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정우의 읽거나 읽히거나] 한 차원 높은 수준의 인간
좋다는 얘기는 익히 들었다. 동화라서가 아니라 읽어야 할 책들이 산더미다 보니 장바구니에 장기간 머문 책 중 하나였다. 『사자왕 형제의 모험』이 출간 된 건 1973년이다. 한국어판이 처음 나온 게 1983년이고 개정 3판까지 나왔으니 과연 명성만큼이나 그 역사가 찬란하다. 책은 아이들 동화인 동시에 어른을 위한 동화였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기 적합한 책의 내용은 단순하다. 우애 좋은 형제, 요나탄과 스코르판이 낭기열라에서 독재자 텡일에 맞서 싸우는 동안 모험과 열정, 두려움과 용기, 억압과 자유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다. 책에서 내 눈을 사로잡은 두 개의 지점. 먼저, 스코르판은 '틀림없다'라는 말을 습관적으로 사용한다. "틀림없이 그랬습니다." "잘 알고 있는 게 틀림없었습니다." 왜, 형과 달리 동생은 틀림없다고 말할까? 라는 의문을 품었는데, 요나탄이 궁금증을 해소시켜준다. "텡일이 살아 있는 한 틀림없는 일이란 아무것도 없어"(209쪽) 즉, 텡일이라는 거대 악이 득세하는 세상에선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는 뜻일 터. 80년대 군부독재를 떠올리게 하는 배경과 형제의 사투는 틀림없는 일과 예측 가능한 삶을 위해 텡일을 없애는 일에 모든 것을 바친 성전에 다름 아니었다. 다른 맥락이지만 부연하자면, 내가 글쓰기 수업에서 신중하게 써야한다고 강조하는 것 역시 '틀림없다.'라는 표현이다. 가능하면 '분명하다'라고 쓰기를 권한다. 틀림없다고 쓰는 순간 단어의 강력함에 갇혀 확장 가능성이 사라지므로. 다음, "비겁한 베르크를 왜 살려줬어? 그게 잘한 일이었"냐는 동생 물음에 요나탄은 "어쨌든 꼭 해야만 하는 일이 있는 법인데, 만일 그걸 하지 않으면 쓰레기처럼 하잘것없는 사람이 되는 거야."(230쪽) 라고 답하며 동생을 감화시키는 대목이다. 이 말을 증명하듯 요나탄은 비록 적일지라도 "목숨을 빼앗는 것만은 못하겠"다며 신념을 굽히지 않는데, "사람들이 모두 자네 같다면 죄악은 영영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동지들이 말하자, 동생 스코르반은 "반대로 모든 사람이 요나탄 형 같다면 죄악 따위는 아예 생기지도 않았을 거라고" 대변한다. 거칠게 말하자면 80년대 민주화운동에 투신했고 훗날 정치판에 뛰어든 이들이 간과한 것, 가장 큰 잘못을 저지른 것도 이 지점이었다. 니체의 말대로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지 않도록 부단하게 경계했어야 했다. 반면 요나탄은 이 엄중한 상황에서도 상대의 목숨을 귀하게 여기면서 인간의 존엄과 품위를 지킨다. 한 차원 높은 수준의 인간이란 이런 것이 라고 말하는 『사자왕 형제의 모험』. 비극적 결말에도, 그래서 더 빛나는 이유이다. 책 추천 글을(단상에 가까운 꽤 긴) 무려! 한강이 썼다. 내용은 더 할 나위 없이 좋다. 1970년 광주에서 태어나 80년 1월 서울로 올라온 한강에게, 광주의 아픔을 남의 이야기처럼 지켜볼 수밖에 없던 기억을 가진 작가에게, 이 책이 남다를 거란 건 자명한 노릇. 감히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의 추천사에 사족을 붙이거나 항거할 능력이 내겐 없다. 다만 온라인서점에 '초등학생 명작 동화'로 분류된 책 위에 얹힌 글이라기엔 어떤 확고한 신념과 의도가 드러난다. 이 생각마저 감추기는 힘들다.
2026-04-29 14:31:55
[사설] 삼성전자 노조 무리한 요구, 이재명 대통령이 자제 요청해야
삼성전자 노조가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 등을 요구하며, 관철(貫徹)되지 않을 경우 5월 21일부터 총파업하겠다고 한다. 이에 각계에서 반도체 산업 경쟁력 약화와 반도체 생산 차질에 따른 연관 산업의 물가 상승을 우려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침묵(沈默)하고 있다. 대통령실이 "노사 간 대화로 풀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을 뿐이다. 이 대통령은 학생 교복값 점검(點檢)을 지시하고, 소풍과 수학여행까지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마약왕 국내 소환, 캄보디아 깡패 범죄 집단에 대한 경고, 생리대값이 왜 그렇게 비싼지 조사를 지시했다. 반면 우리 경제와 산업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삼성전자 노조 파업 예고와 생산 차질 위협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일각에서는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노조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는 것 아니냐며 "무책임하다"고 비판한다. 삼성전자 노조가 성과급으로 요구하는 영업이익의 15%를 현재 시장 전망치(연간 영업이익 최대 300조원 가정)에 대입하면, 성과급만 약 45조원에 달한다. 이는 삼성전자가 작년 한 해 동안 투입한 연구개발 투자비 37조원을 훨씬 웃돈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에는 근로자들 몫이 있지만 경영자의 판단, 협력업체, 주주 등의 협력과 지원이 큰 힘이 되었다. 무엇보다 연구개발의 힘이 절대적으로 컸다. 앞으로도 대규모 연구개발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밀리고, 언제든 시장에서 밀려날 수 있다. 노조의 무리한 요구는 '글로벌 최고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을 도태(淘汰)로 몰아갈 위험이 크다. 반도체 생산 차질, 경쟁력 약화(弱化)는 국가 산업 전반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서민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번 사태를 '민간 사기업'의 노사 문제로만 볼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노조의 자제(自制)를 요청해야 한다. 2025년 삼성전자 직원들 평균 연봉은 1억5천800만원이었다. 지금 삼성전자 노조의 요구는 국민 정서와 거리가 멀다.
2026-04-29 05:00:00
[사설] '돈 뿌리기' 공약 남발 교육감 선거, 교육교부금 개편 시급하다
교육감 선거가 본질을 잃고 있다.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위한 비전과 정책 경쟁은 없고, '돈 뿌리기' 공약이 난무한다. 중학생에게 100만원을 적립해 주겠다는 펀드 공약, 고교생에게 매년 1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약속, 입학준비금·주식 교육 통장 지급·교육 바우처 등 후보들이 온갖 명분의 현금 살포(撒布) 공약을 쏟아 내고 있다. 교육의 질을 어떻게 높일지에 대한 고민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이 같은 포퓰리즘 공약이 가능한 배경에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地方敎育財政交付金)이 있다. 교육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 일부가 각 시·도교육청에 법정 배분된다. 세수에 연동(連動)돼 자동으로 늘어나는 교육교부금 구조는 '학령인구 감소'라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교육교부금 규모는 지난해 70조원을 넘어섰다. 10년간 27조원 늘었다. 여기에 학령인구가 급감하면서 학생 1인당 교육교부금은 1천371만원으로 10년 새 두 배 넘게 증가했다. 나라 살림은 적자(赤字)인데 교육청 곳간만 풍족하다. 그 결과 초·중등교육에는 재원이 넘쳐나고, 대학·평생교육 등 산업 경쟁력과 직결된 분야는 상대적으로 궁핍하다. 이는 심각한 국가 재정의 비효율과 불균형이다. 기획예산처는 의무지출을 10% 줄여 국정과제에 필요한 재원 50조원을 마련하는 방안으로 교육교부금 제도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 교육감 후보들은 반발하고 있고, 시·도교육청은 공동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과거 정부도 교육교부금 개편을 시도했지만, 교육계의 반대로 무산(霧散)됐다. 관련 법이 제정(1971년)된 이후 교육교부금 구조는 한 번도 개편되지 못했다. 결국 세수(稅收) 확대를 비롯한 경제 여건과 인구 구조 변화가 반영되지 않은 교육교부금 구조는 재정 운용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정부는 교육교부금 개편을 더 이상 미루면 안 된다. 교육계 설득과 우호적인 여론 형성이 중요하다. 여기엔 이재명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교육교부금 개편은 이번에도 공염불(空念佛)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2026-04-29 05:00:00
[사설] '공정수당',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시키는 독이 될 수도
정부가 내년부터 공공 부문 1년 미만 기간제 노동자에게 계약 기간에 따라 최대 10%의 수당을 얹어 주는 '공정수당'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지사 시절 시행한 제도를 전국 공공 부문으로 확대해 '쪼개기 계약'을 방지하고 고용 불안을 보상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정책의 선의가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정부는 직시(直視)할 필요가 있다. 당장 우려되는 문제는 재정적 지속 가능성과 형평성 문제다. 공공기관이 혈세로 수당을 메우는 사이, 재정 여력이 없는 민간 중소기업 노동자들과의 격차는 더 벌어진다. 이는 공공과 민간,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다층적인 갈등 구조를 양산(量産)하며 노동시장의 경직성(硬直性)을 심화시킬 뿐이다. 정부가 '모범 사용자'를 자처하며 시장에 개입할수록, 민간 시장의 자생적 고용 동력은 상실될 위험이 크다. 더구나 이런 분위기가 민간 고용 시장에까지 번질 경우 '비용 전가의 법칙'으로 인해 저임금이 고착화(固着化)될 우려가 크다. 추가 수당 부담을 안게 된 사용자는 기본급을 낮게 책정하거나 성과급 등 다른 복지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수당'이라는 이름의 분칠이 노동시장의 임금 격차를 해소하기는커녕, 비정규직을 '싼값에 쓰고 버리는' 구조로 정당화하는 면죄부(免罪符)가 될 수 있다. 또 공정수당이 노동시장의 진입 장벽을 높여 이중구조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 우려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프랑스가 유사 제도를 도입한 후 25년간 추적한 결과, 노동시장 유연화는커녕 1개월 미만 초단기 계약만 1993년 57%에서 2017년 83%로 급증하며 고용의 질이 악화한 사례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진정한 노동 공정은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수당 지급이 아니라, '상시 업무의 정규직화'라는 대원칙을 확립하고 직무 가치에 기반한 공정한 임금 체계를 구축하는 데 있다. 정부는 정책의 실효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노동시장의 역동성을 해치지 않는 해법을 고민해야 한다.
2026-04-29 05:00:00
[관풍루]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국회 '조작 기소 국조 특위'에 출석해 '연어 술파티 회유' 의혹에 대해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저는 5월 17일 정확히 술 안 먹었다"고 증언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국회 '조작 기소 국조 특위'에 출석해 '연어 술파티 회유' 의혹에 대해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저는 5월 17일 정확히 술 안 먹었다"고 증언. '조작'으로 드러나는 민주당의 '조작 기소' 음모론. ○…이재명 대통령, 학교에서 안전 문제로 소풍과 수학여행 안 가는 경향에 대해 "책임을 안 지려고 학생들에게 좋은 기회를 빼앗는 것"이라며 시정 지시. 소풍·수학여행 안 보내겠다는 학부모가 있는 건 아시나?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지방선거 부산 지역 국민의힘 선대위원장 맡은 데 이어 대구·경북·강원 지역 선대위원장직도 수락. 당 회생 위한 충정? '포스트 장동혁' 대비한 사전 포석?
2026-04-29 05:00:00
2026-04-28 18:39:55
[기고-허선희] 치매안심 재산관리서비스로 어르신 재산도 안전하게
공공기관의 존재 이유는 국민을 위한 봉사에 있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신뢰가 자리하고 있으며 신뢰는 청렴에서 시작된다. 국민연금공단은 국민의 소중한 노후 자산을 관리하는 기관으로서 그 어떤 가치보다 청렴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청렴은 단순히 부패를 방지하는 소극적인 의미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공정하고 투명한 업무수행을 통해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가는 적극적인 실천이다. 공단은 지속적인 청렴문화 정착 노력으로 국민권익위원회주관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9년 연속 우수등급을 달성해 오고 있다. 공단은 이러한 책임감을 바탕으로 2천138만 명에 달하는 가입자의 이력을 철저히 관리하고 771만 명의 수급자에게 매월 연금을 지급한다. 아울러 장애정도 심사와 장애인 종합조사 서비스 등을 통해 종합복지서비스 기관으로서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오랜 시간 축적된 신뢰와 청렴문화를 기반으로 공단은 보다 안정적인 노후생활지원을 위해 올해부터 치매안심 재산관리 지원서비스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치매안심 재산관리 지원서비스는 이용자 계약에 따라 공단에 재산을 위탁하면 맡긴 재산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본인의 욕구를 반영한 지출계획을 바탕으로 일상생활에 필요한 의료비, 요양비, 물품 구매 등에 지출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다. 이용대상은 치매환자나 경도인지장애진단자 등 재산관리에 위험이 있거나 위험이 예상되는 기초연금 수급권자이며, 65세 미만의 치매환자 중 차상위계층 등 저소득층도 이용할 수 있다. 다만, 기초연금 수급권자가 아닌 경우에는 소정의 이용료를 부담해야 한다. 서비스 이용에 대한 보다 상세한 상담은 가까운 국민연금공단(1355) 또는 치매안심센터(1899-9988)로 문의하면 된다. 공단은 그동안 쌓아온 복지제도 운영 역량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번 시범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어르신들의 노후를 보장하는 새로운 안전망이 우리 사회에 성공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2026-04-28 16:19:18
[사설] 플랫폼의 오만한 '책임은 회피 이익은 독점' 약관, 진작 손봤어야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과 네이버를 비롯한 7개 주요 오픈마켓 사업자의 이용약관을 심사해 11개 유형의 불공정 조항을 시정키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플랫폼들의 민낯은 충격적이다. "서버에 제3자가 무단 침입해도 책임지지 않겠다"거나 "판매자가 정보를 유출해도 우리는 모르는 일"이라는 식의 독소(毒素) 조항들이 버젓이 약관의 이름을 빌려 군림해 왔다. 특히 업계 1위 격인 쿠팡은 무려 8개 항목에서 시정 대상에 올랐다. 시장 지배력에 걸맞은 책임감은커녕, 법망을 피해 갈 궁리에만 몰두해 왔다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개인정보보호 책임의 정상화다. 방대한 결제 정보와 민감한 개인정보를 쥐고 흔드는 사업자들이 유출 사고 시 귀책(歸責) 여부와 상관없이 이용자에게 책임을 전가해 왔었다. 대형 해킹 피해에도 나 몰라라 해 왔던 플랫폼들이 이제라도 보안 사고에 대해 '상응하는 책임'을 지는 주체가 되도록 못 박음을 환영한다. 중개 책임을 일률적으로 면제해 온 조항도 바로잡혔다. 입점 업체와 소비자 사이에서 막대한 수수료를 챙기면서도, 거래 과정의 분쟁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는 태도로 일관해 왔기 때문이다. 플랫폼 자신의 고의나 과실이 있다면 마땅히 배상 책임을 져야 하며, 이용자와 책임이 겹칠 경우 귀책 비율에 따라 나누는 것이 시장 경제의 기본 상식이다. 입점 업체의 생명줄과 같은 판매 대금 정산을 자의적으로 보류(保留)해 온 관행도 시정 대상에 포함됐다. '클레임 발생 가능성' 같은 모호한 사유로 자금을 묶어 두는 행위는 영세 상공인들의 자금 흐름을 끊는 독소 조항이었다. 지급 보류 사유를 구체화하고 예측 가능하게 규정한 것은 상생 경영으로 가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공정위는 이번 개정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철저히 감시하고, 시정명령과 검찰 고발 등 사후 조치에도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사업자들은 플랫폼의 성장은 이용자의 신뢰 위에서만 지속 가능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2026-04-28 05:00:00
[사설] 성장 기반 붕괴하는 한국 경제, 구조개혁 미루면 파국 올 것
IMF(국제통화기금) '재정 모니터' 4월호에 따르면, 한국의 연간 GDP(국내총생산) 대비 연금(年金) 지출 비중은 2025년부터 2030년까지 0.7%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선진 G20 국가' 9개국 중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특히 향후 25년간 늘어날 한국의 연금 지출 증가분을 현재 가치로 합산하면 GDP의 41.4%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36개국 평균(13.2%)의 3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기초연금 수급 나이를 현재 65세에서 75세로 단계적으로 올리는 개편 작업에 들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27일부터 '1차 고유가 피해 지원금' 신청을 접수하고 있다. 소비쿠폰 사업에 이어 돈(세금) 뿌리기 포퓰리즘 정책이 계속되는 것이다. 당장은 혈세를 나눠 주면서 생색을 내고, 나중에 주어야 할 연금은 늦추는 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BIS(국제결제은행)와 한국은행은 지난달 말 한국 실질실효환율 지수가 비상계엄 사태 직후(91.37)보다 낮은 85.44라고 발표했다. 금융 위기 이후 1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실질실효환율은 화폐의 상대적 구매력(購買力) 지표로서 지수가 낮을수록 해당 국가 화폐가 국제시장에서 낮게 평가된다는 뜻이다. 원화는 5개월째 중국 위안화보다 못한 평가를 받고 있는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이재명 대통령의 말을 빌리면 "환율 폭등으로 인해 전 국민의 재산이 왕창 줄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한국 경제가 이처럼 총체적 난국에 빠지자,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26일 한국의 잠재성장률(潛在成長率)이 지난해 1.92%에서 올해 1.71%로 하락하고 내년에는 1.5%대까지 추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이 붕괴되고 있다는 경고나 다름없다. 한국 경제의 재건을 위해서는 기업의 성장이 관건이지만 '중대재해법' '노란봉투법' 등 온갖 규제만 오히려 강화되고 있고, 반도체 호황에 기댄 주가 부양이 경제의 본질인 양 호도(糊塗)되는 것이 현실이다. 거품 붕괴 이후 닥쳐올 참담한 내일이 걱정스럽다.
2026-04-28 05:00:00
[사설] 대구시장 후보 공약, 여·야 모두 밋밋하고 중앙정부 의존 심해
추경호 의원(전 경제부총리)이 6·3 지방선거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되면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격돌(激突)하게 됐다. 그런데 두 후보의 공약을 보면 재탕 삼탕 및 '중앙정부에 너무 의존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김부겸 민주당 후보의 대표 공약은 대구경북 행정통합, 취수원, 2차 공공기관 이전, 산업구조 재편, AI·로봇수도 건설 등이다. 또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위해서는 국가 지원금 10조원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추경호 후보의 대표 공약은 AI·로봇·미래모빌리티 등 첨단 산업 메카 조성, 기업은행 본점 대구 이전, 대구경북 행정통합, 대구경북 신공항 국가주도사업 전환 등을 통한 '대구 경제 재도약과 일자리 창출'이다. 대구의 현안(懸案)이 오랜 세월 풀리지 않으니 공약이 재탕, 삼탕식으로 제시될 수밖에 없는 측면은 있다고 본다. 그렇더라도 식상하고, 지금까지 풀리지 않던 현안들이 두 후보 중 누가 당선된다고 풀릴 것 같아 보이지도 않는다. 지금 두 후보의 공약을 보면 그렇다는 말이다. 대구는 왜 뮌헨, 케임브리지, 보스턴, 취리히 같은 세계적인 기술 도시가 될 수 없나? 대구시 및 8개 구·군 공무원은 총 약 1만5천 명이다. 이들은 전문 지식을 갖추고 있으며, 체계적으로 훈련받은 인재들이다. 대구시장이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공무원들이 산업 현장과 함께 뛰면 대구도 얼마든지 세계적인 기술 도시가 될 수 있다. 결국 지도자의 상상력과 실행 의지 문제라고 본다. 행정은 단순한 절차(節次) 집행이 아니라 문제 해결의 열쇠이자 실행(實行) 과정이다. 산업 구조 재편, 청년 유출 방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외치지 말고, 구체적 방안을 제시해 달라. 중앙정부만 쳐다보지 말고, 대구시의 그림을 보여 달라.
2026-04-28 05:00:00
[관풍루]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김병기 의원 수사를 처음부터 다시 한다고 한다. 이럴 줄 알았다"며 "대통령 바꿨더니 나라가 졸지에 범죄자 특혜 공화국이 돼버렸다"고 비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김병기 의원 수사를 처음부터 다시 한다고 한다. 이럴 줄 알았다"며 "대통령 바꿨더니 나라가 졸지에 범죄자 특혜 공화국이 돼 버렸다"고 비판. 전과 4범이 대통령인 나라의 '뉴 노멀'. ○…이석연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장, "군에 대한 명령은 명령의 주체가 누구인가를 불문하고 헌법의 범위 내에서만 정당하다"고 언급. 단위 부대마다 명령의 위헌 여부 판단할 전문가 배치해야 할 판.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 "여당 시스템을 베껴서라도 국민의힘 공천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 대구시장 후보 컷오프된 게 분하고 원통하겠지만 시원하다는 사람도 많음을 아셔야.
2026-04-28 05:00:00
2026-04-27 18:48:50
[윤명철의 다시 보는 한국역사와 문화] 소외된 해양도시국가 연맹체, 후기 가야의 발전과 붕괴
시대상황은 변하고, 그 변화에 적응 못 한 나라는 붕괴할 수 밖에 없다. ◆낙동강 수로망과 남해가 키운 해양소국 연맹 낙동강의 긴 수로망과 남해의 복잡한 리아스식 해안을 배경으로, 소국들이 항구를 토대로 성장했다. 가야는 자율성을 유지하면서 외교와 군사는 공동 대응하는 소국들의 연맹체였다. 이 시스템 속에서 초기의 중심은 현재 김해 지역에서 빠르게 성장한 금관가야였다. 김해의 양동리에 있는 2세기 말의 수장급 무덤에서는 중국제 청동거울 2점과 모방품 7점, 그리고 넓적한 청동창, 굽은 옥, 목걸이 등 일본 야요이계 물품들이 함께 출토되었다. 조금 늦은 시기인 부산의 대성동 고분군에서는 철제 갑옷과 투구, 마구류, 그리고 150점에 이르는 철정이 발견되었다. 여기에 거울, 청동솥, 호랑이 모양의 띠고리, 발걸이 등 북방계 유물과 원통형·파형(바람개비형) 동기 등 왜계 유물들이 발견됐다. 가야가 중국·북방·일본열도를 연결하는 동아시아 해양 무역망의 허브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 무렵에 가야계 세력은 대한해협을 넘어 일본열도에 이주나 무역을 넘어, 정치적·문화적 영향력까지 행사했을 가능성이 크다. 가야와 닮은 건국신화의 흔적, 그리고 가야식 유물의 분포는 이를 뒷받침한다. 가야는 남해안에만 존재한 연맹체를 넘어 남해와 일본열도의 양안을 느슨하게 잇는 국제적인 해양세력이었다. ◆국제질서 재편과 다핵 체제로 재편, 후기 가야의 시작그런데 4세기 말부터 동아시아의 시대상황은 점차 변하였다. 무역의 메카니즘이 달라졌고, 한반도 남부와 일본열도의 정치환경도 변하였다. 고구려가 남진을 본격화하고, 백제는 일본열도의 전략적 가치를 인식하며 전라도와 남서 해안으로 세력을 넓혔다. 동쪽의 신라도 남부 해양질서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가야는 왜와의 관계를 통해 무역권뿐만 정치력까지 유지·확장하려 했으나, 주변 강국들의 압박 속에서 점점 불안정한 위치로 밀려났다. 『삼국사기』와 광개토태왕릉비의 기록이 전하듯, 신라는 399년에 가야·왜 세력의 침공을 이유로 광개토태왕에게 구원을 요청했고, 400년에는 고구려군 보기 5만이 남하해 가야와 왜 세력을 격퇴했다. 남해안까지 진군한 고구려군의 공격은 금관가야 체제를 근본적으로 흔든 결정적 계기였다. 가야는 역사의 중심부에서 밀려나면서 소위 '후기 가야'가 시작됐다. 부산의 복천동 지역을 중심으로 새로운 세력이 부상했다. 대형 고분들에서 발견된 순장의 흔적, 철기와 덩이쇠 등의 유물을 보면 복천동은 재편된 지배집단의 핵심 묘역으로 보여진다. 4호분이나 11호분에서는 갑옷·투구·마구 등 고구려계 요소가 눈에 띈다. 10호분에서는 실전용 말갖춤과 말투구가 확인되었는데, 고구려 고분벽화의 무장과 매우 흡사하다. 반면에 토기에서는 경주계, 즉 신라 영향이 강하게 드러난다. 그렇다면 복천동 세력은 고구려적인 문화와 신라적인 문화 요소를 함께 수용하면서 후기 가야의 한 축으로 부상한 것이다. ◆대가야의 부상과 아라가야의 분립그러나 후기가야의 중심에는 낙동강 중류인 고령 지역을 기반으로 부상한 대가야였다. 『일본서기』 등에 등장하는 반파국(伴跛國)을 기반으로 성장한 정치체였다. 금관가야가 해상 무역 중심의 해양국가였다면, 대가야는 남강 유역과 합천의 야로 일대의 철 자원을 기반으로 발전한 내륙형 국가였다. 그러나 고립된 것이 아니라 낙동강 본류와 남강이 만나는 지리적 조건을 활용해 내륙 생산물과 철, 무기, 장신구를 집적·재분배하며 정치적 인 중심지로 성장했다. 대가야는 섬진강 유역으로 진출했고, 심지어는 호남 동부의 남원 등 지역으로 진출해서 서해안 항구를 확보한다. 남해의 중부 해안과 서남 해안의 항구를 연계시킨 것이다. 실제로 479년에는 중국의 남쪽 정권인 남제에 사신을 보내 '보국장군 본국왕'으로 책봉받는 등 독자적인 외교권을 행사했다. 또한 뛰어난 기술력이 있었는데, 특히 제철 기술은 대가야가 가진 핵심 경쟁력이었다. 지산동 고분군에서는 오키나와 해역에서 산출되는 야광조개 유물이 확인됐다. 이러한 사실들은 직접 무역이든 중계 무역이든, 대가야가 남해–동중국해–일본열도를 연결하는 해양 네트워크에 깊이 편입되었음을 보여준다. 일본열도와의 관계도 더욱 깊어졌다. 금동관, 환두대도, 마구류 등 유사한 유물들이 일본 고분에서 발견되는데, 가야의 기술과 정치 문화의 이동을 시사한다. 가야 세력이 일본의 초기 고대국가가 형성되는데 영향을 미쳤음을 뒷받침한다. 고령에는 나지막하고 부드럽게 이어진 능선에 동그란 무덤들이 무려 700여 기에 달한다. 중심부와 말단에는 대형 고분들이 배치되고, 주변에는 중·소형분이 분포됐다. 44호분에는 32명이, 45호분에는 12명이 순장됐다. 이 문화가 북방문화와 연관성이 있는지는 알 수없지만 지배자의 권력이 강력했던 정치체였음을 알수 있다. 또 고분군의 북쪽에는 주산성, 동쪽에는 궁성지로 추정되는 유적이 있다. 지산동 일대가 정치·군사·의례가 결합된 중심 공간임을 뜻한다. 출토된 고령 양식의 토기, 금제 귀걸이, 금동관, 환두대도, 마구 등은 대가야가 주변 소국들에 위신재를 배포하고, 소국들과 복속관계를 형성했다는 증거이다. 또한 장식품, 조개 재료 같은 유물은 일본 열도와 교류가 활발했음을 시사한다. 대가야는 주변에 다라국(합천), 안라국 등의 소국들을 거느린 중심국이었다. 경남 함안 일대에서는 '안라국'으로 불린 '아라가야'가 변한 시기부터 성장했다. 낙동강의 하류와 남강 유역의 농업 생산력, 그리고 철 자원을 기반으로 독자적인 힘을 축적하였다. 함안의 말이산 고분군에는 대형 봉토분들 안에서 금동관, 철기, 마구들이 발견되었다. 마산의 진동 일대에 해상 거점을 만들고, 일본열도와 교류하면서 철과 물자를 매개로 한 해상 네트워크에 참여했다. 단순한 강상 소국이 아니라 해양과 강을 유기적으로 연결시킨 강해소국임을 보여준다. 비록 『일본서기』에만 기록됐지만, 529년에는 백제·신라·왜 사신을 초청한 소위 '안라회의'를 개최할 정도로 독자적인 외교 질서를 유지했다. 아라가야는 남부 가야권의 핵심세력으로서 대가야와 더불어 남북 이원체제를 이루었다. 그 밖에 합천의 다라국도 강한 소국이었다. ◆가야계의 붕괴와 일본열도 진출후기 가야의 이러한 다핵 구조는 생태환경에는 장점이지만, 동시에 한계도 있었다. 통일된 국가 체제를 끝내 못 이루고 각개 세력은 분산된 상태였다. 결국은 주변 강국들이 만드는 이해관계 속에서 약화되었다. 특히 신라는 6세기인 지증왕 시대에 들어서 급팽창을 했다. 젊은 용장인 김이사부의 주도로 국가 체제를 정비하고, 국토 재편 계획을 시도했다. 529년에는 가야와 왜 세력을 공격하고, 532년에는 낙동강 하류의 금관가야를 병합했다. 훗날인 553년에 서울을 포함한 한강 하류를 빼앗았고 설치한 '신주'의 초대 군주로 임명된 김무력은 금관가야의 마지막 왕인 구형왕의 셋째 아들이었다. 훗날 신라 통일의 주역인 김유신의 할아버지이다. 가야는 554년에 백제의 연합군으로 신라를 공격했다. 하지만 백제의 성왕이 관산성 전투에서 패배하면서 남부 질서의 주도권은 완전히 신라로 넘어갔다. 신라는 555년에 경남 창녕과 함안 등에 관청을 설치해 서부 낙동강 하류의 수로망, 동부 남해의 물류망과 해양능력을 완벽하게 획득했다. 그리고 아라가야는 561년에 신라에 편입된다. 이어 대가야 마저 562년에 화랑인 사다함이 참전한 김이사부의 공격으로 멸망했다. 이때 남은 가야 세력들의 일부는 일본열도로 또 한번 이동했다. 일본의 『고사기』와 『일본서기』에 나타나는 천손강림 신화, 즉 아마테라스의 후손이 하늘에서 내려와 국가를 세운다는 서사는 김수로왕 신화와 구조는 물론이고, 붉은 천에 싸여 내려오는 상황과 등장하는 지명들도 '구시후루'와 '구지봉'처럼 음이 비슷하다. 때문에 가야계 집단이 일본 열도의 한 지역에 도착해 지역 국가를 형성한 과정일 수 있다. 일본 시마네현 이즈모시 우에시마(上島) 고분에서 발견된 6세기께 황금장식 마구들을 보면과 복원된 기마호족상은 당시 일본 야마토 조정이 이 지역 호족에게 전해준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즈모 지역에 신라인과 더불어 가야인의 왕래가 많았던 상황을 알 수 있다. 가야계 집단이 일본 고대국가 형성에 일정한 영향을 준 상황을 놓고, '기마민족설', '삼한 분국설' '왜·한 연합왕국설' 등 다양한 이론과 연결되어 논의되어 왔다. 나는 1994년에 배로 90일 동안 한국을 출항해 지중해와 북해를 거쳐 다시 흑해를 왕복했다. 그 과정에서 그리스, 페니키아와 카르타고 등 해양 폴리스(polis) 또는 해양제국들의 역사를 실감했다. 바다를 사이에 두고는 '양안(兩岸) 국가' 또는 식민 모국(母國)과 자국(子國)의 2중 체제라는 메카니즘이 작동함을 깨달았다. 가야 또한 전성기에 대한해협을 두고 원격통치를 하는 양안 국가를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정치력이나 군사력, 그리고 국제질서를 고려할 때 주체는 원가야임이 분명하다. ◆해양 연맹체의 필연적인 비극가야의 역사는 우리 역사 속에서 독특한 흐름으로 정리된다. 해양 활동과 무역을 기반으로 성장한 금관가야 중심의 도시국가 연맹은 급변하는 국제질서와 외부의 충격 속에서 크게 균열됐다. 하지만 대가야를 중심으로 내륙과 해양을 결합한 국가 단계로 변신을 시도해 다핵체제로 변신에 성공했다 . 지산동의 순장과 금동관, 함안 말이산의 대형 봉토분이 보여주듯 강력한 세력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그 역동적인 힘은 시대에 걸맞은 통합국가로 전환되는데는 실패했다. 점차로 해양 무역망의 주도권을 상실하고, 도시국가 연맹체라는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채 내부 분열과 외부 압박으로 역사에서 사라졌다. 시대상황을 외면한 필연적인 결과였다. 이후 우리 역사에는 해양소국 연맹체가 사라졌다. 지금 이 시대에 가야의 붕괴가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동국대 명예교수·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대 교수
2026-04-27 11:30:42
[사설] 반도체 착시 속 잠재성장률 붕괴, 정부는 단기 경기 부양에 매몰
올해 1분기 성장률이 기대를 웃도는 1.7%를 기록하자 주요 투자은행들은 연간 전망치를 2.9~3.0%로 높였다. 그러나 경제 기초체력인 잠재성장률은 정반대다. 경제협력개발기구는 잠재성장률이 2024년 1.92%에서 2025년 1.71%, 2026년 1.57%로 떨어질 것으로 본다. 15년째 하락세다. 1분기 성장률 반등은 지난해 저성장에 따른 기저 효과(基底效果), 반도체 특수(特需), 원화 약세에 따른 수출 호조 등 일시적 요인의 결과다. 경제 체질은 오히려 나빠졌고 잠재성장률은 위태롭다. 생산가능인구 감소, 자본 축적 둔화, 건설·설비투자 위축에다 서비스업 등의 낮은 생산성이 발목을 잡는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23년 처음 미국에 뒤진 후 격차가 커지고 있다. 산업 구조가 뒤처지면 성장은 언제든 주저앉는다. 2007년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 40%를 웃돌던 노키아가 스마트폰 전환에 실패한 뒤 2013년 휴대폰 사업을 매각하자 핀란드의 GDP 성장률은 -8%까지 급락했고 실업률도 치솟았다. 한국도 반도체가 흔들릴 경우 대체(代替)할 산업 기반이 충분한지 점검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잠재성장률 반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하며 반도체·방산·바이오·인공지능(AI) 등 전략산업 지원과 정책금융 확대, 확장 재정을 병행한다. 그러나 경기 부양에 집중돼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노동·생산성·자본 구조를 바꾸기에는 매우 부족하다. 성장 능력 복원을 위한 구조개혁은 늦출 수 없다. 서비스업 생산성 제고를 위해 분야별로 규모의 경제나 맞춤형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한다. 반도체를 잇는 새로운 축, 가령 방위산업과 소프트웨어, AI 기반 산업의 육성도 시급하다. 고령층, 여성, 청년의 경제활동 참여를 높이지 않고서는 노동 감소를 보완할 수 없다. 반짝 성장은 오히려 구조적 문제를 방치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한국 경제는 성장하는 게 아니라 특정 산업의 성장에 도취(陶醉)돼 있다. 단기 결과를 자랑할 때가 아니다.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잠재 역량을 확보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2026-04-27 05:00:00
[사설]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추경호 확정, 보수 결집이 승부 가른다
6·3 지방선거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추경호 전 기획재정부 장관(현 국회의원)이 26일 최종 확정(確定)됐다. 컷오프에 반발해 무소속 출마를 저울질해 왔던 주호영 의원과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모두 불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추 후보는 사실상 보수 단일 후보가 됐다. 하지만 대구의 보수 지지층이 제대로 결집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법원에 컷오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던 주 의원은 서울남부지법과 서울고법에서 잇따라 기각(棄却)되자, 23일 "먹던 물에 침을 뱉지 않겠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면서 장동혁 대표를 향해 "제발 나아가고 물러날 때를 알기 바란다"면서 사실상 사퇴를 촉구했다. '당 승리에 기여하겠다'는 말 한마디 없었다. 옹졸(壅拙)하고 앙금이 남아 있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반면, 25일 이진숙 전 위원장은 "내일(26일) 국힘 대구시장 후보가 선출되면 그분이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이길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 대구를 무도한 민주당 정권으로부터 지켜내겠다"면서 예비후보를 사퇴했다. "보수의 붉은 심장이 파란색으로 물들고 자유민주주의의 최후 보루가 사회주의 포퓰리즘에 장악된다면 대한민국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런 우려가 저의 발목을 잡았다"고도 했다. 일찌감치 민주당 후보로 확정된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여당 후보 프리미엄을 앞세워 지난 23일 두번째 공약(公約) 발표회를 열었다. 지지부진한 TK신공항을 조기 건설하기 위해 공공자금관리기금(5천억원)에 정부 특별지원(5천억원)을 보태 1조원의 재원을 확보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부채 돌려막기' '미래 세대에 막대한 부담 떠넘기는 최악의 선택'이라는 비판이 국민의힘 측으로부터 나오고 있지만, 방어(防禦)만으로 전쟁에서 승리할 수는 없다. 국민의힘 대구 지역 의원 전원을 포함한 보수 정치권이 얼마나 강력하게 다시 뭉쳐서 지지층을 이끌어 내느냐에 따라 선거의 승패가 갈릴 전망이다. 안이한 대구 보수 정치권에 가장 필요한 정신은 바로 멸사봉공(滅私奉公)이다.
2026-04-27 05:00:00
[사설] 국내 유류 소비 부추기는 최고가격제, 이대로 좋은가
지난 주말 열릴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2차 미국-이란 휴전 회담이 끝내 불발(不發)되면서 중동 전쟁이 정말 그 끝을 알 수 없는 안갯속 양상으로 접어들고 있다. 서로가 대화의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지만, 호르무즈 해협에서 서로 쌍방 관련 선박을 나포하는 등 공세(攻勢) 수위를 낮추지 않는 데다 앞으로 언제쯤 대화가 재개될지도 미지수(未知數)여서 사태의 장기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는 지난 주말 4번째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연장을 발표하면서 유종별 최고 가격을 리터당 휘발유 1천934원, 경유 1천923원으로 동결(凍結)하기로 했다. 지난달 13일 처음 시행된 이래 2주씩 벌써 8주째 이어지는 가격 통제인 셈이다. 이에 따라 석유 가격이 3천원을 돌파한 나라가 속출한 가운데서도 우리나라는 2천원 선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이로 인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국제 휘발유 가격이 미국-이란 전쟁 발발 이전보다 56% 급등한 반면 국내 휘발유 소매가는 18.4% 오르는 데 그치자, 유류(油類) 수요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고가격제 시행 후 3월 넷째 주 휘발유 판매량은 2주 전보다 24.7%, 경유는 16.3% 증가했다는 집계다. 인위적으로 가격을 낮게 유지하다 보니 소비자들이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아직은 괜찮다"고 생각한 때문이다. 막대한 재정 부담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최고가격제로 인한 정유 4사의 매출 손실이 시행 한 달 동안에만 1조2천억원에 이르는데 이를 메우기 위해 정부는 6개월간 4조2천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전쟁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가늠조차 할 수 없게 된 지금이라도 정부는 최고가격제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정교한 출구 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다. 누구나 싸게 유류를 소비하는 것보다 고유가에 생계를 위협받는 영세 소상공인이나 농어업인 등 취약계층을 선별(選別) 지원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에너지 저소비 구조로의 체질 개선만이 지금의 중동 사태를 이겨내는 길이다.
2026-04-27 05:00:00
[관풍루] 이재명 대통령,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에서 벌어진 총격 사태에 대해 "정치적 폭력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중대한 위협"이라고 언급
○…이재명 대통령,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에서 벌어진 총격 사태에 대해 "정치적 폭력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중대한 위협"이라고 언급. 정권 잡았다고 자기 사건 공소 취소 밀어붙이는 것도 마찬가지.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미국의 '대북 정보 공유 제한'과 관련 "정상적인 협력 상태로 조속히 돌아가야 하며 그런 방향으로 미국과 협의 진행 중"이라고 밝혀. 그러자면 정동영부터 잘라야.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자신에 대한 세 번째 테러 시도에 링컨 대통령 언급하며 "가장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 가장 큰 업적을 남긴 사람들이 표적이 되는 것"이라고 말해. 과대망상 환자의 전형적 증상.
2026-04-27 05:00:00
2026-04-26 18:53:48
[매일춘추-김혜령] 큰 공연은 많아졌지만, 음악은 남지 않는다
러시아에 머물고 있을 때, 나는 거의 매일 저녁 음악회를 찾았다. 콘서바토리 학생들의 연주, 소규모 살롱과 박물관에서 열리는 작은 공연들. 대부분은 무료였고, 특별한 날이 아니라 하루의 일부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곳에는 늘 맨 앞자리에 앉아 있는 한 사람이 있었다. 음악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오면, 그는 고개를 살짝 돌려 뒤를 바라보곤 했다. 지금 이 감동이 혼자만의 것이 아닌지 확인하려는 것처럼. 연주가 끝나면 박수가 터져 나왔다. 처음에는 제각각이던 박수가, 어느 순간 하나의 리듬으로 맞춰지기 시작했다. 짝. 짝. 짝. 짝. 사람들은 그것을 '소련 스타일 박수'라고 불렀다. 누가 시작한 것도 아닌데, 모두가 같은 속도로 같은 박수를 치고 있었다. 그 박수는 단순한 환호가 아니라, 그날 그 공간에 있던 사람들이 같은 감정을 느꼈다는 증거였다. 그 차이는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그곳에서는 음악이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반복되는 일상이었고, 감동은 개인의 순간에 머물지 않고,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닿았다.지금 우리의 공연장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시설은 좋아졌고, 프로그램은 늘어났으며, 지원도 확대되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좋은 연주에 깊이 감동한다. 그러나 공연은 계속 만들어지지만 반복되지 않고, 하나의 경험은 또 다른 기회로 연결되지 못한 채 사라진다. 지역 음악가들이 꾸준히 설 수 있는 무대가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 번의 공연은 또 다른 공연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경험은 축적되기보다 흩어진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공연이 아니라, 지속될 수 있는 구조일지도 모른다. 큰 공연장의 기획 공연에 출연하는 것만이 아닌, 지역 음악가들이 꾸준히 무대에 설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공연은 더 이상 사라지는 순간이 아니라 축적되는 경험이 될 것이다. 단발적인 무대가 아니라, 같은 연주자가 다시 서고 또 다른 연주자로 이어지는 흐름이 필요하다. 누구나 부담 없이 들어올 수 있는 소규모 공연이 상시적으로 열리고, 지역 연주자와 학생, 교수들이 자연스럽게 무대를 나누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결국 이를 위해서는 단순한 지원 확대를 넘어, 공연이 지속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대관 절차와 행정은 지금보다 훨씬 단순해져야 하고, 무엇보다 지역 음악가들에게 꾸준히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지자체 차원에서 안정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나는 여전히 그 박수를 기억한다. '소련 스타일 박수'. 그 단순한 리듬 속에는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담겨 있었다. 예술은 혼자 느낄 때가 아니라, 함께 같은 속도로 반응할 때 완성된다는 것.
2026-04-25 15:25:56
[사설] 한국 증시, 일시적 반등 아닌 구조적 상승 이루려면
코스피 상승세가 무섭다. 22일 종가 기준 6,400선 돌파에 이어 23일 장중 6,500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중동발 충격으로 5,000선 초반까지 밀려날 당시 하루 7% 넘는 급락과 외국인 5조원대 순매도가 이어졌는데, 비정상적 회복 속도를 보이고 있다. 시장은 확전(擴戰) 위기를 선반영한 뒤 낙관도 앞당겨 보는 모양새다. 외국인은 1분기 35조원 순매도에서 4월 순매수로 돌아섰고, 매수 대상도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반도체가 여전히 중심축이지만 자동차·조선 등 주력 산업이 버티고, 자사주 소각 확대는 주당 가치를 끌어올린다. 현재 상황만 보면 추가 상승 여력도 충분하다. 그러나 지수의 고점(高點)이 시장 전체의 회복은 아니다. 중소형주 중심의 코스닥은 여전히 전쟁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 자금이 대형주에 집중되고 개인 투자 중심의 성장주가 뒤처지는 구조다. 국제유가 급등은 나프타와 에틸렌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며 석유화학을 통해 제조업 전반의 비용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는 생산자물가를 자극하고, 결국 소비자물가와 금리로 이어진다. 생산자물가는 3월에만 1.6% 상승하며 4년 만에 최대 폭을 기록했다. 유가가 밀어 올린 비용은 아직 소비자물가에 전이되지 않았다. 비용 충격은 기업 이익을 잠식할 가능성이 크다. 원·달러 환율도 위험 요소다. 환율이 흔들리면 외국인 자금은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다. 자사주 소각 확대는 긍정적 변화지만 지배구조 투명성과 배당 정책의 일관성은 여전히 부족하다. 특히 석유 최고가격제처럼 시장 가격을 인위적으로 억누르는 조치는 단기 물가 안정 효과를 거두지만 장기적으로는 왜곡(歪曲)과 재정 부담을 키울 수 있다. 코스피가 장기 상승 궤도에 오르려면 환율 안정으로 외국인 자금을 장기 자본으로 전환시키고, 정책 일관성을 통해 시장 신뢰를 확보하며, 반도체를 넘어선 산업 경쟁력을 실제 이익으로 연결해야 한다. 유가발 비용 충격을 흡수할 에너지 구조와 공급망 대응력도 필수다. 현재 상승세는 탄탄한 구조가 아니라 가능성 확인에 가깝다.
2026-04-24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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