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에 휴가철을 맞이했다. 너무 더워서인지 계곡이나 해수욕장 같은 야외보다 실내에서 즐길 거리를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 특히 '호프', '스파이더맨', '오디세이' 같은 대작 영화들이 연이어 개봉하면서 많은 사람이 영화관으로 향하고 있다. 나도 어쩌다 보니 세 편의 영화를 다 보게 됐는데, 저마다 다른 질감의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그중에서도 마지막에 본 '오디세이'는 마음에 이상한 소용돌이를 만들었다. 심지어 영화 초반부 30분은 졸았는데도, 영화를 다보고 나올 땐 무언가에 압도된 느낌을 받았다. 엄청난 스케일? 화려한 출연진? 그것보단 가장 근원적인 질문, 나는 누구인가? 어디로 가는가? 이것을 은유하는 서사 때문이었다. 역시 고전 중 고전. 진짜란 이런 것이다. 집에 돌아와 인터넷으로 영화 후기를 찾아봤다. 어떤 커뮤니티에 유명한 평론가의 '오디세이' 평점이 올라와 있었다. 5점 만점에 3.5점. 오디세이를 볼 바엔 다른 영화를 두 번 보겠다는 한 줄 평까지. 의외였다. 그는 나도 좋아하는 평론가였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른 사이트에 후기를 살펴보는데 아까 그 평론가의 사진과 함께 오디세이 평점 4.5점이라는 글을 보았다. 다음도, 그다음도 그가 평점 4.5점을 줬고 영화를 극찬했다는 글이 이어졌다. 다시 가짜 평론으로 가 보았다. 그의 유명세 때문인지 가짜 평론의 조회수는 벌써 4천500회를 넘어가고 있었다. 평론가를 비판하는 댓글도 스크롤이 힘들 정도로 달려 있었다. 가짜가 진짜인 양 돌아다니는 게 어디 이것뿐이겠는가. AI까지 가세해 출처를 알 수 없는 글들이 넘쳐나는 탓에 요즘 문제처럼 보이지만 과거에도 이런 일은 비일비재했다. 1614년 스페인에서는 세르반테스가 쓰지도 않은 '돈키호테' 속편이 먼저 세상에 나왔다. 아베야네다라는 가명을 쓴 누군가의 위작이었다. 이듬해 진짜 속편을 내며 세르반테스는 그 위작을 소설 안으로 불러들인다. 돈키호테는 위작에만 나오는 인물을 찾아가 공증인 앞에서 진술을 받아낸다. 당신이 만난 그자는 내가 아니라고. 가짜는 오래 가지 못한다. 진짜의 명성을 부싯돌 삼아 잠깐 불타오르긴 해도 관심이라는 연료가 떨어지면 사그라들 수밖에 없다. 아무리 진짜인 척해도 가짜는 시간 앞에 무릎 꿇는다. 반면, 진짜는 시간을 초월한다. 400년 전의 돈키호테도 그렇고, 3천년 가까운 세월을 건너온 오디세이도 그렇다. 물론 진짜의 모습이 항상 같은 것은 아니다. 시대에 따라 원작은 각색되고 전해지는 방식도 달라진다. 그렇지만 그 속에 담긴 영혼만큼은 변하지 않는다. 그것이 우리가 고전이라고 부르는 '진짜'를 손에서 놓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2026-08-12 11:14:44
[사설] 부동산 잡겠다며, 국민 삶 때려잡는 '국민주권 정부'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개편안에 대한 반대 여론이 거센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에게 "세금 만지는 사람은 바꾸면 반드시 욕을 먹게 돼 있다. 무조건 기어서 다니라"고 말했다. 세제 개편안에 대한 불만을 '잘 섬기라'는 취지겠지만, 국민의 울음 섞인 목소리를 가볍게 대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요즘 국민들은 "집을 갖고 있자니 보유세 폭탄, 팔자니 양도소득세 폭탄, 자식에게 물려주자니 상속세 폭탄"이라며 어려움을 토로(吐露)한다. 젊은 시절 피땀 흘려 집을 마련했고, 그 집에서 쭉 살았고, 집값 폭등을 유도한 적도 없는데, 갑자기 보유세 폭탄을 맞게 된 고령층은 한숨만 내쉰다. 65세 이상 고령자가 수도권 집을 팔고 지방으로 이주하면 양도세를 일부 감면해 주겠다는 정책도 가볍기는 마찬가지다. 세금 깎아줄 테니 오래 살아 익숙한 곳, 자식·친구 등 연고(緣故)가 있는 곳, 자주 다닌 병원이 있는 곳을 떠나 낯선 곳으로 가라는 것이 사람을 위한 정책인가. '부동산값을 잡겠다며 삶을 때려잡는 격'이다. 얼마 전 이재명 대통령은 "근로소득세는 최고 49.5%까지 되는데, 부동산은 양도소득이 100억원대가 돼도 세금은 몇억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역시 세금에 대한 철학이 빈곤한 발언이다. 근로소득세는 1년간 번 소득에 매년 세금을 매긴다. 반면 양도차익은 수년에서 수십 년 누적된 가격 변동을 매도 시점 한 해에 매긴다. 게다가 수십 년 집을 보유하는 동안 유지·관리비를 지출하고 재산세도 납부했다. 수십 년 고정자산(비유동자산)을 갖고 있는 동안 위험부담, 기회비용(機會費用) 문제도 있다. 그럼에도 근로소득(유동자산)과 단순 비교한 것이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세금 정책은 마치 '재산에 벌금을 매기는 듯'하다. 벌금 부과하듯이, 시장에 복수하듯이 부동산 정책을 펼치니 집 가진 서민들과 중산층이 재산 손해, 거주 이전 자유를 침해받는다. 부동산 해법(解法)을 모르고 투기를 잡겠다니 국민 삶을 때려잡는 것이다.
2026-08-12 05:00:00
[사설] 다시 불붙는 물가, 정부는 통계 들먹이며 현실 호도할 게 아니다
미국과 이란 간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 기대가 다시 꺾이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했다. 10일(현지시간)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는 5%가량 올랐다. 수입 원유의 60%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우리나라는 대체 조달선과 운송 경로를 확보해도 공급 차질이 불가피하다. 정유·석유화학·철강·항공·해운 등 에너지 집약 업종의 원가와 물류비도 걱정이다. 원·달러 환율이 1천410원대까지 떨어져 수입물가 압력은 상당 부분 완화됐지만 국제유가와 폭염이 복병(伏兵)이다. 7월 소비자물가는 2.8% 상승에 그쳤지만 이후 폭염으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폭염에 따른 공급 감소가 밥상물가를 흔드는 이른바 '히트플레이션'이 현실의 물가 문제로 떠올랐다. 중동발 에너지 공급 차질은 원유와 운송비를 통해 생산비와 소비자물가를 밀어 올리고, 폭염은 농·수산물 공급을 줄여 생활물가를 자극한다. 두 요인이 장기화하면 물가는 크게 흔들리게 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시금치 가격이 한 달 새 152% 폭등했다는데, 농림축산식품부는 평년 대비 오히려 값이 낮아졌다고 해명한다. 김밥에 시금치가 빠진 이유도 모르는 정부다. 유가 상승은 기업의 생산비와 물류비를 높이고, 농산물과 식품 가격 상승은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떨어뜨린다. 비용 부담이 커진 기업은 투자와 고용을 줄일 수 있고, 물가 부담이 커진 가계는 소비를 줄여 결국 내수를 더 위축(萎縮)시킬 수 있다. 고유가에 대한 국제사회의 완충(緩衝) 여력도 예전보다 크게 약해졌다. 미국의 전략비축유(SPR)는 3억 배럴 아래로 떨어져 1983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정부는 비축유 관리뿐 아니라 유가 상승이 운송비와 식품·서비스 가격으로 번지는 경로를 점검해야 한다. 비축 물량 방출 등 가능한 수단을 신속하게 가동해 물가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 호르무즈 사태의 진짜 위험은 유가 자체보다 충격이 물가와 산업, 민생으로 번지는 데 있다. 통계를 들먹이며 민심을 교란(攪亂)하는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다.
2026-08-12 05:00:00
[사설] 노란봉투법 혼란, 법적 효력 없는 지침 땜질로 방치하겠다는 노동부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으로 노동 현장이 대혼란에 휩싸인 가운데, 대통령의 시행령(施行令) 마련 주문에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가 이를 이행하지 않고 기존에 냈던 해석 지침 땜질로 대처하겠다고 밝혀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시행령 작업은 절차가 복잡하고 모법에 명시적 위임 조항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미 노동조합법 내 타 조항(제29조의 3 제4항 등)을 활용해 지난 3월 시행령(대통령령 제36159호)을 개정한 선례가 있어 이 같은 노동부의 발뺌은 책임 회피(回避)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쟁의(爭議) 대상이 '근로 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으로 확대되고 '실질적·구체적 지배력'이라는 모호한 기준으로 사용자성이 확장되면서, 산업 현장의 법적 분쟁은 급증했다. 급기야 삼성전자 노조가 전남광주 반도체 공장 투자 건을 교섭 대상이라고 주장하는 지경에 이르자, 오죽하면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국무회의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온 사방에서 분쟁"이라며 시행령과 지침 등을 명확히 정해 기준을 마련하라고 지시했겠는가. 그러나 노동부의 대응은 안이하기 짝이 없다. 법적 구속력이 있는 시행령 개정을 포기하고, 기존 행정지침을 보강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를 짓겠다고 밝힌 것이다. 지침에 아무리 세밀한 예시를 담는다고 한들, 노사 간의 해석이 엇갈리면 결국 노동위원회나 법원의 판결로 직행할 수밖에 없다. 법 시행 후 중노위에 접수된 사용자성 판단 신청만 지난달 10일까지 458건에 달하는 등 현장의 불확실성이 한계치에 다다른 상황에서, 법적인 효력도 없는 지침을 다시 손질하겠다는 것은 실효성 없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노란봉투법 혼란의 근본적 책임은 모호한 조문을 법에 담아 판을 키운 여당에 있다. 그러나 법이 시행된 이상, 이를 집행하는 행정부가 현장에서 통용될 수 있는 확실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그나마 혼란을 줄이는 길이다. 법의 모호함이 초래한 산업 현장의 혼란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2026-08-12 05:00:00
[관풍루] 이재명 대통령, 세종 집무실·국회 세종 의사당 건립 속도 당부
○…이재명 대통령, 세종 집무실·국회 세종 의사당 건립 속도 당부하며 "임기 내 마지막 국무회의를 세종에서 개최한다는 자세로 총력 다해 달라"고 주문. 설마 연임 염두에 둔 임기 마지막 국무회의는 아니죠?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자 TV 토론회에서 정청래 후보, 김민석 후보에게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실형을 받은 적 있느냐"고 물어.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 나무란다'더니…. ○…국립의대 설립 결정 임박한 가운데 후보지 경북과 전남광주 중 어느 곳이 최종 선정될지 관심 쏠려, 반도체 팹에 군 공항 문제까지 다 잡은 호남에 국립의대까지 간다면?
2026-08-12 05:00:00
2026-08-11 18:46:10
국방부는 오는 26일, 사관학교 통폐합과 관련한 공청회를 하겠다고 공지했다. 이 공지를 본 국민이라면, '어떻게 하면 미래 전쟁에 부합하는 사관학교를 만들 것인가'에 그 목적을 두고 참가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 공지문 말미에는, 공청회를 통해 수렴된 의견은, 국군사관학교 창설을 위한 세부 추진 계획을 수립할 때 반영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 말대로라면, 공청회의 목적은 세부 추진 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것이지, '왜 국군사관학교인가'에 대한 문제는 논외로 하겠다는 것이다. 주최 측과 참가자 측의 목적 자체가 평행선이다. 국방부는 애당초, '국군사관학교 창설'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합동성 강화니 하는 서당개 풍월'이나 읊으며, 사관학교 해체 작업을 해 왔다. 대다수 국민은, 여전히 '왜 국군사관학교냐'는 데 의문을 가지고 있고 이 의문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따라서 이번 공청회는 마땅히 여기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이런 와중에, 대통령은 육사를 쿠데타 세력이라고 규정하고 그간 한 번도 응징을 하지 않아서 통합할 수밖에 없다고 그 속내를 드러냈다. 국군사관학교 창설에 대한 국방부의 명분이 억지 논리로 일관되고, 국민에 대한 설득력이 없자, '논리가 무슨 소용이냐'며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가세하는 모양새인 것이다. 육사는 계엄이나 쿠데타와 전혀 상관관계가 없는 장교 양성 기관일 뿐이다. 계엄은 고도의 정치 영역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오히려 육사 출신들은 정치의 희생양이었다는 분석이 훨씬 힘을 받고 있다. 지각 있는 국민들은 묻는다. 이 정부는 도대체 무엇이 그리 두려워서 각군의 전통을 허물고 그 맥을 끊으려 하는지, 정부 스스로 위험을 확대 재생산하여 시대착오적인 연좌제적 징벌을 가하고 헌법정신에 반하는 정치 보복을 하려는지, 국군사관학교라는 전혀 검증도 확신도 책임도 없는 오직 북한 김정은이나 좋아할 이 백해무익한 일을 벌이는지, 지금이라도 되돌아 보아야 한다. 대통령은 육사 출신들이 장성 자리를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다며 매우 불편한 심경을 토로하였다. 과연 이게 대통령의 발언인지 많은 국민들은 귀를 의심하였을 것이다. 장교 인력 소요를 놓고 보면 기본적으로 육사는 장기 활용을 목적으로 선발하고, 3사나 학군, 학사 장교는 중단기 활용을 목적으로 선발한다. 군 생활 과정에서는 변수가 있을 수 있고 개인차가 존재하며, 출신별 안배 등에 따라서 그렇지 않은 역차별 현상도 발생한다. 이 정부 들어 국방을 걱정하는 국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통령은 국군통수권자이다. 45만 국군장병 모두의 어버이이다. 평소 군을 부자지병(父子之兵)으로 만들어야 한다. 즉 아버지가 자식을 대하듯 진정 아끼는 리더십이어야 생사를 오가는 전장을 극복할 수 있다. 사관학교 통폐합이라는 중차대한 사안이 결국 미래 전쟁에 대비하고, 군 발전을 위한 고뇌에 찬 그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한낱 졸장부와 같은 보복성 한풀이 정치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에 부끄러운 우리의 국격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정치 보복에서 출발한 국군사관학교는 이미 오명으로 얼룩졌다. 결단코 답이 아니다. 국군사관학교 창설이라는 데 집착하여 군의 전통을 허물고 안보의 근간을 흔든다면 과연 그 후과에 대해 누가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가. 부당한 지시는 따르지 말고 할 말은 하라는 게 소위 '국민주권정부' 아닌가. 정부의 언행일치를 기대한다.
2026-08-11 15:37:11
[사설] 졸속 결정 하고 반발 나오자 고치겠다? 세제 개편이 장난인가
정부 세제 개편안이 곳곳에서 삐걱거리고 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개편안과 이른바 '주가 누르기 방지' 방안은 반발이 커지자 이재명 대통령이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개편안에도 입법예고 닷새 만에 4천 건이 넘는 국민 의견이 쏟아졌다. 세 부담 증가에 대한 반대는 물론 실거주 예외, 육아·가족 돌봄, 재건축·리모델링, 부부 공동명의 등 쟁점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는 의견을 충분히 듣고 합리적 제안은 반영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애초에 정부가 과연 제대로 검토하고 법안을 내놨는지부터 따져볼 일이다. 세제는 여론을 떠보는 정책이 아니다. 한 번 바뀌면 국민 자산 배분과 기업 의사결정, 시장 가격 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부동산과 자본시장, 상속·증여세를 한꺼번에 손대야 한다면 복잡한 이해관계, 시장 반응, 편법 가능성까지 살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법안을 내놓고 반발이 커지자 재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입법예고가 부실(不實) 준비를 대체하는 절차로 전락할 판이다. 848만 명이 가입하고 59조원이 쌓인 ISA부터 그렇다. 정부는 납입 한도 이월(移越)을 폐지하고 계약 기간을 5년으로 축소하면서 기존 ISA의 선택권을 줄였다. 국민의 장기 자산 형성을 돕는 제도를 국내 증시 자금 유인책으로 바꾸려는 의도다. '주가 누르기 방지' 방안의 경우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의도적인 주가 낮추기로 판단할 수는 없다. 이를 입증하려면 PBR뿐 아니라 배당·자사주·특수관계인 거래 등 실제 기업행동을 종합해 살피는 기준이 필요하다. 부동산 세제는 더 복잡하다. 실거주 요건만 해도 취학·전근·질병·해외 체류·부모 봉양에 이어 육아와 가족 돌봄까지 예외로 인정해 달라는 요구가 나왔다. 재건축·재개발뿐 아니라 리모델링으로 이주한 기간도 거주 기간에 넣어 달라는 의견이 나왔다. 부부 공동명의 1주택자 공제 방식과 기존 보유자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 한도 적용을 둘러싼 문제 제기도 있다. 수천 건의 국민 의견과 정치권 반발, 대통령 재검토 지시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정부와 국회가 들이는 시간과 행정력은 결국 국가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다. 국민과 기업에 불확실성을 안기고, 정부가 내놓은 세법을 언제든 바꿀 수 있다는 불신도 키운다. 눈에 드러난 재정 비용만이 국가적 손실이 아니다. 개편안 재검토는 개별 조항 일부 손질에 그쳐서는 안 된다. 애초 정부 의도에 맞춰 국민과 기업을 움직이게 할 수단으로 세제를 동원한 것이 문제이고, 시장의 복잡성을 터무니없이 단순한 기준과 세제 혜택으로 통제하려던 것은 더 큰 문제다. 동기와 과정이 틀린 탓에 반발과 부작용이 쏟아지고 있다. 단순한 정책 실수가 아니라 세제 개편을 준비하는 정부의 자세에 관한 문제다. 불순한 의도와 조악(粗惡)한 방법으로는 결코 지지율을 높일 수 없다.
2026-08-11 05:00:00
[사설] 미군 무기 고갈이 부른 한반도 방공망 공백, 독자 대응 속도 내야
미국의 대(對)이란 군사 작전 장기화에 따른 미사일 재고 부족이 글로벌 안보 '나비효과'를 일으키며 우리나라 한반도 하늘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미군의 패트리엇 재고는 전체의 절반 수준인 1천700기 미만으로 떨어졌으며,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인 사드(THAAD) 역시 재고의 80%가 소진돼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데만 최소 3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미군의 방공망(防空網) 공백은 한국의 안보 위협으로 직결된다. 미 국방부가 감시 및 방공 자산을 아시아에서 중동으로 긴급 전출함에 따라, 주한미군의 방공망 및 대북 감시 역량 약화가 불가피해진 것이다. 주한미군은 오산과 평택 등에 패트리엇 10여 개 포대를 분산 배치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억제하는 핵심축 역할을 해왔지만, 이미 일부 포대의 중동 차출이 이뤄진 데다 추가적인 자산 차출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반도 유사시(有事時) 즉각 투입돼야 할 일본 주둔 미 해병 원정대마저 중동으로 이동한 상태다. 주한미군 미사일 방어 시스템의 약화는 북한의 주된 도발 수단이 미사일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안보에 대단히 치명적인 위협이다. 정부와 군 당국은 미국의 안보 자산 재배치 상황을 철저히 점검하고, 주한미군의 방공 전력 이탈을 최소화하도록 미 측과 긴밀히 협의해야 한다. 이와 함께 천궁-Ⅱ 등 국산 방공 체계의 조기 전력화와 배치를 앞당겨 자체 방공 역량을 가파르게 끌어올려야 한다. 언제까지 우리의 안보를 동맹의 방공망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미국의 안보 공백을 메울 대책을 주도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2026-08-11 05:00:00
[사설] 2028 통합 체제 새 수능, 시작도 전에 계륵 전락
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2022학년도부터 이어진 '공통+선택과목' 통합형 체제로 치르는 마지막 시험이다. 2028학년도부터는 국어·수학·탐구 영역의 선택과목이 전면 폐지되고, 모든 응시자가 똑같은 문제를 푸는 통합사회·통합과학 체제로 바뀐다. 그런데 이미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새 수능 체제에 대한 불신과 이탈(離脫) 움직임이 거세다. 시민단체 '교육의봄'이 내놓은 서울 주요 15개 대학의 2028학년도 대입 전형 시행 계획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정시모집에서 수능 성적만으로 선발하는 100% 전형 비중이 현재 62%에서 37.3%로 크게 줄어든다. 서울대는 정시에서 학생부를 반영하는 전형 비율을 85%까지 대폭 높인다. 수시에서는 아예 일반전형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없앤다. 고려대와 연세대도 각각 수시 인원의 50.7%, 23.9%를 수능 등급 없이 뽑기로 했다. 시행도 되기 전에 최상위권 대학들이 수능 하나만으로는 변별(辨別)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1994학년도 수능이 도입된 이후, 대입 체제는 5~7년마다 바뀌었다. 2005학년도에는 선택형 체제가 도입됐고, 2014학년도엔 과목 수준별 A·B형이 등장했다. 2022학년도엔 문·이과 통합형이 시행됐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시대에 백년대계(百年大計)가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문제는 몇 년마다 모의실험 하듯 일방적인 개편으로 대학 현장과 수험생들을 잦은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현장과 동떨어진 개편이 이어져 대학의 수능 반영 비중이 계속 줄어들게 되면 수험생들에게 수능의 위상은 성가신 계륵(鷄肋)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2026-08-11 05:00:00
[관풍루] 리얼미터 이재명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가 4주째 하락하면서 취임 이후 최저인 43.3%로 나타나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가 4주째 하락하면서 취임 이후 최저인 43.3%로 나타나. 하는 일마다 국민 염장 지르니 그럴 수밖에. ○…한미 연합연습인 '을지 자유의 방패'(Ulchi Freedom Shield·UFS) 연계 야외기동훈련 지난해 44건에서 올해 14건으로 급감. 누구 좋으라고 이러지? 북한 김정은이 흐뭇해하겠군. ○…6·3 지방선거 투표소 현장 취합 투표자 수와 중앙선관위가 사후 공개한 최종 투표자 수 사이에 수백 명 규모의 차이가 전국 곳곳에서 확인돼. 이러니 윤석열이 옳았다는 소리 나오지.
2026-08-11 05:00:00
2026-08-10 18:47:57
[매일춘추-임현락] 침몰하는 배, '우리는 무엇을 그리는가'
인생은 고해(苦海)의 바다를 건너는 항해라고 한다. 불가에는 가라앉는 배의 가르침이 있다. 발밑에 물이 차오르는데도 더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 다투는 무지한 욕망은 인간의 오랜 굴레다. 프랑스 화가 제리코가 그린 걸작 '메두사호의 뗏목'은 이 아수라장을 화폭에 생생히 고발한다. 난파된 배 위에서 이기적 탐욕에 눈이 멀어 서로를 밀쳐내고 죽어가는 인간 군상의 비극 말이다. 성경 '요나서'의 풍경도 이와 맞물린다. 폭풍우 속에서 선원들이 살기 위해 아우성칠 때, 정작 재앙의 원인을 제공한 요나는 배 밑창 깊은 곳에서 잠에 빠져 있었다. 폭풍이 배를 흔드는데도 나 홀로 안전하리라 믿는 문명적 둔감함은, 연일 지구촌을 뒤흔드는 역대급 이상기후의 경고 속 우리의 자화상이다. 이러한 망각과 무관심은 현실의 파국을 지워버리는 디지털 환경의 집단적 최면 속에서 깊어진다. 창밖에는 역대급 폭염과 이상기후의 경고음이 울리는데도, 손안의 스마트폰이 편집해 낸 매끄러운 이미지의 신기루에 몰두하는 세태는 요나가 숨어들었던 배 밑창의 아늑한 무관심과 닮았다. 장자(莊子)는 "천지는 나와 나란히 생겨났고, 만물은 나와 하나다"라고 했다. 대자연과 인류는 내 밖의 박제된 배경이 아니라 같이 함께 숨 쉬는 '연장된 몸'이다. 패권과 탐욕이 생태계의 임계점을 넘어선 지금, 대자연의 역습은 부메랑이 돼 인류라는 배의 턱밑까지 차오르고 있다. 코로나 시절 마스크의 역설을 돌이켜본다. 외부의 오염으로부터 나를 보호하려 쓴 마스크는 나의 오염이 밖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막는 방어벽이었다. 이 안팎의 경계에서 얻은 교훈은 명확하다. 이상기후라는 재앙 앞에서 그 누구도 무고한 관객일 수 없으며, 나 자신이 곧 주범일 수 있다는 서늘한 진실이다. 인류가 탐욕의 질주를 멈추고 마스크 뒤로 몸을 숨겼던 순간, 거대한 생태계가 자정 능력을 복원하고 기후의 폭주가 잦아들며 대자연이 본연의 생명력을 되찾았던 반전을 우리는 기억한다. 어쩌면 우리가 사는 세상도 하나의 거대한 화폭이며, 우리 모두는 각자의 생각으로 삶을 채워나가는 화가들일지 모른다. 그러나 전체를 보지 못하고 제 욕망의 설계도만 채우려는 맹목적인 붓질은 결국 지구라는 거대한 화면을 망치고 인류라는 배를 좌초시킬 뿐이다. 침몰하는 배 위에서 인류를 구원하는 힘은 어느 한쪽만 독식하겠다는 위선적인 스케치가 아니다. 먹과 여백이 서로 자리를 내어주며 공존하듯, 자연과 타인이 모두 한 배를 탄 공동체이자 '내 몸의 연장'임을 화폭처럼 깨달아야 한다. 서로를 밀쳐내던 손을 거두고 우주적 상생의 붓질을 시작할 때, 비로소 지구라는 오래된 그림은 다시 푸른 생명력으로 완성될 것이다.
2026-08-10 15:41:10
[김명옥의 동아시아 신화에서 역사로] 소호 김천씨와 투후 김일제는 신라 왕실의 조상
◆감숙성에 남아 있는 투후 김일제의 유적2026년 여름,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는 감숙성 일대를 답사했다. 답사를 함께 한 일행들은 감숙성에 투후(秺侯) 김일제(金日磾:서기전 134~서기전 86)의 유적이 남아 있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 중국 서북부 감숙성은 고대 흉노의 무대였기에 흉노의 유적이 있을 수는 있지만 지금으로부터 무려 2천100여 년 전의 인물인 흉노의 태자 김일제의 유적이 아직까지 남아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장액시(张掖市) 당채향(党寨乡) 신구촌(新沟村)에 있는 투후보유지(秺侯堡遺址)는 중국 북부를 장악하고 한(漢)나라의 조공을 받았던 흉노가 그 이름까지 남긴 거의 유일한 유적일 것이다. '보(堡)'란 작은 성을 뜻하는데 직접 찾은 투후보는 그리 작은 성이 아니었다. 그러나 크기의 크고 작고 보다 '투후(秺侯)'란 이름을 가진 성이 2천100여 년의 세월을 묵묵하게 버티고 있었다는 사실이 더 경이로웠다. 특히 투후 김일제는 한국에서도 김씨의 시조로 알려져 있는 인물이었기에 더욱 놀라웠다. 현재 중국인들이 자신들을 한족(漢族)이라고 자칭하는 것은 유방(劉邦)이 세운 한(漢)나라를 뿌리로 삼는 것인데, 그 한(漢) 정사인 『한서(漢書)』에 김일제는 자신의 이름을 딴 열전을 남기고 있는 인물이다. 『한서』 「김일제 열전」은 "김일제의 자는 옹숙(翁叔)이며 본래 흉노 휴도왕의 태자다"라고 말하고 있는데 그 열전은 좁게는 한 인간의 파란만장한 인생사지만 넓게는 한족과 흉노족의 서로 양립할 수 없었던 흥망사가 담겨 있다. ◆흉노를 격파한 곽거병평민에서 일어나 초나라 왕족 후예 항우(項羽)를 꺾고 중원을 통일한 한 고조 유방은 서기전 200년 자신감을 갖고 흉노 정벌에 나섰다. 그러나 지금의 산서성(山西省) 대동(大同)시 부근으로 유추되는 백등산(白登山)에서 흉노 황제 묵돌선우(冒頓單于)의 군대에게 포위당해 전멸당할 위기에 처했다. 유방의 책사 진평(陳平)이 묵돌의 황후 연지(閼氏)에게 막대한 뇌물을 주어 목숨은 건졌지만 매년 막대한 조공을 바치는 조공국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현재 중국인들이 한 고조 유방 못지않게 한 무제(武帝:재위 서기전 141~서기전 87)를 뛰어난 임금으로 높이는 이유는 조공국 한의 처지를 역전시켰기 때문이다. 유방이 패배한 후 80여년 후인 서기전 121년 한 무제는 곽거병(霍去病)과 위청(衛靑) 등 젊은 장군들을 보내 흉노를 공격했다. 흉노는 황제인 선우 아래에 좌현왕(左賢王)과 우현왕(右賢王)을 두어 넓은 지역을 다스리게 했는데 김일제는 원래 흉노 우현왕이었던 휴도왕(休屠王)의 태자였다. 곽거병은 좌현왕이었던 혼야왕(渾邪王)의 군사를 기련산(祁連山) 일대에서 대파했고, 수만 군사를 잃은 것에 화가 난 선우는 혼야왕을 죽이려고 불렀다. 혼야왕은 휴도왕에게 함께 모반하자고 권했지만 휴도왕이 거부하자 휴도왕을 죽이고 4만여 군사와 함께 항복했다. 이때 과거병은 휴도왕이 하늘에 제사할 때 사용하던 금인(金人)을 노획했는데, 훗날 한 무제가 김일제에게 '김(金)'이라는 성을 내린 것도 이 금인에서 유래한다. ◆흉노 태자 김일제의 생애열네 살이었던 휴도왕의 태자 김일제는 어머니 연지(閼氏:묵돌의 황후와는 다른 인물)와 동생 김윤(金倫)과 함께 한나라로 끌려가서 말을 기르는 관노가 되었다. 하루는 무제가 후궁들과 함께 말을 검열하는데 김일제만이 후궁들을 힐끔거리지 않고 그가 기른 말이 유난히 뛰어나자 말 기르는 책임자인 마감(馬監)으로 승진시켰다. 김일제는 시중(侍中)·부마도위(駙馬都尉)·광록대부(光祿大夫) 등을 역임하며 무제의 신임을 받았는데 서기 전 88년 망하라(莽何羅)가 무제를 암살하려 하는 것을 몸을 던져 막았고 이후 무제는 김일제는 일가처럼 대우했다. 무제는 김일제를 제후로 봉하려 했으나 김일제는 사양했고, 무제 사후 뒤를 이은 소제(昭帝)는 병으로 위독한 김일제를 투후(秺侯)로 봉했다. 김일제는 봉작을 받은 지 하루 만에 세상을 떠났으나 투후의 작위는 후손들에게 이어졌다. ◆소호와 금인의 관계『한서』 「위청 곽거병 열전」은 과거병이 흉노 휴도왕의 '제천금인(祭天金人)'을 획득했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 제천 금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수많은 해석이 있었다. 후대에는 주로 불교의 불상과 같은 것으로 해석했다. 『사기』 「오제열전」은 황제(黃帝)의 맏아들을 '소호(少昊) 금천(金天)'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김씨 성이 나왔다고 보고 있다. 『여씨춘추』에서 고유(高柔)는 소호가 금천씨가 된 유래에 대해서 "금덕(金德)으로써 천하의 왕이 되어서 금천씨라고 불렀으며, 죽어서는 금으로 배향되어 서방 금덕의 신이 되었다"라고 했다. 또 욕수(蓐收)라는 인물에 관해서는 "소호 후예의 아들로 해(該)라고 하는데 모두 금덕이 있어서 죽어서는 금신(金神)으로 제사를 받았다"라고 했다. 『예기』 「월령(月令)」에서 정현(鄭玄)은 "소호는 금천씨이고, 욕수는 소호씨의 아들로 해이며 금관이라고 한다"는 주석을 달았다. 『산해경』 「해외서경」에서 곽박(郭璞)은 욕수를 "금신이다"라는 주석을 달았다. 이처럼 소호와 그 자손 욕수는 모두 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흉노 휴도왕이 금인을 가지고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는 기사는 동이족인 소호 금천씨나 그의 아들 욕수와 연관이 있을 것임을 말해준다. 흉노는 "매년 5월이면 용정에서 큰 집회를 열고 조상신과 천지신에게 제사를 지냈는데, 금인을 만들어서 제사를 지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 금인은 소호나 그 아들 욕수일 가능성이 높다. 흉노 또한 동이족의 한 지파인 것이다. ◆신라의 원시조 소호 금천씨, 중시조 김일제소호 김천씨나 김일제가 우리에게 큰 관심을 끄는 것은 그와 국내 김씨의 관계 때문이다. 1954년 섬서성(陝西省) 서안(西安) 동쪽의 곽가탄(郭家灘)에서 9세기 재당(在唐) 신라인이었던 「대당고김씨부인묘명(大唐故金氏夫人墓銘)」이 발견되었는데, 소호 김천씨와 투후 김일제가 조상이라고 나온다. "태상천자 때 나라가 편안했고 그 적장자께서 가문을 여셨는데 호(號) 가 소호씨금천(少昊氏金天)이시니 곧 우리 가문이 씨(氏)를 받은 세조(世祖)이시다. …… 먼 조상 이름은 일제(日磾)이신데, 흉노조정[龍庭]에서 서한(西漢:전한)에 귀순하셔서 무제(武帝)에게 벼슬하셨다. …… 투정후 (秺亭侯)에 봉하셨다." 재당 신라인 김씨의 묘지명에 김씨 가문을 연 원시조가 소호금천씨이며 먼 조상이 김일제라고 기록한 것이다. 「대당고김씨부인묘명」에는 "한나라가 덕을 드러내 보이지 않고 난리가 나서 괴로움을 겪게 되자 곡식을 싸 들고 나라를 떠나 난을 피해 멀리까지 이르렀다. 그런 까닭에 우리 집안은 멀리 떨어진 요동에 숨어 살게 되었다."라고 말하고 있다. 한나라 말기에 요동으로 이주했다는 것이다. 유방이 세운 전한(前漢)은 신(新:서기 9~23)나라를 세운 왕망(王莽)에게 무너지는데 김일제의 증손인 김건(金建)의 손자인 김당(金當)의 어머니 남(南)은 왕망의 어머니 공현군(功顯君)의 친자매였다. 곧 김당과 왕망은 이종사촌지간이었기 때문에 김일제의 후손들은 신나라 조정에서 활약했으나 신나라가 불과 14년 만에 멸망하고 후한이 들어서자 김일제의 후손들은 요동으로 이주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적은 것으로 보인다. ◆금으로 이어진 신라 가야 왕실과 김일제신라의 삼국통일을 완수한 문무왕의 비문에는 "투후 제천지윤(祭天之胤)이 7대를 전하여 (……)"라고 말하고 있다. 『한서』에서 휴도왕이 금인을 가지고 하늘에 제사를 지냈고 그 후예가 투후라는 사실이 시공간을 뛰어넘어 신라 왕실에 그대로 계승된 것이다. 문무왕은 태종 무열왕과 김유신의 누이인 문명왕후(文明王后) 김문희(金文姬) 사이에서 태어났다. 『삼국사기』 「김유신 열전」에 따르면, 김유신의 12대 선조는 가야를 건국한 수로왕이며, 그의 증조부는 신라 법흥왕 19년(532)에 왕비와 세 아들과 함께 신라에 항복한 금관가야 구해왕(仇亥王)이다. 또 그의 조부는 구해왕의 셋째 아들인 무력(武力)이다. 「김유신열전」에는 "신라 사람이 스스로 소호금천씨의 후손이라고 일렀기 때문에 성을 김이라고 했는데, 비문에는 또한 헌원의 후예요 소호의 자손이라 했으니 남가야 시조 수로왕은 신라와 성이 같다"라고 했다. 헌원은 바로 오제(五帝)의 첫머리로 소호 김천의 부친인 황제(黃帝)를 뜻하니 신라왕실은 스스로를 황제의 후예이자 소호 김천씨의 후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중국 장액시에 있는 투후보는 한나라 때 흙을 다져 쌓은 판축 토성으로 성 안에는 원래 사당이 있었다고 전해지는데 아마도 김일제를 모신 사당일 것이다. 흉노 휴도왕의 제천금인, 금덕(金德)으로 천하를 다스렸다는 소호금천씨, 금신(金神) 욕수, 김일제에게 내려진 '김(金)'이라는 성씨! 서로 다른 시대와 문헌이 '금(金)'과 제천(祭天), 그리고 조상에 대한 기억이라는 공통된 요소를 품고 있다. 특히 요동으로 이주한 김일제의 후손들과 신라 김씨 왕실은 모두 문헌으로 김일제와 관계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이다. ◆김씨의 조상 기억은 후대의 창작인가동이족인 소호의 정체성은 김(金)이라는 성씨에 오롯이 묻어있다. 그리고 김씨 성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들의 선조를 잊지 않기 위해 비석이나 묘지명에 자신의 가계를 새겼다. 하지만 식민사학을 추종하는 학자들은 김씨 성이 6세기 말 7세기에 만들어졌으며, 이런 기록들은 김씨들이 가문의 유구함과 권위를 드러내기 위해 만들어 낸 계보라고 말한다. 그들은 서로 다른 자료에서 소호금천씨와 김일제에 대한 기억이 반복되고 있는지, 그리고 '금(金)·제천(祭天)·투후(秺侯)'라는 요소들이 어떠한 역사적 과정을 거쳐 신라와 가야의 김씨 계보에 자리 잡게 되었는지를 함께 설명하지 못하고 부정하기에 바쁘다. 그들의 일본인 스승들이 만들어놓은 "한국사의 시간을 축소하라"는 지시에 충실한 것이다. 그러나 2026년 여름, 감숙성 장액의 황량한 들판에 남아 있는 투후보의 성벽 앞에 서서 나는 그 오래된 기억을 생각했다. 동이족이 하늘에 제사지내며 조상을 기억한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뿌리를 기억하는 일이다. 그 기억을 더듬는 것은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일이기도 하다. 동방문화대학원대학 교수
2026-08-10 14:24:56
당신 아이부터 폐버스에서 살게 하는건 어떤가요? [가스인라이팅]
최근 비거주 1주택자의 세 부담을 강화하는 부동산 세제 개편안으로 시장의 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폐버스를 개조해 청년 주거를 마련하자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버스당 5천만 원의 리모델링 비용을 들이면 5천억 원으로 1만 세대를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 요지다. 민심은 싸늘했다. 황 의원은 게시글을 삭제했고 민주당은 당의 공식 입장과 무관한 개인의 발언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 사안은 단지 한 정치인의 실언 정도로 치부하고 넘길 문제가 아니다. 현 정부와 여당이 청년층의 '내 집 마련'이라는 주거 사다리를 얼마나 가볍게 여기고 있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징후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해 6·27 대책과 스트레스 DSR 3단계 시행 등 초고강도 대출 규제를 잇달아 도입했다. 무주택 서민들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금융 통로를 철저히 옥죄면서 결과적으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길 자체를 차단해 버린 셈이다. 실제로 강남 3구에서 2030 세대가 집을 살 때 부모의 증여나 가족 간 차입에 의존하는 비중은 몇 해 전에 비해 두 배가 넘는 22.6%까지 늘어났다. 대출길은 막혔지만 이미 자산과 현금을 보유한 계층은 규제와 상관 없이 상급지로 갈아탈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초고강도 대출 규제는 집값을 잡기는커녕 서민의 주거 사다리만 걷어차고 현금 자산가들에게만 우회로를 열어줬다. 또 정부가 이번 부동산 세제개편을 통해 비거주 1주택과 고가주택의 세부담을 강화하자 강남 3구에 몰려있던 수요는 서울의 중하급지로 옮겨붙었다. 8월 첫주 주간 아파트값은 강남구와 서초구에선 보합세를 보였으나 중구(+0.54%), 중랑구(+0.52%), 성북구(+0.49%)에서 크게 상승하는 흐름을 보였다. 말하자면 '똘똘한 한 채'를 규제하니 '덜 똘똘한 한 채'의 가격이 뛰는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정부는 시장을 이길 수 없다"며 규제로 부동산을 잡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당선 직후 돌아온 건 초고강도 대출 규제와 임대주택 중심의 공급 정책이었다. 심지어 이 대통령 본인조차 분당 아파트 매각 과정에서 17억7천만원의 근저당을 설정해 대출 규제를 우회했다는 지적을 받으며 '규제는 서민에게, 예외는 자신에게'라는 이중잣대가 다시금 드러났다. 청년이 원하는 건 폐버스에 살게 해주는 기만적 대책이 아니라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부동산 정책을 통해 노력하면 내 집을 가질 수 있다는 믿음이다. 재건축·재개발을 위축 시키는 과도한 규제부터 걷어내고 정비사업을 정상화해야 한다. 임대주택 일변도의 공급 정책에서 벗어나 양질의 주거공급을 제공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이것이 진정 청년 세대가 원하는 정책이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규제로 매매·대출·공급을 옥죄면서도 그 불편은 고스란히 서민의 몫으로 돌리고 있다. 지난 2020년 문재인 전 대통령이 13평짜리 임대주택을 둘러보며 "4인 가족이 살기 충분하겠다"고 발언해 논란이 됐던 적이 있다. 국민에게 임대주택을 권하던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딸을 임대주택에 살게 하는 게 어떠냐"는 야당 의원의 질문에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정작 자신들의 자녀에게는 권하지 못할 주거 환경을 서민 정책이라며 내놓는 정부 관계자와 여당 의원들에게 "당신의 아들과 딸에게 버스 주택에 살라"고 한다면 그들은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하다. 박성준 프리드먼연구원 주임연구원 〈strong〉* 가스인라이팅(Gas Enlighting)은 매일신문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칼럼 공간입니다. '가스라이팅'은 1930년대 가스등을 사용하던 시절 파생된 용어입니다. 가스등을 조금씩 어둡게 해 누군가를 통제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가스인라이팅'은 그 반대로 등불을 더 밝게 비춰주자는 뜻입니다.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자주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strong〉 〈strong〉** 외부 기고문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strong〉
2026-08-10 10:13:17
또 스파이더맨이다. 처음에는 토비 맥과이어였고 그다음은 앤드류 가필드였다. 지금은 톰 홀랜드가 스파이더맨이 되었고, 애니메이션에서는 마일스 모랄레스가 새롭게 등장했다. 배우가 바뀌고 세계관이 달라졌으며 이야기 역시 변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또 극장으로 향한다. 스파이더맨은 출발점부터 모두가 안다. 평범한 소년 피터 파커가 거미에 물려 특별한 능력을 얻고,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할지 고민하다가 소중한 사람의 죽음을 계기로 각성해 진정한 히어로로 거듭난다. 수없이 반복된 이야기다. 하지만 다른 히어로들과의 차별점이 있다면 스파이더맨은 완성된 영웅이 아니라는 점이다. 슈퍼맨은 태어날 때부터 특별한 존재였고, 배트맨은 자신의 의지로 영웅이 됐다. 하지만 스파이더맨은 어느 날 갑자기 특별한 힘을 갖게 된 평범한 소년이다. 그는 끊임없이 흔들리고 실수하며, 때로는 자신의 능력을 감당하지 못한다. 영웅이 된 뒤에도 학교에 가야 하고, 사랑을 고민하고, 친구와 다투며, 생활비를 걱정한다. 그래서 스파이더맨은 히어로물에 앞서 청춘의 이야기다. 스파이더맨이 악당을 물리치는 모습보다 피터 파커가 선택의 순간마다 흔들리는 모습을 보면서 그에게 마음을 준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익숙한 문장이 오랫동안 스파이더맨을 대표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흔히 삼스파라고 부르는 토비 맥과이어와 앤드류 가필드,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이 보여주는 청춘은 서로 다르다. 마일스 모랄레스 역시 이전과는 다른 시대와 환경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한다. 하지만 결국 그들이 마주하는 질문은 크게 다르지 않다. '내가 가진 힘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그리고 내가 선택한 삶을 어디까지 책임질 것인가.' 우리는 완벽한 영웅보다 완벽하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영웅이 되어가는지를 보고 싶은 게 아닐까. 가능하다면 나의 응원으로 일어나는 영웅이라면 더 마음이 갈 것이다. 그런 점에서 스파이더맨은 우리와 가장 가까운 영웅인지도 모르겠다. 특별한 힘을 가졌지만 여전히 서툴고, 세상을 구하면서도 자신의 문제 앞에서는 흔들린다. 그래서 우리는 그의 실패를 안타까워하고, 다시 일어서는 순간에는 박수를 보낸다. 다행히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은 다시 돌아온다. 새로운 악당과 화려한 액션, 그리고 우리의 이웃 피터 파커의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또 극장으로 향할 것이다. '또 스파이더맨이야?'라고 투덜거리면서도 말이다.
2026-08-10 09:29:02
[사설] 장기 보유 1주택자를 투기꾼으로 모는 세제 개편, 전면 재개편하라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부동산 세제 개편안을 둘러싸고 국민 민원이 쇄도(殺到)하고 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의 혜택 기준을 '장기 보유'에서 '실거주' 중심으로 전면 전환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혼선과 반발이다. 9일 오전 11시 기준 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에 따르면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에는 2천259건,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장기 거주 소득공제로 전환하고 거주 공제 한도를 2029년까지 10억원으로 제한하는 등 양도소득세 개편 등이 담긴 소득세법 개정안에도 1천483건의 의견이 제시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부득이한 사유로 주택에 거주하지 못하는 경우를 폭넓게 인정해 달라는 요구가 빗발친다.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실거주자를 보호하겠다는 정책 목적 자체는 타당하다. 그러나 거주 요건을 엄격하게 강화하면서 현실적인 사정으로 집을 비워야 하는 실수요자들이 억울한 세금 폭탄을 맞을 위기에 처한 것도 사실이다. 취학, 전근, 질병 치료, 부모 봉양 등에 한해 비거주 기간을 최장 3년까지 거주로 인정해 주겠다고 한 정부안은 지나치게 협소하다. 손주를 돌보기 위해 자녀 집 근처로 주거를 옮기는 육아·돌봄 이주나, 주택법상 리모델링 공사로 인한 장기 이주 등은 이미 우리 사회에서 보편화된 생활 양식이다. 이런 불가피한 사유까지 거주 불인정 대상에 포함해 세제 불이익을 주는 것은 제도 설계의 명백한 허점이라 할 것이다. 정부는 폭넓은 예외를 인정할 경우 갭투자 등 투기적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음을 우려한다. 하지만 획일적인 규제로 인해 선의의 실거주자가 피해를 보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될 일이다. 부동산 정책의 성패는 수용성과 신뢰에 달려 있다. 정부는 오는 20일까지 진행되는 입법예고 동안 수렴된 국민의 목소리를 요식(要式) 행위로 치부하지 말고, 귀 기울여 경청해 신축적인 핀셋 보완 조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실거주 중심의 세제 개편이라는 큰 틀의 방향성을 유지하되, 다양한 삶의 형태를 반영할 수 있도록 비거주 예외 요건을 한층 촘촘하고 합리적으로 다듬어야 한다.
2026-08-10 05:00:00
[사설] 임차농 피해·땅값 하락, 농촌 생태계 위협하는 농지 전수조사
농지 투기를 근절하고 비농민의 농지 소유를 바로잡겠다는 정부의 농지 전수조사(全數調査)가 농촌을 뒤흔들고 있다. 정부가 오랜 관행과 현실을 외면한 채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과 단속만 앞세운다면, 투기꾼은 잡지 못하고 애꿎은 농민만 피해를 볼 수 있다. 최근 마무리된 정부의 기본조사에서 전체 대상의 27%가 불법 임대차 등 농지법 위반 의심 사례로 분류됐다. 문제는 농촌에서 '도지'(賭地) 농지 이용이 관행처럼 이어져 왔다는 사실이다. 고령화로 농지 소유자가 직접 농사를 짓기 어려운 상황에서 임차농이 농사를 맡아온 게 현실이다. 이를 불법으로 몰아붙이면, 남의 땅을 빌려 농사를 지어온 임차농이 가장 먼저 피해를 본다. 지주들의 농지 회수(回收)도 우려되는 문제다. 지주들이 불법 임대차로 적발될 것을 염려해 임차농에게 땅을 거두어들일 경우 농업생산 기반이 취약해질 수 있다. 고령 지주나 도시 거주 상속인이 직접 농사를 짓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경작(耕作)을 할 수 없는 사람이 농지를 계속 보유하기도 쉽지 않다면, 매물이 쏟아질 가능성이 많다. 농지 가격이 급락하면 담보가치도 떨어져 농민의 금융 부담이 커진다. 농지 담보대출 비중이 높은 지역 농축협의 건전성(健全性)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농지 투기와 불법 소유는 엄정하게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농지 정책의 목표가 '누가 소유했느냐'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누가 실제로 농사를 짓고 있고, 농지가 제대로 이용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헌법의 경자유전 원칙을 지키면서도, 정책의 중심은 '농지농용'(農地農用·농지는 농사에 이용한다)이어야 한다. 고령농, 상속 농지, 문중 농지, 장기 임차농 등 농촌의 다양한 현실을 반영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 정부는 전수조사와 단속 실적을 정책 성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투기를 막겠다며 성실한 임차농을 내몰고 농지 가격을 떨어뜨린다면, 농촌 생태계(生態系)는 무너진다.
2026-08-10 05:00:00
[사설] 이젠 투표자 수 미리 허위 입력까지, 부정선거 부정 못 할 범죄 행위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9일 기자회견을 갖고 "선관위가 시간대별 투표율(投票率)을 입력하는 과정에서 1시간 이상 미리 투표자 수를 허위 기입해 넣은 곳이 117곳(지선 47, 대선 26, 총선 44)이었다. 타임머신을 타지 않는 이상 미래의 숫자를 미리 입력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그동안 선관위는 투표율 조작과 관련, 잘못된 입력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부실(不實)일 뿐 부정(不正)선거와는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주 의원의 주장에 따르면 선관위의 전산 조작은 체계적이고 조직적이며 광범위하게 행해진 범죄라는 의심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도 그럴 것이, '중앙선관위의 시간대별 서버 입력 시간' 자료(資料)에 의하면 6·3 지방선거 당시 광명시 3곳 투표구의 오후 1시 투표자 수는 오전 11시 28분 25초에 입력됐고, 지난해 대선 때 서울 중림동 3곳 투표구의 오후 4시 투표자 수는 오후 2시 30분에, 2024 총선에서 충북 청주 2개 투표구의 오후 6시 투표자 수는 오후 4시 30분 6초에 등록된 사실이 확인됐다. 같은 읍·면·동에 속한 여러 투표구의 최초 입력 시간이 초 단위까지 똑같은 경우가 우연(偶然)이거나 단순 실수(失手)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게다가 투표자 수가 갑자기 0명 증가한 '셧다운 투표구'와 다른 투표구와 증가분이 똑같은 '쌍둥이 투표구' 등이 14곳이나 확인되었다는 것도 심각한 부정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정황이다. 국회 국조특위 위원장을 맡은 윤상현 국힘 의원은 지난 7일 '선관위 전산 조작 사실이 드러나 단순 부실 선거로 보기 어렵다'는 대학생의 의견에 대해 "투표율 허위 입력을 투표수 조작이라고 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며 선동"이라고 했다.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이다. 투표율 전산 조작이 확인되었다면, 다른 부정이 없었는지도 철저히 밝히는 것이 국조특위의 사명이기 때문이다. 각종 의혹 규명(糾明)에 앞서 미리 예단하고 선을 긋는 행위는 뭔가를 은폐(隱蔽)하려 한다는 국민적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
2026-08-10 05:00:00
[관풍루] 폭염 속 채소류 가격 급등에 폐사 여파로 축산물·수산물 가격마저 불안
○…폐기 버스를 청년용 단기 주거 공간으로 제공하자는 민주당 황희 의원에 대해 보수 야권, '기괴, 몰상식, 도심 주택 공급 못 한다는 자백' 등 맹비난. 민주당마저 '개인 의견' 선 그을 정도니 욕 먹어도 할 말 없겠군. ○…폭염 속 채소류 가격 급등에 폐사 여파로 축산물·수산물 가격마저 불안. '히트플레이션' 공포 현실화하는데 농식품부 답변 "닭고기 수급 영향 미미", 해수부 대책 "수산물 할인전 확대". ○…'장윤기 사건' 계기로 현직 경찰관 가족이 피의자·피혐의자인 사건 전국 45건 조사. 파악·관리 체계조차 없었다니. 내달 시행 상피제(경찰 가족 사건을 다른 경찰서 이첩)에 뒷북 비난 당연지사.
2026-08-10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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