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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씨] 7월 2일(목)

    [날씨] 7월 2일(목) "곳에 따라 소나기"

    2026-07-01 18:58:06

  •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53>김홍도의 우아한 세련미로 묘사된 다중의 활력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53>김홍도의 우아한 세련미로 묘사된 다중의 활력

    '단원 김홍도, 시대를 그리다' 전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8월 2일까지 열린다. 언제 보아도 마음이 기뻐지는 단원(檀園)의 작품 중에서도 명작이 여럿 나온 가운데 '기로세련계도'가 제일 반갑다. 함께 전시 중인 '행려풍속도' 병풍(34세)과 '단원풍속도첩'은 풍속화 대표작이고, '을묘년화첩'의 '총석정'(51세)은 금강산그림 중에서도 손꼽히는 명작이다. 미인도, 신선도, 고사인물도도 나왔다. '기로세련계도'는 1804년 9월 개성 송악산 기슭 만월대에서 열린 노인들의 계모임을 그린 계회도다. 중심부에 송악산을 배경으로 차일을 치고, 병풍을 연이어 두른 잔치 장면을 그리고 제목을 써넣었다. 상단에는 이 행사를 설명한 글이, 하단에는 주인공 64명의 이름과 본관이 있다. 기록화인 계회도에 필수적인 제목, 계회 장면, 배경 산수, 참석자 명단, 발문을 모두 충족하면서 산수화로서, 풍속화로서 감상의 매력이 넘친다. '기로세련계도'는 30대부터 유명했던 풍속 실력, 44세 때 정조의 어명으로 금강산을 답사하며 우리 산천을 사생한 산수 실력, 궁중화원으로 국가의 회화 업무를 도맡았던 기록화 실력이 함께 무르녹은 단원의 원숙한 역량을 확인시켜주는 명작이다. 가장 생생한 즐거움을 주는 건 구경꾼. 맨 아래 나뭇짐 가득한 지게를 내려놓고 뒤늦게 발걸음을 옮기는 두 소년, 차일 왼쪽에 성업 중인 야외주점, 소나무 밑엔 흥에 겨워 춤추는 두 노인. 걸인도 둘 있다. 한 명은 임시 부엌 앞에서 문전박대를 당하는데, 동냥그릇을 든 또 한 명은 멋모르고 그쪽으로 간다. 그 뒤엔 술에 취해 몸을 못 가누고 땅바닥에 엎어진 노인. 소, 말, 나귀도 출연 중. 박물관 설명판에 '잔칫상을 받은 64명의 노인 외에 237명이나 되는 시종과 구경꾼'이 그려져 있다고 했다. 와우~ 모두 301명! 김홍도의 우아하고 세련된 필치로 요령 있게 묘사된 다중의 다이내믹함을 한 사람 한 사람 새겨보는 재미가 무진하다. '기로세련계도'는 당대의 대가인 김홍도, 기원(綺園) 유한지(1760~1834), 간재(艮齋) 홍의영(1750~1815)이 그림, 서예, 문장으로 협업한 행사기록화다. 나 자신을 비롯해 많은 사람에게 낯선 개성이라는 도시의 19세기 초 문화력, 경제력이 실감나는 작품이다. 대구의 미술사 연구자

    2026-07-01 10:14:50

  • [매일춘추] 우린 어떻게든 책을 읽는다

    [매일춘추] 우린 어떻게든 책을 읽는다

    "책 좀 읽어라. 책 좀." 내가 중학생 때였다. 빈둥거리던 동생에게 엄마의 잔소리가 날아들었다. 엄마는 이불 속에서 책을 넘기던 나를 가리키며 동생을 압박했다. 두 살 터울의 내 동생은 억울한 표정으로 항변했다. 형은 만화책 읽는다고. 난 머쓱했지만 관둘 수 없었다. 명탐정 코난이 살인 사건의 전말을 모두에게 밝히는 결정적인 장면이었기에. 엄마는 만화책이라도 읽으라는 말을 남긴 후 살림의 세계로 돌아갔다. 난 코난이 해결할 다음 사건으로 건너갔고 얼마 후 그의 라이벌이었던 소년탐정 김전일까지 섭렵했다. 이어서 코넌 도일의 '셜록 홈즈', 모리스 르블랑의 '괴도 루팡' 시리즈를 읽으며 추리소설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30년 후 나는 도서관에서 일하며 '소설 비슷한 것'을 쓰는 사람이 되었다. 여름을 예감하는 6월이 되자,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렸다. 한국을 포함해 18개국 530여 개 출판사와 관련 단체가 참여한 국내 최대 규모의 도서전임을 다들 잘 알 것이다. 오픈런으로 인해 코엑스 앞에 입장 대기줄이 길게 이어졌다. 대략 16만명의 관람객이 찾았다. 직장인들은 연차까지 내고 도서전에 들러 한정판 도서와 굿즈를 샀다. 한 신문 기사를 보니 지난해 우리나라 성인 독서율은 38.5%로 2023년 대비 5% 가까이 떨어졌다고 한다. 책 판매도 매년 줄어드는데 도서전에 사람들이 몰려드는 이상한 상황은 대체 무엇 때문일까? 누군가의 말처럼 책을 읽는다는 독서의 본질이 훼손됐기 때문일까? 패션 아이템이 되어버린 한정판 도서, 인스타그램 인증용 굿즈를 사기 위해 줄까지 서는 현상은 혀를 차며 걱정해야 할 일인 걸까? 책은 작가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출판사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책은 독자를 위해 존재하며 독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진화해 왔다. 독자들이 줄 서서 책과 굿즈를 사는 이유는 '독서가 멋진 행위'라는 생각에 뿌리를 두고 있다. 독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그들은 알고 있다. 어떻게 설명해도 부족할 만큼 멋진 세계가 책 속에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단지 문을 여는 방식이 달라졌을 뿐이다. 놀랍게도 명탐정 코난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연재 중이다. 나는 이불 속에서 만화를 읽으며 이 멋진 세계로 뛰어들었다. 이제는 창작하는 사람이 됐지만, 여전히 나도 독자의 한 사람이다. 축제의 열기가 가라앉으면 독자들은 다시 각자의 방으로 돌아갈 것이다. 책 표지와 굿즈에만 만족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눈앞에 놓인 그 문을 열어 삶의 진실을 엿보고 함께 울고 웃고 상상하며 어딘가를 여행하는 독자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세상이 변해도 우린 어떻게든 책을 읽는다. 독서는 여전히, 멋진 일이니까.

    2026-07-01 10:07:25

  • [사설]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3개로, 교수단체 재검토 요구 타당하다

    전국 국·공립대 교수단체들이 30일 정부의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 추진 방식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고 나섰다. 거점국립대 9곳 중 3곳만 선별(選別)해 집중 지원하기로 한 교육부 방침을 재설계하라는 요구다. 교육부는 지난 4월 '성장엔진 연계 지역인재 양성방안'을 발표하면서 9개 거점국립대 중 3곳을 우선 선정해 대학당 연 1천억원을 5년간 지원하기로 했다. 당초 9개 대학 모두에 서울대 수준의 재정을 투입해 동반 성장시키겠다던 공약이 '서울대 3개 만들기'로 쪼그라든 것이다. 교수단체들이 '줄 세우기식 정책'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선 것도 무리는 아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정책의 성격 자체가 출발점과 달라졌다는 데 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대학 서열(序列) 체제를 허물고 지역 간 교육 불균형을 바로잡겠다는 교육 개혁 구상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실행 단계에서 기업이 교육과정 설계를 주도하는 '브랜드 단과대학'과 전략산업 분야 인재 양성에 예산이 집중되는 산업인력 양성 사업으로 좁혀졌다. 산업 논리와 단기 성과주의에 치우쳐 지역 국립대의 경쟁과 서열화만 부추기게 된 것이다. 기초학문이 위축되고 대학의 학문적 자율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물론 '선별 지원 방식 폐기(廢棄)'가 자칫 '예산 나눠 먹기'로 비칠 수 있고, 선택과 집중을 요(要)하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목표 달성에 효과적인지 살펴볼 필요는 있다. 그러나 이는 '서울대 10개' 정책부터 내걸어 놓고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줄 세워 3곳에 몰아주겠다는 것에 대한 당연한 반발이다. 정부 스스로 정책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번 교수단체의 촉구를 해당 정책의 재점검 기회로 삼아야 한다. 국회 입법을 통한 중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재정 지원 체계를 만든 뒤 엄정한 성과 평가로 지원 대상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아울러 이 사업이 산업정책의 들러리가 되지 않기 위해선 산업 연계 교육과 별개로 기초학문·교양교육의 비중을 보장하는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2026-07-01 05:00:00

  • [사설] 대통령 관련 사건 조사 또 조사, 이것이 법 앞의 평등인가

    검찰의 인권침해 사건을 조사하겠다며 출범한 법무부 검찰인권존중미래위원회(검찰 미래위)가 검찰의 수사권 남용뿐만 아니라 검찰의 기소(起訴)와 공소 유지(公訴維持)가 적절했는지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의 기소와 공소 유지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법무부 장관에게 공소 취소를 권고(勸告)하겠다'는 말일 것이다. 이를 명분으로 법무부 장관이 검찰에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공소 취소를 지휘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이재명 대통령 사법 리스크를 없애기 위해 더불어민주당과 법무부는 ▷서울고검 인권침해점검 TF 발족 ▷국정조사 ▷조작기소 특검법안 발의 등 여러 시도(試圖)를 했다. 그러나 국정조사에서는 검찰 기소가 정상적이었음을 보여 주는 증언들이 나왔고, 특검법은 위헌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인권침해점검 TF는 '연어 술 파티' 의혹 등을 조사해 "술자리가 있었다"는 취지(趣旨)의 결론을 내렸으나, 수사 검사였던 박상용 검사에 대한 직접 조사가 없었고, 소주를 구입한 쌍방울 전 이사의 '자신이 마시기 위해 소주를 구입했다'는 증언을 수용하지 않아 '짜맞추기 결론'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번에 검찰 미래위가 공소 취소를 권유할 경우 필경 '셀프 면죄부용 조사'라는 비판을 받을 것이다. 검찰의 기소 정당성을 판결하는 것은 법원이다. 그것이 삼권분립 원칙과 법치에 부합한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 사건이 조작 기소됐다는 증거가 넘친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조작 증거를 재판에서 제시해 무죄 선고를 받으면 된다. 그 쉬운 길을 두고 별도의 절차(節次)와 명분(名分)을 만들어 재판 자체를 없애려 하니 '대통령이 자기 사건을 자신이 재판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검찰 미래위 권고로 법무부 장관이 공소 취소를 지휘하거나, 특검이 공소를 취소할 경우 셀프 면죄부, 권력 사유화, 삼권분립 훼손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이는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 몰락(沒落)을 자초하는 짓이다.

    2026-07-01 05:00:00

  • [사설] 'TK 패싱' 엄혹한 상황, 취임부터 능력 시험에 든 추경호 대구시장

    추경호 대구시장의 앞길이 험난하다. 축하보다 염려가 앞서는 게 현실이다. 민선 9기 대구 시정(市政)은 출발부터 녹록지 않다. 추 시장이 제시한 굵직한 선거 공약들은 중앙정부의 협조와 지원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러나 최근 이재명 정부의 정책 흐름은 대구경북(TK)에 우호적이지 않다. 정부의 'TK 패싱'은 대구를 벼랑으로 몰고 있다. 정부가 대한민국 대도약(大跳躍) 3대 메가프로젝트 발표를 통해 호남권에 대규모 반도체 산업 기반을 조성하기로 한 것은 대구에 좌절감을 안겼다. 추 시장의 핵심 공약인 반도체 팹(공장) 유치는 시작 전부터 장벽에 부딪혔다. 신공항 문제도 마찬가지다. 부산 가덕도신공항은 전액 국비 지원이란 혜택을 받았다. 반면 TK신공항은 재원이 없어 답보(踏步) 상태다.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을 강조하면서도 특정 지역엔 신속 지원하고, 다른 지역엔 '희망 고문'만 하고 있다. TK 행정통합은 정부 기조 변화 속에서 사실상 동력을 잃었다. 공공기관 이전 역시 행정통합을 한 광주전남에 집중될 조짐이다. 대구를 향한 정부의 시선이 곱지 않다. 신공항 사업 지원 등 지방선거 때 보인 여당의 관심은 신기루였다. "김부겸을 대구시장으로 뽑지 않아서 대구가 차별받고 있다"고 여기는 시민들이 많다. 시민의 선택은 존중돼야 한다. 지역의 미래를 좌우하는 국책사업은 당리당략(黨利黨略)에 매이면 안 된다. 대구시의 재정난도 심각하다. 채무 규모는 2조5천억원을 넘고, 재정자립도는 특별·광역시 평균을 밑돈다. 지방세 감소까지 겹쳐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여력이 줄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재정 혁신과 함께 국비 확보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다. 돌파구는 치밀한 전략과 강력한 정치력이다. 추 시장은 이를 통해 시민들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 기업 유치와 미래산업 육성, 의료·교육의 경쟁력 강화, 창업 생태계 조성 등 대구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부터 차근차근 성과를 내야 한다. 그래야 정부의 지원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리더의 역량은 난국(難局)에서 진가를 드러내는 법이다.

    2026-07-01 05:00:00

  • [관풍루] 이재명 대통령, 호남 반도체 투자 비판에 "역사적으로 누적된 투자량 비교하면 그야말로 조족지혈"이라고 주장

    ○…이재명 대통령, 호남 반도체 투자 비판에 "역사적으로 누적된 투자량 비교하면 그야말로 조족지혈"이라고 주장. 공모·유치 경쟁 없는 정부의 일방적 결정에 대한 비판을 호남 투자 비판으로 왜곡하지 마시라. ○…한국갤럽, 지난달 23~25일 이재명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 여론조사 결과 중도층 9%포인트(p), 보수층 7%p 하락하고 진보층에서도 5%p 하락. 총체적 난국? 사면초가? 조기 레임덕? ○…한동훈 무소속 의원, 당내 소장파의 사퇴 요구에 선을 그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겨냥해 "홍명보 감독은 사퇴라도 했다"고 말해. 갖다 붙일 것을 갖다 붙여야지, 거기서 홍명보가 왜 나와?

    2026-07-01 05:00:00

  • [날씨] 7월 1일(수)

    [날씨] 7월 1일(수) "곳에 따라 소나기"

    2026-06-30 18:40:08

  • [기고-강호석] 2026년, 동성로와 타임스퀘어

    [기고-강호석] 2026년, 동성로와 타임스퀘어

    지난 연말,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의 한복판을 걷다 문득 걸음을 멈췄다. 전 세계의 빛이 모이는 그곳에서 묘한 기시감(Deja-vu)이 엄습했기 때문이다. 브로드웨이와 7번가가 만나며 형성된 그 유명한 Y자형 도로, 그리고 시선이 끝나는 정점에 우뚝 선 '원 타임스퀘어' 빌딩을 바라보며 나는 고향 대구의 동성로를 떠올렸다. 구 한일극장(CGV 대구한일)에서 구 대구백화점을 향해 남쪽으로 걸어 내려갈 때 마주하는 그 길, 성형외과 건물을 정점으로 좌우로 갈라지는 'Y자형 시각적 소실점'은 타임스퀘어의 구조와 소름 끼칠 정도로 닮아 있었다. 뉴욕 타임스퀘어가 세계적인 명소가 된 핵심 이유는 단순히 전광판이 많아서가 아니다. 브로드웨이와 7번가가 교차하는 Y자형 크로스 공간이 시선을 집중시키기 때문일 것이다. 보행자의 시선을 단 한 점으로 몰입시키는 이 천혜의 구조는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로도 승산이 충분히 있는 자산이다. 우리는 이 자산의 가치를 지금까지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이다. 이 공간구조 외에도 동성로가 가질 수 있는 강점은 많다. 한 예로 콘텐츠 전략을 들 수 있다. 전광판은 그릇일 뿐이다. 대구의 문화 콘텐츠들(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치맥페스티벌, 대구FC, K-팝, 대구국제마라톤 등)이 동성로와 연동될 수 있는 독자적 콘텐츠가 될 수 있다. 서울 명동의 경우 모든 전광판에 동일한 영상을 동시 송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레드닷 디자인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냈다. 동성로도 'Y자형 3면 동시 송출'이라는 기술적 차별화로 '세계에 없는 콘텐츠 경험'을 만들 수 있다.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동성로 대백 광장 한가운데 서서 사방을 둘러보길 권한다. 이 완벽한 Y자형 소실점과 구 대구백화점 건물의 광활한 시각적 스페이스를 중심으로 초고화질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들이 쏟아지는 장면을 말이다. 당신은 아마 놀라운 빛의 향연 속에서 공간과 일체화되는 강렬한 몰입감으로 '여기가 동성로가 맞아?'라는 느낌을 상상할 수 있다. 서울 광화문은 너무 넓어 시선이 흩어지고 부산 해운대는 배경에 초점이 분산된다. 광화문이나 해운대는 '보러 가는 곳', 즉 '속에 들어가는' 경험이 아니다. 반면 동성로의 '한국 최초 Y자형 미디어 스퀘어'는 '그 안에 들어가는 느낌'을 준다. 바로 동성로만의 차별화 포인트이다. 이는 동성로를 '전 세계의 동성로'로 세계인이 동경하는 '글로벌 디지털 에피센터(Global Digital Epicenter)'로 등극시킬 수 있는 결정적 킬 포인트(Kill-point)가 될 수 있다. 이 아이디어 성공의 핵심은 단연코, 우리 대구의 관습을 깨는 것이다. 최근 대구국제마라톤이 세계 최고 수준의 상금을 내걸며 글로벌 무대를 향해 파격의 승부수를 던졌듯, 동성로에는 그 이상의 행정적 결단이 필요하다. 동성로라는 공간 자체를 하나의 거대한 '디지털 3D 캔버스'로 규정하고, 전 구역을 유기적인 미디어아트 공간으로 설계해야 한다. 단순히 대형 전광판 몇 개 다는 것으로 그친다면 성공 여부는 또 자명해질 것이다. 세계적인 공공 디자인 전문가를 영입하여 이 공간 혁명에 대구의 명운을 걸고 '대구 아직 살아 있다'가 보여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26-06-30 14:54:45

  • [매일춘추-임현락] 길을 잃은 시대의 '아름다움'

    [매일춘추-임현락] 길을 잃은 시대의 '아름다움'

    살다 보면 우리는 수단의 묘미에 빠져 목적을 상실하곤 한다. 더 좋은 수단을 차지하려 경쟁하느라 본질을 잃어버리는 본말이 전도된 삶이다. 목적이 삶의 나침반이라면 수단은 도구에 불과하다. 그러나 우리는 종착지에 빨리 가기 위해 더 좋은 수단을 탐하다가 정작 가야 할 길을 잃어버린다. 수단에 눈이 멀면 길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목적지를 향한 수단은 상황과 한계에 따라 사람마다 다르다. 몸집보다 거대한 소똥을 굴리는 쇠똥구리처럼, 우리도 각자의 운명을 견디며 살아가야 한다.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올바른 목적지를 향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수단이 목적을 담보하지 않으며, 좋은 수단을 쥐고도 갈 곳을 모른다면 무명의 어둠 속에서 헤매는 것과 같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끝도 시작도 없는 아득한 미로를 닮았다. 갔던 길을 헤매고 새 길을 찾다가 막히는 망각을 반복한다. 인간의 제한된 눈으로는 넓은 미로를 조망할 수 없다. 과학은 이성으로 미로의 지도를 밝히고, 통찰은 철학으로 삶을 깨닫게 한다. 그러나 알면 알수록 세상은 여전히 깊은 미궁이다. 여기서 우리는 '아름다움'이란 말의 본질을 되짚어보게 된다. 사전 속 '아름'은 두 팔을 펼쳐 모은 둘레를 뜻한다. 그렇다면 아름다움이란 세상의 소란 속에서 '가장 나다운 것'을 찾아내 내 두 팔로 온전히 품어 안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자기만의 정체성을 그려내는 미술가에게 이보다 중요한 본질은 없다. 내 안의 정체성을 발견할 때 비로소 삶과 예술은 일치한다. 예술가의 길은 내면의 참된 길을 찾아가는 구도자의 삶과 다를 바 없다. 가수 김국환의 노래 '타타타'의 가사처럼 인생은 알몸으로 태어나 옷 한 벌 건진 삶이다. 옷 한 벌은 현세를 살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일 뿐이지만, 인간은 실체 없는 욕망의 덩어리가 되어 평생을 올인한다. 그러나 진정한 삶의 면면은 속도가 아니라 온전한 체험 속에서만 드러난다. 자동차나 비행기를 타고 가면 빨리 갈 순 있으나 그 위에서는 대지 위의 삶을 알 수 없다. 목적지를 알 수 없는 삶에서 고통은 내면을 단단하게 다지게 하지만 맹목적인 쾌락은 정신을 흐트러뜨릴 뿐이다. 선택한 가난은 가난이 아니며, 스스로 유배시키면 그것은 유배가 아니라는 법정 스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자발적으로 고독 속에 나를 가둘 때, 우리는 비로소 세상의 속박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아 성찰과 자유를 얻는다. 복잡한 세상 속에서 단순한 삶이 주는 명료함을 회복해야 한다. 가끔은 삶의 걸음을 멈추고 자발적인 가난과 유배의 공간으로 걸어 들어가자. 내 팔을 벌려 나만의 '아름'을 품어 안는 고독의 끝에서 미로를 벗어날 진짜 길을 발견하게 되길 청하며.

    2026-06-30 11:01:25

  • [사설] 성과급에 노란봉투법 쟁의까지, 정부는 보고만 있을 건가

    카카오 노조원들이 29일 '로그아웃 데이' 파업을 진행했다. 민주노총 카카오지회는 카카오·카카오페이·카카오엔터프라이즈 등 5개 법인 조합원들과 전일(全日) 연차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쟁점은 성과급이다. 반도체 기업에서 시작돼 대기업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N% 성과급' 여파다. 지난 24일 파업 찬반 투표를 통해 파업권을 확보한 현대차 노조의 요구안에도 순이익의 30% 성과급이 담겼다. 기아 노조도 영업이익의 30%를 요구하고 있다. 카카오는 공장도 생산 라인도 없는 플랫폼 기업이다. 파업하면 쇳물이 식고 자동차가 멈추는 제조업과는 다르다. 올여름 하투(夏鬪)가 이미 업종과 규모의 경계를 넘어선 역대급 파업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으로 경영상 결정까지 쟁의 대상이 되면서 협상 대상, 교섭 의제, 요구 수위 등 전선이 훨씬 넓어졌다. 하청 노조들도 '진짜 사장', 원청과의 직접 교섭을 요구하면서 협상에 더욱 난항을 겪고 있다. 민주노총은 7월 15일 핵심 산별노조들이 대거 참여하는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이번 파업이 더욱 우려되는 것은 가뜩이나 중동 전쟁 여파와 글로벌 관세 리스크, 경기 둔화 등으로 흔들리는 경제 위기에 기름을 부을 수 있어서다. 산업의 동력이 동시에 멈추는 극단적인 상황은 막아야 한다. 노란봉투법 시행 첫해다. N% 성과급 논란도 그렇다. 처음엔 완충지대(緩衝地帶)가 필요하다. 카카오 노조가 파업은 했지만, 카카오톡 서비스는 정상 운영됐다. 산업별 '로그아웃'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2026-06-30 05:00:00

  • [사설] 경찰은 홍명보 선임 불법성 수사 왜 미적대나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 진출 실패라는 참담한 성적표와 함께 한국 축구는 거대한 폭풍에 직면했다.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그것이 결코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지금 축구계의 위기는 단순한 경기력이 아니라, 투명성과 공정성을 상실한 총체적 부실이 초래한 예견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홍 감독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正當性)의 훼손이다. 지난 4월 서울행정법원은 축구협회가 문화체육관광부의 중징계 요구에 불복해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리며, 전력강화위원회가 홍 감독을 1순위 후보로 선별할 때 명백한 위법성이 있었다고 판시했다. 법원에 의해 국가대표 감독 선임 과정의 불법성이 확인된 셈이다. 밀실 행정과 특혜 의혹으로 얼룩진 감독 선임이 대표 팀의 결속력을 약화시키고, 결국 월드컵 조기 탈락이라는 비극으로 이어졌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의 수사 지연은 대단히 유감스럽다. 서울경찰청은 이와 관련해 업무방해 및 직권남용 등 총 8건의 고발 사건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으나,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정몽규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조차 실시하지 않았다. 행정소송과 형사재판 절차를 지켜보느라 늦어졌다는 경찰의 해명은 궁색하기 짝이 없다. 수뇌부의 사퇴로 모든 책임을 덮고 어물쩍 넘어가려 해서는 안 된다. 경찰은 이제라도 철저하고 신속한 수사를 통해 부당한 개입이나 직권남용이 있었다면 그에 합당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것이 무너진 축구 행정의 신뢰(信賴)를 회복하는 첫걸음이다.

    2026-06-30 05:00:00

  • [사설] 825조원 호남 반도체 구체성 없는 정부 설명, 의문만 키웠다

    이재명 정부가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를 통해 호남을 제2 반도체 생산기지로 공식화했다. 29일 국민보고회는 정부가 제기된 의문을 해소하고 정책 타당성을 입증할 기회였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정부와 여권은 보고회 이전부터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를 잇달아 언급하며 기정사실화했다. 정치가 산업 입지를 먼저 정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정부는 국민보고회에서 전력과 용수 대책을 제시해 이를 불식(拂拭)시키겠다고 했지만 오히려 의혹만 커졌다. 정부는 서남권 반도체 단지에 6.3GW의 전력과 하루 65만t의 용수를 적기에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반도체는 안정적 기저 전원과 송전망, 변전소, 초순수 생산시설, 광역 용수관로가 함께 확보돼야 한다. 정부는 ESS 확대와 분산형 전력망, SMR 활용 등을 언급했지만 방향만 제시했을 뿐, 어느 발전원에서 공급할지, 송전망은 언제까지 어떻게 확충할지 등 구체적 계획은 내놓지 못했다. 용수 문제에 대해 기후환경에너지부는 원론적 답변에 그쳤고, 손을 들어 발언 기회를 얻은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은 '수계 전환과 기존 댐 활용, 하수 재이용, 댐 증고(增高)'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는 준비된 공급 기반을 설명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검토할 확보 수단을 나열한 수준에 가깝다. 수계 전환과 댐 증고는 관계 기관 협의와 인허가, 예산 확보가 필요한 사업이고, 하수 재이용 역시 고도처리와 초순수 설비 구축이 전제돼야 한다. 현재의 용수 여건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현실을 사실상 인정하면서도, 이를 언제 어떤 절차로 해결할지에 대한 로드맵은 제시하지 못한 셈이다. 정책 결정 과정은 더 큰 문제다. 대통령은 여러 차례 "기업이 결정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더욱 객관적 검증 자료를 내놔야 한다. 왜 호남이 다른 후보지보다 산업적으로 경쟁력이 높은지, 입지 평가와 경제성 분석은 어떻게 이뤄졌는지, 공급망과 인프라를 어떤 기준으로 비교했는지 국민 앞에 설명해야 한다. 정부가 자신 있다면 데이터로 설득하면 된다. 그럼에도 결론만 앞서고 명확한 근거(根據)를 제시하지 못하면 '지역 먼저 정해 놓고 논리를 맞춰 가는 것 아니냐'는 의혹은 사라지지 않는다. 대구·경북의 허탈감은 크다. 원전과 대규모 전력망, 반도체 소재·부품 산업과 제조 기반을 갖추고도 국가 전략산업의 중심에서 번번이 소외돼서다. 특정 지역의 이해(利害)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국가 전략산업은 정치적 상징이 아니라 산업적 경쟁력으로 선택받아야 한다는 원칙을 말하는 것이다. 선언이 아니라 데이터가, 정치가 아니라 기술이, 구호가 아니라 생태계가 경쟁력을 결정한다. 청사진이 아니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설계도가 필요하다. 그것이 없다면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는 국가 미래 전략이 아니라 또 하나의 정치 프로젝트라는 의심을 벗기 어렵다.

    2026-06-30 05:00:00

  • [관풍루] 이재명 대통령, '3대 메가프로젝트' 발표하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을 향해 "국가 영웅 또는 국민 영웅이라 불러드리고 싶다"고 말해

    ○…이재명 대통령, '3대 메가프로젝트' 발표하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을 향해 "국가 영웅 또는 국민 영웅이라 불러드리고 싶다"고 말해. 두 회장님, 이런 감언이설에 취해 정신 줄 놓지 말기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 자신에 대한 사퇴 요구에 "나는 사퇴하지 않는다. 최고위원 중 사퇴할 사람은 이 자리에서 사퇴하시라"고 말했다고 전언.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특검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혀. 하려면 제대로 하시오, 야당이 추천하는 특검으로 하시오.

    2026-06-30 05:00:00

  • [날씨] 6월 30일(화)

    [날씨] 6월 30일(화) "흐림"

    2026-06-29 19:12:18

  • [김용삼의 근대사] 한국인 '항미원조' 용어 사용해서는 안 되는 이유

    [김용삼의 근대사] 한국인 '항미원조' 용어 사용해서는 안 되는 이유

    하필이면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안보 교육의 심장부인 전쟁기념관이 크게 사고를 쳤다. 대한민국 존망의 극한으로 치달았던 '6·25 전쟁'을 공산 침략 세력의 선전 용어인 '항미원조(抗美援朝)'와 동격으로 배치하고, 교사 대상 해외 연수 일정에 단둥(丹東)의 '항미원조기념관' 방문을 포함한 것이다. 시민들의 거센 항의로 해당 일정은 취소되었지만, 이 문제에 대한 국방부의 해명이 더 충격적이었다. "6·25 전쟁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과 다각적 시각을 소개해 교육적 효과를 높이려 했다"라는, 거의 이적행위에 가까운 망언을 내놓은 것이다. 용어(Terminology)란 그 대상을 바라보는 사상과 가치관을 규정하는 프레임이다. 중국공산당이 주장하는 '항미원조'는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 공산당의 정치·군사적 계산하에 조작되고 정제된 선전 선동의 결과물이다. 이런 용어를 대한민국의 국방부 산하기관이 사용하는 순간, 우리는 침략자가 설계한 사상적 프레임의 덫에 스스로 걸려버리는 파멸적 결과를 맞게 된다. 중국공산당은 항미원조를 "미 제국주의의 침략에 맞서 이웃 국가를 구하고, 중국의 안보를 지켜낸 정의로운 자위적 전쟁"이자 세계 최강 미군을 박살낸 위대한 승리의 전쟁이라고 정의한다. 사설 단체가 아닌, 대한민국의 안보를 책임진 국방부와 그 산하기관이 이런 용어를 사용할 경우 다음과 같은 치명적인 '반국가 행위'를 정당화해 주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항미원조'라는 사기극 첫째, 6·25는 김일성과 박헌영의 기획, 스탈린과 마오쩌둥의 사전 공모하에 진행된 불법 남침이었다. 이런 사실이 구소련 비밀문서(소위 옐친 문서) 등을 통해 명명백백하게 밝혀졌다. 그런데 중국 측이 주장하는 '항미원조' 용어 속에는 "미국이 먼저 침략했고(원인), 중국은 이에 대응해 자위권을 발동하여 참전했다(결과)"라는 도착된 논리가 잠복해 있다. 이런 용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침략의 책임을 대한민국과 우방국에 전가하는 적국의 궤변을 공인하는 자가당착에 빠지게 된다. 둘째, 당시 대한민국을 돕기 위해 파병된 군대는 미국 단독 군대가 아니었다. 남침 직후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결의안 제82·83호를 통해 북한의 침략 행위를 규탄하고 회원국들의 원조를 공식 촉구했다. 안보리 결의에 따라 국제사회는 16개국의 전투 병력과 5개국의 의료 지원단을 파견하여 유엔 최초의 집단 안보체제를 가동했다. 불법 개입한 중공군은 단순히 미군이나 한국군과 싸운 것이 아니다. 저들은 국제사회의 평화 유지 기능과 유엔을 향해 총칼을 겨눈 명백한 침략 행위를 자행한 것이다. 1951년 유엔 총회는 결의안 제498호를 통해 중화인민공화국을 '침략자(Aggressor)'로 공식 규정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가 항미원조라는 용어를 사용할 경우, 유엔 결의에 의한 적법하고 정의로운 집단안보 활동을 '미 제국주의의 불법 침략'으로 선동하는 중공의 주장에 동조하는 꼴이 되고 만다. 셋째, 누가 뭐래도 6·25의 최대 피해자이자 주체는 침략으로 인해 국토가 초토화되고, 수백만 국민이 피를 흘린 대한민국이다. 그런데 '항미원조'는 6·25를 '미국과 중공의 패권 다툼'이라는 프레임에 가둔다. 우리의 역사적 주체성을 거부하고 강대국 대리전의 종속물로 전락시키는 용어를 국가 기관이 수용하는 순간,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 바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의 고귀한 희생은 패권 경쟁의 도구로 전락하고 만다. 주목할 점은 중국 스스로도 이 용어를 '정치적 도구'로 취급해 왔다는 사실이다. 중공이 신의주 건너편 단둥에 '항미원조기념관'을 개관한 시기는 1958년이다. 느닷없이 중국은 이 기념관을 1966년부터 1993년까지 무려 27년간 폐쇄했다. 대체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첫째, 중국 인민지원군 총사령관 펑더화이(彭德懷)의 숙청과의 연동이다. 세계 최강 미군과 싸워 영웅으로 떠오른 인물이 펑더화이다. 그랬던 그가 1959년 루산(慮山) 회의에서 마오쩌둥의 대약진운동을 정면 비판했다. 마오쩌둥은 그를 잔인하게 숙청했고, 이와 함께 펑더화이의 치적이나 다름없는 항미원조전쟁을 깨끗이 지워버렸다. 둘째, 마오쩌둥은 1971년 소련과 맞서기 위해 미국과 손잡고 '연미항소(聯美抗蘇)' 전략을 채택했다. 소련을 고립시키기 위해 미국의 힘이 필요해지자 미군을 침략자로 규정한 '항미원조' 용어가 걸림돌로 떠올랐다. 6·25 20주년인 1970년부터 중공 당국은 인민일보 지면에서 '항미원조' 용어를 지워버렸고, 1975년 개정된 중국 수정헌법에선 '항미원조' 용어를 삭제했다. 그런 실종 상태는 40여 년 지속되었다. 이 용어가 불사조처럼 살아난 시기는 6·25 60주년 되는 2010년이었다. 이 해에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GDP 세계 2위(G2)에 올랐다. 아편전쟁 이후 170년 만에 아시아의 경제 패권을 탈환한 것이다. 게다가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인한 금융위기로 미국이 휘청거리자 중국은 미국과 공존에서 대립구도로 전환했다. 차기 지도자로 낙점된 시진핑 부주석은 2010년 10월 2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 인민지원군 참전 60주년 좌담회'에서 충격적인 연설을 했다. "위대한 항미원조 전쟁은 평화를 지키고 침략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이었다. … 그 전쟁은 제국주의 침략자가 중국 인민에게 강요한 것이다. 조선 내전이 터진 후 미국의 트루먼 정부는 제멋대로 무장간섭에 나서 전면전을 일으켰고, 중국의 여러 차례 경고에도 38선을 넘어 압록강과 두만강까지 육박해 우리 영토에 전화를 미치게 했다." 시진핑의 논리에 따르면, 6·25는 단순한 '내전'이었는데 미국이 침략했기 때문에 중국이 자위적 차원에서 참전했다는 것이다. 전쟁의 주범인 북한의 남침 사실이 교묘하게 은폐된 거짓 수사(修辭)의 극치다. 이 연설을 기점으로 중국은 덩샤오핑(鄧小平) 이래 고수해 온 '도광양회(韜光養晦·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른다)' 노선을 폐기하고 중화민족주의로 이행했다. 그리고 단둥의 항미원조기념관을 대대적으로 성역화하기 시작했다. 미국과의 패권 전쟁을 선언한 중국이 역사 전쟁을 시작한 것이다. ◆6·25가 중공군의 위대한 승리였다고? 중국은 항미원조 프레임을 강화하기 위해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블록버스터 영화 '장진호'(2021)를 제작했다. 중국은 장진호 전투를 "미군을 완벽히 포위 섬멸한 위대한 대승리"라고 주장한다. 장진호 일대에서 중공군이 유엔군의 북진을 저지하고 후퇴시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이 전투는 중공군의 궤멸적 패배였다. 당시 마오쩌둥은 중공군 제9병단 사령관 쑹스룬(宋時輪)에게 "미 해병 1사단을 단 한 명도 남기지 말고 완전 섬멸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쑹스룬은 12만 대병력으로 미 해병 1사단 중심의 유엔군 3만 명을 장진호 계곡에서 겹겹이 포위했다. 4대 1이라는 압도적인 병력 우세였다. 문제는 개마고원의 혹독한 강추위였다. 방한장구도 갖추지 못하고 장진호 전투에 투입된 중공군 9병단은 20일간의 전투에서 12만 병력 중 4만 명이 죽었다. 그중 동사자·아사자가 2만 8,954명으로 집계되었고, 그와 비슷한 수가 부상·동상을 입었다. 장진호에서 중공군 3개 연대 병력이 총을 쥔 자세로 얼어 죽었다. 3개 연대 병력 중 생존자는 2명뿐이었다. 이로 인해 빙조련(氷雕連), 즉 '얼음조각 연대'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9병단은 이후 몇 달 동안 활동 불능 상태에 빠졌다. 이것이 중국이 블록버스터 영화까지 만들어 전 세계에 떠벌인 장진호 전투의 실상이다. 중국은 6·25 관련 사상자 수를 국가기밀로 은폐했다. 2014년에야 전몰자 수를 19만7천653명으로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미국과 유엔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중공군 전사자는 40만 명, 부상자는 48만 명에 달한다. 미군 사망자는 3만 6천여 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2021년 "항미원조 전쟁에서 위대한 승리를 거두었다"라는 제3차 역사결의를 채택했다. 중국이 외치는 승리는 젊은 청춘들의 목숨을 갈아 넣은 처절한 '정신 승리'였다. 최근 들어 중국은 무력을 앞세운 물리적 전쟁을 벌이기 전에 아군의 인식을 마비시키고 내부 분열을 조장하기 위한 '회색지대(Gray Zone) 전략'을 고도로 구사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공적으로는 통용될 수 없는 적국의 프로파간다 용어인 '항미원조'가 안보 교육 프로그램에 스며든 이번 사건은 중국의 회색지대 전략이 한국의 국방부 산하기관까지 파고들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단면이다. 여론의 거센 비난으로 교육 프로그램은 취소되었지만, 대중은 이미 그 용어에 반복 노출되었다. 논란을 일으켜 특정 용어의 인지도를 높이고 대한민국 내부의 이념적 갈등을 부추기려는 중국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소란이 반복될수록 일반 대중은 역사적 사실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잃어버리고, 피아 경계가 모호해지는 '가치 판단 불감증' 상태에 빠지게 된다. 국토를 방위하고 국민의 생명을 책임지는 국방부와 그 산하기관이 해야 할 일은 나라를 지킨 호국영령들을 기리고 투철한 안보의식을 고취하는 것이다. 좌파 정부의 국방부와 그 산하기관은 국민 세금을 투입하여 국가의 정당성에 총질을 해대는 반(反)헌법적 행위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중공의 회색지대화 전략을 무력화하는 유일한 방법은 소란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소란을 압도하는 '역사적 사실을 통한 응징'이다. 중국의 역사 왜곡 실태를 낱낱이 파헤치고, 저들이 위대한 승리로 떠벌이는 6·25 전투의 참혹했던 실상을 폭로해야 한다. 역사 왜곡에 맞서는 최강의 무기는 '역사적 사실'이다. 펜앤마이크 대기자 사진설명

    2026-06-29 11:06:24

  • [사설] 촉법소년 만 13세 '조건부 하향', 소년범죄 근절 위한 실효성 갖춰야

    정부가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나이 기준을 '중대한 범죄'에 한해 현행 만 14세에서 13세로 낮추는 방향으로 결론 내렸다. 성평등가족부와 법무부는 살인·강도·성범죄·집단 폭행 등 강력범죄를 저지르거나 소년원에 3회 이상 송치된 상습범(常習犯)에 한해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의견을 모으고, 이르면 30일 국무회의에 보고할 예정이다. 정부가 전면 하향 대신 강력범과 상습범에 대한 '조건부 하향'이라는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소년범죄자에 대한 온정주의(溫情主義)와 무조건적인 처벌 만능주의 사이에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이었을 것이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지역 촉법소년 검거 인원은 2021년 369명에서 지난해 1천155명으로 3배 이상 폭증했다. 전국적으로도 보호처분을 받은 촉법소년이 2021년 4천142명에서 2024년 7천294명으로 해마다 급증하는 추세다. 단순히 숫자의 증가를 넘어 절도와 폭행에 머물던 소년범죄가 성폭력, 강도 등 강력범죄로 확산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국민 81%가 하향에 찬성하고 이재명 대통령이 의견 수렴을 지시한 것도 법과 사법 정의가 범죄 소년들에게 조롱당해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 때문이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번 제도 개편이 단순한 처벌 강화를 넘어 소년범죄를 실질적으로 억제하는 브레이크로 작동하게 만드는 일이다. 범죄 소년에 대한 엄정한 처벌과 함께 보호처분 시설의 내실화, 가정환경 개선 지원 등 근본적인 예방책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갈 때 비로소 안전한 사회와 범죄 청소년 교화(敎化)라는 두 가지 가치를 모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2026-06-29 05:00:00

  • [사설] 반도체 지도, 정치가 먼저 그려선 안 된다

    정부가 오늘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를 열어 반도체와 인공지능(AI)을 축으로 한 국가 성장 전략을 공개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지방 투자 구상도 윤곽을 드러낸다. 수도권 일극 체제를 완화하고 첨단산업을 전국으로 확산시키겠다는 방향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국가 산업 지도를 새로 그리는 중차대(重且大)한 사안인 만큼 정치보다 원칙이, 속도보다 검증이 앞서야 한다. 논란의 핵심은 호남에 반도체 전공정(팹·FAB)까지 포함한 신규 클러스터 조성이다. 반도체 팹은 공장이 아니라 산업생태계다. 수백 개 협력 업체, 장비 공급망, 연구개발 역량, 전문 인력, 초순수(超純水) 설비, 전력망이 집적돼야 경쟁력이 확보된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 TSMC도 신주를 중심으로 타이중·타이난으로 생산기지를 확장해 반도체 벨트를 구축했다. 삼성도 기흥·화성·평택·용인 생산 축을 형성하며 세계 시장에 대응했다. 팹 입지는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전략적 선택인데, 논의 과정이 석연치 않다. 정부는 기업 투자를 지원할 뿐 입지를 예고해선 안 된다. 국가전략산업이 정치적 결정이라는 인상을 주는 것만으로도 시장의 신뢰를 흔들 수 있다. 야당이 '관치(官治) 경제'를 거론하는 이유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런 의심을 사게 만든 것 자체가 정부의 부담이다. 정부는 전력과 용수 문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광주·전남권에 하루 100만t 이상의 산업용수를 추가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고, 수계 조정과 미사용 용수 활용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실행계획은 제시되지 않았다. 더욱이 정부가 마련한 기존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은 기후변화를 감안할 경우 영산강·섬진강 권역의 공업용수 부족 가능성을 전망해 왔다.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도 최종적으로 하루 76만4천t의 공업용수를 필요로 하도록 설계돼 있다. 가능하다는 설명이 아니라 국민이 납득할 수준의 객관적 검증이 필수다. 균형발전 기준도 모호하다. 삼성의 투자 구상에는 호남 신규 반도체 클러스터와 충청 첨단소재 산업 고도화가 담긴 반면, 영남은 구미사업장의 AI 기반 모바일·가전 제조 경쟁력 강화와 기존 제조시설 고도화에 그친다. 대구·경북은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산업과 전자산업 기반, 풍부한 전력 여건을 갖춘 핵심 거점인데도 주변부로 밀려난 모습이다. 국가 산업 지도 재편이라면 모든 후보지가 공정한 잣대로 검토됐는지부터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균형발전은 지역 안배(按排)와 다르다. 경쟁력 있는 산업 거점의 전국 확장이 진정한 균형발전이다. 한 번의 결정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정치가 아니라 시장과 산업의 논리가 우선되는 이유다. 메가프로젝트는 치밀한 산업 논리와 객관적 근거부터 국민 앞에 제시한 뒤 정해져야 한다.

    2026-06-29 05:00:00

  • [사설] 민생과 국정 안정 원한다면, 여당은 법사위원장 손 떼라

    22대 국회 후반기 원(院) 구성이 표류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더불어민주당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고수하는 데 있다. 민주당은 국정(國政)과 민생 입법을 신속하게 추진하려면 법사위원장을 양보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민주당의 지난 1년간 법사위 운영은 이와는 거리가 멀었다. 법사위는 정치적 대결장이 됐고, 합의된 민생 법안조차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하는 일이 반복됐다. 22대 전반기 법사위의 법안 가결률은 5%에 그쳤다. 여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야만 국정이 안정된다는 논리는 궤변(詭辯)이다. 이재명 정부의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국회가 일사불란(一絲不亂)하게 입법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이유로 법사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다. 이는 국회를 '당정 협의회' 수준으로 여기는 반의회주의적 발상에 불과하다. 국회는 행정부를 견제하는 기관이다. 민주화 이후 원내 1당이 국회의장을, 2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온 관행은 권력 분립의 취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민주당은 2020년 거대 의석을 앞세워 이 관행을 깨뜨렸고, 이후 국회의 비정상화는 심화됐다. 민주당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내려놓는다면, 원 구성 협상은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 야당도 민생 입법 지연에 대한 공동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되고, 법사위를 둘러싼 소모적인 공방(攻防)도 상당 부분 해소된다. 고물가, 경기 침체, 지방 소멸 등 민생 현안과 관련 입법 과제가 쌓여 있다. 국민들은 국회가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이를 해결하길 바란다. 국회 정상화의 출발점은 여당이 법사위원장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것이다.

    2026-06-29 05:00:00

  • [관풍루] '대한민국의 자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졸지에 '갈라치기 끝판왕' 오명 뒤집어쓸 판

    ○…'대한민국의 자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졸지에 '갈라치기 끝판왕' 오명 뒤집어쓸 판. '삼전닉스 주식 못 가진 자' 포모 조성에, 성과급으로 직장인 박탈감 조장에, 반도체 대규모 호남 투자설로 지역 갈등까지? ○…'컬러풀'에서 '파워풀'로 바뀐 대구시 브랜드 슬로건, 민선 9기 출범 맞춰 새 작명 움직임 있다는데…. '~ful' 돌림 고집한다고 설마 '뷰티풀' '케어풀' 이런 거 하진 않겠죠? ○…한국 월드컵 32강 진출 끝내 실패. 우리 애 아빠 화가 아주 많이 났는데, '참교육' 필요한 축협엔 '교권보호국' 아니 '축(蹴)권보호국' 감독관 못 보내나?

    2026-06-29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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