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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춘호의 미각기행] 식혜와 식해 이야기

    [이춘호의 미각기행] 식혜와 식해 이야기

    한국 발효음식에 대한 이야기는 입구만 있고 나오는 문은 없는 것 같다. 파고 파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된장, 고추장, 간장, 김치, 젓갈 등이 코리아 발효식의 리더격. 그 속을 파고드는 두 음식이 있다. 바로 식혜(食醯)와 식해(食醢). 발음이 비슷해 참 구분하기 힘들 것 같다. 한자로만 적어놓으면 무슨 의미인가 싶다. 식혜는 단술, 감주 등으로 불리는 '음청류', 식해는 생선을 베이스로 발효시킨 '젓갈류'로 보면 된다. 생선, 소금, 곡물, 엿기름물을 써서 만든 '어식해'에서 생선과 소금을 빼고 곡물과 엿기름에 물을 많이 써서 만들어 달인 것은 '감주', 밥알을 건져두고 물만 달여 식혀서 여기에 생강즙, 고춧가루, 밥알과 잘게 썬 무 등을 넣어 삭힌 게 식혜다. 전라도는 '젓갈의 본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게 경상도로 넘어오면 '장아찌' 문화로 변주된다. 젓갈도 동해안권으로 오면 식해로 상응된다. 현재 속초의 가자미식해, 영덕의 홍치 밥식해가 투톱을 이룬다. 서해안권이 '새우젓갈', 동해안권, 특히 감포권은 '멸치젓갈', 울진권은 '꽁치젓갈'이 강세를 보인다. ◆식해 연대기 한국의 식해는 워낙 기반이 탄탄해 일본 식문화에 영향을 준다. 음식사학자들은 한국의 젓갈이 일본 스시의 기원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훗날 붕어초밥의 일종인 '후나즈시'로 변형되고 그게 현재 일본의 상징격인 '니기리스시'로 정착된다. 식해와 관련되어 전해 내려오는 일화 하나가 있다. 1079년 중국 송나라 때의 대표적인 시인인 소동파가 필화 사건으로 옥살이를 하게 됐다. 아들과 상의해 옥에 밥을 넣을 때 생명이 위태로우면 식해를 들여보내 위기를 통보키로 사인을 주고받았다. 살림이 궁핍해진 아들은 돈을 빌리려고 친척에게 옥바라지를 부탁하고 먼길을 떠난다. 그런데 이 친척이 전후 사정도 모른채 식해를 옥에 들여보낸다. 소동파는 절망한다. 그는 당시 황제였던 신종에게 시 두 수를 올린다. 그런데 신종이 감화해 소동파의 죄를 감해 좌천한다. 잘 못 들어간 식해가 오히려 전화위복 소동파를 살린 셈이다. ◆젓갈에서 식해로 조선 때는 이 식해를 '어자'(魚鮓), 혹은 '자'(鮓)로도 불렀다. 자는 '젓'이란 의미다. 젓갈이 각종 어패류와 소금이 생산되는 해안지방에서 시작되었지만 이 젓갈이 쌀을 주식으로 하는 전통 벼농사문화권에서 상용되면서 식해로 건너간다. 조선 후기 실학자 성호 이익은 밥이 사용되면 '식해', 소금이 축을 이루면 '염해'(鹽醢)로 구별했다. 염해는 젓갈이다. 식해는 10%의 소금에 엿기름과 밥 등 곡물에다 고춧가루·무를 섞어 담근 거다. 전분이 발효하면서 유산이 생기고, 신맛이 나면서 부패가 방지된다. 젓갈은 소금과 생선이 충돌하면서 생겨나는데 식해로 건너가려면 쌀의 전분이 꼭 필요하다. 곡식 '식'(食)·젓갈 '해'(醢) 자가 합쳐 식해가 된다. 우리의 염장법은 단순히 어패류에 국한하지 않고 육류와 조류 등도 사용됐다. 정조 때는 '해식중미'라는 젓갈도 있었다. 돼지고기로 젓갈을 담근 뒤 그 위에 쌀밥을 얹어 발효시킨 거다. 젓갈은 기능성 장류와도 연동되게 된다. 어패류를 이용한 '어장'(魚醬), 육류를 이용한 '육장'(肉醬), 어패류와 육류를 같이 넣고 담근 '어육장'(魚肉醬) 등으로 나뉘게 된다. 그 가짓수가 무려 140여 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현재 남도밥상에서는 세 종류의 젓갈이 빠지면 맹탕이 된다. 첫째 민물 새우로 담그는 '토하젓', 전어 내장으로 만드는 '밤젓', 마지막은 '황석어젓갈'이다. 굴로 담근 양대 젓갈로는 서해안 '어리굴젓', 그리고 통영권의 '진석화젓'. 한 국에는 참으로 다양한 식해가 많았다. 한국음식사학자 이성우에 따르면 한국의 식해 전통은 1600년대의 음식 문헌에 등장한다고 한다. 함경도에선 가자미, 강원도에선 북어, 황해도에선 도루묵, 강원도 속초 등지에선 오징어로도 만들었다. ◆영덕밥식해 2000년을 넘어서면서 느닷없이 강구 밥식해가 전국적 선풍을 일으킨다. 이게 포항 죽도시장 별미로도 정착을 하게 된다. 영덕밥식해는 지역민에게는 안동식혜 정도로 로컬리티를 갖고 있다. 이 식해는 동해에서 잡은 횟대(홍치), 가자미, 오징어 등을 주재료로 만드는 동해안 전통음식으로 겨울철 별미. 생선의 물기를 말려 적당한 크기로 썰고 엿기름으로 하루 동안 발효시킨다. 발효시킨 다음 기장 고두밥과 채썬 무, 다진 마늘, 생강, 소금, 고춧가루 양념으로 버무려 다시 숙성시키는 이중 발효과정을 거친다. 엿기름은 생선의 뼈를 부드럽게 해 뼈를 통째로 먹을 수 있도록 삭히는 역할을 한다. 이는 단백질과 칼슘이 풍부한 발효식품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부재료다. 그 맛이 '삼콤'하다고 한다. 달콤‧새콤‧매콤한 맛이다. 엿기름 성분의 달콤한 맛과 고춧가루의 매콤함, 발효과정에서 새콤한 맛이 형성된다. 이 식해는 한동안 세인들의 기억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다시 조명을 받게 된 것은 영덕 강구농협 농가주부모임의 노력 덕분이다. 강구농협의 전폭적인 지원도 한몫한다. 횟대밥식해로 시작해 가자미·오징어 밥식해로 늘어났다. ◆일본 스시한테도 영향 고온 다습한 동남아시아에도 염장법이 발달하였다. 말레이시아의 '벨라찬', 인도네시아의 '트라시', 필리핀의 '바고옹 알라망'과 '바고옹 이스다'는 모두 새우젓이다. 액젓으로는 인도네시아의 '케첩 이칸', 말레이시아의 '부두', 베트남의 '느억맘', 태국의 ''남쁠라', 필리핀의 '파티스', 미얀마의 '응아피' 등이 있다. 초창기 일본 스시는 바다 생선이 아니고 민물에 사는 붕어를 밥을 넣고 삭혀 꼭 식해같았다. 이걸 후나즈시라고 하는데 일본 사가현의 대표적 전통음식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 후나즈시류가 요리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패스트푸드형으로 진화된 게 오늘날 우리가 일반적으로 초밥집에서 먹는 니기리스시이다. '니기리'란 일본말로 '쥔다'는 말인데 다시 말해 '손으로 밥알갱이를 먹을만한 크기로 꽉 쥐어 만든 스시'란 의미다. 곽에 넣어 모양을 만들어내면 '하코스시', 배모양으로 만들면 '밧데라스시'. ◆안동식혜 식혜의 경우 여느 고장에서나 맛볼 수 있지만 유독 '안동식혜'가 좌장격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이 두 음식은 발효과학이 들어 있고 결국 오늘의 김치류의 저력을 만드는데 일조한다. 특히 식혜는 이렇다 할 음료수가 없었던 그 시절 어른들에게는 숭늉과 함께 사랑받은 디저트 구실을 한다. 믹서커피 정도의 위상을 갖고 있었다. 안동의 길흉사에서 절대 없어서 안되는 게 식혜다. 특히 안동, 영주, 봉화가 바로 '안동식혜권'이라 보면 된다. 안동식혜는 만드는 방법부터가 대중적 식혜와 차별화된다. 고두밥에다 가로·세로 0.5㎝ 정도로 잘게 썬 무를 잔뜩 넣고 고춧가루 물에 다진 생강을 넣은 후 맥아 가루(엿기름)를 풀고 항아리에 담아 하룻밤 삭혀 식히면 시원하고도 매콤한 안동식혜가 만들어진다. 그러나 일반적인 식혜는 엿기름으로 고두밥을 삭혀내 가마솥에 달여서 밥알이 동동 뜨게 만든 달콤한 음료수와 비슷하다. 식혜는 삭히고 단술은 끓여야 되는 게 차이점이다. 단술은 모계사회 제사풍습에서 유래한다. 술을 못 드시는 조상에겐 제사상에 술 대신 단술을 올렸다. 실학자 이익은 식혜를 제수로 적극 권장하기도 했다. 얼마전 안동 향토음식연구가인 조선행 여사를 와룡면 자택에서 만났다. 실제 만드는 과정을 엿볼 수 있었다. 하룻밤 물에 불렸다가 푹 찐 찹쌀 지에밥(찐밥)에 체에 밭친 엿기름물과 잘게 썬 무와 생강즙, 고춧가루 우린 물을 넣고 고루 섞어 항아리에 담아 저온 발효시킨다. 무를 설탕으로 버무려야 하고 생강이 중심에서 간을 맞춘다는 대목이 흥미로웠다. 밥알이 뭉쳐지면 발효가 어려워진다. 일일이 잘 분리해줘야 한다. 다 발효되면 밥알은 신기하게 삭아서 없어진다. 그 자리에 단맛이 스며든다. 특히 겨울철의 절식으로 쓰였던 것은 감주 계열 식혜와 같이 끓이지 않으므로 삭힌 후 급히 냉각하지 않으면 변질되므로 냉장고가 없었던 옛날에는 겨울이 아니면 만들 수가 없었다. 지금은 계절과 관계없이 만들 수 있다. 영국 엘리자베스여왕이 자신의 예순살 생신상을 안동 하회마을에서 받았는데 그때도 안동식혜를 먹었다. 그때 생신상을 차린 분은 '안동의 황혜성'으로 불리는 조옥화이다. 한때 전주의 1회용 비빔밥 같은 '안동식혜캔'을 개발하려고 했는데 기대했던 맛이 아니라 개발을 포기한다. 여름의 서기(暑氣)가 뼛속까지 파고들고 있다. 그럴수록 우리의 식혜와 식해의 맛은 더욱 절정으로 치닫을 것이다.

    2026-07-15 15:26:14

  •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55>백자 달항아리 같은 김홍도 선(線)의 아름다움, '총석정'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55>백자 달항아리 같은 김홍도 선(線)의 아름다움, '총석정'

    '총석정'은 크지 않은 화첩그림이지만 김홍도의 금강산도 중에서 빠지지 않을 명작이다. 총석정은 북한 땅인 강원도 통천 바닷가에 늘어선 거대한 돌기둥들인 총석(叢石)과 동해를 감상하는 정자다. 화면의 오른쪽 언덕 꼭대기에 그려져 있다. 금강산의 바다 쪽 절경으로, 관동팔경의 제1경으로 꼽혀 겸재 정선부터 많은 화가들이 총석정도를 남겼다. '한국회화소사'(1972년)의 저자인 독시재(讀時齋) 이동주(1917~1997) 선생은 김홍도 명작의 특징을 그의 고유한 필묘(筆描) 자체에서 느껴지는 품격과 아름다움인 선(線)의 맛, 붓을 대지 않은 여백 공간을 창출하고 활용하는 주도면밀한 공간 경영, 화폭에 은은히 감도는 시적 정취, 자신의 주변에 주의를 기울여 그것이 그림 속에 녹아든 현실감각을 들었다. '총석정'의 특징이기도 하다. 김홍도는 주제에 호응하는 선을 창출해냈고 그 선미(線美)는 화가로서의 성숙도에 따라 진화했다. 초기의 신선도는 강약과 농담의 변화가 많은 옷자락이 크게는 중국풍이면서 자신만의 가락이 있었고, 30대부터 유명했던 풍속화는 수수하고 질박한 윤곽선 위주이다. 인물화가 김홍도가 산수화가로 도약한 계기는 정조대왕의 어명이었다. 금강산 탐승 열풍에도 직접 가볼 수 없었던 정조는 화원인 김응환과 김홍도를 보내 그림으로 샅샅이 담아오게 했다. 임금을 대신해 금강산과 관동의 명소를 유람하며 그림으로 보고하는 특별하고도 막중한 임무를 맡은 것이다. 한양에서 출발해 50여 일에 걸친 대 역사(役事)였다. 명소 명소마다 스케치를 남겼으며 완성본은 긴 두루마리의 채색화였다. 정조는 금강산을 그림으로 유람했다. 이때의 스케치로 여겨지는 국중박의 '해동명산도첩'은 일필일획이 현장에 육박하고자 한 정성 어린 사실의 세밀한 묘사적 선이다. '총석정'은 이로부터 7년 후 작품이다. 자연스러운 농담으로 전후의 공간감을 암시한 스스럼없는 바위, 녹색 담채의 물결, 파도가 바위에 부딪친 꼬불꼬불한 물거품, 해풍에 젖은 듯 휘날리는 늘씬한 소나무에 이르기까지 담백하면서도 무한한 깊이가 느껴지는 선의 향연이다. 타원형 머리도장은 '심취호산수(心醉好山水)'. 백자 달항아리의 어진 맛 같은 김홍도의 필선을 따라 총석의 절경에 심취해본다. 대구의 미술사 연구자

    2026-07-15 11:09:24

  • [세풍-이용호] '정치 과잉'은 절제되어야

    [세풍-이용호] '정치 과잉'은 절제되어야

    대한민국이 오늘날의 경제발전과 물질적 풍요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국가 이익을 우선시한 선배 세대의 피땀과 노력 덕분이다. '잘사는 조국'을 만들겠다는 그들의 열망처럼, 현재의 풍요와 긍지가 미래 세대에도 고스란히 이어지길 간절히 기도한다. '잘사는 나라'가 되기만 하면, 모든 걱정거리가 사라질 것으로 믿었다. 그런데 웬걸,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하고, 정신적 가치가 제대로 정립되지 못하다 보니, 걱정은 오히려 늘고 있다. 특히 근년에 두드러지는, 정치가 비정치적 영역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정치 과잉'은 새로운 걱정거리이다. 정치가 대한민국 전체를 집어삼키는 형국이다. 지난달 30일 이재명 대통령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800조원대 '호남 반도체 투자'에 대해, "차별의 고통과 설움을 견뎌내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만들고 지켜온 호남에 대한 역사적, 국민적 보상으로 생각하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투자의 입지 선정은 경제적 원리에 따른 결정이며, 억압 또는 강요는 아니며, 좋게 말하면 '유도', 좀 심하게 말하면 '유인'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결국 이 투자 결정이 정치 논리에 기초하였음을 스스로 고백한 셈이다. 경제에 정치 논리가 작동한 것이다.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 움직임도 마찬가지다. 충분한 공론화 과정 내지 안보 전문가의 의견 수렴 절차를 생략한 채 이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라는 이유로 밀어붙이고 있다. 안보에 정치 논리가 투영된 것이다. 배재고 야구부의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라는 응원이 '5·18 민주화운동'을 조롱한 것으로 비치면서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정치권이 문제를 확대하고 있는데, 특히 지역 정치인의 꼴사나운 훈수는 당혹스럽다. 이미 교육감 선거가 정치의 장으로 변모된 지도 오래다.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 스포츠 정신의 이해,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 등 교육이 담당해야 할 영역에 정치가 끼어든 것이다. 홍명보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과 관련한 파장도 그렇다. 지난달 28일 이 대통령은 축구 국가대표팀의 월드컵 32강 진출이 좌절되자, "능력보다 네 편 내 편을 더 중시해 무능한 사람을 지휘관으로 선발하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라는 글을 공유하였다. 정치권도 이 사태와 관련하여 국회 청문회를 통해 전반적 의문을 밝히겠다고 벼르고 있다. 아무리 그래도 고발 조치니, 연봉 회수니 하는 주장은 지나치다. 대중의 분노에 편승해 축구 관련 문제에 정치가 가세한 것이다. 이러한 '정치 과잉'이 잦아지면 국가경쟁력의 추락 등 많은 부작용을 야기할 것이다. 요즈음 흥행하고 있는 넷플릭스 '참교육'이라는 드라마에서의 통쾌한 해결처럼, 모든 문제가 도깨비방망이처럼 일격에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경제는 경제 논리로, 안보는 안보 논리로, 교육은 교육 논리로 접근해야 경제도, 안보도, 교육도 최상의 결실을 얻을 수 있다. 비록 정치가 국정 전반과 연관된다고 하더라도 정치는 절제되어야 하며, 책임 정치라는 울타리 내에서 기능해야 한다. 마치 정치가 만능 키(key)라도 되는 것처럼 부풀려져 작동하기 시작한다면, 그 관여에 따른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될 것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정치를 사류(四流)라고 한다. 경쟁력이 없고, 대안도 없으며, 자기 이익에만 골몰하며 싸움질만 하는 정치, 이제 더 이상 사류 정치를 받아들일 수 없다. 사류 정치에 대해 '노'(No)라고 행동할 때이다.

    2026-07-15 05:00:00

  • [사설] 초과 세수로 나랏빚부터 갚는 게 후대를 위한 진정한 미래 대응

    정부가 반도체 세수 호황에 힘입어 내년 총지출 규모를 올해보다 10% 이상 늘린 800조원 플러스 알파(+α)로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첫 두 자릿수 증가율이자, 역대 최대 규모다. 하지만 이미 고물가와 부동산 가격 불안이 긴장을 고조시키는 상황에서, 이처럼 천문학적인 재정을 시장에 쏟아붓는 확장 재정 정책은 물가 상승 압력의 임계점(臨界點)을 넘기는 기폭제가 될 수밖에 없어 우려스럽다. 현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를 기록하며 국민이 체감하는 인플레이션 고통이 심각한 지경이다. 여기에 지자체의 전시성 사업, 역대급 경상흑자까지 맞물려 시중의 유동성은 과잉 상태다. 이런 시점에 정부까지 가세해 역대급 확장 재정을 펼친다면 물가 자극과 부작용이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 속, 반도체 사이클에만 나라 살림을 맡기는 계획 역시 무모(無謀)하다. 반도체 호황이 꺾이면 비대해진 지출 구조는 고스란히 국가채무와 미래 세대의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 자명하다. 기획예산처의 '재정 동향' 7월호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기준 중앙정부 채무는 1천345조 2천억원으로, 불과 1년 새 127조 4천억원(10.4%)이나 급증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향후 5년간 한국의 부채비율이 연평균 3%씩 상승해 비기축통화국 중 두 번째로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저출생·고령화로 복지 지출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생산 인구 감소로 중장기 세수 전망은 어둡다. 세수가 예상보다 많이 걷히는 지금 같은 호황기야말로 나랏빚을 미리 갚을 골든타임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초과 세수를 '미래대응기금'이라는 명목으로 소진하기보다 재정 안전판을 두텁게 하는 신중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동안 법정 최저 기준인 30%만 겨우 맞춰 국채를 상환해 온 관행에서 벗어나 의무상환비율을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 후세와 다음 정부가 쓸 수 있는 재정 여력을 남겨두는 것 자체가 가장 확실한 미래 대비 전략임을 명심해야 한다.

    2026-07-15 05:00:00

  • [사설] 검찰·경찰 수장 장기 공백,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

    검찰과 경찰이 장기간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경찰의 경우 2024년 12월 조지호 경찰청장에 대한 탄핵소추안 의결(파면은 2025년 12월) 이후 청장 직무대행 1년 7개월째로 역대 최장 기간 수장(首長) 공백 상태다. 검찰총장도 1년째 대행 체제를 지속하고 있다. 치안과 법질서를 책임지는 국가 핵심 기관이 리더십 부재로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검경(檢警) 수장의 장기 공백은 심각한 문제를 낳는다. 조직의 리더십 부재는 정책 추진력을 떨어뜨린다. 주요 현안에 대한 의사결정도 어렵다. 경찰은 형사소송법 개정, 보완수사권 조정, 자치경찰제 개편 등 굵직한 현안들에 대해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검찰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정부는 오는 10월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출범시키겠다고 한다. 조직의 대전환(大轉換)을 앞두고 있는데도 검찰총장 자리를 1년이나 비워 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공소청법 역시 공소청의 장을 검찰총장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검찰총장을 임명해 조직 개편을 이끌게 하는 게 순리다. 인선(人選) 지연을 둘러싼 뒷말도 무성하다. 경찰의 경우 청장 후보군인 치안정감들에 대한 신뢰 부족으로 한 계급 아래인 치안감을 승진시켜 청장에 앉히기 위해 시간을 끄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검찰 역시 직무대행 체제를 장기화해 법무부를 통한 통제를 강화하려는 것이란 시선이 적지 않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런 의심이 확산되는 것 자체가 청와대 인사의 실패다. 직무대행은 비상시의 한시적(限時的) 장치다. 임기가 보장된 기관장과 다음 인사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직무대행의 권한과 위상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대행 체제가 길어질수록 조직은 책임 있는 결정을 미루게 된다. 구성원들은 눈치 보기와 복지부동(伏地不動)에 빠질 가능성이 커진다. 민생 치안과 범죄 수사, 국민 안전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그 피해는 국민의 몫이다.

    2026-07-15 05:00:00

  • [사설] '3·4·5 경제 대도약', 구조 개혁 없이는 헛구호

    정부가 잠재성장률 3%, 수출 세계 4강, 1인당 국민소득 5만달러 달성을 내건 '3·4·5 경제 대도약'을 제시했다. 국가는 당연히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국민들은 거창한 목표 숫자가 아니라 실현 가능성이 궁금하다. 정부가 올해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를 3.0%로 높인 배경은 인공지능(AI) 투자 확산에 따른 반도체 가격 급등과 사상 최대 수출이다.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외생변수(外生變數)가 빚어낸 호황에 성장률을 내맡긴 셈이다. 잠재성장률을 3%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는 황당할 정도다. 국내외 기관들이 1%대를 전망하는데 정부는 2배가량의 목표를 내놓으면서 노동과 자본, 생산성, 교육, 규제, 산업구조, 인구구조를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방안이 없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을 2.0%에서 3.0%로 올리면서 취업자 증가 전망은 오히려 낮췄다. 반도체 중심 성장이 GDP를 끌어올려도 고용과 내수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국민 체감 경제는 성장률보다 일자리와 소득, 소비에서 결정된다. 성장률 3%보다 당장 폐업 위기에 놓인 자영업자와 얼어붙은 지역 경제를 어떻게 되살릴지가 국민에게는 훨씬 절실(切實)한 과제다. 게다가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 기상이변과 지정학적 갈등에 흔들리는 식량 가격도 큰 변수다. 석유 최고가격제나 식품 할인 행사로 대처할 사안이 아니다. 국가 경쟁력은 그럴싸한 숫자만으로 생겨나는 게 아니다. 생산성을 높이는 구조개혁, 기업 투자 환경 개선, 노동과 교육 혁신, 지역 경제의 경쟁력 등이 축적돼야 잠재성장률도 올라간다. 이런 청사진 없는 '3·4·5'는 국민에게 의문만 품게 한다. 출범 1년을 넘긴 이재명 정부는 반도체 호황, 증시 회복, AI 투자 확대를 경제 성과로 제시하지만 국민이 마주한 현실은 높은 생활비, 부진한 내수, 활기를 잃어 가는 골목상권이다. 뜬구름 같은 비전 제시에 호응(呼應)할 여유조차 없다. 정부가 내놔야 할 것은 '3·4·5'가 아니라 국민 삶의 변화를 이끌어낼 구체적 실행 방안이다.

    2026-07-15 05:00:00

  • [관풍루] 광주 여고생 피살 사건 관련, 부실 수사 및 증거 인멸 등 혐의로 광주 광산경찰서장·형사과장·강력팀장 등 줄줄이 입건 또는 구속

    ○…광주 여고생 피살 사건 관련, 부실 수사 및 증거 인멸 등 혐의로 광주 광산경찰서장·형사과장·강력팀장 등 줄줄이 입건 또는 구속. 민중의 지팡이인 줄 알았는데, 범죄자 도우미였나?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명예훼손' 혐의 방송인 김어준 1심서 벌금 2천만원. 아무리 그래도 그의 말이라면 '복음'처럼 믿는 신도들이 널렸으니 변함없이 '썰'을 풀겠지. ○…노태악 전 선관위원장, 배우자 동반 해외 출장비 2억여원 본인이 '셀프 결재'한 것으로 드러나. 단순 실수 또는 관행이지 부정은 아니라고 둘러대겠지.

    2026-07-15 05:00:00

  • [날씨] 7월 15일(수)

    [날씨] 7월 15일(수) "비 그친 후 차차 맑아짐"

    2026-07-14 18:50:36

  • [기고-노태수] 거룩한 식사

    [기고-노태수] 거룩한 식사

    '나이 든 남자가 혼자 밥 먹을 때/ 울컥, 하고 올라오는 것이 있다/ 큰 덩치로 분식집 메뉴표를 가리고서/ 등 돌리고 라면발을 건져 올리고 있는 그에게,/ 양푼의 식은 밥을 놓고 동생과 눈 흘기며 숟갈 싸움하던/ 그 어린 것이 올라와, 갑자기 목메게 한 것이다.' 황지우 시인의 시 '거룩한 식사'의 전반부이다. 교육비, 생활비, 대출금 등 빠듯한 살림살이가 갈수록 팍팍해질 때, 허기진 속을 라면 한 그릇으로 채우는 이의 마음에는 어떤 감정들이 자리하고 있을까? 그래도 꼬박꼬박 출근할 수 있는 직장이 있다는 안도감과, 적지만 때맞춰 나오는 급여가 주는 약간의 만족감이 쓰린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해 주는 게 아닐까? 현대사회에서 개인 생존의 가장 큰 버팀목은 직업이고, 어떤 일이든 생계를 책임진다는 면에서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은 참으로 진실되다. 그런데 만약 자신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일자리를 잃거나 임금을 제 날짜에 받지 못하는 막막함을 만났을 때 우리는 어떻게 대처하여야 할까? 중동 전쟁으로 전 국민과 기업들이 힘든 상황을 겪어왔다. 특히 영세한 기업과 그 종사자들에게는 이번 전쟁 여파가 더 힘들었을 것이다. 대구시는 민선 9기 출범과 함께 지역 섬유산업 근로자의 고용안정 지원을 위해 20억원 규모의 '버팀이음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대구 섬유산업 사업체 수는 4천682개, 종사자 수 2만2천947명으로 비수도권 1위, 서울·경기에 이어 전국 3위를 차지하며 지역 경제를 이끌어가는 주력 산업 중 하나다. 그러나 중동 전쟁의 영향으로 수출 물류비 인상, 원자재 가격 상승, 원료 공급 부족의 삼중고를 겪고 있다. 이번 '버팀이음 프로젝트'는 섬유산업의 3년 이상 근속자에게 최대 100만원을 지원하는 근로자 안심 패키지와,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대상 근로자에게 최대 150만원을 지원하는 고용유지 생활지원금으로 구성된다. 8월 21일까지 온·오프라인을 통해 신청을 받고, 섬유 코디가 직접 사업체를 방문하여 사업 참여 전반을 지원한다. 지원금은 지역화폐(대구로페이)로 지급되어 골목상권 활성화도 도모한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아우슈비츠에 수용되었던 이탈리아 출신 작가 프리모 레비는 「이것이 인간인가」라는 저서에서 자신이 살아남은 것은 기적에 가까웠다고 이야기한다. 기초 대사량에 턱없이 부족한 식량으로 아사 위기에 내몰리던 그에게, 매일 조금씩 빵을 나눠 주는 그야말로 기적 같은 손길이 다가왔다. 로렌초라는 사람의 인간다운 행위가 자신이 말하는 조그만 행운에 더해져 홀로코스트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게 하였던 것이다. 누군가에게 진정 필요한 도움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정말 적절한 때에 가장 절실한 무언가를 제공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처음 시도해 본 대화에서 AI는 "「버팀」은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행운과 기회가 나를 발견할 수 있도록 그 자리에 계속 서 있는 것"이라 이야기했다. AI가 이렇듯 아름다운 글로 사람을 위로하는데, 하물며 사람이 사람을 향한 연민과 사랑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변화와 성장 더 나은 내일'을 향해 힘차게 대구시정을 시작한 추경호 시장은 제1회 비상경제 대책회의에서 버팀이음 프로젝트를 보고받고 신속한 집행을 지시했다. 민생 안정을 최우선하는 민선 9기 시정 출범과 함께 시작하는 이 사업이 힘든 이들에게 계속 서 있을 수 있게 하는 작지만 확실한 힘이 되기를 바란다.

    2026-07-14 16:23:54

  • [사설] 물·전기에 부지도 걱정인 광주전남 반도체, 그런데도 정부는 속도전

    이재명 정부가 '광주전남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를 광주 군 공항으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국회 국방위원회)은 "청와대의 구상(構想)은 우리 공군의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탁상공론"이라고 비판했다. ▷광주 기지는 조종사를 양성하는 고등비행훈련 기지라는 특수성 ▷광주 기지에 있는 수십 대의 훈련기를 수용할 군 기지를 찾는 데 어려움 ▷유사시 미 항공 전력이 전개되는 한미 공군 공동 운영 기지라는 점 등. '광주전남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는 여러 가지 의문을 낳고 있다. 우선 대규모 반도체 투자 사업을 기업이 아니라 청와대가 먼저 흘린 까닭은 무엇인가. 또 전국에 반도체 산업을 유치(誘致)하려는 지역은 많은데 반도체 공장 가동에 필요한 전기와 물이 부족한 광주전남으로 결정한 배경은 무엇인가. 여기에 정부가 발표한 부지까지 논란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광주전남 클러스터에 필요한 전력이 6.3GW 정도라며 "현재의 전력원을 추가로 조금만 보충하면 채울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업계가 요구하는 원전 증설(增設)에 유보적 입장을 보인 것이다. 현재로서는 서남권의 기존 한빛원전과 재생에너지 등으로 감당 가능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반도체 생산에서는 전력을 얼마나 끌어올 수 있느냐가 아니라 24시간 전력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공급되느냐가 핵심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오직 속도'를 강조하고 있다. 광주 공항 부지가 반도체 공장 부지로 떠오른 것도 그 '속도전'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속도에 매몰(埋沒)되다 보니 정작 전기도, 물도, 부지도 제대로 뒷받침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반도체 공장을 짓자면 애초 댐과 원전을 건설해 인프라를 구축했어야 했다. 평소 댐과 보, 원전에 반감이 컸던 정부·여당이 역시 댐과 원전, 대기업에 반감이 큰 광주전남에 번갯불에 콩 볶듯이 반도체 공장을 짓자니 스텝이 꼬이는 것이다. 국가 명운(命運)이 걸린 프로젝트를 이런 식으로 접근하는 집단은 현 집권 세력 외에는 없을 것이다.

    2026-07-14 05:00:00

  • [사설] 경찰 쇄신만으로 '제2 장윤기 사건' 막을 수 있나

    '장윤기 사건'의 실체가 드러날수록 경찰을 향한 공분(公憤)이 커지고 있다.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는 13일 법정에서 범행 목적이 성범죄였음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그동안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했지만, 검찰 보완(補完)수사로 확보된 증거를 확인한 뒤 '강간 등 살인' 혐의를 모두 시인한 것이다. 경찰은 일반 살인 혐의만 적용해 송치했다. 수사 팀이 검토했던 강간 살인 혐의가 경찰 지휘라인에서 배제됐다는 진술까지 나와 의혹이 확대되고 있다. 장윤기 사건은 경찰의 공신력(公信力)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경찰은 부실 수사와 내부 유착 의혹이 커지자 특별수사단 확대, 수사 쇄신 태스크포스, 내부비리수사대 신설 등 대책을 내놨다. 무너진 신뢰를 조직 몇 개 만든다고 되찾을 수 있을까. 범인의 아버지인 경찰 간부가 증거 인멸에 관여한 정황을 경찰이 아닌 검찰의 보완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는 점은 경찰에 치명적(致命的)이다. 경찰이 밝힌 가족 사건 전수(全數)조사와 내부비리수사대의 실효성도 의문이다. 경찰은 감찰, 사건 문의 금지 제도 등 내부 통제 장치를 갖고 있지만 이번 사건을 막지 못했다. 기존 제도조차 역할을 못 하는데, 새로운 제도가 비리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은 많지 않다. 14만 명이 넘는 경찰 조직을 상대로 전수조사를 하겠다는 계획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보여 주기 식 대책'이란 비판을 받는 이유다. 검경(檢警)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권한은 커졌지만, 조직 기강은 풀어졌다. 경찰관 징계 건수는 2020년 426건에서 지난해 528건으로 증가했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300건을 넘어섰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문책(問責)해야 한다. 여론 무마용 쇄신으로는 공신력을 회복할 수 없다. 정부·여당은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란 정치적 목표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장윤기 사건이 주는 경고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보완수사권 폐지에 앞서 경찰 수사를 어떻게 견제·통제할 것인지부터 답하라.

    2026-07-14 05:00:00

  • [사설] 7천 선 붕괴 코스피, 증시 안전판 무대책 대가는 투자자가 덮어써

    코스피가 13일 9% 가까이 급락하며 7천 선이 무너졌다. 코스피 지수는 6,806.93으로 마감했는데, 지난 5월 6일 7천 선 돌파 이후 이를 밑돈 것은 두 달여 만에 처음이다. 지수는 반도체 '투톱' 급락에 큰 영향을 받았다. 10.7% 떨어진 삼성전자 주가는 25만원대로 밀려났고, 15% 넘게 떨어진 SK하이닉스는 180만원 후반대로 미끄러졌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이날 청와대에서 중국 152조원, 일본 95조원, 미국 80조원 등 주요국 반도체 재정(財政) 지원을 언급하며, "한국도 경쟁국 수준 이상의 재정 지원"을 얘기했지만 반도체 주가는 속절없이 무너졌다. 이번 급락은 일시적 조정(調整)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증시가 '반도체 시장의 파생상품'처럼 흔들린다는 말이 나오는데 과장이 아니다. 13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관련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4종이 일제히 상장 이후 최저가를 기록했다. 하루 거래대금은 10조원을 넘어 전체 ETF 거래의 32%에 육박했고, 코스닥 전체 거래대금까지 넘어섰다. 시장 흐름을 따라가야 할 금융상품이 오히려 시장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반도체 주가는 기업 실적이 아니라 레버리지 ETF, 프로그램 매매, 해외 자금 움직임에 격렬하게 반응하며 변동 폭을 키우고 있다. 문제는 반도체가 아니라 정책이다. 정부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를 미래 성장 동력이라며 투자를 독려(督勵)했고, 금융당국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시장을 뒤흔들 정도로 커지는 동안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등 공약성 정책은 공격적으로 밀어붙이면서 자본시장 안전판은 뒷전으로 미룬 대가를 투자자들이 고스란히 치르는 셈이다. 반도체를 키우는 일만큼 중요한 것은 시장을 지키는 일이다. 필요한 것은 반도체 육성책이 아니라 특정 종목 쏠림과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를 바로잡을 자본시장 개혁이다. 정부가 지금의 경고마저 흘려듣는다면 '반도체 초강국'이라는 구호는 결국 '변동성만 키운 증시'라는 싸늘한 평가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2026-07-14 05:00:00

  • [관풍루] 이재명 대통령,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대규모의 추가 세수를 미래 대응을 위한 전략적인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혀

    ○…정청래 전 민주당 대표, 차기 당대표 선거 출마 선언하면서 "당대표직을 이용해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 대선 승리의 기획자가 되겠다"라고 말해. 글쎄 화장실 갈 때 마음과 나올 때 마음이 같을지…. ○…이재명 대통령,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대규모의 추가 세수를 미래 대응을 위한 전략적인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혀. 후대가 나랏빚에 등골 휘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지금 돈 잔치 하겠다?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 안규백 장관 군무이탈 의혹에 대해 "재소집과 소집해제 일자가 모두 기록돼 있다"며 "제기된 의혹은 모두 허위"라고 주장. 사실이면 병적기록부 공개 못 할 이유 더더욱 없지.

    2026-07-14 05:00:00

  • 교육감을 탄핵하는 방법 [가스인라이팅]

    교육감을 탄핵하는 방법 [가스인라이팅]

    교육감은 4년 동안 해임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교육감은 탄핵 심판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철밥통 중 철밥통인데 교육감 선거에선 좀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유권자 대다수가 후보의 이름조차 모른 채 표를 던진다. 전화 여론조사에서 후보 이름 조차 "모르겠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는 일이 흔하다. 교육감 직선제는 교육 민주화의 상징으로 불린다. 시민이 교육 수장을 직접 고른다는 발상은 오랜 임명 시대를 끝낸 진일보로 칭송 받았다. 이제 임명제로 가자는 소리는 권위주의로의 회귀처럼 들린다. 직접 뽑을수록 더 민주적이고 더 책임 있는 교육이 된다는 믿음은 좀처럼 의심 받지 않는다. 그런데 책임이란 선출된 권력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을 때 그를 끌어내릴 수단이 있어야 비로소 작용한다. 교육감은 제어할 방법이 없다. 선거는 4년에 한 번 심판할 기회를 주는 듯 보이지만 누가 무엇을 했는지 잘 모르는 유권자에게 심판은 너무 어려운 영역이다. 막대한 권한만 넘어가고 그 권한의 사용처를 따져 물을 고리는 끊긴 셈이다. 이 공백을 선거 제도로 메우려는 시도는 늘 있었다. 공영 토론을 늘리고 후보를 단일화하고 선거 비용을 보전해 줬다. 하지만 좀처럼 채워지지 않았다. 후보들은 여전히 수십조 원에 이르는 교육 곳간을 어떻게 나눠 줄 지로 경쟁하고 유권자는 여전히 기표소에서 그 이름을 처음 보게 된다. 형식을 아무리 다듬어도 없던 책임이 생겨나지는 않는다. 교육 자치의 본산으로 꼽히는 미국의 사례를 보자. 50개 주 가운데 교육감을 주민이 직접 뽑는 곳은 12곳에 불과하다. 1920년대에는 70% 넘는 주가 직선제였지만 한 세기에 걸쳐 그 비중은 24%까지 줄었다. 대부분 주에서는 주지사나 교육위원회가 교육감을 임명하고 일을 못하면 해임한다. 한국이 택해야 할 해결책은 멀리 있지 않다. 중앙 정부가 아니라 주민이 직접 뽑은 광역자치단체장이 교육감을 임명하고 그 성패를 함께 짊어지게 하면 유권자는 교육의 책임을 한 사람에게 물을 수 있다. 이것이 덜 민주적이라는 반박이 들어올 지 모른다. 그러나 민주주의 핵심은 표를 던지는 행위가 아니라 책임을 끝까지 추궁하는 능력이며 내 손으로 뽑은 광역자치단체장에게 교육 책임을 따져 묻는 쪽이 훨씬 더 민주적이다. 이 무책임한 교육감 선거의 청구서는 고스란히 공동체의 미래에게 날아온다. 교육감이 바뀔 때마다 교실의 규칙이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혼란을 감당해야 하는 건 결국 유권자다. 영혼 없이 투표에 동참한 대중은 자신들이 지불해야 할 대가가 정확히 무엇인지도 모른 채 매번 같은 파멸의 행보를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교육감 직선제는 교육에 민주주의를 적용한 게 아니라 책임을 지운 것이었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기표소 도장이 아니라 잘못된 결정 앞에서 "이건 당신의 책임"이라고 가리킬 수 있는 한 사람을 갖는 데 있다. 끌어내릴 수 있는 사람에게 교육을 맡기는 것은 후퇴가 아니라 더 정직한 민주주의다. 김민준 프리드먼연구원 주임연구원 〈strong〉* 가스인라이팅(Gas Enlighting)은 매일신문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칼럼 공간입니다. '가스라이팅'은 1930년대 가스등을 사용하던 시절 파생된 용어입니다. 가스등을 조금씩 어둡게 해 누군가를 통제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가스인라이팅'은 그 반대로 등불을 더 밝게 비춰주자는 뜻입니다.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자주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strong〉 〈strong〉** 외부 기고문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strong〉

    2026-07-13 21:29:11

  • [날씨] 7월 14일(화)

    [날씨] 7월 14일(화) "흐리고 한때 비"

    2026-07-13 19:29:54

  • [김명옥의 동아시아 신화에서 역사로] 중원의 동이족 국가들-(2)거국(莒國 ?~BCE 343)

    [김명옥의 동아시아 신화에서 역사로] 중원의 동이족 국가들-(2)거국(莒國 ?~BCE 343)

    ◆중원 지역 성읍의 건설과 동이족 중원에 살았던 동이족들은 무리를 지어 성읍을 세웠다. 성곽으로 둘러싼 도시인 성읍은 정치와 행정의 중심지였다. 고대 전설에 따르면 가장 먼저 성곽을 쌓은 이는 우(禹)임금의 아버지 곤(鯀)이다. 『사기』·『제왕세기』·『세본』 등의 고대 사료에 따르면, 황제(黃帝)는 누조(嫘祖)와 사이에서 두 아들을 낳았는데 첫째가 소호(少昊) 김천씨이고 둘째가 창의(昌意)다. 소호 김천씨는 『삼국사기』 「김유신 열전」은 "신라 사람들은 스스로, "소호김천씨(少昊金天氏)의 후예여서 성(姓)을 김(金)이라 한다"고 말하고 있고, 「김유신 비문」도 "〈김유신은〉 소호의 자손이다"라고 한 것처럼 우리 역사와 직접 연결되는 동이족이다. 첫째 소호가 동이족이면 둘째 창의 역시 동이족이 분명한데 그는 전욱(顓頊)을 낳고, 전욱은 곤(鯀)을 낳았다. 곤의 증조부가 소호와 창의의 부친 황제이고, 조부는 창의이며 소호는 곤의 삼촌이다. 황제, 소호, 창의, 전욱, 곤은 모두 동이족이다. 중원지역 성읍을 건설하고 나아가 고대국가를 형성한 민족은 우리 동이족이라는 뜻이다. ◆곤과 우의 치수와 성읍의 기원 공자가 왕위를 선양했다고 크게 높였던 요(堯)임금도 역시 동이족이다. 요 임금 시대에 22년 동안이나 대홍수가 계속되자 요 임금은 곤에게 치수(治水)를 맡겼다. 곤은 둑을 쌓아 물길을 막으려 했으나 치수에 실패했다. 곤의 치수와 관련해서는 '식양(息壤)'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해진다. 식양은 스스로 자라면서 부풀어 오르는 특징을 가진 신비한 토양이다. 고대 동이족의 신화집인 『산해경(山海經)』의 「해내경(海內經)」에는 곤이 천궁(天宮)에 감춰져 있던 천제(天帝)의 식양(息壤)을 훔쳐 홍수를 막으려다가 죽임을 당했다고 전한다. 이후 그의 몸에서 태어난 아들이 우(禹)인데 그는 부친의 실패를 거울삼아 물길을 터 주는 방식으로 치수에 성공하였다. 요 임금에게 자리를 선양 받았던 순(舜)임금은 중국 학자들도 모두 동이족으로 인정하는데, 우에게 천하를 넘겨주었고 우는 중원의 삼대(三代), 즉 하·은·주(夏殷周)의 첫머리 국가인 하(夏)를 세웠다. 곤과 우가 치수에서 사용했던 둑을 쌓는 토목기술 등이 나중 성곽과 성읍을 쌓는 기원이 되었다는 것이다. 성곽과 성읍은 자기 씨족을 결집시키고, 다른 씨족을 구별하는 역할을 했다. 이러한 성읍들이 연합하여 나라를 이루었는데 성읍의 씨족 가운데 가장 역량 있는 종족이 왕족으로 추대되어 나라를 다스렸다. 고대 하·은·주 3대는 여러 성읍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나라였다. 곤과 우의 치수에서 비롯된 성곽과 성읍이 고대국가의 형성으로 이어진 것이다. ◆새로운 성읍의 개척성읍은 변방을 지키거나 새로운 땅을 개척하기 위해 새로 건설되기도 하였다. 왕족 중 누군가가 왕도(王都)를 떠나 새로운 성읍을 건설하는 분할제도도 있었다. 새로운 성읍의 개척자는 반드시 본래의 씨족과의 관계를 증명하는 휘호(徽號)와 새로운 영토의 관할권, 본래의 씨족 왕족과의 연속성을 보증하는 의식부호나 도구 등을 가지고 출발했다. 본래 종족의 기억과 유대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러한 분할제도를 통해 형성된 성읍국가는 하나라 때에 1만여 국이었다가 동맹이나 전쟁 등을 겪으면서 은나라 때에는 3천여 국, 주나라 무왕 때에는 1천 800여 국으로 줄어들었다. 하·은·주 3국은 성읍국가를 대표하는 힘 있는 국가였지 유일한 국가는 아니었다. 은나라의 갑골문에는 1천 개나 되는 성읍이 확인되는데, 이들은 모두 오늘날 산동성 서부, 하북성 남부, 하남성 동부, 안휘성 부북와 강소성 일대에 있었다. 은나라 갑골문에는 은나라 탕임금이 하나라 걸왕(桀王)을 정벌하고, 주(周) 무왕(武王)이 은나라 주왕(紂王)을 정벌했어도 그 주변의 성읍국가들은 여전히 존재했다고 말해준다. ◆소호의 후예, 거국의 기원주 무왕은 은을 정벌한 후 자신의 친족들과 공신들뿐만 아니라 옛 하나라와 은나라 왕족의 후손들에게도 봉지를 하사하고 제후로 삼았다. 그 중 하나가 지금의 산동반도에 있던 거국(莒國)이었다. 사마천은 『사기』 「진본기」에서 진나라 선조의 성은 영(嬴)인데, 그 후손으로 서씨(徐氏), 담씨(郯氏), 거씨(莒氏) 등이 있다고 했다. 이들의 성씨가 곧 나라 이름이었다. 중국 서진(西晉) 시대 두예(杜預, 222~285)는 『세족(世族)』에서 "거국은 영성이며 소호의 후예"라고 했으니 동이족 국가다. 서국과 담국 역시 동이족 국가이다. 산동성 동남부에 있던 거국은 북쪽으로 제나라와 접했고, 서쪽으로는 노나라와 이웃하였으며, 남쪽으로는 같은 소호의 후손 국가인 담국과 닿아 있었다. 동쪽은 황해가 펼쳐져 있었다. 거국은 소호의 후예라는 점에서 신라왕실과 뿌리가 같다고 볼 수 있는데 거국은 어떠한 문화적 토대 위에서 형성되었을까. ◆선사문화의 계승과 거국거국이 위치한 산동성 동남부 지역은 구석기 시대 이래 거국의 성립까지 후리문화(后李文化 BCE6500~BCE5500), 북신문화(北辛文化BCE5300~BCE4100), 대문구문화(大汶口文化BCE4100~BCE2600), 용산문화(龍山文化BCE2600~BCE2000), 악석문화(岳石文化BCE2000~BCE1600)를 거쳤다. 후리문화에서 악석문화까지 각 문화층의 유물들이 연속적으로 출토되었는데 이는 모두 동이족 문화이다. 주 무왕(武王)은 서기전 1046년 경 은을 멸망시키고 소호의 후손인 자(兹)를 거국에 봉했는데 그가 시조인 자여기(茲輿期)다. 주 무왕이 동이족인 소호의 후손 자여기를 거국에 봉한 것은 그가 은나라의 왕성과 그 주변만 점령했을뿐 거국을 포함한 은나라의 제후국들을 모두 복속시키지 못하였음을 보여준다. 거국은 주대(周代)에만 약 700년간 존속하였는데, 이는 주나라가 동이족의 세력권인 산동반도를 실제로 지배하지 못하였음을 뜻한다. ◆춘추 강국 거국과 제환공춘추시대 유명한 동이족 국가는 서국과 담국이지만 거국도 강국으로 손꼽혔다. 주나라 때 제후국은 7정(七鼎)까지 갖출 수 있었는데 거국은 7정을 갖춘 정식 제후국이었다. 또한 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제(齊)·노(魯)·송(宋)·채(蔡)·정(鄭)·위(衛) 등 여러 나라와 회맹을 맺었는데, 기록으로 확인되는 것만도 30여 차례에 이른다. 거국이 상당한 정치적 위상과 외교적 영향력을 지니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춘추시대 거국은 인근 국가의 귀족은 물론 때로는 군주들도 망명하여 보호를 받았다. '거나라에 있을 때를 잊지 말라'는 뜻의 '물망재거(毋忘在莒)'라는 사자성어는 훗날 춘추시대 첫 번째 패자가 된 제환공(齊桓公)이 공자 시절 거나라로 망명했던 일화에서 유래한 고사다. 당시 제나라는 군주인 양공(襄公)의 폭정, 공손무지(公孫無知)의 양공 시해, 공손무지의 암살 등을 차례로 겪으면서 매우 혼란스러웠다. 신변의 위협을 느낀 양공의 동생 공자 규(糾)는 노나라로, 후에 제환공이 되는 공자 소백(小白)은 거나라로 망명했다. 소백은 거국의 보호를 받다가 제나라 왕위에 공백이 생기자 규를 속여 제나라에 먼저 도착해 왕위에 올랐다. 물망재거의 고사는 당시 거국이 노나라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국력을 가진 국가였음을 알려준다. 실제로 거국은 화폐를 자체적으로 발행할 정도로 부강한 나라였다. ◆거국의 교육 전통거국은 교육열이 매우 높고, 교육 수준 역시 뛰어났다. 이는 여러 기록에서 확인되는데, 그 대표적인 사례가 숙문(叔文)의 일화이다. 숙문은 거국의 재상으로 3년간 재직하고 낙향했다. 그의 어머니는 "너는 3년을 재상으로 있으면서 말과 수레는 많아졌지만, 네가 한 일은 장차 이것으로 끝나게 될 것이다. 내가 듣건대 군자가 시(詩)·서(書)·예(禮)를 배우지 않으면 반드시 사치와 방탕한 마음이 생기고, 소인이 농사를 좋아하지 않으면 반드시 도둑질하는 마음이 생기며, 부인이 길쌈을 좋아하지 않으면 반드시 음란한 행실이 생긴다. 배움을 좋아하는 것은 곡식을 기르는 것과 같고, 새가 날개를 가지는 것과 같다."고 했다. 이는 거국이 교육을 무엇보다 중시한 사회였음을 보여준다. ◆거국에서 유래된 맹강녀 설화 거국은 교육열을 바탕으로 국력을 키워 대국들과 경쟁하였다. 거국은 향(向)나라를 공격하고, 기(纪)나라를 점령했으며, 운(郓)나라를 정벌하고, 담(郯)나라와 싸우는 등 끊임없이 영토를 확장하였다. 이러한 잦은 전쟁은 후대에 다양한 설화를 낳았다. '맹강녀가 장성에서 곡했다'는 맹강녀곡장성(孟姜女哭长城) 이야기도 그중 하나이다. 서기전 550년에 거국과 제나라가 전쟁 중 제나라 장수 기량 (杞梁)이 전사했다. 그의 부인 맹강녀가 남편의 죽음을 슬퍼하며 울자 성벽이 무너졌고, 맹강녀는 마침내 바다에 몸을 던졌다는 이야기다. 지금 중국에서는 이 이야기를 진시황이 만리장성을 쌓을 때 생겨난 이야기로 알려졌지만 거국 시기의 이야기가 후대에 잘못 전해진 것이다. ◆거국의 몰락 원인거국은 춘추시대 유력한 강국 중 하나로서 전성기를 누렸지만 그 이면에는 심각한 사회적 모순이 존재했다. '맹강녀곡장성' 이야기는 잦은 전쟁이 거국을 멸망으로 이끈 요인이었음을 보여준다. 또 다른 요인으로는 잔혹한 노예제도가 있었다. 거국은 노예를 귀족과 함께 순장했으며, 칼을 제작하면 노예의 목을 베어 그 성능을 시험했다. 거국의 가혹한 노예제도는 노예들의 봉기를 불러왔고, 평민들까지 가세하였다. 본래 동이족은 생명을 중시하는 문화를 지녔으나 같은 동이족 국가인 거국은 생명을 경시하는 잔혹한 노예제도 등 때문에 백성들의 원망과 저항을 불러왔고, 결국 멸망의 불씨가 되었다. 거국은 주변 제후국들과의 잦은 전쟁까지 겹치면서 국력이 쇠퇴해 갔다. 『사기』는 기원전 431년 거국의 도읍이 초나라에 함락되었다고 기록한다. 그러나 거국은 곧바로 멸망하지 않았다. 거주박물관의 설명에 따르면, 잔존한 영토는 기원전 343년 제나라에 병합되면서 비로소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졌다. 300년 전 제환공을 보호해 준 거국이 도리어 제나라에게 멸망당한 사실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2026-07-13 14:55:00

  • [매일춘추-임현락] '백 년'과 '1초'

    [매일춘추-임현락] '백 년'과 '1초'

    대구에 정착한 지 어느새 이십 년이 훌쩍 넘었다. '아침에 파란 실 같던 머리카락이 저녁에 눈처럼 하얗게 됐다'는 이백(李白)의 시구절이 이토록 서늘하게 와닿을 줄 몰랐다. 그런데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이 도시가 여전히 낯선 얼굴로 다가오는 것은 왜일까. 경험의 질은 시간의 양을 압도한다. 유년기부터 청년기까지 저장된 기억은 한 인간의 정서적 바탕을 이룬다. 사십이 넘어서야 이곳에 닻을 내렸으니 그럴 만도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의 일상이 학교와 집, 작업실이라는 기능적 공간에만 갇혀 있었던 탓이 크다. 그러던 내게 이 도시의 숨어있는 오랜 결들이 찾아와 말을 걸어왔다. 어느 날, 연구실의 대학원생이 "교수님, 제가 우연히 전시하고 싶은 곳을 찾았는데 한번 봐주실래요? 그런데 일반적인 전시 공간은 아니에요." 호기심에 찾아간 곳은 근대 골목에 있는 무영당(茂英堂). 1930년대 이근무(李根茂)에 의해 조선의 민족자본으로 세워진 대구 최초의 백화점이었다. 낡았지만 단정한 모습으로 세월의 풍파 속에서도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층계를 오르는 순간, 나는 공간이 토해내는 생경한 울림에 빠져들고 말았다. 걸음을 받쳐주는 견고한 돌계단과 껍질이 벗겨진 채 군데군데 허옇게 드러난 벽과 천정의 흔적들은 그 자체가 시간의 화석이었다. 그 사이로 투명하게 스며드는 햇살과 켜켜이 배어 있는 시간의 냄새가 나의 영감을 세차게 흔들었다. 문득 원형이 그나마 남아있을 때, 살아있는 이 건축물 위에 나의 호흡을 심고 싶다는 열망이 차올랐다. 백 년의 무영당과 찰나의 붓질이 만나는 지점, 그렇게 '백 년과 1초'라는 전시가 태어났다. '백 년 건축'이라는 과거의 축과 나의 그림 '1초 수묵'이라는 현재의 선이 시공을 초월하여 조우하는 순간이었다. 나는 과거와 현재가 쉼 없이 버무려지는 그 시공간에 머물며 조용히 거닐었다. 이곳을 중심으로 근대 대구의 시간을 느낄 수 있는 향촌동과 약령시장, 청라언덕과 공구 골목이 사방으로 펼쳐져 있다. 전시장을 나서며 골목길을 만날 때마다 내 안의 세포들은 새로운 기억을 채우느라 바빠졌다. 길에서 만난 오랜 세월을 지켜온 노포들과 미래의 노포들을 서성이며 음식에 깃든 '시간의 맛'도 탐닉했다. 향촌동 골목에서 마주한 단돈 이천 원짜리 잔치국수는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진한 국물에 담긴 연륜과 오랜 수행 같은 풍미는 오감을 깨우기에 충분했다. 나눌 수 있는 추억이 있다는 것은 삶의 커다란 위로이자 기쁨이다. 지나온 인연, 지속되는 인연, 새로이 스치는 인연 모두가 눈부시다. 삶은 아득하고 요원하지만, 결국 타인의 마음속에 기억으로 남아 함께 자란다. 이 찰나의 시간여행을 지금 여기, 대구에 살아서 누릴 수 있다는 것, 참으로 과분한 호사다.

    2026-07-13 09:52:47

  • [사설] 억울한 피해자 못 본 체하겠다는 민주당의 보완수사권 폐지 몰이

    광주 여고생 살인사건(장윤기 사건)을 계기로 검사의 보완(補完)수사권 폐지 반대 여론이 커지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 이어 대한변호사협회도 "민생 사건에선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반대 의견이 속출한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는 보완수사권 폐지를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전당대회 전에 통과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는 12일 "객관적인 시각에서 사건을 다시 들여다볼 수 있는 안전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했다. 피해자의 절규보다 더 강한 논거(論據)는 없다. 경찰은 이 사건을 단순 중상해 사건으로 처리했지만, 검찰이 추가 수사를 통해 성폭행 목적의 범행이란 실체를 밝혔다. 장윤기 사건의 수사 비리도 검찰의 보완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국민들은 이런 사건들을 지켜보면서 보완수사권 폐지에 따른 경찰의 수사권 전횡(專橫)을 우려하고 있다. 여권 강경파의 인식은 여론과 동떨어져 있다. 친여 방송인 김어준 씨는 장윤기 사건을 두고 "1년에 몇 건씩 있는 사건"이라며 언론이 보완수사권 존치를 위한 여론 몰이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괴(駭怪)한 발언이다. 수사 비리가 자주 발생한다면 수사기관 간 견제와 교차 검증 장치를 강화하는 게 마땅하다. 비극적인 사건을 정치적 프레임으로만 해석하는 태도는 피해자를 향한 또 다른 폭력이다. 최강욱 전 의원의 발언은 황당하기 그지없다. 경찰 수사에 문제가 있으면 검사가 언론에 알리면 된다는 것이다. 모경종 의원은 "보완수사권을 폐지해 예외적인 경우까지 모두 막아 버리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했다. 곽상언 의원도 "검찰의 수사권 남용(濫用)을 막겠다고 경찰에 독점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은 더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여당 의원들조차 피해자 보호와 견제 장치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 그럼에도 여권 강경파는 '검찰 개혁 완수'만 외치고 있다. 그 책임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나.

    2026-07-13 05:00:00

  • [사설] 병적기록부 공개 않고 궤변 늘어놓는 안규백, 국민과 국군이 우습나

    안규백 국방장관의 탈영(脫營) 의혹에 대한 의구심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지만, 국방부 관계자를 내세워 "명백한 허위"라는 주장만 할 뿐 정작 본인은 침묵(沈默)을 계속하고 있다. 45만 국군을 지휘하는 대한민국 국방장관으로서 무책임하고 비겁한 행동이라고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힘은 이와 관련, 12일 "당장 국민 앞에 병적기록부를 공개하라. 의혹 해소도, 자진 사퇴도 없다면 국회는 국민의 엄중한 명령에 따라 즉각 탄핵(彈劾) 소추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또 "이러한 결함을 알고도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면, 국정 농단(國政壟斷)과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안 장관에 대한 국회 탄핵 청원은 31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 10일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안 장관은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군무 이탈 의혹 등에 대해 아무런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그 대신 국방부 관계자를 통해 "탈영 (주장)은 명백한 허위"라면서 장관 임기가 끝나면 병적 오류에 대해 정정(訂正) 청구를 하겠다고 밝혔다. "국방장관 신분으로 정정 청구를 한다면 또 다른 논란이 나올 수 있지 않나"라고 했다. 궤변(詭辯)이고 비열(卑劣)한 행태라는 비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안 장관 본인의 개인적 문제에 대해 직접 해명하지 못하고 국방부 관계자를 방패로 내세운 듯한 모양새부터 대한민국 국무위원이자 국방장관으로서 기본 자질 미달이라는 평가가 나올 만하다. 게다가 본인이 '병무 행정의 피해자'라면서 국방장관 신분으로 정정 청구를 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논리 역시 억지스럽다. 탈영 여부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가치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팩트(사실)의 문제이다. 장관이든, 대통령이든, 일반 국민이든 조작이 없다면 '사실'은 달라질 수 없다. 안 장관의 무책임한 침묵과 국방부의 궤변이 계속될수록 이재명 정권에 대한 국민적 불신(不信)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안 장관은 스스로 병적기록부를 공개해 국민적 의혹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 마땅하다.

    2026-07-13 05:00:00

  • [사설] 미봉책으로는 기형적인 '체감 먹거리 고물가' 못 잡는다

    장바구니 물가가 심각할 정도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민생 현장의 비명이 결코 과장이 아님이 수치로 드러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구매력평가(PPP) 기준 물가 수준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가격 수준은 146~147로 OECD 평균(100)보다 47%나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38개 회원국 중 스위스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미국(94), 영국(89), 독일(107), 일본(126) 등 주요 선진국을 모두 제쳤다. 한국 국민의 밥상 물가가 3년 연속 OECD 최상위권에 머물고 있다는 것은 대단히 엄중한 민생 위기다. 한국의 물가 구조도 지극히 기형적이다. 가계 최종 소비(HFC) 물가지수는 85로 OECD 평균을 밑돌고 교통, 문화, 주거 물가 등은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식음료(147)를 비롯해 의복·신발(137), 교육(110) 등 의식주와 생활에 필수적인 품목의 가격만 비정상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전체 물가 지표의 착시 뒤에는 생계형 필수 품목의 '살인적 고물가'가 도사리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체감물가를 잡기 위해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대형마트·전통시장 할인 확대, 비축 물량 조기 방출, 수입 농축산물 할당관세 확대 등을 논의 중이다. 라면 등 가공식품 유통사들의 담합 등 불공정행위를 조사하고, 소비자단체와 협력해 가공식품 원가 분석 및 가격 정보를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들은 대다수 대외 충격을 잠시 늦추는 미봉책(彌縫策)일 뿐이다. 한국의 식료품 물가가 유독 높은 근본 원인 중 하나는 47.9%에 불과한 낮은 식량 자급률과 밀·옥수수 등 주요 곡물의 전량 수입 의존 구조, 그리고 영세한 영농 규모에 따른 낮은 생산성에 있다. 무엇보다 농산물 구매 가격의 절반(49.2%)을 차지하고 일부 품목은 70%를 웃도는 후진적 다단계 유통 구조도 문제다. 생산자는 제값을 받지 못하고 소비자는 폭리를 감당해야 하는 왜곡된 유통망을 혁신하는 일이야말로 정부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2026-07-13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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