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祖國)이 자유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한 대한민국, 잘 먹고 잘사는 대한민국, 강한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좋겠다. 후손들이 선배 세대를 존경할 수 있게 말이다. 이러한 위대한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국민은 깨어 있어야 하고, 지도자는 애국 애족(愛國愛族)의 마음가짐을 견지해야 한다. 중국 춘추(春秋)시대 제(齊)나라의 임금 경공(景公)과 재상 안영(晏嬰) 간의 '일일삼과'(一日三過)라는 고사(故事)가 있다. 이는 목숨을 건 안영의 충성심을 칭송하는 이야기이지만, 현대적 관점에서 보면 신하의 간언(諫言)에 귀를 기울였던 경공 또한 예사롭지 않다. 하루에 세 차례나 자신의 허물을 지적하는 안영을 기꺼이 가까이에 둔 '열린 마음' 덕분에, 경공은 제나라를 부흥시킨 훌륭한 지도자로 거듭날 수 있었다. 호르무즈 해협으로부터 분출되는 공포가 전 세계를 짙은 안개 속으로 밀어 넣는 이때에, 대한민국은 이른바 '사법 개혁 3법'으로 또 다른 몸살을 앓고 있다. 이 가운데 특히 법왜곡죄(형법 제123조의2)의 시행은 '사법부 무력화(無力化)'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어 우려스럽다. 법을 잘못 적용한 자를 처벌하자는 법왜곡죄는 일면 그럴듯해 보이기는 한다. 예컨대 잘못된 법 적용으로 인해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경우, 그 관련자에게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것이 정의에 부합(附合)하지 않는다고 비난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왜곡죄의 신설은 얻는 이익보다 잃는 것이 훨씬 커 보인다. 그 규정의 모호성은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고, 특정인에 대한 소급 적용 여부를 둘러싼 논란도 그 규범성을 떨어뜨린다. 결국 법왜곡죄의 신설은 사법 시스템을 위축시킴으로써 인간미가 배제된 재판 절차를 반복하도록 만들 것이고, 종국적으로 그 피해가 힘없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다. 사회적 약자 편에 서서 법을 집행해 왔던 프랭크 카프리오(Frank Caprio) 판사, "내 법복 아래에는 판사의 배지가 아니라 인간의 마음이 있다"라고 외친 그분의 삶이 옳다고 믿는다. 공교롭게도 법왜곡죄의 첫 번째 고발 대상이 사법부의 수장인 조희대 대법원장이다. 조희대의 죗값은 무엇인가? 2025년 5월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破棄還送)을 결정하였다. 조희대 대법원장의 죗값은 그 파기환송의 대가인가, 아니면 파기자판(破棄自判)을 할 용기가 없었기 때문에 묻는 죄인가. 미래의 권력 판도를 읽지 못한 정치력이 모자라서 지은 죄인가. 제나라 경공과 같은 지도자라면 어떻게 했을까? 머지않아 이러한 죄를 신설해야 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권력의 눈 밖에 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 않은 죄.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 전체의 대통령으로서의 소임을 여러 차례 강조하였다. 대통령의 말과 행동이 일치되길 진심으로 소망한다. 지도자가 국가와 국민을 곧은 길로 이끌 수 있도록 깨어 있는 국민의 박수와 견제가 필요하다. 서진(西晋)의 좌사(左思)가 쓴 영사시(詠史詩)의 일부이다. "천 길 높은 산언덕에서 옷의 먼지를 털고(振衣千仞岡·진의천인강), 만 리를 휘감아 흐르는 강물에 발을 씻는다(濯足萬里流·탁족만리류)." 대한민국의 미래 100년을 위해서 '振衣千仞岡, 濯足萬里流'와 같은 당당한 기개(氣槪)를 겸비한 지도자를 하루속히 만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이용호 영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2026-03-25 05:00:00
[사설] 트럼프 '공격 유예' 안도할 일 아니다, 장기전 위험 상황 대비해야
일촉즉발(一觸卽發)의 위기로 치닫던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5일간 공격 유예' 선언으로 일단 한고비를 넘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 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란과 생산적 대화를 나눴다며 "전쟁부(국방부)에 이란의 발전소와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모든 군사 공격을 5일간 연기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세계는 한숨 돌렸지만 마냥 안심할 일은 아니다. 미국이 이란과 대화를 시작했다고 하지만, 그 주체(主體)가 누구인지 모호하다. 유력한 협상 파트너로 거론됐던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트럼프의 발언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그는 본인의 엑스(X·옛 트위터)에 "미국과 어떤 협상도 없었다"며 "이런 가짜 뉴스는 금융·석유 시장을 조작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갇힌 수렁에서 탈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란 외무부도 "강요된 전쟁이 계속된 지난 24일 동안 미국과 어떤 협상이나 대화도 없었다"고 했다. 그 사이에 미국에서는 전 세계 어디든 18시간 안에 전개(展開)할 수 있는 육군 신속 대응부대 배치 계획이 추가로 확인되기도 했다. 결국 현재 일본에서 출발해 중동으로 향하고 있는 해병대가 도착하고 공수부대가 투입될 때까지 시간을 끌기 위한 연막작전(煙幕作戰)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전 세계가 전쟁의 후폭풍에 휘말려 자원 공급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특히나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전쟁 장기화 시나리오에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 유가는 물론이고 국내 LNG 공급 차질 및 가격 고공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석유화학제품의 기본 소재인 나프타 역시 공급 절벽에 직면해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 당장 전쟁을 멈춘다고 하더라도 전 세계 자원 공급망이 정상화하는 데는 4개월여가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유가·환율·물가 등 3고(高) 상황이 앞으로 몇 개월간 이어질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2026-03-25 05:00:00
[사설] 영덕 풍력발전기 잇따른 사고, 안전 점검 제대로 했는지 의문
화재 등 사고가 잇따른 영덕 풍력발전기가 모두 철거될 것으로 보인다. 운영사와 정부 부처·해당 기관 등은 영덕 풍력발전단지 내 24기의 풍력발전기를 철거하기로 내부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풍력발전기 노후화(老朽化)에 따른 사망사고 등 연쇄 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추가 사고를 막기 위해서다. 안전 점검을 받았음에도 사고가 발생하면서 더는 존치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지난 23일 단지 내 높이 78m 풍력발전기 19호기의 나셀(상단부)에서 발생한 화재로 발전기 날개 균열 보수 작업 중이던 노동자 3명이 목숨을 잃었다. 불은 발전기 날개를 타고 야산으로 번졌고, 헬기 10여 대 등이 동원돼 겨우 진화됐다. 산불 참사 트라우마를 가진 경북에 또다시 대형 산불이 발생할 뻔한 아찔한 사고였다. 이날 화재는 지난달 같은 장소 풍력발전기 21호기의 날개가 찢어지며 타워째 쓰러진 지 불과 50일 만에 발생해 더욱 충격적이었다. 21호기 사고 직후 정부는 전국 80여 기의 노후 발전기에 대해 '특별 안전 점검'을 실시했지만 한 달도 안 돼 점검 대상이었던 19호기에서 화재가 발생해서다. 영덕 단지 내 24기는 모두 2005년에 준공된 22년 차의 최고령(最高齡) 발전기다. 풍력발전기의 설계 수명이 통상 20년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수명 연장' 상태로 가동돼 오다 사고가 터진 셈이다. 영덕단지의 노후 설비를 교체하는 '리파워링' 사업이 2025년 완료 예정이었으나 지연되면서 교체 시기를 놓친 사이 귀한 생명을 잃었다. 또 21호기 사고 후 특별 안전 점검을 벌였음에도 인명 사고가 발생했다. 점검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문이다. 더는 가동해선 안 되는 상태였다면 그때 가동 중단 및 철거 결정을 내렸어야 했다. 영덕처럼 고위험군에 속한 발전기가 전국적으로 수십 기가 되는 만큼 안전 점검 대상이었던 노후 풍력 설비에 대한 대대적이고 정밀한 재점검이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영덕 단지 내 풍력발전기를 철거하더라도 안전 점검이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진상도 규명해야 한다.
2026-03-25 05:00:00
[사설] 수사·기소 분리, 수사 전문성 부족·권한 오남용 대책은 뭔가
10월 폐지되는 검찰청의 수사와 기소 기능을 각각 맡는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 법안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됐다. 이들 법안 국회 통과 과정에서 국민의힘이 강한 우려와 반대를 호소(呼訴)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외면했고, 이재명 대통령도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권력 분산과 상호 견제를 위해 검찰청을 폐지하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만들어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과거 일부 정치 검찰의 잘못된 행동을 차단한다는 취지(趣旨)는 알겠으나, 문제는 검사의 수사 관여 가능성이 거의 완전히 사라진 데 따른 폐단(弊端)이다. 공소청 검사의 입건 요청권, 수사 개시 때 공소청 통보 조항, 수사관과 검사의 상호 의견 제시·협조 의무 조항도 없어졌다. 수사기관이 수사권을 남용하거나 범죄를 덮는 경우에도 검찰이 이를 막을 장치가 없어진 것이다. 금융·환경·노동·건설·식품위생 등 행정 부처에 소속된 특별사법경찰(약 2만 명)에 대한 검사의 지휘권도 사라졌다. 순환보직(循環補職)으로 특사경 업무를 맡고 있어서 절대다수가 경력 3년 미만이라고 한다. 수사 전문성 부족으로 많은 부분에서 검찰 지휘에 의존(依存)해 왔는데, 그 수사 지휘권이 없어진 것이다. 앞으로 현장에서 권한을 오남용하거나 제대로 수사하지 못해도 대처가 힘든 것이다. 결국 피해는 힘없는 서민들에게 돌아가게 됐다. 서민 보호 장치 및 기관 간 유기적(有機的) 협력과 수사 통제 방안을 확보하는 보완책이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이대로라면 정치 및 행정 권력자, 지능형 범죄자들만 좋아지고 평범한 서민 입장에서는 '법적 보호'가 약화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추후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에서 수사권 오남용 통제, 보완수사권(보완수사요구권) 및 수사 전문성 확보 등을 위한 치밀한 논의가 절실하다. 지금 민주당이 만든 법은 검찰은 믿을 수 없고, 경찰은 믿을 수 있다는 생각, 전문 영역 지능형 범죄를 잘 모르면 대충 수사해도 그만이라는 것처럼 무책임해 보인다.
2026-03-25 05:00:00
[관풍루] 이재명 대통령, 정부가 준비 중인 추가경정예산과 관련해…'정부 이기는 시장 없다'만큼 새로운 정치'경제 이론.
○…이재명 대통령, 정부가 준비 중인 추가경정예산과 관련해 "원래 정부는 국민에게 돈을 쓰는 것"이라며 "잘 쓰는 게 유능, 안 쓰는 건 무능에 무책임"이라고 말해. '정부 이기는 시장 없다'만큼 새로운 정치 경제 이론.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 6·3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되는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 가능성에 대해 "(당의) 요청을 받는다면 그 순간부터 생각해 보겠다"고 언급. 처음부터 그렇게 판이 짜였지 않나요? ○…주취 난동을 벌여 단순 업무방해로 송치된 60대 남성, 검찰이 보완 수사해 스토킹처벌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 검찰 개혁한다며 보완수사권 없애려는 여당 보고 있나.
2026-03-25 05:00:00
2026-03-24 19:41:25
봄 햇살은 사람을 나른하게 만든다. 창가에 앉아 있으면 어느 순간 고개가 천천히 기울고, 짧은 침묵이 흐른다. 잠들었다고 말하기 어려운 조각잠. 봄이면 이런 순간이 잦아진다. 사람들은 이를 춘곤증이라 부르지만, 어쩌면 그것은 피로가 아니라 계절이 '몸의 기억'을 다시 불러오는 방식인지도 모른다. 겨울을 지나 기온이 오르면 몸은 계절의 변화에 빠르게 반응한다. 몸이 깨어나면서 활동량이 늘고 자연스레 나른함이 찾아온다. 그러나 이런 설명만으로는 봄의 졸음을 충분히 말해주지 못한다. 우리 몸에는 오래된 '시간의 흔적'이 남아 있다. 원시시대, 겨울을 버티기 위해 활동을 줄이고 에너지를 아끼던 겨울잠의 기억 말이다. 낮잠은 낯선 습관이 아니다. 더운 지역에서는 한낮의 노동을 멈추는 시에스타(Siesta)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낮잠은 게으름이 아니라 환경에 적응해온 삶의 기술이었다. 그러나 산업화 이후 시간은 노동과 생산에 맞춰 일정하게 쪼개졌고, 낮잠은 생산성을 해치는 것으로 밀려났다. 우리는 졸음을 참고 견디는 법을 배워야 했다. 그럼에도 낮잠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모습만 달라졌다. 커피 한 잔 뒤 짧게 눈을 붙이는 '커피냅(coffee nap)'이라는 방법까지 생겼다. 카페인이 작용하기 직전의 시간을 이용해 피로를 줄이려는 계산이다. 자연스러운 졸음마저 효율 안에서 관리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잠을 통제하는 시대에도 불면을 호소하는 사람은 더 늘고 있다. 낮에는 졸리고 밤에는 잠들지 못하는 역설. 빛과 정보, 긴장과 속도가 이어지는 환경 속에서 몸은 더 이상 스스로의 균형을 유지하기 어렵다. 몸은 자연을 따르려 하지만, 삶은 그 흐름을 좀처럼 허락하지 않는다. 잠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다. 우리는 잠을 자며 꿈을 꾸고, 그 꿈으로 자신을 비춘다. 꿈은 목표이기 이전에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를 드러내는 거울이다. 잠을 잃는다는 것은 어쩌면 꿈을 잃어가는 과정과도 닿아 있다. 그래서 봄날의 낮잠은 다르게 보인다. 그것은 게으름이 아니라 우리 안에 남아 있는 오래된 시간의 징후다. AI와 휴머노이드 기술이 삶의 속도를 빠르게 바꾸고 있지만, 몸은 그 변화를 완전히 따라가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따라가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짧은 낮잠에서 깨어나는 순간, 우리는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그러나 그 짧은 단잠이 남긴 여운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는 점점 더 깨어 있으려 애쓴다. 그 사이, 가장 나다운 시간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2026-03-24 09:14:41
[사설] 신임 한은 총재 후보 앞의 난제들, 어떤 해법 있을지 주목한다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통화경제국장이 신임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지명됐다. 대구 출생인 그는 영국 옥스퍼드대를 졸업하고 런던정경대·프린스턴대 교수와 영국 중앙은행 고문, 뉴욕 연방준비은행 금융자문위원, 국제통화기금(IMF) 상주학자, 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2010년) 등을 지냈으며, 세계금융위기(2007~2008년)를 예측해 미리 경고(警告)했던 뛰어난 학자인 만큼 우수한 전문성을 자랑한다. 하지만 고유가와 고물가, 고환율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 경제는 엄청난 난제들이 산재해 있다. 당장 23일 원·달러 환율은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인 1,517원을 돌파했고, 코스피는 6% 넘게 대폭락(大暴落)을 기록했다. 이란 전쟁 장기화 우려가 영향을 미쳤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 실패에 따른 후유증이 부작용(副作用)을 키웠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외교·안보 정책이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신 후보자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선제적 금리 인상을 지지하는 실용적 매파 성향으로 알려졌다. 부동산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을 통제해 과도한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으려는 이재명 정부의 정책 흐름과 맞다. 반면 취업난 속 빚투(빚내서 투자) 손실과 대출 연체로 고통받는 20대 및 자영업자 등에게 금리 인상(金利引上)은 가혹한 고통이 된다. 2024년 7월 언론 인터뷰에서 신 후보자는 "정책 당국 간 조율이 이뤄지지 않으면 확장적 재정을 펴는 가운데 금리가 올라가며 재정·통화 정책이 상충될 위험이 생긴다"고 했다. 이란 전쟁과 고유가, 고환율로 인해 물가 급등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다음 달 10일 25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追加更正豫算)을 처리할 계획이다. 사상 최대 규모인 기존 예산에다 추경까지 합할 경우 올해 정부 지출은 753조원에 달한다. 'IMF급 경제위기'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진퇴양난(進退兩難) 상황에서 펼쳐질 신 후보자의 통화정책 운용 능력이 주목된다.
2026-03-24 05:00:00
[사설] 상임위원장 독식한다는 민주당, 아예 국회를 당(黨) 산하에 두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대) 국회 후반기 상임위원회 구성과 운영을 100% 맡아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현재 17개 상임위원회 중 의석수(議席數)에 따라 민주당이 10개, 국민의힘이 7개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야당 위원장이 맡고 있는 상임위 때문에 일을 못 하겠으니 민주당이 전부 가지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강한 반대에도 일방적으로 정부조직법을 개정해 검찰청을 폐지(廢止)하고, 기소만 담당하는 공소청 설치법을 밀어붙였다. 중대범죄수사청법 역시 사실상 단독 처리했다. 검사의 수사와 판사의 재판을 처벌할 수 있는 법왜곡죄, 재판소원(사실상 4심제)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 대법관을 증원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 체계 근간(根幹)을 바꾸는 법안들마저 여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2차 종합특검법도 자기들 뜻대로 관철(貫徹)했다.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를 이끌어내기 위한 '빌드 업'으로 비판받는 '검찰 조작기소 의혹 국정조사(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대장동·위례 개발 비리 의혹 등)' 요구서 역시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했다. 국정감사·조사법 제8조는 '계속 중인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에 관여할 목적'으로 국정조사를 해선 안 된다고 명시(明示)하고 있다. 민주당이 국조 대상에 올린 7개 사건은 대부분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안이다. 야당 반대는 물론이고 법률 위반 사안까지 거리낌없이 밀어붙이는 것이다. 민주당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 '태업(怠業)'인가? 민주당이 국민의힘 목소리를 '듣는 시늉'이라도 했더라면 국민의힘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상임위에서 그처럼 발목을 잡지는 않았을 것이다. 야당과 협력 노력은커녕 '국민의힘이 민주당 요구에 부응(副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회 상임위를 민주당이 독식(獨食)해야겠다면 차라리 국회를 민주당 산하에 두는 법률안을 발의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그렇게 하면 민주당이 일하기가 얼마나 좋겠나.
2026-03-24 05:00:00
[사설] 라면·과자 봉지도 못 만들 판, 李 '실용외교' 결과로 보여 줄 때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封鎖)로 원유 수급뿐만 아니라 나프타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소재의 수급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나프타는 플라스틱·합성섬유·합성고무·의약품 등 사실상 모든 공산품 제조의 원료로, 원유 정제 과정에서 추출된다. 국내 업계는 나프타의 50% 이상을 수입하는데 이 중 60%가 중동산이다. 세계 나프타 물량의 약 45%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봉쇄가 길어지면서 수급이 막히기 시작했다. 그 여파로 국내 식품업계는 나프타를 원료로 만드는 포장재가 부족해 내용물을 만들어도 팔 수가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에 대한 정부 대책은 4월 중순 비축유를 방출하면서 나프타 수출 제한 조치를 함께 시행하고 비축유 방출 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를 국내 석유화학업계에 우선 배정한다는 것이다. 이런 대책을 통해 4월 말이나 5월까지는 수급이 가능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전망이다. 정부는 수급 조절을 통해 수급 가능 시기를 계속 뒤로 밀어낸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한시적인 임시방편일 뿐이다. 호르무즈 봉쇄가 풀리지 않으면 나프타 수급이 꽉 막히는 시점의 도래는 시간문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간) "이란이 48시간 이내에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개방하지 않으면 각종 발전소를 초토화할 것"이라고 했다. 그 시한은 우리 시간으로 24일 오전이다. 이란은 미국의 위협이 실행되면 호르무즈가 완전히 폐쇄될 것이며 적 이외의 선박만 호르무즈 통과가 가능하다는 종전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호르무즈 봉쇄 해제를 무작정 기다리기만 할 게 아니라 다각적인 외교를 통해 수급선을 확보하는 일이다. 일본은 그렇게 하고 있다. 일본 선박의 호르무즈 통과를 이란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 트럼프의 대(對)이란 전쟁 정책에 호응하면서도 그와 별도로 이란과 교섭을 진행하고 있는 일본의 전략적 행보는 말 그대로 '실용외교'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후 일관되게 '실용외교'를 내세워 왔다. 그것을 결과로 입증할 때가 지금이다.
2026-03-24 05:00:00
[관풍루] 국힘 대구시장 후보 주호영·이진숙 '컷 오프'에 한동훈 전 대표 "대구는 누구를 꽂아도 된다는 그런 생각에 저러는 것".
○…국힘 대구시장 후보 주호영·이진숙 '컷오프'에 한동훈 전 대표 "대구는 누구를 꽂아도 된다는 그런 생각에 저러는 것". 22대 총선 대구 중·남구에 경선 통해 후보로 선출된 도태우 날려 버린 사람이 할 말은 아니지. ○…더불어민주당 군산시장 예비후보들, "납득할 만한 수준의 여론조사 공정성" 촉구. 그런데 왜 국민이 공정하고 투명한 투개표 시스템을 요구하면 음모론(陰謀論)이 되는 거지? ○…석유화학 제품 기초 원료인 나프타 수급 불안에 포장재 품귀 현상 생기자 기저귀, 물티슈, 생수와 음료 등 생필품 사재기 현상도 벌어져. 이란만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가 전쟁 피해.
2026-03-24 05:00:00
2026-03-23 18:40:47
[사설] 호르무즈 봉쇄 규탄 뒷북에 국내 비축유 해외 유출, 뭐 하는 건가
이란 전쟁으로 원유 수급 불안이 증폭되고 있는 와중에, 해외 기업이 울산 석유비축기지에 보관 중이던 90만 배럴 규모의 국제공동비축 원유를 해외로 판매한 사실이 밝혀졌다. 국제공동비축 사업은 해외 기업의 원유를 석유공사의 유휴 비축시설에 저장하고, 비상시 우선 구매권을 행사해 국내 수급 안정을 도모하는 제도이다. 원유 수급 비상 사태가 발생한 현재, 우리 국민이 사용해야 할 원유를 정부 당국이 우선 구매권(優先購買券)을 행사하지 않아 해외로 유출되게 한 셈이다. 한국석유공사는 "지난 8일 해당 물량을 국내 정유사가 구매하는 협의가 진행 중인 점을 확인해 별도 조치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다음 날 해외 정유사로 판매를 추진하면서 공사는 우선 구매권을 행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손주석 석유공사 사장은 지난 6일 취임하자마자 울산 석유비축기지를 찾아 "비축유 방출 무결점 대응"을 선언했지만 말뿐이었다. 산업통상부 역시 "감사 결과 규정 위반 등이 확인될 경우 엄중히 문책할 예정"이라며 석유공사 측에 책임을 떠넘기기 바쁜 모양새이다. '4월 에너지 대란설'이 현실로 다가오는 비상시국에 청와대와 정부는 '국내에 보관된 원유마저 지키지 못하면서 대체 뭘 하고 있나'라는 비판이 쏟아질 만하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우리 정부는 20일 밤 입장문을 내고 '이란군이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한 것을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한다'는 국제 공동성명(共同聲明)에 동참한다고 밝혔다.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사안의 전개를 돌이켜 보면 과연 이런 방식으로 국익(國益)을 지킬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당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군함 파견을 공식 요청했던 국가 중에서 미국의 동맹·우방이 아닌 중국을 제외하면 한국만 유일하게 성명에서 빠졌었다. 이후 캐나다마저 동참하자 뒤늦게 한국도 헐레벌떡 마지못해 참여한 모양이 되고 말았다. 국가의 명운(命運)이 달린 비상 상황인 만큼 정부의 위기관리·대처 능력을 재점검해야 한다.
2026-03-23 05:00:00
[사설] 대전 화재 대형 인명 피해, 위험물 관리 소홀이 부른 참사
지난 20일 오후 1시 17분쯤 대전의 자동차 부품 제조 공장 '안전공업'에서 불이 나 사망자 14명 등 7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인명 피해 규모가 커진 데는 공장 내 위험물질, 공장 건물 구조로 인한 급격한 연소(燃燒) 확대, 휴게(점심) 시간 중 화재로 인한 대피 어려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이 공장은 사고 20여 일 전 소방 당국으로부터 '위험물안전관리법 위반'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초기 진화 골든타임을 놓치게 만든 '나트륨' 취급과 관련, 면밀한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건물 내부에는 나트륨 약 101㎏이 보관돼 있었는데, 물과 접촉하면 폭발할 수 있는 물질이다. 소방 당국은 폭발 위험을 고려해 나트륨을 별도의 안전한 공간으로 긴급 이송한 뒤에야 화재 진압에 나설 수 있었다. 이 와중에 보낸 시간이 2시간여로, 초기 인명 구조를 어렵게 만들었다. 그사이 불은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갔는데, 공장의 샌드위치 패널 구조가 불길 확산을 키웠다. 철판 사이에 스티로폼이 들어간 '샌드위치 패널'은 스티로폼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는 2년 전 30명의 사상자를 낸 리튬전지업체 아리셀 참사와 여러모로 닮았다. 샌드위치 패널이 화재에 취약(脆弱)하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 3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샌드위치 패널 화재는 모두 8천200여 건으로 모두 546명이 숨지거나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5년 전 불이 나도 10분 이상 견딜 수 있는 '준불연(準不燃)' 소재 샌드위치 패널만 생산하도록 의무화해 제도를 바꿨지만, 그 이전에 지어진 건물은 여전히 화재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당장 모든 사업장의 외장(外裝)을 '준불연' 소재로 바꾸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 삼아 위험물 관리와 공장 내부에 오래 쌓인 기름때, 구불구불한 내부 구조 등 폭발을 일으키거나 화재를 확산시킬 수 있는 환경에 대해 전수 조사하고 대피로 확인 등 대책을 마련할 때다. 인명을 잃고 나면 이미 늦었다.
2026-03-23 05:00:00
[사설] 국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 확정, 흠결 철저히 검증되어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대구시장) 공천 과정의 논란에 대해 당 대표로서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대구 의원들 얘기는 '시민 공천을 해달라'는 취지"라며 "공관위원장과 소통(疏通)해서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후보가 나올 수 있도록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 국민의힘 내부 갈등(葛藤)이 터진 것은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대구시장 후보 공천에서 지역 다선 의원 컷오프(공천 배제) 방침'을 밝히면서부터였다. 이 위원장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신인들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뜻이었겠지만, 결과적으로 '중앙당의 낙하산 공천'이라는 비판만 초래했다. 정당이 세대교체를 원한다면 제도(현직 단체장 또는 다선 의원 등 기득권에 경선 감점 등)를 통해 보완(補完)할 수 있음에도 특별한 흠결 사유도 아니고 다선이라고 '컷오프' 방침을 고집함으로써 분란을 키운 것이다. 특별한 결함(缺陷)이 없다면 경선 기회를 주는 것이 정당 민주주의에도 부합한다. 역대 대구경북 지방선거에서는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 사실상 독식(獨食)했다. 하지만 6·3 지방선거를 눈앞에 둔 현재 대구 민심은 이전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더불어민주당은 이번이야말로 대구 지방 권력을 쟁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총력전(김부겸 바람몰이·기초단체장 공천 혁신·국민의힘 후보 약점 공략)을 펼칠 태세다. 이런 마당에 국민의힘은 대구시장 후보 공천을 놓고 '집안싸움'을 펼치고 있으니 대구에서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패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고조(高調)되는 것이다. 공천 관련 전권(全權)을 공관위에 맡긴 장동혁 대표 입장에서 "민심이 (공천관리위원회에) 잘 반영(反映)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한 것은 최대치 표현으로 평가된다. 이정현 공관위원장 역시 본인의 '정치 철학'이 '지역 민심'과 괴리(乖離)가 있다면 민심을 수용하는 것이 옳다. 시민들 또한 후보들의 장단점과 본선 경쟁력을 면밀히 살펴 주권자로서 권리를 충분히 행사해야 한다.
2026-03-23 05:00:00
[관풍루] 내정설 등 논란 일던 국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 관련 장동혁 대표 대구 찾아 "경선하겠다"며 급진화.
○…지난해 직장인 평균 연봉 처음으로 5천만원 돌파했다는 경총 보고서 나와, 대기업 성과급 잔치가 큰 영향 미쳤다는데 청년층 취업자 수 40개월 연속 감소해 일할 데 없는 청년들 허탈감·상실감 더 커지겠네. ○…트럼프 "48시간 내 호르무즈 개방 안 하면 발전소 초토화" 위협에 이란 "더 심한 대응" 맞불, 점점 더 수렁 속으로 빠지는 중동 전쟁과 트럼프에게서 점점 더 멀어지는 미 중간선거. ○…내정설 등 논란 일던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 관련 장동혁 대표 대구 찾아 "경선하겠다"며 급진화.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총리 출마 가능성에 대구마저 내줄까 급하긴 급했던 모양.
2026-03-23 05:00:00
2026-03-22 18:54:29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돌아오면 하루가 바로 시작된다. 아침 공기가 아직 집 안에 남아 있는 시간, 나는 자연스럽게 악기를 꺼내 든다. 독주회가 가까워질수록 연습은 더 밀도 있게 이어지고, 한 음을 오래 붙잡은 채 원하는 표현이 나올 때까지 같은 프레이즈를 여러 번 반복하게 된다. 이번 독주회에서는 톨스토이에 관한 해설도 함께 준비하고 있어서, 음악과 문장을 오가다 보면 생각이 이어졌다가 끊기고, 다시 또 다른 방향으로 흐르는 경험을 자주 하게 된다. 그렇게 연습에 몰입해 있는 동안 시간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지나가고,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아이를 데리러 갈 시간이 돼있다. 현관 문을 나서는 순간, 나는 조금 전까지의 나와는 다른 사람이 된다. 그렇게 하루는 자연스럽게 가족의 시간으로 이어진다. 놀이터에서 아이와 그네를 타고, 밀어주고, 다시 밀어주고, 또 밀어주면서 시간을 보낸다. 시소 위에서는 함께 장난을 치며 웃고, 그 순간만큼은 분명히 그 자리에 온전히 존재하고 있다. 아이와 눈을 맞추고 웃고 있는 나 자신이 분명히 있으니까. 그런데 동시에, 머릿속에서는 또 다른 흐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연주할 곡들이 계속 맴돌고, 어디에서 숨을 더 길게 가져가야 할지, 어느 부분이 아직 충분하지 않은 지에 대한 생각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조금 전까지 붙잡고 있던 톨스토이의 문장도 다시 떠오르고, 그 사이로 마감이 코앞까지 다가온 칼럼이 스쳐 지나간다. 가끔은 하루에 여섯 시간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아이와 보내는 시간도, 연습하는 시간도 어느 하나 줄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늘 한쪽을 선택하면 다른 한쪽을 내려놓아야 하는 방식으로 흘러간다. 어쩌면 시간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내가 살아야 할 장면들이 많아진 것인지도 모른다. 연습과 육아는 당장 결과가 보이지 않는 시간을 반복해야 한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예전에는 모든 것을 잘 해내고 싶었지만, 그건 애초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는 것을 지금은 안다. 그래서 요즘은 조금 덜 잘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려고 한다. 대신 그 순간에 있는 나를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이렇게 두 개의 삶을 오가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감사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삶은 하나의 시간이 아니라, 여러 시간을 동시에 살아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우리 모두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저녁이 되면 아이를 재우다 나도 함께 잠들게 되고, 깨어 있으려 애써보지만 결국 몸이 먼저 멈추게 된다. 머릿속에는 아직 해야 할 일들이 남아 있지만, 하루의 에너지는 이미 다 써버린 뒤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아이 둘, 셋을 키우는 부모들이 너무 대단하게 느껴진다. 지금의 나는 솔직히 그럴 자신이 없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삶의 크기는 어쩌면 한 명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간다. 그네를 밀어주면서도 음악을 생각하고, 음악을 하면서도 아이를 떠올리는 하루를 살아가면서, 나는 오늘도 서로 다른 두 개의 시간 사이를 건너며 살아가고 있다.
2026-03-22 08:33:08
[사설] '4월 에너지 대란설', 고통스러워도 소비 억제로 대처할 수밖에
이스라엘이 18일 이란 LNG 가스 시설인 사우스파르스 등에 대한 폭격(爆擊)을 감행했다.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산업 기반에 대한 공격은 처음이다. 이란은 카타르의 가스 허브를 포함, 걸프 국가들의 석유·가스 시설에 대해 보복(報復) 공격을 가했다. 미국과 이란 모두 석유 시설에 대한 공격이 계속될 경우 '파괴적인 보복'을 경고하고 나섰다. UAE(아랍에미리트)·카타르 등 걸프 국가들의 석유 관련 인프라가 파괴될 경우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이 정상화되더라도 운송할 원유·가스 자체가 없어져 세계적 대란(大亂)이 우려된다. 특히 한국은 이곳에서 원유 등을 70%나 의존하고 있어 초비상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탈원전(脫原電)을 주창하며 LNG 발전소를 대거 건설한 것이 에너지 안보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UAE로부터 2천400만 배럴을 최우선 공급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고 밝혔지만, 국내 8일치 소비량에 불과하다. 비축유(備蓄油)로 208일을 버틸 수 있다는 설명 역시 수출 물량을 빼면 68일치밖에 남지 않는다. 당장 4월이 오면 정유사 비축 물량이 소진(消盡)되기 시작한다. 국제 공동 비축분 우선 구매, 러시아산 수입 검토 등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수급 불안을 피할 길은 없어 보인다. 주유소 기름값만이 문제가 아니다. 원유를 추출해 만드는 나프타 등의 공급 부족으로 화장품·패션, 건설·반도체·의료기기, 라면·과자 등 포장지, 매트리스·침대, 자동차 시트까지 거의 전 산업에서 쇼크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란 전쟁 초기부터 기름값을 낮춰 소비자 불만을 달래는 미봉책(彌縫策) 대신, 이 같은 공급 리스크를 반영해 수요를 줄이는 정책을 도입했어야 한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지 않으면 석유·가스 구입에 막대한 외화를 지출하고, 가격 안정을 위해 또 막대한 재정을 쏟아부어야 한다. 모두가 국민 부담이고 고통(苦痛)이다. 이제 대중교통 이용, 걷기, 절전 등 에너지 다이어트의 생활화와 이를 뒷받침할 정책으로 위기를 넘길 수밖에 없다.
2026-03-20 05:30:00
[사설] 대구시장 국민의힘 후보 공천, 경선만이 후유증 최소화하는 길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6·3 지방선거 대구시장 후보 선출에서 지역 다선 국회의원들을 '컷오프(공천 배제)'하겠다고 밝힌 이래 온갖 억측(臆測)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관위는 지역 다선 의원들을 기득권으로 규정, "새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다선 의원들은 "혁신 대상은 공관위가 아니라 지역민이 정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공관위 스스로 분란을 키우고 있다고 본다. 지역 의원들과 민심 반발에도 국힘 공관위가 '컷오프' 방침을 고집하자 일각에서는 "특정 후보를 밀어주기 위한 작전" 같은 확인되지 않은 말이 나온다. 그런 '설(說)'이 사실이 아니더라도 그런 말이 떠도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에 도움이 될 리 없다. 게다가 그런 억측은 "대구는 국민의힘이 막대기를 후보로 꽂아도 찍어 주는 곳"이라는 오명(汚名)을 안기는 처사인 만큼 대구 지역민들에게는 모욕(侮辱)이다. 긴 세월, 미우나 고우나 국민의힘을 지지해 온 대구 시민들에게 모욕을 안겨서는 안 된다. 선거에서 공천 방식은 단순히 후보를 선정하는 절차를 넘어 민주주의의 질을 가늠하는 기준이다. 중앙당 공관위가 후보를 낙점(落點)하는 이른바 하향식 공천 또는 일방적 '컷오프'는 전략적 판단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지역 주민 뜻과 괴리(乖離) 가능성이 크다. 지역 당원과 유권자의 참여를 유도하고, 각 후보들이 지역 현안을 더 열심히 살피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지역민의 뜻을 먼저 물어야 한다. 상향식 공천에는 조직 동원 능력, 지역 토호(土豪) 영향력 등 부작용이 존재한다. 이런 문제들은 감점 또는 가점 등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 그런 노력 없이 공관위가 일방적으로 특정 후보를 '컷오프'할 경우 승복(承服)하지 않을 것이고, 후보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경쟁력을 키우기보다 중앙당만 바라보는 '해바라기'로 전락하게 된다. 국민의힘은 일정 지지율 이상 후보 모두에게 경선 기회를 제공, 잡음과 논란을 조속히 종식하고 본선거에 집중해야 한다.
2026-03-20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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