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탄도미사일로 돌아온 李 무인기 사과, 파탄 난 대북 유화책
합동참모본부는 8일 오전 8시 50분쯤 북한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탄도미사일 수발을 포착했다고 발표했다. 7일 오전에도 북한이 미상의 발사체를 쏜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6일 이재명 대통령이 무인기(無人機) 사건과 관련, "일부의 무책임하고 무모한 행동으로 불필요한 군사적 긴장이 유발된 데 대해서 북한에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처음 사과(謝過)한 것에 대한 반응이다. 북한이 2014년 이후 최소 10여 차례 청와대 상공을 비롯한 우리 영공에 무인기를 침투시킨 것과 관련해 이 대통령이 북한 측에 사과를 요구한 적이 전혀 없었던 탓에, 일부에선 '굴욕적 종북(從北) 발언'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초 북한은 6일 밤 김여정 명의의 담화(談話)를 통해 "우리 국가수반은 (이 대통령 사과를) 솔직하고 대범한 사람의 자세를 보여 준 것이라고 평했다"고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7일 북한 담화에 대해 "한반도 평화를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은 7, 8일 연속 탄도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이재명 정부의 일방적 대북 접근에 대해 이 대통령을 모욕(侮辱)하면서 뒤통수를 후려친 모양새가 됐다. 또한 북한의 7일 미사일 발사를 우리 군이 파악하지 못하고 나중에 미군 측의 정보로 알게 됐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군은 '추가 분석이 필요해 즉각 공개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설득력은 떨어진다. '북한이 미상(未詳)의 발사체를 쐈다'고 하면 되기 때문이다. 주장대로라면 이재명 정부는 국방은 소홀히 한 채 환심(歡心)을 사려고 아부성 사과까지 했지만, 북한 정권으로부터 냉담한 거절을 당한 꼴이 된다. 이 정도 난맥상이면 국가적 수치(羞恥)가 아닐 수 없다. '대화' '평화'라는 좋은 말도 상대에 따라 상황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라고 했다. 이재명 정부는 북한도 제대로 모르고 자신들의 국방 수준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있다는 걱정이 앞선다.
2026-04-09 05:00:00
[사설] 미·이란 '2주 휴전', 재확전 가능성 대비 '플랜 B'도 준비해야
미국과 이란이 2주간의 공격 중단과 호르무즈 해협 개방에 합의했다. 국제 유가와 환율이 빠르게 안정되고 경제도 한숨 돌리게 됐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완전한 휴전이라기보다 조건부 긴장 완화에 가깝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 약속일 뿐이며 핵 문제와 제재, 군사적 영향력 등 갈등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양측은 2주간 군사 행동을 자제하는 대신 후속 협상을 통해 추가 합의를 도출(導出)하기로 했지만, 결렬 시 훨씬 큰 충돌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란 핵 프로그램, 미국의 경제 제재, 중동 패권을 둘러싼 양국의 주도권 경쟁 등 얽히고설킨 난제는 결코 합의가 쉽지 않다. 유가와 환율 안정은 공급 불안 해소가 아니라 해협 봉쇄 위험의 일시적 완화 기대를 반영했을 뿐이다. 유가는 언제든 요동(搖動)칠 수 있다. 특히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이 같은 충격이 곧바로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3중고로 이어지는 구조다. 정부와 산업계는 일시적 시장 안정에 안도할 때가 아니다. 재확전 가능성을 전제로 대응 체계를 점검해야 한다. 우선 호르무즈 해협이 열린 틈을 활용해 원유와 천연가스 비축을 최대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 공급망은 안보와 직결된다. 외환시장 대응도 필수다. 당장의 환율 안정이 위험 해소를 뜻하지 않는다. 외환 보유액의 유동성을 점검하고, 주요국과의 통화 협력 체계를 강화해 충격 흡수력을 키워야 한다. 무엇보다 사선(死線)에 갇힌 우리 선박과 선원들의 안전한 귀환을 도모해야 한다. 유조선 7척을 포함해 선박 26척이 고립돼 있다. 선원 173명은 한 달 넘게 생명과 안전을 위협받는 극한 상황을 견뎌 왔다. 유조선에 실린 원유 1천400만 배럴은 국내 4~5일치 사용량에 달하는 물량이다. 정부는 이란 당국 및 중재국들과 긴밀히 소통해 선박들이 지체 없이 해협을 빠져나올 수 있도록 외교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 국제 정치의 불확실성은 통제할 수 없지만 충격 대비는 만전을 기해야 한다. 호르무즈 완전 봉쇄라는 극단적 시나리오까지 상정(想定)해 '플랜 B'를 준비할 때다.
2026-04-09 05:00:00
[사설] 결말이 뻔한 길로 달려가는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
6·3 지방선거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 경선에서 컷오프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무소속 출마 의지를 굽히지 않으면서 대구 지역 보수층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보수 분열로 싸워 보지도 못하고 패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 전 위원장은 이재명 정부와 맞서면서 '여전사(女戰士)' 이미지를 각인시켰고, 보수층에서 상당한 지지율을 확보했다. 국민의힘이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그를 '컷오프'한 것도 '전사의 자리(국회)에서 싸우는 것이 낫다'는 전략적 판단이었다고 본다. 장동혁 대표가 이 전 위원장에게 "국회에 와서 싸워 달라"며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영입을 시사(示唆)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현재 국민의힘은 대구시장 후보 선출을 위한 '6인 경선' 중이다. 향후 2인 후보로 좁히고 1대1 대결을 통해 최종 후보를 결정한다. 이 전 위원장은 무소속 독자 후보로 나서는 행보(行步)를 이어 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보수 분열을 우려한 국민의힘 후보와 이진숙 후보가 단일화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하지만 예비 경선과 최종 경선을 거쳐 선출된 제1야당(국민의힘) 후보가 개인 후보(이진숙)와 단일화를 통해 후보직을 내놓는다는 것은 백일몽(白日夢)에 가깝다. 그럴 경우 국민의힘은 지방선거를 치르기도 전에 당 간판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결국 국민의힘 후보, 이진숙, 김부겸 3파전으로 갈 수밖에 없고, 국민의힘 후보와 이진숙 공히 '파멸'하는 것이다. 이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과 대화를 통해 지금 활로(活路)를 찾아야 한다. 235만3천 명의 삶터 대구에는 많은 현안(懸案)이 있다. '전사 이진숙'이 이런 현안을 풀 적임자인가에 대한 의문도 상당하다. 게다가 전사가 부족한 국민의힘에 대한 보수층의 낙담도 크다. 이 전 위원장은 어느 역할이 대구의 미래와 보수 우파 국민을 위한 것인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국민의힘 최종 후보가 선출되고, 본선이 시작되면 각 후보의 현재 지지율이 요동칠 것이라는 점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2026-04-09 05:00:00
[관풍루] 정성호 법무부 장관.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진술 회유 의혹' 수사를 위해 특검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 내비쳐
○…정성호 법무부 장관.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진술 회유 의혹' 수사를 위해 특검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 내비쳐. 5개 특검에 검찰 인력 파견으로 사건 처리가 지연돼 국민들이 고통받고 있는데, 알 만한 분이 왜 이러시나. ○…'문명 파괴'라는 '반(反)문명적' 발언으로 압박하던 트럼프, 시한 88분 남기고 핸들 꺾어. 미국·이란 '2주간 공격 중단' 합의에 세계가 안도의 한숨, 트럼프 입만 쳐다보는 가련한 지구촌. ○…중동 전쟁에 따른 나프타 공급 차질로 빚어진 비닐 대란, 비닐봉지를 제공하지 않는 유통업체와 식당 급증. 신문지로 싸고 장바구니에 담고, 코로나 팬데믹 마스크 대란도 견딘 저력.
2026-04-09 05:00:00
2026-04-08 19:29:06
[백정우의 읽거나 읽히거나] 정 안 가는 이 남자를 어쩌면 좋으냐?
알수록 매력적인 캐릭터가 있는 반면에, 정반대의 인물도 있다. 이를테면 타인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는 숭고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자기도취에 빠져 자신과 주변까지 사지로 끌고 들어가는 미치광이 같은, 심지어 살균표백이 과하여 사실과 거짓의 구분이 어려울 뿐 아니라 스스로 삶의 여정을 시대의 이정표로 만들어버린 인물. 예컨대 인디아나 존스 박사가 카이로나 마라케시에서 만날 법한 타고난 모사꾼, 내면의 치열한 자기 존재감을 강화하고서야 외면화된 자신을 내놓는 사람. 나는 로렌스(T.E. Lawrence)를 그렇게 읽었다. 스콧 앤더슨은 로렌스의 일대기를 비판적 성찰로 탐구하면서 이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제러미 윌슨의 아라비아의 로렌스(Lawrence of Arabia)를 『아라비아의 로렌스』(Lawrence in Arabia)로 재창조해낸다. 이를테면 세계대전과 서구 제국주의자들이 중동 패권을 놓고 합종연횡을 거듭하던 시대에, 사막을 종횡무진 누빈 인물에 대한 엇갈리는 증언과 평가에 대해 검증의 확대경을 들이밀기보다는, 작가 스스로 답한 "아무에게도 제대로 된 관심을 못 받았기 때문에 '아라비아의 로렌스'가 될 수 있었다."는 말에 덧붙여 동시대 같은 무대에서 활약한 경쟁자를 놓는 방식을 채택한다는 것. 책이 묘사한 20세기 초 아랍에는 로렌스와 유사한 환경과 배경을 가진 비슷한 연배의 청년들 곧 다국적 석유회사의 미국 청년과 독일 고고학자와 유대인 과학자. 그러니까 자국의 중동 정책 수립에 영향을 끼치거나, 제국주의 열강에 대항하는 범아랍 지하드를 선동하거나, 오스만을 위하는 척 유대인 국가 수립에 기여한 인물들이 활보하고 있었다. 걸작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명장면은 로렌스가 알리 족장을 만나는 신이다. 지평선 끝에서 한점 실루엣으로 다가오다가 마침내 알리 족장이 모습을 드러내던 그 쇼트는, 세계 영화사상 최고의 인물 등장 신으로 꼽힌다. 어쩌면 100년 전 아랍인이 마주했고 훗날 스콧 앤더슨이 탐색한 로렌스는 영화 속 알리 족장의 형상으로 다가온 신기루 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 작가는 로렌스 전기 작가들이 놓친 수수께끼를 언급하면서 "어떻게 아라비아에 발을 디딘 지 넉 달도 안 된 인물이 아랍인들의 염원을 깊숙이 내면화할 수 있었으며, 그들을 돕는다는 이유로 자국의 비밀을 기꺼이 누설하게 되었고, 마침내 조국이 아니라 잘 알지도 못하는 아랍인들에게 충성하게 되었을까?"(450쪽) 라고 적는다. "제국주의 시대 말기, 시혜적 태도에 푹 빠진 대다수 유럽인에게 독립이란 토착민들의 자립을 의미하기보다는 좀더 온정적인 무언가를 뜻했다."(314쪽) 런던의 리더들이 위임통치와 종주국 등의 가정교사 노릇을 획책했고, 그 대척점에 섰다는 이유만으로 로렌스가 아랍인의 완전한 독립에 앞장섰다고 주장할 순 없을 터. 그가 옥스퍼드 출신의 제국주의 군대 장교라는 엄연한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로렌스라는 인물의 신화적 업적과 중동에서의 행위를 추적하기보다는 지극히 비사교적이고 비사회적인 한 남자가 아랍인의 지도자가 될 수 있었던 다양한 배경을 입체적으로 그린다. 때론 사실과 허구를 구분하고 때론 로렌스의 눈높이로 안타까움을 드러내면서 또 때론 능숙한 솜씨로 횟감을 해체하는 요리사처럼 아랍과 열강의 속내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때문에 우리는 오늘날 중동의 헤게모니 재편이 시작된 현장, 이스라엘 건국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을 싹틔우던 런던의 응접실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2026-04-08 16:19:33
추상표현주의 중에서도 색면추상화의 선구자로 알려진 마크 로스코의 그림은 일견 간단해 보인다. 그의 그림은 주황, 빨강, 검정, 노랑, 파랑, 밤색 등등 원색과 단색으로 칠해진 사각형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경계가 모호한 채 수평과 수직으로 분할된 사각형의 가장자리 여백은 그의 작품이 강고한 도그마나 패러다임과는 거리가 멀다는 걸 시사한다. 사물의 재현보다는 색면의 기하학적 양식에 치중한 그의 그림을 곧 폭풍이 몰려올 것 같은 우중충하고 흐린 날씨에 빗댈 수도 있겠다. 그의 그림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추상주의 계열의 그림은 특유의 난해성으로 감정이입이 쉽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특이한 현상이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45㎝ 거리에서 감상하기를 원했다. 가로세로 2m 안팎의 대형 캔버스 앞으로 바투 다가선 관람객을 멀찍이 떨어진 뒤편에서 보면 어떤 모습일까. 관람객이 그림의 일부인 듯 느껴지지 않을까. 관람객이 미동도 없이 서 있다면 더더욱. 내가 맡은 도서관 문학창작반의 수강들에게 마크 로스코의 그림과 관련한 과제를 냈다. 관람객의 눈물을 설명해 보라는 문제인데 수강생 모두가 그림을 형성한 색상, 명암, 구도 등 그림 자체에 주안점을 두고 접근했다. 예컨대 어두운 색이 던지는 상실감이나 붉은 색이 상기시키는 열정이나 희열, 그리고 층층이 덧쌓은 색감이 던지는 자책감이나 회의감 등. "단순하게 색을 덧칠한 저런 그림을 보고 눈물을 흘리다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네요" 예전에 어떤 수강생이 한 말이다. 그림 너머, 그러니까 그림을 보고 눈물짓는 이에게 어떤 사연이 있을까, 생각해 보면 도움이 될 거라는 말 정도로 끝냈다. 내심 가다듬었던 말은 이런 것이다. 그림은 단지 웃음과 울음을 꺼내는 데 쓰이는 도구라고. 문학도 마찬가지라고. 마크 로스크의 그림 앞에서 터져 나온 눈물은 필시 가슴에 묻어둔 사무친 감정이 그림의 어떤 요소와 화학반응을 일으킨 때문이다. 그러니 눈물의 주인공은 '감정 친화성'이 강한 사람이다. 감정 친화성. 문학인의 필수조건이 아닐까? 기민한 두뇌로 글을 쓴들 감정 불통이라면 깨알 재미는 몰라도 깊은 울림을 주지는 못한다. 그러니 문학에 뜻이 있는 분들은 마크 로스코의 그림을 보며 스스로를 검증해 보시기 바란다. 전혀 감정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셋 중 하나이다. 마음 아파 본 적 없거나 감정 친화성이 낮거나. 그것도 아니면 주관이 너무 딱딱하거나. 그나저나 내가 쓴 글이 누군가의 눈시울을 젖게 한 적이 있나? 생각하면 눈물난다.
2026-04-08 11:47:00
[사설] 삼성전자 '초격차 실적',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 가려면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매출 133조원, 영업이익 57조2천억원을 기록했다. 분기 기준으로 매출 100조원, 영업이익 50조원을 동시 돌파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시장 전망치를 30% 이상 웃도는 성과인데, 글로벌 투자은행과 전문가들은 단지 업황(業況) 반등이 아니라 인공지능(AI) 중심의 메모리 수요 재편으로 평가한다. AI 데이터센터 투자에서 메모리의 비중은 10% 안팎에서 최근 2배 이상 커졌다. 가격 상승뿐 아니라 쓰임새 자체가 바뀌고 있다. D램 가격은 1분기에만 90%가량 상승했고, 2분기에도 추가 상승이 예상된다. 이에 더해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같은 고성능 제품이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다. 시장은 'AI 메모리 슈퍼사이클'로 본격 진입했다고 판단한다. 반도체는 수출의 약 20%를 담당하는 국가 경제의 버팀목이다. 삼성의 막대한 이익은 협력업체 연쇄 효과로 이어지고, 법인세 증대를 통해 국가 재정에도 기여한다. 물론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다. 수요 대부분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등 일부 빅테크 기업에 집중된 탓에 이들의 투자 속도가 둔화(鈍化)하는 순간 시장은 빠르게 식는다. 중동 전쟁 장기화도 변수다. 유가 상승은 전력비를 끌어올려 제조 원가를 압박하고, 해상 운송 리스크는 장비와 소재 공급망의 불확실성을 키운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 압력까지 더해지면 인프라 투자 자체가 동력을 잃을 수 있다. 이를 극복하고 기회를 잡으려면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반도체 공장 신설과 가동에 필수인 전력과 용수 공급 등을 해결해야 한다. 미국·일본 등이 자국 반도체 공장에 천문학적 현금 보조금을 쏟아붓는 시대에 'K-칩스법'이라 불리는 '조세특례제한법'은 세액공제를 내세워 투자를 유인하는 최소한의 장치에 불과하다. 초격차를 이어 갈 반도체를 설계하고 공정을 혁신할 핵심 인력도 하루아침에 양성할 수 없다. 지금 거둔 성과를 냉정하게 분석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지혜를 모을 때 반도체가 주도하는 국가 경제 성장의 새로운 지평(地平)을 열 수 있다.
2026-04-08 05:00:00
[사설] 또 응급실 뺑뺑이로 영아 사망·뇌손상 이런 비극 언제까지 반복할 건가
조산(早産) 증세를 보인 고위험 임신부가 이송 병원을 찾지 못해 헤매다 수도권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지만, 쌍둥이 중 한 명을 잃은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2월 말 대구에서 벌어진 일이다. 지역의 7개 대형병원이 산부인과 전문의(專門醫)가 없거나 신생아중환자실 병상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수용을 거부했다고 한다. 참담한 현실이다. 대구는 2023년 10대 응급 환자가 숨진 사건이 발생한 뒤 '책임형 응급의료 체계'를 도입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그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이 드러났다. 정부는 '응급실 뺑뺑이' 대책을 수차례 발표했다. 지난 2월 보건복지부는 '맞춤형 환자 이송 체계'를 도입해 광주·전남·전북에서 시범 사업을 하고 있다. 실시간 병상 정보 공유, 중증(重症) 환자 우선 수용 체계 강화, 컨트롤타워 보완 등이 핵심이다. 이런 와중에도 응급실 뺑뺑이는 끊이지 않고 있다. 2월 초에는 충북 충주에서 임신부가 병원 7곳으로부터 이송 불가 통보를 받아 구급차에서 출산(出産)해야 했다. 응급실 뺑뺑이 문제의 핵심은 인력 부족과 인프라 부실이다. 산부인과, 소아과, 신생아중환자실의 의료진(醫療陣)은 줄고 있다. 이는 필수의료 과목 전반의 문제이다. 고위험·고난도 진료일수록 의료진의 부담은 크다. 그러나 보상은 충분치 않다. 결국 의사들은 고수익·저위험 진료 과목에 몰리고,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쏠리고 있다. '메디시티'를 자부하는 대구에서도 필수의료가 붕괴되고 있다. 병원들이 법적·재정적 부담을 이유로 고위험 환자 수용을 기피하는 구조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는 의사와 병원의 윤리적(倫理的) 문제가 아니다. 제도 설계의 실패다. 복지부는 이번 사안을 엄중히 인식하고 이송 체계 시범 사업을 보완해 전국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송 체계만 개선한다고 응급실 뺑뺑이가 해소되지 않는다. 핵심은 지역·필수의료에 대한 충분한 예산 투입이다. 필수의료를 '시장 논리'에만 맡기면 안 된다. '고유가 피해지원금'보다 국민 생명과 직결(直結)된 의료 예산 확대가 더 급하다.
2026-04-08 05:00:00
[사설] 김부겸 치고 나가는데, 국민의힘 6인 후보는 뭐 하고 있나
김부겸 전 국무총리(더불어민주당)가 6·3 지방선거 대구시장직 출마를 선언한 이래 빠르게 치고 나가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6인은 큰 존재감(存在感)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6인이 각자 공약을 발표하고 소통(疏通) 행보를 이어 가지만 김 전 총리에 비해 주목도가 많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대구 유권자들 사이에서 "이번에는 민주당 소속이더라도 김부겸이 되는 거냐?"는 등 2014년 지방선거와 다른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김 전 총리는 대구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대구 현안(懸案)에 대한 공약을 제시했다. 여기에 더해 보수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박정희 컨벤션센터 추진' '박근혜 전 대통령 방문 희망' 등 이른바 '박정희·박근혜 마케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도 8일 대구를 방문해 '김부겸 후보 지원 사격'에 나설 예정이다. 또한 민주당은 김 전 국무총리를 '영남 인재 육성 및 지역 발전 특별위원회' 상임위원장에 임명하기도 했다. 컷오프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주호영 의원을 둘러싼 논란은 두 사람의 대승적 결단(決斷)과 당 지도부의 정리에 맡겨 두더라도 국민의힘 6인 후보들은 유권자들의 이목을 끌 공동 행보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정해진 토론회와 행사 참석 등 평범한 일정과 개별 행보를 소화하는 것만으로 김 전 총리, 이진숙·주호영 등 인사들에게 쏠린 유권자의 관심을 돌리기 어렵다. 뜨거운 열기(熱氣)를 뿜어도 시원찮을 판에 6인 후보의 예선전이 '고요히, 예정된 대로만 흘러간다'면 향후 최종 두 후보가 남아 1대1 대결을 펼치더라도 컨벤션 효과를 얻기 어렵다.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들은 당내 경선에서 후보가 되기만 하면 본선에서 민주당 후보를 이겨 온 '지역 정치 지형'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그만큼 대구 정치 상황이 달라졌다. 6인 경선부터 정책과 비전, 공감할 수 있는 이벤트를 통해 유권자의 관심을 끌어내야 한다. 그것이 대구 시민에 대한 예의이자, 더 나은 대구를 위한 정책과 비전을 만드는 과정이다.
2026-04-08 05:00:00
[관풍루] 이 대통령, 추경예산안에 포함된 '고유가 피해지원금'이 "포퓰리즘이 결코 아니다"고 하고, '현찰 나눠주기'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과한 표현"이라고 단언
○…이재명 대통령, 추경예산안에 포함된 '고유가 피해지원금'이 "포퓰리즘이 결코 아니다"고 하고, '현찰 나눠주기'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과한 표현"이라고 단언. 한마디로 줄이자면 '대통령이 아니라면 아닌거야'! ○…한국사 강사 출신 유튜버 전한길, 국민의힘 탈당 처리를 완료했다며 "진정한 보수정당으로서의 정체성에 깊은 회의감을 느꼈다"고 탈당 소회 밝혀. 공감하는 보수 쪽 사람들 많을 것. ○…법무부, 쌍방울 대북송금 수사한 박상용 검사는 물론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수사한 검사 9명에 대해서도 감찰을 진행 중이라고. 봤지? 이재명 사건 수사하면 어떻게 되는지.
2026-04-08 05:00:00
2026-04-07 18:51:14
[기고-고진광] 아이들에게 미안한 나라에서 아이들에게 당당한 나라로
지난달 11일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 '제127회 동반성장포럼'에서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강연을 들었다. 주제는 '트럼프 2기 시대의 국제정치와 한국'이었다. 윤 전 장관은 "국제정치는 세계 정부가 없는 세계"라는 한 문장으로 국제정치의 본질을 설명했다. 국내 정치는 헌법과 법, 제도 속에서 움직이지만 국제사회에는 이를 강제할 '세계 정부'가 없다. 그래서 때로는 규범보다 힘이 먼저 작동하는 냉혹한 현실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의 부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중 전략 경쟁, 민주주의 후퇴, 다자 협력 약화 등을 짚으며 "국제정치의 비극은 전쟁이라는 형태로 반복돼 왔다"고 말했다. 강연을 들으며 자연스럽게 최근 주한미군 사드(THAAD) 체계 일부가 경북 성주에서 중동으로 이동한 일이 떠올랐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는 중국의 강력한 경제 보복까지 감내하며 사드 배치를 선택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성주에 배치된 사드 일부가 '일시적 차출' 형식으로 중동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진행됐다는 점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반대 의견을 밝혔지만 현실적으로 막기 어려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사실은 우리가 처한 안보 현실의 한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생각이 떠올라 나는 포럼에서 윤 전 장관에게 질문을 던졌다. "대통령조차 막기 어려웠던 일이라면 우리 안보의 현실은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 잠시 생각에 잠겼던 그의 답은 짧았다. "아이들에게 미안하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한마디는 국제정치의 냉혹한 구조 속에서 작은 나라가 느끼는 무력감을 압축하고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 세대에게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는 말만 남기고 물러설 것인가, 아니면 "그래서 우리가 달라지겠다"고 말할 것인가.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인추협)는 바로 그 질문 앞에 서 있다. 인추협은 '사랑의 일기' 운동을 통해 아이들이 하루를 돌아보고 가족과 이웃, 사회와 세계를 성찰하는 시간을 갖도록 돕고 있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사회에서 인간성과 양심을 지키는 힘은 결국 시민의식에서 나온다. 전쟁과 갈등의 시대일수록 중요한 것은 단지 강한 무기를 갖는 일이 아니라 어떤 시민을 길러내느냐이다. 평화와 인권, 공동체의 가치를 이해하고 책임질 줄 아는 시민이 많을수록 사회는 더 단단해진다. 사랑의 일기 아이들은 뉴스를 통해 전쟁과 갈등을 접하면서도 두려움과 분노만 배우지 않는다. 일기 속에서 평화의 소중함을 기록하고,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이해하려 노력하며, 약자의 고통과 지구촌 문제에 공감하는 마음을 키운다. 오늘의 국제정치가 힘과 이해관계의 무대라면 사랑의 일기장은 인간의 양심과 책임 의식을 키우는 조용한 교실이다. 여기서 자란 아이들이 훗날 외교관과 군인, 연구자와 시민으로 성장해 더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릴 때 우리는 국제정치의 냉혹한 현실 속에서도 조금 더 인간다운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해야 하는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말에서 멈춰서서도 안 된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더 나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26-04-07 15:41:23
사월이다. 엊그제가 식목일이었고, 이미 청명과 한식도 지났다. 시간은 쏜살같다. 학창 시절 즐겨 듣던 포크 듀오 '시인과 촌장'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고 한다. '가시나무', '사랑일기', '풍경'은 그 시절의 새벽 공기와 함께 마음 깊은 곳에 남아 있다. 20여 년 만의 공연 소식에 잊고 지내던 시간이 문득 되살아났다. 그들의 노랫말 한 구절이 다시 마음에 머문다.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 시간이 지날수록 의미가 깊어지는 문장이다. 우리는 살아가며 끊임없이 구분하고 서로를 나눈다. 혈액형으로 성격을 설명하고, 몇 개의 알파벳 조합으로 사람을 규정한다. 한방에서는 음양오행의 틀 안에서 체질을 구분한다. 이러한 분류는 복잡한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인지적 장치일 것이다. 이름을 붙이고 범주를 설정함으로써 타인을 빠르게 읽고, 관계의 방향을 가늠한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분류와 구분이 설명을 넘어 판단의 기준으로 작동하는 순간, 그것은 이해의 도구가 아니라 편견의 틀이 된다. '그 사람은 원래 그런 유형'이라는 말은 간결하지만, 개인의 시간과 경험, 맥락과 변화 가능성을 지워버린다. 복잡다단한 존재는 단순한 기호로 환원되고, 살아 있는 개인은 박제된 유형으로 치환된다. 경계는 또렷해지지만 판단의 오류도 함께 커진다. 이러한 논리는 역사 속에서 반복됐다. 피부색은 인종을 나누는 기준이 되었고, 제도는 신분과 계급을 규정하는 장치로 작동했다. 특정 집단을 하나의 속성으로 묶는 순간, 구분은 경계가 되고 경계는 차별로 이어진다. 그럼에도 인간은 하나의 틀에 머물지 않는다. 삶은 선형적이지 않고, 경험은 축적되며, 시간은 내면을 끊임없이 변화시킨다. 한때 어떤 유형으로 설명되던 사람도 다른 국면에서는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인간은 고정된 자아가 아니라 변화 속에서 스스로를 바꾸는 존재다. 결국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간다. 요즘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이라는 노랫말은 회상을 넘어 하나의 통찰처럼 들린다. 삶은 때로 멀리 돌아가고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러나 그 끝에서 마주하는 것은, 결국 자신이 살아온 시간과 선택이 쌓여 형성된 자리다. 그 자리는 타인이 규정한 틀이 아니라, 자기 삶이 만들어낸 자리다. 분류는 필요하다. 그것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이 사람을 대신할 수는 없다. 사람은 언제나 그보다 더 넓고 깊다. 결국 인간은 제자리로 돌아간다.
2026-04-07 13:50:10
[사설] 주호영·이진숙, 보수도 살고 본인도 사는 대승의 결단을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일찌감치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를 확정 짓고, 오는 9일 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후보 등록을 할 예정이다. 보수 텃밭인 대구의 첫 진보 진영 시장을 향한 총력전(總力戰)을 사실상 선언한 셈이다.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의 컷오프 재심 청구를 기각한 국민의힘은 법원이 주호영 의원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함에 따라 대구시장 경선을 당초 계획대로 6명이 치른다. 국힘의 이 같은 방침은 더 큰 난제(難題)를 초래하고 있다. 주 의원은 6일 법원에 항고하고, 8일 대구시장 선거와 관련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당의 결정을 바로잡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 전 위원장 역시 "시민 경선을 통해 대구 시민의 선택을 받겠다"고 했다. 국힘 장동혁 대표가 "지금 당은 (이 전 위원장을) 국회에서 더 필요로 한다"며 사실상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출마를 요청했지만, 이 전 위원장은 페이스북에 "기차는 떠나고…"라고 적었다. 무소속(無所屬) 출마를 굳힌 모양새이다.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주 의원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를 결행해 국민의힘·민주당 후보와 보수 성향 무소속 2명의 4파전이 될 경우 선거 결과는 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힘은 텃밭인 대구 지역의 조직표를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6선 중진의 주 의원이 다져온 기반 또한 무시할 수 없고, '보수의 여전사'로서 강력한 이미지를 구축한 이 전 위원장의 지지표도 상당하다. 보수 표가 사분오열(四分五裂)돼 김 전 총리의 어부지리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주 의원과 이 전 위원장의 개인적 억울함은 충분히 공감된다. 그러나 주 의원은 대구에서만 무려 국회의원 6선이라는 혜택을 누렸다. 국회부의장도 지냈다. 당(黨)은 망해도 내 권리는 끝까지 챙기겠다로 일관한다면 무책임(無責任)하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이 전 위원장 역시 '민주당 출신 대구시장'을 만들기 위해 좌파 독재에 항거해 싸운 것은 아닐 것이다. 올바른 정치는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것이라는 점을 기억해 주길 바란다.
2026-04-07 05:00:00
[사설] 단순해졌으나 불확실성은 더 커진 美 관세, 정밀 대응 요구된다
미국이 6일(현지 시간)부터 철강·알루미늄·구리 파생상품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 부과 방식을 전면 개편했다. 제품 내 금속 함량을 따로 계산하던 기존 방식 대신 통관 가격을 기준으로 정률(定率) 관세를 매기는 구조로 단순화했다. 정부는 대상 품목이 약 17%(23억달러 규모) 줄고, 행정 부담 완화도 기대된다고 했다. 중소·중견기업의 신고 부담이 줄어드는 점은 긍정적 변화다. 그러나 이를 '관세 부담 완화'로 해석해선 곤란하다.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한 미국의 대표적 보호무역 수단인 232조는 적용 대상을 철강, 알루미늄을 넘어 자동차, 가전, 구리로 확대하는 흐름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한 기본 관세 0% 효과를 사실상 제약하기도 했다. 정부가 '품목별로 영향이 상이(相異)하다' '일부 품목은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듯이 232조 개편은 관세 부담 감소가 아니라 재배분에 가깝다. 금속 함량이 낮은 제품은 유리해질 수 있지만, 금속 비중이 높은 기계·가전 등은 더 큰 부담을 지게 된다. 통관 가격 기준으로 일정 비율(50%·25%·15%) 관세가 적용돼 행정 절차는 단순해졌지만, 전체 원가와 재료의 원산지 등에 따라 기업별 부담도 크게 달라진다. 제도 단순화는 정책 변경도 쉽다는 의미다. 복잡한 함량 계산이 사라진 대신 미국은 필요할 때마다 세율이나 적용 범위를 훨씬 빠르게 조정할 수 있다. 정부는 관세가 낮아지는 품목들을 나열할 게 아니라 부담이 증가하는 산업과 공급망 재편 압력이 집중될 영역을 정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미국의 추가 제도 변경 가능성까지 감안한 선제적(先制的)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미국의 에너지·안보 비용이 늘면 그 부담이 통상 정책을 통해 동맹국에 전가될 가능성도 있다. 과거 232조가 수입 물량과 가격에 개입하는 데 머물렀다면, 이제는 기업의 원자재 조달 방식과 중국 등 특정 국가를 배제하는 공급망 재편 압박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이번 개편이 불확실성 확대가 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2026-04-07 05:00:00
지난해 우리나라 국가 채무가 1천304조5천억원으로 역대 최대액을 경신(更新)했다. 정부가 6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한 2025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 채무는 전년(1천175조원) 대비 129조4천억원이 늘었다. 국가 채무는 2016∼2018년 600조원대, 2019년 720조원대에서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2021년 970조7천억원, 2022년 1천67조원 등을 기록하면서 크게 증가하다가 지난해 1천300조원을 넘어섰다. 나라 살림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104조2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적자가 100조원을 넘은 것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추경을 실시했던 2022년(적자 117조원)과 2020년(적자 112조원), 세수 결손이 컸던 2024년(104조8천억원)에 이어 역대 4번째다. 이런 큰 규모의 부채를 짊어지고 있는 와중에 정부는 또다시 26조2천억원 규모의 추경을 준비 중이다. 중동발 전쟁 여파로 고물가, 고환율, 고유가 등 3고(高)에 처해 있는 서민 경제를 위한 것이라는 명목이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 1천150억원,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 사업 706억원, K-콘텐츠 펀드 500억원, 예술인 생활안정자금 320억원, ICT 융합 스마트공장 보급 확산 870억원 등 사실상 '전쟁 추경'과 무관한 내용들이 즐비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채 발행 없는 추경"을 강조했지만, 이 역시 내용을 들여다보면 빚 갚을 돈을 추경에 갖다 쓰는 것으로 결국은 국채 발행과 다름없는 상황이다. 초과 세수는 국가재정법에 따라 최소 51% 이상이 채무 감축에 의무적으로 활용돼야 한다고 하는데, 결국 추경으로 채무 감축 기회를 날려 버린 것이다. 한없이 늘어나는 국가 부채는 결국 국민 경제에 부담으로 돌아오게 마련이다. 정부는 '전쟁 추경'이라는 명목으로 무작정 추경을 밀어붙일 일이 아니라 중동 사태에 따른 직접 피해 계층을 지원하는 '핀셋 추경'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온갖 이유를 들어 지속해 온 '추경 중독'도 끊어야 한다.
2026-04-07 05:00:00
[관풍루] 이재명 대통령, 남한 무인기 북한 침투 사건에 대해 "일부의 무책임·무모한 행동으로 불필요한 군사적 긴장이 유발된 데 대해 북측에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언급
○…이재명 대통령, 남한 무인기 북한 침투 사건에 대해 "일부의 무책임·무모한 행동으로 불필요한 군사적 긴장이 유발된 데 대해 북측에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언급. 북한 무인기 남한 침투 때는 어떻게 하셨나요? ○…법무부,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수사했던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검사에게 직무 집행 정지 처분 내려. 이재명 관련 사건 수사한 게 박 검사의 죄라면 죄. ○…박홍근 예산처 장관, "(중동)전쟁이 장기화되거나 심대한 타격이 추가될 경우 재정 여력을 봐 가며 판단할 수 있다"며 2차 추경 가능성 열어 놓아. 국가부채 사상 최대에도 끊지 못하는 '추경 중독'.
2026-04-07 05:00:00
2026-04-06 19:26:07
고교동창회는 한때 지역사회에서 가장 견고한 인적 네트워크였고, 세대를 관통하는 연대의 상징이었다. 선후배 간 유대는 일종의 생활문화였다. 그러나 지금, 그 결속력은 눈에 띄게 약해지고 있다. 젊은 세대는 개인의 삶을 중시하며, 동창회 참여를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특정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는 이미 개인화의 흐름 속에 깊이 들어와 있다. 2025년 기준 대한민국의 고등학교 수는 약 2천300여 개, 재학생 수는 약 110만 명에 이른다. 매년 수십만 명의 졸업생이 배출되지만, 이들이 조직적 동창 네트워크로 이어지는 비율은 갈수록 낮아진다. 외국의 사례도 다르지 않으나 주목할 점이 있다. 일부 명문고 동창회에서는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커뮤니티 재구성, 장학사업 및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한 실질적 연결 강화로 새로운 활로를 열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단순한 참여율 저하가 아니다. '공통의 기억과 정체성'이 약화되고 있다는 데 있다. 고교 시절은 소년의 틀을 벗고 청년으로 진입하는 결정적인 시기다. 대학보다 순수하고, 이해관계보다 감정이 앞서며, 연대가 자연스러운 시절이다. 같은 교정에서 같은 교가를 부르고, 같은 운동장에서 땀을 흘리고, 같은 교복을 입었던 경험은 그 자체로 강력한 공동체적 자산이다. 고교 대항 축구, 야구 등 체육대회에 재학생과 교사, 동문이 함께 뒤섞여 응원가와 교가를 목청껏 불렀던 때가 있었다. 그 장면은 단순한 스포츠 응원을 넘어, 세대를 잇는 공동체 의식의 현장이었다. 지금은 그런 모습이 크게 줄었다. 고교동창회는 과거의 유산에 불과한가, 아니면 미래의 자산이 될 수 있는가. 필자는 후자라고 확신한다. 다만 그 전제는 '형식의 유지'가 아니라 '내용의 혁신'이다. 첫째, 실질적 가치 제공 중심의 동창회로 전환해야 한다. 장학사업·진로 멘토링·창업 및 취업 네트워크 등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후배에게는 장학금과 멘토링을, 선배에게는 우수 인재 확보와 사회적 영향력 행사의 기회를 제공하는 '상호 호혜적 모델'이다. 둘째, 디지털 기반의 상시 연결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폐쇄적 회원제 운영을 넘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동문 간 소통을 일상화해야 한다. 이미 업종별 소모임이나 스타트업 투자 네트워크 형태로 동문회의 성격이 변모하고 있기도 하다. 정보와 이야기가 흐르는 곳에 공동체는 다시 살아난다. 셋째, 상징과 감성의 재구성이 필요하다. 교가와 응원가, 학교의 역사와 전통을 기념하는 데 그치지 말고,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야 한다. 단체 교가 부르기 영상 공모, 동문 인터뷰 기반의 온라인 콘텐츠 발행 같은 시도는 세대 간 공감대를 넓히는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다. 고교동창회의 위기는 우리 사회 결속력과 직결된 문제다. 고교라는 공통의 뿌리를 통해 형성된 연대는 직장·이념·세대의 차이를 넘어설 수 있는 드문 사회적 자산이다. 이 자산이 약화된다면, 사회 전체의 연결망 중 소중한 하나를 잃는 것이다. 동창회의 부흥은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방식으로 공동체를 다시 세우는 작업이다. 고교 시절의 그 순수한 연대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면, 그것은 한 학교의 부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결속력을 회복하는 불씨가 될 것이다.
2026-04-06 18: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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