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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씨] 7월 9일(목)

    [날씨] 7월 9일(목) "곳에따라 대체로 비"

    2026-07-08 18:45:23

  • [기고-김영진] 드라마 '참교육' 신드롬이 던진 경고장

    [기고-김영진] 드라마 '참교육' 신드롬이 던진 경고장

    최근 드라마 '참교육'이 뜨거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교권을 무시하는 학생과 악성 민원을 일삼는 학부모가 제재받는 장면마다 시청자들은 후련함을 느낀다. 교사뿐 아니라 일반 시청자들까지 이러한 비현실적인 해결책에 대리 만족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학교 현장이 처한 참담한 현실에 대한 깊은 공감이자, 드라마가 공교육 시스템 개선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을 일깨우는 경고장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교사와 학교는 교육활동을 침해당할 만큼 민원 대응에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 정보공개 청구, 국민신문고 민원, 아동학대 신고 등은 모두 국민에게 보장된 정당한 권리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제도가 악의적·반복적으로 오남용될 경우 교육활동을 심각하게 위축시킨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최근 교육계, 정치권, 시민사회가 잇달아 교권 보호 대책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특히 교육계와 정치권 일각에서 제안한 '교육부 교육활동보호국 신설 방안'은 주목할 만하다. 교육부에는 전담 '국'을 신설하고, 시도교육청에는 교육활동보호지원센터를, 교육지원청에는 현장지원팀을 두어 교사 개인이 아닌 국가와 교육청이 민원에 대응하는 체계를 구축하자는 구상이다. 현재 여러 부서에 분산된 교육활동 보호 업무를 격상된 전담 조직인 '국'으로 통합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다. 또 학교는 사안 접수와 보고 업무만 진행하고, 학교에서 자체 해결이 가능한 사안을 제외하고는 교육지원청 현장지원팀이 민원에 직접 대응하도록 한다면 학교는 본연의 교육활동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논의되고 있는 방안에서 시도교육청의 역할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교권 침해에 대해 교사의 신고 의지 여부와 관계없이 학교가 교권 침해가 의심되는 상황을 인지하는 즉시 교육청에 보고하도록 하는 엄격한 책임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현행 제도에도 보고 의무는 존재하지만, 학교폭력 사안에서 신고 의무 위반이나 은폐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는 것과 비교하면 실효성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교사를 대상으로 한 민원도 원칙적으로 학교 관리자를 통해 제기하도록 하고, 사전 예약되지 않은 상담이나 민원을 제한하는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기준을 반복적으로 위반하는 행위는 학교장이 교권 침해 의심 사안으로 접수하여 교육청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함으로써, 교사 개인이 홀로 민원을 감당하는 구조가 아닌 공적 보호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더 나아가 반복적·악의적 민원에 대해서는 교육감이 공적 주체로서 법률적 대응을 할 수 있는 이른바 '교육감의 법률 지원 및 대리 대응 체계'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학교 이야기는 결국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이며, 우리 사회의 미래에 관한 이야기다. 교사가 보호받지 못하는 환경에서 건강한 교육이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 이제는 학생 인권과 교권을 대립적으로 바라보는 낡은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교육활동 보호는 교사의 권익만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학생의 배움과 성장을 지키고 공교육의 신뢰를 뒷받침하는 최소한의 공적 안전장치이다. 드라마 '참교육' 신드롬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교사 개인이 홀로 민원과 소송, 아동학대 신고를 감당하는 외로운 싸움을 끝내야 한다. 국가와 교육청이 책임 있게 방패가 되어주는 공적 안전판을 구축하는 것, 그것이 공교육을 지키고 학교를 바로 세우는 가장 현실적이고도 시급한 해법이다.

    2026-07-08 16:07:14

  •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54>칠십의 노스승, 제자에게 힘을 실어주다, 단원 나비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54>칠십의 노스승, 제자에게 힘을 실어주다, 단원 나비

    찔레꽃으로 날아드는 나비를 그린 김홍도의 선면화다. 오른쪽에 '임인(壬寅) 추(秋) 사능(士能) 위(爲) ㅇㅇㅇ'로 서명했고, 왼쪽은 스승 표암 강세황(1713~1791)의 글이다. 꽃과 나비 사이에 한때 이 작품을 소장했거나 감상한 두 분의 글이 더 있다. 강세황은 이렇게 평한다. 〈strong〉나비의 가루가 손에 묻을듯하다. 사람의 솜씨가 자연의 창조를 빼앗을만함이 이런 경지에 이르렀단 말인가! 펼쳐보고 놀라 감탄해 한마디 쓴다. 표암이 평하다.〈/strong〉 〈strong〉蝶粉疑可粘手 人工之足奪天造 乃至於是耶 披覽驚歎 爲題一語 豹菴 評〈/strong〉 부채를 펼쳐보니 손으로 그린 게 아니라 진짜 나비 같아 경탄했다. '나비'는 당시 최고의 감평가(鑑評家)이자 시서화 삼절인 70세의 노대가 강세황의 놀람에 걸맞은 김홍도의 화조화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면밀한 사생의 묘사력으로 나비와 찔레꽃을 그리면서도 사의(寫意)적으로 소화한 표현력이 차분히 화폭에 감정을 이입하게 해 화가의 창조력이 더욱 실감난다. 부채꼴을 활용한 여백의 구성이 나비와 찔레꽃에 시선을 집중시켜 나비의 모양, 꽃의 생김새가 더욱 생생한 존재감을 발산한다. 강세황은 단원 김홍도의 호기(號記)이자 전기(傳記)인 '단원기(檀園記)'에서 여러 장르에 통달한 '무소불능(無所不能)' 중에서도 신선과 화조에 더욱 뛰어났다고 했다. 나비그림은 '나비 접(蝶)'이 '팔십 질(耋)'과 중국어 발음이 같아 80의 나이인 장수를 상징한다. '꽃 본 나비'라는 말이 있듯 꽃을 향해 날아드는 나비를 그렸으므로 건강과 장수를 함께 축원하는 뜻이다. 누군가가 'ㅇㅇㅇ'에게 축수(祝壽)의 선물로 삼으면서 강세황의 감평까지 받았다. 시서화가 함께 있어야 제격으로 여겼던 회화의 인문적 성격은 20세기 후반까지도 그러했다. 스승은 기꺼이 제자에게 힘을 실어줬다. 표암과 단원은 한국회화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제지간일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 2층 서화관 '단원 김홍도, 시대를 그리다'전에 나온 이 작품의 나비는 '호랑나비, 왕오색나비, 작은멋쟁이나비'라고 설명판에 적혀있다. 표암의 유명한 '자화상'도 옆에 있다. 전시는 8월 2일까지. 대구의 미술사 연구자

    2026-07-08 10:07:11

  • [매일춘추]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

    [매일춘추]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

    얼마 전 직장에서 '배리어 프리(Barrier-Free)' 관련 교육이 있어 참석한 적이 있었다. 교육장으로 들어가니 남색 정장을 입은 젊은 남자가 눈을 감고 앉아 있었다. 그는 지팡이를 짚으며 일어나 마이크를 들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시각장애인 아나운서라고 소개했다. 그는 자신에게 다가올 땐 먼저 이름을 밝혀달라고 했다.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게 아니라 어떤 식으로 소통을 시작할지 방식을 정해줬다. 누군가 그에게 눈을 뜨고 싶지 않냐고 물었을 때도 그러고 싶지 않다고 했다. 40년 가까이 체득한 시각장애라는 정체성이 싫지 않은데 굳이 이걸 바꿀 필요가 있냐고 되물었다. 그에게 장애는 '극복해야 할 불행'이 아니었다. 교육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생각했다. 만약 세상에 빛이 사라져 모든 사람이 앞을 볼 수 없다면 어떨까? 나 혼자 겪는 고통보다는 나을까? 모두가 볼 수 없는 세상과 나만 보지 못하는 세상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남과 다르다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공포를 준다. 그건 때때로 세상의 종말보다 더 큰 것이다. 그런데 내가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을까? 소설을 쓰다 보면 평범한 인물보다는 어딘가 다른 구석이 있는 인물을 찾게 된다. 그 인물이 갖고 있는 고유한 무언가에 매달려 이야기라는 공을 굴리면 생각지도 못한 곳에 닿는다. 그러는 과정에서 그 인물을 이해했다고 착각할 때가 있는데 나는 자주 그랬다. 내가 설정한 인물인데 당연히 난 그에 대해서 다 아는 것 아닌가? 라고 생각했지만 돌이켜보면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 그와 대화하고 그의 정체성을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100% 이해할 순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 '대성당'에는 시각장애인 로버트와 그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화자가 나온다. TV에 대성당이 나오자 화자는 말로 그 웅장함을 설명하려 하지만 곧 한계에 부딪힌다. 그때 로버트가 제안한다. 화자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포개고 함께 대성당을 그려보자고. 함께 그림을 그리던 중 로버트는 화자에게 눈을 감아보라고 한다. 눈을 질끈 감고 도화지 위로 펜을 움직이던 화자는 자신이 집 안에 있지만 어디 안에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 이렇게 말한다. '이거 진짜 대단하군요.' 독자들은 소설의 결말이 가리키는 어떤 곳을 향해 나아가고 또 나아간다. 눈 뜨고 살아도 보지 못하는 게 너무 많다. 우린 그 한계를 인정하고 겸손해져야 한다. 어쩌면 진짜 장벽은 우리의 비좁은 마음속에 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한 단면만 보고 그 사람을 판단하는 어리석음이 오해를 불러온다. 이해하기 위해 애쓴다. 편견을 넘는다. 손을 잡는다. 함께 그린다. 그리하여 마침내 그 사람이 되어 본다.

    2026-07-08 10:03:50

  • [야고부-석민] 막장 정치

    [야고부-석민] 막장 정치

    '막장'은 본래 '광산에서 갱도의 가장 마지막 막다른 사업장'이라는 뜻이다. 옛날 가장(家長)들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석탄을 캐던 장소이다.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다는 절망과 폐쇄의 이미지 탓에, 더 이상 나빠질 수 없을 만큼 타락하거나 대책이 없는 상황 또는 인간관계를 '막장'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막장 드라마'가 대표적이다. 지난 6일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6·3 지방선거 이후 첫 회의를 개최하면서 알려진 조경태 의원의 '막장 드라마'는 막장 정치의 끝판왕이라고 불릴 만하다. 조 의원은 국회 부의장 선출 과정에서 후보로 나섰다가 탈락하자, 당내 경선 결과에 불복(不服)해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에게 연락을 취해 국힘 국회 부의장 후보의 낙선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조 의원은 "제가 (민주당 의원들에게) 이야기한 것은 내란 옹호 세력은 국회직에 앉아서는 안 된다는 말"이라고 반박했다. 조 의원은 국힘 공천(公薦)으로 금배지를 달고 있으면서 '계엄=내란'이라는 민주당과 좌파의 프레임을 뼛속 깊이 받아들인다는 자기 고백을 한 셈이다. 국힘 당원 가운데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에 비판적인 사람은 일부 있지만, 비상계엄 자체가 내란이라는 선전 선동에는 압도적 다수가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 분석이다. 정당은 정권을 잡는 것을 목표로 정치적 견해나 이념을 같이하는 사람들의 결사체이다. 물론 같은 정당 내에서도 얼마든지 소수파·권력투쟁 등이 있을 수 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의 정당이라면 이 과정 역시 민주적이어야 한다. 정당한 절차에 따른 당 결정을 '남의 당'과 결탁해 뒤집으려던 조 의원의 행태는 정당인(政黨人)으로서 절대 용납될 수 없다. 당의 결정이 자신의 소신·철학과 다르다면 신념에 맞는 정당을 찾아 탈당할 일이다. 무려 국회의원 6선의 영광을 누리면서 역대급 막장 정치판을 벌인 조 의원은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정당은 공직 선거에 후보자를 내어 정권을 잡는 것을 목표로 한다. 6·3 지방선거 당시 자당의 후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소속 후보를 지원하고 나선 국힘 인사들도 정당인의 기본(基本)을 무시한 '막장 정치꾼'이란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국힘이 살길은, 이제 막장 정치를 끝내는 것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2026-07-08 05:00:00

  • [세풍-강민구] 2,500년 전 '제비뽑기'의 예언

    [세풍-강민구] 2,500년 전 '제비뽑기'의 예언

    중국 춘추시대의 사상가 문자(文子)는 "신의가 있는 사람에게 재물을 나누게 하는 것이 원칙을 정한 뒤에 제비를 뽑아 나눠 주는 것만 못하다"라고 전제하고, 그 이유로 "마음먹고 공평하게 하는 것이 의도 없이 공평하게 하는 것만 못하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아무리 신의가 두터운 인간이라도, 주관이 개입하는 순간 공평은 무너진다. 차라리 무작위성의 법칙을 적용하는 '제비뽑기'가 인간의 신의보다 더 정당한 결과를 낳는다는 문자의 통찰은 2천500여 년이 지난 오늘날 AI 시대의 본질을 꿰뚫는 예언적 경구(警句)로 부활한다. 인간은 '인지적 한계'와 '내재적 편향'을 가진 존재이기에 완전한 공평함을 지켜내기 어렵다. 인간은 자신이 속한 집단에 관대하고, 자신의 신념에 부합하는 정보만 선택하며, 눈앞의 이익에 감정이 흔들린다. 심지어 피로도나 굶주림 같은 사소한 생체 리듬조차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인간의 불완전한 이성 탓에 불공평 시비가 끊이지 않는 영역이 있으니 바로 사법 재판, 기업의 채용과 인사 평가, 대입 수시 모집 전형이나 예술·체육계의 심사와 판정이다. 대중은 "판정의 기준이 무엇이냐?"라며 분노하고, 탈락자는 결과에 승복하지 못한다. 이러한 문제 속에서 AI는 문자가 말한 '의도 없는 공평'을 실현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순식간에 분석하여 일관된 규칙을 적용한다. 그것은 피로를 느끼지 않으며, 청탁을 받지도 않고, 학연이나 지연에 얽매이지도 않는다. 기계적 일관성과 신속성은 분쟁을 줄이고 행정적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그러나 기계적 공평을 추구하는 AI 역시 인간 사회의 고질적 모순을 투영한다. 우선 '편향의 재학습 문제'가 있다. AI는 인간이 만든 과거의 데이터를 먹고 자란다. 과거의 재판 기록이나 채용 데이터에 인종·성별·출신에 대한 차별이 녹아 있어도 AI는 이를 '공평한 법칙'으로 오인하고 학습한다. 다음으로 '블랙박스(불투명성) 문제'가 있다. 딥러닝 알고리즘의 결과 도출 과정은 인간이 그 인과관계를 역추적하기 어렵다. 불공평 시비를 없애려고 도입한 AI가 도리어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가?"라는 의문에 설명하지 못하는, 또 다른 불공평의 거대한 벽이 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AI라는 공평한 '제비뽑기'가 진정한 효용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대안이 필요하다. 첫째, '데이터의 윤리적 정제와 감시 체계'의 제도화다. AI에 데이터를 입력하기 전, 기존의 고정관념이나 사회적 편향이 반영된 변수를 철저히 필터링해야 한다. 또한 AI의 판단 결과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알고리즘의 공평성을 검증하는 'AI 청문회'나 '윤리적 감사 시스템'이 의무화되어야 한다. 둘째, '설명 가능한 AI' 기술의 고도화다. AI가 어떤 가중치를 두고 판단했는지 그 경로를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설명할 수 있도록 기술적 보완이 이루어져야 비로소 피평가자가 결과에 승복할 수 있는 '절차적 공평성'이 완성된다. 셋째, '인간과 AI의 이원화된 협업 시스템' 구축이다. AI에 최종적 재판관이나 인사권자의 지위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 AI는 주관적 편견을 제거하고 객관적 지표를 추출하는 '필터'이자 '보좌관' 정도로 활용되어야 한다. 최종 결정은 맥락을 이해하고, 눈물과 참회를 읽어내며, 사회적 가치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인간의 성찰적 이성이 맡아야 한다.

    2026-07-08 05:00:00

  • [사설] 호남 반도체, 도대체 무엇을 위한 속도전인가

    반도체 경쟁에서 속도는 핵심 요소다. 이재명 대통령이 3대 메가프로젝트를 직접 챙기며 '오직 속도'를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믿고 싶다. 정부는 환경영향평가와 인허가 절차를 최대한 줄이고, 토지 문제는 협의와 강제수용을 동시에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정작 속도를 결정지을 필수 조건들에 대한 명확한 해답은 제시하지 못했다. 반도체 산업은 막대한 전기와 물, 송전망, 주민 수용성, 탄소 경쟁력까지 갖춰져야 완성된다. 용인 클러스터에는 15GW, 호남 클러스터에는 6.3GW 전력이 필요하고,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도 2035년 18GW를 넘어설 전망이다. 두 반도체 클러스터에만 현재 한국형 원전 15기가량이 생산하는 전력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호남 클러스터에 하루 100만t 이상의 용수(用水)가 필요하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재생에너지가 풍부하다면서 LNG 발전과 원전 건설을 언급한다. 원전은 부지 선정부터 준공까지 10년 이상 걸리고, LNG는 국가 목표인 탄소중립과 충돌한다. 기존 댐과 재이용수를 활용해 산업용수 확보가 충분하다지만 영산강·섬진강 유역은 정부가 가뭄 시 물 부족 가능성을 예고한 지역이다.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서면 농업·생활용수와 산업용수 사이의 갈등도 불가피하다. 동해안 생산 전기를 수도권으로 가져오는 핵심 시설인 동서울변환소 증설은 6년 넘게 표류(漂流) 중이다. 송전망 구축조차 결코 쉽지 않다는 말이다. 환경영향평가 기간을 줄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방향성이 불확실한 속도는 폭주(暴走)다.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발표된 호남권 클러스터는 포퓰리즘이며, 기업 투자 입지까지 정부가 결정하는 관치 산업정책'이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국가 전략산업은 정권의 치적이나 정당의 선거 전략이 될 수 없다. 수백조원이 투입될 메가프로젝트일수록 정치가 아니라 산업적 완성도와 지속가능성이 우선돼야 한다. 정권은 5년이지만 반도체 클러스터는 최소 수십 년을 내다본다. 대통령이 연일 역설하는 속도전이 정치적 시계에 맞춰진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

    2026-07-08 05:00:00

  • [사설] 전쟁 틈탄 정유사 26조 담합, 서민 등골 빨아먹는 악덕 범죄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으로 전 세계가 긴장하고 국내 경제가 위축되던 시기, 국내 정유사들의 밀실 대화방에서는 "오늘 가격 100원 더 올린다. 우리 올해 2조 벌 듯" "역시 전쟁으로 먹고사는 회사" "트럼프 만세" 등 국민의 고혈을 짜내는 추악한 언사(言辭)들이 오갔다. 국제 유가와 환율 상승 때문이라던 기름값 폭등의 실체가 결국 정유사들의 노골적인 가격 짬짜미와 시장 기만(欺瞞)이었음이 검찰 수사로 드러났다. 지난 3월 미국·이란 전쟁 발발 당시 국내 정유사들은 상당한 양의 원유를 비축해 둬 가격을 급격히 올릴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런데도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의 가격 결정 부서 책임자들은 밀실에서 가격 인상 시기와 규모를 모의했다. 국내 정유 시장이 두 회사의 가격을 나머지 두 정유사가 추종하는 구조라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실제로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은 이 인상 흐름을 그대로 따라갔다.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의 직접 담합(談合) 규모만 14조2천억원에 달하고, 타사들의 추종 효과까지 감안한 국내 석유 시장의 전체 경쟁 제한 효과는 무려 26조원에 이른다. 그동안 국민은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주유소 불빛을 보며 가슴을 졸였고, 각종 석유류 제품값 인상에 허리띠를 졸라매며 고통을 감내해 왔다. 석유는 국민 생활 및 산업 전반과 직결되는 핵심 품목이다 보니 기름값 폭등은 물가를 사정없이 자극했고, 서민 삶을 벼랑 끝으로 몰고 기업 경쟁력을 갉아먹었다. 그런데도 대기업 정유사들은 에너지 위기를 자신들의 호주머니를 채울 축제의 기회로 삼은 것이다. 정부와 사법 당국은 이번 사태를 엄중히 다뤄야 한다. 담합 가담자들과 관련 책임자들을 일벌백계(一罰百戒)하고, 징벌적 과징금을 과감하게 부과해야 마땅하다. 아울러 석유 최고가격제에 따라 정유사에 지급해야 할 비용은 이번 부당 이득을 철저히 제외하고 산출해야 할 것이다. 위기 때마다 서민의 등골을 빼먹는 악덕 기업들의 탐욕을 뿌리 뽑지 못한다면 국가 경제의 미래는 없다.

    2026-07-08 05:00:00

  • [사설] 보완수사권 폐지 불가 이유 재확인해 준 여고생 피살 사건 경찰 수사

    검찰이 '여고생 살인 사건 피의자'의 아버지(현직 경찰)와 광주 광산경찰서 수사팀 간 유착(癒着) 및 수사 정보 유출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당초 경찰은 피의자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했지만, 검찰은 사건 직후 주요 증거인 리얼돌이 폐기되고, 납치 목적으로 준비한 것으로 의심되는 케이블 타이가 증거물에 포함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 살인에 성적 동기(動機)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법정 형량이 더 높은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 수사로 끝났다면 '살인 사건'으로 마무리됐을지 모를 사건이 검찰 수사로 강간, 납치 의도까지 수사하는 사건으로 바뀐 것이다. 2022년 5월 발생한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 역시 경찰은 가해자에게 폭행에 의한 살인 미수(未遂) 혐의를 적용했고 1심에서 12년형이 선고됐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검찰은 "CCTV에 잡히지 않은 7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면서 DNA 검사를 실시했고, 피해자 청바지 안쪽에서 가해자 DNA가 검출됐다. 이에 따라 공소장은 '강간 등 살인 미수'로 변경됐고 항소심에서 가해자에게 20년형이 선고됐다. 검찰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와 관련, 다수 국민들과 시민·인권·여성단체들이 경찰의 수사 독점과 부실(不實) 수사 문제 등을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강성 지지층의 '검찰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 요구에 떠밀려 완전 폐지로 가닥을 잡고 있다. 경찰 내부에서도 업무 과부하와 수사 과정의 법리상 실수로 범죄자가 법망(法網)을 빠져나갈 우려가 있다며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여당이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강행(強行)한다면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고, 범죄자만 좋아질 것이다. 검찰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 추진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장악을 위해 친명계와 친청계가 벌이는 선명성 경쟁 일환(一環)이라고 본다. 자신들의 정치권력을 위해 국민의 삶과 안전을 버리는 짓이다.

    2026-07-08 05:00:00

  • [관풍루] 반도체 클러스터 이어 대학 반도체 계약학과도 'TK 패싱' 우려, 경북대·DGIST "공식 제안 없었다" 밝혀

    ○…반도체 클러스터 이어 대학 반도체 계약학과도 'TK 패싱' 우려, 경북대·DGIST "공식 제안 없었다" 밝혀. 대구시장 민주당 후보 지방선거 낙선 후 행정통합 등 모두 TK 패싱. '우연의 일치'인가요? 아님 '뒤끝 작렬'? ○…코스피, 7일 8%대 급락에 사이드카 이어 서킷브레이커 발동. 한국 증시 극심한 변동성으로 '오징어 게임' 같은 위기 처할 수 있다는 외신 분석도 나와. 일남의 외침 "이러다 (개미) 다 죽어". ○…광주일고가 '스타벅스 가야지' 등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용서 구한 배재고 야구부 징계에 대한 선처 요청하며 훈훈하게 마무리. 학생들도 잘못 뉘우치는데 '무섭노' 일베 논란 일으킨 어른은 뭐하노?

    2026-07-08 05:00:00

  • [날씨] 7월 8일(수)

    [날씨] 7월 8일(수) "곳에 따라 소나기"

    2026-07-07 18:41:45

  • [기고-김인현] 참치, 이제는 산업화할 때다

    [기고-김인현] 참치, 이제는 산업화할 때다

    오징어와 대게의 고장으로 알려진 경북 동해안에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바로 참치의 대량 출현이다. 경북 동해안 참치 어획량은 2022년 74톤, 2025년 110톤에 이어 올해는 520톤에 달했다. 수온 상승으로 인한 참치의 북상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영덕보다 울진에서 더 많이 잡혔고 강원도에서도 어획량이 크게 늘었다. 이는 참치의 북상 흐름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음을 말한다. 부산 이남 해역의 선망어업에서 주로 어획되던 참치가 이제는 북상하여 동해안에서도 본격적으로 잡히고 있다. 이런 변화는 정부의 국내 쿼터 배정 정책은 물론이고, 우리가 참치 쿼터 확대를 국제기구에 요구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올해는 국내 쿼터 배정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졌다. 과거에는 유보 물량을 정부가 가지고 있음에도 잡은 참치를 버려야 하는 사례도 있었다. 각 지역의 배정 물량이 소진되기 전 유보 물량이 신속하게 추가 배정되었다. 이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수협 그리고 어민들의 노력의 결과이다. 가장 큰 문제는 상품화다. 참치는 잡는 순간부터 상품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선상에서 즉시 피를 제거하고 영하 40℃ 이하로 급속 냉동한 뒤 냉동창고로 옮겨야 최고급 횟감으로 활용될 수 있고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동해안에서는 대부분의 참치가 적절한 사전 처리 없이 어판장으로 직행하고 있어 낮은 가격에 팔린다. 현재 경매된 참치 가운데 상당수는 해외로 재수출되거나 사료용, 햄버거용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어장 관리선에 급랭 설비를 탑재하거나 이동식 급속 냉동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참치 보관을 위한 냉동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 활용 가능한 유휴 인프라를 최대한 재가동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렇게 급랭을 통한 상품화 과정을 거쳐야 참치는 제값을 받을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일시 대량생산으로 가격이 폭락하는 점이다. 동해안 참치는 대체로 1주일 남짓한 기간 동안 수백 톤이 한꺼번에 잡히고 이후에는 거의 어획되지 않는다. 공급이 특정 시기에 집중되면 가격은 급격히 하락한다. 실제로 가격이 평소의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는 현상도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농산물 수급 조절과 유사한 접근이 필요하다. 수협이나 정부가 공동 수매를 실시, 냉동창고에 보관한 뒤 시장 상황에 맞추어 순차적으로 공급하여 안정적인 가격 관리가 되어야 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처리 능력이 부족해 기업과 전량 인도 계약을 체결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지역에서 냉동저장을 넘어서 가공과 유통까지 담당할 수 있어야 한다. 참치 해체·가공 시설을 구축하고, 참치 전문 브랜드를 육성하며, 참치 거리를 조성하여 관광산업과 연계하면 부가가치가 극대화된다. 참치를 활용한 음식문화와 축제, 관광상품이 개발된다면 어업뿐 아니라 지역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제 동해안은 참치를 잡는 시대를 넘어 참치를 산업화하는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2026-07-07 15:15:07

  • 매일신문 창간 80주년 이재명 대통령 축하 메시지

    매일신문 창간 80주년 이재명 대통령 축하 메시지

    매일신문 창간 8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균형잡힌 시각과 깊이 있는 통찰로 각계각층의 소통과 화합을 이끌어 온 '매일신문' 임직원과 기자분들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매일신문은 산업화와 민주화 등 우리 사회의 역사적 순간을 기록하고 시대 정신을 전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지난 80년간의 발자취에 이어 앞으로도 지역과 국가를 잇는 정론지로서 역할을 다해주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번 창간 80주년을 축하드립니다. 매일신문 임직원 여러분과 독자 여러분 모두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2026년 7월 7일 대통령 이재명

    2026-07-07 06:30:00

  • [2026 매일시니어문학상] 시·시조 수상작-일과/ 장예은

    [2026 매일시니어문학상] 시·시조 수상작-일과/ 장예은

    봄이 물러간 자리에 취업 공고 몇 개가 스마트폰 화면을 떠다닌다. 손가락으로 위를 밀어 올릴수록 나는 아래로 가라앉는다 공원 벤치에 앉아 꽃 이름을 한 번씩 불러본다. 꽃밭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많은 것들이 서로의 그림자를 먹고 있는 곳 옮겨 심은 국화는 어느 사이에 큰 지도를 펼치고 잎들은 흙의 모양을 바꾼다. 그 아래 채송화 몇 송이가 고개를 밀어 올리고 있다 햇빛은 오지 않는데 기다리는 자세만 점점 높아진다 백리향은 비가 지나가는 방식으로 몸을 낮춘 채 빈 곳을 하나씩 감싼다. 마치 빈칸을 발견한 사람처럼 휘청거리는 참나리 등을 본다. 누군가 기대어 울었을 것 같은 곡선. 그 위로 나팔꽃이 올라타고 방향을 비튼다 사과도 변명도 없이 식물들은 곁 지나가는 법을 다투지 않는다 밀어내고, 휘감고, 감싸고, 올라타고, 기어오르며 손이 없는 데도 너무 많은 손짓을 한다. 꽃밭 가장자리에서 민들레 하나가 씨앗을 턴다. 어디로 갈지 정하지 않은 것들이 가장 멀리 가는 이유가 된다. 하얀 입김 같은 것들이 공중에 잠시 걸려 있다. 나는 달달 떨고 있는 맨발을 슬리퍼에 끼워 넣는다 국화 곁가지에, 채송화 눌린 잎에, 휘어진 참나리 씨앗에 아직 닿지 않은 밤이 오고 있다.

    2026-07-07 06:30:00

  • [2026 매일시니어문학상] 시·시조 수상작-엉거주춤을 생각하며/ 강기영

    [2026 매일시니어문학상] 시·시조 수상작-엉거주춤을 생각하며/ 강기영

    버려진 의자를 보면 꼭 망가진 골반 같다는 생각을 한다 배밀이 끝에 겨우 앉았던 그때부터 예의와 안락을 추구했던 자세지만 의자에 앉은 모습에서 의자를 빼내면 엉거주춤한 자세가 되는 것이다 달팽이관이 달아난 난감을 앉혀둔 모습, 의자는 골반과 한통속이라서 움직일 때마다 삐걱거리는 일과 습관처럼 튀어 나오는 엄살이 있다 우리는 그 골반을 열고 세상으로 나와 다시 골반으로 서류 뭉치 속 매일의 업무를 견디고 시험을 치르곤 했다 쓴 오이를 먹고 허리를 곧게 펴고 걸으며 정해진 시간에 잠자리에 들었다 쏟아지는 소나기도 사정을 알고 보면 힘에 부친 애매한 자세에서 벗어나는 일 이고 열매를 놓친 꼭지도 별반 다르지 않은 처지다 헐거워지기 시작한 몸처럼 나사못이 느슨해지면서 세상 모든 엄마의 골반이 버 려진 의자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우리의 불편한 자세는 의자에 길들여지고 오래된 의자는 늙어간다 익숙한 자세란 오래 불편이 머물렀다는 흔적이다

    2026-07-07 06:30:00

  • [2026 매일시니어문학상] 시·시조 수상작-어름사니처럼 나비처럼/ 방윤후

    [2026 매일시니어문학상] 시·시조 수상작-어름사니처럼 나비처럼/ 방윤후

    하얀 천 한 조각이 뜰 한가운데를 가로질렀다. 그게 왜 외줄타기로 보였을까. 쥘부채 펼쳐 사뿐사뿐 걷는 저 어름사니― 나비 되어 하늘하늘, 바람을 가르는 오른손엔 합죽선 하나. 접었다 폈다, 팔락거리는 날갯짓. 너른 신작로도, 잡풀 무성한 오솔길도 아닌 천 리가 지척이요, 지척이 천 리인 한낮. 사랑과 이별, 해와 달의 선(線) 위에서 검푸른 바다를 내달려온 날들, 흰 파도거품 날리며 여기까지 온 줄광대. "신명은 내 손안에 있노라!" 한바탕 신명나게 놀아볼까. 201호 노인이 링거대를 밀고 나와 요양원 벤치에 앉아 있다. 코나 입, 옆구리에 줄을 매단 사람보단 낫다며 햇볕을 맛있게 쬔다. 가쁜 맥박이 재촉하는 줄 위의 한살이, 그의 죽음도 어쩌면 한 판 줄광대 놀음이었을까. 한 발, 또 한 발― 가느다란 명줄 위를 걷는다. 나비처럼 팔랑이며 민들레 갓털처럼 가벼이. 바람 타듯 하얀 빨래들이 천천히 흔들린다. 혼자라서 가벼울까. 어름사니처럼, 나비처럼― 삶이 외줄 위에서 춤춘다.

    2026-07-07 06:30:00

  • [2026 매일시니어문학상] 시·시조 수상작-물수제비의 자세/ 강명숙

    [2026 매일시니어문학상] 시·시조 수상작-물수제비의 자세/ 강명숙

    날지 못한 것들의 방식을 다시 배운다 손바닥 위에서 식어 있던 수제비 같은 돌 하나 던져지는 순간에야 비로소 새의 이름을 얻는다 물은 날개처럼 열리고 짧게, 또는 스타카토로 몸을 떠받친다 수면 위에 남는 빛 더 멀리 가기 위해 몇 번이고 낮아지는 몸짓 세 번째에서야 새는 날개를 쫙 편다 헛디딘 손목에서 놓쳐버린 궤적들 물 위에 잠시 번졌다가 곧 사라진다 읽히지 못한 흔적들 몇 번에야 나는 닿을 수 있을까 손을 떠나는 순간마다 나는 알게 된다 던지는 방식에 대하여 뜨겁게 닿았다가 곧 식어버리는 파문 위에서 돌이 새가 되듯 내 몸도 물 위를 스치며 날아간다 물속으로 사라지면서 가장 멀리 날아가는 저, 새 한 마리

    2026-07-07 06:30:00

  • [2026 매일시니어문학상] 시·시조 수상작-도마의 노래/ 최수일

    [2026 매일시니어문학상] 시·시조 수상작-도마의 노래/ 최수일

    믹서의 날카로운 파열음이 새벽의 고요를 갈아엎는다 귀를 틀어막다가 나는 모자란 잠을 둘둘 말아 끌어당기다가 문득 먼 곳에서부터 내 잠을 깨우던 어머니의 도마 소리에 부스스 잠을 털고 일어난다 이른 새벽 어머니가 마늘 다지는 그 소리는 낙숫물이 떨어지는 소리처럼 들리다가 어느 순간 내 귀의 귀걸이처럼 걸려 찰랑거렸다 어머니의 쪽파 써는 소리는 낡은 창문을 사락사락 문지르는 고양이 발자국 소리 같았고 북어 몸통 두드리는 어머니의 도마질 소리는 투두둑 투두둑, 배고픈 복서의 거친 주먹질 같았다 객지에 나간 아버지의 안부가 뜸해질 때면 그때 부엌에서 들려오던 어머니의 도마 소리는 없는 아버지를 세워두고 흠씬 패대기치는 여장부 같았고 할머니께 잔뜩 핀잔을 들은 날의 도마질 소리는 마른장마 잔뜩 낀 하늘처럼 무겁고 둔탁했다 어머니의 도마질 소리가 나의 모닝콜이던 시절 그 소리를 들으며 내 키가 자라고 내 시야가 자랐다 그때 어머니의 그 도마질 소리는 어머니의 감정을 쏟아내는 배출구였고, 무기였고, 음악이었고, 칼춤이었고 난타였다 이제 주인 잃은 그 도마와 칼이 어머니의 맵찬 손맛을 그리워하고 있다

    2026-07-07 06:30:00

  • [2026 매일시니어문학상] 시 부문 심사평

    [2026 매일시니어문학상] 시 부문 심사평

    작품은 전반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수준을 보여줬으나, 자신의 감정에 침몰한 허약한 언어들, 인식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거나 독자를 설득하지 못한 작품은 배제됐다. 수상작은 삶이 묻어나는 소박한 진정성, 자신만의 표현력, 문학성을 갖춘 작품들로 선정됐다. 대상은 시 부문 김제이의 '수학 문제와 종아리가 붉은 여자애' 가 차지했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꿈으로 첫 행을 시작한다. 물질이 우상인 이 시대는 신분 상승을 꿈꾸며 아버지를 필아서라도 북극에 아파트를 사야 한다. 과학적인 수학보다는 책임지지 않는 거짓말의 위력이 더 큰 세상이 돼간다. 불가능을 믿고 살아야 하는 아이들에게 이 사회가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가를 묻는 수작이다. 강기영의 '엉거주춤을 생각하며'는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돋보인다. 앉지도 서지도 못하는 '엉거주춤'한 자세를 노년의 몸과 삶에 겹쳐 놓으며, 피할 수 없는 노후의 건강 문제를 성찰한다. 방소영의 '어름사니처럼 나비처럼'은 외줄을 타는 어름사니를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를 형상화했다. 노년에 마주하는 질병과 죽음을 줄타기에 비유하면서도, 살아 있음의 소중함을 놓치지 않는다. 장예은의 '일과'는 휘감고 기어오르는 식물의 생명력에서 희망을 발견한다. 삶에 대한 애착과 의지를 덩굴손의 움직임에 빗대어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 최수일의 '도마의 노래'는 어머니의 도마 소리에서 따뜻한 유년의 기억과 고단한 삶의 흔적을 함께 길어 올린다. 아이의 시선과 어른의 현실이 교차하며 깊은 울림을 남긴다. 강명숙의 '물수제비의 자세'는 세상을 살아가는 태도를 물수제비에 빗대어 보여준다. 더 멀리 가기 위해 몸을 낮추는 자세를 통해 삶의 의미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힘을 담아냈다.

    2026-07-07 06:30:00

  • [2026 매일시니어문학상] 수필 수상작-평미레/ 김종국

    [2026 매일시니어문학상] 수필 수상작-평미레/ 김종국

    잡곡을 조금 살까 해서 쌀집 안으로 들어선다. 은빛으로 여문 쌀알 속에서 긴 계절의 향기가 난다. 감자즙 내음 같고 시골 부엌의 공기 맛도 느껴진다. 됫박으로 쌀을 휘저을 때 쌀알이 서로 부딪치며 내는 작은 마찰음까지, 얼마만 인가, 공감각적인 기억이 나를 어린 시절로 데려간다. 정미소 옆 나지막한 쌀집이 있었다. 낮은 처마 밑으로 드러난 낡은 서까래가 빗살처럼 줄지어, 오랜 세월의 무게를 떠받쳐 왔다. 지난 시간의 막이 겹겹이 쌓인 양철 간판은 한때 진했을 글씨가 희미하게 바랬다. 가게 한가운데 뒤주와 됫박, 저울이 자리를 지키고 쌀자루는 무거운 순서대로 벽을 따라 층층이 기대어 있었다. 뒤주에는 쌀이 작은 동산처럼 쌓여 있었다. 되를 쌀 속으로 찔러 넣으면 알곡이 작은 파도처럼 갈라지며 자리를 바꾸었다. 공기가 빠져나간 틈을 쌀알이 다시 채우고, 됫박 가장자리에 걸린 알갱이는 흔들어 평평하게 골랐다. 살살 다루어도 쌀이 수십 알 튀어나왔다. 바닥에 떨어진 쌀알은 톡톡 마침표를 찍으며 럭비공처럼 이리저리 굴렀다. 됫박이 가득 찼을 때, 주인아저씨가 양손으로 쌀을 끌어올려 고봉을 세웠다. 그대로 자루에 담아주면 좋겠는데, 아저씨는 옆에 둔 둥근 막대기를 들고 됫박 앞쪽 가장자리를 따라 수평으로 쓱~ 밀었다. 순간 쌀 봉우리가 허물어졌다. 넘친 쌀을 깎아내리니 야박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런데 평미레가 됫박 끝까지 가지 않고 멈추었다. 정량을 맞추는 자리까지 깎아내리지 않았다. 됫박 위의 쌀을 밀 때, 주인아저씨의 손끝은 사람의 사정과 정을 함께 헤아리는 마음의 눈금처럼 보였다. 단골인지, 먼 길을 온 사람인지, 아이 심부름인지에 따라 달라졌다. 손님을 바라보는 각도 차이가 평미레가 멈춘 덤이었다. 평미레는 단순히 쌀을 고르는 막대가 아니었다. 가난한 시절을 함께 살았던 인심의 높이를 가늠하는 도구였다. 평미레가 멈춘 자리에 남은 쌀 한 줌은 덤이 된다. 그 안에는 우리가 단순히 사고파는 관계가 아님을 말해주는 무언의 언어가 담긴다. 저울은 무게를 재지만, 덤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깊이를 잰다. 덤은 계산서 위에 적히지 않는 마음이며, 서로의 체온이 다르지 않음을 확인하는 높이였다. 평미레는 수평으로 민다. 누구에게나 같은 양이 돌아가도록 공평하게 잰다. 하지만 누군가를 한 번 더 바라보고 조금 더 얹어 준다. 이 차가운 불공평이 오히려 관계를 더 따뜻하게 데운다. 인심은 조금 기울어진 자리에서, 조금 넘친 쌀알 위에서 봉긋하게 도드라진다. 평미레의 셈법은 계산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형이상의 언어다. 젊은 시절 나는 막걸리를 자주 마셨다. 그런데 막걸리를 담은 주전자 밑부분이 안쪽으로 찌그러져 있었다. 이윤을 얻으려는 오목한 굴곡은 얄팍한 욕망의 표상처럼 보였다. 안으로 찌그러진 주전자는 이윤을 향해 접힌 마음의 형상이고, 멈춰있는 평미레는 인심을 향해 남겨둔 여백의 형상이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평미레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쪽이었다. 부족해 보이는 것을 견디지 못해 밤늦게까지 책상 앞에 앉았고, 사람을 대할 때도 옳다고 여긴 생각을 끝까지 밀어붙였다. 야박하게 인간관계의 가장자리까지 깎아내지는 않았는지. 평미레를 미는 주인아저씨 그 멈춤의 함수를 다시 계량해 본다. 사람의 마음은 평미레로 잴 수 없다. 고마움의 온도, 미안함의 깊이, 기다림의 길이, 관계의 따뜻함, 용서의 크기와 그리움의 무게 같은 것들은 됫박에 담거나 저울에 올리지 못한다. 어떤 순간은 같은 시간이라도 마음에 따라 길이가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 사람의 마음에는 늘 더하기 빼기로 계량되지 않는 영역이 실재한다. 요즘 세상을 재는 도구는 정확하다. 먼지 하나의 부피도 나노 단위로 재고 저울도 원자까지 잰다. 마트에 가도 모든 것이 더도 덜도 없이 포장되어 있다. 사고파는 데 정 情이라고는 없다. 단지 거래하는 관계일 뿐. 이 아쉬운 회상 너머로 판단보다 헤아림을 먼저 두는 마음의 평미레를 가진 사람이 문득 그리워진다. 공평을 유지하되 야박하지 않고, 여분을 남기되 흐트러지지 않는 균형을 지닌 막대기처럼 숫자보다 정을 나눌 수 없을까. 평미레를 하나 깎아 책상 위에 얹어둘까, 이제 나는 박하게 깎아대는 삶에서 벗어났다. 누구에게나 한 줌의 여유를 남겨주는 영역을 지나고 있으므로.

    2026-07-07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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