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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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현장체험학습 활성화 관건은 교사 부담 경감

    수학여행, 소풍 등 현장체험학습은 교실에서 얻을 수 없는 배움과 공동체(共同體) 경험을 제공하는 교육 과정이다.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인성과 사회성을 기르는 살아 있는 교육이다. 그러나 체험학습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시·도별 격차도 크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6개 시·도 초·중·고교의 수련회·수학여행 실시율은 평균 62.24%였다. 이런 가운데 지역별 차이는 극심하다. 대구는 99.78%로 가장 높았고, 제주(97.35%) 경남(94.55%)이 뒤를 이었다. 경기(29.75%) 인천(35.40%) 대전(36.63%)은 현저(顯著)히 낮았다. 학생들이 사는 지역에 따라 체험교육 기회가 크게 다른 현실은 바람직하지 않다. 현장체험학습이 위축된 가장 큰 원인은 교사들의 부담 증가다. 2022년 강원 속초 체험학습 사고로 인솔(引率) 교사가 형사처벌을 받은 사건은 교직 사회에 충격을 줬다. 안전사고 우려와 책임 부담이 교사들을 움츠러들게 했다. 여기에 복잡한 행정 업무와 과도한 학부모 민원까지 겹치면서 "차라리 가지 않는 것이 낫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러나 체험학습을 포기하는 것은 학습권(學習權) 침해다. 체험학습 실시율이 높은 지역에는 공통점이 있다. 대구의 경우 초등학교와 중학교 실시율이 100%였다. 이는 교육청이 안전 인력 지원과 행정 지원을 강화한 영향이 컸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은 체험학습 프로그램 운영을 직접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핵심은 교사의 희생(犧牲)이 아니라, 안정적인 시스템이다. 교육 당국은 체험학습을 교사 개인의 책임에 맡겨서는 안 된다. 안전 요원 배치와 보험 강화, 계약 및 행정 업무 지원, 법률 지원 체계 마련 등 제도·행정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교육부가 추진 중인 '중과실(重過失)이 아닌 경우 교사 면책' 역시 실효성을 갖춰야 한다. 교육감 후보들은 '돈 뿌리기 공약'이 아니라, 교사들이 소신껏 교육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2026-05-25 05:00:00

  • [사설] 정부 '경제회복' 선전, 민생 악화 가리는 눈속임 아닌가

    재정경제부가 국민주권정부 출범 1년 경제 성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나섰다. 1분기 성장률 1.7%, 코스피 7천 시대, 수출 세계 5위, 세수 증가, 비수도권 일자리 확대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V자 반등' 표현까지 동원하며 경제회복을 강조했지만 이를 접한 국민들 상당수는 선뜻 공감하기 어려울 것이다. 일자리의 경우, 정부는 전체 취업자 증가와 지방 일자리 확대를 성과로 내세우지만 청년층 고용 상황은 악화 일로(惡化一路)다. 1분기 청년 실업률은 7.4%로 5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청년 취업률은 8개 분기 연속 하락했고, 청년층 취업자는 22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간제·단기 일자리에 머물면서 추가 일자리를 원하는 청년층도 12만 명을 넘어섰다. 정부가 코스피 상승을 자랑할 때 국민들은 치솟는 생활비와 기름값을 먼저 걱정한다. 민생물가를 안정적으로 관리했다고 자평(自評)하지만 외식비·관리비·교육비·교통비 부담은 갈수록 커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생산자물가는 전월 대비 2.5% 올라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원재료 가격 상승률은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다. 생산 현장의 원가 압박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뜻이다. 생산자물가 상승은 장바구니 가격과 생활비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경제가 안정됐다면 왜 정부 스스로 비상 경제 정책을 계속 확대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를 연장하고, 29년 만에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했으며, 매점매석 단속과 과징금 부과까지 추진하고 있다. 사실상 비상 경제 체제에 가까운 정도로 가격 통제를 강화하는 모습은 정부조차 경제 상황을 낙관하지 못한다는 방증(傍證)으로 보인다. 반도체 거대 기업들의 성과급 나눠먹기 다툼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자괴감과 허탈함을 감출 수 없다. 지금 경제에 필요한 것은 'V자 반등'이라는 자랑이 아니라 반도체 편중 성장과 청년 고용 악화, 생활 물가 불안을 직시하는 냉철하고 균형 잡힌 경제 진단과 대책이다.

    2026-05-25 05:00:00

  • [사설] 설비투자 쏟아붓는 마이크론·TSMC, K-반도체 노사는 보고 있나

    메모리 사업부 직원 기준 약 6억원의 성과급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 삼성전자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에 대한 노동조합 투표가 83%의 높은 참여율 속 오는 27일 오전 10시까지 진행된다. 극심한 노노(勞勞) 갈등 속 가결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이런 가운데 삼성과 SK하이닉스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세계 3위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은 기존 200억달러였던 설비투자 규모를 250억달러(38조원)로 늘려 잡으며 생산 능력 확장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파운드리 절대 강자인 대만 TSMC 역시 설비투자 규모를 최대 560억달러(약 85조원)까지 끌어올리며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생산 거점 다각화(多角化)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우리의 상황은 어떠한가. SK하이닉스는 향후 2년간 누적 성과급 추산치만 65조원에 달한다. 이는 최첨단 반도체 공장(팹)을 3개 이상 지을 수 있는 천문학적인 액수다. 현재 잠정 합의안을 두고 투표를 진행하고 있는 삼성전자 역시 영업이익의 12%(약 31조5천억원)를 성과급으로 지급기로 했다. 반도체는 사이클 산업이다. 호황기에 천문학적인 현금을 비축해 둬야만 불황기 인위적인 '치킨게임'을 버텨내고 차세대 미세 공정 투자를 이어갈 수 있다. 그러나 성과급에 발목 잡혀 호황기에 벌어들인 천문학적인 현금을 미래 투자 대신 고정적 보상 비용으로 탕진하는 전대미문(前代未聞)의 리스크를 떠안게 됐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 중 영업이익의 특정 비율을 기계적으로 떼어 전 직원에게 현금으로 나눠주는 곳은 없다. 애플과 엔비디아는 기업 가치와 주주 수익률(TSR), 매출 증가율을 종합 반영한다. 지급 수단 역시 현금 일변도에서 벗어나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등을 적극 활용해 직원의 장기 근속(勤續)과 기업의 성장을 일치시킨다. 치열한 반도체 초격차 서사 속에서 자본 운영의 유연성을 확보하지 못한 K-반도체에 장밋빛 미래가 가능할 것인가? 다가올 불황기의 치킨게임에서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시장의 경고에 노사 모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2026-05-25 05:00:00

  • [관풍루] 이 대통령 "악질 장사치의 패륜 행위", 장동혁 "대통령 이성 상실" 스타벅스 관련 공방전

    ○…이재명 대통령 "악질 장사치의 패륜 행위", 장동혁 "대통령 이성 상실" 스타벅스 관련 공방전. 역사적 감수성 마비된 기업 경솔함도 문제, 사회적 트라우마마저 선거용 정쟁으로 소모하는 정치권은 더 문제. ○…"대전은요?" 한마디로 판세 뒤집었던 '선거의 여왕' 박근혜 전 대통령, 이번엔 대구 등판. 초박빙(超薄氷) 대구시장 선거에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 유세 지원, 이번에도 통할까? ○…암살(暗殺) 시도 한 달 만에 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노린 것으로 보이는 총격 사건 발생. 극단적 양극화 정치 속 대통령 위협 건수 역대 최고라는데, 11월 중간선거까지 남았으니….

    2026-05-25 05:00:00

  • [날씨] 5월 25일(월)

    [날씨] 5월 25일(월) "구름많음"

    2026-05-24 18:50:32

  • 교섭은 끝났지만 파업 지옥문이 열렸다 [가스인라이팅]

    교섭은 끝났지만 파업 지옥문이 열렸다 [가스인라이팅]

    삼성전자 노사 교섭이 총파업 직전 극적으로 타결됐다. 전례 없는 수준의 사회적 관심 속에서 고용노동부 장관까지 중재에 나섰고 삼성전자는 가까스로 대규모 파업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 하지만 이번 교섭은 단순한 노사 갈등의 봉합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이번 합의는 한국 경제가 앞으로 어떤 갈등 구조에 직면하게 될지를 보여준 예고편에 가깝다. 이번 교섭의 핵심은 성과급이었다. 삼성전자 노조는 성과급 산정 방식의 투명화, 상한 폐지, 제도화를 요구했다. 특히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노사 협상을 통해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고 상한을 폐지한 사례를 근거로 자신들의 파업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SK 하이닉스의 상한 제한 없는 영업이익 10% 성과급은 당연한 '기준'이 아니라 국내든 해외든 어디서도 전례를 찾기 힘든 파격적인 '예외'였다. 예외가 기준이 되자 다른 대기업 노조 역시 "왜 우리는 안 되는가"라는 논리를 들고 나오고 있다. 지난 20일 카카오 노조는 본사와 주요 계열사에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가결했다. 카카오의 첫 본사 파업이다. 약 13%~15% 성과급 요구가 예상되는데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 역시 기본급 14.3% 인상, 영업이익의 20% 성과급 배분 등을 요구하며 전면파업 이후 무기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LG유플러스, 현대차, 현대중공업 노조도 성과급 30%를 요구하며 사측과 협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흐름은 단순히 "노동자가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한다"는 차원을 넘어선다. 기업의 영업이익을 일정 비율로 사전에 배분하자는 요구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경우 기업의 투자 판단과 자본 배분 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영업이익은 최종적으로 주주에게 모두 돌아가는 돈도 아니고 노동자에게 자동 배분되는 돈도 아니다. 세금과 연구개발, 설비투자, 인수합병, 부채상환, 위기 대응 비용, 주주환원 등 여러 항목을 고려해야 하는 기업의 핵심 재원이다. 그중 일정 비율을 노사 합의로 고정해 버리면 경영 환경이 급변할 때 기업이 움직일 수 있는 여지는 줄어든다. 기업이 이익을 얻기 위해 노동자의 역할은 중요하다. 하지만 영업이익을 일정 비율로 배분하자는 요구는 기업의 위험 부담을 무시하는 '떼쓰기'다. 기업가와 주주, 경영진은 경기 침체, 투자 실패, 과징금, 기술 경쟁 패배와 같은 위험을 직접 부담하는 반면 노동자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임금과 고용을 보장 받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기업 사정이 나빠졌다는 이유만으로 임금을 일방적으로 삭감하거나 대규모 해고를 하기도 어렵다. 지난 20일 이재명 대통령이 "영업이익 배분은 주주가 받는 것"이라고 말한 것 처럼 더 큰 위험을 부담하는 쪽이 이익 배분에서도 더 큰 권한을 갖는 게 시장경제의 기본이다. 대한민국 경제는 대기업 중심 구조를 갖고 있다. 반도체·자동차·바이오·플랫폼 등 주요 대기업의 투자와 생산이 국가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 노조가 잇따라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을 요구하고 파업을 협상 수단으로 전면화한다면 그 비용은 기업 내부에만 머물지 않는다. 투자 지연과 생산 차질, 주주가치 훼손, 협력업체 피해,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노란봉투법 시행은 노사관계의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더불어 민주당의 노란 봉투법 개정안 통과로 노동쟁의의 범위가 넓어지고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제한되면서 노조가 파업을 선택할 유인은 이전보다 커졌다. 기업 입장에서는 파업으로 인한 손실을 사후 회복하기 어려워지고 노조 입장에서는 파업에 따른 법적 부담이 줄어드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결국 이는 임금·성과급 협상에서 파업이 더 자주, 더 강한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높인다. 이런 균형이 흔들리게 된 데에는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 민주당의 책임도 작지 않다. 앞서 언급한 노란봉투법 시행은 노조에 더 강한 협상 수단을 쥐어줬고 기업 현장의 불확실성을 키웠다. 입법무와 행정부가 만든 제도 변화가 대기업 노조의 잇따른 파업과 과도한 성과급 요구에 힘을 실어주는 구조가 됐다면 그 부작용 역시 정부가 책임지고 결자해지 해야한다. 원종현 프리드먼연구원 주임연구원 〈strong〉* 가스인라이팅(Gas Enlighting)은 매일신문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칼럼 공간입니다. '가스라이팅'은 1930년대 가스등을 사용하던 시절 파생된 용어입니다. 가스등을 조금씩 어둡게 해 누군가를 통제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가스인라이팅'은 그 반대로 등불을 더 밝게 비춰주자는 뜻입니다.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자주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strong〉 〈strong〉** 외부 기고문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strong〉

    2026-05-24 13:03:44

  •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47>대자대비의 백의관음상이자 질병구제의 양류관음상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47>대자대비의 백의관음상이자 질병구제의 양류관음상

    백련(白蓮) 지운영의 1918년 67세 때 작품인 '백의관음상'이다. 푸른 물결 위 분홍빛 커다란 연꽃 꽃잎 한 잎에 흰옷의 관음보살님이 서 계신다. 버들가지를 하얀 감로수 그릇에 담가 뿌려주는 모습이다. 관음보살의 영험을 나타내는 지물(持物)은 보배로운 구슬인 보주(寶珠), 깨끗한 물이 담긴 정병(淨甁), 연꽃 등이 있는데 여기서는 버들가지를 든 양류(楊柳)관음이자 백의(白衣)관음이다. 양류관음은 병을 낫게 하는 질병구제의 뜻이다. 지운영은 이렇게 찬문을 써넣었다. 〈strong〉달 같은 얼굴 길하고 상서로우신 관세음보살님/ 고난과 고통에서 구해주시는 대자대비하심이여/ 버들가지로 감로수를 뿌려주심이여/ 이 정성 다하오니 강림하소서〈/strong〉 〈strong〉月面吉祥觀世音 救難救苦大慈心 楊枝甘露隨緣灑 盡爾精誠致降臨〈/strong〉 관음보살 머리 뒤쪽의 둥근 원이 노란 만월인 듯, 푸른 두광인 듯 이중적으로 그려져 찬문의 첫 두 글자 '월면(月面)'과 유비된다. 유난히 달덩이 같이 너그러우신 존안(尊顔)이다. 대승불교의 불보살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의지하는 대상이 관음보살, 곧 관세음보살이다. 관세음(觀世音)은 사바세계 중생의 애타는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 '본다(觀)'는 뜻이다. 빛이 소리보다 88만 배나 빠르기 때문이다. 같은 장소에서 거의 동시에 발생하지만 번갯불이 먼저 보이고, 천둥소리가 나중에 들리는 것처럼 관세음보살님은 '빛의 속도'로 중생의 고통을 즉각 감지하시고 대자대비의 구제력을 발휘하신다. 인생의 기본 값인 생로병사 중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것이 병이다. 병마(病魔)라는 말이 그래서 생겼을 듯. 이 그림을 그려준 시남(詩南) 민병석(1858~1940)이 병중이었던가 보다. 그의 쾌차와 '조복(造福)', 복 지으시기를 기원하는 그림이다. 관세음보살은 사찰에 가면 관음전, 관음보전, 원통전, 원통보전, 보타전 등의 전각에 불상으로 봉안해 예배하고, 고려 때는 수월관음도 불화로 그려 개인적인 기도처의 원불(願佛)로 많이 모셨다. 삼국시대에는 휴대용 호신불인 작은 금동불로도 제작됐다. '백의관음상'은 개인이 모시는 예배용이자 감상용인 불화다. 대구의 미술사 연구자

    2026-05-22 09:49:42

  • [사설] 파업은 피했지만 자본주의 원칙 무너뜨린 나쁜 선례 남겼다

    삼성전자가 마침내 총파업이라는 파국(破局)을 단 1시간 남기고 극적인 노사 잠정 합의를 이끌어냈다. 국가 경제의 중추인 반도체 생산 라인이 멈춰 서는 최악의 사태를 피했다는 점에서 천만다행인 일이다. 그러나 이번 합의안의 뚜껑이 열리자마자 삼성전자는 '주주(株主)의 법적 집단 반발'과, 성과주의의 대원칙 위배로 인한 기업의 가장 기본적인 운영 질서 훼손, '노노(勞勞) 갈등'의 심화라는 또 다른 국면의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삼성전자 주주 단체인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21일 삼성전자 노사의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을 위법으로 규정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세전 영업이익의 무려 12%(OPI 포함)를 주주총회 결의도 없이 성과급 재원으로 사전 할당하는 방식은 주주 제안권과 배당가능이익 산정 절차를 무시한 위법 행위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이사회 결의 무효 소송은 물론, 찬성 이사 전원을 상대로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까지 예고했다. "세금도 떼기 전에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제도적으로 나눠 갖는 것은 투자자도 할 수 없는 일"이라는 대통령의 지적처럼, 기업의 주인인 주주의 몫을 도외시한 채 비용을 과다 지출하는 구조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근간(根幹)을 흔드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사업부 간의 극심한 보상 격차가 숫자로 드러나면서 대체 '성과주의'의 원칙이 무엇이냐는 측면에서 기본적인 기업 운영의 질서가 무너졌다는 점도 풀어야 할 난제다. 합의안에 따르면 반도체(DS) 부문은 기존 성과급과 더불어 영업이익의 10.5%를 상한 없이 나누는 '특별경영성과급' 제도를 도입해, 메모리 사업부의 경우 올해 인당 6억2천만원에 달하는 사상 초유의 성과급을 챙길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완제품(DX) 부문은 기존의 50% 상한선에 묶여 잘해야 5천만원 안팎이다. 더 큰 문제는 형평성의 왜곡이다. DS 부문 내에서 연간 조 단위의 적자를 내는 시스템 LSI와 파운드리 사업부조차 '부문 내 공동 분배' 원칙에 따라 DX 부문보다 몇 배나 많은 2억원이 넘는 성과급을 보장받게 됐다. 반면 흑자를 내고도 적자 사업부보다 터무니없이 적은 보상을 받게 된 DX 부문 임직원들은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미 DX 부문을 중심으로 노조 탈퇴 운동이 거센 데다 교섭 중단 가처분 신청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노사 협상 과정에서 불거진 노노 갈등의 불씨가 이번 잠정 합의를 통해 해소되기는커녕 더욱 큰 상처를 남기고 만 것이다. 여기에다 삼성전자의 사례가 노동계 전반으로 확산할 경우 대기업은 물론이고 하청·자회사, 중소기업 곳곳에까지 터무니없는 성과급 요구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있어서는 안 될 나쁜 선례(先例)를 남긴 셈이어서 경제계의 우려도 크다. 당장 삼성전자 노사 합의를 지켜본 주요 사업체의 노조 역시 사측에 사업 성과의 N%를 성과급으로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구조는 상법의 기본 원칙을 훼손하는 동시에 분배 정의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기업이 번 돈을 미래 기술 개발과 시설 투자, 그리고 주주에게 돌리지 않고 고비용 급여 구조를 유지하는 데 탕진한다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추락할 수밖에 없다. 성과급의 제도화와 고정급화는 시장경제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모순이라는 점에서 사측은 법과 원칙을 지키는 단호한 경영 판단을 내려야 마땅했다. 파업이라는 노조의 초강수를 피해 가려다 기업의 기초체력인 '조직문화'와 '시장 신뢰'를 모두 잃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2026-05-22 05:00:00

  • [사설] 정원오·추미애 토론 회피, 이러고도 표 달라 소리 나오나

    6·3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21일 시작됐지만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나 추미애 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는 여전히 제1야당 후보와 양자(兩者) 토론을 피하거나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중앙선관위가 주관하는 단 1회 법정 토론회에만 참석하겠다는 것이다.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조금이라도 더 적합한 후보를 선택하자면 후보자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있어야 한다. 각 후보자 측이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정보(선거 공보물·SNS 문자·공약집 등)는 공개 검증(檢證)을 받지 않은 것들이다. 유권자가 이를 하나하나 검증하기는 어렵다. 언론들이 후보자 검증 역할을 하지만 이 또한 한계가 있다. 자칫 중립성 시비에 휘말릴까 봐 따지듯이 치밀하게 검증하지 못하고, 겉핥기로 흐르거나 후보자들의 주장이나 타 후보에 대한 공격을 중계(中繼)하는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후보자들이 한자리에 앉아 서로 상대방의 공약이나 약점에 대해 질문하고, 대답하고, 따지고 반박하는 과정을 통한 검증이 가장 효과적인 것이다. 민주당 후보들의 토론 회피는 자신의 역량과 자질이 드러날까 두려워 검증을 피하는 것이라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 선거에서, 더구나 서울이나 경기도처럼 거대 도시 단체장 선거에서 후보자의 과거 행적, 도덕성, 자질을 검증하는 것을 네거티브로 치부(置簿)할 수 없다. 토론을 회피하는 후보들은 '네거티브하지 않겠다' '후보끼리 싸울 시간에 민심 속으로 파고들겠다'고 포장(包裝)하지만 실상은 '검증받지 않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서울과 경기도의 예산, 행정, 교통, 복지, 산업 등 막강한 권한을 맡길 사람의 자질과 자격, 과거를 확인하는 것은 내 지역, 내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검증 과정이다. 정책은 사람이 집행(執行)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더라도 그 정책을 집행할 단체장의 역량이 떨어지거나 윤리관이 바르지 않다면 정책이 제대로 될 리 없다. 권한을 사적 이익을 위해 쓰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도 없다. 후보자를 검증하는 것이 곧 정책 건전성을 검증하는 것이다. 충분한 토론과 검증 없이 치러지는 선거는 '적합한 후보를 찾는 과정'이 아니라 '누구든 한 사람을 뽑기만 하면 되는' 절차에 불과하다. 대법원 판결 결과까지 국정조사니 특검이니 하며 재검증하겠다는 민주당이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후보 검증에 미온적인 것을 보면서 도시를 발전시키고, 시민 삶을 개선하는 데는 관심이 없고, 선거에서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 대구시장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박빙(薄氷)으로 펼쳐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유권자들은 구호나 진영 논리에 치우치지 말고 후보자의 자질과 과거 행적(行跡), 공약 실현 가능성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공개 토론 회피 못지않게 구호는 요란하지만 구체적이지 못한 공약 역시 유권자의 알권리를 무시하는 것이다. 매일신문

    2026-05-22 05:00:00

  • [관풍루] 청와대, 이재명 대통령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체포 영장 검토' 발언 논란 확산에 "우리 국민 안전과 보호 중요성 강조 차원"이라고 해명

    ○…청와대, 이재명 대통령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체포 영장 검토' 발언 논란 확산에 "우리 국민 안전과 보호 중요성 강조 차원"이라고 해명. 그런데 24곳 해외 공관장 1년 넘게 공석 중! 누가 국민 보호하나? ○…농협, 당정 제시 개혁안 중 조합원 직선제 수용하되 외부 감사위 설치는 거부. 경영 자율성·안정성 저해 언급하며 강호동 중앙회장 반대. 복마전 오명 벗기 쉽지 않겠군. ○…전국 교복 정장형 평균 낙찰가 26만여원, 생활형 15만여원. 셔츠 한 장에 17만8천원짜리도. 주로 입는 생활형은 그렇다 쳐도 몇 번 입지도 않는 정장형까지 왜 둘 다 필요한지.

    2026-05-22 05:00:00

  • [날씨] 5월 22일(금)

    [날씨] 5월 22일(금) "대체로 구름 많음"

    2026-05-21 18:46:48

  • [여행이 들려주는 마케팅 이야기-하태길]이집트 마지막 파라오 클레오파트라 7세, 알렉산드리아에서 홍해까지

    [여행이 들려주는 마케팅 이야기-하태길]이집트 마지막 파라오 클레오파트라 7세, 알렉산드리아에서 홍해까지

    기원전 332년 알렉산드로스(Alexandros) 대왕에 의해 건설된 도시 알렉산드리아(Alexandria)는 헬레니즘 문화의 중심지로 프톨레마이오스 왕조(Ptolemaic dynasty)의 시작점이었다.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유럽과 아프리카, 아시아를 잇는 길목에서 번성했던 이 도시에 찬란하게 피어났다가 짧게 스러지고 마는 붉은 양귀비꽃 같은 삶을 살았던 클레오파트라 7세(Cleopatra VII)가 있었다. 짙은 아이라인과 검은 머리칼 그리고 황금빛으로 번지는 얼굴로 각인된 그녀는 미인의 대명사로 유명하다. 반면, 율리우스 카이사르(Julius Caesar)를 만나기 위해 양탄자 속에 몸을 숨긴 채 궁전으로 들어갔다는 일화는 그녀의 담대함을 보여준다. 여러 언어를 구사하며 정치와 감정을 동시에 움직일 줄 알았던 클레오파트라 7세는 이집트의 마지막을 목도(目睹)한 파라오였다. 그래서일까 알렉산드리아 여행은 한 여인의 이야기 속으로 천천히 스며들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알렉산드리아의 항구에는 파로스 등대(Pharos Light house)가 있었다. 거대한 거울로 햇빛을 반사해 적의 배를 태웠다는 등대는 사라지고 없다. 하지만 그 전설 같은 이야기 위에 카이트베이 요새(Fort Qaitbey)가 세워져 바다를 지키는 상징적 역할을 하고 있다. 나는 지중해를 바라보며, 이 항구로 들어왔을 수많은 배들을 떠올렸다. 그중에는 로마의 두 인물, 카이사르(Caesar)와 안토니우스(Antonivs)도 있었을 것이다. 클레오파트라 7세는 지중해가 실어 온 그들을 선택하여 이집트의 운명을 걸었다. 지중해 어딘가에는 클레오파트라의 궁전이 잠들어 있다고 한다. 수중 고고학자들이 왕궁을 계속 찾고 있다는 흥미로운 사실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클레오파트라의 명성을 말해주고 있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찾아갔다. 건물은 바다를 향해 기울어진 원반의 모습이었다. 지중해에서 막 떠오르는 태양처럼 새로운 시작이라는 의지를 담은 듯했다. 도서관 외벽에는 세계 여러 나라의 문자가 새겨져 있었다. 낯선 기호들 사이에서 한글을 발견한 순간 나는 걸음을 멈췄다. 또 다른 한글을 찾기 위해 벽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어느새 나는 '관람자'가 아니라 보물찾기하는 '참여자'가 되어 있었다. 우리 뇌는 필요 없는 정보는 과감히 걸러내지만, 자신과 연결된 정보에는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이는 '칵테일 파티 효과(Cocktail Party Effect)'로도 설명할 수 있다. 시끄러운 공간 속에서도 자신의 이름이나 관심 있는 이야기에만 귀가 쏠리는 현상처럼, 광고 역시 개인과의 접점이 생기는 순간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그 사례로 넷플릭스(Netflix)의 콘텐츠 썸네일(Thumbnail)의 개인화를 들 수 있다. 이용자의 시청 이력과 선호 데이터를 기반으로 같은 작품이라도 사용자마다 다른 이미지를 보여줌으로써, 각자의 취향에 먼저 말을 건다. 이는 선택적 주의(Selective attention)를 자극해 클릭과 시청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정교한 전략이다. 중요한 것은 정보의 양이 아니라 '나와의 거리'다. 수많은 정보 속에서도 사람을 멈추게 하는 것은 단 하나, '이건 나와 관련 있다'라는 감각이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라는 낯선 곳에서 한글은 나를 향해 다가오는 신호가 되었다. 한글을 마주하는 순간, 나는 비로소 멈추고, 바라보고, 기억하려 했다. 도서관 안으로 들어서자 원반형 천장에서 쏟아지는 햇살이 공간을 환하게 채우고 있었다. 차곡차곡 채워진 책들과 곳곳에 놓인 조각상들, 그리고 조용히 공부에 몰두하는 사람들. 과거와 현재가 겹치는 풍경이었다. 이곳은 세계 최초의 도서관이 있었던 자리로서의 의미가 크다. 프톨레마이오스(Ptolemaeus) 1세는 "지구에 있는 모든 민족의 책을 모으라"라는 명령을 내렸다. 양피지로 70만 두루마리, 요즘 책 기준으로는 약 1억1천만권에 이르는 인류의 지식이 이곳에 쌓였다. 당대 최고의 지성들이 모여 활발히 학문을 연구하던 곳이기도 했다. 그러나 전쟁은 이 지성의 전당을 불태웠다. 그 불길 속에 사라진 것은 종이가 아니라 고대인들의 사유였을지도 모른다. 그 시간의 어딘가에 클레오파트라 7세가 있었다. 그녀는 이집트어를 포함한 여러 언어를 구사하는 영민함을 갖추었다고 전해진다. 이집트를 지켜 내려 했던 그녀의 지략은 도서관의 지식과 무관하지 않았을 것이다. 비록 그녀가 이 도서관에 앉아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녀의 지성은 분명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공기 속에서 길러졌을 것이다. 지중해의 화려한 무대 뒤에는 홍해를 따라 흘러온 보이지 않는 부의 물줄기가 있었다. 홍해에 위치한 후르가다(Hurghada)는 올 인클루시브(All Inclusive) 호텔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어 유럽인들이 즐겨 찾는 이집트 휴양지로 유명하다. 햇빛에 따라 홍해는 투명한 푸른빛을 띠기도 하고 때로는 깊은 에메랄드로 변하기도 했다. 나는 스노클링 장비를 챙겨 천천히 홍해 안으로 들어갔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산호초와 알록달록한 물고기들이 눈앞에서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바닷속으로 잘게 부서져 내려오는 빛을 발견하고는 숨이 차올라 물 위로 올라왔다. 해변으로 돌아와 말을 타며 홍해를 감상하기로 했다. 사막 끝 모래가 홍해로 밀려와 말의 발굽이 바닷물을 가르며 절벅절벅 소리를 냈다. 말이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서 바닷물이 튀고 다리와 옷자락을 젖었다. 조금 낯설었던 망설임이 즐거움으로 부서졌다. 나는 잠시 말을 늦추고 물 위에 보였다가 사라지는 발자국을 내려다보았다. 금세 사라지는 것을 오래 기억하기 위해서는 애쓰는 순간이 필요한 것 같았다. 해 질 녘에는 전혀 다른 풍경이 기다리는 곳으로 갔다. 홍해 바다 서쪽으로 조금 이동하니 나일강과 홍해 사이에 펼쳐진 동부 사막이 나타났다. 이곳은 일반적인 모래사막과는 다른 지형으로 바위산과 계곡이 거친 풍경을 만들어 냈다. 지프차를 타고 울퉁불퉁한 길을 달려 배두인(Bedouin) 마을에 도착했다. 마침 보름달이 떠오르는 날이었다. 동쪽으로는 우유빛 보름달이 떠오르고 서쪽으로는 붉은 태양이 지고 있었다. 밤의 시작과 낮의 끝이 동시에 펼쳐지는 순간이었다. 사막은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 아니라 무엇이든 더 또렷하게 보이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광고 속에서도 사막을 찾아볼 수 있다. 2025년 아디다스(Adidas)는 사막 자체를 하나의 거대한 캔버스로 활용했다. 전통적인 광고판 없이 메시지를 전달했다. 최근 패션 광고도 사막을 자주 선택한다. 불필요한 것이 없는 배경이 옷과 사람을 더 또렷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제품의 장점을 직접 설명하는 기존 광고의 방식에서 벗어나 소비자 스스로에게 해석을 유도하는 컨텍스트 마케팅(Contextual Marketing) 방식이다. 또한 사막은 현대 설치 미술이 가장 솔직해지는 장소인지도 모른다. 1997년 사막의 숨결(Desert Breath)은 이집트 홍해 인근 사막에 조성된 대규모 작품이었다. 인위적 재료 없이 사막의 모래만을 사용하여 풍화와 침식에 따라 서서히 사라지도록 설계되었다. 자연과 인간의 상호작용이 자연스럽게 희미해지는 형태를 시간의 흐름에 맡겨두는 것이다. 사막에서는 예술도 광고도 하나의 방식으로 남는다. 비어 있는 세계 위에 단 하나의 이미지를 새기는 일, 그것은 사막이 아름다운 이유이기도 하다. 배두인들이 이끌어주는 낙타를 타고 사막을 잠시 거닐었다. 그리고 마을 안으로 들어가 그들이 내어준 따뜻한 차를 마셨다. 다시 돌아오는 길에 지프차 뒤로 흩날리는 흙먼지와 사라져가는 저녁 빛이 겹치며 이집트 사막 특유의 이질적인 풍경을 만들어 냈다. 여행의 마지막은 남쪽으로 더 내려가 나일강 위에 떠 있는 듯한 필레 신전(Philae Temple)이었다. 나일강 위에 자리한 이 신전은 고대 이집트의 여신 이시스(Isis)를 위해 지어진 성소로, 나일의 흐름 속에서 유난히 고요한 시간을 붙잡고 있었다. 특히 프톨레마이오스 왕조 시기에 크게 확장되었으며 그 시대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신전 벽에는 클레오파트라 7세가 신들에게 제사를 올리는 모습이 부조로 새겨져 있다. 그 장면 앞에서 나는 문득 이곳이 그녀와 안토니우스가 서로를 선택했던 시절, 사랑과 정치가 교차하던 시간과도 겹쳐 보였다. 기록은 그것을 신혼여행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강 위에 떠 있는 신전을 바라보는 순간만큼은 마치 한 시대의 사랑이 이곳에 잠시 머물렀다는 소문이 사실인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사람들의 시선과 믿음을 이끌어 내기 위해 끊임없이 스스로를 하나의 상징으로 세웠던 클레오파트라 7세를 2004년 펩시(Pepsi)가 3명의 팝스타로 다시 불러냈다. 상징적인 브랜딩(Iconic Branding)이었다. 클레오파트라의 권력과 카리스마는 비욘세(Beyonce), 대중적 영향력은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 반항적 에너지는 핑크(Pink)로 치환했다. 펩시는 마시는 것이 아니라 대중을 움직이는 힘으로 인식하게 했다. 나는 필레 신전이 내어주는 그늘을 따라 걸으며 끝나지 않은 상징이 된 클레오파트라를 그려보았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외벽의 한글을 떠올리며, 나는 과거와 현재가 이어져 미래로 흐른다는 감각을 느꼈다. 책은 정보를 넘어서 스스로를 비추는 거울로서 여전히 살아 있다. 지중해가 보이는 도서관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나는 책 대신 나 자신을 읽었다. 클레오파트라의 흔적은 지중해와 홍해를 지나 나일강 필레 신전에서 더욱 또렷해졌고 스쳐 간 모든 장면들은 또 다른 이야기로 남아 나를 부른다. 오래된 바람이 불어오듯이 그 기억은 조용히 나를 향해 돌아온다. 하태길 영남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경영학 박사)

    2026-05-21 16:26:42

  • [기고-양성필] 대구 유휴지 '전통문화예술 메카'로

    [기고-양성필] 대구 유휴지 '전통문화예술 메카'로

    대구는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이자 뿌리 깊은 영남 소리의 본향이다. 하지만 화려한 명성에 비해 우리 전통문화의 현주소는 초라하다. 현재 대구에는 대구콘서트하우스, 대구오페라하우스, 대구문화예술회관 등 서양 음악과 다목적 공연장은 도심 곳곳에 포진해 있다. 그러나 대구시립국악단을 비롯해 1천여 명에 달하는 국악 전공자들이 마음 놓고 연습하고 공연할 '국악 전용 극장'은 단 한 곳도 없다. 서양 예술 전용 인프라 대비 국악 인프라 비중은 사실상 '0%'에 가깝다. 장르 간 비대칭은 지역 문화 생태계를 왜곡하고 국악 전공자들의 역외 유출을 가속화하는 주범이다. 차기 대구 시정은 도시의 유휴 공간을 재해석하고, 예술인의 삶을 지탱할 적극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 첫째, 대구의 뿌리이자 역사적 성지인 '달성공원'을 'K-전통문화 랜드마크'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대구의 상징이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토성인 달성공원은 국악당 건립의 최적지다. 동물원이 이전하고 남은 유휴 부지에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국악 전용 공연장과 한국식 정원 조성, 문화재 전수관 등 전통문화예술의 집결지로 대구전통문화예술공원을 조성해야 한다. 대구의 역사성과 예술성, 서문시장, 근대골목투어 등이 결합된 독보적인 관광 자원이 될 것이다. 이는 서구화된 대형 공연장들과는 차별화된 대구만이 가질 수 있는 '전통의 현대적 자산화'의 시작이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사업의 재검토를 소망한다. 둘째, 2순위 대안으로 '경북도청 후적지'를 전통과 현대의 융합 거점으로 삼아야 한다. 달성공원이 역사적 상징성이 있다면 산격동 도청 부지는 압도적인 도심 접근성과 확장성을 갖춘 곳이다. 이곳은 국악과 디지털 기술이 결합한 'K-컬처 인큐베이팅'의 산실로 적합하다. 1천여 명에 달하는 지역의 전통예술 전공자들이 마음 놓고 연습하고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현대적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젊은 층과 관광객이 발길을 멈추지 않는 '살아있는 전통예술의 메카'로 조성하고 다양한 상설 공연을 통해 예술인들이 정당한 수익을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예술인 기회소득을 넘어 스스로 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터전'을 제공하는 것이 지자체의 역할이다. 셋째, 실질적 전통예술인 일자리 정책이 필요하다. 국악은 단순히 듣는 음악을 넘어 춤, 소리, 연희가 어우러지는 '판'의 예술이다. 서양 클래식이나 대중음악이 철저히 관람 중심이라면 국악은 시민이 직접 추임새를 넣고 어우러지는 '참여와 교육'에 특화되어 있다. 대구 130여 개 읍·면·동에 리더 국악 예술사를 배치하고 다양한 장르의 전통예술 공연과 교육이 있는 정기적인 프로그램을 추진해 참여 예술인에게는 500개 이상의 안정적인 공공 일자리를 제공하고 시민들에게는 고품격 전통문화 복지를 돌려주어야 한다. 문화는 한 도시의 품격이며 전통은 박물관에 박제된 유산이 아니라 동시대 시민과 호흡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살아있는 에너지여야 한다. 전통예술공원에 울려 퍼질 우리 소리는 대구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일이며, '1동 1국악사'는 전통예술인이 시민의 삶 속에서 존중받으며 일하는 도시를 만드는 지름길이다. 차기 대구시정이 문화가 밥이 되고, 전통이 힘이 되는 대구의 미래를 과감히 선택하기를 기대한다.

    2026-05-21 15:26:48

  • '감사의 정원' 설치를 반성해야 하는 이유 [가스인라이팅]

    '감사의 정원' 설치를 반성해야 하는 이유 [가스인라이팅]

    광화문 광장에 '감사의 정원'이라는 돌기둥이 하나둘 섰다. 논란도 함께 따라붙었다. 예산 낭비라는 목소리가 나왔고 선거용 사업이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세종대왕상 곁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도 나왔다. 나는 그 기둥을 바라보다 전혀 다른 감정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깊은 감사의 마음 그리고 깊은 부끄러움이었다. 미국 워싱턴 한국전 참전기념관 벽에는 이런 문구가 새겨져 있다. "알지도 못하는 나라, 만나지도 못한 사람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짧지만 그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지도에서 손가락으로 겨우 찾아낼 아시아의 작은 나라, 그곳의 이름 모를 사람을 위해 그들은 기꺼이 목숨을 걸었다. 6·25 전쟁에서 유엔군 사망자는 5만여 명에 달한다. 그 가운데 미군만 3만3천여 명이다. 부상자까지 합치면 총 54만여 명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영국에서도 왔고 캐나다와 터키, 호주, 심지어 에티오피아에서도 젊은이가 달려왔다. 그들은 한국어를 알지 못했고 한국 땅조차 밟아본 적 없던 젊은이였다. 그럼에도 그들은 왔고 싸웠으며 결국 죽었다. 지금은 전혀 다른 시대가 됐다. 단 한 명의 사망 사고만 발생해도 뉴스에서 대서특필된다. 국가는 나서서 사과한 뒤 특별위원회를 꾸리고 재발 방지책을 논의한다. 그만큼 오늘날 인명의 무게는 묵직하게 다뤄진다. 수만 명의 외국 젊은이가 아무런 연고도 없는 나라를 위해 이 땅에서 생을 마감했다는 건 어떻게 다뤄져야 옳은 것일까. 현재의 감각으로 환산하면 할수록 그 희생의 무게는 더욱 무거워진다. 만약 그들이 오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지금 이 순간에도 북한의 6개 정치범수용소에는 약 19만 명이 수감되어 있다고 한다. 아우슈비츠 생존자 출신인 국제사법재판소 판사는 "북한 수용소는 내가 어린 시절 나치 수용소에서 겪었던 것보다 더 끔찍하다"고 할 정도다. 북한에선 종교를 가졌다는 이유로, 외부 영상물을 봤다는 이유로, 불만을 입 밖에 냈다는 이유로 온 가족이 수용소에 끌려간다. 우리 이야기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 사회엔 반드시 기억하고 기념해야 할 다양한 사건이 있다. 사건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도 중요하지만 이름조차 몰랐던 나라의 자유를 위해 수만 명이 스스로의 몸을 내던진 이 희생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그들은 이름도 모르는 나라의 자유를 위해 기꺼이 죽으러 온 젊은이였다. 지금에서야 광화문에 세운 걸 반성해야지 정쟁 따위를 할 대상이 아니다. 이종길 국군권익포럼 대표 〈strong〉* 가스인라이팅(Gas Enlighting)은 매일신문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칼럼 공간입니다. '가스라이팅'은 1930년대 가스등을 사용하던 시절 파생된 용어입니다. 가스등을 조금씩 어둡게 해 누군가를 통제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가스인라이팅'은 그 반대로 등불을 더 밝게 비춰주자는 뜻입니다.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자주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strong〉 〈strong〉** 외부 기고문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strong〉

    2026-05-21 13:24:38

  • [백정우의 읽거나 읽히거나] 월든의 소로와 의자 이야기

    [백정우의 읽거나 읽히거나] 월든의 소로와 의자 이야기

    하나. 1981년도였던가. 대입 예비고사에서 340점 만점에 184점을 받은 학생이 서울법대에 입학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통상 서울법대 커트라인이 310점 선이었음을 고려할 때 경악할 노릇이지만, 이는 그해 서울대 경쟁률이 미달이었기에 가능했던 일. 언론매체의 인터뷰가 쇄도했고 그때마다 그는 남들은 비웃어도 보란 듯이 졸업하고 사법고시도 패스할 것, 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입학 첫해를 못 넘기고 자퇴하고 말았다. 법학 서적 한쪽 읽기 위해 일일이 옥편을 찾아봐야 하는 힘들고 지루한 과정에 무너졌기 때문. 탄탄한 기본 없이 요행으로 이룬 성과는 일시적일 수밖에 없고 그래서, 사상누각이다. 둘. 1845년 매사추세츠주 콩코드 근처 월든 호숫가로 떠난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세 개의 의자를 만든다. 하나는 '고독'을 위해 또 하나는 '친구'를 위해 나머지 하나는 '사교'를 위해. 소로가 만든 의자는 각각 자기성찰, 우애, 환대를 상징한다. 셋. 1948년 뉴욕 현대미술관이 주최한 저가 가구 국제 공모전에서 찰스 임스는 유리섬유를 가공하여 등받이와 시트가 하나로 이어진 플라스틱 의자를 선보인다. 현재 국내에서 74만 원대에 판매되는 이 의자의 최초 판매가격은 6달러 17센트. 당시 신소재로 떠오른 유리섬유는 가볍고 튼튼할 뿐만 아니라 가죽이나 나무 의자보다 가격이 저렴하여 학교, 공항, 사무실 등 공공시설에 빠르게 보급되었다. 게다가 플라스틱은 가장 미국적인 풍경을 만들어낸 아메리칸 스탠더드의 주역이었다. 임스는 혁신적 디자인을 추구했고, 사용자 중심 접근방식을 채택했으며, 예술과 공학을 접목해 창의와 기능을 극대화했다. 그러니까 임스의 의자는 모던하고 편안한 기능성의 다른 이름이다. 넷. 마블 영화 〈스파이더맨: 홈커밍〉에서 스파이더맨 수트를 입은 기쁨에 천방지축 사고나 치고 다니던 피터 파커는 수트를 회수하려는 토니 스타크에게 수트가 없으면 난 아무것도 아니에요, 라며 읍소한다. 이때 토니 스타크의 단호한 대답. "수트가 없어서 아무것도 아니면 더더욱 수트를 입으면 안 돼" 기초체력 없이 기술만 연마하거나, 내공 없이 초식만 장착하면 협객이 아니라 자객으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의자란 권력의 상징인 동시에 근대화의 산물이다. 사람마다 자기 자리가 있기 마련. 학창시절 선생님이 "모두 자기 자리에 앉아"라고 할 때의 자리는, 자기 의자를 말한다. 적어도 학생 때는 누구나 자기 자리가 있었다. 하지만 사회에 나오는 순간, 안타깝게도 자리 없는 사람이 생겨난다. 어떤 이는 자리가 있어도 만족하지 못하는 데 반해 애초에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사람도 보인다. 또 어떤 이는 높고 크고 화려한 의자만을 꿈꾸다가 평생 제대로 된 자리 하나 얻지 못한 채 일생을 마치기도 한다. 이때 의자는 사회적 지위와 권력의 은유다. 이문재는 자신의 시 〈소로의 오두막〉에서 "친구가 찾아오면 의자 두 개를 마주 놓고, 나그네들이 오면 의자를 다 내놓았다고 합니다. 홀로 고독을 즐길 때는 의자가 하나만 필요했겠지요. 미루어 짐작건대 소로가 혼자 앉아 있을 때도 의자 두 개가 비어 있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라고 쓴다.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이어야 친구를 아끼고 타인에게도 기꺼이 손 내밀 수 있을 터. 세 개의 의자가 서로 조화와 균형을 이룰 때 삶도 온전해지리라 믿는 시인의 마음을 살며시 빌려온다.

    2026-05-21 10:14:10

  • [매일춘추-심강우] 니체는 잘못이 없다

    [매일춘추-심강우] 니체는 잘못이 없다

    낙타, 사자, 어린아이는 니체가 말한 인간 발전의 세 단계이다. 니체가 말한 낙타는 순종을 의미한다. 지금과 같은 교통수단이 없던 시절 카라반의 주축은 낙타였다. 그냥 걷기도 힘든 열사(熱沙)의 행로. 무거운 짐까지 지고 걷는 낙타는 그야말로 의무와 책임의 표상이었다. 지금은 어떤가. 호구지책의 수레바퀴를 돌리는 데에 영일이 없는 이 시대 장삼이사들을 낙타의 후예라 하면 망발일까. 물론 내공을 다지는 과정이라는 의미로 이해할 수도 있다. 불에 달궈진 시우쇠를 두들기고 찬물에 집어넣는 대장장이의 의도는 명백하다. 좀더 강한 도구를 만들기 위함이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부모나 교사로 대표되는 기득권층이나 사회규범은 노회한 대장장이다. 주목할 점은 시우쇠가 되든 낙타가 되든 공히 수동태에 속한다는 것이다. 사자는 저항 정신 혹은 꿋꿋한 줏대를 상징한다. 이 단계에 이른 인간은 일방적 지시나 폭압적 행위를 거부하는 용기와 기존체계를 뒤엎는 전복적 사고를 지녔다. 자유의 신봉자인 사자형 인간은 하지만 아쉽게도 창의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심하면 의지를 지켰으되 의리를 상실했으며 실존적 자유는 지켰으되 공존을 깨뜨리는 우를 범했다는 비판에 직면한다. 요컨대 그 자신이 극복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니체는 가장 바람직한 변신으로 어린아이와 같은 유형을 든다. 어린아이는 한마디로 말해 긍정하는 인간이다. 자신의 욕망을 관철하기 위해 투쟁하는 존재가 사자라면 어린아이는 놀이하는 존재이다. 칼이나 송곳 같은 흉기를 들이대도 어린아이는 놀이의 한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웃는다. 주어진 게 무엇이든 기성인이 예상치 못한 방식의 놀이를 시현한다. 어린아이는 비교를 통해 자신을 억압하는 폐단에서 자유롭다. 한마디로 말해 어린아이는 창조와 긍정의 아이콘인 것이다. 니체의 의도를 부정할 생각은 전혀 없다. 어린아이처럼 긍정하고 창조하면서 살자는 게 왜 나쁜가. 그러니 니체의 말에 어깃장을 놓을 수밖에 없는 현실 상황이 안타깝다는 것이다. 니체 역시 작금의 세계를 목도한다면 수긍할 것이다. 그러니까 니체가 말한 어린아이는 더 이상 없다는 것. 일곱 살도 늦다며 네다섯 살 때부터 어학 공부를 시키고 천재는 만들기 나름이라는 기치 아래 아직 말이 어눌한 아이에게 건반을 누르게 하는 건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그건 일부 계층의 이야기라고? 그렇다면 주말이면 보충수업이다 학원숙제다 해서 평일보다 더 바쁜 어린아이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니체는 잘못이 없다. 물론 어린아이들도 잘못이 없다. 그렇다면 누구의 책임인가? 독자 여러분 스스로 답을 구해 보시기 바란다.

    2026-05-21 10:08:30

  • [사설] 하청 노조 성과급 요구 봇물, '노봉법' 강행의 예견된 결과

    SK하이닉스의 반도체·부품 등 물류(物流) 담당 하청 업체 피앤에스로지스 노조가 원청인 SK하이닉스가 성과급·임금 등을 논의할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며 내용증명을 보냈다고 한다. SK하이닉스가 하청업체의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을 경우 피소(被訴) 등 법적 분쟁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SK하이닉스 하청 업체 뿐만 아니라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 등 다른 대기업 하청 노조도 원청과 같은 수준의 성과급을 요구하고 있다. 하청업체 노조가 원청 업체에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것은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제2·3조=사용자 범위를 근로조건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원청까지 확대하고, 쟁의에 따른 손해배상 범위를 제한하는 것)'을 등에 업었기 때문이다. 노란봉투법으로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교섭 책임이 인정될 여지가 커진 만큼 이제 기업들은 하청 및 협력 업체의 성과 분배 요구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됐다. 성과급을 둘러싼 삼성전자 노사 간 협의가 진행되는 동안 이재명 대통령은 "노동조합이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노력하는 건 좋은데, 그것도 적정한 선이 있지 않나 싶다"고 했다.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가 '노란봉투법'을 밀어붙일 때 이미 제기(提起)됐던 우려였다. 대통령이 연대와 책임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노란봉투법으로 노조 활동 우위를 보장해놓은 마당에 적정한 선, 연대와 책임을 강조해봐야 공염불(空念佛)이 될 가능성이 높다. 노사는 대립 관계가 아니라 산업 경쟁력의 공동 주체다. 근로자는 정당한 보상(報償)과 안전한 근로환경을 보장받아야 한다. 기업 역시 지속적인 투자와 혁신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경영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반도체처럼 최첨단 산업은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투자가 미래 경쟁력을 좌우한다. 반짝 성과로 끝나지 않으려면 투자가 우선이다. 노조의 절제(節制)에만 맡겨 둘 수는 없다. 노란봉투법을 재개정해 문제를 바로잡아야 생산 차질과 산업 현장의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한국 산업 경쟁력 약화를 피할 수 있다.

    2026-05-21 05:00:00

  • [사설] 우리 경제 약한 고리 흔들 고금리 충격, 정부 위기 대책을 묻는다

    중동전쟁 장기화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 환율 불안, 예상보다 강한 성장률 반등이 겹치면서 금리 인상이 가시화하고 있다. 국고채 금리는 발작(發作)에 가까울 정도로 치솟았다. 3년물 금리는 연 3.8%대에 육박하고, 미국과 일본 국채의 장기금리도 이른바 역대급 수준까지 올랐다. "금리 인상을 고민할 때가 됐다"는 한국은행 내부의 발언도 나왔다. 다가올 고금리 충격은 전례없는 방식으로 경제를 흔들 가능성이 크다. 수치와 다른 경제 이면의 취약한 고리를 흔들기 때문이다. 반도체 수출은 호황이고, 코스피는 급등세이며, 은행과 금융지주의 실적 전망도 사상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화려한 숫자의 뒤에서 중소기업, 자영업자, 지방경제 체력이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3개월 이상 원리금(元利金)을 못갚아 사실상 부실로 분류되는 대출인 은행권 고정이하여신(NPL)은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중소기업 연체율은 대기업의 8배 이상이다. 일부 지방은행의 제조업과 도소매업 연체율은 코로나 위기 수준을 넘어섰다. 건설 생산 감소세는 1년 넘게 이어지고, 지방 미분양도 증가 흐름이다. 서민들은 "경제가 좋아졌다는데 왜 체감은 더 어렵냐"는 푸념을 쏟아낸다. 코로나 시기 저금리와 대출 만기 연장에 기대 버텨왔던 자영업·중소기업 대출의 만기가 돌아오고, 고유가와 고환율로 원자재 가격과 비용 부담은 급등했는데 내수는 가라앉았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p(포인트)만 올라도 자영업자들의 연간 이자 부담은 약 1조8천억원 증가한다. 이들은 지역 상권의 고용주이고 소비자이며, 지방경제를 떠받치는 순환 고리다. 이들이 버티지 못하면 소비 위축과 폐업 급증, 지역 부동산 침체와 금융 부실 등이 한꺼번에 터져나온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반도체·증시 중심의 긍정적인 지표만 강조하면서 서민·지방·중소기업의 체감경기 악화를 과소평가한다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경제 약자들의 목소리를 무겁게 받아들여 보다 정교(精巧)한 내수·지역경제 대책을 내놔야 한다.

    2026-05-21 05:00:00

  • [사설] 민주당 간사도 이란의 나무호 공격 인정, 정부는 왜 입 다물고 있나

    더불어민주당은 20일 국회 외통위에서 '나무호 피격 사건'에 대해 '공격(攻擊) 주체를 섣불리 단정하지 않고 신중한 대응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정부 입장을 두둔하기 바빴다. 민주당 이재강 의원은 "강대국들조차 충분한 증거 없이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선택을 하지 않았다"며 "우리 정부의 신중한 기조는 분쟁지역에서 자국의 이익을 지키는 외교의 보편적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도 했다. 사건의 본질(本質)을 호도하는 황당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의 뜻은 이란의 나무호 공격에 대해 즉각 군사적 조치를 취하라는 것이 아니다. 사건을 저지른 이란에 대해 사과(謝過)와 피해 배상 및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것은 주권 국가의 당연한 권리(權利)이다. 아직도 우리 선박 26척과 160여 명의 선원들이 페르시아만 안에 갇혀있다. 일본은 이미 이란의 동의 아래 차례로 풀려나고 있다. 왜 이란에게 한국 선박과 선원들의 호르무즈 해협 '안전한 통과'를 보장하라고 강력히 요구하지 못했나. 사건 발생 16일이나 지난 20일 겨우 한국 국적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전해졌을 뿐이다. 신중론만 앞세우고 아무런 실질적 조치를 못하는 정부·여당 탓에 애꿎은 우리 선원과 기업들이 고통(苦痛)받고 있다. 국회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박선원 의원은 19일 '나무호'를 공격한 주체는 이란이라고 정부가 판단(判斷)하고 있으며, '조준 공격'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7일 이란 외무장관에게 이란 측 입장을 요구했고, 다음날 이란 외무부는 "역내 어떤 행위자가 이 일을 저질렀는지 우리도 의문"이라며 '조사(調査) 중'이라고 했다. 이란 측 공격이 아니다라는 말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발사체 엔진과 CCTV 등 증거가 명확한 상황에서 이란도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것 만으로도 정부는 이에 합당한 항의와 대책 요구를 이란 측에 했어야 한다. 신중론을 내세워 무능(無能)과 무책임(無責任)을 덮으려는 계속된 시도는 비겁함을 보여줄 뿐이다.

    2026-05-21 05:00:00

  • [관풍루]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스타벅스코리아의 '5·18 탱크데이' 이벤트와 관련, 5·18 조롱하면 처벌받는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언급

    ○…이재명 대통령, 국내 의류 쇼핑몰의 2019년 광고 문구 두고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조롱"이라며 "사람의 탈을 쓰고 이럴 수 있나"라고 비난. 자기 죄를 자기가 지우려는 것은 사람의 탈을 쓰고 할 짓?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스타벅스코리아의 '5·18 탱크데이' 이벤트와 관련, 5·18 조롱하면 처벌받는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언급. 5·18 공개 찬양 않으면 처벌하는 법도 만들지 그래? ○…경제 매체 블룸버그, 삼성전자 파업 위기를 두고 "가진 자와 더 가지려는 자의 이익 분배 충돌"이라고 진단. 더 가지려는 자가 평균적인 한국인 시선에서는 이미 가진 자라는 게 문제.

    2026-05-21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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