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강민구] 세 번 이사한 맹자 어머니의 '커리어 로드맵'
흔히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教)'를 자녀 교육 환경의 중요성으로만 이해한다. 이 고사가 수록된 전한 시대 유향(劉向)의 「열녀전(列女傳)」은 국가의 흥망성쇠를 결정짓는 가문의 핵심 동력으로서 여성의 지혜와 판단력을 강조한 일종의 '가정 경영 지침서'에 가깝다. 맹자 어머니(孟母)의 세 번 이사는 그저 주거지 이동이 아니라, 자녀가 어떤 '사회적 지위'와 '직업적 비전'을 가질 것인가를 결정하는 치열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이사 과정을 오늘날의 경제적 관점으로 재해석하면, 사양 산업을 버리고 미래의 유망 직업군을 찾아가는 '커리어 로드맵'의 변천사와 닮아 있다. 맹자의 첫 번째 거주지는 무덤 근처였으니, 이는 고대 유가(儒家)의 고유 업종인 장례업과 관련 있다. 장례는 가문 중심의 전통 사회에서 중요한 의례였으나, 점차 관례화되고 수익성이 고착된 사양 산업의 성격을 띠었다. 공자는 어릴 때 제사 지내는 놀이를 하였다고 기록되어 있으니, 이는 공자의 성인(聖人)다운 유년 시절을 단적으로 증명해 주는 일화이다. 그러나 맹자의 시대에서는 유사한 행동이 자랑거리가 되기는커녕 어린아이가 해서는 안 될 짓으로 전락한 것이다. 맹모는 종래 삶의 터전을 과감히 버리고 시장으로 이사하였다. 그런데 맹자의 총명함은 장터 상인의 호객과 흥정 행위를 빠른 속도로 학습하는 데 쓰였다. 상인은 소득의 측면에서는 썩 괜찮은 신흥 직업이었다. 그러나 공자는 상인을 '소인(小人)'으로 규정하여 배척하였으며, 맹자 역시 상인을 '천한 장부'로 비하하였고, 그가 만들어낸 '농단(隴斷)'이라는 말에는 상업의 기원에 대한 그의 부정적 생각이 드러나 있다. 맹모가 최종적으로 선택한 거주지는 학교 근처였고, 맹자는 글 읽는 학자들을 흉내 내다가 결국 학자가 되었다고 한다. 현명한 맹모가 처음부터 학교 근처에서 살지 않은 것을 볼 때, 학자는 당시 직업군에 온전히 진입하지 못하였다. 따라서 맹모의 직업관은 매우 미래 지향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학자'가 유망 직업으로 인식된 것은 한나라 이후이다. 진나라의 가혹한 법치주의가 무너지고 한나라가 유학을 통치 이념으로 채택하면서, 학문은 수양의 도구가 아닌 권력으로 가는 수단이 되었다. 특히 한나라 때 시행된 향거리선제(鄕擧里選制)는 지방의 인재를 학문적 소양과 덕망에 근거해 중앙 관료로 추천하는 제도로, 공부가 신분 상승과 직결되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후 수·당 시대에 확립된 과거 제도는 시험과 학문의 결합을 공고히 하며, '공부하는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라는 공식을 동아시아적 가치로 만들었다. 오늘날 우리는 맹모가 겪었던 것보다 훨씬 급격한 직업의 대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등장은 과거 학교가 가르치던 지식과 그것에 이어지는 직업의 선택 양태를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이 작성한 '미래 직업 보고서'에 따르면, 단순 데이터 입력, 회계 업무, 반복적인 법률 사무 지원 등은 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사양 직업군으로 분류된다. 반면, 생성형 AI를 다루는 프롬프트 엔지니어, 데이터의 윤리적 사용을 관리하는 AI 윤리 전문가는 현재 가장 각광받는 신흥 직업군이다. 더 나아가 보건복지 전문가, 재생 에너지 기술자, AI가 흉내 내기 어려운 복합적 문제 해결 능력과 공감 기반의 커뮤니케이션을 수행하는 직업군이 미래의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이 땅의 학부모는 어디로 집을 옮겨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할 때이다.
2026-04-15 05:00:00
[사설] 향후 李 임명 특검이 李 사건 공소 취소한다면 법치의 종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치검찰 조작 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연 국정조사 중간 보고회에서 "검찰의 조작 기소는 국가폭력"이라며 "국가폭력에 대한 공소시효(公訴時效)를 없애는 법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쌍방울 대북 송금,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서해 공무원 피격 등 7개 사건을 조작 기소라며 국정조사를 벌이고 있다. 여기에 더해 검찰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수사·기소를 '국가폭력'으로 규정한 셈이다. 현행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8조는 '국정조사는 계속 중인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돼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지금 국정조사 자체가 위법(違法) 소지가 큰 것이다. 게다가 이재명 대통령이 관련된 대장동 사건과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의 경우 법원이 피고인들에게 상당 부분 유죄를 선고했다. 민주당이 대장동·대북 송금 등 사건을 조작 기소라고 믿는다면 중단돼 있는 이재명 대통령 재판을 즉각 재개(再開)해 혐의를 벗으면 된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재판 재개'는 외면하고, 수사 검사를 국회로 불러 조사하는 국정조사를 벌이고 있다. 하물며 민주당 소속 국조 위원 중에는 김동아, 양부남, 이건태 의원 등 이재명 대통령 변호인 출신이 참여하고 있다. 이러니 민주당이 '이재명 대통령 무죄' 또는 '공소 취소'를 이끌어내기 위해 입법 권력을 동원해 압력을 행사한다는 비판을 받는 것이다. 정 대표는 "국정조사 이후 '조작 기소 특검'을 통해 의혹(疑惑)을 낱낱이 밝히겠다"며 특검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럴 리 없겠지만 만약 특검이 대장동 사건·쌍방울 대북 송금 등을 맡아 공소 취소할 경우 이재명 대통령이 임명한 특검이 대통령 사건을 공소 취소하는 것이 된다. 대통령이 자기 사건을 공소 취소하는 격(格)이다. 그것은 권력이 사법부를 대신하는 것으로 대한민국 법치는 완전히 무너진다. 무죄를 확신하고, 조작 기소라고 믿는다면 국정조사나 공소 취소에 매달리지 말고 법원에 재판을 맡겨라.
2026-04-15 05:00:00
[사설] 산업 현장 셧다운 공포, 정부는 실질적 해결책 내놔야
중동발 충격으로 주요 원자재 공급이 끊길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나프타 가격은 전쟁 이전 대비 최대 80%까지 급등했다. 정유와 석유화학 업계는 재고를 소진(消盡)하며 버티지만 생산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구의 섬유·염색 업종은 원사와 염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가동률이 40%대로 떨어졌다. 플라스틱과 포장재 업계는 폴리에틸렌 확보전에 나섰는데, 값이 문제가 아니다. 편의점 비닐봉투 가격이 최대 40%가량 올랐고, 발주(發注)마저 제한된다. 의료 분야에선 주사기와 수액 가격이 몇 배 뛰고, 재고량도 2~4주 수준으로 줄었다. 반도체 공정에 필수인 헬륨, 식각(蝕刻) 공정에 쓰이는 브롬, 비료와 화학 산업의 기반인 암모니아 등은 중동 의존도가 높고 대체가 어렵다. 이들 자원은 하나라도 끊기면 생산이 멈춘다. 단기적 안목(眼目)에서 볼 때 정부 대응은 그나마 안정적이다. 대체 원유 도입과 현물 시장 물량 확보, 실시간 수급 체계 점검과 가격 이상 징후 감시 등은 초기에 과도한 공포의 확산을 막는 데 효과를 거뒀다. 그러나 산업 현장의 평가는 다르다. 기업들은 물량 확보 전쟁에 돌입했는데, 정부는 여전히 수급 안정 가능성을 강조한다. 헬륨, 브롬 등 전략 소재에 대한 중장기 확보 전략은 보이지 않고, 공급망 재편 역시 선언적 수준에 그친다. 정책은 여전히 가격 안정과 통제 중심에 머물러 있다. 정부는 위기를 통제할 뿐 아직 실체를 파악하지 못한 모습이다. 현재 정책은 버티기 전략에 불과할 뿐 위기 대처가 아니다. 미국·이란 종전 협상마저 결렬돼 불확실성은 갈수록 커진다. 단기적으로는 비축 자원과 외환 대응을 통해 충격을 흡수하는 동시에 조달 구조도 바꿔야 한다. 장기 계약 중심에서 실물 확보 중심으로 바꾸고, 공급선 다변화를 실질적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현 위기는 가격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시장이 아니라 정책이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다. 위기를 버티는 능력이 아니라 위기 이후에도 작동할 수 있는 시스템 전반(全般)의 재설계가 필요하다.
2026-04-15 05:00:00
[사설] 노란봉투법 '사용자'에서 정부만 빠지겠다는 파렴치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제2·3조) 시행 한 달 만에 너도나도 원청(原請) 기업에 대한 하청(下請) 기업의 교섭 요구가 쏟아지며 대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민간과 공공을 가리지 않는다. 지난 10일 중앙노동위원회에 따르면 1천12개 하청 노조가 372개 원청에 교섭을 요구했는데, 공공 부문이 156곳(41.9%)에 달한다. 하청 노조에 속한 조합원 수로 따지면 공공이 7만1천360명, 민간이 7만5천736명으로 비슷한 규모다. 이 중에서 294건이 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 접수됐는데, 지금까지 판단이 나온 27건 중 70%(19건)라는 높은 비율로 '사용자성'이 인정됐다. 협력사를 거느리고 있는 제조업체들 입장에서는 어디까지 자신들을 '진짜 사장'이라고 지목하고, 얼마만큼의 교섭 요구를 감내해야 할지 불안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판단이 나온 27건 중에서 공공 분야도 꽤 된다. 기획예산처·보건복지부·교육부 등 중앙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을 상대로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가 쏟아졌고, 이 가운데 국세청·한국전력공사·한국자산관리공사 등 일부 공공부문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지노위의 판단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지난 13일 김민석 국무총리가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정부의 사용자성을, 책임을 어디까지 갈 것이냐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보완돼야 할 상황"이라고 밝혀 논란을 빚고 있다. 공공 부문의 사용자성 범위를 제한할 입법(立法)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민간 기업들에 막대한 파장(波長)을 일으킬 노란봉투법을 강행한 정부는 '사용자'에서 빠지고 민간 기업은 나 몰라라 하겠다는 것이란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노란봉투법의 모호성이 있다면 뒤늦게라도 정부가 그 가이드라인을 분명히 해야 할 일이다. 이는 민간 기업만이 아니라 정부에 대해서도 동일한 잣대로 적용되는 것이 옳다. 정부가 책임을 지는 데 한계가 있다면, 민간 기업에 역시 무한 책임을 요구할 수는 없는 일이다. 김 총리의 발언 취지에 따르면 노란봉투법 도입 자체가 무책임할 뿐이다.
2026-04-15 05:00:00
[관풍루] 국민의힘, 부산·인천·충남·대전·세종·경남·울산·강원에 이어 경북도지사 후보로 이철우 현 지사 확정.
○…국민의힘, 부산·인천·충남·대전·세종·경남·울산·강원에 이어 경북도지사 후보로 이철우 현 지사 확정. 9개 광역단체장 공천이 모두 '현역 불패'로 귀결. 초라한 당 지지율에 기댈 곳은 '현역 프리미엄'? ○…연간 300만 건 넘는 사건으로 인력 부족 호소하는 경찰, 급기야 'AI 수사 보조관' 투입 계획. 검경 수사권 조정이 부른 결과, 검찰청 폐지 이후가 더 걱정. ○…국회 국방위, 병역 기피자의 입영 의무 면제 연령 38세에서 43세로 높이는 법안 처리. '버티기 병역 기피' 차단이라는데, 병력 자원 부족에 따른 고육책.
2026-04-15 05:00:00
2026-04-14 19:05:11
"파기름장을 한 숟가락 퍼넣어 비벼라." 낮에 따온 홍합으로 저녁에 홍합밥을 지었다. 아이들 손바닥만 한 홍합을 반으로 잘라 솥에 넣고, 참기름을 넉넉하게 둘러 볶았다. 구수한 김이 술술 오르자 불린 쌀을 넣고 밥을 안쳤다. 데친 대황(해조류의 일종)을 꽁치젓갈에 버무려 내고, 김성도 이장님, 김신열 여사와 셋이서 홍합밥을 양푼이에 퍼담아 앉은뱅이 상에 둘러앉았다. 시키는 대로 파를 넣은 참기름장에 비벼서 한 숟가락 떴다. 맛의 신천지였다. 한 양푼이 다 비우고, 체면 차릴 것도 없이, 남은 밥마저 퍼담아 해치웠다. 지난 2008년 9월 3일, 울릉읍에서 2천98번째로 본적지를 독도로 옮기고 독도상주기자로 들어간 날 저녁, 김신열 여사는 홍합밥을 지어줬다. 독도 주민으로서 배려였고, 환영이었다. 그 당시에도 독도 홍합밥은 귀한 음식이었다. 김신열 여사가 물질 나가 홍합을 따면, 김성도 이장님이 모터보트를 몰고 나가 받아온다. 오후에는 둘러앉아 그것을 까서, 비닐봉지에 나눠 담는다. 관광선 편으로 울릉도로 보내면 홍합 한 알에 500원 꼴이 된다. 홍합은 독도 김 이장댁 주소득원이다 보니, 끼니마다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다. 17년 전 홍합밥을 지어줬던 김신열 여사가 지난달 별세했다. 2018년 김성도 이장이 타계한 후 뭍으로 나와 생활하다가, 노환으로 천명을 다한 것이다. 김성도, 김신열 부부는 1991년 독도로 주민등록지를 이전하고, 2006년 2월부터 독도에 들어가 살기 시작했다. 1965년 최종덕 씨가 처음 서도에 슬레이트 블록집을 짓고 거주한 이후, 1986년에 들어간 조준기·최경숙 부부에 이어서, 세 번째 주민이 된 것이다. 독도에서 생활한 주민들은 그동안 '우리 땅 독도' 지키기에 큰 축이 되었다. 2008년부터 1년 동안 독도상주기자로 생활하는 동안, 독도에는 마을이 있었고, 이웃이 있었고, 사람들이 있었다. 이제 독도에는 경비대원, 등대원, 독도관리사무원, 119구급대원뿐이다. 이들은 모두 국가의 녹을 먹는 공무원들이다. 독도를 생활 근거지로 하여, 바다가 내주는 산물을 젖줄로 하여 일상을 꾸려가는 사람이 없어진 것이다. 사람 없는 동네에서 관리자들끼리 서로 관리하고 있다. 독도를 하루라도 비워둘 수는 없다. 지금 독도에 들어가서 살겠다는 의사를 밝힌 사람들이 적지 않다. 독도를 관리하는 행정관서는 지난날과 같이 독도에 민간인이 들어가서 살 수 있는 기반을 재정비해야 한다. 그리고 하루빨리 독도 입주민 선정기준을 만들고, 엄정한 심사를 거쳐 독도에 들어가서 생활할 주민을 정해야 한다. 독도는 대한민국 사람, 민간인이 들어가서 홍합을 따고, '독도카페'도 운영해야 된다. 그 옛날, 독도경비대원들이 50일간 독도 근무를 마치고, 울릉도 본대로 복귀하는 전날, 김신열 여사는 언제나 간부와 고참병들을 서도로 불러다 홍합밥을 지어 먹여 보냈다. 다음날 독도를 떠나는 경비대원들은 독도 사람들 인정에 눈시울을 붉혔다. 나중에 육지 나가서도 안부 전화를 하면 늘 독도 홍합밥이 생각난다고 했다. 독도상주기자 시절 함께 생활했던 강석경 경비대장, 추호 통신반장, 그리고 엄태명 등대소장님. 우리가 어민숙소에서 홍합밥 비벼 먹던 그때가 '독도리'다웠지 않습니까.
2026-04-14 18:44:39
[동정]김구철 교수 담수회관 '한국 근대화 원동력' 특강
김구철 금강대학교 연구교수는 14일 '한국 근대화의 원동력'을 주제로 담수회관(대구시 중구 중앙대로)에서 특강했다. 사) '신한국운동추진본부'가 주최한 이 특강에서 김 교수는 한국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매우 짧은 기간에 근대화에 성공한 것은 ▷독서계급이 폭넓게 형성돼 있었고 ▷공채 문화가 정착돼 우수한 인재를 널리 등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26-04-14 17:32:23
[사설] 학생의 교사 폭행은 학생부에 기록되지 않는 학교 질서의 붕괴
충남 계룡시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이 교사에게 흉기(凶器)를 휘두르는 사건이 발생하며 교권(敎權) 침해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교권이 땅에 추락한 정도가 아니라 신변의 안전을 걱정해야 하는 지경까지 이른 것이다. 13일 경찰과 교육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44분쯤 충남 계룡시의 한 고등학교에서 고3 학생 A군이 교장실에서 미리 준비한 흉기를 30대 교사 B씨에게 휘둘렀다. 경찰은 소방과 공동 대응하여 A군을 긴급체포했으며 현재 정확한 범행 경위(經緯)를 조사 중이다. 등과 목 등에 부상을 입은 피해 교사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말에는 경기 광주시의 한 중학교에서 여교사가 수업 중 학생으로부터 폭행을 당해 옆구리와 손 등 전치 2주의 상해를 입고 응급실로 이송(移送)되는 사건도 있었다. 또 지난해 5월 제주도의 한 고등학교에선 학생이 인솔 교사를 주먹으로 폭행하고 돌멩이로 위협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로 학생에 의한 교사 폭행은 끊이지 않고 있다. 국회도서관 자료에 따르면 교원 대상 상해·폭행 등 교육활동 침해는 2024년 675건, 2025년 1학기 389건으로 수업일 기준 하루 평균 3, 4건꼴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사건이 예외적으로 드물게 발생하는 정도가 아니라 반복되는 '현실'에 가까운 것이다. 하지만 조치 현황을 보면 출석정지가 가장 많고 강제 전학이나 퇴학은 극소수에 그쳐 처벌(處罰)의 실효성 논란이 제기된다. 특히 현재 학생 간 학교폭력 조치 사항은 학생부에 기록돼 입시에 반영되는 반면, 교사를 폭행해 전학이나 퇴학 처분을 받아도 기록이 남지 않는다. 교원단체들은 이는 곧 '교사는 때려도 기록에 남지 않는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는 '명백한 역차별'이라고 규정했다. 교사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교실에서는 학생들의 학습권 또한 보장될 수 없다. 학생들의 인권만 강조할 일이 아니라 땅에 떨어진 현행 교권 보호 제도의 강화(強化)가 시급하다.
2026-04-14 05:00:00
[사설] 지방선거 좌우하는 중앙 정치 구도, 대구 유권자는 휩쓸려선 안 돼
6·3 지방선거에서 경북을 제외하면 더불어민주당이 전국적으로 앞선다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고공 행진하면서 '지역 어젠다'는 뒷전이고 중앙 정치가 선거를 좌우하는 양상(樣相)이 나타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이재명 대통령이 주도하는 선거"라는 말까지 나온다. 지방선거가 중앙 정치와 별개일 수는 없다. 그렇더라도 중앙 정치가 지방선거를 좌우한다면, 결국 '총선 승리와 대선 승리가 지방선거 승리'로 이어지게 된다. 이럴 경우 '중앙 정치'만 남게 되고, 지방선거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도 있다. 실제로 현재 6·3 지방선거 초반이기는 하지만 대구경북, 부산·경남, 대전·충남 등에서는 행정 통합을 비롯한 각 지역 현안(懸案)이 뒷전으로 밀리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지방정부가 다루는 문제는 지역 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교통 및 주거 환경 개선, 인구 감소 대응, 교육과 복지 등 주민 일상과 직결(直結)된 사안이다. 이런 문제는 정당의 구호나 후보자의 이미지가 아니라 전문성과 실행력, 지역에 대한 입체적 이해력이 있어야 해결할 수 있다. 유권자들은 다른 무엇보다 후보자의 전문성과 과거 성과, 지역 현안, 지역 미래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대구시장 선거에서 현재 김부겸 민주당 후보가 앞서고 있다. 보수 진영에서는 경선(競選) 중인 국민의힘 6인 후보들보다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 그러나 이 두 후보가 다른 후보들에 비해 특별히 대구 지역 현안과 발전에 더 많은 관심을, 지속적으로 가져왔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김부겸 후보는 정부·여당의 인기를 등에 업었기에 앞서고, 이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정부·여당에 맞선 이미지'로 '세(勢)'를 얻었다고 볼 수 있다. 이 현상 역시 '중앙 정치 바람'인 셈이다. 유권자들은 누가 더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대구 발전 공약과 로드맵을 제시하느냐, 어떤 정책과 공약이 장기적으로 대구의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느냐를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2026-04-14 05:00:00
[사설] 대구 함지산 산불 1년, 더딘 복구로 폭우 때 산사태 우려된다
대구 북구 함지산 산불이 발생한 지 1년이 됐다. 지난해 4월 28일 함지산을 휩쓴 산불은 산림 259.6㏊를 태우고, 이틀 만에 주불이 진화(鎭火)된 '도심형 대형 산불'로 기록됐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불이 번지면서 주민 5천여 명이 대피했다. 함지산 산불은 도심도 더 이상 산불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을 일깨워준 계기가 됐다. 산불 발생 1년이 지났지만, 피해 복구는 더디기만 하다. 조림(造林) 사업과 임도(林道) 조성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 '여름 집중호우 시 산사태'라는 2차 재난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현장의 얘기다. 함지산 곳곳에는 불에 탄 나무들이 방치돼 있어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산불 피해지 복구의 핵심은 속도다. 불에 탄 나무와 고사목(枯死木)은 뿌리의 지지력을 잃어 토양을 붙잡지 못한다. 폭우가 오면 산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행정 당국의 대응은 늦다. 북구청은 화재 당시 진화 차량과 인력 접근이 어려웠다는 지적에 따라 임도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구청은 산주(山主)들의 동의를 거쳐 하반기에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그러나 수십 명이나 되는 산주의 동의를 일일이 받아야 하고, 이들 중 일부가 반대하면 노선을 바꿔야 하는 혼선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림 복원도 위험목 제거가 마무리되는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것이라고 한다. 임도 조성과 산림 복원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 특히 위험목 제거와 조림 사업을 빨리 마무리해 토양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 사유림(私有林)이라 하더라도 공공 안전과 직결된 복구 사업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행정 개입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산주 설득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다. 법적·제도적 장치를 통해 사업 추진력을 확보해야 한다. 함지산 산불 이후 행정 당국의 도심형 산불 대응 체계가 강화된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특수진화대의 도심 배치, 헬기 투입 확대, 순찰 강화 등은 초기 진화 역량을 끌어올리는 의미 있는 변화다.
2026-04-14 05:00:00
[관풍루] 국민의힘 대구 의원들, "당의 이름으로 정치를 해 온 사람이 당의 어려운 순간에 개인을 앞세운다면 대구 시민들은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 보지 않을 것"이라고
○…국민의힘 대구 의원들, "당의 이름으로 정치를 해 온 사람이 당의 어려운 순간에 개인을 앞세운다면 대구 시민들은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 보지 않을 것"이라고. 누구를 두고 하는 소리인지 대구 사람은 다 알지.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경기도를 활동하고 싶은 지역으로 선정됐으면 좋겠다"며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 의사 재확인. 이재명 대통령이 '제 분신과도 같은 사람'이라 했으니 공천은 무난? ○…인천지법, 마약류 범죄로 캄보디아에서 수감 중인 아들의 지시를 받아 국내에서 마약류 거래 자금 세탁한 혐의를 받는 90대 여성에게 징역 1년 선고. 타락한 아들 둔 어머니의 안타까운 모정(母情).
2026-04-14 05:00:00
2026-04-13 18:51:11
[심백강의 한국 고대사] 단군조선의 발상지는 어디인가(2)
◆「두로공신도비명(豆盧公神道碑銘)」에 보이는 고조선의 명산 밀운산(密雲山) 지금 우리나라에는 삼국시대 이전 고조선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기록한 상고사 자료가 없다. 『고조선비사』 같은 우리 조상들이 손수 쓴 자료들을 사대, 식민주의 시대를 겪으면서 모두 잃어버린 탓이다. 환국과 단군조선의 상고사를 다룬 『환단고기』가 있긴 하지만 아직 국내외 학계로부터 공신력을 얻지 못한 상태다. 다행히 청나라 건륭황제 때 국력을 기울여 중국 5천 년 역사상의 문헌을 약 8만 권으로 집대성한 『사고전서(四庫全書)』 안에는 『삼국사기』, 『삼국유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단군조선 관련 매우 귀중한 자료들이 포함되어 있다. 1,500년 전 남북조시대 유신(庾信)이 쓴 모용 선비족 「두로공신도비명」에 "조선이 건국했고 고죽이 임금이 되었다. 땅은 고류라 호칭하고 산은 밀운산이라 부른다.(朝鮮建國 孤竹為君 地稱髙栁 山名密雲)"라고 말했다. 고죽국 이전의 고조선 건국을 이야기하면서 고류, 밀운산을 언급하고 있는 이 기록은 단군조선이 하북성 특히 북경시 밀운 지역 일대에서 건국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한다고 본다. 현재 하북성 동쪽 진황도시에 고죽국 유적이 남아 있고 하북성 탁록시 서쪽 산서성과 경계를 이루는 곳에 고류(高柳)로 비정되는 양고현(陽高縣)이 있으며 그 중심에 북경시 밀운구가 위치하고 있다. 동쪽으로는 하북성 진황도시, 서쪽으로는 산서성 양고현, 그리고 북경시 밀운구 이 일대는 바로 발해의 모퉁이 즉 발해만 북쪽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산해경』에서는 "고조선이 발해의 모퉁이에 있다"라고만 간단히 언급했는데 단군조선의 중심지를 동쪽과 서쪽을 아울러서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이 「두로공신도비문」 내용이라고 여긴다. 오늘날 북경시 밀운구를 중심으로 한 그 일대를 왜 단군조선의 발상지 즉 단군의 왕검성이 있던 곳이라고 보는 것인지 그 근거를 사료의 고증을 통해 최초로 밝히고자 한다. ◆밀운산에서 유래한 북경시 밀운구의 역사 「두로공신도비명」은 고조선의 건국을 이야기하면서 밀운산을 언급했다. 이는 고조선과 관련한 우리의 기존 상식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다. 왜냐하면 한반도나 만주지역에는 역사상에 밀운산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북경시 북쪽, 고북구 서쪽의 송나라 때까지 조선하로 불렸던 조하(潮河) 부근에 밀운구가 있고 밀운이란 지명은 밀운산에서 유래했다. 따라서 단군조선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앞서 북경시 밀운구의 지난 역사를 간단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북경시 『밀운현지(密雲縣志)』에 "밀운현의 동남쪽에 높은 산이 있는데 일년 내내 운무가 산을 감싼다. 그래서 구름이 빽빽하다는 뜻으로 밀운산이라고 불렀으며 그 부근에 설치한 현을 밀운현이라 부른다"라고 하였다. 『밀운현지』의 기록에 따르면 밀운현은 역사가 매우 유구한 곳이다. 10만 년 전에 인류의 활동이 있었고 6,000년 전에 촌락이 형성되었으며 신석기시대 후기 순임금이 공공(共工)을 유주(幽州)로 귀양보냈는데 그 공공이 거주했던 공공성(共工城)이 바로 현재의 밀운현 연락촌(燕落村) 남쪽에 있다고 말했다. "공공을 유주에 귀양보냈다(流共工于幽州)"라는 기록은 『서경』 요전편과 『사기』 오제본기에 실려 있어 그것이 역사적 사실임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리고 연락촌을 위시한 그 부근의 여러 지역에서는 학계에서 고조선 유적으로 평가되는 약 4,000년 전 하가점하층문화 유적이 발굴되고 있는 점도 주목할만 하다. 북경시 『밀운현지명지』에는 "연나라 소왕 29년 (서기전 283) 연나라 장수 진개(秦開)가 동호를 공격하여 상곡, 어양, 우북평, 요서, 요동 5군을 설치했는데 이때 설치한 어양군이 바로 북경시 밀운 지역이다"라고 말했다. 지금의 중국 서쪽 섬서성에 본거지를 둔 서주(西周)가 은나라를 멸망시킨 다음 동쪽으로 영역을 확대하여 산동성에 제나라와 노나라를, 하북성 남쪽에 연나라를 세웠는데 소왕 시대에 연나라가 전성기를 맞아 동쪽의 고조선을 공격했다. 북경시 동북쪽 밀운 지역은 전국시대 연나라가 공격하기 이전 하, 상, 주 시대에는 고조선 땅이었다. 사마천 『사기』 조선열전 색은(索隱)에 "조선의 재상 노인은 어양현 사람이다.(朝鮮相 路人 漁陽縣人)"라고 말했는데 이는 어양군이 본래는 고조선 땅이었음을 확인시켜주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전국시대에 이르러 연나라가 국력이 커지자 고조선을 공격하여 하북성 서남쪽 1천리 땅을 빼앗아 거기에 상곡군, 어양군, 우북평군, 요서군, 요동군 5개 군을 설치했는데 이때 지금의 밀운 지역 일대에 어양군이 설치된 것이다. 따라서 전국시대를 마감하고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 시대에 중국과 고조선이 국경을 마주한 동북방 최전선은 바로 어양군이었다. 『사기』 진섭열전에 보이는 "시골의 빈민들을 징발하여 어양에 가서 국경 수비를 담당하게 했다(發閭左 適戌漁陽)"라는 기록은 그러한 사실을 입증하는 근거이다. 진시황 때 만일 요녕성의 요하나 북한의 청천강이 조, 중 국경선이었다면 왜 병사들을 오늘날의 북경시 밀운구, 당시의 어양군으로 보내 국경을 수비하도록 했겠는가. 어양군은 어수(漁水)의 북쪽이라 해서 붙여진 명칭이다. 『사해(辭海)』에 의하면 어수는 현재의 조하 즉 조선하 아래쪽의 백하(白河)이다. 어양군을 백하의 북쪽이란 뜻으로 백양군이라 하지 않고 왜 굳이 백하를 어수로 명칭을 바꾸어 어양군이라고 했을까. 백하라는 명칭의 한자 백(白)은 우리말 밝으로서 밝달민족을 연상시킨다. 밝달민족의 강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고조선 땅을 빼앗아 여기에 연 나라 군을 설치하면서 밝달강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어수로 명칭을 바꿔 어양군이라 호칭했다고 본다. 뒤에 어양군이 있던 지역에 밀운군이 설치되는데 그러면 밀운군은 언제 설치되었는가. 『방여회편(方輿滙編)』 곤여전(坤輿典)에 "밀운군은 북위 황시 2년에 설치되었으며 백단현, 요양현, 밀운현 3개 현을 관할했다. 군청 소재지는 백단현에 있었다(密雲郡 北魏皇始二年置 領白檀 要陽 密雲 三縣 郡治 在白檀縣)"라고 말했다. 북위시대 황시(皇始) 2년(397)에 밀운군과 밀운현이 최초로 설치되었는데 밀운군의 군청 소재지는 밀운현에 있지 않고 백단현에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방여회편』은 곤여전(坤輿典), 직방전(職方典), 산천전(山川典), 변예전(邊裔典) 4부로 구성된 책인데 청나라 강희 40년(1707)에 편찬되었다. 동위 시대(534~550)에 밀운현을 밀운군으로 승격시키고 그 아래에 밀운현, 백단현, 요양현 3개 현을 설치했다. 북제 시대(550~577)에는 밀운군을 폐지하고 백단현과 요양현을 밀운현에 합병시켰다. 그 후 밀운현이란 명칭은 명, 청 시대까지 존속되다가 1928년 하북성에 예속되었고 1958년 10월 북경시에 귀속되었다. 2015년 11월 밀운현을 폐지하고 밀운구를 설치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산 위에 밝달나무가 있었던 북경시 밀운현의 밝달산 『한서』 지리지에는 어양군이 유주(幽州)에 속하며 12개 관할 현이 있다고 말했는데 12개 현 가운데 백단현(白檀縣)이 보인다. 그리고 "백단현은 혁수가 백단현 북쪽 만이(蠻夷) 지역에서 발원한다(白檀 洫水出北蠻夷)"라고 하였다. 백단현 북쪽은 중국이 아니라 만이 지역이라고 한 것을 보면 이 일대는 원래 동북방 고조선 땅이었음이 드러난다. 『대청일통지』에서는 "한나라 시대의 백단현은 지금의 고북구 밖에 있었다(漢白檀縣 在今古北口外)"라고 그 위치를 구체적으로 적시하였다. 고북구는 지금도 중국 지도상에 보이는 지명으로 북경시 북쪽 조하(潮河) 부근에 위치해 있다. 『무경총요』에서는 "조선하(朝鮮河)를 지나서 고북구에 간다"고 말했는데 『대청일통지』에서는 "백단현이 고북구 밖에 있다"고 하였으니 백단현은 지리적으로 조선하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위서(魏書)』 무제기(武帝記)에는 조조가 "북방의 오환(烏丸)을 공격할 때 노룡새(盧龍塞)를 나가서 백단산과 평강(平岡)을 지나 동쪽으로 유성(柳城)을 향해갔다"라고 하였다. 『태평환우기』에서는 "하북도 평주 노룡현에 조선성(朝鮮城)이 있다"고 말했는데 조조가 "노룡새를 나가서 백단산을 지나갔다"라고 한 것을 보면 조선성이 있던 노룡현에서 멀지 않은 곳에 백단산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삼국지』 전주전(田疇傳)에는 전주가 조조에게 "노룡구로부터 백단의 험지를 넘어가라(從盧龍口 越白檀之險)"고 건의한 말이 나온다. 노룡구는 현재는 희봉구(喜逢口)로 명칭이 바뀌었다. 조선성이 있던 노룡현 북쪽에 있던 백단산이 상당히 험준한 산이었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명나라 때 편찬된 『환우통지(寰宇通志)』(1456) 권1, 경사(京師) 산천조에 다음과 같은 단군조선의 건국과 관련하여 매우 주목되는 내용이 발견된다. "백단산은 밀운현 남쪽에 있다. 그 산의 남쪽에 옛적에 밝달나무가 있었다. 그래서 산 이름을 백단산이라고 하였다(白檀山 在密雲縣南 其山之陽 古有檀樹 故名)" 또한 『대명일통지』 백단산 조항에도 "밀운현 남쪽 25리에 있다. 그 산의 남쪽에 밝달나무가 있었다. 그래서 백단산이라고 하였다. 위나라의 조조가 백단산을 넘어서 오환을 유성에서 격파했다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在密雲縣南 二十五里 其山之陽 古有檀樹 故名 魏曹操 歷白檀 破烏丸于柳城 卽此)"라고 말하였다. 밀운현에 있던 백단산에 관한 보다 상세한 내용을 전하고 있다. 『환우통지』와 『대명일통지』의 두 기록은 왜 이 산 이름이 백단산으로 불려지게 되었는지 그 원인을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즉 산 남쪽에 오래된 밝달나무 고목이 있어서 백단산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서』 지리지, 『위서』 무제기, 『삼국지』 전주전, 『대청일통지』 등에 보이는 백단현은 조선성이 있던 노룡현, 조선하가 있던 고북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지명임을 감안할 때 상고시대에 이곳은 고조선 지역이었음이 분명하다. 특히 『환우통지』, 『대명일통지』 등에서 백단산은 "산 남쪽에 밝달나무가 있어서 백단산이라 부르게 되었다"라고 말한 것을 볼 때 이 산은 밝달조선 즉 단군조선과 깊이 관련되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밝달나무는 색상과 재질에 따라 백단(白檀), 자단(紫檀), 흑단(黑檀) 등으로 구분하는데 단군은 흑단이나 자단이 아닌 밝고 깨끗한 백단수 아래 조선을 건국했던 것이고 이것이 우리 백의민족의 기원일 수 있다. 백단은 우리 말로는 밝달의 한자 표기인 것이다. 고조선과 전혀 관련이 없는 다른 지역이라면 모르거니와 조선하가 흐르는 북경시 밀운현, 조선성이 있던 하북성 노룡현 부근에 위치한 산 이름이 밝달산이고 그 산 남쪽에는 밝달나무 고목이 있었다면, 이를 단군조선과는 전혀 무관한 우연의 일치라고 강변하기 어려울 것이다. 『산해경』에 "발해의 모퉁이에 조선이 있다."고 하였는데 위치적으로 북경 지역이 발해만의 모퉁이이다. 『세종실록』에 나오는 『단군고기』를 위시한 여러 책에서 환웅과 단군이 단목(檀木) 즉 밝달나무 아래로 내려왔다고 했는데 북경 밀운 지역에는 산 위에 밝달나무가 있는 밝달산이 있다. 그리고 단군이 나라를 세우고 국명을 조선이라 하였다면 그곳에는 비록 오랜 세월이 흐른 뒤라도 흔적이 남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북경 북쪽 밀운현에 조선하, 단주(檀州)가 있고 북경 동쪽에는 조선성이 있었다. 고조선과 관련된 산명, 지명들이 당, 송시대까지도 남아 있었다. 단군조선의 발상지가 되기 위해서는 나라가 발해의 모퉁이에 위치해야 하고 밝달나무가 있는 밝달산이 있어야 하며 고조선과 관련된 산명이나 지명 등 어떤 흔적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의 대동강 유역은 이 중 단 한 가지도 충족시키지 못한다. 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켜주는 지역은 오직 발해만 북쪽 북경시 밀운현 일대뿐이다. 그러므로 필자는 이 지역을 단군조선의 발상지라고 간주하는 것이다. 다음에 더 구체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밝달산과 단군조선의 관계를 설명하려고 한다. 역사학박사·민족문화연구원장
2026-04-13 14:23:31
[사설] 연간 100조원 국가채무 증가, 미래 세대 허리 꺾을 확장 재정 중독
지난해 국가채무는 129조원 증가해 1천304조원을 넘어섰다. 관련 통계가 정비된 1997년 이후 최대 증가인데, 연간 100조원 이상 채무 증가는 '뉴노멀'이 될 전망이다. 국가 상환 능력을 위협하는 핵심 지표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24년 46.0%에서 지난해 49.0%로 상승했고, 2028년 채무비율 전망치는 불과 1년 만에 50%에서 56%대로 치솟았다. 올해 예산 기준 재정지출과 조세지출(세금 감면 등으로 발생하는 사실상 재정지출)을 합친 정부 총지출은 800조원을 넘어섰는데, 여기에 26조원 추경까지 더해졌다. 고령화에 따른 연금·의료 지출은 구조적으로 증가하고, 교육교부금처럼 세수와 자동 연동(連動)되는 지출은 경기와 무관하게 팽창한다. 이런 상황에서 2차 추경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1차 추경은 초과 세수를 활용해 국채 발행 없이 편성됐지만, 추가 추경은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 정부 당국은 2차 추경론에 거리를 두며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검토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중동전쟁 이후 성장률 전망치가 잇달아 하향되고 있다. 낮은 성장률은 GDP 감소와 국가채무비율 상승으로 직결되고, 이는 국가신용도 하락으로 이어지게 된다. 미국과 이란 간 종전(終戰) 협상이 합의 없이 종료되면서 불확실성은 다시 현실로 다가왔다. 전쟁이 끝나도 호르무즈 해협 항해 차질이 해소되지 않을 수 있다. 재정은 경기 대응 수단인 동시에 위기 대응의 마지막 보루(堡壘)다. 확장 재정의 반복은 미래 세대로 부담을 떠넘기는 선택이다. 국가채무와 재정적자에 상한을 두는 재정준칙을 법제화하고, 연금·의료·교육교부금 등 의무지출과 관행적 조세지출에 대한 구조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정부는 올해 지출 구조조정을 예고하며 의무지출 10% 감축 목표를 제시했는데, 반드시 이뤄야 할 과제다. 무너진 재정 신뢰는 회복이 어렵다. 정치적 이익이나 단기적 경기 대응에 매몰될 때가 아니다. 재정 구조개혁만이 미래 세대에게 짐을 떠넘기지 않는, 책임 있는 경제 정책이다.
2026-04-13 05:00:00
[사설] 대통령의 SNS, '팩트'에 근거해 균형 있고 신중해야
이재명 대통령은 12일 X(옛 트위터)에서 "사욕을 위해 국익을 훼손하는 자들을 매국노(賣國奴)라 부른다" "공익 추구가 사명인 정치와 언론 영역에서도 매국 행위는 버젓이 벌어진다"고 했다. 전후 맥락을 고려하면 지난 10일 이 대통령의 "우리가 문제 삼는 위안부 강제, 유태인 학살이나 전시 살해는 다를 바가 없다"는 X의 글과 '이스라엘 병사가 팔레스타인 아동을 고문한 뒤 지붕 위에서 떨어뜨렸다고 주장하는 영상'을 공유(共有)한 것에 대해 비판하는 정치권과 언론을 향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공유한 영상은 반이스라엘·친팔레스타인 성향의 계정이 조작(造作)한 2024년 영상이었다. 이 대통령 본인도 "사실이라면"이라고 가정법을 쓴 것으로 미뤄 볼 때 '영상의 주장이 사실과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인지(認知)했음을 알 수 있다. 국가 원수가 특정 국가를 비난하는 글을 사실 확인조차 않고 소셜미디어에 올렸다는 것은 큰 실수이다. 특히 이스라엘인들이 가장 가슴 아파하는 홀로코스트 추모일(4월 13일)을 앞두고 '유대인 학살'을 언급하며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내용은 국제 관계의 상식에 반한다. "이는 받아들일 수 없고 강력한 규탄(condemn)을 받아 마땅하다"는 11일 이스라엘 외무부의 초강경(超强硬) 입장에 대해, 이 대통령은 "끊임없는 반인권적, 반국제법적 행동으로 고통받고 힘들어하는 전 세계인의 지적을 한 번쯤은 되돌아볼 만도 한데 실망"이라고 오히려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인권·국제법을 언급했지만, 하마스·헤즈볼라 테러리스트에 의해 희생당한 이스라엘인과 이란 독재정권에 의해 학살당한 4만여 명(비공식 집계)의 이란인 인권에 대해 언급한 것은 전혀 없다. 한 민족인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에조차 무심(無心)했던 것이 이재명 정부다. 대통령의 말은 그 자체로 정부 정책 방향이고 국가의 입장인 만큼 외교적 책임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너무 빈번하고 가벼운 소셜미디어 글은 자칫 국익(國益)을 크게 해칠 수 있다. 그리고 실수(失手)는 즉시 바로잡는 것이 최선이다.
2026-04-13 05:00:00
[사설] R&D 투자비보다 많은 40조원 성과급 달라는 삼성전자 노조
삼성전자가 지난 7일 올해 1분기 매출 133조원, 영업이익 57조2천억원 등 역대급 실적을 내놓으며 '초격차(初隔差) 실적'을 보였다. 이 같은 놀라운 실적 퍼포먼스는 시장 전망치를 30% 이상 웃도는 것으로, 'AI 메모리 슈퍼사이클'에 본격 진입함에 따라 앞으로도 성장세는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 노조가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成果給)으로 요구하고 나서 논란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지난 7일 1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한 이후 노조는 연간 반도체 영업이익을 270조원으로 가정하고, 이 중 15%인 40조5천억원을 성과급 재원(財源)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최대 300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데, 이 경우에는 성과급 규모가 45조원에 이른다. 노사가 수익을 서로 나눠 갖는 것이야 당연지사(當然之事)겠지만, 그 요구의 규모가 너무 역대급이어서 세간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특별 배당을 포함해 약 11조1천억원을 주주들에게 지급한 바 있다.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이 지난해 전체 배당의 4배 수준에 달하니, 당장 주주들의 반응이 싸늘할 수밖에 없다. 한때 23만 전자를 눈앞에 둘 만큼 빠른 상승세를 달려온 주가에 악영향을 줄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노조가 요구하는 영업이익의 15%는 지난해 삼성전자가 연구개발(R&D)에 투자한 37조7천억원보다도 큰 규모다. 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노조는 지난달 말 교섭(交涉) 중단을 선언한 데 이어 오는 23일 평택 캠퍼스에서 결의대회를 열 계획이다. 이후에도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총파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반도체는 우리나라 수출의 약 20%를 짊어지고 있는 국가 경제의 버팀목이나 다름없다. 전시(戰時)로 인한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 위기 상황 속에서 '파업'이라는 악수(惡手)로 맞서기보다는 서로 한 걸음씩 양보해 대승적(大乘的) 차원의 합의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2026-04-13 05:00:00
[관풍루] 국민의힘,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 "정권 붕괴 트리거될 것"이라고 맹공
○…국민의힘,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 "정권 붕괴 트리거 될 것"이라고 맹공. 민주당 "수사 결과마저 음모로 몰아가는 모습이 참담하다"고 반격, 검·경 신뢰도 급상승?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나? ○…미국·이란 종전 협상, 21시간 머리 맞댔지만 현격한 입장 차이로 합의 실패. 2주 휴전 기간은 종료 '카운트다운' 돌입, 캄캄한 터널에 갇힌 '치킨 게임'은 언제 끝나려나. ○…완도군 냉동창고 화재 진압하던 소방관 2명, 현장에서 고립돼 숨졌다는 안타까운 소식. 최근 10년간 위험 업무 수행하다 소방관 35명 순직, 되풀이되는 희생 막을 방법은 없나.
2026-04-13 05:00:00
2026-04-12 19:01:33
요즘 유튜브 '쇼츠'와 인스타그램 '릴스', 틱톡과 같은 짧은 영상 콘텐츠가 빠르게 일상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나 역시 쉴 때면 아무 생각 없이 화면을 넘기게 된다. 손가락을 한 번 움직이면 다음 장면이 나오고, 또 그다음으로 이어진다. 짧은 영상들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나는 그 흐름을 거의 멈추지 않은 채 따라가게 된다. 특별히 무언가를 보겠다는 의도도 없이, 그렇게 시간이 흘러간다. 그런데 어느 순간 멈추게 된다. 꽤 오랜 시간을 본 것 같은데, 정작 무엇을 봤는지는 잘 떠오르지 않는다. 분명히 계속 보고 있었지만 기억에 남는 장면은 거의 없다. 시간을 쓴 것 같은데 남은 것이 없는 느낌, 그때 나는 비로소 '시간을 버렸다'는 생각이 든다. 몸은 쉬고 있었지만 머무른 시간은 없었던 것처럼 느껴지고, 오히려 시간을 흘려보냈다는 불쾌한 감각만이 남는다. 괜찮은 걸까. 이 경험은 단순한 기분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것은 단순한 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짧은 영상을 볼 때 우리는 스스로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눈앞에 들어오는 자극을 따라가는 방식으로 반응하게 된다. 결국 우리는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끌려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수동적인 집중'에 익숙해질수록, 하나의 흐름을 끝까지 따라가는 능력은 점점 약해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공연장에서는 전혀 다른 일이 일어난다. 한 시간 가까이 이어지는 음악이 흐르는 동안, 관객들은 자리를 지키고 끝까지 그 시간을 함께한다. 음악은 끊기지 않고 이어지고, 우리는 그 흐름 안에 자연스럽게 머문다. 선택지는 거의 없다. 그저 지금 흐르고 있는 음악을 따라가는 것뿐이다. 이 단순한 조건이 오히려 깊은 몰입을 만들어 내고, 그 몰입은 기억으로 이어진다. 객석에 앉아 공연을 감상하며 느꼈던 감동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긴 음악은 짧은 자극처럼 즉각적인 반응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하나의 주제가 등장하고, 변형되고, 다시 돌아오는 과정을 통해 서서히 의미를 만든다. 그 시간은 건너뛸 수 없고, 압축할 수도 없다. 그 흐름 안에 머무를 때 비로소 우리는 그 음악을 '경험'하게 된다. 그래서 문제는 우리가 긴 음악을 들을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는 여전히 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사람들이다. 다만, 일상 속에서는 그런 방식의 경험을 만들어 내는 환경이 점점 줄어들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무언가를 계속 보고 있다고 느끼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 채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머물지 않은 경험은 기억으로 남지 않는다. 기억으로 남지 않는 시간은, 결국 우리 삶에서 사라진 것과 다르지 않다. 긴 음악은 다르다. 그 안에서는 머무르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시간을 따라가는 동안, 우리는 비로소 어떤 감정과 의미를 자신의 것으로 가져오게 된다. 어떤 감정은 끝까지 따라가야만 비로소 우리 안에 남는다. 그리고 그 시간은 우리가 머무르기로 선택할 때 비로소 시작된다.
2026-04-12 10:11:20
댓글 많은 뉴스
박정희 장손, 해병대 최전방서 복무…우수훈련병 수상도
李대통령 "전세계서 한국인 전과 가장 많을 것…웬만한 사람 다있다"
李대통령 "사욕 위해 국익 훼손하는 자, 매국노"
李 SNS글 작심비판한 이스라엘 한인회장…"2년전 일을 왜? 한인 받을 눈총은"
한동훈 "부산 집 구해"…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선 출마 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