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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일문예광장] 저녁 안부/ 황여정

    [매일문예광장] 저녁 안부/ 황여정

    〈저녁 안부〉 오랫동안 안부를 전하지 못했어 아침은 언제나 밖으로 열리고 낯선 하루를 맞이하느라 바쁘기만 했지 하늘도 구름도 바람도 그들이 내게 먼저 안부를 물어왔고 그날의 기분에 따라 내 답은 달라졌어 하루여 나를 싣고 가는 하루여 오늘은 내게 안부를 묻고 싶네 어둠에 머리를 누이고 여름 숲같이 무성한 날들을 떠 올리면 항아리 속 김치처럼 곰삭은 시간들 잘 익었다고 칭찬해 주고 싶네 이제는 가시를 빼고 부드러워져야만 해 가시는 내 속에 있지만 투명 인간처럼 훤히 드러나 살아가는 날을 부끄럽고 야위게 만들어 서늘한 눈빛으로 익어가는 가을 나무들 가장 아름다운 옷으로 제 몸을 치장하며 겨울 속으로 걸어가는 이 시간 오늘은 낯선 하루에게 몇 번이나 웃어주었는지 묻고 싶네 〈시작 노트〉 나는 꽃과 나무와 계절의 변화에 대한 관심이 많다. 자연의 모든 생명체는 계절의 변화에 적응하고 순응하며 살아간다. 그 모습을 지켜보면 마치 구도자의 삶처럼 인내하고 기도하며 숨죽이다가 어느 순간 기적처럼 다시 살아나서 눈부신 활동을 보여준다. 유월에서 칠월로 건너가는 초여름의 숲은 뜨거운 태양 아래 묵묵히 앞만 보고 걸어가는 고난의 행군처럼 보인다. 오로지 초록이라는 일념으로 흔들림 없이 숲을 키우는 나무를 보며 우리가 지나온 젊은 날도 저 여름 숲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만 보고 걸어온 시간, 그게 삶의 전부인 줄 알았다. 퇴직하고 난후 뒤돌아보니 참 유월의 숲처럼 뜨겁고 잔인한 시간을 건너왔네. 젊은 날의 풋풋한 생기가 항아리 속 김치처럼 곰삭아서 제대로 맛이 들었네. 참, 장하구나. 연민의 아픔보다 위로와 칭찬의 마음이 먼저 들었다. 아마도 나이 듦이 주는 여유가 아닐까! 이제는 분별심을 버려야 한다. 분별심은 나를 괴롭히는 가장 무서운 흉기다. 그토록 치열하던 생존의 유월 숲도, 가을이 오면 다 버리고 겨울을 맞이한다. 이제부터 낯선 하루에게 날마다 웃어주는 하루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약력 -2002년 동방문학 신인상 등단 -2025년 최우수예술가상(문학) -대구문인협회 홍보국장, 여성문인협회 회원, 한국예술가곡연합회 감사 -시집 '내 마음의 다락방' ' 저녁 안부' -가곡 음반 '매화 연가' 대표곡(매화 연가,물한리 만추,아름다운 섬진강)

    2026-01-09 06:30:00

  • [매일문예광장] 모과나무가 있는 집/ 김용주

    [매일문예광장] 모과나무가 있는 집/ 김용주

    〈모과나무가 있는 집〉 김해 외곽 주동 마을 노인 혼자 사는 집 삼백 살 모과나무 명줄이 곤곤한데 할머니 그 앞에 서서 두 손 모아 절하신다 나보다 세 배나 더 살아오신 목신인데 나와 함께 가자는 듯 시름시름 앓는다며 때 되면 물 뿌려 드리고 거친 껍질 다듬는다 가는 길 깔끔해야지 훌훌 털고 가야지 태평가 가사를 외며 흥에 겨운 할머니 더러는 먼 길 내다보며 누군가를 기다린다 〈시작 노트〉 늙은 모과나무와 할머니의 존엄한 생의 동행 이 작품의 모티브는 한 그루의 나무 앞에 서 있는 삼백 살 먹은 모과나무의 존재를 대하는 인간의 자세, 곧 자기 삶의 끝을 대하는 질문으로부터 이 시조는 시작되었다. 그것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몸으로 견뎌온 시간의 산증인이었다. 그래서 말보다는 모과나무와 인간의 내면을 행간에 표현하려고 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나무, 그 앞에 서서 두 손 모아 절하는 할머니의 몸짓과 숨결이 시어가 되었다. 절은 인간이 자연 앞에서 취할 수 있는 가장 낮은 자세이자 오래 살아남은 것에 대한 예의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 작품을 쓰는 동안 모과나무를 관찰하거나 설명하려고 하지 않았다. 나이 많은 모과나무 앞에 선 할머니의 태도 "두 손 모아 절하"는 장면에서, 인간이 자연 앞에서 취할 수 있는 가장 낮은 자세를 보았다. 그것은 신에게 올리는 절이 아니라 온갖 것으로부터 생을 견뎌온 시간에 대해 예의를 갖추는 몸의 언어이다. 그것은 말보다 몸짓이 앞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모과나무를 '몸신'이라 표현한 이유는, 신성함을 초월적인 개념에서 끌어내리고 싶었다. 오래 견뎌온 생의 두께, 반복된 계절을 통과한 몸의 기억을 통해 할머니보다 세 배나 더 살아온 존재 앞에서 삶의 길이를 다시 재는 순간, 인간의 시간과 자연의 시간이 하나로 겹친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다. "명줄이 곤곤하다"는 표현을 통해 생의 쇠약함과 함께 끝을 앞둔 존재가 지닌 고요한 위엄을 함께 담고자 했으며, "나와 함께 가자는 듯 시름시름 앓는다"는 구절을 통해, 죽음은 먼저 살아온 존재가 뒤따르는 이를 부르는 제안이며, 홀로 가는 길이 아니라 동행의 길을 의미한다. 또한 물을 뿌리고 "거친 껍질을 다듬는" 일은 생을 붙들기 위한 행위가 아니라, 떠나는 길을 단정히 준비하는 의식의 하나다. 삶을 끝까지 책임지려는 태도, "가는 길은 깔끔해야지"라는 구절을 통해, 오래 사는 법이 아니라 어떻게 떠날 것인가에 대한 나에 대한 삶의 태도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삶의 마지막을 붙잡지 않고, 정리하려는 마음이 생을 존엄하게 만든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수 종장, 할머니가 "먼 길 내다보며 누군가를 기다린다"라는 표현은, '할머니→모과나무→함께 가는 시간'은 결국 나 자신이 도착하게 될 자리, 미래에 대한 열린 기다림 속에서, 나의 삶과 죽음의 경계를 없애고 싶었다. 그래서 이 시는 죽음을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오래 살아남은 존재 앞에 서 있는 인간의 마음과 태도를 표현하고자 했다. 모과나무와 할머니는 함께 늙어가고, 함께 떠날 준비를 한다. 그 조용한 동행의 감각이 이 시의 출발이자 도착점이다. ◆약력 ‐2009년 '시조세계' '대구문학' 신인상 등단 ‐점자 겸용시조집 '본다, 물끄러미' 2018년 '대구문화재단 창작지원금' 받음, 동시조집 '별이 된 별별 이야기' 등 ‐제6회 전국도동시비문학상, 제26회 대구시조문학상, 2025 서울 지하철공모전 선정 등 다수 ‐대구시조시인협회 부회장,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 대구문인협회 이사 등

    2026-01-09 06:30:00

  • [매일문예광장] 누굴까/ 김종헌

    [매일문예광장] 누굴까/ 김종헌

    〈누굴까〉 왼쪽 오른쪽 고개를 갸웃갸웃 오른발로 콧수염을 쓱쓱 문지르다가 왼발로 눈을 싹싹 비비다가 살금살금 다가왔다가 두리번거리는 길고양이 - 단지 내 고양이 밥 주지 마세요! 이 푯말 새로 세운 입주자회의 대표가 누구일까 〈시작 메모〉 아파트 단지를 지나다니다 보면 곳곳에 붙어 있는 경고문이 자주 눈에 띈다. 그중에서도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지 마세요'라는 문구는 그 글씨의 딱딱함만큼이나 우리 사회의 냉정함을 함축하는 듯하다. 어른들의 세계에서 아파트는 자산적 가치가 우선되는 '우리만의 영토'다. 더더욱 쾌적하고 안전해야 하는 이유이다. 담장 밖 늘어나는 길고양이는 위생과 소음 문제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아파트 환경을 해치는 방해물일 뿐이다. 집안의 고양이는 '애기'지만, 집 밖의 길고양이는 척결할 대상이다. 그래서 누군가가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것조차 못마땅하다. 경고문 앞을 지나가면서 이 글을 읽는 어린이를 여러 번 상상해 보았다. 길고양이를 만난 아이는 가만히 서서 기다린다. 제 가까이 올 때까지. 눈치를 보던 고양이가 긴장을 풀고 살금살금 다가오자마자 아이는 아예 쪼그려 앉아 손을 내민다. 그 순수한 마음을 붉고 딱딱한 고딕 글씨가 앗아갔다. 화자가 고개를 갸웃갸웃하고 콧수염을 싹싹 비비는 것은 이런 모순된 상황이 이상하기 때문이다. 어린이는 동물보호라는 엄청난 환경 문제나 아파트의 자산적 가치를 따지지 않는다. 그저 자신과 동등한 존재로 생각하고 소통하고자 한다. 그래서 경고문을 향해 천진하게 되묻는다. 그 푯말의 주체인 입주자회의 대표가 누구냐고. 동시를 쓰면서 우리들 사는 모습의 앞면과 뒷면을 함께 보려고 애썼다. '진실은 밝은 달의 뒷면에 있다. 그렇다고 보이는 앞면이 틀린 것은 아니다'는 마음으로 어른의 세계도 함께 보면서 말이다. ◆약력 -2000년 '아동문학평론' 동시로 등단, 2004년 같은 잡지에 평론 발표 -동시집 '뚝심' '한여름 눈사람', 평론집 '포스트휴먼 시대 아동문학의 윤리' 등 출간 -이재철아동문학평론상, 한국아동문학상, 한국아동문학인협회 계절문학상 수상

    2026-01-09 06:30:00

  • [사설] 민주당 '공천 헌금', 전수조사로 안 되고 특검 수사 불가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당내 공천 헌금 의혹을 '시스템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일탈'이라며 전수조사에 선(線)을 긋는 가운데, 2022년 지방선거 공천 상황을 전수조사하자는 주장(한병도·김용민 의원)이 민주당에서 나왔다. 강선우 의원은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병기 의원(당시 민주당 공천관리위 간사)에게 "살려달라"며 자신의 보좌관이 김경 서울시의원 측으로부터 1억원을 받아 보관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 보좌관은 자신은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고 한다. 강 의원이 돈을 직접 받았을 가능성을 배제(排除)할 수 없는 만큼 수사로 밝혀야 한다. 강 의원은 또 '자신의 지역구와 관련된 논의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거짓으로 드러났다. 민주당은 전직 서울시 동작구의회 의원 2명이 김병기 의원에게 3천만원을 건넸다가 돌려받았다는 탄원서(歎願書)를 2023년 12월 접수하고도 진상규명을 하지 않았다는 의혹에 대해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이 탄원서가 적절히 처리되기는커녕 의혹 당사자인 김 의원 손에 넘어갔다는 것이 이수진 전 민주당 의원의 주장이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당시 수백 건의 탄원·민원·제보가 들어왔는데, 기록과 자료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김 의원이 배우자의 동작구의회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내사(內査) 중인 동작경찰서장과 여러 차례 통화했다는 김 의원 전 보좌진의 주장도 나왔다. 김 의원이 경찰서로부터 이 사건 내사 자료까지 건네받았다는 것이다. 보좌관 주장대로 수사받는 사람과 수사하는 사람이 통화하고, 내사 자료를 주고받았다면 보통 일이 아니다. 강 의원의 해명은 '거짓'으로, '시스템 문제'가 아니라 '개인 일탈'이라는 민주당 주장은 시스템 문제로 드러나고 있다. 수사 대상에게 내사 자료까지 넘긴 것으로 의심받는 경찰이 제대로 수사하리라고 믿기도 어렵다. 특검이 아니고는 권력 핵심부의 공천 범죄 실체를 밝힐 수 없다.

    2026-01-09 05:00:00

  • [사설] 규제 그물에 갇힌 한국 '자율주행' 미래

    "(미국에) 와서 제일 심각하게 생각한 것이 자율주행(自律走行) 분야다. 이렇게까지 처져 있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미국을 방문 중인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미국, 중국에 많이 뒤처져 있기 때문에 획기적(劃期的)인 지원을 하거나, 뭔가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위기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올해 'CES 2026'에서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새로운 수준의 자율주행차를 소개하며 또 한 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 피지컬 인공지능(AI) 맞춤형인 차세대 슈퍼칩과 함께 자율주행 플랫폼 '알파마요'를 공개한 것이다. 이 플랫폼은 자율주행 차량이 카메라를 통한 사실 감지(感知)를 넘어 앞으로의 일을 추론(推論)해 동작하도록 고안됐다. 골목길을 주행하다 공이 굴러가는 게 감지되면 이후 어린이가 공을 주우러 올 것까지 예상하는 식이다. 알파마요가 최초로 탑재(搭載)된 벤츠 모델이 1분기 내 미국에서 출시될 예정이다. 우리는 아직 '레벨3'(조건부 자율주행) 단계의 시범 운행조차 쉽지 않은 반면, 미국과 중국에서는 레벨 4단계(완전 자율주행) 택시가 이미 상용화했다. 미국과 중국의 주요 도시에서는 앱으로 로보택시를 불러 이용하는 게 일상이다. 이 같은 격차는 겹겹의 규제(規制)에 발목 잡힌 한국 기업 생태계의 현실을 여실히 드러낸다. 사고 시 책임 문제로 인한 무인 운행 불가, 개인정보보호법에 묶여 데이터 확보 어려움, 과도한 택시 보호 정책, 보험 정책 미비, 인프라 부족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山) 넘어 산일 지경이다. 그렇다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몇몇 제한된 시범 사업(示範事業)이 고작일 뿐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은 테스트조차 쉽지 않다. 이대로라면 우리는 글로벌 기술을 선도하긴커녕, 이들이 주문한 제품이나 만드는 '하청 국가(下請國家)'로 전락할 판국이다. 이제라도 정신 차리고 낡은 법과 제도의 틀을 바꾸는 과감한 개혁이 시급하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규제 만능(萬能)에 발목 잡혀 있을 것인가.

    2026-01-09 05:00:00

  • [사설]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한 걸 탓해야", 3심제 부정하나

    이재명 대통령이 7일 방중(訪中) 동행 기자단 감단회에서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抗訴) 포기 논란과 관련, "법원이 검찰의 기소가 잘못됐다고 판결하면 우린 통상적으로 잘못 기소한 검찰을 비판한다"며 "그런데 희한하게 거기에 이재명이나 민주당이 관계되면 법원 판단이 잘못됐다고 검찰을 두둔한다"고 지적했다. 항소 포기에 대한 야당의 비판과 검찰 내 반발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사법제도의 근간인 3심제를 부정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 3심제는 한 사건에 대해 여러 판사들의 거듭된 판단을 거치면서 하급심(下級審)에서 놓치거나 오해한 사실을 상급심(上級審)에서 바로잡는 절차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이상하지 않으냐. 왜 항소 안 했냐고 따진다"며 "기소한 걸 탓해야지, 왜 법원이 판결을 잘못했다고 항소해서 법원이 판결을 뒤집으라고 하느냐"고 했다. 검사가 기소를 잘못했는지, 판사가 오판했는지를 상급심에서 따져 실체적 진실에 다가서자는 게 3심제의 취지다.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의 본질은 검찰의 항소 포기로 인해 범죄 수익 7천400억원을 대장동 일당에게 흘러들게 한 데 있다. 또 검찰은 항소를 포기하고, 피고인들은 항소했기에 항소심에서는 1심 재판부가 선고한 징역 4~8년이 이들에 대한 처벌 상한선(上限線)이 됐다. 이런 문제 때문에 검사들이 검찰 지휘부의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했다. 대장동 사건은 이 대통령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으로 민간 업자들과 별도로 기소돼 1심 재판을 받던 중 대통령에 취임했다. 해당 재판은 현재 중단된 상태다. 대통령은 헌법을 준수(遵守)하고 사법 정의를 지킬 의무가 있다. 특히 자신은 물론 가족, 측근이 관련된 재판에 대해선 언급하지 말아야 한다. "이재명이나 민주당이 관계되면 법원 판단이 잘못됐다고 검찰을 두둔한다"는 지적은 '내로남불'이다. 그동안 여권은 사법부의 판결이 불리하게 나오면, 판사 탄핵(彈劾)과 대법원장 사퇴 요구로 사법부를 압박하지 않았나.

    2026-01-09 05:00:00

  • [관풍루] 김병기·강선우 공천헌금 수수 의혹 진통중인 더불어민주당, 6·3 지방선거 시도당 위원장의 공천 관련 기구 참여 금지키로.

    ○…김병기·강선우 공천헌금 수수 의혹 진통 중인 더불어민주당, 6·3 지방선거 시도당 위원장의 공천 관련 기구 참여 금지키로. 이해관계자의 공천 심사 배제 원칙도 밝혔는데, 지금껏 온갖 이해관계에 휘둘렸다는 자백? ○…농민 돈 펑펑 쓰고 성추행 직원 봐주기 징계, 특별 수당 1억5천만원 즉석 결정, 810억원 손실 농협경제지주는 임원 성과금. 농식품부 특별 감사로 드러난 재계 10위권 농협중앙회의 믿기 힘든 난맥상. ○…3월 시행 예정 '학생맞춤통합지원', 교원단체 반발로 진통. 가정 방문해 변기 뚫고 학생 아침밥 챙겼다는 지원 사례 알렸는데, 이런 방식으로 학생 마음 건강 돌보겠다는 교육 당국의 발상이 기가 막힐 따름.

    2026-01-09 05:00:00

  • [날씨] 1월 9일(금)

    [날씨] 1월 9일(금) "대체로 맑음"

    2026-01-08 19:14:07

  • [매일춘추-김혜령] 택시 기사님의 한마디, 중심을 다시 묻다

    [매일춘추-김혜령] 택시 기사님의 한마디, 중심을 다시 묻다

    며칠 전 서울에서 일을 마치고 서울역으로 가는 택시를 탔다. 이 시간대의 택시는 대개 정치 이야기가 흐르기 마련인데, 그날은 달랐다. 라디오에서는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기사님은 백미러로 내 큰 가방을 힐끗 보더니 악기를 하느냐고 물었다. 바이올린을 연주한다고 하자, 반가운 듯 웃으며 베토벤 이야기를 꺼냈다. 특히 교향곡 9번 '합창'을 들으면 인간에 대한 경외심이 생긴다고 했다. 여러 성부들이 얽히고 겹치면서도 결국 하나의 위대한 음악으로 완성되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그건 정말 천재의 영역 같다고도 했다. 그 말에는 설명하려는 욕심보다 음악 앞에서 느끼는 순수한 감탄이 담겨 있었다. 그 곡을 연주해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자, 기사님은 잠시 생각하더니 이런 말을 했다. 자기는 음악회가 끝나고 연주자들이 박수를 받는 장면을 볼 때마다 다른 생각을 해본다고 했다. 연주가 끝나면 무대 위 스크린에 연주자가 아니라 작곡가의 얼굴이 떠오르는 장면 말이다. 그 말이 오래 남았다. 클래식 음악에서 중심은 누구여야 하는가, 라는 질문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그 생각은 이상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주 정직하게 느껴졌다. 클래식 음악을 만든 사람은 작곡가이고, 연주자는 그 음악을 오늘의 시간으로 불러오는 존재다. 악보에 적힌 음들은 연주자의 손을 통해 비로소 소리가 되지만, 그 출발점은 언제나 작곡가의 사유와 고독한 시간이다. 기사님의 생각은 복잡한 이론 없이도 클래식의 본질을 단순하게 짚고 있었다. 요즘 공연장에서는 연주자의 얼굴이 음악만큼이나 중요해졌다. 스타를 전면에 내세운 기획이 늘고, 공연 뒤에는 사인회나 토크가 이어진다. 음악이 낯선 이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연주자의 서사가 필요해진 시대라는 것도 이해한다. 다만 그럴수록 가끔은 묻게 된다. 우리는 음악을 보러 가는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를 보러 가는 것인지. 박수의 방향이 음악에서 사람으로 옮겨갈 때, 클래식이 지니고 있던 고유한 긴장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20세기 거장 바이올리니스트 중에는 연주가 끝나면 인터뷰를 사양하고 조용히 뒷문으로 퇴장하던 인물도 있었다. 음악 외의 것은 남기고 싶지 않았다는 태도였다.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낯설고, 어쩌면 불친절해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침묵 속에는 남아야 할 것은 연주자가 아니라 음악이라는 단단한 믿음이 있었을 것이다. 서울역에 도착해 택시에서 내리며 나는 기사님의 말을 다시 떠올렸다. 연주가 끝난 뒤, 작곡가의 얼굴이 무대 위 스크린에 떠오르는 장면. 그 생각 속에는 클래식 음악이 어디에서 시작되고 어디로 돌아가려 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힌트가 들어 있었다. 그날 기사님의 생각은 클래식을 다시 보게 했을 뿐 아니라, 무엇이든 중심을 다시 묻게 했다. 박수의 끝에서 우리가 다시 음악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 무대는 여전히 살아 있을 것이다.

    2026-01-08 12:04:31

  • [백정우의 읽거나 읽히거나] 가난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백정우의 읽거나 읽히거나] 가난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가난은 죄가 아니라, 단지 불편할 뿐이라고 말한다. 문제는 불편한 정도가 이만저만 아니라는 거다. 가난은 삶을 궁핍하게 만들 뿐 아니라 자신과 가족에게 굴욕감을 안겨주고 자존감을 갉아먹기 마련. 의식주의 불편함은 물론이고, 염치없는 일의 연속이기 십상이다. 아무리 애를 써도 빠져나오기 쉽지 않은 것이 가난이고, 가난과의 투쟁을 솔직히 말하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런 용기를 가진 사람을 만났다. 김나연의 『가난의 명세서』이다. "빈자의 소비란 설레지 않는 선택이다. 세상에는 머릿속에 떠올렸을 때 가슴이 뛰지 않는 물건을 잔뜩 끌어안고 살아야 하는 삶도 있다."(31쪽) 오키나와 여행을 가면서 고프로를 대여할 때 가장 저렴한 업체인 4만 5000원보다 "배송비를 포함해 5만 1000원에 카메라를 대여해주는 곳을" 골라야 하는 삶이 있다. 뭐든 할부로 결제해야 하고 "당장 다음 달에 4만 원을 내는 것보다 1만 원씩 5개월간 할부를 갚아나가는 편이" 경제적 심리적으로 부담이 덜 되는 삶이란 어떤 걸까. 이 소비는 5만 원과 4만 원 사이의 선택이 아닌 4만 원과 1만 원 사이의 선택이다. 다음 달까지 시간을 벌어야 하는 저소득 혹은 무소득자의 삶을 엿보는 마음이 편할 리가 없다. 그런데 미안하게 정말로 미안하게도(그러나 이 원고를 선택한 편집자에게 절로 박수가 나올 정도로) 이 책 너무 재밌다. 전 연인을 술회하는 대목에 이르면 노력으로 얻을 수 없는 세상의 벽 앞에 주저앉은, 상처 입은 한 사람을 만난다. 경제적 격차가 너무 커서, 아비투스의 그림자가 너무 짙어서, 그런데도 어떤 것이 탁월하고 아름다운지 구별할 안목이 내게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그 세계로 들어갈 출입증이 필요했다고 진술하는 김나연. 이처럼 결별한 대상을 향한 자기연민으로 맺을 수밖에 없는 이야기지만, 어쩌면 적지 않은 연인들이 겪어야 했던 유사한 상황에 대한 정밀한 묘사가 마음을 흔든다. "내가 정말 선망했던 것, 능력이나 업적이 아니라 노력으로 성취할 수 없는 어떤 것. 이를테면 가정환경이나 유복한 유년기, 그가 편리하게 향유하는 지성이나 문화 같은 것…… 나는 그런 것 앞에서 한없이 작아졌고 쉽게 무너졌다." (107쪽) 가난 속에 있는 한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으며 비윤리적이고 환경파괴를 일삼는 소비자일 수밖에 없다는 말은 불편한 진실이다. "윤리도, 도덕도, 아름다움도, 정치적 올바름도, 자본주의사회에서는 자본을 통해서만 성취할 수 있는 자질처럼 느껴졌다." (137쪽) 결국 저자는 옷을 사지 않고 소비를 하지 않음으로써 대항한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채광이 좋은 10층 투룸 아파트로 이사했다고 밝힌다. 가난할 때는 궁핍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어서, 풍족해지니 잃을 날이 곧 올 것만 같아서 불안했다, 고 토로한다. 그래서 가난이 무서운 것이고 아무리 부정하고 혐오하고 타자화하고 대상화해도 "가난은 뗐다 붙였다 하는 스티커가 아니라 문신처럼 세포 깊숙한 곳까지 스며드는 성질의 무언가라는 것을 미처 몰랐다. 아니 모르고 싶었다." 라고 썼나 보다. 그럴 수만 있다면 김나연의 다음 책은 가난과 결핍을 추억의 책장에 봉인해버린 커리어우먼의 위풍당당한 이야기였으면 한다. 참 모진 세상을 견디느라 애썼다는 얘기조차 사치스러워서 어른의 한 사람으로 미안하다. 그보다 먼저 이 책이 30쇄쯤 찍었으면 좋겠다.

    2026-01-08 10:52:56

  • [사설] 중국 압박과 미국 경고 사이에 끼인 '실용 외교', 해법이 궁금하다

    중국이 이재명 대통령의 방중(訪中) 기간에 갑자기 일본을 상대로 한 희토류 등 통상·기술 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다카이치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 후 대일본 보복을 외교, 인적 교류를 넘어 수출 통제로까지 확대한 것이다. 하필 이 대통령 중국 방문 기간에 발표한 것을 두고 한국과 갈라치고 일본에 대한 타격을 극대화하기 위한 중국의 노림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이달 중순엔 일본에서 다카이치 총리와 만날 예정이다. 방일 중엔 또 어떤 중일 힘겨루기의 도구가 될지 모를 일이다. 미국은 이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직전인 3일 베네수엘라를 공습해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押送)했다. 중남미의 대표적인 친중 반미 국가인 베네수엘라에 대한 압도적인 군사력 과시는 중남미 패권을 장악하려는 중국을 향한 직접적인 경고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후 X와 인스타그램 계정에 우리나라 김해공항을 배경으로 한 트럼프 대통령 흑백 사진을 올렸다. 게시물에 "까불면 죽는다"는 뜻의 'FAFO(Fxxk Around and Find Out)'라는 의미심장한 글도 남겼다. 김해공항 배경을 두곤 북한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습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고, 이 대통령 방중에 맞춰 미사일을 쏴 올리기도 했다. 이들 모두 이 대통령의 방중 기간에 벌어진 일들이다. 한·중·미·일·북 간 떼려야 뗄 수 없는 얽히고설킨 관계를 잘 설명해 준다. 이재명식 실용 외교가 중국의 '자기편 들라'는 공개 압박과 미국의 '까불면 죽는다'는 섬뜩한 경고 사이에 위태하게 서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이 엄중한 시국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야 한다'는 발언을 "착하게 잘 살자라는 의미로 이해했다"고 했다. 이 무슨 얼토당토않은 말인가. 실용 외교는 말장난하듯 자의적(恣意的) 해석으로 되는 게 아니다. "까불면 죽는다"는 메시지는 어쩌면 중국과의 완전한 관계 회복에 나선 이재명 정부에 대한 경고일지도 모른다.

    2026-01-08 05:00:00

  • [사설] 노란봉투법 이어 정년 연장 추진, 이래서야 기업 투자 의욕 생기겠나

    기업들이 여권의 친(親)노동 정책 추진으로 크게 위축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지난해 야당과 재계가 반대한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상법 개정에 이어 올해 정년 연장과 주 4.5일제 등 파급력(波及力) 큰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경제 상황은 어려운데 기업을 옥죄는 정책들이 계속 나오면, 기업은 투자 의욕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경제 단체들은 신년사(新年辭)를 통해 규제 혁파와 성장 친화적 환경 조성을 정부와 국회에 요청했다. 기업 스스로 혁신을 다짐하면서 정책·입법 지원을 당부한 것이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혁신하는 기업이 규모를 키우고 그 성과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성장 친화적인 제도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은 "우리 경제가 '골든타임'을 맞기 위해서는 경직(硬直)된 노동시장 규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란봉투법의 보완을 촉구한 발언이다. 정부가 연말에 '노란봉투법 해석 지침'을 발표했지만, 오는 3월 법 시행을 앞둔 현장에선 "협력사 노조의 원청(原請)을 상대로 한 교섭 요구가 쏟아질 텐데, 법과 정부 지침은 모호하다. 결국 줄소송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많다. 여기에 정부·여당이 주 4.5일제, 일률적 정년 연장 등을 추진하고 있으니, 기업들의 불안감은 크다. 경총의 '2026년 노사 관계 전망 조사' 결과, 72.9%가 올해 노사 관계가 지난해보다 불안해질 것이라고 했다. 83.6%는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산업 현장 갈등·노동계 투쟁의 증가를 우려했다. 기업들은 '정년 연장,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조합의 요구 다양화'(52.7%)도 경영 압박 요인으로 꼽았다. 지난해 한국 수출은 세계 여섯 번째로 7천억달러를 돌파했다. 기업이 이끌고 정부가 밀어준 결과였다. 한미 관세 협상 타결에도 기업 총수들의 공(功)이 컸다. 이재명 대통령의 '잠재성장률 3% 회복'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의 협력이 절실하다. 재계의 목소리를 배제한 친노동적인 정책은 지속 성장을 이뤄낼 수 없다.

    2026-01-08 05:00:00

  • [사설] 건보 병원비 100조원 첫 돌파, 지속가능한 재정 안정 방안 시급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건강보험(健康保險)에서 국민들의 병원 진료비와 약값을 지원해 준 금액(건보 급여액)이 약 101조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사상 처음 100조원을 돌파한 것이다. 건보 급여 지출은 2016년만 해도 50조8천906억원이었지만, 2020년 69조3천510억원, 2024년 92조9천640억원으로 매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도 건보 지출은 계속 증가하고, 그만큼 국민 부담 역시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미 건보는 보험료만으로는 자체 지출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2024년 보험료 수입은 83조9천520억원으로 보험료 지출보다 9조원 정도 적었다. 한 해 동안 국민이 낸 보험료만으로는 유지할 수 없다는 뜻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건강보험료 요율을 소득의 7.09%에서 7.19%로 올렸지만, 이것만으로 늘어나는 지출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란 평가이다. 건보 적립금(積立金) 29조7천억원(2024년 기준)도 현재와 같은 지출 증가세가 지속된다면 조만간 소진(消盡)될 전망이다. 건보 급여 지출 급증의 가장 큰 요인은 고령화이다. 고령 인구가 많아질수록 병원에 갈 일도 많아지고 진료비도 자연스럽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3%를 기록하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런 상황에서 2018년 MRI(자기공명영상) 뇌혈관 특수 검사를 시작으로 2022년 척추까지 건보 적용(適用)을 대거 확대(擴大)한 것은 건보 재정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밖에 없었다. OECD '보건 통계 2025'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외래 진료를 받는 횟수는 우리나라가 연간 18회로 OECD 국가 중 가장 많다. 저출생·고령화로 돈 낼 사람은 줄고 병원 갈 사람만 크게 느는 상황에서 선심(善心性)성 건보 확대는 미래 세대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건보 제도를 파탄(破綻) 낼 뿐이다. 이제라도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면서 재정 확보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2026-01-08 05:00:00

  • [관풍루] 'CES 2026' 최고의 이슈는 단연 '피지컬 AI'…인간 노동력이 설 자리는 점점 오리무중.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12·3 비상계엄 사과하고 '계엄과 탄핵의 강' 건너겠다고 선언. 더불어민주당, "철 지난 사과, 지지율 구걸 위한 사과 쇼"라며 비판 쏟아냈는데, 도덕적 우월감에 기댄 비판의 종착지는 결국 정쟁. ○…'CES 2026' 최고의 이슈는 단연 '피지컬 AI'. 지금까지는 AI를 통한 인간 두뇌 구현에 집중했다면, 올해는 그 두뇌가 실제 몸을 입고 현실 세계로 튀어나온 형국. 인간 노동력이 설 자리는 점점 오리무중. ○…베네수엘라 대통령에 대한 기습 체포 작전 이후 부쩍 그린란드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트럼프. 백악관은 그린란드 병합을 위해 미군 활용도 가능하다고 밝혔는데…. 침 바르면 전부 미국 거라고?

    2026-01-08 05:00:00

  • [날씨] 1월 8일(목)

    [날씨] 1월 8일(목) "대체로 맑겠고 울릉독도는 눈·비 오겠음"

    2026-01-07 18:40:24

  • [이춘호의 미각기행] 빵의 인문학<하> 대구빵의 르네상스

    [이춘호의 미각기행] 빵의 인문학<하> 대구빵의 르네상스

    이제 대구는 별별 빵을 찾아 순례자처럼 여행 오는 '빵지순례'의 도시다. 명예의 전당 그 반열에 오른 '커피명가' 같은 전국구 로컬커피를 중심으로 전국 최강 인프라를 가진 바리스타, 그리고 로스터, 거기에 베이커리카페 붐을 주도한 '우즈'(WOOZ), '남산제빵소', 팔공산 '헤이마', 최정산 '오퐁드푸아', 고성동 '빌리웍스' 등과 같은 핫플 '창베카'(창고형 베이커리카페)가 대구를 프랑스 못지않은 '빵시티'로 발효시켰다. 단팥빵~고로케~마약빵~레몬빵 스템프를 찍기 위해 대구를 찾는 관광객을 100여명의 제빵 기능장들이 커버한다. 그들은 골목골목을 연결하며 한때 전국 최강이었다가 추락했고 다시 새로운 빵의 르네상스를 구가하고 있는 대구 빵의 또 다른 100년을 향해 대장정 중이다. 이를 위해 대구시가 2019년부터 매년 '대구 명품빵 경연대회'를 개최하여 전문가와 시민 평가단의 평가로 선정된 최고빵을 '올해의 대구 명품빵 : 대빵'으로 선정 발표하고 있다. 제1회는 '애플모카빵', 제2회는 '애플파이', 제3회는 '팔공사과빵'이 발굴됐다. 특히 전국발 공룡빵 때문에 폐업의 기로에 놓였던 각 구별 골목빵들도 새로운 도전장을 냈다. 2010년 손노익, 이장열, 정노열, 김철호, 김항수, 우인호 등 6명의 서구의 빵집 주인들이 협동조합을 통해 '서구대표 골목빵'을 출시하면서 '서구맛빵·해오름빵·삼구빵'을 특허출원하기도 했다. iM뱅크 등 대표적 향토기업들이 선물용으로 많이 구입해가기도 했다. ◆오복빵 북구 침산동 3공단에 자리 잡은 '오복빵'은 오복건빵과 함께 70년대 대구의 구멍가게 빵 시장을 주름잡았던 인기브랜드다. 당시 군소 빵 공장은 박정희 대통령의 혼·분식 장려 운동 때문에 크게 성장한다. 그때 서울 을지로에서 태어난 삼립도 70년쯤 지역을 공략하기 위해 북구 칠성동 1가에 대구센터를 설립한다. 국내의 빵 공급 루트는 크게 제과점(윈도우베이커리)과 빵공장(양산업체) 두 곳으로 집약된다. 국내 양산업계 빵 시장은 〈주〉샤니가 앞선 가운데, 그 뒤를 크라운 베이커리, 뚜레쥬르(CJ 계열), 삼립, 기린, 서울식품 등이 추격하는 구도였다. 하지만 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오복빵이 선두권이었지만 결국 부산에서 생겨난 〈주〉기린에 79년쯤 잡아먹힌다. ◆기린의 등장 부산 반여동에 본사가 있는 '기린'의 원래 브랜드는 '삼립'이었다. 69년 삼립빵 영남권 총판 자격권을 갖고 등장한 뒤 81년 법인명을 기린으로 바꾸면서 대구·경북지역 공략에 나선다. 한양대 공대 출신인 김정운 회장, 그는 시장분석 결과 기린의 생존에 반드시 대구와 경북시장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대구로 진입하면서 기린은 제과점 사업을 특화한다. 1982년 기린 산하에 다크호스로 불렸던 '밀탑사업부'가 생긴다. 하지만 지역 제과업계는 밀탑이 자신의 숨통을 죌 것이라곤 상상도 못 한다. 밀탑의 마케팅은 고품격이었다. 전국에선 처음으로 셀프서비스란 걸 도입한다. 그 전만 해도 직원이 빵을 골라줬는데 밀탑은 손님이 직접 고르도록 했다. 또한 자동제빵시스템과 생크림(요즘 동물성생크림보다 저급인 식물성크림) 버전을 개발한다. 밀탑은 일본 오사카와 도쿄의 제빵 기술자를 국내로 데려와 기술을 배웠다. 빵 나오는 시각을 입구에 공개할 정도로 업그레이드된 경영을 했다. 대구침공이 쉬웠던 이유는 뭘까? 뉴욕·런던·뉴델이 세무조사 등으로 동반 폐업하자 지역 제빵기술이 점차 동반하락하게 된 것이다. 무주공산에 새로운 주인이 나타난 셈이다. 하지만 1992년 복병을 만난다. 외부의 적이 아니고 내부의 적이었다. 1989년 상장기업이 된 기린은 경영 합리화를 단행한다. 밀탑사업부는 2002년 대구에서 자취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어쩜 밀탑보다 막강한 파워를 가진 파리바게뜨가 이미 대구에 상륙했고 섬유경기 하강으로 빵 사업의 미래가 그렇게 밝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파리바게뜨의 대구 침공 지역 빵장수들은 파리바게뜨 얘기만 나오면 다들 한숨을 내 쉰다. 80년대 밀탑에 혼이 난지 얼마 안 돼 재차 파리바게뜨 '대구대공습'을 허용한 것에 대한 자책감 때문인지도 모른다. 파리바게뜨는 삼립을 모태로 성장해 한때 4개 계열 18개 브랜드, 연매출액 1조원을 기록한 SPC그룹 회장 허영인의 작품. 80년대초 삼립에서 독립해 세운 〈주〉샤니를 기반으로 베스킨라빈스와 던킨 도너츠 사업까지 성공시켰다. 파리크라상은 법인명, 파리바게뜨는 브랜드명이다. 파리바게뜨는 쉽게 파리크라상의 가맹점 브랜드이다. 86년 10월 17일 샤니 계열사인 파리크라상이 설립되고 그해 서울 반포에 크라상 1호점, 88년 바게뜨 1호점이 광화문에 등장한다. 이때 시장조사팀은 한강 이남에서 어느 지역부터 치고 들어갈 것인가를 놓고 고심했다. 대구가 가장 고급 브랜드를 선호한다는 사실을 앞세우고 대구부터 공략한다. 89년 10월 수성구, 90년 6월29일 중구 동성로에 직영점을 연다. ◆스텔라베이커리 1980~90년대 초 대구에서 젊은 시절을 보낸 사람치고 중구 공평동 중앙초등학교 옆 '스텔라 베이커리'를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광복 직후 형성된 일본식 제과 제빵 문화를 대구 정서에 맞게 발전시킨 제과점 중 하나였다. 김호상 사장은 아직도 대구 제빵인들에겐 입지전적 인물로 추앙받는다. 그는 빵밖에 몰랐다. 훗날 대한제과협회장 김영모도 그의 밑에서 기술을 배워 훗날 상경해 국내 최고의 제빵인으로 성공한다. 그는 60년대 대신동에서 삼송 빵집을 잠시 경영하다가 곧이어 대구백화점 앞으로 이전해 4년간 실력을 발휘했지만 돈은 안됐다. 재차 한일극장 동편 밀밭제과 근처로 자릴 옮겨 2년간 버텼지만 역시 고전한다. 그때 김 사장 앞에 새로운 점포가 나타났다. 지금은 2·28기념중앙공원에 편입돼 사라진 스텔라 본점 건물이었다. 거기서 대운이 터졌고 88서울 올림픽 직후부터 스텔라는 대박행진을 한다. 그는 손님이 원하는 빵을 고를 수 있는 지역 첫 셀프시스템을 도입한다. 그의 기술은 대구에 머물지 않았다. 그는 돈을 조금 벌면 재빨리 최첨단 제빵기기를 구입했다. 신기술을 배우기 위해 일본 현지로도 날아갔다. 호사다마랄까, 그의 사업은 '희극'이었지만 그의 삶은 '비극'으로 끝나고 말았다. 90년대 말 어느 날 밤, 김 사장 내외가 자신의 아파트에 침입한 괴한에게 피살된 것이다. 제빵인들에게는 너무 큰 슬픔이었다. ◆다크호스 제과기능장 2017년은 위축을 받고 있던 대구빵이 신지평을 여는 해였다. '르배베이커리'의 배재현, '빵장수쉐프' 단팥빵의 박기태, '데일리호스브라운'의 배재호. 이 셋은 대구 제빵사를 새로운 구도로 진화시킨 주인공들이다. 셋은 삼국지 영웅처럼 의기투합해 설탕으로 만든 미니어처 같은 꿈의 작품 '다크 나이트'를 만들어 2017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월드페이스트리컵'에서 주목을 받는다. 다크 나이트는 세계 유명 영화 속 캐릭터를 소재로 한 것인데 배재호는 초콜릿 공예, 박기태는 설탕 공예, 배재호는 아이스카빙 공예를 분업해 빛나는 결정체를 연출한 것이다. 더불어 달서구 대구수목원 앞 '행운의 시간들'의 이동우 대표와 빵장수쉐프 박기태 대표는 달구벌명인에 선정된다. 이 대표는 26세 때 대구 시내 동성로 풍차베이커리 권영오 사장 밑에서 기술을 익힌다. 동촌 강촌마을 코른베르그를 거쳐 2012년 대구수목원 초입에서 천연발효종빵 전문 베이커리를 오픈한다. 배재호 대표는 줄서서 먹는 바게트 샌드위치로 SNS에서 유명해졌고 대구음식관광박람회에서 '애플모카빵'으로 수상했다. 2013년 8월 중구 동인동에서 '빵장수쉐프'를 시작해 7차례 실패 후 생크림 같은 팥소 단팥빵으로 제기한 박기태 대표는 대구 단팥빵 신드롬의 주인공 중 한 명이다. ◆도처에 고수들 포진 상인동 '오월의 아침'은 천연발효종 시골빵과 '은행나무빵'으로 주목을 받았다. 북구 '라운드라운드' 대표 최무경은 천연 프랑스 버터를 넣은 크루아상으로 국제적 명성을 얻게 된다. 2008년 탈도심, 팔공산 자락에 '초이스엠'이란 전원베이커리를 오픈한 최원도 대표는 지역의 첫 제과기능장이다. 천연효모종을 이용한 단팥빵과 몽블랑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수성구 범어동에서 2015년 문을 연 '우니카트'('단 하나밖에 없는'이란 뜻의 독일어) 대표 김명준은 토목건축의 길 대신 제빵인의 길을 선택했다. 효모의 냄새가 그대로 전해지는 사우어도(Sour dough) 브런치를 전문적으로 판다. 북성로에 가면 공구를 모티프로 한 관광용 시그니처 빵을 볼 수 있다. 공구 박물관 '모루' 근처에 자릴 잡은 '팩토리 09'에서 파는 '공구빵'이다. 계명대 패션마케팅학과를 나와 공예디자이너로 활동 중인 최원석 대표는 지역을 대표하는 선물용 빵으로 공구빵을 개발했다. 현재 동대구점, 칠곡점, 수성아리아나호텔점 등으로 확산된 '레이지모닝'은 대구시청 근처에서 처음 생긴 지역 첫 크루아상 전문점이다. 서울 홍대 앞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던 홍사광, 대한항공 케이터링 관련 베이커리 파트에 있었던 배현진이 대구로 내려와 일을 냈다. 그리고 아는 사람만 아는 달성공원 앞 '적두병'(赤豆餠)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적두병은 '대구식 황남빵' 같다. 2006년부터 장사를 시작한 이학철 사장은 빵을 굽고 커피를 내린다. 속이 뻥 비어있어 부숴 먹는 재미가 있는 '공갈빵'도 있다.

    2026-01-07 14:00:00

  • [매일춘추-심강우] 말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매일춘추-심강우] 말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병오년(丙午年)이 밝았다. 말의 해라서 그런지 인사말에 말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말은 자유와 구속이라는 양가적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과거의 군마도 그랬지만 현실 속 경주마는 제 의지로 뛰지 않는다. 경주마에겐 안장이나 재갈은 물론 요즘엔 옆과 뒤를 보지 못하도록 차안대(遮眼帶)도 씌운다. 말에게 허용된 건 오직 직진이다. 그래도 구속은 좀 심한 말 아니냐는 당신에게 묻는다. 초원을 질주하는 야생마를 경주마로 길들이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당신은 마음만 먹으면 지금이라도 경마장에 가서 말을 볼 수 있다. 화려한 조끼를 입고 로켓 문양의 헬멧을 쓴 기수가 박차를 가하는 모습에 박수를 보낼 수도 있다. 그러나 그처럼 근사한 질주를 보며 '불구'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말(馬) 못지 않게 말(言) 역시 힘이 세다. 그리고 그 또한 자유와 구속이라는 양가적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렇다. 말(言)이라고 다르지 않다. 종달새의 그것처럼 자유로운 노랫말 혹은 소신껏 불의와 거짓을 꾸짖는 말이 있는가 하면 혹시나 지금 올리는 글이 어떤 단체의 반발을 불러일으켜 사회적 이슈가 되고 급기야 사이버레커의 먹잇감이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 때문에 사회적 페르소나로서 내뱉고 마는 말이 있다. 둘의 차이는 극명하다. 전자는 말하는 이와 말 간에 위화감이 없다. 후자는 둘이 기름과 물처럼 겉돈다. 이대로 가면 기름은 기름끼리 물은 물끼리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앞뒤 따지지 않고 직진하거나 남의 것을 흉내 내는 게 수월하고 또 권위 있는 말의 가락을 본인의 성대에 장착하는 게 편하다면 당신은 경마장에 어울리는 사람이다. 그런 당신에게 말은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을 상기시키고 싶다. 말인즉슨 표현에 따라 말의 의미는 달라진다는 것인데 표현의 주체가 자기자신이어야 된다는 전제가 있다. 특히나 당신처럼 문학을 하겠다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언젠가 당신은 김유신이 말을 벤 유명한 고사를 말한 적이 있다. 솔직히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불편했다. 말에게 의지가 있었는가? 의지가 아니라 김유신의 의도가 있었겠지. 그런즉 김유신이 베어야 할 건 말의 목이 아니라 자신의 나약함이어야만 했다. 요컨대 말에겐 죄가 없다. 말을 부리는 사람이 문제이지. 말(馬)이든 말(言)이든 말이다. 새해에는 저마다의 말을 자유로이 쓸 수 있으면 좋겠다. 직진이 싫증나면 에움길을 걸으며 중얼거리거나 때로 속엣말을 힘차게 토해내도 좋을 것이다. 또 더러는 말(馬)과 인간이 서로의 말(言)을 공용어로 쓰는 걸 상상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2026-01-07 10:25:36

  •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29>어진 사람은 산을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요산요수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29>어진 사람은 산을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요산요수

    지금은 북악스카이웨이, 북악팔각정의 북악산으로 더 익숙한 백악산을 그린 진재(眞宰) 김윤겸의 '백악산'이다. 산 자체를 눈에 가득 들어오는 온전한 주인공으로 그린 인상적인 산 그림이다. 서울 어디서나 보이는 백악산을 정면으로 화폭 한가운데에 건물이나 인물 없이 그렸다. 옅은 먹색에 푸른 담채를 슬쩍 얹어 산뜻하면서 실재감이 난다. 그림을 그리는 화가도, 그림 감상을 좋아하는 애호가도 한국 사람은 대부분 산을 사랑한다. 공자님은 요산요수(樂山樂水), 각자의 성정에 따라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한다고 하셨다. 산과 물, 이 둘은 언제까지나 즐거워할 만한 근원적 대상이다. 동아시아 회화의 가장 강력한 주제인 산수화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논어'의 요산요수까지 올라간다. 5세기에 이르러 구체적 산수화론인 '와유(臥遊)'론이 나왔다. 중국 남조 송나라 사람인 종병(宗炳)은 금(琴)을 잘 연주했고 평생 형산(荊山), 무산(巫山), 형산(衡山) 등 각지의 명산을 유람하며 살았다. 나이가 들자 고향으로 돌아와 탄식하며 이렇게 말했다고 '송서(宋書)'의 열전 '은일(隱逸)'에 나온다. 〈strong〉늙음과 병이 함께 찾아오니 명산을 두루 직접 가보기는 어려울 듯하구나. 오직 그림을 대하고 마음을 맑게 해 도(道)를 관조하며 누워서(방 안에서 마음으로) 그곳을 유람하리라.〈/strong〉 〈strong〉老疾俱至 名山恐難遍睹 唯當澄懷觀道 臥以遊之〈/strong〉 방 안에 누워 명산을 유람한다는 '와이유지(臥以游之)'는 산수화가 실제의 산수를 대체할 수 있다는 말이고, 자연 속에서 얻을 수 있는 정신이 화창하게 펼쳐지는 해방감과 자유가 예술 작품으로 가능하다는 말이다. 산수화를 통한 정신의 고양이라는 종병의 와유론은 산수화론을 넘어 예술의 궁극적 목적이 아닐 수 없다. 자연과의 합일을 동경하는 사상이 공자님 시대부터 뿌리 깊었지만 현실주의자인 중국인들은 예술이 인간의 피난처라는 사실을 일찍 깨달았다. 그런 산수화가 18세기에 이르러 자신이 살고 있는 주변의 명산과 자연을 그림으로 그려낸 진경산수로 나아갔다. 진경산수는 조선 후기 화단의 새로운 동향이었다. 한반도의 명산인 금강산도가 가장 인기를 끌었고 화가와 감상자들은 서울 도성 곳곳을 시각화해 그림으로 남겼다. 한양의 주산으로 경복궁, 청와대를 지켜주는 백악산은 정선, 김득신, 엄치욱 등 여러 화가들이 그렸다. 구도는 비슷하다. 그러나 '백악산'은 하늘을 꽉 채우며 써넣은 긴 제화시가 더해져 더욱 인상적인 작품이 됐다. 김윤겸으로부터 이 그림을 선물 받은 성와(醒窩)라는 인물의 시다. 그는 김윤겸을 겸재 정선 이후 최고의 화가로 꼽았다. 대구의 미술사 연구자

    2026-01-07 10:22:47

  • 거북이 콧속 플라스틱이 거북이를 살렸다 [가스인라이팅]

    거북이 콧속 플라스틱이 거북이를 살렸다 [가스인라이팅]

    2015년 여름 한 영상이 공개돼 세상을 뒤흔들었다. 바다거북이의 콧구멍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뽑아내는 장면이었다. 피를 흘리며 고통스러워하는 거북이 모습은 소셜 미디어로 확산됐고 플라스틱 빨대를 비롯한 일회용품 규제를 요구하는 사회적 여론이 들끓었다. 이에 스타벅스를 비롯한 커피 기업은 앞다퉈 종이 빨대를 시범 도입했다. 한국에서도 문재인 정부 때 플라스틱 빨대 무상 제공을 금지하는 정책이 추진됐다. 매장 내 일회용품 제공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의 강력한 규제도 도입됐다. 윤석열 정부 때 규제가 완화됐지만 최근 이재명 정부가 이른바 '탈플라스틱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플라스틱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빨대 재질과 상관 없이 '손님이 요청할 때에만 빨대를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장에선 점원에게 이중 일을 시키는 것 아니냐며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기도 하는 등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식인'은 플라스틱이 수많은 거북이를 살린 '수호자'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인류는 수천년 동안 바다거북이 껍질로 귀중품을 만들어왔다. 19세기 중반까지 매부리바다거북 약 900만 마리가 귀중품 제작에 희생됐다. 1859년 개발된 플라스틱이 드디어 거북이 껍질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통념과는 다르게 플라스틱이 수많은 바다거북이의 생명을 살린 것이다. 게다가 진짜로 거북이 생명을 위협하는 건 플라스틱 빨대가 아니라 어업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어업 활동 중 발생하는 폐기물이 전체 해양 폐기물의 약 70%를 차지한다. 매년 약 800만~1천200만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유입되지만 그중 빨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0.025~0.03%에 불과하다. 이런 통계를 두고 환경단체나 정부는 이 사실을 은폐한 채 개개인 소비자에게 엄격한 규제를 내세우며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플라스틱 빨대 규제는 실질적인 개선보다는 '도덕적 상징'에 가까운 조치다. 문제는 '플라스틱 그 자체'가 아니라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우리가 나서서 플라스틱 빨대를 거부하고 규제를 강화하자고 주장하면 왠지 모르게 도덕적인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지만 오히려 실제 문제를 단순화하고 왜곡할 우려가 크다. 중요한 건 '감정의 정화'가 아니라 '사실의 정리'다. 도덕적 분노에만 머무르지 말고 데이터를 근거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보여주기식 정책으로 환경을 보호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해주는 건 멍청하고 또 기만적인 일이다. 박성준 프리드먼연구원 주임연구원 〈strong〉* 가스인라이팅(Gas Enlighting)은 매일신문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칼럼 공간입니다. '가스라이팅'은 1930년대 가스등을 사용하던 시절 파생된 용어입니다. 가스등을 조금씩 어둡게 해 누군가를 통제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가스인라이팅'은 그 반대로 등불을 더 밝게 비춰주자는 뜻입니다.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자주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strong〉 〈strong〉** 외부 기고문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strong〉

    2026-01-07 07:30:00

  • "사장 나오라고 해... 민주당 빼고" [가스인라이팅]

    최근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을 중심으로 '쿠팡 때리기'가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가장 많이 제기되는 것은 김범석 의장의 책임론이다. 개인정보 유출로 박대준 대표가 사임하고 새로 부임한 해롤드 로저스 대표가 국회 청문회에 나왔음에도 "더 높은 사람이 나와야 한다"는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여권의 이런 태도는 일관적이다. 문재인 정부 말기에 그들은 중대 재해 발생 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게 형사 책임을 묻는 법을 만들었다. 윤석열 정권 시절 이태원 참사 때는 용산구청장과 경찰청장을 넘어 행정안전부 장관, 더 나아가 윤석열 대통령까지 책임지라고 요구했다. 심지어 여러 차례 사과가 이어졌음에도 1주기 추모식에 대통령이 불참했다는 이유로 질타를 멈추지 않았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후 여권의 '높은 사람 책임론'엔 예외가 생겼다. 지난 8월 무궁화호 열차가 선로 점검 중이던 근로자 7명을 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코레일 지분은 100% 정부 소유다. 그들의 논리 대로라면 이 대통령이 책임을 지고 사과했어야 마땅했으나 사과는 없었다. 바로 다음 달에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정부 전산시스템 709개가 마비되거나 장애를 겪었다. 행정망 마비로 국민들의 피해가 극심했지만 이 대통령은 예능 촬영에 들어갔다. 윤석열 정부 시절 국가 행정망 전산장애가 발생했을 때 당시 당대표였던 이 대통령은 장관 경질과 대통령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었다. 사고가 났을 때 높은 사람이 현장에 가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는 대부분 공감한다. 사고 수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취재와 경호, 브리핑 준비 등이 우선시돼서다. 그런데 모순적이게도 사고가 났을 때 '높은 사람이 처벌 받아야 한다'는 명제에는 많은 이가 동의한다. 높은 사람이 처벌 받으면 사고 재발 방지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 든다. 선진국은 사고가 발생하면 원인이 어디에 있었는지, 사고 관계자들이 각자 자기 역할을 다했는지, 무엇을 개선해야 재발 확률을 줄일 수 있는지를 찾는다. 아무리 높은 사람을 사과 시키고 감옥에 넣는다 한들 사고가 필연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아서다. 높은 사람을 앉혀 놓고 호통을 치는 저열한 정치 쇼에 열광하기보단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 개선이 이루어지는 게 먼저 아닐까. 원종현 프리드먼연구원 주임연구원 〈strong〉* 가스인라이팅(Gas Enlighting)은 매일신문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칼럼 공간입니다. '가스라이팅'은 1930년대 가스등을 사용하던 시절 파생된 용어입니다. 가스등을 조금씩 어둡게 해 누군가를 통제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가스인라이팅'은 그 반대로 등불을 더 밝게 비춰주자는 뜻입니다.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자주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strong〉 〈strong〉** 외부 기고문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strong〉

    2026-01-07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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