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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정우의 읽거나 읽히거나] 이거, 요물이다

    [백정우의 읽거나 읽히거나] 이거, 요물이다

    표지는 핑크였다. 모름지기 남자는 핑크 아닌가. 오피스텔로 보이는 창가에 고양이 한 마리가 앉은 사진이 박혀있었다. 책은 작고 아담하고 가벼웠다. 목차를 휘릭 넘기며 살피는데 왠지 예감이 좋았다. 글 솜씨가 남달랐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널렸지만 맛깔나게 귀에 착 감기도록 쓰려면 일정 기간 훈련과 반복 학습이 필요한 법. 그의 글에선 일정한 교육을 받은 이에게서 풍기는, 그런 냄새가 났다. 홍대와 서촌이 섞인 향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합정동 오피스텔에 사는 출판사 편집디자이너 출신이었다. 현재는 독립출판사 운영자이면서 글을 쓰는 작가로 살아가는 커리어우먼. 일러스트레이터 혹은 요가선생님, 전지영의 『책방으로 가다』는 일상 이야기 위에 자신이 선정한 10권의 책에 관한 단상을 얹어 버무려낸 달큼한 에세이다.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책방으로 가다』는 "잠깐이나마 온전하게 그 안에 있었던 어떤 인상에 대한 기록이다. 타인을 위해 기억될 필요 없는, 그래서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게 두었어도 괜찮았을 그런 것들"이다. 책은 152쪽에 불과한 분량인데도 속속들이 파고든 예리한 시선과 번뜩이는 문장으로 빛을 발한다. 거칠게 말하자면 이런 유의 에세이는 도처에 널렸고 반짝반짝 빛나는 재능은 부지기수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작가는 키치와 거리가 먼 듯해보였다. 잰 체 난 체 하는 글쟁이들의 자기연민 가득한 푸념과는 결이 달랐다. 뇌가 빚어낸 문장이라기보다는 실생활에서 겪은 진짜 삶에 관한 이야기가 문학사의 명작과 만나 서로를 빛내고 있었다. 파리바게뜨에서 만난 노년의 남자와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을 엮고, 운명을 받아들여야 하는 스케이트 스타와 가혹한 운명에 저항하는 고대 그리스인의 서사를 대조하며, 거주지 환경과 일상에서 주어진 삶에 대해 자성하고 카프카의 그레고르 잠자를 떠올린다. 가난한 청년이 부잣집 여성과 결혼할 수 없던 사회에 대한 고발과 상류층을 부러워하면서 동시에 적의를 품었고, 너무 빨리 소진된 재능에 술로 만년을 보냈을지언정 젊은 날의 피츠제럴드는 얼마나 매력적이었나. 운 좋게도 여러 권의 책을 내면서 출판사 편집자들과 교류하는 기회를 얻었다. 내가 만난 사람들은 당연히 글 솜씨가 출중하거니와 남다른 통찰이 빛났다. 시인이거나 소설가이거나 문학평론가인 이들이 출판사를 만들고 직접 책을 펴내는 건 숙명인지도 몰랐다. 전지영의 글 역시 평범하지만 흔하지 않았다. "어쨌든 지금 나는 카페에서 책을 읽으면서 오가는 사람들을 느긋하게 보고 있었고, 그것은 세상 모든 사람에게 당연한 듯 주어지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 『변신』의 그레고르가 회사에 늦을까봐 어떻게든 일어나려고 버둥거리는 장면에서, "분명 월요일이었을 것이다. 출근하기 싫은 것은 모든 날이 다 똑같지만, 차라리 벌레로 변하고 싶은 심정이라면 역시 월요일 아침"이라고 단언하는 짓궂은 패기가 마뜩하다. 여행을 멈춘 건 떠나고 싶은 마음이 사라져서가 아니라 떠나고 싶었던 진짜 이유, 즉 다른 세상과 만나고 싶다는 갈망이 충족되지 않아서, 라면서 "이제는 이와 같은 글은 다시 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작가의 말이 아쉽고 또 아쉽다. 아직은 그의 다른 책을 선뜻 쥘 자신이 없다. 요즘말로, 이거 요물이다.

    2026-05-07 09:56:09

  • [사설] 꿈의 코스피 7천, 이익 증가 업종 확산 여부가 상승 지속 관건

    코스피가 꿈의 7천 선을 넘어섰다. 지난 2월 25일 장중 6천 선 돌파 후 47거래일 만이다. 1천에서 2천까지 18년 4개월, 2천에서 3천까지 13년 5개월 걸렸는데, 6개월여 만에 4천에서 7천까지 치솟았다. 이번 상승세는 유동성에 더해 반도체 중심 기업 실적이 주효(奏效)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시장 기대를 웃도는 실적을 내놓았고,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 확대는 반도체 슈퍼 사이클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코스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7배 선이다. 여전히 상대적 저평가 상태인 한국 시장에 최근 외국인 자금이 대규모로 유입됐다. 여기에 자사주 소각, 배당 정책 개선, 지배구조 강화 등 정책 변화도 상승세에 기여했다. 그러나 지수 상승이 곧 건강한 시장을 뜻하지는 않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체 시총(時總)의 40% 이상을 차지하며 지수를 끌어올리지만 상당수 종목은 흐름에 편승하지 못한다. 지수 폭등일에도 상승 종목 수가 절반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반복된다. 반도체에서 시작된 이익 증가가 전력·에너지, 산업재, 금융, 소비재 등으로 이어져야 상승 기반이 넓어진다. 자금 흐름은 편중돼 있다. 외국인과 개인 자금은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되고, 상장지수펀드 자금 역시 대형주 쏠림을 강화한다. 과열 신호도 감지된다.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는 1억 개를 넘어섰고, 투자자 예탁금은 120조원을 웃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급증했다. 상장지수펀드 시장은 400조원 규모로 커졌고, 불과 1년 사이 미성년자 계좌 개설은 3배가량 늘었다. 자금 유입의 저변(底邊) 확대인 동시에 변동성 확대의 전조다. 중동 정세, 유가 흐름, 미국 통화정책은 언제든 시장을 흔들 수 있다. 관건은 지속성이다. 이익이 계속 증가한다면 지수 상승은 설명 가능하지만 이익이 일부 업종에 머문다면 상승 기반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코스피 7천이라는 숫자가 아니라 알맹이가 중요하다. 지수 자체가 아니라 상승을 얼마나 많은 기업이 함께 만들어 내는지가 코스피의 향방을 결정할 것이다.

    2026-05-07 05:00:00

  • [사설] 김-추 후보, '정부 의존' 공약 말고 '대구 자강' 공약은 없나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가 페이스북 설전을 벌였다. 김 후보는 '추 후보의 공약이 김 후보 본인이 내놓은 공약과 흡사하다. 정책에 저작권이 있는 것은 아니니 좋다. 하지만 실제 실행 계획이 모호(模糊)하다. 어디를 계발해서 문제를 어떻게 풀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공약을 내달라'고 요청했다. 추 후보는 '제가 2025년 12월 공약했던 내용을 김 후보가 뒤늦게 유사하게 발표했다'고 반박하며 '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에서 민주당이 대구경북을 외면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예산·인사·정책에서 TK를 철저히 홀대했다. 김 후보는 국무총리로 이를 방조했다'고 비판했다. 또 자신의 '대구경제발전 공동협의체' 제안에 김 후보의 답을 요청했다. 두 후보의 '공약 선후(先後) 설전'은 '더 나은 대구를 위한 논쟁'이 아니라 '상대 저격용 사격'으로 보일 뿐이다. 사실 대구경북신공항, 산업 구조 전환, AI·로봇 및 미래 모빌리티 등 두 후보의 공약이 엇비슷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대구 경제 혁신을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니 말이다. 문제는 이 공약들을 어떻게 실행하느냐이다. 그런 점에서 두 후보는 아직은 '제목' 수준인 공약들에 대해 '누구의 공약이 더 현실성 있는지' '누가 대구 발전을 이끌기에 더 적합한 인물'인지 대구 시민들이 비교할 수 있도록 더 구체적인 방안(方案)을 내주시기 바란다. 대구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전국 17개 광역 시·도 중 30년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대구 전체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이고, 이들 중소기업 상당수가 노동집약적이고 부가가치가 낮은 제품을 생산한다. 거리의 상점은 비어가고 인구는 갈수록 줄어든다. 싸게 만드는 도시가 아니라 스마트하게 만들어 비싸게 파는 도시, 사람들이 떠나는 도시가 아니라 세계인이 앞다퉈 찾아오는 대구를 만들 비전을 제시해 달라. 정부 의지(意志)에 의존하는 공약, 정권 변수(變數)에 요동칠 수밖에 없는 공약 외에 대구 스스로 명품 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구체적 설계를 보여 달라.

    2026-05-07 05:00:00

  • [사설] '조작기소' 특검, 검찰은 또 얼마나 마비되고 국민 피해는 커질지

    더불어민주당이 '조작기소 특검'을 추진하면서 검찰 조직이 한계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5개 특검 가동으로 검사 67명이 차출(差出)된 데 이어 30명 규모의 검사 파견이 가능한 여섯 번째 특검 법안이 통과되면, 검찰 수사 현장은 마비(痲痹)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검사들이 줄지어 사표를 내고 특검 파견이 겹치면서 대구지검을 비롯한 전국의 상당수 지검·지청은 정원의 절반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다. 올 들어 사표를 던진 검사는 60여 명에 이르고, 이 가운데 70% 이상이 15년 차 이상의 베테랑들이다. 그 여파로 전국의 3개월 이상 미제 사건(未濟事件)은 12만 건을 넘어섰다. 수사 검사 1인당 미제 사건이 500건 넘는 곳도 있다고 하니, 기가 찰 일이다. 민주당이 검찰청 기능을 유지할 최소한의 여력마저 고려하지 않은 채 각종 특검을 남발(濫發)하는 바람에 형사사법 시스템 전체가 약화된 것이다.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들에게 떠넘겨지고 있다. 검사들의 사기는 바닥을 치고 있다. 검찰청 폐지와 인력 부족, 검사 탄핵 시도와 국정조사(國政調査) 소환 등 여권의 압박을 받으면서 검사들의 사기(士氣)는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 특히 조작기소 의혹의 단서가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동료 검사들의 수사를 수사 대상으로 삼는 구조는 검사들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 이런 식이면 어떤 검사가 적극적으로 수사하고 기소를 하겠는가. 검사들 사이에선 특검에 파견됐다가 정권이 바뀌면 파견 검사들이 법왜곡죄로 수사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올 10월 출범 예정인 공소청(기소·공소 유지 담당)·중수청(중대범죄 수사 담당) 출범도 걱정스럽다. 공소청 검사에 대한 보완수사권 부여 여부를 차치(且置)하더라도, 현재처럼 인력 공백(空白)과 사건 적체가 누적된 상태에서 새로운 체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건 처리가 늦어질수록 피해자 고통은 커지고, 피의자는 장기간 불확실성에 놓인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법언(法諺)이 깡끄리 무시되고 있다.

    2026-05-07 05:00:00

  • [관풍루] 빚내 투자하는 '빚투' 규모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난 가운데, 60대 이상 고령층 빚투가 1년 만에 두 배 이상 급증

    ○…빚내 투자하는 '빚투' 규모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난 가운데, 60대 이상 고령층 빚투가 1년 만에 두 배 이상 급증. 노후 한 방 '액티브 시니어' 되려다 쌈짓돈마저 다 날릴 수도 있음을 조심해야. ○…삼성전자 주주 단체, 노조의 불법 파업 강행으로 회사의 핵심 자산이 훼손될 경우, 노조원 전원을 상대로 강력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경고.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어거지에는 법이지. ○…이재명 대통령, '산불 카르텔' 문제와 계곡 불법 시설 문제를 거론하며 "언론·야당 지적 고맙게 생각해야… 민원은 보물창고"라고 적극 행정 지시. 자고로 쓴소리에 민감해야 하는 법.

    2026-05-07 05:00:00

  •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45>솔방울을 움켜쥔 반들반들한 눈동자, 정선의 다람쥐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45>솔방울을 움켜쥔 반들반들한 눈동자, 정선의 다람쥐

    올해는 1676년(숙종 2) 태어난 겸재 정선의 탄생 350주년이다. 우리나라 역사를 통틀어 '4대 화가'로 꼽힌 정선이다. 항산(恒山) 안휘준(1940년생) 선생은 저서 '한국 회화의 4대가'(2019년)에서 통일신라 8세기 솔거, 고려 12세기 이녕, 조선 전반기 15세기 안견과 후반기 18세기 정선을 우리나라 회화사를 대표하는 '4대가'로 꼽았다. 겸재 선생의 예술적 업적을 기리고 재조명하기 위한 겸재정선미술관이 서울 강서구에 세워진 건 2009년이다. 조선시대에 경기도 양천현이었던 이 지역에 겸재 선생이 1740년 65세 때 현령으로 부임해 4년여를 다스렸다. 절친 사천(槎川) 이병연(1671-1751)과 자주 만나지 못하는 대신 시를 보내 안부를 물으면 그림으로 답장하는 '시거화래(詩去畵來)'를 약속하며 시와 그림이 오갔던 곳이다. '경교명승첩'이 그렇게 탄생했고 '양천팔경첩' 등 진경산수 명작을 여기에서 그렸다. 당대의 시인과 화가가 우정과 예술을 이어간 아름다운 이야기를 남긴 근무지에 세운 겸재정선미술관이다. '다람쥐'는 진경산수의 대가인 정선의 많지 않은 영모화 중 한 점이다. 붉은색, 푸른색, 갈색으로 소나무, 솔잎, 다람쥐의 바탕색을 담채로 올려놓은 위에 굵기와 강도, 속도와 농담, 부드러움과 굳셈 등 성격을 달리한 필치로 솔방울을 움켜쥔 다람쥐의 반들반들한 눈과 까슬까슬한 털, 소나무 껍질의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탄력, 듬성한 솔잎을 한눈에 들어오게 했다. 세세하게 묘사하지 않으면서도 대상의 실상을 다 담아내며 정감을 느끼게 하는 표현력의 붓질이다. 드리워진 솔잎 조금, 구부러진 둥치 약간뿐이지만 영락없는 우리나라 소나무다. 소나무를 주제로 겸재정선미술관에서 겸재 정선 탄생 350주년 기념 특별전을 열었다. 겸재 선생의 대작 '사직노송도'를 비롯해 정선의 후배 대가들의 소나무 그림 명작을 한자리에 모았다. 단원 김홍도, 고송 이인문, 남농 허건, 소산 박대성 등등 우리나라 화가들은 다 소나무를 잘 그렸고 자기만의 소나무 그리는 법이 있다. 한국 사람은 모두 다 좋아하는 소나무다. 조선 태조의 호가 '소나무가 있는 집' 송헌(松軒)이다. '미술관 러버'라면 이 기회에 꼭 왕림하시기를. 특별전 '소나무, 늘 푸르른' 전시는 6월 21일까지. 대구의 미술사연구자

    2026-05-06 18:54:50

  • [날짜] 5월 7일(목)

    [날짜] 5월 7일(목) "대체로 구름 많음"

    2026-05-06 18:48:10

  • [매일춘추] 멀리서 바라보기

    [매일춘추] 멀리서 바라보기

    보이저1호가 태양계를 벗어난 지 벌써 10년여가 흘렀다. 시속 6만1천㎞, 총알속도의 17배이다. 그러니까 눈 한 번 끔뻑하면 한라산 백록담에서 서귀포항에 이르는 속도로 날고 있다는 말이다. 현재 보이저1호는 240억㎞ 이상 떨어져 있다. 지구에서 신호를 보내면 거의 이틀이 지나야 답신을 받을 수 있는 거리다. 창백한 푸른 점(The Pale Blue Dot). 1990년 보이저1호가 지구에서 약 60억㎞ 떨어진 곳, 해왕성 궤도 밖에서 찍은 지구의 이름이다. 계획에 없던 이 사진은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제안으로 이뤄진 것이다. 칼 세이건은 그의 저서에서 지구는 광활한 우주에 떠 있는 보잘것없는 존재에 불과하다는 걸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저 점을 다시 보세요. 저 점이 이곳입니다. 저것이 우리 집이고 우리 자신입니다. 우리가 아는,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 지금껏 존재했던 모든 사람이 저기에서 살았습니다. 인류의 모든 기쁨과 고통, 인류의 역사 속에 존재했던 수많은 종교와 이데올로기와 경제 체제가 저기에 있었고 수렵과 채집을 했던 이들, 모든 영웅과 비겁자들, 문명을 창조한 사람들과 파괴한 사람들, 왕과 농부들, 사랑에 빠진 젊은 청춘들, 엄마와 아빠들, 꿈 많은 아이들, 발명가와 탐험가들, 도덕을 가르친 선생님들과 부패한 정치인들, 슈퍼스타와 위대한 영도자로 불리던 사람들, 성자와 죄인들이 모두 저 먼지처럼 작은 점 위에서 살았습니다." 칼 세이건의 말을 재구성해 보았다. 사진을 보면 그의 말이 맞다는 걸 알 수 있다. 0.12픽셀. 사진 속 지구의 크기다. 일반적인 디스플레이에서 1픽셀은 보통 0.1~0.3㎜ 정도이다. 아닌 게 아니라 사진 속 지구는 작은 모래알 정도의 크기로 실감된다. 식상하다 못해 욕지기가 치미는 뉴스가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군과 이란군의 교전, 가자 지구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하마스 간의 전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끝없는 소모전 등 이른바 '영토 분쟁'은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이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찰리 채플린의 말이다. 분쟁을 야기하는 호전적 성향의 정치인들을 모두 태우고 날아가는 우주선을 상상해 본다. 우주선은 지구가 점 크기로 보이는 지점쯤에서 멈춘다. 승객들을 우주선의 전망대에 나란히 세운 뒤 지구를 보게 한다. 자신들의 영토가 보일까? 여전히 자존심을 찾으려 할까? 종균(種菌)을 닮은 인간이 보일까? 그들은 웃을까?

    2026-05-06 11:32:04

  • [사설] 호르무즈 한국 선박 피격 가능성, 시험에 든 李 정부 외교·안보

    청와대 관계자는 5일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우리 선박 폭발·화재와 관련, "(해당 사고가) 피격(被擊)인지 아닌지 파악하는 데 하루 정도 소요된다"고 했다. 전날 외교부는 "4일 오후 8시 40분(한국 시각) 호르무즈 해협 안쪽에 정박 중이던 선박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선박 좌현 선미 인근에서 물보라가 치고 폭발 소리가 나 선장이 손상 정도를 확인 중인 것으로 안다"는 해운 업계 관계자의 전언(傳言)도 알려졌다. 외부 공격에 의한 대형 선박의 폭발 및 화재와 내부 화재는 그 특성이 뚜렷이 구분된다. 굳이 전문가를 동원하지 않더라도 선장과 전화 한 통이면 쉽게 피격 여부를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청와대가 피격 사실 여부 확인에 하루가 꼬박 소요된다고 하는 것은 지독한 무능이거나, 아니면 뭔가를 감추려 한다는 의혹(疑惑)을 사기에 충분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 화물선이 이란의 공격을 받았다"고 밝히면서, 공격을 받은 '관계 없는 국가들' 중에 한국이 유일하게 피해(被害)를 입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마도 한국이 (호르무즈 항행 자유) 작전에 참여할 때가 된 것 같다"고 했다. 이재명 정부는 그동안 한미동맹을 훼손(毁損)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미국 주도의 호르무즈 해협 항행 자유 군사 작전에 소극적이었을 뿐 아니라, 이란에 특사를 파견하고 인도적 지원금 50만달러를 지원하는 등 친(親)이란적 행보를 보였다. 또 이재명 대통령은 이스라엘군을 비난하는 SNS를 올려 세계적 논란을 자초하기까지 했다. 이란 언론들이 이재명 정부의 대외 정책과 발언에 대해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접근"이라며 칭찬을 할 정도였다. 만일 우리 선박이 이란의 공격에 의해 피격된 것이 사실이라면, 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은 파산(破産) 상태에 직면한 것이나 다름없는 꼴이 된다. 잘못이 확인되면 신속히 수정하는 것이 더 큰 국익 훼손을 막는 길이다. 시간을 끈다고 진실이 달라지진 않는다.

    2026-05-06 05:00:00

  • [사설] 조작기소 특검법 처리 지선 이후로? 조삼모사(朝三暮四) 아닌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작기소 특검법 처리 시점에 대해 "조작기소, 허위 조작으로 입증된다면 허위 조작으로 고통받았던 피의자·피고인은 당연히 구제받아야 한다"면서도 "그것을 언제 하느냐는 문제는 어제 청와대 브리핑도 있었기 때문에 당청이 조율(調律)해야 된다"고 말했다. 애초 이달 중 법안을 처리한다는 목표였으나 6·3 지방선거에 악영향 우려가 나오고, 이재명 대통령도 '속도 조절'을 요청하자 특검법 처리 시점을 미룬 것이다. 정 대표는 특검법 입법 시점을 조정하겠다면서도 입법 의지를 명확히 했다. 청와대 역시 민주당에 입법 속도 조절을 요청하면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우려해 입법 시점을 미룬 것일 뿐, 강행 의지는 명확한 것이다. '조삼모사(朝三暮四)'와 다를 바 없다. 민주당과 이 대통령이 국민을 원숭이로 보는 것이 아니라면 특검법 입법 시점 조정이 아니라 위헌적인 특검 법안을 철회(撤回)해야 마땅하다. 앞서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는 '특검법' 입법과 관련해 "고생하면서 뛰고 있는 동지(同志)들을 버릴 셈이 아니라면 신중히 해 달라"고 밝혔다. 임미애 민주당 경북도당위원장도 "특검법 강행 처리는 전체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이 '시기는 조정하되, 강행하겠다'는 것은 '선거에서 뛰는 동지를 버리지 않겠다'면서도 '법치주의, 권력분립 원칙, 평등 원칙 따위는 저버릴 수 있다'는 말로 들린다. 동지만 보이고, 헌법 정신은 안중에 없나? 민주당이 마련한 '조작기소 특검 법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하고, 의결·공포된다면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의 범죄 혐의 사건을 자신이 임명한 특별검사에게 맡겨 재수사하고, 공소를 취소할 수 있다. 자기 사건을 사실상 자신이 수사·재판하는 셈이다. 이런 법이 시행(施行)된다면 대한민국은 법치 국가가 아니다. 6·3 지방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들은 한목소리로 반헌법적인 법안 철회를 요구하고, 민주당은 즉시 철회해야 한다.

    2026-05-06 05:00:00

  • [사설] 경북 250만 명 붕괴, TK 행정통합 더 절실해졌다

    경북도 인구 250만 명 선이 무너졌다. 올해 3월 기준 249만9천여 명으로, 10년 새 22만 명 줄었다. 경북도는 250만 명 붕괴(崩壞) 시점을 2033년으로 예측했지만 7년이나 빨랐다. 이 추세라면 10년 후 경북 인구는 220만 명대도 위태롭다. 이유는 익히 알고 있는 대로다. 젊은이는 떠나고 아이는 태어나지 않아서다. 산업 기반이 취약한 농촌 군 단위는 이미 소멸이 진행 중이고, 산업도시 구미·포항의 인구 감소도 심각하다. 경북도는 다양한 인구 대책을 쏟아내지만 역부족이다. 출산 장려금을 높이고 귀농귀촌 패키지를 개편하며 청년 주거도 지원한다. 그러나 반등은커녕 감소 속도도 늦추지 못하고 있다. 경북도 정책을 탓할 일은 아니다. 지자체 차원의 정책만으론 저출산·소멸을 막지 못한다는 건 이미 다들 알고 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해법이 될 수 있다. 행정통합을 한다고 당장 인구가 늘어나진 않는다. 그러나 '생존 가능한 광역 단위'로의 전환으로 산업 클러스터 응집(凝集), 기업 유치 등을 통한 젊은 인구 유출 방지 및 신규 유입을 꾀할 수 있다. 중앙정부 예산과 공공기관·기업 유치 및 투자는 지자체 규모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인구 240여만 명의 경북과 230여만 명의 대구가 각개전투가 아닌 480만 명의 단일 광역체를 형성하면 협상의 무게감부터 달라진다. '수도권 집중 완화'라는 국가 균형발전 정책의 실질적 수혜자가 되려면 그에 걸맞은 덩치를 갖춰야 한다. 경북 250만 명 붕괴는 지금까지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지속하기 힘들다는 사실상 마지막 경고다. 인구 대책은 계속 발굴, 적극 추진돼야 한다. 그러나 행정통합으로 단일 광역체를 형성하지 않으면 지금처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뿐이다. 최근 대구·경북 행정통합 시도가 무산된 바 있다. 우물쭈물하다 통합 기회를 놓쳤다. 지자체장을 뽑는 지방선거가 다음 달 3일 치러진다. 대구·경북의 미래와 생존이 달린 선거다. 행정통합을 가장 잘할 수 있는 적임자(適任者)를 뽑아야 하는 이유다.

    2026-05-06 05:00:00

  • [관풍루] IMF 총재, "이란전쟁 내년까지 가면 세계경제 더 악화…공급망 위험" 경고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억울하게 조작기소로 고통받은 국민이 있다면 일반 국민이든, 대통령이든, 누구나 평등하게 구제받아야 한다는 게 헌법 정신"이라고. '조작기소' 특검, 힘없는 국민에게도 열려 있다는 뜻? ○…삼성전자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파업 위기, 정부·정치권·학계도 기업 가치 훼손과 국가 경제 악영향 우려. 여론 무시에 노노 갈등까지 부른 삼전 노조, 음수사원(飮水思源)이라 했거늘. ○…IMF 총재, "이란전쟁 내년까지 가면 세계경제 더 악화…공급망 위험" 경고. 미국과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교전으로 휴전 붕괴 조짐, 안보 공급망은 각자도생.

    2026-05-06 05:00:00

  • [날씨] 5월 6일(수)

    [날씨] 5월 6일(수) "맑음"

    2026-05-05 18:56:25

  • [기고-박주형] 숲은 감성과 인성을 키우는 교실

    [기고-박주형] 숲은 감성과 인성을 키우는 교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우리 삶을 빠르고 편리하게 바꾸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이제 아이들의 일상 속 필수 도구가 되었고, 교육과 놀이의 방식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부모는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쥐여주면서도, 늘 그것을 손에서 내려놓길 바란다. 왜일까? 디지털 기기들은 우리에게 많은 것의 중요한 가치를 잊게 만들고 있다. '자연의 경험'과는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산림청과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는 유아숲체험원, 숲치유센터, 산림욕장, 자연휴양림을 운영하고 있다.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과 정서 발달에 대한 고민이 많은 시절의 흐름 속에서 숲이 가진 본질적인 가치에 주목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한 노력이라고 본다. 숲은 단순한 휴식 공간을 넘어 아이들의 감성과 인성을 키우는 살아 있는 교실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 부드러운 흙을 밟을 때의 포근함, 계절마다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은 디지털 화면에서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감각을 일깨운다. 이러한 경험은 아이들의 정서 안정은 물론 창의력과 사회성 발달에도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산림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더 많은 산림 복지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유아숲체험원의 경우 연초에 예약을 받으면 1년 동안의 일정이 순식간에 마감되는 곳도 있다. 첫째가 대여섯 살 무렵, 매주 숲 체험 수업에 참여했었다. 아이와 함께 이름도 몰랐던 들꽃을 배우고, 울음소리로 매미를 구분하는 법도 알게 되었다. 양버즘나무 수피로 퍼즐 놀이를 하고, 솔방울로 새총을 쏘며 숲은 그 자체로 놀이터이자 교실이 되었다. 비가 오는 날이면 비옷을 입고 숲으로 향했다. 나뭇잎 사이로 떨어지던 빗소리, 그리고 아이가 '비 냄새'라고 표현했던 흙 내음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첫째가 초등학교 2학년 때의 일이다. 담임선생님께서 우리 아이가 지었다며 시 한 편을 보냈다. 아이의 시 속에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표현하는 순수한 감성이 담겨 있었다. 교과서나 모니터가 아닌, 숲에서의 경험이 만들어낸 글이다. 박완서 작가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읽으며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박완서 작가가 싱아가 지천으로 깔렸던 그 시절의 박적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지 않았다면, 우리는 그 생생한 기억과 문장을 만날 수 있었을까. 결국 한 사람의 삶과 감성은 어린 시절 어떤 환경에서 무엇을 경험했는지에 따라 그 깊이와 넓이가 다르게 형성될 것이다. 그 중요한 토양이 바로 '숲'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유아숲체험원은 단순한 놀이 공간이 아니다. 아이들이 숲속에서 뛰어놀며 스스로 배우고 성장하는 '자연형 교육 공간'이다. 유아숲지도사와 함께 자연을 이해하고, 또래와 어울리며 협력하는 과정 속에서 아이들은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랄 것이다. 디지털 문화가 가속화되는 오늘날, 숲은 아이들에게 '멈춤'과 '느림'을 가르쳐 준다. 잠시 스마트폰은 가방 속에 넣어두고 스스로 듣고, 만지고, 향기를 맡아보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이다. 산림을 단순한 자원이 아닌 '문화'로 확장해 나가야 한다. 아이들이 숲에서 자라고, 가족이 숲에서 쉬며, 지역 전체가 숲을 중심으로 연결되는 '산림문화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이제는 여기에 들꽃과 풀벌레, 나무를 품고 있는 '숲'이 함께해야 할 때이다.

    2026-05-05 18:52:16

  • [매일춘추-정성태] 살 만한 땅은 어디인가

    [매일춘추-정성태] 살 만한 땅은 어디인가

    5월은 가족을 떠올리게 하는 계절이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스승의날이 이어지며 우리는 자연스럽게 부모와 자식,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돌아본다. 그러나 노동절과 5·18민주화운동 기념일까지 더해지면, 오월은 가족을 넘어 사회와 공동체의 관계까지 다시 생각하게 한다. 우리는 누구에게서 왔고, 지금 어디에 뿌리내리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자리에 머물게 될 것인가. 가족은 우리가 처음 기대어 선 자리였고, 고향은 처음으로 발을 디뎠던 땅이다. 그 자리는 여전히 우리의 감각과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고향은 단순히 지명이 아니라 기억이 축적된 장소이며, 부모는 사라지지 않는 내 삶의 시작점이다. 그래서 사람은 익숙한 도시의 한가운데서도 순간 방향을 잃고 설명하기 어려운 공허를 느낀다. 그것은 물리적 위치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이 기댈 '자리'의 문제에 가깝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그런 삶의 자리를 찾기 위해 애써왔다. 풍수지리는 그 노력의 한 방식이었다. 흔히 길흉을 따지는 미신으로 치부되기도 하지만, 그 근저에는 사람이 오래 머물 수 있는 조건을 살피는 생존 감각이 자리한다. 뒤를 받쳐주는 산과 앞을 열어주는 물, 바람을 막고 기운을 모으는 형세를 통해 삶의 균형을 찾고자 했다. 결국 풍수는 어디에 집을 둘 것인가 보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화두에 더 가깝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삶은 그 질문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 도시는 빠르게 변하고, 집은 점차 삶의 터전보다 자산과 소비의 대상으로 기울고 있다. 우리는 더 나은 조건을 찾아 끊임없이 자리를 옮기지만, 그 과정에서 정주의 감각은 점점 옅어진다. 집은 있지만 터전은 없는 상태, 거주하지만 정주하지 않는 삶에 익숙해졌다. 내가 살 만한 곳은 어디일까. 좋은 땅을 찾는다는 것은 그저 지형을 고르는 일이 아니라, 사람이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을 만드는 일이다. 그것은 물리적 조건을 넘어 관계의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 부모와 가족이 함께 머무는 시간, 이웃과 사회와의 거리, 추억이 반복되는 따뜻한 공간이야말로 삶의 기운을 축적하는 중요한 요소다. 따뜻한 곳을 찾는다는 말은 흔하지만, 누군가를 기억하고, 복을 기원하며, 시간의 층위를 쌓을 수 있는 공간. 풍수가 말해온 명당과 혈은 어쩌면 그런 삶의 조건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 것인지도 모른다. 살 만한 땅은 멀리 있지 않다. 그것은 결국 사람이 사람 곁에 오래 머물 수 있는 자리, 관계가 뿌리내리고 시간이 축적될 수 있는 삶의 구조 속에서 완성된다.

    2026-05-05 09:31:00

  • [사설] 사상 최고치 코스피, 추가 상승 전망 과연 믿을 수 있나

    코스피가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4일 6,900선을 훌쩍 넘어서며 7,000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올해 1월(8.4%), 2월(12.1%), 3월(9.9%) 연속 두 자릿수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했는데, 과거 15년 평균 월간 변동 폭이 2.5% 수준임을 감안하면 이례적 강세다. 증시는 강하지만 전형적인 경기 회복 국면과 아직 거리가 있다. 상승의 중심이 반도체에 국한돼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이 코스피 시가총액의 40% 이상을 차지하며 지수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들 숫자가 의미하는 것은 회복보다 '편중(偏重)'이다. 자동차 수출은 감소했고, 중동 수출도 25% 줄었다. 지수는 사상 최고지만 실물 경제의 체감 온도는 따라가지 못한다. 그럼에도 국내외 기관들의 추가 상승에 대한 낙관론은 강하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코스피가 8,000선까지 간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다만 상승의 유지 조건이 견고(堅固)한지는 다른 문제다. 통화당국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신호를 공개적으로 내놓고 있다. 국제유가 급등 속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 대응으로 논의되는 '해방 프로젝트'는 공급망이 여전히 불안정함을 확인시킨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KOSPI)가 재상승하고, 개인 투자자는 하락 베팅 상품에 자금을 넣고 있다. 상승과 불안이 동시에 확대되는 전형적 후기(後期) 국면의 징후다. 반도체 이익이 둔화되거나, 금리 경로가 바뀌거나, 에너지 비용이 상승하면 조건은 깨질 수 있다. 6·3 지방선거 이후 흐름엔 더 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물론 선거용 증시 부양 의혹이 사실무근으로 확인되면 추가 상승 동력도 기대할 수 있다.

    2026-05-05 05:00:00

  • [사설] 극단적 조기 사교육은 아동 인권 침해다

    4일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이 "'4세·7세 고시'로 불리는 극단적인 조기 사교육의 확산은 심각한 아동 인권 문제"라고 지적했다. 안 위원장은 성명(聲明)에서 한국 아동의 학업 능력이 경제협력개발기구 및 유럽연합 36개국 중 4위로 높은 반면 정신 건강은 34위에 머무른다는 유니세프 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영어학원이나 '초등 의대반'에 들어가기 위한 '4세·7세 고시'는 외신(外信)이 주목할 정도로 심각한 사회 문제다. 과도한 입시 경쟁이 유아와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확산되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이를 바로잡지 못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사교육 문제가 아니라, 아동의 기본적 권리와 직결된다. 한국 어린이의 학업 성취도(成就度)는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불안과 스트레스, 정서적 결핍이 자리 잡고 있다. 정신 질환으로 병원 진료를 받는 10세 이하 어린이가 한 해 10만 명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성적은 상위권인데 행복감은 하위권, 이는 한국의 암울한 현실이며 불안한 미래다. 과도한 사교육은 어린이들의 놀이·휴식·자기 표현의 시간을 박탈(剝奪)한다. 놀이와 탐색을 통해 세상을 배워야 할 시기에 시험과 경쟁에 내몰리는 것이다. 아이들은 발달 단계와 개성이 무시된 채, 획일적인 기준에 맞춘 '점수'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교육은 창의성이 필요한 AI 시대에 맞지 않다. 더 큰 문제는 경쟁의 악순환(惡循環)이다. '우리 아이가 뒤처질지 모른다'는 부모의 두려움과 사교육의 '불안 마케팅'은 정부의 규제마저 무력화시킨다. 오늘도 학원에 가는 아이들이 많다. 유감스러운 어린이날이다.

    2026-05-05 05:00:00

  • [사설] '조작기소 특검법 통과 시기 조절'은 국민 눈속임, 폐기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조작기소 특검법' 국회 통과 시기에 대해 "시기나 절차에 대해 여당인 민주당이 국민적 의견 수렴과 숙의 과정을 거쳐서 판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조작기소 특검 법안'이 법치와 민주주의를 파괴한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속도 조절'을 요청한 셈이다. 반헌법적이고 권력분립 원칙에 어긋나고, 국민들이 반대한다면 '법안 폐기'를 요청해야 옳다. 그럼에도 청와대가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며 속도 조절만 요청한 것은 지방선거에 악재(惡材)가 되겠으니 잠시 국민을 속이겠다는 발상이라고 본다. 민주당이 발의한 '조작기소 특검 법안'에 따르면 특검 수사 대상 사건은 총 12개이다.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대북 송금, 문재인 정부의 통계 조작 등 최근 국회가 국정조사에서 다룬 7개 사건에 공직선거법 위반·위증교사·성남FC 제3자 뇌물·백현동 개발 비리·법인카드 유용 등 대통령 관련 5개 사건이 추가(追加)됐다. 특히 이 법안은 특검이 검찰 사건을 넘겨받아 재판 중인 이 대통령 관련 사건에 대해 공소 유지 여부(공소 취소 포함)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위헌 논란이 크다. 이 대통령 변호인 출신 민주당 의원들이 주축이 돼서 특검 법안을 만들고, 민주당 주도로 그 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고, 대통령 취임으로 재판이 중단된 상태의 피고인인 대통령이 그 법안을 의결·공포하고, 피고인이 자기 사건을 재수사할 특별검사를 임명(任命)하고, 그 특별검사가 대통령 사건을 검찰로부터 넘겨받아 공소를 취소(取消)한다면 그게 법인가? 자기 사건을 자신이 수사·재판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 헌법의 근본 원리인 법치주의, 권력분립 원칙, 평등 원칙을 모두 파괴하는 것이다. 민주당 주도로 강행한 '조작기소 국정조사'에서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이 '조작기소'됐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방용철 전 쌍방울 부회장과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증언(證言)은 기존 수사와 재판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졌음을 보여 주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억지 특검을 밀어붙이고 있다. 만일 조작기소 정황(情況)이 있다면 재심이라는 기존 사법 시스템을 이용하거나 앞으로 대통령 재판에 그 정황을 제시하면 된다. 하지만 민주당은 특검이라는 별도 절차를 만들어 대통령 재판을 없애려고 한다. 이 대통령은 '특검 법안 처리 시기 숙의'를 요청할 것이 아니라 법안 폐기를 요청해야 한다. 만약 민주당이 지방선거 이후 특검 법안 처리를 강행한다면 거부권(재의요구권·再議要求權)을 행사해야 한다. 현재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대통령이 공포한다면 우리나라 법치는 형해화(形骸化)된다. 대통령 한 사람을 위해 대한민국 법치를 파괴해야 하는가. 특검 법안은 즉시 폐기돼야 마땅하다.

    2026-05-05 05:00:00

  • [관풍루] 이 대통령, '조작기소 특검' 관련해 "구체적인 시기·절차는 민주당이 국민 의견 수렴과 숙의 과정을 거쳐 판단해 달라"고.

    ○…이 대통령, '조작기소 특검' 관련해 "구체적인 시기·절차는 민주당이 국민 의견 수렴과 숙의 과정을 거쳐 판단해 달라"고. 특검은 당연히 추진하되 국민 반발 우려되니 지방선거는 끝내고 하라는 하명? ○…트럼프에 대한 미국 내 부정평가 62%로 임기 중 역대 최고치 여론조사 결과 나와.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응답도 67%. 이쯤 되면 중간선거는 해보나 마나? ○…코스피 장중 사상 최고치 기록하며 7천 선 근접한 가운데 상승 지속 기대감과 공매도 잔고가, 공포지수까지 모두 급등. 5일 휴장 후 장세 어떻게 될지 투자자들 심박수도 급등.

    2026-05-05 05:00:00

  • 수학여행과 함께 사라지는 응급실 [가스인라이팅]

    수학여행과 함께 사라지는 응급실 [가스인라이팅]

    최근 학교 현장에서 교사에게 과도한 법적 책임을 묻는 판결이 나온 뒤 현장체험 학습이 줄어들자 교사의 '사법 리스크' 문제가 전국민적 이슈로 떠올랐다. 문제 해결 관점에서 국민적 공론화가 된다는 점은 분명히 긍정적이다. 그러나 사법 리스크는 교육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의료 분야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장기간 누적돼 왔다. 의사 과실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음에도 의사 책임을 폭넓게 인정하는 판결이 이어지며 의료진의 사법 리스크는 꾸준히 확대돼 왔다. 그 결과 위험도가 높은 진료과나 응급의료 현장을 기피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응급실 뺑뺑이 문제는 의사 수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자격을 갖춘 전문의가 충분히 있음에도 응급실 근무를 선택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145.4% 증가했다. 전국의 응급실 일자리와 비교해도 응급의학과 전문의 숫자가 훨씬 많다. 문제는 의사가 없는 게 아니라 응급실에서 일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다. 자격증은 따 놓고 다른 일을 하거나 더 나은 조건을 찾아 응급실을 떠난다. 최근 10년 동안 의사가 업무상 과실치사·치상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 형사 사건은 4배 가까이 늘었다. 영국, 독일 등은 의사에 대한 형사 처벌 건이 1년에 1건 정도 있으나 한국은 매년 약 750명씩 업무상 과실로 기소 당한다. 한국의 의사가 더 많은 잘못을 저지른 게 아니다. 한국의 의료소송이 "왜 더 좋은 치료를 하지 않았냐"는 식의 결론으로 귀결돼 점점 의사에게 불리해지고 있어서다. 제한된 시간 안에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르는 환자를 치료해야 하는 응급실 의사에게 더 불리할 수밖에 없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책임의 범위'에 있다. 교육이든 의료든 본질적으로 위험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다. 그럼에도 결과를 기준으로 책임을 확대하는 판례가 누적되면 현장은 자연스럽게 위험 회피적 선택을 하게 된다. 현장체험 학습이 사라지고 응급실을 떠나는 의사가 늘어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안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다. 그러나 모든 위험을 사전에 제거할 수 없다는 현실 또한 외면해선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사고 발생 이후 '누가 처벌 받을 것인가'가 아니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있다. 교사와 의사가 감당해야 할 법적 책임의 범위가 점점 늘어날수록 우리는 교육의 경험과 생명을 지키는 의료 모두에서 점점 더 많은 것을 잃게 될 것이다. 원종현 프리드먼연구원 주임연구원 〈strong〉* 가스인라이팅(Gas Enlighting)은 매일신문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칼럼 공간입니다. '가스라이팅'은 1930년대 가스등을 사용하던 시절 파생된 용어입니다. 가스등을 조금씩 어둡게 해 누군가를 통제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가스인라이팅'은 그 반대로 등불을 더 밝게 비춰주자는 뜻입니다.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자주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strong〉 〈strong〉** 외부 기고문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strong〉

    2026-05-04 22: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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