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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정우의 읽거나 읽히거나] 환상적이고 또 판타스틱하다

    [백정우의 읽거나 읽히거나] 환상적이고 또 판타스틱하다

    에두르지 않겠다. 데니스 존슨의 마지막 소설집 '바다 여인의 선물'을 읽는 내내 그의 대표작 '기차의 꿈'을 떠올렸다. 전혀 다른 이야기, 다른 시대 배경인데도 그랬다. 정확한 이유도 모른 채 나는 두 책을 번갈아 보며 일부를 비교해보기도 했다. 전작이 다큐멘터리에 가깝다면 '바다 여인의 선물'은 그 아래 똬리 튼 실체를 쫓는 리얼리티 판타지 같았다. 첫 번째 이야기 '바다 여인의 선물'의 화자는 뉴욕에서 경력을 시작해 덴버와 피닉스를 거쳐 마침내 샌디에이고에 정착한 남자, 결혼 25주년이 되었고 두 딸을 낳아 기르고 아내와 사이좋게 지내면서 곧 예순세 살이 되는 광고인의 이야기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진 지점. 이 작가에게 이런 유머가 있었나, 싶었다. 그러니까 죽음을 앞둔 첫 번째 아내 지니에게서 걸려온 마지막이 될 통화를 하던 화자는 이런 생각에 빠진다. "이 여자가 내 첫 번째 아내 지니가 아니면 어쩌지? 제니라고 불릴 때가 많은 두 번째 아내 제니퍼라면?"(23쪽) 책 시작에 등장하는 그의 아내 이름은 일레인이었다. 책 어디에도 세 번째 아내라고 표기하지 않았으니 일레인이 일곱 번째나 열두 번째라도 무방할 터였다. 심지어 (첫 번째 아내라고 여긴 지니와의) 통화에서 자신이 부정을 저지르고 돈에 대해 거짓말한 것을 용서받고 싶다고 말한 남자였으니 말이다. 뉴욕에서 꽤 잘나가는 광고인으로 젊은 날을 보낸 남자라면…. 갑자기 나는 '기차의 꿈'에서 아내 글래디스 단 한 명만을 사랑했고 재산이라고는 땅 1에이커와 말 두 마리, 수레 한 대가 전부였던 남자 로버트 그레이니어가 몹시 불쌍하단 생각이 들었다. 데니스, 고약한 양반 같으니. 로버트에겐 참혹하고 건조한 삶을 남기더니 뉴욕 광고장이에게 이런 호사를 안겨주나. 마지막 편인 '도플갱어, 폴터가이스트'는 엘비스의 쌍둥이 동생의 흔적을 뒤쫓는 어느 시인의 이야기다. 그러니까 2016년 1월 엘비스 프레슬리의 여든한 번째 생일을 앞두고 위대한 시인 마커스 에이헌이 멤피스 경찰에 체포된다. 작중 화자는 시 워크숍 강의장에서 이십대의 마커스를 처음 만났고 즉시 그의 재능을 간파하고는 "네 글은 훌륭해"라고 말하지만 마커스는 "그건 제가 하는 일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게 아니에요."라며 일축한다. 그가 말한 가장 중요한 일이란 엘비스의 진실을 밝히는 것. 마커스는 훌륭한 시인이 되지만, 외려 광기는 더해진다. 15년째 시를 쓰지 않는데도 대학 측이 그에게 종신 교수직을 주려고 하는데 화자인 나는 종신교수가 불가능한 사람이었지만, 마크는 그런 자리는 관심도 없다. 제자의 재능을 알아본 나와 달리 마커스에게 재능은 중요하지 않다. 재능이 만들어내는 부가가치로 엘비스의 진실을 밝히는 것만 관심 있을 뿐이다.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건, 삶은 예측할 수 없다는 건 이런 거다. 누구는 평생을 애써도 못 이룰 일을 단숨에 뚝딱 해치우는 사람이 있고, 심지어 그 일은 본업도 아니다. 이해하기 힘들고 아이러니한 세상사를 받아들이는 사람이라면 마커스의 광기도 충분히 납득 가능할 터. 마커스가 집착하는 쌍둥이 혹은 도플갱어 아니면 폴터가이스트가 뉴욕 쌍둥이 빌딩이 무너져버리는 장면과 만날 때, 이야기는 너무 영화적이어서 비현실적이지만 결국 현실이라는 방증 앞에 무력해진다. 데니스 존슨의 '바다 여인의 선물'은 너무 현실적이어서 판타지가 되는 이야기 모음집이다. 그러므로 이쯤에서 떠올리는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감독의 명언 "영화가 현실에 가까울수록 더 환상적이다." 나머지 세 편? 더 판타스틱하다고만 말해두련다.

    2026-07-09 10:23:07

  • [사설] 행정통합·군 공항 이전·3대 메가프로젝트 'TK 패싱', 이유가 뭔가

    행정통합 무산, 군 공항 이전 지원 및 후적지 개발 소외, 3대 메가프로젝트 사실상 배제 등 '대구경북 패싱'이 잇따르고 있다. 이들 모두 대구경북이 가장 먼저 공론화하고 추진했거나 선도한 사업이라 박탈감과 허탈감이 더욱 크다. 행정통합과 군 공항 이전은 지자체 차원에서 주도하기 힘든, 사실상 중앙정부 사업 규모의 대업(大業)이다. 그렇지만 대구경북은 오랜 시간 거듭된 파행과 시도 및 시군 간 마찰·갈등 등 숱한 진통 속에서도 길을 열었다. 정부가 추진해야 할 사업을 지자체가 어렵게 준비하고 시작했는데도 혜택은커녕 돌아온 건 외면이었다. 3대 프로젝트 중 반도체 클러스터도 관련 산업 기반은 물론 필수불가결한 전력과 용수, 인력 등이 풍부함에도 공모 한 번 못 해보고 배제됐다. 행정통합, 군 공항 이전 지원 및 후적지 개발, 반도체 클러스터라는 과실은 모두 광주전남에 돌아갔다. 광주전남이 특혜를 받았다는 얘기가 아니다. 균형발전 차원에서 충분한 투자와 지원을 받을 만하다. 대구경북에 비해 늦게 시작했지만 행정통합·군 공항 이전에 대한 염원과 간절함이 있었다. 전력과 용수 공급에 어려움이 있지만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돼선 안 될 이유도 없다. 문제는 먼저 추진된, 이미 관련 인프라가 조성된 대구경북은 왜 배제됐느냐는 것이다. 광주전남 군 공항 이전엔 지원을 약속하고 정부가 나서 후적지 개발 문제까지 해결해 주면서 10여 년 전부터 지자체 홀로 사력(死力)을 다해 추진해 온 대구경북 군 공항 이전 사업은 왜 외면하느냐는 것이다. 대구경북이 그동안 많은 혜택을 받아 온 것처럼 말하지만 그렇지 않다. 행정통합과 신공항 관련된 간절한 요구에 "전 정부 때 하지 그랬냐"는 대통령 등의 핀잔이나 농담이 정권 창출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는 방증(傍證)이다. 없는 걸 '내놔라' '해달라' 한 게 아니다. 가장 먼저 시작하고 착실히 준비한 행정통합과 군 공항 이전이다. 조건을 고루 다 갖추고 있는 반도체 클러스터 최적지여서다. 그런데 왜 하나같이 다 외면·배제됐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2026-07-09 05:00:00

  • [사설] 지방의회 원 구성 충돌, '여의도 나쁜 정치' 오염에 주민은 뒷전

    22대 국회 후반기 원(院) 구성을 둘러싼 여야의 극한(極限) 대치가 지방의회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민선 9기 지방의회가 출범하자마자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자리를 둘러싸고 본회의 보이콧과 장외투쟁, 천막 농성으로 이어질 조짐이다. 지방의회가 '여의도의 나쁜 정치'에 오염된 것이다. 대구 수성구의회에선 국민의힘 주도의 의장단 배분(配分)에 반발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집단 퇴장했다. 달서구의회도 원 구성 합의를 못 해 추가경정예산안 심의를 걱정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달성군의회에서는 상임위원회 폐지를 둘러싸고 민주당 의원들이 모든 회기(會期) 일정 전면 보이콧과 천막 농성을 선언했다. 다른 지역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경남도의회와 부산시의회에서는 다수당이 의장단을 사실상 독식했고, 소수당은 표결을 거부하며 장외투쟁에 나섰다. 경기도의회에서는 압도적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부의장 자리까지 모두 차지하며 협치(協治)의 정신을 무색하게 했다. 지자체의 예산을 심의하고, 지역 현안을 해결해야 할 지방의회가 주민은 안중에도 없이 자리다툼과 정치 싸움에만 매달리고 있다. 다수당은 의석이 많다는 이유로 독식을 정당화하고, 소수당은 보이콧으로 맞서는 형국이다. 여야 어느 쪽도 주민을 먼저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 주지 않고 있다. 다수결(多數決)은 민주주의의 원칙이지만, 승자독식(勝者獨食)의 명분이 될 수는 없다. 보이콧 역시 의회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행위일 뿐이다. 지방의회는 정쟁의 장이 아니라, 주민의 삶을 개선하는 협치의 장이어야 한다. 원 구성이 늦어질수록 추경예산안 심의와 민생(民生) 조례 처리, 현안 해결은 지연될 수밖에 없다. 폭염과 집중호우에 대비할 예산, 지역 경제를 살릴 대책도 뒷전으로 밀린다. 주민들은 의장과 상임위원장 등을 놓고 싸움을 하라고 지방의원을 뽑은 게 아니다. 지방의회는 중앙 정치의 하청(下請) 기관이 아니라, 지역의 현안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해결하라고 주민이 부여한 권한을 행사하는 곳이다.

    2026-07-09 05:00:00

  • [사설] 사상 최대 경상수지 흑자가 반갑지만 않은 반도체 의존

    한국 경제가 새 기록을 썼다. 올해 5월까지 경상수지 흑자는 1천412억8천만달러로 지난해 연간 흑자(1천230억5천만달러)를 5개월 만에 넘어섰다. 5월 경상수지는 월간 기준 역대 최대인 386억달러를 기록했고, 상품수지도 사상 최고였다. 반도체 수출은 167.7% 급증했고, 해외 투자은행들은 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올리고 있다. 그런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과 역대급 실적 전망에도 주가가 떨어졌다. 외국인 차익 실현 때문만은 아니다. 현재 초호황은 미국 빅테크의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경쟁이 가장 큰 동력 중 하나다. AI 투자가 예상보다 빨리 둔화(鈍化)하거나 투자 효율성에 대한 의문이 드는 순간, 반도체가 가장 먼저 충격을 받는다. '반도체 착시'는 구조적 취약성도 숨기고 있다. 수출과 경상수지의 신기록은 내수 체감 온도를 끌어올리지 못한다. 자영업자 폐업은 이어지고, 건설과 유통 등 내수 산업은 활력을 되찾지 못한다. 거시지표는 화려하지만 민생경제는 허덕이는 '지표와 체감의 괴리(乖離)'가 커진다. 게다가 반도체는 경상수지, 수출, 법인세, 성장률, 코스피 모두를 이끌고 있다. 좋은 지표들이 하나의 원인에서 나온다는 것은 언뜻 든든해 보여도 경제 전체로 보면 위험 신호에 가깝다. 글로벌 빅테크 투자 계획이나 해외 투자은행 보고서 한 장에 증시와 심리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다. 가장 위험한 순간은 모두가 호황을 당연시할 때다. "반도체가 있으니 괜찮다"고 안도(安堵)할 때 오히려 경계해야 한다. 한 산업이 국가 경제를 떠받치는 것은 위험의 집중이다. 사상 최대 흑자는 반갑지만 먼저 답해야 할 질문이 있다. 지금 우리는 반도체를 키우는 것인가, 아니면 반도체에 기대는 것인가.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질문이다. 반도체 메카 클러스터에 무작정 환호할 때가 아니다. 반도체라는 특정 산업에 국운(國運)을 맡기는 형국이 될 수도 있다. 한국 경제가 준비해야 할 것은 더 큰 흑자가 아니라 최대 흑자가 끝난 뒤에도 흔들리지 않을 구조다.

    2026-07-09 05:00:00

  • [관풍루] 이재명 대통령 NATO 방위산업포럼에서 '방산 파트너십 2.0' 제안

    ○…이재명 대통령 NATO 방위산업포럼에서 '방산 파트너십 2.0' 제안. 취임 후 방산 수출 4전4패 74조9천억원 매출 날리고 방향 전환? 지난해 국익 위한 NATO 정상회의 참석을 끝내 거부하더니. ○…호찌민 관련 책을 쓴 베트남 최대 정보기술 기업 공동 창업자와 이를 소개한 인플루언서가 반국가 혐의로 체포. 입틀막법(개정 정보통신망법) 모델이 중국 말고 또 있었네! ○…주한미국대사관, 8일 "미셸 스틸 신임 대사 곧 서울 부임, 관계 강화 기대"라는 글을 엑스(X) 계정에 게재. 강경 보수주의자로 알려진 스틸 대사의 활동에 관심 집중될 듯.

    2026-07-09 05:00:00

  • [날씨] 7월 9일(목)

    [날씨] 7월 9일(목) "곳에따라 대체로 비"

    2026-07-08 18:45:23

  • [기고-김영진] 드라마 '참교육' 신드롬이 던진 경고장

    [기고-김영진] 드라마 '참교육' 신드롬이 던진 경고장

    최근 드라마 '참교육'이 뜨거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교권을 무시하는 학생과 악성 민원을 일삼는 학부모가 제재받는 장면마다 시청자들은 후련함을 느낀다. 교사뿐 아니라 일반 시청자들까지 이러한 비현실적인 해결책에 대리 만족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학교 현장이 처한 참담한 현실에 대한 깊은 공감이자, 드라마가 공교육 시스템 개선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을 일깨우는 경고장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교사와 학교는 교육활동을 침해당할 만큼 민원 대응에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 정보공개 청구, 국민신문고 민원, 아동학대 신고 등은 모두 국민에게 보장된 정당한 권리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제도가 악의적·반복적으로 오남용될 경우 교육활동을 심각하게 위축시킨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최근 교육계, 정치권, 시민사회가 잇달아 교권 보호 대책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특히 교육계와 정치권 일각에서 제안한 '교육부 교육활동보호국 신설 방안'은 주목할 만하다. 교육부에는 전담 '국'을 신설하고, 시도교육청에는 교육활동보호지원센터를, 교육지원청에는 현장지원팀을 두어 교사 개인이 아닌 국가와 교육청이 민원에 대응하는 체계를 구축하자는 구상이다. 현재 여러 부서에 분산된 교육활동 보호 업무를 격상된 전담 조직인 '국'으로 통합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다. 또 학교는 사안 접수와 보고 업무만 진행하고, 학교에서 자체 해결이 가능한 사안을 제외하고는 교육지원청 현장지원팀이 민원에 직접 대응하도록 한다면 학교는 본연의 교육활동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논의되고 있는 방안에서 시도교육청의 역할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교권 침해에 대해 교사의 신고 의지 여부와 관계없이 학교가 교권 침해가 의심되는 상황을 인지하는 즉시 교육청에 보고하도록 하는 엄격한 책임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현행 제도에도 보고 의무는 존재하지만, 학교폭력 사안에서 신고 의무 위반이나 은폐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는 것과 비교하면 실효성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교사를 대상으로 한 민원도 원칙적으로 학교 관리자를 통해 제기하도록 하고, 사전 예약되지 않은 상담이나 민원을 제한하는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기준을 반복적으로 위반하는 행위는 학교장이 교권 침해 의심 사안으로 접수하여 교육청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함으로써, 교사 개인이 홀로 민원을 감당하는 구조가 아닌 공적 보호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더 나아가 반복적·악의적 민원에 대해서는 교육감이 공적 주체로서 법률적 대응을 할 수 있는 이른바 '교육감의 법률 지원 및 대리 대응 체계'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학교 이야기는 결국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이며, 우리 사회의 미래에 관한 이야기다. 교사가 보호받지 못하는 환경에서 건강한 교육이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 이제는 학생 인권과 교권을 대립적으로 바라보는 낡은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교육활동 보호는 교사의 권익만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학생의 배움과 성장을 지키고 공교육의 신뢰를 뒷받침하는 최소한의 공적 안전장치이다. 드라마 '참교육' 신드롬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교사 개인이 홀로 민원과 소송, 아동학대 신고를 감당하는 외로운 싸움을 끝내야 한다. 국가와 교육청이 책임 있게 방패가 되어주는 공적 안전판을 구축하는 것, 그것이 공교육을 지키고 학교를 바로 세우는 가장 현실적이고도 시급한 해법이다.

    2026-07-08 16:07:14

  •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54>칠십의 노스승, 제자에게 힘을 실어주다, 단원 나비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54>칠십의 노스승, 제자에게 힘을 실어주다, 단원 나비

    찔레꽃으로 날아드는 나비를 그린 김홍도의 선면화다. 오른쪽에 '임인(壬寅) 추(秋) 사능(士能) 위(爲) ㅇㅇㅇ'로 서명했고, 왼쪽은 스승 표암 강세황(1713~1791)의 글이다. 꽃과 나비 사이에 한때 이 작품을 소장했거나 감상한 두 분의 글이 더 있다. 강세황은 이렇게 평한다. 〈strong〉나비의 가루가 손에 묻을듯하다. 사람의 솜씨가 자연의 창조를 빼앗을만함이 이런 경지에 이르렀단 말인가! 펼쳐보고 놀라 감탄해 한마디 쓴다. 표암이 평하다.〈/strong〉 〈strong〉蝶粉疑可粘手 人工之足奪天造 乃至於是耶 披覽驚歎 爲題一語 豹菴 評〈/strong〉 부채를 펼쳐보니 손으로 그린 게 아니라 진짜 나비 같아 경탄했다. '나비'는 당시 최고의 감평가(鑑評家)이자 시서화 삼절인 70세의 노대가 강세황의 놀람에 걸맞은 김홍도의 화조화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면밀한 사생의 묘사력으로 나비와 찔레꽃을 그리면서도 사의(寫意)적으로 소화한 표현력이 차분히 화폭에 감정을 이입하게 해 화가의 창조력이 더욱 실감난다. 부채꼴을 활용한 여백의 구성이 나비와 찔레꽃에 시선을 집중시켜 나비의 모양, 꽃의 생김새가 더욱 생생한 존재감을 발산한다. 강세황은 단원 김홍도의 호기(號記)이자 전기(傳記)인 '단원기(檀園記)'에서 여러 장르에 통달한 '무소불능(無所不能)' 중에서도 신선과 화조에 더욱 뛰어났다고 했다. 나비그림은 '나비 접(蝶)'이 '팔십 질(耋)'과 중국어 발음이 같아 80의 나이인 장수를 상징한다. '꽃 본 나비'라는 말이 있듯 꽃을 향해 날아드는 나비를 그렸으므로 건강과 장수를 함께 축원하는 뜻이다. 누군가가 'ㅇㅇㅇ'에게 축수(祝壽)의 선물로 삼으면서 강세황의 감평까지 받았다. 시서화가 함께 있어야 제격으로 여겼던 회화의 인문적 성격은 20세기 후반까지도 그러했다. 스승은 기꺼이 제자에게 힘을 실어줬다. 표암과 단원은 한국회화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제지간일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 2층 서화관 '단원 김홍도, 시대를 그리다'전에 나온 이 작품의 나비는 '호랑나비, 왕오색나비, 작은멋쟁이나비'라고 설명판에 적혀있다. 표암의 유명한 '자화상'도 옆에 있다. 전시는 8월 2일까지. 대구의 미술사 연구자

    2026-07-08 10:07:11

  • [매일춘추]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

    [매일춘추]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

    얼마 전 직장에서 '배리어 프리(Barrier-Free)' 관련 교육이 있어 참석한 적이 있었다. 교육장으로 들어가니 남색 정장을 입은 젊은 남자가 눈을 감고 앉아 있었다. 그는 지팡이를 짚으며 일어나 마이크를 들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시각장애인 아나운서라고 소개했다. 그는 자신에게 다가올 땐 먼저 이름을 밝혀달라고 했다.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게 아니라 어떤 식으로 소통을 시작할지 방식을 정해줬다. 누군가 그에게 눈을 뜨고 싶지 않냐고 물었을 때도 그러고 싶지 않다고 했다. 40년 가까이 체득한 시각장애라는 정체성이 싫지 않은데 굳이 이걸 바꿀 필요가 있냐고 되물었다. 그에게 장애는 '극복해야 할 불행'이 아니었다. 교육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생각했다. 만약 세상에 빛이 사라져 모든 사람이 앞을 볼 수 없다면 어떨까? 나 혼자 겪는 고통보다는 나을까? 모두가 볼 수 없는 세상과 나만 보지 못하는 세상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남과 다르다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공포를 준다. 그건 때때로 세상의 종말보다 더 큰 것이다. 그런데 내가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을까? 소설을 쓰다 보면 평범한 인물보다는 어딘가 다른 구석이 있는 인물을 찾게 된다. 그 인물이 갖고 있는 고유한 무언가에 매달려 이야기라는 공을 굴리면 생각지도 못한 곳에 닿는다. 그러는 과정에서 그 인물을 이해했다고 착각할 때가 있는데 나는 자주 그랬다. 내가 설정한 인물인데 당연히 난 그에 대해서 다 아는 것 아닌가? 라고 생각했지만 돌이켜보면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 그와 대화하고 그의 정체성을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100% 이해할 순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 '대성당'에는 시각장애인 로버트와 그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화자가 나온다. TV에 대성당이 나오자 화자는 말로 그 웅장함을 설명하려 하지만 곧 한계에 부딪힌다. 그때 로버트가 제안한다. 화자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포개고 함께 대성당을 그려보자고. 함께 그림을 그리던 중 로버트는 화자에게 눈을 감아보라고 한다. 눈을 질끈 감고 도화지 위로 펜을 움직이던 화자는 자신이 집 안에 있지만 어디 안에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 이렇게 말한다. '이거 진짜 대단하군요.' 독자들은 소설의 결말이 가리키는 어떤 곳을 향해 나아가고 또 나아간다. 눈 뜨고 살아도 보지 못하는 게 너무 많다. 우린 그 한계를 인정하고 겸손해져야 한다. 어쩌면 진짜 장벽은 우리의 비좁은 마음속에 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한 단면만 보고 그 사람을 판단하는 어리석음이 오해를 불러온다. 이해하기 위해 애쓴다. 편견을 넘는다. 손을 잡는다. 함께 그린다. 그리하여 마침내 그 사람이 되어 본다.

    2026-07-08 10:03:50

  • [야고부-석민] 막장 정치

    [야고부-석민] 막장 정치

    '막장'은 본래 '광산에서 갱도의 가장 마지막 막다른 사업장'이라는 뜻이다. 옛날 가장(家長)들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석탄을 캐던 장소이다.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다는 절망과 폐쇄의 이미지 탓에, 더 이상 나빠질 수 없을 만큼 타락하거나 대책이 없는 상황 또는 인간관계를 '막장'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막장 드라마'가 대표적이다. 지난 6일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6·3 지방선거 이후 첫 회의를 개최하면서 알려진 조경태 의원의 '막장 드라마'는 막장 정치의 끝판왕이라고 불릴 만하다. 조 의원은 국회 부의장 선출 과정에서 후보로 나섰다가 탈락하자, 당내 경선 결과에 불복(不服)해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에게 연락을 취해 국힘 국회 부의장 후보의 낙선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조 의원은 "제가 (민주당 의원들에게) 이야기한 것은 내란 옹호 세력은 국회직에 앉아서는 안 된다는 말"이라고 반박했다. 조 의원은 국힘 공천(公薦)으로 금배지를 달고 있으면서 '계엄=내란'이라는 민주당과 좌파의 프레임을 뼛속 깊이 받아들인다는 자기 고백을 한 셈이다. 국힘 당원 가운데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에 비판적인 사람은 일부 있지만, 비상계엄 자체가 내란이라는 선전 선동에는 압도적 다수가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 분석이다. 정당은 정권을 잡는 것을 목표로 정치적 견해나 이념을 같이하는 사람들의 결사체이다. 물론 같은 정당 내에서도 얼마든지 소수파·권력투쟁 등이 있을 수 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의 정당이라면 이 과정 역시 민주적이어야 한다. 정당한 절차에 따른 당 결정을 '남의 당'과 결탁해 뒤집으려던 조 의원의 행태는 정당인(政黨人)으로서 절대 용납될 수 없다. 당의 결정이 자신의 소신·철학과 다르다면 신념에 맞는 정당을 찾아 탈당할 일이다. 무려 국회의원 6선의 영광을 누리면서 역대급 막장 정치판을 벌인 조 의원은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정당은 공직 선거에 후보자를 내어 정권을 잡는 것을 목표로 한다. 6·3 지방선거 당시 자당의 후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소속 후보를 지원하고 나선 국힘 인사들도 정당인의 기본(基本)을 무시한 '막장 정치꾼'이란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국힘이 살길은, 이제 막장 정치를 끝내는 것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2026-07-08 05:00:00

  • [세풍-강민구] 2,500년 전 '제비뽑기'의 예언

    [세풍-강민구] 2,500년 전 '제비뽑기'의 예언

    중국 춘추시대의 사상가 문자(文子)는 "신의가 있는 사람에게 재물을 나누게 하는 것이 원칙을 정한 뒤에 제비를 뽑아 나눠 주는 것만 못하다"라고 전제하고, 그 이유로 "마음먹고 공평하게 하는 것이 의도 없이 공평하게 하는 것만 못하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아무리 신의가 두터운 인간이라도, 주관이 개입하는 순간 공평은 무너진다. 차라리 무작위성의 법칙을 적용하는 '제비뽑기'가 인간의 신의보다 더 정당한 결과를 낳는다는 문자의 통찰은 2천500여 년이 지난 오늘날 AI 시대의 본질을 꿰뚫는 예언적 경구(警句)로 부활한다. 인간은 '인지적 한계'와 '내재적 편향'을 가진 존재이기에 완전한 공평함을 지켜내기 어렵다. 인간은 자신이 속한 집단에 관대하고, 자신의 신념에 부합하는 정보만 선택하며, 눈앞의 이익에 감정이 흔들린다. 심지어 피로도나 굶주림 같은 사소한 생체 리듬조차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인간의 불완전한 이성 탓에 불공평 시비가 끊이지 않는 영역이 있으니 바로 사법 재판, 기업의 채용과 인사 평가, 대입 수시 모집 전형이나 예술·체육계의 심사와 판정이다. 대중은 "판정의 기준이 무엇이냐?"라며 분노하고, 탈락자는 결과에 승복하지 못한다. 이러한 문제 속에서 AI는 문자가 말한 '의도 없는 공평'을 실현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순식간에 분석하여 일관된 규칙을 적용한다. 그것은 피로를 느끼지 않으며, 청탁을 받지도 않고, 학연이나 지연에 얽매이지도 않는다. 기계적 일관성과 신속성은 분쟁을 줄이고 행정적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그러나 기계적 공평을 추구하는 AI 역시 인간 사회의 고질적 모순을 투영한다. 우선 '편향의 재학습 문제'가 있다. AI는 인간이 만든 과거의 데이터를 먹고 자란다. 과거의 재판 기록이나 채용 데이터에 인종·성별·출신에 대한 차별이 녹아 있어도 AI는 이를 '공평한 법칙'으로 오인하고 학습한다. 다음으로 '블랙박스(불투명성) 문제'가 있다. 딥러닝 알고리즘의 결과 도출 과정은 인간이 그 인과관계를 역추적하기 어렵다. 불공평 시비를 없애려고 도입한 AI가 도리어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가?"라는 의문에 설명하지 못하는, 또 다른 불공평의 거대한 벽이 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AI라는 공평한 '제비뽑기'가 진정한 효용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대안이 필요하다. 첫째, '데이터의 윤리적 정제와 감시 체계'의 제도화다. AI에 데이터를 입력하기 전, 기존의 고정관념이나 사회적 편향이 반영된 변수를 철저히 필터링해야 한다. 또한 AI의 판단 결과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알고리즘의 공평성을 검증하는 'AI 청문회'나 '윤리적 감사 시스템'이 의무화되어야 한다. 둘째, '설명 가능한 AI' 기술의 고도화다. AI가 어떤 가중치를 두고 판단했는지 그 경로를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설명할 수 있도록 기술적 보완이 이루어져야 비로소 피평가자가 결과에 승복할 수 있는 '절차적 공평성'이 완성된다. 셋째, '인간과 AI의 이원화된 협업 시스템' 구축이다. AI에 최종적 재판관이나 인사권자의 지위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 AI는 주관적 편견을 제거하고 객관적 지표를 추출하는 '필터'이자 '보좌관' 정도로 활용되어야 한다. 최종 결정은 맥락을 이해하고, 눈물과 참회를 읽어내며, 사회적 가치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인간의 성찰적 이성이 맡아야 한다.

    2026-07-08 05:00:00

  • [사설] 호남 반도체, 도대체 무엇을 위한 속도전인가

    반도체 경쟁에서 속도는 핵심 요소다. 이재명 대통령이 3대 메가프로젝트를 직접 챙기며 '오직 속도'를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믿고 싶다. 정부는 환경영향평가와 인허가 절차를 최대한 줄이고, 토지 문제는 협의와 강제수용을 동시에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정작 속도를 결정지을 필수 조건들에 대한 명확한 해답은 제시하지 못했다. 반도체 산업은 막대한 전기와 물, 송전망, 주민 수용성, 탄소 경쟁력까지 갖춰져야 완성된다. 용인 클러스터에는 15GW, 호남 클러스터에는 6.3GW 전력이 필요하고,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도 2035년 18GW를 넘어설 전망이다. 두 반도체 클러스터에만 현재 한국형 원전 15기가량이 생산하는 전력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호남 클러스터에 하루 100만t 이상의 용수(用水)가 필요하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재생에너지가 풍부하다면서 LNG 발전과 원전 건설을 언급한다. 원전은 부지 선정부터 준공까지 10년 이상 걸리고, LNG는 국가 목표인 탄소중립과 충돌한다. 기존 댐과 재이용수를 활용해 산업용수 확보가 충분하다지만 영산강·섬진강 유역은 정부가 가뭄 시 물 부족 가능성을 예고한 지역이다.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서면 농업·생활용수와 산업용수 사이의 갈등도 불가피하다. 동해안 생산 전기를 수도권으로 가져오는 핵심 시설인 동서울변환소 증설은 6년 넘게 표류(漂流) 중이다. 송전망 구축조차 결코 쉽지 않다는 말이다. 환경영향평가 기간을 줄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방향성이 불확실한 속도는 폭주(暴走)다.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발표된 호남권 클러스터는 포퓰리즘이며, 기업 투자 입지까지 정부가 결정하는 관치 산업정책'이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국가 전략산업은 정권의 치적이나 정당의 선거 전략이 될 수 없다. 수백조원이 투입될 메가프로젝트일수록 정치가 아니라 산업적 완성도와 지속가능성이 우선돼야 한다. 정권은 5년이지만 반도체 클러스터는 최소 수십 년을 내다본다. 대통령이 연일 역설하는 속도전이 정치적 시계에 맞춰진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

    2026-07-08 05:00:00

  • [사설] 전쟁 틈탄 정유사 26조 담합, 서민 등골 빨아먹는 악덕 범죄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으로 전 세계가 긴장하고 국내 경제가 위축되던 시기, 국내 정유사들의 밀실 대화방에서는 "오늘 가격 100원 더 올린다. 우리 올해 2조 벌 듯" "역시 전쟁으로 먹고사는 회사" "트럼프 만세" 등 국민의 고혈을 짜내는 추악한 언사(言辭)들이 오갔다. 국제 유가와 환율 상승 때문이라던 기름값 폭등의 실체가 결국 정유사들의 노골적인 가격 짬짜미와 시장 기만(欺瞞)이었음이 검찰 수사로 드러났다. 지난 3월 미국·이란 전쟁 발발 당시 국내 정유사들은 상당한 양의 원유를 비축해 둬 가격을 급격히 올릴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런데도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의 가격 결정 부서 책임자들은 밀실에서 가격 인상 시기와 규모를 모의했다. 국내 정유 시장이 두 회사의 가격을 나머지 두 정유사가 추종하는 구조라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실제로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은 이 인상 흐름을 그대로 따라갔다.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의 직접 담합(談合) 규모만 14조2천억원에 달하고, 타사들의 추종 효과까지 감안한 국내 석유 시장의 전체 경쟁 제한 효과는 무려 26조원에 이른다. 그동안 국민은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주유소 불빛을 보며 가슴을 졸였고, 각종 석유류 제품값 인상에 허리띠를 졸라매며 고통을 감내해 왔다. 석유는 국민 생활 및 산업 전반과 직결되는 핵심 품목이다 보니 기름값 폭등은 물가를 사정없이 자극했고, 서민 삶을 벼랑 끝으로 몰고 기업 경쟁력을 갉아먹었다. 그런데도 대기업 정유사들은 에너지 위기를 자신들의 호주머니를 채울 축제의 기회로 삼은 것이다. 정부와 사법 당국은 이번 사태를 엄중히 다뤄야 한다. 담합 가담자들과 관련 책임자들을 일벌백계(一罰百戒)하고, 징벌적 과징금을 과감하게 부과해야 마땅하다. 아울러 석유 최고가격제에 따라 정유사에 지급해야 할 비용은 이번 부당 이득을 철저히 제외하고 산출해야 할 것이다. 위기 때마다 서민의 등골을 빼먹는 악덕 기업들의 탐욕을 뿌리 뽑지 못한다면 국가 경제의 미래는 없다.

    2026-07-08 05:00:00

  • [사설] 보완수사권 폐지 불가 이유 재확인해 준 여고생 피살 사건 경찰 수사

    검찰이 '여고생 살인 사건 피의자'의 아버지(현직 경찰)와 광주 광산경찰서 수사팀 간 유착(癒着) 및 수사 정보 유출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당초 경찰은 피의자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했지만, 검찰은 사건 직후 주요 증거인 리얼돌이 폐기되고, 납치 목적으로 준비한 것으로 의심되는 케이블 타이가 증거물에 포함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 살인에 성적 동기(動機)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 법정 형량이 더 높은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 수사로 끝났다면 '살인 사건'으로 마무리됐을지 모를 사건이 검찰 수사로 강간, 납치 의도까지 수사하는 사건으로 바뀐 것이다. 2022년 5월 발생한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 역시 경찰은 가해자에게 폭행에 의한 살인 미수(未遂) 혐의를 적용했고 1심에서 12년형이 선고됐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검찰은 "CCTV에 잡히지 않은 7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면서 DNA 검사를 실시했고, 피해자 청바지 안쪽에서 가해자 DNA가 검출됐다. 이에 따라 공소장은 '강간 등 살인 미수'로 변경됐고 항소심에서 가해자에게 20년형이 선고됐다. 검찰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와 관련, 다수 국민들과 시민·인권·여성단체들이 경찰의 수사 독점과 부실(不實) 수사 문제 등을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강성 지지층의 '검찰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 요구에 떠밀려 완전 폐지로 가닥을 잡고 있다. 경찰 내부에서도 업무 과부하와 수사 과정의 법리상 실수로 범죄자가 법망(法網)을 빠져나갈 우려가 있다며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여당이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강행(強行)한다면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고, 범죄자만 좋아질 것이다. 검찰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 추진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장악을 위해 친명계와 친청계가 벌이는 선명성 경쟁 일환(一環)이라고 본다. 자신들의 정치권력을 위해 국민의 삶과 안전을 버리는 짓이다.

    2026-07-08 05:00:00

  • [관풍루] 반도체 클러스터 이어 대학 반도체 계약학과도 'TK 패싱' 우려, 경북대·DGIST "공식 제안 없었다" 밝혀

    ○…반도체 클러스터 이어 대학 반도체 계약학과도 'TK 패싱' 우려, 경북대·DGIST "공식 제안 없었다" 밝혀. 대구시장 민주당 후보 지방선거 낙선 후 행정통합 등 모두 TK 패싱. '우연의 일치'인가요? 아님 '뒤끝 작렬'? ○…코스피, 7일 8%대 급락에 사이드카 이어 서킷브레이커 발동. 한국 증시 극심한 변동성으로 '오징어 게임' 같은 위기 처할 수 있다는 외신 분석도 나와. 일남의 외침 "이러다 (개미) 다 죽어". ○…광주일고가 '스타벅스 가야지' 등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용서 구한 배재고 야구부 징계에 대한 선처 요청하며 훈훈하게 마무리. 학생들도 잘못 뉘우치는데 '무섭노' 일베 논란 일으킨 어른은 뭐하노?

    2026-07-08 05:00:00

  • [날씨] 7월 8일(수)

    [날씨] 7월 8일(수) "곳에 따라 소나기"

    2026-07-07 18:41:45

  • [기고-김인현] 참치, 이제는 산업화할 때다

    [기고-김인현] 참치, 이제는 산업화할 때다

    오징어와 대게의 고장으로 알려진 경북 동해안에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바로 참치의 대량 출현이다. 경북 동해안 참치 어획량은 2022년 74톤, 2025년 110톤에 이어 올해는 520톤에 달했다. 수온 상승으로 인한 참치의 북상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영덕보다 울진에서 더 많이 잡혔고 강원도에서도 어획량이 크게 늘었다. 이는 참치의 북상 흐름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음을 말한다. 부산 이남 해역의 선망어업에서 주로 어획되던 참치가 이제는 북상하여 동해안에서도 본격적으로 잡히고 있다. 이런 변화는 정부의 국내 쿼터 배정 정책은 물론이고, 우리가 참치 쿼터 확대를 국제기구에 요구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올해는 국내 쿼터 배정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졌다. 과거에는 유보 물량을 정부가 가지고 있음에도 잡은 참치를 버려야 하는 사례도 있었다. 각 지역의 배정 물량이 소진되기 전 유보 물량이 신속하게 추가 배정되었다. 이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수협 그리고 어민들의 노력의 결과이다. 가장 큰 문제는 상품화다. 참치는 잡는 순간부터 상품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선상에서 즉시 피를 제거하고 영하 40℃ 이하로 급속 냉동한 뒤 냉동창고로 옮겨야 최고급 횟감으로 활용될 수 있고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동해안에서는 대부분의 참치가 적절한 사전 처리 없이 어판장으로 직행하고 있어 낮은 가격에 팔린다. 현재 경매된 참치 가운데 상당수는 해외로 재수출되거나 사료용, 햄버거용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어장 관리선에 급랭 설비를 탑재하거나 이동식 급속 냉동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참치 보관을 위한 냉동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 활용 가능한 유휴 인프라를 최대한 재가동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렇게 급랭을 통한 상품화 과정을 거쳐야 참치는 제값을 받을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일시 대량생산으로 가격이 폭락하는 점이다. 동해안 참치는 대체로 1주일 남짓한 기간 동안 수백 톤이 한꺼번에 잡히고 이후에는 거의 어획되지 않는다. 공급이 특정 시기에 집중되면 가격은 급격히 하락한다. 실제로 가격이 평소의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는 현상도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농산물 수급 조절과 유사한 접근이 필요하다. 수협이나 정부가 공동 수매를 실시, 냉동창고에 보관한 뒤 시장 상황에 맞추어 순차적으로 공급하여 안정적인 가격 관리가 되어야 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처리 능력이 부족해 기업과 전량 인도 계약을 체결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지역에서 냉동저장을 넘어서 가공과 유통까지 담당할 수 있어야 한다. 참치 해체·가공 시설을 구축하고, 참치 전문 브랜드를 육성하며, 참치 거리를 조성하여 관광산업과 연계하면 부가가치가 극대화된다. 참치를 활용한 음식문화와 축제, 관광상품이 개발된다면 어업뿐 아니라 지역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제 동해안은 참치를 잡는 시대를 넘어 참치를 산업화하는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2026-07-07 15:15:07

  • 매일신문 창간 80주년 이재명 대통령 축하 메시지

    매일신문 창간 80주년 이재명 대통령 축하 메시지

    매일신문 창간 8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균형잡힌 시각과 깊이 있는 통찰로 각계각층의 소통과 화합을 이끌어 온 '매일신문' 임직원과 기자분들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매일신문은 산업화와 민주화 등 우리 사회의 역사적 순간을 기록하고 시대 정신을 전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지난 80년간의 발자취에 이어 앞으로도 지역과 국가를 잇는 정론지로서 역할을 다해주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번 창간 80주년을 축하드립니다. 매일신문 임직원 여러분과 독자 여러분 모두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2026년 7월 7일 대통령 이재명

    2026-07-07 06:30:00

  • [2026 매일시니어문학상] 시·시조 수상작-일과/ 장예은

    [2026 매일시니어문학상] 시·시조 수상작-일과/ 장예은

    봄이 물러간 자리에 취업 공고 몇 개가 스마트폰 화면을 떠다닌다. 손가락으로 위를 밀어 올릴수록 나는 아래로 가라앉는다 공원 벤치에 앉아 꽃 이름을 한 번씩 불러본다. 꽃밭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많은 것들이 서로의 그림자를 먹고 있는 곳 옮겨 심은 국화는 어느 사이에 큰 지도를 펼치고 잎들은 흙의 모양을 바꾼다. 그 아래 채송화 몇 송이가 고개를 밀어 올리고 있다 햇빛은 오지 않는데 기다리는 자세만 점점 높아진다 백리향은 비가 지나가는 방식으로 몸을 낮춘 채 빈 곳을 하나씩 감싼다. 마치 빈칸을 발견한 사람처럼 휘청거리는 참나리 등을 본다. 누군가 기대어 울었을 것 같은 곡선. 그 위로 나팔꽃이 올라타고 방향을 비튼다 사과도 변명도 없이 식물들은 곁 지나가는 법을 다투지 않는다 밀어내고, 휘감고, 감싸고, 올라타고, 기어오르며 손이 없는 데도 너무 많은 손짓을 한다. 꽃밭 가장자리에서 민들레 하나가 씨앗을 턴다. 어디로 갈지 정하지 않은 것들이 가장 멀리 가는 이유가 된다. 하얀 입김 같은 것들이 공중에 잠시 걸려 있다. 나는 달달 떨고 있는 맨발을 슬리퍼에 끼워 넣는다 국화 곁가지에, 채송화 눌린 잎에, 휘어진 참나리 씨앗에 아직 닿지 않은 밤이 오고 있다.

    2026-07-07 06:30:00

  • [2026 매일시니어문학상] 시·시조 수상작-엉거주춤을 생각하며/ 강기영

    [2026 매일시니어문학상] 시·시조 수상작-엉거주춤을 생각하며/ 강기영

    버려진 의자를 보면 꼭 망가진 골반 같다는 생각을 한다 배밀이 끝에 겨우 앉았던 그때부터 예의와 안락을 추구했던 자세지만 의자에 앉은 모습에서 의자를 빼내면 엉거주춤한 자세가 되는 것이다 달팽이관이 달아난 난감을 앉혀둔 모습, 의자는 골반과 한통속이라서 움직일 때마다 삐걱거리는 일과 습관처럼 튀어 나오는 엄살이 있다 우리는 그 골반을 열고 세상으로 나와 다시 골반으로 서류 뭉치 속 매일의 업무를 견디고 시험을 치르곤 했다 쓴 오이를 먹고 허리를 곧게 펴고 걸으며 정해진 시간에 잠자리에 들었다 쏟아지는 소나기도 사정을 알고 보면 힘에 부친 애매한 자세에서 벗어나는 일 이고 열매를 놓친 꼭지도 별반 다르지 않은 처지다 헐거워지기 시작한 몸처럼 나사못이 느슨해지면서 세상 모든 엄마의 골반이 버 려진 의자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우리의 불편한 자세는 의자에 길들여지고 오래된 의자는 늙어간다 익숙한 자세란 오래 불편이 머물렀다는 흔적이다

    2026-07-07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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