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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일춘추] 그 마음은 어디서 왔을까

    [매일춘추] 그 마음은 어디서 왔을까

    소설가는 소설을 쓰는 사람이지만 소설'만' 쓰는 사람은 드물다. 나 역시 도서관에서 일하며 틈날 때마다 소설을 쓴다. 도서관 행사 담당이라 9월 독서의 달을 맞아 '김금희 작가 초청 강연'을 준비했다. 오래전부터 관심을 두고 있던 작가였다. 게다가 북토크 형식으로 진행돼 질문 리스트도 만들어야 했다. 자연스레 작가의 최근 소설을 읽고 관련된 자료들을 찾아보게 됐다. 김금희 작가의 소설 '첫 여름, 완주'는 손열매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그녀는 성우다. 룸메이트 언니 고수미에게 돈을 떼이고 목소리에 이상까지 생긴다. 고수미의 고향 완주로 향한 손열매는 장의사 겸 매점을 운영하는 수미 어머니의 집에 머물게 되고 이야기는 묘하게 뻗어나간다. 거기서 '어저귀'라 불리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청년 강동경을 만난다. 슬픈 이야기는 딱 질색인 옆집 중학생 한양미, '시고르자부르종' 개 샤넬이와 함께 사는 배우 정애라까지. 이들이 서로 엮이며 벌어지는 여름 한 철의 이야기다. 주인공 열매가 제목대로 여름을 완주하고, 이름대로 열매 맺을 수 있었던 건 완주에서의 시간 때문이다. 저마다의 이유로 상처 입은 존재들이 함께 여름을 보낸다. 이들이 서로를 이해하는 방식은 단순하다. 곁에 앉아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어저귀의 사연도, 양미가 슬픈 이야기를 싫어하는 이유도 누가 캐물어서 밝혀지는 게 아니다. 그저 시간을 함께 보내며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목소리를 잃은 성우가 누군가의 말에 귀 기울이다 자기 목소리를 되찾는 과정. 무언가를 어렴풋이 떠올리게 한다. 소설을 읽으며 가장 많이 한 생각은 '대화가 살아있다'였다. 자료 조사를 하다가 알게 됐다. 출판사 '무제'를 운영하는 배우 박정민이 이 소설을 '듣는 소설' 프로젝트의 첫 책으로 기획해, 종이책보다 오디오북을 먼저 공개했다는 사실을. 작가도 처음부터 오디오북을 염두에 두고 대사를 썼다고 한다. 박정민은 시력을 잃은 아버지에게 책을 선물할 방법을 찾다가 이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유명 배우들의 재능 기부로 만든 오디오북은 시각장애인에게 가장 먼저 전해졌고, 전국 40개 장애인도서관에 기증됐다. 김금희 작가는 국립장애인도서관이 주최하는 북토크에 참여해 현장에서 시각장애인들을 만나기도 했다. 출간된 지 10개월이나 지난 책을 지금 들추는 이유는 뭘까. 자기 책을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리려고 사재기까지 하는 시대다. 가장 늦게 닿는 사람들에게 먼저 닿기 위해 소설의 문장을 목소리로 바꿨다. 열매가 되찾은 목소리는 어떤 것일까. 이들이 소설 안팎으로 기울인 노력은 무슨 의미일까. 누군가의 삶을 이해하려는 그 마음은 어디서 왔을까.

    2026-09-17 09:50:36

  • [사설] 안보는 정치적 치적 수단이나 진영의 기호가 아니다

    미국 하원 민주당 의원 22명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한미연합훈련 축소(縮小) 결정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연합훈련 축소가 한미동맹과 한반도 대비태세를 약화시킬 수 있는 만큼 한국과 군사훈련을 계획대로 실시하고, 양국 간 현안과 군사 훈련을 연계하지 말라고 요구한 것이다. 현 상황을 직시한 요청이라고 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은 각자의 이유로 한미연합훈련 축소에 공감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으로 떨어진 지지율을 북한과 관계 개선으로 끌어올리려고 한다. 올해 11월 치러지는 미국 중간선거(연방 하원의원 전체, 상원의원 약 3분의 1, 주지사 절반 이상 선출)가 사실상 '중간 평가'인 만큼 성과가 필요한 것이다. 여기에는 한국이 미국의 대(對)이란전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미국도 한국을 돕지 않겠다'는 뜻도 내포(內包)돼 있다. 이재명 정부 역시 '북한 체제 존중'과 '적대행위 불추진' 등을 내세우며 북한과 관계 개선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미연합훈련 축소에 대해서도 '대북 대화 여건 조성 및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조치'라며 호응(呼應)했다. 여기에는 남북 관계 개선이 전통적 지지층 결집을 도모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기대도 깔려 있다고 본다. 북한과 관계 개선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북한은 실질적인 비핵화 노력이나 적대 노선을 폐지할 뜻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잇단 탄도미사일 발사, 군사분계선(MDL) 일대 장벽 설치, 상습적 군사분계선 침범(侵犯), 합동타격훈련 등 공세를 펼치고 있다. 북한은 전혀 변화가 없는데, 한국과 미국의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양보한다면 한미동맹을 흔들고 대북 억지력을 약화시키며, 안보 위험만 가중할 뿐이다. 국가 안보의 본질은 국민 생명과 재산, 자유와 권리를 지키는 것이다. 그 어떤 정치적 목적도 그 가치들보다 우선일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모두 굳건한 한미동맹과 상호주의(相互主義)를 바탕으로 원칙적 안보 정책을 펼쳐야 한다.

    2026-09-17 05:00:00

  • [사설] 李 기자회견, 추락하는 민심 돌리려면 국민만 봐야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에서 취임 후 7번째 기자회견을 연다. 홍보소통수석은 "여러 궁금한 부분을 묻고 그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회견을 갖게 됐다"고 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20대 지지율이 10%대로 대폭락(大暴落)하는 등 위기 국면을 맞아 정면 돌파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태의 심각성은 범여권의 반응에서 드러난다.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정치는 국민의 의혹(疑惑)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 대통령께서 개헌이나 공소취소 문제에 대해서 클리어하게 말씀해 주시기를 저는 바라고 있다"고 했다. 사실상 대통령 본인에 대한 '공소취소'와 '연임개헌' 논란에 대해 "안 한다"고 밝히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친여 성향 언론들도 조작기소 특검 및 공소취소, 연임개헌, 인사 논란, 검찰 개혁과 여권 내부 갈등, 호르무즈해협 파병 등에 대해 구체적이고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해명을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 이광재 의원은 "기자회견 전에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건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다"면서도 "국민들이 느끼는 몇 가지 문제에 대해서 잘 밝혀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전조 같은 느낌"이라는 민주당 김민석 대표의 발언이 큰 파문(波紋)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17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호르무즈해협 파병 문제를 빼기로 했다.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곤경(困境)에 빠지는 것을 모면하기 위한 '꼼수'라는 해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 시간) "호르무즈 도움 안 준 나라는 전쟁 끝난 뒤 배상해야한다"고 했다. 파병을 하든 안 하든 국가적 부담을 피할 길은 없어 보인다. '꼼수'가 해법이 될 수는 없다는 말이다. 이 밖에도 부동산 세제 개편, 레버리지 ETF 등 민심의 분노(憤怒)를 일으킨 정책에 대해 이 대통령이 무엇이라고 할지 궁금해진다. 어쩌면 이번 기자회견은 이재명 정부의 운명을 가르는 전환점(轉換點)이 될 수 있다.

    2026-09-17 05:00:00

  • [사설] 7년 만의 임신중지 약물 도입, 안전과 의료 접근성 확보가 성패

    정부가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7년 만에 임신중지 약물의 제도권 도입을 추진하고 나섰다. 내년 1분기 유통을 목표로 식약처의 허가 심사 및 복지부의 관리 방안 마련이 본격화한 것이다. 헌재 판결 이후 법적·제도적 공백 속에서 방치되었던 여성의 건강권과 안전을 국가 의료체계 안으로 포섭(包攝)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다행스러운 결정이다. 사실 그동안 제도적 정비가 미뤄지면서 현장의 혼란과 위험은 온전히 여성의 몫이었다. 음성적인 불법 약물 유통이 횡행하고 대체제가 남용(濫用)됐으며, 적절한 의료적 지원을 받지 못해 임신중지 시기를 놓치거나 과도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지불하는 일이 빈번했다. 이에 따라 약물 도입을 통해 사용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안전성 확보 및 사후관리를 제도화하겠다는 취지다. 물론 성공적인 제도 정착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필수 의약품으로 지정한 미프진 등 임신중지 약물은 복용 후 과다 출혈이나 완전 배출 실패 등 부작용 위험이 동반될 수 있다. 응급 상황 발생 시 즉각 대처할 수 있는 응급 의료체계와의 긴밀한 연계와 명확한 사후관리 가이드라인 수립이 필수적이다. 의료 인프라 격차에 따른 접근성 양극화 방지도 중요한 과제다. 도입 초기 2년간 의료기관 내 직접 처방·조제를 원칙으로 정함에 따라, 산부인과 병·의원이 부족한 비(非)수도권 및 농어촌 지역이나 취약계층 여성의 경우 약물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질 위험이 커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아울러 초음파 검사를 포함한 건강보험 급여 적용 검토와 미성년자의 처방 시 보호자 동의 여부 등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과제도 산적(山積)해 있다. 이번 임신중지 약물 도입은 청소년 보호 체계와 여성의 자기결정권·건강권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세심한 대안이 도출돼야 한다. 정부와 의료계는 철저한 안전 기준 마련과 공백 없는 의료 접근성 확보에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2026-09-17 05:00:00

  • [관풍루]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임명 반대 국회 국민동의청원 등장하고 참여연대도 '부적격' 공식 입장 밝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임명 반대 국회 국민동의청원 등장하고 참여연대도 '부적격' 공식 입장 밝혀. 지지율 30%대인 이 대통령의 지명 철회 결단에 따라 남은 임기 4년 '식물 정부' 여부도 결정될 판. ○…조희대 대법원장 16일 '법과 제도는 통치 수단이 아니라 백성의 삶 돌보고 보호하는 데 쓰여야 한다'고 밝혀. 지극히 당연한 말씀을 새삼스레… 아, 혹시 이렇게 하지 않는 분이 있다는 말씀? ○…쿠팡, 지난해 개인정보 유출 피해 입은 소비자들에게 10만원씩 배상하라는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조정안 수용 거부. 역시 미국 정치권과 트럼프 대통령을 뒷배로 둔 기업답군.

    2026-09-17 05:00:00

  • [날씨] 9월 17일(목)

    [날씨] 9월 17일(목) "구름 많음"

    2026-09-16 18:48:29

  • [김종민의 새론새평] 법무부 장관의 조건

    [김종민의 새론새평] 법무부 장관의 조건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끝났다. 수많은 의혹과 해명, 여야의 공방이 오갔지만 과연 무엇을 위한 청문회였는지 의문만 남는다. 인사청문제도의 본래 의미는 대통령의 인사권을 국회와 국민 앞에 공개해 검증하는 데 있다. 특히 법무부 장관은 법무행정과 형사사법, 인권, 교정, 출입국 외국인 업무를 담당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공직윤리, 전문성과 경험, 법치주의와 정의에 대한 철학,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적 판단능력이 중요하다. 대통령은 자신과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사람이나 현역 의원을 장관으로 지명할 수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국가의 법과 정의를 책임질 사람이어야 한다는 점에 변함이 없어야 제대로 된 국가라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법무부 장관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 검사로 재직하는 동안 세 차례 법무부에 근무하며 느꼈던 것은 법무부 장관이 단순히 하나의 행정부처를 관리하는 자리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장관의 철학과 판단은 국민의 기본권과 국가의 법질서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역대 정부는 법무부 장관을 너무 정치적 자리로 쉽게 취급해 온 것은 아닌가.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 집권세력이 추진하는 정책을 충실히 수행할 사람이라는 것이 중요한 인선 기준이 되어 왔다. 정치인이 장관이 되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니지만 법과 사법제도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경험, 법치주의 수호에 대한 철학과 의지, 법무행정을 이끌 능력을 무시한다면 문제가 있다. 프랑스에서도 정치인이 장관에 임명된다. 법조인만 맡을 수 있는 자리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정치와 사법 사이에 만들어 놓은 선이다. 프랑스 형사소송법 제30조는 법무부 장관이 내각이 결정한 형사정책에 관해 검찰을 일반적으로 지휘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개별 사건에 대해서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에 대해 어떤 지휘나 지시도 할 수 없다. 종전에는 법무부 장관이 개별적 사건에 대해 검찰을 지휘할 수 있었지만 2013년 개정을 통해 이를 폐지했다. 내각이 결정한 형사정책은 민주적 책임 아래 수행하되 구체적 사건의 처리는 정치권력으로부터 떼어놓은 것이다. 법원에 기소되어 있는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취소 여부가 최대 관심사가 되어 있는 우리 현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13년 개정은 단순히 법무부 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지휘권을 폐지한 데 그치지 않는다. 법무부 장관은 매년 형사정책의 집행과 일반적 지휘의 내용을 의회에 보고해야 한다. 정치적 책임과 사법적 절제를 동시에 제도화한 것이다. 프랑스의 사례는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법무부 장관은 대통령의 사람이기 이전에 법치주의를 지키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법무부 장관에게는 적어도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는 전문성이다. 반드시 검사나 법조인 출신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국가의 형사사법과 법무행정을 책임지려면 그것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고 어디에서 실패하는지 이해할 만한 경험과 식견을 갖추어야 한다. 둘째는 독립성이다. 법무부 장관은 정권의 법률 대리인이 아니다.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이나 자신이 속한 정당의 이해와 법치주의가 충돌할 때 "그것은 안 됩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는 절제와 높은 공직윤리다. 법무부 장관의 윤리적 기준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을 정도여서는 부족하다. 사적 이해관계와 공적 권한 사이에 국민의 합리적 의심을 불러 일으키지 않을 정도의 엄격한 자기절제가 요구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법과 정의를 이해하고, 권력을 절제하며, 자신을 임명한 권력자에게도 필요할 때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인가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형사사법은 거대한 제도적 전환기를 지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장관 인선은 논공행상이나 정치적 필요의 관점에서 바라봐서는 안 된다. 법무부 장관을 고를 때 첫 번째로 물어야 할 것은 '누구의 사람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지킬 사람인가'이다. 법무부 장관이 지켜야 할 것은 대통령과 정권이 아니다. 법치주의와 정의다. 법무부는 '정의부'(Ministry of Justice)이기 때문이다.

    2026-09-16 18:30:00

  •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62>우리 시대의 장승업인 '금세오원' 이용우의 원숭이그림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62>우리 시대의 장승업인 '금세오원' 이용우의 원숭이그림

    원숭이는 우리나라에 자생하지 않지만 생김새는 십이지신상(十二支神像)의 9번째로 일찍부터 한국미술사에 등장한다. 김유신묘의 둘레돌(護石) 십이지신상이 유명하다. 12 방향에서 촘촘하게 지켜주는 신장(神將)이라고 믿었다. 각자의 띠로 친숙한 십이지신은 얼굴은 동물, 몸은 사람인 수면인신(獸面人身)의 반인반수이다. 예술적 상상력과 공예 솜씨가 뛰어났던 고려의 도공들은 청자에 사람을 꼭 닮은 원숭이 형상을 유머러스하게 활용했다. 국보인 '청자 모자원숭이모양 연적'을 비롯한 연적, 먹을 담는 자그마한 묵호, 청자 도장인 도인(陶印) 등이 있다. 조선시대 원숭이 그림은 숙종 때 양반화가인 취은(醉隱) 정유승의 '군원유희(群猿遊戱)'가 있고, 오원(吾園) 장승업이 즐겨 그렸다. 묵로(墨鷺) 이용우의 '원숭이'는 장승업과 견주려는 뜻이 있었을 것 같다. 왜냐면 어느 해 설날 육당(六堂) 최남선 댁에 세배하러 갔다가 최남선이 보여준 옛 그림에 화흥(畵興)이 일어나 즉석에서 다락문 네 짝에 매화를 그려 최남선으로부터 "금세오원(今世吾園)", 곧 우리 시대의 장승업이라는 찬탄을 받은 일화가 있기 때문이다. 이용우는 '그림의 신동'이었다. 만 9세에 서화미술회강습소 1기생으로 입학해 20대 청년들과 나란히 배웠고, 17세에 서화협회 최연소 정회원이 됐으며, 19세에 쟁쟁한 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창덕궁 벽화를 그리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다. 제1회 조선미술전람회(1922년)에서 4등상을 수상하며 안중식 문하의 3총사로 불렸던 이상범, 노수현보다 우수한 성적으로 데뷔했다. 1940년 조선미술관이 개관 10주년을 기념하는 기획전 '조선 10명가 산수풍경화전'을 열었을 때 고희동, 허백련, 김은호, 박승무, 이한복, 이상범, 최우석, 노수현, 변관식과 함께 초대된 '10대가'이다. 이용우는 스승 안중식에게 춘전(春田)으로 호를 받았으나 나중에 스스로 지은 묵로(墨鷺)로 바꾼다. 묵로는 검은 먹처럼 '검은 해오라기'인 흑로라는 뜻이다. 해오라기는 원래 백로(白鷺)이지 흑로는 없다. 이용우는 돌연변이로나 가능한 흑로인 묵로로 개호(改號)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호로 뽐냈다. 화폭의 왼쪽 위에 독특한 필치의 '묵로' 서명이 있다. 대구의 미술사 연구자

    2026-09-16 11:01:09

  • [매일춘추-임현락] 미움과 마음, 그 사이 '점 하나'

    [매일춘추-임현락] 미움과 마음, 그 사이 '점 하나'

    죽기 직전 우리는 무엇을 생각할까? 과학자들은 사람의 사망 직전과 직후의 15분 동안의 뇌파 기록에서 특이한 현상을 발견했다. 심장 박동 정지 전후 30초 동안 꿈을 꾸거나 명상, 과거의 일을 회상할 때 나타나는 감마파로 알려진 뇌파 활동이 증가한 것이다. 이는 숨을 거두기 전 마지막 순간에 뭔가를 체험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를 두고 어떤 이는 죽음 직후 혼백이 몸을 완전히 떠나기 전까지도 자기애(自己愛)가 머문다고 한다. 그만큼 자기에 대한 연민과 애착은 우리의 본래 모습이다. 인간 스스로는 어쩔 수 없는 굴레이니 차라리 이 불안한 존재의 본능에 순응하고 받아들이자. 다만 이것에 너무 빠져 있지 않게 균형을 잡는 것, 나아가 그 마음을 타인으로 확장할 수 있다면 더 좋다. 나를 챙기는 것만큼 타인을 챙길 수 있는 마음. 그래서 '서로 사랑하라'를 넘어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는 가르침도 있지 않은가. 사랑이 바로 평화의 주춧돌이고 이것이 부족하면 관계의 균열이 생겨 미움의 싹이 튼다. 문학과 영화, 밴드의 이름에서도 '사랑과 평화'와 '전쟁과 평화'라는 단어들이 서로 짝으로 대칭을 이루지만 결론은 평화로 모여진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이미 수많은 모순과 결과들을 경험하지 않았는가. 모든 것은 마음이 문제다. 스스로 내려가 자기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자. 그 마음에서 요동치는 이기와 탐욕을 어느 선에서 끊어낼 수 있는 지혜와 결단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이러한 조화와 균형이 깨진 극단적인 상태가 치명적인 질병, 암(癌)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혼자 영원히 살겠다는 이기의 끝판왕 암세포에 끌려다닌 게 결국 화근인 셈이다. 온몸을 오염시켜 혈관과 장기들을 막아 다른 세포들을 굶어 죽게 하고 결국 자신도 몸과 함께 사망하는 것이 바로 공멸을 지향하는 암의 속성이다. 끊임없는 욕망과 이기의 종말이다. 삶의 끝은 결국 죽음이지만 어떻게 사느냐의 문제는 그래서 중요하다. 그래야 우리는 비로소 잘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화즉심(畵卽心). 그림은 곧 마음이다. 동양 회화의 오랜 진리 같은 문구로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된 체화된 감각이 바로 핵심이다. 수묵화는 대상의 외형보다 뜻을 중시한다. 그린 이의 의도가 그림에 반영돼 나오기에 사람과 그림이 동일시될 수밖에 없다. 같은 시대를 살았어도 이완용과 안중근의 글씨를 다르게 평가하는 이유다. 미움과 마음은 점 하나 차이다. 점 하나가 어디에 붙는가에 따라 미움이 되기도 하고 마음이 되기도 한다. 우리가 점 하나를 어디에 놓고 살아야 하는지 글자 자체가 이를 보여준다. "사랑 참 어렵다. 많이 아프다." 이승철의 노래 가사처럼 평화로 가는 길은 이 무겁고 어려운 점 하나를 어디에 찍는가에 달렸다. 삶이 끝나는 그 시점에 우리 뇌에선 과연 어떤 장면이 흐를까.

    2026-09-16 06:30:00

  • [사설] 성범죄 피해자 보호, '자구 수정'만으로 넘어갈 문제인가

    국회 성평등가족위원회는 15일 검사의 직접수사권·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骨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에 따른 후속 법안들을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의결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인신매매 등 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 수사 주체에 관한 문구를 수정한 게 핵심이다. 이에 따라 검사는 송치된 사건에서 스스로 보완수사를 하지 못하고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한 뒤 다시 그 결과를 받아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그 기간 동안의 피해자 보호 공백 우려를 감안해 청소년 대상 성범죄는 사건 전부를 검사에게 넘기는 '전건 송치'를, 인신매매 사건에 대해선 검사의 사실관계 확인·면담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을 새로 담았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지난 7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지난달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됐고, 이날 여당 주도로 후속 법안이 처리됐다.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72년간 유지된 검찰의 직접 수사 체제가 근본적으로 바뀌게 되는 조치다. 그런데 이러한 중차대한 재편 상황에서 이를 뒷받침할 세 개 법률의 후속 조치가 '자구(字句) 수정' 수준에서 처리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아동·청소년 성범죄, 성매매, 인신매매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확인과 초기 대응 속도가 무엇보다 중요한 사건이다. 정말 단어 몇 개 고치는 것으로 정리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건지 궁금하다. '전건 송치'나 검사의 '사실관계 확인·면담 제도' 도입도 얼핏 보완 장치처럼 보이지만 뒤집어 보면 보완수사권 폐지가 만들어낼 공백(空白)을 위원회 스스로 인정한 것과 다름없다. 실제로 작동할 구체적 매뉴얼이나 인력, 예산이 제대로 마련됐는지도 알 수 없다. 경찰과 검사 사이에 사건이 오가는 동안 피해자가 진술을 반복하거나 대응이 지연되는 이른바 '사건 핑퐁' 우려는 이미 학계와 실무에서 꾸준히 제기돼 온 사안이다. 이런 우려에도 야당 없이 여당 단독 의결로 통과시켰다.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은 이날 피해자 보호 공백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처리해서는 안 된다며 퇴장해 표결에 불참했다. 그러나 여당 간사인 이수진 의원은 이날 의사 일정이 여야 합의에 따른 것이고, 이번 법안은 앞선 형사소송법 개정 당시 국민의힘이 제기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며 위원장에게 법안 상정(上程)을 요청했다. 여당, 야당 모두 무책임하다. 일정을 합의했다는 것과 법안 내용까지 동의했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특히 여성과 청소년, 인신매매 피해자의 권익을 다루는 상임위에서조차 여야가 내용을 함께 만들지 못하면 피해는 약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검찰개혁이라는 큰 틀의 방향을 되돌리기는 이제 현실적으로 어렵다. 하지만 후속 법안은 아직 국회 본회의 처리와 시행령 마련이라는 절차가 남아 있다. 약자와 피해자 보호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이제라도 성평등위는 부대 의견(附帶意見)을 통해 경찰의 보완수사 이행 기간에 성범죄·인신매매 피해자가 방치되지 않도록 하는 구체적 이행 계획을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 또 개정안 시행 이후 전건 송치와 확인·면담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정기 점검하는 장치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2026-09-16 05:00:00

  • [사설] 김승원 의혹도 문제, 맹탕 청문회도 문제 지명 철회가 맞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는 공직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을 검증(檢證)하는 자리가 아니라, 정치적 변명과 맹탕 청문회로 흘러갔다. 국민의힘이 신청한 증인을 더불어민주당이 모두 거부해 '증인 0명 청문회'를 만들고, 후보자 역시 제출 요구된 자료 중 약 65%를 제출하지 않았을 때 예견(豫見)됐던 바다. 민주당과 김 후보자가 청문회를 의혹 해소를 위한 자리가 아니라 하루만 견디면 되는 자리로 세팅한 결과라고 본다. 김 후보자는 자신의 식약처 청탁 의혹과 관련해 혐의를 털어내기는커녕 검찰 내부 자료 유출 경위를 밝혀야 한다며 한동훈 무소속 의원을 향해 위법성 공세를 펼쳤다. 의혹을 깔끔하게 설명하기는커녕, 자료 수집의 불법성을 따지며 논점(論點)을 흐린 것이다. 또 자신에게 민원을 전달한 브로커 양모 씨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 "선별 수사" "정치 수사"라고 폄훼(貶毁)하고, 알선뇌물약속 혐의 기소유예에 대해 "쪼개기 기소"라고 주장했다.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일부 언론사에 미운털이 박혔다"면서 악의적 보도로 치부했다. 청문회가 열리기 전에는 공세를 피하기 위해 '청문회에서 소상히 설명하겠다'고 말해 놓고 막상 청문회가 열리자 변명과 역공을 펼친 것이다. 배우자와 자녀가 관련된 발달장애인 돌봄 협동조합 특혜(特惠) 의혹에 대해서도 객관적 증거와 자료로 명백히 해명하기보다는 아내의 성실성과 발달장애인에 대한 헌신, 자식에 대한 애틋한 감정 등 감성(感性)에 호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후보자는 국회 법사위원으로 변호사들의 음주운전에 대해 엄벌을 주장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의 음주운전 판결문 청문회 제출 요청에 대해서는 '개인정보'를 핑계로 거부했다.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김 후보자 측은 민주당 청문위원들에게 '인사청문 대비 예상 Q&A' 문답집을 제공했다고 한다. 여당 의원들이 국민을 대신해 공직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을 검증하는 것이 아니라 후보자가 하고 싶은 말을 하도록 자리를 깔아준 셈이다. 준비된 답안에 맞춰 질문을 하는 식이니 국민 우롱(愚弄)이다. 청문회가 그렇게 흘러가니 브로커 양 씨와 후보자가 어떤 관계인지, 제넨셀 설립자 구속영장 기각 판사와 브로커가 왜 어울렸는지, 배우자의 협동조합 특혜가 사실인지 아닌지, 제넨셀 대표 구속영장을 기각한 판사 아들의 국회의원실 채용은 어떤 경위(經緯)로 이루어졌는지, 이재명 대통령 공소를 취소할 것인지 등 각종 의혹과 궁금증이 명쾌하게 해소되지 않고 후보자의 변명만 남은 것이다. 김 후보자는 대통령 공소취소를 위한 의원 모임을 이끄는 등 공소취소를 강하게 주장하더니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에는 "공소취소를 지휘할 생각이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청문회 서면 답변서에서는 공소취소에 대해 '가정적(假定的) 상황에 대해 말씀 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말이 수시로 바뀌는 것이다. 이런 사람이 법치와 공정(公正)이 어느 분야보다 중요한 법무부 장관직에 어울리는가. 이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지명 철회(撤回)로 공직 사회에 법치와 공정이 살아 있음을 보여 주어야 한다. 김 후보자가 숱한 의혹을 털어내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직에 오른다면, 국민들은 질타(叱咤)의 시선을 김 후보자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옮길 것이다.

    2026-09-16 05:00:00

  • [관풍루] 중동 사태 격화하면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서는 가운데 정작 한국에서는 7월 휘발유 소비량이 역대 7월 최고치 기록 갈아치워

    ○…중동 사태 격화하면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서는 가운데 정작 한국에서는 7월 휘발유 소비량이 역대 7월 최고치 기록 갈아치워. 최고가격제를 통한 정부의 인위적 가격 통제가 불러온 비정상적 시장 신호. ○…점심 식사 한 끼에 1만원이 훌쩍 넘는 등 '런치플레이션'이 이어지면서 최근 2천500원짜리 반줄 김밥의 수요가 늘고 있다고. 이젠 고작 김밥 한 줄도 마음껏 못 사 먹는 세상이라니! ○…재정 비상이라며 예산 깎더니 12억원 관사 혼자 사용 논란에 휩싸인 추미애 경기지사. 사퇴 청원이 3만 명을 돌파하자 서둘러 소통 차단. 비상 상황이면 도지사부터 예산 절감에 앞장섰어야지.

    2026-09-16 05:00:00

  • [날씨] 9월 16일(수)

    [날씨] 9월 16일(수) "대체로 맑음"

    2026-09-15 19:01:19

  • [사설] 패가망신한다더니, 범죄 의혹 범벅 김승원 임명 강행하나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둔 14일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김 후보의 배우자가 대표로 있는 복지기관이 수원시 방과후활동 서비스 제공 기관으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평가 점수를 조작해 특혜(特惠)를 줬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경쟁업체 고의 탈락을 위해 '부당한 0점'을 남발한 증거도 제시했다. 김 후보에게 또 하나의 의혹이 추가된 셈이다. 김 후보는 지난달 30일 지명된 이후 재산 신고 누락, 종합소득세 지각 납부, 자녀 위장 전입, 미성년자 성폭행 가해자 변호 이력, 변호사 시절 음주운전 등 각종 논란(論難)에 휩싸였다. 이 정도만 하더라도 김 후보는 정의와 공정, 인권을 담당하는 주무 부처의 장관으로서 부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그런데 김 후보가 유흥주점 점주 출신 브로커 양모 씨의 청탁을 받고, 당시 식약처장에게 제약사 제넨셀의 코로나19 신약 임상시험(臨牀試驗) 계획 승인 로비를 했다는 구체적 정황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제넨셀의 '가짜 신약'이 93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까지 진행된 충격적 사실도 밝혀졌다. 게다가 제넨셀 창업주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부장판사의 아들이 김 후보의 의원실 입법 보조원으로 채용됐던 것도 드러났다. 김 후보와 여성 브로커 양모 씨, 구속영장을 기각한 부장판사가 함께 찍은 셀카 사진도 국민 앞에 공개됐다. 부정부패·비리 냄새가 풀풀 풍기는 최악(最惡)의 법무장관 후보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신약 임상 승인을 주가조작에 이용했다는 정황이 밝혀졌고, 3만 명에 이르는 소액주주들이 지금도 피해(被害)를 호소하고 있다. "주가조작 하면 패가망신(敗家亡身)한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말을 되새겨보면 김 후보는 법무장관에 임명되어서는 안 된다. 여당이 장악한 국회 법사위는 증인 없는 청문회를 만들어 변명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여권이 민심에 역행해 김 후보 임명을 강행한다면 무한 책임(無限責任)을 져야 한다.

    2026-09-15 05:00:00

  • [사설] 청와대 인사 기준, 사적 관계·사익 아닌 국익이 되어야 한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야합과 꼼수로 두 번이나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되었고, 장관과 비례대표 국회의원 겸직 특혜를 누리려다가 낙마했다면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여러 흠결(欠缺)에도 '이재명 대통령 공소취소'를 위해 발탁(拔擢)됐다는 분석이 많다. 청와대는 '용 의원이 장관과 비례대표 의원직을 다 갖겠다고 할 줄 몰랐다'고 했지만 과연 몰랐을까? 기본소득당이 국회의원을 보유한 정당에 주는 '국고 지원'을 포기할 것이라고 믿었다는 말인가? 청와대는 또 '용 의원이 성별·세대 갈등을 극복할 적임자'라고 주장했지만 '특혜' '갈등' 논란을 예상하고도 지명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용 의원이 자신에 대한 비판 여론에 휘둘리는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유감(遺憾)을 표한 것을 보면 말이다. 그러니 인사 시스템은 작동했지만 그 시스템을 능가하는 힘(진영 논리 또는 사적 관계)이 작용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용혜인 지명과 관련해 일각에서 김현지 제1부속실장이 배경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김승원 후보자는 ▷코로나 신약 임상시험 승인 청탁 ▷제넨셀 창업주 구속영장 기각 판사 아들을 의원실 보조원으로 채용 ▷배우자 운영 발달장애아동 협동조합 특혜 의혹 ▷음주운전 등 논란이 많다. 이 역시 청와대 인사 검증 시스템이 파악하지 못했을 리 없다고 본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지명했고,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지켜보면 지켜볼수록 잘된 인사라고 판단된다. 지키겠다"고 했다. 김승원 후보자를 지키자면 정부·여당은 상당한 '출혈'을 감수해야 하는데 그 '출혈'을 감수(甘受)하겠다고 한다. '이 대통령 사건 공소 취소'라는 미션 완수를 위해 여론의 강한 반대, 정부·여당의 지지율 폭락까지 떠안겠다는 것이다. 상식과 국민의 뜻보다 사익(私益)이 우선인가? 인사가 국익과 상식이 아닌 사적 이익에 따라 이루어진다면 인사 참사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지지율은 계속 떨어질 것이고 정권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 지금부터라도 인사 기준을 사적 관계나 사익이 아니라 국익에 맞춰야 한다.

    2026-09-15 05:00:00

  • [사설] 정부, 원화 강세 따른 中企·금융 불안 대비해야

    원·달러 환율이 불과 두 달여 만에 200원 넘게 떨어지는 등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지난 7월 초 1천550원을 웃돌던 환율은 이달 들어 1천340원 선까지 떨어지는 등 원화 가치가 15% 이상 급등했다. 같은 기간 달러 가치가 거의 제자리걸음을 하고 엔화 절상률(切上率)이 5% 수준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원화의 강세 폭은 독보적이다. 1천500원대 환율이 뉴노멀이 되는 것 아니냐며 고환율 쇼크를 걱정하던 기업들이 이제는 원화 강세를 걱정하고 있다. 여기에는 올해 1~8월 2천800억 달러를 넘어선 반도체 수출 흑자가 핵심 배경이 됐다. 수출 호조로 벌어들인 대규모 달러가 외환시장에 풀리면서 원화 가치를 끌어올린 것이다. '반도체 호황'의 역설(逆說)이다. 원화 강세가 원유와 원자재 등 수입 가격을 낮춰 기업의 비용 부담과 물가 압력을 덜어주고, 해외 유학·여행 등 가계 외화 지출 부담을 줄여주는 측면도 있다. 문제는 환율의 급변동이 실물경제와 기업 실적에 가하는 충격의 크기와 속도다. 당장 수출 주력 기업들의 수익 기반을 흔들고 있다는 점은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더욱 우려스러운 대목은 예측 불가능한 환율 널뛰기가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중견기업과 금융시장 전반으로 불확실성을 확산시킨다는 점이다. 특히 환헤지 수단이 부재한 중소 수출기업들은 수익성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 환차손 우려가 커지면 국내 증시 및 채권 시장에서의 외국인 투자자 자금 유출입이 급격해져 금융시장의 불안정을 부추긴다. 정부와 외환 당국은 외환시장의 수급 불균형과 투기적 쏠림을 완화하는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 기업들이 안정적인 투자와 수출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시급하다. 급격한 환율 변동이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을 훼손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2026-09-15 05:00:00

  • [관풍루] 김민석 대표, 14일 이재명 대통령을 향한 당내 일각의 비판에 "노무현 대통령 시절 안팎에서 힘을 합쳐 탄핵하려 했던 전조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 14일 이재명 대통령을 향한 당내 일각의 비판에 "노무현 대통령 시절 안팎에서 힘을 합쳐 탄핵하려 했던 전조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자신도 노 전 대통령을 버려 본 처지라 그 심정을 잘 알 터. ○…국회 법사위 여당 간사 김의겸 의원, 14일 법무장관 후보자의 각종 의혹에 "이슬만 먹고 사는 분을 후보자로 고를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언급. 같은 이슬을 먹고도 독사는 독을, 젖소는 젖을 만드는데…. ○…대구시와 경북도가 14일 국회 계류 중인 '대구경북 행정통합 특별법'의 정기국회 통과에 힘 모으기로 공감. 일단 통합하고 보자는 식 대신 통합 후 대구경북의 모습과 비전부터 먼저 보여 주시길.

    2026-09-15 05:00:00

  • [날씨] 9월 15일(화)

    [날씨] 9월 15일(화) "대체로 맑음"

    2026-09-14 18:47:02

  • [화요초대석-이정훈] '제청'과 '사퇴'와 '不동의'의 정치학

    [화요초대석-이정훈] '제청'과 '사퇴'와 '不동의'의 정치학

    더불어민주당 대표 선거에 '명픽'으로 투입된 전 국무총리 김민석 후보는 과반을 얻지 못하고 '친명'인 3위 후보 표의 '2차 선택'을 보탠 결선 집계로 겨우 당선됐다. 최고위원 선거에서는 두 명의 '친명' 후보가 이재명 대통령의 '오른팔'인 김용 후보 지지를 밝히며 사퇴했는데도, 김 후보는 낙선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이진숙·한동훈 의원의 '아웃'이 어려울 것 같자, '국회의원 직무정지'를 넣은 쪽으로 국회법을 개정해 이들의 의정 활동을 정지시키고자 할 정도로 반야(反野) 투쟁에 '너무' 열심이다. '삼킬 수도, 뱉을 수도 없었던' 용혜인 후보 사건은 그의 사퇴로 뱉을 수'는' 있게 됐다. 하지만 '보약'으로 보고 삼킨 것도, '독약'으로 알고 뱉은 것도 그들이었으니, 이를 잘했다고 할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인가? 이 대통령 지지율이 축축 처지고 있다. 이런 사태를 가속한 계기는 '제청'이라고 본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야당 의원의 질의에 김승원·용혜인 후보자에 대한 '제청'은 자신이 했다고 밝혔다. 헌법은 국무위원에 대한 제청은 총리의 고유 권한으로 해놓았다(87조 ①국무위원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총리가 제청한 국무위원은 누구도 거부할 수가 없다. 국회는 청문회를 열지만 '통과의례'일 뿐이다. 대통령은 임명을 늦출 수는 있어도 거부하진 못한다. 헌재가 한덕수·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적법한 과정으로 선정된 헌재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은 것을 위헌·위법으로 판단했으니, 대통령은 '지나친 임명 지연'도 할 수가 없다. 헌법에는 재제청에 대한 규정이 없어, 제청한 것은 물릴 수도 없다. 방법은 '단 하나' 후보자의 사퇴뿐인데, 용 후보자는 이를 해 당황한 정권의 부담을 덜어주었다. 그가 사퇴하지 않았다면 이 대통령은 '무조건' 그를 장관에 임명했다가, 헌법 87조 ③항에 따라 한 총리가 '해임 건의'를 해주면 이를 받아들여 해임할 수 있을 뿐이었다. 국무위원을 '사실상' 결정하는 제청권이 총리에게 있다면, 피(被)제청 인물을 추천해 주는 조직도 총리에게 있어야 하는데, 없다. 총리 산하의 인사혁신처는 장관 후보자를 추천하지 못한다. 이 추천은 법적 근거 없이 대통령실의 인사수석이 맡고 있다. 대통령의 참모인 인사수석이 국무총리에게 장관 후보자를 추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놀랍게도 우리의 헌법과 법률은 국무총리가 추천해 주는 기관도 없이 사실상 국무위원을 정하는 '제청권'을 독단적으로 행사할 수 있게 해놓았다. 한 총리는 이를 행사했다가 용혜인 사퇴라는 망신을 당하고 정권에 부담을 줬으니, 대통령과 여당은 그에게 책임을 묻고 총리는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하는데, 희한하게도 없다. 이와 매우 다른 것이 대법관 제청이다. 대법관은 헌법 104조 ②항에 따라 대법원장이 제청하면 국회는 동의·부동의로 판단을 하고, 국회가 동의했으면 대통령은 '무조건' 임명하게 돼 있다. 헌법 어디에도 대통령이 제청된 대법관을 거부할 수 있다는 규정은 없기 때문이다. 그의 임명을 막는 것은 국회의 부동의뿐이다.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은 총리의 국무위원 제청처럼 '막' 하지도 않는다. 법원조직법 41조의 2 등에 따라 행정부의 법무부 장관도 참여하는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를 만들어, 여러 곳에서 천거한 이를 검토해 복수의 후보자를 추천한다. 대법원장은 피추천된 이들만 놓고 대법관 회의를 열어 한 사람을 골라 제청한다. 대법관 후보자는 국무위원 후보자보다 훨씬 더 엄격한 과정을 거쳐 제청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법적 근거를 밝히지 않고 두 차례나 재제청을 요구했다. 대법원은 우회적으로 '재체청 불가'를 밝히며 거부했다. 양쪽은 헌법에 있는 제청에 대한 해석을 놓고, '지면 무너질 수도 있는' 대단한 기싸움에 들어간 것이다. 이 대립을 피하려면 제청된 후보자의 사퇴나 유고 또는 민주당이 다수인 국회의 '부동의'가 있으면 되겠지만, 그 후폭풍은 만만찮을 것이다. 헌재에서도 대통령의 재제청이 묵살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더 큰 후폭풍이 일 것이다. '낮은 지지율'의 대통령이 제청권 행사에 실패한 총리는 놔두고 적법하게 대법관을 제청한 대법원장에 다시 하라고 다그치는 것은 논리 모순이자 법 위반이며 현명한 행동이 아니다. 이런 것들 때문에 2년 전처럼 '겪어보지 못한' 정치 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026-09-14 18:30:00

  • [기고-박민지] 용광로가 식으면 청년도 떠난다

    [기고-박민지] 용광로가 식으면 청년도 떠난다

    용광로의 도시 포항을 뜨겁게 달궜던 온기가 식어가며 사람들의 마음마저 차갑게 가라앉히고 있다. 포스코가 창사 58년 만에 첫 파업을 겪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파업은 11일 오전 끝났지만, 이것으로 모든 갈등이 끝난 게 아니라는 걸 우리는 직감적으로 알고 있다. ​나는 포항에서 나고 자랐다. 유년 시절과 학창 시절을 이곳에서 보냈고, 지금도 고향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현재는 죽도시장 한복 골목에서 로컬 편집숍을 운영하며 지역의 이야기를 콘텐츠로 만들고 있다. ​포스코에서 일하지 않지만 이번 사태가 결코 '남의 회사' 일처럼 느껴지지는 않는다. 이미 또래 친구 대다수가 포항을 떠났다. 포스코 말고는 일할 만한 곳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역설적이게도 이 도시에는 '그래도 포스코는 남아 있다'는 믿음이 오랜 세월 깔려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매일 아침 죽도시장으로 출근할 때마다 피부로 와닿는 서늘함이 있다. 불황이라는 단어는 더 이상 뉴스 속 이야기가 아니다. 이제는 매출로, 손님 수로 느껴진다. 주변 상인들의 깊어지는 한숨은 상경하지 않기로 결심한 청년에게 남의 일이 아닌, 어느 순간 나의 한숨이 된다. ​그래서 지금 포스코 노사 갈등을 지켜보는 마음은 더 절박하다. 뉴스 한 줄에 도시 전체가 술렁인다. 노사 갈등은 어느새 한 기업과 노조 사이의 문제를 넘어 포항 전체를 흔드는 불안이 됐다. 두 주체만의 문제였다면 온 도시가 이토록 흔들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포스코의 갈등은 이미 이 도시 모두의 문제가 되었다. ​노동조합에 무조건 양보하라는 뜻은 아니다. 정당한 권리를 말하는 노조의 입장은 존중해야 마땅하다. 동시에 회사가 처한 현실 역시 모른 척할 수 없다. ​다만 솔직한 마음으로 다가오는 2차 파업 소식이 결코 반갑지만은 않다. 이 싸움이 누구 하나 이기지 못하는 진흙탕 싸움으로 길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어떻게든 버텨온 포스코마저 더 휘청인다면 '그래도 포스코는 있다'는 믿음마저 얇아질 것이다. 청년들이 이 도시에 남을 이유 역시 하나씩 사라진다. 협상이 길어질수록 상처 입는 것은 노사 양측만이 아니다. 명절 대목을 앞둔 죽도시장 상인들, 그리고 이 도시에서 버텨보려는 청년들의 마음도 함께 얼어붙는다. ​포스코에도 전하고 싶다. 회사는 오랜 세월 지역사회가 보내준 묵묵한 신뢰 위에서 성장했다. 재무제표에 기록되지는 않지만, 회사를 지탱해 온 가장 튼튼한 뿌리였을 것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걸림돌로만 여긴다면 그 뿌리는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그 뿌리가 흔들리면 고향에 남기로 한 청년들의 결심 역시 함께 흔들린다. ​쇳물을 녹이는 뜨거운 용광로는 식더라도 다시 불을 지필 수 있다. 하지만 한 세대가 이 도시를 등지기로 마음먹은 뒤에는 그 마음을 되돌리기가 훨씬 어렵다. 어쩌면 이런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순진하거나 이기적으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말하고 싶다. 죽도시장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하며 상경 대신 포항에 남기로 한 청년으로서 바라는 것은 거창하지 않다. 포항이 청년에게 떠나야 할 이유를 보태는 도시가 아니라, 남아도 괜찮은 도시였으면 한다. ​용광로의 불이 꺼지지 않기를 바란다. 그 불빛을 바라보며 이 도시에 남기로 한 청년들의 마음까지 함께 식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의 포항이 그저 수확 가득한 가을을 보낼 수 있기를 소망한다.

    2026-09-14 1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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