인사의 통일교 관련 의혹이 주요 수사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특검은 기존 수사기관이 '살아 있는 권력'을 제대로 수사해 진실을 밝히기 힘든 경우에 대비한 제도이다. '야당에 초점을 맞춘 특검'은 그 자체로 난센스다. 게다가 민주당은 법제사법위원회 의결도 연내에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통일교 특검 법안 처리가 지연(遲延)되면서 전재수 전 장관의 통일교 금품 수수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공소시효는 조만간 만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의 속내는 통일교 특검이 가동되더라도 전 전 장관 수사는 이뤄지지 못하고, 이른바 '신천지 의혹'이 주된 수사 대상이 되면서 국민의힘을 겨냥한 '정교 유착 특검'으로 변질(變質)될 것을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은 이재명 대통령의 이달 초 '정교 유착 근절' 발언과 일맥상통하고, 내란·김건희·채 해병 3대 특검이 마무리되기 무섭게 또 '2차 특검'을 띄우는 민주당의 정치적 의도에도 부합한다. 이런 '친위대 특검'은 대한민국 사법 역사에 다시는 되풀이돼서는 절대로 안 될 오욕(汚辱)으로 기록될 것이다.

    2025-12-30 05:00:00

  • [사설] '계엄 옹호'했는데도 예산처 장관 지명, '내란 세력' 기준은 무엇인가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이 새로 출범하는 기획예산처 초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28일 예산 편성·재정 관리 등 재정 정책을 총괄할 예산처 장관으로 KDI 연구위원 출신 경제통이자 3선 의원인 이 전 의원을 발탁했다. 진보든 보수든, 여권이든 야권이든 해당 분야에 정통하고 가장 적합한 인사를 탕평(蕩平)·실용을 이유로 발탁하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및 탄핵 정국으로 온 나라가 극단적으로 쪼개지고 '내란' 꼬리표를 붙여 정당 존립 자체를 부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지명은 여야 모두에 큰 충격이다. '아닌 밤중에 뒤통수 맞은' 국민의힘은 말할 것도 없지만 민주당의 타격도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낭패(狼狽)는 내년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기 위해 2차 특검까지 추진하고 있는 '내란 몰이'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고 체포 저지에 나섰던 청산 대상 정당 소속의 전 의원에게 면죄부를 주고 초대 장관 지명까지 한 만큼 '내란 몰이' 동력 약화가 불가피해서다. '선별적 내란 몰이' 프레임에 갇힐 경우 설득력과 지지를 얻기 힘들다. 탄핵 반대를 계엄 연루·동조로 몰아 국민의힘 인사들을 특검 수사 대상에 올리고 정당 해산까지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 전 의원 지명은 내란 원칙과 기준을 훼손할 수밖에 없다. 정청래 대표는 28일 모두 종료된 3대 특검을 이어갈 '2차 특검법'을 새해 1호 법안으로 추진한다고 26일 밝혔다. 180일간의 특검으로도 모자라 2차 내란 특검까지 출범시켜 '내란 몰이'를 계속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다. 지금까지의 민주당 기준으로 이 전 의원은 내란 동조 청산 대상이다. 그런데 인선 발표에 '이 대통령의 실용·통합 의지'라고 할 뿐 묵묵부답(默默不答)이다. '이 전 의원은 되고 다른 의원들은 안 된다'는 '선별적 내란 몰이'는 명분이 서지 않는다. 다른 국민의힘 인사들도 포용·통합할 수 있다는 얘기 아닌가? 민주당의 '내란 몰이'가 이 전 의원 장관 지명으로 어떤 국면을 맞을지 지켜볼 일이다.

    2025-12-30 05:00:00

  • [관풍루] 국가정보원, 2019년 '북한 어민 동해 북송 사건'과 2020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한 고발 취하하기로 결정.

    ○…이재명 대통령,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내정자의 12·3 비상계엄 옹호 발언에 대해 본인이 직접 충분히 소명하고 단절 의사를 표명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고. 공개 자아비판하라는 소리네. ○…국가정보원, 2019년 '북한 어민 동해 북송 사건'과 2020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한 고발 취하하기로 결정. 있는 죄가 없어지는 정권 교체의 마술, 다음 대선에서 정권 바뀌면 또 어떻게 되려나? ○…정청래 민주당 대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으로 문재인 정부 인사들이 기소된 것을 '조작 기소'로 규정하며 특별검사 추진 가능성 시사. 사건마다 특검 하려면 번거로울 테니 아예 '특검청'을 만들지 그러나.

    2025-12-30 05:00:00

  • [날씨] 12월 30일(화)

    [날씨] 12월 30일(화) "맑음"

    2025-12-29 18:39:29

  • [윤명철의 다시 보는 한국역사와 문화] '한사군'과 낙랑군 문제를 다시 묻다

    [윤명철의 다시 보는 한국역사와 문화] '한사군'과 낙랑군 문제를 다시 묻다

    한국 고대사에서 이른바 '한사군' 문제는 오랫동안 논쟁의 중심에 놓여 왔다. 그중에서도 '낙랑'이라는 이름은 단순한 학술 용어를 넘어, 한국 고대사를 바라보는 인식 틀 자체를 규정해온 핵심 개념이었다. 기원전 108년, 한나라가 위만조선을 멸망시킨 결과로 평양과 대동강 유역은 수 백년 동안 '한사군의 공간'으로 설정되었다. 발견된 유물과 유적은 한 제국의 직접적 지배흔적으로 해석되고 인식되는 경향을 만들었다. 일본 식민사학이 시작한 이러한 접근은 고대 역사를 지나치게 단선적으로 구성한다는 점에서 사실의 검증 여부와 함께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한사군'이라는 말은 언제, 왜 만들어졌는가 '한사군'이라는 명칭이 해당 시대의 역사적인 실재를 정확히 반영하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검토가 부족했다. 지금까지 논쟁들의 상당한 부분은 이 용어가 만들어낸 인식의 틀에서 비롯된 면이 강하다. '한사군'이라는 말이 전제되는 순간, 낙랑은 한나라의 식민 통치단위로 규정되고, 이후의 모든 자료 해석은 이 전제에 종속되기 쉽다. '평양 낙랑군설'은 일본 제국이 식민통치를 정당화하는 역사적 근거로 적극 활용되었다. 때문에 독립 이후에는 반작용으로 낙랑군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거나, 한반도 내 위치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시각들이 학계와 재야에서 등장했다. 그런데 이 두 입장은 모든 면에서 대립하지만, 공통된 한계를 지닌다. 모두 '낙랑군이 있었는가, 없었는가', '평양 지역인가 아닌가?'라는 단순한 질문에 매달려 낙랑이 존재했던 역사적인 구조와 장기적인 맥락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분명히 해야 할 사실은 한사군을 설치한 주체인 한(漢)나라의 대외정책과 그 시대의 국제환경, 그리고 위만조선의 역할과 관계 속에서 파악할 필요성이다. 한나라는 무제대에 이르서 60여 년에 걸친 흉노에 복속된 상황을 벗어나 팽창하면서 주변 지역에 몇 개의 군을 설치했다. 남쪽으로는 광동성 일대인 남월 지역에 9군을 설치했고, 서쪽으로는 감숙성을 넘어 타림분지인 오아시스 실크로드를 개척하는 과정에서 군현과 관할 단위를 두었으며, 북서방 초원 지역에서도 유사한 행정정책을 추진했다. 그런데 이들 사례들을 종합하면 군의 설치가 곧바로 장기적인 식민통치를 의미하지는 않았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군현은 한 제국이 주변부 세계에 접근할 때 사용하는 하나의 관리 방식이었으며, 그 성격은 군사·외교·무역·정보수집 등 상황에 따라 달라졌다. 한나라의 행정력은 수도에서 멀어질수록 급격히 약화됐고, 주변부 지역에 대규모 인력과 재정을 장기간 투입할 능력과 의지는 언제나 제한적이었다. 때문에 한나라의 쇠약과 더불어 군현들은 얼마 못 간 채로 유명무실해지거나 철폐됐다. ◆평양 지역은 한나라의 수백 년 식민거점이었을까? 이러한 점에서 대동강과 하구 유역의 조건은 더욱 중요하게 검토될 필요가 있다. 이 지역은 한나라의 수도에서 지리적으로 매우 먼 곳이었을 뿐 아니라, 경제적인 가치 또한 제국의 핵심 관심권과는 거리가 있었다. 남월 지역처럼 해양 실크로드를 이용해서 조세와 상업 이익이 기대되는 곳도 아니었고, 오아시스 실크로드처럼 무역과 군마공급 등 제국 운영과 직결되는 전략 지역도 아니었다. 더구나 정치·군사적으로도 한나라의 핵심 방어선과는 멀어 간접통치조차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에 불리한 조건이었다. 실제로 수도권인 섬서 지역이나 산서 지역에서 천연장벽이 있는 요서와 요동을 넘어 압록강 하구를 도하해서 첩첩의 자연 방어선이 완벽한 대동강 하구까지 이르는 육로 교통망은 아주 악조건이다. 따라서 평양 일대가 한무제가 파견한 육군 5만이 공격력을 집중시킨 왕험성이 있다고 판단하기는 매우 곤란하다. 그 이후의 역사들이 증명하듯이 대규모의 군사가 신속하게 작전을 펼칠수 없으며, 상시적으로 한나라 중심부와 교류하기에 매우 악조건이다, 해양의 길은 산동반도의 동안(成山)을 출항해서 서해중부를 횡단하여 대동강 하구에 상륙하는 방식이거나 발해만을 경유(사료는 발해로 기록)한 후 황해북부와 서한만을 경유하여 대동강 하구까지 연근해항로를 이용하는 방식이 있다. 당시의 조선술과 항해술을 고려할 때 평양 지역은 『사기』의 기록처럼 한나라의 산동수군이 상륙해서 빈번한 공방전을 펼칠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설사 이러한 조건 속에서 한나라가 승리했다 해도 막대한 인력과 행정력을 투입해 수백 년 동안 직접 지배했다고 상정하는 것은 제국 운영의 현실과 세계사적인 예와 비교하면 부합하지 않는다.(『고조선 문명권과 해륙활동』) 소위 '한사군'이라 불리는 군들의 존속 양상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사료를 종합하면 3군이 먼저 설치되고, 1년 후에 현도군이 설치됐다. 하지만 낙랑군을 제외하고, 현도군은 이전을 거듭하다 고구려에 멸망당했고, 임둔군과 진번군은 이른 시기에 폐지됐다. 그렇다면 독립된 행정 단위라기보다 속현이나 거점, 중계지에 가까웠을 가능성도 크다. 낙랑조차도 안정적으로 작동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다. ◆한사군의 실체 또 하나는 '한사군'이라는 명칭의 실체이다. 이 용어는 동 시대의 공식적인 행정 명칭도, 그 시대 사람들의 자칭도 아니라는 점이다. 한나라는 이를 하나의 고정된 체제로 묶어 '한사군'이라 부르지 않았다. 여기에 더해 '한(漢)'이라는 명칭이 만들어내는 시간적 착시 역시 간과할 수 없다. 해당시대의 기록인 『사기』는 조선의 멸망 후 '군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언급할 뿐, '사군 체제'를 제도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1세기에 편찬된 『한서』에 이르러서야 조선지역의 군현이 묶여 서술되지만, 이 역시 4군을 하나의 고정된 체제로 규정하지는 않는다. 다시 말해 '사군'이라는 표현은 행정 현실의 정확한 반영이라기보다, 후대에 사서를 편찬하는 과정에서 여러 군현을 집합적으로 정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편의적 용어에 가깝다. 그럼에도 이 후대적인 개념이 마치 고대제도의 실체였고, 4군이 마치 수 백 년 동안 존속된 것처럼 인식을 왜곡시켰다. 전한은 서기 8년에 붕괴했고, 왕망에 세운 신(新) 왕조가 들어섰고, 다시 후한이 25년에 성립했고, 220년에 멸망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다른 정치적인 시기들을 한 단위로 묶어 '한사군'이라는 이름으로 설명해 왔다. 이것은 논의의 방향을 특정한 결론으로 수렴되고 만들고, 다른 가능성들을 무시하거나 주변화시켰다.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이 있다. 한사군이 설치된 직후부터 고조선을 계승한 소국들이 역사에 등장했다. 고구려는 건국한 후부터 한나라와 군사적인 충돌을 거듭했으며, 낙랑지역을 여러번 공격했다. 낙랑군이 고구려에 의해 최종적으로 소멸된 313년은 한나라와는 연관없는 시기이다. 따라서 낙랑군을 한사군이라는 명칭으로 한나라의 장기적 식민 통치 기관으로 인식시키게하는 태도와 연구방식들은 문제가 있다. 이러한 상황들을 종합하면, 보다 현실에 가까운 해석이 가능해진다. 설사 '낙랑군' '낙랑'이라는 행정 명칭은 한나라의 실질적·지속적인 지배가 미친 통치공간이라기보다, 전환기적·형식적인 관리체제의 명칭일 가능성이 크다. 또한 중앙에서 파견된 관료 집단이 지역 사회를 일괄적으로 지배하는 방식이 아니라 장기간 활동해 온 토착민 사회의 구조 위에 외래 질서가 단기간 겹쳐진 후에 상호작용을 통해서 지속된 체제라고 보는 편이 자연스럽다. 특히 한나라가 실질적으로 힘을 상실한 후에는 다만 그 명칭과 문화, 일부 주체들이 한나라 문화와의 연관성을 유지했을 뿐이다. ◆토착 고조선 문명과 외래 한(漢)문화의 만남 이 지역에서 발견된 고고학 자료들은 이러한 해석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대동강 유역과 하구 지역에는 약 4천 년 전부터 대규모 고인돌이 집중적으로 장기간 축조되어 왔다. 고인돌은 단순한 매장 시설이 아니라 공동체의 기억과 권위, 의례와 정치 질서의 중심을 상징하는 거대한 구조물이다. 이 사실은 평양과 대동강 일대가 특정한 세력의 일시적인 거점이 아니라 지속적인 문명의 중심 문화권이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해륙 네트워크라는 관점에서 보면, 평양과 대동강 유역은 변방이 아니라 교류와 순환이 집중되는 중심부였다. 신석기· 청동기 이래 조선적 세계 내부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기원전 1세기부터 3세기까지 한나라 문화의 요소가 반영된 유적과 유물이 대량으로 확인된다. 낙랑토성으로 불려온 평지 토성은 치소로 비정되었고, 여기서 관청지·주거지·병영지 등 성내시설 흔적(관청터·집터·병영터)과 우물(벽돌우물) 등이 확인됐다. 하지만 아직도 문제점들은 있다. 최근에 북한은 낙랑시대 이전에 쌓은 고조선 성의 흔적을 발견했다고 한다. 또한 봉니와 목간 또한 행정의 증거로 거론되지만, 출토 맥락이 불분명하거나 자료 공개가 충분하지 않은 사례가 있다. 정백동 고분군에서 귀틀,벽돌무덤 등 복합적인 묘제들이 발견됐고, 석암리 고분군에서 발굴된 화려한 부장품과 위세품들이 발견됐다. 이러한 사실들은 이 지역이 동아시아 한문화권과 깊이 접촉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문화의 유입이 곧 정치적 지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문화는 이동하고 선택적으로 수용될 수 있지만, 지배는 제도와 시설, 그리고 반복되는 행정의 흔적을 남긴다. 그런데 낙랑지역에서는 풍부한 문화적 흔적에 비해, 직접적이고 지속적인 행정지배를 입증할 물리적 구조가 상대적으로 희박하다. 때문에 중앙관료의 존재를 단정하기보다는, 토착 엘리트가 외래 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재구성한 결과로 해석하는 편이 설득력 있다. 결국 이 문제의 핵심은 명칭과 실재를 구분하는 데 있다. 그런데 북한은 해방 이후에 낙랑구역에서 3,000여 기의 고분을 발굴했고, 금은 장신구, 마구류 등 1만 6,000여 점의 유물을 수습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유물들이 한나라의 문화가 아니라 고조선의 전통을 계승한 독자적 문화라고 주장한다. 그 밖에 봉니문제도 거론했다. 아직 확증할 수는 없지만, 이러한 상황들은 기존의 주장에 신중한 검토를 필요로 한다. '한사군' '낙랑군'이라는 용어가 강요한 통념과 달리 대동강 유역은 문화와 역사적 성격이 복합적이고 유동적이었다. 이 지역은 한 제국의 안정된 동쪽 식민 거점이라기보다, 기존의 토착 세계 위에 외래 질서가 일정 기간 겹쳐지고, 그 속에서 협상과 충돌, 재편이 반복된 공간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동아시아 고대사를 분석하면 항상 제국의 영향은 언제나 일방적이고 단선적으로 작동한 것이 아니다. 외래세력들과 토착세력들 사이에는 지배와 교류, 강제와 선택, 이주와 토착화가 늘 함께 움직였다. 평양지역 역시 그러한 중층적 구조 속에 놓여 있었던 공간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곳은 한 제국이나 잔여 세력들의 명령이 일방적으로 관철되는 장소라기보다는 여러 세력들이 만나 협상하고, 충돌하며, 재구성된 역사적 장이었다. ◆동아시아 질서와 연동된 우리 역사와 문화 이제 한사군, 특히 낙랑군 문제는 '한반도에 있었다/없었다' '한나라의 식민기관이다/ 아니다'라는 장기간 지속된 비생산적인 논쟁을 넘어설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명칭과 지배세력이 아니라, 어떤 역사적인 현실이 작동했는가다. 낙랑 문제는 문명과 역사를 평가하는 기준을 바꿔야 한다. 고조선의 역사발전, 문화의 성격과 연동시켜 해석하고, 그시대 동아시아의 국제질서, 한나라의 군현정책의 실태 등과 연동시켜 판단해야 한다. 그렇다면 소위 '한사군'과 '낙랑문제'는 식민 지배라는 불유쾌한 상징을 넘어 동아시아 고대사가 지닌 복합성과 전환을 보여주고, 우리문화와 역사의 고유성을 이해하는 핵심 사례로 활용할 수 있다. 동국대 명예교수·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대 교수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2025-12-29 14:00:00

  • [함께 꿈꾸는 시] 김종태 '유언遺言'

    [함께 꿈꾸는 시] 김종태 '유언遺言'

    〈유언遺言〉 단골로부터 사 놓은 육쪽마늘 묶음을 몇 달째 베란다에 걸어두신 노모 올해 김장도 당신 손으로 직접 해줘야 한다며 그 마늘, 혹시 상하지나 않았을까 굽은 허리로 틈날 때마다 살피신다 무좀으로 두꺼워진 발톱이 살을 파고들어 발톱 깎기에 집중하고 있는 아들에게 느닷없이 '올여름, 내 죽거들랑 저 마늘 가져가 김장할 때 쓰라' 하신다 빛과 어둠이 겹겹이 다녀간 백 년 세월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우면 등은 저토록 굽어야 하고 마음은 또 어린애처럼 약해졌을까 껍질 속 마늘처럼 알싸해진 나는 매운 눈물로 울어야 하는 대책 없는 아이가 되어 엄마 집을 나선다 〈시작 노트〉 칠성시장 단골로 다니시던 어머니의 발길은 아직도 선명한데 요즘은 북두칠성 어디쯤에서 장을 보고 계시겠지요? 달빛 좋은 어느 날 밤, 제게도 꼭 한 번 다녀가시기를 기다리겠습니다.

    2025-12-29 06:30:00

  • [사설] 제주항공 참사 1년, 아직도 요원한 진상 규명·안전 확보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慘事)가 29일로 1주년을 맞았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탑승자 181명 중 179명이 숨진 국내 최악의 항공기 사고다. 그러나 사고 진상(眞相) 규명은 끝나지 않았고, 수사는 부진하다. 공항 안전 확보를 위한 조치도 더디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는 전체 조사 과정의 절반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한다. 올해 내 발표하려던 중간보고서는 공정성(公正性)을 의심하는 유가족의 반대와 함께 항철위 조직 개편 추진과 맞물려 공개 자체가 어려워졌다. 항철위를 국토교통부 산하 조직에서 독립 기구로 분리하는 절차가 진행되면서, 진상 규명은 예정보다 더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국토부 공무원 등 44명을 입건했다. 그러나 검찰에 송치(送致)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국토부는 무안공항 로컬라이저 시설(착륙 유도 안전시설)의 둔덕이 콘크리트로 돼 있어 참사가 발생했다는 지적에 따라, 올 4월 전국 7개 공항의 둔덕을 안전한 구조물로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교체 공사가 끝난 곳은 포항경주공항과 광주공항뿐이다. 또 항공 전 분야의 안전 규정 준수를 감독하는 항공안전감독관을 기존 30명에서 올 연말까지 43명, 2027년까지 57명으로 확대키로 했다. 그러나 올해 말 기준 감독관 한 명이 맡는 항공기는 10대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권고(勸告)하는 1명당 3.3대를 크게 웃돈다. 사고 후 제기된 독립적인 항공안전 전담 기구 신설을 위한 논의도 멈췄다. ICAO는 1997년 대한항공 여객기 괌 추락 사고 이후 한국에 항공안전청 설치를 권고했다는데, 30년 가까이 요지부동(搖之不動)이다. 유가족들은 지금도 "제주항공 참사가 국가의 총체적 관리 부실과 안전 불감증이 빚어낸 예고된 인재"라며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진실 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은 희생자와 유족만을 위한 게 아니다. 이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국가의 책무(責務)다. 179명의 목숨을 잃고서도 바뀌는 게 없다면, 그 사회는 희망이 없다.

    2025-12-29 05:00:00

  • [사설] 각종 논란 김병기 의원, 여당 원내대표 역할 수행할 자격 있나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둘러싼 의혹(疑惑)이 계속 확산되고 있다. 「대한항공이 제공한 160만원대 호텔 숙박권을 받았다. 가족이 병원 진료를 받을 때 특혜 요구를 했다. 피감기관인 쿠팡으로부터 최고급 호텔에서 오찬 대접을 받았다. 김 대표 배우자가 지방의회 업무추진비(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한 의혹이 있다. 국정원에 근무하는 아들의 업무를 의원실 보좌진에게 맡겼다」 등. 각종 논란과 의혹에 대해 김 원내대표는 "여야 다른 의원실과 마찬가지로 했다" "문제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항공사로부터 받은 숙박권은 당초 알려진 가격보다 훨씬 낮은 가격"이라거나 의혹을 폭로한 전직 보좌진들의 과거 부적절한 언사(言辭)를 드러내 비판하는 방식으로 논란에 대응했다.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물타기, 초점 흐리기, 보좌진 공격으로 비판을 피하려 한 것이다. 정부 및 야당과 협상해 국정을 이끄는 막중한 위치에 있는 민주당 원내대표로서 그런 대응은 구차하고 실망스럽다. 김 원내대표를 둘러싼 의혹들은 '부정 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법' 위반 혐의를 피할 수 없다. 경찰 수사로 밝혀야 할 일이다. 청탁금지법 차원을 떠나, 김 원내대표는 입법권·예산권·감시권을 가진 국회의원이자 거대 여당 원내대표이다. 본인이나 가족이 기업으로부터 편의(便宜)나 금품을 제공받았다면 그 자체로 직무 관련 또는 지위를 이용한 혜택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원내대표나 가족의 요구 없이 상대방이 권력을 의식해 자발적으로 특혜를 제공했더라도 마찬가지다. 그가 여당 원내대표라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할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민주당은 지금까지 다른 사람들의 특혜·갑질·권력형 비리에 대해 강하게 비판해 왔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이나 민주당 인사들의 보좌진에 대한 갑질, 여성 성추행 등에는 당 차원에서 특별한 조치(措置)를 취하지 않았다. 이번에 김 원내대표에 대해 민주당이 어떤 처분을 내릴지를 보면 민주당의 정치적·윤리적 실체가 분명해질 것이다.

    2025-12-29 05:00:00

  • [사설] 1,400원대 뉴노멀 고환율, 땜질 처방 말고는 대책이 없는 정부

    외환당국의 강도 높은 구두 개입 경고, 달러 수급 대책에 이어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 소식이 전해지자 1,480원을 웃돌던 원·달러 환율이 1,440원대로 내려앉았다. 그러나 30일 결정되는 연말 환율 종가(終價)가 과거 위기 상황과 글로벌 달러 약세 기조에 비해 높다 보니 불안감은 여전하다. 환율 연말 종가는 외환위기였던 1997년(1,695.0원),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2024년(1,472.5원)에 이어 역대 3위에 오를 전망이다. 연말 종가는 기업과 금융기관의 재무제표상 외화부채 평가 기준이다. 고환율로 외화부채가 높게 평가되면 기업과 금융기관 신용도 하락으로 대출과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4분기 평균 환율이 외환위기 이후 최고였는데, 연평균 1,420원대 환율까지 고착화하면 원화 약세 인식이 팽배해져 국내 투자는 더 위축될 수 있다. 이에 정부는 해외 주식을 팔고 국내로 복귀한 투자자에게 비과세 혜택을 주는 투자 대상을 국내 주식뿐만 아니라 채권형 상장지수펀드(ETF), 원화 현금 보유까지 검토 중인데, 조세 회피(回避) 우려가 나온다. 해외 주식을 팔아 국내 주식에 투자한 뒤 원래 갖고 있던 국내 주식을 팔아 해외 주식에 다시 투자하는 방식으로 비과세 혜택만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막을 방법을 고심 중이지만 모든 투자자의 거래 내역을 감시하기는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 고환율로 기업들의 경기 전망도 나빠졌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내년 1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BSI)는 77에 그쳤다. 18분기 연속 기준치 아래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놓은 적정 환율은 1,330원대인데,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예측한 내년 환율은 1,420~1,440원이다. 경제 상황에 비해 달러 수급(需給) 불균형이 훨씬 컸다는 의미다. 정부 대응이 급한 불은 껐지만 중장기 환율 여건은 달라지지 않았다. 달러가 국내에 더 머물게 하려면 위기 산업 재편과 제조업 경쟁력 확보가 급선무다. 땜질식 처방만으로는 결코 외환시장 안정을 도모할 수 없다.

    2025-12-29 05:00:00

  • [관풍루] 민주당 정청래 대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사건 결심 공판 최후 진술에 대해 "참 허접하기 짝이 없다"고 비난

    ○…민주당,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2차 종합 특검'·필리버스터 제한법 추진에 대해 "국민적 요구에 대한 응답"이라고 주장. 명분 궁해 '국민' 내세우는 것은 알겠는데, 그 국민은 어떤 국민? ○…민주당 정청래 대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사건 결심 공판 최후 진술에 대해 "참 허접하기 짝이 없다"고 비난. '허접하다'는 그대의 입이 허접하다는 사람도 많음을 알아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수입 업체의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올해 미국 내 기업 파산 신청이 2010년 이후 최대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 트럼프 관세 폭탄은 세계 경제에도 미국 경제에도 독.

    2025-12-29 05:00:00

  • [날씨] 12월 29일(월)

    [날씨] 12월 29일(월) "구름많고 곳에 따라 한때 비"

    2025-12-28 18:46:12

  • [매일춘추-김혜령] 다음 장을 넘기기 전에

    [매일춘추-김혜령] 다음 장을 넘기기 전에

    익숙한 일상에서 잠시 떨어져 나와 있으면, 평소에는 잘 들리지 않던 질문들이 따라온다. 바쁜 일정 속에서는 굳이 꺼내지 않아도 되었던 생각들이다. 멀리 와서야, 거리보다 삶의 속도가 달라졌다는 점이 더 크게 느껴졌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내 몸과 마음이었다. 해야 할 일에 쫓기다 보니 건강을 뒤로 미룬 순간들이 적지 않았다. 늘 열심히 살고 있다고 믿었지만, 그 '열심히'가 과연 나를 위한 것이었는지는 다시 묻게 됐다. 바쁘다는 이유는 많은 것을 정당화하지만, 결국 스스로를 설득하지는 못한다. 열심히 살았다는 말과, 잘 살았다는 말은 종종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오래 해온 일에 대해서도 생각이 이어졌다. 같은 일을 지속한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축적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관성이 되기 쉽다. 같은 일을 오래 해온 사람일수록, 어느 순간 기술보다 태도가 더 중요해진다. 음악이든 삶이든 마찬가지다. 무대에 서기 전, 연주할 곡을 정말 내 것으로 소화했는지, 마음 없이 반복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앞으로는 서두르기보다, 음악을 더 사랑하는 마음으로 충분히 준비된 상태에서 무대에 서고 싶다는 다짐이 생겼다. 사람들과의 관계도 조용히 떠올려 봤다. 새롭게 가까워진 인연이 있는가 하면, 예전만큼 자주 닿지 않게 된 관계도 있다. 모든 관계를 같은 힘으로 유지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이제는 받아들이게 된다. 멀어짐이 꼭 잘못은 아니고, 변화가 반드시 실패를 뜻하는 것도 아니다. 일상의 루틴 역시 점검 대상이었다. 하루의 흐름이 나와 가족의 행복과 건강을 향하고 있었는지, 아니면 익숙함에 기대어 무심히 흘려보내고 있었는지.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마저 다른 생각으로 채우고 있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된다. 함께 있을 때만큼은 온전히 그 시간에 머무는 삶, 그것 역시 의식적인 선택이 필요하다. 책을 읽는 일에 대해서도 마음을 다잡게 된다. 바쁘다는 이유로 미뤄왔던 독서는 생각보다 쉽게 삶의 중심에서 밀려나 있었다. 읽는다는 것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생각의 속도를 가다듬고 자신을 점검하는 시간이라는 걸 다시 기억하고 싶다. 새로운 시작은 언제나 거창한 결심에서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무엇을 더할지보다, 무엇을 덜어낼지를 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끝내지 않은 생각들, 점검하지 않은 방식들을 그대로 둔 채 다음 장으로 넘어갈 수는 없다. 잠시 멈춰 서서 지금까지의 문장을 다시 읽어보는 시간은 뒤처짐이 아니라 준비에 가깝다. 다시 익숙한 자리로 돌아가면 삶은 또 같은 속도로 흘러갈 것이다. 그러나 이전과는 조금 다른 마음으로 그 시간을 건너고 싶다. 더 사랑하는 마음으로 음악을 대하고, 충분히 준비된 연주로 무대에 서며, 책을 통해 생각의 깊이를 놓치지 않고, 아이와 함께하는 순간만큼은 온전히 그 시간에 집중하는 삶. 다음 장을 넘기기 전에 필요한 것은 거창한 변화가 아니라, 나를 아끼는 선택을 하루에 하나씩 늘려가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조금씩, 삶의 결을 더 따뜻한 쪽으로 옮겨가고 싶다.

    2025-12-28 13:32:37

  • [사설] 한국 핵잠수함에 김정은의 신경질적 반응, 무시가 상책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국 핵잠수함 추진에 대해 "우리 국가의 안전과 해상 주권을 엄중히 침해하는 공격적인 행위"라고 비난했다. 25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최근 서울의 청탁으로 워싱턴과 합의된 한국의 핵잠수함 개발 계획은 조선반도 지역의 불안정을 더욱 야기시키게 될 것"이라며 "반드시 대응해야 할 안전 위협으로 간주한다"고 경고(警告)했다. 적반하장(賊反荷杖)도 유분수지, 이게 북한이 할 소리인지 되묻고 싶다. 핵은 물론 대륙간탄도·중단거리 미사일, 전략 잠수함 등 치명적인 살상 무기 개발에 모든 걸 쏟아부으면서 '국가 안전 엄중 침해' '반드시 대응'이라니 기가 찰 일이다. 8천700t급 '핵동력 전략유도탄 잠수함 건조사업' '신형 고공 장거리 반항공(대공)미사일 시험 발사' 현장을 직접 참관하면서 할 소리는 더더욱 아니다. 이러한 반응은 이재명 정부 들어 추진되고 있는 대북 정책·조치를 보면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오죽 만만하면 '내로남불' 같은 발언을 김 위원장이 직접 보란 듯이 했겠는가. 대북 확성기 철거, 대북 방송 중단, 한미 훈련 축소 조정, 최근엔 군사분계선 침범 기준 판단 논란까지 북한 눈치 보며 물러서고 있는 게 하나둘이 아니다. 통일부와 외교부 등 부처 간 갈등, 자주파와 동맹파 간 충돌, 이로 인해 불거진 한미 회의 거부, 두 국가론 논란, 북핵 관련 협상 기조(基調) 변화 움직임 등도 영향을 미쳤을 터다. 김 위원장의 한국 핵잠수함 경고는 의도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를 빌미로 북한 핵 개발과 핵잠수함 건조 명분을 갖고 정당화하기 위해서다. 지금처럼 속 다 드러내고 빈틈·패(牌) 다 보이면 북한에 계속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철거·철수하면 알아줄 것이라는 건 착각이다. 강한 메시지와 대응도 필요하다. 김 위원장의 반발은 한국 핵잠수함 추진이 북한에 큰 위협이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도 김 위원장의 이번 발언을 빌미로 그동안 자제해 왔던 북핵의 심각성과 불법성에 대해 경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

    2025-12-26 05:00:00

  • [사설] 정권 바뀌자 막강해진 경찰, 벌써부터 '권력의 시녀'가 될 조짐

    이재명 정부 들어서 경찰의 권한(權限)과 조직이 확대되고 있다. 새해 경찰 예산이 크게 증가했다. 경찰관 채용이 늘고 경찰서 정보과는 복원된다. 내년 10월 검찰청 해체가 단행되면, 경찰은 견제받지 않는 국가 중추 수사기관이 된다. 권력 남용(濫用)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경찰은 내년 예산에서 올해보다 7천341억원 증가한 14조2천621억원을 확보했다. 이는 최근 2~3년간 경찰청 예산 증액 규모(평균 5천억원대)보다 2천억원 늘어난 것이다. 경찰은 내년 신임 순경 채용 규모를 올해(4천800명)보다 많은 6천400명으로 결정했다. 지난 정부에서 '토호(土豪) 세력과 유착' 등을 막겠다며 없앴던 경찰서 정보과를 새로 설치한다. 여기에 배치될 경찰관은 1천400여 명이다. 검찰청이 없어지면, 경찰은 사실상 수사권을 독점(獨占)한다. 정부·여당의 전폭 지원 아래 경찰은 거대 조직에 수사권·정보력까지 장악하게 됐다. '검찰의 시대'가 끝나고, '경찰의 시대'가 시작되는 것이다. 국가 공권력이 경찰에 쏠리면서 경찰의 중립성 확보는 필수 과제다. 검찰이 '권력의 시녀(侍女)'란 비난을 들었듯이 경찰도 그런 위험에 노출돼 있다. 역대 정권에서 경찰은 정권의 뜻에 맞게 움직였다는 비판을 받았다. 최근에도 그런 사례가 있다. 경찰은 시민단체가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와 관련해 정성호 법무부 장관 등을 서울경찰청에 고발한 사건을 서울 서초경찰서로 넘겼다. 반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변호인들의 법정 모욕(侮辱) 사건에 대한 처리는 달랐다. 법원행정처는 이 사건을 서초경찰서에 고발했는데, 경찰은 "중대 범죄"라며 이를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로 이관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의 '엄정 수사' 지시가 떨어진 직후다. 경찰은 조직 특성상 정권과 외풍(外風)에 민감하다. 국민들은 경찰의 통제 부재 가능성을 걱정한다. 이 대통령도 최근 국정 업무 보고에서 "경찰 역할이 커지고 있고, 권한이 커지는 만큼 책임도 많이 져야 한다"고 했다. 경찰의 '중립성 확보'와 '민주적 통제'를 위한 법·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

    2025-12-26 05:00:00

  • [사설]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특검 수용, 결국 면피용 작전이었나

    더불어민주당이 '통일교-정치권 유착 의혹'에 대한 "특검을 수용하겠다"고 했을 때, 본지는 야당의 반발과 여론의 비판을 무마(撫摩)하기 위한 '물타기용 특검 수용' '면피용 특검' 가능성을 지적했다. 그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이 내놓은 특검 추천안(법원행정처가 특검 후보 2명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이 중 1명을 지명하는 안)을 거부하며,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 1명씩 추천하자고 했다. 이는 민주당이 3대 특검(내란특검, 김건희 특검, 해병 특검)을 추천하면서 수사 대상인 국민의힘을 배제(排除)한 것과 배치된다. 민주당은 이미 2024년 11월 상설특검 개정안을 처리하면서 '수사 대상 정당은 추천권에서 배제한다'고 규칙을 바꿨다. 따라서 통일교 특검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특검 추천에서 제외돼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자신들이 1명을 추천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이 추천한 특검 후보를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겠다는 말이다. 이에 대한 비판이 거세자 민주당은 친민주당 성향 재판관이 다수인 헌법재판소나 친여 성향의 민변 등이 특검 후보를 추천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 역시 민주당에 면죄부(免罪符)를 주기 위한 특검을 하자는 것으로 보일 뿐이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민주당 의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진술을 듣고도 뭉갠 민중기 특검도 수사 대상에 넣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이 또한 거부한다. 그러면서 야당 인사들 의혹에 초점을 맞추자고 한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통일교 특검을 빨리 처리할 수 있도록 당력을 집중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연내 신속 처리는 어렵다"고 한다. 당 간판들은 서두르는 시늉을 하고, 실제로는 시간을 끌며 증거 인멸이나 처벌을 면할 시간을 주는 셈이다. 민주당 인사(전재수 전 장관)의 통일교 2018년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공소시효는 2025년 12월 31일로 만료(滿了)된다. 민주당이 장악한 국회에서 염치와 양심을 찾아볼 수 없는 일들이 일상이 되고 있다.

    2025-12-26 05:00:00

  • [관풍루]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 물어봅시다. 그래서 그 제보가 거짓말이라는 거요?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 사생활 의혹 잇따른 언론 보도와 관련, "제보자는 전직 보좌 직원으로 추정되고, 교묘한 언술로 공익제보자 행세를 하고 있다"고 주장. 물어봅시다. 그래서 그 제보가 거짓말이라는 거요? ○…공정거래위원회, 국내 주요 생리대 업체 3사 본사에 대한 현장조사에 나서. 국내 생리대 가격이 비싸다는 이재명 대통령 지적 닷새 만이라는데 대통령의 교시(敎示) 너무 늦게 받드는 불충(不忠)? ○…내란특검이 기소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공수처 체포 방해 혐의' 사건 1심 결심공판이 26일 마무리. 내란 수사권 없는 공수처의 윤 전 대통령 체포는 불법이니 내란특검의 기소가 불법 아닌가?

    2025-12-26 05:00:00

  • [날씨] 12월 26일(금)

    [날씨] 12월 26일(금) "대체로 맑음"

    2025-12-25 18:57:22

  • [베스트셀러] 12월 넷째 주(12월 19일~12월 25일)

    ◆이번주 베스트셀러(2025년 12월 19일~12월 25일 기준) 1. 흔한남매21/ 백난도, 유난희 2. 최소한의 삼국지/ 최태성 3. 할매/ 황석영 4. 진보를 위한 주식투자/ 이광수 5. 박곰희 연금 부자 수업 (10만 부 기념 스페셜 에디션)/ 박곰희 6. 2026 큰별쌤 최태성의 별별한국사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심화(1,2,3급) 상/ 최태성 7. 혼모노/ 성해나 8.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 태수 9. 2026 큰별쌤 최태성의 별별한국사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심화(1,2,3급) 하/ 최태성 10. 트렌드코리아/ 김난도, 전미영, 최지혜, 권정윤, 한다혜, 이혜원, 이수진, 서유현, 전다현, 이준영, 이향은, 김나은 〈예스24 제공〉

    2025-12-25 12:29:26

  • [사설] 고환율이 불러온 소비·고용 위기, 정부는 어떤 대책이 있나

    지난 1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2017년 11월 이후 8년 만에 최고치로 오르며 내수 회복 기대감을 키웠지만 고환율, 고물가 탓에 한 달 만에 떨어지고 말았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9.9에 그쳤다. 비상계엄이 있던 지난해 12월 이후 낙폭(落幅) 중엔 가장 크다. 속단(速斷)하기는 이르지만 환율이 빠르게 진정되지 않는다면 고물가가 내수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내년 소매유통시장 성장률이 최근 5년간 최저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매유통업체 300개를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내년 소매유통시장 성장률은 0.6%로 예상됐다. 이유로는 소비심리 위축, 고물가, 가계부채 부담 등이 꼽혔다. 일자리 상황도 최악이다. 지난해 일자리 증가율이 역대 최저였는데, 올해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월 60시간 미만 일하는 '초단시간(超短時間) 근로자'도 급증세다. 임금근로자 중 이들의 비율은 2012년 3.7%에서 지난해 8.5%로 늘었고, 근속 1년 미만 근로자 중 초단시간 비율은 20%를 넘겼다. 이들에겐 주휴수당·연차 유급휴가·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퇴직급여·2년 초과 기간제 고용금지 등 최소한의 보호장치도 없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24일 "환율 때문에 수입품 물가가 오르고, 골목 가게는 원가도 못 맞춰 장사할수록 적자이고, 청년의 단기 일자리마저 줄인다"며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은 대책은 고사하고 6개월간 '환율'이라는 단어 한마디 언급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외환 당국이 환율 안정을 위한 구두 개입(口頭介入)과 함께 달러 공급 유도책을 발표했고, 원·달러 환율은 이날 1,449.8원까지 떨어졌다. 당장 약발이 먹혀들기는 했지만 섣부른 결론은 위험하다. 환율이 다시 1,480원 이상으로 솟구치면 상황은 정부의 외환 관리 능력과 정책 신뢰성 위기로 바뀐다. 시장이 예상과 달리 갈 때 정부가 내놓을 대책이 과연 남아 있는지 걱정스러운 상황까지 왔다.

    2025-12-25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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