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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우크라, '진통' 끝에 광물협정 서명…

    美·우크라, '진통' 끝에 광물협정 서명…"재건 투자기금 설치"

    미국과 우크라이나 정부가 3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희토류 등 광물 개발과 관련해 미국의 지분을 일부 인정하는 이른바 광물 협정에 '진통' 끝에 체결했다. 미국 재무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미국-우크라이나 재건 투자 기금 설립을 위한 협정에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재무부는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래 미국 국민이 우크라이나 방어에 제공한 중대한 재정적, 물질적 지원을 인정하는 가운데, 이번 경제 파트너십을 통해 두 나라는 양국의 자산, 재능, 역량이 우크라이나의 경제 회복을 가속할 수 있도록 협력하고 함께 투자할 수 있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도 미국과의 협정 체결을 확인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협정 내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번 협정은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광물자원, 석유, 가스, 기타 천연자원에 대해 공동 투자 관계를 구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 AP통신 등이 소개했다.

    2025-05-01 07:00:33

  • [사설] 회복 조짐 국세 수입과 산업 생산, 반전 꾀할 기회로

    걱정했던 국세(國稅) 수입이 늘어나고 산업 생산도 2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내수 침체와 건설업 부진이 여전한 데다 관세전쟁 파장도 남아 있어 장밋빛 희망을 품기는 이르지만 우울한 소식들 속에 들려온 단비임에 틀림없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3월 국세 수입은 32조3천억원으로 지난해보다 5조5천억원 늘었다. 올해 누계(累計) 수입도 93조3천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8조4천억원 많이 걷혔다. 지난해엔 법인 세수만 18조원 가까운 감소를 기록해 전체 세수는 30조원 넘게 부족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1% 달성이 힘든 상황임에도, 현재까지 세수 확보는 예상치에 근접한 상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전산업생산지수는 114.7(2020년 100 기준)로 전달 대비 0.9% 증가했다. 2월 1.0% 증가에 이어 두 달 연속 증가세다. 1분기 기준으로도 전기 대비 0.2% 늘며 2분기 연속 증가다. 반도체 생산이 19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증가하면서 오름세를 이끌었고, 의약품과 전자부품 생산도 늘었다. 현재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지수와 향후 경기 국면을 예고하는 지수 모두 소폭이지만 2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완연(完然)한 회복세로 보기는 어렵다. 건설업 생산만 해도 2월에 2.4% 증가했다가 공사 실적이 줄면서 다시 2.7% 감소했다. 서비스업 생산과 소매 부문 판매·투자도 줄면서 내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대내외 불확실성 탓에 경제 심리는 위축됐고, 대형 산불 여파로 3월 전산업생산지수 상승은 2월 대비 한풀 꺾였다. 2분기 성적표를 봐야 올해 전체 상황을 가늠할 수 있지만 경제를 짓누르는 불확실성 해소에 따라 극적 반전도 기대할 만하다. 국내 정치 상황과 추경안 편성은 긍정적 요소이지만 관세 협상은 당분간 불안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관세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분야에 대한 대비책을 강화하는 한편 장기 부진의 늪에 빠진 건설 분야 진작 정책이 시급하다. 정치 불확실성이 사라지고 내수 회복이 맞물리면 위기를 기회로 바꿀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2025-05-01 05:00:00

  • [사설] 유럽 대규모 정전의 교훈, 원전 대박 기회 놓치지 말아야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스페인과 포르투갈 전역에 걸쳐 대규모 정전(停電)이 발생해 순식간에 문명 이전의 사회로 되돌아가는 충격적 사태가 벌어졌다. 거리의 신호등은 꺼졌고, 기차·지하철·공항·항만, 전화·인터넷, 각종 결제 시스템 등은 작동이 중지됐다. 나라 전체가 마비되다시피 하면서 스페인 정부는 급기야 국가비상사태(國家非常事態)를 선포했다. 아직 정전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안정적 전력 공급의 중요성을 전 세계에 알리기에는 충분했다. 유럽은 그동안 탈원전(脫原電)을 기조로 기후변화(氣候變化)에 대응하기 위해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집중 육성해 왔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의 경우 전력의 생산·공급이 불안정한 데다, AI(인공지능)·전기차 등 신산업이 요구하는 만큼의 충분한 전력을 생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최근 들어 탈원전을 선도했던 독일·이탈리아를 비롯해 프랑스, 영국, 폴란드, 체코, 루마니아 등이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대규모 정전 사태가 터지면서 경각심(警覺心)은 더욱 높아졌다. 세계 각국의 원전 건설 계획은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사마 빌바오 레온 세계원자력협회(WNA) 사무총장은 "AI 산업의 부상과 함께 원자력(原子力) 에너지에 대한 의존은 더욱 깊어질 것"이라며 2050년까지 원자력 발전 용량을 현재의 3배로 늘려야 한다고 했다. 또 "한국은 견고한 원자력 공급망과 우수한 기술 역량을 갖추고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한 '팀코리아'는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사업의 최종 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다.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이후 16년 만의 쾌거다. 게다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미·중 패권 갈등 등으로 중국·러시아의 원전 경쟁력 또한 제한되고 있다. 견고한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한 역사적 원전 중흥(中興)의 시대를 우리는 맞고 있다.

    2025-05-01 05:00:00

  • [사설] 오늘 '李 선거법' 상고심 선고, '법대로 판결' 기대한다

    오늘 대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상고심(上告審) 선고를 한다. 대선 후보 등록 마감일(5월 11일)을 열흘 앞두고 최종 판결이 나는 것이다. 이번 상고심 판결은 유력 대선 후보의 출마 자격과 직결된 문제로서, 국민주권(國民主權) 행사의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대법원은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판결인 점을 고려해 이번 사건의 선고를 TV 생중계하기로 결정했다. 대법원이 이 상고심의 심리·선고에 속도를 낸 것은 6·3 대선에 사법부 판단이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결정으로 보인다. 그동안 이 사건의 재판이 지연되면서 사법부 신뢰는 훼손됐고, 정치적 갈등은 증폭(增幅)됐다. 법원은 1심에서 2년 2개월, 2심에서 4개월을 끌었다. 특히 2심 판결(무죄)이 1심(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을 뒤집으면서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2심은 이 후보 발언(2021년 대선 후보 신분으로 방송에 출연해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공사 개발1처장을 모른다고 했음)이 "'인식' 또는 '의견 표명'에 불과하므로 처벌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또 백현동 부지 용도 특혜 허가는 "국토교통부 협박 때문이었다"는 발언을 '의견 표명' 또는 '과장'이라고 '해석'했다.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하면 이 후보는 중대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난다. 대선 구도의 불확실성도 해소된다. 반면 2심 판결에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고법으로 돌려보내면(파기환송), 이 후보의 출마 자격에는 영향이 없지만 불리한 여론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또 대선 이후에도 재판의 계속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질 것이다. 물론 대법원이 파기자판(破棄自判)을 통해 유죄 판결과 함께 형량을 확정 선고할 수 있지만, 가능성은 아주 낮다. 대법원은 오직 법리(法理)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유력 대선 후보의 피선거권과 직결된 문제라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이는 '정치적 판결'이다. 대법관들은 '법 앞의 평등'을 국민들에게 보여줘 사법부 신뢰를 회복하길 바란다. 정치권은 대법 판결에 무조건 승복해야 한다.

    2025-05-01 05:00:00

  • [관풍루] 서울남부지검, '건진 법사' 전성배 청탁금지법위반 사건 관련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서초동 사저 압수수색

    [관풍루] 서울남부지검, '건진 법사' 전성배 청탁금지법위반 사건 관련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서초동 사저 압수수색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단, 30일 '건진 법사' 전성배(65) 씨의 청탁금지법위반 사건과 관련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서울 서초동 사저 압수수색. 잠재적 권력의 눈도장 받으려는 죽은 권력의 개들? ○…국가정보원, "중국인이 국내 핵심 군사 시설 및 국가 중요 시설 무단 촬영한 사례가 작년 6월부터 최근까지 11건 발생했다"고 국회 정보위에 보고. 중국에 '셰셰'(謝謝)하면 된다는 분 무슨 말씀 좀 해 보소. ○…중앙선관위, 지자체 공무원을 지역 선관위 공무원으로 채용하는 과정에서 특혜 의혹이 제기된 고위 공무원 자녀 등 8명 임용 취소 처분. 부정선거 여부 규명 위한 선관위 서버 공개는 왜 안 하나.

    2025-05-01 05:00:00

  • [날씨] 5월 1일(목)

    [날씨] 5월 1일(목) "곳에 따라 비"

    2025-04-30 19:14:27

  • [백정우의 읽거나 읽히거나] 유대인과 흑인 사이 어딘가에

    [백정우의 읽거나 읽히거나] 유대인과 흑인 사이 어딘가에

    알란 파커 감독의 '미시시피 버닝'(1988)은 1964년 미시시피 주에서 흑인에게 자행된 폭력을 그린 영화이다. FBI와 해군의 수색 결과 다수의 시신이 농장과 늪지대에서 발견되었는데, 흑인청년의 장례식에서 목사는 말한다. "그들(백인)은 희생자 중에 백인 2명도 있음을 기억해달라고 말합니다." 한나 아렌트는 전후 독일인의 명제인 "우리 모두가 유죄다"라는 말의 속성을 비판한다. 아렌트에 따르면 "모두가 죄인인 곳에서 실제로 유죄인 사람은 없다." 즉 우리 모두가 유죄다, 라고 할 때마다 모든 실제의 죄를 묻어버리는 결과를 낳고, 심판대에 세우지 못한 실제 가해자와의 '연대 선언'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아렌트는 백인이 유죄를 고백하는 장면에서도 유사한 은폐를 보았기에 "실제로 죄가 있거나 책임이 있는 사람이 발견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집단적으로 죄를 인정하는 것보다 더 나은 보호책은 없다."고 했다. 마리 루이제 크노트의 비범한 에세이 '뉴욕 거리의 한나 아렌트와 랠프 엘리슨'은 1965년 7월 29일, 한나 아렌트가 작가 랠프 월도 엘리슨에게 보낸 20줄의 짧은 편지 한통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아칸소 주 학교의 흑인 차별로 야기된 리틀록 사건에 대해 저술한 1959년의 아렌트와, 선거권법 제정 직전 랠프 앨리슨에게 편지를 쓴 아렌트 사이에 어떤 차이 혹은 변화가 있는지를 살핀다. 아렌트가 이전까지 고수하던 입장을 수정하게 된 영감과 배경이 궁금했던 것. 겉으로는 환대이론을 펼치면서도 무상한 용서를 경계·외면함으로써 지나친 유대민족주의로 흐른 타자의 철학자 레비나스에게 가해진 호된 비판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책에서 한나 아렌트는 냉정한 평가 대상이 된다. 당시 한나 아렌트는 리버사이드 드라이브 370번지에, 랠프 엘리슨은 730번지에 살았다. 아렌트의 거처는 어퍼 웨스트사이드의 유대인 이민자 지역이었고, 엘리슨은 슈거힐 근처였다. 그러니까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세상(물리적 거리와 다른 정치사회적 거리)이 놓였는지를 이야기하는 동시에 나치로부터 탈출한 아렌트가 흑인문제에 보인 태도를 탐색하는 것, 이 책의 시작이면서 전부이다. 책은 "예전에 이 대양을 건너서 흑인과 유대인 두 민족이 이 땅에 입성했다. 일부는 사슬을 찼고, 다른 일부는 도망자로 들어왔다."(20쪽)고 적고 있지만 그렇다고 아렌트를 옹호하는 건 아니다. 흑인 운동가들의 구체적인 행동과 달리 사회시스템 변화에 목소리를 낸 아렌트였다. 즉 학교 입학 같은 당면 과제보다 결혼금지법 폐지 등 상위법의 개선을 언급했는데, 작가는 아렌트의 법 해석을 "차별을 어떻게 철폐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차별이 정당화된 사회적 영역에서 차별을 어떻게 제한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였다."고 규정한다. 그럼에도 주목할 것은 작가가 엘리슨의 '보이지 않는 남자'와 아렌트의 '인간의 조건'을 내세워 두 사람 모두 같은 이상을 추구한 인물로 상정했다는 점이다. 이 같은 배경에 대해 "행위하지 않음으로써 위험에서 벗어난다면, 행위하지 않는 것도 행위의 순간임을 알고 있었다. (중략) 행위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행위이다."(50쪽) "두 사람은 모두 순응의 위험이나 유혹에 대해 경고했다."고 첨언한다. 편지 한통에서 단초를 얻어 두 사람의 사상을 살피고 당대 사회를 조망하면서 방대한 지적 쾌감을 안겨주는 '뉴욕 거리의 한나 아렌트와 랠프 앨리슨'. 읽기를 참 잘했다. 영화평론가

    2025-04-30 13:54:54

  •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296>함축의 여운과 비움의 여백으로 그린 장미 한 송이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296>함축의 여운과 비움의 여백으로 그린 장미 한 송이

    계절의 여왕은 오월. 오월의 여왕은 장미! 장미의 계절이다. 월전 장우성이 장미를 그렸다는 걸 처음 알았을 때 살짝 놀랐다. 모란이 아니라 장미라니? 동양화가들은 보통 모란을 그린다. 그런데 장우성은 장미를 즐겨 그렸다. 화중왕(花中王), 부귀화(富貴花)의 상징이 있어 동양화 애호가들은 모란도를 좋아하고 따라서 수요도 많기 때문이다. 채색 화조화의 소재인 모란이 조선에서는 먹색의 묵모란으로 그려졌다. 모란의 아름다움에 수묵의 격조미를 결합한 묵모란도가 탄생한 것이다. 컬러가 없는 모란꽃이라니? 사실 좀 모순적이다. 그러나 18세기 현재 심사정에서부터 19세기 소치 허련에 이르기까지 묵모란도가 그려진다. 절제의 유교이념을 숭상한 조선의 구성원들에게도 현실의 부귀는 중요했다. 20세기 사군자류 병풍에 묵모란이 빠지지 않은 것은 그 여풍이다. 조선 말기에는 모란에 석수만년(石壽萬年)의 괴석을 더해 부귀와 장수를 함께 기원하는 화려한 채색의 궁모란도가 유행하며 궁중에서 민간으로 확산된다. 근대기에는 장우성의 스승 김은호가 백모란을 섬세한 화풍으로 비단에 많이 그렸고, 일본 유학파로 오랫동안 교토와 도쿄에서 작가생활을 했던 박생광은 흑모란으로 유명했다. 동양화에 모란화가가 있는 것은 서양화에 장미화가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모란과 장미는 화조화, 정물화의 대표로 꼽힌다. 꽃그림은 누구나 좋아한다. 장우성의 '장미'는 소재의 상투성을 넘으려는 동양화가의 의도적 선택이었다. 장우성은 초상화, 인물화, 산수화, 사군자화, 영모화, 화훼화 등을 다 잘 그렸다. 장미도 많이 그렸지만 수선화, 연꽃, 목련, 진달래, 개나리, 나팔꽃, 창포꽃, 등꽃 등도 그렸다. 꽃과 새를 좋아하는 자신을 스스로 '소극적인 작가'라며 "세월이 흘러도, 세상이 바뀌어도 보석처럼 제빛을 잃지 않고 반짝이는 자연의 아름다움만이 자신을 심취하게" 한다고 했다. 이천시립월전미술관에서는 장우성의 꽃그림을 모아 '월전식물도감: 월전 장우성'(2022년)을 열었다. '장미'는 작고하기 2년 전인 92세 때 작품이다. 다 묘사하지 않는 함축의 여운과 다 채우지 않는 비움의 여백을 귀하게 여긴 장우성의 조형의식이 대담하게 표출된 작품이다. 흰 종이에 연짓빛 장미는 단 한 송이, 서명은 호 월전(月田)을 줄인 '월(月)' 단 한 글자, 인장은 '월'자와 비슷한 크기인데 이름 우성(遇聖)을 고풍스럽게 새겼다. '장미'와 '나'의 가장 간결한 표현이다. 그래도 조금은 섭섭하셨는지 문인화가인 자신의 정체성을 유인(遊印) '다숙향온차자간(茶熟香溫且自看)'으로 드러냈다. 중국 명나라 학자로 수장가, 감식가, 화론가인 이일화(李日華)의 시 '제화(題畵)'에 나온다. 서재 생활을 하며 그림과 글씨, 전각을 좋아한 문인화가들이 사랑하는 시구다. 대구의 미술사 연구자

    2025-04-30 11:12:59

  • [의창] 또 다른 '뉴노멀'

    [의창] 또 다른 '뉴노멀'

    전공의가 돌아왔다. 현실세계가 아닌 드라마로. 지난해 의정갈등으로 인해 방영이 보류되었던 전공의 생활을 다룬 드라마가 올해 전공의 보다 먼저 돌아왔다. 드라마 속 전공의의는 우리가 알고 있던 그 모습 그대로다. 수련이라는 이름으로 하루가 멀다 하고 당직을 서면서 계단 구석에서 밀린 잠을 청하고, 전문의가 되기 위해 다양한 시술이나 수술에 참여 하지만 실수를 연발해 쫓겨나기도 하고, 교수님이 지시하신 자료를 모아 논문작업을 하다가 파일을 모두 잃어버려 혼도 나고, 수술동의서도 하나 해결하지 못해 선배나 동료의사에게 도움을 요청해 민폐가 되기도 하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성장하는 그런 젊은 의사들의 모습 말이다. 하지만, 의정갈등을 겪으면서 이런 고단한 전공의의 삶은 앞으로는 보기 힘들 전망이다. 2017년 전공의법 시행이후 전공의의 평균 근무시간은 2016년 91.8시간, 2019년 80.0시간, 2022년 77.7시간으로 꾸준히 줄어왔다. 근무시간 단축은 긴 근무시간이 전공의의 번아웃으로 이어져 필수의료를 기피하게 만든다는 정부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최근 정부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향상을 위한 법률 제3조 및 7조를 근거로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 시범사업'을 시행한다고 공표했다. 정부는 이 사업의 참여 여부가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 성과평가에도 반영되고 전공의 정책적 정원 추가 배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수련병원의 참여를 압박하고 있다. 이번 시범사업에 따르면 전공의의 근무시간은 주중 72시간 및 연속근무 24시간으로 단축된다. 즉, 하루 밤 당직을 서고 나면 다음날은 휴게시간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당직 선 다음날, 피곤한 전공의의 모습은 이제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수련과정 역시 모든 교수의 환자를 맡아서 보기 보다는 수련지침에 있는 과정을 이수하는 것으로 대치될 계획이다. 또한, 모든 교수가 전공의 교육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지정된 교수가 전공의 교육을 전담하게 된다. 과연 이런 수련과정 개편은 필수의료 지원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먼저, 전공의 수련시간과 필수의료 지원률 사이의 인과관계가 명확한지 의문이다. 수련과정이 편한 일부 과들은 그 이유가 중증 및 응급질환을 다루는 비율이 적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이 편한 수련을 마치고 전문의가 된 이후에 중증, 필수의료에 종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반면에, 중증, 응급질환을 다루는 과의 전공의는 충분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수련할 필요가 있다. 당연히 수련시간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수련 시간은 단순한 근무 시간이 아니다. 충분한 논의 없는 일괄적인 수련시간 단축은 필수의료의 질적 수준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교육 전담 교수는 필요하지만, 근무시간 단축을 위해 전공의가 실제 환자를 맡아서 보는 시간을 줄이는 것은 논의가 필요하다. 전공의는 의과대학 학생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하는 수련의이다. 의술은 전통적으로 도제제도의 방식을 따른다. 하지만, 다양한 환자를 보지 않고 전담 교수의 교육만으로 교육의 질이 높아질지는 의문이다. 수련과정은 복합적이며 교수 뿐만 아니라 선배, 동료, 심지어 다른 의료진에게 배우는 것도 많다. 무엇보다 수련과정의 적절성 여부는 전문가 집단이 결정할 문제다. 이런 설익은 정책들이 의정갈등 이후의 '뉴노멀'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2025-04-30 06:30:00

  • [관절클리닉] 봄철 야외활동 증가, 어깨 질환 주의를

    [관절클리닉] 봄철 야외활동 증가, 어깨 질환 주의를

    긴 겨울이 지나고 생명의 기운이 가득한 봄이 찾아왔다. 봄은 등산, 골프, 테니스, 야구, 자전거 타기 등 다양한 야외활동을 즐기기에 최적의 계절이다. 하지만 겨우내 굳어 있던 근육과 관절을 갑자기 무리하게 사용하면 근골격계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어깨 질환은 봄철에 발생 위험이 크게 증가하는 대표적인 질환 중 하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어깨 통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약 250만 명에 달했으며, 이 중 봄철(3~5월) 진료 건수가 전체의 약 3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깨는 360도 회전이 가능한 신체 부위로, 우리 몸에서 가장 운동 범위가 넓은 관절이다. 이러한 광범위한 움직임은 4개의 힘줄로 구성된 '회전근개' 덕분에 가능하다. 그러나 다양한 활동에 관여하는 만큼 부상 위험도 높아, 무리한 운동이나 반복적인 사용으로 인해 손상이 쉽게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다양한 연령대에서 어깨 통증을 호소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대구에 거주하는 대학생 김모(24) 씨는 최근 농구 동아리 활동 중 어깨 통증을 느꼈다. 김 씨는 "슛 동작을 하다가 갑자기 어깨가 찢어지는 듯 아팠다"며 "이후 팔을 위로 드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워졌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모(35) 씨는 평소 주말마다 즐기던 클라이밍 중 어깨에 통증이 생겼다. 박 씨는 "운동 후 어깨가 뻐근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며, "며칠 지나니 셔츠를 입을 때 팔을 뒤로 젖히는 것도 어려워져 결국 병원을 찾았다"고 전했다. 중년층에서도 어깨 통증은 흔하다. 주부 이모(47) 씨는 봄맞이 대청소를 하던 중 어깨를 다쳤다. 이 씨는 "창문을 닦으려고 팔을 위로 뻗었는데, 그 순간 어깨에 찌릿한 통증이 왔다"며 "밤에 특히 아파서 자꾸 깼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60대에 접어든 정모(52) 씨는 골프 라운딩을 마친 후부터 어깨 통증이 지속됐다. 정 씨는 "스윙 동작이 반복되면서 어깨가 점점 무거워지더니, 결국 일상 생활에서도 팔을 들어올리기가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이처럼 어깨 통증은 단순 근육통으로 시작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팔을 들어 올리거나 일상 동작을 수행하는 데 심각한 제약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야간 통증, 열감, 눕기 어려움 등의 증상이 동반될 경우에는 회전근개 손상을 의심해야 한다. 회전근개 손상의 치료 방법은 손상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부분 파열이거나 손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비수술적 치료로도 충분한 회복이 가능하다. 이 때 주목받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프롤로 주사 치료다. 프롤로 주사 치료는 약화된 인대, 힘줄, 연골 등 관절 주위 조직에 세포 재생을 유도하는 용액을 주입하여 조직을 강화시키는 비수술적 치료법이다. 인대와 힘줄에 증식제를 주사해 국소적 염증 반응을 일으키고, 손상 부위의 혈류량과 영양 공급을 증가시켜 스스로 재생되지 않는 조직을 튼튼하게 만들어 통증을 근본적으로 억제하는 원리다. 프롤로 주사 치료는 단순 통증 완화가 아니라 손상된 조직 자체를 회복시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한다. 따뜻한 봄, 건강한 야외활동을 즐기기 위해서는 무리한 동작을 피하고, 어깨 통증이 느껴질 경우 조기에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배기윤 대구 완쾌신경과 대표원장

    2025-04-30 06:30:00

  • [사설] 정치권의 '자기편 심기' 수단으로 변질된 헌법재판관 임명권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의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지명을 금지'하는 국회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권한대행의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지명을 금지하는 것은 헌법상 대통령의 임명권을 부정하는 것이다. 또 임기가 만료된 재판관이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퇴임하지 않고 계속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국회가 선출하거나 대법원장이 지명한 헌법재판관을 (대통령이) 7일간 임명하지 않으면 임명된 것으로 간주하는 규정 등은 헌법 정신과 삼권분립(三權分立)에 어긋난다고 본다. 윤석열 정부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이 극한 대결을 펼치면서 헌법재판소는 '헌법의 최후 보루(堡壘)'가 아니라 '정치 진영의 교두보'로 전락(轉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야는 각자의 필요에 따라 헌재 9인 체제 구성을 방해하거나 또는 "즉각 임명하라"고 공격했다. 국회가 법률로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지명과 임명을 금지하겠다는 것은 위헌적이다. 다만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을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을 경우 7일 이후 임명한 것으로 간주하는 개정안을 만들겠다면 국회의 헌법재판관 선출 '가결 정족수'를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으로 정해 정치적으로 편향(偏向)된 후보가 국회를 통과하기 힘들도록 제도를 먼저 정비하는 것이 옳다. 지금처럼 국회가 특정 정치 성향이 뚜렷한 헌법재판관을 선출해 놓고, 임명된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것은 입법 독재다.

    2025-04-30 05:00:00

  • [사설] 민주당 '대통령 직속 예산처' 구상, '황제 대통령'을 만들 셈인가

    더불어민주당이 기획재정부에서 '예산편성권'(豫算編成權)을 떼내 대통령실이나 국무총리실 산하로 이관하는 정부 조직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고 민주당이 검토 중인 정부 조직 개편이 실현될 경우 '이재명 대통령'은 정부 예산까지 마음대로 주무르는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갖게 된다. 역대 그 어느 대통령보다 더 제왕적인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대통령 권력 축소·분산이라는 시대적 요구의 정면 거부이다. 이재명 후보는 대선 후보로 확정된 직후 "기획재정부가 정부 부처의 왕 노릇을 하고 있다는 지적에 상당 부분 공감한다"며 기재부 개혁에 불을 붙였다. 지난 9일 민주당은 기재부를 둘로 나눠 예산 기능은 기획예산처로 이관(移管)하고, 축소된 기재부의 명칭을 재정경제부로 변경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기재부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키기 위해서라고 한다. 최근 민주당 의원 주최 토론회에서도 기재부에서 기획예산처를 떼내 국무총리실이나 대통령실에 두는 방안이 거론됐다. 정부 수립 이후 예산권은 주로 경제기획원·재정경제원 등 경제 부처에 있었다. 현재의 기재부는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가 통합된 것이다. 기재부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조직 개편의 대상이 되곤 했다. 김대중 정부는 1998년 기획예산위원회와 예산청(1년 뒤 기획예산처로 통합)을 신설, 기존 재정경제원이 갖고 있던 예산권을 넘겼다. 그때도 대통령실이 아닌 국무총리 산하(傘下)였다. 예산편성권을 행정부 내 부처에 두는 것은 국가 예산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라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기재부 분리 방침을 두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정부의 경쟁력 강화보다 대통령과 국회의 권한을 키우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민주당 인사들은 기재부가 소극적인 재정 운용(運用)을 한다고 공격했다. 그러나 문 정부 5년 동안 국가부채는 400조원이나 늘었다. 기재부가 욕을 먹으면서 나라 곳간을 지키지 않았더라면 부채 규모는 더 커졌을 수도 있다. 기본소득, 전 국민 지원금 지급 등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한 이 후보는 기재부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대통령(실)이 예산편성권을 행사하면 대통령·여당의 국정 과제 추진이 원활할 수 있다. 그러나 선출된 권력은 선심성(善心性) 사업의 유혹을 떨치기 쉽지 않다. 하물며 170석 거대 정당의 이 후보가 대통령이 돼 예산을 좌지우지한다면, 누가 이를 견제할 수 있겠나. 대통령이 직접 나서 예산을 짤 경우 야당의 정치적 반발을 초래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국가 재정의 모범적인 운영은 재정을 풀려는 정치인과 재정을 관리하려는 관료들 사이의 '균형'에 있다. 기재부 조직 개편은 신중해야 한다. 편의와 효율보다 중요한 게 재정건전성이다. 힘의 균형과 민주적인 조직 운용이 더 중요하다. 민주당은 기재부 역할이 재정 운용뿐 아니라 국가 전략과 밀접하다는 점을 깊이 생각해야 한다.

    2025-04-30 05:00:00

  • [사설] 경북 이은 대구 도심 산불, 주의(注意)보다 확실한 예방책은 없다

    사상 최악의 경북 산불에 이어 대구 도심에서도 산불이 발생, 초비상이 걸렸다. 28일 북구 함지산에서 불이 나 순간 최대풍속 초속 15m 강풍을 타고 빠르게 확산, 발화지(發火地)에서 동쪽으로 1∼2㎞ 떨어진 조야동 민가까지 접근하고, 아파트 밀집 지역인 서변동 방면으로도 번졌다. 강풍을 타고 불똥이 날아가는 비화(飛火) 현상도 나타나 주민 2천여 명이 학교 등으로 대피하기도 했다. 화재 발생 23시간 만에 주불이 잡히는 등 비교적 초기에 진화돼 인명 피해가 없고 재산 피해도 적었지만 하마터면 경북에 이은 대형 산불 피해가 또 발생할 뻔했다. 당국은 이번 산불이 입산통제구역에서 발화했지만 자연발화 여지는 낮다고 보고 입산자 부주의나 실화 가능성도 들여다보고 있다. 산불 예방을 위해선 당국의 대책과 활동도 중요하지만 주의(注意)보다 더 확실한 예방책은 없다. 당국의 관리와 감시, 통제엔 한계가 있다. 건조한 봄철에 바람까지 강하게 불면서 산불 우려 및 대규모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나' 한 사람의 주의가 절대적이다. 당국의 일정 기간 입산 통제도 확대 및 강화돼야 하지만, 이러한 통제에 무조건적으로 따르는 것이 더 중요하다. 동네 야산이나 등산로 등 입산 통제 대상이 아닌 곳에 오르게 되더라도 절대 화기(火器)를 사용해서도, 소지(所持)해서도 안 된다. 산림 인접 경작지에서의 농부산물 소각도 금물이다. 산불 위험 기간만에라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자연발화는 어쩔 수 없다 해도, 부주의로 인한 산불을 예방할 방법은 이것밖에 없다. 매일신문

    2025-04-30 05:00:00

  • [관풍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후보 선출 첫 일정으로 이승만·박정희·박태준 묘역 참배

    [관풍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후보 선출 첫 일정으로 이승만·박정희·박태준 묘역 참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후보 선출 첫 일정으로 이승만·박정희·박태준 묘역 참배, 방명록엔 "함께 사는 세상…". 2007년 예비 후보 땐 "친일 매국·인권 침해 독재자". 표리부동(表裏不同) 코스프레 정치는 이제 끝? ○…스페인·포르투갈·프랑스 남부 사상 최악의 대규모 정전, 철도·항공·통신 마비 국가비상사태. 태양광 발전 의존이 부른 참사 CNN 보도, 탈(脫)원전 비극 반면교사(反面敎師). ○…미국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 중국 납품업체 선적 재개 요청. 미중 무역협상 임박 신호?, 中정부 '입' 역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라는 데 주목해야 할 듯.

    2025-04-30 05:00:00

  • [세풍-서명수] 군자의 복수, 지연된 정의

    [세풍-서명수] 군자의 복수, 지연된 정의

    '君子報仇 十年不晩'(군자보구 십년불만). 군자의 복수는 십 년이 걸려도 늦지 않다.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 '범저채택열전'(范雎蔡澤列傳)에 나오는 고사다. 춘추전국시대 진(秦)나라 재상이 된 범저(范雎)가 자신을 모함했던 위(魏)나라를 쳐서 원수를 갚았다는 데서 비롯됐다. 중국 역사의 또 다른 복수의 화신은 '오자서'(伍子胥)다. 부친과 형을 죽인 초평왕(楚平王)의 무덤을 파헤쳐서 삼백 대의 채찍질(掘墓鞭屍·굴묘편시)을 했다. 이처럼 당장은 아니더라도 반드시 복수한다는 것이 중국인의 정서다. 덩샤오핑(鄧小平) 시대의 대외정책인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는 '도광양회'(韜光養晦)의 사적 버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 무협의 기본 베이스는 '복수와 정의'다. 복수를 위해 무림(武林)의 고수가 되기까지 절치부심하는 과정이 무협 소설과 영화의 처음이자 끝이다. 진용(金庸)의 '사조영웅전'이나 '천룡팔부'는 강호의 도리를 지키는 것이 복수라는 기본 서사를 충실하게 따른다. 가족의 원한 따위는 잊어버리고 '화해와 용서'의 손을 내밀면서 복수는 꿈도 꾸지 않고 원수도 사랑하는 우리의 정서와 판이하게 다르다. 조희대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제270조의 재판 '강행규정'(1심 6개월, 2·3심 각 3개월)을 지키라며 법원에 권고문을 보낸 것이 2024년 9월 30일이었다. 하지만 어길 경우 처벌 규정이 없어 사문화되기 일보 직전이었다. 조 대법원장의 조치는 만시지탄의 조치였다.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기소된 것이 2022년 9월 8일이었다. 재판 기한이 제대로 지켜졌다면 1심은 2023년 3월, 2심을 거쳐 3심까지 2023년 9월, 늦어도 그해 연말에는 판결이 내려졌어야 했다. 그러나 1심은 6개월이 아니라 20개월이 더 지난 2024년 11월 끝났고, 2심도 한 달여 더 늦어진 3월 26일에야 선고가 났다.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상고심은 오늘 당장 선고하더라도 선고 기한이 19개월이나 지난 재판이다. 만일 상고심에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된다면 이 후보는 대선 출마 자격을 상실하고 민주당은 선거보전금 434억원을 반환해야 한다. 이런 중차대한 정치적 운명이 걸린 상고심에 온 국민이 촉각을 곤두세우게 된 1차적 책임은 사법부에 있다. 지난 대선 때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재판이 다음 대선이 치러질 때까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은 사법 정의가 사라진 사실상의 무정부 상태였다는 말과 다름 아니다. 무림에선 복수에 시효가 없다지만 선거사범에 대한 재판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민주주의와 법치가 정치인들에 의해 조롱·무시당하고 형해화(形骸化)된다. 그것이 지금 이 나라의 현실이다. 사법 정의의 실현은 사적 복수도, 군자의 복수도 아니다. 무엇보다 선거 과정의 허위사실공표 혐의에 대한 판례를 지금 시점에 명확히 하지 않을 경우, 불과 보름여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허위사실공표를 통한 국민 기만 행위가 재연돼도 처벌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법치(法治)는 사소한 규정을 제대로 지키는 데서부터 확립된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는 격언을 다시 기억하자. 대법원이 29일 이 후보의 선거법 상고심 선고 일정을 5월 1일로 확정했다. 대법원의 신속한 선고는 헌법 제84조 논란 등 대선 후 더 큰 정치적 혼란을 방지하고 법의 존엄과 법치주의를 확립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이다.

    2025-04-29 20:02:35

  • [날씨] 4월 30일(수)

    [날씨] 4월 30일(수) "맑음"

    2025-04-29 18:52:14

  •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나는 화사한 라일락처럼 피어있을 것이다 그를 위해 싱싱한 웃음 몇 개를 준비해 두는 일 비가 샌 내 몸을 감쪽같이 도배하는 일 안개에서 빠져나와 샤워하고 아, 분주해라 그가 묻더라도 미움속의 그리움 한 쪽은 시치미 떼며 감춰 두는 일 내 가슴에 키운 돌미나리 몇 뿌리는 비상금처럼 숨겨두는 일 그가 눈치 채기 전까지는 내 몸이 겹이라는 걸 당신에게는 붉은 은유라는 걸 절대 실토하지 않을 것이다 오랜만에 그가 내 곁에 포근한 산 그림자처럼 쓰러져 누울 때 잊었던 몸 물푸레나무 푸른 잎사귀로 퍼덕퍼덕 되살아날까, 그런데, 그런데 그가 참았던 봄을 한꺼번에 터뜨려오면 어떡하지 난, ◆시작(詩作)메모 진종일 부부가 함께 제과업을 하던 어느 봄날, 통유리로만 내다보는 봄을 상상으로나마 내 안에서 일탈해보고 싶었다. 남편이 만일, 며칠 동안 출장을 다녀온다면…, 아니 작가의 권한으로 상상 속에 아예 출장을 멀리 보내버렸다. 떨어져 있는 동안, 빛바랜 현실의 의식부터 숏커트로 확 날려버리고 이때부터 시 속에, 라일락, 샤워, 돌미나리, 물푸레나무, 살아, 푸른 물이 감도는 싱싱한 단어들을 내 앞에 자르르 불러 모았다. 마지막 행의 "참았던 봄을 한꺼번에 터뜨려오면 어떡하지 난" 이 구절에 '봄'의 상징성을 부여해 부재중의 기다림에서 오는 반가운 여심(女心)을 혼자 설레며 야릇한 심상으로, 내숭을 솔직하게, 당돌하게 묘사했다. ◆약력 - 1998년 '매일신춘문예' 동시 당선 - 1999년 '시안' 시 등단 - 대구문학상, 서정주문학상 수상

    2025-04-29 14:39:45

  • [매일문예광장] 낙동강, 달밤의 꽃그늘 아래 /곽흥렬   

    [매일문예광장] 낙동강, 달밤의 꽃그늘 아래 /곽흥렬  

    보름을 갓 지난 유월 하순 무렵의 초여름 밤이다. 멀리 낙동강 줄기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화원동산 중턱, 꽃그늘 길게 드리워진 벤치에 무연스레 앉아 있다. 은하가의 잔별처럼 대롱대롱 매달린 모감주나무 샛노란 꽃송이들이 푸른 달빛에 젖어 한껏 깊고 그윽한 운치를 자아낸다. 물고기의 은빛 비늘같이 쉴 새 없이 반짝거리며 저 아득히 먼 아래쪽으로 가물가물 떠가는 느릿한 강물의 간단없는 유영(遊泳), 그 소리 없는 흐름을 넋 나간 사람마냥 긴 침묵으로 하염없이 바라본다. 불현듯 그새 까맣게 잠재워져 있었던 감성의 물결이 일렁이며 내 고요하던 마음을 무지갯빛으로 채운다. 어째서 세월 저편으로 사라져 간 나날들은 하나같이 그리도 애틋하고 순연한 빛깔로만 채색되는 것일까. 어째서 그 기억들은 죄 그리움의 앙금으로 고이고이 가라앉게 되는 것일까. 흘러간 세월 한 자락이 만화경 속의 풍경이 되어 눈앞에 선해 온다. 거룻배에 몸을 맡기고서 낙동강을 건너다니던 어린 날의 영상이 금방이라도 손에 잡힐 듯 또렷하다. 헤아려보니 벌써 사십 년도 더 전의 일이다. 그때 부모님을 따라 외가 가는 길에 이따금 드나들곤 했었던 사문진(沙門津) 나루터, 유원지가 된 뒤로 사람들의 내왕이 잦아지면서 예전의 해 질 녘처럼 고즈넉하던 정경은 도무지 자취조차 가늠할 길 없게 변해 버렸다. 지금은 그 자리에 강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육중한 콘크리트 다리가 도도한 자태를 뽐내듯 덩그러니 놓여 있다. 이제 더 이상 나루터도, 배도 소용이 닿을 필요가 없어지고 만 것이다. 문명의 거센 물살에 떠밀려 나루터와 함께 사라져 가야만 했던 운명의 조각배가 오늘따라 몹시도 그리워진다. 세상 그 무엇이든 단 한 번 생을 부여받았다 그 시기만 달리할 뿐 언젠가는 반드시 떠나야 하는 것, 조각배인들 이 필연의 섭리 앞에 무에 다를 리가 있으랴. 맑은 정신을 깡그리 도둑맞을 정도로 세월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잰걸음으로 달음박질하고, 강물마저도 지난날의 그 유리알 같았던 모습을 잃어버린 지 하마 오래다. 시원스럽게 내리뻗은 고속도로며 이리저리 실타래처럼 얽히어 있는 신작로, 심지어 소달구지가 지나다니던 농삿길에서까지 와글와글 쉴 새 없이 내뱉는 수많은 자동차들의 소음이 귓속을 먹먹하게 만들어 놓는다. 마음의 안온함을 송두리째 빼앗겨 버린 시대인 것 같다. 다만 예나 지금이나 그리 변하지 않고 지난 시절의 정서를 비교적 근사(近似)하게 간직하고 있는 것은 달밤에 바라보는 강변의 풍광 정도라고나 할까. 만일 그마저 남아 있지 않았다면, 나는 두 번 다시 화원 나루터를 찾을 마음마저 잃고 말았을는지도 모른다. 그새 스물 몇 해가 흘러갔나 보다. 아내와 약혼식을 치른 구월의 어느 날, 햇살이 유난스레 맑았던 이 화원유원지 나루터를 참 오랜 세월 만에 다시 찾았었다. 그날 연분홍 빛깔의 깨끼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눈부시게 하얀 코고무신을 신었던 아내의 자태가, 내게는 꼭 한 떨기 꽃송이같이 아름다워 보였다. 우리는 나룻배를 타고서 강 저편으로 건너가, 느릿한 걸음으로 금빛 백사장을 함께 거닐며 몇 장의 사진을 추억 속에다 담았다. 서로가 입은 열지 않았어도 눈빛으로, 가슴으로 먼 훗날에 반추할 굳은 언약들도 주고받았다. 아내의 입 언저리에서 보일락 말락 한 우물웃음이 번져 나왔던 것을 지금도 돋을새김으로 기억한다.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모를 강바람이 설렁설렁 기분 좋게 불어오고, 또 그렇게 불어갔다. 계절은 벌써 초가을로 접어들고 있었건만, 아직은 따스한 봄날 같은 기운을 머금었던 그 강바람에 아내의 저고리 고름이 가오리연 꼬리처럼 지향 없이 흩날리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다시는 오지 않을 참 행복한 한때였던 것 같다. 그리고 강산이 두어 번이나 바뀔 만큼의 시간들이 한 줄기 바람 되어 훌홀히 흘러갔다. 어느 누가 세월을 소리 없는 폭군이라고 했던가. 그 짧지 아니한 세월이 사람을 몰라보게 바꾸어 놓았다. 한 포기 가녀린 들풀 같기만 하던 아내는 그새 여간한 비바람에는 끄떡도 않을 만큼 건강한 생활인으로 튼실하게 뿌리를 내렸다. 아내는 신혼 시절 걸핏하면 울기를 잘했었다. 텔레비전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가 조금만 슬픈 장면이 나오면 눈자위에 이내 이슬이 맺혔고, 한밤중에 아이의 몸이 불덩이가 되어 심하게 보채기라도 하는 날이면 금세 눈물방울이 주르르 볼을 타고 굴러 내리곤 했었다. 심지어 어쩌다 동화 속 정경 같았던 그리운 옛 시절의 사연을 꺼내기만 해도 두 눈 그득 물기가 그렁그렁해져서, 나는 하던 이야기를 서둘러 거두기 일쑤였다. 마치 동공瞳孔 가장자리 어딘가에 큼지막한 눈물주머니라도 따로 마련되어 있기나 한 것처럼, 아내의 눈은 대개 젖어 있을 때가 많았던 것 같다. 그랬던 그였건만 지금은 좀해선 눈물을 보이지 않는다. 삶의 고갯마루에 부대끼고 세파에 떠밀리며 허위허위 헤쳐 나온 때문일까, 그 철철 넘치던 눈물샘이 맨바닥을 드러낸 봇도랑처럼 그만 자취도 없이 바싹 말라 버렸는가 싶다. 한두 살씩 더해져 가는 나이 탓이리라, 이렇게 눈물을 잃어버린 아내가 요새 와선 오히려 안쓰럽게 여겨지는 것은. 게다가 마른 풀잎같이 윤기 잃은 얼굴 모습이며 거칠어진 손마디를 볼 때면, 마음 한 자락이 생인손 앓듯 아리어 온다. 아내의 잃어버린 눈물을 다시 찾아줄 수 있을 날은 그 언제쯤일는지…. 한 인간 한 인간의 삶의 역정은 바로 그가 써 내려가는 그만의 역사. 일상의 굴레에 갇혀 아등바등하는 아내의 애처로운 모습에서, 애면글면 삶을 꾸려 가시던 어머니의 살아생전의 모습을 본다. 아니, 굴곡 많았던 당신의 그 역사를 만난다. 세월의 수레에 실려, 지는 꽃이파리처럼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 간 무수한 지난 나날들. 한 세대가 저물고 다시 새로운 세대가 오고, 한 세대가 떠난 자리에 또 한 세대가 그 자리를 차지하며, 그리하여 우리네 인생살이는 한시도 머무름이 없는 저 유유한 강물과도 같이 그렇게, 그렇게 유전(流轉)해 가는 것이리라. ◆약력 -수필집 '우시장의 오후' 등 13권의 책을 펴냄. -흑구문학상 외 다수의 문학상 수상. -2012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

    2025-04-29 14:39:25

  • [매일문예광장] 편집자주

    [매일문예광장] 편집자주

    매일신문은 지역 문인들의 창작 의욕을 높이고, 더 많은 시민들과 좋은 글을 나누기 위한 장(場)으로 '매일문예광장'을 신설해 4주에 한 번씩 개재합니다. 대구 지역 문인 단체들이 한데 참여해 만들어가는 '매일문예광장'에 지역 문인은 물론이고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기고를 원하는 지역 문인들은 대구문인협회 및 각 소속 장르별 협회로 연락하시면 됩니다.

    2025-04-29 14:33:24

  • [매일춘추-조유진] 살아 있는 조각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만난 론 뮤익

    [매일춘추-조유진] 살아 있는 조각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만난 론 뮤익

    이번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아시아 최대 규모의 론 뮤익(Ron Mueck, 1958~ ) 개인전이 개최됐다. 2017년 서울시립미술관의 소장품 전시와 2021년 리움미술관의 단편적으로 작품이 소개된 이후 오랜만에 만나는 론 뮤익의 작품이다. 국내에서 쉽사리 접할 수 없는 작가의 첫 대규모 개인전이기에 올 상반기 꼭 가봐야 할 전시 중 하나다. 1958년 호주의 멜버른에서 태어난 론 뮤익은 인형 제작자로 장난감 제조업을 한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 방송용 캐릭터 소품 인형을 제작하고 특수 분장과 관련된 일에 종사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우연한 계기로 미술계에 발을 들이게 됐고, 이전에 익혔던 세밀한 기술들은 고스란히 자양분이 돼 지금의 작업 방식까지 영향을 미쳤다. 그의 존재를 본격적으로 알린 건 이듬해 1997년 런던 로열 아카데미(the Royal Academy)에서 열린 '센세이션(Sensation)' 전시였다. 당시 뮤익은 작고한 아버지의 모습을 나체로 재현해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는데, 실제보다 더 생생한 모습을 담은 1m 남짓의 조각품은 경외심과 찬사를 한 몸에 받았고, 이후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다. 이번 전시는 뮤익이 포착해 낸 인간 존재의 다양한 얼굴을 소개한다. 전시장을 들어서면 처음 마주하는 거대한 작가의 자화상은 당장이라도 눈을 뜨고 말을 건넬 것 같지만 조각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뒷부분은 텅 비어 있는 마스크의 형상을 지니고 있다. 자연스럽게 눌린 얼굴, 눈가와 입가에 맺힌 미세한 주름, 덥수룩한 수염 자국까지. 론 뮤익은 인간 존재의 가장 연약하고 무방비한 순간을 극사실주의로 포착해 낸다. 침대에 누워 깊은 생각에 잠긴 여인은 압도적인 스케일로 더욱 장대한 스펙터클의 면모를 보인다. 미화하지 않은 피부의 잡티와 목주름, 촉촉한 눈동자의 모습까지도 솔직하게 드러내는 날 것의 감각들은 생생한 표현력으로 인간의 신체를 재현해 관람객에게 강한 시각적 충격을 선사한다. 존 뮤익의 유난히 크거나 작은 작품들은 사실적이지만, 비현실적인 면모를 관람객에게 전달하여 현실과의 혼동을 피하면서도 몰입하게 만든다. 관람객들은 조각임을 알면서도, 어느새 발걸음을 멈추고 작품 앞에 서서 무심코 숨을 죽인다. 그리고 잠들어 있는 듯한 그리고 골똘히 생각하는 조각들을 주시한다. 고요한 조각 속, 흐르는 시간을 잡으려는 듯이 말이다. 그 극적인 대비 속에서 조각들은 알 수 없는 낯선 긴장감과 언캐니(Uncanny)의 감각을 야기한다.

    2025-04-29 10:5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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