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작권 조기 전환해 '자주국방'? 北核 눈 감은 망상
주한미군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轉換)이 서둘러 이뤄질 경우, 한국군 연합사령관의 지휘를 받기 어렵다는 뜻을 우리 측에 전달했다고 한다. 전작권 전환이 한미연합사 해체로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示唆)한 것이다. 주한미군의 이 같은 입장은 지난 26일 안규백 국방부 장관의 "내일 전작권이 회수되더라도 우리가 스스로 지키는 데는 크게 문제가 없다"는 발언, 이재명 대통령의 "크게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라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해야 맞을 것"이라는 발언에 대한 반응으로 보인다. 정부·여당은 지난해 6월 이재명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전작권 전환을 우선 과제로 추진했고, 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피트 헤그세스 미국 전쟁부 장관을 만나서 "임기 내 전작권 조기 회복"을 언급하기도 했다. 대통령과 정부·여당 인사들은 전작권 전환을 자주국방과 주권 문제로 보는 듯하다. 지지층은 환호할지 모르지만, 이는 대한민국이 처한 지정학적(地政學的) 상황에 무지한 발언이거나 "미군 나가라"는 북한 주장에 동조하는 것이라고 본다. 한국 군사력 세계 5위, 한국 국방비 북한 GDP의 1.4배라고 하지만 이는 핵무기를 뺀 평가(評價)다. 북한 핵무기는 우리 군사력 전체를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다. 전술핵무기 몇 발이면 한국은 초토화된다. 핵무기를 쏘겠다는 엄포만으로도 한국은 질질 끌려다니게 된다. 전작권은 자존심 문제가 아니다. 어느 쪽이 전쟁을 확실히 억제할 수 있느냐, 전쟁이 발발했을 경우 어느 쪽이 확실히 승리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는 것 자체로 북한의 남침 야욕을 억제(抑制)할 수 있다. 전작권 회수는 미군 철수를 위한 정지 작업이라는 비판도 많다. 만약 미군이 철수한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국방비를 지출해야 하고, 더 오래 군복무 해야 한다. 그러고도 북한 핵무기를 감당(堪當)할 수 없다. 진정한 자주국방은 전쟁 자체를 억제하는 힘이다. 북한이 쳐들어와도 이길 수 있으니 미군이 필요 없다는 생각은 어리석고 위험천만하다.
2026-05-29 05:00:00
[사설] 금리 동결 속 명백한 긴축 신호 보낸 한국은행
28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8연속 동결'이지만 금통위원 7명 중 2명이 즉각적 금리 인상을 주장했고, 금리 추이를 예상하는 점도표(點圖表)에서 21개 전망 중 19개가 현재보다 높은 금리를 가리켰다. 취임 후 첫 금통위를 주재(主宰)한 신현송 총재도 "갈 길이 명확하다"고 했다. 저금리가 장기화하면 자산 버블과 금융 불균형이 누적돼 큰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것이 국제결제은행(BIS)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그의 지론이었다. '빚투' 위험을 직접 언급했는데, 작은 충격에 연쇄 매도가 이어져 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치솟고, 4월 생산자물가는 외환위기 이후 최대 폭으로 올랐으며, 소비자물가도 목표치인 2%를 웃돌기 시작했다. 환율은 1천500원대를 넘어섰고, 수도권 집값 상승세도 재확대되고 있다. 중앙은행으로선 사실상 모든 물가 경고등이 동시에 켜진 셈이다. 경기 둔화(鈍化)를 우려해 금리 인하를 검토할 상황에 반도체가 변수로 등장했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 덕분에 올해 1분기 성장률은 1.7%를 기록했고, 한은은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단번에 2.6%까지 끌어올렸다. 그런데 성장률만 끌어올린 게 아니라 유동성 확대와 위험선호 심리를 자극하면서 자산시장도 과열 조짐이다. 코스피 급등으로 신용융자 잔액이 급증하고, 서울 부동산까지 꿈틀거린다. 미국에서도 AI 투자 열풍과 중동 전쟁발 유가 상승이 자산시장 과열과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도 경기 부양보다 인플레이션 방어에 민감해졌다. 이번 금통위 결정은 신현송 체제의 한은이 물가만 보는 게 아니라 금융 불균형까지 함께 고려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장면이다. 동시에 고물가·고금리 구간 진입에 대한 경고다. 성장을 이끄는 반도체가 동시에 긴축의 원인이라는 역설(逆說)을 외면해선 안 된다. 반도체 호황에 취해 내수 생산성과 산업 기반 다변화 과제를 미루면 감당 못 할 충격이 닥칠 수 있다.
2026-05-29 05:00:00
[사설] 공수처도 위헌성 지적한 '공소취소 특검법', 접는 게 옳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공소취소(公訴取消)' 특검법에 대해 "특별검사가 공소유지 중인 사건을 이첩받아 공소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 그 공소를 취소할 수 있게 한 부분은 권력분립의 원칙 등에 반할 여지가 있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한 것이 28일 확인됐다. '특별검사는 이첩받은 사건의 공소유지(공소유지 여부의 결정을 포함한다) 업무를 수행한다'는 공소취소 특검법 제8조 7항의 위헌성을 다시 한번 지적한 것이다. 민주당이 공소취소 특검법을 발의한 지난달 30일 이미 대검찰청은 "재판의 독립성에 부당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고, 시민단체 경실련 등도 "중대한 위헌(違憲) 소지가 있으니 (관련) 조항을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주도적으로 설치한 공수처마저 특검법의 위헌성을 지적했다는 것은 특히 주목된다. 오죽하면 6·3 지방선거(地方選擧)를 앞둔 민주당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가 "법안의 추진 시기와 내용 모두 국민의 눈높이에 전혀 맞지 않는다. 공소취소는 분명히 반대한다"고 했고, 민주당 우상호 강원지사 후보 역시 "중요한 선거 시기에 (특검법으로) 논쟁을 벌이는지 모르겠다"고 했겠나. "민심의 역풍이 불 수 있다"는 민주당 내 우려(憂慮)와 관련, 이재명 대통령은 "구체적 시기와 절차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국민적 의견 수렴과 숙의 과정을 거쳐서 판단해 달라"고 말했다. '법안을 철회하라'는 것이 아니라, 지방선거 이후에 '처리(處理)하라'는 말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이 대장동 개발 비리,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백현동 개발 비리, 경기도 법카 유용 등 자신과 관련된 사건의 공소취소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주진우 공소취소 특검법 저지 특위 위원장은 "특검법 본질은 '이재명 대통령 재판취소'"라면서 "이것은 수사도 아니고 진상규명도 아니다"라고 했다. '대통령이 헌법 위에 있다'는 세간(世間)의 비난을 피하려면, 민주당은 공소취소 특검법을 철회(撤回)하는 것이 마땅하다.
2026-05-29 05:00:00
[관풍루]1분기 소득 상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을 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으로 나눈 배율이 6.59배로 소득 분배 지표 6년 만에 가장 나쁜 수준
○…1분기 소득 상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을 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으로 나눈 배율이 6.59배로 소득 분배 지표 6년 만에 가장 나쁜 수준. 이유는 대기업 성과급상여금이라니 격차 해소하려면 줄여야 하나? ○…국세청, 수십억 슈퍼카 법인 차를 내 차처럼 쓰거나 자녀 주고 직원 임금은 동결하는 등 탈법 일삼은 19개 업체 세무조사 착수. 아무리 사주라도 회삿돈이 내 쌈짓돈은 아니지. ○…중앙선관위, 6·3 선거 사전투표 실시에 앞서 선거 조작 논란 차단 위해 사전투표함 보관 장소를 CCTV로 24시간 공개키로. 녹화 시간 조작 가능성 우려도 불식할 수 있을지….
2026-05-29 05:00:00
2026-05-28 18:44:40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주가는 계속 오를까? [가스인라이팅]
지난 11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초과 이익에 대한 국민배당을 제안하는 취지의 글을 써 글로벌 투자업계에 큰 이슈가 됐다. 후폭풍이 거세자 "사견이었다" "초과이익이 아니라 법인세에 대한 내용이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글로벌 투자업계의 의심 눈초리는 아직 거둬지지 않았다. 상황이 악화되자 이재명 대통령까지 진화에 나섰다. 그는 "기업엔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관여하지만 위험과 손실을 감수한 투자자와 주주가 이익을 나누는 권한을 갖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 그런데 삼성전자 노조가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의 12% 수준을 성과급으로 지급 받는 안이 가결된 같은 날 이제는 정부 차원에서 초과이익에 대한 배분을 논의하겠다고 한다. 27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대기업의 초과이익을 어떻게 사회적 분배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긴급 토론회를 연다고 밝혔다. 정부가 거둔 '법인세' 분배가 아니라 사기업의 '이익'을 어떻게 나누냐는 토론회를 연다는 것이었다. 김 장관은 이 대통령의 의중을 거스르는 것일까. 이 대통령이 말한 '투자자와 주주의 몫'을 안중에도 두지 않은 행보처럼 보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AI투자 급증에 따라 사상 초유의 영업이익이 예상되니 정부가 군침을 흘리는 상황이 재현되고 있는 셈이다. 기업의 초과이익에 대한 정부의 입맛 다시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1년은 스마트폰 산업 성장과 함께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이 글로벌 점유율을 빠르게 높여가자 이명박 정부에서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은 '초과이익공유제' 도입 추진을 선언했다. 2021년은 코로나19로 쿠팡과 배달의민족 등 플랫폼 기업 매출이 급증하자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낙연 당시 민주당 대표가 '코로나19 이익공유제'를 제안했다. 물론 기업의 성공엔 국가와 지역 사회의 지원이 도움된 부분도 있다. 그렇기에 국가는 직원 임금을 제외하고 그 누구보다 먼저 기업의 이익 가운데 자기 몫을 법인세란 명목으로 떼어간다. 재분배는 정부는 걷은 세수로 하면 된다. 기업의 이익은 정부가 그 배분을 왈가왈부할 게 아니다. 이재명 정부는 국민 자본소득 증대를 꾀하기 위해 주식시장 부양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의 욕심으로 기업의 이익이 주주의 몫으로 더 적게 돌아올 거라는 예측이 시장에 자리 잡히면 어떻게 될까. 시장이 과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에 예전 만큼의 가치를 부여할까. 우리는 김용범 실장의 '실언' 뒤 주식 시장이 얼마나 하락했는지 벌써 잊을 만큼 기억력이 나쁘지 않다. 최재리 자산운용사 팀장 〈strong〉* 가스인라이팅(Gas Enlighting)은 매일신문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칼럼 공간입니다. '가스라이팅'은 1930년대 가스등을 사용하던 시절 파생된 용어입니다. 가스등을 조금씩 어둡게 해 누군가를 통제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가스인라이팅'은 그 반대로 등불을 더 밝게 비춰주자는 뜻입니다.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자주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strong〉 〈strong〉** 외부 기고문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strong〉
2026-05-28 16:29:37
도시의 가로는 기본적으로 사람과 물자를 이동시켜주는 이동공간이지만, 한편으로는 시민들의 다양한 사회활동이 자연스럽게 연출되는 생활문화공간이자 도시의 경관과 이미지를 크게 좌우하는 상징공간이다. 도시철도 4호선은 대구의 상징가로인 동대구로와 범어네거리, 도시관문인 동대구역, 경북대, EXCO 등 대구의 주요 경관지역을 경유하기 때문에 도시경관 형성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차량시스템의 선택은 매우 중요하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구시장 후보자들이 지금까지 2030년 개통을 목표로 지금까지 추진되어 온 대구도시철도 4호선의 차량시스템인 AGT(자동안내궤도차량) 방식을 기존 도시철도 3호선과 동일한 모노레일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선거공약으로 채택함으로써 새로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AGT는 가로의 중앙에 폭 약 8m의 고가도로와 유사한 전용궤도(슬라브) 위에 철제차륜으로 설치되기 때문에 가로 공중공간의 시야 및 햇빛 차단, 그림자, 소음과 진동, 먼지 등 환경적 악영향이 매우 크다. 반면에 모노레일은 0.8m의 작은 교각 위에 고무차륜으로 설치되기 때문에 환경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으며, 승차감도 우수하다는 장점이 있다. 도시철도 4호선의 차량시스템은 처음에는 도시경관적 관점에서 AGT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모노레일방식으로 추진되었다. 실제로 필자가 참여했던 시민공청회에서 모노레일이 적합하다는 주장이 우세했다. 그러나 그후 국내기술로 개발되어 상용화된 AGT방식으로 추진되었는데, 그 결정적인 이유는 대구도시철도 3호선 건설 이후 철도안전법이 개정됨에 따라 까다로운 형식승인제도가 생겨 모노레일 차량을 제작하는 일본 히타치사가 막대한 비용이 드는 형식승인을 받기 어려움에 따라 발생된 문제이다. 물론 차량시스템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먼저 모노레일로 채택하는 경우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철도안전법 제26조(철도차량형식승인)의 개정을 통해 안전기준 내용을 일부 조정하거나 예외규정을 두어 문제를 해소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추후 3호선 모노레일 차량이 수명이 다 되어 교체할 경우는 또 다시 이러한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차량 편수가 많지 않아 국내 제작은 경제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예견되기 때문에 이번에 철도기술연구원과 국토부를 논리적으로 설득하여 기준을 변경시킬 필요가 있다. 당초 모노레일로 기본계획을 승인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예비타당성을 재검증 받아야 되는지에 대한 불확실성과 설계변경에 따른 매몰비용문제, 이미 선정된 1, 2 공사구간 건설 사업자와의 계약변경 문제, 대구시와 대구교통공사의 행정절차 문제 등 현안문제가 복잡하다. 김부겸, 추경호 후보가 차량시스템 변경을 선거공약으로 내건 것은 당장의 기술·예산·행정적 문제보다 미래 대구의 아름다운 도시경관과 쾌적한 도시환경 조성을 위해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 김, 추 후보 가운데 누가 당선되더라도 중앙정치 및 행정경험을 갖추고 있으므로 능력을 발휘한다면 관련법 개정, 소요예산 확보, 행정절차 등 정책과제를 원만히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 대구의 개성있는 도시경관 조성을 위한 도시철도 4호선의 모노레일 방식으로의 전환은 그 합리성과 당위성이 충분하다. 따라서 두 후보의 선거공약에 보다 실현가능한 정책방향과 전략들이 담기기를 바란다.
2026-05-28 15:29:21
2023년 6월, 부산 연제구 〈효로인디아트홀〉에서 '내면아이에게'라는 주제의 인문학 콘서트가 열렸다. 이날의 주인공은 플루티스트 김혜정. 강연과 연주가 접목된 인문콘서트를 많이 보았지만 만족스런 경우는 드물었다. 책 한 권만 펼치면 다 알 수 있는 단순 정보 전달 수준에 머무르곤 했기 때문. 반면에 김혜정은 달랐다. 스스로 체화시킨 강연은 단순하고 간결했으며, 연주는 더없이 만족스러웠다. 강약을 조절하며 90분을 끌고 가는 힘이 여간 아니었다. 간만에 신선한 충격이었달까.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흘러 그가 책을 냈다. 클래식 음악 그룹 '참스' 대표로 강연과 연주와 음반을 통해 왕성하게 활동해온 지난 7년을 엮은 것.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이고 흥미로운 내용으로 가득했다. 『이토록 예술이 필요한 순간』 이라니, 제목마저 좋다. 김혜정은 오랜 시간 공부하며 가르친 경험과 일상을 예술가의 삶을 경유해 펼친다. 요컨대 『이토록 예술이 필요한 순간』은 적극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한 기록이자 대중에게 건네는 위로이고, 위대한 음악가로부터 받은 영감 노트인 동시에 흠모하는 예술가를 향한 헌사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중요한 것. 저자의 영업비밀이 담겼다. '렉처 콘서트'를 기획해 강연하고 연주한 기록들, 단순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세부 내용까지 빼곡하다. 강연하는 사람마다 자기 나름의 독보적 콘텐츠가 있기 마련. 어떤 이는 경쟁력이 약해지고 존재감이 흔들리는 걸 우려해 아이디어를 최대한 감추기도 한다. 반면 저자는 영업 노트를 조건 없이 공개하는데(나만 해도 히든카드는 절대 공개하지 않으니까), 그 자신감이 부럽다. 어느 가을밤, 출판기념회서 소중한 인연을 만나고 관계가 이어져 앨범 'Present'를 헌사하며 당신의 오늘이 선물! 이라고 선언하는 1부. 위대한 음악가의 삶을 추적하면서 외롭고 고통스럽고 상처받은 자아를 위무하는 2부는 '내면아이'로 바라본 예술가의 초상이다. 곧 슈만에서 피아졸라까지, 상처받은 내면이 강건한 자아로 성장하기까지, 다양한 형상을 그려낸다. 팀을 이끌고 무대에 서는 저자의 시간은 환호와 기쁨과 아쉬움으로 점철됐을 터. 만석의 흥분과 호평 일색으로 기억되는 공연이 있는가 하면, 관객이 적은 데다 만만치 않은 세상에 대한 깨달음이 겹쳐져 펑펑 울기도 했다고 적는다. 플루트 소리가 나오지 않았던 악몽 같은 무대를 떠올리면서 음악의 필요와 존재 이유까지 곱씹는 솔직함은 이 책의 매력이다. 어쩌면 그것은 저자가 자기 삶의 궤적을 쫓는 행위였을 것이다. 책을 낸다는 것. 어떤 이에게는 큰 전환점이 되고, 다른 이에겐 커리어 한 줄에 그치기도 한다. 서문에서 밝혔듯이 "먹고 살기 퍽 고달파졌거나 혹은 노력에 운이 더해져 형편이 꽤 좋아졌을지도" 모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내가 예술과 책만은 놓지 않을 거라"고 장담하는 결기가 당차다. 예술과 독서와 글쓰기야말로 인간을 아름답게 만드는 도구라면서 "나 역시 늘 예술가로 살며 희로애락의 흔적을 예술적으로 남기겠다는 마음을 놓지 않고 살겠다."고 선언하는 김혜정의 『이토록 예술이 필요한 순간』. 그리하여 만나는 저자의 다짐이자 독자 대중을 향한 간절한 선언 "당신과 나, 우리는 예술이다!" 그렇다, 살다 보면 누구나 '이토록 예술이 필요한 순간'이 반드시 온다.
2026-05-28 10:00:02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48>화중군자 연꽃과 미인, 신윤복의 필력
연꽃의 계절 여름이다. 연꽃 철이면 청도 유등지 군자정(君子亭)으로 연꽃을 보러간다. 연꽃은 생일도 있다. 음력 6월 24일이 '연꽃 하(荷)' 자를 쓴 관하절(觀荷節), 연꽃날이다. 연잎이 푸르러지고 땀이 나기 시작하는 단오 무렵이면 서로들 부채를 선물한다. 올해 더위도 잘 보내시라는 배려의 풍속이다. 그래서 부채의 아칭이 '인풍(仁風)'이다. 여름에는 부채가 겨울에는 새해 달력이 요긴해 "향중생색(鄕中生色)은 하선동력(夏扇冬曆)이라", 곧 동네에서 인심 얻기로는 여름부채요 겨울달력이라고 했다. 한 철 쓰고 나면 다 해져버려 여름이 돌아오면 꼭 다시 필요한 물건이 부채다. 정조대왕께서 다산 정약용에게 부채를 하사했다. 다산이 펼쳐 보니 단원 김홍도의 연꽃 그림이 있는 그림부채였다. 아쉽게도 이 선면화는 전하지 않지만 김홍도의 연꽃 그림은 '하화청정(荷花蜻蜓)'에서 볼 수 있다. 연꽃은 참 오묘한 꽃이다. 불교의 꽃이기도, 유교의 꽃이기도, 누구나의 꽃이기도 하다. 줄기와 잎과 꽃은 늘 맑고 깨끗해 본체청정(本體淸淨)하고, 뿌리는 진흙 속에 있지만 처염상정(處染常淨)하다. 그래서 사바세계의 예토(穢土)에서 깨끗한 땅 정토(淨土)로 옮겨주는 연화화생(蓮花化生)의 매개체가 됐나보다. '무량수경'에 서방정토 극락세계에 태어나는 중생은 크고 아름다운 연꽃에 의지한다고 했다. 성리학을 집대성한 송나라 주희(朱熹)보다 60여 년 전에 태어난 주돈이(周敦頤)는 '애련설(愛蓮說)'에서 연꽃을 군자의 기상에 비유해 화중군자(花中君子)라고 했다. 향기가 멀리까지 더욱 맑은 향원익청(香遠益淸)의 연꽃이다. 신윤복의 '연당의 여인'은 연당(蓮塘)과 연당(蓮堂)이 그림의 반반이고, 아름다운 연꽃과 아름다운 여성이 또 그림의 반반이다. 연꽃은 어느 한가한 여름날, 기방의 툇마루에 앉아 생황 연주에 몰입한 기녀와도 어울린다. 잠시 숨을 돌리며 긴 담뱃대를 빼어 들었다. 신윤복은 꽃 중의 군자인 연꽃과 미인이 서로 짝이 된다고 여겼을 듯하다. 상쾌한 담채와 스스럼없는 필선이 멋스럽게 어우러진 대가의 실력이다. 연꽃은 불교의 장엄물이고, 유교의 수신(修身)이며, 품위 있는 주택에서 방지(方池)로 꾸미는 '연(蓮)못'의 주인이다. 대구의 미술사 연구자
2026-05-28 09:51:13
공원 산책로를 돌 때마다 1인 관객이 된 기분이다. 산책로 따라 벤치가 놓여 있다 보니 본의 아니게 벤치의 풍경을 보게 되는 것이다. 언제나처럼 공원을 돌다가 그 벤치의 젊은 남녀를 보았다. 한눈에 봐도 연인이었다. 그런데 서너 바퀴를 돌 때까지도 둘의 자세가 그대로였다. 앞만 보고 있는 모습이 모아이 석상을 연상케 했다. 심각한 상황이라는 걸 직감했다. 여덟 바퀴째 돌 무렵 여자가 울고 있었다. 곁에 있던 모아이가 보이지 않았다. 여자가 쥐고 있는 종이에 눈길이 갔다. 봉투가 있는 걸로 봐서 편지 같았다. 눈길을 의식해서인지 약간 고개를 숙였을 뿐 여자의 울음은 그치지 않았다. 열 바퀴를 돌 때까지도 여자는 편지를 쥔 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물론 편지가 아닐 수도 있었다. 열 번째 받은 불합격 통지서일 수도, 절망적인 진료 소견서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하고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편지와 함께 손에 쥔 건 연보라색 봉투였다. 순간,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물에 떠내려가는 편지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 죽은 병사 그래버. 레마르크의 소설 '사랑할 때와 죽을 때'를 각색한 영화였다. 부대가 후퇴를 하던 와중에 독일군 병사 그래버는 창고에 가둔 러시아 민간인들을 처치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그러나 그는 임무 수행에 나선 동료에게 총을 쏘고 민간인들을 풀어준다. 연인에게서 온 편지를 읽으며 걷는 그를 누군가 부른다. 뒤를 돌아본 그를 민간인 하나가 저격한다. 쓰러진 그래버는 물에서 맴돌고 있는 편지를 주우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눈을 감는다. 영화는 눈앞을 가리는 풀의 묘사로 끝을 맺는 소설에 비해 훨씬 극적이었다. 이십대에 본 그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얼마나 강렬했던지 편지만 봐도 죽음이란 단어가 떠오를 정도였다. 나로 하여금 레마르크의 작품을 섭렵하게끔 한 그 영화의 편지는 언젠가부터 죽음이 아니라 진실의 징표이다. 군복무 시절 내가 받았던 연애편지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때 본 영화 속의 편지도, 내가 받은 편지도 이젠 아련한 그리움이다. 내가 오늘 살아서 갖는 그리움은 과거가 보낸 안부인사에 대한 답장일지도 모른다. 그게 내 예상대로 이별을 통보하는 편지라면 그녀에게 말하고 싶다. 만남을 약속하는 편지를 받을 날도 있다고. 아니, 차라리 당신이 쓰는 게 낫겠다고. 당신의 마음을 느꺼이 읽은 누군가 그 편지에 답장하고 또 당신이 그 답장에 답장을 하는 시간이 창창히 남아 있지 않느냐고. 그래도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겠다면 이런 말은 또 어떤가.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어떤 사람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생각이다. 페르난두 페소아의 말이다.
2026-05-28 09:41:18
[사설] 대기업 성과급 잔치 이면의 노동시장 균열, 이대로 방치할 건가
삼성전자 노사가 2026년 임금협약에 최종 조인(調印)했다. 평균 임금 인상률은 6.2%이고, 반도체(DS) 부문에는 사업 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한 특별경영성과급 제도도 신설됐다. 일부 메모리사업부 직원은 연봉 1억원 기준 최대 6억원 수준의 성과급을 받고, 적자 사업부조차 1억원이 넘는 성과급이 예상된다. 협상 타결의 박수 뒤에서 한국 노동시장의 깊은 균열도 함께 드러났다. 한쪽은 AI 반도체 호황의 과실을 어떻게 배분할지 논의하고, 다른 한쪽은 공장을 돌릴 사람조차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른다. 현대차를 비롯한 대기업 노사 협상 테이블에는 임금 인상뿐 아니라 성과급 제도화, 자사주 지급, 정년 연장, 인공지능(AI)·로봇 도입 협의권까지 등장하고 있다. 반면 지방 산업단지와 중소기업 현장은 생존 자체가 문제다. 성과급 배분은 남의 나라 이야기다. 지역 산업단지는 "연봉 4천만원을 제시해도 생산직 청년이 오지 않는다"고 호소하고,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생산 라인을 멈춰야 할 정도다. 청년들은 수도권과 대기업으로 몰리고, 지방 중소기업들은 채용 공고를 내기가 무안할 정도다. 임금과 복지, 정주 여건, 미래 전망 격차가 누적되며 노동시장이 분절(分節)되고 있다. 대기업 정규직 평균 연봉은 8천700만원대를 넘어섰지만 중소기업 평균은 4천500만원에 머문다. 일본이나 유럽 주요국보다 훨씬 큰 격차다. 투자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경쟁력을 잃고, 외국인 노동 의존도만 높아진다. 초격차 기업들이 성장해도 산업 생태계 전체는 오히려 약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공급망의 아래층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위에 세워진 첨단 산업도 오래 버티기 어렵다. 초대기업의 성과급 경쟁이 거세질수록 중소기업 노동시장의 상대적 박탈감과 인력 유출은 심해진다. AI와 로봇 도입 이후 살아남은 양질의 일자리는 소수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한쪽은 AI 도입 협의권을 요구하고, 다른 쪽은 외국인 노동자라도 구해야 공장을 돌린다. 한국 노동시장의 심각한 기형화(畸形化)다.
2026-05-28 05:00:00
[사설] '분만 뺑뺑이' 정부 대책, 의료진 확충 방안 없는 탁상공론
분만(分娩)이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면, 누가 아이를 낳으려고 하겠나. 지난 1일 충북 청주의 고위험 임신부가 병원을 찾지 못해 헬기로 부산에 이송됐으나, 태아가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 2월에도 조산 증세의 임신부가 대구에서 수도권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지만, 쌍둥이 중 한 명을 잃었다. 의료 시스템 붕괴에 따른 불상사다. 정부가 26일 '고위험 임산부·신생아 및 응급의료체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권역별 모자(母子)의료 협력 네트워크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중앙 전원(轉院) 전담팀 인력을 늘리겠다고 했다. 병원 간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는 시스템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뒷북 대책이지만, 응급 이송 체계를 정비해 '분만 뺑뺑이'를 줄이겠다는 방향성은 옳다. 그러나 이번 대책은 탁상공론(卓上空論) 수준이다. 의료진 확충과 제도·행정적 지원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뺑뺑이 사태의 핵심은 '의료진과 중환자실의 병상 부족'이다. 정부가 내놓은 인력 대책은 미봉책(彌縫策)이다. 지역 분만병원 의사가 권역센터에서 당직이나 시간제로 일할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한 것은 '돌려막기' 수준이다. 이마저도 현실성이 낮다. 이미 지방의 산부인과 의사들은 과중한 업무와 낮은 보상, 의료사고 부담 속에서 겨우 버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의를 어떻게 확보한단 말인가. 27일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권역·지역 모자의료센터에 실제로 진료할 의사와 간호 인력이 없으면 모든 시스템은 무용지물"이라며 정부 대책을 비판했다. 지방 분만 인프라는 벌써 무너졌다. 산부인과는 낮은 의료수가(醫療酬價)와 높은 의료사고 위험 탓에 기피 진료과가 됐다. 지방에는 전문의가 없어 분만실을 폐쇄하는 병원이 속출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해결책을 내놓지 않았다. '땜질 처방'이 아니라 대수술이 시급하다. 고위험 분만을 담당하는 의료진에 대한 획기적인 보상이 필요하다. 필수의료 분야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 책임 강화와 형사적(刑事的) 부담 완화도 속도를 내야 한다.
2026-05-28 05:00:00
[사설] '나무호' 미사일 피격 늑장 확인, 어떤 속사정 있나
외교부 박윤주 1차관은 27일 브리핑룸에서 호르무즈 해협에서 'HMM 나무호'를 공격한 미사일이 이란산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주한 이란 대사를 초치해 강력한 항의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란 배후 여부를 묻는 구체적 질문엔 "여러 증거가 이란 쪽을 향하고 있다"면서도 "공격(攻擊) 고의성은 주체(主體)가 인정하지 않는 한 확정이 어렵다"고 얼버무렸다. 예상했던 바이다. 솔직히 비행체 엔진 잔해와 공격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 TV 화면 등이 있는데도 조사에 3주 이상 소요된 것은 고의적 지연(遲延) 또는 무능(無能)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재명 정부의 외교·안보상 문제점을 부각시키지 않으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격 당일 이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에 의한 공격"으로 특정했다. 한·미 간 외교·안보 채널이 원활하게 작동했다면 '이란에 의한 미사일 공격'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는 '미상의 비행체(UFO)에 의한 공격'이라는 황당한 답변과 신중론(愼重論)만 거듭했다. 지난 26일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에서 발표한 핵추진 잠수함 사업 계획 역시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이재명 대통령과 안규백 국방장관은 이날 '자주(自主)'라는 단어를 8번이나 언급했지만, 정작 핵잠(核潛) 건조에 필수적인 핵연료 확보를 위한 한미 간 대면 실무 협의는 지난 6개월간 단 한 번도 없었다. 핵잠 도입 목적과 어디에서 건조할 것인가에 대한 한미 간 합의도 없었다. 그냥 이재명 정부의 일방적 입장과 방침, 계획을 선언한 셈이다. 이 때문에 "지방선거를 의식해 미국과 충분한 협의 없이 이재명 정부가 일방적 발표를 한 것은 아니냐"는 비판(批判)이 제기되고 있다. 외교·안보는 국민과 국가의 생존과 직결된 중차대(重且大)한 사안이다. 정치적 이해관계의 얕은 계산에 따라 함부로 진행되어선 안 된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명심하길 바란다.
2026-05-28 05:00:00
[관풍루]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첫날 10%가 넘는 강세 보이고 투자자들 몰리며 금융투자교육원 홈페이지도 마비됐다고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 후속 조치로 환불 요구 고객들에 선불식 충전 카드를 조건 없이 환불키로 했으나 그 기간을 6월 1일부터 14일까지로 설정한 것을 두고 또 시비 일어. 이 나라에서 기업 해먹기 참 어렵네. ○…27일 상장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첫날 10%가 넘는 강세 보이고 투자자들 몰리며 금융투자교육원 홈페이지도 마비됐다고. '고수익=고리스크' 명심하길. ○…삼성전자, 임금협상 27일 최종 가결된 후 향후 5년간 총 5조원 조성해 상생 생태계 구축 및 미래 인재 육성에 나서겠다고 밝혀. 성과급 잔치에 비하면 너무 쥐꼬리 아닌가?
2026-05-28 05:00:00
2026-05-27 18:45:05
[사설] 장동혁 대표의 스타벅스 논란 맞대응을 곱씹어 봐야 하는 까닭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대구를 방문, 수성못 일대를 걸으며 추경호 대구시장 후보 지원 유세를 펼쳤다. 이 자리에서 장 대표는 여권의 스타벅스 불매(不買) 움직임을 겨냥해 "이재명 재판 취소 특검에 분노(憤怒)한 민심을 스타벅스로 돌리려 하고 있다. 지방선거용 인민재판"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시민이 건넨 스타벅스 음료를 받아들고 엄지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도 "국민들께서는 '내 커피는 내가 고른다'는 자유 시민의 의지를 보여주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대표의 '스타벅스 논란' 맞대응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마케팅은 5·18의 아픔을 의식하지 못한 스타벅스 기획 팀의 실수였다고 본다. 어느 기업이 영업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짓을 일부러 기획하겠나. 그런 점에서 부주의했다고 비판할 수는 있다. 그런데 그 부주의를 이재명 대통령과 여권은 '대한민국 공동체와 민주주의 가치를 부정하는 비인간적 막장 행태'로 규정하며 분노와 증오를 자극(刺戟)했다. 지금까지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에 밀린 것은 '어떤 싸움이 붙었다 하면 어물쩍 물러섰기 때문'이다. 만약 국민의힘이 이번 스타벅스 논란에서 옆으로 비켜 서는 행태를 보였다면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마케팅'은 실수가 아니라 '민주주의 가치를 부정하는 비인간적 행태'로 각인(刻印)됐을 것이다. 여권의 주장만 널리 퍼졌을 테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장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이 강하게 반박함으로써 '실수'가 '실수'로 인식되는 한편 오히려 여권이 5·18을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을 끌어내기 시작했다. 실수와 고의를 구별할 수 있는 사회, 붉은 동그라미를 보고 곧장 일본 욱일기를 떠올리지 않는 사회, 진영(陣營)이 아니라 사실을 볼 수 있는 사회, 기존 사실과 다른 사실이 밝혀지면 내 입장을 바꿀 수 있는 사회를 지향(志向)해야 한다. 그러자면 국민의힘은 좀 더 치열하게 목소리를 내야 하고, 민주당은 지나친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2026-05-27 05:00:00
[사설] 북한 미사일 또 발사, 핵 고도화 질주에도 대화 타령만 할 건가
북한이 또다시 서해상으로 근거리 탄도미사일 여러 발을 쏘아 올렸다. 지난달 동해상 발사 한 달여 만이자 올 들어 여덟 번째다. 4월 8일 원산 일대에서 집속탄두를 장착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오전·오후 잇따라 발사했고, 4월 12일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취역(就役)을 앞둔 5천t급 신형 구축함 '최현호'에 직접 올라 전략순항미사일과 반함선미사일 시험발사를 참관했다. 4월 19일에는 핵 공격 잠수함이 배치된 신포 일대에서 탄도미사일을 쐈다. 문제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주기가 갈수록 짧아지고, 종류는 다양해지며, 정밀도는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극초음속 활공비행체 개발, 해상 발사 플랫폼 확충, 잠수함 핵전력 실전화 추진 등 핵전력 완성 로드맵이 체계적이고 전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북한은 사실상 핵을 손에 쥔 채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 핵이 없는 이란의 신세를 똑똑히 목도(目睹)한 김 위원장에게 핵은 이제 체제 보장의 '최후의 보루'가 아니라 외교를 주도하는 '최강의 협상 도구'가 됐다. 이란 사태에서 교훈을 얻은 북한의 핵 집착은 더욱 강화될 게 뻔하다. 그런데 우리 정부의 대응은 답답하고 무기력하다. 매번 "도발을 엄중히 주시하고 있다"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철저히 대비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다. 북한의 핵 고도화 질주 속에 '유감 표명'이나 평화 프로세스에 연연하는 '대화 구애'는 억제력이 되지 못한다. 상대의 선의(善意)에 기대는 안보는 국가와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도박이다. 이재명 정부의 '대화 원칙' 대북 기조를 배척할 것만은 아니다. 문제는 일방적인 구애로는 대화도, 핵 억제도 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북한은 핵·미사일 고도화를 계속하면서도 한국의 대화 제의에는 응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우리의 저자세를 더 강도 높은 도발의 빌미로 삼았다. 안보는 양보나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 도발에는 강력한 대응과 확실한 억제력으로 맞서야 한다. 대화만 요구하며 차일피일 시간만 보내다 그들의 핵전력이 완성되면 그땐 늦다.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라 북한 편이다.
2026-05-27 05:00:00
[사설] 대구 주요 현안 金·秋 후보 '같은 인식', 실질적 성과로 이어져야
대구의 미래가 걸린 핵심 현안(懸案)들이 6·3 지방선거에서 주목받고 있다. 대구경북(TK)신공항 건설, 도시철도 4호선 방식 변경, 취수원 이전 문제는 대구의 경쟁력과 시민의 삶을 좌우하는 중대 과제들이다. 대구시장에 출마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일부 핵심 현안에 대해 비슷한 해법을 내놓은 것은 희망적인 현상이다. 대구시장 선거는 초접전(超接戰) 상태다. 국무총리 출신의 여당 정치인과 경제부총리를 지낸 야당 정치인이 맞붙었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이번 선거는 대구를 살리는 지렛대가 돼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두 후보는 1번 공약으로 '대구 산업 대전환'(김부겸),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추경호)을 제시하는 등 차별적인 공약을 발표하면서도 일부 현안에 있어선 유사(類似)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 후보와 추 후보는 TK신공항 사업에 대해 표현과 접근법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국가 책임 강화'란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이는 정치적으로 의미 있는 상황이다. 도시철도 4호선 건설 사업도 마찬가지다. 두 후보 모두 현재 추진 중인 AGT(철제차륜) 방식을 재검토하고 모노레일 전환을 공약했다. 건설 방식 변경 과정의 논란, 소음과 경관 등의 문제로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여론을 의식한 것이다. 취수원 이전 사업의 경우 두 후보 모두 정부의 타당성(妥當性)조사 결과를 지켜보며 유동적으로 정책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두 후보는 도시철도 3호선 신서혁신도시 연장선 건설 등도 공통적으로 약속했다. 지역 현안은 정쟁(政爭)의 대상이 아니다. 대구의 미래를 결정할 핵심 현안에서 여야 후보 간의 접점이 적지 않다. 이는 대구 현안 해결의 호재가 될 수 있다. 신공항 등 굵직한 현안을 풀기 위해선 초당적(超黨的) 협력이 필요하다. 누가 당선되든 선거 이후에도 상대 후보의 합리적 제안까지 포용해 정부와 정치권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대구 시민들은 그런 자질과 의지를 갖춘 시장을 원한다.
2026-05-27 05:00:00
[관풍루] 정청래 민주당 대표,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에 대한 정용진 신세계 회장의 사과에 대해 "소나기 피하기성 가식적 사과 의심 지울 수 없다" 운운
○…정청래 민주당 대표,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에 대한 정용진 신세계 회장의 사과에 대해 "소나기 피하기성 가식적 사과 의심 지울 수 없다" 운운. 6·3 지방선거 때까지 논란 끌고 가겠다는 소리로 들어도 되나요? ○…구윤철 경제부총리, 국무회의에서 "한국 경제에 대한 글로벌 위상이 크게 제고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고 보고. 부총리 해먹으려면 이런 듣기 좋은 소리만 해야겠지. ○…MBC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 콘텐츠 전면 폐기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 동의가 26일 5만 명을 넘어서 국회 소관 상임위 회부 요건 충족. 친여 매체 콘텐츠여서 폐기까지 갈지….
2026-05-27 05:00:00
2026-05-26 18:5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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