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16 18:46:52
올해 10월 공소청 출범을 앞두고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보완수사권 논의도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형사소송법에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남겨 두면 검찰개혁은 실패한 것이라는 주장에 공감하는 분들도 많지만, 다른 한편 형사소송법에서 검사의 수사권을 완전히 배제할 경우 발생할 부작용을 우려하는 분들도 많다. 보완수사권 논의를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바라봐야 할까. '보완수사권'과 '수사보완권'은 같은 뜻일까. 새롭게 시행될 공소청법 제4조에서는 검사를 '공익의 대표자'로 규정하면서 8가지 직무를 부여하고 있는데, 공소청 검사로서 가장 중요한 직무는 '공소제기 여부 결정 및 유지'와 '법원에 대한 법령의 정당한 적용 청구'일 것이다. 그런데 검사가 1차 수사기관의 결과만으로 공소제기 여부나 정확한 죄명을 판단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보완수사권 논의는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1차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에 의문이 있다면, 의문을 가진 검사가 직접 사건 관계자의 진술을 듣거나 추가 증거를 수집하는 게 가장 효율적일 것이다. 특히 시간적 제약이 있는 구속사건이나 공소시효가 임박한 사건이라면 한가하게 1차 수사기관에 보완수사를 요구하고 그 결과를 기다릴 시간이 없다. 더욱이 기소에 충분하다고 판단한 1차 수사기관으로서는 보완수사 요구를 받아도 기존의 확증 편향으로 형식적 보완수사를 실시할 가능성이 있고, 이는 결국 재보완수사 요구 등 '사건 핑퐁'으로 연결될 우려가 크다. 그렇다면 답은 명확해진다. 100% 완벽할 수 없는 1차 수사기관의 과오나 수사 미진을 시정해야 한다면, 수사 미진 상태라도 사건을 송치받은 검사로서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고 법원에 대해 정당한 법령의 적용을 청구해야 한다면, 그 검사가 직접 '수사보완'을 할 수 있도록 책임과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을 남겨 두면 직접수사개시권이 남용될 경우의 폐해가 고스란히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는 무분별한 별건 수사를 원천 차단할 수 있도록 보완수사가 가능한 범위를 법제화하거나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사건심의위원회 설치 등 내외부적 통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검사의 보완수사권은 고등검찰청 단계에서 불기소 처분에 불복한 항고인이나 범죄 피해자의 권리구제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고소인 또는 고발인은 검사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 항고하여 그 처분의 적법성을 다툴 수 있고, 향후 시행될 공소청법에서도 항고 제도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그런데 만약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고등검찰청에서 항고가 이유 있다고 인정하여 직접 경정(更正)을 하려면 기존의 불기소 처분을 번복할 만한 추가 수사가 필요한데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없다면 고등검찰청 검사는 수사 미진에도 불구하고 처분만을 바꾸거나 아니면 추가 수사를 위해 사건을 1차 수사기관에 이송해야 하므로 결국 공소청법상 규정된 '직접 경정'이 아닌 '보완수사요구'만 하게 되는 이상한 결론에 이르게 될 것이다. 한마디로 보완수사권이 없다면 공소청법상 항고 제도는 유지될 수 없다. '보완수사권'은 '권한'의 문제가 아니라 수사기관의 '책임' 문제다. 범죄를 당한 피해자가 고통 속에서 하세월을 보내게 하지 않도록, 자신의 억울함을 풀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항고 제도가 유명무실화되지 않도록 검사는 최선을 다해 '수사보완'을 해야 할 책임이 있고, 그것이 법치국가의 책무라 할 것이다.
2026-06-16 15:04:22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대구지역회의(부의장 신철범) 여성위원회(위원장 김혜경)는 13일 '여성자문위원과 북한이탈주민이 함께하는 멘토-멘티 캠프'를 개최했다. 60여 명의 자문위원과 북한이탈주민이 참여한 이번 행사는 멘토-멘티가 캠프를 통해 상호 소통 및 유대 관계를 강화하고, 멘토-멘티의 안정적 유지를 위해 진행됐다. 김혜경 여성위원장은 "오늘 이 캠프가 혼자가 아니라 함께 걷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며 "여성위원회는 늘 곁에서 응원하고 함께 하겠다"고 했다. 신철범 대구부의장은 "문화체험을 통한 이번 캠프가 멘토와 멘티가 함께 성장하며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얻는 뜻깊은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격려했다.
2026-06-16 13:24:40
어릴 적 아버지를 따라 밤길을 걷곤 했다. 개울가를 지나 달빛 내린 소로를 걷다 보면 아버지는 가끔 이런 말씀을 하셨다. "야백은 수다." 밤에 보이는 흰색은 물이니 조심하라는 뜻이었다. 실제로 그랬다. 캄캄한 들판과 산자락은 하나의 어둠으로 잠겨 있었지만, 달빛을 받은 물길만은 유난히 희게 떠올랐다. 지금도 밤길을 걷다 보면 가끔 그 말씀이 떠오른다. 사진을 하면서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빛에 마음이 갔다. 좋은 빛을 만나면 셔터 누르기 바빴다. 그땐 세상이 달리 보였다. 사람들은 대개 밝은 곳에 시선을 둔다. 빛은 사물을 드러내고 흰색은 형태를 선명하게 만든다. 백(白)은 비움과 여백의 미학으로 이야기된다.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고 사물의 본질에 다가가게 하는 감각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흑(黑)은 무엇일까. 흔히 검은색은 어둠과 부재의 색으로 여겨진다. 빛이 닿지 못한 자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처럼 생각된다. 그러나 사진을 하며 만난 흑은 조금 달랐다. 빛과 어둠의 경계에서 태어난 그 색은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이 아니다. 다만 보이지 않을 뿐이고, 다르게 보이는 것이다. 나는 이상하게도 그림자를 오래 바라보곤 했다. 길 위에 드리운 그림자, 벽에 비친 그림자, 창가에 길게 늘어진 그림자. 시선은 밝은 곳보다 어두운 곳에 더 오래 머물렀다. 내가 사진을 하며 만난 검은색은 비어 있지 않았다. 어두운 부분에는 보이지 않는 시간이 머문다. 기억이 스며 있고, 말해지지 않은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 밝은 면이 사물의 형태를 드러낸다면, 어두운 곳은 사물의 깊이와 밀도를 품는다. 그림자 역시 그렇다. 그림자는 빛의 반대편에 있는 것이 아니다. 빛이 있어야 그림자가 생긴다. 그림자는 빛이 남긴 흔적이며 존재의 또 다른 얼굴이다. 진광불휘(眞光不輝), 진정한 빛은 스스로 빛나려 하지 않는다. 좋은 빛은 눈을 현혹하지 않는다. 조용히 사물을 드러낼 뿐이다. 좋은 사진도 마찬가지다. 과장하지 않고 설명하려 들지 않는다. 다만 오래 바라보게 만든다. 생각해 보면 사람도 그렇다. 누구나 밝은 면을 드러내며 살아가지만, 한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은 쉽게 보이지 않는 부분들이다. 지나온 시간과 상처, 기억과 침묵 같은 것들 말이다. 아버지의 말씀처럼 밤에는 물이 맨 먼저 눈에 띈다. 그러나 그 물을 보이게 하는 것은 달빛만이 아니다. 물을 둘러싼 깊은 어둠이 함께 있어야 비로소 그 흰빛도 드러난다. 빛은 세상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림자는 그 세상을 이해하게 만든다. 검은색은 비어 있지 않다.
2026-06-16 11:26:31
[사설] 지표 착시 속 퇴보 경북 2대 경제 축, 자립형 산업 생태계 구축 절실
경북 경제를 견인하는 양대(兩大) 축인 포항과 구미의 경제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 한때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경제 도시로 손꼽혔지만, 철강과 전자라는 과거의 영광에만 안주한 이들 도시의 실상은 참담(慘澹)하다. 지표의 착시를 걷어 낸 이들 두 도시는 이미 산업 생태계와 골목 상권이 붕괴되고, 청년 유출이 심화하면서 '지역 소멸' 위기를 걱정해야 할 수준이다. 구미국가산업단지는 지난해 생산액이 전성기의 99.7% 수준을 회복하고 방위산업과 반도체 분야를 중심으로 16조1천42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고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2만 명(21.3%)이 넘는 근로자가 증발한 '고용 없는 성장'일 뿐이다. 구미는 과거 대기업들이 핵심 연구개발(R&D)과 기획 기능은 수도권에 둔 채 조립·생산 라인으로만 활용했던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 대기업이 떠나자마자 2천여 개에 달하는 50인 미만 영세 소기업들의 가동률이 반 토막 나며 하청 생태계가 사실상 붕괴됐다. 지난 3월 말 기준 구미산단의 전체 가동률 역시 64.3%로 전국 34개 국가산단 중 33위로 꼴찌 수준이다. 포항 역시 반세기 넘게 포스코에만 의지해 온 경제구조에서 벗어나 에코프로와 포스코퓨처엠을 필두로 11조원이 넘는 2차전지 투자를 끌어내는 등 분투했으나, 글로벌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한파와 포스코의 실적 악화가 맞물리며 지역 경기가 좀처럼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법인 지방소득세가 3년 사이 62%나 급감하며 골목 경제가 얼어붙은 것이다. 더구나 포항이 본사 이전을 둘러싼 소모적인 갈등과 수소환원제철 부지 인허가 지연 등 행정 공백(空白)이 겹친 사이에 포스코의 수조원대 미래 핵심 투자가 전남 광양으로 대거 쏠리는 치명적인 결과를 맞닥뜨렸다. 양질의 일자리가 메마르자 구미의 청년 고용률은 34.5%로 주저앉았고, 포항은 지난 10년간 유출 인구의 90%가 청년층에 집중되며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산업단지의 위기가 노동자들의 지갑을 닫게 만들고, 이것이 곧바로 인근 식당과 소매점 등 골목상권의 숨통을 조이는 악순환의 고리가 됐다. 그나마 최근 구미는 방산과 반도체, 포항은 수소환원제철 분야와 신규 원전 유치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회생의 불씨가 보이는 것은 천만다행이지만, 이 역시 핵심 설계와 R&D 기능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언제든 짐을 싸서 떠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이제 당국의 정책 패러다임은 '얼마를 유치했는가'에서 '지역에 무엇을 남겼는가'라는 질적 지표로 전환돼야 한다. 본사 기능과 핵심 연구 조직이 지역에 단단히 고정되는 '앵커 기업' 중심의 자립형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다. 기업과 인재가 지역을 떠날 수 없게 만드는 '정착(定着)의 구조'를 만드는 데 사활을 걸어야 할 것이다.
2026-06-16 05:00:00
[사설] 6·3 선거 의문 제기·특검 요구를 왜 '음모론'으로 몰아가나
6·3 지방선거에서 투표지 부족, 쌍둥이 득표, 후보 간 득표수 바꿔 입력, 선거인 명부(名簿) 누락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정치권은 이를 민주주의 위기로 인식하지 않는 것 같다. 이재명 대통령은 "참으로 황당하다. 국정조사와 검경 수사로 진상을 밝혀야 한다"면서도 야당이 요구하는 특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내부는 당권 싸움에 집중하느라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는 안중(眼中)에 없는 듯하다. 11일 우재준 최고위원이 지도부 총사퇴를 제안한 데 이어, 15일 양향자 최고위원도 지도부를 '좀비'에 비유하며 총사퇴를 제안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최고위원이 당 지도부를 흔드는 엉뚱한 짓으로 시간을 소비할 때는 아니라고 본다. 두 최고위원이 선거 결과에 책임을 느낀다면 본인들이 사퇴하면 될 일이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6·3 지방선거에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로 출마하면서도 당 최고위원직을 내려놓지 않아 비판받지 않았나.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겨냥해 "공당의 대표가 극우 유튜버 등이 만들어 낸 부정선거 음모론을 이용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한다"고 주장했다. 친한동훈 성향의 논객 조갑제는 "장동혁 같은 부정선거론자는 일체의 공직에서 몰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투표지 부족, 쌍둥이 득표, 후보 간 득표수 바꿔 입력, 선거인 명부 누락 등을 비판하고, 특검과 재선거를 주장하는 것이 부정선거 음모론인가? 김용태 의원과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의 주장이야말로 민주주의 위기에 대한 국민의 정당한 의문을 '음모론'으로 몰아감으로써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의 본질을 가리는 것 아닌가. 두 사람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체제에 반대한다고 해서, 6·3 지방선거 논란까지 이런 입장을 취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인천 송도 등 일부 지역의 쌍둥이 득표에 대해 통계적 의혹을 제기하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계산이 아니라 주술"이라고 비판했다. 각각 다른 선거동에서 쌍둥이 득표는 나올 수 있는 우연인데, 그걸 장 대표가 과장했다는 것이다. 각 통계학자들 주장대로 100분의 1이든, 5억분의 1이든, 5조분의 1이든 쌍둥이 득표가 우연히 나올 수는 있다. 그러나 확률상 나올 수 있음이 곧 "투개표가 공정하고 투명했다"는 증거가 될 수는 없다. 투개표 과정에 납득하기 힘든 의문이 있으면 검증해야 민주주의에 부합한다. 지금 재선거를 외치는 청년들,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지적하는 논객들은 밑도 끝도 없는 괴담(怪談)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다. 이번에 불거진 문제들을 검증하고 바로잡자는 것이다. 그것은 주권자의 정당한 권리이다.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이 발생했음에도 그저 '부주의' '우연'이라는 선관위 설명을 그대로 믿는다면 오히려 '주술'일 것이다. 걸핏하면 '부정선거'라는 주장도 반사회적이만, 실체적 의혹에 대한 문제 제기를 '부정선거 음모론'이라며 입을 막는 것도 반사회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지금은 정파적(政派的) 유불리가 아니라 대한민국 민주주의 수호라는 대의(大義)에 집중해야 한다. 여야 정치인들과 언론들은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의혹에 대한 특검법 국회 통과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야당 주도 특검으로 의혹을 낱낱이 해소하는 것만이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키는 유일한 길이다. 5천만원 상당의 돈을 묶었던 관봉권 띠지가 사라진 것을 놓고 90일간 특검(안권섭 특검)을 했다. 하물며 이번 의혹은 선거 문제다.
2026-06-16 05:00:00
[관풍루]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 대통령 두고 '월드 클래스 지도자로 자리매김'이라며 추켜세워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 대통령 두고 '월드 클래스 지도자로 자리매김'이라며 추켜세워. '정권은 짧다' 했다가 '이재명 보유국'에 이어 '자랑스러운 세계적 지도자'까지. 속마음 뱉었다가 주워 담으려니 바쁘다 바빠. ○…국힘 지지도 민주당에 오차범위 밖 우세 여론조사 결과 나와. 국힘, 지선 전 20%대서 40%대로 급등. 양당 모두 수준 이하인 건 맞지만 당 지지도까지 이렇게 널뛰기하는 건…. ○…미국-이란 종전 양해각서 합의. 고유가·고환율·고물가 '3중고' 감내해야 했던 국민과 경제엔 다행. 다만 또 어떤 기상천외한 트럼프발(發) 전후 청구서 날아들지가 걱정.
2026-06-16 05:00:00
2026-06-15 18:58:48
[김명옥의 동아시아 신화에서 역사로] 중원의 동이족 국가들 (1) 서국과 서언왕
◆중원의 두 동이국가 북홍산·남양저중국은 지금 홍산문화를 북방의 대표 문화로, 양저문화를 남방의 대표 문화로 높이면서 북홍산(北紅山) 남양저(南良渚)라고 부른다. 홍산문화와 양저문화는 이미 국가 수준의 사회 조직을 갖춘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 자신들을 "56개 민족으로 이루어진 다민족 통일국가"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홍산과 양저문화를 현대 중국의 기원 또는 모태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홍산문화는 동이족의 한 갈래인 배달족의 문화이며, 양저문화 또한 장강 유역 동이족의 문화이다. 홍산문화를 이룩한 배달족의 후손들이 서기전 2333년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홍익인간)"는 이념으로 고조선을 건국했을 때 황하 중상류 지역은 오제(五帝) 중 네 번째인 요(堯)임금 시대였다. 요임금 또한 동이족으로 알려져 있다. 고조선이 중국 동북지역을 다스리는 동안 황하 중상류에서는 요임금과 역시 동이족인 순임금이 뒤를 이었다가 구주(九州)를 개척한 우(禹)임금에게 선양했다. 우임금은 공자가 삼대(三代)라고 크게 높였던 하·은·주(夏殷周)의 첫 머리인 하(夏)나라를 건국했다. 현재 중국은 우임금의 개척한 구주(九州)가 마치 중원 전체였던 것처럼 묘사하지만 이는 뒤로 갈수록 과거의 강역을 크게 그리는 중국 역사학의 특징을 말해주는 것이고, 실제 구주는 황하 중상류를 벗어나지 못하였다.(지도) 이 하나라는 한족(漢族) 국가일까? 아닐까? 현재 중국학자들은 한족의 기원에 대해 밝히지 못하고 있다. ◆하나라 임금을 쫓아낸 동이족 예(羿)고조선 건국 이후 황하 중상류와 중하류에 거주하던 동이족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이들은 해당 지역들을 차지하고 하나라와 경쟁하였다. 하나라는 동이족 국가임이 분명한 은(殷)에게 멸망하는데 은(殷)이 최초의 동이족 국가는 아니다. 『후한서(後漢書)』 「동이열전 서문」에는 은나라 이전의 동이족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이 「서문」은 동이족에 관한 체계적인 글이지만 축약과 춘추필법이 심해 행간을 잘 읽어야 한다. 이 「서문」에서는 하나라 3대 임금인 태강(太康)이 덕(德)을 잃자 "이인(夷人)들이 처음으로 배반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는데, 이인들이란 물론 동이족이다. 이 구절에 대해 당나라 장회태자 이현(李賢)은 태강이 놀이와 사냥에만 빠져 백성들의 '먹사니즘'을 외면했기 때문에 예(羿)가 태강을 쫓아냈다고 주석을 달았다. 태강을 쫓아낸 인물이 유궁씨(有窮氏) 후예(后羿)라는 기록들이 다수 전해지고 있다. 이 예는 『산해경』에도 등장한다. 동이족의 인문지리서이자 신화집인 『산해경』은 동이족 천자인 제준이 예에게 붉은활과 흰 깃털이 달린 화살을 주면서 하계(下界)를 돕게 했고, 예는 하계의 온갖 어려움을 없애거나 구해준다. 중국 신화학자 원가(袁珂)는 이 기록에 주석을 달아 『산해경』에 나오는 예는 하나라 태강을 쫓아낸 유궁씨(有窮氏) 후예(后羿)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태강 때 이인들이 배반했다는 「동이열전 서문」에 대한 이현의 주석은 태강을 쫓아낸 예(유궁씨 부락의 후예)가 동이족임을 말해준다. 후예(后羿)는 이예(夷羿)라고도 불리는데, 이(夷)는 물론 동이를 뜻한다. 후(后)는 선양(禪讓)으로 즉위한 하(夏)나라 왕을 뜻하는 존호로서 후예는 유궁씨의 수령이다. 「동이열전 서문」의 이인들의 수령인 후예와 『산해경』의 예가 서로 동일인물일 가능성을 크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은나라를 건국한 동이족 탕왕「동이열전 서문」의 후예는 은나라 이전에 존재했던 동이족 정치 세력의 실체를 알려준다. 즉 동이는 하나라 임금 태강이 무도하다는 이유로 쫓아낼 만큼 하나라와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더 힘 있는 정치 세력이었던 것이다. 또한 이후에도 하나라 걸(桀)왕이 향락에 빠져 정사를 돌보지 않자, 동이족인 탕(湯)이 걸왕을 쫓아내고 은(殷)나라를 세웠다. 후예와 탕왕의 사례는 동이족이 하나라 시기 내내 중원에 강력한 정치세력으로서 존재했음을 보여준다. ◆주나라 시대 동이족 국가, 서국그렇다면 대표적인 동이족 국가였던 은(殷)을 주(周)가 멸망시킨 이후에도 동이족 국가들이 존속했을까? 주나라 때 대표적인 동이족 국가는 서국(徐國)이고, 그 대표적 군주가 서언왕(徐偃王)이다. 서국은 회수(淮水) 유역을 중심으로 수백 년 동안 존속한 동이족 국가이다. 서국의 중심지는 오늘날의 강소성(江蘇省)과 안휘성(安徽省) 일대로 비정된다. 『죽서기년(竹書紀年)』과 『좌전(左傳)』에는 서국과 주왕실 및 주변 제후국들의 관계가 기록되어 있다. 『예기(禮記)』 「단궁하(檀弓下)」에는 서구왕(徐駒王)이 황하에 이르렀다는 기사가 보이며, 『좌전』에는 서국이 노(魯)·초(楚)·오(吳) 등과 교류한 기록이 전한다. 또한 서주 시대 청동기 명문에는 서(徐)와 관련된 정벌과 회유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서국이 단순한 부족 집단이 아니라 주나라와 경쟁할 정도의 정치세력이었음을 보여준다. 은나라를 멸망시킨 주(周)나라는 중원의 영토를 다 차지하지 못했다. 〈서주제후국분포도〉를 보면 회수(淮水) 유역 및 그 아래 장강 유역에는 주나라의 힘이 미치지 못했다. 그 지역은 서언왕이 다스렸던 서국(徐國)이었다. 『사기』에 따르면 서언왕은 주나라 5대 목왕(穆王)과 동시대 사람이었다. 중국의 신화학자 원가(袁珂)는 "서(徐)라는 성은 본래 영(贏)에서 나왔는데 이는 중국 고대 동이 민족의 한 갈래이다."라고 했다. 서언왕은 고구려의 주몽처럼 난생신화의 주인공이다. 원가와 장광직(張光直)은 난생신화를 동이족의 신화라고 말한다. ◆난생신화의 주인공, 서언왕장화(張華)가 엮은 『박물지(博物志)』에는 서언왕의 이야기가 나온다. 서국의 궁녀가 임신하여 알을 낳았는데 상서롭지 못하다고 여겨 물가에 버렸다. 그곳에 사는 과부에게는 곡창이라는 개가 있는데, 곡창이 물가에서 버려진 알을 물고 오자, 과부가 그 알을 따뜻하게 덮어주었더니 마침내 알에서 아이가 나왔다. 순자(荀子)는 이에 대해 어릴 때부터 마음대로 "누웠다 일어났다[偃仰:언앙]"해서 이름을 언(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 소식을 들은 서국왕이 언을 궁궐로 데려와서 아들로 삼고, 장성하자 왕위를 물려줬다고 한다. 『박물지』에는 다른 이야기도 전하는데, 서언왕이 상국(上國)으로 가는 길을 내려고 주나라의 제후국인 진(陳)나라와 채(蔡)나라 사이에 운하를 파다가 붉은활과 화살을 얻었는데, 하늘의 상서로움을 얻었다고 여겨 스스로 왕으로 칭했다는 것이다. ◆인의로 36개국을 이끈 서언왕서언왕이 다스리던 서국의 강역은 500리였는데, 인의(仁義)를 행해서 장강(長江)과 회수(淮水) 유역의 36개국의 제후들이 육로로 와서 조공을 바쳤다고 한다. 마침내 서언왕은 구이(九夷)를 거느리고 주나라를 쳐서 서쪽으로 황하의 상류까지 이르렀다. 주 목왕(穆王)은 그의 세력이 강해지는 것을 경계하여 동방 제후들을 분리해서 서언왕에게 다스리게 했다. 이후 목왕은 서쪽으로 순수(巡狩)했는데, 이때 서왕모(西王母)를 만나 즐거움에 빠져 돌아오지 않았다. 그런데 목왕은 서언왕이 난을 일으켰다는 소식을 듣고 조보(造父)에게 천리마인 적기(赤驥)와 녹이(騄耳)를 주어 초나라 왕에게 서언왕을 정벌하라고 명했다. 조보는 하루 만에 초나라에 도착하여 목왕의 명령을 전했다. ◆전쟁을 피한 서언왕이때 『박물지』와 『후한서』 「동이열전」에서는 서언왕이 인자하여 백성들이 전쟁으로 피해를 입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팽성(彭城) 무원현(武原縣) 동산(東山)으로 후퇴했는데, 서언왕을 따라간 백성이 1만 명이나 되었다고 했다. 『한비자』 「오대편(五蠹篇)」에는 서언왕과 서국의 멸망에 대해 단순히 서언왕이 36개국의 제후들에게 땅을 나눠주자, 초나라 문왕이 이를 두려워해서 서국을 정벌한 것이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서언왕이 인의를 실천하였다는 점은 동일하게 나타난다. 『후한서』, 『박물지』, 『한비자』 등 여러 문헌이 공통적으로 서언왕을 인의로운 군주로 기억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동이족이 추구한 정치 이념이 단순한 무력과 정복이 아니라 백성과 덕을 중시하는 가치였음을 보여준다. ◆동이족이 추구한 인의의 정치『예기(禮記)』 중의 한 편인 「왕제(王制)」에서는 이(夷)를 만물의 뿌리로 보며, 생명을 가진 존재를 아끼는 풍속이 있다고 하였다. 『설문해자』에서도 동이를 '동방의 사람들'로 풀이하고, 그 풍속이 어진데 어진 사람은 장수한다고 설명하였다. 이 때문에 동방에는 군자국(君子國), 불사국(不死國), 장수국(長壽國)과 같은 나라가 있다고 전해졌다. 이는 고대부터 동이가 덕과 생명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겼음을 보여준다. 모든 민족에는 본래의 문화와 후대에 변질된 문화가 공존한다. 우리 동이족은 하늘을 경외하며 생명을 중시하는 것을 본래의 문화로 삼아 왔다. 후예가 폭군 태강을 몰아냈고, 탕왕은 걸왕을 무너뜨렸으며, 서언왕은 인의로 36개국의 존경을 받았다. 중국의 여러 문헌이 공통적으로 기억하는 서언왕의 모습 또한 인의(仁義)를 실천한 군주였다. 후예와 탕왕, 그리고 서언왕의 기록은 동이족이 단순한 변방의 부족이 아니라 독자적인 정치세력과 문화를 가진 민족집단이었음을 보여준다. 서국과 서언왕은 고조선의 홍익인간처럼 동이족이 추구한 인의와 생명 존중의 정신을 보여주는 사례이자 보편적 동이 문명을 보여주고 있다. 동방문화대학원 교수
2026-06-15 13:59:35
[사설] 학생은 급감하는데 늘기만 하는 교육교부금, 이대로 둘 수 없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개편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다. 올해 반도체 호황에 따른 대규모 초과 세수(稅收)가 예상되면서 교육교부금도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2016년 43조원이던 교육교부금은 올해 76조원을 넘어섰고, 초과 세수까지 반영되면 80조원을 넘길 수 있다.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자동 배분하는 방식의 교육교부금은 1972년 도입된 이후 안정적 교육재정 확보에 기여했다. 하지만 학령인구는 1972년 1천73만 명에서 올해 492만 명으로 감소했다. 물론 학생 수에 비례해 학교와 학급을 줄일 수 없고, 돌봄과 특수교육 수요는 늘어나며, 안전관리와 시설 유지 비용도 증가한다는 교육계의 우려도 타당한 측면이 있다. 한때 20조원을 웃돌던 교육청 적립 기금도 크게 감소했다고 주장한다. 교육재정이 결코 남아돌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교육재정의 자동 증가를 정당화하지는 못한다. 현장에서는 현금성 복지 확대와 디지털 사업을 둘러싼 효율성 논란들이 반복된다. 국가 교육체계의 재원(財源) 배분 불균형은 더 큰 문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초·중등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OECD 평균을 웃돌지만 대학 단계 공교육비는 OECD 평균에 크게 못 미친다. 정부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를 국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고 한다. 산업계는 반도체 전문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지방대학들은 재정난 속에 생존을 걱정한다. 그런데 교육교부금은 초·중·고교에만 쓸 수 있다. 교육교부금 개편은 무작정 교육재정을 줄이자는 게 아니다. 시대 변화에 맞게 배분 구조를 손질하자는 논의다. 초·중등 교육의 안정적 재원을 유지하면서도 학령인구 변화와 국가 전략 수요를 함께 반영해야 한다. 특히 대학 경쟁력 강화와 AI·반도체 인재 양성에 필요한 투자 여력(餘力)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학생 수가 반으로 줄어든 시대에도 교육재정만 자동으로 늘어나는 제도를 언제까지 유지할 것인가. 교육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재정 구조의 전면적 손질은 불가피하다.
2026-06-15 05:00:00
[사설] 민주당 '법사위 못 내주겠다', 끝까지 '입법 독재' 하겠다는 선언
22대 국회 후반기 원(院) 구성 협상을 시작하기도 전에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여야의 충돌이 격화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회의장은 제1당, 법사위원장은 제2당이 맡아온 오랜 관례를 복원(復元)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법사위원장은 절대 넘겨줄 수 없고, 재정경제기획위원회·정무위원회 위원장도 여당이 맡아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견제를 거부하고 권력을 독점하려는 전횡(專橫)이 아닐 수 없다. 법사위는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을 최종 심사하는 관문으로, 입법 과정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래서 국회는 여야 간 견제와 균형을 위해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서로 다른 정당이 맡는 관행을 오랫동안 유지해 왔다. 이는 입법 권한의 독점을 막고 다수당의 일방적인 폭주(暴走)를 견제하기 위한 안전장치였다. 민주당은 전반기에 이어 후반기에도 법사위원장을 맡겠다고 고집하고 있다. 민주당이 내세운 명분(名分)은 민생 법안과 개혁 입법의 신속한 처리다. 그러나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국민들이 얼마나 될까. 국민의힘은 법사위원장을 계속 움켜쥐려는 민주당을 겨냥해 "정권 연장과 이 대통령 공소취소 특검법 등 정치적 목적의 입법 강행을 위해 국회를 일방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선전포고"라고 비판했다. 여당이 국회의장에 이어 법사위원장까지 차지한다면 입법 과정에 대한 견제 장치는 무력화(無力化)될 수밖에 없다. 국민들은 전반기 국회에서 그런 상황을 지켜봤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위기가 나라 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국제 경제·안보 질서는 급변하고 있다. 국회가 소모적인 정쟁으로 시간을 허비할 때가 아니다. 민주당은 다수 의석의 힘만 앞세워 법사위를 독점하려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법사위원장 배분(配分) 관례를 존중하고 야당과 협의에 나서는 것이 국민이 바라는 성숙한 여당의 모습이다. 민주당은 6·3 지방선거 때 서울시장과 주요 지역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패배한 이유를 돌이켜봐야 한다.
2026-06-15 05:00:00
[사설] '묻지마' 낙관론에 기댄 '빚투' 급증, '영원한 상승'은 없음을 알아야
국내 증시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처럼 요동치고 있다. 하루 만에 수백 포인트가 급락하며 서킷브레이커와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는가 하면, 이튿날에는 역대 최대 폭으로 폭등하며 매수 사이드카가 울리는 전례 없는 급등·급락 장세가 지속되는 중이다. 지난주 코스피지수가 7천400선까지 추락했다가 다시 8천100선으로 급반등하는 이 기괴한 변동성의 배후에는 개인 투자자들의 과도한 '빚투'와 금융권이 경쟁적으로 쏟아낸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자리 잡고 있다. 합리적인 기업 가치 평가가 작동하는 투자 시장이 아니라, 하락이 하락을 부르고 상승이 상승을 부르는 거대한 투기판으로 변질된 형국이다.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시장의 체력을 고갈시키는 '반대매매의 악순환'이다. 38조원에 육박하는 신용공여잔고와 1조6천억원을 웃도는 위탁매매 미수금(未收金)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마찬가지다. 최근 한 달간 시장에 출회된 반대매매 규모만 이미 1조2천억원을 넘어섰고,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은 평시(平時)를 한참 웃도는 10.5%까지 치솟았다. 일각에서는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와 미국·이란 종전 협상 타결 기대감, 그리고 24거래일 연속 매도세를 이어가던 외국인의 뒤늦은 순매수 전환을 들어 증시의 안착을 낙관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 주 18일에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동결 여부와 스페이스X 나스닥 상장에 따른 글로벌 단기 자금 이동 등 대외적 변수들은 여전히 지뢰밭이다. 증권가 일각에서조차 이번 주 코스피 하단을 7천 선까지 열어두며 극심한 주도주 과열 해소 과정을 경고하는 상황에서, 대외 호재에만 기대어 무작정 낙관론에 편승하는 것은 극히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투자자들은 무리한 레버리지 투자가 아니라 냉정하게 빚을 줄여나가야 한다. 당국과 업계 역시 시장 안정성을 해치는 수급 왜곡 요인을 면밀히 점검하고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2026-06-15 05:00:00
[관풍루] 안민석 경기도교육감 당선인, 넷플릭스 시리즈 '참교육'의 가상 조직인 '교권보호국' 신설 논의 제안
○…이재명 대통령 대구경북 행정통합 무산 관련 발언에, 반도체 공장 호남 신설 보도 등 지방선거 끝나자마자 잇따른 대구경북 '패싱' 우려, 의도적 배제 아니고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거죠? ○…안민석 경기도교육감 당선인, 넷플릭스 시리즈 '참교육'의 가상 조직인 '교권보호국' 신설 논의 제안. 드라마 아닌 현실판 교권보호국은 어떨지 벌써 궁금. ○…보건복지부, 20~34세 탈모 치료약 건보 적용 추진 검토. 나이 제한 이유는 청년층이 특히 민감하기 때문이라는데. 나이 든다고 탈모에 둔감해지진 않는데….
2026-06-15 05:00:00
2026-06-14 18:58:32
정부의 신규 원전 건설 방침에 따른 i-SMR(혁신형 SMR) 초도호기(첫 번째 상용 원전)와 대형 원전(2기)의 부지 선정 절차가 진행 중이다. 특히 차세대 원전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i-SMR원전'의 초도호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뜨겁다. 경주시와 기장군이 유치 신청을 했는데 냉철하게 분석해 보면 경제성, 기술적 시너지, 정책적 정합성과 실현 가능성 등 모든 면에서 경주시가 독보적인 최적지임이 자명하다. 그 사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경주는 '원자력산업 주기'가 완성된 국내 유일의 완결형 원자력 클러스터 지역이다. SMR 등 다양한 형태의 소형 원자로와 신형 원자로의 핵심 기술 개발과 실증을 전담할 한국원자력연구원 문무대왕과학연구소가 경주에 건설 중이며 곧 개소를 앞두고 있다. 경주시가 제시한 i-SMR 유치 신청 지역에서 불과 5㎞ 거리에는 SMR 모듈 제작을 위한 SMR 국가산업단지가 조성 중이다. 여기에 SMR을 포함한 모든 원전의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중저준위 방폐장과 방폐장을 운영하는 한국원자력환경공단 본사가 경주에 있다. 또한 50년간 월성 1호기로부터 신월성 2호기까지 6기의 원전이 건설 및 운영돼 왔고 현재 월성 1호기 원전 해체와 월성 2, 3, 4호기 계속 운전을 준비하고 있다. 경주는 원전 건설, 정비, 운영, 사후 관리의 산업 생태계가 조성되어 있다. 원전의 전(全) 산업 주기를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 특히 현재 경주에 조성 중인 SMR 국가산업단지에는 SMR제작지원센터와 SMR인증지원센터도 포함돼 있다. 또한 경주에 조성 중인 중수로해체기술원에는 방사선환경로봇실증센터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i-SMR의 건설, 운영에 로봇을 활용할 수 있고 미래형 원전산업과 로봇산업의 접목이 가능하다. 둘째, 국가 예산을 절감하고 사업을 가장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는 경제적 최적지이다. 경주는 월성원전 및 인접 유휴 부지와 이미 완비된 전력 계통망을 활용할 수 있어, 신규 원전 부지를 선정할 때 발생하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는 2030년대 초 상용화라는 국가적 로드맵을 달성하기 위한 확실한 보증수표이다. 셋째, 포스코와 연계한 '탄소중립 실증 모델'로서 산업적 가치가 매우 높다. i-SMR의 성공을 위해서는 대규모 수요처 확보가 필수적인데 인근 포항의 포스코, 철강산업단지와 연계해 i-SMR에서 생산된 전기와 열을 활용해 청정 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수소환원제철 공정에 투입하는 모델은 대한민국 탄소중립의 혁신적인 이정표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경주 시민의 높은 원전 수용성과 성숙한 시민의식이다. 경주는 지난 50년간 국가 에너지 안보를 위해 원전 시설을 품어 왔으며, 방폐장 유치 과정 등에서 보여준 높은 수용성은 i-SMR 원전 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정부는 국가 에너지 전략의 효율성과 실현 가능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경주가 가진 독보적 장점들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국익을 위해 최선이다. 연구와 실증, 제조와 운영이 한곳에서 이루어지는 경주야말로 i-SMR 초도호기의 가장 완벽한 보금자리다. 대한민국이 미래형 원전산업의 세계적 강자가 되기 위해, 에너지 주권 강화를 위해, 준비된 도시인 경주에 i-SMR의 첫 깃발이 펄럭이기를 간곡히 기대한다.
2026-06-14 14:16:53
사람들은 공연이 무대 위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조명이 켜지고, 연주자가 걸어 나와 첫 음을 연주하는 순간 말이다. 하지만 연주자에게 공연은 훨씬 이전부터 시작된다. 어떤 공연은 몇 달 전부터, 몇 년 전부터 마음속에서 자라난다. 새로운 리사이틀을 준비하며 그 과정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연주하고 싶은 곡들이 있었다. 악보를 펼치고 연습을 시작하면 될 일 같았다. 그러나 곡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바라보다 보니 한 가지 질문이 떠올랐다. '왜 이 곡들인가.' 생각보다 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곡은 좋았지만, 그것만으로는 공연이 되지 않았다. 연주회는 여러 작품을 나열하는 자리가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질문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나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 처음에는 음악에 대한 질문인 줄 알았다. 그러나 생각을 거듭할수록 음악보다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연습실에서 악보를 보다가도, 산책을 하다가도, 같은 질문이 따라왔다. '왜 이 음악을 지금 연주하려 하는가.' 흥미로운 것은 생각을 오래 붙들고 있으면 처음에는 중요해 보이던 것들이 하나씩 떨어져 나간다는 점이다. 그렇게 여러 겹의 생각을 걷어내고 나면 마침내 본질에 가까워진다. 이번 공연에서는 '자유'라는 단어가 남았다. 그리고 그 자유는 누군가로부터 벗어나는 자유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 되는 자유에 가까웠다. 정답을 보다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것. 그 생각에 닿고 나서야 흩어져 있던 곡들이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돌이켜보면 예술은 언제나 그런 과정을 거쳐 태어나는 것 같다. 그림도, 글도, 음악도 어느 날 갑자기 완성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오랜 시간 마음속에서 질문과 사유를 반복하며 자라난 결과다. 관객은 공연 당일의 두 시간을 본다. 그러나 그 뒤에는 보이지 않는 시간이 존재한다. 의심하고, 버리고, 다시 시작하고, 생각을 거듭하는 시간이다. 어쩌면 예술가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좋은 질문을 발견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어떤 질문은 며칠 만에 사라지지만, 어떤 질문은 몇 달, 때로는 몇 년 동안 마음속에 머물며 새로운 작품의 씨앗이 된다. 그리고 그 질문이 충분히 무르익었을 때 비로소 음악은 하나의 형태를 얻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다. 어쩌면 공연은 무대 위에서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의 조용한 시간 속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떤 곡을 연주하느냐가 아니었다. '나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말할 것인가.' 예술은 본질에 닿으려는 그 질문에서 시작된다.
2026-06-14 13:45:03
[교육칼럼] 검증되지 않는 수도권발 AI 학생부 대필 광고 주의보…입시 이후 '나몰라라' 주의
교육부가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한 학생부 대리 작성을 엄단하고 교실 내 평가의 객관성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훈령 개정안을 전격 시행하면서 지역 교육계가 소용돌이치고 있다. 이번 방침은 외부에서 제작해 제출하던 과제형 수행평가를 원천 차단하고 오직 교과 담당 교사가 수업 시간 중 직접 관찰한 사실만을 기록하도록 제한한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수시 전형을 앞둔 대구 주요 학원가 일대에서는 빅데이터 분석을 사칭하며 고액을 요구하는 무자격 컨설팅 업체의 음성적 대필 광고가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어 수요자들의 혼란을 부추긴다. 현행 지침상 제3자의 개입이나 부정한 방식으로 작성된 서술형 기록은 발견 즉시 무효 처리되며 해당 학생과 학교는 성적 비위 규정에 의거해 중징계를 피할 수 없다. 이는 단순한 문장 교정을 넘어 입시 자체의 자격을 박탈당할 수 있는 폭발력을 지닌 만큼 학부모들의 철저한 검증과 주의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더욱이 대입 제도 공정성 강화 기조에 따라 자기소개서가 폐지되고 독서활동과 수상 실적마저 정시와 수시 전형 전반에서 미반영 항목으로 분류되면서, 학생부종합전형의 당락을 결정짓는 실질적 지표는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으로 완전히 압축되었다. 문제는 평가의 중요성이 이처럼 커진 반면, 기재할 수 있는 서술 항목의 총량은 과거와 비교해 사실상 반토막이 났다는 점이다. 고등학교 1학년과 2학년 과정에 적용되는 공통과목의 경우 기존에 학기별로 각각 분리하여 총 1000자까지 적을 수 있었던 분량이 학년 전체를 통틀어 단 500자로 제한됐다. 창의적 체험활동의 진로 분야 역시 종전 700자에서 500자로 감소했고,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도 300자로 줄어들면서 텍스트의 양적 팽창보다는 제한된 분량 내에 얼마나 정교한 학업적 영리함을 담아내느냐가 관건이 됐다. 실제 교육 현장에서 체감하는 심리적 방어선은 이미 한계치에 다다랐다. 대구 지역 수험생들은 "학교 수업 중에 교사가 정한 탐구 주제를 소화하고 이를 개인의 역량과 연결해 증명해야만 겨우 서술형 한 줄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라며 "과거처럼 결과물만 그럴듯하게 제출하던 방식이 전면 차단되면서 평소 수업 집중도와 주도성에 대한 압박감이 평년 대비 치솟았다"고 토로하고 있다. 지역 학부모들 또한 자녀의 대학 진학을 위해 학원가 주변에서 유포되는 십수만 원 상당의 합격자 자동 생성 문구 매뉴얼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던 것이 사실이며, 막상 교육청 설명회에 참석해 보니 인위적인 표현은 입학사정관들의 모니터링 시스템에서 90% 이상 걸러진다는 경고를 듣고 발길을 돌렸으나 지역 내부의 신뢰할 만한 맞춤형 데이터가 턱없이 부족해 답답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 같은 구조 변화 속에서 지역 상위권 수험생들이 경북대학교 의예과나 주요 공과대학 등 선호도가 높은 유망 학과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학업 성취 유무의 나열을 넘어 정밀한 교과 확장성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 20년 이상 현장을 지켜본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예컨대 수학 영역에서 과거에 흔히 쓰이던 기출 풀이 능력 우수와 같은 추상적인 칭찬은 입시 사정관들의 평가 항목에서 철저히 배제된다. 대신 지역의 기후 변화 멀티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 도함수를 활용하고, 3차와 4차 함수의 극대·극소 이론을 정량적으로 대조하는 정밀성을 수업 내에서 입증해야 한다. 더 나아가 연속적인 곡선 설계를 위해 고급 수학 이론인 스플라인 보간법의 조건별 미분가능성을 대수학적으로 규명해 내는 일련의 단계를 400자 내외로 압축해 교사의 관찰 기록으로 남겨야만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과정 중심 평가 지향성과 정반대로 움직이는 거대한 대입 전형의 기형적 엇박자는 일선 고교들이 떠안은 가장 무거운 짐이다. 당장 올해부터 학업성취율이 40% 미만일 경우 졸업 유예 가능성을 열어둔 192학점 기반의 선택형 교육과정이 전면 도입됐으나, 변두리 지역이나 중소규모 학교의 경우 이들을 구제하고 지도할 전담 강사 채용률이 저조한 실정이다. 이로 인해 정규 교사들의 행정 및 수업 부담률은 기존보다 폭증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게다가 교육과정은 학생 개개인의 진로에 맞춘 정성적 과목 선택을 유도하면서도, 정작 대학 입시의 중심축인 정시모집 수능 위주 전형의 40% 의무 선발 비율은 요지부동이어서 고교 현장은 내신과 수능, 까다로워진 학생부 관리까지 삼중고를 상시적으로 감내해야 하는 한계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윤경민 크라스에듀 대표
2026-06-12 11:33:12
[사설] 이젠 대통령 사건 조사 검찰위원회, 브레이크 없는 공소 취소 폭주
법무부가 검찰의 인권 침해와 권한 남용 의혹을 규명하겠다며 '검찰인권존중미래위원회(검찰미래위)'를 발족(發足)했다. 외부 위원 7명으로 구성된 검찰미래위는 첫 번째 조사 대상으로 지난 4월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국회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 기소(起訴)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조사했던 7개 사건을 선정했다. 7개 사건 중 3개(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는 이재명 대통령이 기소된 사건이다. 검찰 수사 과정의 인권 침해를 조사해 진실을 밝히고 반성하며, 검찰권 남용을 막겠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왜 하필 그 첫 번째 조사 대상이 이재명 대통령 사건을 비롯해 김용 전 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 금품 수수 사건과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통계 조작 사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등 현 여권 인사들 또는 친여권 인사들 사건이어야 하나. 지난 4월 민주당은 국정조사를 실시해 이재명 대통령이 관련된 대장동 사건,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등을 조사했다. 그러나 '조작 기소'됐다는 명확한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방북 대가로 돈을 건넸다"는 방용철 전 쌍방울 부회장의 증언과 "연어 술 파티 없었다"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증언(證言)은 기존 수사와 재판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졌음을 보여 주었다. 또 작년 9월부터 서울고검 인권침해점검 TF가 '연어 술 파티' 의혹 등을 조사해 "술자리가 있었다"는 취지(趣旨)의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수사 검사였던 박상용 검사에 대한 직접 조사 없이, 일부 정황(쌍방울 전 이사의 소주 구입)에 무게를 두어 "짜맞추기 조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쌍방울 전 이사가 "자신이 마시기 위해 소주를 샀다"고 증언했음에도 수용하지 않았다. 그래 놓고 또 검찰미래위라는 별도 조직을 만들어 다시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검찰미래위가 검찰 수사가 잘못됐다며 법무부에 공소 취소를 권고(勸告)하고, 법무부는 그 의견을 존중해 검찰에 이 대통령 사건 공소 취소를 요구하는 수순으로 가려는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 앞서 2일 이재명 대통령이 검찰을 향해 "잘못하면 사과하고 취소하는 것"이라고 말했던 점을 상기(想起)하면 더욱 그렇다. 대한민국 어느 국민이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가 문제라며 검찰을 불러다가 국정조사를 벌이고, 수사 과정을 수사하는 TF를 만들고, 특검법을 만들어 자기 사건 '공소 취소'를 획책할 수 있나. 민주당과 법무부가 이 대통령 재판을 없애기 위해 추진하는 행위들은 그 자체로 법 앞의 평등 훼손이며, 권력 사유화, 삼권분립 훼손이다. 이재명 대통령 사건은 재판을 통해 시시비비(是是非非)를 가려야 한다. 어떤 명분을 만들든, 어떤 절차를 거치든 공소 취소로 매듭지을 경우 이 대통령은 자기 사건을 자신이 무죄 판결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2026-06-12 05:00:00
[사설] 수출 호황 속 고용 악화, 정부는 두고만 볼 건가
5월 취업자가 17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제조업 취업자는 23개월 연속 줄었고 감소 폭은 6년여 만에 가장 컸다. 청년 취업자는 코로나19 이후 최대 폭으로 감소했는데, 지난해 70세 이상 취업자는 사상 처음 200만 명을 넘어섰다. 청년은 노동시장에 들어오지 못하고, 노인은 노동시장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우울한 현실이다. 중동전쟁 장기화, 유가 상승, 내수 부진 영향도 적지 않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수출과 성장, 고용이 선순환(善循環)하던 시기도 있었다. 자동차, 조선, 철강이 성장의 주축일 당시 공장이 커질수록 고용도 늘었다.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도 그랬다. 그러나 반도체와 첨단산업은 다르다. 막대한 투자가 이뤄져도 고용 효과는 제한적이다. 한국 경제는 처음으로 '수출 호황 속 고용 악화'라는 낯선 상황을 접하고 있다. 게다가 한쪽에선 첨단산업 호황의 과실을 독식(獨食)하는데 다른 쪽에서는 청년들이 첫 직장조차 구하지 못한다. 정부는 청년 지원 정책과 고용안정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개별 사업 몇 개를 추가하는 것이 아니다. 성장률과 수출 증가를 경제 성과의 핵심 지표로 바라보던 관성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정부가 보는 경제와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 사이의 간극(間隙)부터 직시해야 한다. 이번 고용 통계가 던지는 경고는 단순한 취업자 감소가 아니다. 한국 경제가 직면한 진짜 위기는 성장 둔화가 아니라 고용 유발력이 사라지는 성장이다. 이를 방치한다면 수출은 늘고 기업은 성장하는데 국민은 미래를 낙관하지 못하는 기이한 경제가 고착화할 수 있다.
2026-06-12 05:00:00
[사설] 거액 과징금 얻어맞은 쿠팡, 경영 방식 전면 개선 촉구한다
국내 1위 이커머스 기업 쿠팡이 지난해 11월 발생했던 3천755만 명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과 무단 수집 등의 혐의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역대 최대 규모인 6천246억8천100만원의 과징금 철퇴(鐵槌)를 맞았다. 이번 조사를 통해 드러난 쿠팡의 민낯은 충격적이다. 심각한 보안 불감증과 비윤리적인 사후 대처, 해킹 방치에 증거 인멸까지 도덕적 해이(解弛)의 극치를 보인다. 쿠팡은 탈퇴 즉시 파기해야 할 회원의 배송지 정보 246만 건과 계좌번호 31만 건을 내부 규정까지 어겨 가며 보관하다 유출 피해를 키웠다. 조사가 시작되자 5개월치 웹 접속 로그를 수동으로 삭제해 사실관계 규명을 노골적으로 방해하는 등 명백한 증거 인멸 정황까지 드러났다. 데이터 무단 수집과 노동자 감시 행태도 짚어야 한다. 쿠팡은 고객 1천117만 명의 1천564만 개 웹·앱 방문 기록을 동의 없이 수집해 맞춤형 광고에 활용했다. 경찰청 출입기자단 71명을 블랙리스트에 올렸고, 임직원의 체중 정보를 산재 소송 재판부에 무단으로 제출하는 등 브레이크 없는 일탈을 일삼았다. 고객과 직원을 그저 이윤 창출의 도구이자 통제 대상으로만 취급했다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 쿠팡은 이번 과징금 철퇴를 행정소송 등 얄팍한 법적 다툼으로 모면하려는 오만(傲慢)을 보여선 안 될 것이다. 뼈를 깎는 자성과 함께 무너진 내부 통제 및 보안 시스템을 원점에서 전면 재구축하고 고객 앞에 사죄하는 것만이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방안이다. 고객의 신뢰를 잃은 기업의 화려한 실적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모래성에 불과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아야 한다.
2026-06-12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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