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정우의 읽거나 읽히거나] 당신이 누군가를 인터뷰하기 전에
2010년 4월 어느 날 점심 무렵, 혜화동 동숭아트센터 커피숍에서 배우 인터뷰가 잡혔다. 내가 좋아하는 극단 '차이무'의 이상우 연출이 만든 영화 홍보를 겸해 만나는 자리였다. 인터뷰가 확정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인터뷰이가 출연한 영화를 모두 보는 것이었다. 영화에서 그를 찾는 건 쉽지 않았다(당시, 비중 있는 조연도 아니고 주로 단역이었다.). 시간이 되자 그가 도착했다. 나는 97년 여름, 차이무의 연극 '평화 씨!'를 보러 갔다가 매표소 옆에서 그와 동료 배우 박원상이 러닝셔츠 바람으로 담배를 맛있게 피우던 모습을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대학로 출신 영화배우가 그렇듯이) 자기 연극을 좋아하고 극단 팬이라고 말하는 인터뷰어 앞에서 그는 완전히 무장해제 되었다. 예정은 1시간이었으나 3시간을 넘게 걸렸다. 그가 묻지 않은 것까지 다 말해주었기 때문이다. 인터뷰는 inter+view 즉 사이에서 보는 일이다. 나는 3시간여 동안 인터뷰어와 인터뷰이, 평론가와 영화배우, 그와 영화, 그의 영화와 그의 연극 사이를 끊임없이 훔쳐보고 엿보고 살펴보았다. 인터뷰 잘하기로 정평이 난 사람을 꼽으라면 단연 지승호다. 특히 영화배우와 감독 인터뷰는 어떤 평론가도 기자도 전문 인터뷰어도 따라가기 힘든 완성도를 자랑한다. 그의 인터뷰는 무척 길고 몹시 길고 악명 높게 길다. 하지만 장담컨대, 지승호의 인터뷰를 읽는 순간, 그가 포착한 대상에 대한 애정과 호기심과 역사를 모조리 섭취할 수 있으리라. 지승호는 인터뷰 대부분을 문답식으로 기록한다. 현장의 숨결을 보존하고 뉘앙스를 제대로 살리면서, 동시에 인터뷰어가 임의로 해석하는 것을 방지하는 길은 그날 그 자리에서 말한 그대로를 전달하는 것뿐이라고. 그래서 지승호는 인터뷰는 팩트(Fact)를 스토리(Story)로 만드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기록을 위한 재료 수집 과정이 인터뷰라는 얘기다. 인터뷰어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는 '호기심'이다. 그가 얼마나 좋은 인터뷰어인지를 알려주는 사례가 책에도 담겼다. 예컨대 어느 평론가가 지승호가 쓴 책을 제자들에게 권해준다고 해서 궁금한 나머지 물었다. "선생님, 제 책을 왜 권하시는 건가요?" 그 선생의 답은 이랬다. "너는 정말 궁금해하더라!" "인터뷰는 '당신이 틀렸어'라고 말하고 싶은 유혹과의 싸움"이라는 정의는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대목이다. 많은 지식인이 인터뷰어로 나서지만 그 유혹을 이겨내지 못해 인터뷰에 실패한다는 말. "특히 스스로의 지적 능력을 과신할 때 그런 일이 많이 생깁니다." 이어지는 경구. "인터뷰어는 원하는 답-인터뷰 목적에 부합하는 내용-을 얻어내고 듣는 사람이지, 대화에서 이기고자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인터뷰는 인터뷰이와 독자를 위해 밥상을 차려주는 사람"이라 말하고, 누구보다 빼어난 인터뷰 작가이면서도 인터뷰를 잘하는 법은 왕도가 없다고 강조하는 지승호. 그가 힘주어 말하는 것. "인터뷰 대상에 대해 충분히 알고 가는 것. 만약 시간이 부족하다면 인터뷰 대상과 관련된 사항들에 대해서 기본적인 체크는 하고 가는 것. 사람에 대해 충분히 알고 가되 인터뷰의 기본은 듣는 일이란 것을 잊지 않을 것. 약속 시간에 늦지 않을 것. 인터뷰이와의 약속을 지킬 것." 너무 쉽고 당연한 얘기 아니냐고? 의외로 이걸 지키지 않는 인터뷰어가 천지삐까리다. 그래서 이 책이 소중하고 귀하다. 지승호가 쓴 '마음을 움직이는 인터뷰 특강'이다.
2026-07-02 13:22:39
[사설] 월간 1천억달러 수출, 들뜨지 말고 통상 환경 격변 대비해야
한국 수출이 새 역사를 썼다. 6월 수출액은 1천22억달러로 월간 기준 처음 1천억달러를 넘어섰다. 독일·미국·중국에 이어 세계 네 번째 기록이다. 반도체 수출은 448억달러를 기록해 사상 최대를 경신했다. 그러나 수출 호황 뒤엔 급변하는 세계 통상 질서가 도사리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이달부터 철강 무관세 수입 물량을 46% 줄이고 초과 물량에 50% 고율 관세를 부과한다. 영국도 같은 길을 택했고, 미국은 철강·알루미늄 관세 강화에 이어 무역법 301조와 232조를 동원해 통상 규제를 확대하고 있다. 관세 회피에 대한 단속도 민사소송과 형사처벌까지 가능한 수준으로 강화하는 추세다. 자유무역 대신 공급망, 안보, 산업 보호가 새 통상 질서로 자리 잡고 있다. 정부는 EU 협상에서 한국의 철강 전용 쿼터 감소율을 EU 전체 감소율인 46%보다 훨씬 낮은 19.7%로 방어했다고 설명한다. 한국산 고급 철강이 유럽 자동차, 배터리 공급망에 필수임을 강조해서다. 그러나 이를 통상외교 승리로 확대 해석해선 곤란하다. 시장을 조금 덜 잃은 방어전일 뿐이다. 통상 분쟁은 철강을 시작으로 자동차, 배터리, 반도체, AI 인프라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OECD(경제개발협력기구)는 세계 철강 초과 생산능력을 2028년 7억4천500만t(톤)으로 전망했다. 공급 과잉 속에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장벽(障壁)을 더 높일 가능성은 충분하다. 특히 미국의 통상 규제는 철강을 넘어 반도체와 핵심 전략산업으로 확대되는 흐름이다. 반도체가 통상 압박의 최전선에 놓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출 1천억달러에 안도해선 안 된다. 진정한 경쟁력은 호황기에 얼마나 많이 파느냐가 아니라 무역 장벽 시대에도 버틸 수 있느냐다. 산업 경쟁력, 시장 다변화, 공급망 신뢰 등 통상전략 준비에 만전(萬全)을 기해야 한다. AI는 한국 경제에 기회를 주고 있다. 중요한 것은 AI가 벌어준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다. 그 시간을 미래 경쟁력 확보에 쓰지 못한다면, 현재 수출 신기록도 한때의 화려한 기억으로 남을 뿐이다.
2026-07-02 05:00:00
[사설] 반도체 호남 편중 투자와 TK 소외, 빛바랠 영호남 화합
정부의 광주·전남 서남권 800조원 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발표 후 '지역 갈라치기'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이 '과거 누적 투자량에 비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이라는 말까지 사용하며 '국가균형발전'의 명분을 강조했지만, 정작 전력·용수·인력 등 반도체 입지의 객관적 조건에 대한 의문 탓에 '정치 논리로 결정됐다'는 의구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여기에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등 역대 민주당 정부 때도 '최소한의 지역 안배는 있었다'는 통합 정책들까지 소환되면서 이재명 정부의 지역 인식에 대한 심각성을 더한다. '국가균형발전'이 아닌 '국가균열발전'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처럼 반도체 호남권 편중(偏重) 투자와 TK 소외가 맞물리면서 오랫동안 공들여 온 영호남 화합의 상징인 '달빛동맹'까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대구(달구벌)와 광주(빛고을)가 화합해 지역주의의 낡은 벽을 넘어 보자며 시작된 달빛동맹은 2·28 민주운동과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함께 기리고, 달빛철도 건설, 아시안게임 공동 유치 등을 추진하는 지역주의 극복의 상징적 운동이다. 그러나 이러한 화합이 국가 예산과 전략산업의 편중 및 소외라는 현실 앞에서 빛이 바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실제로 대구·경북에 뿌리내린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전공정 팹이 들어서는 호남으로 대거 이탈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앞서 행정통합과 신공항 건설에서 '패싱'을 경험한 대구·경북으로선 지역 강세 산업인 반도체까지 내어 줄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그렇지만 영호남의 화합 노력은 중단돼선 안 된다. 영호남 갈등은 수십 년간 대한민국을 갉아먹은 고질병이었다. 그 벽을 허물기 시작한 것은 달빛동맹의 성과였다. 위기에 처했지만 오히려 화합을 더욱 공고(鞏固)하게 하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상징적인 차원을 넘어 지역의 반도체 관련 대학 및 인력, 산업 상호 보완 등 실물 경제 협력 단계로 업그레이드하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2026-07-02 05:00:00
[사설] 민주당 국회 법사위원장 또 차지, 입법 독재하겠다는 것
더불어민주당이 제1야당인 국민의힘과 합의 없이 단독으로 법제사법위원장(서영교 민주당 의원), 예결위원장(이광재 민주당 의원) 등 11개 상임위 위원장을 민주당 의원들로 선출(選出)했다. 민주당이 제시한 '11대 7' 구성안을 국민의힘이 거절하자 일방통행한 것이다. 이로써 국회 민주주의는 또다시 퇴행(退行)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2년 동안 극단적 갈등의 장이었던 법사위를 정상화하자면 전통에 따라 제1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며 양보를 촉구했지만 민주당은 끝내 묵살(默殺)했다. 민주당은 '효율적인 국회 운영' '책임 정치' '일하는 국회' 등 명분을 들고 있지만, 사실상 국회 다수석의 힘으로 의장에 이어 법사위원장직까지 독식함으로써 국회를 일방적으로 운영하겠다고 선포한 셈이다. 법사위는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이 본회의로 가기 전 거쳐야 하는 최종 관문이다. 제1야당이 상임위원장을 맡아야 다수당의 독주를 견제(牽制)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17대 국회 이후 원내 제1당이 국회의장을, 제2당이 법사위원장을 맡는 관행(慣行)이 이어져 왔다. 하지만 민주당은 2020년 총선에서 180석을 차지하자 21대 전반기 국회 들어 18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했다. 22대 국회에서도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강한 반발에도 전반기에 이어 후반기에도 법사위원장을 차지했다 국회 다수당이 국회 관례와 소수당을 배제(排除)하고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까지 차지한 것은 민주주의 정신과 거리가 멀다. 앞서 조정식 국회의장이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회 상임위원회 구성안을 일방적으로 작성해 국민의힘 측에 팩스로 통보한 것을 보면, 의장이 중립적으로 국회를 운영할지도 의문이다. 결국 22대 후반기 국회도 민주당의 일방 독주와 국민의힘의 '국회 의사일정 거부' 등 파행(跛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입게 될 것이고, 민주당 역시 당장 좋을지 모르지만 독주에 따른 역풍을 맞게 될 것이다.
2026-07-02 05:00:00
[관풍루] 이재명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 1일 청와대에서 만나 '통합'을 강조했지만 미묘한 신경전
○…이재명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 1일 청와대에서 만나 '통합'을 강조했지만 미묘한 신경전. '외연 확장'(이 대통령), '당내 결집'(문 전 대통령), 전당대회 앞두고 여권 내분 풀어보자 했는데 되레 노선 투쟁? ○…안규백 국방 장관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서 사관학교 통합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 야당의 반대 의견과 국방 장관을 탄핵 소추하라는 국회 국민동의청원 24만 명 돌파에도 오직 마이웨이. ○…올해 초 1~2%대에 머물던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4%에 달할 것이란 전망 등장. AI 반도체 특수와 수출 호조 덕분이라는데, 서민들은 낙수 효과는커녕 냉랭한 체감 경기만 느낄 뿐.
2026-07-02 05:00:00
2026-07-01 18:58:06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53>김홍도의 우아한 세련미로 묘사된 다중의 활력
'단원 김홍도, 시대를 그리다' 전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8월 2일까지 열린다. 언제 보아도 마음이 기뻐지는 단원(檀園)의 작품 중에서도 명작이 여럿 나온 가운데 '기로세련계도'가 제일 반갑다. 함께 전시 중인 '행려풍속도' 병풍(34세)과 '단원풍속도첩'은 풍속화 대표작이고, '을묘년화첩'의 '총석정'(51세)은 금강산그림 중에서도 손꼽히는 명작이다. 미인도, 신선도, 고사인물도도 나왔다. '기로세련계도'는 1804년 9월 개성 송악산 기슭 만월대에서 열린 노인들의 계모임을 그린 계회도다. 중심부에 송악산을 배경으로 차일을 치고, 병풍을 연이어 두른 잔치 장면을 그리고 제목을 써넣었다. 상단에는 이 행사를 설명한 글이, 하단에는 주인공 64명의 이름과 본관이 있다. 기록화인 계회도에 필수적인 제목, 계회 장면, 배경 산수, 참석자 명단, 발문을 모두 충족하면서 산수화로서, 풍속화로서 감상의 매력이 넘친다. '기로세련계도'는 30대부터 유명했던 풍속 실력, 44세 때 정조의 어명으로 금강산을 답사하며 우리 산천을 사생한 산수 실력, 궁중화원으로 국가의 회화 업무를 도맡았던 기록화 실력이 함께 무르녹은 단원의 원숙한 역량을 확인시켜주는 명작이다. 가장 생생한 즐거움을 주는 건 구경꾼. 맨 아래 나뭇짐 가득한 지게를 내려놓고 뒤늦게 발걸음을 옮기는 두 소년, 차일 왼쪽에 성업 중인 야외주점, 소나무 밑엔 흥에 겨워 춤추는 두 노인. 걸인도 둘 있다. 한 명은 임시 부엌 앞에서 문전박대를 당하는데, 동냥그릇을 든 또 한 명은 멋모르고 그쪽으로 간다. 그 뒤엔 술에 취해 몸을 못 가누고 땅바닥에 엎어진 노인. 소, 말, 나귀도 출연 중. 박물관 설명판에 '잔칫상을 받은 64명의 노인 외에 237명이나 되는 시종과 구경꾼'이 그려져 있다고 했다. 와우~ 모두 301명! 김홍도의 우아하고 세련된 필치로 요령 있게 묘사된 다중의 다이내믹함을 한 사람 한 사람 새겨보는 재미가 무진하다. '기로세련계도'는 당대의 대가인 김홍도, 기원(綺園) 유한지(1760~1834), 간재(艮齋) 홍의영(1750~1815)이 그림, 서예, 문장으로 협업한 행사기록화다. 나 자신을 비롯해 많은 사람에게 낯선 개성이라는 도시의 19세기 초 문화력, 경제력이 실감나는 작품이다. 대구의 미술사 연구자
2026-07-01 10:14:50
"책 좀 읽어라. 책 좀." 내가 중학생 때였다. 빈둥거리던 동생에게 엄마의 잔소리가 날아들었다. 엄마는 이불 속에서 책을 넘기던 나를 가리키며 동생을 압박했다. 두 살 터울의 내 동생은 억울한 표정으로 항변했다. 형은 만화책 읽는다고. 난 머쓱했지만 관둘 수 없었다. 명탐정 코난이 살인 사건의 전말을 모두에게 밝히는 결정적인 장면이었기에. 엄마는 만화책이라도 읽으라는 말을 남긴 후 살림의 세계로 돌아갔다. 난 코난이 해결할 다음 사건으로 건너갔고 얼마 후 그의 라이벌이었던 소년탐정 김전일까지 섭렵했다. 이어서 코넌 도일의 '셜록 홈즈', 모리스 르블랑의 '괴도 루팡' 시리즈를 읽으며 추리소설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30년 후 나는 도서관에서 일하며 '소설 비슷한 것'을 쓰는 사람이 되었다. 여름을 예감하는 6월이 되자,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렸다. 한국을 포함해 18개국 530여 개 출판사와 관련 단체가 참여한 국내 최대 규모의 도서전임을 다들 잘 알 것이다. 오픈런으로 인해 코엑스 앞에 입장 대기줄이 길게 이어졌다. 대략 16만명의 관람객이 찾았다. 직장인들은 연차까지 내고 도서전에 들러 한정판 도서와 굿즈를 샀다. 한 신문 기사를 보니 지난해 우리나라 성인 독서율은 38.5%로 2023년 대비 5% 가까이 떨어졌다고 한다. 책 판매도 매년 줄어드는데 도서전에 사람들이 몰려드는 이상한 상황은 대체 무엇 때문일까? 누군가의 말처럼 책을 읽는다는 독서의 본질이 훼손됐기 때문일까? 패션 아이템이 되어버린 한정판 도서, 인스타그램 인증용 굿즈를 사기 위해 줄까지 서는 현상은 혀를 차며 걱정해야 할 일인 걸까? 책은 작가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출판사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책은 독자를 위해 존재하며 독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진화해 왔다. 독자들이 줄 서서 책과 굿즈를 사는 이유는 '독서가 멋진 행위'라는 생각에 뿌리를 두고 있다. 독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그들은 알고 있다. 어떻게 설명해도 부족할 만큼 멋진 세계가 책 속에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단지 문을 여는 방식이 달라졌을 뿐이다. 놀랍게도 명탐정 코난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연재 중이다. 나는 이불 속에서 만화를 읽으며 이 멋진 세계로 뛰어들었다. 이제는 창작하는 사람이 됐지만, 여전히 나도 독자의 한 사람이다. 축제의 열기가 가라앉으면 독자들은 다시 각자의 방으로 돌아갈 것이다. 책 표지와 굿즈에만 만족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눈앞에 놓인 그 문을 열어 삶의 진실을 엿보고 함께 울고 웃고 상상하며 어딘가를 여행하는 독자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세상이 변해도 우린 어떻게든 책을 읽는다. 독서는 여전히, 멋진 일이니까.
2026-07-01 10:07:25
[사설]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3개로, 교수단체 재검토 요구 타당하다
전국 국·공립대 교수단체들이 30일 정부의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 추진 방식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고 나섰다. 거점국립대 9곳 중 3곳만 선별(選別)해 집중 지원하기로 한 교육부 방침을 재설계하라는 요구다. 교육부는 지난 4월 '성장엔진 연계 지역인재 양성방안'을 발표하면서 9개 거점국립대 중 3곳을 우선 선정해 대학당 연 1천억원을 5년간 지원하기로 했다. 당초 9개 대학 모두에 서울대 수준의 재정을 투입해 동반 성장시키겠다던 공약이 '서울대 3개 만들기'로 쪼그라든 것이다. 교수단체들이 '줄 세우기식 정책'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선 것도 무리는 아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정책의 성격 자체가 출발점과 달라졌다는 데 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대학 서열(序列) 체제를 허물고 지역 간 교육 불균형을 바로잡겠다는 교육 개혁 구상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실행 단계에서 기업이 교육과정 설계를 주도하는 '브랜드 단과대학'과 전략산업 분야 인재 양성에 예산이 집중되는 산업인력 양성 사업으로 좁혀졌다. 산업 논리와 단기 성과주의에 치우쳐 지역 국립대의 경쟁과 서열화만 부추기게 된 것이다. 기초학문이 위축되고 대학의 학문적 자율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물론 '선별 지원 방식 폐기(廢棄)'가 자칫 '예산 나눠 먹기'로 비칠 수 있고, 선택과 집중을 요(要)하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목표 달성에 효과적인지 살펴볼 필요는 있다. 그러나 이는 '서울대 10개' 정책부터 내걸어 놓고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줄 세워 3곳에 몰아주겠다는 것에 대한 당연한 반발이다. 정부 스스로 정책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번 교수단체의 촉구를 해당 정책의 재점검 기회로 삼아야 한다. 국회 입법을 통한 중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재정 지원 체계를 만든 뒤 엄정한 성과 평가로 지원 대상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아울러 이 사업이 산업정책의 들러리가 되지 않기 위해선 산업 연계 교육과 별개로 기초학문·교양교육의 비중을 보장하는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2026-07-01 05:00:00
[사설] 대통령 관련 사건 조사 또 조사, 이것이 법 앞의 평등인가
검찰의 인권침해 사건을 조사하겠다며 출범한 법무부 검찰인권존중미래위원회(검찰 미래위)가 검찰의 수사권 남용뿐만 아니라 검찰의 기소(起訴)와 공소 유지(公訴維持)가 적절했는지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의 기소와 공소 유지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법무부 장관에게 공소 취소를 권고(勸告)하겠다'는 말일 것이다. 이를 명분으로 법무부 장관이 검찰에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공소 취소를 지휘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이재명 대통령 사법 리스크를 없애기 위해 더불어민주당과 법무부는 ▷서울고검 인권침해점검 TF 발족 ▷국정조사 ▷조작기소 특검법안 발의 등 여러 시도(試圖)를 했다. 그러나 국정조사에서는 검찰 기소가 정상적이었음을 보여 주는 증언들이 나왔고, 특검법은 위헌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인권침해점검 TF는 '연어 술 파티' 의혹 등을 조사해 "술자리가 있었다"는 취지(趣旨)의 결론을 내렸으나, 수사 검사였던 박상용 검사에 대한 직접 조사가 없었고, 소주를 구입한 쌍방울 전 이사의 '자신이 마시기 위해 소주를 구입했다'는 증언을 수용하지 않아 '짜맞추기 결론'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번에 검찰 미래위가 공소 취소를 권유할 경우 필경 '셀프 면죄부용 조사'라는 비판을 받을 것이다. 검찰의 기소 정당성을 판결하는 것은 법원이다. 그것이 삼권분립 원칙과 법치에 부합한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 사건이 조작 기소됐다는 증거가 넘친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조작 증거를 재판에서 제시해 무죄 선고를 받으면 된다. 그 쉬운 길을 두고 별도의 절차(節次)와 명분(名分)을 만들어 재판 자체를 없애려 하니 '대통령이 자기 사건을 자신이 재판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검찰 미래위 권고로 법무부 장관이 공소 취소를 지휘하거나, 특검이 공소를 취소할 경우 셀프 면죄부, 권력 사유화, 삼권분립 훼손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이는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 몰락(沒落)을 자초하는 짓이다.
2026-07-01 05:00:00
[사설] 'TK 패싱' 엄혹한 상황, 취임부터 능력 시험에 든 추경호 대구시장
추경호 대구시장의 앞길이 험난하다. 축하보다 염려가 앞서는 게 현실이다. 민선 9기 대구 시정(市政)은 출발부터 녹록지 않다. 추 시장이 제시한 굵직한 선거 공약들은 중앙정부의 협조와 지원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러나 최근 이재명 정부의 정책 흐름은 대구경북(TK)에 우호적이지 않다. 정부의 'TK 패싱'은 대구를 벼랑으로 몰고 있다. 정부가 대한민국 대도약(大跳躍) 3대 메가프로젝트 발표를 통해 호남권에 대규모 반도체 산업 기반을 조성하기로 한 것은 대구에 좌절감을 안겼다. 추 시장의 핵심 공약인 반도체 팹(공장) 유치는 시작 전부터 장벽에 부딪혔다. 신공항 문제도 마찬가지다. 부산 가덕도신공항은 전액 국비 지원이란 혜택을 받았다. 반면 TK신공항은 재원이 없어 답보(踏步) 상태다.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을 강조하면서도 특정 지역엔 신속 지원하고, 다른 지역엔 '희망 고문'만 하고 있다. TK 행정통합은 정부 기조 변화 속에서 사실상 동력을 잃었다. 공공기관 이전 역시 행정통합을 한 광주전남에 집중될 조짐이다. 대구를 향한 정부의 시선이 곱지 않다. 신공항 사업 지원 등 지방선거 때 보인 여당의 관심은 신기루였다. "김부겸을 대구시장으로 뽑지 않아서 대구가 차별받고 있다"고 여기는 시민들이 많다. 시민의 선택은 존중돼야 한다. 지역의 미래를 좌우하는 국책사업은 당리당략(黨利黨略)에 매이면 안 된다. 대구시의 재정난도 심각하다. 채무 규모는 2조5천억원을 넘고, 재정자립도는 특별·광역시 평균을 밑돈다. 지방세 감소까지 겹쳐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여력이 줄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재정 혁신과 함께 국비 확보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다. 돌파구는 치밀한 전략과 강력한 정치력이다. 추 시장은 이를 통해 시민들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 기업 유치와 미래산업 육성, 의료·교육의 경쟁력 강화, 창업 생태계 조성 등 대구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부터 차근차근 성과를 내야 한다. 그래야 정부의 지원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리더의 역량은 난국(難局)에서 진가를 드러내는 법이다.
2026-07-01 05:00:00
[관풍루] 이재명 대통령, 호남 반도체 투자 비판에 "역사적으로 누적된 투자량 비교하면 그야말로 조족지혈"이라고 주장
○…이재명 대통령, 호남 반도체 투자 비판에 "역사적으로 누적된 투자량 비교하면 그야말로 조족지혈"이라고 주장. 공모·유치 경쟁 없는 정부의 일방적 결정에 대한 비판을 호남 투자 비판으로 왜곡하지 마시라. ○…한국갤럽, 지난달 23~25일 이재명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 여론조사 결과 중도층 9%포인트(p), 보수층 7%p 하락하고 진보층에서도 5%p 하락. 총체적 난국? 사면초가? 조기 레임덕? ○…한동훈 무소속 의원, 당내 소장파의 사퇴 요구에 선을 그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겨냥해 "홍명보 감독은 사퇴라도 했다"고 말해. 갖다 붙일 것을 갖다 붙여야지, 거기서 홍명보가 왜 나와?
2026-07-01 05:00:00
2026-06-30 18:40:08
지난 연말,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의 한복판을 걷다 문득 걸음을 멈췄다. 전 세계의 빛이 모이는 그곳에서 묘한 기시감(Deja-vu)이 엄습했기 때문이다. 브로드웨이와 7번가가 만나며 형성된 그 유명한 Y자형 도로, 그리고 시선이 끝나는 정점에 우뚝 선 '원 타임스퀘어' 빌딩을 바라보며 나는 고향 대구의 동성로를 떠올렸다. 구 한일극장(CGV 대구한일)에서 구 대구백화점을 향해 남쪽으로 걸어 내려갈 때 마주하는 그 길, 성형외과 건물을 정점으로 좌우로 갈라지는 'Y자형 시각적 소실점'은 타임스퀘어의 구조와 소름 끼칠 정도로 닮아 있었다. 뉴욕 타임스퀘어가 세계적인 명소가 된 핵심 이유는 단순히 전광판이 많아서가 아니다. 브로드웨이와 7번가가 교차하는 Y자형 크로스 공간이 시선을 집중시키기 때문일 것이다. 보행자의 시선을 단 한 점으로 몰입시키는 이 천혜의 구조는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로도 승산이 충분히 있는 자산이다. 우리는 이 자산의 가치를 지금까지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이다. 이 공간구조 외에도 동성로가 가질 수 있는 강점은 많다. 한 예로 콘텐츠 전략을 들 수 있다. 전광판은 그릇일 뿐이다. 대구의 문화 콘텐츠들(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치맥페스티벌, 대구FC, K-팝, 대구국제마라톤 등)이 동성로와 연동될 수 있는 독자적 콘텐츠가 될 수 있다. 서울 명동의 경우 모든 전광판에 동일한 영상을 동시 송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레드닷 디자인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냈다. 동성로도 'Y자형 3면 동시 송출'이라는 기술적 차별화로 '세계에 없는 콘텐츠 경험'을 만들 수 있다.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동성로 대백 광장 한가운데 서서 사방을 둘러보길 권한다. 이 완벽한 Y자형 소실점과 구 대구백화점 건물의 광활한 시각적 스페이스를 중심으로 초고화질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들이 쏟아지는 장면을 말이다. 당신은 아마 놀라운 빛의 향연 속에서 공간과 일체화되는 강렬한 몰입감으로 '여기가 동성로가 맞아?'라는 느낌을 상상할 수 있다. 서울 광화문은 너무 넓어 시선이 흩어지고 부산 해운대는 배경에 초점이 분산된다. 광화문이나 해운대는 '보러 가는 곳', 즉 '속에 들어가는' 경험이 아니다. 반면 동성로의 '한국 최초 Y자형 미디어 스퀘어'는 '그 안에 들어가는 느낌'을 준다. 바로 동성로만의 차별화 포인트이다. 이는 동성로를 '전 세계의 동성로'로 세계인이 동경하는 '글로벌 디지털 에피센터(Global Digital Epicenter)'로 등극시킬 수 있는 결정적 킬 포인트(Kill-point)가 될 수 있다. 이 아이디어 성공의 핵심은 단연코, 우리 대구의 관습을 깨는 것이다. 최근 대구국제마라톤이 세계 최고 수준의 상금을 내걸며 글로벌 무대를 향해 파격의 승부수를 던졌듯, 동성로에는 그 이상의 행정적 결단이 필요하다. 동성로라는 공간 자체를 하나의 거대한 '디지털 3D 캔버스'로 규정하고, 전 구역을 유기적인 미디어아트 공간으로 설계해야 한다. 단순히 대형 전광판 몇 개 다는 것으로 그친다면 성공 여부는 또 자명해질 것이다. 세계적인 공공 디자인 전문가를 영입하여 이 공간 혁명에 대구의 명운을 걸고 '대구 아직 살아 있다'가 보여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26-06-30 14:54:45
살다 보면 우리는 수단의 묘미에 빠져 목적을 상실하곤 한다. 더 좋은 수단을 차지하려 경쟁하느라 본질을 잃어버리는 본말이 전도된 삶이다. 목적이 삶의 나침반이라면 수단은 도구에 불과하다. 그러나 우리는 종착지에 빨리 가기 위해 더 좋은 수단을 탐하다가 정작 가야 할 길을 잃어버린다. 수단에 눈이 멀면 길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목적지를 향한 수단은 상황과 한계에 따라 사람마다 다르다. 몸집보다 거대한 소똥을 굴리는 쇠똥구리처럼, 우리도 각자의 운명을 견디며 살아가야 한다.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올바른 목적지를 향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수단이 목적을 담보하지 않으며, 좋은 수단을 쥐고도 갈 곳을 모른다면 무명의 어둠 속에서 헤매는 것과 같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끝도 시작도 없는 아득한 미로를 닮았다. 갔던 길을 헤매고 새 길을 찾다가 막히는 망각을 반복한다. 인간의 제한된 눈으로는 넓은 미로를 조망할 수 없다. 과학은 이성으로 미로의 지도를 밝히고, 통찰은 철학으로 삶을 깨닫게 한다. 그러나 알면 알수록 세상은 여전히 깊은 미궁이다. 여기서 우리는 '아름다움'이란 말의 본질을 되짚어보게 된다. 사전 속 '아름'은 두 팔을 펼쳐 모은 둘레를 뜻한다. 그렇다면 아름다움이란 세상의 소란 속에서 '가장 나다운 것'을 찾아내 내 두 팔로 온전히 품어 안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자기만의 정체성을 그려내는 미술가에게 이보다 중요한 본질은 없다. 내 안의 정체성을 발견할 때 비로소 삶과 예술은 일치한다. 예술가의 길은 내면의 참된 길을 찾아가는 구도자의 삶과 다를 바 없다. 가수 김국환의 노래 '타타타'의 가사처럼 인생은 알몸으로 태어나 옷 한 벌 건진 삶이다. 옷 한 벌은 현세를 살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일 뿐이지만, 인간은 실체 없는 욕망의 덩어리가 되어 평생을 올인한다. 그러나 진정한 삶의 면면은 속도가 아니라 온전한 체험 속에서만 드러난다. 자동차나 비행기를 타고 가면 빨리 갈 순 있으나 그 위에서는 대지 위의 삶을 알 수 없다. 목적지를 알 수 없는 삶에서 고통은 내면을 단단하게 다지게 하지만 맹목적인 쾌락은 정신을 흐트러뜨릴 뿐이다. 선택한 가난은 가난이 아니며, 스스로 유배시키면 그것은 유배가 아니라는 법정 스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자발적으로 고독 속에 나를 가둘 때, 우리는 비로소 세상의 속박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아 성찰과 자유를 얻는다. 복잡한 세상 속에서 단순한 삶이 주는 명료함을 회복해야 한다. 가끔은 삶의 걸음을 멈추고 자발적인 가난과 유배의 공간으로 걸어 들어가자. 내 팔을 벌려 나만의 '아름'을 품어 안는 고독의 끝에서 미로를 벗어날 진짜 길을 발견하게 되길 청하며.
2026-06-30 11:01:25
[사설] 성과급에 노란봉투법 쟁의까지, 정부는 보고만 있을 건가
카카오 노조원들이 29일 '로그아웃 데이' 파업을 진행했다. 민주노총 카카오지회는 카카오·카카오페이·카카오엔터프라이즈 등 5개 법인 조합원들과 전일(全日) 연차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쟁점은 성과급이다. 반도체 기업에서 시작돼 대기업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N% 성과급' 여파다. 지난 24일 파업 찬반 투표를 통해 파업권을 확보한 현대차 노조의 요구안에도 순이익의 30% 성과급이 담겼다. 기아 노조도 영업이익의 30%를 요구하고 있다. 카카오는 공장도 생산 라인도 없는 플랫폼 기업이다. 파업하면 쇳물이 식고 자동차가 멈추는 제조업과는 다르다. 올여름 하투(夏鬪)가 이미 업종과 규모의 경계를 넘어선 역대급 파업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으로 경영상 결정까지 쟁의 대상이 되면서 협상 대상, 교섭 의제, 요구 수위 등 전선이 훨씬 넓어졌다. 하청 노조들도 '진짜 사장', 원청과의 직접 교섭을 요구하면서 협상에 더욱 난항을 겪고 있다. 민주노총은 7월 15일 핵심 산별노조들이 대거 참여하는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이번 파업이 더욱 우려되는 것은 가뜩이나 중동 전쟁 여파와 글로벌 관세 리스크, 경기 둔화 등으로 흔들리는 경제 위기에 기름을 부을 수 있어서다. 산업의 동력이 동시에 멈추는 극단적인 상황은 막아야 한다. 노란봉투법 시행 첫해다. N% 성과급 논란도 그렇다. 처음엔 완충지대(緩衝地帶)가 필요하다. 카카오 노조가 파업은 했지만, 카카오톡 서비스는 정상 운영됐다. 산업별 '로그아웃'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2026-06-30 05:00:00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 진출 실패라는 참담한 성적표와 함께 한국 축구는 거대한 폭풍에 직면했다.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그것이 결코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지금 축구계의 위기는 단순한 경기력이 아니라, 투명성과 공정성을 상실한 총체적 부실이 초래한 예견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홍 감독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正當性)의 훼손이다. 지난 4월 서울행정법원은 축구협회가 문화체육관광부의 중징계 요구에 불복해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리며, 전력강화위원회가 홍 감독을 1순위 후보로 선별할 때 명백한 위법성이 있었다고 판시했다. 법원에 의해 국가대표 감독 선임 과정의 불법성이 확인된 셈이다. 밀실 행정과 특혜 의혹으로 얼룩진 감독 선임이 대표 팀의 결속력을 약화시키고, 결국 월드컵 조기 탈락이라는 비극으로 이어졌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의 수사 지연은 대단히 유감스럽다. 서울경찰청은 이와 관련해 업무방해 및 직권남용 등 총 8건의 고발 사건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으나,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정몽규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조차 실시하지 않았다. 행정소송과 형사재판 절차를 지켜보느라 늦어졌다는 경찰의 해명은 궁색하기 짝이 없다. 수뇌부의 사퇴로 모든 책임을 덮고 어물쩍 넘어가려 해서는 안 된다. 경찰은 이제라도 철저하고 신속한 수사를 통해 부당한 개입이나 직권남용이 있었다면 그에 합당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것이 무너진 축구 행정의 신뢰(信賴)를 회복하는 첫걸음이다.
2026-06-30 05:00:00
[사설] 825조원 호남 반도체 구체성 없는 정부 설명, 의문만 키웠다
이재명 정부가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를 통해 호남을 제2 반도체 생산기지로 공식화했다. 29일 국민보고회는 정부가 제기된 의문을 해소하고 정책 타당성을 입증할 기회였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정부와 여권은 보고회 이전부터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를 잇달아 언급하며 기정사실화했다. 정치가 산업 입지를 먼저 정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정부는 국민보고회에서 전력과 용수 대책을 제시해 이를 불식(拂拭)시키겠다고 했지만 오히려 의혹만 커졌다. 정부는 서남권 반도체 단지에 6.3GW의 전력과 하루 65만t의 용수를 적기에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반도체는 안정적 기저 전원과 송전망, 변전소, 초순수 생산시설, 광역 용수관로가 함께 확보돼야 한다. 정부는 ESS 확대와 분산형 전력망, SMR 활용 등을 언급했지만 방향만 제시했을 뿐, 어느 발전원에서 공급할지, 송전망은 언제까지 어떻게 확충할지 등 구체적 계획은 내놓지 못했다. 용수 문제에 대해 기후환경에너지부는 원론적 답변에 그쳤고, 손을 들어 발언 기회를 얻은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은 '수계 전환과 기존 댐 활용, 하수 재이용, 댐 증고(增高)'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는 준비된 공급 기반을 설명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검토할 확보 수단을 나열한 수준에 가깝다. 수계 전환과 댐 증고는 관계 기관 협의와 인허가, 예산 확보가 필요한 사업이고, 하수 재이용 역시 고도처리와 초순수 설비 구축이 전제돼야 한다. 현재의 용수 여건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현실을 사실상 인정하면서도, 이를 언제 어떤 절차로 해결할지에 대한 로드맵은 제시하지 못한 셈이다. 정책 결정 과정은 더 큰 문제다. 대통령은 여러 차례 "기업이 결정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더욱 객관적 검증 자료를 내놔야 한다. 왜 호남이 다른 후보지보다 산업적으로 경쟁력이 높은지, 입지 평가와 경제성 분석은 어떻게 이뤄졌는지, 공급망과 인프라를 어떤 기준으로 비교했는지 국민 앞에 설명해야 한다. 정부가 자신 있다면 데이터로 설득하면 된다. 그럼에도 결론만 앞서고 명확한 근거(根據)를 제시하지 못하면 '지역 먼저 정해 놓고 논리를 맞춰 가는 것 아니냐'는 의혹은 사라지지 않는다. 대구·경북의 허탈감은 크다. 원전과 대규모 전력망, 반도체 소재·부품 산업과 제조 기반을 갖추고도 국가 전략산업의 중심에서 번번이 소외돼서다. 특정 지역의 이해(利害)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국가 전략산업은 정치적 상징이 아니라 산업적 경쟁력으로 선택받아야 한다는 원칙을 말하는 것이다. 선언이 아니라 데이터가, 정치가 아니라 기술이, 구호가 아니라 생태계가 경쟁력을 결정한다. 청사진이 아니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설계도가 필요하다. 그것이 없다면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는 국가 미래 전략이 아니라 또 하나의 정치 프로젝트라는 의심을 벗기 어렵다.
2026-06-30 05:00:00
[관풍루] 이재명 대통령, '3대 메가프로젝트' 발표하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을 향해 "국가 영웅 또는 국민 영웅이라 불러드리고 싶다"고 말해
○…이재명 대통령, '3대 메가프로젝트' 발표하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을 향해 "국가 영웅 또는 국민 영웅이라 불러드리고 싶다"고 말해. 두 회장님, 이런 감언이설에 취해 정신 줄 놓지 말기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 자신에 대한 사퇴 요구에 "나는 사퇴하지 않는다. 최고위원 중 사퇴할 사람은 이 자리에서 사퇴하시라"고 말했다고 전언.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특검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혀. 하려면 제대로 하시오, 야당이 추천하는 특검으로 하시오.
2026-06-30 05:00:00
2026-06-29 19: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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