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환율 가세한 물가 불안, 당국은 "예의 주시하겠다" 한가한 소리만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4%로, 지난해 7월(2.6%) 이후 15개월 만에 최고치 기록을 깼다. 특히 축산물 5.3%, 수산물 5.9% 상승해 식탁 물가를 끌어올렸다. 농산물도 한 달 만에 상승세로 바뀌었다. 석유류는 4.8% 올라 지난 2월(6.3%) 이후 가장 많이 상승했다. 비교 기준인 지난해 10월엔 국제유가가 10% 이상 떨어졌던 탓에 기저효과(基底效果)로 상승세가 두드러졌고, 환율 영향도 컸다. 휘발유 기준 리터당 1천700원 이하인 주유소를 찾기 힘들 정도가 됐다. 기름값은 최근 4주 연속 상승인데, 환율과 국제유가 불안에 따라 오름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이후 서울과 경기도 규제 지역 전셋값이 한 달 새 2% 넘게 급등했다지만 지방 부동산은 아예 동면(冬眠) 상태로 접어들었다. 부동산과 건설에 돈이 돌지 않으니 지역 경제에 이른바 '돈맥경화'가 한층 가중되고 있다. 가뜩이나 위축된 내수를 더 웅크리게 만드는 요소는 환율이다. 지난달 원·달러 환율이 2% 넘게 오르자 수입 물가는 9개월 만에 최대 폭 상승을 기록했다. 특히 미국 증시 투자와 기업들의 해외 직접 투자 등 달러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환율은 한동안 고공 행진을 이어갈 조짐이다. 수출 기업들마저 환율 탓에 원재료 구매 가격이 5년 전에 비해 80%가량 급상승하자 예전과 같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통·철강·건설 분야 중소기업들의 잇따른 도산(倒産) 이후 거래처들의 도미노 파산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부는 10월 물가 상승에 대해 긴 연휴에 따른 여행 증가로 숙박·여행 등 서비스 가격과 농산물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갈수록 팍팍해지는 서민 가계의 어려움과 근본 원인을 읽어내지 못한 전형적인 탁상공론(卓上空論) 해답이다. 겨울철을 앞두고 환율 불안과 국제유가 상승이 이어지면서 물가 불안은 갈수록 가중될 전망이다. 간신히 살려낸 내수 회복의 불씨가 사라질 수도 있다. 예의 주시(銳意注視)하겠다는 당국의 대처는 공허하게 들린다.
2025-11-24 05:00:00
[사설] 내 편·네 편 갈라쳐 공직 사회 파괴할 '내란TF'
국무총리실은 지난 21일 '헌법 존중 정부 혁신 총괄 태스크포스'(내란 TF)를 출범시켰다. 공무원 75만 명을 대상으로 내란(內亂) 협조·참여 여부를 조사한다는 방침을 현실화시킨 것이다. 향후 25개 부처를 포함, 49개 중앙행정기관에 각각 10~50명 내외의 TF가 설치될 예정이다. 전체 TF 인원만 550여 명을 넘어서는 초대규모이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내란에 가담한 사람이 승진 명부에 이름을 올리는 등 문제가 제기됐다"고 했고, 앞서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달 14일 "내란은 발본색원(拔本塞源)해야 한다. 가담 정도가 극히 경미하더라도 가담·부역을 한 것이 사실이면 승진시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내란 TF 설치 목적이 공직자 인사와 직결된다는 것을 공언한 셈이다. 특검이 지난 5개월여 동안 수십 차례의 압수수색과 통신 영장 집행에도 찾지 못한 내란범을 TF가 찾아낼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래서 이재명 정부는 '극히 경미한 협조·가담'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이를 위해 내달 12일까지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승진(昇進)을 앞둔 공직 사회가 경쟁자 등을 대상으로 온갖 투서와 음해·공작이 난무하는 아수라장이 될 우려가 크다. 그도 그럴 것이 총괄 TF는 제보 센터와 관련, "익명성을 철저히 보장해, 제보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가 가해지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했다. 내란 혐의와 전혀 관계없는 공직자도 정부·여당에 비판적인 언사가 발견되면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니면 말고식' 투서(投書)도 쏟아질 것이다. 때문에 내란 TF의 진짜 목적은 공무원을 정치 성향에 따라 '내 편, 네 편'으로 갈라치기 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개인 휴대전화 조사는 '자발적 제출'을 유도하겠다면서도 "상당한 의혹이 있을 경우 비협조하면 대기 발령 또는 직위 해제 후 수사 의뢰도 고려하겠다"고 협박(脅迫)한다. 이것이 어떻게 헌법 존중이고 정부 혁신이란 말인가.
2025-11-24 05:00:00
[사설] 국민과 헤어지기로 작정한 쪽은 정부와 민주당 아닌가
국민의힘이 지난 22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이재명 정부 비판' 전국 순회 장외 집회에 돌입했다. 이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민과 헤어질 결심 한 국민의힘"이라고 비판했다. 지금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의 폭주야말로 국민은 안중(眼中)에 없는 태도일 것이다. 대장동 항소 포기는 대장동 일당이 차지한 7천800억원이 '범죄 수익금' 혐의가 짙음에도 검찰이 법무부의 압박 또는 눈치를 살펴 항소를 포기한 사건이다. 항소 포기로 대장동 일당은 떵떵거리며 살게 됐고, 대장동 사건으로 기소돼 있는 이재명 대통령 재판에도 크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항소 포기가 대통령실 의중(意中)이라는 국민적 의심이 커진 것이다. 이 사건은 검찰 수뇌부가 국민 편이 아니라 대장동 일당 편을 든 것이다. 거기에 검사와 검사장들이 반발하자 민주당은 "항명" "반란"이라며 인사 조치하거나 각종 법을 만들어 징계(懲戒)하고, 변호사 개업도 제한을 가하겠다고 한다. 민주당 역시 대장동 일당 편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법무부는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일조(一助)한 사람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榮轉)시키는 철면피 인사를 단행했다. 하긴 이미 민주당은 이른바 '이재명 변호사'들을 무더기로 공천해 국회의원 배지(박균택·양부남·김기표·김동아·이건태)를 달게 했다. 정부 출범 후에는 조원철 법제처장을 비롯해 대통령 변호인을 대통령실, 국정원, 금융감독원장, 주유엔 대사 등 차관, 청장급에 줄줄이 임명했다. 정부 직위와 월급을 대통령 변호인들에게 나눠 준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 검찰에 대장동 공소 취소를 압박하고, 대통령 사법 리스크를 뭉개기 위해 법 왜곡죄 제정, 공직선거법 개정, 재판 중지법, 배임죄 폐지, 대법관 증원을 위한 법원조직법 개정 등을 추진하려고 한다. 중앙행정기관 49곳에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를 설치해 공무원들을 조사해 내란 가담자를 색출하겠다고 한다. 국민과 헤어질 결심을 하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발상들이다.
2025-11-24 05:00:00
[관풍루] 이재명 대통령을 이 시대의 구원자라며 '이재명은 재림 예수인 듯'이라는 제목의 책이 출간돼 출판기념회까지 했다고.
○…김민석 총리, 이재명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 다음에는 노벨 평화상을 대한민국 국민이 받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말해. 대한민국 국민이 북한 김정일에 4억5천만달러 퍼준 김대중처럼 하면 되겠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민의힘과 조희대 사법부는 내란 종식을 방해하고 심지어 비호하고 있다"며 또다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강조. 내란특검 구속영장 기각률 41.7%로 무능을 과시하고 있으니…. ○…이재명 대통령을 이 시대의 구원자라며 '이재명은 재림 예수인 듯'이라는 제목의 책이 출간돼 출판기념회까지 했다고. 12개 혐의 5개 재판 받는 사람이 '재림 예수'? 예수님이 기겁하시겠군.
2025-11-24 05:00:00
2025-11-23 18:37:44
지난 칼럼에서 나는 기술 융복합 공연이 만들어낸 새로운 무대 감각을 이야기했다. 음악,영상,조명이 서로 얽히며 무대는 여러 감각이 복합되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그런데 그 한가운데서 연주하며 떠오른 질문이 있었다. 기술이 감각을 확장할 수 있다면, 감정도 확장할 수 있는가? AI는 감성적인 이미지와 음향을 만들고, 조명은 장면의 정서를 즉각적으로 구현한다. 관객은 그 안에서 감정을 느끼지만, 그것이 예술가의 감정이 건너간 것인지, 아니면 기술이 만든 감정의 패턴에 대한 반응인지 생각하게 된다. 이 질문 앞에서 떠오른 인물이 톨스토이다. 그는 '예술이란 무엇인가'에서 예술을 '감염(infection)'이라는 말로 설명했다. 예술가가 실제로 체험한 감정이 수용자에게 그대로 옮겨가는 일, 다시 말해 감정이 건너가는 사건이 예술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그는 감염을 단순한 비유로 보지 않았다. "감염이 없다면 그것은 예술이 아니다"라고 단정하며, 감염력의 강도를 예술의 유일한 가치 기준으로까지 봤다. 톨스토이는 감정의 독특성, 표현의 명료성, 그리고 예술가의 진실한 체험을 감염의 조건으로 제시했고, 특히 마지막을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 했다. 예술가가 강렬하게 경험한 감정일수록 관객은 그 감정을 이미 알고 있던 것처럼 받아들이며 예술가와 하나가 되는 순간을 경험한다. 이 기준에서 보면 기술과 AI가 만들어내는 감정은 다른 층위에 있다. AI는 기쁨이나 상실, 무대의 떨림 같은 실제 감정을 경험한 적이 없다. 따라서 AI가 생성하는 음악과 이미지는 정교한 조합일 수는 있어도 '감정의 원본'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기술이 만든 감정은 감염이 아니라, 감정처럼 보이는 패턴의 '모사'(imitation)에 가깝다. 그러나 기술을 사용하는 예술이 모두 감염에서 멀어지는 것은 아니다. 예술가가 자신의 체험을 영상·이미지·사운드로 확장해 표현하는 미디어아트는 오히려 감염을 넓히는 방식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매체가 아니라, 그 기술을 움직이는 주체가 실제 감정을 지닌 인간인가이다. AI가 겉보기만 감정처럼 만든다면, 기술을 쓰는 예술가와 감정을 흉내 내는 기술은 같다고 볼 수 없다. 무대는 앞으로 더 화려해지고 기술은 더 정교해질 것이다. 그러나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은 결국 예술가의 내면에서 시작된다. 그 작은 떨림이 객석의 누군가에게 건너가는 순간, 예술은 살아난다. 기술은 장면을 만들 수 있지만, 감정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 감정은 여전히 인간의 경험에서만 시작되고, 인간을 통해서만 전달된다. 그래서 예술은 사라지지 않는다. 기술이 아무리 앞서가도 관객을 움직이는 마지막 한 걸음은 인간의 몫이다. 연주자의 한 호흡, 작가의 한 문장, 예술가의 한 생이 만든 진동. 그 작은 진동이 누군가의 마음에 도달하는 그 순간, 예술은 기술을 넘어선다. 기술이 확장한 무대 위에서도 감정을 건너가게 하는 힘은 결국 사람이다.
2025-11-23 14:54:16
[사설] 정부 여당, 자랑하고 싶으면 대장동 범죄수익 환수나 하고 자랑하라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18일 정부의 론스타 소송 승소와 관련해 "국가 재정과 국민 세금을 지켜 낸 중대한 성과" "새 정부가 거둔 쾌거"라고 자랑했다. 그러더니 20일엔 "언제 한동훈 전 법무장관을 만나면 '취소 신청 잘하셨다'고 말씀드릴 생각"이라고 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이날 페이스북에 "론스타 승소 배경엔 한동훈 당시 법무장관의 소신 있는 결정이 있었다. 한 장관은 가능성을 믿고 취소 신청하기로 결정했다. 잘하신 일"이라고 썼다. 론스타 승소 후 이재명 정부의 '숟가락 얹기' '공 가로채기' 등 논란이 일자 진화(鎭火)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론스타 사태는 한국 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13년에 걸쳐 벌인 국제투자분쟁(ISDS)이다. 지난 2023년 한동훈 장관 시절 법무부는 '한국 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약 2억1천600만달러를 지급하라'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판정에 대해 취소 신청을 결정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선 이를 두고 '한동훈의 근거 없는 자신감' '승소 가능성 제로' '국고 축낸다' 식으로 비아냥대고 비난했다. 그런데 승소하자 갑자기 현 정부의 성과라며 자화자찬하다가 논공행상(論功行賞) 논란과 비난에 직면하면서 수습에 나선 모양새다. 잘한 건 잘했다 칭찬받아야 하고, 못한 건 비판과 지적을 받아야 한다. 론스타 승소는 잘한 것이고 항소 포기로 대장동 개발 비리 범죄수익을 환수할 수 없게 된 건 못한 것이다. 정작 론스타 배상금(이자 포함 여부 따라 2천800억~4천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시민 혈세 7천여억원(검찰 추징 기준)은 대장동 일당 손에 쥘 수 있게 해 놓곤 이전 정부가 소송해 막은 손실은 자신들의 공으로 돌리려고 하는 것은 후안무치(厚顔無恥)다. 이재명 정부는 전 정부의 공에 눈독 들이지 말고 현재 눈앞에 있는 국민 혈세를 환수해 국가 재정 손실을 막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그런 후에 "국가 재정과 국민 세금을 지켜 낸 중대한 성과"라고 자랑한다면 국민들은 박수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2025-11-21 05:00:00
[사설] 덩치 커질수록 늘어나는 기업 규제, 혁파 시급하다
저성장 늪에 빠진 한국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중소·중견기업 성장을 도모(圖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당연한 주장이지만 정책적·제도적 차별과 규제 탓에 성장을 돕기는커녕 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규제 거미줄에 걸리지 않기 위해 기업이 성장을 멈추는 '피터팬 증후군'을 해결해야 교착(膠着) 상태에 빠진 경제와 기업 성장의 물꼬를 틀 수 있다. 기업들은 덩치가 커질수록 규제는 늘고 지원은 준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한 기업이 중소기업을 졸업하면 규제가 57개에서 183개로 급증하고, 중견기업에서 대기업이 돼도 209개에서 최대 343개로 늘어난다. 결국 중견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의 회귀가 2020년 274개에서 2024년 574개로 2배 넘게 늘었다.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20일 기업 '스케일업 하이웨이'를 제안한 것은 이 같은 '역인센티브 구조'를 개선해야 경제 회복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계단식 규제' 철폐(撤廢)를 언급한 것과 같은 맥락(脈絡)이다. 차별적 지원·세제 혜택, 기업 규모별 차별 규제, 전략적 자본 부재 등으로 신생기업은 갈수록 줄고, 고성장 기업 비중은 차츰 낮아지며, 기업 수익성은 반토막 났다. 기업이 저수익·저투자의 악순환에 빠져 있다는 뜻인데, 결국 신규 투자 감소와 고용 둔화로 잠재성장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기업 성장 사다리를 마련하겠다고 밝혔고, 지난 8월 민관 성장 전략 태스크포스 회의를 열어 기업 규모별 차등(差等) 규제와 지원을 재검토하기로 했지만 아직 주목할 정책은 없다. 소멸위험지역 중견기업에 5년간 연구개발 예산 330억원을 지원한다는데, 산업통상부가 기대한 고용 창출 효과는 483명이다. 중견기업인들과 잇따라 만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중견기업 역할을 추켜세우며 정책금융, 세제 지원 등을 언급했지만 구체적 대안을 내놓지 않았다. 어영부영 시간만 보내다간 기업 성장판이 완전히 닫힐 수 있다.
2025-11-21 05:00:00
[사설] 대장동 항소 포기 관여 인물에 대장동 사건 맡기다니, 뭐 하자는 건가
법무부가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휘 선상에 있었던 박철우 대검찰청 반부패부장을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했다. 대검찰청 수뇌부의 항소 포기 결정에 "중앙지검의 의견이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한다"며 사퇴(辭退)한 정진우 전 서울중앙지검장 후임이며, 대장동 사건 공소 유지를 책임지게 됐다. 현재 그는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와 관련해 직권남용 등 혐의로 시민단체로부터 경찰에 고발돼 있다. 대장동 사건은 대장동 일당이 성남시 수뇌부 및 성남도시개발공사 고위직과 짜고 무려 7천800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 사건이다. 검찰은 1심 재판에서 공범들에게 추징금 7천814억원을 구형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배임 피해액을 특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473억원만 추징(追徵) 선고했다. 검찰의 구형과 거리가 먼 판결에 일선 검찰이 항소를 요구했지만 검찰 수뇌부가 항소를 막았다. 노만석 전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그 과정에서 법무부의 '선택지' 압력이 있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대장동과 관련해 1차로 지자체와 공기관이 범죄자들에게 수천억원을 몰아주었고, 2차로 검찰 수뇌부가 그 돈을 환수(還收)할 기회를 차단했고, 3차로 법무부가 범죄수익금으로 의심되는 수천억원을 환수할 기회를 차단한 과정에 관여한 인물을 대장동 사건을 책임지는 자리에 앉혔다. 공직자들이 범죄자들에게 유리한 일 또는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을 잇따라 행하고 있는 것이다. 법무부는 이번 인사 배경으로 '검찰 조직 안정'을 내세운다. 다수의 평검사들과 검사장들까지 항소 포기에 반발한 상황에서 대장동 항소 포기에 관여한 인물이 대장동 사건을 책임진다면 조직이 안정되겠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는 그 배경과 의도(意圖)를 국정조사나 특검으로 밝혀야 할 중대 사건이다. 수사를 받아야 할 사람에게 대장동 사건 공소 유지 책임을 맡기다니 무엇을 하자는 것인가. 검찰의 공소 유지가 제대로 될지 의문이다. 항소 포기 과정의 진실을 밝히기는커녕 묻으려 한다면 국민의 의심만 키울 뿐이다.
2025-11-21 05:00:00
[관풍루] 김민석 총리와 정성호 법무부장관…스스로 생각해도 낯 간지러웠나?
○…김민석 총리와 정성호 법무부 장관, 한국 정부의 대(對)론스타 소송 승소가 '이재명 정부의 성과'라고 한 지 이틀 만에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에게 "잘했다"는 입장 내놓아. 스스로 생각해도 낯간지러웠나?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기소된 나경원 의원 포함한 국민의힘 전신 자유한국당 지도부 전원 벌금형 선고받아 국민의힘 의원 6명은 의원직 유지. 국민의힘 의원들 배지 떼려던 기획 무산? ○…김건희 특검이 경기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과 관련해 김건희 여사의 오빠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영장 기각률은 34.8%로 집계. 실력도 없으면서 구속영장 마구 내질렀다는 얘기.
2025-11-21 05:00:00
2025-11-20 18:55:36
작가는 세인트팬크러스 역에서 파리행 열차 유로스타를 탔다. 열차가 바다 밑 터널 진입을 앞두고 애시포드 인터내셔널 역에 도착했을 때 70대 초반의 남자가 맞은편에 앉았다. 남자는 작가에게 자기는 지금 와이프가 호텔 방에 두고 온 신발을 찾으러 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와이프가 말렸지만 굳이 간다는 말도 덧붙였다. (대체 무슨 신발이길래?) 켄트의 노스다운스에 있는 자기 집까지 우체국에서 그것을 제대로 배달해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지 않는다는 말까지, 남자의 말은 거침이 없었고 표정은 단호했다. (특별한 사연이 깃든 신발 혹은 물질적 가치를 뛰어넘는 그 무엇의 표상이려나?) 이윽고 대체 어떤 신발이냐고 작가가 물었다. (이렇게나 늦게 질문한다고?) 남자는 한쪽에 굽을 추가한 의료용 신발인데 와이프의 한쪽 다리가 다른 쪽보다 짧다고 했다. (이토록 위해 주는 걸 보니 다리는 짧지만 생각은 엄청 긴 여자겠지?) 작가는 그럼 부인이 파리에서 켄트로 돌아갈 땐 어떤 신발을 신고 갔냐는 말을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작가는 사생활 침해가 될까봐 그랬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나는, 아니 우린 침략 수준이게?) 작가가 묻기도 전에 남자는 "그 신발이 아니면 와이프가 집 안을 오가는 소리를 들을 수 없다"고 했다. 바닥에 닿는 신발 특유의 소리 덕분에 아내의 동선을 파악할 수 있다고 부언했다. 와이프가 걱정이 돼서 그러는 거냐고 묻는 작가에게 남자는 와이프의 균형감각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다. 다만 아내가 그 신발을 신지 않고 다니는 통에 자신이 "도무지 긴장을 풀지 못"한다고 답했다. (이 남자야말로 파놉티콘 운용의 적임자가 아닐까?) 급기야 작가는 남자의 와이프가 일부러 신발을 호텔에 두고 온 것일지도 몰라, 속으로 중얼거렸다. (내 말이!) 위의 글은 데버라 리비의 생활자서전 3부작 중 둘째 권 '살림 비용'에 나오는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별난 사람의 별난 에피소드로 여겼던 이야기가 시간이 흘러 내가 몸담고 있는 현실과 접목되면서, 둘이 동색(同色)을 띠면서 전혀 별나지 않은 이야기로 변모했다. 끈끈하고 예민한 거미줄 같은 그것에 걸리면 좀체 벗어날 수 없다. 중요한 내용에서부터 단순한 안부에 이르기까지 모든 걸 카톡이란 이름으로 포장한 그것은 잰걸음으로 다가와 이쪽의 의중을 타진한다. 세상에서 가장 빠르고 은밀한 신발이지 않을까? 신발의 발신을 무시하거나 거부하는 객기를 부리다 내상을 입는 사람도 적지 않다. 카멜레온처럼 위장한 스팸까지 더하면 세상은 톡톡거리며 끄는 '신발 소리'로 가득하다. 우린 누구 할 것 없이 모두가 의료용 아니, '의도용 신발'을 신고 있다. 의도가 지나쳐 "도무지 긴장을 풀지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2025-11-20 13:51:58
[사설] 초유의 글로벌 인공지능(AI) 먹통 사태, 위험 확산 대비책 시급
18일 미국 기반 웹 인프라 기업 클라우드플레어에서 6시간가량 접속 장애가 발생해 챗GPT, 구글, 유튜브 등의 서비스가 중단됐다. AI 서비스뿐 아니라 글로벌 쇼핑·게임 플랫폼 접속이 불가능해져 '전 세계 AI가 동시에 멈춘 날'로 기록됐다. 클라우드플레어는 웹사이트 운영 인프라 기업인데,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20%가량을 소화한다. 서로 다른 회사가 다양한 기술을 사용하는데도 이들 서비스가 동시에 멈춰 선 까닭은 클라우드플레어의 글로벌 CDN(콘텐츠전송망) 오류 때문이다. 원거리의 방대(厖大)한 데이터를 지역 이용자에게 신속하게 전달하는 인터넷 핵심 기반이 마비된 것인데, 수많은 고속도로들이 공유하는 톨게이트의 기능이 멈춰 선 것으로 보면 된다. 수억 명이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되는데, 특정 업체 오류로 전 세계 동시다발 먹통 발생은 사실상 처음이다. '초연결(超連結)시대'로 불리는 현대 사회의 맹점(盲點)을 고스란히 드러낸 사건이다. 수많은 AI와 빅테크 기업들이 특정 연결망에 의존한 탓에 언제든 재발이 가능하다. AI 이용 불편 차원을 넘어 금융·쇼핑·검색·번역 등 일상 전반에 걸쳐 심각한 마비가 올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갈수록 AI 기반 사회로 전환 속도가 빨라지는데 이런 장애가 재발한다면 재앙 수준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AI 인프라를 전력·통신처럼 국가 사회기반시설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AI 기반 서비스 이용자의 폭발적 증가에도 인프라나 플랫폼이 미비하고, 안정성과 보안성 확보도 의문이다. 클라우드플레어는 트래픽 급증으로 인한 네트워크 장애로, 사이버 공격이나 해킹은 아니라고 했을 뿐 근본 문제는 밝히지 않았다. AI 확장성을 고려할 때 일시적 접속 장애는 대규모 마비 사태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고, 피해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정작 두려운 것은 근본 해결책이 요원(遙遠)하다는 사실이다. 데이터 분산과 다양한 접속망 구축 등이 거론되지만 비용이나 기술 문제로 현실성이 떨어진다. 초연결은 국경 없는 위험 확산과 동의어다.
2025-11-20 05:00:00
[사설] 산업화·정보화 선도 도시 구미, AI 혁명으로 거듭나길
삼성이 450조원 국내 투자 계획에 따라 삼성전자 구미1공장 부지에 대규모 AI(인공지능) 특화 데이터센터 건립 계획을 발표했다. 수조원이 투입될 이 사업은 이르면 내년 중 착공해 오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구미는 개발경제 시대 우리나라 전자산업의 발상지(發祥地)이며, 1990년대에는 '애니콜' 신화로 정보화를 선도했다. '한강의 기적'으로 불린 대한민국 산업화의 대표 도시였던 셈이다. 하지만 이후 주요 산업 생산 시설을 중국·베트남 등지로 이전하면서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이제 AI 시대를 맞아 삼성 데이터센터 건설로 새로운 성장 동력(成長動力)을 확보하게 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럽다. 삼성 AI 특화 데이터센터는 갤럭시 AI부터 반도체 설계, 스마트 가전, 경영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삼성그룹 전반의 AI 연산을 외부에 전적으로 의지하지 않고 자체 인프라로 해결하는 내부화(內部化)가 핵심이다. 세계적 기업인 삼성의 AI 심장이 구미에서 박동(搏動)하게 된다. 따라서 삼성 AI 데이터센터 건립은 단순한 시설 설치를 넘어 AI 모델 운영, 서버 아키텍처, 네트워크 보안 등 고도의 전문 기술을 갖춘 IT(정보기술) 인력의 대규모 유입(流入)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삼성이라는 확실한 수요처와 AI 관련 인프라를 활용하려는 AI 스타트업,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 등 관련 산업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조성될 가능성 또한 매우 높다. 구미의 산업 생태계가 질적(質的)으로 크게 발전할 기회를 맞게 되는 것이다. 한편 구미와 대구 주변은 중소기업 중심의 전통 제조업이 산업 기반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AI와 전통 제조업을 접목함으로써 전통 산업을 고부가가치 첨단산업으로 재탄생시킬 가능성이 높은 데다, 이 같은 융합은 지역의 산업 경쟁력 또한 크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AI 시대를 맞아 AI 혁명(革命)을 어떻게 대구·경북 차원에서 구현할 수 있을지에 대해 지방자치단체·대학·산업계·연구기관 등이 머리를 맞대야 할 때이다.
2025-11-20 05:00:00
[사설] '대장동 항소 포기' 총공세 중에 집안싸움, 한심한 국민의힘
국민의힘이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抗訴) 포기 외압 의혹과 관련해 정부·여당을 상대로 총공세를 펼치는 중요한 시기에 집안싸움으로 삐거덕거리고 있다. 당 윤리위원장 사퇴 논란이 계파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고, 재창당 수준의 쇄신 요구가 터져 나온 것이다. 국민의힘이 내분(內紛)으로 인해 10·15 부동산 대책,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등으로 야권에 유리한 정국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여러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더불어민주당 40% 안팎, 국민의힘 20%대 중반의 지지율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여론조사 업체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15~17일 2천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당 지지율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은 42.2%, 국민의힘은 39.6%로 나타났다. 업체에 따라 여론조사 결과가 다르며, 여론조사 결과가 '민심(民心)의 바로미터'는 아니다. 그러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와 부동산 대책 등 여권에 불리한 이슈들이 여론조사 결과에 반영(反映)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국민의힘이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등의 이슈들을 지지율 반전(反轉)의 기회로 만들려면, 원팀으로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러나 임기가 두 달밖에 남지 않은 여상원 윤리위원장이 최근 당에서 사퇴를 종용(慫慂)받았다고 밝히면서 당 내부가 시끄럽다. 장동혁 대표가 윤리위원장을 교체해 자신에게 비판적인 한동훈 전 대표 측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란 당 안팎의 지적 때문이다. 엄태영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SNS 대화방에 '구정 전에 당명을 바꾸고 재창당 수준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당내에선 장 대표의 '우리가 황교안' 발언 등 지도부의 '우향우' 행보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107석의 국민의힘이 기댈 곳은 민심밖에 없다. 정부와 거대 야당의 독주(獨走)를 견제하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당내 통합을 이루고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그 시작은 국민의 상식에 부합한 재창당 수준의 당 혁신이다.
2025-11-20 05:00:00
[관풍루] 대장동 항소는 포기했으니 역시 검찰은 강한 자에는 약하고 약한 자에게는 가혹.
○…'대장동 항소 포기'로 시민단체에 고발당한 박철우 대검 반부패부장, 사임한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 후임으로 임명돼. 항소 포기 과정에서 실무적으로 관여했다는데, 도둑놈 풀어 줘서 출세하셨군.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국회에서 야당 의원 질의에 고성으로 항의하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나서서 제지했다고. 내년 지방선거 출마(전남지사)를 염두에 둔 존재감 부각 퍼포먼스? ○…검찰, 강제 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깐부 할아버지' 배우 오영수 씨 항소심 공판 무죄 판결에 불복해 상고. 대장동 항소는 포기했으니 역시 검찰은 강한 자에는 약하고 약한 자에게는 가혹.
2025-11-20 05:00:00
2025-11-19 18:44:27
[기고-이상길] 대구 제조업, 지금이 산업 대전환의 골든타임이다
대구 제조업이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필자는 ㈜엑스코 사장과 경제단체에서 일하며 여러 기업 현장을 방문하고, 지역 제조업을 이끄는 기업인들과 자주 대화를 나눈다.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말은 "갈수록 버티기가 어렵다"는 절박한 호소다. 대구상공회의소가 금년 11월 지역 제조기업 302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도 이러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기업 10곳 중 8곳이 현재 생산하는 주력 제품이 이미 성숙기 또는 쇠퇴기에 접어들었다고 답했고, 향후 5년 내 경쟁력이 더 약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구 제조업의 한계는 구조적인 요인과 깊이 연결돼 있다. 지역 기업 대부분이 글로벌 완제품 경쟁보다는 대기업 공급망의 한 부분에 머무르면서 성장의 계단을 오를 기회가 제한되어 있다. 그러나 위기 속에서도 기회는 존재한다. 대구는 전통적으로 제조 기반이 탄탄한 도시다. 1970~80년대 섬유산업을 시작으로, 1990년대 이후 기계·금속·자동차부품, 전기·전자산업이 성장했고, 최근에는 의료·로봇산업이 발전하면서 폭넓은 산업 기반이 집적되어 있다. 이는 신산업 전환을 위한 강력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여기에 AI와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다면 지역 제조업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재편할 수 있다. 특히 로봇산업은 이미 전국적 경쟁력을 확보해 가고 있으며, 의료 인프라와 ICT 기반의 디지털 헬스케어산업도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자동차산업 역시 전동화·자율주행으로 산업 패러다임이 급전환되는 만큼, 모터·전장·센서 등 미래차 핵심 분야 중심으로 구조 재편이 시급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현실 인식'보다 '전환을 실행하는 용기'다. 기술 변화의 속도는 매우 빠르고, 글로벌 경쟁 환경은 이미 새로운 질서로 넘어가고 있다. 전환의 타이밍을 놓치면 뒤늦은 추격이 거의 불가능해진다. 대구 제조업이 새로운 성장 궤도를 만들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전략적 실행이 요구된다. 첫째, 신산업 전환을 촉진하는 산업정책이 강화돼야 한다. R&D 지원과 함께 미래차·로봇·의료기기 등 전략산업에 대한 특화 지원이 필요하며, 신사업 초기 리스크를 완화할 제도적 장치도 확대돼야 한다. 둘째, 디지털 전환 역량 강화가 핵심이다. AI·스마트공장·데이터 기반 생산체계 도입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다. 대구시와 정부는 디지털 전환 자금 지원과 전문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보다 체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셋째, 지역에 전략적 앵커 기업을 유치하고 산업 생태계를 재편해야 한다. 대기업·글로벌 기업 투자는 단순 공장 설립을 넘어 기술 이전, 협력 네트워크 확장, 고급 인력 유입 등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강력한 촉매제다. 넷째, 미래 신산업을 뒷받침할 전력망 등 기반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 특히 안정적 전력 공급은 AI·클라우드·반도체 등 디지털 기반 산업의 필수 요건이며, 전력망 확충 없이는 신산업 육성도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이러한 대안들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려면 대구시의 강력한 추진력과 중앙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대구 제조업은 위기 속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저력과 기반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미래차·로봇·의료기기·첨단소재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과감하게 전환한다면 지역 경제는 다시 도약할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대구 제조업이 첨단화와 산업 대전환을 이뤄야 할 골든타임이다. 지역의 모든 경제 주체가 변화의 흐름에 힘을 모아야 할 때다.
2025-11-19 17:30:25
1997년 도널드 드럼프는 뉴욕 맨해튼 북서쪽 어퍼 웨스트사이드의 콜럼버스 서클 인근에 신축 건물을 짓고는, 건물 주소를 뉴욕시에서 지정한 주소인 콜럼버스 서클 15번지에서 '센트럴파크 웨스트 1번지'로 바꾸어줄 것을 시에 요구한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할까? 뉴욕에서는 주소도 팔고 살 수 있다(2019년 기준 1만 1000달러). "지난 몇 년간 뉴욕 시의회에서 통과된 조례의 40퍼센트 이상이 도로명 변경에 관한 것이었다."고 시작하는 흥미로운 책 '주소 이야기'는 부제에 적힌 대로, 거리 이름에 담긴 부와 권력에 관한 탐색기이다. 저자가 책을 쓰게 된 계기, 즉 도로명 주소에 관해 흥미를 갖게 된 건 전 세계 대부분의 가구에 도로명 주소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부터였다. 주소 붙여주기는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빈곤 구제방법인데 주소가 신용거래와 투표권 행사를 용이하게 하고 세계 시장을 활성화시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주소가 빈민촌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알려주는 사례로 인도 콜카타를 언급하는 대목은 적절하다. 제대로 된 지도가 없는 아이티를 언급하면서 "전염병이 발생하는 곳은 지도도 없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국경없는의사회에서 환자의 주소를 적게 했는데 '망고나무에서 한 블록 아래'라고 적은 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라고. 프랑스대혁명 직후 일부 거리에는 새로운 이름이 생겼다. 빅토리아 톰슨이 말한 대로 파리는 도시 경관 자체가 "혁명에 관한 교리 문답서"가 될 터였다. 파리는 혁명가가 꿈꾼 새로운 도시가 되진 못했을지언정 프랑스혁명은 도로명 개정을 통해 새로운 이념을 과시하는 유행을 만들어냈다. 이처럼 전 세계 혁명 정부들이 집권과 동시에 거리 이름을 바꿨다. 멕시코에는 에밀리아노 사파타 이름을 딴 거리가 500여 개에 이르고 러시아에는 레닌 이름의 도로가 4000개가 넘는다. 중국은 거리 이름을 소수민족 지역을 감시하는 도구로 사용한다. 저자는 근대 초기 유럽 국가가 탄생하는 과정에는 '식별 가능한' 사회가 필수적이었고 시민들은 기록할 수 있는 이름과 주소가 있어야 했다고 전한다. 이처럼 집집마다 번호를 매기는 일은 거대한 근대국가 사업의 일환이었다. 번지의 역사에 관한 최고 전문가 안톤 탄트너에 따르면 "번지의 존재 이유는 사람들이 쉽게 길을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국가가 쉽게 사람들을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도로명 주소와 번지 주소의 차이를 설명하는 장에 등장하는 한국과 일본의 주소 체계. 서양인들은 도로에 집착하고 도로에 이름 붙이는 관행을 고집해온 반면 일본에선 오히려 지역, 즉 블록에 더 주목한다. 일본에 영향을 받은 한국 역시 2011년에 도로명 주소를 사용했으나 반발이 심했다면서 한국인들도 도시를 구획으로 읽고 있다는 증거라고 덧붙인다. 주소는 현대 사회에서 개인의 정체성이다. 주소를 통해 사람의 신원을 확인한다. 아이가 학교에 입학할 때, 투표할 때, 직업을 얻을 때, 은행 계좌를 만들 때 주소를 요구한다. "주소는 은행 직원이 우리 집을 방문할 때 쓰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간단히 말해 현대 사회에서 나의 주소는 곧 나다."(385쪽) 내가 40년 넘게 살던 서교동 집은 월드컵북로5길이라는 도로명 주소를 부여받았다. 서교동 자가가 평생의 자부심이던 내 아버지가 이 사실을 생전에 알았다면…. 영화평론가
2025-11-19 16:58:37
[기고-정용환] "K-과학자, 경북에서 피어나는 미래 투자"
대한민국은 세계가 놀랄 만큼 짧은 기간에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루었다. 이 성장의 이면에는 수많은 과학기술인의 헌신과 노력이 있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지금 저출산과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방은 소멸의 위기로 내몰리고 있으며, 국가의 성장 동력마저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상북도가 전국 최초로 시작한 'K-과학자' 사업은 단순히 지역의 위기를 극복하는 것을 넘어, 대한민국 전체에 적용될 수 있는 새로운 성장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경상북도의 'K-과학자' 사업은 은퇴한 고경력 과학자들의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활용하여 지역의 산업과 기술 발전을 주도하는 혁신적인 시도이다. 이는 '지방 소멸'이라는 거대한 문제에 맞서 싸우는 동시에, 지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경상북도의 깊은 고민과 지혜가 담겨 있다. 경상북도에 정주하며 국책사업 유치, 정책 및 기업 기술 자문, 과학 대중화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여, 지방의 만성적인 과학기술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2025년 7월, 경상북도는 원자력, AI,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의 석학 9명을 'K-과학자'로 위촉하며 사업의 첫발을 내디뎠다. 이들에게는 안정적인 연구 활동을 위한 'K-과학자마을'의 주거 공간과 함께 다양한 지원이 제공된다. 대한민국에는 경상북도보다 이 문제를 더욱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곳이 있다. 바로 '과학 도시'를 표방하는 대전이다. 대전에는 대덕연구단지를 중심으로 수많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이 밀집해 있으며, 수천 명의 은퇴 과학기술인들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수십 년간 쌓아온 지식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과학기술인들의 경험과 역량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것은 개인의 손실을 넘어 국가적 낭비다. 지식과 경험은 한 번 쌓이면 사라지지 않는 귀중한 자산이다. 은퇴한 과학자들이 자신의 연구를 계속하고 기업의 기술 자문을 지원하거나, 젊은 후학을 양성하는 데 기여하고 싶어도 마땅한 기회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고경력과학기술인연우총연합회'에는 1천 명이 넘는 고경력 과학기술인들이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지만, 이들의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는 제도나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경상북도가 가장 먼저 'K-과학자' 사업을 추진한 것은 미래에 대한 확실한 투자이자, 선구적인 첫걸음이다. 은퇴 과학자를 지역에 정착시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시도로서 '지방 소멸'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막을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K-과학자' 사업은 지역을 살리고 지방 소멸을 막을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경상북도에서 시작된 이 사업이 성공적인 모델로 발전하여 전국적으로 확산되기를 강력히 희망한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은퇴한 고경력 과학기술인을 활용하는 것은 단순한 인재 관리 정책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필수적인 전략이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고경력 과학자들을 모으고 이들의 지혜를 활용한다면, 지역의 특색에 맞는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고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K-과학자' 사업은 경상북도라는 한 지역의 성공을 넘어, 대한민국 전체의 미래를 여는 모델로 성장할 것이다. 정용환 경북연구원 K-과학자
2025-11-19 15:2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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