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59>남 흉내나 내는 원숭이는 되지 않으리!
우리미술의 "광채 나는 전통"을 깨달으며 1930년대에 서양화에서 동양화로 전향한 근원 김용준에게 추사 김정희는 빛나는 등대였다. 김정희의 자취를 자신도 밟아보려 한 그는 대가의 창조력을 호 짓기로도 발산한 김정희의 작호(作號) 또한 배웠다. 김정희는 호를 많이 짓기로 유명해 생전에 이미 사람들이 백호당(百號堂)이라고 했다. 과연 백호당 김정희의 호는 300개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김정희를 사숙한 제자답게 김용준도 호를 많이 지었다. '근원수필'(1948년)의 '근원'이 가장 유명하다. 이 책의 '검려지기(黔驢之技)'는 자신의 호 이야기다. 여기에 우산(牛山), 선부(善夫), 매정(梅丁), 노시산인(老柿山人), 근원(近猿), 근원(近園), 벽루(碧樓), 석우동인(石隅洞人), 득월루주인(得月樓主人), 심화애설지려(尋花愛雪之廬), 식연자자실주인(食硯煮字室主人), 검려(黔驢) 12개가 나온다. 이외에도 좋아라고 한두 번 쓰고는 잊어버린 호가 몇 개나 되는지 모른다고 했다. 근원(近園)은 원래 근원(近猿)이었다. 김용준은 무슨 인연인지 '가까울 근(近)'자가 잊히지 않았는데 여기에 '원숭이 원(猿)'을 붙여 근원(近猿)이라고 했다. "평생 남의 흉내나 겨우 내다가 죽어버릴" 원숭이 같은 화가를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는 고뇌어린 자조의 심경이었다. 한편으로는 이런 자학을 통해 분발의 계기로 삼으려는 뜻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다 "원숭이 같은 놈"이라는 이 이름이 마땅치 않아져 근원(近園)으로 고쳤다. 자신을 비하하는 호를 스스로 사용하고 또 그렇게 호칭되다보니 아무래도 기분이 좋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자 "자네의 근원(近園)이라는 호는 단원이나 오원에 가깝다는 뜻인가?"라고 조롱하는 친구도 있으나 "내 취미가 진실로 그렇게까지 저급이 아닌 것만은 명백히 해둔다"라고 했다. 마치 근원(近猿) 호를 설명하는 듯한 그림이 있다. 김용준이 '문장' 잡지에 그린 삽화인 '사제지간 원숭이'다. 두루마리를 합죽선처럼 둥글게 펼친 화면에 늙은 원숭이에게 절하는 어린 원숭이를 그렸다. 스승이나 제자나 할 것 없이 모두 남 흉내나 내는 원숭이 꼴이 바로 요즘 예술가라는 뜻 같다. 스스로를 근원(近猿)이라고 했던 처절한 자기 성찰에서 나온 그림이라 그저 냉소에 그치지 않는 울림을 준다. 대구의 미술사 연구자
2026-08-26 09:10:20
[사설] 지방선거 끝나니 '조작기소 특검법' 처리하겠다는 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 '조작기소'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특검법을 다음 달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박성준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검찰의 조작기소가 낱낱이 드러난 만큼 특검법안은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되면 처리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특검 법안'을 지난 5월 국회에서 처리할 생각이었으나 지방선거에서 역풍(逆風)이 불자 중단했는데 다시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발의(發議)한 '특검 법안'에는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대북 송금·성남FC 제3자 뇌물·백현동 개발 비리·법인카드 유용 등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 등이 포함돼 있다. 민주당은 범죄 피해자들, 법조계와 다수 언론, 시민단체, 야당의 우려와 반발에도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없앴다.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고 무고한 사람들을 괴롭힌다'는 핑계를 댔지만 이재명 대통령을 수사한 검찰에 대한 보복이자, 정치인에 대한 검찰 수사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措置)였다고 본다. 그 결과 서민과 약자는 억울한 피해를 입어도 국가의 보호를 받기가 어려워졌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광주 여고생 피살 사건 등에서 보듯 검찰 보완수사가 아니었다면 '진실'이 묻혔을 것이다. 최근에는 경찰이 실종 신고를 허위로 종결 처리하는 바람에 제때 수색을 못 해 실종자를 백골로 맞이하는 일도 벌어졌다. 그래 놓고 유독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겨냥해 수사·기소권을 모두 갖는 '특검'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이 대통령 구하기를 위해 모순(矛盾)된 언행을 하는 것이다. 민주당 주장대로 검찰의 조작기소가 낱낱이 드러났다면 특검이라는 별도 절차를 만들 필요가 없다. 이 대통령 재판을 신속히 재개(再開)하고 조작기소 증거를 법원에 제출해 무죄 판결을 받으면 된다. 그 간단하고 정당한 절차를 두고 굳이 '조작기소 특검법'을 강행하려는 의도는 뻔하다. 사실상 '이재명 대통령이 본인 사건을 본인이 재수사하고, 본인이 공소취소하겠다'는 것이다.
2026-08-26 05:00:00
[사설] 수치만 성장할 뿐 정부가 조성하는 불안에 발목 잡힌 경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성장률을 3.2%로 전망했고, 수출과 설비투자도 7~8%대 증가를 예상했다. 500대 기업 중 비교 가능한 331곳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250%가량 급증했다. 경제 회복을 알리는 숫자들이다. 그런데 경제주체(經濟主體) 움직임은 반대다. 기업 영업이익과 현금성 자산은 급증했는데 자본지출은 오히려 줄었다. 현금이 쌓여가는데 미래 투자를 줄였다는 말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뺀 기업 투자는 심각할 정도로 줄었다. 가계의 체감 현실도 다르지 않다. 상반기 명목 소매판매는 0.3% 늘었지만 물가 인상을 뺀 실질 소매판매는 2.4% 감소했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8월 소비자심리지수와 현재경기판단지수 모두 떨어졌다. 수치는 '경기 회복' 신호를 보내지만 경제주체 반응은 다르다. 기업은 투자를 주저하고 현금 쌓기에 바쁘다. 가계는 생활물가와 자산가격 사이에서 지출을 방어한다. 대외 불확실성 탓도 크다. 그러나 미국 관세, 중국 경기, 중동전쟁, 반도체 가격을 정부가 통제할 수는 없다. 이 때문에 국내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더 중요하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는 대규모 미래산업 투자와 생산적 금융을 추진하며 세제와 기업지배구조, 노동 제도까지 잇달아 바꾸고, 부동산 정책도 세제와 공급 대책을 거듭 수정한다. 기업과 가계가 투자하고 소비하기에 불안한 상황을 정부가 조성(造成)한다. 정부는 정책금융을 늘릴 게 아니라 기업의 수요와 비용, 세금과 규제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가계도 소비쿠폰이나 일회성 지원은 한계가 있다. 오른 생활비와 주거비 부담, 자산 가격 불안이 지속되는데 소비가 회복될 리 없다. 정부가 성장률 3%를 목표로 삼는 것은 자유다. 그러나 목표치를 높이는 것과 경제주체 신뢰를 높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기업이 돈을 쌓고 가계가 지갑을 닫는 경제에서 정부가 할 일은 경제주체를 움직이라고 다그치는 것이 아니다. 수치만 성장하고 불안이 커지는 역설적 상황을 빚어낸 장본인(張本人)이 정부임을 알아야 한다.
2026-08-26 05:00:00
[사설] 대구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 검토, 전향적 변화 필요
대구시가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의 남은 600m 구간에 대해서 일반차량 통행을 허용할지 검토하고 있다. 27일 관련 토론회도 연다.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는 전국 최초로 지정된 이후 17년이 지났다. 대중교통 이용을 촉진하고 보행(步行) 환경을 개선하는 데 일정한 성과를 거뒀지만, 도심 상권과 교통 여건은 크게 달라졌다. 특히 침체된 중앙로와 동성로 상권을 생각하면, 차량 접근성(接近性)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 시민과 상인 모두에게 이로운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상인들의 전용지구 해제 요구를 '집단 이기주의'로 보는 시각은 경계돼야 한다. 고객이 접근하기 편해야 상권이 살아날 수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는 절박하다. 물론 일반차량 통행이 바로 상권 활성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차량이 통과하는 것과 사람들이 차에서 내려 가게를 이용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반대로 차량 통행을 제한한다고 해서 보행 중심 상권이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합리적 절충점(折衷點)을 찾아야 한다. 도시환경과 소비 행태는 17년 전과 크게 달라졌다. 온라인 소비가 확대됐고, 상권의 경쟁도 치열해졌다. 인근 대규모 아파트 신축으로 교통 수요도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통행 제한을 무조건 유지하는 정책은 합리적이지 않다. 북측 450m 구간의 차량 통행 제한을 풀었지만,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그렇다면 남은 600m 구간까지 해제하는 방안을 전향적(前向的)으로 검토할 이유는 충분하다. 다만 해제가 무방비 상태의 '전면 개방'이면 곤란하다. 남은 구간은 보행량과 버스 통행이 많다. 꼼꼼한 교통안전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불법 주정차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버스 정류장 주변의 병목을 해소하고, 이면도로(裏面道路)도 정비해야 한다. 일부 통행 등 단계적인 방식으로 시행하면서 교통량과 보행 환경의 변화를 점검하는 것도 방법이다. 무엇보다 해제의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자동차를 더 많이 다니게 하는 게 아니라, 접근성을 높여 시민과 상인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공간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2026-08-26 05:00:00
[관풍루] 이재명 대통령 25일 국무회의에서 "목소리 높인 개혁은 반발 커 실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
○…이재명 대통령 25일 국무회의에서 "목소리 높인 개혁은 반발 커 실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 보완수사권 폐지 등을 몰아붙인 여권 강성파에 대한 경고(?). 부디 정책 전환으로 민심 수용을. ○…여권의 논객인 유시민 작가가 최근 "대통령이 당 대표를 픽해서 당선시키려 하는 건 왕정"이라고 비판하자 25일 여권 일각에서 "내란 세력에 가라"고 반격. 여권 인사도 이럴진대 하물며 비여권 인사들이야.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사법부를 겨냥해 "대법원장과 행정처장은 어차피 흘러갈 물, 검찰을 반면교사 하라"고 일갈. 대통령도, 김 대표도 종신(終身)이 아닌 임기(任期)가 있는데 그가 할 말은 아닌 듯.
2026-08-26 05:00:00
2026-08-25 18:39:29
[신간]튀르키예, 역사로 여행하기/이수형 지음/홍익포럼 펴냄
공인회계사이자 역사 애호가인 이수형 씨가 현지답사와 오랜 역사 공부를 바탕으로 『튀르키예, 역사로 여행하기』를 펴냈다. 이 책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아나톨리아반도가 품어온 1만2천 년 문명사를 여행자의 발걸음과 역사적 통찰로 풀어낸 인문 기행서다. 지은이는 24일간 현지를 직접 답사하며 마주한 풍경에 평생 쌓아온 역사 지식과 기독교적 시각을 더해, 일반적인 여행기와는 결이 다른 무게감을 담아냈다. 아나톨리아는 초기 기독교가 전파된 핵심 무대이며, 오늘날에도 사도 바울과 요한의 발자취를 따르는 순례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지은이는 이스탄불의 주요 성소(아야 소피아, 아야 이레네, 톱카프 궁전 성물 전시관, 성 요르기오스 교회, 성 슈테판 불가리아 정교회 등)를 비롯해 드로아와 앗소스, 소아시아 일곱 교회 중 에베소·버가모·사데·라오디게아, 그리고 밀레토스, 히에라폴리스, 안탈리아, 이고니온, 카파도키아 등지를 두루 답사했다. 특히 이즈니크(니케아) 편에서는 여행의 감상과 더불어, 기독교 역사의 중대한 전환점이 된 세계기독교 공의회의 역사와 의미를 자세히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아나톨리아의 역사를 일궈온 다양한 인물도 조명한다. 아나톨리아를 정복한 페르시아의 키루스 대왕과 헬레니즘 세계를 열어젖힌 알렉산드로스 대왕을 비롯해, 콘스탄티누스와 유스티니아누스 등 로마 제국을 이끈 황제들을 소개했다. 또한 메흐메트 2세와 쉴레이만 대제 같은 오스만의 술탄들에서 현대 튀르키예를 세운 아타튀르크와 현 대통령 에르도안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이끈 인물들의 발자취를 입체적으로 조명했다. 괴베클리 테페와 차탈회위크로 시작되는 문명의 요람에서, 철기로 이름난 히타이트와 트로이를 거쳐 그리스·로마, 비잔틴과 오스만 제국에 이르기까지, 오늘의 튀르키예로 이어지는 문명의 흐름을 한 권의 이야기로 담아낸 점도 눈길을 끈다. 여행 실용서로서의 면모도 갖췄다. 저자가 직접 찍은 현장 사진과 함께 실제 여행 동선, 숙소, 맛집 정보를 수록해 여행을 준비하는 독자에게는 실질적인 안내서가, 당장 떠날 계획이 없는 독자에게는 깊이 있는 교양서가 되어준다.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는 "200번을 넘게 튀르키예를 다녀온 내게도 이 책이 새로운 이유"라며, 24일간의 소소한 일상과 수준 높은 교양을 함께 담아낸 점을 이 책의 묘미로 꼽았다. 조윤수 전 주튀르키예 대사는 "역사적 통찰과 종교적 식견이 녹아든 저자의 현장 기록이 독자를 매혹적인 시간 여행으로 안내한다"고 평했으며, 박천수 경북대 고고인류학과 교수(유라시아역사문화연구소장)는 이 책을 "동서 문명이 나눈 대화와 공존의 가치를 새롭게 일깨우는 문명 기행의 훌륭한 길잡이"라고 추천했다. 408쪽, 2만5천원.
2026-08-25 16:17:01
세계는 섬유를 버린 적이 없다. 다만 섬유의 가치를 바꾸고 있다. 의류 중심 산업에서 자동차와 항공우주, 방위산업, 의료·헬스케어를 뒷받침하는 첨단소재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섬유를 전통산업, 사양산업이라는 오래된 틀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때다. 그 흐름을 가장 잘 보여주는 나라가 일본이다. 최근 일본 섬유산업 현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일본은 기능성섬유와 탄소섬유를 중심으로 고성능·첨단 소재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전기차와 항공산업의 성장, 친환경·순환경제로의 전환을 새로운 기회로 삼은 것이다. 의류 시장에서도 기능성 신소재를 바탕으로 '유니클로'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세계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일본 섬유산업의 제2 활황기는 2021년부터 본격화되고 있으며, 고기능·고부가가치 소재 중심으로 무서운 성장을 진행 중이다. 이러한 경쟁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와 대학의 전문 인력 양성, 기업의 기술 축적이 맞물린 결과다. 우리 섬유산업에도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 그동안 중국산 원사는 이란·베네수엘라 등 산유국으로부터의 원료 조달과 대규모 생산설비를 기반으로 강한 가격경쟁력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최근 국제 정세 불안으로 원료 수급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원료 가격과 환율 상승이 겹치면서 중국산 원사의 가격 우위가 점차 약화되고 있다. 일부 품목에서는 국내산과의 가격 격차가 크게 줄어 국내 원사 생산 기반이 다시 경쟁력을 회복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같은 가격의 원료로 공정한 경기가 진행된다면, 우리의 첨단화 설비와 기술혁신으로 해볼 만한 환경이 형성되었다고 본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저절로 기회로 이어지진 않는다. 좁혀진 격차를 기술혁신과 산업구조 전환에 활용해야 한다. 첫째, 탄소섬유와 아라미드섬유 등 미래 첨단 섬유 소재의 연구개발과 상용화를 확대해야 한다. 섬유는 더 이상 옷만 만드는 소재가 아니다. 미래차와 항공우주, 방산, 의료, 에너지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소재다. 둘째, 원사에서 원단, 염색·가공, 봉제와 패션으로 이어지는 국내 생산 기반을 지켜야 한다. 노후 생산설비를 첨단화하고 AI 기반 생산관리와 품질관리, 다품종 소량생산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어느 한 공정이 무너지면 공급망 전체의 경쟁력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셋째, 우리 기술과 소재를 세계시장과 연결할 글로벌 브랜드와 선도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산업 생태계를 견인할 글로벌 앵커기업과 연구·인증·사업화를 지원할 앵커기관 유치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우수한 소재와 기술력을 보유하고도 해외 브랜드의 공급자에 머문다면 부가가치를 확보하기 어렵다. 소재 개발부터 디자인, 생산, 유통, 마케팅까지 이어지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섬유를 버리지 않은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의 생명을 지켜주는 자동차 에어백, 타이어 코드지, 항공기 동체, 우주복 등이 모두 섬유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섬유가 과거의 산업이 아니라 미래산업을 움직이는 핵심 소재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지금은 우리에게도 흔치 않은 기회다. 이제는 섬유를 사양산업이 아닌 국가 전략산업으로 다시 바라봐야 한다. 결국 바뀌어야 할 것은 섬유가 아니라 섬유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이다. 지금이 대한민국 섬유산업의 미래를 다시 설계할 골든타임이다.
2026-08-25 14:30:00
15년 전, 아이들 10명과 함께 중국 상해 어디쯤을 걷고 있었다. 기름 냄새와 하수구 비린내가 가득한 뒷골목으로 접어들었다. 파란색 플라스틱 의자를 길가에 내놓고 앉아 부채질하고 있는 노인이 보였다. 앞장서 가던 아이가 노인에게 상해임시정부 청사가 어디냐고 물었다. 고개를 저었다. 다섯 번째 실패였다. 지도를 펼쳐 지금 어디쯤인지 확인했다. 이상하다. 여기가 맞는데-에. 30분 넘게 그 주변을 맴돌았다. 한 녀석이 지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지도가 잘못된 거 아니에요? 그렇게 따져 묻던 자리가 상해임시정부 청사 입구였다. 아이들은 골목을 지나 붉은 벽돌 건물 입구로 우르르 들어갔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 이어지는 좁은 공간들을 구석구석 둘러보았다. 그 서글픈 공간에서 '독립운동'이란 걸 했다고 아이들에게 설명했다. 김구 선생의 집무실. 거기서 나는 가늠하기 힘든 고독을 느꼈다. '백범일지'에 남아 있는 그의 문장들이 생각났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낯선 땅에서 그는 두 아들에게 유서와 같은 글을 남겼다. 그 고독과 괴로움이 벽에 걸린 태극기 안에 찌든 것일까. 누렇게 바랜 태극기를 한참 들여다봤다. 그를 주인공으로 소설을 써봐야겠다는 생각도 품은 적이 있었다. 쓰고 싶다고 해서 다 쓸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걸 배웠다. 상상하기 힘든 그래서 흉내조차 내지 못할 정도로 절박한 상황에 놓인 인간을 묘사하는 건 내 능력 밖의 일이었다. 그렇지만 올해는 그가 태어난 지 150주년이 되는 해이다. 독립기념관도 그를 돌아보는 특별전을 열었다. 나도 뭔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가 '백범일지'에 남긴 그 유명한 문구를 다시 한번 되새겨본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오늘날 우리나라가 문화강국이 됐음을 증명하는데 이 문구를 여러 차례 많은 사람이 인용하고 있다. K-팝, K-드라마, K-푸드. K를 붙일 수 있는 분야들이 점점 늘고 있고, 나 또한 그게 자랑스럽다. 하지만 그가 말했던 '높은 문화의 힘'이 정말 전 세계를 휩쓰는 그 엄청난 영향력을 말하는 것일까. 나는 어쩐지, 침략당했음에도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하는 그 마음. 평화를 원하는 그 정신 속에 '높은 문화의 힘'이라는 게 깃들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다지 특별한 생각도 아니지만 왠지 꼭 짚고 넘어가고 싶었다. 그래서일까. 유네스코는 올해를 '김구 탄생 150주년' 기념해로 공식 지정했다.
2026-08-25 09:38:32
[사설] 환율 급락이 던진 경고, '강한 원화'보다 안정이 먼저다
지난 7월 1일 1천560원에 육박했던 원·달러 환율이 24일 장중 1천370원대로 떨어지며 1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내 달러 공급과 글로벌 달러 약세가 겹치면서 50여 일 새 180원가량 급락한 환율은 외환시장의 극심한 변동성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는 1천910억달러로 사상 최대였고, 비금융 민간기업의 달러 순매도(純賣渡)도 1천869억달러에 달했다. 미국발 달러 약세도 중요한 변수였다. 국채금리가 치솟자 미 재무부는 시장에서 장기국채를 사들이는 바이백(buyback) 규모를 대폭 확대했다. 국채시장 안정 조치로 금리가 일시적으로 떨어지고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서 원화 강세에 힘이 실렸다. 그러나 미국 재정 문제가 쉽게 해소되기 어려운 만큼 미국 국채시장과 달러 변동성이 환율을 뒤흔들 가능성은 여전하다. 국내 자금 흐름도 심상찮다. 5대 은행의 달러 예금, 골드바 판매액, 정기예금 잔액 모두 최근 크게 늘었다. 반면 ETF 판매액은 5월 고점의 3% 수준으로 급감했고 마이너스통장 잔액도 4개월 만에 감소했다. 증시와 환율의 급격한 변동을 경험한 자금이 위험 회피(回避) 쪽으로 움직인다는 뜻이다. 원화 가치가 높아지면 수입물가에 도움이 되지만 수출기업의 원화 환산 수익은 줄어든다. 특히 경상수지 흑자가 반도체와 인공지능(AI) 관련 수출 호황에 크게 의존하는 점은 부담이다. 수출 사이클 둔화나 미국의 금리·달러 환경 변화에 따라 환율이 언제든 급등할 수도 있다. 환율 자체보다 이 같은 극심한 변동이 기업과 가계에는 훨씬 부담(負擔)이다. 수출기업에 달러 매도를 요청하는 방식은 급한 불을 끄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지속 가능한 환율정책은 될 수 없다. 환율을 특정 수준에 붙잡아두는 데 정책 역량을 소진해선 안 된다. 미국 국채금리 급등이나 글로벌 자금의 흐름에 따라 원화가 더욱 크게 출렁거리는 얕은 외환시장 체질부터 바꿔야 한다. 기업의 환위험 관리 능력도 높여야 한다. 환율 움직임에 따라 경제가 요동치지 않도록 대비하는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2026-08-25 05:00:00
[사설] 실종 사건 암장한 경찰의 수사권 독점, 이대로면 국민은 피눈물
5월 제주에서 실종 신고가 접수된 장미란(37) 씨가 24일 결국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시신이 발견된 장소는 장 씨가 장기 투숙하고 있던 숙소에서 약 1㎞, 도보로 10여 분 거리로, 장 씨가 실종 당시 입었던 옷가지와 휴대전화 등 소지품도 함께 발견됐다. 제때 수사만 이뤄졌더라면 이렇게 세 달씩이나 걸릴 사건이 아니었다. 이 사건을 허위 종결한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A 경장은 또 다른 실종 신고도 같은 방식으로 처리했고 역시 형체도 알아볼 수 없는 시신으로 발견됐다. 실종됐던 60대 남성 B씨의 유족은 "사람이 백골이 될 때까지 경찰은 무엇을 했나?"고 절규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경찰이 실종 사건을 거짓으로 종결하고 사건을 암장(暗葬)하는 충격적인 이번 사태는 단순히 일탈한 개인의 부주의로 치부할 수 없다. 상급자의 결재나 제삼자의 교차 검증 절차가 아예 작동하지 않은 경찰 내부의 부실한 수사 프로세스와 무너진 도덕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성인 실종 사건이 연간 7만여 건에 달하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확인조차 거치지 않은 채 사건을 뭉개버린 이번 사건은 국민을 깊은 불안에 빠뜨리고 있다.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수사 현장의 혼란과 불안이 가중되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 역시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경찰의 권한이 엄청 커졌는데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질 자세가 돼 있느냐는 다른 문제"라며 우려를 드러냈었다. 국정 최고 책임자마저 경찰 수사를 믿기 어렵다고 토로(吐露)하고 검찰이 전담 수사 팀까지 꾸려야 하는 현실은 경찰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졌음을 보여준다. 오는 10월 검찰의 보완수사권마저 사라지면 경찰은 견제 장치가 전무(全無)한 수사권 독점 주체로 서게 된다. 권력 청탁 무마, 증거 인멸, 사건 암장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사법적 견제 장치도 없이 수사 독점이 이뤄진다면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의 몫이 된다. 국회가 경찰 수사권을 견제하고 보완할 사법적 안전장치 재정비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되는 이유다.
2026-08-25 05:00:00
[사설] 대법관 인선 합의 관례 공방 말고, 삼권분립·헌법에 따라야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 '서면 제청'을 둘러싼 논란과 진실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가 "기존의 관행에서 상당히 동떨어져 있다"며 또 한 번 불편한 심기(心氣)를 드러냈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24일 국회 예결위에 출석, "대통령의 임명권이 일정 정도 침해됐다는 인식에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앞서 "헌정사 초유의 상황"이라며 반발했고, 더불어민주당은 대법원장의 사퇴와 탄핵까지 거론하며 압박하고 있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한마디로 '대통령과의 사전 합의'다. 대법원장이 이 관례(慣例)를 깼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절차 어디에도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후보를 놓고 사전에 조율하고 합의해야 한다는 문구는 없다.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사전 협의는 어디까지나 정치적 관례이지 헌법이나 법률이 요구하는 절차가 아니다. 관례를 마치 헌법상 의무인 양 휘둘러선 안 된다. 관례가 헌법과 삼권분립의 기본을 흔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사전 합의 관례 논란은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 대규모 대법관 증원을 앞두고 있어서다. 이른바 '사법개혁 3법'에 따라 대법관 수는 현재 14명에서 26명으로 늘어난다. 2028년부터 매년 4명씩 3년간 순차(順次) 증원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증원분 12명에 더해 임기 중 퇴임하는 기존 대법관 10명의 후임까지 무려 22명을 새로 임명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의 관례대로 대통령과의 사전 합의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면 대법관 대부분이 대통령 코드 인사로 채워질 수 있다는 말이다. 이 대통령과 관련된 5건의 형사재판은 중단된 상태다. 퇴임 후 재판이 재개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자신이 사전 개입해 임명한 대법관들로 대법원이 채워진다면 공정성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번 관례 논란이 위기인 동시에 기회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법관 증원이 본격화하기 전인 지금이 사전 합의 관례를 투명하게 손볼 수 있는 적기(適期)다. 2028년이면 이미 늦다.
2026-08-25 05:00:00
[관풍루] 오세훈·유승민·한동훈 보수 대통합 외치지만 3인(人) 대통합이 더 힘들 듯
○…오세훈·유승민·한동훈 보수 대통합 외치지만 3인(人) 대통합이 더 힘들 듯. 우파 진영 다수가 공감하는 '보수 가치'에 대한 충실 서약과 과거 실수에 대한 사과가 없으면 보수 대통합은 공염불. ○…노웅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치자금법 위반 항소심 무죄. 이 대통령 '비명횡사(非明橫死)' 총선 공천 땐 제대로 활용해 놓고 검찰을 '조작 검찰'이라며 강하게 비판. 검찰도 때론 쓸모가 있었군. ○…삼성전자 올해 주주환원 평년의 5배 규모인 110조원 의결했는데도 24일 주식은 급락. 환원액이 적을 땐 주가가 오르더니 '주주환원의 역설'이 따로 없네.
2026-08-25 05:00:00
2026-08-24 18:48:46
대구공고 동창회로부터 '제5공화국'을 주제로 강연 요청을 받았다. 어떤 화두를 주제로 강연을 해야 할까 고민하던 중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되었다. 6·25 전쟁 때 대구공고(당시는 6년제 대구공업중) 재학생 273명이 조국을 구하기 위해 총을 들고 학도의용군에 입대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1960년 4·19의 도화선 역할을 한 2·28 대구 학생민주화운동 때도 대구공고 재학생이 대거 참여했다.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는 호국의 대열에 앞장서고, 불의와 투쟁하는 민주화 운동의 선봉에 선 전통의 명문이 대구공고였다. 대구공고는 그동안 산업화 인재 6만 명을 배출했다고 한다. 이들이 포항제철과 구미전자산업단지, 울산 석유화학·조선 단지, 창원 기계공업단지 건설에 참여하여 조국 근대화의 선봉에 섰다. 박정희 정부의 산업화 추진 과정에서 대구공고가 기여한 공헌은 독보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또 대구공고에서 연마한 기술을 기반으로 풍산그룹(류찬우), 귀뚜라미 그룹(최진민), 삼일방직(노희찬) 등을 창업하여 국민 생활수준 향상과 안보 분야에 기여하는 스타 기업인도 다수 배출했다. 게다가 전두환·노태우(중도에 경북고로 편입학) 두 명의 대통령이 대구공고 출신이란 점에 눈길이 갔다. 그런데 전두환 대통령과 대구공고 인맥이 한국의 선진국 진입에 결정적 역할을 한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1980년 9월 전두환이 대통령에 취임했을 때 한국은 제2차 석유위기로 심각한 불황에 처해 있었다. 중화학공업 하나만으로는 안정적인 경제 성장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전두환 대통령은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신성장동력을 연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 즉시 당대 최고 전문가 그룹이 참여한 태스크포스가 꾸려졌고, 6개월의 연구 끝에 '전자산업 진흥방안'을 전두환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핵심 내용은 불황 타개와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반도체·전자교환기(TDX)·슈퍼컴퓨터를 국산화 개발하여 정보통신산업(IT)을 일으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전두환은 전문가들의 제안을 전적으로 신뢰했다. 그리고 IT산업을 '제2의 성장 동력'으로 건설키로 결심한다. 세계 선두를 달리는 선진국들도 이제 겨우 시작 단계에 있는 IT 분야에 겁도 없이 도전한 것이다. ◆대구공고 출신 최순달이 TDX·반도체 개발 주역 가장 먼저 전자교환기(TDX) 개발에 나섰다. TDX 개발 책임자로 선정된 사람은 대구공고 출신 최순달 박사였다. 그에게 240억 원의 개발비가 주어졌다. 정부 연구개발사업비 최대 액수가 10억 원에 불과했던 시절, 240억 원은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다. 최순달이 지휘한 한국전기통신연구소(KETRI)는 목숨 걸고 이 대업을 성취해냈다. 전두환 정부의 과감한 투자로 TDX 국산화 개발에 성공한 덕분에 한국은 정보통신 강국으로 향하는 고속도로가 뚫렸다. TDX 개발 진행과 동시에 전두환 정부는 1981년 5월 '반도체공업 육성계획'을 수립했다. 반도체를 국산화하여 미래 성장산업의 중심으로 삼는다는 전략이었다. 전두환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우리의 선진국 진입 여부는 반도체 기술을 얼마나 빨리 발전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모든 국무위원은 반도체 산업 육성에 적극 협력하라"고 두 차례나 발언했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국내 전문가, 외국 연구기관은 한국의 반도체 산업을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기술과 자본 부족, 좁은 내수시장, 전문 인력 부족으로 수출경쟁력 확보가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암울한 전망과 예상이 판을 치자 기업들은 서로 눈치만 봤다. 이래선 안 되겠다고 판단한 전두환 대통령은 TDX 개발을 지휘하던 최순달 박사를 체신부장관에 임명한다(재임기간 1982년 5월~1983년 10월). 당시 국내 유수의 전자 기업들은 정부에 교환기를 납품하여 막대한 이득을 얻고 있었다. 교환기 배정 권한은 체신부 장관이 쥐고 있었다. 전 대통령이 최순달을 체신부 장관에 임명한 것은 "교환기 납품권을 무기로 기업들을 압박하여 반도체 사업 참여시키라"는 무언의 지시였다. 최순달 장관은 교환기를 생산하는 재벌 회장들을 직접 면담했다. 그리고 정부가 전략사업으로 육성 계획을 수립한 반도체 사업 참여를 '정중하게' 권고했다. 이렇게 되자 이병철 삼성 회장을 필두로 정주영(현대), 구자경(LG) 회장 등 대기업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1983년 2월 8일 이병철 회장이 삼성의 반도체 사업 참여를 선언하는 '도쿄 선언'을 발표한다. 정부가 교환기 납품권을 무기로 기업들 등을 떠밀어 시작한 것이 한국 반도체 산업의 진짜 역사다. 삼성이 경기도 기흥에 VLSI 공장을 건설하는 과정도 드라마틱했다. 산림보존지역·농지·상수도 보호지역이란 이유로 농림부·건설부 등 관계부처가 용도 변경을 강력 반대했다. 결국 전두환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모든 규제를 풀어준 덕에 세계적인 최첨단 메모리 반도체 공장이 들어섰다. 현대전자(SK 하이닉스)의 이천 공장 부지도 마찬가지였다. 전두환 대통령의 통 큰 결단이 없었다면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은 시작도 못했을 것이다. 삼성이 반도체를 본격 생산하자 미·일 기업들은 덤핑 공세로 시장을 교란했다. 삼성은 막대한 적자 누적으로 그룹 전체가 망할 위기에 처했다. 1MD까지는 겨우 버텨왔는데, 4MD 개발은 엄두를 못 냈다. 관련 내용을 보고받은 전 대통령은 4MD 개발비 전액(개발비 400억, 기자재 구입비 479억)을 정부가 부담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대신 기업들도 연구 인력을 참여시켜 공동 개발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로써 4MD램 개발은 '대통령 프로젝트'로 명명되었다. 전두환 대통령은 퇴임을 17일 앞둔 1988년 2월 8일 4MD램 개발에 성공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한국이 반도체 강국으로 나가는 고속도로가 뚫린 날이다. 전두환은 5공에서 시작된 반도체 개발이 중단되지 않고 6공으로 이어지길 간절히 원했다. 전두환의 간절한 메시지를 전달받은 노태우 대통령도 정부가 반도체 개발비를 부담하는 방식으로 기술개발을 독려했다. 그 결과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반도체산업과 관련하여 이병철·이건희 회장의 역할은 신화처럼 전 국민에게 알려졌다. 반면에 반도체산업 육성 정책을 수립하고, 기업들 등 떠밀어 참여시키고, 용도 변경으로 공장 건설을 허가하고, 4MD램 개발비를 정부가 투입하는 결단을 내린 전두환의 역할에 대해서는 누구도 말하지 않고 기억조차 하지 않는다. ◆원전 국산화 주역은 대구공고 출신 박정기 전두환 대통령의 다음 도전 과제는 전력의 안정적 공급이었다. IT산업의 핵심 동력원은 전기다. 한국 상황에서 가장 저렴하고 안정적이며 풍부한 전력 공급원은 원자력이었다. 당시 국내에서 가동 중인 원전은 1978년 4월부터 운전을 시작한 고리 1호기가 유일했다. 고리 2호기·월성 1호기(중수로)는 건설 중이었다. 한국은 원전 관련 기술이 없어 외국 업체들이 설계·시공·기기제작·시운전까지 마친 후 인도받는 턴키 베이스 방식이었다. 이런 방식으로는 폭증하는 전력 수요 공급이 불가능하다. 결론은 원전 국산화였다. 하지만 원전의 산업 전망은 지극히 불투명했다. 1979년 3월 28일 미국 스리마일 섬(TMI) 원전사고로 세계는 신규 원전 건설 중지, 가동 중인 원전 폐쇄 등 패닉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구공고 출신의 전두환은 과학기술을 확신했다. 원전 공포증으로 난리가 난 한복판에서 전두환은 원전을 수출 산업으로 키워 제3의 성장 동력으로 육성키로 결정했다. 5공 정부는 1981년 2월 19일 영광 1·2호기, 1982년 3월 5일 울진 1·2호기를 연이어 착공했다. 어떤 난관이라도 뚫고나가 원전 국산화 결심을 굳힌 전두환은 1983년, 대구공고 출신이자, 자신의 육사 후배인 박정기를 한전 사장에 임명한다. 그리고 "육사 출신이 전쟁하듯 목숨 걸고 원전과 핵연료를 국산화 개발하라"는 특명을 내렸다. 박정기는 목숨 걸고 원전과 핵연료 국산화를 추진했다. 한국이 원자로 개발을 위한 총력전을 전개하던 1986년 4월 26일,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에서 원자로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전 세계에 탈원전 광풍이 불었다. 전두환 정부는 체르노빌 사고로 원전 공포가 극에 달한 난국을 뚫고 "영광 3·4호기 원전 계속 건설"을 선언했다. 이렇게 되자 세계 원전 기업들은 한국 원전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결사적으로 매달렸다. 박정기 사장은 영광 3·4호기 국제 입찰에 "우리가 원하는 원전 원천기술 100% 전수"를 못 박았다. 존폐 위기에 몰린 컴버스천 엔지니어링(CE)이 모든 특허권 제공 등 파격적이고 전폭적인 기술이전을 약속했다. 이런 방식으로 한국은 원전 핵심 분야의 설계 기술, 핵연료 제조기술을 이전받아 한국형 원전 개발에 성공한다. 나아가 한국형 원전을 부단히 업그레이드한 모델(APR-1400)로 UAE와 체코에 원전 수출에 성공했다. 원전 국산화의 사령탑 역할을 맡았던 박정기의 회고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국가 에너지 장래에 대한 원모(遠謀)와 원자력에 대한 심려(深慮)가 없었다면 원자력 기술 자립은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거두어 퇴로는 막고, 오직 돌격을 계속하여 목표를 점령할 수 있게 한 분이 전두환 대통령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반도체와 IT산업, 원전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가 되었다. 그런 나라로 발돋움하는 주인공들을 배출한 대구공고에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펜앤마이크 대기자
2026-08-24 14:00:00
[매일춘추-임현락] 비움으로 채우는 시간, '대구다움'
"저희 집은 청소가 인테리어예요." 지인의 한마디 말이 아름다움이란 화려한 장식이 아니라 본래 바탕을 드러내는 일임을 새삼 일깨운다. 1960년대 초 앙드레 말로 프랑스 문화부 장관이 주도한 파리의 외벽 청소 프로젝트도 이 미학에 닿아 있다. 산업혁명 이후 매연과 먼지로 검게 뒤덮였던 루브르 박물관과 노틀담 성당의 때를 깨끗이 씻어내자, 눈부신 황금빛 석회암 본연의 빛깔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예술가의 안목이 행정으로 발휘되어 인위적 장식 없이 오직 '비워내는 청소'만으로 도시의 정체성과 영혼을 복원해 낸 새로운 풍경이었다. 이러한 비움의 미학은 런던의 스카이라인에서도 빛을 발한다. 런던은 1930년대부터 세인트 폴 대성당의 돔을 어디서나 바라볼 수 있도록, 성당으로 향하는 시선의 통로에 고층 빌딩 진입을 법적으로 엄격히 제한하는 '세인트 폴 하이츠(St Paul's Heights)' 제도를 이어오고 있다. 자본의 개발 욕망 앞에 행정이 멈춤을 선언하고 하늘의 여백을 계획적으로 사수한 문화적 결단이었다. 마치 수묵화의 여백처럼 무엇을 새로 채우지 않고 비워둠으로써 오히려 도시의 역사적 정체성을 지켜낸 것이다. 이러한 발상의 전환은 도시의 고유 가치를 통찰하는 안목에서 비롯된다. 현대 도시에서 보존과 개발은 늘 충돌하지만, 단기 성과에 급급해 오래된 도심의 맥락을 단칼에 지워버리는 조급함은 깊은 아쉬움을 남긴다. 도시의 비움은 방치가 아니라 자본의 조급함을 제어하기 위해 행정력이 온 힘을 다해 지탱해야 하는 정교한 인내이자 계산된 여백이어야 한다. 그 지혜로운 멈춤의 시간 속에서 비로소 아름다움이 서서히 채워지기 때문이다. 바로 그 안목의 실마리를 필자는 최근 근대 건축물 '무영당' 전시에서 발견했다. 그것은 박제된 과거가 아닌, 켜켜이 쌓인 오랜 시간 위에 피어날 지역 문화의 가능성이었다. 골목을 지켜온 근대 거점들을 섬으로 방치할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일상과 예술가들의 독창적인 숨결이 번지도록 조화롭게 연결하는 창의적 재구성이 절실하다. 행정의 역할은 개발 유예를 넘어, 시간의 흔적들을 발굴하고 공공재로 매입해 공간의 여백을 계획적으로 확보해 시간의 인프라를 풍성하게 만드는 일이다. 이제 우리는 대구라는 거대한 화폭을 마주하고, 도시 정체성을 이끌어갈 총체적인 마스터플랜을 지속해서 묻고 그려야 한다. 본바탕을 회복해야 할 공간은 어디인가. 또 마천루의 유혹 앞에 멈춰 서서 '하늘의 여백'을 사수해야 할 조망의 통로는 어디인가. 그것은 흩어진 시간과 주민들의 일상을 동시대 문화의 장으로 연결해, 시간의 결이 풍부하게 살아 숨 쉬는 대구만의 미래를 설계하는 장기적인 축적이며 구체적 계획이다. 비움으로 채워지는 시간 속에서 소리 없이 깊게 익어가는 도시, '대구다움'을 다시 그려본다.
2026-08-24 12:44:52
[사설] 대법원장 사퇴 강요하고 국회서 망신 주는 게 주권자의 명령인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조희대 대법원장을 현안 질의 증인으로 또 채택했다. 31일 조 대법원장을 국회로 불러, 대법관 후보자 '서면 제청(提請)' 과정과 주요 사건의 전원합의체 회부 등을 따져 묻겠다는 것이다. 지난 19일에 이어 두 번째 증인 채택이다.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을 '사퇴'와 '탄핵'으로 겁박(劫迫)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엔 '대법관 서면 제청'을 계기로 '사법 농단' '사법 쿠데타'라며 포화(砲火)를 퍼붓고 있다. 전국 거리마다 '대법원장 물러나라'는 현수막도 내걸었다.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들은 21일 기자회견에서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헌법은 대법관을 대법원장이 제청하고, 국회가 동의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은 헌법이 사법부 수장에게 부여한 권한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원하는 후보를 제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법원장을 국회에 불러 그 경위를 추궁(追窮)하고 사퇴까지 요구한다면, 이는 대법원장의 제청권에 대한 전면 부정이 아닌가. 국회는 사법부의 판단을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장이 대통령과 여당의 뜻과 다른 판단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압박받아서는 안 된다. 대통령에게 대법관 임명권이 있고 국회에 동의권이 있듯이, 대법원장에겐 제청권이 있다. 헌법기관의 권한을 나눠 놓은 것은 서로 견제(牽制)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대통령이 국회의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국회를 압박해서도 안 되고, 국회가 사법부의 판단에 불만이 있다고 사법부를 길들이려 해서도 안 된다. 민주주의의 요체(要諦)는 삼권분립(三權分立)을 통한 견제와 균형이다. 권력은 스스로 절제하기 어렵다.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하기 때문에 반드시 비판과 견제를 받아야 한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국가를 망친다. 대법원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사퇴를 강요하고 국회 증인석에 세워 망신을 주는 일이 일상화된다면, 사법부의 독립은 무너진다. 이게 주권자(主權者)의 명령이며, 나라를 위한 일인가.
2026-08-24 05:00:00
[사설] 100조 미래기금, 통제 없는 정부 곳간으로 전락해선 안 돼
정부가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날 추가 세수 등을 재원으로 '미래대응기금'을 만들기로 했다. 청년·성장 동력·지방·교육·인재 등에 투자해 잠재성장률을 높이고 세수 변동성을 완화한다는 구상이다. 첫해 기금 규모가 100조원을 넘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교육교부금도 내국세의 20.79%를 기계적으로 배분하던 방식을 폐지하고 경제성장률과 학령인구 변화를 반영해 산정한다. 추가 세수를 소비성 지출로 소진하지 않고 미래 성장에 투자하겠다는 방향은 타당(妥當)하다. 학령인구가 줄어드는데 교육교부금이 세수에 따라 자동 증가하는 구조는 바꿀 필요가 있다. 문제는 이후다. 100조원에 달할 수 있는 국가 재정을 어떤 원칙과 통제 아래 운용할지가 중요하다. 정부는 기금도 국회 심사를 받는다고 강조하지만, 기금의 조성 목적은 일반회계보다 신속하고 탄력적으로 집행하기 위해서다. 일부 항목 조정만으로도 국회 감시 없이 수조원을 움직일 수 있다. '속도'를 빌미로 국회 재정 심의권을 형식화해선 안 된다. 사업별 예산과 집행 내역, 성과를 국회와 국민이 확인할 수 있도록 통제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추가 세수를 국채 상환(償還)보다 성장 투자에 쓰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채 이자는 확정된 비용이고 전략 투자의 성과는 불확실하다. '국채 이자율 이상의 수익'을 목표로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줄어든 교육교부금이 영유아·고등·평생교육과 인재 양성에 쓰이는지 지켜봐야 한다. 지방교부세도 미래기금 적립액을 제외한 내국세를 기준으로 산정하는데, 지방에 쓰일 돈을 중앙정부가 쥐고 사업 단위로 배분하는 방식이 돼선 곤란하다. 세수 감소 시점에 기금까지 고갈되면 결국 일반회계와 국채에 의존할 가능성도 커진다. 100조원의 거액을 정부 재량(裁量)과 속도에 맡기는 순간 미래기금은 '정부 곳간'이 될 수 있다. 이런 부작용을 막고 기금의 운용 투명성과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해 투자 대상과 원칙, 성과 평가, 손실 책임, 국회 통제를 법률에 명확히 담아야 한다.
2026-08-24 05:00:00
[사설] '고시원 욕조'와 '폐버스'가 드러낸 청년 주거 정책의 무감각
국토교통부가 고시원 내 책상 설치 의무를 없애고 욕조 설치를 허용하려던 건축 기준 개정안을 행정예고 단 열흘 만에 전격 철회(撤回)했다. 1인 가구 급증이라는 인구구조 변화와 전·월세 부담 고조에 대응하고, 중소기업의 규제 개선 건의를 수용해 "안전과 무관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취지였으나, 현실과 턱없이 떨어진 행정에 민심은 차갑게 돌아섰다. 최근 폐기 버스를 개조해 대학가 청년 임시 주거 공간으로 쓰자는 '버스하우스' 제안이 "청년을 조롱하느냐"는 거센 비판을 받았던 데 이어, 방 한가운데 덩그러니 욕조가 놓인 기이한 고시원 풍자물까지 등장하자 정부가 부랴부랴 한발 물러선 것이다. 이번 사태는 정책 당국과 정치권이 최저 주거 수준 이하에서 신음하는 청년·서민층의 삶을 얼마나 안이하고 무감각하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낸다. 현행 기준이 고시원을 숙박·학습 시설로 간주해 개별실 내 취사나 욕조 설치를 금지해 온 것은 독립 거주시설로의 변질(變質)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고시원은 이미 본래의 기능이었던 '학습 공간'을 넘어 1인 가구와 극빈층의 마지막 주거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좁디좁은 '닭장방'에 욕조 설치를 허용하고 책상 의무마저 없애는 것이 과연 주거 환경 개선인가 "욕조가 없어서 못 씻는 게 아니다" "고시원 방이 욕조만 한데 눈을 의심했다"는 거주자들의 분통은 정곡을 찌른다. 도심 주택 공급에 시간이 걸리고 청년층의 월세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비주택 시설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오려는 시도 자체를 무조건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주거난 해법이 '인간다운 최소한의 집'을 늘리는 방향이 아니라 '집이 아닌 공간'을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방식은 안 된다. 고시원을 실제 주거 공간으로 인정하고 수용할 수밖에 없다면, 단순 시설 허용이라는 임시방편(臨時方便)을 넘어 면적, 환기, 방음, 피난, 소방 안전 등 최저 주거 기준과 안전 기준을 근본적으로 끌어올려야 할 것이다.
2026-08-24 05:00:00
[관풍루] 조희대 대법관 후보자 '서면 제청' 논란으로 조 대법원장 사퇴·탄핵 압박 거센 가운데 청와대까지 가세해 사전 협의했다, 안 했다 진실 공방
○…조희대 대법관 후보자 '서면 제청' 논란으로 조 대법원장 사퇴·탄핵 압박 거센 가운데 청와대까지 가세해 사전 협의했다, 안 했다 진실 공방. 사전 협의 집착, 설마 이 대통령 퇴임 후 재개될 재판 신경 쓰여 그러시는 건 아니죠? ○…'장미란 실종' 허위 종결 처리 경찰관이 종결한 또 다른 실종 사건, 51일 만에 시신으로 발견. 검찰 보완수사권까지 없어진 마당에 진짜 경찰 믿고 다 맡겨도 되는 거 맞는지…. ○…캐나다 총리, 미국의 50% 관세 폭탄에 '전쟁' 표현까지 써가며 보복 예고, 미국 51번째 주 등 모욕도 참았는데 제대로 폭발. 미·캐 무역 전쟁 승자는 누가 될지 관심 집중.
2026-08-24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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