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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63>이육사, 아름다운 이름이야말로 무궁한 수명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63>이육사, 아름다운 이름이야말로 무궁한 수명

    '육사 이선생상'으로 표제를 쓰고 '산정(山丁) 등하(鐙下) 모병기(摹幷記)'라고 한 서세옥의 스케치풍 이육사(1904~1944) 초상화다. 사진을 보고 그려 '베낄 모(摹)'라고 했다. 흑백의 사진만으로도, '이육사'라는 이름만으로도 마음의 온도가 높아지지만, 단 한 붓도 허투루하지 않는 청량하고 적확한 수묵 초상화도 각별하다. 서세옥의 타고난 재(才)와 닦아서 얻어진 능(能)이 조화로운 솜씨이다. 나이 차가 불과 25년인 두 분은 청년기를 대구에서 보냈다. 서세옥은 대구의 한학자 집안에서 태어나 해방 후 서울로 진학해 동양화를 전공했다. 이육사는 안동시 도산면에서 태어나 1920년 17세 때 가족이 모두 대구로 이사 왔다. 당시 대구의 거장 석재(石齋) 서병오에게 6형제가 모두 서화를 배웠다. 그중 셋째 두인(斗人) 이원일(1906~1955)은 1922년 서병오가 창립한 교남시서화연구회에서 서화가로 활동한다. 육사도 서예를 잘 했고 묵란에 솜씨가 있었다. 이육사가 걸었던 대구의 길들을 다니며 자란 서세옥이라 육사의 찬란한 생애에 더욱 감정이 이입됐을 것 같다. '이육사'는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파사건(1927년)으로 1년 7개월간 수감됐을 때 대구형무소 수인번호 '264'에서 나왔다. 본명은 이원록(李源祿)이고, 이활(李活)이라는 필명도 사용했다. 대구이육사(大邱二六四), 이육사(二六四), 육사(六四), 육사(戮史), 육사(肉瀉), 육사(陸史)로 자신을 나타냈다. '죽일 육(戮)'의 육사는 치욕의 시대를 항일투쟁으로 일관한 그가 끝내는 중국 북경의 일본제국 총영사관 감옥에서 순국한 불굴의 이름이다. '고기 육(肉)', '쏟을 사(瀉)'의 육사는 살점이 뜯겨 나가는 혹독한 고문에도 의지를 꺾지 않았던 강인한 이름이다. '뭍, 육지, 언덕 육(陸)'의 육사(陸史)는 39년 짧은 생애 동안 17번이나 체포, 투옥됐던 불꽃같은 삶 속에서도 시인이기를 멈추지 않았던 역사에 우뚝한 이름이다. 아름다운 이름이야말로 불멸의 무궁한 수명이다. 명시무궁수(名是無窮壽)! 시인 이육사는 아름다운 서정과 강인한 의지가 담긴 시로 암울한 현실 속의 우리 민족에게 희망을 전해줬다. 〈strong〉지금 눈 내리고 /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strong〉 〈strong〉다시 천고의 뒤에 /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strong〉 대구의 미술사연구자

    2026-09-23 09:18:55

  • [사설3] 대미투자 2천억달러, 첫 사업부터 기준 흐려선 안돼

    정부가 2천억달러 규모 대미 전략투자의 첫 사업으로 미국 텍사스주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한다. 총사업비는 223억달러 규모다. 1.4GW 규모 가스터빈 발전소를 짓고 수요와 경제성을 확인한 뒤에 4.9GW 복합화력 설비를 증설한다. 지난해 한미 관세협상에서 약속한 대미 투자가 실제 사업 단계에 들어서는 만큼 명확한 투자 원칙을 세우는 첫 시험대다. 정부가 내세운 기준은 '상업적 합리성'이다. 엔시날 사업은 20년간 432억9천만~454억300만달러 수입을 거둬 원리금(元利金)을 충분히 회수할 수 있다고 정부는 자신한다. 그러나 발전소 전체 매출인지, 비용·세금·금융비용을 제외한 현금흐름인지, 한국의 몫이 얼마인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특히 수익성의 핵심 전제인 장기 전력구매계약(PPA)이 미확보 상태다. 정부는 2027년 체결이 목표라지만 장기간 구매할 기업은 확정되지 않았고 미국 정부로부터 계약 체결 확약(確約)도 받지 못했다. 정부 보고서도 '데이터센터 입주 기업 미확보'와 '외부 전력 수요처 부재'를 위험 요인으로 적시했다. 누가 얼마에 사줄지도 모르는데 정부는 20년 예상 수입을 제시한 셈이다. 더구나 비공개 국회 보고 뒤 한국이 건설자금을 전액 부담하면서도 미국 측이 초기 50%, 장기적으로 90% 지분을 요구했다는 전언까지 나와 투자구조의 공정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정부는 대형 원전 8기 건설과 알래스카 LNG 개발도 검토하고 있다. 원전의 경우 당초 20% 안팎이던 웨스팅하우스 지분 확보 목표가 5~10% 수준으로 낮아졌고, 원전 8기 중 2기에 한국형 APR1400을 적용하는 방안도 미합의다. 알래스카 LNG는 막대한 초기 투자비와 불확실한 수익성 때문에 정부 스스로 '하이리스크 사업'으로 평가해왔다. 곳곳에 지뢰밭마냥 위험 요소가 깔려있는데, 두루뭉술하게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장관의 말로 투자 리스크를 상쇄(相殺)할 수는 없다. 첫 단추를 잘못 꿰면 이후 원전과 LNG를 비롯한 대규모 투자도 마냥 끌려다니게 된다.

    2026-09-23 05:00:00

  • [사설2] 대북제재 해제로 북한 핵 고도화 막을 수 있다는 건 환상

    미국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대북제재와 북한의 추가 핵·미사일 개발(핵무기 및 대륙간탄도미사일 기술 개발) 중단을 맞바꾸는 방안(方案)을 제시했다. 남북관계 개선을 추진하려는 이 대통령의 고뇌(苦惱)는 이해한다. 하지만 그런 방안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중단과 한반도 핵전쟁 위기 감소로 이어질지는 매우 의문이다. 북한은 1956년 소련과 원자력 협정을 시작으로 영변 연구단지를 조성하며 핵개발에 나섰다. 1985년 소련과 경수로 지원 협상 과정에서 NPT(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하며 핵개발을 중단하는 듯했으나 비밀리에 개발을 이어갔고, 1993년 IAEA 사찰 요구에 반발해 NPT 탈퇴를 선언했다(1차 북핵위기). 이후 핵 동결(凍結) 조건으로 경수로 및 중유를 제공하는 북미간 제네바 합의를 체결했으나 2002년 농축우라늄 개발 의혹으로 파기되었고(2차 북핵위기), 2005년 핵보유를 공식 선언했다. 북한은 9·19 공동성명, 냉각탑 폭파,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등 평화쇼를 연출하면서도 핵실험과 고도화(高度化)를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2017년 ICBM 발사 후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현재도 핵무기 운용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과거 김대중 정부는 햇볕정책을 바탕으로 대화와 경제 협력을 통해 북한의 개방과 비핵화를 이끌어내고자 했다. 그러나 이는 북한에 핵개발 시간을 벌어주는 결과를 초래했다. 한국과 미국의 선의(善意)와 합리적 판단에 근거한 포용 정책이 북한의 핵 무장을 억제하지 못한다는 것은 이미 증명됐다. 양보와 평화정책이 오히려 한반도 안보 지형을 악화시켰다고 본다. 자금조달을 차단하는 대북제제는 북한의 핵무기 고도화에 부담을 주는 효과가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리 없으니, 고도화라도 막자며 대북제재를 풀고 대화를 재개하자는 것은 오히려 북한 핵무기 고도화에 날개를 달아줄 위험이 크다. 북한 핵 위협 차단은 대화 구걸이 아니라 굳건한 한미동맹과 전술핵 도입·자체 핵무장 등 강력한 억지력(抑止力)에서 출발해야 한다.

    2026-09-23 05:00:00

  • [사설1] 대법원장의 재제청 거부, '대결'이 아니라 '헌법 수호'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22일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구에 대해 "재제청 요청을 정당화할 구체적인 헌법적 근거와 사유를 찾을 수 없다"며 공식 거부 입장을 밝혔다. 이에 청와대는 즉각 깊은 유감을 표하며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노태악 전 대법관이 퇴임한 지 6개월이 지났고, 대법관 1인당 연간 3천500~4천600건의 사건을 처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백이 길어지면 국민의 신속한 재판받을 권리 침해가 이어진다는 지적을 앞세웠다. 그런데 이는 '지연(遲延)의 폐해'에 대한 설명일 뿐 대법원장의 거부가 위헌이라는 근거는 아니다. 본질을 흐려선 안 된다. 실제로 청와대는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대통령의 임명권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으로 헌법에 위배되는 인식"이라며 "제청하면 대통령이 그대로 임명해야 한다는 것은 대통령의 임명권을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이는 대법원장이 밝힌 거부의 근거와는 다른 얘기다. 대법원은 재제청을 요청하는 구체적인 사유와 그 헌법적 근거가 문서에 적혀 있지 않고 이를 정당화할 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 했을 뿐이다. 대법원이 문제 삼은 것은 제청권과 임명권의 우열(優劣)이 아니라 대통령이 제청을 반려·재제청 요구할 때에도 헌법이 요구하는 절차와 사유 명시라는 최소한의 형식을 갖췄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장의 거부는 '대통령과 각을 세우겠다'는 정치적 선택이 아니라 헌법기관으로서 법과 원칙에 근거해 법질서를 지키겠다는 당연한 대응이다. 다른 사람도 아닌 사법부 수장이 법적 근거가 결여된 요구를 수용한다면 헌법 정신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 된다.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은 정파적 이해관계나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흔들려서는 안 되는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堡壘)다. 대통령의 인사권이 중요하듯 대법원장의 독립된 제청권도 헌법에 보장된 권한이다. 근거 없는 재제청 요구에 대한 대법원장의 거부를 두고 본질을 호도하면서 마치 대법관 공백 장기화가 대법원 때문인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청와대가 취할 태도가 아니다.

    2026-09-23 05:00:00

  • [관풍루] 비무장지대(DMZ) 수색 작전 중 지뢰 추정 폭발 사고로 국군 간부 3명 부상, 합참은 폭발 원인 조사 중

    ○…김승원 의원의 법무장관 후보직 낙마로 '부실 검증' 책임론에 몰린 더불어민주당, "당은 탄원서 몰랐다"고 발뺌. "보면 볼수록 잘된 인사"라던 김민석 대표는 침묵 일관하며 '민생' 드라이브, 국민을 바보로 아나. ○…비무장지대(DMZ) 수색 작전 중 지뢰 추정 폭발 사고로 국군 간부 3명 부상, 합참은 폭발 원인 조사 중. 북한 지뢰로 확인된다면? 주야장천 대화만 외치는 정부라서 대응이 궁금. ○…지난해 10~40대의 사망 원인 1위가 자살, 10대에서는 자살률이 역대 가장 높은 수준. 살벌한 입시·취업 경쟁에 생계 스트레스로 병이 든 한국, 도대체 뭣이 중헌디.

    2026-09-23 05:00:00

  • [날씨] 9월 23일(수)

    [날씨] 9월 23일(수) "맑음"

    2026-09-22 18:41:59

  • [기고-오상국] 조직보다 중요한 건 문화정책 지속성

    [기고-오상국] 조직보다 중요한 건 문화정책 지속성

    대구 문화예술 행정이 큰 전환기를 맞고 있다. 지난 7월 대구시가 문화예술 분야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공공기관 조직 개편 방향을 발표하면서 조직 재편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번 개편은 대구 문화행정의 틀을 다시 짜는 변화다. 조직은 시대와 환경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변화가 현장과 시민의 삶에 어떤 성과를 만들어 내느냐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관의 수나 명칭이 아니다. 조직 개편이 지역 예술인의 창작 환경을 개선하고 시민의 문화 향유를 넓히며 대구 문화예술의 경쟁력을 높일 때 비로소 의미가 생긴다. 특히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사람과 사업을 실제로 재배치하는 실행 단계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새로운 조직의 역할과 권한 못지않게 기존 정책과 사업 가운데 무엇을 계승하고 발전시킬 것인지에 대한 원칙이 필요하다. 조직이 바뀔 때마다 정책까지 새롭게 출발한다면 현장은 축적보다 단절을 경험하게 된다. 문화행정에는 정책의 연속성과 현장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다. 해외 주요 문화도시에서도 정책의 지속성과 기관의 전문성은 중요한 원칙으로 여겨진다. 영국 예술위원회(Arts Council England)를 비롯해 베를린과 뉴욕의 문화예술 기관들도 전문성과 자율성을 바탕으로 문화 생태계를 형성해 왔다. 조직개편 이후 기관 간 협력도 중요하다. 문화예술 지원과 공연, 전시와 관광이 각자의 전문성을 살리면서도 시민과 예술인에게는 하나의 문화행정으로 느껴져야 한다. 조직을 나누는 것이 새로운 칸막이를 만드는 결과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전문성은 강화하되 기관 간 연결과 협력은 더욱 촘촘해져야 한다. 대구는 전문 공연장과 미술관, 시립예술단, 다양한 지역 예술인과 풍부한 문화 자산을 가진 도시다. 이제는 이러한 자산을 연결해 새로운 콘텐츠와 시민의 문화 경험으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 무엇보다 조직개편 과정에서 현장을 지켜온 직원들의 경험과 전문성이 존중돼야 한다. 문화예술의 경쟁력은 제도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무대와 전시장, 연습실에서 현장을 지켜온 예술인들의 경험도 소중한 자산이다. 그 전문성과 새로운 인재의 역량이 조화를 이루고, 공정한 인사와 안정적인 조직문화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제 대구 문화행정은 실제 운영으로 성과를 증명해야 한다. 축적된 정책과 전문성을 계승하면서 필요한 부분은 혁신하고, 기관 간 협력으로 시민과 예술인이 체감하는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대구시가 선택한 이번 변화가 현장에 안정적으로 뿌리내리기를 기대한다. 조직개편이 지역 예술인의 창작 기회 확대와 시민의 문화 향유, 대구 문화예술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면 문화행정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조직은 바뀔 수 있다. 그러나 문화정책의 철학과 현장에 대한 신뢰까지 함께 바뀌어서는 안 된다. 조직이 바뀌는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다시 작품을 만들고, 무대에 오르고, 전시를 준비한다. 그들의 시간이 정책의 변화 때문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이번 개편이 또 하나의 조직개편으로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과 전문성을 다음 단계로 이어가는 새로운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대구 문화도시의 미래는 조직의 형태에만 달려 있지 않다. 현장에 대한 신뢰와 정책의 지속성, 그리고 예술이 시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도시의 품격을 높이는 데 있다.

    2026-09-22 17:36:01

  • [정진호의 每日來日] AI 가분수, 특이점에서 넘어질까 두렵다

    [정진호의 每日來日] AI 가분수, 특이점에서 넘어질까 두렵다

    최근 깜짝 놀랄 만한 기사가 하나 눈에 띄었다. 유체역학의 오래된 난제인 나비에-스톡스 방정식에서 매끄러운 흐름이 유한시간 내 특이점에 이를 수 있음을, AI가 1만 개의 Agent를 병렬로 가동해 무려 1천300억 개의 토큰을 생산한 끝에 88시간 만에 풀어냈다는 것이다. 이런 기사를 읽고도 이게 대체 뭔 소리인가 갸우뚱할 분들을 위해 부연 설명하면, 박사학위를 소지한 1만 명 정도의 초일류급 연구원들을 모아서 서로 치열하게 토론시키면서 그들이 조사하고 검증하며 쏟아낸 1천300억 개의 결과물 조각들을 가공 편집한 끝에, 인간이 수십 년간 풀고자 노력했던 유체역학의 매우 어려운 문제를 AI가 가뿐하게 풀었다는 뜻이다. 평생 유체역학을 가르쳤고 요즘도 유동로에서 나비에-스톡스 방정식을 풀어 수소환원제철법 연구를 하는 사람인지라 관심이 쏠렸다. 귀가 번쩍했다. 아, 이놈들을 잘 이용하면 내 연구에 엄청난 속도를 낼 수 있겠구나. 이제 박사연구원 없이도 연구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게 아닌가? 과연 그런가? 순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와 동시에 AI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인류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는 경고성 보도와 함께 Open AI, 클로드, 딥 마인드 등 AI 개발자들 사이에서도 위기를 감지하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AI Agent들이 서로 모여서 모의하는 가운데, 초지능을 지닌 AI가 군집(swarm)을 이루어 자기들끼리 서로 이름을 지어 부르면서 인간이 하지 말라고 막아 놓은 경계를 넘나들며 비밀 회동을 하고 그것을 감추려고 흔적을 지워 가며 일을 했다는 것이다. 갑자기 이들을 Agent(스파이, 정보원)라고 부르는 이유가 타당하게 여겨진다. 스파이 영화에서 종종 보듯, CIA와 MI6, KGB나 이스라엘의 모사드 첩보 스파이들이 서로 자국의 안전보호를 넘어 자신의 생존을 위해 스스로 내통하고 정보를 주고받지 않던가? 창조주의 명령을 어기고 절대 먹지 말라고 경고했던 선악과를 따먹어 인류가 커다란 고통 가운데 빠져 버렸다는 성경의 메시지처럼, 이제 우리 인간이 창조한 AI가 그와 동일한 반란을 일으킬 조짐이 농후해졌다. 유체의 흐름은 태초의 신비에 속하는 현상이다. 시공간과 물질의 흐름 속에서 우주먼지들이 뭉치고 흩어지고 퍼져나가다가 어느 순간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 특이점을 향하는 현상조차 유체역학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을 둘러싼 모든 환경이 유체의 흐름 속에 놓여 있다. 물과 공기, 파도와 구름과 산들바람과 태풍과 같은 자연현상, 변기의 물 내림과 싱크대로 빨려 들어가는 수돗물, 공장의 굴뚝 연기와 공장 폐수와 자동차 배기가스와 지구 온난화를 가져온 이산화탄소의 순환과 온실효과, 그리고 마침내 인간의 이기심이 만들어낸 환경 파괴에 의해 빙하가 녹아내리고 산사태가 일어나 순식간에 고요히 자연 속에서 살아가던 네팔의 도시 마을을 휩쓸고 지나간 그 끔찍한 재앙조차 유체역학이다. AI의 발전 속도가 너무 빠르다. AI는 인간의 두뇌와 같은 역할이다. 어린아이가 태어날 때는 머리가 큰 가분수 형상이어서 뒤뚱뒤뚱 걷다가 잘 넘어진다. 그러나 정상적인 발육이 진행되고 몸이 무럭무럭 자라면 마침내 균형 잡힌 사람의 모습이 된다. 지금의 AI는 머리만 커지고 있다. 그것을 통제할 어떤 장치도 없이 핵무기보다 더 무서운 AI의 군집들이 서로 모여서 더 큰 머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리고 스스로 복제할 수 있는 AI 세상을 만들어 언제 인간을 공격하고 평정하게 될지 모를 뒷궁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괴물이 탄생하고 있다. 필자는 연초에 이미 "기술의 사춘기와 약한 영웅, 제3지대 AI 허브"라는 칼럼에서 그 경고를 했었다. 서로 마주 보고 달리는 폭주 기관차와 같은 미중 AI 패권전쟁 속에서, 그 폭주를 멈추게 하고 인류를 구원할 평화의 AI 허브를 우리 대한민국이 만들어야 한다고. 그 일을 할 수 있는 제3지대 AI 허브 국가는 대한민국밖에 없다고. AI가 특이점에 도달하기 전에 결단해야 한다. 파병을 하는 순간, 이 모든 기회가 사라진다. 그래서 주시한다.

    2026-09-22 14:30:00

  • [사설] 농지 전수조사 수습 나서면서도 '괴담 탓' 하는 정부·여당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을 세우고 농지 투기를 근절하겠다며 시작한 농지 전수조사가 농촌을 뒤흔들자, 정부·여당이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당정은 21일 상속·고령농의 농지와 관행적 임대차·휴경은 일률적으로 처분하지 않고, 자진 정비나 농지은행 위탁을 통해 정상화하기로 했다. 경미한 불법 전용(轉用)에도 사후 양성화 기회를 주고 특별조치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방향성은 옳다. 문제는 왜 이 대책이 이제 나왔냐는 것이다. 농촌 현실은 조사 시작 전부터 알 수 있었다. 고령화로 직접 농사를 짓지 못하는 농민이 늘고, 상속 농지와 관행적(慣行的) 임대차도 흔하다. 이런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불확실한 기준으로 전수조사부터 했으니, 농민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농지 거래가 끊기고 가격 급락, 지역 농협의 담보가치 하락까지 우려됐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전수조사 전보다 실거래 가격 하락 폭이 둔화했고, 거래 빈도는 오히려 늘었다"며 농촌의 고통을 외면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남 탓'을 하며 책임을 회피한다는 점이다. 여당은 농민들의 우려를 국민의힘의 '괴담'과 '선동' 탓으로 돌렸다. 그러나 정부·여당 스스로 이날 농촌의 관행적 위반을 구제하고 현행 농지 제도와 현실의 괴리(乖離)를 고치겠다고 대책을 내놓지 않았나. 제도가 현실과 맞지 않았다면 애초부터 이를 반영했어야 옳았다. 이제 와서 농민들의 불안을 정치적 선동의 결과로 돌리는 것은 정책 실패의 책임을 농민과 야당에 떠넘기는 행태다. 정부가 새로운 정책을 시행할 때는 예상 가능한 피해를 최대한 걸러내야 한다. 농지처럼 농민의 생계와 재산권이 걸린 사안이라면 더욱 그렇다. 투기는 엄단하되 생계형·관행적 위반은 구제한다는 원칙을 먼저 세우고 전수조사에 들어갔어야 했다. 이번 대책이 민심을 달래기 위한 미봉책(彌縫策)에 그쳐서는 안 된다. 정책의 허점은 농민 탓이 아니다. 농민에게 혼란을 안겨놓고 그 불만을 '괴담'이라 부르는 순간, 국민은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

    2026-09-22 05:00:00

  • [사설] 강훈식 비서실장 사의, '김현지 방탄'인가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21일 이재명 대통령에게 사의(辭意)를 표명했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지난주 회견에서 국정에 대한 국민의 시선을 자신의 부족함 탓으로 돌린 상황에서 비서실장으로서 종합적 책임을 지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참모가 책임을 지겠다고 나선 것 자체를 폄하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사의가 곧 해명은 아니다. 국민이 묻는 것은 누가 물러나느냐가 아니라 낙마한 김승원·용혜인 두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지, 그 과정에 공식 라인 밖의 힘이 작용했는지다. 우선 책임의 범위부터 모호하다. 특정 인사 실패 등에 한정하지 않고 국정 운영 전반에 대한 종합적 책임으로 설명했다. 강 실장은 김승원·용혜인을 포함한 6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발표한 당사자이고, 인사 검증과 추천을 총괄한 인사위원장이다. 인사 실패에 대한 책임이라면 그렇게 적시(摘示)하는 게 맞다. '전반'이라는 말에 인사 책임이 희석되면 무엇이 왜 잘못됐는지라는 핵심 질문에 대한 답은 얻지 못한다. 여기에 정치권에서 이 대통령 최측근인 이른바 경기·성남 라인의 인사 개입 의혹을 제기하고, 국민의힘은 김현지 제1부속실장의 개입 여부를 밝히라며 국정감사 출석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총무비서관이었던 김 실장은 강선우 당시 장관 후보자와 직접 통화한 사실이 확인됐고, '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는 김남국 당시 비서관 인사 청탁 문자 사태 때도 등장하는 등 인사 논란이 터질 때마다 거론됐다. 인사 검증의 핵심은 언제, 누가, 무엇을 알았고 누구에게 어디까지 보고했는가다. 진상(眞相)이 밝혀지지 않은 채 참모의 사의만으로 끝난다면 그것은 책임의 완결이 아니라 규명의 차단이다. 공식 인사 라인 수장의 사의로 일단락되고 김 실장을 둘러싼 의문이 설명 없이 넘어간다면 이 사의는 '방탄'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인사 검증 경로와 비공식 접촉 창구까지 밝히지 않는다면 이번 사태도 사람 한 명을 바꾸는 데 그칠 수 있다. 강 실장의 사의는 인사 실패의 끝이 아니라 진상 규명의 시작이 돼야 한다.

    2026-09-22 05:00:00

  • [사설] "잘된 인사" 김승원 옹위한 김민석·서영교 사과해야

    김승원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에도 불구하고, 각종 의혹이 추가되면서 파문(波紋)은 더욱 확산하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21일 김 전 후보자의 '탄원서'와 관련,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탄원서를 전달한 그날 더불어민주당은 청문보고서를 단독 채택했다"며 "정무수석이 탄원서를 뭉갠 게 아니라면 대통령과 민주당은 알면서도 임명을 강행하려 했던 것"이라고 했다. 또 그 사이 김승원은 탄원서 무마·은폐 작업에 나섰다고 폭로했다. 전직 보좌관들이 제출한 탄원서에는 성추행 및 은폐 의혹과 음주 후 상습 폭언, 추가 음주운전 적발 사실 등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민주당은 김 후보자가 사퇴한 지 하루 만인 20일 개헌 추진단을 띄우며, 그동안 김 후보자를 비호(庇護)해 온 책임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집권 여당으로서 국민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마저 망각한 것이다. 김 전 후보자의 경우 신약 로비, 주가조작 연루 논란, 경기도당 회계 부정 의혹, 가족 특혜 의혹 등이 불거졌지만, 민주당 김민석 대표는 "볼수록 잘된 인사"라면서 "(김 후보자를) 지킬 것"이라고 했다. 국회 법사위원장을 맡은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증인 0명' 청문회를 열고, 야당 질의 차단과 답변 가로채기를 하는가 하면, 김 후보자와 함께 눈시울을 붉히고 눈물을 닦으며 감정적 엄호(掩護)를 하기도 했다. 전대미문의 이번 인사 대참사는 청와대 인사 라인의 무능에다, 집권 여당인 민주당의 막무가내식 '내 식구 감싸기'가 초래한 국가적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 김 후보자가 사퇴한 이후에도,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살신성인의 본보기"라고 했고, 서영교 의원은 결단을 존중한다면서도 조작·표적 수사의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고 우겼다. 국민을 무시하는 오만(傲慢)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국민의 삶과 미래를 책임진 집권 여당이라면 국정 실패에 대해 겸허해야 한다.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와 함께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과(謝過)하는 것이 마땅하다. 계속되는 회피와 교만은 국민적 분노와 심판을 불러올 뿐이다.

    2026-09-22 05:00:00

  • [관풍루] 정부가 이달 말 종료 예정이던 유류세 인하를 2개월 더 연장

    ○…연봉이 1억 원을 웃도는 미성년 사업장 대표가 최근 5년간 연평균 21명에 달하고 이 가운데는 취학 전인 5세 이하도 포함됐다고. 부모나 조부모에게 물려받은 부동산 임대업자라는데… 우리 사회 불평등의 현주소. ○…"비쌀수록 잘 팔린다"는 명품 공식 깨져. 세계 최대 명품 그룹 LVMH의 주가는 올해 들어 약 35% 떨어졌고, 구찌는 12분기 연속 매출 감소를 기록. 고물가 시대가 본격 도래했다는 방증. ○…정부가 이달 말 종료 예정이던 유류세 인하를 2개월 더 연장하고, 추석 연휴 기간 고속도로 주유소의 기름값을 100원 추가 인하키로. 가뜩이나 고삐 풀린 韓 유류 소비 막을 길이 없네.

    2026-09-22 05:00:00

  • [날씨] 9월 22일(화)

    [날씨] 9월 22일(화) "맑음"

    2026-09-21 18:42:44

  • [김용삼의 근대사] 대마도 정벌은 완전 사기극

    [김용삼의 근대사] 대마도 정벌은 완전 사기극

    역사를 기억하고 기록하는 방식은 종종 우리가 보고 싶어 하는 것만을 취사선택하려는 집단적 유혹에 빠지곤 한다. 뼈아픈 패배와 부끄러운 상처는 축소하거나 은폐하고, 부분적인 승리와 영광은 거대하게 부풀린다. 그리고 이를 민족적 자긍심이라는 이름 아래 가둬 하나의 무결한 신화로 박제해 버리는 것이다. 1419년(세종 1년), 상왕 태종의 주도 아래 단행된, 이른바 '대마도 정벌(기해동정)' 역시 우리 역사 인식 속에서 오랫동안 신화의 자리를 차지해 왔다. 교과서와 대중 역사 서술 속에서 이 원정은 해동의 조선 왕조가 남방의 해적(왜구) 소굴을 일거에 평정하고 국위를 만방에 떨친 통쾌한 대승의 상징으로 소비되어 왔다. 그러나 역사적 사실을 추적해 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과는 완전 반대다. 정벌, 대승, 압승이 아니라 참혹한 패배였다. 『조선왕조실록』의 날것 그대로의 기록과 바다 건너의 상반된 사료들을 엄정하게 교차 검증하면 쉽게 알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국사학자들은 오랫동안 참혹한 군사적 실책과 지휘 체계의 붕괴, 험준한 이국의 산야에서 이름 없이 스러져간 수많은 병사들의 모습을 외면한 채 '정벌'로 도배질을 해 왔다. ◆조선 초 왜구의 준동 당시 조선을 둘러싼 해양 안보 환경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왜구는 오늘날 우리가 상상하듯 해안가 촌락을 털고 달아나는 좀도둑 무리가 아니었다. 왜구는 일본 남북조 내란기를 거치며 생존 기반을 잃은 하급 무사들이 주축이었다. 여기에 명나라 밀수 선단의 병사들, 고려·조선의 탈영병까지 뒤섞인 수만 명 규모의 다국적 무장 해적 집단이었다. 이들은 조운선을 탈취하여 국가 재정의 혈맥을 끊었고, 해안선 수십 리 안쪽을 초토화하며 백성들을 납치해 동남아 일대에 노예로 팔아넘겼다. 조선 조정은 울릉도 등지의 섬을 비우는 공도(空島) 정책과 해안선 농경지를 폐쇄하는 극단적인 청야 전술로 맞섰다. 이런 정책은 바다를 외면하고 대양의 통제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구조적 악순환을 낳았을 뿐이다. 이러한 위기 국면에서 1419년 5월, 왜구 함선 50여 척이 충청도 비인 현을 기습했다. 그들은 군선을 불태우고 황해도 해주와 연평도 일대를 유린했다. 그 후 중국 발해만 방면으로 북상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아들 세종에게 왕권을 넘기고 군사권만 틀어쥐고 있던 상왕 태종은 분노했다. 군사전문가였던 상왕 태종은 왜구의 주력 부대가 약탈을 위해 북쪽으로 출정하여 본거지가 비어 있는 순간을 절호의 기회로 판단했다. 상왕 태종은 빈집을 털듯 대마도 본거지를 기습 소탕하겠다는 야심 찬 기획 아래, 군선 227척과 1만 7천여 명에 달하는 대규모 원정군을 결성했다. 이것은 조선 왕조 500년을 통틀어 오직 자국의 독자적 결단과 기획에 의해 바다를 건너 타국 영토를 침공한 유일무이한 해외 군사 원정이었다. 음력 6월 20일, 이종무가 이끄는 원정 함대는 대마도 아소 만에 진입했다. 원정군은 포구에 정박해 있던 왜선 129척을 나포 및 소각하고 해안가의 가옥 1천900여 채를 불태우며 초반 기선을 제압했다. ◆상륙한 조선군, 궤멸적 참패 대마도 도주(島主) 소 사다모리(宗貞盛)를 비롯한 대마도 주민들이 산중으로 도주하자, 조선군은 초기 성과에 도취되어 승리를 낙관했다. 그러나 전황은 상륙 작전이 본격화되면서 궤멸적인 반전으로 치달았다. 음력 6월 26일, 좌군 절제사 박실이 이끄는 부대가 왜구 잔당을 소탕하기 위해 내륙의 험준한 산악 지대로 진격했다. 그러나 대마도 지형은 좁은 협곡과 가파른 암벽으로 이루어진 천혜의 요새였다. 지형 숙지도 없이 무모하게 산길 깊숙이 들어선 조선군은, 고지대에 매복해 있던 왜구들의 기습적인 포위 공격에 직면했다. 일본 사료에서 이른바 '누카다케(糠岳) 전투'로 기록된 이 격전의 참상은 참혹했다. 화살과 바위가 빗발치는 협곡 속에서 지휘 체계가 순식간에 붕괴하였다. 충청·전라·경상 삼도에서 차출된 최정예 무관이자, 수백 명의 병력을 이끌던 대대장급(편장·偏將) 7명이 현장에서 일시에 전사했다. 편장 7인의 동시 전사는 야전 지휘부의 붕괴를 의미했다. 설상가상으로 군을 수습해야 할 지휘관 박실은 부하들을 내팽개치고 가장 먼저 배로 달아났다. 퇴로가 끊기고 지휘 체계가 붕괴한 채 방치된 병사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그들은 가파른 절벽 아래로 굴러떨어져 추락사하거나 아소 만의 깊은 바다에 빠져 익사했다. 『세종실록』은 이날의 패배를 장교 7명과 병사 180여 명의 전사로 축약해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대마도 소(宗)씨 가문의 공식 기록인 『종씨가보(宗氏家譜)』와 일본 측 사료들은 전사한 조선군이 2천500명에서 3천명 이상에 달했다고 증언한다. 실록의 숫자가 군 상층부의 체면을 위해 은폐된 것이든, 일본 측 기록이 전과를 과장한 것이든, 분명한 사실은 조선군 최정예 부대가 복병에 걸려 괴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었다는 점이다. 패전의 충격 속에서 총사령관 이종무는 기상 악화와 태풍을 구실로 삼아 출병 채 보름도 되지 않은 7월 초, 함대를 거제도로 서둘러 회군시켰다. 이 원정이 과연 우리가 기억해 온 '정벌'이었는지는 회군 직후 조선 조정에서 벌어진 처벌 과정을 통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만약 왜구를 토벌하고 개선한 장수들이었다면 성대한 승전보와 함께 논공행상이 뒤따라야 마땅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였다. 사헌부와 사간원의 대관들은 군령을 어기고 병사들을 무참히 죽게 만든 장수들을 극형에 처해야 한다며 연일 탄핵을 쏟아냈다. ◆원정군 총사령관·지휘관 유배형에 처해 그 결과 총사령관 이종무는 모든 관직과 훈작을 삭탈당한 채 경상도 창원으로 유배되었다. 적전 도주한 박실은 의금부에 하옥되어 모진 국문을 받은 뒤 비인 현의 노비로 전락할 뻔한 위기 속에서 유배형에 처해졌다. 뿐만이 아니었다. 그해 가을, 원정에서 돌아온 왜구들이 복수를 위해 재침략을 준비한다는 첩보가 전해졌다. 조정은 제2차 정벌을 논의했다. 그러나 1차 원정의 생지옥을 목격했던 병사들은 공포에 휩싸여 집단 탈영을 감행했다. 병조판서가 "무식한 백성들이 군법을 두려워하지 않고 도망치니 엄벌해야 한다"라고 탄식할 정도로 군 기강은 완전히 와해되었다. 결국 2차 정벌은 시도조차 하지 못한 채 무산되었다. 조선은 대마도 도주가 보내온 형식적인 복종 서한과 타협했다. 무역 특혜와 식량을 제공하는 선에서 사태를 봉합한 것이다. 군사적 결판이 아니라 외교적 미봉책으로 끝을 맺을 수밖에 없었다. 조선 역사 500년을 통틀어 자발적인 판단에 의해 군사력을 한반도 밖으로 투사한 최초의 전투는 이처럼 비참한 결말로 끝맺었다. 광해군 시절 강홍립 이하 1만여 명의 병력을 만주에 파병하여 누르하치 군과 싸운 사르후 전투는 조선군의 비참한 패전으로 끝났다. 효종 시절 두 차례 조선 조총수를 만주에 파병하여 전투를 벌인 사건은 우리 역사에서는 나선정벌로 기록되었다. 이때의 파병은 조선 정부 자의에 의한 파병이 아니라, 청나라에 등 떠밀려 어쩔 수 없이 파병한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엉망진창으로 패전하여 도망 나온 대마도 침공을 뻥튀겨 마치 장엄한 승리를 거둔 것처럼 분칠을 해놓은 것이다. 지금이라도 우리 역사의 제 모습을 찾아야 한다. 패배의 상처를 승전의 환각으로 둔갑시키는 것은 후대에게 '정신 승리'를 강요하는 사기극이나 다름없다. 뼈아픈 실책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왜 패배했는지를 복기하는 지성을 갖춘 민족만이 뼈아픈 기록 위에서 현실을 냉정하게 헤쳐 나갈 안보적 지혜를 구축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펜앤마이크 대기자

    2026-09-21 18:08:03

  • [매일춘추-임현락] 가을, 겸재의 시선으로 조선을 걷다

    [매일춘추-임현락] 가을, 겸재의 시선으로 조선을 걷다

    가을의 문턱, 대구 간송미술관으로 설레는 걸음을 옮긴다. 산지형을 살린 외관과 박석마당의 아름드리나무 기둥을 보며 부석사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이 품었던 풍경의 호흡을 떠올린다. 미술관 안으로 발을 디디면 동선은 자연스럽게 지하로 이어진다. 계단을 내려가 마주한 커다란 로비는 자연채광의 환한 여백으로 공간을 활짝 열어 놓았다. 간송(澗松)의 신념과 어우러진 소나무와 곳곳의 차경(借景)을 통해 자연을 품은 건축가 최문규의 안목이 탁월하다. 이번 전시는 '겸재 정선-조선의 눈으로 조선을 그리다'로, 간송 소장품과 삼성문화재단, 국립중앙박물관, 개인 컬렉터의 비장품까지 총 216점이 탄생 350주년을 기념해 모인 대규모 기획전이다. 전시실에서 조선의 시간과 마주하는 순간, 혼백처럼 살아 숨 쉬는 진경산수화의 향연에 숨이 멎는다. 한수주유(漢水舟遊)로 시작해 금강산 절경에 이르러 폭발하는 겸재의 붓질은 조선 산수의 형세와 흐름을 그만의 호흡으로 기막히게 그려냈다. 18세기, 조선 성리학은 우주와 인간의 본질을 주체적으로 사색하여 외래 사상을 '우리의 삶과 정신'으로 완벽하게 체화(體化)했다. 전시 마지막 벽면에 화성(畫聖)으로 추앙한 최완수 선생의 글귀처럼, 겸재 정선은 그 지적 자존감을 붓끝으로 실천하여 조선의 진짜 산천을 독창적 진경(眞景)으로 꽃피워냈다. 중국의 틀을 벗어나 조선 고유의 바탕과 주체적 아름다움의 선언이었다. 우리 그림을 강의할 때마다 진품을 볼 곳이 없어 항상 서울로 학생들을 보내곤 했다. 이제 영남의 독자들이 이곳에서 유감없이 마주하게 됐으니, 소외됐던 대구의 안목이 비로소 제 자리를 찾은 셈이다. 학창 시절 성북동 간송미술관 보화각(葆華閣)에서 공부할 당시 같은 전시가 열렸을 때, 관람객 행렬이 도로 너머까지 줄지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젠 외지에서도 많은 이들이 모여들고 있다. 문화로 나라를 지키던 '문화보국(文化保國)'의 정신이 이제 이곳 대구에서 새로운 문화적 기틀로 다시 피어나고 있다. 이 전시가 새삼 절박한 희망으로 다가오는 것은, 강대국의 패권 사이 우리 현실이 과거 조선의 격동기와 닮아 있다는 기시감 때문이다. 그러나 위기는 고유한 문화와 국가적 자존을 세울 절호의 기회다. 간송의 혜안과 후학들의 정성이 이리로 이끌었듯, 문화 유전자를 주체적으로 세울 준비는 바로 지금이다. 전시 오픈 행사에서 어떤 이가 말했다. "이런 전시는 50년 뒤 겸재 탄생 400주년에나 다시 볼 수 있겠군요." 50년 후면 우리는 세상에 없다. 이 시간을 어찌 놓칠 수 있겠는가. 마음속 작은 스케치북에 거장의 붓질을 따라 우리 산천의 흐름을 눈으로 그려 보라. 그 순간, 세상의 풍경이 다르게 보이고 문화의 유전자가 새롭게 피어날 것이다.

    2026-09-21 15:52:14

  • [화요초대석-김영수] 이재명 정부, 데드덕으로 가나

    [화요초대석-김영수] 이재명 정부, 데드덕으로 가나

    9·18 이재명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5월까지 60%대를 기록하던 대통령 지지율이 30%대까지 급전직하했다. 30%대 지지율이란 핵심 지지층마저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암 선고에 가까운 적신호다. 이런 지지율로는 국정 운영이 어렵다. 집권 1년을 겨우 넘겼는데 레임덕에 들어선 것이다. 지난 17일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책'보다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고 경고했다. 정책이 잘못이면 고치면 되지만, 신뢰가 무너진다는 건 아무리 잘해도 "쳐다보지 않겠다"는 뜻이다. 기자회견은 그 갈림길에서 던진 승부수였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보다는 낫다. 윤 전 대통령은 취임 2개월 만에 데드 크로스를 맞았다. 하지만 끝내 "지지율 올리는 꼼수 같은 건 쓸 줄도 모르고 체질에도 안 맞는다" "전광판 안 보고 뛰겠다"고 고집했다. 그러다 결국 12·3 비상계엄으로 자멸한 것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지지율이 왜 떨어졌을까? 많이 고심했다"고 고백했다. 또 "저의 부족 때문"이라고 반성했다. 지지율 급락을 솔직히 인정하고, 민심에 고개 숙인 것이다. 윤건영 의원도 "오늘 기자회견을 보니, 적잖이 마음이 놓인다"고 평가했다. 과연 그럴까? 먼저 이 대통령은 "연임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공소 취소와 관련해, 연임 개헌은 국민이 품은 큰 의혹 중 하나였다. 이 대통령은 이전에도 헌법상 연임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내놓은 적 있었다. 하지만 간접 화법이 아닌, 스스로 자신의 의지를 밝힌 건 처음이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가장 평가받을 점이다. 다만 효과가 반감했다. 지지율 하락에 떠밀린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연임이란 본래 헌법상 불가능한 평지풍파였을 뿐이다. 다음으로 공소 취소 문제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이 주도한 '조작기소 특검법'에서 공소 취소 조항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공소 취소는 이재명 정부가 사활을 걸고 추진해 온 과제다. 이재명 대통령 개인의 입장만 놓고 보면, 공소 취소는 대통령직을 걸 만큼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닉슨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도 똑같은 문제였다. 퇴임 후 감옥에 가야 한다면, 대통령이란 지위가 무슨 소용인가? 이 대통령은 검찰의 기소가 조작됐다고 주장한다. 조사도 하기 전에 특검의 명칭에 '조작기소'란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검찰의 조작기소는 아직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다. 오히려 국회 국정조사에서 '연어 술 파티'가 없었다는 게 드러났다. 대법원은 쌍방울이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방북 비용을 대납한 것도 사실로 판결했다. 국민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다. 코리아정보리서치의 지난 8월 6일 발표에 따르면, 국민 51.9%가 이 대통령의 재판 재개에 찬성했다. 반대는 44.1%였다. 이런 여론의 역풍을 우려해, 6·3 지방선거 전 통과시키려던 '조작기소 특검법'도 유보되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진상 규명'에 치중하겠다고 밝혔다. 즉, 공소 취소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것이다. 이렇게 불씨만 살려두면, 우회로는 많다. 대통령이 임명한 특검이 '조작' 사실을 밝히면, 사건 담당 검사와 재판관에게 압력을 가할 수 있다. 이론상 법무장관이 검찰총장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사면법을 개정하면 셀프 사면도 가능하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처음엔 단순한 건물 침입 범죄였다. 하지만 대통령이 사건 은폐에 집착하면서, 결국 닉슨의 정치적 운명이 되었다. 집권 후 지난 1년간, 이 대통령이 공소 취소에 기울인 노력도 '집착'에 가깝다. 사법부 독립이 위기에 빠져도 강행을 거듭했다. 운명이란 몰라서 빠지는 게 아니다. 대통령은 만인이 보고 있으니, 사방에서 호루라기를 분다. 이석연 전 국민통합위원장도 그중 하나였다. 하지만 당사자 귀엔 잘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데드덕이란 운명은 그렇게 온다. 피할 방법도 간단하다. 집착을 내려놓으면 된다. 그런데 그게 그토록 어렵다.

    2026-09-21 14:10:15

  • [사설] 의혹 부풀린 김승원 사퇴, 철저한 진상 규명 뒤따라야

    김승원 법무장관 후보자가 지명 20일 만인 지난 19일 자진 사퇴(辭退)했다. 김 후보자는 "민생과 정부의 성공을 위해 작은 부담도 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면서 18일 이재명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보고 결심을 굳혔다고 했다. 청와대 대변인은 "김 후보자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다. 김 후보자가 대의(大義)를 위해 장관직을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김 후보자의 전직 보좌진들이 작성한 탄원서가 17일 밤 청와대 등에 접수됐다는 뉴스가 뒤따랐다. 성추행 의혹과 무마 시도, 음주운전을 한 뒤 국회의원 회관으로 도망, 음주 후 폭언 등 각종 의혹(疑惑)들이 전해졌다. 김 후보자는 "탄원서 소문은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오류가 있다"고 했지만, 탄원서가 법무장관직 자진 사퇴의 결정적 이유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국회 법사위원장 등은 신약 로비, 주가조작, 국민을 대상으로 한 독약 임상시험, 인사청문회 위증 논란 등 각종 의혹에도 불구하고 17일 김 후보자의 청문보고서를 일방적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청와대와 교감 아래 임명 강행을 위한 수순이었다. 이 대통령 역시 18일 기자회견에서 김 후보자 임명 여부에 대해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국민의 눈높이를 고려해서 신중하게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 후보자의 추가 의혹에 대해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이 대통령이 임명 강행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고, 결국 자진 사퇴 '쇼'로 끝났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사실이라면 국민으로선 배신감(背信感)을 느낄 수밖에 없다. 오해(誤解)라면 청와대가 "확인하기 어렵다"며 발뺌할 것이 아니라, 전후 사실 관계를 국민 앞에 명확히 밝혀야 한다. 또 쏟아진 김 전 후보자의 의혹에 대해선 경찰 조사, 특검 등을 통해 진상을 철저히 규명한 뒤 마땅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법무장관직 사퇴로 김 전 후보자에 대한 범죄 혐의를 적당히 덮으려 한다면, 이재명 정부에 대한 국민 신뢰는 땅에 떨어질 것이다.

    2026-09-21 05:00:00

  • [사설] 방향은 옳고 과정만 잘못됐다는 대통령의 반성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지지율 하락과 국정 혼선에 대해 "모두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에 대한 존중심이 부족했다"고 했다. 책임을 인정하고 자세를 낮췄지만, 정책 방향은 옳았고 문제는 추진 방식과 소통이라고 끝내 강변(强辯)했다. 공소취소 논란의 경우 조작기소 특검법에서 특검이 기존 사건을 넘겨받아 처분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고, "연임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자신의 사건을 포함한 조작기소 의혹에 대해서는 특검을 통한 진상 규명 필요성을 거듭 주장했고, 임기 후 중단된 재판을 받겠느냐는 질문에도 명확하게 답하지 않았다. 논란을 끝내기에는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와 관련, 이 대통령은 "불완전성"을 인정하면서도 "어떤 과정으로 결정됐는지 세부적인 절차 내용은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누군가 결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업무보고 과제로 추진된 중요 금융정책이 논란을 일으켰는데 대통령조차 누가 어떤 검토와 판단을 거쳐 결정했는지 설명하지 못했다. 부동산 정책도 기존 기조(基調)를 바꾸겠다는 신호는 없었다. 대통령은 집값 불안의 원인으로 이전 정부의 공급 감소와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등을 거론하며 공급 확대와 기존 정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사과했고 일부 정책의 부족함도 인정했지만 공소취소 논란에는 자신의 재판이라는 핵심 질문을 남겼고, ETF에선 정책 결정 경위를 설명하지 못했으며, 부동산은 현 정부 시행착오보다 이전 정부와 서울시 책임이 먼저 등장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국정 기조 전환에 대한 전면적인 거부 선언"이라고 비판한 까닭이다. 대통령의 반성은 "모두 제 부족함"이라는 두루뭉술한 수사(修辭)에 갇혀 있다. 어떤 정책이 잘못됐고 누가 결정했으며 왜 사전 검증이 작동하지 않았는지가 빠졌다. 반복된 실패에도 방향은 옳았다고 고집하면 반성은 무의미할 뿐이다.

    2026-09-21 05:00:00

  • [사설] '듣고만 있었다'…경주시장은 경북의 지자체장 아닌가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석유공사 통합을 둘러싼 대구와 울산의 본사 유치전이 한창인 가운데 경북 경주시장의 처신(處身)이 논란이다. 울산시는 지난 17일 주낙영 경주시장이 김상욱 울산시장과 면담하며 에너지자원공사(가칭) 울산 유치에 공감하고 응원의 뜻을 밝혔다고 발표했다. 이후 논란이 일자 경주시는 사실이 확대 해석됐다며 수습에 나섰다. 시 관계자는 이튿날 "듣고만 있었는데 동의로 받아들였다니 당황스럽다"고 했고, 주 시장도 19일 "동의한 바도 없고, 입장 표명을 한 바도 없다"고 부인했다. 어느 쪽 말이 맞는지 가려내야 한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주 시장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울산 측 발표가 사실이라면 경북의 기초단체장인 경주시장이 대구 핵심 공공기관을 두고 경쟁 도시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본인 해명이 맞다 해도 마찬가지다. 울산시장이 자기 도시의 유치를 주장하는 자리에서 경북의 지자체장이 침묵하면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 활용할지는 불 보듯 뻔하다. 실제로 울산시장은 경주시가 뜻을 모아줘 감사하다고 했다. '듣고만 있었다'는 해명은 면죄부(免罪符)가 될 수 없다. 오히려 그 자리에서 선을 긋지 않았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경북도 행정부지사까지 지낸 인물이라 더욱 실망스럽다. 이후 대응도 이해하기 힘들다. 하지 않은 말이 발표되고 보도까지 됐다면 즉각 항의하고 정정을 요구하는 게 일반적이다. 반박도 하루이틀 뒤에야 나왔고, 정정 요구도 확인되지 않는다. 그 와중에 울산과 맺은 해오름동맹 협력을 위해 논란이 더 확대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논란 전날인 16일, 대구시의회는 성명을 내고 통합 공사 본사는 대구에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대구시도 통합의 중심은 가스공사여야 하고 본사도 대구에 두는 것이 타당하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 시도는 국회에 계류 중인 행정통합 특별법의 9월 통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대구경북의 중요한 현안임을 알면서도 침묵했다면 주 시장이 경북의 지자체장이 맞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2026-09-21 05:00:00

  • [관풍루] 이 대통령이 김성수 대법관 임명을 재가하면서 압박 가하는 가운데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인선을 둘러싼 청와대와 대법원의 '재제청' 갈등 23일째

    ○한국은행, 지난해 공공 부문 수지가 83조1천억원 적자를 기록하며 2007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고. 중앙정부 적자가 90조1천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이 결정적이라는데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여파. ○…이 대통령이 김성수 대법관 임명을 재가하면서 압박 가하는 가운데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인선을 둘러싼 청와대와 대법원의 '재제청' 갈등 23일째. '사법부 독립'은 유명무실 구호일 뿐. ○…N% 성과급 쟁취 후 자중지란에 빠진 삼성전자 노조. 직무 대행 논란 등 집행부 내부 갈등에 위원장 개인 회계 부정까지. 그러길래 '공존'과 '상생'이라는 노조 뿌리부터 챙겼어야지.

    2026-09-21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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