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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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시민 생명을 지키지 못하면서 '메디시티 대구'라고 할 수 있나

    한강 이남 최고의 역량을 자랑했던 대구의 의료가 위축되고 있다. 각종 의료 지표가 악화되면서 '메디시티 대구'란 슬로건이 무색하게 됐다. 최근 잇따른 임산부 응급 이송 지연(遲延) 문제는 지역 의료 체계의 허점을 드러냈다. 서울의 대형병원을 찾는 암 환자들도 늘고 있다. 응급의료 통계는 대구 의료의 취약성을 보여 준다. 국립중앙의료원에 따르면 대구의 지난해 기준 '응급의료 수용곤란' 건수는 2만311건으로 서울(2만1천355건)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다. 부산은 1만3천509건이었다. 최근 5년(2021~25년)간 대구의 응급의료 수용곤란 건수는 1만5천727건 늘었다. '증가율 전국 1위'란 불명예를 기록한 것이다. 응급의료 수용곤란은 병상(病牀) 부족이나 전문 의료진 부재 등으로 인해 다른 병원을 찾아야 하는 상황을 말한다. 대구의 응급의료는 119구급대의 병원 도착 지연, 재이송 증가, 장시간 관외(管外) 이송 등에서도 부실하다. 특히 2시간 이상 걸리는 관외 이송이 늘고 있다는 점은 응급의료의 본질이 무너지는 징후다. 중증 환자의 역외 유출(流出)도 심각하다. 대구의 암 환자 20%가 수술이나 항암 치료를 위해 수도권 병원을 이용하고 있다. 수도권 병원의 의료진과 의료기기가 우수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서다. 중입자·양성자 등 첨단 암 치료 장비는 물론 항암제 임상시험(臨牀試驗)의 90%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게 사실이다. 암 환자의 유출 증가는 환자의 부담 가중은 물론 지역 의료 역량의 약화로 이어진다. 대구시와 지역 의료계는 중증 응급환자 이송·대응 체계를 점검하고 필수의료의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인적·물적 투자의 확대와 시스템 개선이다. 필수의료 전문의와 병상 확충, 병원 간 배후(背後) 진료 협력체계가 전제되지 않으면 응급의료 개선은 요원(遙遠)하다. 암 환자의 유출을 최소화하려면 우수 의료진 유치와 첨단 장비 도입에 주력해야 한다. 시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하는데 어찌 의료관광, 의료산업을 얘기한단 말인가.

    2026-04-21 05:00:00

  • [사설] 성과급 논란에 노노 갈등까지, 이기심에 잠식당할 미래 성장 잠재력

    삼성전자 노조는 영업이익의 15% 성과급 지급 요구가 관철(貫徹)되지 않으면 오는 23일 경기 평택공장 앞에서 4만 명이 참여하는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5월 21일부터 18일간 반도체 전체 사업장을 점거하는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노조 측은 파업 진행 시 사측에 최소 20조∼30조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SK하이닉스에서 영업이익의 10% 지급으로 시작된 '천문학적 성과급 나눠 갖기'가 대기업 곳곳으로 확산하고 있다. 현대차노조는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해 순이익 10조3천648억원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해도 3조1천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성과급 규모가 워낙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보니 직장인들 사이에 위화감을 조성하는 것은 물론이고 같은 기업 직원들 사이에 노노(勞勞) 갈등마저 빚어지고 있다. 최근 한 직장인 커뮤니티에는 "평생 공부한 박사가 호황기 산업의 생산직 성과급의 10분의 1밖에 못 받고 있다"며 "획일적 보상이 이공계 생태계를 망가뜨리고 있다"는 주장이 올라와 갑론을박(甲論乙駁)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반도체 부문과 타 부문 간 갈등 조짐이 커지고 있고, 벌써부터 성과급 과실만 따 먹은 뒤 이직하는 인력 유출에 대한 우려까지 터져 나온다. 기업의 호실적을 직원들과 공유하는 것은 타당하다. 그러나 그 보상은 기업의 영속성과 미래의 경쟁력을 유지 가능한 범위에서 이뤄져야 마땅할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5년 뒤 한국의 1인당 GDP가 대만에 1만달러나 뒤처질 것이란 충격적인 전망을 내놨다. 대만이 앞서가는 핵심 동력은 반도체의 압도적 경쟁력이다. 노조의 파업으로 산업 현장이 멈춰 서고, 미래를 위한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에 들어가야 할 비용이 성과급 요구에 밀린다면 한국 경제의 추락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된다. 지금은 성과급 잔치로 샴페인을 터뜨릴 때가 아니라 미래 성장 동력을 더욱 키우는 데 집중할 때다.

    2026-04-21 05:00:00

  • [사설] 1주택 '장특공' 축소 우려, 정치적 프레임으로 몰아서는 안 된다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는 투기를 억제하고 실수요자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집값 급등이라는 변화 속에 의도와 다른 결과를 낳았다. 보유 및 거주 요건을 충족할 경우 양도차익의 최대 80%까지 공제되는 구조는 고가 주택일수록 절세 효과가 커지는 결과를 낳았고, 자산소득이 근로소득보다 유리하다는 불만을 키웠다.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 일부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은 장특공을 사실상 폐지하거나 대폭 축소하는 수준이다. 평생 공제 한도를 2억원으로 제한하고 세액공제 방식으로 바꾸는 내용은 단순한 보완(補完)이 아니라 세제 구조의 근본적 전환에 가깝다. 일부 고가 주택의 경우 세 부담이 9천400만원에서 4억원 수준으로 급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 메커니즘과의 충돌도 문제다. 세금은 가격이 아니라 행동을 바꾼다. 양도세 부담이 커지면 세후(稅後) 수익이 줄고, 매도 시점은 늦춰지며 거래는 위축된다. '매물 잠김' 탓에 공급을 늘리겠다는 정책이 오히려 공급을 줄일 가능성도 배제(排除)하기 어렵다. 과거 양도세 강화 국면에서 거래 절벽이 먼저 나타났던 경험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와 같은 여러 가지 이유로 입법예고 과정에서 접수된 약 1만3천여 건의 의견 중 85%가 반대였고, 이후 집계에서 1만5천 명 이상이 반대 의사를 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밝힌 장특공 개편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야당의 비판을 "논리 모순이자 명백한 거짓 선동"으로 단정한 것은 문제다. 급격한 세 부담 증가와 거래 위축 등에 대한 우려를 정치적 프레임으로 단순화해선 안 된다. 더구나 대통령 메시지와 입법 시도가 엇갈리면서 혼선을 빚고 있다. 민주당은 "당에서 (장특공제) 세제 개편은 검토한 바가 없다"고 밝히며 양도소득세 중과유예 폐지와 관련한 대통령 의중(意中)을 강조했다. 선거를 앞둔 여론 잠재우기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어떤 부작용이 예상되고 감수해야 할지 밝혀야 한다. 그런 설명 없이 추진하는 개편은 방향이 옳아도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2026-04-21 05:00:00

  • [관풍루] 이재명 대통령이 요청한 특별감찰관 후보와 관련해 국민의힘 "야당 추천 인사를 수용하라", 개혁신당 "3명을 야당과의 합의로 선정하자"고 해

    ○…이재명 대통령이 요청한 특별감찰관 후보와 관련해 국민의힘 "야당 추천 인사를 수용하라", 개혁신당 "3명을 야당과의 합의로 선정하자"고 해. 자기 사건 자기가 수사·재판하는 아무개 씨에게는 씨알도 안 먹힐 소리. ○…김민석 국무총리, '고유가 피해 지원금'이 계획대로 이달 말부터 지급되도록 지방정부가 관련 추경을 신속히 편성하라고 관계 부처에 독려 당부. '퍼주기' 생색내기에 재정 여력 없는 지자체는 죽을 지경. ○…서영교 국회 검찰 조작기소 진상특위 위원장 겸 법사위원장, 자신이 대중적 인기가 있다며 자신의 장점으로 '목소리'와 '외모'를 꼽아. 이 말 듣고 배꼽 탈 날 사람 많겠군.

    2026-04-21 05:00:00

  • [날씨] 4월 21일(화)

    [날씨] 4월 21일(화) "맑음"

    2026-04-20 19:09:10

  • [김명옥의 동아시아 신화에서 역사로] 죽음 이후, 영혼은 어디로 가는가-동이족 선조들의 죽음에 대한 생각

    [김명옥의 동아시아 신화에서 역사로] 죽음 이후, 영혼은 어디로 가는가-동이족 선조들의 죽음에 대한 생각

    ◆죽음 너머를 묻다생로병사, 인간의 삶과 죽음을 간단하게 표현한 말이다. 죽음도 영혼의 존재를 믿는 인간에게는 삶의 연장이자 통과의례의 하나이다. 오늘날은 산자와 죽은 자의 공간이 완전히 분리되었지만, 1990년대까지만 해도 시골에서는 장례식장이 따로 있지 않았다. 사자(死者)는 동네 사람들의 전송을 받으며 매장지로 향했다. 사자를 함께 배웅하는 일은 마을공동체에서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죽음도 삶의 일부분이었던 것이다. 길고 짧을 뿐, 태어나서 나이 먹고 병들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생명을 가진 모든 것이 겪는 일이다. 그렇다면 죽음 너머에는? 영원히 알 수 없는 이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의 답을 찾는 일은 저 까마득한 옛날, 인류의 시작부터 시작되지 않았을까? 오늘날 우리는 옛사람들, 특히 동이족 선조들의 매장 풍습을 통해 사후 세계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동이족과 요화문명권동이족의 활동 권역은 크게 한반도를 포함한 요하문명권, 황하 중상류 유역권, 황하 하류 및 산동반도 유역권과 장강 중하류유역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동이족 사후 세계관을 알려주는 문명은 요하문명권의 흥륭와문화(BC6200~BC5200)이다. 요하문명권은 홍산문화를 대표 문화로 하며, 위도 40°N에서 45°N 사이에 있다. 만 년 전 이곳의 기온은 점점 상승했고 BC 6500~ BC1000 사이에 가장 따뜻한 대온난기를 맞이했다. 때문에 이 지역은 사람이 살기에 매우 적합한 곳이 되었다. 특히 위도 42°N 부근에는 요하문명권의 핵심지역인 내몽골 홍산(紅山)이 있는 곳이다. 이뿐만 아니라 여기에는 시라무렌강(西拉木伦河)과 서요하(西遼河) 사이에 노합하(老哈河), 교래하(敎來河) 등과 같은 크고 작은 물줄기들이 실핏줄처럼 연결되어 있어서 사람들이 살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었다. 요하문명권의 동이족들은 따뜻한 날씨, 풍부한 물을 통해 식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고, 점차 먹고 사는 걱정을 넘어 정신세계를 추구하게 되었다. 홍산의 동쪽, 조금 더 낮은 위도에 있는 내몽골 오한기(敖漢旗)에서 동북쪽으로 2~3시간가량 차를 타고 이동하면 흥륭와문화 유적지에 도착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동이족의 정신세계, 특히 사후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삶과 죽음이 공존한 세계흥륭와 사람들은 시신을 집안에 매장하는 풍습이 있었다(거실장·居室葬 풍습). 이때 껴묻거리로 돼지를 같이 매장했다. 돼지는 새 다음으로 가장 많이 보이는 동이족의 문화상징이다. 돼지는 풍요를 상징하기도 하고, 모든 생명의 원기가 나온다고 여겨진 북두칠성의 북두를 상징하기도 한다. 거실장 풍습은 삶과 죽음을 나누지 않은 세계관의 반영이다. 조상과 후손이 같은 공간에 공존할뿐만 아니라 죽어서도 같은 공동체 구성원이라는 뜻이다. 또 거실장 풍습은 죽은자가 그들의 곁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곁에 남아서 그들을 보호해 준다는 생각을 담고 있다. 이것이 초기 조상숭배 사상의 모습으로서 제사와 의례의 기원이 되었다. 거실장 풍습은 요녕성(遼寧省) 부신(阜新)시 사해문화(査海文化 BC6000~BC5500)로 이어진다. 사해문화의 한 거주지에서 발견된 무덤의 어린아이는 목과 복부에 두 쌍의 대·중·소 옥비 (玉匕)를 차고 있었다. 어린아이 시신에 옥을 부장한 것은 그 아이가 특별한 존재, 즉 제사의 대상이었음을 말해준다. 옥의 부장은 신분 차이가 나기 시작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거실장의 풍습은 황하유역에서도 나타난다. 황하유역 앙소문화 대하촌 유적지에서 출토된 옹관묘는 대부분 어린아이의 매장에 사용되었다. 옹관묘는 주거지 안이나 씨족 공동묘지 안에서 발굴되었는데, 특이하게도 옹관묘 중앙이나 하단에 작은 구멍이 뚫어져 있었다. 아마도 이 구멍은 아이를 먼저 보낸 부모가 어린아이 영혼이 자유롭게 드나들도록 하려고 뚫었을 것이다. 일찍 아이를 떠나보내야 했던 부모들은 아이의 영혼이 구멍으로 드나들면서 나와 소통하기를 바라는 간절함에서 구멍을 만들었을 것이다. 한편 사해문화 유적지에는 환호(環壕·해자)로 둘러 쌓인 크고 작은 거주지가 있다. 가장 큰 거주지는 개방된 중앙 광장을 마주하고 있고, 광장에는 돌로 쌓은 거대한 용, 즉 석소룡이 자리했다. 마을 중앙 광장에 석소룡이 있다는 것은 용을 매우 숭상했음을 잘 보여준다. 사해문화에서 발굴된 도자기 파편에는 '부조 용 문양'이 있었다. 중국의 고고학자 소병기는 이곳을 '용의 고향, 문명의 발원지'라고 했다. ◆영혼을 하늘로 이끄는 존재, 용 용은 물과 관련되어 있으면서 스스로 하늘로 올라간다는 믿음이 있다. 92세의 노모가 우리에게 들려준 이야기에서도 그런 믿음을 엿볼 수 있다. 산골에 살았던 노모는 배추를 팔러 새벽시장을 가는 중이었다. 노모는 둑을 따라 한참을 가는 데, 어느 순간부터 안개가 끼더니 한 치 앞도 볼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안개가 풍덩하는 우레와 같은 소리를 내고 걷혔는데, 어른들이 노모의 말을 듣고 "용이 승천할 때 사람이 보면 안되는데 네가 지나가서 용이 승천을 못했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노모가 들려준 이 이야기는 근현대까지도 용은 하늘로 올라가는 동물로 여기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죽음은 물과 지하 세계이며, 영혼이 올라가는 곳은 생명이 시작되는 곳, 하늘이다. 『산해경』에는 이수(伊水)와 양수(陽水) 속에 사는 명사(鳴蛇)와 화사(化蛇)가 나온다. 『산해경』에 따르면 명사는 뱀 같으나 네 개의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화사는 새의 날개를 가졌으나 뱀처럼 기어다닌다. 즉 명사나 화사는 뱀과 새의 속성을 동시에 지닌 존재이다. 뱀은 땅 속을 드나드는 지하 세계를 상징하고, 날개는 하늘을 나는 새의 속성을 나타낸다. 이처럼 지하 세계와 하늘을 넘나드는 속성이 결합된 명사와 화사는 일종의 용으로 이해될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은 죽음 이후 영혼을 하늘로 인도하는 존재로 여겼을 것으로 추측된다. 흥륭와문화에서 생겨난 돼지숭배 풍습은 이후 사해문화에서 나타난 용과 결합되어 홍산문화에서는 용과 돼기가 결합된 옥저룡이 된다. 그들의 세계관으로 볼때 생명의 원기가 나오는 북두의 상징이 돼지이고, 죽은 자의 영혼을 하늘로 데려 간다고 믿은 용의 결합은 어쩌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동이족들은 죽음 이후에 영혼은 본래 왔던 곳으로 돌아간다고 여겼다. 흥륭와문화와 사해문화에서 삶과 죽음이 공존했던 삶의 방식은 홍산문화에서 변화된다. 사회가 분화되고, 조상숭배 사상에서 의례가 강조되고 또 신앙이 발달하면서 거실장 풍습은 점차 사라지고 죽은 자들의 집은 새로운 장소에 지어지게 되었다. ◆죽음 이후, 하늘로 돌아가는 길홍산문화의 무덤군은 대부분 높은 산에 위치하며, 하늘을 상징하는 원형과 땅을 상징하는 방형 형태의 재단도 산에 조성되어 있다. 홍산문화인들이 무덤을 돌로 만든 것은 영원성을 상징한다. 돌로 만든 적석묘 묘장 문화는 흥륭와 문화에서부터 내려오는 홍산문화 사람들의 묘장 전통이며, 고조선으로 이어지는 우리 민족의 고유한 묘장문화이다. 묘장문화는 사후 세계에 대한 관념과 깊이 맞닿아 있어 쉽게 변하지 않는다. 이러한 맥락에서 홍산문화는 고조선의 선조들인 배달족이 이룬 문화이다. 적석묘에서 대량으로 출토된 채도 통형 토기는 내부가 비어 있고, 바닥이 없는 붉은 토기이다. 이 토기는 검은색 문양이 그려져 있는데, 매우 규칙적이다. 또 '탑'형 토기도 있는데 바닥이 없고 몸통 중앙에 구멍이 뚫려 있으며 무늬가 새겨 있는데, 중국에서는 이것을 용비늘무늬(龙鳞纹)라고 한다. '탑'형 토기도 통형 토기처럼 적석묘 위에 올려졌다. 탑형 토기는 수량도 적고 형태도 복잡하다. 이 토기가 적석묘에 올려진 위치는 네 방향의 중앙이나 묘의 정중앙으로서 묘주를 더 존귀한 존재로 돋보이게 한다. 이 독특한 토기들은 홍산문화 장례에서만 나타나는 중요한 특징이다. 적석묘에 놓여 있고, 바닥이 없는 것으로 보아 아마 죽은 자의 영혼이 하늘로 올라가는 통로로 여긴 것 같다. 그런데 이 탑형의 무늬가 용비늘무늬라는 점으로 볼 때, 홍산문화 사람들은 용을 사후에 신과 연결 해주는 신성한 존재로 여겼으리라. ◆하늘과 통하는 옥기고조선의 선조들, 즉 배달족이 만든 홍산문화의 무덤군이 대부분 높은 산에 있는 이유는 하늘과 더 가까이 닿고자 한 바람에서였다. 배달족 선조들은 이때부터 부장품으로 옥만을 묻었다. 옥은 신과 소통하는 도구였다. 옥기들은 거북, 새, 물고기, 삼련옥벽(三联玉璧), 구름형 옥기 등을 포함하여 20여 종에 이른다. 거북과 새와 물고기가 동시 출토된 호두구유적(胡头沟遗址)은 한 묘역에 한 가문, 두 개의 무덤(一冢二墓)만 있으며, 방형과 원형이 결합된 배치 구조를 보인다. 거북은 세계를 받쳐주는 역할을 하며 물고기는 생명의 순환을 상징한다. 새는 영혼을 운반한다고 여기는데, 거북-물고기-새는 영혼이 아래에서 위로 이동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고대 우리 동이족은 죽음을 끝이 아니라 다른 세계로 이동한다고 여겼다. 그래서 우리말에 죽음을 '돌아가셨다'라고 표현한다. 옥으로 장례를 치르는 풍습은 옥으로 신을 섬기기 때문이다. 민국(民國) 시절의 중국의 저명한 학자 왕국유(王国维:1877~1927)는"예(禮)의 본래 의미는 '옥으로 신을 섬기는 것(以玉事神)"이라고 했는데, 홍산문화인의 장례 풍습이 이 말에 딱 맞는 말이다. 중국인들이 예로부터 동이족인 우리나라를 '동방의 예의지국'이라고 일컫었다. 이 말의 본래 의미는 옥으로 신을 섬기는 나라라는 뜻일 것이다. 옥장례 풍습은 죽음을 끝이 아니라 본래의 세계로 돌아가는 과정으로 이해했던 동이족 선조들의 하늘과 사람에 대한 생각을 보여준다. 동방문화대학원 교수

    2026-04-20 14:21:05

  • [사설] 김남국·김경수·조국 등 출마, 이래도 되나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6·3 지방선거와 함께 열리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경기 안산갑 출마(出馬)를 선언했다. 안산갑 보궐선거는 양문석 전 민주당 의원이 '대출 사기'로 지난달 의원직 상실형을 확정받아 치러지게 됐다. 출마를 선언하면서 김남국은 '민주당의 귀책 사유로 치러지는 선거에는 민주당이 후보를 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의식한 듯 "공천 당시에 발견될 수 없던 사유(事由)라든지 확정되지 않은 사실 관계로 사후에 재·보궐선거가 발생한 경우까지 공천을 하지 않는 게 오히려 책임 정치에 반(反)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총선 과정에서 양문석 전 의원은 이미 '딸 명의 편법 대출' 의혹으로 큰 논란이 됐다.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공천 취소는커녕 "훨씬 심한 저쪽 후보는 언급하지도 않는다"고 거든 바 있다. 그런데 김남국은 자신의 출마가 오히려 책임 정치라고 주장한다. 김남국은 국회의원 시절 이태원 참사 관련 상임위 회의 중에 몰래 코인 거래를 하다가 들켜 국회의원 제명(除名) 가능성까지 거론되자 용서를 빌며 탈당했다. 그러더니 이재명 정권이 들어서자 대통령 비서관으로 돌아와 "현지 누나, 훈식이 형" 운운하며 청탁 논란에 휩싸이자 사퇴했다. 이런 사람이 민주당 잘못으로 치러지는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것이 민주·진보 진영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으로 2심에서 징역 5년형을 받았고, 현재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그럼에도 여기저기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전재수 민주당 의원은 통일교로부터 명품 시계와 금품 수수(收受) 의혹 속에 출마를 선언했고, 부산시장 후보로 확정되자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감옥에 갔는데, 사면·복권받아 경남도지사에 출마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입시 비리로 감옥에 갔으나 형기(刑期)를 절반도 안 채우고 사면·복권됐고, 국회의원에 출마했다. 이것이 민주·진보 진영의 얼굴이다.

    2026-04-20 05:00:00

  • [사설] 美, 북한 정보 공유 중단, 정동영 가벼운 입이 부른 안보 자해

    [사설] 美, 북한 정보 공유 중단, 정동영 가벼운 입이 부른 안보 자해

    미국이 한국에 제공해 오던 하루 50~100쪽 분량의 대북(對北) 정보가 중단된 사실이 확인됐다는 언론 보도는 충격적이다. 위성·감청·정찰기 등 미국의 정찰 자산으로 수집하는 대북 정보는 한국 정부가 자체 역량으로 확보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정보 공유(共有) 중단이 계속될 경우 한국은 국가 안보의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게 된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 라파엘 그로시 IAEA(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의 보고라며 북한의 우라늄 농축 시설 소재지로 영변과 강선 이 외에 구성을 거론한 것이 사태의 발단이다. 정 장관은 또 지난해 영변 원자로에서 플루토늄 16㎏을 추출(抽出)한 것으로 추정하는 등 "북한은 지난 30년간 영변 원자로에서 6차례에 걸쳐 100㎏의 플루토늄을 추출했다"고도 했다. 그동안 학계 등에서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보유량을 추정한 적은 있지만, 정부가 구체적으로 그 수치를 특정한 것은 처음이다. 논란(論難)이 확산하자 통일부는 17일 "공개 정보에 기초해 구성을 언급했다"고 해명(解明)했다. 그러나 그로시 사무총장은 지난달 2일(현지시간) IAEA 기조연설에서 우라늄 농축 시설로 구성을 언급하지 않았고, 북한의 구체적인 플루토늄 추출 수치를 언급하지도 않았다. 미국 정찰 자산으로 수집된 핵시설 위치 등은 최고 수준의 기밀(機密)이다. 구체적 위치나 정황이 공개되면 위성 궤도, 감청 대상 통신망 등이 역추적돼 북한이 위장·차폐·통신 변경에 나설 수 있다. 정 장관은 미국의 정보망을 무력화하고 동맹 간 신뢰를 파괴하는 행위로 간주(看做)될 수 있는 '부주의한 발언'을 한 셈이다. 정 장관은 지난해 9월에도 북한의 핵 활동에 대한 정보 사항을 공개했고, 유엔사와 조율 없이 DMZ법을 추진하다 강력한 반발을 샀으며, 반헌법적인 북한의 '두 국가론'에 동조하는 발언(發言)을 하기도 했다. 이쯤 되면 정 장관은 대한민국 고위 공직자로서의 기본 자질조차 의심스럽다. 국익을 해친 만큼 책임(責任)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2026-04-20 05:00:00

  • [사설] TK신공항 사업이 김부겸의 '매표(買票)용 카드'로 전락 않으려면

    [사설] TK신공항 사업이 김부겸의 '매표(買票)용 카드'로 전락 않으려면

    대구경북(TK)신공항 사업이 6·3 지방선거의 핵심 이슈가 되고 있다. 대구시장·경북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정치인들이 꽉 막힌 신공항 사업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며 말들을 쏟아 내고 있다. 시도민들의 반응은 다소 냉소적이다. 선거 때마다 정치권이 '신공항'을 우려먹었으나, 실질적인 진전(進展)을 이끌어 낸 게 없으니 말이다. TK신공항 건설은 사업비를 마련하지 못해 겉돌고 있다. 대구시는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을 빌려 신공항(공군기지 포함)을 건설한 뒤 후적지(後適地)를 개발해 사업비를 회수하는 방식(기부 대 양여)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시는 공자기금 2천795억원과 금융비용 87억원 등 2천882억원을 올해 예산에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정부는 이를 들어주지 않았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예비후보가 공자기금을 활용해 신공항 건설에 필요한 부지(敷地)를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당 차원의 지원 약속까지 언급했다. 국민의힘 대구시장 예비후보들은 국가 지원을 통해 신공항 건설이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경북도지사 선거에 나선 이철우 국민의힘 예비후보와 오중기 민주당 예비후보도 차질 없는 신공항 건설을 강조하고 있다. 김부겸 후보의 신공항 해법은 여당의 지원을 업었다는 점에서 시도민의 귀를 솔깃하게 한다. 그러나 이런 구상이 선거 전략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큰 것도 사실이다. 2024년 10월 당시 홍준표 대구시장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공자기금 융자를 요청해 긍정적인 답변을 받아냈다. 이재명 대통령도 신공항 문제에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 신공항 사업은 균형발전, 국가안보와 직결(直結)된 사업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이를 선거용 카드로 활용하기만 했다. 김부겸 후보의 약속이 진정성(眞情性)을 얻으려면, 공적자금 투입의 실행 계획을 밝혀야 한다. 아울러 민주당은 김 후보의 시장 당선 여부와 무관하게 신공항 사업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해야 한다.

    2026-04-20 05:00:00

  • [관풍루] 올해 1분기 실업자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했던 2021년(138만 명) 이후 5년 만에 다시 100만 명대를 넘어서고 특히 청년층 실업자는 4명 중 1명으로 심각.

    ○…올해 1분기 실업자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했던 2021년(138만 명) 이후 5년 만에 다시 100만 명대를 넘어서고 특히 청년층 실업자는 4명 중 1명으로 심각. 李 정부 해결책은? 혹시 '실업 청년 현금 지원 추경'?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개방 발표 직전 유가 하락에 한화로 1조1천150억원의 대규모 베팅이 몰리면서 또다시 정보 유출 의혹 불거져. 전쟁도 누군가에게는 돈이 되는 요지경. ○…그간 법적으로 담배로 분류되지 않았던 액상형 전자담배가 오는 24일부터 궐련형 담배와 똑같은 규제를 받는다고. '전자'담배라 해서 해롭지 않은 건 아니니 진즉 시행했어야 할 법.

    2026-04-20 05:00:00

  • [날씨] 4월 20일(월)

    [날씨] 4월 20일(월) "가끔 구름 많고 비"

    2026-04-19 18:55:21

  • [기고-강병만] 300억원으로 2조원을 만드는 기회

    [기고-강병만] 300억원으로 2조원을 만드는 기회

    지금 대한민국 바이오·제약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 성과가 지역 전반으로 고르게 돌아가고 있는지는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대구는 오랜 기간 의료·바이오 연구 인프라를 축적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산업적 성과는 기대만큼 지역에 축적되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분명하다. 연구는 있지만, 생산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대구는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중심으로 신약 개발부터 비임상, 임상시험까지 가능한 연구 기반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정작 기업이 개발한 기술을 제품으로 만들어 시장에 공급하는 '생산 인프라'는 부족하다. 그 결과, 대구에서 개발된 기술이 수도권이나 해외에서 생산되고, 부가가치 역시 외부로 유출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할 현실적인 대안이 바로 BGMP(Bulk Good Manufacturing Practice·원료의약품 생산 기반 시설) 구축이다. BGMP는 단순한 생산시설이 아니다. 연구개발부터 생산, 사업화까지 이어지는 산업의 마지막 고리를 완성하는 핵심 인프라다. 특히 임상 이후 상업화 단계에서는 필수적인 시설로, 기술이 실제 제품으로 전환되는 마지막 단계라 할 수 있다. 이 시설이 구축되면 기업은 기술을 외부에 이전하지 않고 지역에서 직접 생산하고 판매할 수 있다. 즉, '기술의 도시'에서 '돈을 버는 도시'로 전환되는 것이다. 경제적 효과도 분명하다. BGMP 구축 비용/편익(B/C) 분석에 따르면, 300억원 규모의 BGMP를 구축할 경우, 약 2조원 이상의 생산 유발 효과와 200명 이상의 고용 창출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공투자 기준에서 경제성 기준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더 주목할 점은 '즉시 활용 가능한 인프라'라는 점이다. 대구에는 이미 관련 기업과 연구기관이 충분히 집적되어 있어 시설만 갖춰지면 빠르게 가동할 수 있다. 이는 다른 산업 인프라 사업과 비교해도 큰 장점이다. 또한 BGMP는 중소 제약사와 바이오 벤처에 '기회의 사다리'가 된다. 지금까지는 막대한 비용 때문에 자체 생산시설을 갖추기 어려웠던 기업들도 공공 인프라를 활용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이는 산업 생태계 전반의 활력을 높이는 계기가 된다. 지역 균형발전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현재 의약품 생산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대구에 BGMP가 구축된다면, 지방에서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바이오 생산 거점을 만들 수 있다는 선례가 될 것이다. 이는 단순한 지역 사업을 넘어 국가 산업 구조를 바꾸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물론 초기 가동률 확보, 운영 전문성, 지속가능성 등 검토해야 할 과제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는 사전 수요 확보와 전문 운영체계 구축을 통해 충분히 관리 가능한 영역이다. 오히려 지금처럼 생산 기반 부재로 인한 기회비용이 더 크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금 대구는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연구 중심 도시에 머무를 것인가, 아니면 생산과 사업화까지 아우르는 산업 도시로 도약할 것인가. BGMP 구축은 단순한 시설 투자가 아니다. 이는 대구의 산업 구조를 바꾸고, 미래 먹거리를 만드는 전략적 선택이다. 300억원으로 2조원을 만드는 기회, 지금이 바로 실행할 때다.

    2026-04-19 14:47:36

  •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42> 머나먼 중국 땅에서 고향집을 그리며 청음 김상헌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42> 머나먼 중국 땅에서 고향집을 그리며 청음 김상헌

    '북단송음'의 소나무 우거진 북단은 경복궁 북문인 신무문 밖에 있는 회맹단(會盟壇)이다. 현재는 청와대 구역에 포함되어 있다. 회맹단은 공신을 녹훈한 뒤 구리쟁반에 담은 피를 마시며 충성을 맹세하는 회맹제를 치렀던 제단이다. 공신회맹단, 맹단이라고 했고 한양 북쪽이어서 북단으로 불렀다. 영조 때 '한양도성도'에 표시되어 있는 것을 보면 서울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장소였다. 그림 가운데 부분의 넓은 빈터에 사각형으로 도드라진 곳이 회맹단이다. 위로는 솔숲과 백악산을 그렸고, 아래로는 경복궁 소나무가 빽빽하다. 회맹단 바로 아래 갓 쓴 두 양반과 활과 화살통을 멘 소년은 근처의 활터로 가눈 중이다. 왼쪽에 '북단송음 겸재'로 제목과 서명이 있다. 특별한 명승지도 아닌 이곳을 겸재 정선은 왜 그림으로 그렸을까? 회맹단에서 가까운 청운동에 살았던 청음(淸陰) 김상헌(1570-1652)이 중국에서 지은 시에 '회맹단'이 있기 때문 아닐까 추정해 본다. 김상헌은 청나라의 파병 요구에 반대하는 상소를 올렸다는 이유로 1640년 청나라 군대에 의해 심양으로 끌려가 6년이나 억류되어 있었다. 이 때 서울의 집을 그리워하며 지었다. 도성 북쪽 흰 모래 깎은 듯 평평한데/ 네모진 제단 쌓인 것은 예로부터 그러했네/ 나라가 선 이후에는 바로 일이 있었으나/ 일 지나고 사람 없어 텅 빈 채로 적막하네/ 달빛 희고 바람 맑으니 좋은 벗이 찾아와/ 산보하고 소요하니 즐거움 끝이 없었네/ 나의 집은 소 울음 들릴 만큼 가까운 곳에 있으니/ 어느 날에나 돌아가 지팡이 짚고 거닐어 보나 城陰白沙平如削 妥帖方壇自古昔 有國由來卽有事 事過無人空寂寞 月白風淸良友至 散步逍遙樂未已 吾家住在一牛鳴 何日歸來試杖履 정선은 김상헌의 후손들과 가까웠다. 김상헌의 증손자인 김창협, 김창흡, 김창업 등 안동 김씨 집안의 도움으로 벼슬길에 들어서게 되고 이들의 후원을 받으며 화가로 활동한다. '북단송음'은 먹색이 유난히 짙고 흑백의 대비가 선명한 매우 삼엄한 수묵화다. 김상헌의 시에 의거해 그의 후손인 안동 김씨 집안의 누군가를 위해 이 부채그림을 그렸을 것 같다. 대구의 미술사연구자

    2026-04-19 12:31:34

  • [매일춘추] 감동은 음악에 있지 않다

    [매일춘추] 감동은 음악에 있지 않다

    우리는 종종 아름다움이 대상 안에 있다고 믿는다. 좋은 음악은 아름답고, 훌륭한 연주는 감동을 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좋은 곡을 찾고, 더 완벽하게 연주하려 애쓴다. 마치 감동이 이미 그 안에 완성되어 있는 것처럼. 하지만 공연을 거듭할수록, 그 믿음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같은 곡을 연주해도 어떤 날은 객석이 깊이 가라앉고, 어떤 날은 그렇지 않다. 연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그날의 공기와 반응은 분명히 다르다. 나는 늘 고민한다. 어떻게 하면 내가 느낀 음악의 본질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지, 그리고 그것을 청중에게 어떻게 전할 수 있을지. 해설을 할 때면 더 조심스러워진다. 내 생각이 누군가의 감상을 제한하는 것은 아닐까. 음악은 듣는 사람마다 다르게 살아나야 하는데, 나의 해석이 그 가능성을 좁히지는 않을까. 그래서 점점 무엇을 말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여백을 남길 것인가를 더 고민하게 된다. 공연이 끝난 뒤, 관객들의 반응을 들으며 한 가지 분명해지는 사실이 있다. 같은 음악을 듣고도 사람들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연주자의 의도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게 되었다고 한다. 어떤 이에게는 특정한 장면만 깊이 남는다. 음악은 하나였지만, 경험은 결코 하나가 아니다. 이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어쩌면 감동은 음악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듣는 사람 안에서 일어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음악은 소리로 존재하지만, 그 의미는 각자의 기억과 상태 속에서 새롭게 만들어진다. 그래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무엇을 전달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상태를 만들 것인가에 대해. 하나의 감정을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느낄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것. 연주는 감정을 규정하는 일이 아니라, 감정이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일에 가깝다는 것을. 공연장에서는 때때로 묘한 순간이 찾아온다. 아무도 서로를 바라보지 않지만, 같은 흐름 안에 들어와 있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다. 각자가 느끼는 감정은 다르지만, 그 감정들이 동시에 살아나는 시간. 그 안에서는 연주자와 청중, 그리고 서로 다른 개인들 사이의 경계가 잠시 흐려진다. 그 순간은 대개 아주 조용하게 시작된다. 작은 움직임도 멈추고, 공간 전체가 하나의 호흡처럼 느껴진다. 누구도 서로를 의식하지 않지만, 모두가 같은 방향을 향해 있다는 감각이 분명히 존재한다. 나는 그 순간이 예술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같은 감정을 느끼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서로 다른 감정이 하나의 흐름 안에 들어가는 순간은 분명히 존재한다. 우리는 음악을 듣는다고 생각하지만, 그 시간 동안 자기 자신을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그리고 그 순간,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같은 공간 안에 함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아름다움은 음악에 있지 않다. 그것을 듣는 사람 안에서, 그리고 그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어떤 상태 속에서 비로소 생겨난다.

    2026-04-18 21:25:58

  • [사설] 울릉·영양·군위군, 단독 광역 의석 꼭 있어야 한다

    [사설] 울릉·영양·군위군, 단독 광역 의석 꼭 있어야 한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가 17일 본회에서 6·3 지방선거 선거구 획정(劃定) 법안 처리를 목표로 여야 협상 중이다. 현재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 확대 및 통합특별시 의회 구성 등이 여야 간 쟁점이지만, 대구경북인들은 '인구 비례 원칙'을 기계적으로 적용(適用)하는 바람에 울릉·군위·영양 등 지역 특수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할 선거구마저 단독 광역 의원이 없어질까 봐 크게 우려한다. 작년 10월 헌법재판소는 "인구가 법정 기준에 미달하는 단독 선거구 유지는 '1표 가치 평등 원칙'에 어긋난다"고 결정했다. 정개특위가 헌재 결정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경북 울릉군과 영양군을 비롯해 대구시로 편입(編入)된 군위군 등 전국 여러 지역이 '광역의회 단독 의원'을 잃게 된다. 인구 비례 원칙은 옳다. 문제는 지역 특수성(特殊性)이다. 울릉군은 섬이라는 특성이 있고, 우리 영토의 막내인 독도를 포함하는 행정 구역이다. 만약 울릉군 단독 광역의회 의석이 사라진다면 섬 지역 특수성을 행정에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고, 국제적으로 대한민국의 영토 수호(守護) 의지 약화로 비칠 수 있다. 현재 독도는 독도경비대가 지키고 있지만 경찰력만으로 영토를 지키기는 어렵다. 국민적 관심과 제도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공직선거법은 시·도의원 선거구 획정 시 인구수 외에도 행정구역·지세·교통 여건 등을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인구 비례 원칙이 절대 기준으로 작용한다. 그 결과 면적은 넓지만 인구가 적은 농산어촌 지역이나 도서 지역(島嶼地域) 선거구는 통폐합이 잇따랐다. 결과적으로 한 명의 지방의원이 담당하는 범위가 과도하게 넓어져 민의(民意) 반영에 한계를 노출했다. 울릉군을 비롯해 대구시로 편입된 군위, 인구 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 영양군이 이런 위기에 처해 있다. 국회는 선거구 획정에서 '인구 비례'라는 기계적 접근에서 벗어나 지역의 특수성을 적극 반영해 주기 바란다. 헌재 결정을 존중하되, 민주주의 본질을 지키는 지혜를 발휘할 때이다.

    2026-04-17 05:00:00

  • [사설] IMF 국가부채 증가 강력 경고, 이래도 정부는 '추경' 탐닉할 텐가

    [사설] IMF 국가부채 증가 강력 경고, 이래도 정부는 '추경' 탐닉할 텐가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14일 발간한 '재정모니터'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정부부채 비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다시 한번 강력한 경고음을 울렸다. IMF는 특히 한국과 벨기에를 콕 집어 부채 비율이 상당 폭 불어날 국가로 지목하며, 중기적으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63%대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5개월 전보다 경고의 수위가 한층 높아진 것으로, 우리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깊어졌음을 보여 준다. 긍정적인 지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 호황과 물가상승률 반영으로 명목성장률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면서, GDP 대비 부채 비율 전망치 자체는 종전보다 소폭 하향 조정됐다. 기획예산처는 "전략적 재정 운용의 성과"라고 자평했으나, 이는 일시적인 '모수(母數)의 증대'에 따른 착시(錯視) 현상일 뿐 재정 구조 자체의 개선으로 보긴 어렵다. 오히려 IMF는 한국이 과거의 탄탄한 재정 여력(fiscal space)을 소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근 집행한 26조2천억원 규모의 1차 추경에 이어 벌써 2차 추경 논의가 나오고 있는 것은 그 심각성을 방증한다. 1차 추경은 늘어난 세수로 감당 가능했다지만, 2차 추경은 적자 재정 편성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미 정부 총지출이 800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2차 추경 편성은 결국 적자 국채 발행으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 이는 IMF가 우려한 부채 증가 속도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일본과 스페인이 우호적인 금리와 성장에 힘입어 부채 비율을 낮춰 가는 것과 대조적으로, 한국은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복지 지출 급증 속에 '추경 중독'에 빠져 재정 통제력을 상실해 가고 있다. 세수 결손이 반복되고 중동 분쟁 등 대외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현 상황에서 재정은 위기 대응의 '마지막 보루(堡壘)'로 남겨 둬야 마땅하다. 재정 준칙(準則)의 법제화 등 제도적 안전장치 마련을 서둘러야 하며, 선심성 예산 편성을 지양하고 재정 지출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뼈를 깎는 노력과 함께 책임 있는 국정 운영 자세가 필요하다.

    2026-04-17 05:00:00

  • [사설] '미토스 쇼크', 국가안보 차원 대응책 마련해야

    미국 기업 앤트로픽이 최근 공개한 차세대 인공지능(AI) 모델 '미토스'의 유례없는 성능과 속도가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가공할 속도로 시스템의 보안 취약점을 찾아내 공격까지 수행할 수 있어서다. 인간이 몇 개월 걸려 찾아내던 '제로데이(방어망이 없는 미공개 취약점)'를 몇 시간 만에 찾아내 공격용 코드까지 제작한다. 전문가가 취약점을 찾아내 기업이 수정(修整) 패치를 배포하면 사용자가 적용하는 순차적 방식의 대응이 완전히 무너지게 된다. 안전한 보안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금융·통신·플랫폼이 고도로 디지털화한 한국 상황은 훨씬 위태롭다. 한 곳만 뚫리면 전체 시스템이 무너질 수 있다. 한국은 라자루스 그룹 등 북한 해커 조직의 공격 대상이다. 이들은 은행, 가상자산 거래소, 소프트웨어 공급망까지 광범위하게 침투해 왔다. 최근 양상(樣相)은 더 정교해졌다. 딥페이크 영상으로 화상회의를 위장하거나 가짜 IT 인력으로 기업에 잠입하는 방식까지 등장했다. 코드 해킹 수준이 아니라 사람을 해킹하는 단계로 진화한 것이다. 장기 침투·자금 탈취·공급망 공격에 특화된 북한 해커와 미토스가 결합한다면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북한 해커들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악성코드를 배포하는 방식으로 공격해 왔는데, AI와 결합되면 공격 준비기간이 필요 없고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무차별 공격도 가능해진다. 골든타임조차 사라진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결제, 송금, 인증이 복잡하게 얽힌 금융 시스템이 위험하다. 미국과 유럽의 금융당국이 동시 대응에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위협은 기업이 감당할 수준을 넘어섰다. 마케팅 차원에서 미토스 위협을 과장(誇張)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위험 자체를 부인할 수는 없다. 전문가들이 '제로 트러스트(아무도 신뢰하지 않고, 매 접근마다 검증하는 보안 체계)'를 강조하는 이유다. 미토스는 새로운 AI 모델 이름이 아니라 사이버 공격이 기계의 영역으로 넘어갔다는 신호다. 신속한 국가안보 차원의 대응이 절실하다.

    2026-04-17 05:00:00

  • [관풍루] '대장동 사건' 수사 검사, "내가 떳떳함을 밝힐 길은 XX뿐"이라며 극단적 시도

    ○…'대장동 사건' 수사 검사, "내가 떳떳함을 밝힐 길은 XX뿐"이라며 극단적 시도. 신장 절제 수술 후 입원 치료 중인 당사자에게 국조특위가 동행명령장 발부, 누구를 위한 피도 눈물도 없는 국정조사인지…. ○…경기교육감 선거, 경기교육혁신연대 중재로 진보 후보 단일화 여론조사 방식 확정. 좌파는 똘똘뭉쳐 흥하고, '제 잘난 맛에 사는' 우파는 분열로 망하는 선거공식 고착화되나. ○…아프가니스탄 탈레반과 파키스탄 무력 충돌로 두 달 가까이 막힌 식량·의약품 수송로 지역 원로(元老) 간 협상으로 재개통. 고매한 어르신들이 무능한 국가보다 낫다는 것 확인.

    2026-04-17 05:00:00

  • [날씨] 4월 17일(금)

    [날씨] 4월 17일(금) "흐리고 비"

    2026-04-16 19:16:38

  • [백정우의 읽거나 읽히거나] 시대의 파멸을 경고하는 어떤 목소리

    [백정우의 읽거나 읽히거나] 시대의 파멸을 경고하는 어떤 목소리

    번역자가 영문학자 김성곤 교수였다. 내겐 영화에 해박한, 특히 할리우드 영화 속 상징과 은유를 탁월하게 그려낸 것으로 더 기억되는 이름이었다. 의도한 듯 복잡하면서 정교하고, 난해하면서도 선명한 상징체계가 애리조나 사막 도마뱀 껍질처럼 불친절하게 뒤엉켜 달라붙은 책의 마지막 장에 이르렀을 때, 김성곤 교수가 쏘아 올린 영화 해석의 바탕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 수 있었다. 두말할 것도 없이 토머스 핀천이었다. 1960년대 미국을 엔트로피의 세계관으로 묘사한 토머스 핀천의 『제49호 품목의 경매』는 느닷없이 서부 재벌의 유산 공동관리인이 된 한 여인의 행적을 통해 일그러진 미국의 꿈을 애통해하는 소설이다. 책을 읽으며 떠올린 것은 코엔 형제였다. 기상천외한 세계를 묘사해야 하는 창작자의 고통을 표현했고, 무수한 상징과 난해한 미장센이 뒤섞여 혼란을 야기했을지언정 코엔 형제의 가장 빛나는 한 때를 상징하는 〈바톤 핑크〉 말이다. 『제49호 품목의 경매』는 소란스럽고 선정적이면서 비릿한 점액질로 가득하다. 토머스 핀천은 모종의 계략에(빠졌다고 확신하는) 공동관리인 에디파 앞에 온갖 형상을 도열하는데, 아름답고 찬란한 것은 신기루일 뿐 하나같이 추하고 악취 풍기는 것들이라는 사실을 확인시킬 따름이다. 친절과 무례의 모호한 경계를 넘나드는 이야기는 걸핏하면 에디파를 욕망의 신전으로 밀어 넣는다. 시종일관 그녀가 만나는 남성들에게서 신사다운 품위나 교양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그러니까 한 줌 단서를 쥐고 육체와 거래하려는 저열한 자들의 세계를 환상방황(環狀彷徨)할 뿐인 여인. 예컨대 에디파의 고문변호사 로즈만은 식탁에서 다리를 건드리고, 또 다른 공공관리인 메츠거는 노골적으로 유혹하며, 주주총회장에서 만난 쌍둥이 노인은 거침없이 그녀의 허벅지를 더듬는다. 대체 이 과도한 소란은 다 뭐란 말인가? 온갖 진통을 겪고서야 에디파는 약음기 달린 나팔이 상징인 트리스테로(Tristero)의 실체에 다가선다. 트리스테로는 소외와 상속권을 박탈당한 계층을 지칭하는데, "1853년 이전 특정한 시기에 미국에 등장했고, 검은 옷을 입은 무법자나 인디언으로 가장해서 포니 익스프레스, 웰스 앤드 파고 컴퍼니 등의 공식 우편제도와 맞섰다." 즉 에디파가 만난 다양한 은유와 상징을 묶을 수 있는 건 트리스테로 밖에 없었다는 것. 책의 마지막, 에디파는 미국 사회가 닫힌 세계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환락과 폭력과 과도한 자부심 아래 숨죽인 소외계층들, 이를테면 에다파가 만나는 빈민, 병든 선원, 용접공, 야경꾼, 동성애자, 창녀는 아메리칸 드림이 배태한 짙은 그림자에 다름 아니다. 토머스 핀천은 공업물리학 장학생으로 코넬 대학에 입학한 공학도였고, 보잉사에서도 근무한 전력답게 과학 이론을 소설에 대입해 은유로 사용했다. 1966년 쓰인 이 소설에서 핀천은 우리의 세상이 거대한 매트릭스와 다름없다는 통찰을 보여준다. 자신이 알고 믿어온 세계는 허구이며 진실이 따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에디파를 통해서. 『제49호 품목의 경매』는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과 매튜 펄의 『단테클럽』과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 등에 많은 영향을 끼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소설의 시작과 끝이면서 독자의 호기심을 부른 '제49호 품목'은 끝내 허구를 쫓는 사람들을 희롱하는 일종의 맥거핀(MacGuffin: 핵심으로 위장하여 관심을 끄는 트릭)이 아니었을까?

    2026-04-16 16:5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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