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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45>솔방울을 움켜쥔 반들반들한 눈동자, 정선의 다람쥐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45>솔방울을 움켜쥔 반들반들한 눈동자, 정선의 다람쥐

    올해는 1676년(숙종 2) 태어난 겸재 정선의 탄생 350주년이다. 우리나라 역사를 통틀어 '4대 화가'로 꼽힌 정선이다. 항산(恒山) 안휘준(1940년생) 선생은 저서 '한국 회화의 4대가'(2019년)에서 통일신라 8세기 솔거, 고려 12세기 이녕, 조선 전반기 15세기 안견과 후반기 18세기 정선을 우리나라 회화사를 대표하는 '4대가'로 꼽았다. 겸재 선생의 예술적 업적을 기리고 재조명하기 위한 겸재정선미술관이 서울 강서구에 세워진 건 2009년이다. 조선시대에 경기도 양천현이었던 이 지역에 겸재 선생이 1740년 65세 때 현령으로 부임해 4년여를 다스렸다. 절친 사천(槎川) 이병연(1671-1751)과 자주 만나지 못하는 대신 시를 보내 안부를 물으면 그림으로 답장하는 '시거화래(詩去畵來)'를 약속하며 시와 그림이 오갔던 곳이다. '경교명승첩'이 그렇게 탄생했고 '양천팔경첩' 등 진경산수 명작을 여기에서 그렸다. 당대의 시인과 화가가 우정과 예술을 이어간 아름다운 이야기를 남긴 근무지에 세운 겸재정선미술관이다. '다람쥐'는 진경산수의 대가인 정선의 많지 않은 영모화 중 한 점이다. 붉은색, 푸른색, 갈색으로 소나무, 솔잎, 다람쥐의 바탕색을 담채로 올려놓은 위에 굵기와 강도, 속도와 농담, 부드러움과 굳셈 등 성격을 달리한 필치로 솔방울을 움켜쥔 다람쥐의 반들반들한 눈과 까슬까슬한 털, 소나무 껍질의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탄력, 듬성한 솔잎을 한눈에 들어오게 했다. 세세하게 묘사하지 않으면서도 대상의 실상을 다 담아내며 정감을 느끼게 하는 표현력의 붓질이다. 드리워진 솔잎 조금, 구부러진 둥치 약간뿐이지만 영락없는 우리나라 소나무다. 소나무를 주제로 겸재정선미술관에서 겸재 정선 탄생 350주년 기념 특별전을 열었다. 겸재 선생의 대작 '사직노송도'를 비롯해 정선의 후배 대가들의 소나무 그림 명작을 한자리에 모았다. 단원 김홍도, 고송 이인문, 남농 허건, 소산 박대성 등등 우리나라 화가들은 다 소나무를 잘 그렸고 자기만의 소나무 그리는 법이 있다. 한국 사람은 모두 다 좋아하는 소나무다. 조선 태조의 호가 '소나무가 있는 집' 송헌(松軒)이다. '미술관 러버'라면 이 기회에 꼭 왕림하시기를. 특별전 '소나무, 늘 푸르른' 전시는 6월 21일까지. 대구의 미술사연구자

    2026-05-06 18:54:50

  • [날짜] 5월 7일(목)

    [날짜] 5월 7일(목) "대체로 구름 많음"

    2026-05-06 18:48:10

  • [매일춘추] 멀리서 바라보기

    [매일춘추] 멀리서 바라보기

    보이저1호가 태양계를 벗어난 지 벌써 10년여가 흘렀다. 시속 6만1천㎞, 총알속도의 17배이다. 그러니까 눈 한 번 끔뻑하면 한라산 백록담에서 서귀포항에 이르는 속도로 날고 있다는 말이다. 현재 보이저1호는 240억㎞ 이상 떨어져 있다. 지구에서 신호를 보내면 거의 이틀이 지나야 답신을 받을 수 있는 거리다. 창백한 푸른 점(The Pale Blue Dot). 1990년 보이저1호가 지구에서 약 60억㎞ 떨어진 곳, 해왕성 궤도 밖에서 찍은 지구의 이름이다. 계획에 없던 이 사진은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제안으로 이뤄진 것이다. 칼 세이건은 그의 저서에서 지구는 광활한 우주에 떠 있는 보잘것없는 존재에 불과하다는 걸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저 점을 다시 보세요. 저 점이 이곳입니다. 저것이 우리 집이고 우리 자신입니다. 우리가 아는,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 지금껏 존재했던 모든 사람이 저기에서 살았습니다. 인류의 모든 기쁨과 고통, 인류의 역사 속에 존재했던 수많은 종교와 이데올로기와 경제 체제가 저기에 있었고 수렵과 채집을 했던 이들, 모든 영웅과 비겁자들, 문명을 창조한 사람들과 파괴한 사람들, 왕과 농부들, 사랑에 빠진 젊은 청춘들, 엄마와 아빠들, 꿈 많은 아이들, 발명가와 탐험가들, 도덕을 가르친 선생님들과 부패한 정치인들, 슈퍼스타와 위대한 영도자로 불리던 사람들, 성자와 죄인들이 모두 저 먼지처럼 작은 점 위에서 살았습니다." 칼 세이건의 말을 재구성해 보았다. 사진을 보면 그의 말이 맞다는 걸 알 수 있다. 0.12픽셀. 사진 속 지구의 크기다. 일반적인 디스플레이에서 1픽셀은 보통 0.1~0.3㎜ 정도이다. 아닌 게 아니라 사진 속 지구는 작은 모래알 정도의 크기로 실감된다. 식상하다 못해 욕지기가 치미는 뉴스가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군과 이란군의 교전, 가자 지구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하마스 간의 전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끝없는 소모전 등 이른바 '영토 분쟁'은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이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찰리 채플린의 말이다. 분쟁을 야기하는 호전적 성향의 정치인들을 모두 태우고 날아가는 우주선을 상상해 본다. 우주선은 지구가 점 크기로 보이는 지점쯤에서 멈춘다. 승객들을 우주선의 전망대에 나란히 세운 뒤 지구를 보게 한다. 자신들의 영토가 보일까? 여전히 자존심을 찾으려 할까? 종균(種菌)을 닮은 인간이 보일까? 그들은 웃을까?

    2026-05-06 11:32:04

  • [사설] 호르무즈 한국 선박 피격 가능성, 시험에 든 李 정부 외교·안보

    청와대 관계자는 5일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우리 선박 폭발·화재와 관련, "(해당 사고가) 피격(被擊)인지 아닌지 파악하는 데 하루 정도 소요된다"고 했다. 전날 외교부는 "4일 오후 8시 40분(한국 시각) 호르무즈 해협 안쪽에 정박 중이던 선박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선박 좌현 선미 인근에서 물보라가 치고 폭발 소리가 나 선장이 손상 정도를 확인 중인 것으로 안다"는 해운 업계 관계자의 전언(傳言)도 알려졌다. 외부 공격에 의한 대형 선박의 폭발 및 화재와 내부 화재는 그 특성이 뚜렷이 구분된다. 굳이 전문가를 동원하지 않더라도 선장과 전화 한 통이면 쉽게 피격 여부를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청와대가 피격 사실 여부 확인에 하루가 꼬박 소요된다고 하는 것은 지독한 무능이거나, 아니면 뭔가를 감추려 한다는 의혹(疑惑)을 사기에 충분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 화물선이 이란의 공격을 받았다"고 밝히면서, 공격을 받은 '관계 없는 국가들' 중에 한국이 유일하게 피해(被害)를 입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마도 한국이 (호르무즈 항행 자유) 작전에 참여할 때가 된 것 같다"고 했다. 이재명 정부는 그동안 한미동맹을 훼손(毁損)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미국 주도의 호르무즈 해협 항행 자유 군사 작전에 소극적이었을 뿐 아니라, 이란에 특사를 파견하고 인도적 지원금 50만달러를 지원하는 등 친(親)이란적 행보를 보였다. 또 이재명 대통령은 이스라엘군을 비난하는 SNS를 올려 세계적 논란을 자초하기까지 했다. 이란 언론들이 이재명 정부의 대외 정책과 발언에 대해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접근"이라며 칭찬을 할 정도였다. 만일 우리 선박이 이란의 공격에 의해 피격된 것이 사실이라면, 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은 파산(破産) 상태에 직면한 것이나 다름없는 꼴이 된다. 잘못이 확인되면 신속히 수정하는 것이 더 큰 국익 훼손을 막는 길이다. 시간을 끈다고 진실이 달라지진 않는다.

    2026-05-06 05:00:00

  • [사설] 조작기소 특검법 처리 지선 이후로? 조삼모사(朝三暮四) 아닌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작기소 특검법 처리 시점에 대해 "조작기소, 허위 조작으로 입증된다면 허위 조작으로 고통받았던 피의자·피고인은 당연히 구제받아야 한다"면서도 "그것을 언제 하느냐는 문제는 어제 청와대 브리핑도 있었기 때문에 당청이 조율(調律)해야 된다"고 말했다. 애초 이달 중 법안을 처리한다는 목표였으나 6·3 지방선거에 악영향 우려가 나오고, 이재명 대통령도 '속도 조절'을 요청하자 특검법 처리 시점을 미룬 것이다. 정 대표는 특검법 입법 시점을 조정하겠다면서도 입법 의지를 명확히 했다. 청와대 역시 민주당에 입법 속도 조절을 요청하면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우려해 입법 시점을 미룬 것일 뿐, 강행 의지는 명확한 것이다. '조삼모사(朝三暮四)'와 다를 바 없다. 민주당과 이 대통령이 국민을 원숭이로 보는 것이 아니라면 특검법 입법 시점 조정이 아니라 위헌적인 특검 법안을 철회(撤回)해야 마땅하다. 앞서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는 '특검법' 입법과 관련해 "고생하면서 뛰고 있는 동지(同志)들을 버릴 셈이 아니라면 신중히 해 달라"고 밝혔다. 임미애 민주당 경북도당위원장도 "특검법 강행 처리는 전체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이 '시기는 조정하되, 강행하겠다'는 것은 '선거에서 뛰는 동지를 버리지 않겠다'면서도 '법치주의, 권력분립 원칙, 평등 원칙 따위는 저버릴 수 있다'는 말로 들린다. 동지만 보이고, 헌법 정신은 안중에 없나? 민주당이 마련한 '조작기소 특검 법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하고, 의결·공포된다면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의 범죄 혐의 사건을 자신이 임명한 특별검사에게 맡겨 재수사하고, 공소를 취소할 수 있다. 자기 사건을 사실상 자신이 수사·재판하는 셈이다. 이런 법이 시행(施行)된다면 대한민국은 법치 국가가 아니다. 6·3 지방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들은 한목소리로 반헌법적인 법안 철회를 요구하고, 민주당은 즉시 철회해야 한다.

    2026-05-06 05:00:00

  • [사설] 경북 250만 명 붕괴, TK 행정통합 더 절실해졌다

    경북도 인구 250만 명 선이 무너졌다. 올해 3월 기준 249만9천여 명으로, 10년 새 22만 명 줄었다. 경북도는 250만 명 붕괴(崩壞) 시점을 2033년으로 예측했지만 7년이나 빨랐다. 이 추세라면 10년 후 경북 인구는 220만 명대도 위태롭다. 이유는 익히 알고 있는 대로다. 젊은이는 떠나고 아이는 태어나지 않아서다. 산업 기반이 취약한 농촌 군 단위는 이미 소멸이 진행 중이고, 산업도시 구미·포항의 인구 감소도 심각하다. 경북도는 다양한 인구 대책을 쏟아내지만 역부족이다. 출산 장려금을 높이고 귀농귀촌 패키지를 개편하며 청년 주거도 지원한다. 그러나 반등은커녕 감소 속도도 늦추지 못하고 있다. 경북도 정책을 탓할 일은 아니다. 지자체 차원의 정책만으론 저출산·소멸을 막지 못한다는 건 이미 다들 알고 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해법이 될 수 있다. 행정통합을 한다고 당장 인구가 늘어나진 않는다. 그러나 '생존 가능한 광역 단위'로의 전환으로 산업 클러스터 응집(凝集), 기업 유치 등을 통한 젊은 인구 유출 방지 및 신규 유입을 꾀할 수 있다. 중앙정부 예산과 공공기관·기업 유치 및 투자는 지자체 규모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인구 240여만 명의 경북과 230여만 명의 대구가 각개전투가 아닌 480만 명의 단일 광역체를 형성하면 협상의 무게감부터 달라진다. '수도권 집중 완화'라는 국가 균형발전 정책의 실질적 수혜자가 되려면 그에 걸맞은 덩치를 갖춰야 한다. 경북 250만 명 붕괴는 지금까지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지속하기 힘들다는 사실상 마지막 경고다. 인구 대책은 계속 발굴, 적극 추진돼야 한다. 그러나 행정통합으로 단일 광역체를 형성하지 않으면 지금처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뿐이다. 최근 대구·경북 행정통합 시도가 무산된 바 있다. 우물쭈물하다 통합 기회를 놓쳤다. 지자체장을 뽑는 지방선거가 다음 달 3일 치러진다. 대구·경북의 미래와 생존이 달린 선거다. 행정통합을 가장 잘할 수 있는 적임자(適任者)를 뽑아야 하는 이유다.

    2026-05-06 05:00:00

  • [관풍루] IMF 총재, "이란전쟁 내년까지 가면 세계경제 더 악화…공급망 위험" 경고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억울하게 조작기소로 고통받은 국민이 있다면 일반 국민이든, 대통령이든, 누구나 평등하게 구제받아야 한다는 게 헌법 정신"이라고. '조작기소' 특검, 힘없는 국민에게도 열려 있다는 뜻? ○…삼성전자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파업 위기, 정부·정치권·학계도 기업 가치 훼손과 국가 경제 악영향 우려. 여론 무시에 노노 갈등까지 부른 삼전 노조, 음수사원(飮水思源)이라 했거늘. ○…IMF 총재, "이란전쟁 내년까지 가면 세계경제 더 악화…공급망 위험" 경고. 미국과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교전으로 휴전 붕괴 조짐, 안보 공급망은 각자도생.

    2026-05-06 05:00:00

  • [날씨] 5월 6일(수)

    [날씨] 5월 6일(수) "맑음"

    2026-05-05 18:56:25

  • [기고-박주형] 숲은 감성과 인성을 키우는 교실

    [기고-박주형] 숲은 감성과 인성을 키우는 교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우리 삶을 빠르고 편리하게 바꾸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이제 아이들의 일상 속 필수 도구가 되었고, 교육과 놀이의 방식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부모는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쥐여주면서도, 늘 그것을 손에서 내려놓길 바란다. 왜일까? 디지털 기기들은 우리에게 많은 것의 중요한 가치를 잊게 만들고 있다. '자연의 경험'과는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산림청과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는 유아숲체험원, 숲치유센터, 산림욕장, 자연휴양림을 운영하고 있다.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과 정서 발달에 대한 고민이 많은 시절의 흐름 속에서 숲이 가진 본질적인 가치에 주목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한 노력이라고 본다. 숲은 단순한 휴식 공간을 넘어 아이들의 감성과 인성을 키우는 살아 있는 교실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 부드러운 흙을 밟을 때의 포근함, 계절마다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은 디지털 화면에서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감각을 일깨운다. 이러한 경험은 아이들의 정서 안정은 물론 창의력과 사회성 발달에도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산림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더 많은 산림 복지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유아숲체험원의 경우 연초에 예약을 받으면 1년 동안의 일정이 순식간에 마감되는 곳도 있다. 첫째가 대여섯 살 무렵, 매주 숲 체험 수업에 참여했었다. 아이와 함께 이름도 몰랐던 들꽃을 배우고, 울음소리로 매미를 구분하는 법도 알게 되었다. 양버즘나무 수피로 퍼즐 놀이를 하고, 솔방울로 새총을 쏘며 숲은 그 자체로 놀이터이자 교실이 되었다. 비가 오는 날이면 비옷을 입고 숲으로 향했다. 나뭇잎 사이로 떨어지던 빗소리, 그리고 아이가 '비 냄새'라고 표현했던 흙 내음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첫째가 초등학교 2학년 때의 일이다. 담임선생님께서 우리 아이가 지었다며 시 한 편을 보냈다. 아이의 시 속에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표현하는 순수한 감성이 담겨 있었다. 교과서나 모니터가 아닌, 숲에서의 경험이 만들어낸 글이다. 박완서 작가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읽으며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박완서 작가가 싱아가 지천으로 깔렸던 그 시절의 박적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지 않았다면, 우리는 그 생생한 기억과 문장을 만날 수 있었을까. 결국 한 사람의 삶과 감성은 어린 시절 어떤 환경에서 무엇을 경험했는지에 따라 그 깊이와 넓이가 다르게 형성될 것이다. 그 중요한 토양이 바로 '숲'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유아숲체험원은 단순한 놀이 공간이 아니다. 아이들이 숲속에서 뛰어놀며 스스로 배우고 성장하는 '자연형 교육 공간'이다. 유아숲지도사와 함께 자연을 이해하고, 또래와 어울리며 협력하는 과정 속에서 아이들은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랄 것이다. 디지털 문화가 가속화되는 오늘날, 숲은 아이들에게 '멈춤'과 '느림'을 가르쳐 준다. 잠시 스마트폰은 가방 속에 넣어두고 스스로 듣고, 만지고, 향기를 맡아보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이다. 산림을 단순한 자원이 아닌 '문화'로 확장해 나가야 한다. 아이들이 숲에서 자라고, 가족이 숲에서 쉬며, 지역 전체가 숲을 중심으로 연결되는 '산림문화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이제는 여기에 들꽃과 풀벌레, 나무를 품고 있는 '숲'이 함께해야 할 때이다.

    2026-05-05 18:52:16

  • [매일춘추-정성태] 살 만한 땅은 어디인가

    [매일춘추-정성태] 살 만한 땅은 어디인가

    5월은 가족을 떠올리게 하는 계절이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스승의날이 이어지며 우리는 자연스럽게 부모와 자식,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돌아본다. 그러나 노동절과 5·18민주화운동 기념일까지 더해지면, 오월은 가족을 넘어 사회와 공동체의 관계까지 다시 생각하게 한다. 우리는 누구에게서 왔고, 지금 어디에 뿌리내리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자리에 머물게 될 것인가. 가족은 우리가 처음 기대어 선 자리였고, 고향은 처음으로 발을 디뎠던 땅이다. 그 자리는 여전히 우리의 감각과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고향은 단순히 지명이 아니라 기억이 축적된 장소이며, 부모는 사라지지 않는 내 삶의 시작점이다. 그래서 사람은 익숙한 도시의 한가운데서도 순간 방향을 잃고 설명하기 어려운 공허를 느낀다. 그것은 물리적 위치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이 기댈 '자리'의 문제에 가깝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그런 삶의 자리를 찾기 위해 애써왔다. 풍수지리는 그 노력의 한 방식이었다. 흔히 길흉을 따지는 미신으로 치부되기도 하지만, 그 근저에는 사람이 오래 머물 수 있는 조건을 살피는 생존 감각이 자리한다. 뒤를 받쳐주는 산과 앞을 열어주는 물, 바람을 막고 기운을 모으는 형세를 통해 삶의 균형을 찾고자 했다. 결국 풍수는 어디에 집을 둘 것인가 보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화두에 더 가깝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삶은 그 질문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 도시는 빠르게 변하고, 집은 점차 삶의 터전보다 자산과 소비의 대상으로 기울고 있다. 우리는 더 나은 조건을 찾아 끊임없이 자리를 옮기지만, 그 과정에서 정주의 감각은 점점 옅어진다. 집은 있지만 터전은 없는 상태, 거주하지만 정주하지 않는 삶에 익숙해졌다. 내가 살 만한 곳은 어디일까. 좋은 땅을 찾는다는 것은 그저 지형을 고르는 일이 아니라, 사람이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을 만드는 일이다. 그것은 물리적 조건을 넘어 관계의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 부모와 가족이 함께 머무는 시간, 이웃과 사회와의 거리, 추억이 반복되는 따뜻한 공간이야말로 삶의 기운을 축적하는 중요한 요소다. 따뜻한 곳을 찾는다는 말은 흔하지만, 누군가를 기억하고, 복을 기원하며, 시간의 층위를 쌓을 수 있는 공간. 풍수가 말해온 명당과 혈은 어쩌면 그런 삶의 조건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 것인지도 모른다. 살 만한 땅은 멀리 있지 않다. 그것은 결국 사람이 사람 곁에 오래 머물 수 있는 자리, 관계가 뿌리내리고 시간이 축적될 수 있는 삶의 구조 속에서 완성된다.

    2026-05-05 09:31:00

  • [사설] 사상 최고치 코스피, 추가 상승 전망 과연 믿을 수 있나

    코스피가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4일 6,900선을 훌쩍 넘어서며 7,000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올해 1월(8.4%), 2월(12.1%), 3월(9.9%) 연속 두 자릿수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했는데, 과거 15년 평균 월간 변동 폭이 2.5% 수준임을 감안하면 이례적 강세다. 증시는 강하지만 전형적인 경기 회복 국면과 아직 거리가 있다. 상승의 중심이 반도체에 국한돼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이 코스피 시가총액의 40% 이상을 차지하며 지수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들 숫자가 의미하는 것은 회복보다 '편중(偏重)'이다. 자동차 수출은 감소했고, 중동 수출도 25% 줄었다. 지수는 사상 최고지만 실물 경제의 체감 온도는 따라가지 못한다. 그럼에도 국내외 기관들의 추가 상승에 대한 낙관론은 강하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코스피가 8,000선까지 간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다만 상승의 유지 조건이 견고(堅固)한지는 다른 문제다. 통화당국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신호를 공개적으로 내놓고 있다. 국제유가 급등 속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 대응으로 논의되는 '해방 프로젝트'는 공급망이 여전히 불안정함을 확인시킨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KOSPI)가 재상승하고, 개인 투자자는 하락 베팅 상품에 자금을 넣고 있다. 상승과 불안이 동시에 확대되는 전형적 후기(後期) 국면의 징후다. 반도체 이익이 둔화되거나, 금리 경로가 바뀌거나, 에너지 비용이 상승하면 조건은 깨질 수 있다. 6·3 지방선거 이후 흐름엔 더 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물론 선거용 증시 부양 의혹이 사실무근으로 확인되면 추가 상승 동력도 기대할 수 있다.

    2026-05-05 05:00:00

  • [사설] 극단적 조기 사교육은 아동 인권 침해다

    4일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이 "'4세·7세 고시'로 불리는 극단적인 조기 사교육의 확산은 심각한 아동 인권 문제"라고 지적했다. 안 위원장은 성명(聲明)에서 한국 아동의 학업 능력이 경제협력개발기구 및 유럽연합 36개국 중 4위로 높은 반면 정신 건강은 34위에 머무른다는 유니세프 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영어학원이나 '초등 의대반'에 들어가기 위한 '4세·7세 고시'는 외신(外信)이 주목할 정도로 심각한 사회 문제다. 과도한 입시 경쟁이 유아와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확산되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이를 바로잡지 못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사교육 문제가 아니라, 아동의 기본적 권리와 직결된다. 한국 어린이의 학업 성취도(成就度)는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불안과 스트레스, 정서적 결핍이 자리 잡고 있다. 정신 질환으로 병원 진료를 받는 10세 이하 어린이가 한 해 10만 명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성적은 상위권인데 행복감은 하위권, 이는 한국의 암울한 현실이며 불안한 미래다. 과도한 사교육은 어린이들의 놀이·휴식·자기 표현의 시간을 박탈(剝奪)한다. 놀이와 탐색을 통해 세상을 배워야 할 시기에 시험과 경쟁에 내몰리는 것이다. 아이들은 발달 단계와 개성이 무시된 채, 획일적인 기준에 맞춘 '점수'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교육은 창의성이 필요한 AI 시대에 맞지 않다. 더 큰 문제는 경쟁의 악순환(惡循環)이다. '우리 아이가 뒤처질지 모른다'는 부모의 두려움과 사교육의 '불안 마케팅'은 정부의 규제마저 무력화시킨다. 오늘도 학원에 가는 아이들이 많다. 유감스러운 어린이날이다.

    2026-05-05 05:00:00

  • [사설] '조작기소 특검법 통과 시기 조절'은 국민 눈속임, 폐기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조작기소 특검법' 국회 통과 시기에 대해 "시기나 절차에 대해 여당인 민주당이 국민적 의견 수렴과 숙의 과정을 거쳐서 판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조작기소 특검 법안'이 법치와 민주주의를 파괴한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속도 조절'을 요청한 셈이다. 반헌법적이고 권력분립 원칙에 어긋나고, 국민들이 반대한다면 '법안 폐기'를 요청해야 옳다. 그럼에도 청와대가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며 속도 조절만 요청한 것은 지방선거에 악재(惡材)가 되겠으니 잠시 국민을 속이겠다는 발상이라고 본다. 민주당이 발의한 '조작기소 특검 법안'에 따르면 특검 수사 대상 사건은 총 12개이다.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대북 송금, 문재인 정부의 통계 조작 등 최근 국회가 국정조사에서 다룬 7개 사건에 공직선거법 위반·위증교사·성남FC 제3자 뇌물·백현동 개발 비리·법인카드 유용 등 대통령 관련 5개 사건이 추가(追加)됐다. 특히 이 법안은 특검이 검찰 사건을 넘겨받아 재판 중인 이 대통령 관련 사건에 대해 공소 유지 여부(공소 취소 포함)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위헌 논란이 크다. 이 대통령 변호인 출신 민주당 의원들이 주축이 돼서 특검 법안을 만들고, 민주당 주도로 그 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고, 대통령 취임으로 재판이 중단된 상태의 피고인인 대통령이 그 법안을 의결·공포하고, 피고인이 자기 사건을 재수사할 특별검사를 임명(任命)하고, 그 특별검사가 대통령 사건을 검찰로부터 넘겨받아 공소를 취소(取消)한다면 그게 법인가? 자기 사건을 자신이 수사·재판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 헌법의 근본 원리인 법치주의, 권력분립 원칙, 평등 원칙을 모두 파괴하는 것이다. 민주당 주도로 강행한 '조작기소 국정조사'에서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이 '조작기소'됐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방용철 전 쌍방울 부회장과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증언(證言)은 기존 수사와 재판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졌음을 보여 주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억지 특검을 밀어붙이고 있다. 만일 조작기소 정황(情況)이 있다면 재심이라는 기존 사법 시스템을 이용하거나 앞으로 대통령 재판에 그 정황을 제시하면 된다. 하지만 민주당은 특검이라는 별도 절차를 만들어 대통령 재판을 없애려고 한다. 이 대통령은 '특검 법안 처리 시기 숙의'를 요청할 것이 아니라 법안 폐기를 요청해야 한다. 만약 민주당이 지방선거 이후 특검 법안 처리를 강행한다면 거부권(재의요구권·再議要求權)을 행사해야 한다. 현재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대통령이 공포한다면 우리나라 법치는 형해화(形骸化)된다. 대통령 한 사람을 위해 대한민국 법치를 파괴해야 하는가. 특검 법안은 즉시 폐기돼야 마땅하다.

    2026-05-05 05:00:00

  • [관풍루] 이 대통령, '조작기소 특검' 관련해 "구체적인 시기·절차는 민주당이 국민 의견 수렴과 숙의 과정을 거쳐 판단해 달라"고.

    ○…이 대통령, '조작기소 특검' 관련해 "구체적인 시기·절차는 민주당이 국민 의견 수렴과 숙의 과정을 거쳐 판단해 달라"고. 특검은 당연히 추진하되 국민 반발 우려되니 지방선거는 끝내고 하라는 하명? ○…트럼프에 대한 미국 내 부정평가 62%로 임기 중 역대 최고치 여론조사 결과 나와.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응답도 67%. 이쯤 되면 중간선거는 해보나 마나? ○…코스피 장중 사상 최고치 기록하며 7천 선 근접한 가운데 상승 지속 기대감과 공매도 잔고가, 공포지수까지 모두 급등. 5일 휴장 후 장세 어떻게 될지 투자자들 심박수도 급등.

    2026-05-05 05:00:00

  • 수학여행과 함께 사라지는 응급실 [가스인라이팅]

    수학여행과 함께 사라지는 응급실 [가스인라이팅]

    최근 학교 현장에서 교사에게 과도한 법적 책임을 묻는 판결이 나온 뒤 현장체험 학습이 줄어들자 교사의 '사법 리스크' 문제가 전국민적 이슈로 떠올랐다. 문제 해결 관점에서 국민적 공론화가 된다는 점은 분명히 긍정적이다. 그러나 사법 리스크는 교육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의료 분야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장기간 누적돼 왔다. 의사 과실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음에도 의사 책임을 폭넓게 인정하는 판결이 이어지며 의료진의 사법 리스크는 꾸준히 확대돼 왔다. 그 결과 위험도가 높은 진료과나 응급의료 현장을 기피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응급실 뺑뺑이 문제는 의사 수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자격을 갖춘 전문의가 충분히 있음에도 응급실 근무를 선택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145.4% 증가했다. 전국의 응급실 일자리와 비교해도 응급의학과 전문의 숫자가 훨씬 많다. 문제는 의사가 없는 게 아니라 응급실에서 일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다. 자격증은 따 놓고 다른 일을 하거나 더 나은 조건을 찾아 응급실을 떠난다. 최근 10년 동안 의사가 업무상 과실치사·치상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 형사 사건은 4배 가까이 늘었다. 영국, 독일 등은 의사에 대한 형사 처벌 건이 1년에 1건 정도 있으나 한국은 매년 약 750명씩 업무상 과실로 기소 당한다. 한국의 의사가 더 많은 잘못을 저지른 게 아니다. 한국의 의료소송이 "왜 더 좋은 치료를 하지 않았냐"는 식의 결론으로 귀결돼 점점 의사에게 불리해지고 있어서다. 제한된 시간 안에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르는 환자를 치료해야 하는 응급실 의사에게 더 불리할 수밖에 없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책임의 범위'에 있다. 교육이든 의료든 본질적으로 위험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다. 그럼에도 결과를 기준으로 책임을 확대하는 판례가 누적되면 현장은 자연스럽게 위험 회피적 선택을 하게 된다. 현장체험 학습이 사라지고 응급실을 떠나는 의사가 늘어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안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다. 그러나 모든 위험을 사전에 제거할 수 없다는 현실 또한 외면해선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사고 발생 이후 '누가 처벌 받을 것인가'가 아니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있다. 교사와 의사가 감당해야 할 법적 책임의 범위가 점점 늘어날수록 우리는 교육의 경험과 생명을 지키는 의료 모두에서 점점 더 많은 것을 잃게 될 것이다. 원종현 프리드먼연구원 주임연구원 〈strong〉* 가스인라이팅(Gas Enlighting)은 매일신문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칼럼 공간입니다. '가스라이팅'은 1930년대 가스등을 사용하던 시절 파생된 용어입니다. 가스등을 조금씩 어둡게 해 누군가를 통제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가스인라이팅'은 그 반대로 등불을 더 밝게 비춰주자는 뜻입니다.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자주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strong〉 〈strong〉** 외부 기고문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strong〉

    2026-05-04 22:23:43

  • [날씨] 5월 5일(화)

    [날씨] 5월 5일(화) "맑음"

    2026-05-04 18:46:51

  • [김용삼의 근대사] 공짜의 유혹과 노예의 길

    [김용삼의 근대사] 공짜의 유혹과 노예의 길

    한국인들은 공짜를 유난히 좋아하는 것 같다. 오죽했으면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라는 속담이 유행하겠는가. 이는 단순히 이득에 민감한 민족성을 해학적으로 표현한 것을 넘어, 우리 내면에 깊이 뿌리박힌 '무상(無償)'에 대한 원초적이고도 위험한 갈망을 시사한다. 대부분의 국민은 국가가 공짜로 나누어주는 현금을 '하늘에서 떨어진 복'으로 여긴다. 미안한 얘기지만 이 세상에 '공짜 점심'은 존재하지 않는다. 2016년 6월 스위스는 성인 1인당 월 2,500프랑(약 300만 원)이라는 파격적 금액을 조건 없이 지급하는 기본소득 안에 대한 찬반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결과는 76.9%라는 압도적 반대로 부결되었다. 스위스 국민은 "일하지 않는 자에게 돈을 주는 것은 노동의 존엄성을 파괴하며,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위험한 사회적 실험"이라며 기본소득 안을 거부했다. 그들은 기본소득을 도입하면 필연적으로 따라올 막대한 세금 인상과 국가의 간섭이라는 '독배'를 간파한 것이다. 핀란드와 네덜란드 등 복지 선진국이라 불리는 유럽 국가들도 스위스와 비슷하게 기본소득을 실험한 후 이를 철회했다. 이유는 명확하다. 자신의 삶은 자신이 책임진다는 독립심과 철학적 토대가 국가의 존립 근거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냉철하게 깨닫고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한국 국민은 국가가 국민에게 현금 나눠주는 것을 당연한 현상으로 갈망한다. 그들은 국가를 '어버이' 같은 가부장적 존재로 인식한다. 따라서 어버이(국가)는 자식(국민)을 먹여 살리는 것이 당연하다는 기대가 포퓰리즘과 결합하고 있다. "나랏돈은 임자 없는 돈"이니 "못 받으면 나만 손해"라는 각자도생의 심리 덕분에 국가 재정은 파멸적 위기를 맞고 있다. ◆유교와 공산주의는 닮은꼴 한국인이 공짜를 좋아하고 교조적 평등주의에 경도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조선 500년을 지배한 주자성리학적 가치관이다. 유교의 이상향인 '대동(大同) 사회'는 사적(私的) 이익이 사라진 도덕적 공동체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공산주의의 '계급 없는 사회'와 닮은꼴이다. 조선의 유교적 도덕경제는 농업을 장려하되 상공업을 통한 재물 축적은 비판했다. 부(富)는 악의 근원이며, 청빈(淸貧)은 고귀한 선비의 가치로 추앙받았다. 이러한 관점은 현대에 이르러서도 "가난은 선(善)이고 부의 축적은 악(惡)"이라는 왜곡된 이분법을 낳았다. 남보다 열심히 땀 흘려 일해 부를 일군 이들을 부도덕한 '금수저'로 몰아세우고, 무능한 가난을 '흙수저'라는 피해자 서사로 포장하는 가치관이 만연하고 있는 것이다. 해방 후 우리 국민 중 약 20만 명이 공산주의 활동에 참가하며 다른 정당을 압도했던 역사적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사유재산 관념이 희박했던 당시 민중들에게 지주들의 땅을 빼앗아 공짜로 나눠준다는 공산주의자들의 선전은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 조선 시대 전체 인구의 40%가 노비였던 신분 구조의 잔재는 '노비 근성'으로 남아, 여차하면 세상을 뒤엎어버리겠다는 파괴적 평등주의로 분출되었다. 자유민주주의의 뿌리가 허약한 이유는 바로 이러한 전통적 유교 사상과 공산주의적 심리가 결합하여 사적 소유와 경쟁의 가치를 끊임없이 부정하기 때문이다. ◆대동강의 비극, 한강의 기적 1946년 3월, 스탈린의 지령을 받은 북한은 '무상몰수 무상분배'라는 원칙 아래 단 25일 만에 속전속결로 토지개혁을 단행했다. 평생 머슴살이와 소작으로 점철된 농민들에게 '내 소유의 땅'이 생긴 것은 일종의 종교적 구원이었다. 농민들은 붉은 기를 들고 "머슴살이 끝났다"며 환호했고, 분배증을 가슴에 품고 김일성과 스탈린에게 감사 편지를 썼다. 이념이나 사상에 대한 이해가 전무했던 농민들을 단숨에 공산주의 결사보위 세력으로 만든 것은 '토지'라는 인간의 원초적 욕망을 자극한 고도의 정치적 거래였다. 하지만 이러한 '환희'는 거대한 사기극의 결과물이었다. 북한의 토지개혁법 제10조는 분여된 토지의 매매, 소작, 저당을 엄격히 금지했다. 즉, 농민에게 부여된 것은 소유권이 아니라 국가가 허용한 '경작권'에 불과했다. 북한 당국은 땅을 나눠준 대가로 수확량의 25%를 농업 현물세로 징수했는데, 이는 지주에게 내던 소작료와 다를 바 없었다. 실제로는 인민군 무기 구입비 등의 명목으로 수확량의 70%까지 빼앗아가는 약탈이 자행되었다. 6·25 전쟁이 끝나자 1954년부터 공산당은 본색을 드러냈다. 1946년 개별 농가에게 나눠준 토지를 다시 빼앗아 '집단농장'으로 편입시켰고, 1958년에는 모든 토지의 100% 집단화가 완성되었다. 농민들은 자기 논밭에서 일하는 주인이 아니라, 국가의 배급에 목숨을 거는 '농업 노예(농노)'로 전락했다. 공짜로 얻은 것은 결코 내 것이 아니라는 준엄한 교훈을 얻었을 때는 이미 모든 자유를 빼앗긴 뒤였다. 이승만 대통령은 북한과 정반대의 길을 선택했다. 그는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냉철한 시장경제의 원칙 아래 '유상몰수 유상분배'의 농지개혁을 단행했다. 연간 수확량의 150%를 5년간 분할 상환하는, 농민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관련법이 통과되었다. 농민들은 6·25 발발 두 달 전에 자기 소유의 땅을 분배받았다. 이 개혁이 대한민국 역사의 물줄기를 바꿨다. 전쟁이 터졌을 때 남한 농민들은 "공짜로 땅을 나눠준다"는 공산당의 선동에 넘어가지 않았다. 이미 '내 돈을 내고 산 내 땅'이 있었기 때문이다. 농지개혁을 통해 경작지의 95.7%가 자작지로 변했다. 지주-소작 계급의 소멸은 빈부격차에 따른 계급 갈등을 불식시켰고, 누구나 노력하면 당대에 신분 상승이 가능한 역동적인 사회를 만들었다. 그 결과 한국 특유의 '캔 두 스피릿(Can do spirit)'이 탄생한 것이다. 북한의 토지개혁이 농민을 노예화하며 '대동강의 비극'으로 끝날 때, 남한의 농지개혁은 '한강의 기적'을 일구는 가장 강력한 하부 구조가 된 것이다. ◆아르헨티나 찜 쪄 먹을 포퓰리즘 왕국 대한민국 오늘날 한국 사회는 '공짜' 망령에 시달리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명분으로 2020년 5월 헌정사상 최초로 전 국민에게 현금을 지급한 이후, 한국 정치는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돈을 뿌리는 경쟁의 장으로 변질되었다. 최근에는 고유가 피해지원금이나 뭐라나 하는 명목으로 현금 살포를 시작했다. 국민에게 나눠주는 현금은 하늘에서 거저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때마다 국가는 빚을 내서 해결했다. 덕분에 2019년 723조 원이었던 국가 채무는 불과 몇 년 사이 1,300조 원을 돌파하며 GDP 대비 49%라는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 많은 경제학자가 경고했듯이, 시중에 풀린 막대한 현금은 고물가와 고금리의 직격탄으로 우리 사회를 강타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정부가 지급해야 할 국고채 이자가 연간 30조 원을 넘어섰다는 사실이다. 이는 국가의 미래 성장 동력인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 전체보다 큰 규모다.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할 소중한 자산이 과거에 뿌린 공짜 돈의 이자를 갚는 데 소모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민 1인당 짊어진 나랏빚은 약 2,524만 원. 우리 아이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2,500만 원의 빚을 지고 시작하며, 소득의 상당 부분을 부모 세대에게 나눠준 현금 살포의 뒷수습에 쏟아 부어야 할 판이다. 우리의 부모 세대는 자식들에게 더 좋은 나라 물려주기 위해 졸린 눈 비벼가며 일하고, 허리띠 졸라매고 살았다. 현재 세대는 자식들 죽든 말든 신나게 빚내서 즐기면서, 그 부채를 자식 세대에게 떠넘기고 있다. 이것은 복지가 아니라 '미래 세대에 대한 약탈'이다. 과거에는 아르헨티나와 그리스를 손가락질 했는데, 이제는 한국이 두 나라 찜 쪄 먹을 포풀리즘의 마왕으로 등극했다. 역사학자 니얼 퍼거슨은 국가 위기 시 무분별하게 화폐를 발행하고 살포하는 행위는 국가 신뢰도를 파괴하고 경제적 예속을 가져온다고 경고했다. 1946년 북한 농민들은 "땅을 공짜로 준다"는 말에 환호하여 자신들의 자유를 국가에 저당 잡혔고, 그 대가는 대대손손 이어지는 노예의 삶이었다. 오늘날 우리가 통장에 꽂히는 공짜 현금에 환호하는 사이, 스스로를 정부 보조금 없이는 살 수 없는 '수동적 존재'로 전락시키고 있다. 1,300조 원의 국가 부채는 현재 세대가 후대의 미래를 가불해서 쓴 탐욕의 결과물이다. 공짜 좋아하다 노예로 전락했던 북한의 비극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2040년대 대한민국이 맞을 수도 있는 예고된 파산이다. 국민들은 깨달아야 한다. 국가가 주는 공짜 선물 뒤에는 반드시 세대와 국가를 파괴하는 날카로운 칼날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펜앤드마이크 대기자

    2026-05-04 14:00:00

  • [사설] 친여 정당도 반대 '조작기소 특검법', 청와대 입장은 뭔가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조작기소 특검법'에 대한 반대 여론이 거세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정당들조차 동의하지 않고 있다. 정의당은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고, 조국혁신당과 진보당도 신중론을 펴며 유보적 태도를 보인다. 법안의 취지와 구조에 삼권분립(三權分立)과 법치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문제가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정의당은 1일 "공소 취소 길 내는 특검법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민주당의 특검법을 두고 "수사 대상 사건들이 이재명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것들이 대부분"이라며 "이 법은 해당 사건들의 공소 유지 권한을 특검에 부여하여 사실상 공소 취소의 길을 열었다. 이 법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의당의 비판은 핵심을 짚었다. 민주당 법안은 이 대통령이 자신과 직간접으로 관련된 사건의 공소(公訴) 취소 권한을 가진 특별검사를 임명하는 형태가 된다. 이는 행정부 수반(首班)이 사법 절차의 존속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삼권분립의 근간을 흔든다. 권력분립은 민주주의 유지를 위한 안전장치다. 입법 권력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다. 수사 대상 대부분이 대통령 본인 사건과 직결돼 있는 상황에서, 이 법안은 '사익(私益)을 위한 입법'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정의당이 "대통령 엄호 목적의 특검 남용"이라고 규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법은 누구에게나 공정해야 하며, 특히 권력자에겐 더욱 엄격해야 한다. 그게 법치주의(法治主義)의 원칙이다. 사회적 공감대는커녕 최소의 정치적 협의도 없이 법안을 밀어붙이는 것은 국민을 우습게 여기는 행태다. 특히 청와대의 침묵(沈默)은 이해하기 어렵다. 법안의 최대 수혜자로 지목되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은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민주당이 '재판중지법'을 추진할 당시 이 대통령은 '무리하게 하지 말라'고 했는데, 이번에는 청와대가 '별다른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임명한 특검이 '대통령 피고인'에 대한 공소를 취소하면,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까.

    2026-05-04 05:00:00

  • [사설] 경기 호전 전망과 현실의 괴리, 반도체 착시 걷어내야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중동 긴장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한때 배럴당 120달러 선까지 치솟았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전반을 뒤흔들 충격이다. 한국은행 경제심리지수(ESI)는 두 달 연속 하락해 91.7까지 떨어지며 얼어붙은 체감경기를 보여주는데 코스피는 전쟁이 무색할 정도로 치솟는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20여 년 만에 최고치에 근접했지만 동행지수는 겨우 기준선을 회복하며, 격차는 금융위기 직후 이후 최대가 됐다. 경제 회복 신호는 강한데 실물경제는 우울하다. 극단적 괴리(乖離) 현상의 대표적 원인은 반도체다. 올해 1분기 제조업 생산은 3.0% 증가했지만, 반도체를 제외하면 0.2%에 그친다. 수출도 반도체 중심으로 30% 이상 증가가 예상된다. 시장은 경제 전반의 회복을 기대하지만 실상은 성장의 열매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지 않는 구조, 즉 '반도체 하나로 버티는 경제'다. 바로 'K자형 성장'이다. 금융·보험업은 성장했지만 숙박·음식점업과 예술·여가 서비스 등은 뒷걸음질쳤다. 생산과 소비, 수출과 내수, 자산과 노동 사이의 격차가 벌어진다. 반도체는 고부가 산업이지만 고용유발 효과는 제한적이다. 대다수 가계(家計)는 고물가와 고용 둔화 압박에 시달린다. 에너지 가격은 격차를 더 키운다.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는 곧바로 생산비와 물가로 전이되는데, 같은 유가 상승에도 체감 온도 차는 훨씬 커진다. 이런 괴리로 인한 정책 판단의 왜곡(歪曲)이 우려스럽다. 선행지수 상승과 증시 호황은 경기 회복 신호로 보이지만 에너지 비용 상승, 내수 위축, 산업 편중 등 불균형은 쌓여만 간다. 중동 리스크 장기화에 금리 인상이 겹치면 경기 회복은 희망 고문에 그칠 공산이 높다. 반도체와 인공지능이 이끄는 고성장 축과 에너지 비용과 내수 부진이 짓누르는 저성장 축의 간극은 벌어진다. 한국은행은 물가와 자산시장 과열을 의식해 금리 동결을 유지하는데 정부는 추경과 지원금으로 유동성 보강에 나선다. 엇갈린 정책 신호는 시장의 착시(錯視)를 증폭시켜 괴리만 키울 수 있다.

    2026-05-04 05:00:00

  • [사설] "불법 대부 안 갚아도 된다", 법은 있지만 적용 미진한 게 문제

    이재명 대통령은 3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법정 허용치를 초과하는 불법 대부는 무효다. 즉 갚지 않아도 무방하다"는 글을 올렸다. 최근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 간소화 등 문턱을 낮추는 내용의 대부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통과한 것과 관련해 불법 사금융의 피해를 근절(根絶)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에 따르면 연 60%를 넘는 대부계약은 원금도, 이자도 모두 무효다. 앞서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법은 이미 피해자 편에 서 있다"며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를 독려했다. 불법 사금융에 대한 규제는 이미 있었다. 이자제한법, 대부업법, 채권추심법이 만들어진 지 수십 년이다. 법정(法定) 최고 금리는 연 20%로 묶여 있다. 그 이상은 불법이고, 원칙적으로 무효다. 그런데도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는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었다. 지난해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 건수는 1만7천538건으로, 지난 2012년 신고센터 설치 이후 가장 많았고, 2019년 이후 6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법이 있는데도 피해가 근절되지 않았다면 '법이 없어서'가 아니라 '법이 지켜줄 것'이라는 신뢰가 없었기 때문으로 봐야 한다. 이 대통령의 SNS를 통한 정책 전달은 이제 낯설지 않다. 대통령의 SNS 발언으로 불법 사금융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끌 수 있게 된 건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대통령의 SNS 한 줄이 채무자에게 희망이 되기도 하겠지만, 대통령 말을 믿고 '불법이니 안 갚겠다'고 맞서다가 더 심한 보복에 노출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신분·신변 보호 등 실질적인 보복 차단 체계가 함께 작동하지 않으면 개정안도 의미를 잃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신고 창구가 있어도 신고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보복이 두려워서다. 신고 이후 보복 추심(推尋)이나 신변 위협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 신고 대비 수사 의뢰 비율이 3.3%에 불과하다는 통계도 있는 만큼 수사로 이어지는 연결 비율 및 속도도 강화해야 한다. 정책은 SNS가 아니라 적용에서 완성된다.

    2026-05-04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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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7000선을 돌파하며 급등세를 보이는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의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는 시스템 오류로 접속 ...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항소심을 담당했던 신종오 서울고법 판사가 6일 법원 근처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으며, 유서에는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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