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25 18:45:57
[백정우의 읽거나 읽히거나] 피어나리라, 그대의 아름다운 삶
"내가 당신처럼 살아가는데, 당신의 삶이 나처럼 활짝 피어나지 않겠습니까?" 어떤 책은 읽는 내내 지루하고 힘들어서 얼마나 남았는지를 수시로 확인하게 만드는 반면, 어떤 책은 한 장 한 장 넘어가는 게 아깝다. 속된 말로 버릴 게 하나도 없고 어디를 펼쳐도 우아하고 지혜로운 문자의 향연으로 가득한 책을 만난 기쁨을 말로 어찌 표현할까. '파랑새는 멀리 있지 않다'고 알려준 노벨문학상 수상자 모리스 마테를링크가 1907년에 발표한 '꽃의 지혜'이다. '꽃의 지혜'는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한자리에만 붙박여 있게 만든, 대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는 꽃. 그 꽃을 남보다 열심히 계속 관찰하여 작가 나름의 방식으로 얻은 자연의 지혜를 나눠주는 귀한 잠언집이다. 인류는 "우리 이전에 생명이 걸어간 길을 그저 '놀란 어린아이'처럼 뒤밟아가고 있을 뿐"이라고 시작하는 책은 시종 꽃 같은 미소를 잃지 않으면서 때론 비수를 날린다. 자연 만물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무엇이든 인간이 창조해냈다는 말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주장인지 빤히 드러난다는 얘기. 작가는 '수정'에 많은 분량을 할애한다. 이유는 꽃의 수정이란 겉으로 보기엔 "평화롭고 다소곳해서" 모든 게 참고 견디며 기다림처럼 보이지만 그러나 사실은 "숙명에 대한 저항이 가장 격렬하고 집요하게 펼쳐지는 곳"이고 이는 인간사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꽃의 가장 중요한 결합을 일컬어 "혼례 의식 가운데서도 타가수분(암수가 다른 개체로 나뉜 상태에서의 수분)에 필요한 복잡한 장치들"이라고 규정하면서 그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펼치는데, 특히 악취 심한 약초 궁궁이에 대한 사례는 놀라움을 넘어 경이롭다. 오죽 신기했으면 마테를링크가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겠다고 고집을 부렸"고 "녀석이 정말이지 아주 드물게 밖에는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는 대목에선 웃음이 터졌다. 식물이 보여주는 가장 완벽하고 조화로운 지혜의 증거로 난초를 추천하는 작가는 피라미드 난과 카타세툼과 지네발난과 두레박난 등을 경유해 "마치 우리의 인내와 끈기, 자존심을 꽃 또한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듯"하다고 통찰한다. 마테를링크는 꽃과 관련해 대자연이 스스로 아름답고 즐겁고 또 행복하길 원할 때 취하는 행동이란, 우리 인간이 취했을 법한 행동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말하면서 "꽃을 모르고서는 우리 자신의 행복이 어떻게 표출되고 어떤 징표로 드러나는지 역시 제대로 알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자고 요청한다. 또한, 자연의 진화 과정에서 묻혀버릴 존재인 인간에게 존재의 우연성을 자각하고 우호적이되 베일에 가려진 자연의 뜻과 더불어 공존해나가야 한다, 는 호소도 잊지 않는다. '꽃의 지혜'는 말한다. 자연의 힘에 두려워하거나 의기소침하지 말자고, 우리 정신은 자연과 더불어 같은 우물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믿자고. 온갖 대접 받고 귀하게 자란 5월의 장미도 하루하루 힘겨운 투쟁 속에 삶을 이어가는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그리하여 내게 던지는 작가의 죽비 같은 경구. "누구든 정원에 핀 작은 꽃 한 송이가 발휘하는 에너지의 절반만이라도 자신을 괴롭히는 온갖 역경을 극복하는 데 투여한다면, 지금과는 아주 다른 운명을 맞이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도 좋습니다."
2026-06-25 11:06:05
[사설] 특정 지역 몰아주는 2차 공공기관 이전, 또 다른 불균형일 뿐
정부가 올해 9월까지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로드맵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국가 균형발전'이란 대의 아래 추진되는 정책인 만큼 지방의 기대는 크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과 국토교통부 장관은 물론 더불어민주당도 행정통합을 이룬 지역(전남광주)에 공공기관을 집적(集積) 배치하는 방안을 거론하면서 다른 지역의 위기감이 크다. 공공기관 이전은 특정 지역에 대한 보상이나 정치적 배려의 수단이 되면 안 된다. 균형발전 정책의 본래 취지는 수도권 집중(集中)을 완화하고, 전국 각 지역이 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있다. 만약 행정통합 여부를 핵심 기준으로 삼아 특정 지역에 기관을 몰아주거나 알짜 기관을 집중 배치한다면, 또 다른 불균형(不均衡)을 초래할 수 있다. "너도나도 하나씩 두면 좋겠지만 집적과 집중을 통한 지방 발전을 꾀한다"는 이 대통령의 국정 방향은 국가 균형발전의 정신에 어긋난다. 정부가 행정통합을 장려하는 차원에서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것이 공공기관 이전의 독점적(獨占的) 우선권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대구경북(TK)은 전국에서 가장 먼저 행정통합을 추진했지만 무산됐는데, 이는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소극적 태도 때문이란 비판도 있다. 게다가 이 대통령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임기 내 TK 행정통합은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TK는 이래저래 궁지(窮地)에 몰린 셈이다. 공공기관 이전은 지역의 미래 산업과 직결된다. 반도체, 이차전지, 로봇, 인공지능(AI) 등 국가 전략산업(戰略産業)과 연계된 기관이 어디에 자리 잡느냐에 따라 지역 경쟁력이 달라진다. 따라서 정부는 정치적 고려가 아니라 지역 산업 생태계와 국가 발전 전략을 기준으로 이전 대상을 선정해야 한다. 지역 정치권의 책임도 막중(莫重)하다. TK 정치권은 당내 정치 공방에만 매몰돼 있고, 공공기관 유치에는 소홀하다는 비판이 많다. 다른 지역들은 국회의원과 지방정부, 경제계가 똘똘 뭉쳐 치열한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2026-06-25 05:00:00
[사설] 최저임금 무분별 인상은 일자리 대거 소멸로 되돌아올 것
2027년도 최저임금 심의가 본격 막을 올리자마자 노동계가 현행 시급 1만320원에서 무려 16.3% 인상한 1만2천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고물가와 고환율로 인해 근로자들의 실질 구매력이 떨어진 것은 맞다. 그러나 최저임금 대폭 인상은 다른 문제다.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과 소상공인의 절박한 실태를 감안할 때 과연 '시급 1만2천원'이 현실적으로 감당 가능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최근 한국경제인협회가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벌인 경영환경 인식 조사는 냉랭(冷冷)한 경기 상황을 여실히 드러낸다. 응답자의 57%가 올해 경영 상황이 지난해보다 악화됐다고 답했으며, 34%는 월 소득이 최저임금 환산액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알바보다 못 버는 사장들이 즐비하다는 이야기다. 자영업자의 44.6%, 특히 숙박·음식점업의 과반(56.6%)이 내년도 최저임금 '동결'을 간절히 원한다고 답했다. 한국의 최저임금은 이미 최고 선진국 그룹인 G7 평균(구매력·세전 기준 6.4%)을 앞질렀으며, 세후 기준으로는 17.9%나 높다. 최저임금의 과도한 인상은 역설적으로 약자를 위협하는 부메랑이 되고 있다. 높아진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한 사업주들이 주 15시간 미만으로 근로자를 고용해 주휴수당(週休手當)을 피하는 '쪼개기 고용'을 선택하면서, 초단시간 근로자는 지난해 106만 명을 돌파했다. 공공 부문마저 이런 '꼼수'가 만연했는데,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기초자치단체 30곳 중 28곳이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해 '364일 계약'을 맺는 등 쪼개기 계약과 수당 차별을 일삼다 적발됐다. 상황이 이런데도 최저임금위원회는 올해 역시 업종별 차등(差等) 적용 안건을 부결시켰다. 업종별 경영 현황과 지급 능력의 차이가 뚜렷함에도 유연성 발휘를 거부한 것이다. 지금은 대폭 인상을 외칠 때가 아니라, 얼어붙은 골목 경제의 숨통을 열어 줄 '생존의 해법'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감당할 수 없는 인건비 인상은 고용 감소와 폐업 가속화로 이어져 결국 근로자의 일자리 자체를 앗아갈 뿐이다.
2026-06-25 05:00:00
[사설] 선관위 의혹과 부정선거론까지 일소하자면 야당 주도 특검 불가피
국회의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에 증인으로 채택된 선관위원들이 대거 불출석했다. 국회의원들의 질타(叱咤)가 쏟아지자 불참했던 16명 중 13명이 오후에 출석했다. 의원들의 질의에 이들은 '기억이 안 난다'거나 '특별히 의문을 갖지 않았다'는 식으로 답했다. 선거 기간 휴직, 휴가를 통렬하게 반성하기는커녕 '정부가 선관위를 더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재선거 주장에는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했다. 재선거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들이 재선거를 '무책임하다'고 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국무총리는 "원 포인트 개헌을 통해서라도 선관위를 감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맞는 말이긴 하다. 그러나 지금 집중해야 할 것은 앞으로 선관위 업무 감시 문제가 아니라 지금까지 발생한 모든 의혹과 문제점을 낱낱이 밝히는 것이다. 현재 드러난 문제는 빙산(氷山)의 일각(一角)일 가능성을 배제(排除)할 수 없다. 개헌에 집중할 경우 수많은 잘못을 덮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정부·여당은 지금까지 드러난 선관위 문제점을 대체로 부주의 또는 나태(懶怠)로 간주하지만, 나태와 부주의인지, 고의인지를 수사해 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 이번 6·3 지방선거뿐만 아니라 2020년 총선부터 드러난 각종 논란과 의혹을 샅샅이 규명하자면 야당 주도 특검이 꼭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선관위의 일방적 해명(解明)을 들었을 뿐, 그 해명을 수사로 검증한 적이 없다. '끼워 맞추기식 해명'이라는 평가가 많음에도 선관위 해명을 부정하면 '부정선거론자'라며 비난했다. 제대로 해명을 못 하니 의문을 품는 사람을 공격한 것이다. 검경 합동수사본부 수사와 국정조사로 어떤 결과를 내놓더라도 부정선거를 의심하는 사람들은 납득하지 않을 것이다. 부정선거 여부를 떠나 '부정선거 음모론'이 팽배하다는 것 자체로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위태로워진다. 선관위 잘못을 수사하는 동시에 '부정선거 음모론'까지 일소(一掃)하자면 야당 주도 특검이 불가피하다.
2026-06-25 05:00:00
[관풍루] 감사원, 투표용지 부족 사태 초래한 중앙선관위 대상 회계검사 착수
○…감사원, 투표용지 부족 사태 초래한 중앙선관위 대상 회계검사 착수. 지난해 헌재 결정으로 감사(監査)를 못 하는 대신 회계검사 한다는데, 이런 우회로(迂廻路) 갖고 국민적 불신 제대로 해소할 수 있으려나. ○…올 들어 4월까지 태어난 아기, 10만 명 육박해 7년 만에 최고. 인구 감소가 한국 경제 최대 위협인데, 부디 신생아 울음소리 갈수록 더 많아지기를. ○…올해 5월까지 고속도로 사망자(96명), 전년보다 50% 이상 늘어 14년 만에 최고 증가율. 크루즈컨트롤 의존한 전방 주시 소홀이 주원인이라고. 완전 자율주행은 괜찮나?
2026-06-25 05:00:00
2026-06-24 18:40:29
[교육칼럼]'서류 쇼'(?)에 동원되는 95%의 들러리들, 대구경북 일반고 '학종 잔혹사'
대입 전형의 다변화라는 명목 아래 굳건히 자리 잡은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소수 상위권 학생들의 명문대 진학을 위해 대다수 평범한 학생들을 동원하는 구조적 모순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교육부의 대입 전형별 선발 비율을 보면 학종은 전체 모집 인원의 29.8%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대구 지역 고등학교 현장에서는 상당수 학생들에게 이 전형을 강제하면서 극심한 피로감을 유발하는 모양새다. 특히 수성구와 달서구 등 이른바 교육 특구로 불리는 지역의 일반고교를 중심으로 대학의 평가 기준에 맞춘 무리한 교육과정 개설과 이에 따른 중하위권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 논란이 표면화되고 있다. 실제로 지역 모 고등학교의 경우, 3학년 교육과정에 일반고에서 소화하기 힘든 '고급 물리학'과 '고급 미적분' 등 전문 교과를 편성해 운용 중이다. 해당 과목들은 물리학Ⅰ이나 미적분 등 기초 과목에서 4·5등급을 받은 학생들까지 강제적으로 수강 신청을 하도록 유도되어 파행을 겪고 있다. 이 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A학생(평균 3.8등급)은 지역 거점 국립대인 경북대학교의 학생부교과전형(교과우수자전형) 등을 염두에 두고 있으나, 정작 매주 15시간 이상을 상위권 학생들과 함께하는 '고급 물리학' 팀 프로젝트와 수행평가 보고서 작성에 빼앗기고 있다. 한 학생은 "반에서 전교 1등을 달리는 학생이 조장을 맡은 4인 공동 연구 과제에서 단순 자료 입력이나 실험 도구 정리 같은 보조 역할만 수행하고 있다"며,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을 위해 수능 기출문제를 한 문제 더 풀어야 할 시기에 원서조차 쓰지 못할 전형을 위해 왜 밤을 새워야 하는지 자괴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구조는 일선 학교들이 서울대나 의약학 계열 진학 실적을 낼 수 있는 상위 5% 이내의 핵심 학생들의 학교생활기록부(생기부)를 만드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나머지 95%의 학생들이 조직적으로 결합되는 과정에서 심화된다. 수성구의 또 다른 고등학교인 F고등학교에 자녀를 보낸 학부모 B씨는 학교 측이 운영하는 '멘토-멘티' 프로그램의 실상에 분통을 터뜨렸다. B씨는 전교 최상위권 학생의 생기부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란에 '동료 학습을 주도하고 나눔을 실천함'이라는 문구를 넣어주기 위해 내신 4.2등급인 본인의 아이가 들러리 격인 멘티로 지정됐다며, 이 프로그램이 하위권 학생들의 성적 향상에 기여하는 바는 미미함에도 학교는 마치 모두를 위한 진학 지도인 양 학부모들을 호도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통계적 실증 자료 역시 학종의 이 같은 외형적 화려함이 허상에 불과함을 보여준다. 수도권 중위권에 위치한 H대학교의 지난해 수시 입시 결과를 살펴보면, 학종 최종 등록자 중 일반고 출신 비율이 98.2%에 달한 반면 자사고는 0.1%(1명), 외고·국제고는 1.2%에 그쳤다. 이는 대학들이 학종에서도 결국 정량적인 내신 등급을 주된 지표로 활용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지표다. 예컨대 기계공학과 지원자라면 화려하게 치장된 탐구 보고서 서술보다 수학Ⅱ나 물리Ⅰ에서 받아온 2등급이라는 물리적 숫자가 합격을 좌우한다는 뜻이다. 대학 입시 전문가들 역시 최근 주요 대학들이 학생부교과전형에 서류 평가를 20~30%씩 반영하거나, 정시 수능 위주 전형에 교과 평가를 도입하는 추세에 대해 냉정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서울대학교가 정시모집 지역균형전형에서 수능 60%와 교과 평가 40%를 합산하고, 고려대학교와 성균관대학교가 정시 및 교과 전형에 서류 종합평가를 결합한 것은 학생들의 역량을 다각도로 평가하기 위함이 아니라, 교육부의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금'을 수령하기 위한 행정적 요식 행위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고교학점제와 성취평가제가 전면 도입되는 2028학년도 대입 개편안 체제 하에서도 대입의 변별력은 결국 철저한 상대평가 5등급제 내신과 수능 최저학력기준이라는 본질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대구경북 지역의 많은 입시 전문가들은 일선 고교와 대학이 연출하는 서류 위주의 허위의식에서 벗어나, 지역만의 철저한 내신 기출 분석과 수능 대비라는 실리적 개인기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것만이 왜곡된 입시 구조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조언한다. 윤경민 크라스에듀 대표
2026-06-24 16:01:36
[기고-이재혁] K-2 후적지, 또 아파트만 지을 것인가
대한민국의 산업지도가 바뀌고 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미래모빌리티, 첨단바이오, 첨단국방산업을 중심으로 국가의 미래 성장축이 재편되고 있다. 지역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건물을 짓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미래산업을 유치하느냐에 의해 결정되는 시대가 되었다. 산업을 선점한 지역은 성장하고, 그렇지 못한 지역은 인구 감소와 경제 침체라는 이중의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대구는 수십 년에 한 번 찾아올까 말까 한 역사적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바로 K-2 군공항 이전 사업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K-2 후적지를 대규모 택지개발사업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얼마나 많은 아파트를 공급할 것인지, 얼마나 많은 개발이익을 창출할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K-2 후적지의 가치는 단순한 부동산 개발에 있지 않다. K-2 후적지는 대구의 미래 산업구조를 새롭게 설계할 수 있는 전략적 공간이다. 대구의 미래 50년, 나아가 100년을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개발 논리가 아니라 산업 전략이다. K-2 후적지는 도시개발사업이 아니라 산업전략사업으로 접근해야 한다. 국가전략산업 유치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첨단국방산업, 미래모빌리티 산업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성장 거점을 조성해야 한다. 반도체 산업은 반드시 검토해야 할 분야다. 반도체는 단순한 제조업이 아니다. 국가 경쟁력과 경제안보를 좌우하는 핵심 전략산업이다. 세계 주요 국가들이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며 반도체 산업 육성에 나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도체 산업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연구개발과 첨단기술 산업을 함께 성장시키는 파급효과를 가지고 있다. 최근 정부의 첨단산업 정책을 보면 수도권과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가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지역균형발전은 중요하다. 특정 지역에만 기회가 집중되는 구조가 지속된다면 또 다른 지역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대구경북 역시 국가 첨단산업 정책의 중심축으로 성장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대구경북신공항이 완성되면 항공물류와 첨단제조, 연구개발 기능을 연계한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K-2 후적지와 대구경북신공항은 결코 별개의 사업이 아니다. 대구경북신공항이 대한민국 남부권의 새로운 관문이라면, K-2 후적지는 그 관문과 연결된 미래산업의 중심지가 되어야 한다. 신공항이 사람과 물류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면, 후적지는 산업과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 지역 정치권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를 설득해야 하고, 기업을 만나야 하며, 국가계획에 반영될 수 있도록 치열하게 움직여야 한다. 국회의원의 역할도 단순히 예산 확보에 그쳐서는 안 된다. 국가 산업정책의 흐름을 읽고, 기업 투자를 유치하며, 지역의 미래 비전을 만들어내야 한다. K-2 후적지 개발은 대구시와 지역 정치권의 역량을 평가받는 가장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기회는 준비된 지역의 몫이다. K-2 후적지가 단순한 아파트 단지로 기억될 것인지, 대한민국 첨단산업의 새로운 중심지로 기억될 것인지는 지금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이제는 개발이 아니라 미래를 이야기해야 한다. 그 미래의 중심에는 반도체를 비롯한 국가전략산업이 있어야 한다. K-2 후적지는 대구의 마지막 개발지가 아니라, 대구의 새로운 미래가 시작되는 곳이어야 한다.
2026-06-24 15:56:52
꽤 오랫동안 골목이 있는 동네에서 살아서인지 골목이란 말만 들어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낯선 도시를 방문할 경우 골목부터 찾는 것도 체화된 습성일 터이다. 빈 종이박스를 골목 입구에 내놓고 돌아오다가 한 집 건너에 사는 할머니를 만났다. 인사를 나눈 뒤 서로의 근황을 주고받았다. 내게 할머니는 고마운 분이다. 오래전 어머니가 갑작스러운 섬망 증세로 한겨울에 맨발로 골목을 헤매다가 그 집 대문을 두드린 적이 있다. 그때만 해도 나는 따로 살고 있었다. 연락을 받고 부리나케 달려가 보니 할머니가 어머니를 모시고 집에서 기다리고 계셨다. 그때 할머니가 어머니를 거두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까.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어느덧 5년이 흘렀다. 홀로 집을 지키고 있는 나를 볼 때마다 할머니는 애잔한 눈빛으로 섭생을 당부한다. 오랜만에 할머니를 보고 내심 놀랐다. 한 달 전에 비해 더 해쓱해진 것 같았다. 하긴 할머니도 여든을 넘겼다. 돌아가실 즈음의 어머니 연배가 된 것이다. 할머니는 언제나처럼 어머니와 함께했던 일들을 늘어놓았다. 골목의 잡초를 뽑은 일이며 민들레나 뽀리뱅이를 건사한 일이며 공원에 운동하러 가거나 장보러 간 일, 더러 전을 부쳐 나눠 먹은 일까지. 나는 네, 네,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할머니의 입을 통해 어머니를 만나는 셈이었다. 무슨 말끝에 할머니가 말했다. 어머니 꿈을 꾼 적이 있다고.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워낙 친하게 지냈던 사이였다. "꿈에서도 매무새가 깨끔한 걸 보면 좋은 곳에 가신 듯허이." 집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감나무를 올려다봤다. 꿈에서도 매무새가 깨끔했다. 그 말이 귓가를 맴돌았다. 잘 익은 감을 꿈꾸듯 바라보던 어머니. 그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나도 모르게 꿈이라는 단어를 곱씹고 있었다. 할머니가 말한 것과 다른 의미에서의 꿈. 어머니 생전에 나는 어머니께 꿈이 뭔지 물은 적이 없었다. 어머니라고 꿈이 없었겠는가. 가슴이 저렸다. 오늘이 마지막 칼럼이다. 일년간 부족한 글을 진득하게 지켜봐 주신 분들께 고마움을 전한다. 떠나면서 남기고 싶은 말은 사랑하는 이에게 가끔 꿈이 뭔지 물어 보라는 것이다. 꿈을 묻는 것과 꿈을 이루는 건 별개의 문제다. 꿈을 묻는 건 서로의 꿈을 공유하는 것이고 그것은 공유면적에 나무 한 그루 심는 일이다. 가끔은 그 나무까지 걸어가 보시라. 나무 아래에서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각자 품어온 것을 나누는 건 근사한 일이다. 그리고 기억하시길. 언젠가 당신이 무척 외로울 때, 그때 당신은 나무가 들려주는 꿈 얘기에 분명 미소 지을 것이다.
2026-06-24 13:17:43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52>조선 감상화의 차원을 바꾼 변상벽의 사실주의 동물화
그의 고양이, 닭 그림이 너무도 실감나 본 사람들이 '변고양이', '변닭'이라고 했던 영조 때 화원화가 화재(和齋) 변상벽의 '자웅장추'이다. 병아리 9마리와 암탉, 수탉 일가족이 종이 위에 생생해 그런 별명을 붙였던 사람들에게 공감이 간다. 대상 자체의 객관성에 근거한 전례 없는 화풍을 보여준 변상벽은 사실주의 동물화의 대가다. 검은빛 수탉은 번쩍이는 깃털과 활기찬 두 가닥 꼬리, 새빨간 볏에 사나운 눈매로 위풍당당하게 정면을 향하고, 옆모습인 흑갈색 암탉은 부리에 벌 한 마리를 물고 새끼들에게 먹이려는 참이다. 수탉 뒤로 흰색 암탉이 한 마리 더 있다. 닭은 일부다처! 배경은 연두빛 풀이 잔잔한 마당이다. 표암(豹菴) 강세황은 그림 속에 써넣은 화평에서 '정교한 솜씨 신묘하니(精工神妙) 옛사람이 미치지 못한 바다(古人所不及)'라고 했다. '신묘'하다는 감탄대로 이렇게 집요하게 관찰하고 치밀하게 묘사한 그림은 예전의 화가들에게서 찾아보기 어렵다. 선배라면 개를 잘 그린 남리(南里) 김두량(1696~1763)을 꼽을 수 있을 듯하다. 영조가 총애한 화원화가다. 구구구~ 소리가 들릴 듯한 변닭 변상벽의 그림에서 닭이 오덕(五德)을 갖춘 덕금(德禽)이니, 닭이 새겨진 종묘의 제기 계이(鷄彛)니, 닭의 볏이 벼슬을 상징하니, 화보의 닭 그림이니 등등을 떠올리는 것은 무용하다. 조선 회화의 차원이 달라졌다. 말로만 듣던 변상벽의 닭 그림을 직접 본 다산 정약용이 지은 제화시 '제변상벽모계령자도(題卞尙璧母鷄領子圖)'가 무려 200자에 달하는 5언 40구의 장시인 것은 이 그림의 새로움에 그만큼 감동했기 때문이다. 산수든, 화조든, 영모든 그림의 뜻을 중시하고, 사실(寫實)보다 사의(寫意)를 선호한 조선의 감상화 전통을 변상벽이 바꿔 놓았다는 사실을 '실학(實學)'의 집대성자라고 일컬어지는 정약용은 누구보다도 잘 알아봤던 것이다. '자웅장추'는 1937년 3월 28일 경성미술구락부 경매에서 간송 전형필 선생이 구입했다. 전형필은 이듬해 성북동 언덕에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미술관인 보화각을 열었다. 지금의 간송미술관이다. 오래전 보화각 입구로 향해가는 뜰의 왼쪽에 있었던 닭장에서 꼭 이렇게 생긴 수탉을 보고 그 위용에 깜짝 놀랐던 기억이 떠오른다. 대구의 미술사 연구자
2026-06-24 11:28:01
[사설] 언제 적 '세계 속의 패션 대구'인데 아직도 대구 관문에
도시의 첫인상은 관문(關門)에서 결정된다. 공항과 역, 고속도로 나들목은 외지인이 그 도시를 처음 마주하는 공간이다. 첨단산업과 문화, 혁신과 미래의 이미지를 아무리 강조해도 관문이 과거에 머물러 있으면, 그 도시는 브랜드 마케팅에 실패한 것이다. 대구의 대표 관문인 북대구IC가 그런 사례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대구에 들어서는 운전자들은 비탈면에 설치된 '푸른 대구 밝은 미래, 세계 속의 패션 대구'란 문구를 보게 된다. 2000년 설치된 이 홍보물은 당시 대구의 주력 산업이던 섬유·패션산업의 위상(位相)을 상징했다. 그러나 현재 대구의 산업 지형은 완전히 달라졌다. 미래모빌리티, 로봇, 의료산업, ABB(AI·빅데이터·블록체인),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이 도시 성장의 핵심축으로 자리 잡았다. 그럼에도 대구의 얼굴 역할을 하는 관문은 과거에 멈춰 있다. 대구시는 북대구IC 일대 경관(景觀) 개선에 어려움이 많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고속도로와 맞닿은 급경사면이라는 구조적 한계와 수억원의 예산 때문에 개선 작업이 번번이 무산됐다고 한다. 그러나 도시의 관문은 도시 브랜드와 경쟁력을 보여 주는 공공(公共) 자산이다. 기업과 관광객 유치에 목을 매면서도 정작 수많은 방문객이 가장 먼저 보는 공간을 방치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다른 대도시들은 관문 경관을 도시 경쟁력의 일부로 인식하고 있다. 서울은 한강 교량과 주요 진입도로의 야간 경관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며 수도의 상징성을 강화하고 있다. 부산은 광안대교와 북항 일대를 도시 브랜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발전시켰다. 반면 대구는 오랫동안 관문 경관 관리에 소극적이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북대구IC 비탈면의 홍보물을 철거하거나 새로운 구호(口號)로 교체하는 것만이 해답은 아니다. 대구의 현재와 미래를 상징하는 공공 디자인, 야간 경관 조명, 디지털 미디어아트, 녹지 경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미래산업도시 대구, 혁신도시 대구, 문화도시 대구의 정체성(正體性)을 관문 공간에 담아내야 한다.
2026-06-24 05:00:00
[사설] 모호한 선관위원 역할과 책임, 이제라도 분명히 해야
헌법 제114조는 선거관리위원회를 입법·사법·행정부로부터 독립된 헌법기관으로 규정하고 있다. 중앙선관위원은 단순히 자문에 응하는 자리가 아니라 선거 행정을 최종 결정하고 책임지는 국가 최고위 공직자다. 위원장 포함 9명으로 구성되고 이 중 8명이 비상임 위원이다. '공명선거추진활동비'라는 명목으로 매달 위원장은 290만 원, 위원은 215만 원을 받는다. 출무(出務)수당, 안건검토수당 등을 합하면 매달 300만~500만 원 정도 된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23일 열렸다. 그러나 증인으로 채택된 중앙선관위원 9명 중 7명이 무더기 불출석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서야 오후 늦게 출석하는 촌극을 빚었다. 출석요구서가 촉박하게 송달(送達)되긴 했지만, '명예·수당 등 혜택은 다 받고 책임은 회피하려 했느냐'는 지적을 면하긴 어렵다. 여야 의원들이 '국민에 대한 집단 항명' '국민 무시 처사'라며 한목소리로 질타한 것도 과하다고 할 수 없다. 비상임이지만 6년 임기의 헌법기관 위원이 된다는 건 민주주의 근간(根幹)인 선거를 엄정하게 관리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이다. 선거 관리에 구멍이 뚫려 국민의 참정권이 훼손됐다면 국회에 나와 진상을 밝히고 대책을 논의하는 게 도리다. 잘못된 게 없다면 출석해 떳떳하게 밝히면 된다. 문제가 있다면 국민 앞에 사과하는 게 책임 있는 자세다. '평소 출근하지 않는 비상임'이라며 뒤로 물러나선 안 된다. 이제라도 선관위원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현행법은 권한을 규정하고 있지만 위원의 의사결정 책임, 관리·감독 의무 위반 시 법적 제재는 모호(模糊)하다. '비상임'이 책임 회피의 근거가 되지 않도록 위원의 의무를 구체적으로 법제화해야 한다. 비상임 위원 제도 자체를 재검토할 필요도 있다. 9명 중 8명이 비상임인 구조에서는 사무처를 제대로 지휘·감독하기 힘들고, 실질적인 책임을 묻기도 쉽지 않다. 최고 명예와 수당만 취하고 정작 책임질 땐 '비상임' 뒤에 숨는다면 어느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는가.
2026-06-24 05:00:00
[사설] 또 증인 없는 총리 후보 청문회라니, 이러고도 '국민주권정부'인가
[사설] 또 증인 없는 총리 후보 청문회라니, 이러고도 '국민주권정부'인가 25∼26일로 예정된 한성숙 국무총리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가 증인과 참고인 없이 치러질 전망(展望)이다. 국민의힘이 11명을 증인·참고인으로 신청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신상 털기 증인 신청'이라며 반대했기 때문이다. 한 후보자는 다주택자였으나 총리 지명을 전후해 주택을 처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외에도 250억원대에 달하는 본인과 모친의 재산 형성 과정, 해외 주식 보유 논란, 헐값 임대 의혹 등 궁금한 점이 많다. 무엇보다 총리는 행정 각부를 통할(統轄)하고, 국무위원 임명 제청권과 해임 건의권을 가지며, 대통령 유고 시 권한대행을 맡는 등 막중한 위치에 있다. 그래서 공직과 사회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주로 총리직을 맡았다. 한 후보자는 민간기업인 네이버에 근무하다가 이재명 정부 들어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발탁(拔擢)됐다. 약 1년간 장관직을 수행했지만 공직 역량과 국가관·도덕성·위기관리 능력 등이 검증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후보에 대한 야당의 검증을 막고 있다. 청문회 취지를 무시하는 것이다. 총리 인사청문회가 2000년에 도입된 이후 증인·참고인 없이 열린 것은 지난해 김민석 총리 때가 처음이었다. 당시 '배추밭 투자' 등 김 총리의 재산 증식과 관련해 의혹이 많았음에도 후보의 변명(辨明)만 듣고 끝났다. 그리고 또 증인과 참고인 없는 청문회가 진행된다. 이번에도 김 총리 청문회처럼 시간만 때우고 넘어가겠다는 것이다. 이러고도 국민주권정부라고 자칭(自稱)한다. 6·3 지방선거 이후 정부·여당에 대한 지지율이 급락하자 청와대와 민주당은 "엄중히 받아들이고 국민이 무엇을 걱정하고 바라는지 더욱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했다. 하지만 한성숙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와 관련해 드러낸 태도를 보면 "정권을 잡고 있고, 국회 다수석을 차지하고 있으니 우리 마음대로 하겠다"는 오만(傲慢)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국민적 불만은 점점 분노로 바뀔 것이다.
2026-06-24 05:00:00
[관풍루] 한성숙 국무총리 후보자,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를 선도적으로 이행하기 위해"라고 보유 주택 2채 처분 이유를 설명
○…한성숙 국무총리 후보자,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를 선도적으로 이행하기 위해"라고 보유 주택 2채 처분 이유를 설명. 그럴까? 대통령이 처분하라고 했거나 인사청문회에서 박살나는 게 두려워 그랬지 않을까?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국정수행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지르는 여론조사 결과 나오자 여권 내에서 책임 소재 놓고 공방. 이재명이 정청래를 누를지 정청래가 이재명을 넘을지 흥미진진. ○…홍명보 축구 대표팀 감독, 멕시코전에서 손흥민 조기 교체 논란에 대해 "동점을 만들고 싶은 생각에서"라고 설명. 무슨 소리야? 동점 못 만들었으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해야지.
2026-06-24 05:00:00
[날씨] 6월 24일(수) "흐리고 곳에 따라 소나기"
2026-06-23 19:02:14
[기고-성태문] 시민이 체감하는 경제회복, 소상공인부터
민선 9기 대구시장이 곧 취임할 예정이다. 새로 선출된 대구시장은 우리나라 경제 수장 출신의 경제 전문가라는 점에서 경제 활력 회복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가 크다. 굵직굵직한 경제 현안 이면에 취임 직후 가장 먼저 들여다보고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바로 대구 경제의 모세혈관이자 민생의 뿌리인 '소상공인'의 위기다. 현재 대구의 경제지표 곳곳에는 경고등이 켜져 있다. 그중에서도 고물가와 고금리의 직격탄을 가장 먼저 맞은 이들은 다름 아닌 지역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다. 다행히 새 시장이 취임 직후 '비상경제상황실'을 설치하고 민생 현안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조치다. 그러나 소상공인 대책이 과거와 같은 단기성 자금 지원이나 현상 유지형 처방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보다 근본적이고 체질적인 개선을 유도하는 '소상공인 경제 대개조'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첫째, 금융 지원의 패러다임을 '단기 연명'에서 '체질 개선'으로 전환해야 한다. 한국경제인협회 조사에서 소상공인들이 꼽은 가장 큰 정책과제는 단연 금융지원 확대(22.1%)였다. 현장의 자금난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지만, 지금까지의 관행처럼 무조건적인 대출 확대나 만기 연장 중심의 융자 지원보다는 '소상공인 맞춤형 신용평가 모델 구축' '선제적 부채관리 및 컨설팅 연계' '한계 소상공인을 위한 출구전략 마련' 등 향후 금융지원은 단순 자금 공급을 넘어, 소상공인의 부채 연착륙을 돕고 자생력을 키우는 정밀한 금융 스크리닝 체계를 가동해야 한다. 둘째, 디지털 전환을 넘어 '청년 창업 생태계 환경 지원'을 통한 젊은 지역 경제 성장동력 확보가 시급하다. 유통과 소비환경이 디지털 중심으로 급변하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소상공인 지원 체계만으로는 청년세대의 창업 수요와 혁신을 담아내기 어렵다. 청년들이 대구를 떠나지 않고 지역 내에서 성공적으로 창업할 수 있도록 '청년 특화 디지털 혁신 창업공간 및 인프라 확충' '실전형 창업교육 및 밀착형 멘토링 강화' 등 촘촘한 '청년 창업 생태계'를 설계할 수 있도록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대구신용보증재단 등 유관기관과 연계한 종합 지원 컨트롤타워가 비상경제상황실 내에 작동해야 한다. 셋째, 골목상권별 특성을 살린 로컬 브랜드 육성이다. 단순히 생계형 창업을 연명시키는 구제책을 넘어, 대구관광기업지원센터 구축, 글로벌 도시 대구 브랜드 재구축 등 대구만의 문화와 스토리를 입힌 골목 상권을 브랜드화하여 대구 시민은 물론 외지 관광객이 찾아오는 공간으로 재편해야 한다. 넷째, 첨단 산업 낙수효과와 소상공인 생태계의 '상생 고리' 형성이다. 대구가 추진하는 로봇, 신공항, 메디컬 등 미래 산업 유치는 장기적으로 대구의 먹거리임이 분명하다. 이러한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역 스타트-업 기업의 참여 기회 제공, 지역 소상공인 자재 우선 구매, 상생 협력 기금 조성 등 골목 경제로 온기가 흘러 들어갈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촘촘하게 재설계해야 한다. 민선 9기 시정이 추진하는 비상경제대책회의는 매주 단순한 현황 보고에 그치지 않고, 현장과 소통하고 정책에 반영하는 실질적인 협의체가 되어야 한다. 대구 경제의 기초 체력은 결국 수많은 소상공인들의 활력에서 나온다. 새 시장이 이들의 손을 따뜻하게 맞잡고 민생 경제의 골든타임을 지켜내기를 대구 시민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다.
2026-06-23 15:29:21
"요즘 청년들은 정치에 관심이 없다." 선거 결과가 정치권의 예상과 어긋날 때마다 기성 정치권이 내세우는 단골 핑계다. 특히 2030 세대가 자신들의 진영 논리에 부합하지 않는 표심을 보일 때, 이른바 '민주화 세대'는 청년들을 '무지하거나 극우화된 세대'로 낙인찍곤 한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이후 정치권과 언론을 덮은 '2030 극우화론'이 대표적이다. 기성 평론가들은 보수 성향 후보에게 표를 던진 청년들을 민주주의의 가치를 모른다며 비판했다. 불평등한 판을 수용하고 기득권의 질서에 순응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정치권이 2030을 바라보는 시선도 이와 다르지 않다. 자신들이 구축해 놓은 민주화의 틀 안에서만 움직이기를 기대하고, 그 궤도를 이탈하는 즉시 세대 전체를 결함 있는 집단으로 몰아세운다. 이는 현상을 왜곡하는 단편적인 진단이다. 한 예로, 6.3지방선거 서울시장 선거와 대구시장 선거에서 20대와 30대는 각각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엇갈리는 표심을 보여주었고, 대구시장 선거에서도 그런 현상은 비슷하게 나타났다. 따라서 이들의 변동성을 '극우화'라는 단 하나의 낙인으로 규정하려는 시도는 현상의 본질을 가리는 기만이다. 청년 세대의 표심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성장 과정에서 경험한 사회적 환경을 파악해야 한다. 2030은 학창 시절부터 기성세대가 설계한 획일적 가치관을 주입받았고, 사회에 진출해서는 특정 방향의 페미니즘이나 진보적 거대 담론을 '정치적 올바름'으로 수용하라는 압박을 받았다. 기성세대의 도덕적 가이드라인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동조하지 않는 이들은 공론장에서 쉽게 배제되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러한 도덕적 훈계를 주도해 온 더불어민주당과 진보 세력이 이제는 이 사회의 공고한 기득권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공정과 정의를 외치던 이들이 조국 사태나 주요 정치인들의 성 비위 사건에서 보여준 태도는 권위주의적이고 위선적이었다. 말로는 도덕을 주장하면서 뒤로는 특권을 누리는 이중성에 청년들은 깊은 환멸을 느꼈다. 2030의 이탈은 단순한 우경화가 아니라, 정답을 강요하며 기득권화된 진보 진영의 오만에 대한 논리적인 반격이다. 이제 분석의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 "왜 2030이 극우화되었는가"가 아니라, "왜 그들이 기존의 낡은 정치 문법을 거부하는가"를 질문해야 한다. 청년들의 '기성질서' 이탈은 방관이 아니다. 자신들을 권력 유지의 동원 수단이나 '장기말'로 소비해 온 기성 정치 체제를 향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주체적 이탈이다. 뉴미디어와 대안 플랫폼의 확산은 기성 언론의 스피커에 의존하지 않는 진정한 정치적 독립을 견인하고 있다. 최근 정국에서 2030이 보여준 즉각적인 행동 역시 동일한 맥락에서 해석되어야 한다. 청년들이 광장으로 나선 것은 '민주주의의 본질적 훼손'과 '국가 시스템의 불공정'을 직관적으로 감지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법리적 해석과 절차를 두고 소모적인 공방을 벌일 때, 2030은 정파적 이익이 아닌 '상식의 파괴'라는 본질에 주목했다. 2030은 하나의 획일화된 집단이 아니다. 왜곡된 정치적 지형 속에서 각자의 생존과 민주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주체적인 저항 방식을 선택했을 뿐이다. 2030이 극우화됐다고 주장하기 전에, 자신들이 수구화된 것은 아닌지 성찰하는 것이 먼저 아닐까. 김채훈 신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의장
2026-06-23 11:40:56
시간이 흐르면 사과할 일이 줄어들 줄 알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렇지 않다. 시간이 흐를수록 오히려 미안한 사람은 늘어난다. 그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지나고 나서야 보이기 때문이다. 옳다고 믿었던 선택이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되었음을 깨닫기도 한다. 사진가로 살아오며 많은 사람을 만났다. 먼 나라의 고려인과 체르노빌 사람들, 그리고 이름 없이 살아가는 이웃의 삶을 담았다. 좋은 사진을 꿈꾸며 그것이 의미 있는 일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사진보다 사람이 먼저였어야 했던 순간이 있었다. 한 장의 사진에 시선을 빼앗겨 상대의 마음을 충분히 살피지 못한 적도 있다. 스치는 표정을 놓치고 싶지 않아 너무 가까이 다가서기도 했다. 사진은 남았지만 관계는 소원해졌다. 일 역시 마찬가지였다. 전시를 준비하고 프로젝트를 끝내느라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다. 늘 곁을 지켜준 사람들이 있었지만 나는 그들 곁에 충분히 머물지 못했다. 연락을 기다렸을 사람에게 답하지 못했고, 함께 나눌 시간을 뒤로 미루기도 했다. 언젠가 마음을 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함께할 수 있었던 시간은 돌아오지 않았다. 후회는 대개 지나간 뒤에 찾아온다. 열심히 했다는 사실이 모든 결과를 정당화해 주지는 않는다. 선의가 있었다고 해서 상처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일이 중요하게 느껴진다. 돌아보면 그때의 나는 이루고 싶은 것이 많았다. 꿈을 말했고 계획을 세웠으며 앞으로 나아갈 길을 이야기했다. 그 시절의 나는 늘 다음을 향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말의 무게를 알게 됐다. "미안합니다.", "그때 내가 부족했습니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라는 짧은 말들. 평범해 보이지만 그 앞에서는 변명도 자존심도 내려놓아야 했다. 생각해 보면 고백과 고해는 닮은 듯 다른 말이다. 고백은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다. 그러나 고해는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며 놓친 것과 미처 살피지 못한 마음 앞에 오래 머무는 일이다. 고백이 말이라면 고해는 침묵에 가깝다. 어느 순간부터 이루지 못한 일보다 놓쳐버린 사람들이 먼저 떠올랐고, 잘한 일보다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마음이 더 오래 남았다.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시간을 바라보는 마음은 달라질 수 있다. 후회가 자책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삶을 더 깊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 결국 사람을 단단하게 만드는 것은 이루어낸 것보다 자신을 돌아볼 줄 아는 마음인지도 모른다.
2026-06-23 11:27:07
[사설] 보유세·양도세 동시 강화라니, 지방 주택시장 고사 재촉하나
정부가 보유세와 양도세를 동시에 강화하는 부동산 과세(課稅) 조치를 예고하고 나서면서 서민들의 시름이 한층 깊어지고 있다. 다른 나라보다 유독 높은 부동산 거래세가 이미 숨통을 틀어막고 있는 상황에서, 보유세까지 동시에 올리는 정책은 매도 유인을 완전히 차단해 시장을 얼어붙게 할 뿐이기 때문이다. 사실 거래세와 보유세는 한쪽을 높이면 다른 한쪽은 낮춰 상호 보완적으로 조정되어야 한다. 두 세금을 동시에 인상하는 것은 공급 부족을 심화시키고 결국 전·월세 가격 상승 등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으로 고스란히 전가될 수밖에 없는데도 정부는 막무가내다. 최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SNS를 통해 반도체 호황 등으로 발생한 시중 유동성의 부동산 유입을 막기 위해 과세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고, 앞서 이재명 대통령 역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의 보유세가 낮다며 증세 시그널을 냈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오는 7월 말 발표할 세제 개편안에 다주택자 및 고가 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강화안이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설이 유력하다. 정부와 일부 시민단체들이 보유세 인상의 필요성을 주장할 때 단골로 내세우는 지표가 실효세율이다. '토지+자유 연구소'의 보고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0.1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0.33%)의 절반에 못 미친다는 것이다. 보유세 실효세율은 부동산 가격 대비 실제로 내는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비율이다. 하지만 이 통계는 학계는 물론 국회예산처마저도 올 3월 국가별로 상이한 부동산 자산가치 산정 방식을 무리하게 대입해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반면 국제적으로 가장 공신력 있는 지표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 비율을 보면 한국은 0.87~1.0% 수준으로 OECD 평균(0.95%)과 별반 차이가 없다. 오히려 취득세 등 거래세(GDP 대비 1.5%·세계 1위)와 양도소득세(0.66%·세계 3위)를 모두 더한 전체 부동산세 부담은 GDP 대비 3.03%로 세계 최상위권으로 결코 적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지방에 있다. 다주택자를 무조건 투기 세력으로 규정하는 일률적인 규제가 가뜩이나 심각한 지방 주택시장의 침체를 심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주택학회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내 다주택자의 상당수는 서울 강남이 아닌 지방의 아파트나 비아파트(연립·다세대 등)를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2, 3주택자의 절반은 지방 주택만 소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다주택자라는 이유로 획일적인 양도세 중과와 대출 규제를 적용하다 보니, 매수층이 급감한 지방 주택시장은 고사(枯死) 직전에 몰리고 수도권의 '똘똘한 한 채' 쏠림 현상만 심화했다. 세금으로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는 발상은 역대 정부에서 예외 없이 실패했다. 시장 안정은 수요·공급 원리 회복이 먼저다. 정부는 보유세 인상 논의에 앞서 과도한 취득세와 양도세 등 전체 부동산 세제 전반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를 선행해야 하며, 지역과 주택 유형별 특성을 세밀하게 반영한 데이터 기반의 차등(差等)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과거의 정책적 실수를 되풀이하기에는 서민 경제가 마주한 전·월세 시장의 불안과 지방 경기 침체의 골이 너무나 깊다.
2026-06-23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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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편중 투자 논란] 행정통합 무산·SMR 부산行…"李정부 'TK 홀대' 현실로"
[기고-이재혁] K-2 후적지, 또 아파트만 지을 것인가
李대통령 "세월호 생존자 사망 참담…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송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