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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정부와 상의해 삭제한 외환보유액 순위, 왜 국민에겐 숨겼나

    한국은행이 25년 넘게 공개해온 외환보유액 세계 순위(順位)를 보도 자료에서 삭제하기 전에 재정경제부와 상의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한은은 별도 공식 회의나 기록은 없었지만 양측에 "상당 기간 공감대가 형성돼 왔다"면서 최종 결정은 국제국장 판단이었다고 했다. 2001년 2월부터 25년 6개월 동안 매달 제공한 정보를 없애는 사안을 정부와 한은이 상당 기간 논의했다면, 왜 정작 국민에겐 변경 사실과 이유조차 알리지 않았을까. 한은은 사전 논의를 거친 결정이었다면서도 지난 3일 설명도 없이 순위표를 뺐다가 논란이 일고서야 참고 자료를 냈다. 한은은 외환보유액 순위가 대외 건전성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해서라고 해명했다. 경제 규모, 단기외채, 경상수지 등이 다르고 환율, 금값, 자산 가격도 순위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순위도 지난해 말 9위에서 올해 5월 13위까지 떨어졌다가 6월 10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지표의 불완전성과 정보를 숨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논란이 커지자 한은은 IMF(국제통화기금) 자료에서 빠지는 국가가 있고 국가별 공시(公示) 시점도 달라 통계의 한계가 있다며 시스템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 삭제 시점도 의문을 키웠다. 외환보유액 순위는 2020년 이후 오랫동안 8~9위권을 유지하다 올 들어 한때 13위까지 내려갔다.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높은 수준으로 오르는 과정에서 시장 안정을 위해 상당한 규모의 외환보유액이 사용된 것도 순위 하락 요인으로 거론됐다. 순위가 크게 흔들린 때 25년간 제공한 정보를 없앴고, 사전 설명도 없었으며, 이제는 정부와 상당 기간 의견을 나눴다는 사실까지 확인됐다. 누가 삭제를 제안했고, 어떤 판단 근거가 있었으며, 정부와 한은 사이에 무슨 의견이 오갔는지 국민에게 밝히는 것이 당연하다. "공감대는 있었지만 공식 회의는 없었고 국제국장이 결정했다"는 해명으로는 부족하다. 불편한 숫자를 없애고 결정 과정마저 공개하지 않는다면 중앙은행의 신뢰(信賴)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2026-10-01 05:00:00

  • [사설] 광주 군 공항은 속도전, 대구경북은 패싱에 임시 이전 소음 희생까지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9일 광주 군 공항의 임시 이전 완료 시기를 "2028년 중순은 늦다"며 최대한 앞당길 수 있도록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필요하면 법규와 규정·지침을 바꾸는 방안까지 고려하라고도 했다. 지난 8월 직접 제시한 시한을 다시 당기라고 주문한 것이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라는 국가 전략에 속도를 내겠다는 취지를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속도의 부담을 신공항 문제로 '패싱' 논란을 겪고 있는 대구경북에 지우는 것은 가혹(苛酷)하다. 군은 광주 제1전투비행단 기능을 예천·서산·충주로 분산해 임시 배치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경북 예천의 제16전투비행단에는 T-50 고등훈련기를 운용하는 2개 비행교육대대를 배치하는 방안이 나와 있다. 분산 배치는 전남 무안에 새 공항이 들어서는 2032년까지 이어질 전망이어서 '임시'라는 말이 무색(無色)하다. 예천은 이미 수십 년간 군용기 소음을 견뎌 왔고, 별도로 복수 활주로 건설까지 추진되는 곳이다. 그런데 정부는 광주 군 공항 임시 이전을 서두르려고 예천에 피해를 더 감수하라고 요구하는 셈이다. 대구와 광주 군 공항 이전은 둘 다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출발했고, 초기 자금을 댈 민간 사업자를 찾지 못해 공전했다. 그런데 광주는 대통령이 법규·지침 변경까지 검토하라며 속도를 내는 반면, 대구는 재원 해법 없이 답보(踏步) 상태다. 대구시는 공공자금관리기금 융자 등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 대통령이 지난 5월 신공항 예정지를 찾았지만 해법이 나오지 않고 있다. 광주 군 공항 이전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특혜를 달라는 것도 아니다. 같은 사안에는 같은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기금 융자 허용, 국비 지원 확대, 특별법 보완 등 대구 군 공항 이전 재원 대책부터 내놓아야 한다. 예천 등 임시 배치 지역에는 일정 단축에 앞서 소음 영향과 보상 방안을 공개하고 주민 의견을 들어야 한다. "비상한 시기에는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대통령의 말이 특정 지역에만 적용돼서는 안 된다.

    2026-10-01 05:00:00

  • [사설] 北 지뢰 확인, 그래도 北 두둔·발뺌 바쁜 민주당 의원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는 비무장지대(DMZ) 지뢰(地雷) 사고와 관련, 30일 "폭발 사건이 군사분계선 남쪽의 북한 측 지뢰 매설로 밝혀지고 있다. 우리 군의 대응 조치를 촉구한다"면서 "자작극 운운하는 북한 당국의 태도를 더욱 비판하고 규탄한다. 반드시 사과하고 시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동안 애매모호(曖昧模糊)한 답변으로 비판을 받은 강신철 국방부 장관조차 전날 국회 국방위에서 합참 현장 조사에 따라 '북한 매설 지뢰 폭발에 의한 우리 장병 피해'를 마침내 인정했다. 김 대표의 이례적인 북한 규탄은 이런 상황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정치적 행위라는 분석이다. 북한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은 이번 사고가 북한군 지뢰에 의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난 28일 합참(合參) 발표에 대해 "이번 사건은 도발 시기와 수법에 있어서 10여 년 전 세상을 소란하게 했던 '목함지뢰 사건'을 그대로 방불케 하는 명백한 (남한의) 자작극"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남북이 대립하는 가운데, 민주당 소속 진성준 국회 국방위원장은 "우리 군을 상해할 목적으로 (지뢰를) 심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발언해 빈축(嚬蹙)을 사고 있다. '북한이 방어 목적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지뢰를 매설했다'는 식의 억지로 해석된다. 우리 장병을 해치는 공격적 지뢰 매설이 방어 목적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 민주당 국방위 간사인 김병주 의원은 "윤석열 정권 때부터 (북한은) 지뢰를 뿌리기 시작했다. 사실 그때 윤석열 정권이 손을 놓고 있었다"며 모든 책임을 떠넘겼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해 9월 사고 현장에 대한 위성 영상을 통해 북한군 지뢰 매설(埋設) 의심 상황을 파악했던 이재명 정부는 그동안 뭘 했는지 설명도 해명도 없다. 잘못이 드러날 때마다 남 탓하고, 북한의 공격을 공격이라고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 누구를 위해 존재(存在)하는지 의문스럽다. 정부·여당은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과 삶을 책임지는 막중한 임무를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26-10-01 05:00:00

  • [관풍루] 이재명 대통령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고로 다친 장병들 만나 "치료와 재활 및 향후 예우하겠다"고 약속

    ○…이재명 대통령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고로 다친 장병들 만나 "치료와 재활 및 향후 예우하겠다"고 약속. 피해 위로·회복은 물론이고 가해자 처벌이 꼭 있어야 하는데, 가해자를 어떻게 처벌하겠다는 말이 없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향해 "코미디언 출신이라 쇼를 한 것"이라고. 그렇게 놀리면 저쪽에서 이재명 대통령 어떻게 놀릴지 상상이 안 되나? ○…부산 북항 친수공원에 체류 중인 상어 '부캉이'가 명물로 부상, 방문객이 늘면서 인근 상가도 반짝 특수. 부산시는 명예홍보대사로 위촉한다며 호들갑. '기후 경고'에 대한 참을 수 없는 가벼움.

    2026-10-01 05:00:00

  •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64>신동 강이천의 18세 선면 초상화, 부채까지 고스란히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64>신동 강이천의 18세 선면 초상화, 부채까지 고스란히

    강이천(1768~1801)이 자신의 모습을 부채에 그리게 한 선면 초상화다. 부채엔 온갖 그림이 다 들어갔지만 초상화가 휴대하는 소지품인 부채에 그려진 것은 초상미술의 역사에서 흔치 않은 일이다. 불과 18세 때여서 초상화를 그리기엔 어린 나이였으나 할아버지 강세황(1713~1791)이 부채에 초상을 그린 행적을 계승하려는 의도와 함께 자존감 또한 남달랐기 때문일 것 같다. 강이천은 태어날 때 한쪽 눈을 실명한 장애가 있었으나 신동으로 소문났다. 12세에 부름을 받아 궁에 들어가 시를 지어 올려 정조로부터 '진학사(眞學士)'가 될 것이라는 격려를 받았다. 서울의 생활상을 106수의 시로 지은 '한경사(漢京詞)'가 유명하다. 당시의 수집가 석농 김광국(1727-1797)은 강이천의 묵죽 한 점을 자신의 컬렉션에 넣으며 이렇게 기록했다. "강이천은 표암 강세황의 손자로 어릴 적부터 문장을 잘 지어 이름이 났고, 일찍이 어린 아이 때 입시해 정조임금의 칭찬을 크게 받았다. 근래 그린 대나무 그림을 보니 매우 빼어난 운치가 있다. 쉼 없이 그려나간다면 동파(소식)와 양주(문동)의 경지도 도달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나는 눈을 비비며 기다릴 것이다(吾且拭目以待之)." 김광국은 강이천의 '빼어난 운치', 일운(逸韻)을 알아보았기에 아직은 미숙한 작품을 수집하며 그의 재능이라면 묵죽의 원조인 중국 송나라 소식(蘇軾)과 문동(文同)에 버금가리라며 그런 날을 "눈을 비비며 기다릴 것"이라고 했다. 김광국은 꼼꼼하고 세심하게 화가와 장르를 빠트리지 않은 미술사적 수집을 했고, 모은 그림 하나하나에 화평(畵評)을 남긴 한국미술사의 위대한 공헌자다. 2015년 번역돼 나온 '김광국의 석농화원(石農畵苑)'을 읽으며 미술을 대하는 그의 애정 어린 마음을 곳곳에서 느꼈다. 명민한 강이천은 서학(천주교)에 발을 들여놓았고 1801년 옥중에서 숨진다. 34세의 안타까운 나이였다. 희귀하게도 할아버지와 손자가 나란히 선면 초상화를 남겼다. 조상님 얼굴이 들어 있어 후손들은 두 자루의 부채까지 고스란히 소중하게 보존했다. 240년 전 실물 부채가 남아 있는 드문 예다. 대구의 미술사연구자

    2026-09-30 18:46:18

  • [날씨] 10월 1일(목)

    [날씨] 10월 1일(목) "맑음"

    2026-09-30 18:43:49

  • [기고-​장세철] 대구경북이 유령인가

    [기고-​장세철] 대구경북이 유령인가

    ​​지금 대구경북 500만 시도민의 가슴속에는 어두운 절망을 넘어 억눌린 피눈물과 분통이 화염처럼 들끓고 있다. ​현 정부는 '5극 3특'이라는 화려한 말장난으로 지방시대를 부르짖고 있다. 그 화려한 잔치판에 대구경북의 자리는 없다. 수도권과 서남권 라인에는 민간 대기업 총수들까지 동원하여 대규모 반도체·첨단산업 메가 클러스터 투자를 정부 주도로 몰아주고 있다. 국회 보고서와 산업계 언론 보도를 통해 용수와 전력망, 석·박사급 인력 확보의 한계와 불확실성이 끊임없이 지적되고 있음에도 이를 '속도전'을 넘어 '전개전'으로 몰아붙이면서 정작 대구경북에는 단 한 줄의 대형 투자 기회조차 주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 산업화의 젖줄이었고 안보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대구경북은 지금 어떠한 대우를 받고 있는가? 완벽한 '그림자 취급'을 당하며 모든 국가 정책에서 철저히 짓밟히고 배제당하고 있다. ​지역의 백년대계인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은 정부의 방치 속에서 착공조차 못 한 채 표류하고 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정책적 방치 속에 멈춰 섰고, 경북 지역의 절박한 응급의료 대학병원 설립 요구에는 답조차 없다. 지역 인재의 보루인 경북대학교마저 정부의 거점 국립대 집중 육성 및 예산 지원에서 외면당했다. ​더욱 기가 차고 통탄할 일은 '광주 군공항의 경북 예천 임시 이전' 논란이다. 광주 군공항을 무안으로 옮기는 동안 시간이 걸리니, 그동안 군공항을 경북 예천에서 임시로 쓰라는 안하무인식 구상이 거론되고 있다. 대구경북이 호남 군공항의 대합실인가? 500만 시도민을 얼마나 우습게 보고 영혼 없는 유령 취급을 했으면 이런 몰상식한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필자를 더 분통 터지게 만드는 것은 바로 우리 지역 국회의원들의 처참한 방관과 침묵이다. ​지역의 생존권이 도륙당하고, 국가 차원의 대규모 기업 투자에서 배제당하고, 타 지역 군공항 짐까지 떠안을 위기에 처했는데, 대구경북을 대표한다는 국회의원들은 도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금배지를 달고 여의도에 올라가 기득권에 안주하며 중앙정부의 눈치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시도민의 피눈물과 분노가 보이지 않는가. ​지역 정치권에 엄중히 경고하고 촉구한다. 여야를 떠나 TK 국회의원 전원은 500만 시도민 앞에 석고대죄하는 심정으로 당장 여의도 안마당으로 나와 배수진을 쳐라! 시민사회가 앞장서서 판을 깔 때 그 뒤에 숨지 말고, 민·관·정 단일대오의 최전선에 서서 빼앗긴 대구경북의 권리와 예산을 되찾아오라. ​우리가 가만히 있으니 저들이 대구경북을 만만하게 보고 생존권까지 빼앗으려 하는 태세다. 18년 전 K-2 소음 피해 현장에서 10만 서명으로 신공항의 길을 열었던 그 야성과 결기를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 통합신공항 대구시민추진단은 오는 12일, 범시민사회·관변·경제·청년 단체를 결집하는 '시민 대토론회와 TK 패싱 규탄 궐기대회'를 시작으로 범시민적 각성과 결의의 불꽃을 댕길 것이다. 그리고 시도민 대표 2천 명과 함께 서울 국회의사당 안마당으로 상경하여 릴레이 삭발과 시국선언으로 중앙정부의 폭거를 규탄할 예정이다. ​정부는 대구경북의 절박한 민심을 더 이상 시험하지 말라. 500만 시도민의 억눌린 분노가 폭발하는 순간, 그 화염은 정권을 향한 거대한 민중의 심판으로 번져나갈 것임을 강력히 경고한다.

    2026-09-30 14:29:37

  • [새론새평-배종찬] 무책임 부각된 영화 암살자(들)과 북한 지뢰 사고

    [새론새평-배종찬] 무책임 부각된 영화 암살자(들)과 북한 지뢰 사고

    지난 21일 오전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군사분계선(MDL) 이남에서 육군 25사단 수색대대가 수색로 개척 작전을 하던 중 폭발이 두 차례 일어났다. 수색대대장이 발목이 절단되는 중상을 입는 등 간부 3명이 다쳤고 작전 인원 18명이 모두 응급 검진을 받았다. 합참은 사고 일주일 만인 28일에야 "북한군 지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발표했다. 근거는 세 가지다. 해당 지역에 아군 지뢰 매설 기록이 없고, 지난해 9월 인근에서 북한군 매설 흔적이 발견됐으며, 1차 폭발 지점 1m 근처에서 북한 목함지뢰와 유사한 갈색 플라스틱 지뢰가 나왔다. 29일 합동 현장조사에서는 북한제 수지반보병지뢰 1발이 추가로 발견됐다고 보도됐다. 썸트렌드 연관어(9월 23~28일)가 이 사안에 대한 국민의 시선을 보여준다. '북한 지뢰'의 최대 연관어는 '안전'이고 '폭발사고' '피해' '위험' '우려'가 뒤따른다. 정치 공방보다 장병의 생명과 국경의 안전을 먼저 걱정한다는 뜻이다. 그 곁에 '의도적' '의혹' '의심' '의문' '비판' '논란'이 몰려 있다. 국민은 이 폭발이 우연인지 도발인지 정부가 분명히 말해 주기를 기다린 셈이다. 'MDL 이남 매설'이라면 정전협정 위반 소지가 크기에 '정전'이 연관어로 오른 것도 자연스럽다. '단정하다'가 함께 나타난 것은 군이 끝까지 '추정'에 머문 데 대한 답답함과 최종 결과를 기다리자는 신중론이 공존한다는 신호로 읽힌다. 국민의힘은 합참 발표를 "비겁하고 한심한 늑장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장병들이 보디캠을 착용했는데도 영상과 국과수 감정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투명한 조사와 음모론 경계를 말했다. 취지는 옳다. 그러나 투명성은 선언이 아니라 속도와 공개로 증명된다. 피해 장병이 생겼는데 한 주 동안 '미상의 폭발'이라는 표현이 이어졌다면 대통령의 유엔총회 북한 관련 연설을 앞두고 사건을 키우지 않으려 축소했다는 의심을 받기 쉽다.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란은 정반대 방향에서 같은 문제를 드러낸다. 이 영화는 1974년 광복절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문세광이 조총련을 통해 북한 지령을 받았다는 당시 정부 발표에 물음표를 붙이고 '옛 중앙정보부 개입설' 같은 의혹을 소재로 삼았다. 제목의 '들'은 저격범이 한 명이 아닐 수 있다는 암시다. 23일 개봉해 추석 연휴 나흘간 140만 명 넘게 봤다. 수사와 재판은 문세광의 범행으로 결론 났고 사형이 집행됐다.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은 지령 사실이 수사·재판 기록에 있다며 상영 중단을 요구했다. 물론 균형을 위해 짚어둘 점은 있다. 감독은 "특정한 결론을 낸 것이 아니라 의문점을 질문해 가는 영화"라고 밝혔고, 제작진은 "영화적 상상력을 더한 재구성"이라고 항변했다. 영화가 배후를 명시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북한 음모론에 기반했다'는 평가는 비판자들의 주장이지 아직 검증된 사실은 아닐 수 있다. 그렇더라도 실존 인물의 죽음을 다루면서 "나머지 두 발은 누구의 총입니까"라고 묻는 이상, 그 질문의 근거는 관객이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역사 왜곡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제작진에게 근거 공개를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제작진이 사실 확인의 결과물을 내놓지 않은 채 '창작'이라는 말 뒤에 서 있다면 팩트 확인이 제대로 됐다고 보기 어렵다. 연관어에서도 '의혹' '의문' '논란' '범죄' '충격'이 가장 크게 나타나고 '흥행' '1위' '호평'이 작게 붙는다. 사실 확인 없이 의혹만 소비되는 구조다. 지뢰 사건과 영화 '암살자(들)'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무책임은 '먼저 설명하지 않는 태도'다. 외부의 발표와 야당의 압박, 국민의 의문이 쌓인 뒤에야 사실이 인정됐다. 이런 방식이 반복되면 정부가 북한의 눈치를 본다는 인식이 굳어진다. 그 인식이 사실이 아니더라도 정부가 스스로 키운 불신이다. 영화 '암살자(들)'이 역사 왜곡이라는 의혹을 받게 된 것도 공적 설명이 신뢰를 잃은 사회적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안보에는 거짓과 은폐가 설 자리가 없으며, 역사에는 픽션을 빙자한 궤변이 용납될 수 없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만일 그렇다면 정말 무책임한 일이다.

    2026-09-30 13:39:09

  • [사설] 철강까지 원전 찾는 시대, 전력정책 다시 짜야

    철강회사까지 원자력발전을 찾기 시작했다. 포스코가 수소환원제철(水素還元製鐵)에 필요한 무탄소 전력 확보를 위해 민간 원전 투자와 장기 전력 구매 방안을 정부와 논의 중이라고 한다. 석탄 대신 수소로 쇳물을 만들면 수소 생산과 제철 공정에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다. 업계는 포스코의 국내 생산량 전체를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하면 필요 전력이 24GW(대형 원전 17기 설비용량)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미래 전력 수요는 상상 이상으로 훨씬 더 커질 전망이다. 정부가 반도체 클러스터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프로젝트 등을 반영하자 2040년 최대전력 수요 전망은 불과 넉 달 새 26.6~26.8GW로 급증했다. 대형 원전 약 19기가 생산하는 전력에 맞먹는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신규 원전 건설계획 백지화와 노후 원전 수명 연장을 금지하고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했다. 막상 수요가 급증하자 신규 원전뿐 아니라 SMR(소형모듈원전), 기존 원전 계속운전, 재생에너지와 ESS(에너지저장장치)까지 총동원해야 할 상황이 됐다. 계속운전 심사 중인 고리 3·4호기와 한빛 1·2호기가 정지 없이 가동했다고 가정할 경우 이달 22일까지 생산 가능한 전력은 2천395만㎿h로, 부산의 연간 소비량을 웃돈다. 준비 안 된 상태에서 정치적 판단으로 전력 계획을 바꾸거나 제때 대응하지 못하면 재앙(災殃)이 닥칠 수 있다. 정부는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원전 역할을 반영하기 위해 3개월간 공론화를 추진한다. 원전 찬반을 넘어 AI·반도체와 제조업 탈탄소가 함께 창출할 장기 수요를 토대로 계속운전 원전과 신규 대형 원전 건설, 전력망 구축 등을 어떻게 준비할지 꼼꼼히 검토해야 한다. 투자 위험을 감수하고도 안정적이고 값싼 무탄소 전력을 장기간 확보하려는 기업을 위해 전력시장 제도도 바꿔야 한다. 미국 등 주요국들은 AI 데이터센터와 산업 전기화에 맞춰 발전설비와 전력망 확충에 혈안(血眼)이 됐다. 전력 확보가 미래 산업뿐 아니라 국가 존망(存亡)을 가르는 시대다.

    2026-09-30 05:00:00

  • [사설] 국가가 무력행사 주저하면 생명·재산·영토를 내놓아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비무장지대(DMZ) 지뢰 추정 폭발 사고와 관련해 "군 당국은 신속하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상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그 진상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근거 없는 음모론으로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근거 없는 음모론도 배격(排擊)해야겠지만, 근거 없는 낙관론·소망적 평화론도 배격해야 한다. 드러난 정황을 보면 이번 사건은 북한군이 매설(埋設)한 지뢰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합참 역시 "북한군 지뢰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북한군 지뢰로 우리 장병이 부상을 당한 것이라면 모든 책임은 북한에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지뢰 사건과 관련해 다수 국민들과 야당이 정부를 불신하는 것은 문재인·이재명 정부 등 진보·좌파 정부들이 보여온 북한 눈치보기와 굴종적(屈從的) 태도 탓이다. 북한 기존 핵을 인정하는 상태에서 대북제재 해제 주장, 북한군의 빈번한 군사분계선(MDL) 침범에 미온적 대응, 러-우 전쟁 북한군 포로 한국행 비공개, 한미연합훈련 축소 추진 등이 모두 그런 예다. 이번 지뢰 사건 직후 신속하게 진상조사에 착수하지 않은 것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우려하는 '음모론'은 사실 정부·여당의 미온적인 대북(對北) 태도가 자초한 셈이다. 국가는 폭력 동원을 불사하며 국민 생명과 안전, 재산을 지키는 존재다. '평화가 좋다'며 국가의 정당한 폭력 사용을 죄악시한다면 국민 생명과 재산을 포기하는 것이다. 국가가 군대를 단련(鍛鍊)하는 목적은 자국의 폭력을 대외에 과시하기 위해서다. 타국이 우리 국민을 살상하고, 영토를 침범하면 주저 없이 폭력으로 응징(膺懲)해야 마땅하다. 그것은 전쟁을 좋아하고 평화를 싫어해서가 아니다. 평화는 미소 띤 얼굴·정다운 악수가 아니라 압도적 무력으로 지키는 것이다. 근거 없는 낙관론, 우리만의 소망적 평화론에 빠지면 '아무나 우리 국민을 죽이고, 우리 선박을 때리고, 우리 영토를 넘보는 나라'로 전락한다.

    2026-09-30 05:00:00

  • [사설] '내란 특수본' 설치, 대통령이 직접 지시할 일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내란 사건 특별수사본부' 설치를 검토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180일 동안 두 차례 걸쳐 특검이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했고, 관련 사건들도 후속(後續) 절차를 밟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특정 사건을 위한 별도 수사기구 구성을 직접 거론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수사는 정치권의 필요에 따라 판을 새로 짜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수본 설치의 필요성이 정말 있다면 수사기관이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법적 근거와 객관적 필요성을 제시하는 것이 먼저다. 그런데 대통령이 먼저 설치를 검토하라고 지시하면 수사의 독립성에 대한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을 놓고 대통령과 조희대 대법원장의 갈등이 벌어진 직후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더불어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내란 세력 마지막 외톨이'라며 십자포화(十字砲火)를 퍼붓고 있다. 특수본 설치가 조 대법원장과 무관하다고 해도 시점이 절묘하니, 정치적 목적을 의심받는 것이다. 검찰·경찰·공수처에 이어 특검까지 거친 사건에 또 다른 수사기구를 덧붙이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이미 밝혀진 사실과 남은 의혹을 구분하고, 기존 수사에서 무엇이 부족했는지부터 따져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수사와 정치의 경계가 흐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수사기관의 인사나 조직 개편에 관여하는 것과 특정 사건을 겨냥한 수사 조직의 신설을 직접 지시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후자는 수사의 출발점부터 정치권력의 의중(意中)이 개입됐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법과 증거가 수사의 방향을 정해야지 대통령의 뜻이 수사의 방향을 정해서는 안 된다. 다음 달 2일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한다. 정부가 서둘러야 할 일은 새로운 형사사법체계의 혼선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수사기관 개편 과정에서 사건 처리가 지연돼 국민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민생 회복을 강조하면서 국민이 체감할 정책보다 또다시 '내란'이란 정치적 쟁점에 국정(國政)의 중심을 두는 것은 옳지 않다.

    2026-09-30 05:00:00

  • [관풍루] 李 대통령 29일 청와대 국무회의서 "농지조사는 투기 잡자는 것인데 일각에서 거짓말·선동으로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고 발언

    ○…李 대통령 29일 청와대 국무회의서 "농지조사는 투기 잡자는 것인데 일각에서 거짓말·선동으로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고 발언. 영화 암살자(들) 제작진에게도 "역사 왜곡·선동하지 말라"고 경고하면 큰 박수 받을 텐데.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두고 여야는 상임위 곳곳에서 충돌. 野의 김용범·김현지 증인 추진에 與는 '총력 방어막'. 대통령이 "누군가는 결정했다" 했는데 혹시 두 사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8일 베이징에서 열린 '평안중국 건설회의'에서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국가 중 하나가 됐다고 평가". 공안(公安) 국가인데 당연지사.

    2026-09-30 05:00:00

  • [날씨] 9월 30일(수)

    [날씨] 9월 30일(수) "맑음"

    2026-09-29 18:54:44

  • [수요일아침-하영석] 해운 초대형화 경쟁, HMM의 성장전략은?

    [수요일아침-하영석] 해운 초대형화 경쟁, HMM의 성장전략은?

    글로벌 컨테이너해운 시장의 지형을 뒤흔들 대형 인수합병이 진행되고 있다. 세계 5위 독일 선사인 하팍로이드(Hapag-Lloyd)가 세계 10위 이스라엘 선사 ZIM을 약 42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하면서 선사 간 초대형화 경쟁이 재점화됐다. 인수가 승인되면 하팍로이드의 선복량은 309만 TEU로 늘어나며, 세계 비중은 8.9% 수준으로 높아진다. 현재 컨테이너해운 시장은 3대 얼라이언스와 단독 운항사인 MSC가 주도하고 있다. CMA CGM·코스코·에버그린의 '오션 얼라이언스'는 1천10만 TEU로 세계 선복량의 29.3%를 차지한다. 머스크와 하팍로이드의 '제미니 협력체(Gemini Cooperation)'는 713만 TEU로 20.6%를, ONE·HMM·양밍이 참여하는 '프리미어 얼라이언스'는 398만 TEU로 11.5%를 점유한다. 세계 1위 선사인 MSC는 745만 TEU로 세계 선복량의 21.6%를 보유하고 있다. 선사의 초대형화가 진행되는 배경은 분명하다. 지정학적 위기의 상시화, 운임 변동성 심화, 탄소 배출 규제에 따른 친환경 전환 비용 부담이 동시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상위 10대 선사의 시장점유율은 2016년 74%에서 2026년 85% 수준으로 높아졌다. 300만 TEU 이상을 보유한 선사도 1개사에서 4개사로 늘었으며, 이번 인수가 성사되면 5개사가 된다. 하팍로이드의 ZIM 인수는 단순한 선복량 확대에 그치지 않는다. ZIM이 경쟁력을 가진 북미동안, 지중해, 남미 특화 항로가 하팍로이드의 서비스망에 편입되면 '제미니 협력체'의 서비스 다양성과 완결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다. 이는 화주 유치 경쟁과 얼라이언스 간 세력 균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규모와 항로 다양화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는 '프리미어 얼라이언스'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향후 얼라이언스 경쟁력은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도 서비스 안정성과 항로 유연성 확보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거래의 최대 변수는 이스라엘 정부다. 이스라엘 정부는 국가 안보와 경제적 독립성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개입할 수 있는 '황금주(Golden Share)'를 보유하고 있다. ZIM을 일반 민간 기업이 아니라 국가 공급망과 안보를 뒷받침하는 전략 자산으로 판단할 경우, 인수 승인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 국방부와 노동계가 우려를 제기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하팍로이드는 이를 의식해 ZIM의 일부 기능을 분사해 이스라엘에 남기고, 주요 교역국과의 직항 서비스를 유지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해야 할 점은 세계 50위권 수출국인 이스라엘조차 자국 선사의 전략적 가치와 공급망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6위권 수출국인 한국은 유일한 글로벌 국적 선사인 HMM을 어떤 시각으로 볼 것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 HMM을 재무적 자산으로만 다루는 접근은 장기적으로 국가 공급망의 안정성과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하팍로이드의 성장 과정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팍로이드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영난을 겪었지만, 정부와 민간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위기를 성장의 기회로 전환했다. 2014년 칠레 CSAV, 2017년 아랍에미리트 UASC를 인수하며 선대와 항로 네트워크를 확대했고, 이를 통해 오늘날의 글로벌 초대형 선사로 도약했다. 이 과정에서 독일계 물류기업 퀴네앤드나겔의 대주주인 클라우스미하엘 퀴네의 개인적인 역할도 컸다. 그는 하팍로이드가 해외에 매각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개인 투자회사를 통해 지분 30%를 인수했다. 이는 단순한 재무 투자가 아니라 독일의 글로벌 선사를 유지·성장시키기 위한 장기 자본의 역할이었다. HMM의 매각에도 이 같은 시각이 필요하다. HMM을 국가 전략 자산으로 본다면, 핵심 과제는 '얼마에 매각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103만 TEU 규모의 선사를 글로벌 해운 플랫폼으로 성장시킬 것인가'가 되어야 한다. 인수 주체 역시 해운산업의 구조적 특성과 공급망의 전략적 중요성을 이해하고 장기 투자 역량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해운업계는 '민관 협의체'를 조속히 구성해 실질적인 성장 전략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해운선사의 본사 이전과 같은 비본질적인 논쟁에 매몰될 때가 아니다.

    2026-09-29 14:30:00

  • [세풍-강민구] 달력을 보며 훔치는 닭

    [세풍-강민구] 달력을 보며 훔치는 닭

    '맹자'에는 시대를 뛰어넘어 정치 관료를 부끄럽게 만드는 우화가 실려 있다. "어떤 사람이 날마다 이웃집의 닭을 한 마리씩 훔쳤는데, 어떤 이가 '그런 짓은 군자의 도리가 아니다'라고 따졌다. 그러자 도둑은 '닭을 훔쳐 먹는 횟수를 줄여 한 달에 한 마리씩만 훔치다가, 내년이 되면 완전히 그만두겠다'라고 대꾸하였다." 악행인 줄 알면서도 '점진적 중단'이라는 기만책을 내놓은 도둑을 향해 맹자는 "옳지 않은 줄 알았다면 속히 그만둘 일이지, 어찌 내년까지 기다린단 말인가?"라고 질타하였다. 맹자가 이 비유로 겨눈 과녁은 백성의 삶을 옥죄는 세금 제도가 잘못된 줄 알면서도 "국정 형편상 당장은 어렵고, 점차 세율을 낮추다가 내년에 폐지하겠다"라며 핑계 대던 당시의 통치자였다. 맹자는 국가 권력이 오류로 판명 난 제도를 고치지 않고 미루는 행위를 '공권력이라는 외피를 두른 제도적 약탈'과 하등 다를 바 없다고 보았다. 통치 행위의 오류를 방치하는 일과 이웃의 재산을 훔치는 절도 사이의 본질적 유사성을 짚어낸 것이다. 현대 행정 국가의 정책은 선한 의도와 가치 있는 명분을 표방하기에, 정의·형평·안정·복지와 같은 숭고한 가치가 법안의 서두에 놓인다. 그러나 복잡다단한 현실의 변수 속에서 모든 정책이 설계자의 의도대로 작동하지는 않는다. 진짜 문제는 그 오류가 명백히 드러난 이후에 벌어진다. 정책 실패의 징후가 확인되었을 때, 통치 기구가 취하는 태도는 닭 도둑과 기묘하게 닮아 있다.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즉각 방향을 선회하기보다는 "정책의 취지는 옳았다" "제도 안착 과정에서 겪는 일시적 진통이다"라는 궤변을 앞세운다. 닭을 훔친 사실 자체를 부정할 수 없는 지경이 되면, 이번에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연착륙"이나 "단계적 보완"이라는 점진론을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 든다. 그러나 이미 방향이 어긋난 정책의 점진적 개선이란, 정책 당국자의 정치적 부담과 체면을 지키기 위해 국민에게 피해를 '달력을 넘겨 가며 쪼개어 지불하게 하는 것'에 불과하다. 한 달에 한 번으로 줄인 닭 절도는 '자비로운 배려'처럼 보일지 모르나, 여전히 매달 닭을 잃어야 하는 이웃에게는 지속적인 침탈일 뿐이다. 명백한 실정을 인지하고도 철회를 망설이는 것은 공직 윤리의 근본인 '염치'의 상실이다. 여기서 우리는 이 우화의 또 다른 주체에 주목해야 하니, 도둑을 질타한 '어떤 이'이다. 만약 어떤 이의 준엄한 문제 제기가 없었다면, 도둑은 닭을 훔치는 행위에 문제의식을 느끼지도 않았을 것이고, 도둑질을 줄이겠다는 시늉조차 안 했을 것이다. 현대 민주주의 체제에서 '어떤 이'의 역할은 바로 주권자인 '국민'에게 주어진다. 국정 시스템이 스스로 무오류의 환상에서 벗어나 과오를 바로잡기만 마냥 기다릴 수 없다. 관료제와 권력은 본능적으로 관성을 유지하려 하고, 실패를 가리려 드는 생리를 지녔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정책의 오류를 먼저 감지하고 "지금 당장 멈추라!"라고 단호히 요구할 수 있는 감시자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성숙한 국민의 책무는 주기적인 투표로 권력을 위임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권력이 내놓는 그럴듯한 명분 뒤에 숨은 실질적 폐해를 예리하게 관찰하고, '점진적 보완'이라는 이름의 유예가 권력자의 시간 끌기인지 따져 물어야 한다. 행정과 정치가 무오류의 신화에서 벗어나 잘못을 인정하는 염치를 갖추게 만드는 동력은 공론장에서 울려 퍼지는 시민 사회의 깨어 있는 목소리이다.

    2026-09-29 14:29:30

  • [기고-윤철환] 국가 생존을 위한 제2차 공공기관 이전

    [기고-윤철환] 국가 생존을 위한 제2차 공공기관 이전

    지금 대한민국은 수도권이라는 거대한 블랙홀이 모든 자원과 에너지를 집어삼키는 일극 체제의 한계 속에서, 국가 소멸이라는 전대미문의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 절벽과 고령화, 그리고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향하는 청년들의 끊이지 않는 행렬은 단순히 지방의 쇠락을 넘어 대한민국 전체의 지속 가능성 자체를 허물어뜨리는 치명적인 경고음이다. 이 거대한 구조적 대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고 대한민국의 명운을 바꿀 국정 과제가 바로 정부가 추진 중인 '제2차 공공기관 이전'이다. 그러나 이 과제는 단순한 행정 부처의 물리적 이동이나 지역 간 몫나누기 식의 타협안이 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그것은 국가 전체의 글로벌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수도권 집중의 폐해를 끊어내며, 미래 성장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바꾸는 고도의 정무적 결단이자 국가 생존 전략이어야 한다. 진정한 국가균형발전이란 서울과 지방의 소모적인 대립이나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국가 공동체가 함께 살기 위한 가장 합리적이고 거시적인 상생의 방정식이다. 만약 이번 제2차 공공기관 이전마저 명확한 객관적 기준과 원칙 없이 정치적 셈법이나 단발성 미봉책에 그친다면, 수도권 집중의 병리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며 대한민국은 글로벌 경제의 거대한 정체기 속에서 돌파구를 잃고 말 것이다. 대한민국 남부권의 중심이자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대구를 주목해야 한다. 대구는 오랜 세월 동안 기계, 금속, 자동차부품 등 탄탄한 전통 제조업의 뿌리 위에서 국가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나아가 최근에는 AI·로봇, 미래모빌리티, 헬스케어, 반도체 등 5대 미래신산업으로의 산업구조 대전환을 온몸으로 관통하며 명실상부한 첨단 산업 도시로 체질을 개선해 왔다. 수성알파시티의 ICT 혁신 생태계, 국가로봇테스트필드, 첨단의료복합단지 등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R&D)과 혁신 인프라가 이미 완비되어 있으며, 이를 뒷받침할 우수한 인재와 열정 넘치는 기업들이 숨 쉬고 있는 최적의 베이스캠프다. 대구의 준비된 역량은 단순히 한 지역의 성장에 그치지 않는다. 대구에 국가 미래를 견인할 핵심 공공기관이 이전해 온다면, 이는 지역의 산업 생태계와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대한민국 전체의 미래 성장 동력을 지피는 가장 확실한 기폭제가 될 것이다. 진정한 정무적 설득력과 국가적 비전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해야 한다. 수도권에만 밀집되어 비효율을 낳고 있는 자원과 기능을, 각 지역이 가진 고유한 산업적 강점과 혁신 역량이라는 국가 발전의 혈관 속으로 고루 수혈하는 것만이 지방 소멸을 막고 대한민국을 다시 역동적으로 뛰게 하는 유일한 해법이다. 정부는 시혜적 배분이라는 낡은 틀을 깨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원칙에 입각하여 각 지역의 잠재력을 국가적 자산으로 온전히 승화시켜야 마땅하다. '제2차 공공기관 이전'은 지방에 희망을, 청년에게 미래를, 대한민국에 글로벌 초일류 국가로 도약할 기회를 선물하는 역사적 과업이다. 대구 250만 시민의 뜨거운 염원은 결코 지역 이기주의의 발현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더 나은 내일과 국가 경쟁력 강화를 향한 충정 어린 외침이다. 정부의 공정하고 조속한 결단을 다시 한번 촉구하며, 우리 모두가 사심 없는 뜻을 모아 대한민국 재도약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야 할 중차대한 분수령에 서 있다.

    2026-09-29 10:30:00

  • [사설] 창작의 자유는 역사 왜곡의 면죄부가 아니다

    영화 '암살자(들)'가 역사 왜곡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이 영화는 배후를 명확히 지목하진 않았지만, 극 중 일부 인물들이 당시 박정희 대통령 측 또는 중앙정보부가 사건을 계획했을 수 있다는 가설을 제기하는 장면이 담겨서다. 허진호 감독은 영화 개봉을 앞두고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제까지 감춰졌던 진실이나 배후를 밝혀내는 영화로 접근하지는 않았다"며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그 시대를 살았던 인물들의 감정을 표현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측근인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은 28일 '암살자(들)'에 대해 "명백한 정치적 프로파간다"라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 영화는 역사적 사실을 교묘하게 비틀어, 마치 육영수 여사 피격의 진짜 배후는 고 박정희 대통령인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며 "명백한 사실을 비틀어 역사를 왜곡하고 고 박정희 대통령의 명예를 심각히 훼손했다"고 썼다. 그는 "아직도 살이 에이는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유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패륜 행위이고, 우리 역사에 대한 반역"이라고도 했다. 영화가 특정한 관점을 갖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그러나 역사에는 다양한 인물과 이해관계, 당시의 사회적 조건이 존재한다. 역사적 인물을 오늘날의 정치적 가치관에 맞춰 영웅 또는 악인으로 재구성하고, 특정 집단에 대한 호오(好惡)를 유도해서는 안 된다. 영화 창작자는 상상력을 발휘할 자유가 있고,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권리도 있다. 그러나 '창작의 자유'라는 미명 아래 역사적 사실을 자의적으로 바꾸고, 특정한 정치적 메시지를 주입하는 것까지 정당화하는 만능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진정한 창작의 자유는 비판받을 자유까지 포함할 때 완성된다. 역사를 소재로 한 영화라면 더욱 그렇다. 역사는 어느 한쪽의 전유물이 아니다.

    2026-09-29 05:00:00

  • [사설] 민심은 국정 쇄신 요구하는데, 지지층 결집에 호소하나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의 X(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렸다. "일상 속에서 댓글로, 메시지로, 전화로, SNS 글로 언론이 외면하고 유튜브가 조작하는 숨겨진 진실과 팩트를 알리고, 남의 글 기사 댓글에 좋아요 한 번 누르는 것도 우리가 원했던 세상을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하고 중요한 실천이다. 나 혼자로는 역부족이다. 티끌 모아 태산이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 참여와 작은 실천이 개혁 세상을 만든다." 최근 지지율이 크게 떨어지자 지지층 결집과 정부·여당 응원을 독려(督勵)한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진 것은 국정 운영 방향과 불공정한 인사 등에 대한 국민의 경고인데, 이 대통령은 지지율 하락 원인을 언론이 외면(外面)하고, 유튜브가 진실과 팩트를 조작(造作)한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국정 운영 기조를 수정하고 참모진을 쇄신해 국정 동력을 확보하려는 노력 대신 지지자들의 결집과 응원을 요구한 것이다. 이는 대통령의 언어가 아니라 특정 정치 진영 리더의 언어에 가깝다. 취임사나 1주년 기념사도 아닌데 개혁과 반칙·특권 없는 세상을 강조한 것도 적절치 않다. 자신과 지지층을 개혁의 주체(主體), 자신들에게 반대하는 사람을 '개혁으로 기득권을 잃게 되는 집단' '사익을 추구하는 사람들'로 규정하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나는 옳고 상대는 틀렸으며, 반대 의견에 귀 기울일 필요 없고, 설득할 필요도 없다, 돌파해야 한다는 논리로 귀결(歸結)될 수밖에 없다. 앞서 우크라이나가 북한군 포로를 한국에 보낸 사실을 왜 숨겼느냐는 야당과 언론의 비판에 대해 "소소한 자신의 이익을 위해 누군가의 생명과 국익·안보를 해치는 살인자, 매국노"라고 한 것 역시 '자신은 옳고 상대방은 틀렸다'는 인식의 표출이다. 지금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지지층 결집 호소가 아니다. 국정을 반성하고, 야당과 대화하며, 본인 특혜(조작기소 특검법)를 포기하는 등 대대적 쇄신(碎身)이다. 자신들은 '빛의 전사'이고 상대방은 '기득권을 고집하는 악당'이라고 인식한다면 국정 동력은 점점 떨어질 뿐이다.

    2026-09-29 05:00:00

  • [사설] 北 지뢰 확인 뭉갠 사단장이 '빈총 경계' 군단장 됐다니

    '빈총 경계' 지침으로 직무 배제된 한기성 1군단장이 사단장 시절이었던 지난해 지뢰 폭발 사고 현장 일대에 대한 확인 및 북한군의 작업 동향을 직접 관찰하라는 군 당국의 지시를 거부했다는 의혹(疑惑)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재명 정부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치군인(政治軍人)에게 '별'을 더 달아주며 국방과 안보를 파탄(破綻) 상태로 내몰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지난 21일 발생한 북한 목함지뢰로 의심되는 폭발 사고는 우리 군이 북한 지뢰 매설 의심 지대를 확인하기 위해 새로운 길을 만드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25사단 곳곳에서 북한 지뢰지대가 군사분계선(MDL) 남측으로 조성되는 정황은 지난해부터 위성 등을 통해 포착(捕捉)됐고, 합참 또한 '지형 변화가 포착됐다'며 이를 시인했다. "북한의 지뢰 매설 작업 초반부터 군이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북한이 더 공세적으로 작업에 나설 수 있었다" "비무장지대(DMZ) 내 작전을 요구하는 합참과 지상작전사령부의 명령을 회피하는 등 소극적 자세로 일관했다" "DMZ 내 작전을 피하다 보니 북한의 작업 정황을 포착하고도 실질적인 대응을 하지 못해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것이 군 관계자들이 언론에 전한 실상이다. 해당 지뢰 매설 의심 지대는 우리 군 감시 사각지대에 있어 북한군이 MDL을 넘어오는 것을 살필 방법이 없고, 경고 방송·사격도 불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전임 사단장이 북한의 도발을 방치(放置)하지 않고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면 우리 장병 3명이 큰 부상을 당하는 참사(慘事)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런 무책임한 정치군인이 오히려 승진해 별을 추가한 뒤, '빈총 경계'라는 희대의 안보 해체 지침을 내렸다는 사실은 국민들에게 엄청난 충격이다. 쏟아지는 국방·안보 파탄 의혹을 해소하고 마땅한 책임을 묻기 위한 진상 조사 및 국정조사, 특검 등의 조치가 시급하다. 경제가 먹고사는 문제라면 국방·안보는 죽고 사는 문제이다.

    2026-09-29 05:00:00

  • [관풍루] 청와대에 김승원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내부 고발 탄원서 보냈던 전직 보좌관 "이번 주에 충격적인 내용 언론 통해 발표될 것"이라고

    ○…청와대에 김승원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내부 고발 탄원서 보냈던 전직 보좌관 "이번 주에 충격적인 내용 언론 통해 발표될 것"이라고. 법무부 장관 되려다가 의원직까지 위태? 그러게 너무 큰 '먹이'는 삼키는 게 아닌데. ○…청와대 "북한군 포로 송환 비공개 합의 위반" 또 주장하며 우크라이나에 해명·사과 요구 입장문 발표. 주장·요구만 하는 걸 보니 공식 '비공개 합의문'은 없는 듯.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 "추석 민심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질타 컸다"고. 아무리 작게 잡아도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대표에 대한 질타가 100배는 더 컸지 싶은데….

    2026-09-29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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