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의 좌우에 떡과 빵이 있다. 밥이 태양이라면 떡은 '지구', 빵은 그 둘레를 도는 '달'인 것 같다. 아무튼, 어느 날 빵이 '달의 서자'로 발탁돼 한 시절 우주의 맨 끝 방에서 갈대처럼 웅숭그렸던 날들이 있었다. 그런 빵의 연대기가 포르투갈을 찍고 프랑스와 일본을 만나 '브레드토피아'(Breadtopia)를 그려냈다. 빵이란 용어는 포르투갈어인 '팡'이 일본에서 변형돼 우리나라에 소개되면서 생겼다. 빵은 밀가루와 물을 섞어 발효한 뒤 구워서 만든다. 여기에 달걀·설탕·곡물 등 첨가하는 성분을 달리할 수 있다. 영국은 '브레드'(bread), 프랑스는 '뺑'(pain), 스페인은 '팡'(pan), 독일은 '브로트'(brot). 그리스어 '파'(pa) 또는 라틴어 '파니스'(panis)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빵과 비슷한 과자, 차이는 뭘까? 빵은 발효균인 '이스트'가 들어가고 과자는 없다. ◆한국 빵의 시원2003년 '한국빵·과자문화사'를 집필한 조승환(한국제과협회 초대회장)은 한국 빵의 첫 단추를 1653년 표류하던 하멜이 제주도에 불시착했을 때로 본다. 1885년 미국 선교사 언더우드와 아펜젤러가 빵을 내민다. 지금과는 조금 다른 버전이다. 이들은 밀가루 반죽을 숯불로 구워 먹었다. 부풀어 오른 빵 모양이 소의 고환을 닮았다. 사람들은 이를 '우낭'(牛囊)떡이라 했다. 1902년 러시아 초대공사 베베르의 처형인 독일 여인 손탁이 러시아 공관 옆에 정동구락부를 개설하고 커피와 빵을 내밀었는데 보통 빵은 '면포', 카스텔라는 '설고'라 했다. 1884년 이미 인구 19만 명의 한성에 무려 3천여 명의 청나라 상인, 1천500여 명의 일본 상인이 자리를 잡는다. 한국에 빵이 소개된 건 일본을 통해서였다. 그 빵은 유달리 단맛이 강했다. 달콤한 팥앙금을 넣은 단팥빵, 설탕과 우유로 맛을 낸 카스테라가 대표적이다. 일본인들이 개발한 빵으로 서양에는 없는 종류였다. 1910년 일본의 빵 기술자가 한국에 온다. 1914년에 경복궁에서 '공진회'라는 명칭으로 과자박람회가 열린다. 이때 모두 993점의 각종 과자류가 선보인다. 일본 총독부 조사자료에 따르면 1926년 경성 내 과자점포는 66개 정도인데 한국 업소는 전무했다. 1920년 한국 최초 양과자점인 '메이지야'(明治屋)가 서울 충무로에 등장한다. 물론 중국도 호떡바람을 일으켰다. 하지만 일본의 찹쌀모찌와 단팥빵을 당해낼 수 없었다. 일본 군인들의 비상식이 구멍 두 개 뚫린 건빵인데 후에 단팥빵과 함께 한국 군인들이 가장 즐긴 간식이 된다. 과자는 국가별로 달리 불리는데 우리의 전통과자는 '한과', 일본 전통과자는 '화과자'(和菓子), 중국 과자는 '중화과(中華菓子), 그밖의 서양과자는 '양과(洋菓子)로 불린다. 1962년 남한 내 제과업소는 모두 800여개로 집계됐다. 1963년 1월8일 〈사〉대한빵과자협회가 창립되고 1968년 과자회보가 창간된다. 그리고 1973년에는 서울 신길동에서 대한민국 최초의 한국제과고등기술학교가 설립된다. 1979년 전국 제과점은 5천811개소로 비약적으로 늘어난다. 이 무렵 조선인에게 참 흥미롭게 다가선 빵이 있다. 바로 '소보로'이다. 으깬 닭고기나 돼지고기 등을 양념해 볶은 음식을 뜻하며 소보로빵이 된다. 일명 '곰보빵'. 그리고 중국인이 만든 '공갈빵'도 재밌었다. ◆한국 최고의 제빵왕은 누구일까? 조승화, 신창근, 이봉상, 한정희, 이건배, 박병주, 이홍경 등 쟁쟁한 인물들도 있지만 단연 김충복(1934~1995)을 꼽는다. 초기 제과명장은 그의 제자가 싹쓸이한다. 2000년 1호 제과명장 박찬회 화과자 대표, 권상범 리치몬드제과 회장과 서정웅 코른베르그과자점 대표다. 경북 봉화 출신인 권 명장은 그의 수제자다. 1963년 18세의 나이로 대구에서 상경, 풍년제과에서 기술을 익혔고 그의 소개로 들어간 나폴레옹제과에서 제과점의 꽃인 공장장에 올랐다. 대구를 딛고 서울로 가서 대성한 또 한 사람이 있다. 바로 김영모다. 그는 전남 해남에서 태어나 칠곡군 왜관에서 자랐다. 대구고 2학년 때 중퇴하고 대구 시내 최가네 빵집에서 기술을 익혔다. 무과수제과점 등을 거쳐 1982년 지인이 운영하던 강남구 서초동 빵가게를 인수해 김충복처럼 자기 이름을 내건 김영모과자점을 오픈해 훗날 돈방석에 앉게 된다. 전북 군산의 이성당(李姓堂)은 1920년대 일본인이 운영하던 화과자점 '이즈모야'(出雲屋)를 인수해 발전시킨 것이다. 다음 주자는 1934년 천안에서 태어난 학화할머니호두과자(창업자 조귀금·심복순), 5년 뒤 1939년 경주 황남동에서 시작된 '황남빵'(창업자 최영화), 튀김소보로로 유명한 대전 '성심당'은 1956년 탄생한다. 80년대 대구의 빵은 전국 최강이었다. 바로 뉴욕·뉴델·런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90년대의 스텔라베이커리(김호상), 2000년대 전국 첫 케이크 전문점 최가네(최무갑), 폐업 직전의 삼송빵집(박명호)은 '마약빵'으로 전국구에 등극한다. 이후 밀밭베이커리의 멜론빵, 그리고 반월당 고로케, 근대골목단팥빵 등 때문에 대구는 졸지에 '빵지순례의 고장'으로 등극된다. 2009년부터 대구에도 프랑스 유학파 제과전문가(파티셰)가 '디저트카페 시대'를 연다. 2010년에는 달서구 상인동 '오월의 아침'(김상중)과 도원동 '뺑드캄파뉴'(박영태)가 건강빵의 대명사인 천연발효종빵 , 반월당 '행복빵'은 첨가제 없는 쌀빵을 출시한다. 점차 빵집과 커피숍은 '베이커피카페'로 합쳐졌다. 비슬산 오퐁드푸아, 팔공산 헤이마, 칠성동 빌리웍스, 남산동 남산제빵소, 우즈 등이 지역에서 처음으로 '창베카'(창고형 베이커리카페) 시대를 열어 서울이 벤치마킹을 할 정도가 됐다. 2017년은 대구빵이 국제급 브레드시티의 신지평을 여는 해였다. '르배베이커리'의 배재현, '빵장수쉐프 단팥빵'의 박기태, '데일리호스국브라운'의 배재호. 이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미니어처 같은 꿈의 작품 '다크 나이트'가 2017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월드페이스트리컵'에서 주목을 받는다. 현재 대구·경북에는 무려 130여명의 막강파워 제과기능장이 있다. 한때 한강이남 최고의 빵공장 중 하나로 불렸던 '수형당'(秀亨堂)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보자. ◆대구빵의 첫 단추 수형당 광복 전 북성로 미나카이 백화점 옆 이마사카(今阪) 제과점이 대구 제빵 1세대를 배출한다. 대표주자가 영천 출신의 진병수인데 그는 이마사카를 나와 중구 남산동에서 빵 장사를 해서 번 돈을 재투자해 광복 직후 중구 문화동 2번지 교동시장 내에서 수형당을 창업해 공장빵의 신지평을 연다. 수형당은 1946년쯤 등장했다. 1950~60년대만 해도 해태·삼립제과와 어깨를 겨룰 정도였다. 수형당은 대구 제빵산업의 기틀을 잡아준 기업이다. 훗날 뉴욕제과의 이점석, 뉴델제과 최종수, 런던제과 조원길, 지역의 첫 케이크 전문점 최가네케익의 최무갑, 스텔라베이커리 , 풍차베이커리 등 대구의 메이저급 제과점 관계자들 상당수는 수형당의 영향을 받았다. 상호도 대충 만들지 않았다. 자기 이름 중에 '수'자, 동생(형수) 이름 중 '형'자를 합쳐 '수형당'을 만들 정도의 감각을 가졌다. 진 사장은 당시 경영자로선 드물게 신문광고도 적극 활용했다. 수형당은 '등록상표 제12418호, 경상북도 및 대구시지정 분식 빵 제조공장, 빵의 생명은 신선미, 건강제일의 분식빵으로'란 광고문구를 지역 일간지 광고란에 실었다. 처음에는 사업운이 있었다. 60년대까지만 해도 '군인 세상'이었다. 6·25한국전쟁 직후 대구로 피란 온 육본과 2군사령부 등 각급 군부대가 포진해 있어 식빵과 단팥빵, 건빵 등을 공급하기 쉬웠고 '독점군납' 덕분에 브랜드 파워를 키운다. 심지어 양질의 밀가루도 군이 독차지했다. 물론 그 밀가루는 미국과 UN의 원조품이었다. 군뿐만 아니라 교도소에도 수형당 빵이 들어갔다. 예식장 답례품용 찹쌀떡과 카스텔라까지 개발한다. 사탕보다 더 맛있는 카라멜(마산땅콩캐러멜도 대구 브랜드임)도 만들었고 70년대초엔 동아백화점 식품코너에도 진출한다. 수형당은 빵만으로 만족하지 못했다. 건설·전자산업에도 진출한다. 육군본부가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갈 때 육본을 따라서 상경, 서울 삼각지로터리에 서울공장을 짓는다. 68년 9월엔 국내 최고급 식빵 공급 업체로 발돋움한다. 대구시 서구 평리동에 2천여평 넓이의 수형당 제3공장도 설립한다. 수형당의 식구는 한창 때 300여명이 넘었다. 그럴듯한 직장이 별로 없던 시절, 수형당은 대구상고 졸업생들이 가장 입사하고 싶어 하던 선망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수형당은 80년대로 진입하면서 치명타를 맞고 침몰한다. 70년대 뉴욕, 런던, 뉴델 등 쟁쟁한 제과점들도 수형당의 아성을 마구 뒤흔든다. 세상이 변했고 사람들의 입맛도 변했지만 수형당은 그걸 재빨리 읽지 못한 것이다. '달구벌의 혀'를 즐겁게 해줬던 선장도 86년쯤 타계한다. 이 수형당을 새롭게 부활시킨 브랜드가 바로 근대골목단팥빵을 만든 '홍두병'이다. 수형당 동대구역점을 통해 '대구능금빵'을 론칭했다.
2025-12-05 06:30:00
[사설] 환율 불안 가중시킬 일본 금리 인상, 정부 대책은 무엇인가
1,470원대를 오가는 원·달러 환율이 경제를 전방위(全方位)에서 압박하고 있다. 고환율은 물가 불안을 야기하고, 수입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기업 수익성을 악화시킨다. 2% 중반대 물가 상승세는 내년에 더 커질 전망이다. 환율 상승은 통상 3~6개월 간극을 두고 물가에 반영되는데, 최근 환율 변동으로 내년 상반기부터 물가가 들썩일 수 있다. 결국 가계 실질소득이 줄고 소비가 위축돼 내수가 주저앉을 수 있다. 수입 원자재·부품 가격이 오르면 기업은 수익성 확보를 위해 완제품 가격을 올려 물가 상승을 부추긴다. 저소득층과 중소기업의 충격은 훨씬 더 크다. 고환율과 고물가 악순환 우려에 고금리까지 가세할 수 있다. 국민연금과 650억달러 외환스와프 연장 추진 등 정부 대책에도 불구, 환율과 물가 불안이 계속되면 한국은행은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고, 경제는 내수 폭락 시절로 회귀(回歸)한다. 가계의 금리 부담은 급격히 커지고, 코스피 5,000 달성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올해 연평균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넘긴다면 사상 초유의 일이 된다.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높다. 달러로 환산한 국내총생산(GDP)은 오히려 뒷걸음질하고 GDP 2조달러, 1인당 GDP 4만달러 달성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불안한 외환시장에 일본의 기준금리 인상은 시한폭탄이다. 엔캐리 트레이드는 저금리 엔화를 빌려 고금리 자산에 투자해 차익을 노리는 전략인데, 금리차가 줄거나 엔화 강세, 시장 불안이 우려되면 막대한 자금이 회수돼 글로벌 금융시장이 휘청인다. 만약 미국의 금리 인하, 글로벌 위험회피 확대까지 가세하면 엔캐리 청산(淸算)이 본격화해 환율이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 고환율 원인을 두고 입씨름을 할 때가 아니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환율을 안정시켜야 한다. 개인과 기업의 해외 투자가 증가하는 것은 그만큼 국내가 불안해서다. 너무도 당연한 답이지만 우선 정책 신뢰도와 기업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아울러 고환율에 맞춘 경제정책을 새로 수립해야 충격을 줄일 수 있다.
2025-12-05 05:00:00
[사설] 가덕도신공항 국비 지원은 되고 TK신공항 융자는 안 되나
대구경북신공항 건설에 필요한 공공자금관리기금이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전액 삭감돼 후폭풍이 거세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국무총리,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원 약속을 저버린 데 대한 충격과 실망뿐 아니라 부산, 호남 등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는 목소리가 높다. 부산 가덕도신공항은 원안대로 건설사업 예산 6천889억원 전액 가결됐고, 전남 SOC 사업비는 전년보다 29.2% 증가한 1조4천99억원이 반영됐다. 그러나 대구경북은 '신공항 건설에 필요한 초기 사업비를 빌려주면 갚겠다'며 2천795억원 융자(融資)를 요청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금융비용 87억원 지원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민주노총 임차보증금 51억원과 한국노총 노후 시설 개선 사업비 등은 증액까지 해서 102억원이 반영된 것과도 대비된다. 이는 '민간 공항(가덕도신공항)은 국비로 지원하고 군 공항(대구경북신공항·민간 통합)은 알아서 하라'는 것에 다름 아니다. '민노총 챙기기, 특정 지역 편중이 극심한 전형적(典型的) 포퓰리즘 예산'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4일 "지역별 예산 배분의 불균형 문제가 심각하다. 대구경북 지역은 철저히 외면한 불균형적 편성"이라며 "지역 균형발전 원칙 실종"이라고 비판했다. 관련 시민단체는 이와 관련해 이달 중 대통령실을 찾아 국비 지원을 공식 요청할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민간 공항인 가덕도신공항 예산은 모두 살리고 호남 신규 사업은 무더기 신설하면서, '갚겠다'며 대통령, 국무총리, 여당 대표에게 '빌려달라' 간절히 호소(呼訴)한 대구경북신공항 융자 예산은 쏙 뺀 이유와 근거가 궁금하다. 만약 대구경북신공항 사업을 국비로 추진하기 위해 융자 지원을 예산에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면 환영한다. 그러나 국가 사업으로 하려는 것도 아니면서 대구경북의 융자 요청을 거절한 것이라면 지역민을 납득시킬 설명이 필요하다. 국회·대통령·정부는 토지 보상비 증가, 배후 신도시·물류 인프라 조성 등 착공 지연에 따른 책임도 져야 할 것이다.
2025-12-05 05:00:00
[사설] '실세 김현지' 암시한 인사 청탁, 김남국 사퇴로 끝낼 일인가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이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민간 협회장 인사 청탁(請託)을 받고 답한 문자 대화가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김 비서관은 이틀 만에 사직했지만, 국민 여론은 싸늘하다. 문 의원은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 비서관에게 "남국아, 우리 중(앙)대 후배고 대통령 도지사 출마 때 대변인도 했고 자동차산업협회 본부장도 해서 회장 하는 데 자격은 되는 것 같은데 아우가 추천 좀 해줘"란 휴대전화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다. 또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 좀 해줘 봐"라고 했다. 김 비서관은 "넵 형님. 제가 훈식이 형이랑 현지 누나(부속실장)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장했다. '비선(秘線)·정실(情實) 인사' 의혹이 짙은 이 장면은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됐다. 대통령실은 관련 보도가 나간 뒤 김 비서관에 경고 조치했다. 김 비서관은 4일 사직서를 제출했고, 대통령실은 수리(受理)했다. 민주당은 문 의원에게 엄중 경고했다. 이번 사태는 '경고'나 '당사자 사직'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대통령실은 민간 협회 인사에 개입하면 안 된다. 게다가 인사 업무와 무관(無關)한 김현지 부속실장이 언급됐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문 의원과 김 전 비서관은 '만사현통'(인사는 김현지를 통해야만 풀린다)의 실상을 국민들에게 알린 셈이다. 또 특정 대학 출신 인사들이 부적절한 경로를 통해 끌어 주고 밀어 주고 있다는 사실도 보여 줬다. 대통령실은 실현되지 않은 청탁이란 이유로 '경고 조치'로 끝내려 했고, 민주당은 관련자들을 감쌌다. 전현희 의원은 두 사람의 문자 대화에 대해 "친근감의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정부 때 인사 청탁은 '국정 농단'이고, 현 정권의 인사 청탁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란 말인가. 대통령실은 김 비서관의 사퇴로 이번 일을 덮으면 안 된다. 이 사안의 본질은 비선·정실 인사와 민간 협회에 대한 부당한 인사 개입이다. 대통령실은 여기에 초점을 맞춰 인사 시스템을 특별 점검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2025-12-05 05:00:00
[관풍루] 이재명 대통령, "(산재 사망 사고가)취임 이후에 전체적으로 오히려 조금 더 늘었다"며" 왜 그런지 모르겠다"고 말해.
○…이재명 대통령, "(산재 사망 사고가) 취임 이후에 전체적으로 오히려 조금 더 늘었다"며 "왜 그런지 모르겠다"고 말해. 북한에 우리 국민 최소 6명이 억류돼 있는 것도 모르던데 도대체 아는 게 무엇인지….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 사직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의 인사 청탁 사실에 대해 "범죄 행위와 연관된 성격의 것은 아니다"라고 해설. 두꺼운 얼굴 가죽이 이 집단의 공통 형질이라고 해야겠지. ○…장경태 민주당 의원이 준강제추행 혐의로 피소된 사실이 보도된 이후 지금까지 국내 주요 여성 단체 7곳 중 5곳이 침묵하고 있다고 매일신문이 보도. 국민의힘 의원이 그랬다면 벌써 난리가 났겠지.
2025-12-05 05:00:00
2025-12-04 18:55:12
2차 세계대전 이후 문학과 비평의 흐름 중 하나는 집단적 트라우마의 재현과 그에 따른 윤리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다. 특히 아우슈비츠로 상징되는 유대인 학살은 홀로코스트 문학이라는 장르를 탄생시켰다. 홀로코스트 문학의 특징은 역사와 집단이 개인에게 가한 모욕과 희생자를 기억하는 것을 글쓰기의 임무로 생각한다는 것. 예컨대 프리모 레비는 글쓰기를 통해 수용소 기억과 나치의 잔학상을 증언했다. 극한 상황과 대면한 인간의 모습과 거대하고 불합리한 폭력에 말살된 인간성을 낱낱이 고발한 『이것이 인간인가』는 현대 증언문학의 고전이 되었다. 한편 조르조 바사니는 유토피아에 가깝던 페라라 유대인 공동체가 인종법과 홀로코스트에 의해 어떻게 파괴되는지를 보여준다. 조르조 바사니는 인종법이 발효된 1938년부터 1943년 유대인의 강제수용소 학살까지, 역사적 기억에 문학적 상상력을 얹어 재현한다. 이때 바사니가 유대인을 잊지 않기 위해 강조하는 건 '기억'이다. 요컨대 바사니 문학의 핵심(특히 페라라 3부작)은 '기억'과 '글쓰기'이며 그의 글은 묘비도 무덤도 없이 사라진 유대인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한 매체가 된다. 주목할 건 죽음과 기억이라는 중심 주제를 인종법과 홀로코스로 연결하면서도 개인적 감정을 지나치게 부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핀치콘티니가의 정원』은 부유한 유대인 핀치콘티니가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화자를 제외한 거의 모든 인물이 아우슈비츠나 전쟁에서 죽음을 맞는 비극 속에서, 바사니는 화자의 '기억을 통해 그들을 살려낸다.' 책은 기억의 공존을 전시하는 프롤로그로 핀치콘티니들의 묘지로 화자의 사적 기억을 떠올린 다음, 홀로코스트와 그로 인해 파괴된 삶으로 공적 기억으로 확장한다. 4부로 구성된 이야기는 두 개의 축으로 진행되는데 인종법 발효 직후 이탈리아 사회에서 배척당한 페라라 유대인 공동체와 유대인의 삶이 한 축이고, 미콜에 대한 사랑을 통해 성장하는 화자의 이야기가 다른 축이다. 바사니는 말한다. 기억을 복구하고 기록해야 할 의무가 작가의 역할이며 공동체 일원으로 살아남은 자의 역할이라고. 기억은 글쓰기의 기원이고 역사와 문학, 팩트와 해석,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주며, 문학적으로 해석된 개인의 기억이 아우슈비츠 희생자를 애도하고 추모하는 공적 영역으로 확장된다고 말이다. 결국, 기억과 재현과 추모가 핀치콘티니가의 정원을 관통하는 힘인 것이다. 『핀치콘티니가의 정원』은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가해지는 집단적 폭력과 거대한 역사가 가하는 상처 앞에서 우리가 얼마나 무력한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다. 바사니는 파시즘 시대와 홀로코스트로 사라져간 이탈리아 유대인 문제를 문학적 재현으로 풀어내고자 했다. 감정투사를 최소화했고, 유대인 박해에 대해 자세하게 기록하기보다는 문학적 상상력과 결합해 보편적 인간이 느끼는 감정으로 받아들이도록 애썼다. 핀치콘티니가의 사람들을 만난 건 희귀한 경험이었다. 유대인과 홀로코스트 이야기가 넘치는 현실에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박해가 공분을 자아내는 시절에 다시 잡은 책에서 여전히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경험을 맛보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눈물과 비탄과 절규가 강물처럼 흐르는 게 아닌 서서히 마음을 적시다가 마침내 가라앉히는 기묘한 작법. 유월절 화자의 집 식탁에 모인 장면 (229쪽)을 묘사할 때 나는 기어이 무너지고 말았다.
2025-12-04 17:59:40
조은석 특검은 3일이라는 상징적 날짜에 맞춰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민중기 특검이 오세훈 서울시장을 불구속 기소하는 '안전한 선택'을 한 것과 대비된다. 조 특검은 '못 먹어도 고'를 외친 셈이다. 기소는 특검 재량이지만 구속은 법원 판단이다. 무리한 영장은 결국 법원 문턱을 넘지 못했다. 법원은 추 의원 사건을 두고 "혐의와 법리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특검 입장에서 가장 쓰린 문장이다. 제1야당 원내대표에게 '내란 사범'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려던 시도는 빈약한 증거 앞에 조용히 꺾였다. 법조계에서는 처음부터 "법리 보다 정치 일정이 더 중요해 보인다"는 의심이 적지 않았다. 위헌정당해산심판을 위한 분위기 조성이라는 해석까지 나왔으니 조 특검에게 이번 패배는 단순한 기각 이상의 의미다. 조 특검의 스타일에 대해 한 전직 검사는 이렇게 평한다. "수사팀이 그림을 그리고 압수수색을 했는데도 증거가 안 나오면 그림을 다시 그리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조 특검은 '증거가 없는 것을 보니 모두 인멸했구나'로 접근하는 사람이다." 증거에 따라 시나리오를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나리오에 맞춰 증거를 재단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조 특검의 높은 영장 기각률은 이러한 접근법의 자연스러운 귀결일지 모른다. 조 특검이 능력부족·욕심과다형이라면 민 특검은 치부극복형 정치 특검이다. 2014년 여기자들과의 술자리 성희롱 사건은 평생 그를 따라다닌다. "남자가 여자를 만족시키는데 신용카드 한 장이면 된다"로 운을 뗀 그는 돈 얘기를 하는 줄 알던 참석자에게 "이 정도면 문제없다. 카드 크기가 딱 그렇다"고 말했다. 그러곤 엄지와 검지로 남성의 특정 신체 부위 크기를 묘사하는 수치스러운 동작을 해 보였다. 그의 맞은 편엔 여기자 3명이 앉아 있었다. 특검이 된 뒤 또 다른 치부도 드러났다. 그는 내부정보를 이용해 주식거래를 한 것으로 보인다. 고교·대학 동문이 대표인 회사 주식을 보유하다 분식회계 적발 직전에 전량 매도했다. 내부자 거래로 징역 11년형을 선고 받은 대표이사와 민 특검의 매도 시기는 기가 막히게 겹친다. 민 특검의 주식 보유량 1만2천36주는 대표이사 자녀들의 보유량과 정확히 일치했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시절의 일이다. 자신의 흠을 덮고 충성심을 증명하려는 특검의 칼춤은 결국 비극을 불렀다. 강압수사를 견디다 못한 양평군청 공무원이 극단 선택을 했다. 민 특검은 "자체 감찰 결과 강압은 없었다"며 뻔뻔하게 고개를 들었지만 진실은 달랐다. 지난 2일 국가인권위원회는 특검 수사관의 강압 수사와 인권 침해를 인정하고 관련자를 고발·수사 의뢰했다.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고도 반성조차 없는 '살인 수사'나 다름없었다. 급기야 그는 돌아올 수 없는 영역으로 발을 들인 것으로 보인다. 사기 전과자 명태균 씨 말만 듣고 오세훈 시장을 기소한 것은 법률적 판단이 아닌 선거 개입이다. 특검은 오 시장 휴대전화를 털고도 '직접 증거' 하나 찾지 못했다. 추 의원의 영장 기각 사유가 '소명 부족'이었듯 오 시장 기소 역시 사기꾼 명 씨 진술에만 의존한 사상누각이다. 민주당 측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지속적으로 밀리자 특검이 '해결사'를 자처한 모양새다. 선거기간 내내 오 시장을 법정에 세울 목적으로 보인다. 민중기 특검은 오 시장을 기소함으로써 '내가 제일 잘나가' 경쟁에서 조은석 특검을 앞서 나갔다. 조은석 특검이 추 의원 영장 기각으로 스스로 무너진 면도 없지 않다. 민중기 특검이 '서울시장 선거 개입 기소'로 치부를 덮고 영전한다면 이는 후배들에게 보내는 명확한 시그널이 될 것이다. 법조계 타락의 시그널 말이다. 조상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정책보좌관 / 법률사무소 상현 대표변호사 〈strong〉* 가스인라이팅(Gas Enlighting)은 매일신문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칼럼 공간입니다. '가스라이팅'은 1930년대 가스등을 사용하던 시절 파생된 용어입니다. 가스등을 조금씩 어둡게 해 누군가를 통제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가스인라이팅'은 그 반대로 등불을 더 밝게 비춰주자는 뜻입니다.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자주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strong〉 〈strong〉** 외부 기고문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strong〉
2025-12-04 16:59:18
"얘 목단아, 밥 먹어야지!" 말하고나서 나는 아차, 입술을 깨물었다가 실소했구나. 네가 세상을 떠난 걸 그새 잊었구나. 보다시피 매사 흐리마리해졌단다. 낼모레면 여든, 낫살 먹은 게 죄지 어쩌누? 어줍게 눙치고서는 봐라 목단아, 네 밥그릇을 들고 있는 내가 보이느냐? 겅중겅중 뛰어오르듯 나를 반기는 네 모습이 오늘따라 왜 이리 사무칠꼬. 세밑이 가까워져서인가, 나달나달해진 목줄에 내 손목을 걸어보는 것이며 방 소제하다 주운 네 털오리를 금실인 양 건사한 심사는 또 뭐라는 것이냐. 목단아, 다시 말하건대 너는 내 자식이기도 했거니와 세상 둘도 없는 동무였느니. 하긴 내 그런 맘을 진즉에 거니챘으니 그리 무람없이 굴었을 테지. 네가 없고 보니 내 속엣것을 주워섬기기가 부질없다. 미상불 궂은비라도 내려 내 입에서 타령조의 언사가 주저리주저리 나올작시면 영특한 넌, 그게 내 배에서 나온 아이를 이르는 말이라는 걸 알았을 터. 태무심하게 지내다 명절이면 지전 몇 장이 든 봉투를 쥐어주곤 휭하니 돌아서던 아이. 내가 그 아이 얘기를 되풀이할라치면 너는 마뜩잖은 눈으로 희번덕거리다 외면하지 않았더냐. 아슬아슬 실오라기 모양 이어지던 소식마저 끊긴 지 수년째. 의지가지없이 시간의 말뚝에 매여 빙빙 돌던 와중에 너를 만난 것도 내 분복이렷다. 목단아, 내가 그날 너를 거두지 않았다면 엄동설한에 너는 네 몸을 상자처럼 구겨 떠날 요량이었을는지. 손수레에 너를 태우고 돌아오던 저녁에 본 송이눈이 마치 목화꽃 같았다는 말을 지금에야 하는구나. 폐지 판 돈과 나라에서 보태주는 돈이랬자 빤하다만 나는 기꺼이 내 섭생에 너의 명줄을 보탰으니 내가 밟아 온 이력 중 그보다 장한 일이 또 어디 있을꼬. 그랬다만, 인제야 실토하거니와 손수레 한쪽에 너를 태우고 골목을 걸을 때나 네가 눈 변을 치울 때의 내 마음에 대해선 차마 말하지 못했구나. 어린것을 목말 태우고 조심스레 걷던 지아비 얘기는 둘째치고 부드러운 휴지로 네 엉덩이를 닦다가 그만 울컥해져선 휴지 한 장을 또 꺼내던 그 마음을 네가 어찌 알겠느냐. 한손으로 네 엉덩이를, 또 한손으론 내 눈가를 닦았더니라. 내 새끼, 몽글몽글 냄새가 호박죽보다 달던 내 새끼가 눈 황금빛 똥이 어찌 그리도 눈에 밟히던지. 장성한 내 새끼, 지금은 어디서 밥을 굶고 있진 않는지…. 목단아, 그런 내 마음을 안다는 듯 너는 지린내 나는 내 손을, 먼지에 찌든 내 얼굴을 핥아주지 않았더냐. 그런 너를 잃은 내 마음 나도 모를레라. 인제 나는 빈 상자가 된 것만 같구나. 사람들이 나더러 독거노인이라고 할 적마다 아니라고, 살뜰히 섬기는 아이 하나 있다고 했는데 그예 허사가 되었구나. 마냥 느꺼워지는 이 내 가슴을 목단아, 하염없이 네 이름을 부르며 식히려는구나.
2025-12-04 15:50:38
장경태를 '성범죄자'로 부르는 게 맞을까 [가스인라이팅]
많은 민주당원은 지금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원칙과 신념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수사 단계인 만큼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성범죄자라고 불러선 안 되지만 좀 헷갈리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의 '과거' 때문이다. 성 관련 사건에선 억울한 사례가 적지 않게 발생한다. 그런데도 한국 사회는 피해자 측 진술을 광범위하게 인정하는 이른바 '피해자 중심주의'를 꾸준히 강화해 왔다. 성범죄 특성상 증거를 확보하는 게 어렵다는 이유였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억울하게 성범죄자로 몰리는 사례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피해자 중심주의를 가장 강조했던 건 다름 아닌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었다. "성범죄는 가해자에게 어떤 의도가 있었느냐가 아니라 피해자가 어떻게 느꼈는지가 중요하다"는 게 피해자 중심주의 도입의 기초 개념이었는데 선두엔 박 전 시장이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박 전 시장은 2020년 성 비위 의혹이 터지자 극단 선택을 했다. 그쯤 더불어민주당엔 박 전 시장 유지를 이어 받을만한 페미니스트가 탄생했는데 그게 바로 장 의원이었다. 2020년 초선이 된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제게 페미니스트 라는 건 과분한 칭찬"이라고 할 정도였다. 장 의원은 박 시장이 극단 선택을 했을 때 남긴 글만 봐도 그가 박 전 시장의 유지를 잇는 사람이라는 걸 부인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장 의원은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눈물이 쏟아진다. 터진 것 같다. 울고 싶어도 울 수 없었던 날들이 참 길었다. 누구에게도 기댈 수 없었던 시간들, 혼자서 감당해야 했던 시간들이다. 가슴이 터질 것 같다"고 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활동하며 2차 가해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이나 성범죄 피해자 신원·사생활 공개를 금지하는 법안 발의에도 참여하는 등 민주당 내에서 박 전 시장의 페미니스트 완장을 물려받은 장 의원 주가는 계속 올랐다. 그런데 사회에선 반대로 가짜 미투와 억울한 무고 사례가 수면 위에 오르자 성범죄 무고 처벌을 강화하자는 여론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가 페이스북에 '무고죄 강화'를 올리며 대선 공약이 되기에 이르렀다. 장 의원은 또 나섰다. 당선 이후 윤석열 정부가 무고죄 강화를 추진하려고 하자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던 사람이 바로 장 의원이었다. 장 의원은 "성 관련 범죄에 대해 무고죄 운운하는 건 꽃뱀론이 깔려 있는 것 아닌가. 저급한 의식"이라고 하며 결사반대를 외칠 정도였다. 그는 박 전 시장 유지를 가장 잘 이어 받은 최강의 페미니스트였다. 그러던 그가 얼마 전 성추행 의혹으로 피의자가 됐다. 인터넷에선 벌써 장 의원을 '성범죄자'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다. 대부분 '반대 진영' 사람들이다. 이건 한참 잘못됐다. 장 의원이 정치 활동 내내 일관되게 주장한 성범죄 정책에 동의하고 지지를 보냈던 '같은 진영' 사람이 되레 그를 성범죄자로 불러야 맞기 때문이다. 박 전 시장의 생전 주장에 동의하고 지지를 보냈던 같은 진영 사람들 역시 그를 성범죄자로 부르는 것이 박 전 시장 유지를 잇는 고인 존중일 것이다. 물론 장 의원이 자기 과거 행보와 달리 고소인 신분을 '비서관'이라고 노출하는가 하면 성추행 의혹 현장에 있던 그의 전 남자친구 소속과 직업을 밝히기까지 했지만 말이다. 존중이란 건 때론 낯 뜨거워도 생색을 좀 내야 하는 것이니까. 문성호 전 개혁신당 대변인 〈strong〉* 가스인라이팅(Gas Enlighting)은 매일신문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칼럼 공간입니다. '가스라이팅'은 1930년대 가스등을 사용하던 시절 파생된 용어입니다. 가스등을 조금씩 어둡게 해 누군가를 통제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가스인라이팅'은 그 반대로 등불을 더 밝게 비춰주자는 뜻입니다.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자주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strong〉 〈strong〉** 외부 기고문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strong〉
2025-12-04 14:46:26
[사설] 추경호 구속영장 기각, 밑천 드러난 억지 '내란 몰이'
서울중앙지법 이정재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3일 새벽 내란(內亂)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혐의와 법리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면밀하고 충실한 법정 공방을 거친 뒤 그에 합당한 판단 및 처벌을 하도록 함이 타당하다"는 기각 사유이다. 한마디로 범죄 혐의 소명(疏明)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뜻이다. 그동안 조은석 내란 특검은 12·3 계엄 당일 추 전 대표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계엄 협조 요청을 받고, 국민의힘 의원들의 계엄 해제 요구 표결을 방해하기 위해 의원총회 장소를 세 차례 변경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이 추 전 대표와 2분 5초간 통화에서 "비상계엄(非常戒嚴)이 보안을 요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리 알려 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대국민 담화문과 같은 취지로 계엄 선포 이유를 설명한 것이 내란 가담(加擔)이라고 주장했다. 양측이 정치적 입장을 같이한다는 것이 그 증거였다. 하지만 오히려 윤 전 대통령과 추 전 대표의 통화 내용은 추 전 대표가 '비상계엄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증거이다. 정치적 입장을 같이하면 내란 가담이라는 특검의 주장은 궁예의 관심법(觀心法) 수준의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또 더불어민주당이 얼마든지 독자적으로 계엄 해제 표결이 가능한 상황에서 국힘의 의원총회 장소 변경이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했다는 주장 역시 억지스럽다. 표결권을 방해받은 국힘 의원도 나타나지 않았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이와 관련, "내란 청산을 방해하는 제2의 내란이자 사법 쿠데타"라며 내란전담재판부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내란 특검의 부실 수사나 무리한 영장 청구에 대한 비판 대신 사법부(司法府)로 화살을 돌린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명한 내란 특검이 민주당을 도와 국힘을 위헌 정당으로 엮으려는 정치적 판단에 급급해 뚜렷한 증거 없이 무리하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일부 법조계의 분석이 설득력(說得力)을 얻는 이유이다.
2025-12-04 05:00:00
[사설] TK신공항 국비 반영 불발, 정부·여당 약속 어디 갔나
대구경북(TK)신공항 건설에 필요한 초기 사업비(공공자금관리기금 융자 및 금융 이자 지원)가 내년도 정부 예산에 반영되지 못했다. 사실상 2030년 신공항 개항(開港)이 불가능하게 됐다. 신공항 건설과 연동된 경북도의 배후(背後) 신도시·물류 인프라 조성 사업도 차질을 빚게 됐다. 여야가 합의한 내년도 정부 예산에 TK신공항 사업비 2천882억원이 포함되지 않았다. 대구시가 토지 보상비 등 사업 초기 비용 마련을 위해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 2천795억원 융자(融資)와 금융비용 87억원 지원을 요청했지만, 정부와 국회는 이를 외면했다. 이에 따라 토지 보상과 기본설계 등을 진행할 수 없어 사업 일정은 1년 이상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회가 부대 의견(附帶意見)을 통해 '향후 예산 반영의 필요성'을 명시해 국비 확보 여지는 남겼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가 없으면, 공자기금 지원을 반대하는 기획재정부의 벽을 넘기는 쉽지 않다. 대구경북민들의 실망은 크다. 이 대통령, 김민석 국무총리,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입을 맞춘 듯이 신공항 지원을 약속했는데, 예산에 한 푼도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대구 타운홀미팅에서 "정부 지원을 실현 가능하도록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고, 김 총리도 "대구시가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면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정 대표는 대구시가 요청한 공자기금과 금융비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구체적으로 언급(言及)했다. 그러나 정부 예산안은 물론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말 그대로 '검토'만 하고 그만둔 것인가. 군 공항(K2공군기지) 이전을 포함한 TK신공항 사업은 단순한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이나 지역 민원(民願) 사업이 아니다. 이는 도심에 있는 공군 시설을 안전한 곳으로 옮겨 군 전력을 높이는 국가 안보 사업이다. 정부·여당은 11조원 넘는 군 공항 이전 사업비를 대구시가 부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대통령, 총리, 여당 대표의 약속이 공약(空約)에 그쳐서는 안 된다.
2025-12-04 05:00:00
[사설] 15분기 만에 최고 성장률, 성장세 지속은 여전히 불투명
올해 3분기 한국 경제가 1.3% 성장했다. 2021년 4분기(1.6%) 이후 15분기 만에 최고치다. 한국은행은 4분기 성장률이 -0.4% 이상이면 연간 성장률 1%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는데, 한은의 4분기 전망치는 0.2%였다. 만족스러운 수치는 아니지만 0%대를 탈피해 U자형 반등(反騰)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1분기 마이너스로 시작했는데 2, 3분기에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승용차·통신기기 등 재화와 음식점·의료 등 서비스 소비가 모두 증가하면서 민간 소비가 1.3% 늘었다. 반도체·자동차의 활약으로 수출도 2.1% 증가했고, 정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집행으로 건설투자도 0.6% 늘었다. 그런데 속내를 들여다보면 내년 전망은 그다지 낙관적일 수 없다. 토목 부문 투자 확대로 6분기 만에 건설투자가 역성장에서 벗어났지만 건설 경기 불황은 여전히 심각하다. 주요 시중은행의 건설업 부실 대출 비율은 걱정스럽다. 5대 은행이 건설업에 빌려준 돈 28조6천억여원 중 고정이하여신(固定以下與信)이 4천166억원(1.46%)이다. 고정이하여신은 3개월 이상 원리금 상환이 연체된 부실 채권이다. 모든 업종의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0.5% 이하다. 특히 제조업에 비해 건설업은 4배나 높다. 위기 경고등이 켜진 지 오래됐지만 지방 미분양 누적과 부동산 규제 강화 탓에 건설투자 회복 속도가 매우 느릴 것으로 한은은 내다봤다. 수출 효자인 자동차도 불안하다. 올해 수출 대수가 5년 만에 감소하고, 관세 국면 장기화로 내년에도 감소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신차 기준 수출 대수 감소는 코로나19가 발발한 2020년 이후 처음이다. 미국 수출만 올 들어 10월까지 10만 대가량 줄었다. 관세 타격과 미국의 수요 둔화(鈍化)로 내년 수출 감소 폭은 더 커질 수 있다. 소비 회복이라지만 환율 탓에 치솟는 물가가 걱정이다. 소비자물가는 두 달 연속 2% 중반대 오름세이고, 생활물가지수는 3%대를 위협한다. 그런데도 부동산은 규제 일색이고, 물가는 환율만 탓한다. 물가 상승과 소비 회복을 착각하면 엉뚱한 대책만 나온다.
2025-12-04 05:00:00
[관풍루] 이재명 대통령, 외신 기자회견에서 "(야당과)대화를 해보면 '저게 말이 되는 소리야?'라는 생각이 든다"고 언급.
○…이재명 대통령, 외신 기자회견에서 "(야당과)대화를 해보면 '저게 말이 되는 소리야?'라는 생각이 든다"고 언급. 국민 중에는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말이 '저게 말이 되는 소리야?'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 많을 것.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계엄을 미리 예방하지 못한 점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며 "국민들이 그만 됐다고 할 때까지 사과해야 한다"고 말해. 사과 반대하는 국민도 있을텐데 그들은 '비(非)국민'? ○…조희대 대법원장, 이 대통령 면전에서 "사법제도는 충분한 논의와 공론화 과정을 거쳐 신중하게 (개편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발언. 우이독경(牛耳讀經)에 마이동풍(馬耳東風)이 아닐지….
2025-12-04 05:00:00
[날씨] 12월 4일(목) "대체로 구름 많고, 지역에 따라 눈 오는 곳 있겠음"
2025-12-03 19:07:38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24>친어머니 사당을 지키는 아들 영조
'영조대왕 어진'은 원본을 옆에 두고 보면서 그대로 옮겨 그린 이모본이다. 근대기 대가인 조석진, 채용신 등이 참여해 1900년 모사했다. 원본은 육이오동란 때 부산으로 피난시켰던 왕실 유물을 보관한 창고가 불타면서 소실됐다. 화재 흔적이 약간 남았으나 다행히 보존된 소중한 어진이다. 18세기, 그리고 20세기 어진화사의 초상화 실력을 충분히 짐작하게 해주는 명작이다. 영조의 51세 때 모습으로 원본은 1744년 장경주, 김두량, 조창희 등이 그렸다. 세 화가 중김두량은 영조가 각별히 총애한 화원이다. 영조는 김두량의 그림에 직접 제화를 남겼고 남리(南里)라는 호도 하사했다. 익선관에 홍룡포인 왕의 평상시 정복 차림인데 반신상인 점, 정면을 바라보는 보통의 초상화와 달리 시선을 아래로 향한 다소곳한 모습인 점은 영조의 생모 숙빈 최씨의 사당에 봉안되었던 어진이기 때문이다. 즉위 후 영조는 종묘에 들어가지 못한 친어머니의 신위를 모시고 제사 지내기 위한 건물인 육상궁(지금의 칠궁)을 따로 지었다. 이곳의 냉천정에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어머니의 사당을 지키는 아들의 모습으로 자신의 초상화를 걸어뒀다. 이 이모본을 그리게 된 것은 역대 임금의 어진을 모셔둔 경운궁(지금의 덕수궁) 선원전에 1900년 화재가 발생해 어진 7점이 몽땅 불타버렸기 때문이다. 소실된 어진을 다시 모시기 위해 영정모사도감이 설치됐고 영조의 경우는 육상궁본을 원본으로 삼았다. 육상궁본은 제작되었을 당시부터 배관한 대신들이 핍진(逼眞)함을 감탄했다고 '승정원일기'에 기록되었던 점이 참작됐을 것 같다. 기록에 영조는 옥색(玉色), 곧 얼굴빛이 붉고 윤기가 있어 '홍윤(紅潤)'하다고 나오는데 초상화에도 그 점이 강조됐다. 용포의 붉은 색이 맑으면서도 깊이가 있으며 자세히 보면 칠보 문도 섬세하게 묘사했다. 옷주름은 윤곽선을 긋는 대신 음영으로 자연스럽게 입체감을 줬다. 왕을 상징하는 용보(龍補)는 용포와 같은 재질의 비단에 오조룡을 금사로 수놓은 금사오조룡원보(金絲五爪龍圓補)다.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지다는 천원지방(天圓地方)의 전통적인 세계관에 따라 신하들의 사각 흉배와 달리 왕과 왕비, 왕세자와 왕세자빈의 용보는 둥글었다. 화면의 표제(標題) "영조대왕어진(英祖大王御眞) 광무사년(光武四年) 경자이모(庚子移摸)"는 고종이 직접 썼다. 고종은 영조의 고손자인 효명세자의 양자로 입적돼 왕위를 계승했으므로 영조는 고종에게 5대조가 된다. '영조대왕 어진'이 그려진 1900년, 광무 4년은 대한제국이 선포되고 고종이 황제가 된 지 4년째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채용신이 그린 '고종어진'을 보면 황제의 색인 누른색의 황룡포를 입었으나 군주의 상징인 용보는 '영조대왕 어진'에 비하면 턱없이 초라해 당시 국운의 쇠퇴가 여기에서도 드러나는 듯하다. 대구의 미술사 연구자
2025-12-03 11:54:11
[밝은 눈 클리닉] 백내장 인공수정체 선택을 잘 하려면
우리 눈은 카메라의 렌즈와 같은 역할을 하는 수정체를 통해 들어온 빛이 망막에 정확히 맺히면서 선명한 상을 보게 된다. 그러나 나이가 들거나 특정 질환, 약물 사용 등으로 수정체가 혼탁해지면 빛이 제대로 통과하지 못해 시야가 흐려지는데, 이를 '백내장'이라 부른다. 백내장 초기에는 특별한 불편감이 없을 수 있고, 백내장이 진단되더라도 곧장 수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안약을 사용하면서 주기적인 경과를 관찰하다 시야가 흐려지고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증가하면 수술을 결정하게 된다. 일부 안약이 백내장의 진행을 늦춘다는 연구 보고가 있으나, 현재까지 의학적으로 백내장의 진행을 완전히 막거나 수정체의 혼탁을 되돌리는 효과가 입증된 약물은 없다. 따라서 약물치료는 근본적인 치료는 아니며, 결국 백내장은 진행되면 수술을 하는 것이 유일하게 검증된 치료법이다. 백내장 수술은 각막에 작은 절개창을 만든 뒤 초음파를 이용해 혼탁한 수정체를 잘게 부수어 제거하고, 남겨진 수정체 주머니 안에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최신 수술법은 절개 부위가 매우 작아 봉합이 필요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수술 직후에도 일상생활이 가능할 만큼 회복이 빠르다. 다만 일정 기간은 안약 치료와 회복에 주의가 필요하다. 삽입되는 인공수정체의 종류는 환자의 생활 방식과 눈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단초점 렌즈는 대개 원거리에 초점을 맞추어 선명도가 높고 안정적이며 건강보험 적용이 되어 비용이 적게 든다. 하지만 컴퓨터, 식탁 위 음식과 같은 약 60~80cm의 중간 거리가 흐릿하게 보여 일상생활에서 안경 착용이 필요할 수 있고, 독서 등 가까운 글씨를 볼 때는 돋보기가 필요하다. 다초점 렌즈는 근거리와 중간 거리까지 볼 수 있어 안경 의존도를 크게 줄일 수 있으나, 야간에 빛 번짐이나 눈부심이 생길 수 있고, 다초점 방식에 뇌가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연속 초점 렌즈는 원거리에서 중간거리까지 초점이 부드럽게 이어져 시야가 끊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느껴지고 다초점보다 빛 번짐이 줄어든 것이 특징이지만 아주 작은 글씨같은 근거리에는 다소 한계가 있다. 최근에는 단초점 렌즈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도 일부 기능을 보완한 프리미엄 단초점 렌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데, 이런 렌즈들은 중간 거리 시력을 일부 개선해 컴퓨터 작업이나 실내 활동에 유리하며, 빛번짐을 최소화해 야간 시력의 질을 높인다. 망막 질환이 있거나 다초점 렌즈 사용이 어려운 환자에게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어떤 인공수정체가 나에게 가장 좋을까? 비싼 렌즈, 최신 렌즈라도 나에게는 최적의 렌즈가 아닐 수 있다. 인공수정체를 잘 선택하려면 우선 본인 눈의 각막, 망막, 시신경의 상태를 정확히 진단받고, 눈 상태에 맞지 않는 인공수정체는 절대 선택하면 안 된다. 백내장 수술 후에 본인에게 가장 중요한 직업 활동, 일상생활 동작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렌즈를 선택해야 한다. 수술 주치의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각 인공수정체의 특성과 장단점을 이해하고 본인에게 꼭 필요한 초점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렌즈로 수술받는 것이 좋다. 특히 야간 운전을 많이 하는 분들은 다초점 렌즈 선택 시 주의가 필요하다. 인공수정체 선택은 수술 후 시력과 시야를 확보하는데 아주 중요한 과정이지만, 너무 많은 정보가 있고 글을 읽어봐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혼자서 고민하기 보다는 안과전문의의 진찰과 진료를 통해 현명한 선택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길 바란다. 김명준 대구 보라빛안과 대표원장
2025-12-03 06:30:00
[세풍-서명수] 12.3 비상계엄 1주년이 축제 날인가
더불어민주당의 횡포에 맞선 자위 수단이라며 꺼내 든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은 자폭·자충수였다. 반면 12개 혐의로 5개 재판을 받고 있던 이재명 대통령에게는 기사회생의 축포였다. 6시간 비상계엄 사태는 정치생명이 끝날 위기에 직면하고 있던 이 대통령에게 정치적 활로를 활짝 열어 줬다. 계엄 1주년을 맞이하여 이 대통령은 '특별 담화'를 발표하고 외신기자들만 대상으로 한 기자회견을 이례적으로 연다. 그리고 5부 요인을 초청, 오찬도 한다. 민주당을 비롯한 여권도 비상계엄을 자축(?)하듯 성대한 잔치를 벌이기로 했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 등 여권이 비상계엄 1주년을 자신들의 진영(陣營) 축제로 성대하게 기념하려는 이유가 충분히 이해된다. 국회의장이 주도하는 '그날 12·3 다크투어' 민주당의 시민 대행진 행사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골자로 한 내란특별법 졸속 처리에 나선 것도 비상계엄 1주년 자축 퍼포먼스로 읽힌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계엄 당시 자신이 국회 울타리를 넘는 장면을 표지로 한 회고록을 출간한 데 이어 3~5일 '다크투어'를 직접 이끌면서 계엄군 헬기가 착륙한 곳과 계엄군이 진입한 국회의사당을 안내하겠다고 한다. 여권의 이런 퍼포먼스는 '대장동 1심 항소 포기'와 이 대통령의 대북 송금 사건 재판 개입 논란 및 민주당 장경태 의원의 성추행 논란 등으로 뒤숭숭해진 민심을 내란 몰이 재점화를 통해 반전시키려는 꼼수이다. 계엄이 없었다면 이런 볼썽사나운 축제는커녕 이 대통령과 민주당은 몰락의 길로 갔을 것이다. 조기 대선은 고사하고 중단된 5개 재판은 계속 진행됐을 것이다.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으로 서울고법에 계류 중인 공직선거법위반 사건 파기환송심 결과에 따라 이 대통령의 정치생명은 대선 즈음에 끝났을 가능성이 유력하다. 지난 5월 뉴욕타임스는 "비상계엄의 가장 큰 정치적 수혜자는 이재명이었다"며 그가 한국 국민의 민주주의적 불안을 흡수, 강력한 대중 지지를 얻어 조기 대선에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고 분석했다. 비상계엄이 사법 리스크에 처해 있던 이재명을 민주주의 수호의 상징으로 만들었고, 민주당 주도로 윤 전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 내면서 대통령이 될 기회가 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뉴욕타임스는 이 대통령이 여러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음을 짚으면서 이것이 "정치적 양극화를 상징하는 요소이자 임기 중 지속적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경고도 빠뜨리지 않았다. 비상계엄 1주년, 우리 사회는 비상계엄 이전보다 더 악화된 민주주의의 위기를 목도하고 있다. 입법권을 장악한 민주당이 행정부를 접수한 뒤 사법부마저 위협·유린하면서 '삼권분립'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은 형해화(形骸化)됐다. 국민이 바라던 민주주의 회복이 민주당 일방 독주와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 면탈을 위한 사법부 해체는 아니지 않은가? 178회에 이르는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와 총리와 부총리 등 국무위원·감사원장·검찰총장 등에 대한 줄탄핵 사태, 특검 법안 남발 등으로 국정을 마비시키려던 사실상의 내란 상황에서 무엇이 달라졌는가. 지금이라도 이 대통령과 여당은 비상계엄에 이르기까지 진행된 줄탄핵 등 국정 혼란을 이끈 정치 공세에 대해 사과하고 국정 주도 세력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반성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비상계엄 1주년은 '당신들의 축제'가 아니라 미성숙한 한국 민주주의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diderot@naver.com
2025-12-03 05:00:00
[사설] 인권위의 특검 파견 경찰관 고발, 검찰은 인권침해 철저히 수사하라
국가인권위원회가 양평군청 공무원 사망 사건과 관련, 김건희 특검 파견 경찰관 1명을 고발(告發)하고, 나머지 경찰관 3명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또 사망 공무원의 유서를 적기에 유족에게 제공하지 않은 양평경찰서 경찰관들에 대해서도 헌법에서 보장한 유족의 가족 사생활 통제권을 침해(侵害)했다고 판단했다. 유족 동의 없이 부검을 실시한 경찰관에 대해서는 교육을 실시하라고 경찰에 권고했다. 이 같은 조치들은 김건희 특검의 수사와 사망 공무원 사건 조사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인권(人權) 유린과 침해가 벌어졌는지를 짐작게 한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지난달 27일 사망 공무원을 조사한 경찰관 4명에 대해 "자체 감찰 결과 허위 진술 강요 등을 발견하지 못했고, 강압적인 언행도 단정하기 어렵다"고 셀프 면죄부(免罪符)를 주었다. 또 김건희 특검은 종교 단체 통일교에서 국민의힘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정치인에게도 '쪼개기 후원'을 한 것이 밝혀졌는데도 국민의힘에 준 돈만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기소했을 뿐, 민주당 후원금은 제외했던 것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명백히 편파적인 행태다. 이 때문에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사건 등을 수사한다는 명목으로 출범한 각종 특검이 증거를 바탕으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정파적(政派的) '짜맞추기' 수사를 억지스럽게 진행해 왔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자연스럽다. 이에 따라 '12·3 비상계엄=내란'이라는 프레임도 설득력을 잃어 가고 있는 양상이다. 이를 의식한 듯 민주당의 입법 폭주(暴走)는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1일 민주당은 심각한 위헌(違憲) 논란이 제기된 내란특별법(특별재판부·특별영장전담법관 도입) 및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법 왜곡죄(형법 개정안) 등을 국회 법사위 법안소위에서 강행 통과시켰다. 사법부를 압박 또는 직접 장악해 '마음대로' 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헌법이 규정한 삼권분립과 법치주의를 파괴하는 독재적(獨裁的) 행태에 대해서는 국민적 저항과 심판이 따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2025-12-03 05:00:00
[사설] 비상계엄 사태 1년, 기승부리는 집권 세력의 '내란 몰이'
비상계엄 사태 1년을 맞았지만, 대한민국은 정치적 내전(內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계엄 해제와 대통령 탄핵을 거쳐 절차적으로 종식됐고, 사법적 판단만 남았다. 그러나 계엄 사태를 둘러싼 지속적인 정치 공방과 '내란 몰이'는 국론(國論)을 분열시키고, 민주주의 기반을 훼손할 정도로 심각하다. 헌법재판소는 윤 전 대통령을 파면하면서, 비상계엄을 위헌·위법하다고 판단함과 동시에 정치가 실종된 국회도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국회는 당파의 이익이 아닌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소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탄핵안 남발, 입법 독주(獨走)로 정치를 극단으로 몰고 간 당시 거대 야당(더불어민주당)을 향한 경고이기도 했다. 헌재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정치는 국민의 이익보다 당파(黨派)의 이익에 함몰돼 있다. 국민의힘은 여전히 '탄핵의 늪'에 빠진 채 당 혁신을 이뤄 내지 못하고 지리멸렬(支離滅裂)하다. 민주당은 여당이 된 뒤에도 국민의힘을 '내란 정당'으로 내몰며, 국회를 독점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민주당은 '3대 특검'이 막바지에 이른 시점에 '2차 종합 특검' 카드를 꺼냈다.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 특검 수사로 '내란 몰이' 정국을 이어 가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정부는 내란에 협조한 공직자를 색출하겠다며 TF도 가동했다. 이런 와중에 이재명 대통령은 "곳곳에 숨겨진 내란의 어둠을 온전히 밝혀내서 진정으로 정의로운 국민 통합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3일 열릴 '12·3 내란·외환 청산과 종식, 시민 대행진'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헌재와 법원 그 어느 곳도 아직 '내란' 여부를 판단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정부·여당은 '내란'을 기정사실(旣定事實)로 여기며, 헌법에 명시된 '무죄추정의원칙'을 거스르고 있다. 계엄 사태는 민주주의에 대한 성찰의 대상이지, 특정 정파의 이익 수단이 아니다. 계엄 사태 1년, 이제는 국민 통합·민생의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
2025-12-03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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