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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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선관위 특검, 한 점 부정선거 의혹도 남지 않도록 밝혀야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각종 선관위 의혹을 수사하는 이태한 특별검사팀(이하 특검)이 중앙선관위와 지방 선거관리위원회 등 총 9곳을 압수수색(押收搜索)했다. 특검은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투표 통계 조작 의혹, 선관위 직원 외유성 출장, 부정 채용 및 승진 특혜, 수의계약 특혜 의혹 등 12개 의혹을 수사한다. 6·3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은 투표용지가 모자라 발을 구르고 참정권을 행사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여러 곳에서 나타난 쌍둥이 득표는 납득(納得)하기 어렵고, 투표 통계 조작 정황은 투·개표 조작이 얼마든지 가능함을 보여준 중대한 사건이다. 이번 특검은 단순히 선관위의 부실과 비리를 파헤치는 수준을 넘어, 무너진 선거 관리 시스템을 바로잡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선관위는 각종 부정선거 의혹과 직원 채용 편법 등으로 비판을 받아왔지만, 성역처럼 군림(君臨)해 왔다. 내부 견제 장치는 작동하지 않았고, 외부 감사나 수사 시도는 정치적 중립성과 헌법상 선관위 독립성을 핑계로 피해 왔다. 특검팀은 정치적 외압이나 진영 논리에 단 한 치도 흔들려서는 안 된다. 서버 데이터와 내부 자료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투표용지 부족과 통계 조작 배경에 어떤 배후(背後)나 묵인, 공모가 있었는지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야 한다. 현재 한국에는 부정선거를 의심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 특검의 수사 과정에 미흡한 점이 있거나 의혹이 남는다면 특검이 어떤 수사 결과를 내놓더라도 부정선거를 의심하는 사람들은 수긍(首肯)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 부정선거가 아니더라도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부정선거 의혹 자체가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특검은 현재까지 드러난 선거 관리 부실과 투표 통계 조작은 물론이고, '부정선거 의혹'까지 일소(一掃)해야 할 사명이 있다. 단순히 "수사 결과, 부정선거는 없었다"는 설명으로는 부족하다. 부정선거와 관련해 현재 제기되어 있는 모든 '질문'과 '의혹'에 대해 실체적 입증으로 답할 수 있어야 한다.

    2026-09-18 05:00:00

  • [사설] 미 금리 4% 시대, 고유가·강달러·고금리 삼중 압박 커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연 3.75~4.00%로 0.25%p(포인트) 올렸다. 2023년 7월 이후 3년 2개월 만의 인상이다. 연말까지 한 차례 이상 추가 금리 인상도 예상되는 등 미국이 긴축(緊縮)으로 방향을 틀면서 한국 경제에 고유가·강달러·고금리의 삼중 압박이 본격화하고 있다. 연준을 움직인 것은 물가(物價)다.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금리 인하를 요구했지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만장일치로 인상을 결정한 이유는 물가 불안이다. 한국 상황은 더 복잡하다. 물가뿐 아니라 한·미 금리차가 1%p로 벌어졌고 원·달러 환율은 1천370원대로 올라섰다. 강달러와 고유가는 원화 약세와 수입물가 상승을 거쳐 국내 물가를 자극한다. 한국은행의 선택지는 넓지 않다. 2분기 말 가계신용은 2천조원을 훌쩍 넘겼는데, 수도권 일부 집값과 가계대출은 다시 불안하다. 물가, 환율, 부동산 불안은 금리를 더 올리라는 신호이지만 취약차주, 자영업자, 내수 기업 부담이 걱정이다. 금리를 올려도, 묶어둬도 위태로운 구조다. 재정과 통화정책의 충돌 가능성은 우려스럽다. 정부는 내년 총지출을 올해 본예산보다 12.8% 늘어난 820조9천억원으로 편성한 반면 한은은 물가와 가계부채, 부동산 불안을 이유로 7·8월 두 달 연속 금리를 올렸다. 경기 진작(振作)을 위해 돈을 풀겠다지만 물가 불안은 누가 책임질 수 있나. 물론 재정 확대와 긴축의 이분법으로 바라볼 문제는 아니다. 어디에, 어떻게 돈을 쓸지에 대한 정책 정밀도가 중요하다. 연준의 금리 인상 역시 한국도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신호가 아니다. 고유가와 강달러, 2천조원이 넘는 가계부채가 동시에 충돌하는 상황에서 통화정책만으로 경제를 지킬 수 없다는 경고다. 한은이 물가 잡기에 안간힘을 써도 정부가 경기·민생 지원을 이유로 확장 재정을 밀어붙이면 국민은 더 높은 물가와 더 높은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고유가·강달러·고금리의 삼중 압박 앞에서 당국이 서로의 정책 효과를 상쇄(相殺)하는 일만큼은 피해야 한다.

    2026-09-18 05:00:00

  • [사설] SOC 예타 기준 상향, 이번 국회에선 매듭지어라

    지방의 숙원(宿願)인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예비타당성조사(예타) 기준 상향이 이번 정기국회에선 결실을 맺어야 한다. 여야가 예타 대상 총사업비 기준을 현행 500억원에서 1천억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1999년 이후 그대로인 기준을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는 데 공감한 것이다. 그동안 국가 경제 규모는 커졌다. 물가와 건설비도 크게 올랐다. 그런데 예타 잣대만 과거에 머물러 있다. 특히 경제성 중심의 평가 방식은 인구와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비수도권에 불리하다. 지방은 인구가 적어 경제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SOC 투자가 막히면 인구 감소의 악순환이 이어진다. 정치권은 지방 소멸(消滅)을 막겠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지방 인프라 투자의 높은 문턱을 방치하고 있다. 앞뒤가 맞지 않다. 여야는 3년 전에도 예타 기준 상향에 뜻을 모았다. 하지만 '지역구 선심성(善心性) SOC 사업 남발 우려'란 비판에 갇혀 법안 처리를 포기했다. 물론 기준 상향이 SOC 사업의 무분별한 추진으로 이어지면 안 된다. 그러나 낡은 기준을 붙들고 있는다고 해서 포퓰리즘을 막을 순 없다. '운용의 묘'를 살리면 된다. 예타 대상 기준은 현실화하되, 사업 선정의 투명성·재원 조달 능력·사후평가와 책임을 엄격히 하면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다. 지방에 도로와 항만을 건설하는 것을 '선심성'으로 매도하는 것은 수도권주의자들의 왜곡(歪曲)된 시각이다. 지방은 수도권과 출발선이 다르다. 수도권은 기업과 인구가 몰리면서, 교통망과 산업 기반시설이 계속 확충된다. 반면 지방은 도로 하나 만들려면 몇 년씩 예타 문턱을 넘나들면서 속을 태우거나 좌절한다. 이 과정에서 지방의 투자·정주(定住) 여건은 악화되고, 인구 유출은 가속화된다. 이를 그대로 둔 채 국가균형발전을 말하는 것은 공허하다. 여야는 예타 기준 상향이 민생(民生)과 직결된다고 판단했다. 이번 정기국회에선 관련 법안을 신속히 심사해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 지방은 정치권의 생각보다 더 절박하다.

    2026-09-18 05:00:00

  • [관풍루] 어릴 땐 입시, 나이 들면 병원비…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4년 국민이전계정'에 나타난 '평생 적자'에 갇힌 한국인의 삶

    ○…어릴 땐 입시, 나이 들면 병원비…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4년 국민이전계정'에 나타난 '평생 적자'에 갇힌 한국인의 삶. 정부와 사회는 '입시 적자'와 '질병 적자'라는 이중고를 해소할 근본적인 구조 개혁에 나서야. ○…이식 대기 중 숨지는 환자 매일 8.6명. 고령화와 만성 질환의 증가로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가 늘어나기 때문이라는데. 누군가의 삶의 끝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삶의 시작이 될 수도. ○…국회 법제사법위,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채택하자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 항의하며 퇴장.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 나락 가겠네.

    2026-09-18 05:00:00

  • [캐나다에 비춰 본 한국] 사회는 나에게… '피터팬 아빠'가 남긴 질문

    [캐나다에 비춰 본 한국] 사회는 나에게… '피터팬 아빠'가 남긴 질문

    '피터팬 아빠' 전경철 작가가 지난 5일 세상을 떠났다. 말기 간암 판정 뒤 그가 가장 다급히 한 일은 중증 자폐가 있는 아들 제원 씨가 자신 없이도 살아갈 곳을 찾는 일이었다. 전국 시설과 복지기관 약 1천 곳을 수소문했지만 받아줄 곳을 찾기 어려웠다. 어렵게 들어간 곳에서도 4시간 만에 돌아와야 했다. 시민들의 도움으로 공동체 마을에서 지낼 길이 열렸지만, 그 과정은 한 아버지가 홀로 감당하기에는 너무 길고 절박했다. 왜 아들의 다음 삶을 마련하는 일까지 온전히 아버지의 몫이어야 했을까. 우리 사회에서는 자녀는 부모가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여긴다. 장애가 있는 자녀라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1천 곳을 찾아다닌 사연 앞에서도 안타까워할 뿐, 왜 그 일을 국가와 사회가 맡지 않았는지는 좀처럼 묻지 않는다. 각자도생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문제의 주어를 가족에서 사회로 옮기는 일 자체가 낯설다. 그러나 민주사회의 구성원이라면 물어야 한다. 부모가 더는 돌볼 수 없을 때, 그 사람의 삶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부모가 홀로 찾지 않게 하는 창구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BC·비씨)주에는 성인 발달장애인 지원을 맡는 '씨엘비씨(CLBC)'가 있다. 2005년 비씨주정부가 설립했다. 지원 대상자로 확인되면 담당자가 연락 창구가 되어 당사자와 가족을 만난다. 어떤 삶을 원하는지, 일상생활에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상황이 얼마나 긴급한지를 살피고 ▷주거 ▷지역사회 활동 ▷취업 ▷행동 지원 등을 함께 계획한다. CLBC가 모든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필요와 우선순위에 따라 예산을 배정하고, 서비스를 맡을 기관이나 인력을 계약해 연결한다. 가족이 신청하고 정보를 제공해야 하지만, 그 다음 과정까지 기관 명단을 들고 혼자 문을 두드리게 하지는 않는다. 지원의 연결과 조정을 맡는 공공 담당자와 창구가 존재한다. 물론 캐나다도 완성된 답은 아니다. 지원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고, 지역과 필요에 따라 적합한 집과 인력이 부족하다. 부모가 계속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우리가 분발할 지점은 보여준다. 부모만으로 감당할 수 없는 삶을 가족의 몫으로 남겨두지 않고, 이를 연결하는 일을 사회의 책임으로 본다는 기준이다. ◆가족을 넘어, 끝까지 닿는 지원 우리나라도 2024년부터 최중증 발달장애인 통합돌봄을 시작했고, 지난 10일 정부는 돌봄 대상과 가족 양육지원 시간, 주말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반갑고 응원할 일이다. 이제는 그 정책이 한 사람의 실제 삶에 닿게 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어느 기관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할 때 공공이 끝까지 연결해야 한다. 며칠 전 만난 한 가족은 "아이가 다 클 때까지 가족만 데리고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지원 필요가 크고 공격적 행동까지 나타나면 부모가 늙은 뒤 갑자기 낯선 삶으로 옮기기 더욱 어렵다는 뜻이었다. 가족의 힘이 다하기 전에 돌봄을 사회와 나눌 준비를 시작하라는 절박한 경고였다. 여러 나라가 지향하는 방향도 대규모 시설을 늘리는 데만 있지 않다. 당사자가 살아갈 작은 집이나 보통의 주거공간에, 필요에 따라 숙련된 인력과 행동·의료 지원이 따라가게 하는 것이다. 비씨주의 '지원 인력 배치형 주거'도 그 한 사례다. 누구에게나 맞는 것은 아니나 사람의 삶에 지원을 맞춘다는 방향은 중요하다. 우리 현실과 지향점 사이의 간극은 크다. 그래서 먼저 기준을 세워야 한다. 부모가 살아 있을 때부터 지역사회 생활을 경험하며 그 사람에게 맞는 집과 지원을 함께 준비하는 것, 기존 서비스로 감당할 수 없다면 공공이 새 방법을 마련하는 데까지 책임을 이어가는 것이다. 피터팬재단과 네버랜드 마을에 더 많은 이들이 함께하기를 바라며 나도 보탤 몫을 찾고 싶다. '사회는 나에게' 무엇이어야 하는가. 피터팬 아빠는 떠났지만 그가 남긴 질문은 여전히 우리 앞에 놓여 있다.

    2026-09-18 00:30:00

  • [백정우의 읽거나 읽히거나] 덕업일치가 뉴노멀이 된 세상에서

    [백정우의 읽거나 읽히거나] 덕업일치가 뉴노멀이 된 세상에서

    며칠 전, 세어 보았다. 올해 몇 권의 책을 읽었는지. 9월 현재, 정확히 여든다섯 권을 읽었더라. 당연히 지금도 서너 권은 읽는 중이고. 그러니까 일주일에 신문 칼럼 한 편을 쓰려면 기본 한 권은 읽어야 하고, 이런저런 이유로 다른 책도 읽다 보니 이런 숫자가 남겨진 것. 주로 처음 읽는 책들이지만, 어떤 건 오래전에 읽었으나 글을 쓰기 위해서 다시 읽기도 했다. 고백하자면, 서점에서도 분량 적은 책에 눈길이 머무는 나쁜 습관도 생겼다. 영화평론가가 되기 전까지의 나는 영화를 좋아했고 사랑했으며 영화를 보면 세상 행복한 사람이었다. (어느 후배는 언젠가 씨네큐브 계단을 헐레벌떡 뛰어 내려오던 내 모습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관람한 영화는 반드시 기록으로 남기면서 언젠가 공식적으로 선보일 기회가 오길 빌고 또 빌었다. 돌이켜보면 내 인생 영화들의 대다수는 이 시기, 그러니까 영화를 순수한 마음으로 좋아했던 시절에 본 것들이다. 그러나 영화평론가라는 타이틀이 붙으면서 어깨에 힘이 들어갔고 눈은 언제나 찌푸린 상태였다. 팔짱 낀 채 거만한 태도로 영화를 재단하면서 자부심과 뿌듯함을 느낀 풋내기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대상 자체를 즐기던 애호가에서 따지기나 하는 나 자신이 몹시 부끄러웠다. '덕업일치'라는 말이 있다. 덕후(광적인 하위문화 폐인을 뜻하는 일본어 '오타쿠'에서 나온 말)의 능력이 일로 연결된다는 뜻이다. 무수한 덕후 중에서도 압권은 '치킨 덕후'다. 대한민국의 웬만한 치킨 마니아는 명함도 못 내미는 사람, 그는 다 먹고 난 치킨 뼈로 닭 한 마리 모습을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공룡 모형처럼 똑같이 뼈를 맞춰낸다고. 이런 능력자를 치킨 업체가 가만 놔둘 리 없다. 내 주위에도 이런 덕후가 있다. 물리학자인데 취미로 시작한 가야금 제작이 상당한 경지에 이른 이가 있고, 클래식 마니아이면서 그림 애호가인 정신과 전문의는 대학원에서 작곡을 전공하더니 학위를 받았다. 혹자는 말한다. 덕력이 스펙인 세상이라고. 모 영화의 카피를 빌리자면 어쩌면 '우리는 모두 한때 덕후였다'. 내가 영화평론가가 된 것도 영화 덕후여서 가능한 일이었고, 북 칼럼 쓰는 것 역시 책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터. 그러고 보니 나도 덕업일치의 유사 모델이다. 내 취향을 고수하면서도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는 일. 독자를 가르치거나 섣불리 권하기보다는 내 느낌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데 집중하면서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한 권의 책이라도 더 읽게 만드는 것, 내가 칼럼을 쓰는 목적이자 이유였다. 다행스러운 건, 칼럼 시작할 때 다짐한 내용을 철저하게 지켰다는 점이다. 첫째, 자기개발서와 서점 베스트셀러는 배제할 것. 둘째, 가능하면 출간된 지 1년 미만의 책은 신중하게 선택할 것. 끝으로, 반드시 완독한 책만 다룰 것. 천천히 오랫동안 곱씹으면서 읽고 싶은 책이 널렸는데도, 책이 눈앞에 빤히 보이는데도, 시작은커녕 애써 외면하며 게으름 피웠다는 점은 아쉽다. 책은 사방에 가득했으나 내겐 일로 보였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젠 시간 여유가 생길 듯하다. 가을이 가기 전에 미겔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이번 겨울에는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를 다시 읽을 작정이다. 오늘이 마지막 칼럼이다. 과문한 사람이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다. 그동안 '백정우의 읽거나 읽히거나'를 읽어준 독자 여러분께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2026-09-18 00:30:00

  • [뉴스로 보는 고사성어-최재목] <38> 귀성(歸省),

    [뉴스로 보는 고사성어-최재목] <38> 귀성(歸省), "부모님을 찾아뵙고 안부를 살핀다"

    "안전한 추석 귀성길 위해 자동차 무상 점검…" 등등 추석(秋夕)이 되니 으레 '귀성'길 이야기가 나온다. 고향을 떠난 자는 누구나 제자리로 돌아가고픈 것이다. '멀리서, 마음으로' 봐야 더 잘 보이는 고향. 그곳엔 부모님이 살아 계시거나 묻혀, 정든 대지를 그리움의 열매로 품고 장승처럼 기다린다. 언제나 꿈의 새가 깃드는 이완의 시간이 깔리고, 보랏빛 안감으로 짠 유년의 둥지가 포근한 곳. 귀성(歸省)은, "돌아갈(올) 귀, 살필 성"으로, "부모님을 찾아뵙고 안부를 살핀다"라는 뜻이다. 지금은 남녀 구별하지 않고 모두 귀성으로 통일하나 과거에는 결혼한 여성이 시댁에서 친정을 방문할 때는 '귀녕(歸寧)'[『시경』 「주남」]이라 했다. '녕(寧)'은 편안함[安]이다. "부모가 생존해 계실 때만" 친정을 방문하여 안부를 살피는데, 부모가 돌아가시고 나면 슬프게도 귀녕이 사라진다. 반면 귀성은 남자들이 고향의 부모를 방문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귀성은 기본적으로 남성 중심 사회의 언어이다. 중국의 사서나 문집 등에는 관직에 있는 인물이 "부모가 노쇠하고 병환 중이라 잠시 고향에 다녀오고 싶다"라며 상급 기관에 휴가를 얻어 귀성을 빌고[乞] 청하는[請] 것이 관례다. 우리나라에서도, 예컨대 "문유모병(聞有母病: 어머니께서 병이 나셨다는 소식을 듣고서), 수가귀성(受暇歸省: 휴가를 받아 어머니를 뵙기 위해 고향에 돌아가(오)다)"[이재, 『도암집』] 같은 형식이 있었다. 일찍이 통일신라시대 비문인 문경 봉암사의 「지증대사탑비」에서도 "거귀성이병수유(遽歸省而病隨愈: 갑자기 집으로 돌아가 부모님을 뵈었더니 병이 곧 나았다)"는 구절을 본다. 최치원의 『고운집』을 비롯해 『고려사』, 『목은고(牧隱藁)』 등에 '귀성'이 자주 등장하는데 효(孝) 중시의 우리 문화에서 매우 일반적인 일이다. 한편 귀성을 '귀향성친(歸鄕省親)' 혹은 '귀향성묘(歸鄕省墓)'의 약자로 보기도 하나 고향보다 '집'이 더 살가운지라 "귀가성친(歸家省親: 고향 집으로 돌아가(와) 부모의 안부를 묻다)"[ 『대송선화유사』・「원집」]의 줄인 말로 보는 게 자연스럽다. 아울러 귀성하면 떠오르는 것이 '귀성행렬/열차'다. 이 말들이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게 해방 이후라 보기도 하나, '아니다'. "귀성하는 학생 위해 학생열차 운전"(동아일보, 1937.7.7.) "학생군(群) 어제저녁에 귀성열차 쾌주(快走)"(동아일보, 1938.12.25.)처럼 일제강점기 때부터 사용했다. 음력 8월 15일 추석. 한 해 동안 지은 농사의 결실을 거두고 풍요에 감사하며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명절이다. '한가위'라고도 부른다. 가을의 한가운데, 달이 둥실 뜬 풍경은 너무나 친숙하다. 막 수확한 햇곡식과 햇과일로 조상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차례를 올리는 것. 그리고 성묘하며 조상의 은혜를 기억하고 감사드리는 것. 나아가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살아가는 정분을 다지는 기쁨만큼 소중한 일이 어디 있으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생겨난 이유다. 귀성의 힘은 지연과 혈연에 대한 체화된 그리움에서 나온다. "그리운 것은 다 님"이라 했다. 부모님이든 달님이든, 이날만은 '그리운 님' 찾아 천리만리 가도 좋으련만.

    2026-09-18 00:30:00

  • [날씨] 9월 18일(금)

    [날씨] 9월 18일(금) "흐리고 곳에 따라 비"

    2026-09-17 18:42:14

  • [광장-윤정현] AI 시대, 대학은 무엇을 가르쳐야 하나

    [광장-윤정현] AI 시대, 대학은 무엇을 가르쳐야 하나

    "미국은 AI의 두뇌를 만들고, 중국은 그 두뇌가 움직일 몸체를 만들며, 우리는 그 안에 들어가는 핵심부품을 만들어야 한다." 다소 단순한 비유지만 지금 세계 산업의 변화를 바라보는 하나의 관점이 될 수 있다. 스탠퍼드대학교 'AI Index 2026'에 따르면, 2025년 미국은 주목할 만한 AI 모델 59개를 개발해 중국의 35개보다 앞섰고, 민간 AI 투자도 2천859억 달러로 중국의 124억달러보다 23배 많았다. 반면, 국제로봇연맹에 따르면 2024년 중국은 세계 산업용 로봇 신규 설치의 54%인 약 29만5천대를 차지했다. 미국이 AI의 두뇌를 중심으로 경쟁을 주도한다면 중국은 AI가 현실에서 움직이는 제조와 로봇 생태계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디에서 경쟁력을 찾아야 할까? 모든 분야에서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방식으로 경쟁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오랫동안 축적해 온 제조업의 강점을 AI 시대에 맞게 다시 연결해야 한다. AI 로봇에는 반도체, 센서, 모터, 감속기, 제어기, 배터리, 정밀소재 등 수많은 핵심부품이 필요하다. 한국은 이미 제조현장의 로봇 활용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고, 전자·기계·소재 분야에서도 상당한 기술과 생산기반을 갖추고 있다. 국제로봇연맹 기준, 한국의 산업용 로봇 밀도는 제조업 종사자 1만명당 1천12대로 세계 최고 수준에 달한다. 특히, 대구경북에는 의미있는 기회가 존재한다. 대구의 로봇과 미래모빌리티, 구미의 전자와 반도체, 포항의 이차전지와 소재산업을 연결한다면, AI 로봇 시대에 필요한 핵심부품과 모듈, 실증과 사업화로 이어지는 산업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산업을 이끌 사람을 어떻게 길러낼 것인가이다. 그래서 대학 교육도 달라져야 한다. AI가 지식의 검색과 정리뿐 아니라 분석, 번역, 글쓰기, 설계까지 빠르게 지원하는 시대에 대학이 더 많은 지식을 전달하는 것만으로 경쟁하기는 어렵다. 앞으로 대학은 지식을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가보다 그것을 활용해 어떤 문제를 발견하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가르쳐야 한다. AI 교육도 Chat GPT 사용법이나 프롬프트 작성법을 익히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기계공학을 전공하는 학생은 AI를 활용해 로봇 부품을 설계하고, 전자공학 전공자는 센서와 제어시스템을 개발하며, 경영학 전공자는 고객과 시장을 분석해 새로운 사업모델을 만들어 볼 수 있어야 한다. 대학과 지역기업이 실제 현장의 문제를 함께 제시하고 학생들이 문제발견, 설계, 시제품 제작, 실증, 사업화까지 경험하는 교육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AI 시대에 기술 활용 능력만큼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AI가 제시하는 결과를 인간이 어떻게 이해하고 판단할 것인가의 문제다. AI는 방대한 정보를 빠르게 분석하고 다양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지만 어떤 대안을 선택할 것인지, 그것이 인간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 것인지, 어디까지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를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주체는 바로 사람이다. 효율성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항상 좋은 선택이 되는 것도 아니다. 기술의 결과가 사람과 조직,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까지 함께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여기에서 인문학 교육의 의미가 커진다. 철학은 무엇이 옳고 바람직한지를 생각하게 하고, 역사는 현재의 현상을 긴 시간의 흐름 속에서 바라보게 하며, 문학은 다른 사람의 삶과 감정을 이해하게 한다. 사회과학은 개인과 조직, 시장과 사회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이해하도록 돕는다. 인문학은 AI와 경쟁하기 위해 더 많은 지식을 외우는 교육이 아니다. AI가 제시하는 결과의 의미와 맥락을 살피고, 인간과 사회의 관점에서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교육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AI 교육을 단순한 기술 활용교육으로만 접근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OECD와 유럽연합이 2026년 제시한 AI 리터러시 프레임워크도 AI의 작동원리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과 함께 그 결과를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윤리적·창의적으로 사용하는 능력을 강조한다. 결국 AI 시대의 핵심역량은 AI를 많이 사용하는 능력이 아니라 AI를 이해하고 자신의 판단과 결합해 책임 있게 활용하는 능력이다. 따라서 대학 교육도 이제 'AI+전공+인문학'​의 결합으로 다시 설계할 필요가 있다. AI를 활용할 수 있는 기초역량을 갖추고, 자기 전공의 전문성과 결합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내며, 그 결과가 인간과 사회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머리는 차갑게 AI와 데이터를 분석하고, 가슴은 따뜻하게 사람과 사회를 바라보며, 손으로는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술과 제품을 만들어 내는 사람. AI 시대에 필요한 인재는 AI에게 모든 답을 맡기는 사람이 아니라 올바른 질문을 던지고, AI가 제시한 결과의 의미와 맥락을 살피며, 자신의 전문성과 가치 판단을 바탕으로 최종적인 선택과 책임을 맡을 수 있는 사람​이다. 대구경북의 대학이 이러한 인재를 길러내고 그 역량을 지역의 탄탄한 제조기반과 연결한다면 AI 시대는 지역산업의 위기가 아니라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필자는 강조하고자 한다.

    2026-09-17 18:30:00

  • [매일춘추-서효봉] 그 마음은 어디서 왔을까

    [매일춘추-서효봉] 그 마음은 어디서 왔을까

    소설가는 소설을 쓰는 사람이지만 소설'만' 쓰는 사람은 드물다. 나 역시 도서관에서 일하며 틈날 때마다 소설을 쓴다. 도서관 행사 담당이라 9월 독서의 달을 맞아 '김금희 작가 초청 강연'을 준비했다. 오래전부터 관심을 두고 있던 작가였다. 게다가 북토크 형식으로 진행돼 질문 리스트도 만들어야 했다. 자연스레 작가의 최근 소설을 읽고 관련된 자료들을 찾아보게 됐다. 김금희 작가의 소설 '첫 여름, 완주'는 손열매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그녀는 성우다. 룸메이트 언니 고수미에게 돈을 떼이고 목소리에 이상까지 생긴다. 고수미의 고향 완주로 향한 손열매는 장의사 겸 매점을 운영하는 수미 어머니의 집에 머물게 되고 이야기는 묘하게 뻗어나간다. 거기서 '어저귀'라 불리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청년 강동경을 만난다. 슬픈 이야기는 딱 질색인 옆집 중학생 한양미, '시고르자부르종' 개 샤넬이와 함께 사는 배우 정애라까지. 이들이 서로 엮이며 벌어지는 여름 한 철의 이야기다. 주인공 열매가 제목대로 여름을 완주하고, 이름대로 열매 맺을 수 있었던 건 완주에서의 시간 때문이다. 저마다의 이유로 상처 입은 존재들이 함께 여름을 보낸다. 이들이 서로를 이해하는 방식은 단순하다. 곁에 앉아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어저귀의 사연도, 양미가 슬픈 이야기를 싫어하는 이유도 누가 캐물어서 밝혀지는 게 아니다. 그저 시간을 함께 보내며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목소리를 잃은 성우가 누군가의 말에 귀 기울이다 자기 목소리를 되찾는 과정. 무언가를 어렴풋이 떠올리게 한다. 소설을 읽으며 가장 많이 한 생각은 '대화가 살아있다'였다. 자료 조사를 하다가 알게 됐다. 출판사 '무제'를 운영하는 배우 박정민이 이 소설을 '듣는 소설' 프로젝트의 첫 책으로 기획해, 종이책보다 오디오북을 먼저 공개했다는 사실을. 작가도 처음부터 오디오북을 염두에 두고 대사를 썼다고 한다. 박정민은 시력을 잃은 아버지에게 책을 선물할 방법을 찾다가 이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유명 배우들의 재능 기부로 만든 오디오북은 시각장애인에게 가장 먼저 전해졌고, 전국 40개 장애인도서관에 기증됐다. 김금희 작가는 국립장애인도서관이 주최하는 북토크에 참여해 현장에서 시각장애인들을 만나기도 했다. 출간된 지 10개월이나 지난 책을 지금 들추는 이유는 뭘까. 자기 책을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리려고 사재기까지 하는 시대다. 가장 늦게 닿는 사람들에게 먼저 닿기 위해 소설의 문장을 목소리로 바꿨다. 열매가 되찾은 목소리는 어떤 것일까. 이들이 소설 안팎으로 기울인 노력은 무슨 의미일까. 누군가의 삶을 이해하려는 그 마음은 어디서 왔을까.

    2026-09-17 09:50:36

  • [사설] 안보는 정치적 치적 수단이나 진영의 기호가 아니다

    미국 하원 민주당 의원 22명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한미연합훈련 축소(縮小) 결정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연합훈련 축소가 한미동맹과 한반도 대비태세를 약화시킬 수 있는 만큼 한국과 군사훈련을 계획대로 실시하고, 양국 간 현안과 군사 훈련을 연계하지 말라고 요구한 것이다. 현 상황을 직시한 요청이라고 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은 각자의 이유로 한미연합훈련 축소에 공감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으로 떨어진 지지율을 북한과 관계 개선으로 끌어올리려고 한다. 올해 11월 치러지는 미국 중간선거(연방 하원의원 전체, 상원의원 약 3분의 1, 주지사 절반 이상 선출)가 사실상 '중간 평가'인 만큼 성과가 필요한 것이다. 여기에는 한국이 미국의 대(對)이란전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미국도 한국을 돕지 않겠다'는 뜻도 내포(內包)돼 있다. 이재명 정부 역시 '북한 체제 존중'과 '적대행위 불추진' 등을 내세우며 북한과 관계 개선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미연합훈련 축소에 대해서도 '대북 대화 여건 조성 및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조치'라며 호응(呼應)했다. 여기에는 남북 관계 개선이 전통적 지지층 결집을 도모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기대도 깔려 있다고 본다. 북한과 관계 개선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북한은 실질적인 비핵화 노력이나 적대 노선을 폐지할 뜻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잇단 탄도미사일 발사, 군사분계선(MDL) 일대 장벽 설치, 상습적 군사분계선 침범(侵犯), 합동타격훈련 등 공세를 펼치고 있다. 북한은 전혀 변화가 없는데, 한국과 미국의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양보한다면 한미동맹을 흔들고 대북 억지력을 약화시키며, 안보 위험만 가중할 뿐이다. 국가 안보의 본질은 국민 생명과 재산, 자유와 권리를 지키는 것이다. 그 어떤 정치적 목적도 그 가치들보다 우선일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모두 굳건한 한미동맹과 상호주의(相互主義)를 바탕으로 원칙적 안보 정책을 펼쳐야 한다.

    2026-09-17 05:00:00

  • [사설] 李 기자회견, 추락하는 민심 돌리려면 국민만 봐야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에서 취임 후 7번째 기자회견을 연다. 홍보소통수석은 "여러 궁금한 부분을 묻고 그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회견을 갖게 됐다"고 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20대 지지율이 10%대로 대폭락(大暴落)하는 등 위기 국면을 맞아 정면 돌파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태의 심각성은 범여권의 반응에서 드러난다.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정치는 국민의 의혹(疑惑)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 대통령께서 개헌이나 공소취소 문제에 대해서 클리어하게 말씀해 주시기를 저는 바라고 있다"고 했다. 사실상 대통령 본인에 대한 '공소취소'와 '연임개헌' 논란에 대해 "안 한다"고 밝히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친여 성향 언론들도 조작기소 특검 및 공소취소, 연임개헌, 인사 논란, 검찰 개혁과 여권 내부 갈등, 호르무즈해협 파병 등에 대해 구체적이고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해명을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 이광재 의원은 "기자회견 전에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건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다"면서도 "국민들이 느끼는 몇 가지 문제에 대해서 잘 밝혀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전조 같은 느낌"이라는 민주당 김민석 대표의 발언이 큰 파문(波紋)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17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호르무즈해협 파병 문제를 빼기로 했다.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곤경(困境)에 빠지는 것을 모면하기 위한 '꼼수'라는 해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 시간) "호르무즈 도움 안 준 나라는 전쟁 끝난 뒤 배상해야한다"고 했다. 파병을 하든 안 하든 국가적 부담을 피할 길은 없어 보인다. '꼼수'가 해법이 될 수는 없다는 말이다. 이 밖에도 부동산 세제 개편, 레버리지 ETF 등 민심의 분노(憤怒)를 일으킨 정책에 대해 이 대통령이 무엇이라고 할지 궁금해진다. 어쩌면 이번 기자회견은 이재명 정부의 운명을 가르는 전환점(轉換點)이 될 수 있다.

    2026-09-17 05:00:00

  • [사설] 7년 만의 임신중지 약물 도입, 안전과 의료 접근성 확보가 성패

    정부가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7년 만에 임신중지 약물의 제도권 도입을 추진하고 나섰다. 내년 1분기 유통을 목표로 식약처의 허가 심사 및 복지부의 관리 방안 마련이 본격화한 것이다. 헌재 판결 이후 법적·제도적 공백 속에서 방치되었던 여성의 건강권과 안전을 국가 의료체계 안으로 포섭(包攝)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다행스러운 결정이다. 사실 그동안 제도적 정비가 미뤄지면서 현장의 혼란과 위험은 온전히 여성의 몫이었다. 음성적인 불법 약물 유통이 횡행하고 대체제가 남용(濫用)됐으며, 적절한 의료적 지원을 받지 못해 임신중지 시기를 놓치거나 과도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지불하는 일이 빈번했다. 이에 따라 약물 도입을 통해 사용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안전성 확보 및 사후관리를 제도화하겠다는 취지다. 물론 성공적인 제도 정착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필수 의약품으로 지정한 미프진 등 임신중지 약물은 복용 후 과다 출혈이나 완전 배출 실패 등 부작용 위험이 동반될 수 있다. 응급 상황 발생 시 즉각 대처할 수 있는 응급 의료체계와의 긴밀한 연계와 명확한 사후관리 가이드라인 수립이 필수적이다. 의료 인프라 격차에 따른 접근성 양극화 방지도 중요한 과제다. 도입 초기 2년간 의료기관 내 직접 처방·조제를 원칙으로 정함에 따라, 산부인과 병·의원이 부족한 비(非)수도권 및 농어촌 지역이나 취약계층 여성의 경우 약물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질 위험이 커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아울러 초음파 검사를 포함한 건강보험 급여 적용 검토와 미성년자의 처방 시 보호자 동의 여부 등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과제도 산적(山積)해 있다. 이번 임신중지 약물 도입은 청소년 보호 체계와 여성의 자기결정권·건강권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세심한 대안이 도출돼야 한다. 정부와 의료계는 철저한 안전 기준 마련과 공백 없는 의료 접근성 확보에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2026-09-17 05:00:00

  • [관풍루]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임명 반대 국회 국민동의청원 등장하고 참여연대도 '부적격' 공식 입장 밝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임명 반대 국회 국민동의청원 등장하고 참여연대도 '부적격' 공식 입장 밝혀. 지지율 30%대인 이 대통령의 지명 철회 결단에 따라 남은 임기 4년 '식물 정부' 여부도 결정될 판. ○…조희대 대법원장 16일 '법과 제도는 통치 수단이 아니라 백성의 삶 돌보고 보호하는 데 쓰여야 한다'고 밝혀. 지극히 당연한 말씀을 새삼스레… 아, 혹시 이렇게 하지 않는 분이 있다는 말씀? ○…쿠팡, 지난해 개인정보 유출 피해 입은 소비자들에게 10만원씩 배상하라는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조정안 수용 거부. 역시 미국 정치권과 트럼프 대통령을 뒷배로 둔 기업답군.

    2026-09-17 05:00:00

  • [날씨] 9월 17일(목)

    [날씨] 9월 17일(목) "구름 많음"

    2026-09-16 18:48:29

  • [김종민의 새론새평] 법무부 장관의 조건

    [김종민의 새론새평] 법무부 장관의 조건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끝났다. 수많은 의혹과 해명, 여야의 공방이 오갔지만 과연 무엇을 위한 청문회였는지 의문만 남는다. 인사청문제도의 본래 의미는 대통령의 인사권을 국회와 국민 앞에 공개해 검증하는 데 있다. 특히 법무부 장관은 법무행정과 형사사법, 인권, 교정, 출입국 외국인 업무를 담당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공직윤리, 전문성과 경험, 법치주의와 정의에 대한 철학,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적 판단능력이 중요하다. 대통령은 자신과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사람이나 현역 의원을 장관으로 지명할 수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국가의 법과 정의를 책임질 사람이어야 한다는 점에 변함이 없어야 제대로 된 국가라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법무부 장관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 검사로 재직하는 동안 세 차례 법무부에 근무하며 느꼈던 것은 법무부 장관이 단순히 하나의 행정부처를 관리하는 자리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장관의 철학과 판단은 국민의 기본권과 국가의 법질서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역대 정부는 법무부 장관을 너무 정치적 자리로 쉽게 취급해 온 것은 아닌가.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 집권세력이 추진하는 정책을 충실히 수행할 사람이라는 것이 중요한 인선 기준이 되어 왔다. 정치인이 장관이 되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니지만 법과 사법제도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경험, 법치주의 수호에 대한 철학과 의지, 법무행정을 이끌 능력을 무시한다면 문제가 있다. 프랑스에서도 정치인이 장관에 임명된다. 법조인만 맡을 수 있는 자리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정치와 사법 사이에 만들어 놓은 선이다. 프랑스 형사소송법 제30조는 법무부 장관이 내각이 결정한 형사정책에 관해 검찰을 일반적으로 지휘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개별 사건에 대해서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에 대해 어떤 지휘나 지시도 할 수 없다. 종전에는 법무부 장관이 개별적 사건에 대해 검찰을 지휘할 수 있었지만 2013년 개정을 통해 이를 폐지했다. 내각이 결정한 형사정책은 민주적 책임 아래 수행하되 구체적 사건의 처리는 정치권력으로부터 떼어놓은 것이다. 법원에 기소되어 있는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취소 여부가 최대 관심사가 되어 있는 우리 현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13년 개정은 단순히 법무부 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지휘권을 폐지한 데 그치지 않는다. 법무부 장관은 매년 형사정책의 집행과 일반적 지휘의 내용을 의회에 보고해야 한다. 정치적 책임과 사법적 절제를 동시에 제도화한 것이다. 프랑스의 사례는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법무부 장관은 대통령의 사람이기 이전에 법치주의를 지키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법무부 장관에게는 적어도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는 전문성이다. 반드시 검사나 법조인 출신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국가의 형사사법과 법무행정을 책임지려면 그것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고 어디에서 실패하는지 이해할 만한 경험과 식견을 갖추어야 한다. 둘째는 독립성이다. 법무부 장관은 정권의 법률 대리인이 아니다.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이나 자신이 속한 정당의 이해와 법치주의가 충돌할 때 "그것은 안 됩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는 절제와 높은 공직윤리다. 법무부 장관의 윤리적 기준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을 정도여서는 부족하다. 사적 이해관계와 공적 권한 사이에 국민의 합리적 의심을 불러 일으키지 않을 정도의 엄격한 자기절제가 요구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법과 정의를 이해하고, 권력을 절제하며, 자신을 임명한 권력자에게도 필요할 때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인가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형사사법은 거대한 제도적 전환기를 지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장관 인선은 논공행상이나 정치적 필요의 관점에서 바라봐서는 안 된다. 법무부 장관을 고를 때 첫 번째로 물어야 할 것은 '누구의 사람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지킬 사람인가'이다. 법무부 장관이 지켜야 할 것은 대통령과 정권이 아니다. 법치주의와 정의다. 법무부는 '정의부'(Ministry of Justice)이기 때문이다.

    2026-09-16 18:30:00

  •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62>우리 시대의 장승업인 '금세오원' 이용우의 원숭이그림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62>우리 시대의 장승업인 '금세오원' 이용우의 원숭이그림

    원숭이는 우리나라에 자생하지 않지만 생김새는 십이지신상(十二支神像)의 9번째로 일찍부터 한국미술사에 등장한다. 김유신묘의 둘레돌(護石) 십이지신상이 유명하다. 12 방향에서 촘촘하게 지켜주는 신장(神將)이라고 믿었다. 각자의 띠로 친숙한 십이지신은 얼굴은 동물, 몸은 사람인 수면인신(獸面人身)의 반인반수이다. 예술적 상상력과 공예 솜씨가 뛰어났던 고려의 도공들은 청자에 사람을 꼭 닮은 원숭이 형상을 유머러스하게 활용했다. 국보인 '청자 모자원숭이모양 연적'을 비롯한 연적, 먹을 담는 자그마한 묵호, 청자 도장인 도인(陶印) 등이 있다. 조선시대 원숭이 그림은 숙종 때 양반화가인 취은(醉隱) 정유승의 '군원유희(群猿遊戱)'가 있고, 오원(吾園) 장승업이 즐겨 그렸다. 묵로(墨鷺) 이용우의 '원숭이'는 장승업과 견주려는 뜻이 있었을 것 같다. 왜냐면 어느 해 설날 육당(六堂) 최남선 댁에 세배하러 갔다가 최남선이 보여준 옛 그림에 화흥(畵興)이 일어나 즉석에서 다락문 네 짝에 매화를 그려 최남선으로부터 "금세오원(今世吾園)", 곧 우리 시대의 장승업이라는 찬탄을 받은 일화가 있기 때문이다. 이용우는 '그림의 신동'이었다. 만 9세에 서화미술회강습소 1기생으로 입학해 20대 청년들과 나란히 배웠고, 17세에 서화협회 최연소 정회원이 됐으며, 19세에 쟁쟁한 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창덕궁 벽화를 그리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다. 제1회 조선미술전람회(1922년)에서 4등상을 수상하며 안중식 문하의 3총사로 불렸던 이상범, 노수현보다 우수한 성적으로 데뷔했다. 1940년 조선미술관이 개관 10주년을 기념하는 기획전 '조선 10명가 산수풍경화전'을 열었을 때 고희동, 허백련, 김은호, 박승무, 이한복, 이상범, 최우석, 노수현, 변관식과 함께 초대된 '10대가'이다. 이용우는 스승 안중식에게 춘전(春田)으로 호를 받았으나 나중에 스스로 지은 묵로(墨鷺)로 바꾼다. 묵로는 검은 먹처럼 '검은 해오라기'인 흑로라는 뜻이다. 해오라기는 원래 백로(白鷺)이지 흑로는 없다. 이용우는 돌연변이로나 가능한 흑로인 묵로로 개호(改號)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호로 뽐냈다. 화폭의 왼쪽 위에 독특한 필치의 '묵로' 서명이 있다. 대구의 미술사 연구자

    2026-09-16 11:01:09

  • [매일춘추-임현락] 미움과 마음, 그 사이 '점 하나'

    [매일춘추-임현락] 미움과 마음, 그 사이 '점 하나'

    죽기 직전 우리는 무엇을 생각할까? 과학자들은 사람의 사망 직전과 직후의 15분 동안의 뇌파 기록에서 특이한 현상을 발견했다. 심장 박동 정지 전후 30초 동안 꿈을 꾸거나 명상, 과거의 일을 회상할 때 나타나는 감마파로 알려진 뇌파 활동이 증가한 것이다. 이는 숨을 거두기 전 마지막 순간에 뭔가를 체험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를 두고 어떤 이는 죽음 직후 혼백이 몸을 완전히 떠나기 전까지도 자기애(自己愛)가 머문다고 한다. 그만큼 자기에 대한 연민과 애착은 우리의 본래 모습이다. 인간 스스로는 어쩔 수 없는 굴레이니 차라리 이 불안한 존재의 본능에 순응하고 받아들이자. 다만 이것에 너무 빠져 있지 않게 균형을 잡는 것, 나아가 그 마음을 타인으로 확장할 수 있다면 더 좋다. 나를 챙기는 것만큼 타인을 챙길 수 있는 마음. 그래서 '서로 사랑하라'를 넘어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는 가르침도 있지 않은가. 사랑이 바로 평화의 주춧돌이고 이것이 부족하면 관계의 균열이 생겨 미움의 싹이 튼다. 문학과 영화, 밴드의 이름에서도 '사랑과 평화'와 '전쟁과 평화'라는 단어들이 서로 짝으로 대칭을 이루지만 결론은 평화로 모여진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이미 수많은 모순과 결과들을 경험하지 않았는가. 모든 것은 마음이 문제다. 스스로 내려가 자기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자. 그 마음에서 요동치는 이기와 탐욕을 어느 선에서 끊어낼 수 있는 지혜와 결단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이러한 조화와 균형이 깨진 극단적인 상태가 치명적인 질병, 암(癌)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혼자 영원히 살겠다는 이기의 끝판왕 암세포에 끌려다닌 게 결국 화근인 셈이다. 온몸을 오염시켜 혈관과 장기들을 막아 다른 세포들을 굶어 죽게 하고 결국 자신도 몸과 함께 사망하는 것이 바로 공멸을 지향하는 암의 속성이다. 끊임없는 욕망과 이기의 종말이다. 삶의 끝은 결국 죽음이지만 어떻게 사느냐의 문제는 그래서 중요하다. 그래야 우리는 비로소 잘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화즉심(畵卽心). 그림은 곧 마음이다. 동양 회화의 오랜 진리 같은 문구로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된 체화된 감각이 바로 핵심이다. 수묵화는 대상의 외형보다 뜻을 중시한다. 그린 이의 의도가 그림에 반영돼 나오기에 사람과 그림이 동일시될 수밖에 없다. 같은 시대를 살았어도 이완용과 안중근의 글씨를 다르게 평가하는 이유다. 미움과 마음은 점 하나 차이다. 점 하나가 어디에 붙는가에 따라 미움이 되기도 하고 마음이 되기도 한다. 우리가 점 하나를 어디에 놓고 살아야 하는지 글자 자체가 이를 보여준다. "사랑 참 어렵다. 많이 아프다." 이승철의 노래 가사처럼 평화로 가는 길은 이 무겁고 어려운 점 하나를 어디에 찍는가에 달렸다. 삶이 끝나는 그 시점에 우리 뇌에선 과연 어떤 장면이 흐를까.

    2026-09-16 06:30:00

  • [사설] 성범죄 피해자 보호, '자구 수정'만으로 넘어갈 문제인가

    국회 성평등가족위원회는 15일 검사의 직접수사권·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骨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에 따른 후속 법안들을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의결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인신매매 등 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 수사 주체에 관한 문구를 수정한 게 핵심이다. 이에 따라 검사는 송치된 사건에서 스스로 보완수사를 하지 못하고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한 뒤 다시 그 결과를 받아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그 기간 동안의 피해자 보호 공백 우려를 감안해 청소년 대상 성범죄는 사건 전부를 검사에게 넘기는 '전건 송치'를, 인신매매 사건에 대해선 검사의 사실관계 확인·면담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을 새로 담았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지난 7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지난달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됐고, 이날 여당 주도로 후속 법안이 처리됐다.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72년간 유지된 검찰의 직접 수사 체제가 근본적으로 바뀌게 되는 조치다. 그런데 이러한 중차대한 재편 상황에서 이를 뒷받침할 세 개 법률의 후속 조치가 '자구(字句) 수정' 수준에서 처리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아동·청소년 성범죄, 성매매, 인신매매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확인과 초기 대응 속도가 무엇보다 중요한 사건이다. 정말 단어 몇 개 고치는 것으로 정리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건지 궁금하다. '전건 송치'나 검사의 '사실관계 확인·면담 제도' 도입도 얼핏 보완 장치처럼 보이지만 뒤집어 보면 보완수사권 폐지가 만들어낼 공백(空白)을 위원회 스스로 인정한 것과 다름없다. 실제로 작동할 구체적 매뉴얼이나 인력, 예산이 제대로 마련됐는지도 알 수 없다. 경찰과 검사 사이에 사건이 오가는 동안 피해자가 진술을 반복하거나 대응이 지연되는 이른바 '사건 핑퐁' 우려는 이미 학계와 실무에서 꾸준히 제기돼 온 사안이다. 이런 우려에도 야당 없이 여당 단독 의결로 통과시켰다.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은 이날 피해자 보호 공백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처리해서는 안 된다며 퇴장해 표결에 불참했다. 그러나 여당 간사인 이수진 의원은 이날 의사 일정이 여야 합의에 따른 것이고, 이번 법안은 앞선 형사소송법 개정 당시 국민의힘이 제기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며 위원장에게 법안 상정(上程)을 요청했다. 여당, 야당 모두 무책임하다. 일정을 합의했다는 것과 법안 내용까지 동의했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특히 여성과 청소년, 인신매매 피해자의 권익을 다루는 상임위에서조차 여야가 내용을 함께 만들지 못하면 피해는 약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검찰개혁이라는 큰 틀의 방향을 되돌리기는 이제 현실적으로 어렵다. 하지만 후속 법안은 아직 국회 본회의 처리와 시행령 마련이라는 절차가 남아 있다. 약자와 피해자 보호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이제라도 성평등위는 부대 의견(附帶意見)을 통해 경찰의 보완수사 이행 기간에 성범죄·인신매매 피해자가 방치되지 않도록 하는 구체적 이행 계획을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 또 개정안 시행 이후 전건 송치와 확인·면담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정기 점검하는 장치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2026-09-16 05:00:00

  • [사설] 김승원 의혹도 문제, 맹탕 청문회도 문제 지명 철회가 맞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는 공직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을 검증(檢證)하는 자리가 아니라, 정치적 변명과 맹탕 청문회로 흘러갔다. 국민의힘이 신청한 증인을 더불어민주당이 모두 거부해 '증인 0명 청문회'를 만들고, 후보자 역시 제출 요구된 자료 중 약 65%를 제출하지 않았을 때 예견(豫見)됐던 바다. 민주당과 김 후보자가 청문회를 의혹 해소를 위한 자리가 아니라 하루만 견디면 되는 자리로 세팅한 결과라고 본다. 김 후보자는 자신의 식약처 청탁 의혹과 관련해 혐의를 털어내기는커녕 검찰 내부 자료 유출 경위를 밝혀야 한다며 한동훈 무소속 의원을 향해 위법성 공세를 펼쳤다. 의혹을 깔끔하게 설명하기는커녕, 자료 수집의 불법성을 따지며 논점(論點)을 흐린 것이다. 또 자신에게 민원을 전달한 브로커 양모 씨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 "선별 수사" "정치 수사"라고 폄훼(貶毁)하고, 알선뇌물약속 혐의 기소유예에 대해 "쪼개기 기소"라고 주장했다.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일부 언론사에 미운털이 박혔다"면서 악의적 보도로 치부했다. 청문회가 열리기 전에는 공세를 피하기 위해 '청문회에서 소상히 설명하겠다'고 말해 놓고 막상 청문회가 열리자 변명과 역공을 펼친 것이다. 배우자와 자녀가 관련된 발달장애인 돌봄 협동조합 특혜(特惠) 의혹에 대해서도 객관적 증거와 자료로 명백히 해명하기보다는 아내의 성실성과 발달장애인에 대한 헌신, 자식에 대한 애틋한 감정 등 감성(感性)에 호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후보자는 국회 법사위원으로 변호사들의 음주운전에 대해 엄벌을 주장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의 음주운전 판결문 청문회 제출 요청에 대해서는 '개인정보'를 핑계로 거부했다.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김 후보자 측은 민주당 청문위원들에게 '인사청문 대비 예상 Q&A' 문답집을 제공했다고 한다. 여당 의원들이 국민을 대신해 공직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을 검증하는 것이 아니라 후보자가 하고 싶은 말을 하도록 자리를 깔아준 셈이다. 준비된 답안에 맞춰 질문을 하는 식이니 국민 우롱(愚弄)이다. 청문회가 그렇게 흘러가니 브로커 양 씨와 후보자가 어떤 관계인지, 제넨셀 설립자 구속영장 기각 판사와 브로커가 왜 어울렸는지, 배우자의 협동조합 특혜가 사실인지 아닌지, 제넨셀 대표 구속영장을 기각한 판사 아들의 국회의원실 채용은 어떤 경위(經緯)로 이루어졌는지, 이재명 대통령 공소를 취소할 것인지 등 각종 의혹과 궁금증이 명쾌하게 해소되지 않고 후보자의 변명만 남은 것이다. 김 후보자는 대통령 공소취소를 위한 의원 모임을 이끄는 등 공소취소를 강하게 주장하더니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에는 "공소취소를 지휘할 생각이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청문회 서면 답변서에서는 공소취소에 대해 '가정적(假定的) 상황에 대해 말씀 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말이 수시로 바뀌는 것이다. 이런 사람이 법치와 공정(公正)이 어느 분야보다 중요한 법무부 장관직에 어울리는가. 이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지명 철회(撤回)로 공직 사회에 법치와 공정이 살아 있음을 보여 주어야 한다. 김 후보자가 숱한 의혹을 털어내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직에 오른다면, 국민들은 질타(叱咤)의 시선을 김 후보자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옮길 것이다.

    2026-09-16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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