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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중동·러우 전쟁 수혜자 북한, 정부 대응책을 묻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의 최대 수혜자 중 하나는 북한이다. 미사일 등 무기 실전 경험도 쌓았고, 파병(派兵)과 탄약 지원의 대가로 경제적 이득도 챙겼다. 러시아와의 협력 관계는 더욱 돈독해졌고, 중국으로부터는 최근 시진핑의 방북 때 사실상 핵 용인을 받았다. 무엇보다 이들 전쟁을 통해 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걸 확인했다. 우크라이나 전선은 북한의 실전 훈련장이었다. 러시아에 공급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수백 발은 실전에서 발사되면서 착탄(着彈) 오차·요격 회피 궤도·전자기 간섭 영향 등 어떤 모의실험으로도 얻기 힘든 데이터를 얻었고, 정확성을 높였다. 전선에 투입된 북한군은 드론 전술과 현대식 지휘통신 체계를 습득했다. 중동 전쟁을 통해선 핵을 가져야 협상 테이블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 핵으로 버티면 협상 당사자로 인정받고 제재 완화, 경제 보상까지 받을 수 있다는 이란의 선례를 목도(目睹)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G7에서 만난 이재명 대통령에게 '북한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때가 됐다' '북한도 핵무기를 현실적으로 보유하기 전 단계에서 뭔가 가능한 조치를 했어야 하는데 못 해서 아쉽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북한은 늦었다'는 자백(自白)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은 이미 핵 능력을 가진 이란의 선례를 봤다. 트럼프의 한계도 봤다. 러우·중동 전쟁은 북한에 많은 걸 줬다. 핵 보유의 당위성, 실전 경험, 미사일 정확성, 중러와의 관계 강화까지. 그러면서 한반도 안보는 더 위험해졌다. 지금은 양국 정상의 '아쉽다'는 한탄이 아닌 긴밀하고 실질적인 대응책이 필요할 때다.

    2026-06-22 05:00:00

  • [사설] 중동 전쟁 끝나도 물가는 고공 행진, 정부는 보고만 있을 건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 소식이 들려오지만 일단 미국과 이란의 종전(終戰) 양해각서(MOU) 체결 이후 국제유가는 빠르게 안정되고 있다. 국내 원유 도입량의 70%를 차지하는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106달러에서 73달러대로 떨어졌다. 중동발 에너지 위기가 최악을 벗어나고 있으나 체감 현실은 다르다. 주유소 기름값은 2천원 안팎에 머물고, 물가는 좀처럼 내려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국제유가 상승에는 즉각 반응하지만 하락 반영까지는 2~3주 이상 걸린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이런 시차(時差)가 아니다. 국제유가 하락에도 해상과 항공 화물 운임은 여전히 비싸서 기업들의 물류비 부담은 줄지 않았다. 건설공사비지수도 상승했고, 아스콘과 아스팔트 제품 가격은 1년 새 30%가량 뛰었다. 유가가 안정돼도 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과거 수준으로 돌아가는 경우는 드물다. 지금껏 물가 상승의 원인을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전쟁 등 외부 변수(變數)에서 찾았는데, 외부 충격이 사라진 뒤에도 물가가 높은 수준에 머문다면 원인 분석부터 달라야 한다. 과거 석유와 원자재 가격이 좌우했던 물가는 외식, 물류, 금융, 의료, 교육 등 서비스 비용에 움직인다. 금융·보험 서비스 비용도 통계 작성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게다가 일부 대기업 성과급 잔치가 부동산 시장마저 흔들고 있다. 물가는 유가보다 더디게 움직이고, 한 번 오른 가격은 내려오지 않는다. 전쟁은 끝났지만 고물가는 유령처럼 떠돈다. 이런 현상이 일시적이 아니라 저물가가 당연했던 시대가 마침내 끝나가는 신호일 수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2026-06-22 05:00:00

  • [사설] 거짓말로 판명된 '연어 술파티', 이제 '조작 기소 특검'도 접으라

    법원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제기한 '연어 술파티' 의혹을 허위(虛僞)로 판단했다. 수원지법은 국민참여재판을 거쳐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이 전 부지사에게 징역 4개월을 선고했다. 이에 따라 연어 술파티 의혹을 근거로 시작된 여권(與圈)의 '조작 기소 특검법안' 추진은 정당성을 상실하게 됐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무죄를 선고했어야 마땅했다"며 특검법을 밀어붙일 태세다. 이번 판결의 의미는 지난 2년 동안 극단의 정쟁을 초래했던 '연어 술파티' 의혹이 처음으로 사법적 검증을 받았고, 허위로 결론이 났다는 점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이 의혹을 근거로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자체가 검찰의 조작(造作) 수사이자 정치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청문회와 여권 내에서조차 '미친 짓'이란 비판이 나왔던 국정조사를 열었고, 담당 검사에 대한 탄핵과 징계를 추진했다. 검찰의 조작 기소 의혹을 수사한다며 '조작 기소 특검법'도 발의했다. '조작 기소 프레임'의 출발점이었던 핵심 의혹이 법원에서 허위로 판단됐으면, 민주당은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자신들의 주장과 다른 판결이 나왔다고 해서 "실질은 무죄"라거나 "항소심에서는 뒤집힐 것"이라고 우기는 것은 사법부 판단에 대한 전면 부정(否定)이다. 민주당은 이번 판결 이후에도 특검 추진을 강변(強辯)하고 있다. 법원이 의혹의 핵심 근거를 부정하는데도 되레 "특검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런 억지가 어디 있나. 특검은 기존 수사와 재판으로 규명하기 어려운 중대한 의혹이 있을 때 도입하는 예외적 제도다. 이미 국정조사와 TF 조사, 법원의 판단까지 나온 사안에 대해 자신들이 원하는 결론을 얻기 위해 특검을 강행하려는 것은 상식을 가진 대다수 국민을 우습게 보는 오만이다. 게다가 조작 기소 특검법은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公訴) 취소 권한이 부여돼 '셀프 면죄부' 비판까지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의혹은 허위로 판명됐다. 그러니 특검 추진을 당장 접어야 한다. 국민 여론은 조작 기소 특검에 대해 부정적이다.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 동반 하락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물론 이번 판결은 검찰 수사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법원은 이 전 지사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위계공무집행방해·지방재정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공소를 기각(棄却)했다. 이는 검찰에겐 뼈아픈 부분이다. 그러나 법원 판단에 대한 선택적 해석은 위험하다. 민주당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판단만 끌어 쓰고 있다. 원하는 결과가 나오면 존중하고, 그렇지 않으면 부정한다. 집권 여당이 앞장서 민주주의의 근간인 사법 독립과 법의 지배를 흔들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연어 술파티' 의혹 제기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조작 기소 특검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

    2026-06-22 05:00:00

  • [관풍루] 지난주 코스피가 9천 선을 돌파한 가운데, 대형주가 이끄는 착시 효과에 가려진 그늘이 깊다 못해 썩어 들어가고 있어

    ○…지난주 코스피가 9천 선을 돌파한 가운데, 대형주가 이끄는 착시 효과에 가려진 그늘이 깊다 못해 썩어 들어가고 있어. 다음 달 1일부터 주가 1천원 밑도는 219개 '동전주' 피의 숙청 시작될 전망. 개미 곡소리 이어지겠네.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을 광주·전라서 시범 시행한 결과 3개월 동안 응급실 미수용 사례가 0건. 진즉 개선했어야 마땅한 '응급실 뺑뺑이', 이제 애먼 생명 놓치는 일은 없어져야. ○…한국 최저임금이 주요 7개국(G7) 평균보다 18%가량 높지만, 생산성은 G7 평균 68.8%에 그친다는 경영계 분석. 최저임금은 자꾸 오르는데 알바보다 못 버는 사장님들 처지가 딱하네.

    2026-06-22 05:00:00

  • [날씨] 6월 22일(월)

    [날씨] 6월 22일(월) "곳에 따라 소나기"

    2026-06-21 18:54:34

  • [매일춘추-김혜령] 나는 내 한 표를 믿고 싶다

    [매일춘추-김혜령] 나는 내 한 표를 믿고 싶다

    지난 지방선거 때 나는 일부러 시간을 내어 투표소를 찾았다. 바쁜 하루였지만 시민으로서 가진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행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투표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작은 안도감이 있었다. 비록 한 표일지라도 나의 의사가 국가 운영에 반영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러나 선거가 끝난 뒤 여러 의혹과 논란들이 이어졌다. 어떤 것은 사실로 확인됐고, 어떤 것은 여전히 논쟁 중이다. 중요한 것은 점점 더 많은 국민들이 선거 결과 자체를 신뢰하지 못하게 됐다는 사실이다. 민주주의는 단순히 투표함이나 개표기로 유지되지 않는다. 국민의 신뢰 위에 세워진다. 결과가 마음에 들어서가 아니라 과정이 공정했다고 믿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작동한다. 얼마 전 집회 현장 영상을 보다가 낯선 장면을 보았다. 피켓과 현수막 사이에 바이올린과 첼로, 관악기가 있었다. 음악가인 내 눈에는 그 모습이 먼저 들어왔다. 보통 악기는 공연장으로 향한다. 연주자는 연습실과 무대를 오간다. 그런데 그날의 악기들은 거리 한복판에 있었다. 누군가는 애국가를 연주했고, 누군가는 노래를 불렀다. 아이를 안고 나온 부모들, 학생들, 직장인들, 노인들까지 저마다의 이유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들의 주장에 모두 동의하느냐는 각자의 판단 영역일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있었다. 그들은 단순한 구경꾼이 아니었다. 자신의 시간을 내고 거리로 나올 만큼 절박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나는 3·15 의거 기념식에서 있었던 한 연설을 다시 찾아보게 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영구집권이라는 헛된 욕망에 사로잡힌 독재정권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송두리째 망가뜨렸다"며 "불의에 저항한 시민들과 학생들을 무자비하게 짓밟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연설을 들으며 한 가지 질문이 떠올랐다. 지금 우리는 과연 국민들이 선거를 신뢰할 수 있는 사회에 살고 있는가. 4·19 혁명은 단순히 선거 기술의 문제가 아니었다. 국민이 국가 시스템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게 됐을 때 일어난 사건이었다. 결국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것은 권력이 아니라 신뢰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조롱도 낙인도 아니다. 철저한 검증이다.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명확히 밝혀야 한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누구든 책임져야 한다. 어떤 정당의 유불리보다 중요한 것은 선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민주주의는 "믿어 달라"는 말로 유지되지 않는다. "확인할 수 있다"는 신뢰로 유지된다. 내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다. 누구도 의심하지 않고 결과를 부정하지 않는 선거, 그리고 국민 모두가 자신의 한 표를 믿을 수 있는 대한민국이다.

    2026-06-21 13:57:38

  • [사설] 청년 목소리 뒷전이고 당 지도부 흔들기 몰두하는 국힘 TK 일부 의원들

    우재준 국민의힘 최고위원(대구 북구갑)이 '가을 전에 지도부 총사퇴'를 거론했다. 지난 11일 지도부 총사퇴를 제안한 데 이어 1주일 만에 또 사퇴론을 꺼낸 것이다. 권영진 의원(대구 달서구병)도 장동혁 대표의 '재선거' 주장에 대해 "당 대표직을 유지하기 위한 빌미로 재선거 국면으로 몰아가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투표지 부족, 쌍둥이 득표, 후보 간 득표수 바꿔 입력, 선거인 명부 누락(漏落) 등은 단순히 선관위 능력 부족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민주주의 위기를 보여 주는 현상이다. 이 심각한 사안에 "큰 문제 아니다"거나 "잘못이지만 재선거나 특검할 사안은 아니다"는 입장은 선거 참정권 훼손과 공정성, 투명성 부재(不在)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국가적 위기인 것이다. 하물며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국가 근간(根幹)에 관한 사안을 앞에 두고 '지도부 총사퇴'를 주장하며 전열을 흔드는 것은 정파적 이익을 위해 국가적 위기를 도외시하는 행태다. 정치인의 언행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와 무관한 경우는 드물다. 설령 장동혁 대표가 '입지 강화'를 위해 선거 논란에 집중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공공선(公共善)과 대의(大義)에 부합한다면 지지해야 마땅하다. 우재준·권영진 의원 등의 당 지도부를 향한 공격 역시 자신들의 '정파적 입장'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우재준은 친한동훈계, 권영진은 친오세훈계로 알려져 있다) 그 자체를 비판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문제는 이 시점에 그들이 장 대표를 흔드는 것이 '대의'에 부합하느냐는 점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금 장동혁 지도부와 싸울 때가 아니다. 올림픽공원에서 '재선거'를 외치며 대한민국 공정성 회복을 요구하는 청년들을 응원하고, '특검이든 재선거든 무엇이라도 하라'는 그들의 요구를 현실에서 구현(具現)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그것이 국민이 국민의힘에 부여한 의무이다.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도 마찬가지다. 선거 관리 부실 또는 부정 의혹 문제가 여야가 입장을 달리할 일인가.

    2026-06-19 05:00:00

  • [사설] 영덕 원전, 경북을 첨단산업 거점으로 육성 정책 뒤따라야

    경북 영덕이 신규 대형 원전(原電) 2기 건설 부지로 선정됐다. 15년 만의 신규 원전 입지 결정이다. 영덕 원전은 인공지능(AI) 시대 대한민국 산업지도 재편(再編)의 상징적 사안이다.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와 서버 수요가 폭증하면서 안정적 전력 확보가 곧 국가 경쟁력인 시대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2배 이상 증가한다고 봤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원전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차세대 원전 개발을 국가 전략사업으로 추진하는 이유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스리마일섬 원전 재가동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구글도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기업과 협력에 나섰다. 빅테크들이 전력 확보를 미래의 핵심 경쟁력으로 인식한 것이다. 2.8GW 규모의 영덕 신규 원전과 경주 월성원전, 울진 한울원전 및 신한울 3·4호기를 연결하면 동해안은 AI 시대에 안정적 전력을 공급하는 기반(基盤)을 갖추게 된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해남에서 재생에너지와 데이터센터, 광주에서 AI와 자율주행, 구미에서 반도체와 피지컬 AI를 강조했다. 에너지와 AI, 첨단 제조를 잇는 산업 전략을 제시한 것인데, 특히 구미에선 수도권 중심의 반도체 생태계를 남부권 반도체 혁신 벨트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구미 반도체와 전자부품, 포항 2차전지와 첨단소재, 대구 로봇산업에 원전이 가세한 시너지가 예상된다. 그러나 낙관론은 금물(禁物)이다. 수십 년간 동해안 원전이 가동됐지만 주변에 첨단산업 클러스터는 형성되지 못했다. 값싼 전력은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다. 영덕 원전은 절호의 기회임에 틀림없지만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달라져야 한다. 5극 3특이 진정한 국가균형발전 전략이라면, 천문학적인 전력망 구축 비용 절감이 가능한 경북을 첨단산업 거점으로 육성해야 한다. 오랜 세월 국가 에너지 안보를 지탱해 온 지역에 대한 응당(應當)한 보상도 뒤따라야 한다. 동해안 원전 벨트의 효용성을 극대화할 지역과 국가 성장전략을 기대해 본다.

    2026-06-19 05:00:00

  • [사설] '패가망신' 죄가 어느 법 몇 조에 있나, 서울경찰청장은 답하라

    6·3 지방선거에서 사상 초유(初有)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벌어졌다. 서울 송파구 등 투표소에선 투표가 중단돼 유권자들은 대기번호표를 받아 들고 오후 10시까지 기다려야 했다. 헌법에 보장된 참정권을 선관위의 무능과 태만 탓에 침해당한 것이다. 이에 분노한 시민들이 잠실 올림픽공원 개표소 앞에 모여 항의 시위를 했다. 그런데 서울경찰청장은 이들을 향해 "아무 생각 없이 불법행위에 동조했다가 공범으로 적용될 경우 '패가망신'(敗家亡身)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패가망신은 '가산을 탕진하고 몸까지 망친다'는 의미의 사자성어다. 봉건·왕정시대도 아니고, 민주공화국에서 서울경찰청장이, 그것도 국가의 중대한 선거 부실에 항의하는 주권자들을 향해 사용할 말이 아니다. 국가권력의 자의적 행사를 막는 '죄형법정주의'에도 정면으로 위배된다. '법률 없이는 범죄도, 형벌도 없다'는 게 우리 헌법, 형법의 기본 중 기본이다. 법전에 존재하지도 않는 '패가망신' 운운하며 국민을 겁박하는 것은 서울경찰청장이라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시위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적(私的) 검문이나 폭력, 모욕 등 위법행위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사·처벌하면 된다. 특수강요·감금·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엄정 수사하겠다는 것에 이론은 없다. 그런데 '집안 망하고 몸까지 망친다'는 감정적·극단적 표현까지 동원해 겁을 주는 것은 문제의 본질인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힘으로 억누르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경찰은 정권과 선관위의 부실을 가리는 방패막이가 아니다. 집회의 자유는 헌법 제21조에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돼 있다. 그런데 우리 국민은 선거를 관리하는 선관위에 의해 참정권을, 법을 집행하는 경찰에 의해 집회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침해당하는 기가 막힌 상황을 연달아 맞았다. 주권자의 시위와 항의를 범죄시하고 겁박하는 경찰은 어느 나라, 누구를 위한 경찰인가. 서울경찰청장은 어느 법 몇 조 몇 항에 의거해 국민에게 패가망신을 경고했는지 답하라.

    2026-06-19 05:00:00

  • [관풍루]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초로 9천피라는 경이적인 고지에 올라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초로 9천피라는 경이적인 고지에 올라. 한국 자본시장의 외연 확대를 보여 주는 대단한 이정표. 그렇다고 당장 닥쳐올 글로벌 긴축 공포나 실물경제의 고통을 막아주진 않으니 경계 또 경계. ○…공정위, 입점업체에 '갑질'한 혐의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의 상생 지원 방안 동의의결(자진시정) 신청 기각. 거액 과징금 피하려 독과점 반칙 행위 돈으로 무마하려는 수작 거부한다는 얘기. ○…미국-이란 종전 양해각서에 호르무즈 해협 무료 통항 기간을 '60일'로 제한 조항 포함돼 있어 논란. 미국은 60일 이후엔 통행료 부과를 묵인하겠다는 건가? 그렇다면 전쟁은 왜 한 거지?

    2026-06-19 05:00:00

  • [날씨] 6월 19일(금)

    [날씨] 6월 19일(금) "곳에 따라 비"

    2026-06-18 18:42:14

  • [여행이 들려주는 마케팅 이야기-하태길]현대미술로 다시 태어난 섬, 나오시마를 걷다

    [여행이 들려주는 마케팅 이야기-하태길]현대미술로 다시 태어난 섬, 나오시마를 걷다

    섬 전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는 곳이 있다. 액자가 걸려 있고 조각 작품이 전시된 미술관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20세기 후반까지만 해도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활력을 잃어가던 작은 섬에 불과했다고 한다. 버려져 가던 섬은 어떻게 전 세계 현대미술 팬들이 방문하는 예술의 섬이 되었을까? 그 답을 찾기 위해 일본 다카마쓰(Takamatsu)로 향했다. 다카마쓰 항구에서 배에 오르자 일본의 지중해라 불리는 세토내해가 펼쳐졌다. 50분쯤 지났을까. 미야노우라항에 가까워질수록 선명해지는 붉은 점이 있었다. 그것은 쿠사마 야요이(Kusama Yayoi)의 빨간 호박이었다. 이곳이 예술의 섬 나오시마라는 것을 알려주는 로고 같았다. 미야노우라항에 내리자마자 빨간 호박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세토내해의 푸른 바다와 하늘이 둥근 창을 통해 조각난 풍경을 선물해주었다. 항구 주변에는 또 하나의 인상적인 작품이 있었다. 흰 철망 구조물로 이루어진 나오시마 파빌리온(Naoshima Pavilion)이다. 구름 조각을 표현한 것일까, 바다에서 어로작업을 하는 그물일까 생각하며 가까이 다가갔다. 수많은 삼각형이 모여 나오시마 섬의 모양을 구현한 파빌리온이었다. 특히 밤이 되면 내부 조명이 켜지고 은은한 빛을 발산하는 등불이 된다. 바다의 어둠과 대비되며 낮보다 더 신비로운 풍경을 만들어 낸다. 나오시마에서는 배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낮에는 빨간 호박, 밤에는 나오시마 파빌리온이라는 예술과 동행한다는 것을 알아챘다. 셔틀버스를 타고 섬을 한 바퀴 돌아 쯔쯔지소에 하차했다.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쿠사마 야요이의 노란 호박을 찾아 나섰다. 흐린 하늘 아래 검은 점무늬를 두른 노란 호박이 세토내해를 배경으로 앉아 있었다. 2021년 8월 태풍 루핏((Lupit)의 강풍과 높은 파도에 휩쓸려 바다로 떠내려간 기사가 떠올랐다. 문득 궁금해졌다. 왜 작가는 작품을 안전한 전시장 안이 아니라 바다 끝에 덩그러니 내놓았을까? 쿠사마는 작품이 자연과 분리된 채 존재하기보다 세토내해의 빛과 바람, 비와 파도 속에서 자연의 일부가 되기를 바랐을 것이다. 예술과 자연이 만나는 순간을 보여 주기 위해서 말이다. 태풍에 떠내려간 사건마저도 어쩌면 자연과 예술이 함께 만들어 낸 뜻밖의 공연이었을 수도 있다. 설치미술의 혁신적인 작가 쿠사마 야요이의 반복되는 점과 호박 이미지는 이제 전 세계인이 알아보는 브랜드가 되었다. 2012년 루이비통(Louis Vuitton)은 쿠사마 야요이와협업을 통해 도트 패턴과 호박 모티프를 가방과 의류에 적용했다. 이는 예술과 브랜드가 서로의 가치를 증폭시키는 공동 브랜딩(Co-branding)의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 소비자는 제품을 구매하는 동시에 예술을 개별적으로 소비하게 되었고 브랜드는 차별화된 정체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10년 뒤인 2023년 두 번째 협업이 진행되었을 때 전 세계 매장은 거대한 도트 무늬 전시장으로 변했다. 하나의 작품이 미술관을 넘어 도시와 거리 그리고 소비자의 일상 속으로 확장된 것이다. 그러나 나오시마에서 만난 호박은 명품 브랜드의 아이콘이기 전에 세토내해의 풍경 속에 몰입된 예술 작품이었다. 그곳에서 호박은 자연의 힘 앞에서 무너지기도 하면서 나오시마가 추구하는 예술과 자연의 관계를 비로소 가장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구현하고 있었다. 호박 주변에는 세계 각지에서 찾아온 관광객들이 모여 있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 있는데 뒤에 있던 캘리포니아 출신의 중년 부부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흐린 날씨 탓에 노을을 보기 어려울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짧은 대화를 나누는 사이, 낯선 여행지의 어색함도 사라졌다. 사람들은 노란 호박 곁에 기대기도 하고, 어깨동무를 하며 저마다의 추억을 사진 속에 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세토내해라는 거대한 캔버스 위에 놓인 노란 호박, 그리고 그 곁에서 웃고 이야기하며 같은 풍경을 공유하는 사람들. 어쩌면 이 모든 장면까지도 작가가 의도한 작품의 일부가 아닐까. 예술은 눈으로 감상하는 대상이 아니라, 그 공간에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기억을 만들어가는 과정까지 품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해변의 야외 정원에는 조각 작품들이 흩어져 있었다. 작품들은 정돈된 전시장 대신 바다와 풀밭, 나무 사이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었다. 나는 보물찾기를 하듯 걸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알록달록한 낙타 조형물이었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선명한 색채를 뽐내는 낙타는 금방이라도 어린아이들을 태우고 사막을 향해 걸어갈 것만 같았다. 조금 더 걷자 화분 모양의 코끼리가 나타나 긴 코를 내밀며 인사했다. 예술의 정원에서는 무생물에게도 말을 건네는 다정한 나를 발견하게 된다. 길 끝에는 유리 구조물 하나가 서 있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 안에서 낯선 사람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왜곡된 내 모습이었다. 몸은 길게 늘어나고 얼굴은 일그러져 있었다. 내가 보는 나와 남이 보는 나는 확연히 다르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작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스스로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언덕 위의 시사이드 갤러리(Seaside Gallary)도 향했다. 세 장의 묵직한 철판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금속은 단단하다는 고정관념을 흔들어 주면서 세토내해의 바람을 눈으로 보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조금 더 걸어가자 파란색 그릇이 화강암으로 쌓은 사각 받침 위에 올려져 있는 구조물이 나타났다. 세토내해를 담아 따뜻한 차 한 잔을 권하는 순간이었다. 여행자인 나는 그릇 안에 감탄을 담고 바다를 바라보며 살아온 나오시마 주민들은 추억을 담고. 예술과 자연이 공존하는 나오시마를 명상하는 자리였다. 절벽 끝으로 이어진 다리를 따라 걷다가 문득 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렸다. 파도와 매일 맞닥트리는 절벽 위에 작은 액자 하나가 걸려 있었다. 첫 느낌은 낯설었다. 시간의 주름이 가득한 바위 주변은 초록 이끼가 매끈하게 붓질하여 바닥을 물들이고 있었다. 액자는 풍경을 방해하지 않았다. 흔히 그림이 액자 안에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생각이 뒤집힌다. 액자는 이미 존재하던 자연이라는 풍경을 작품으로 알아차리라는 초대장이었다. 매일 다른 모습의 바다와 닳아가는 절벽, 그리고 사라졌다 다시 돋아나는 이끼. 풍경은 그림 액자와 달리 한순간도 같은 모습으로 머물지 않는다. 예술은 미술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는 곳에 이미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절벽에 있던 액자가 말해주고 있었다. 섬 전체가 미술관이라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그 깨달음은 이우환(Lee Ufan) 미술관에서 더욱 깊어졌다. 섬 곳곳에 자리한 여러 미술관 가운데서도 유독 강한 인상을 남긴 공간이었다. 이우환의 작품 자체도 훌륭했지만 내가 더욱 주목한 것은 미술관이 자리한 위치였다. 완만한 골짜기가 바다를 향해 넓게 펼쳐진 곳. 특히 세토내해가 펼쳐지는 방향으로 이어지는 길을 걸으면 이우환이 만든 관계항(Relatum)에 주목하게 된다. 자연과 날씨는 물체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연을 바라보게 만드는 장치라는 작가의 의도에 동의하게 된다. 돌은 바다를 더 넓게 보이게 하고 철판은 하늘의 색을 더 선명하게 드러내며 빈 공간은 바람의 존재를 느끼게 한다. 또한 끊임없이 움직이는 해의 위치는 그림자의 방향과 길이를 만들어 시간의 흐름을 시각화한다. 자연과 인간이 서로를 방해하지 않는 상태에 가까운 침묵의 공간인 셈이다. 현대 마케팅에서 흔히 "입지가 곧 경쟁력"이라고 말한다. 아무리 좋은 상품이라도 사람들이 찾기 어려운 곳에 있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예술도 마찬가지다. 어떤 작품이 어디에 존재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의미는 완전히 달라진다. 이우환 미술관은 그런 점에서 매우 뛰어난 사례다. 건축가 안도 다다오(Ando Tadao)의 공간 설계와 이우환의 철학적인 작품, 그리고 나오시마의 자연환경이 하나로 융합되어 있다.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 전체를 경험하게 만든다. 마케팅에서는 이를 컨버전스(Convergence)라고 부른다. 우리 속담에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좋은 구슬이 아무리 많아도 흩어져 있으면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어렵다. 그러나 하나의 실에 꿰어지는 순간 새로운 가치의 작품이 된다. 하나의 철학 아래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비로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강력한 브랜드가 된다. 애플(Apple)은 기술과 디자인을 결합했고, 스타벅스(Starbucks)는 커피와 공간문화를 결합했다. 테슬라(Tesla)는 자동차와 미래 비전을 결합했다. 디지털 시대에는 어떤 플랫폼(platform)에 존재하느냐가 브랜드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같은 제품이라도 유튜브(Youtube), 인스타그램(Instagram), 틱톡(TikTok)에서 전혀 다른 방식으로 소비되기 때문이다. 첫째, 유튜브에서는 제품의 성분과 효과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직접 시연을 통해 그 가치를 보여 준다. 대표적인 사례로 고프로(GoPro)를 들 수 있다. 고프로는 실제 사용자가 촬영한 영상을 통해 카메라의 성능을 자연스럽게 전달했다. 소비자들은 이러한 영상을 보며 제품이 자신의 용도에 적합한지 판단하고 구매를 결정한다. 둘째, 인스타그램에서는 제품의 기능보다 이미지와 감성이 강조된다. 소비자들은 제품 자체보다 그것이 만들어 내는 라이프 스타일에 주목한다. 예를 들어 에어비앤비(Airbnb)는 아름다운 숙소 사진을 공유하며 숙박 공간이 아닌 특별한 경험과 삶의 방식을 판매했다. 셋째, 틱톡에서는 짧고 재미있는 영상이 빠르게 확산된다. 사용자는 제품 사용 후의 변화를 몇 초 안에 보여 주며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그 관심은 순식간에 공유된다. 미국 화장품 브랜드 e.l.f.는 브랜드 전용 음악과 챌린지를 제작해 이용자들이 직접 콘텐츠를 만들도록 유도했다. 그 결과 기업이 광고를 제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브랜드 홍보에 참여하는 효과를 얻었다. 유튜브는 제품의 가치를 설명하고, 인스타그램은 제품이 만들어 내는 이미지를 보여 주며, 틱톡은 제품에 대한 관심을 빠르게 확산시키는 공간이다. 따라서 디지털 시대의 마케팅은 단순히 좋은 제품을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각 플랫폼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방식으로 소비자와 소통할 때 비로소 브랜드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처럼 강력한 브랜드는 언제나 서로 다른 가치를 연결하는데 성공했다. 나오시마가 바로 그런 곳이었다. 예술이라는 구슬, 건축이라는 구슬, 자연이라는 구슬, 철학이라는 구슬이 하나의 실로 연결되면서 세계인이 찾아오는 특별한 섬이 되었다. 나오시마에서 내가 본 것은 몇 점의 작품이 아니었다. 예술이 공간을 바꾸고, 공간이 사람을 부르고, 사람들이 다시 섬의 미래를 바꾸는 거대한 순환이었다. 세토내해의 바람과 빛, 그리고 그 속에 놓인 작품들은 서로를 완성하며 하나의 풍경이 되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이 섬의 진짜 작품은 호박도, 미술관도, 조각품도 아니었다. 자연과 예술, 그리고 사람이 함께 만들어 낸 나오시마 그 자체였다. 하태길 영남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경영학 박사)

    2026-06-18 14:37:26

  • [백정우의 읽거나 읽히거나] 더 이상의 도전도 실패도 없는 삶은 싫었다

    [백정우의 읽거나 읽히거나] 더 이상의 도전도 실패도 없는 삶은 싫었다

    지난 10일, 안토니오 가우디 타계 100주기를 맞아 '사그라다 파밀리아' 축성식이 교황 레오 14세가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화려한 조명 쇼와 불꽃놀이가 밤하늘을 수놓으며 온 도시의 심장이 하나의 빛을 향하던 생생한 순간을 SNS에서 생중계하며 공유한 이가 있었다. 전 KBS 아나운서 손미나. 그는 성당을 정면으로 마주한 자기 집 테라스에서 가슴 벅차고 찬란했던 바르셀로나의 밤을 기꺼이 모국의 친구들과 나눴다. 손미나가 누구였더라? 순간, 자주 보지도 않았던 TV 프로그램을 마구잡이로 떠올렸다. 허참과 가족오락관 공동 MC였던 사람인가, 연예프로그램 진행자였던가, 저녁 뉴스 앵커였나, 익숙한 이름과 얼굴인데도 선뜻 생각이 나질 않았다. 재기발랄하고 당찬 외모만큼이나 털털한 진행 솜씨가 발군인 아나운서였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고백하자면 그녀의 행보를 알게 된 건 아나운서를 그만두고 한참 지나 여행 작가와 사업가로 대형서점 매대의 단골손님이 된 시점부터였다. 아나운서로 승승장구하던 시절, 방송국을 휴직하고 스페인으로 떠난 유학 생활 이야기 『스페인 너는 자유다』를 출간하고 개정판을 내기까지 20여 년의 시간, 손미나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고, 한국과 스페인을 잇는 민간 외교관이자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 맞은편에 거주하는 성공한 사업가가 되었다. 잘나가는 순간에, 뜻대로 일이 잘 풀리는 상황에서 모든 걸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는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모험과 호기심 많은 성품의 소유자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혹은 세상사에 도통하여 무에서 시작해도 금세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다는 자신감 충만한 사람이라면 그럴지도 모른다. 반면에 손미나는 "쉬고 싶었고 너무나 간절히 공부하고 싶었다."고 휴직 사유를 밝히고 있지만 이를 현실로 만든 건 내면의 단단한 힘이었다. 책에는 파리로 가는 비행기에서 세네갈 거부 미스터 디엥을 만난 일화가 나온다. 저자가 호주 교환학생으로 1년을 유랑하던 시절(스페인 유학 10년 전) 낯선 사람이 자신에게 베푼 조건 없는 호의 덕분에 다시 일어설 용기와 힘을 얻게 되었다고 적고 있다. 상대가 아무리 부자이고 무언가를 베푸는데 익숙한 사람이라도 아무에게나 호의를 보이진 않는 법. 누가 보더라도 총기 있는 손미나의 남다른 아우라가 미스터 디엥의 시선을 붙잡았으리라. 아나운서 공채에 합격하고 과감히 내려놓고 유학을 떠나고 책을 내고 사업을 하며 새로운 인생을 사는 일련의 과정 또한 학생 시절부터 싹튼 에너지와 품성의 결과일 터. 저자는 "스페인에서의 1년이 나의 인생을 크게 바꾸어 놓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면서도 사람들이 우려했던 것처럼 "나의 인생을 뒷걸음치게 하지도 않았다."고 적고 있다. 그런 점에서 『스페인 너는 자유다』는 "나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발견할 수 있었"던 한 사람의 열정 넘치는 내면 여행기로 봐도 무방하다. 내가 애정을 바친 영화감독 중 한 명은 스페인의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다. 어머니와 여성과 인간애를 탁월한 미장센으로 다뤄온 인물. 때문인지 스페인은 내게 남다르다. 정열의 나라, 투우와 플라밍고와 돈키호테와 피카소와 가우디의 나라. 프랑코 치하의 어두운 역사를 청산하고 문화예술 강국으로 자리매김했으며, 세계 최고의 관광 대국이 된 스페인과 스페인 사람들 사는 이야기를 낯익은 아나운서의 표정과 목소리로 전해 듣는 느낌은 매우 신선하다.

    2026-06-18 09:57:10

  • [사설] 장동혁과 오세훈의 주장 중 어느 쪽이 공공선에 부합하나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선거'를 주장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당 지도부는 자리 보전용 구호를 멈추고 국민의 준엄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 또한 "대표직 연명 위한 '전국 재선거' 도 넘은 민심 왜곡" 제하(題下) 사설을 통해 '가능하지도 않은 재선거 주장은 말썽을 일으켜 관심을 돌리려는 민심 왜곡일 뿐이다'라고 했다. 모두 본질을 흐리는 주장이다. 장동혁의 재선거와 특검 요구를 대표직을 지키기 위한 꼼수라고 주장한다면, 오세훈은 선거 승리를 지키기 위해 재선거에 부정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 식의 접근은 본질을 흐리는 것이다. 비판의 기준은 정치인의 언행이 공공선(公共善)에 부합(符合)하느냐, 부합하지 않느냐가 되어야 한다. 특검과 재선거를 요구하는 장 대표의 주장이 공공선에 부합하는가, '투표지 부족이 당락(當落)을 바꿀 정도는 아니었으니 재선거는 불필요하다'는 오 시장의 입장이 공공선에 부합하는가. 다수 국민들이 이재명 대통령 공소취소 추진(推進)을 비판하는 것은 이 대통령이 싫어서가 아니라, 공소취소가 공공선과 법치주의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을 좋아한다고 해서 공소취소를 지지한다면 반법치적이고 반민주적이다. 장동혁 대표를 몰아내고 싶다고 해서 그의 재선거와 특검 요구를 "대표직을 지키려는 꼼수"로 몰아가는 것은 수준 이하 비판일 뿐만 아니라 반민주적이다. 그들에게는 민주주의가 훼손(毁損)되더라도 장동혁을 몰아내는 게 더 중요하나. 비용 문제, 시간 문제, 선거란 어떤 시점의 평가(재선거를 치를 경우 국민들 평가가 달라질 수 있음) 등 이유로 재선거가 불가능하다는 주장은 이들이 민주주의자가 맞나 싶은 의문을 갖게 한다. 비용과 시간이 들고, 선거 결과가 바뀌면 어떤가? 지금 재선거를 요구하는 국민들은 '당락'을 따지자는 것이 아니라 훼손된 참정권과 선거의 절차적 정당성을 회복하자는 것이다. 참정권과 공정성, 투명성 회복 보다 지금 더 중요한 것이 대체 무엇인가.

    2026-06-18 05:00:00

  • [사설] 건보 재정 위기인데 탈모 치료 건보 적용이라니, 기가 막히는 포퓰리즘

    정부가 청년층 탈모(脫毛) 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국민 토론회를 거쳐 하반기 중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탈모가 청년들의 심리적 고통과 사회적 위축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건강보험 재정 상황과 정책의 우선순위를 고려할 때, 탈모 치료 급여화(給與化)가 중증 질환 및 필수의료 지원보다 시급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건강보험은 한정된 재원을 바탕으로 운영된다. 생명과 직결되거나 경제적 부담이 큰 중증 질환을 우선 지원하는 것이 원칙이다. 수많은 난치성(難治性) 질환 환자와 암 환자들은 고가의 신약이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해 치료를 포기하거나, 비싼 약값으로 고통받고 있다. 새로운 치료제가 개발돼도 건강보험 적용까지 수년이 걸린다. 낮은 의료수가(醫療酬價)로 인해 필수의료와 응급의료는 이미 무너졌다. 이런 여건에서 탈모 치료를 급여화하겠다는 발상은 국민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의료계와 환자 단체의 비판도 거세다. 새로운 분야에 재원이 투입되면, 다른 분야의 지원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건보 재정의 악화도 심각하다. 건보 재정은 올해 적자 전환이 예상된다.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 증가로 2029년이면 누적 준비금(적립금)이 소진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정부는 탈모 급여화에 필요한 구체적인 재정 규모조차 제시하지 못하면서 이를 밀어붙이고 있다. 비용 추계(推計)와 재원 조달 방안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정책 추진부터 언급하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하다. 탈모 건보 적용은 이재명 대통령의 2022년 대선 공약이었다. 당시 이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컸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 치료의 급여화 검토를 지시했다. 정부가 탈모 문제를 공론화(公論化)하려면, 먼저 건보 재정에 미칠 영향과 의료적 타당성을 공개해야 한다. 요식적인 토론회로 명분을 쌓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탈모 치료 급여화가 합리적 근거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포퓰리즘 정책'이란 비판을 받을 것이다.

    2026-06-18 05:00:00

  • [사설] 5극3특 시대, 대구경북의 차별화된 성장 엔진 찾아야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전남 해남을 시작으로 광주와 경북 구미를 잇달아 찾았다. 정부가 추진하는 '5극3특 성장엔진 픽앤백(Pick & Back)'의 첫 현장 행보(行步)다. 지역 먹거리를 발굴(Pick)해 규제·재정·세제·금융을 지원(Back)하는 구상이다. 구 부총리는 해남에서 향후 10년간 녹색전환(GX) 재정투자의 대폭 확대를 공언하면서 재생에너지와 인공지능(AI)을 결합한 미래 산업도시를 제시했다. 현재 98㎿ 규모 태양광 발전단지가 운영 중이고, 5.4GW 규모 재생에너지 집적화단지가 추가 조성될 예정이다. 삼성SDS 컨소시엄이 참여하는 2조4천억원 규모 국가 AI컴퓨팅센터도 들어선다. 광주는 국가 AI산업융합집적단지를 중심으로 AI 데이터센터와 AI 반도체 생태계를 육성한다. 해남이 전력을 공급하고 광주가 AI를 키우는 구조다. 그렇다면 대구경북은 어디에 있나. 국가첨단전략산업 반도체 특화단지 구미에선 17일 구 부총리가 방문한 LG이노텍 등이 AI 서버용 반도체 기판(基板)과 첨단 부품을 생산한다. 포항은 국내 최대 2차전지 소재 클러스터이고, 대구는 로봇산업 집적도와 연구개발 역량에서 전국 최고다. 경주·울진은 최대 원전 밀집 지역이며, 차세대 소형모듈원전(SMR) 산업의 잠재력도 충분하다. 다만 충청은 반도체, 광주는 AI, 전남은 재생에너지라는 명확한 산업 정체성을 제시했는데, 대구경북은 없다. 미래 산업의 핵심 키워드는 AI와 에너지다. 대구경북은 이를 뒷받침할 요소들을 모두 갖고 있다. 제대로 묶어 내면 'AI-에너지 융합 제조 벨트'라는 독보적 성장 모델을 만들 수 있다. 5극3특은 균형발전 정책이자 생존 경쟁의 출발선이다. 대구경북은 다른 지역에 없는 특화된 자산(資産)을 갖고 있다. 필요한 것은 반도체와 로봇, 2차전지와 원전, 신공항 등을 산업 전략으로 엮어 낼 상상력과 추진력이다. 한국 산업지도가 다시 그려지는 지금, 대구경북은 정부 지원을 최대한 이끌어낼 만큼 경쟁력 있고 차별화된 성장 엔진을 제시하는 데 정치·경제·행정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2026-06-18 05:00:00

  • [관풍루] 미국-이란 종전 합의안에 담긴 3천억달러(약 454조원)의 '이란 재건 기금' 청구서가 한국에도 날아들 전망

    ○…미국-이란 종전 합의안에 담긴 3천억달러(약 454조원)의 '이란 재건 기금' 청구서가 한국에도 날아들 전망. 전쟁은 미국이 벌여 놓고, 종전 비용은 우방국 기업 호주머니 털어 충당하겠다는 트럼프식 일방주의의 끝판. ○…2026년도 9급 지방공무원 임용시험 평균 경쟁률이 6.1대 1로 최근 5년 중 가장 낮다고. 삼전닉스 성과급이 '억억' 하는 판국이니 다들 눈높이가 높아질 수밖에.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 속 '교권보호국' 도입 제안한 안민석 경기도교육감 당선인.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서 특전사, 해병대, 공수부대 출신 교사들이 왜 필요하단 건지?

    2026-06-18 05:00:00

  • [날씨] 6월 18일(목)

    [날씨] 6월 18일(목) "곳에 따라 소나기"

    2026-06-17 18:41:52

  • [매일춘추-심강우] 조나단을 찾아서

    [매일춘추-심강우] 조나단을 찾아서

    오륙도를 돌아오는 유람선을 탄 적이 있다. 배가 출발하기 무섭게 사방에서 갈매기들이 몰려들었다. 어떻게 보면 갈매기들의 옹위를 받는 모양새였다. 갈매기들은 속도를 내기 시작한 배를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갈매기와 배의 각별한 인연을 예시하는 풍경이면 좋겠지만 주지하다시피 갈매기들이 노리는 건 새우깡이다. 난간에 바짝 붙은 승객들이 새우깡을 쥐고 흔들면 순식간에 낚아채 갔다. 새우깡을 공중으로 던지는 이들도 있었는데 갈매기들은 그때마다 묘기를 부리듯 재바른 동작으로 받아 삼켰다.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더러 바다에 떨어진 새우깡은 눈치 빠른 갈매기의 몫이었다. 내게는 그 모든 게 갈매기의 본성을 지우는 놀이로 비쳤다. 꽤 오래 지악스럽게 맴돌던 갈매기들은 과자가 바닥난 것을 알았는지 한순간에 사라졌다. 그때 떠오른 것이 리처드 바커의 '갈매기의 꿈'이었다. 책 속의 주인공 조나단은 단순히 먹이를 목적으로 하는 이동 혹은 관성에 젖은 일상의 비행을 뛰어넘고자 했다. 그가 추구한 것은 참된 자유와 정체성을 찾는 것이었다. 초절정의 비행술을 연마하는 과정에서 동료들로부터 배척당하고 심지어 아버지에게서조차 외면받지만 의지를 굽히지 않는다. 목숨을 건 비행을 통해 조나단이 알게된 건 무엇이었을까. 정신은 시류를 좇고 육체에 복무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넘어 자신만의 가치를 구현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견인하는 건 타력(他力)이 아니라 자력(自力)이라는 것. 그런 게 아니었을까. TV 드라마에서 인기를 끈 액세서리가 불티나게 팔리고, 아이돌 스타가 먹은 음료가 품절이 되고, 잘된다고 입소문이 난 음식점을 모방한 음식점이 우후죽순 생기는 걸 볼 때면 버릇처럼 갈매기족을 떠올린다. 일상이라고 다를까. 출퇴근 시간에 버스 정류장이나 전철역에 가면 수많은 갈매기들을 볼 수 있다. 그들의 복장은 엇비슷하다. 손에 들고 있는 것도 고만고만하다. 모든 게 규격화 자동화되면서 출근 시간도 근무 시간도 심지어 여가시간도 비슷한 색을 띤다. 귀가해 TV를 켜면 기다렸다는 듯 수많은 갈매기들이 잘 짜여진 각본에 맞춰 날갯짓한다. 시청하는 갈매기들은 화면 속 갈매기들이 날아가는 방향과 그들이 거기에서 본 것, 먹은 것들을 메모해 둔다. 문학판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 도서관에 나가 새로 나온 시집들을 살펴보곤 하는데 형식과 내용이 비슷하다 싶을 때가 있다. 갈매기들이 한 방향으로 일사불란하게 날아간다는 느낌. 문학강좌에서 수강생들의 시를 볼 때도 마찬가지다. 거칠더라도 개성이 뚜렷한 시를 읽고 싶다. 유사한 시들을 읽을 때면 귓가에서 바삭, 새우깡 깨무는 소리가 들린다.

    2026-06-17 14:22:44

  •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51>전문성을 갖추면 하찮은 주제, 험한 일은 없다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51>전문성을 갖추면 하찮은 주제, 험한 일은 없다

    '어미닭과 병아리'는 화재(和齋) 변상벽의 영모화다. 다산 정약용은 66세 때인 1827년 어느 가을날 변상벽의 닭그림을 감상하고 '제변상벽모계령자도(題卞尙璧母鷄領子圖)'를 지었다. 이 작품과 비슷했을 듯하다. 첫 구에 "변이변묘칭(卞以卞貓稱)", 변상벽이 '변묘'로 불린다고 했다. 변상벽의 또 다른 별명이 '변계(卞鷄)'다. 고양이, 닭을 잘 그려 20세 무렵부터 매일 백 명이나 집으로 찾아왔고 종실과 귀인들도 그의 그림을 구했다. 변고양이, 변닭이라고 할 정도로 영모화에 집중한 것은 전략적 선택이었다. 그도 당연히 산수화를 잘 그리고 싶었으나 "지금의 화가를 압도해 그 위로 올라설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사물을 골라 연습했다"고 했다. '지금의 화가'는 겸재 정선일 듯하다. 정선은 84세(1759년)까지 장수하며 나이 들어 더욱 필치가 오묘해 "만익공묘(晩益工妙)"라고 했다. 1759년이면 변상벽이 30세 무렵이므로 한창 그림 공부를 할 때 정선은 '넘사벽'이었을 듯. 그래서 변상벽은 "정일물이성명(精一物以成名)", 한 가지에 몰입해 명성을 얻기로 결심하고 고양이, 닭에 집중했다. '어미닭과 병아리'는 벌 한 마리를 부리에 문 어미가 새끼에게 먹이는 장면이다. 암탉은 듬직한 몸집의 굴곡을 따라 깃털을 하나하나 공들여 그려 윤기가 흐르고, 병아리의 보송보송한 솜털도 만져질 듯 촉각적이다. 옹기종기 어미를 둘러싼 새끼들은 제각각 분주하다. 먹이를 받아먹으려는 아이, 뒤늦게 달려오는 아이, 어미의 다리 사이로 급히 나오는 아이, 졸고 있는 아이, 먹이 하나를 같이 물고 다투는 두 아이, 깨진 사발 위에서 물 한 모금 하늘 한번 중인 두 아이. 정약용의 제화시는 강진에 유배 중이던 22년 전(1805년) 둘째 아들 학유가 닭을 기른다는 소식을 듣고 보낸 편지를 떠올리게 한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양계를 하되 격조 있게 하고 깨끗하게 하면서 다른 집 닭 보다 더 살찌고 알을 잘 낳을 수 있도록 기를 것이며, 생계를 도모하는데 그치지 말고 닭의 모습을 관찰해 시를 짓고, 여러 책에서 닭 기르는 법에 관한 이론을 뽑아내 '계경(鷄經)' 같은 책을 만들어 보라고 한다. 품위를 잃지 않고 전문성을 갖추면 하찮은 주제, 험한 일은 없다. 대구의 미술사 연구자

    2026-06-17 14: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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