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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민생지원금 등 통화량 증가가 초래한 고환율, 한은은 엉뚱한 변명만

    원·달러 환율 움직임이 심상찮다. 17일 환율은 외국인의 국내 주식 대량 매도로 장중 1,480원을 넘겼다. 세계적인 달러화 약세에도 고환율이 이어지는 원인은 개인의 해외투자 확대와 외국인의 원화 매도세, 미국 연방준비제도 금리 인하에 대한 불확실성, 국내 기준금리 동결에 따른 한미 금리 차 확대 등이 꼽힌다. 이런 와중에 '광의(廣義)통화(M2) 급증' 논란이 벌어졌다. 미국 달러화보다 원화가 시중에 빠른 속도로 더 풀려 고환율이 왔다는 주장이다. M2는 현금에다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수익증권, 환매조건부채권(RP) 등을 합친 넓은 의미의 시중 통화량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 시중 통화량(M2)은 전년 동기보다 8.7% 늘어 역대 최고치인 4천470조원대를 돌파했다. 9월 기준 M2 증가율은 미국 4.5%, 한국 8.5%다. 2022년부터 한국 M2 증가율이 더 높았다. 민생지원금 등으로 시중에 돈을 풀어 원화 가치 하락, 즉 고환율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한은은 즉각 반박(反駁)했다. 핵심은 미국과 달리 한국의 M2에는 상장지수펀드(ETF)가 포함된다는 것이다. 올 들어 증시 호황에 힘입어 ETF가 포함된 수익증권에 돈이 몰리면서 M2 증가로 나타났는데, ETF를 빼고 계산하면 9월 M2 증가율은 기존 8.5%가 아니라 5.4%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년부터 M2 구성 항목에서 ETF 등 수익증권을 빼기로 했다. 정확한 처방을 위해 다각도의 원인 분석은 필요하다. 그런데 정부와 한은의 태도는 시장 혼란을 부추기는 엇박자투성이다. 국민연금의 연간 650억달러 한도 외환 스와프 가동 소식이 들리고, 정부는 주요 수출기업들에 시중에 달러를 풀도록 환헤지를 요구했다. 그런데 아직 외환시장 진정 기미는 없다. 환율이 1,500원대를 넘지 않는다는 낙관론이 아직 우세하지만 당국의 직간접 개입에도 속히 안정세를 찾지 못하거나 고환율 원인을 두고 책임 공방만 오가면 외환시장은 요동(搖動)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한은이 통계 방식을 바꾼다고 통화량이 줄지는 않는다.

    2025-12-18 05:00:00

  • [사설] 명칭·판사 추천 방식 바꿔도 내란재판부가 위헌임은 바뀌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 위헌(違憲) 소지를 인정하면서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추천 과정부터 임명까지 법원 외부 인사를 배제하는 등 법안을 대폭 수정해 이달 21일 또는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 지도부는 기존의 헌법재판소 사무처장·법무부 장관·판사회의 대신 좌파 성향 법관들이 주도하는 전국법관대표회의에 6명, 각급 법원의 판사회의 3명으로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추천위원(推薦委員)을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복수의 전담재판부를 설치하고 그중 하나는 반드시 영장재판부여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결국 법원 내 좌파 성향 판사들을 중심으로 내란전담재판부를 구성하도록 함으로써 위헌 논란(論難)을 비켜갈 수 있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하지만 우리 헌법은 군사법원만을 유일한 특별법원(特別法院)으로 인정하고 있다. 내란전담재판부와 같은 특별법원을 법률로 설치하는 것 자체가 위헌이다. 또 특정 사건에 관련된 특정인을 처벌하기 위해 사후적으로 전담재판부를 만든다는 것은 문명 법치국가(法治國家)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법안 명칭에서 '12·3 윤석열 비상계엄'이라는 표현을 없앤다고 해서 본질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이 같은 사실을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 측이 모를 리가 없다. 도대체 왜 민주당 등 여권은 명백히 위헌인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法案)을 통과시키려는 것일까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첫째는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 '계엄은 내란'이라는 프레임을 계속 끌고 가는 것이 여권에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나중에 위헌 판결이 내려져도 이미 선거는 끝났다. 또 여권이 '윤석열 내란 무죄' 선고를 미리 예상하고 책임을 사법부로 돌려 정치적 위기를 탈출하는 출구전략(出口戰略)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은 재판부 명칭과 판사 추천 방식을 바꿔 내란재판부가 '위헌'임을 가리려 하지만 대다수 국민을 언제까지 속일 수는 없다.

    2025-12-18 05:00:00

  • [사설] 대장동 일당 범죄 수익 의심 동결 재산 찾기 본격화, 이게 나라냐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부당 이득 환수 및 항소 포기 사태가 최근 터진 '통일교 게이트'에 묻힌 사이 대장동 일당의 동결(凍結) 재산 찾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와 남욱 변호사는 이달 5~11일 사이 잇따라 검찰의 몰수·추징 보전으로 묶인 재산을 풀어 달라는 청구를 법원에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1심에서 검찰은 7천524억원의 추징을 구형했으나 법원이 473억원만 인정한 데 이어 검찰이 항소까지 포기하면서 수천억원이 묶여 있는 상태로, 이를 찾겠다는 것이다. 1심 판결 및 항소 포기 때 이미 우려됐던 바다. '통일교 게이트' 이슈에 묻혀 정치권의 대장동 부당 이득 환수 논의도 사실상 중단됐다. '대장동 사건 범죄 수익을 소급(遡及) 적용해 환수하겠다'며 국민의힘이 발의한 '환수 특별법'은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거나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상임위 문턱을 넘는다 해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낮다. 여야 합의가 필수이지만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하면 국민의힘 단독으로 처리할 수 없다. 민주당은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가 터졌을 때만 해도 국정조사·특검 등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진상을 밝히겠다고 했으나 국민의힘의 '환수 특별법'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대로라면 1심에서 유죄 판결로 징역 4~8년을 선고받은 범죄자들의 손에 범죄 수익으로 의심되는 동결 재산이 쥐여질 우려가 크다. 물론 몰수·추징 보전 취소 청구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지켜봐야겠지만 혹여 받아들여질 경우 해당 재산을 처분·이전할 수 있게 돼 환수 가능성은 더 낮아진다. 또 정민용 변호사,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정영학 회계사 등 다른 일당의 추가 청구로 이어질 게 분명하다. 결국 김 씨와 남 변호사의 재산 동결 해제 신청 결과가 환수 규모를 결정 짓는 분수령(分水嶺)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통일교 게이트'로 어수선한 정국이지만 부당 이득이 사라지기 전에 특별법이든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제시한 '독립몰수제'든 환수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2025-12-18 05:00:00

  • [관풍루]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 내란전담재판부 도입 결정에 대해 "윤석열 무죄 선고 가능성은 0%"라고. 대단한 판사 한 분 나셨군.

    ○…이재명 대통령,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겨냥해 "권한을 행사하며 명예와 혜택은 누리면서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은 천하의 도둑놈 심보"라고 공격. 입이 거시네, 입에 걸레 물고 주무셨나? ○…이학재 인국공 사장, 외화 밀반출 단속이 공사 소관이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적에 또다시 "단속의 법적 책임은 관세청에 있다"고 반박. 계급장으로 찍어 누른다고 흰 것이 검은 것 될 수 없지.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 내란전담재판부 도입 결정에 대해 "지귀연 재판부처럼 재판하면 안 된다는 확실한 경고의 의미" 운운하며 "윤석열 무죄 선고 가능성은 0%"라고. 대단한 판사 한 분 나셨군.

    2025-12-18 05:00:00

  • [날씨] 12월 18일(목)

    [날씨] 12월 18일(목) "대체로 맑음"

    2025-12-17 18:46:11

  • [기고-조오현] 해상풍력 설치 선박 유럽형은 한국에 맞지 않다

    [기고-조오현] 해상풍력 설치 선박 유럽형은 한국에 맞지 않다

    대한민국 해상풍력 산업이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정부는 2035년까지 해상풍력 발전단가(LCOE)를 150원/㎾h 이하로 낮추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내걸었지만, 정작 그 목표를 달성할 핵심 장비인 WTIV(해상풍력 설치 선박) 도입 전략에 치명적인 '한국형 리스크'가 간과되고 있는 것이다. 바로 한국 서남해안의 '연약지반' 문제 때문이다. 유럽, 특히 해상풍력 강국들이 주력하는 북해 지역은 해저 지반이 단단한 경우가 많아 초대형 WTIV가 안정적으로 작업을 수행하기 좋다. 하지만 우리의 서해와 남해는 진흙과 뻘이 뒤섞인 푸딩처럼 무른 지반이 광범위하게 깔려 있다. 이 특수한 환경을 무시하고 유럽에서 검증되었다는 이유로 WTIV를 그대로 들여오는 것은 '한국 해상풍력 목표를 연약지반이라는 모래성에 세우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연약지반의 어려움은 이미 현장에서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현재 서남해 지역 해상풍력 현장에 투입된 10㎿급 국내 WTIV인 현대프론티어호를 보자. 이 선박은 무른 지반에 대비해 지지대 발(스퍼드캔) 밑에 지름 17m에 달하는 거대한 머드매트(Mudmat·흙받이)까지 부착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선박의 무게를 지반에 분산시켜 안정화하는 프리로딩(Pre-loading) 과정에서 지지대가 계속해서 해저 깊이 빠지는 침하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 때문에 터빈 한 기를 설치하는 데 한 달 가까이 걸리는 심각한 공기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 설치 속도가 느려진다는 것은 곧 '시간=비용'이라는 공식에 따라 건설 비용이 폭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미 국내 WTIV로도 이런 문제를 겪는데, 만약 그보다 선체 무게가 두 배 이상 무거운 유럽의 대형 고중량 WTIV가 들어온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 선박이 안정적으로 서기 위해서는 지름 32m에 달하는 비현실적인 초대형 머드매트가 필요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유럽식 '만능 WTIV'는 한국의 연약지반에서 시간만 잡아먹는 고철 덩어리가 될지도 모른다. 이는 정부의 LCOE 150원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게 만드는 가장 큰 적이 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기술 자립의 기회를 잃는다는 점이다. 현재 도입이 논의되는 외국산 모델은 유럽의 설계와 크레인을 국내에서 단순히 조립 생산하는 방식에 그친다. 핵심 기술이 해외에 종속된 채 부품을 가져와 조립하는 것만으로는 국내 기술 축적을 기대할 수 없으며, 부품 공급의 가격 경쟁력 또한 확보할 수 없다. 우리는 K-방산의 성공 사례에서 중요한 교훈을 얻어야 한다. K-방산이 중동 사막과 유럽 진흙 지대 등 어떤 혹독한 환경에서도 뛰어난 성능과 가성비를 입증하며 세계 시장을 선도한 비결은 한국만의 독자 기술이 탑재되었기 때문이다. WTIV는 해상풍력의 '핵미사일'이나 다름없는 핵심 장비다. 한국의 연약지반을 극복할 수 있는 '한국형 K-WTIV'라는 가성비 높은 독자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국내 조선 강국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국 해역에 최적화된 설계와 가성비를 갖춘 WTIV를 확보해야 한다. 이는 나아가 아시아-태평양 지역 연약지반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수출 효자 상품이 될 것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단순 유럽형 WTIV 도입 전략을 재고하고, 한국 해역 특성에 맞는 KWTIV 개발에 모든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K-해상풍력의 꿈을 연약지반 위에 단단하게 뿌리내릴 수 있는 유일한 전략이다.

    2025-12-17 14:54:23

  •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26>선풍도골의 신선 풍모 미수 허목 초상화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26>선풍도골의 신선 풍모 미수 허목 초상화

    '문정공 허목 팔십이세 진(文正公許穆八十二歲眞)'으로 표제가 있는 미수(眉叟) 허목(1595~1682)의 모습이다. 담홍색(淡紅色)이라고 했던 분홍빛 시복(時服) 차림인 조선 관료의 반신상 초상화이다. 허목의 관직 진출은 곡절이 많았다. 젊은 시절 성균관에서 공부할 때 인조에게 밉보여 과거에 응시하지 못하게 된다. 나중에 정거(停擧)가 풀렸음에도 과거를 보지 않고 독서와 학문, 교육에 전념했다. 명성이 높아지자 56세 때 학행(學行)으로 천거됐으나 벼슬길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60대가 돼서다. 81세 때(1675년) 우의정에 제수된다. 허목은 과거제도를 비껴서 정승 반열에 오른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눈썹 노인'이라는 호대로 희게 세었을 뿐 82세인데도 무성한 눈썹이 눈꼬리까지 내려왔다. 오사모에 가려 귓등으로 조금 보이는 머리칼, 덥수룩한 눈썹, 살짝 휘날리는 멋진 수염이 모두 새하얀 백발이라 관복을 입었으나 선풍도골(仙風道骨)의 신선 같은 풍모다. 허목의 범상치 않은 외모와 연관되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많이 전한다. 지금도 집에 두면 액운을 막아주는 벽사의 효능이 있다고 믿어지고 있는 '척주동해비(陟州東海碑)' 비문도 그렇다. 척주는 삼척의 다른 이름이다. 허목이 삼척부사로 좌천됐을 때 바닷가 백성들을 위해 '동해송(東海頌)'을 짓고 자신만의 전서체로 써서 빗돌에 새겨 세우게 한 이 비로 풍랑을 막았다고 한다. 파도를 물러나게 하는 신비한 힘을 가졌다고 해서 '퇴조비(退潮碑)'로도 불렸다. 허목은 남인의 영수로 노론의 우암 송시열과 대립했던 정치가로 먼저 떠오르지만 대학자이자 서예가인 다재다능한 인물이다. 미수전(眉叟篆)으로 명명된 독특한 전서는 육경고학(六經古學)을 추구한 그의 학문에서 나온 글씨다. 허목은 송나라 신유학이 아니라 진(秦)나라 이전의 원시유학을 이상으로 삼아 의거하는 경전이나, 실행하는 예법이나, 글쓰기인 문장이나, 글씨체인 서체에 이르기까지 하은주 삼대의 문화를 스스로 구현하고자 했다. 이런 신념으로 학문과 서예를 일치시켜 고대의 이상을 서예로 실천해 글씨로 복귀하려한 허목의 특이한 창작이 미수전이다. '허목 초상'은 1794년 정조가 허목의 후손가에서 초상화를 가져오도록 해 어람하는 과정에서 이명기가 모사한 이모본(移模本)이다. 표제는 당시 75세인 채제공이 썼다. 그런데 표제가 보통과 다르다. 사실은 '문정공 미수 허선생 팔십이세 진'이라고 해야 맞다. 채제공은 그림 위쪽에 같이 표구된 발문에 이 초상화의 전말을 기록하며 '허목'으로 선생의 성휘(姓諱)를 곧장 쓴 것은 어람을 대비해서였다고 밝혔다. 표제가 예법에 어긋난 것을 이상하게 여길 후세 사람들을 위해 기록해둔 것이다. 왕 앞에서는 이름(名)을 부를 뿐 자(字)나 호(號)를 들먹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구의 미술사 연구자

    2025-12-17 13:35:47

  • [매일춘추] 스스로 정한다는 것

    [매일춘추] 스스로 정한다는 것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하면 떠오르는 게 뭐냐는 질문에 사람들이 차를 마시며 대화하는 풍경만 떠올렸다면 당신은 꽤 연배가 높거나 사회 트랜드에 둔감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헤드폰을 낀 젊은이들의 눈길이 태블릿과 책을 바삐 오가는 걸 보곤 아하, 요즘 젊은이들은 음악을 들으면서 독서를 하는구나. 멀티태스킹 세대란 말이 정말이구나, 하고 감탄했다면 이 땅의 젊은이들이 처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그들이 들고 있는 책 표지엔 대부분 시험이니 합격이니 하는 말이 써져 있다. 그렇다. 그들이 보는 건 대부분 자격증 취득이나 취업과 관련된 수험서적이다. 간혹 문학서적이나 교양서적을 읽는 이들을 보는데 읽는 자세부터 다르다. 느슨한 자세의 대척점에 공벌레처럼 잔뜩 웅크리고 있는 젊은이들이 있다. 그 모습을 보면 가슴이 답답하다 못해 아파지기까지 한다. 카페에서 작업을 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사람들의 대화를 듣는 경우가 있다. 그 중 학부모들의 화젯거리는 대동소이하다. 여기에도 순열 공식이 적용되는지 한 사람이 '자랑'을 시작하면 또 다른 자랑이, '불만'을 시작하면 또 다른 불만이 크기와 모양에 따라 조합되고 열을 맞춘다. 이건 또 무슨 악취미인지 내 귀는 불만 레퍼토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런 테이블의 분위기는 비슷한 색채를 띤다. 성적은 기본이고 예체능에서 생활습관에 이르까지 자녀들의 행태가 성에 차지 않는 어른들의 의기투합이다. 그런데 내 귀에 쏙 들어온 건 따로 있다. "그 집 애는 그래도 영어는 잘하잖아"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다 잘해야지 그거 하나 잘한다고 등급이 나와?"라는 말. 메타인지. 달달심리학자인 존 플라벨이 창안한 개념이다. 스스로 자신의 인지 능력을 판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학습 과정에 적용하면 부족한 영역의 개선은 물론 훨씬 나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 기실 아이고 어른이고 뭘 잘하는지 못하는지는 본인이 가장 잘 안다. 나아가 이 개념을 체화할 경우 학업뿐만 아니라 대인 관계에서도 긍정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스스로의 행위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이뤄지기에 실수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잘못을 수습하거나 해결하는 데에도 유리하다. 그걸 이해한다면 무엇을 잘하는지 못하는지, 그리하여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는 자녀에게 먼저 물어야 한다는 것도 알 것이다. 부모는 결정권자가 아니라 자녀의 선택을 돕는 도우미라는 건 공교육의 지침을 정하는 데도 필요충분조건이지 않을까. '잘하는 건 더 잘할 수 있게, 못하는 건 적어도 이해는 할 수 있게.' 그런 모토가 필요하지 않을까. 흔히 듣는 말, "축구는 못해도 보는 건 좋아해요" 그 말에 힌트가 있다.

    2025-12-17 13:32:23

  • [매일춘추] 직업으로서 작가로 산다는 것

    [매일춘추] 직업으로서 작가로 산다는 것

    지난 6일, 영국의 사진작가 마틴 파(Martin Parr)는 73세로 세상을 떠났다. 현대인의 일상을 특유의 강렬한 색감과 유머, 날카로운 사회적 시선으로 포착한 그는 사진이 한 시대의 초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작가였다. 올 한 해 국내 사진계에서도 거목들이 잇따라 우리 곁을 떠났다. 평생 한국인의 원초적 의식과 그 내면을 집요하게 포착해 온 육명심 작가가 그중 한 명이다. 지난 1월에는 "사진가로 살았던 시간이 가장 행복했다"라고 말했던 윤주영 작가도 생을 마감했다. 이어진 소식들은 자연스럽게 한 가지 질문을 떠올리게 했다. 직업으로서 사진작가로 산다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작가'라는 단어에는 여전히 낭만이 따라붙는다. 그러나 그 외피를 벗기면 사진을 통해 생계를 이어 가는 한 직업인의 현실이 드러난다. 무엇을 찍을 것인가, 언제까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인가, 하루를 어떤 리듬으로 살아갈 것인가. 이런 고민은 결국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그리고 이 물음은 매일의 생활 속에서 반복된다. 사진가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원 사업을 찾고, 레지던시에 참여하며, 미술관과 후원자의 언어를 읽어 내는 적극적인 의지와 태도가 필요하다. 이는 단지 생계 전략만이 아니다. 외부 자원을 끌어와 작업을 확장하고 지속하기 위한 필수 역량이다. 예술은 더 이상 고독한 천재의 영역이 아니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스스로 설득하며 지속해야 하는 노동이다. 이런 삶은 비단 예술가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불확실한 미래 환경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며 일해야 하는 오늘날 대부분의 직업인이 마주한 현실과 맞닿아 있다. 다만 사진가의 경우 그 불확실성은 더 노골적이다. 결과는 이미지 한 장으로 즉각 평가되고, 축적된 시간보다 눈앞의 성과가 먼저 소비된다. 사진은 쉽게 복제되지만, 한 장의 사진을 위해 쏟은 사진가의 시간은 절대 가볍지 않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말했다. "인생의 목적은 사랑받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되는 것." 사진작가로 산다는 것은 곧 자기 자신으로 살아내는 일이다. 속도와 효율이 최우선 가치가 된 사회에서 그 선택은 여전히 비합리적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직업으로서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빠르게 소비되는 이미지의 속도전에 자신을 전부 내맡기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셔터를 누른다는 것은 시간을 거스르며 세상을 바라보고, 세상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자기만의 리듬을 지키려는 가장 느리면서도 단호한 저항이다.

    2025-12-17 13:25:06

  • [의학칼럼] 담석증, 꼭 수술을 해야 하는가요?

    [의학칼럼] 담석증, 꼭 수술을 해야 하는가요?

    간담췌외과 전문의가 말하는 '지켜봐도 되는 경우' 와 '미루면 위험한 경우' 가 있다. 최근 국가검진과 일반검진을 많이 접한 환자분들이 증가추세에 있다. 건강검진을 하다보면 CT(Computed Tomography) 또는 복부초음파(abdominal ultrasonography)를 통해 검사결과 설명 당시에 담석이 있다는 말을 주변에서 종종 들거나 경험 하신 분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럼 대부분의 환자분들은 "당장 수술해야 하나요?", "아프지는 않은데 그냥 놔둬도 되나요?" 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담석이 있다고 모두 수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반대로, 수술 시기를 놓치면 응급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경우도 분명히 존재 한다. 증상이 없는 담석은 꼭 수술을 할 필요는 없다. 담낭 안에 돌이 있다고 해도 복통이 없다거나, 평소 소화불량이나 메스꺼움이 없거나, 담낭염 소견이 없다면 대부분은 정기적인 추적 관찰만으로도 충분하다. 실제로 무증상 담석은 평생 아무 문제없이 지내는 경우도 많다. 이 경우에는 대부분 무조건 수술을 권하지 않는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증상이 반복된다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첫 번째, 오른쪽 윗배, 명치, 우측 옆구리 등의 부위에서 통증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두 번째, 기름진 음식을 먹은 뒤 소화불량, 오심, 구토가 (위장질환과 유사한 증상) 있다. 세 번째, 통증이 어깨나 등 쪽으로 퍼진다. 네 번째, 열이 나거나, 통증이 점점 심해진다. 이같은 증상이 있다면 담낭염, 담도염, 급성췌장염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며, 이 단계가 되면 수술이 더 복잡해지고 입원 기간도 길어질 수 있습니다. 간담췌외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술을 잘하는 것만큼, 언제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아는 것입이다. 간혹 의사들이 "조금 더 지켜봅시다"라고 하는 말에는 이런 의미가 숨어있는 것이다. 담석의 크기, 담낭 상태, 환자의 나이, 동반 질환, 증상의 양상을 종합해 "지금은 지켜봐도 된다"는 판단이 내려질 수 있다. 반대로 겉으로는 괜찮아 보여도 합병증 위험이 높은 경우에는 증상이 심해지기 전에 수술을 권하기도 한다. 담석증은 '타이밍의 병'이다. 너무 이른 수술도, 너무 늦은 치료도 모두 환자에게 부담이 된다. 중요한 것은 내 담석이 어떤 상태인지 정확히 아는 것, 그리고 전문의와 함께 시기를 판단하는 것이다. 담석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면 혼자 걱정하기보다는, 현재 상태가 추적 관찰 대상인지 치료가 필요한 단계인지 한 번쯤은 정확한 판단을 위해 간담췌전문의와 상의를 해보는 것을 권장한다. 마지막으로 담석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모두가 같은 치료를 받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지켜보는 것이 가장 안전한 선택일 수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지금의 치료가 향후 큰 문제를 막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인터넷 정보나 주변 이야기만으로 결정을 내리기보다, 현재 내 몸 상태를 정확히 이해하고, 왜 이런 선택이 필요한지 충분히 설명을 듣는 것이 좋다. 담석증 치료는 서두르기보다는, 각자의 상황에 맞는 가장 적절한 시점을 찾는 과정이라는 점을 기억했으면 한다. 박성균 대구 강남종합병원 간담췌외과 원장

    2025-12-17 06:30:00

  • [의학산책] 요요를 막는 법, 칼로리보다 '습관 구조'를 바꾸자

    [의학산책] 요요를 막는 법, 칼로리보다 '습관 구조'를 바꾸자

    체중 감량보다 더 어려운 것은 '유지'다. 섭취를 줄이면 몸은 에너지 소비를 낮추고 식욕을 끌어올리며 다시 원래 체중으로 돌아가려 한다. 실제 해외 대규모 추적 연구들에 따르면 감량된 체중의 절반 이상이 2년 안에, 80% 이상이 5년 내 되돌아온다. 요요는 실패가 아니라 우리 몸의 정상적인 방어 반응에 가깝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 답은 단순하다. 목표는 '크고 빠르게'가 아니라 '적당하고 지속 가능하게'다. 체중 관리는 칼로리를 계산하는 기술이 아니라, 생활 루틴을 바꾸는 설계에 가깝다. 매 끼니 단백질을 25~30g 먼저 챙기고, 탄수화물은 평소의 80%로 줄이는 것만으로도 포만감과 섭취량은 안정된다. 운동 역시 주 5일 고강도보다, 출퇴근 걷기, 계단 오르기처럼 일상 속 활동을 꾸준히 쌓는 편이 훨씬 오래간다. 수면은 체중 관리의 숨은 핵심이다. 일정한 취침·기상 시간, 자기 전 조도 낮추기, 전자기기 사용 줄이기 같은 기본 수면 습관은 식욕 호르몬의 균형을 바로잡아 폭식과 야식을 줄이는 데 결정적이다. 평일 리듬이 자주 무너지는 직장인이라면 '퇴근 후 10분 걷기'처럼 작고 고정된 행동 하나를 정해두는 것이 좋다. 아침 양치 후 체중을 재고 물 한 컵을 마시는 간단한 루틴, 매주 같은 요일·같은 시간 기록하는 체중과 허리둘레, 주 1회 외식 횟수 설정 같은 작은 자동화가 "망했으면 포기"라는 극단적 사고를 막는다. 핵심은 노력보다 구조, 의지보다 자동화다. 약물 치료는 루틴을 대신해 주는 마법이 아니라, 루틴을 유지하도록 돕는 '지지대'로 이해해야 한다. 티르제파타이드(마운자로)와 세마글루타이드(위고비)는 체중과 대사를 의미 있게 낮추며 치료의 선택지를 넓혔다. 특히 마운자로는 비만을 동반한 성인 수면무호흡증 환자에서 무호흡·저호흡 지수와 체중을 함께 개선한 대규모 임상 근거를 바탕으로 국내 적응증도 확대됐다. 두 약물은 병용하지 않으며, 반드시 전문의 판단에 따라 개별적으로 선택한다. 위고비는 최근 청소년(만 12~17세) 비만까지 국내 허가가 확대되었지만, 보호자와 의료진이 체중 조건, 동반질환, 생활치료 이행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약을 중단하면 체중이 다시 오를 수 있기에, 시작할 때부터 수면·식사·활동을 포함한 생활 루틴을 함께 설계하는 것이 요요를 막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체중은 '빼는 기술'보다 '지키는 구조'에 좌우된다. 칼로리보다 생활 패턴을 먼저 다듬고, 필요할 때 약물·검사·상담을 지지대로 활용하되, 중심은 언제나 반복 가능한 작은 습관에 둬야 한다. 개인의 위험도와 동반질환, 환경을 함께 고려한 현실적인 계획이 가장 안전하고 빠른 길이다. 대구 일민의료재단 세강병원 김성호 원장

    2025-12-17 06:30:00

  • [세풍-이용호] 헌법 위반자들, 책임질 배짱이라도 있나!

    [세풍-이용호] 헌법 위반자들, 책임질 배짱이라도 있나!

    헌법은 한 국가의 통치 구조와 국민의 기본적 권리와 의무를 담고 있는 근본 규범(規範)이다. 따라서 국가와 그 국민은 헌법과 그 가치를 준수하고 존중해야 할 최고의 책무를 진다. 만약 헌법이 빈번히 어겨진다면,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의 번영은 기대할 수 없다. 어쩌면 그러한 국가는 독재 국가 내지 과거 나치 독일과 같은 야만 국가로 낙인이 찍힐지도 모른다. 그래서 성숙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면 헌법과 그 가치를 절대적으로 준수하려는 의지를 통치의 근간으로 삼아야 한다. 대한민국은 국가의 모든 현안을 입법으로 해결하겠다는 국회의 입법 만능주의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입법권은 국민의 의사에 부합되게 행사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특정 집단의 이익 추구나 목적 달성의 도구로서 독단적으로 활용된다면, 그 폐해가 온전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특히 '법률안 거부권'을 가진 대통령과 국회 다수당이 같은 진영일 경우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법 왜곡죄 신설'과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등에 관한 법안은 입법 만능주의의 대표적 사례이다. 비록 헌법 제40조에 의해 국회가 입법권을 갖는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무제한적인 것은 아니다. 헌법과 합치되고, 국가 권력 간 '견제와 균형'의 원칙에 부합되게 행사되어질 것이 전제된다. '왜곡의 의미의 불명료성'이나 '사법부 밖에서 재판부 구성에 관여하는 것' 등은 사법권 독립을 침해하는 요인으로서, 위헌의 개연성이 높다. 사법제도의 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사법 통제가 작동되어서는 안 된다. 그 개혁은 국민의 권리 구제를 증진시키고,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진영 대립이 극심한 대한민국에서, 이쪽 얘기를 들으면 저쪽이 잘못됐고, 저쪽 얘기를 들으면 이쪽이 잘못됐다. 각 진영은 자신의 특정 행위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부득이한 경우라고 항변할 것이다. 적어도 자신의 행위들만큼은 헌법 위반이 아니라고 말이다. 그러나 그 위반 여부에 우선하여, 기본적으로 모든 국정 담당자는 역사와 국민 앞에 책임질 자세로 국정에 임해야 한다. 국가와 국민을 첫자리에 두고, 소신껏 일하는 국정 담당자를 찾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이다. 헌법 위반 문제에는 애매한 태도로 이익을 취하면서, 그 책임 문제에서는 요리조리 떠넘기기에 능숙한 지도자들이 많다. 이러한 풍토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는 단연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계엄 선포의 책임은 전부 휘하의 군인들 몫이라고 발뺌한다. 대통령으로서의 품위나 존경을 찾을 수 없다. 최고 권력자가 스스로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니, 그 휘하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죽을 지경이다. 어쩌면 국민은 책임질 줄 아는 당당한 대통령을 그리워했는지도 모른다. 그나마, 계엄 선포든 친위 쿠데타든, 국헌 질서를 문란하게 한 자를 더 이상 포용하지 않겠다는 교훈을 재확인시켜 준 점만은 오래 기억될 것이다. 현재는 과거가 되고, 미래는 머지않아 현재가 된다. 윤 전 대통령의 위헌 행위가 처벌의 대상이 되고 있듯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위헌 행위도 언젠가 심판의 시간을 맞을 것이다. 그것이 역사이다. 국헌을 문란하게 했다면, 휘하의 사람들을 방패 삼아 뒤로 숨지 않아야 한다. 최소한 책임 문제에 당당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바로 국민이 요청하는 최소한의 명령이다. 헌법을 위반하는 자들, 역사와 국민 앞에 책임질 배짱이라도 있는지 묻고 싶다. 영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이용호

    2025-12-17 05:00:00

  • [사설] 통일교 금품 의혹, 기를 쓰고 덮으려는 이유가 궁금하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통일교 로비의 몸통은 국민의힘 관계자들"이라며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세 치 혀가 정치권(민주당 측)을 강타하고 있지만 이들은 모두 깃털"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학자 총재의) 280억원 의혹(疑惑)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현재까지 통일교와 접촉이 거론된 장관급 인사만 3명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인 정진상 씨와 민주당 전·현직 의원들 이름도 등장했다. 문재인 정부 인사들 이름도 나왔다. 거의 매일 정치인 이름이 추가되고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금품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민중기 특검은 통일교가 민주당 인사들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구체적 진술을 받고도 수사하지 않았다. 특검으로부터 사건을 이첩(移牒)받은 경찰은 전재수 의원실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으나 참관 절차 등으로 2시간 넘게 압수수색이 지연됐고, 의원실 내부에서는 문서 파쇄기 소리가 났다고 한다. 증거 인멸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럼에도 민주당은 "특검 수사는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固守)하고 있다. 윤 전 본부장은 "로비한 정치인 명단을 밝히겠다"고 했으나 이재명 대통령의 "통일교 해산, 재산 몰수" 겁박(劫迫) 후 명단을 밝히지 않았다. 오히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서는 "만난 적도 없는 분들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기존 진술을 번복했다. 이런 진술 변화는 정치권과 통일교가 '뒷거래'를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민중기 특검이 권 의원의 불법 자금 수수 규모를 실제보다 적게 잡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권 의원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280억원 금고 자금의 흐름이 다 드러날 경우 '몸통'이 다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라는 추측이 많다. 그럼에도 특검을 반대하는 것은 "사건을 덮자"는 말로 들릴 뿐이다. '통일교-정치권'에 대한 특검과 '민중기 특검'에 대한 특검이 불가피하다.

    2025-12-17 05:00:00

  • [사설] 대구시장 민주당 후보, 추대든 경선이든 대야(對野) 경쟁력이 관건

    홍의락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이 16일 아시아포럼21 정책토론회에서 내년 6월 대구시장 선거와 관련해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의 경선을 거론했다. 그는 "김 전 총리와 경선을 하면 대구 시민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여러 작업을 해서 김 전 총리가 나올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이 강민구 수성구갑 지역위원장을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는 김 전 총리 후보 추대 움직임에 대한 입장 표명이라 할 수 있다. 대구가 국민의힘의 전통적인 텃밭이긴 하나 계엄 사태 후 자멸(自滅) 중인 데다 집권 여당 프리미엄에 김 전 총리와의 경선으로 시민의 관심까지 높일 경우 한번 해볼 만하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번 대구시장 선거는 예년과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는 전망이 적잖다. 국힘 깃발만 꽂으면 당선돼 왔던 터라 상대 후보로 누가 나오든 주목받지 못했고 득표율도 높지 않았지만 내년 선거에선 국힘 후보를 위협하거나 접전을 벌일 수 있다는 것이다. 홍 전 부시장은 19대 비례에 이어 20대 대구(북구을)에서 국회의원을 지냈고 부시장까지 역임하는 등 대구에서 정치와 행정을 모두 경험했다. 김 전 총리는 4선 국회의원에 행안부 장관, 국무총리를 지냈다. 20대 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대구(수성구갑)에서 당선되는 등 지역에서의 인기도 높다. 대구시장에도 출마해 낙선(落選)했지만 2014년 득표율이 40%를 넘겼다. 19대 총선 때도 대구에서 40%대 득표율을 기록했다. 20대 총선 당선 땐 득표율이 62%나 됐다. 물론 '보수의 성지'로 불리는 대구에서 민주당 후보가 시장으로 당선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주호영·추경호·최은석 등 출마를 저울질하는 국힘 현역 의원의 면모도 만만찮다.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도 20일 대구에서 강연회를 가지고 출마 관련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이는 등 국힘 후보들의 출마 러시가 예상된다. 국힘의 수성(守城)일지, 민주당의 돌풍일지 알 수 없지만 대구에서도 예측 불허의 선거가 치러지는 게 대구로 봤을 때 나쁘지 않을 것 같다.

    2025-12-17 05:00:00

  • [사설] '책임당원 100만 명' 돌파가 국민의힘에 던지는 과제

    국민의힘에 당비를 내는 당원 수가 이달 10일 기준 96만3천231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12월 당비 납부 당원까지 포함할 경우 이미 100만 명을 넘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매달 1천원 이상 3개월을 납부하면 경선 투표권이 주어지는 책임당원이 된다. '100만 책임당원 달성'은 한국 보수 정당 사상 처음이다. 국민의힘 책임당원은 지난해 12월 84만8천 명에서 12·3 비상계엄 이후 하락세(下落勢)가 이어졌고,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과 6월 대통령선거 패배를 거치면서 70만 명 초반대까지 크게 떨어졌다. 회복세로 돌아선 전환점은 장동혁 대표가 당선된 지난 8월 전당대회였다. '100만 책임당원 돌파'는 장 대표의 리더십이 보수 성향 국민들 사이에서 신뢰를 얻고 있음을 보여 주는 지표라는 게 국민의힘의 자체 평가이다. 하지만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마를 준비 중인 사람들이 당내 경선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입당을 독려한 결과라는 견해도 있다. 국민의힘에 대한 국민적 지지와 기대가 높아졌다고 마냥 고무될 일은 아니라는 말이다. 장 대표는 '당원 중심주의'를 내세우며 당원권 확대에 나섰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선 때 당원 투표와 국민 여론조사 반영을 '50%대 50%'에서 '70%대 30%'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이 나라의 주권자이듯, 민주정당(民主政黨)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것이 그 배경일 것이다. 원론적으로는 맞을지 몰라도 당원의 뜻만 챙기다 보면 당원이 아닌 국민의 뜻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수 있다. 당원의 뜻을 챙기되 당원이 아닌 국민의 뜻도 세심하게 파악하고 챙기는 균형 감각이 있어야 한다. 현 집권 세력의 '내란 몰이'와 위헌적 입법 폭주, 삼권분립 등 헌법 정신 무시 등으로 인해 한국 민주주의가 심각한 위기(危機)를 맞고 있다. 이에 제동을 걸려면 국민의힘에 대한 '극우' 공격을 합리적·논리적으로 불식해야 한다. 그것이 '100만 책임당원'이 국민의힘에 던지는 과제다.

    2025-12-17 05:00:00

  • [관풍루]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민간업자 김만배와 남욱, 검찰이 몰수·추징 보전한 재산을 풀어달라고 법원에 요청.

    ○…이재명 대통령, "고위직으로 갈수록 능력은 없는데 연줄로 버티는 부적격자들이 있다"며 "무능하고 무책임한 인사에 대해 엄중히 문책해야 한다"고 지시. 윤석열 정부에서 고위직 오른 공무원 나가라는 소리?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민간업자 김만배와 남욱, 검찰이 몰수·추징 보전한 재산을 풀어 달라고 법원에 요청. (문)범죄 수익을 합법적 재산으로 둔갑시키는 비법은? (답)정권과 공모. ○…민주당이 내란전담재판부를 2심부터 도입하고 재판부 추천 권한을 사법부에 주는 방향으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을 수정하기로 결론. 위헌 논란 해소 위해서라는데 '걸레는 빨아도 걸레'.

    2025-12-17 05:00:00

  • [날씨] 12월 17일(수)

    [날씨] 12월 17일(수) "대체로 흐고 지역에 따라 한때 비"

    2025-12-16 18:49:48

  • [매일문예광장] (시) 껍질/ 전기웅

    [매일문예광장] (시) 껍질/ 전기웅

    〈껍질〉 오토바이가 빗길에 미끄러지자뒤집힌 풍뎅이처럼단절된 줄 알았던 인간관계가 깨어난다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몰려와휴대폰 꺼내 들고어디론가 전화를 걸고넘어진 오토바이를 일으켜도로 가장자리에 갖다 놓는다 구급대가 달려올 때까지 기다리다가침묵하며 다시 제 갈 길로 가는 사람들 그들의 도도한 눈빛에서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하는 어머니의부드러운 손길이 보였다 입술을 떠난 말들은더불어 사는 이웃의 위로였다 눈 마주치지 않으려 했던 고립된 엘리베이터 안에서적막의 커튼을 치고 숨어있던어색함의 봉인을아무는 상처의 딱지인 듯 나 뜯어낸다. ◆시작노트 비가 내리던 날, 오토바이가 빗길에 미끄러져 위험한 순간이었지만 놀랍게도 가장 먼저 달려온 것은 서로 알지 못하는 이웃들이었습니다. 휴대폰을 꺼내고, 오토바이를 세우고, 구급차가 올 때까지 묵묵히 곁을 지키던 얼굴들. 잠시였지만 그 순간은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연대였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세상의 모든 생명체는 결국 하나의 큰 곡선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슴을 열고 직선으로 질주하다가도, 우리는 다시 큰 원을 그리며 제자리로 돌아오는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각자도생 이라는 말에 익숙해진 요즘은 가까운 이웃의 시선조차 피하려 할 때가 많습니다. 엘리베이터 안의 고요한 적막처럼 말끝이 닿지 않는 순간들이 우리 주변에는 흔합니다. 하지만 뜻밖의 사고 앞에서 껍질처럼 단단히 닫혀 있던 인간관계가 균열을 내고, 내부의 따뜻함이 드러나는 장면을 보며 저는 오래 멈춰 서게 되었습니다. '껍질'은 그날 제가 본 사람들의 손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도움을 주고도 아무 말 없이 흩어지는 이웃들의 뒷모습에서 어머니의 안도하는 숨결 같은 부드러움을 느꼈습니다. 우리가 서로에게 남겨두는 온기와 스쳐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연대의 흔적을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이 시는 결국 고립과 고독의 껍질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 보려는 제 작은 시도입니다. 어색함의 딱지를 떼어내고, 서로를 향해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는 순간들이 우리 일상의바탕이 되기를 바라며 이 글을 씁니다. ◆약력 -시집 '촛대바위' '바이크, 불멸의 사랑'이 있음 -서정문학회부회장, 형상시학 편집국장 -(사)대구경북언론인회

    2025-12-16 10:49:11

  • [매일문예광장] (수필) 청산에 살으리랏다/ 김아가다

    [매일문예광장] (수필) 청산에 살으리랏다/ 김아가다

    〈청산에 살으리랏다〉 구룡산 정상은 청도와 경산, 영천이 연결되는 꼭짓점이다. 나는 구룡 정상리에서 산속 생활의 재미에 푹 빠졌다. 교통사고를 겪고 생과 사의 극점에서 해방되니 나는 누구인가? 존재 의미를 찾고 싶었다. 이제까지 살아온 시간은 내가 없었다. 자랄 때는 집안의 맏이라서 욕심 부릴 수 없었고, 아내와 엄마 역할은 자신을 돌볼 시간이 눈곱만큼도 없었다. 사회생활도 마찬가지였다. 타인을 향한 배려와 양보의 삶이 미덕인 줄 알았으니. 할 만큼 하지 않았을까, 나를 격려하고 싶어서 배낭을 꾸렸다. 머무는 곳에 이름 하나 지었다. 마니또 산방.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은둔의 삶을 즐기고 싶어서다. 그런데 은둔하려는 만큼 불편한 것을 고수해야 한다. 고지가 높고 노인들만 사는 곳이어서 인터넷이 되지 않는다. TV는 케이블을 연결하면 시청할 수 있지만, 그마저도 거부했다. FM '세상의 모든 음악'은 유일하게 좋아하는 채널인데 신호가 잡히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CD와 USB로 음악을 즐길 수밖에 없다. 창을 열고 등받이 의자에 몸을 푹 파묻는다. 산 아래 산을 내려다보는 희열을 맛보고 있으니, 세상 부러운 것이 없다. 햇볕 따갑던 계절이 지나고 선선한 바람이 얼굴에 닿는다. 그 상큼함이란, 오감 만족이다. 칠월 염천에 산방으로 올라왔는데 어느새 가을을 맞았다.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에 다람쥐 발걸음 바퀴처럼 구르고, 잦은 장마에 산기슭 언덕배기 뉘 집 어르신 유택이 허물어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자연은 변화무쌍하다. 솔 냄새 짙은 오솔길 지나니 색색의 단풍이 옷을 갈아입기 시작한다. 만추의 계절, 가을이 익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산책길, 밤나무 밑에 탐스러운 밤톨이 알밤알밤 하면서 내게 손짓한다. 한 개 두 개 줍다 보니 양손에 가득하다. 욕심은 금물이다. 일용할 양식에 감사하면서 뒤돌아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자연에서 배운다. 멧돼지도 먹고, 청설모도, 우리는 모두 자연이 아닌가. 겨울과 봄은 아직 살아보지 않아서 감이 잡히지 않지만, 기대에 부푼다. 어떤 풍경일지, 또 어떤 환경이 될지 설레기도 한다. 눈이 하얗게 내려 천지를 덮으면 갇힌 자유를 만끽하고, 봄이면 잠자던 생명이 수런거리며 깨어나는 소리를 들으리라. 그때쯤이면 내 몸도, 쑥국새 소리에 맞춰 화란춘성 만화방창을 노래할 수 있을까. 세상의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나로부터 연결된 모든 고리를 끊어야 했다. 제일 먼저 한 것이 전화기 차단이다. 처음에는 캄캄한 밤길을 혼자 걸어가는 기분이었는데 그것도 잠시, 생각하기에 달렸다. 혼돈 속에서 나름대로 질서가 생겼다. 해가 뜨면 일어나 산책하고, 배고프면 밥 먹고 어둠이 내려오면 하루를 감사하면서 잠자리에 든다. 지극히 평범한 자유를 누리는 기쁨은 영혼을 정화한다고 할까. 소확행이라는 신조어가 어느 별에서 왔는지 모르지만, 이 순간 숨이 멈추어도 아쉬울 것 없다는 생각이 든다. 파열된 세포와 근육이 제자리를 찾아가느라 통증이 심하다. 산방에서 도전한 것이 맨발 걷기다. 마사토 깔린 길을 디디면 바늘로 찌르는 고통이 따른다. 한 발짝 디딜 때마다 살아온 날들을 떠올린다. 굽이굽이 고해苦海의 빙산을 넘어왔는데 이 정도는 견딜 수 있지, 입술을 깨문다. 세월이 약인 모양이다. 그러구러 시간이 흐르고 상처 난 자국이 굳은살 되어 단단해지고 있다. 대자연의 혜택을 누리면서 덕지덕지 때 묻은 영혼까지 세척했으니 감사하는 마음이 덤이다. 이참에 주소를 옮겨볼까, 생각 중이다. 산골짝 오지 마을에 버스가 들어오지 않는다. 사람이 몇 명 살고 있지 않기도 하지만 꼬불꼬불 낭떠러지를 올라오기에 난감해서다. 오지 주민에게 군에서 지원하는 100원 행복택시가 있다. 주민에게만 교통 티켓이 6개월분 40장이 지급된다. 거리는 제한적이지만, 읍내 시장이나 지역 내에 볼일이 있으면 100원 주고 택시를 이용한다. 주민이라고 해봤자 열 명도 되지 않지만, 행복택시와 오지 주민은 친근한 이웃이 될 수밖에 없다. 마을 사람들은 인심이 넉넉하다. 지나가는 길손에게도 막걸리 한 잔, 물 한 잔 나누며 반가이 맞이한다. 정에 목마르고 사람이 그리워서가 아니라 사랑을 나누고 실천하는 마음이리라. 마을은 산새 좋고 공기가 맑아서 영혼이 아프거나 육신에 병든 사람이 찾아온다. 영혼의 상처는 자연의 아름다움에 취해 다독이고, 육신에 자리 잡은 복병은 산림에서 뿜어내는 피톤치드로 다스린다. 동네의 자랑거리는 구룡에 쉬었다 가는 사람들은 치유의 기쁨을 안고 하산한단다. 산중 음악회가 시작되려나. 선득한 골바람 타고 색소폰 소리가 끊어질 듯, 이어질 듯 감질나게 들린다. 트리하우스에 사는 초보 박 선생의 연주다. 더듬이를 세워 소리의 진원지를 찾아 조붓한 토깽이 길에 들어선다. 고욤나무에 앉은 까치가 노래를 부르면서 하늘로 비상한다. 하얀 셔츠에 검정 슈트. 연미복을 입은 까치의 자유가 부럽다. 질세라, 단전에서 들숨을 깊이 끌어올려 "나는 자유다!" 크게 뱉어낸다.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진정한 자유라고 하지 않던가. 지난한 세월의 흔적은 창공에 던져야겠다. 나물 먹고 물 마시며 청산에 살으리랏다. ◆약력 - 대구문인협회, 대구수필가협회 - 매일시니어문학대상, 청송객주문학상외 다수 - 수필집 '희나리' '분이'

    2025-12-16 10:48:56

  • [사설] 수사검사는 필요 없어도 특검은 필요한 '특검 공화국'

    12·3 비상계엄 관련 의혹을 수사한 조은석 특별검사 팀이 6개월간의 활동을 마무리한 뒤 15일 최종 수사 결과를 내놨다. "윤석열 등이 권력을 독점·유지할 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사실을 확인했다"는 게 발표의 핵심이다. 김용현 전 장관 등과 수시로 만나면서 지난해 4월 총선 훨씬 이전부터 비상계엄을 순차 모의(謀議)하며 준비해 왔고, 명분을 만들기 위해 비정상적 군사작전을 통한 북한의 무력 도발을 유인했으나 실패했다는 게 특검 팀의 판단이다. 조 특검은 "군을 통해 무력으로 정치 활동 및 국회 기능을 정지시키고 국회를 대체할 비상 입법 기구를 통해 입법권과 사법권을 장악한 후 반대 세력을 제거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시작했던 3대 특검 중 해병·내란 특검은 끝나고 김건희 특검만 남았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8일 김건희 특검 종료 후 2차 추가 종합 특검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특검 정국(政局)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다 국민의힘도 '통일교 정치권 로비 의혹'과 관련한 '통일교 게이트 특검'과 '민중기 특검 편파 수사에 대한 특검' 등 '쌍특검'을 제안한 상태다. 민 특검이 통일교와 여권 인사들 간의 유착 관계에 대한 진술을 확보하고도 뭉갰고, 미공개 주식 정보를 이용해 '1억원대 시세 차익'을 봤다는 의혹까지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검 수사 과정에서 숨진 양평군 공무원 사건에 대한 특검도 필요하다는 게 국민의힘의 주장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통일교 게이트 특검'에 힘을 싣고 있다. 검찰을 두고도 특검을 만들고, 또 그 특검을 수사하는 특검을 만들려 하는 '특검 공화국'이라 할 만하다. 그런데 특검의 핵심 인력은 수사검사다. 내년 10월이면 그 수사검사가 사라진다. 정부 여당이 지난 9월 검찰청 폐지를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의결했고, 현재 1년 유예 상태여서다. 수사검사를 없애면서 특별검사에 집착하는 건 이율배반(二律背反)적이라 볼 수 있다. 수사검사가 사라지고 난 뒤엔 특검을 어떻게 꾸려나갈지 궁금하다.

    2025-12-16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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