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산 없이 나온 퇴원길 캐나다 의료를 이야기하면 "돈은 안 들지만 오래 기다린다"는 말부터 나온다. 진료나 수술을 기다려야 하는 일이 있고, 그 때문에 제도의 평가도 엇갈린다. 다만 대원칙으로서 환자의 상태가 얼마나 중하고 위급하냐에 따라 진료의 순서가 달라지는 것은 분명하다. 친하게 지내는 한 지인의 아들이 크게 아팠다. 가족 주치의 소견서를 들고 종합병원에 갔고, 곧바로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밤낮으로 집중치료가 이어졌지만 좀처럼 차도가 나지 않았다. 두 달 넘게 중환자실에 있다가 일반 병실로 옮겼고, 몇 주를 더 보내고서야 퇴원했다. 거의 석 달이었다. 퇴원하는 날, 지인은 간호사들에게 고맙다고 인사하고 아들과 함께 1층으로 내려왔다. 어디에 들러야 하나 둘러보았지만, 넓은 로비에는 안내 데스크만 눈에 띄었다. 두 사람은 그대로 병원 밖으로 걸어 나왔다. 지인은 몇 번이고 돌아보았다고 한다. 중환자실에서의 치료까지 석 달 가까이 입원했는데 이렇게 그냥 가도 되나 싶었던 것이다. '나중에 청구서가 오면 내야지'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공공의료체계가 필수적인 병원 치료비를 부담한다는 사실을 지인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입원 중에는 '혹시 큰돈이 나오면 집을 팔아서라도 감당해야지'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머리로는 '무료'임을 알았지만, 오랜 치료에도 자신이 낼 돈이 없다는 사실은 믿기지 않았던 것이다. 집에 돌아온 뒤에도 청구서는 오지 않았다. 브리티시컬럼비아(BC)주는 2020년부터 주민에게 부과하던 의료보험료도 폐지했다. 쉽게 말해, 매달 내는 의료보험료도 없다는 이야기다. ◆치료비보다 아이에게 마음을 쏟도록 최근 서울대병원 소아심장외과 김웅한 교수의 인터뷰를 보았다. 수술을 앞둔 아이의 부모들은 아이가 살 수 있는지와 함께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도 반드시 묻는다고 한다. 은퇴를 앞둔 김 교수는 그 부모들에게 무엇보다 이렇게 말해 주고 싶었다고 한다. "치료비 걱정은 나라에 맡기고 아이에게 마음을 쏟으라." 우리나라에도 건강보험이 있고, 중증질환의 부담을 덜어주는 제도가 있다. 그럼에도 치료가 급한 순간에 부모가 비용까지 물어야 한다면, 그 가족은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 것일까. 당장 낼 돈인지, 앞으로 감당할 돈인지, 제도의 도움을 어디까지 받을 수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불안일 수도 있다. 부모가 치료비 걱정을 덜고 아이에게 마음을 쏟을 수 있는 조건을, 사회가 자신의 과제로 삼고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아이를 살리는 의술과 함께 그 가족을 지탱할 제도도 필요하다. ◆국가를 믿게 하는 경험 "형편이 되면 나중에 이 병원에 꼭 기부해야겠다." 지인이 내게 직접 한 말이다. 아들이 돌아온 안도감과 의료진에 대한 고마움이 함께 담겨 있었을 것이다. 집을 팔 각오까지 했던 아버지가 이제는 그 병원에 기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가장 아픈 순간에 사회가 자신을 외면하지 않았다는 경험이, 그 사회를 믿고 돕고 싶은 마음으로 이어진 것이다. 언어도 문화도 다른 이국에서 그가 경험한 사회의 보호였다. 우리 사회에도 그런 경험이 더 많이 필요하다. 치료가 길어져도 가족의 삶까지 무너지지 않도록 국가가 보장할 기준을 세워야 한다. 필수의료비를 환자가 부담하지 않는 사회를 지향할 것인지, 국가가 어디까지 보장할 것인지 국민이 함께 정해야 한다. 이는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가라는 국가 운영의 철학에 관한 문제다. 아픈 사람을 돌보는 책임이 한 사람의 삶에 실제로 닿을 때, 국가를 믿으라는 말도 설득력을 얻는다. 우리나라에 재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놓치고 있는 것은 어디에 먼저 쓸 것인가라는 우선순위가 아닐까. 모든 의료비를 당장 국가가 감당하기는 어려워도, 국민의 생명과 가족의 삶을 지키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목표를 구체화한다면, 해마다 계획을 세워 그 목표를 단계적으로 달성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2026-10-30 00:30:00
[뉴스로 보는 고사성어] 추풍낙엽(秋風落葉), "가을바람에 떨어지는 이파리"
〈strong〉금융·보험·여행주 '추풍낙엽' 〈/strong〉 〈strong〉미그-29, 국산 KF-21 앞선 '추풍낙엽'〈/strong〉 '추풍낙엽(秋風落葉)'은 "가을 추, 바람 풍, 떨어질 낙, 이파리 엽"으로 가을바람에 떨어지는 이파리처럼 어떤 세력이나 세태가 힘을 잃고 급격히 몰락하는 현상을 비유한다. 즉 '권력이나 정치 세력의 급격한 몰락', '법적 처벌과 사정 정국의 효과', '경제적 위기와 기업·증시의 급락',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흐름(추세의 변화)'을 가리킨다. 한·중·일에서 다 사용하며 '화란춘성(花爛春盛)', '만화방창(萬化方暢)'과 상반되는 뜻이다. '추풍낙엽' 하면 예전 과거시험을 보러 갈 때 여기를 넘으면 추풍낙엽처럼 떨어진다 해서 피했다는 추풍령도 생각난다. 가을바람엔 역시 "섬돌 앞의 오동나무 잎은 벌써 가을 소리를 낸다"(階前梧葉已秋聲)처럼 낙엽 지는 소리가 으뜸. 게다가 '귀뚜라미 우는 소리', '으악새(=억새) 슬피 우는 소리'도 빠질 리 없다. 가을엔 "간다고 서럴(서러워를) 마소… 추풍낙엽 휘돌아 치는…"(이화자 「추풍낙엽」. 1940) 같이 서러움을 담은 노래도 허다하다. 이파리가 있는 한 떨어질 건 정해진 이치라 마냥 슬퍼할 일만은 아니다. 때맞춰 떨어져 내려 뿌리로 돌아가는 게 대자연의 순리 아닌가. '낙엽'은 모든 걸 휩쓸어 버리는 거대한 기운을 상징한다. '추풍낙엽'은 중국 당나라 번성기의 시인 이기(李頎, 690~751)가 지은 「행로난(行路難)」에 "추풍낙엽폐중문(秋風落葉閉重門: 추풍낙엽에 겹겹이 닫힌 문)"으로 처음 보인다. 이후 남송의 홍매(洪邁, 1123~1202)가 엮은 『이견을지(夷堅乙志)』에 화려한 권세가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는 허망함을 노래할 때 쓰였다. "금빛 굴레와 털 안장을 한 명마들이 빛을 내며 저잣거리를 환하게 비추지만, 3년 뒤에는 절뚝거리는 나귀 한 마리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사람들이 말하는 '추풍낙엽'이란 바로 이를 두고 하는 거로구나." 추풍낙엽은 당연히 우리나라의 여러 자료에도 등장한다. 고려 말의 목은 이색(1328~1396)은 "인청추풍낙엽성(忍聽秋風落葉聲: 추풍낙엽 소리를 차마 듣는단가)"(『목은시고』제6권)이라고 했다. 세월을 건너뛰어 근대기에도 자주 보인다. 권배근(權培根)은 「노자의 유토피아」(『삼천리』제10권 제1호/1938.1.1.)에서 이렇게 토로했다. "인류의 아름다운 몽상은 추풍낙엽(秋風落葉)이 되었다… 아, 괴롭다! 어디로 갈 거냐?… 그렇다 '자연으로 돌아가라!' 대사상가 노자(老子)의 말이다." 맞다. 추풍낙엽은 자연의 근원으로 돌아가는 만물의 진풍경이다. 이 점을 잘 짚은 것이 농암 이현보였다. "추풍낙엽합귀근(秋風落葉合歸根: 추풍낙엽은 마땅히 뿌리로 돌아간다네"( 『농암집』제1권). 이를 이어받아 퇴계 이황은 "귀근낙엽진상리"(歸根落葉儘常理: 낙엽이 뿌리로 돌아가는 것은 모두 영원한 이치이거니!"라고 하였다. 고정불변이란 없다. 아름답든 추하든 귀하든 천하든, 어느 하나 추풍낙엽의 처지를 피해 갈 수 있을까.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이형기 「낙화」). 이렇듯 추풍낙엽을 어떻게 바라보고 받아들이는가가 관건이리라.
2026-10-30 00:30:00
[남정욱의 별별시선] 로마에서 보낸 10·26과 카이사르
유럽을 몸으로 느껴보겠다고 프랑스, 이탈리아, 터키, 그리스를 한 달 남짓 돌았던 적이 있다. 해외여행을 괜히 사나흘만 가는 게 아니었다. 집 떠나고 열흘 지나니까 사지(四肢) 안 아픈 데가 없고 배는 고픈데 입에 맞는 건 없고 정말 죽는 줄 알았다. 구미(歐美)를 배워보겠다며 2년 가까이를 타향으로 떠돈 일본 메이지 시대 사절단이 얼마나 독한 인간들이었는지 그때 실감했다. 여행의 마지막 코스가 이탈리아 로마였다. 딱 이맘때였는데 저녁 먹으러 들어간 식당에서 머리 희끗한 주인에게 부탁을 했다. 오늘(10월 26일)은 조선의 카이사르가 부하에게 살해당한 날인데 그가 마지막 마신 술로 추념하고자 하니 위스키 잔을 좀 빌릴 수 있겠냐고. 주인은 선선히 잔을 내줬다. 그러면서 했던 말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오야붕을 배신한 놈은 맷돌로 갈아버려야 해." 이 양반, 누가 이탈리아 사람 아니랄까 봐 단테의 '신곡' 정도는 기본으로 뗀 모양이다. 책의 제34곡을 보면 지옥의 가장 깊은 곳에는 얼어붙은 호수 한가운데 루시퍼가 있는데 세 얼굴과 세 입을 가지고 있고 각각의 입은 죄인 하나씩을 쉬지 않고 씹고 있다. 그중 둘이 카이사르 암살의 주모자와 실행자다. 카이사르 인생에서 가장 논쟁적인 부분이 로마 '공화정'의 종말을 앞당긴 거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원로원의 눈물 어린 만류에도 카이사르는 뜬금없는 주사위 핑계를 대며 도강(渡江)을 감행했다. 우호적인 사람들은 그가 공화정 말기의 혼란을 수습했다고 말한다. 비판적인 사람들은 그가 제정(帝政) 야욕에 불타 공화정을 붕괴시켰다고 말한다. 분명 같은 사건인데, 그렇다면 대체 카이사르의 공화정 타격은 공(功)일까 과(過)일까.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를 무대로 펼쳐지는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은 돈만 밝힐 줄 알았지 법에는 무지했던 한 유대인 영감을 이른바 배웠다는 놈들이 털어먹는 이야기다. 빌린 돈을 못 갚으면 살 1파운드로 빚을 대신하겠다는 신체 포기 각서를 오로지 '살'만 1파운드로 몰아가면서 골탕을 먹이는 것이다. 푸줏간에서 삼겹살 한 근을 달라고 하면 그 한 근에는 당연히 소량의 피(血)가 섞여 있다. 그러니까 살 1파운드는 마침 그 지점을 통과하던 혈액 일부까지를 포함하는 게 상식이다. 뜬금없어 보이는 이 이야기를 꺼낸 건 공적(功績)과 과오(過誤)가 대부분 동전의 앞뒷면이고 한 몸인 까닭이다. 공적은 대부분 과오에 의해 가능하고 과오의 대가가 바로 공적이기 때문이다. 느려 터진 원로원의 시스템으로는 나날이 불어나는 제국의 몸집을 감당할 수 없었다. 공화정을 고집했더라면 제국은 자신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진즉에 무너져 내렸을 것이다. 카이사르는 공화정을 죽이는 대신 로마를 살렸다. 흔히 박정희 시대를 군사 독재라고 부른다. 그러나 군인도 아니었고 야당도 있었다. 말장난하자는 게 아니다. 독재라고 하기엔 자격 미달이었다. 비슷한 시기 동남아시아, 남미, 아프리카의 제대로 된 독재자들에게 배워도 한참 배워야 했다. 박정희의 시대는 '유보의 시대'였다. 민주주의는 시대를 앞질러 너무 일찍 왔고 국민들에게는 자유의 향유보다 한 그릇의 밥이 더 중요했다. 이 시차 부조화를 박정희는 '나중에'라는 방식으로 돌파했다. 그리고 그 유보 덕에 대한민국은 중공업이라는 걸 했고 북한과의 군사적인 격차를 좁혔다. 박정희가 머리와 위장의 욕구 사이 간극을 메우는 과정은 아름답지 않았다. 일방통행도 있었고 폭력도 있었다. 그래서 가능했던 거다. 1970년대 초반, 1인당 국민소득이 세계 90위권 전후였던 대한민국에 필요했던 리더는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 감각을 내세웠던 모호한 마키아벨리스트였을까 아니면 내 무덤에 침을 뱉으라며 손에 온갖 더러운 것을 기꺼이 묻히고 직진한 카이사르였을까.
2026-10-30 00:30:00
[날씨] 10월 30일(금) "대체로 맑고 곳에 따라 한때 비"
2026-10-29 18:51:16
헌법 제1조 제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조문 자체에 '자유'라는 말이 명시되어 있지는 않을지라도 헌법 전문이 밝히는 기본 질서부터 신체의 자유, 직업 선택의 자유, 사유재산권 보장에 이르기까지 헌법의 곳곳에 자유의 정신이 흐르고 있다. '민주'라는 이름만으로는 결코 국가의 번영을 담보할 수 없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국호가 무색하게, 자유를 상실한 북한 정권은 역사상 가장 가혹한 전체주의 독재로 전락했다. 이처럼 자유가 결여된 민주는 다수의 횡포와 폭정으로 흐르기 쉽다. 진정한 자유 사회에서 국가의 궁극적 목적은 오직 개인의 존엄과 자유에 있다. 국가는 결코 그 자체로 목적이 될 수 없으며 시민의 생명과 재산, 자유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수단, 도구에 불과하다. 정부가 주인의 위치에 서서 국민의 삶을 통제하려 드는 순간 민주공화국의 존립 기반은 뿌리부터 흔들리게 된다. "자유는 희귀하고 연약한 식물(Freedom is a rare and delicate plant)이다."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경구다. 인류 문명사 수천 년을 통틀어 인간의 기본 상태는 자유가 아닌 강제와 궁핍이었다. 전제군주, 봉건영주, 독재자의 자의적 지배 아래 신음하던 역사에서 개인이 간섭 없이 생각하고 재산을 소유하며 시장에서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는 사회는 근대 이후에야 비로소 등장한 극히 '희귀한' 예외였다. 또한 자유는 화초처럼 연약하다. 외부의 노골적인 침략보다 위험한 것은 내부에서 은밀히 자라는 안일함이다. 경제 위기나 사회적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대중과 정치인은 손쉽게 국가의 개입을 외친다. 약자를 돕겠다는 선한 명분을 앞세우지만 한 번 비대해진 정부의 권한과 규제는 결코 스스로 줄어들지 않는다. 자유를 당연한 공기처럼 여기며 방심하는 사이에 거대해진 국가권력이라는 잡초가 정원을 집어삼킨다. 부동산 규제는 이러한 경고를 실감케 한다. 서울 전역과 경기 주요 지역으로 잇달아 확대된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이제 아파트 거래마저 관할 지자체의 사전 허가를 받도록 강제하고 있다. 개인이 피땀 흘려 마련한 재산을 처분하고 거주지를 선택할 기본적 권리에 정부가 지나치게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문제는 이 규제가 우리의 자유를 침해할 뿐 아니라 실효성조차 없다는 것이다. 경기 규제 지역 12곳 중 11곳에서는 지정 이후 아파트값 상승률이 오히려 이전 기간을 웃돌았다. 시장의 원리를 거스른 규제가 주거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는 달성하지 못한 채 시민의 자발적인 거래만 박탈하고 말았다. 자유의 위기는 국민의 말과 글을 다루는 방식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최근 시행된 개정 정보통신망법은 허위조작정보 유통에 대해 최대 5배에 달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하도록 했다. 이미 형법상 명예훼손죄와 플랫폼 의무 조항이 있는데도 이중·삼중으로 과잉 규제한 셈이다. 국회입법조사처조차 표현의 자유 위축을 우려하며 보완 입법을 주문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중한 소송 위험을 감수하는 상황에서 권력의 부정과 비리를 비판할 주체는 사라진다. 처벌의 공포로 언론과 시민이 스스로 입을 닫는다면 권력 남용을 막을 제도적 견제 기능은 사실상 무력화된다. 프리드먼은 권력의 집중이야말로 자유를 위협하는 가장 치명적인 요인이라고 보았다. 국민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세워진 정부가 자유를 위협하는 괴물로 변질되는 비극을 막기 위해 그는 두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첫째, 정부 권한의 범위를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역할은 국방과 치안, 법질서 확립, 그리고 시장이 공급하기 어려운 최소한의 공공재 제공에 철저히 머물러야 한다. 만약 규제를 통해 그 외의 영역에 개입하려면 그로 인한 사회적 편익이 비용을 압도할 만큼 명백하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둘째, 권력을 철저히 분산해야 한다는 점이다. 불가피하게 공권력을 행사하더라도 중앙정부보다는 지방자치단체가 맡는 편이 안전하다. 권력이 한곳에 집중될 때 발생하는 독점과 남용을 방지하고, 지역 주민의 감시와 견제가 수월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개입을 꼭 필요한 수준으로 제한하고 권력을 분산하는 일만이 국가의 번영과 시민의 자유를 온전히 지켜내는 가장 확실한 원칙이다.
2026-10-29 13:30:00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68>꿈나라는 언제든 갈 수 있는 무릉도원, 오수도
소당(小塘) 이재관의 '오수도'는 이름 없는 한 지식인의 일상을 그린 고사도(高士圖)다. 반면 고사도(故事圖)는 중국 송나라 때 소동파의 유배 때 일화를 그린 '적벽도(赤壁圖)'처럼 유명한 인물의 특별한 사건을 그린다. 유명무명의 문인들 이야기는 한자문화권 회화의 독특한 분야인 일종의 위인도다. 역사적 인물의 행위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교훈이 되기도 하고, 생활인의 일과로서 정서적 공감을 일으키기도 하는 효용성 높은 그림이다. '오수도'의 고사(高士)가 하는 행위는 낮잠이다. 한적한 서재에서 책 무더기를 베고 잔다. 책이 수북한 책상에 기대놓은 길쭉한 물건은 거문고(琴)다. 방문 좌우의 소박한 휘장, 나지막한 난간, 간소한 디딤돌 등 조촐한 격조가 있는 모자랄 것 없는 집이다. 지붕은 기와이고 솔가지를 꺾어 차양을 덧대었다. 커다란 바위 옆에서 화로에 부채질하던 동자는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고개를 돌려 노송 아래 두 마리 학을 쳐다본다. 해맑게 웃고 있다. 주인은 찻물을 끓이라고 해놓곤 그 사이 잠들었나보다. 화폭의 아래와 위로 넉넉한 여백을 두어 운치를 돋우면서도 오밀조밀한 이야기를 담아 심심하지 않은 화면으로 구성했다. 전문화가 다운 숙련된 솜씨는 묘사하는 형태를 따라 자연스러우면서도 대담하게 이어지는 붓질, 슴슴한 담채에서도 드러난다. 상단에 짧은 제화를 써넣었고 인장은 '진전한화(秦篆漢畵)', '필하무일점진(筆下無一點塵)'이다. 〈strong〉새들이 지저귀며 오르내리는데 낮잠이 이제 들었네〈/strong〉 〈strong〉禽聲上下 午睡初足 小塘〈/strong〉 소동파는 잠, 곧 꿈나라야말로 언제든 입국할 수 있는 무릉도원이라는 재미있는 산문 '수향기(睡鄕記)'를 지었고 시에서도 잠을 예찬했다. '취포고면진사업(醉飽高眠眞事業)' 구절은 맛난 음식 먹고(飽), 향기로운 술에 취해(醉), 베개를 높이 베고 푹 자는(高眠) 것이야말로 진정한 사업이라는 것이다. 인생이란 이 세 가지 맛을 잘 즐기는데 있을 뿐 무슨 거창한 할 일이 있겠는가라는 반문이다. 그림 속 낮잠의 의미는 다양하지만 '오수도'의 낮잠은 자족의 미학인 것 같다. 책, 음악, 술의 3종 세트에서 술 대신 차가 들어갔다. 대구의 미술사연구자
2026-10-29 11:22:40
퇴근 후 저녁을 먹었다. 소화도 시킬 겸 아내와 손잡고 집 근처 공원으로 나갔다. 산책하기 좋은 날씨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든 게 가을, 가을이다. 거대한 낙엽의 어느 한 지점을 조용히 걷고 있는데 맞은편에서 한 남녀가 달려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러닝 복장을 한 부부가 숨을 몰아쉬며 지나갔다. 잠시 후 이어폰을 귀에 꽂은 한 남자가 그리고 또 한 여자가 달려와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갔다. 우리 빼고 모두가 달리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다들 달리고 있었다. 달리기 열풍은 이제 새삼스러운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이어져 온 흐름이다. 마라톤 대회는 접수를 시작하자마자 마감되고, 함께 모여 달리는 '러닝 크루'는 운동 모임을 넘어 새로운 관계를 맺는 공동체가 되었다. 달린 거리와 시간, 경로를 SNS에 올리는 일도 흔하다. 운동 기록을 나누고 응원하며 건강한 자극을 주고받는다. 달리기는 이제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 돼가고 있다. 이쯤에서 드는 생각 하나, 사람들은 왜 달리려고 할까? 생각만 해도 숨이 차고, 다리 아프고, 고생스러운 일인데 말이다. 굳이 왜? 매일 달리는 것으로 유명한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의 에세이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이렇게 말한다. '적어도 달리는 동안은 누구와도 얘기하지 않아도 괜찮고, 누구의 얘기도 듣지 않아도 된다. 그저 주위의 풍경을 바라보고 자기 자신을 응시하면 되는 것이다. 그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달리는 시간은 복잡한 관계에서 벗어난 혼자만의 시간이다. 누군가와 함께 달린다고 해도 결국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밖에 없다. 달리는 리듬 속에서 차츰 머릿속을 비워내고 내가 어떤 존재인지를 겸손하게 느껴보는 시간이다. 또 다른 이유는 달리기가 노력한 만큼 정직하게 돌아오는 몇 안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열심히 일해도 집 한 채 마련하기 어렵고, 애써 준비해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시대다. 노력과 결과 사이의 거리가 점점 멀어지는 세상에서 달리기는 드물게 정직한 활동이다. 오늘 3㎞를 뛰면 정확히 3㎞만큼 나아간다. 어제보다 조금 더 뛰면 기록은 어김없이 그만큼 나아진다. 누구의 운도, 배경도 끼어들 틈이 없다. 내 발로 내딛는 만큼, 정확히 그만큼 앞으로 나아간다. 달리기 열풍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이 시대가 무엇에 목말라 있는지를 비추는 거울 같은 게 아닐까. 혼자만의 시간, 내 힘으로 무언가를 이뤄내는 감각,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믿음. 이렇게 생각해 보니 나도 달리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내일 아침은 운동화를 꺼내 신고 저 가을하늘 아래를 달려봐야겠다.
2026-10-29 09:19:01
[사설] 한미동맹 '굳건히'와 '물음표'…여당, 어느 쪽이 진심인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28일 외교·안보·통일 분야 정책 수립을 점검하는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를 출범시켰다. 김민석 대표는 출범식에서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외교·안보 기반을 튼튼히 하고 주변국과 협력의 폭을 넓히는 것이 국익 중심 실용외교의 핵심"이라고 했다. 그런데 같은 자리에서 의장을 맡은 박정 의원은 "한미동맹이라면 일단 믿는 80년 고정관념에도 물음표를 찍겠다"고 말했다. "좀 더 관대한 대북 정책을 종북으로 모는 잘못된 이데올로기와도 싸우겠다"고도 했다. 동맹 강화를 외친 당 대표의 말과 동맹에 대한 회의적(懷疑的) 메시지가 같은 자리에서 나온 셈이다. 동맹국에는 불필요한 오해를, 국민에게는 혼선을 줄 수 있다. 이런 혼선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26일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관련 질의에 답하며 "북한과 전쟁이 일어났을 때 그러면 그런 미군은 믿을 수 있나"라고 했다. 국방부는 미국·이란 전쟁 상황을 언급한 야당 의원의 논리에 대한 반문이며 한미 신뢰를 강조하려던 취지라고 해명했다. 그렇다 해도 동맹의 군사적 신뢰를 책임지는 국방장관의 말로는 적절치 않았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도 27일 외통위 종합감사에서 DMZ 지뢰 폭발과 관련해 '지뢰는 방어용 무기'라는 발언을 취소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북한 지뢰가 방어용이라는 뜻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이러한 논란 발언이 반복되는 것 자체가 문제다. 그는 앞서 국감에서도 "아직은 지뢰 공격으로 특정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고, 이 발언은 이후 김여정 북 노동당 총무부장이 책임을 부인하는 데 인용됐다. '한미동맹 고정관념에 물음표'라는 여당 자문회의 의장, '미군을 믿을 수 있느냐'는 국방장관, '지뢰는 방어용 무기'라는 통일장관. 모두 저마다의 맥락에서 나온 발언이겠지만 동맹에는 의심을, 북한 도발에는 관용을 남길 수 있는 말인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정부와 여당이 '실용외교'를 말하려면 대북과 대미를 향한 말과 기준부터 일관돼야 한다.
2026-10-29 05:00:00
[사설] 언론·장관 탓하는 국정, 국민 공감 얻을 수 있겠나
이재명 대통령이 27일 밤부터 28일 오전까지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무려 10건의 게시글을 쏟아냈다. 국민 여론과 장관들의 자제(自制) 건의에도 불구하고, SNS는 "목숨줄이자 숨구멍"이라던 이 대통령이 작정하고 대(對)국민 소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특정 신문 보도를 겨냥한 듯한 "'도움이 안 된다'는 말과 '크게 도움이 안 된다'는 말은 '크게' 차이가 있다"는 게시물 등 언론을 비판한 글이 주목된다. 해당 언론이 '외국인 노동자가 국가 경제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이 대통령 발언을 왜곡(歪曲)했다는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가 '큰' 도움은 안 되나, 도움이 되기는 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정론직필하고자 하는 언론일 것이니 기사 정정하시고 사과하실 것으로 믿는다"는 말 이외에, 기사 제목이 바뀌었다는 누리꾼 글에 "기사 제목을 바꿨으면 왜 바꿨는지 밝히고, 기사를 고칠 만큼 잘못했으면 사과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라고 했다. 무슨 뜻인지 이해되지만, 이런 정도로 대통령이 마치 언론을 압박(壓迫)하는 듯한 행태가 국민들에게 바람직하게 느껴질지 솔직히 의문스럽다. "'짜장면 좋다는 건 짬뽕 폄훼'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라는 28일 글에서는 농지 전수조사를 제안한 것이 송미령 장관이라는 것을 '농어민과의 대화' 자리에서 밝힌 것에 대해, '책임 전가'(責任轉嫁)라고 비판한 언론보도에 정면 대응했다. 책임 전가가 아니라, 장관의 제안을 오히려 칭찬한 것이라며 "공개된 국무회의 발언을 직접 보고 최소한의 보도 윤리를 가지고 쓴 것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농지 전수조사에 따른 온갖 부작용으로 농민들의 불만이 고조되자, 대책을 마련하겠다던 이재명 정부의 책임은 어디로 갔는지 모를 일이다. 훌륭한 장관은 있는데 책임지는 장관도 대통령도 사라진 셈이다. "대통령이 공개회의에서 직접 조사를 지시한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라는 이 대통령의 말처럼 국민은 알고 있다. 그래서 '언론 탓'이 얼마나 국민적 공감(共感)을 불러일으킬지 의아스럽다.
2026-10-29 05:00:00
[사설] 국정조사와 탄핵이 민주당 강성 지지층 달래는 수단인가
더불어민주당이 다음 달 5일 국회에 조희대 대법원장 국정조사 실시 요구서를 보고한 뒤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方針)을 밝혔다. 국정조사를 통해 조 대법원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것이다. 걸핏하면 대법원장 탄핵 사유가 차고 넘친다고 하더니, 정작 탄핵에는 나서지 못하고, 국정조사를 통해 '진상규명'을 하겠다니 앞뒤 맥락도 없다. 민주당이 당장 탄핵소추에 돌입(突入)하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될 가능성이 높고, 그럴 경우 정치적 역풍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자니 강성 지지층의 반발을 달랠 뾰족한 수가 없고, "민주당이 대법원장 탄핵과 사법 개혁의 적기를 놓치고 있다"며 공세(攻勢)를 펼치는 조국혁신당과 선명성 경쟁에서도 밀린다. 결국 국정조사를 빌미로 조희대 대법원장을 공격함으로써 지지층을 달래는 한편 조희대 대법원장이 모멸감을 견디지 못하고 자진 사퇴하는 '그림'을 노리는 것이다. 공직자에 대한 국정조사나 탄핵은 헌법과 법률을 중대하게 위반한 공직자를 벌함으로써 헌법 질서를 지키기 위한 제도이지, 마음에 들지 않는 공직자, 자신들 말을 고분고분 듣지 않는 사람을 제거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강성 지지층을 달래기 위한 제물(祭物)은 더더욱 아니다. 그러나 지금 민주당의 대법원장 국정조사니 탄핵이니 하는 것은 '사법부 굴복시키기'와 '이재명 대통령 사법 리스크 해소' '지지층 달래기'를 위한 정치적 술수로 보일 뿐이다. 조 대법원장에게 중대한 헌법 위반이 있다면 그 증거를 제시하고, 행위를 특정해 탄핵을 추진하고 그 책임을 지면 된다. 그러나 민주당은 중대한 법률 위반 행위를 구체적으로 적시하지는 않고 대법관 후보자 제청을 장기간 미룬 문제, 재제청 요구를 거부한 문제, 업무추진비 문제, 대선 개입 의혹 등 여론 공세만 펼친다. 정부 여당 지지율 추락(墜落)을 막고, 강성 지지층을 달래기 위해 삼권분립을 이토록 무시하는 행태가 공당으로서 할 일인가.
2026-10-29 05:00:00
[관풍루] "한미동맹 굳건히" vs "한미동맹 80년 고정관념에 물음표"
○…민주당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 출범식에서 김민석 대표 "한미동맹 굳건히", 박정 의장 "한미동맹 80년 고정관념에 물음표". 한 지붕 아래 두 목소리가 국익 중심 실용 외교인지 몰라도, 미국은 도대체 뭔 소리인지 헷갈릴 법. ○…8월 출생아 7년 만에 최대이고, 26개월 연속 증가로 역대 최장 기록 경신했는데 인구는 6천605명 감소. 아기 울음소리 커졌지만 인구 감소 막기엔 아직도 역부족. ○…주민등록 등·초본에 '계부·계모·배우자의 자녀' 대신 '세대원' 표기 가능해져. 묻지도 않은 가족사까지 친절히 들춰주던 행정, 늦게나마 눈치라는 걸 배웠으니 다행.
2026-10-29 05:00:00
2026-10-28 18:43:49
[새론새평-배종찬] 민심 붕괴시키는 대통령의 제미나이와 SNS
이재명 대통령의 소통 방식이 민심을 들끓게 하고 있다. 최근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빅데이터 연관어 분석(썸트렌드, 2026년 10월 19~27일 집계)을 살펴보면, 현 정국의 핵심 화두는 단연 '이재명 제미나이'와 '대통령 sns'라는 두 개의 거대한 축으로 집약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중대범죄수사청장과 공소청장 등 수사기관장의 국무회의 배석 문제를 정당화하는 과정에서 구글의 생성형 AI인 제미나이를 인용해 발언하면서 촉발된 논란은,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 최고 통치권자의 국정 의사결정 방식과 소통 철학에 대한 심각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중수청장과 공소청장의 국무회의 배석 등 중대한 헌법적·법률적 국정 결정을 내리는 근거로 검증되지 않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하고 이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명백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국가의 사정 기관과 권력 구조 재편이라는 민감한 사안은 법제처나 헌법재판소 등 공적 기관의 엄밀한 법적 검토와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마땅하다. 그러나 대통령이 제미나이와 같은 AI 챗봇의 답변을 면죄부나 정당성의 출처로 삼아 SNS에 게시한 것은, 그 출처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을뿐더러 국정을 이끌어가는 책임자의 태도로서 지나치게 가볍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실제로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편향된 질문으로 원하는 답변을 유도한 처참한 수준의 통치 행위"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야권의 나경원 의원 등 주요 정치인들이 일제히 이를 비판하고 나선 지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국가 최고 책임자의 판단 기준이 검증되지 않은 알고리즘에 의존하는 모양새가 비치면서 정책 집행의 책임소재가 모호해진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과의 직접 소통을 명목으로 쏟아내고 있는 과도한 횟수의 SNS 활동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대통령의 SNS는 신속한 메시지 전달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정제되지 않은 개인적 소신이나 일방적인 주장들이 여과 없이 노출되면서 오히려 국정의 신중함과 무게감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특히 전세난과 증시 변동, 국민연금 개혁 논란 등 민생 경제가 극도로 불안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민생 현장의 목소리를 세심하게 경청하기보다 SNS를 통한 여론전에만 골몰하는 모습은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적 불안감과 큰 괴리를 낳고 있다. 여론의 냉정한 반응 속에서도 SNS 공간에만 매몰된 소통 방식은, 진정한 의미의 민주적 소통이라기보다는 일방향적 독백에 가깝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대통령이 SNS를 자신의 '생명줄'이라 지칭하며 여론의 비판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강행 의지를 꺾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기존의 보수·진보 기성 언론이나 제도권 정당 구조를 불신하고, 지지층과 직접 연결된 온라인 공간을 통해 정치적 동력과 정치적 자산을 유지하려는 고도의 전략적 집착에서 비롯된다. 대통령에게 SNS는 단순한 소통 도구를 넘어, 정치적 위기 국면마다 지지층을 결집하고 자신을 엄호해 줄 수 있는 든든한 '친구'이자 정치적 방어벽으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여론의 싸늘한 평가나 국정 운영의 제도적 한계마저 SNS라는 가상공간의 우호적 반응으로 돌파하려는 유혹에 쉽게 빠져들게 된다. 결국 이렇듯 국민의 호응을 얻지 못하는 제미나이 등 인공지능 기반의 국정 결정, 밤잠을 설치며 쏟아내는 폭풍 질주형 SNS, 그리고 국무회의 생중계 등에서 국무위원들마저 우려를 표명하는 파격적 행보는 민심에 치명적인 역풍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경제와 증시가 불안하고 전세난이 가중되는 시기에, 대통령의 국정 시선이 민생 현장이 아닌 인공지능이나 SNS 여론전에 쏠려 있다는 인식을 주게 되면 국민이 느끼는 불안감은 배가되고 국정 운영 전반에 대한 신뢰는 급격히 무너질 것이다. 이는 결국 싸늘하게 식어버린 민심과 국정 동력 상실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남게 된다. 대통령의 진정한 '생명줄'은 요란한 SNS나 알고리즘의 답변이 아니라, 냉정한 현실을 직시하고 제도를 존중하는 책임 있는 민생 행정에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시점이다.
2026-10-28 13:21:30
당나라의 문학가 이상은(李商隱)은 세태를 풍자한 저서 『잡찬(雜纂)』에서 '절대 오지 않는 것' 몇 가지를 꼽았으니, '몽둥이를 손에 쥐고 부르는 개' '가난뱅이 선비가 부르는 기생' 등이다. 이후 그것을 계승한 청나라의 위광불(韋光黻)은 『잡찬신속(雜纂新續)』에서, '새장 밖으로 날아간 새' '집 나간 영특한 고양이' 등을 더하였다. 시간의 거리를 둔 중국 문인들의 통찰은 우스갯소리 같지만, 그 밑바닥에는 명철한 현실 인식이 깔려 있다. 부르는 쪽의 처지와 태도, 그리고 응해야 할 쪽의 이해관계가 어긋날 때 '부름'은 공허한 메아리가 된다. 위협을 품은 손짓에 응해 다가오는 생명은 없고, 소득 없는 허세의 초대에는 누구도 응하지 않으며, 억압을 뚫고 자유를 맛본 존재는 결코 과거의 질곡으로 되돌아가지 않는다. 신뢰와 실질이 없는 자리에 명분만 앞세워 불러들인다면, 세상 그 누구도 제 발로 찾아오지 않는다. 오늘날 우리 사회를 돌아본다. 정치인들은 선거철이나 그들의 정치적 입지가 위태로운 고비마다 입 모아 "민심을 받들겠다"라고 외치고, 민심이 돌아앉아 지지율이 떨어지면 온갖 대책을 쏟아낸다. 그러나 옛 문인의 혜안으로 본다면, 한 시절 정치권력의 '부름'이란 허망하기 짝이 없다. 혹여 손에 서슬 퍼런 사법의 몽둥이를 쥔 채 국민을 향해 "이리 오라"며 손짓으로 부르고 있지는 않나? 제 편의 비리와 과오는 온갖 궤변으로 덮어주면서 반대파나 힘없는 서민에게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는 권력 아래로 돌아올 국민은 없다. 손에 몽둥이를 숨기지도 않고 흔들어대며 오라고 윽박지르는 주인에게 꼬리를 흔들며 다가갈 개는 없다. 개조차 몽둥이의 살기를 알아차리는데, 눈 밝은 주권자가 그 위협을 모를 리 만무하다. 또한 나라의 곳간은 비어가고 민생 경제는 벼랑 끝에 몰렸는데, 실효성 없는 장밋빛 구호만 외치며 국민의 호응을 바라고 있지는 않나 돌아볼 일이다. 국민이 짊어진 삶의 무게를 덜어줄 실질적 대책이 없는데, 공허한 명분에 응답할 민심은 없다. 위광불이 말한 '새장 밖으로 날아간 새'와 '집을 나간 영특한 고양이'는 바로 이반된 민심의 은유로 쓸 수도 있다. 한번 자유의 하늘로 날아오른 새는 결코 비좁고 탁한 새장으로 되돌아가지 않는다. 영특한 고양이는 집주인의 옹졸함과 박대를 견디다 못해 담장을 넘으면 다시는 그 집의 밥그릇을 쳐다보지 않는다. 국민의 인내심이 임계점을 넘어 체념과 무관심, 혹은 분노로 돌아설 때, 민심은 새장의 새처럼 미련 없이 날아가 버린다. 권력자들은 민심이 떠나갈 때마다 "국민과의 소통과 홍보가 부족했다"라고 하거나 "가짜 뉴스에 호도되었다"라며 국민의 이성을 깎아내린다. 심지어 사과한다는 말이 고작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했다"라는 변명이다. 겉으로는 자책하며 고개를 숙이는 척하지만, 그 말의 기저에는 오만한 우월의식이 똬리를 틀고 있다. '눈높이를 맞춘다'라는 말 자체가 위에서 아래를 굽어보는 시선, 즉 어른이 미숙한 아이를 대할 때나 쓰는 시혜적이고 교만한 발상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국민은 권력의 훈계를 들어야 할 철부지가 아니다. 몽둥이 뒤에 숨은 폭력을 응시하고, 빈 밥그릇의 무능을 심판하며, 권력의 위선을 가장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심판관이다. 오지 않는 민심을 탓하기 전에, 제 손에 들린 몽둥이와 빈 곳간, 그리고 혀끝에 밴 오만부터 반성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26-10-28 05:00:00
[사설] 사정기관장 국무회의 참석 자체로 중립성 의심 받는다
이재명 대통령이 중대범죄수사청장의 국무회의 참석에 대해 "비정상의 정상화 일환"이라고 했다. 앞서 21일 중수청장과 공소청장 등 수사·공소기관장의 국무회의 참석 논란에 대해 "대통령의 행정감독권과 정부 통솔 구조를 부정하는 궤변"이라고 했는데, 앞으로도 사정기관장(司正機關長)들을 국무회의에 부르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중수청장과 공소청장의 국무회의 참석은 법령상 문제가 없다. 그럼에도 역대 정부가 검찰총장과 경찰청장을 국무회의에 배석시키지 않았던 것은 수사기관의 정치적 중립을 고려해 자제(自制)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런 자리에서 우리 국무위원들이 사정기관장들한테 사적인 부탁을 하겠나, 아니면 부정한 지시를 하겠나"라며 "법에 어긋난 행위를 할 가능성이 오히려 적다"고 했다. 일리 있는 말이다. 하지만 대통령과 만나 대통령의 생각과 입장을 자주 듣는 수사기관의 장이 대통령이 아끼는 권력자를 수사하거나 대통령이 바라지 않는 사건을 수사할 수 있을까? 이재명 대통령은 개별 사건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국무회의에서 나오는 대통령의 발언은 중수청장과 공소청장에게 커다란 압박(壓迫)이 될 수 있다. 한 예로 지난 6월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 참석한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검찰이 무오류의 함정에 빠지면 안 된다. 잘못하면 사과하고 취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을 많은 국민과 언론들은 '이 대통령 본인 사건 공소취소를 겨냥한 발언'으로 이해했다. 공소청장이 이런 말을 듣는다면 어떤 부담을 가질지는 불문가지(不問可知)다. 대통령이 특별한 주문을 하지 않더라도 마찬가지다.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발언을 받아 적는 수사기관장의 모습은 국민들에게 수사기관이 대통령의 하명(下命)을 받는다는 느낌을 준다. 수사기관이 자체 판단으로 어떤 정치인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거나 수사를 하지 않더라도 중립성을 의심하게 되는 것이다. 국민이 그런 의심을 갖는 것 자체로 국익에 해롭다. 공정성은 내용만큼 외관(外觀)도 중요하다.
2026-10-28 05:00:00
[사설] 국민소득 4만달러 자랑보다 국민 살림부터 살펴라
경제가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깜짝 성장했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1.0%로 당초 전망치(0.3%)를 크게 웃돌았다. 그러나 화려한 성적표의 이면을 보면 민간소비는 0.2% 감소했고, 서비스업 성장률은 0.2%에 그쳤다. 문제는 이런 괴리가 산업과 노동시장의 구조적 변화에서 기인(起因)한다는 사실이다. 한국은행은 26일 반도체 중심의 산업구조 재편과 인공지능(AI) 확산, 경직적인 노동시장이 청년 고용의 질을 떨어뜨린다고 진단했다. 불안정 일자리에서 안정적 상용직으로 이동하는 청년 비율은 2014~2019년 3.5%대에서 2023~2024년 1.6%로 떨어졌다. 이게 과연 정상적인 성장의 결과인가. 대외 부문과 내수경제의 괴리도 뚜렷하다. 2분기 경상수지 흑자(黑字)는 1천166억달러로 독일과 일본 흑자를 합친 것보다 많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경상흑자를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로 전망했다. 그러나 내수 부진과 고금리 부담에 신음하는 서민들에겐 딴 세상 이야기일 뿐이다. 10월 소비자심리지수, 취업기회전망지수는 하락했고, 중소기업 금융을 떠받치는 기업은행의 3분기 말 연체율은 1.04%로 2011년 관련 자료 공개 이후 가장 높다. 소비 부진이 기업 경영을 악화시키고, 기업의 고용·투자 축소가 가계소득과 소비를 옥죄는 악순환마저 우려된다. 정부는 이날 올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 4만달러대 진입을 기정사실화하면서 반도체 기업의 현금 배당(配當)과 내년 1분기 성과급 지급이 민간소비를 회복시킬 것으로 기대했다. 이른바 낙수효과나 곁불 쬐기로 내수를 회복시키겠다는 발상이다. '성장의 온기가 모든 국민의 삶에 퍼지도록' 노력하겠다지만 고용·소득 격차 해소 대책은 현실감이 전혀 없다. 반도체 호황의 혜택이 저절로 확산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경제정책도 아니다. 심각한 성장 불균형을 뻔히 알면서 해결하지 못한다면 깜짝 성장률은 정부 성적표가 아니라 정책 한계를 드러내는 숫자에 불과하다.
2026-10-28 05:00:00
[사설] 국립의대 신설, 정치적 고려 아닌 객관적 잣대로 결정해야
교육부가 지역 국립의대 신설 대학을 11월 초까지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경북의 경국대와 전남광주권의 순천대가 후보다. 지역 의료 격차(隔差) 해소와 필수의료 확충이라는 사업 취지를 고려하면, 어느 대학을 선정하느냐는 지역의 미래가 걸린 중대한 사안이다. 두 지역 모두 의료 취약성이 심각하다. 그러나 의료 여건이 열악하다는 사실만으로 의대 신설의 당위성을 충족할 수는 없다. 의료 공백(空白)의 정도와 시급성, 대학의 준비 수준, 교육·수련 여건, 부속병원 설립 계획, 지역 의료체계와 연계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 이런 기준에서 보면 경국대는 상당한 강점을 갖고 있다. 경북은 인구 10만 명당 의사 수가 전국 평균에 못 미치고, 22개 시·군 중 18곳이 의료 취약지로 분류될 정도로 의료 기반이 빈약하다. 상급종합병원도 없어 중증(重症)·응급환자의 적절한 치료에 어려움이 크다. 경국대는 준비 상황에서도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북도와 안동시, 예천군, 대학은 의대 설립을 오랫동안 추진하면서 부지 확보와 수련병원 건립, 교원 확보 등을 면밀히 준비했다. 지역의 의료·바이오 산업과 연계해 교육·연구·진료가 함께 이뤄지는 기반을 마련하려는 구상도 갖고 있다. 반면 전남광주권은 목포대와 순천대 사이의 유치 갈등을 겪은 끝에 후보를 정했다. 준비 기간과 사업 추진 여건의 차이를 선정 평가에서 외면해서는 안 된다. 우려되는 점은 정치적 고려가 평가에 개입하는 일이다. 전남광주권에 추가 추천 기회를 부여한 과정부터 공정성(公正性) 논란이 제기된 만큼 정부는 선정 기준과 판단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어느 지역이든 정치적 배려로 혜택이나 불이익을 받는다는 의심을 사면 정책의 신뢰는 무너진다. 지역 간 형평성(衡平性)이란 준비 수준과 의료 수요의 차이를 무시하고 결과를 기계적으로 나누는 것이 아니다. 실제 필요와 사업 역량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진정한 형평성이다.
2026-10-28 05:00:00
[관풍루] 이재명 대통령, 유럽 국가의 대규모 시위에 "근본 원인은 저성장에 있다"며 "우리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말해
○…급여 소득자들, 월급 받은 지 하루가 지나면 평균적으로 급여의 57%만 남고, 닷새 뒤에는 35%, 열흘 후에는 22%, 한 달 후에는 3%만 남는 것으로 분석. 역시 '월급은 통장을 스쳐 지나갈 뿐'이란 우스갯소리가 진짜였네. ○…이재명 대통령, 유럽 국가의 대규모 시위에 "근본 원인은 저성장에 있다"며 "우리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말해. 알면 뭐 하나. 경기 침체 해결이라는 실천이 뒤따르지 않으니 문제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 자동차 기업을 향해 최대 50%의 관세 인상 가능성을 다시 경고. 캐나다에 50% 관세 물렸다가 그렇게 정치적 역풍을 맞고도 뻑하면 어깃장을 놓긴.
2026-10-28 05:00:00
2026-10-27 18:45:59
[기고-이재홍] 순국선열의 날, 대구의 역사를 다시 기억한다
11월은 나라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순국선열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을 되새기는 시간이다. 순국선열의 날(11월 17일)을 맞을 때마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결코 저절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범한 일상은 이름 없이 나라를 위해 헌신한 수많은 이들의 희생 위에 세워졌다. 순국선열의 날은 과거를 추모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정신을 오늘의 삶 속에서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하는 날이어야 한다. 역사를 기억하고 보존하는 일은 도시의 정체성과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과제다. 그런 점에서 대구는 깊이 기억하고 계승해야 할 독립운동의 역사를 품은 도시다. 대표적인 사례는 1907년 대구에서 시작된 국채보상운동이다. 일본에 진 빚을 국민의 힘으로 갚아 국권을 회복하자는 이 운동은 전국으로 확산됐으며, 많은 시민이 패물과 재산을 내놓으며 뜻을 모았다. 평범한 시민들이 국가적 위기 앞에서 주체적으로 행동했다는 점에서 오늘날에도 큰 울림을 준다. 관련 기록물은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1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또한 1915년 달성공원에서 대한광복회가 결성됐고, 1919년 서문 밖 장날에는 3·8만세운동이 전개됐다. 이후 1927년 조선은행 대구지점 장진홍 의사의 폭탄 의거와 1941년 대구사범학교 학생들의 다혁당 결성 등 다양한 항일투쟁도 이어졌다. 2026년 8월 말 기준 대구의 독립유공자 등록 인원은 227명으로 서울 다음으로 많을 뿐 아니라, 대구형무소 순국자도 225명으로 서대문형무소의 195명보다 많은 것으로 집계돼 대구가 독립운동의 치열한 역사와 희생을 간직한 공간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유적이 남아 있다는 사실만으로 역사가 시민의 기억 속에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현재 대구에는 국채보상운동기념관을 비롯한 관련 유적이 있지만, 자료와 공간이 흩어져 있어 독립운동사를 하나의 흐름으로 이해하고 체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제는 산재한 역사를 모아 시민 누구나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종합적인 역사 공간이 필요하다. 국회에서는 독립기념관 분원 설치의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대구시도 향후 법 개정에 대비해 분원 유치를 준비하고 있다. 독립기념관 분원은 단순한 시설 건립을 넘어 대구와 영남권의 독립운동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대한민국 독립운동사의 큰 흐름을 조명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이름난 독립운동가뿐 아니라 이름 없이 행동했던 평범한 시민들의 삶과 선택도 담아야 한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교육·체험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사진과 문서, 구술 자료를 수집해 디지털 아카이브를 구축한다면 역사는 박제된 과거를 넘어 오늘을 성찰하고 미래를 여는 살아 있는 자산이 될 것이다. 순국선열의 날은 희생을 기억하는 동시에 그 정신을 실천으로 잇는 날이다. 독립기념관 분원 건립을 추진하는 일은 오래된 과거를 보존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이름 없는 영웅들의 정신을 오늘에 되살리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한 대구의 새로운 선택을 시작하는 일이다.
2026-10-27 14:4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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