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헌재의 이진숙 제척 기준, 대법관 인선에도 적용해야
헌법재판소가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 제척(除斥) 의결 효력을 일부 정지했다. 재판관 9명 전원일치였다. 헌재는 직접 이해관계가 있거나 공정을 기할 수 없는 현저한 사유가 있는 사안에 한해 제척할 수 있을 뿐 감사 참여를 포괄적으로 제한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과방위는 국민의힘이 퇴장한 가운데 범여권 의원 전원 찬성으로 제척안을 의결했다. 헌재는 이 의결의 포괄성에 제동을 건 것이다. 물론 헌재의 이번 결정이 이 의원에 대한 면죄부는 아니다. 헌재는 방송통신위원장 재직 당시 의사결정에 참여한 사안과 본인 관련 형사사건 등 4개 범주에 대해서는 제척 효력을 유지했다. KBS 이사 추천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 등을 이 의원이 감사하는 것은 자기 결정을 스스로 평가하는 일이 될 수 있다. 이 의원은 마땅히 그 선을 지켜야 한다. 문제는 범위다. 제척의 기준은 출신 경력이 아니라 본인이 관여한 개별 사안이어야 한다. 경력만으로 제척이 가능해진다면 법조계 출신 의원은 법원 국감에, 군 출신 의원은 국방위 국감에 설 수 없다는 주장도 가능해진다. 국민의힘은 과방위가 구체적 사안을 특정하지 않은 채 방미통위·방미심위 감사와 종합감사에서 이 의원을 배제했다고 비판한다. 제척은 이해충돌을 차단하는 최소한의 장치여야지 국감 활동 자체를 무력화(無力化)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여권이 이해충돌을 이유로 감사 참여를 막겠다고 나섰다면 더 구조적인 이해충돌 문제에도 같은 문제의식을 보여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대법관 인선(人選)이다. 청와대가 1순위로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진 김민기 판사는 오영준 헌법재판관의 배우자다. 재판소원제 시행으로 대법원 확정판결이 헌재 심판 대상이 된 만큼 부부가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으로 같은 사건에 관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법조계에서 나온다. 국회의원의 이해충돌에 포괄적 제한이라는 잣대를 들이댔던 여권이 왜 이 문제엔 같은 기준을 적용하려 하지 않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2026-10-23 05:00:00
[사설] 돈 풀고 가격 누르는 정부, 한은 총재의 경고 새겨야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재정지출의 성장 효과가 제한적이고, 석유 최고가격제는 가격 왜곡과 재정 부담을 키울 수 있다며 정부 정책에 대한 소신(所信)을 밝혔다. 신 총재는 22일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3.00%로 동결한 뒤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강조하며 이 같은 발언을 했다. 내수 진작과 양극화 해소를 내세운 재정 확대, 물가 안정을 위한 가격 통제에 대해 효과와 부작용을 공개적으로 짚은 것이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은 올해보다 12.8% 늘어난 820조9천억원으로 역대 최대다. 그러나 돈을 푼 만큼 경제가 성장하고 민생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신 총재는 연금·보조금 등 이전지출의 재정승수(財政乘數)는 0.2 수준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이전지출을 1조원 늘려도 국내총생산(GDP) 증가 효과는 2천억원 정도라는 의미다. 취약계층 지원은 필요하지만 성장과 양극화 해소 성과에 대한 엄격한 검증은 다른 문제다. 신 총재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수 증가를 겨냥해 일시적 재원으로 지속적 지출을 늘리는 위험도 경고했다. 석유 최고가격제도 마찬가지다. 정유사 손실을 재정으로 보전하는 만큼 결국 국민 부담만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 "늘어난 미래 재원으로 경제의 파이를 키우고 산업 역량을 고도화해 다시 이를 통해 재정 여력을 확대하는 생산적 선순환 재정 전략"을 강조했다. 그러나 재정지출을 늘린다고 성장과 세수가 저절로 늘지 않는다. 누적된 재정적자와 국가채무에 짓눌린 프랑스 정부가 증세와 지출 억제에 나서자 교육·복지 확대를 요구하는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재정 부담을 줄이려는 정부와 지원 확대를 요구하는 국민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다. 한국도 당장의 재정 여력을 미래의 지출 능력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예산 확대보다 지출 효과를 입증하고, 지속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재원 확보가 가능한지 답해야 한다. 무분별한 재정 확대가 미래 세대에게 감당하기 힘든 청구서(請求書)로 돌아올 수 있다.
2026-10-23 05:00:00
[사설] 김여정 MDL 출현·위협? 대북 정보 제한 우려스럽다
북한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은 22일 새벽 담화에서 "전 국경선에서 우리의 새로운 대응 수단들이 임무 대기 태세에 들어갈 것이며 대(對)한국 확성기들도 수일 안으로 대기 상태에 들어가게 된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21일에는 김여정과 박정천 국방성 고문 및 인민군 총참모부 주요 지휘관들이 MDL(군사분계선) 일대 이른바 '남부 국경 요새화' 현장을 시찰(視察)하는 사진을 다량 공개했다. 북한 고위급 인사들의 MDL 철책과 대전차 방벽, 지뢰지대 현장 방문 사실을 공개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김여정의 군사 현장 방문과, 연이틀에 걸친 "우리의 전술적 사냥조들이 새로운 진지를 차지하고 있다" "새로운 화력구분대(火力區分隊:방사포·장사정포·탄도미사일 운용 부대)들이 사격 진지를 차지한 것을 (남측이) 알게 만들어야 한다"는 등 대남 위협·협박이 '김정은 사망설'의 인터넷 확산과 맞물려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주목된다. 공산주의 체제에서 군부(軍部)는 체제를 유지하고 당의 권력을 공고히 하는 핵심 물리 기구이자 정치적 보위 조직으로서, 최고 지도자 사망 또는 권력 공백이 생길 때 권력 승계의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김정은 사망설의 신뢰성이 그다지 높지 않은 편이라는 분석이지만, 북한의 행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한미 간 협력이 중요한 이 시기에 불협화음과 불신(不信)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이 걱정스럽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비공개 핵시설 언급이 빌미가 된 미국의 정보 제공 제한 조치가 수개월째 지속되고 있고, 국정원은 워싱턴 한미일 3국 사이버 위협 실무회의에 참석조차 못 했다. 국정원장도 미국 비자를 거부당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재명 정부와 국정원은 "한미 정보 협력은 활발히 진행 중이며 갈등설(葛藤說)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하지만 이를 믿을 국민은 거의 없다. 지금 북한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정부는 과연 제대로 알고 대처하고 있을까? 믿음보다 우려가 앞서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2026-10-23 05:00:00
[관풍루] 전 세계 웹사이트 제작 및 운영에 널리 쓰이는 프로그래밍 언어 PHP에서 치명적인 보안 취약점 발견
○…전 세계 웹사이트 제작 및 운영에 널리 쓰이는 프로그래밍 언어 PHP에서 원격으로 서버를 장악할 수 있는 치명적인 보안 취약점 발견. 단 하나의 취약점이 디지털 세계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경고. ○…비정규직 노동자는 867만1천 명으로 역대 최대치인 데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월평균 임금 격차 역시 194만원으로 격차가 가장 크게 벌어져. 양극화된 노동 이중시장 개혁 절실. ○…파랗게 질린 계좌, 열어 보기도 싫었는데… "내년 코스피 8,500 갈 것" 10월 급락장 속 파격 전망 나와. 마이너스 수익률에 지친 개미들, 버티고 버티면 결국엔 이길 수 있는 건가?
2026-10-23 05:00:00
가을의 영주 부석사는 황홀하다. 몇 번을 가도 질리지 않는다. 수많은 문화재, 거기에 담긴 혼이 마음을 이끈다. 부석사는 누가 뭐래도 영남 문화의 한 축이다. "종교는 불국사와 석굴암, 학문은 도산서원, 정신은 옥산서원, 예술·건축은 부석사"라는 말 그 이상이다. 부석사의 통일신라시대 유물로는 무량수전 앞 석등, 석조여래좌상, 삼층석탑, 당간지주, 석조 기단 등이 있다. 고려시대 유물로는 무량수전, 조사당, 소조여래좌상, 조사당 벽화, 고려 각판, 원융국사비 등이 있다. 특히 배흘림기둥의 무량수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이다. 조사당 벽화는 목조 건물에 그려진 벽화 중 가장 오래됐다. 무량수전의 여래 좌상은 국내 최고의 소상(塑像)이다. 그냥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된 게 아니다. 무엇보다 불교사상의 차원에선 부석사가 최고의 자리를 차지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석사에 있는 고려시대 승려 원융국사 결응(決凝)의 탑비 내용이 부석사의 지향점을 말해준다. 〈strong〉부석사에 이르러 본사(本師)이신 석가모니를 모시니 영취산을 칠보정토로 삼아 항상 안주하였다. …불전 안에는 오직 아미타불상만 봉안하고 보처(補處)는 없었으며, 영탑(影塔)도 세우지 않았다. 제자들이 이유를 물으니 의상대사께서 "스승 지엄께서 이르시기를 '일승(一乘) 아미타불은 열반에 듦이 없이 시방정토로 체(體)를 삼아 생멸상(生滅相)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씀하셨다." 〈/strong〉(한국사데이터베이스, 부석사 원융국사비) 이어 탑비는 "그러므로 보처를 □□, 영탑을 세우지 않았다. 이는 일승의 깊은 뜻이다"라며 지엄이 이를 의상에게, 의상은 법사에 전하여 원융국사까지 전승됐다고 기록했다. 여기서 '일승의 깊은 뜻'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일승은 대승불교의 최고 가르침이다. 모든 중생이 불과(佛果)를 얻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즉, 화엄경의 일승 사상은 현상계와 본체가 서로 융합하는 약동적인 세계를 말하며 이를 '화엄 일승'이라고 일컫는다. 생사일여(生死一如), '삶과 죽음이 하나'이며 부처와 보살이 따로 없다. '오직 하나'로 귀결된다. 만법귀일(萬法歸一)이다. 의상은 670년에 귀국해 관음굴(낙산사 홍련암)에서 백일을 기도하고 676년에 왕의 뜻을 받아 봉황산에 부석사를 창건했다. 화엄교학을 강술해 한국 화엄종의 시조가 됐다. 그의 사상은 '법성게'(法性偈)에 잘 나와 있다. 그중에서도 "一中一切多中一 一卽一切多卽一(일중일체다중일 일즉일체다즉일): 하나 속에 모두 있고, 여럿 속에 하나 있어 하나가 모두이고 모두가 하나이네"라는 구절에 함축되어 있다. 당시 신라는 삼국통일 직후라 어수선했다. 고구려와 백제의 백성을 하나로 포용·통합하는 게 최대 과제였다. 원효대사가 화쟁과 일심(一心) 사상을 통해 삼한을 '하나'로 묶으려고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의상도 화엄 사상의 '일념'(一念)을 주창하며 대통합을 추진했다. 원효의 화쟁(和諍)은 '무(無)의 일심지원(一心之原)'으로 돌아간 모습이다. 의상의 '원융'은 모든 법의 사리가 구별 없이 하나가 됨을 의미한다. '법성원융무이상'(法性圓融無二相: 원융한 법의 성품, 두 모습이 아니로다)의 상태다. 이는 유교 경전 '서경'의 유정유일(惟精惟一: 오직 정성을 다하고 오직 마음을 통일함)이며, '논어'의 일이관지(一以貫之: 하나로써 모든 걸 꿰뚫음)다. 부석사의 건축과 문화, 그리고 의상의 사상을 이해하려면 '일승'이라는 사상의 눈을 가지고 바로 봐야 한다. 당시 불교가 호국불교였고, 기저에 '일승'이 굳게 자리하고 있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의상이 얼마나 나라를 사랑했는지, 백성을 아꼈는지부터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일승의 깊은 뜻'은 여기에 있다. 특히 '일승'은 의상에겐 '중도'(中道)였다. 의상은 '법성게'의 결론에서 '누구나 실다운 중도 자리에 앉게 되면 부처가 된다'고 했다. 의상의 '일승 사상'은 지금도 유효하다. 영남을 넘어 대한민국 전체 '사상 일통'의 뿌리다. '太白山 浮石寺' 일주문 편액이 가슴을 때린다. 조한규 미국 캐롤라인대학교 철학과 교수
2026-10-23 00:30:00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찐다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다. 경북의 중앙인 의성에서 나고 자란 필자는 농사꾼의 아들이기 때문에 하늘이 높고 소가 살찌는 가을로 이해된다. 이제 고희를 맞았으니,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에 소죽을 끓이고 당가리를 버무려 소한테 먹이를 주던 일이 불현듯 떠오른다. '당가리'는 표준어 '등겨'의 사투리이다. 이번에는 '등겨'의 전국 방언형을 살펴보고자 한다. 표준어 '등겨'의 어원은 국어어원사전에서 언급하지 않고 있다. 농촌에서 흔히 사용하던 어휘라서 등한시한 것 같다. 우선 사투리 '당가리' 어원부터 살펴보자. 당가리는 달-(甘, 형용사)+ㄴ(관형사형 어미)+가리(粉, 'ᄀᆞᄅᆞ'에서 변함)로 분석된다. 단가리〉당가리로 변하였다. 당가리의 뜻을 아니 등겨의 어원도 쉽게 풀린다. 등겨라는 단어는 1779년에 발간된 한청문감에 나온다. 어원은 달-(甘, 형용사)+ㄴ(관형사형 어미)+겨(穀殼, 곡식의 껍질)로 이루어져 있다. '단겨〉당겨〉덩겨〉등겨'로 변화되었다. 나락(벼)은 겉껍질과 속껍질 그리고 쌀로 이루어져 있다. 나락을 정미소에 가서 찧으면 겉껍질이 먼저 벗겨지고 속껍질과 쌀눈이 차례로 깎여 쌀이 된다. 속껍질과 쌀눈을 합쳐서 당가리라 한다. 등겨의 풀이를 보면 ①벼의 겨, 겉겨는 왕겨, 속겨는 쌀겨(한글학회 큰사전) ②벗겨 놓은 벼의 껍질(왕겨와 쌀겨를 구분하고 있음, 표준국어대사전) ③벼의 껍질(왕겨와 쌀겨를 구분하고 있음, 고려대 한국어대사전)로 되어 있다. 등겨가 속껍질, 즉 속겨의 의미와 동일한데 사전에는 겉겁질까지 의미 영역이 확대되어 쓰이고 있다. 등겨의 어원을 모르니 이런 일이 일어난 것으로 이해된다. 겉겨는 ▷왕겨 ▷거친겨 ▷나락등겨 ▷아시등겨 ▷센등겨로 나타나고, 속겨는 ▷두불등겨 ▷단등겨 ▷고분등겨 ▷쌀죽겨 ▷몽근등겨 등으로 나타난다. 여기서는 속겨의 의미로 쓰는 전국의 사투리를 찾아 그 어원을 밝힌다. 등겨에서 변한 '등게(강원, 경기, 충북, 경북, 경남)〉등기(경북)가 있다. 등겨에서 변한 덩게(전북), 덩개(경남)가 보인다. 등겨에서 변한 딍게(전북)〉딩게(강원, 충남, 충북, 경북, 경남, 전북)가 있다. 등겨〉*등져〉등저(전북, 전남)가 있고, 등겨〉*등져〉*등졔〉등제(강원, 경기, 전남)가 있다. 당가리는 강원, 경북에서 사용한다. 당가리〉*당거리〉덩거리(경북)로 변하거나 당가리〉댕가리(경북)로 변한다. 당가루는 달-(甘, 형용사)+ㄴ(관형사형 어미)+가루(粉, 'ᄀᆞᄅᆞ'에서 변함)로 분석된다. 단ᄀᆞᄅᆞ에서 지역에 따라 당가리(강원, 경북), 당가루(강원, 충북, 경북)로 변했는데 그 의미는 같다. 당가리〉댕거리(경북)로 변했거나 당가리〉*당거리〉덩거리(경북)로 변했다. 당갈기는 단ᄀᆞᄅᆞ에서 접미사 '기'가 결합되어 단ᄀᆞᆯ기〉당갈기(강원)로 되었다. 당가루(강원, 충북, 경북)에 딩기(등겨에서 변함. 경남, 전남)가 결합된 것으로 당가루딩기(경북)가 만들어지고, 음절이 줄면 당갈딩기(경북, 경남)가 된다. 당가리(경북)에 딩기(경남, 전남)가 결합된 것으로 당가리딩기(경남)가 만들어지고, 음절이 줄면 당갈딩기(경북, 경남)가 된다. 등겨에 당가루(강원, 경북, 충북)가 결합되면 혼효형 등가루(강원)가 나타나고, 등겨에 당기리(강원, 경북)가 결합하면 혼효형 등가리(강원)가 나타난다. 표준어 등겨에 대한 사투리가 많아 다음 호에 계속 이어간다. 한국방언연구소장 신승원 sinswon5@hanmail.net
2026-10-23 00:30:00
[뉴스로 보는 고사성어] 풍전등화(風前燈火), "바람 앞의 등불"
'대한민국 현 상황 풍전등화의 위기' '코스닥, 홈플러스… 풍전등화' '이란·이스라엘, 풍전등화 된 휴전' '호르무즈 쳐다보는 풍전등화 물류업계' 국내외 정세는 언제나 바람 앞의 등불이다. 풍전등화(風前燈火)는 "바람 풍, 앞 전, 등잔 등, 불 화"로 "바람 앞의 등불"이라는 뜻이다. 어떻게 될지 모르는 매우 위태로운 처지를 이른다. 비슷한 말로는 "바람 앞에 켠 등불"이라는 풍전등촉(風前燈燭)/풍전지등(風前之燈), "바람 속의 등불"이라는 풍중등(風中燈) 등이 있다. 풍전등화는 "바람 앞의 등불"이라는 우리말 속담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중국에서는 쓰지 않고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만 사용한다. 조선시대에는 거의 보이지 않으나 근대기가 되면 국내외의 위급한 정세를 표현할 때 곧잘 활용된다. 바람은 태양열의 온도 변화로 인한 기압 차이가 공기를 이동시키며 생겨난다. 일상에서 늘 경험하는 바람을 인간은 다양한 영역에서 은유와 상징으로 사용하여 언어 습관에 풍부히 담아두었다. 예컨대 "산 위에서 부는 바람… 그 바람은 좋은 바람 고마운 바람"처럼 '좋은 고마운 바람'이나 "동지섣달 기나긴 밤 북풍한설 몰아칠 때"처럼 '나쁜 매서운 바람'이 그것이다. 나아가 바람은 언어 게임에도 이용된다. 중국의 태호(太湖) 계원(啓園)의 정자 등에 '충이(䖝二)'라는 두 글자가 새겨져 있다. 끝없이 넓고 아름다운 풍경, "바람과 달이 끝이 없다"라는 '풍월무변(風月無邊)'을 낭만적으로 해석한 표현이다. 그래서 풍월을 가두는 테두리를 뜯어내는 기발한 생각을 했다. 풍(風) 자에서 외곽 테두리(几)를 벗기면 벌레 충(䖝) 자가 남고, 달 월(月) 자에서 외곽 테두리(冂)를 떼어내면 '둘 이(二)' 자가 남는다. '풍월무변' 네 자가 '충이' 두 글자로 압축된 것이다. 동양권의 문화에서 바람(風)은 좋음과 나쁨이라는 이중성을 갖지만, 기본적으로 "변화와 순환, 하늘의 뜻, 풍요와 시련"을 말한다. 먼저 변화와 순환이다. 봄바람은 만물을 깨우는 생명의 기운을 주고 가을바람은 결실과 이별을 알린다. 다음으로 하늘의 뜻이다. 자연은 그 기운(힘, 소식)을 만물에 보이지 않게 고루 전달한다. 마지막으로 풍요와 시련이다. 부드러운 바람(순풍, 미풍, 훈풍)은 만물을 기르는 풍요와 약동을, 거센 바람(광풍, 돌풍, 폭풍)은 삶의 역경이나 파괴를 은유한다. 사람에 따라 아무리 좋은 바람이라도 나쁜 바람으로 느낄 수도 있고, 아무리 나쁜 바람이라도 좋은 바람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폴 발레리)라고 한 시인도 있지만 "바람이 불지 않는다. 그래도 살아야겠다"(말라르메)라고 한 시인도 있다. 이처럼 어떤 바람이든 그것을 받아들이는 자의 '자세와 태도', '관점과 해석'에 따라 사뭇 그 의미가 달라진다. 어느 바람 앞에 서건 겸손하게 끊임없이 자신이 해야 할 도리를 행하고 펼쳐나갈 일이다. 아울러 바람을 통해 두루 세상을 살펴보고 자신을 성찰할 일이다. 불어오는 어떤 바람이든 자연의 선물로서, 무언가의 의미를 담은 말씀(명령)으로서, 자신의 깜냥 내에서 잘 해석하고 실천할 수 있을까. 그런 지혜가 관건이다. 쥐구멍에도 볕 들 날 있고,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기 때문이다.
2026-10-23 00:30:00
2026-10-22 18:45:31
[사설] 초광역특구법, '책임 없는 특례' 돼선 안 된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방 주도 성장을 위한 '초광역특구법'을 발의(發議)했다. 여러 지자체를 하나의 광역 경제권으로 묶어 반도체·AI 등 첨단산업 투자와 일자리를 유치하겠다는 내용의 법안이다. 지역이 스스로 성장 동력을 키울 제도적 기반을 만들어 수도권 일극 체제를 완화하겠다는 취지는 공감할 만하다. 그러나 그 지원 방식과 책임 구조를 두고 우려가 적잖다. 특정 지역을 염두에 둔 법안이라는 의구심도 나온다. 법안은 320여 개의 '메뉴판식' 규제특례와 40여 개의 정책지원 패키지를 담아 기업과 지방정부가 필요한 특례를 골라 쓸 수 있도록 했다. 특구기업에 대한 특별보조금과 금융지원·신용보증 우대, 조세·부담금 감면 근거도 마련했다. 특례를 고르는 주체가 기업과 지방정부인 만큼 정부 지원은 선별적·개별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선별 지원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선별 기준과 사후(事後) 책임이 불분명하면 특혜 시비를 부를 수 있다. 따라서 특례를 받은 기업이 약속한 투자와 고용을 이행했는지 평가하고, 특례와 보조금을 거둬들이는 사후관리 장치도 법률에 분명히 해야 한다. 이 법안은 당초 '메가특구특별법'으로 추진되다 초광역특구법으로 이름이 바뀌면서 '호남 특혜' 우려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름을 바꾼다고 의구심이 가시지는 않는다. 법안은 비수도권 전체를 대상으로 하지만 출발점이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등 3대 메가프로젝트 지원이었다는 점은 변함없다. 특구 지정 기준과 선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는 이유다. 취지는 좋지만, '규제는 덜고, 지원은 많이 하고, 책임은 흐릿한' 구조라면 초광역특구는 지역 균형의 대안이 되기 어렵다. 특례의 크기가 클수록 책임의 장치도 촘촘하고 엄격해야 한다. 특정 지역 특혜 논란을 덜려면 특구 지정 요건을 더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기준과 지원 내역, 특례 적용 성과를 정기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법안 소관을 두고 상임위 변경 및 별도 특위 구성까지 거론되면서 심사 절차를 둘러싼 논란이 나오는 만큼 국회의 엄정한 심사도 요구된다.
2026-10-22 05:00:00
[사설] 부활하는 특별감찰관, 국민은 '성역 없는 감찰' 바란다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의 비리를 감시하는 특별감찰관이 10년 만에 부활한다. 여야가 최길수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에 합의하면서 긴 공백(空白)을 끝낼 길이 열렸다. 권력형 비리를 예방할 제도가 다시 가동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중요한 점은 실질적인 감찰의 가능 여부다. 특별감찰관법은 2014년 제정됐다. 그러나 2016년 초대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당시 우병우 민정수석을 감찰하다 청와대와 충돌 끝에 사퇴한 뒤 후임자가 없었다. 정권이 두 번 바뀌면서도 대통령과 정치권은 특별감찰관 임명에 소극적이었다. 정치적 이해득실(利害得失)을 앞세운 탓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특별감찰관 임명을 추진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스스로 견제를 받겠다'는 약속이 정치적 수사(修辭)로 그쳐선 안 된다. 대통령 가족과 측근의 비위를 감시하려면 '불편한 감찰'도 받아들여야 한다. 문제는 감시망이 허술하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감찰 대상은 대통령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 대통령비서실의 수석비서관급 이상의 공무원으로 제한된다. 대통령의 최측근이 부당하게 인사나 국정 운영에 영향력을 행사해도, 직급이 낮으면 감찰에서 벗어날 수 있다. 실세(實勢)인데도 감찰 대상이 아니라면, 그 자리는 사각지대다. 이런 이유로 국민의힘은 인사 관여 의혹을 받는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에 대한 감찰 필요성을 제기했다. 실질적인 권한과 영향력을 고려해 감찰 대상을 정비해야 한다. 조사 권한과 감찰 기간이 제한적인 점도 문제다. 대통령 주변의 비위를 예방하겠다는 취지에 비해 감시망은 촘촘하지 않다. 감찰관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외압(外壓)을 막을 장치도 보강해야 한다. 특별감찰의 실효성을 높이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최 후보자는 "외압이나 정치적 고려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 그는 여당의 추천을 받았다. 하지만 특별감찰관은 정치적 중립(中立)을 지킬 의무와 책임이 있다. 국민은 권력의 가장 가까운 곳에도 정의(正義)가 바로 서길 바란다.
2026-10-22 05:00:00
[사설] AI 인용한 李의 주장, 과연 국민이 납득하겠나
이재명 대통령은 21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제미나이에게 물어봤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하고, "배석 불가론은 위헌적 억지"라고 했다. 중수청장과 공소청장의 국무회의 참석 논란을 지적한 시민의 게시글에 대해 입장을 밝힌 것이다. 또 "공소청장과 중수청장의 국무회의 참석(參席)을 배제하라는 주장은 헌법과 정부조직법이 규정한 대통령의 행정감독권과 정부 통솔 구조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궤변"이라는 등 제미나이의 답변을 실었다. AI(인공지능)는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답변이 달라지는 특성이 있다. 행정부 수반으로서 대통령의 책임 행정과 준사법적 수사기관의 정치적 중립성(中立性)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충돌하는 사안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AI의 단순 답변을 근거로 SNS에서 주장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실제로 이 대통령이 공개한 답변의 타당성(妥當性)을 제미나이에게 다시 물어보니, "법리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상반된 답변이 돌아왔다. "제시된 주장은 법적 가능성(배석할 수 있다)을 근거로 정치적 규범적 당위성(배석을 막는 것은 위헌이다)까지 비약시킨 측면이 있어 법리적으로 절반만 타당하다"는 것이 제미나이의 설명이었다. 이 대통령이 수사기관의 중립성을 존중해 기관장을 국무회의에 부르지 않은 역대 정부의 관행(慣行)에 대해 "수사기관을 특별기관으로 취급하고 특별한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과거의 잘못된 관행"이라고 주장한 것 또한 '대법관 재제청을 둘러싼 청와대의 논리'와 어긋난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법관 제청에 앞서 해온 사전 협의 관행을 지키지 않았다'면서 재제청(再提請)을 요구했던 이 대통령이, 역대 정부가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존중해 지켜온 관행에 대해선 "잘못됐다"고 하는 것은 억지스럽다. 수사기관의 독립성 훼손, 정치적 하명 수사 위험,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 권한을 분산하고 독립성을 강화하자는 취지를 내세운 검찰 개혁 논리와 모순(矛盾) 등을 고려할 때, 수사기관장의 국무회의 참석을 배제하는 것이 설득력 있다.
2026-10-22 05:00:00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실 국감에서 '경기·성남 라인 인사 개입' 등 따지겠다며 야당이 요구한 김현지·김용범·강훈식 증인 채택 거부. 의혹 규명 요구마다 '정쟁'이라며 막아서니, 이쯤 되면 국정감사 아니라 국정감싸기. ○…코스피, 미국 AI 기업 신용위험에 폭락했다가 다른 AI 기업 실적 호조에 반등하며 롤러코스터. 한국 증시 운전대는 외국인이 잡고, 개미들은 안전벨트도 없이 멀미하느라 혼비백산. ○…미국 11월 중간선거 패배 우려에 트럼프는 희생양 찾고, 백악관 참모들은 서로 끌어내리며 탈출구 찾느라 아수라장. 선거는 뒷전이고 패배 책임자 뽑는 경선부터 치르는 백악관.
2026-10-22 05:00:00
2026-10-21 19:02:23
대구 달성군에는 세계가 인정한 문화유산과 호국의 역사, 낙동강이라는 천혜의 자연자원, 농촌체험자원, 국가산업단지라는 산업기반이 함께 존재한다. 2010년 농촌개발사업 일환으로 충효체험관, 한옥촌까지 건립되었고, 달성군이 2022년 말에 법정문화도시로 선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자원을 하나의 관광경제권으로 연결하는 종합적인 전략이 미진한 상태다. 이제 달성 관광의 패러다임을 '개별관광지 개발'에서 역사·문화·레저·농촌·산업을 융합하는 체류형 관광경제권 조성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그 중심축이 세계문화유산 도동서원과 홍의장군 석문산성 일원의 역사자원–낙동강 수변공간이다. 여기에 농촌체험·치유관광과 국가산업단지를 연결하여 장기적으로 '1천만 관광도시 달성' '글로벌 문화관광도시 대구'를 지향하자는 것이다. 도동서원은 2019년 '한국의 서원' 9곳 중 하나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도동서원 관광도 단순 관람형에서 선비문화체험, 청소년 인성교육, 전통예절교육, 역사해설, 국제교육문화 교류 등을 접목한다면 도동서원은 '보는 문화재'를 넘어 '배우고 체험하는 세계유산'으로 발전할 수 있다. 특히 도동서원의 선비정신을 홍의장군 의병정신과 석문산성 일원의 역사문화자원으로 연결할 필요가 있다. 평시에는 학문과 인격을 닦고 나라가 위기에 처하면 행동으로 실천한다는 정신은 선비문화와 의병문화를 하나로 연결하는 훌륭한 관광 스토리텔링이 될 수 있다. 홍의장군 역사문화 콘텐츠, 의병체험 프로그램, 역사탐방로와 트레킹 코스, 청소년 나라사랑 교육, 문화축제 등을 개발한다면 이 일대는 전국적으로 차별화된 '선비정신·의병정신' 역사교육·호국관광권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1천만 관광객 시대를 지향하려면 역사문화관광만으로는 부족하다. 국내외 관광객이 반복해서 찾아올 수 있는 체험형·체류형 콘텐츠가 필요하다. 그 해답이 낙동강 종합레저스포츠·역사문화관광단지다. 낙동강 수변공간을 활용하여 수상레저, 카누, 자전거, 트레킹, 캠핑, 가족휴양, 생활스포츠, 수변·문화공연과 축제 등을 종합적으로 연결해야 한다. 무조건 새로운 시설을 대규모로 건설하는 것이 아니다. 기존 관광·레포츠 시설과 역사문화자원을 연결하고 부족한 시설을 보완하여 하나의 관광 동선, 하나의 브랜드, 하나의 관광경제권으로 만드는 것이다. 관광산업도 이제 '몇 명이 왔느냐'에서 '얼마나 오래 머물고 얼마를 지역에서 소비했느냐'로 평가 기준을 바꿔야 한다. 도동서원에서 배우고, 석문산성에서 의병정신을 체험하고, 농촌체험장에서 자연과 농업을 경험하고, 낙동강에서 레저스포츠를 즐기고, 지역에서 먹고 숙박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달성 남부권에는 도시에서 쉽게 경험할 수 없는 낙동강 인접 농촌경관과 다양한 농업체험 자원이 있다. 과수 수확체험, 농촌문화, 생태교육, 산림치유 프로그램, 어린이 자연학습 등을 도동서원·석문산성 관광과 연결하면 가족과 학생들의 체류시간을 늘릴 수 있다. 여기에 달성의 또 하나의 강점인 국가산업단지를 접목해야 한다. 산업단지를 방문하는 기업인·바이어·근로자·가족과 기업연수단을 역사문화관광, 농촌 힐링, 낙동강 레저스포츠와 연결한다면 달성만의 독특한 산업관광·기업연수·MICE 관광상품을 만들 수 있다. 낙동강 종합레저스포츠·역사문화관광단지라는 미래 프로젝트를 세워야 한다. 전 세계인이 몰려오는1천만 관광도시 달성을 만들어보자.
2026-10-21 15:49:46
[새론새평-곽수종] 세계 국가 부채 약 49경원의 시대
전 세계 국가 부채가 2026년 상반기 기준으로 약 365조 달러(약 49경 원)다. 글로벌 부채 급증과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주요국의 재정 악화가 세계 경제의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 원화 가치의 급격한 하락 및 가계부채 증가를 막기 위해 금리를 올리고 내려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향후 한국은행의 금리정책과 원·달러 환율은 미국의 통화정책뿐 아니라 국제유가, 국내 경기, 부동산 시장과 가계부채의 움직임에 따라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먼저 국제금융협회(IIF) 등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현재 세계 부채는 약 365조 달러다. 부채가 많다는 사실 자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높은 금리와 맞물려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은 경기 부양과 국방비, 사회복지 지출 등을 충당하기 위해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왔다. 하지만 정부 지출이 늘어나는 만큼 세수가 따라오지 못하면 재정적자가 커지고, 부족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국채를 더 많이 발행해야 한다. 여기에 물가를 잡기 위한 고금리 정책까지 겹치면 정부의 이자 부담이 더욱 증가한다. 빚을 갚기 위해 다시 빚을 늘려야 하는 구조가 굳어지면 정부와 기업, 가계 모두 외부 충격에 취약해진다. 둘째,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이 세계 금융시장을 흔들 수 있다. 세계 금융시장의 중심에는 미국 국채가 있다. 미국 국채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대표적인 안전자산이자 각국의 채권 금리를 결정하는 기준으로 활용된다.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 다른 국가의 자금 조달 비용도 함께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거나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상 압력을 받아들이면 시장은 높은 금리가 더 오래 지속될 것으로 판단한다. 현재 미국 정부가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채 발행을 늘릴 태세인 데다, AI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도 채권 공급을 늘리면서 금리 상승 압력이 커지게 한다. 당장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8%대를 위협하면서 9월 미국 주택매매계약은 전월 대비 4% 감소했고, 이는 팬데믹 기간을 제외할 경우 2014년 이후 최저치다. 미국 국채 금리가 높아지면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달러 자산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 결과 다른 나라에서 미국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신흥국 통화와 원화에는 약세(절하)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 달러 강세가 심해지면 원유와 원자재 등 달러로 거래되는 수입품의 원화 기준 가격도 상승하게 된다. 셋째, 유럽의 재정 불안이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유럽에서도 정부 부채와 재정적자가 주요 위험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유럽 전체가 동일한 재정위기에 빠졌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해석일 수 있지만, 국가별 부채 구조와 재정 여력, 중앙은행의 대응 능력에는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주요 선진국의 재정 부담이 동시에 커질 경우 세계 금융시장이 의지해 온 안전판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경계 대상이다. 문제는 이러한 위험이 개별 국가에 머물지 않는다는 데 있다. 미국의 고금리, 유럽의 재정 불안, 중국의 성장 둔화, 국제유가와 지정학적 위험이 동시에 나타나면 세계 경제는 하나의 충격을 다른 충격으로 증폭시키는 복합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이것이 한국 경제에 특히 부담스러운 이유다. 한국 경제는 대외 충격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 반도체 하나로 명목 GDP가 크게 올랐다고 마냥 좋아할 일이 아니다. 실제 통계를 비틀어 놓기 때문이다. BIS 기준으로 2026년 상반기 현재 2천374조원의 가계부채와 2천907조1천억원의 기업 부채는 금리가 조금만 상승해도 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금리를 내리면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이 줄고 소비와 투자가 회복될 수 있지만, 주택 구입과 대출이 다시 늘어나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금리를 올리면 물가와 환율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가계 소비 위축과 기업의 자금난을 초래할 수 있다. 한국은행은 물가와 환율만 보고 금리를 결정할 수도 없다. 가계부채 증가 속도, 주택가격, 건설업 부실, 기업의 상환 능력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는 게 딜레마다.
2026-10-21 14:30:00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67>보름달과 벽오동, 삽사리와 소년의 가을 정취
긍재 김득신은 김홍도, 신윤복과 함께 3대 풍속화가로 꼽힌 영조~순조 때 화원화가로, 나이는 김홍도보다 9년 아래다. 큰아버지가 유명한 화원인 복헌 김응환이고 친가, 외가, 처가에 화원이 많은 화원 명문가다. 아무 인맥 없이 자신의 재능만으로 나라의 최고가는 전문화가인 화원으로 입신한 평지돌출의 김홍도와 딴판인 경우다. 그러나 두 분 다 실력은 최고였다. 김득신은 감식안이 높았던 정조로부터 부채그림이 "김홍도와 백중(伯仲)할만하다"라는 평가를 들었고, 정조 때 대수장가 김광국은 김홍도의 화법을 모두 터득해 이따금 능가하기도 했다고 했다. 순조 때 영의정을 지낸 남공철의 시를 보면 '화사성졸언소과(畫史性拙言笑寡)'라고 해 평소 말이나 웃음이 적은 조용한 성품이었던 것 같다. 44년 이상 화원으로 나라의 그림 업무를 맡았다. 주도적으로 참여한 대표작으로 1795년 정조의 화성행차를 그린 '화성원행도병'(리움미술관 소장)이 있다. 문밖에 나가 달을 본다는 '출문간월도'는 키 큰 오동나무에 걸린 달을 보며 짖어대는 삽살개와 소년을 그렸다. 보름달 뜬 달밤의 광경이다. 풍속화로는 흔치않게 인장이 6방이고 화풍은 묵법 위주의 성근 필치인 문인화풍이다. 판독되는 인장은 '현보(賢甫)', '김득신인(金得臣印)', '촌심천고(寸心千古)', '함영저화(含英咀華)'다. 제화는 이렇다. 〈strong〉개 한 마리가 짖자, 다른 개가 짖고, 만 마리가 이 한 마리를 따라 짖는다. 아이 불러 문밖에 나가 보라했더니 달이 오동나무 제일 높은 가지에 걸려 있다 하네. 긍재〈/strong〉 〈strong〉一犬吠 二犬吠 萬犬從此一犬吠 呼童出門看 月卦梧桐第一枝 兢齋〈/strong〉 원래 이 이야기는 한 마리가 짖자 온 동네 개들이 영문도 모른 채 무작정 따라 짖어대는 걸 두고 남의 말에 부화뇌동하는 어리석음을 꾸짖는 뜻이었다. 그러나 '출문간월도'는 그런 교훈그림이 아니다. 벽오동 위로 환한 달이 둥실 떠오르자 주인집을 지키던 충실한 삽사리가 깜짝 놀라 짖는 모습과 천진스런 소년으로 달밤의 사건을 가을 정취로 버무렸다. 오동잎은 가을이 되면 제일먼저 낙엽이 된다. 풍속화의 해학에 계절의 서정을 더한 김득신의 실력이다. 대구의 미술사연구자
2026-10-21 10:05:04
[사설] 북한 핵무기는 방어용·지뢰 도발은 사고라는 민주당 정권
이재명 대통령이 북한의 핵무기는 실전용이라기보다는 '최후 방어 무기'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는 '핵무기는 방어용일 뿐 남한을 향해 쏠 일이 없다'는 과거 북한의 말과 흡사(恰似)하다. 북핵 맨 앞에 노출돼 있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인식이라기에는 대단히 안이하고 우려스럽다. 북한이 2022년 9월 만든 '핵무력정책법'은 '북한에 대한 핵무기 또는 기타 대량살육무기 공격이 감행되었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중요 전략적 대상들에 대한 치명적인 군사적 공격이 감행되었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선제 핵 공격이 가능하다'고 명시(明示)하고 있다. 특히 '전쟁 확대와 장기화를 막고 주도권을 장악(掌握)하기 위해 작전상 필요한 경우에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규정은 '필요하면 언제든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전쟁 위협이 가장 높은 지역에 있다. 그나마 한·미동맹, 미·일동맹이 전쟁 억지력(抑止力)을 유지한 덕분에 70년 이상 전쟁이 없었다. 그런 만큼 대한민국 대통령은 최악의 상황까지 가정해 만전을 기해야 한다. 북한 핵 위협 증가에 따라 우리도 핵무장을 하거나 한·미동맹 및 한·미·일 연합훈련 강화 등 전쟁 억지력을 키워야 마땅하다. 그런데 대통령이 '북핵은 실전용이 아니라'며 북한 입장을 감싸고 있으니 기가 막힌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 정부 고위 인사들의 인식은 이들이 과연 대한민국 집권층인지, 북한 대변인인지 의심스럽게 한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북한의 지뢰 도발에 국군 장병들이 발목을 잃는 등 큰 부상을 입었음에도 "아직 지뢰 공격으로 특정(特定)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불의의 사고"라고 했다. 눈앞에서 도발과 위협이 이어지는데도 민주당 인사들은 '북한은 우리 주적(主敵)'이라는 점에 동의하지도 않는다. 그러면서도 전시작전권 환수와 한미연합훈련 축소, 9·19 군사합의 등 국방안보 역량을 약화시킬 수 있는 일에 집중한다. 민주당 정권이 이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가려는지 의심스럽다.
2026-10-21 05:00:00
[사설] 국민 건보료는 철저히 정산, 정부 재정 책임은 누가 묻나
건강보험 당국이 건강보험료 소득 정산(精算) 제도를 전 국민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자영업자 등 지역가입자 그리고 직장가입자의 월급 외 소득에 대해선 과거 소득 자료를 기준으로 보험료를 부과하고, 소득 감소 등을 이유로 조정을 신청한 경우만 사후 정산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앞으로는 가입자의 신청 여부와 관계없이 국세청 확정 소득을 확인해 매년 보험료를 다시 계산하겠다는 것이다. 소득 증가가 확인되면 보험료를 더 걷고, 소득이 줄었다면 돌려준다. 건보공단이 지역가입자를 대상으로 분석했더니 394만 세대가 약 3조3천억원을 추가 납부하고 232만 세대는 1조8천억원가량을 환급받으며, 건보 재정은 1조5천억원가량 늘 것으로 추산됐다. 가입자들의 소득 증가분을 보험료에 반영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정부도 역할을 다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정부가 지난 10년간 건보 지원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금액은 19조4천억원을 넘는다. 보험료 부담의 공정성과 형평성을 강조하려면 정부부터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건보 재정은 2030년까지 매년 수조원대 영업적자가 우려된다. 보험료율이 매년 1.49%씩 인상된다는 가정 아래 만든 시나리오에서도 막대한 적자가 불가피한데, 정부는 내년 보험료율을 7.19%로 동결(凍結)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필수의료 지원과 의료 보장 확대에는 엄청난 재정이 필요하다. 물론 보험료율 동결과 소득 정산 확대가 모순되는 정책은 아니다. 보험료율을 유지하면서 실제 소득에 맞게 보험료를 걷을 수 있지만 소득 정산 확대에 따른 1조5천억원의 재정 확충만으로는 구조적 불균형 해결이 요원(遙遠)하다. 정부는 국고 지원 기준에 부합하는 재원 확보, 보험급여 확대, 의료수가 인상에 따른 중장기 지출 전망을 제시해야 한다. 정산 과정에서 한꺼번에 큰 금액을 내야 하는 가입자 부담을 완화할 방안도 필요하다. 국민 부담 보험료는 한 푼까지 따져 계산하면서 정부 재정 책임은 방만하게 다루는 태도로는 건강보험에 대한 신뢰를 담보할 수 없다.
2026-10-21 05:00:00
[사설] '성역 없는 수사' 하라면서 중수청·공소청장 국무회의 배석시키나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은 임명장을 받은 다음 날(20일)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 배석(陪席)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역대 정부에서 '수사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을 고려해 불문율처럼 지켜온 불참(不參) 관례가 깨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국무회의에서 부처 소속 외청(外廳)도 참석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구자현 당시 검찰총장 직무대행과 중수청과 공소청, 경찰청의 직무대행들도 배석해 왔다. 수사기관의 정식 수장(首長)이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정부조직법 등을 근거로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법적으로 가능하다는 것과 제도적으로 바람직하다는 것은 별개다. 대통령의 지휘·감독 권한이 수사기관의 중립성보다 앞설 수는 없다. 수사기관은 대통령과 장관들도 수사할 수 있어야 한다. 공소기관 역시 권력자의 사건이라고 해서 기소(起訴)와 공소 유지를 주저해선 안 된다. 그런데 수사·공소기관 수장이 국무회의에 배석해 국정 방향과 정부 방침을 공유한다면 어떻겠는가. 구체적인 사건 지시가 없더라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중립성은 실제로 외압(外壓)이 있었는지만으로 판단할 일이 아니다. 외압이 작동할 수 있다는 의심까지 차단해야 중립성이 확보된다. 중수청법과 공소청법에 지휘·감독 제한 규정을 둔 취지도 권력의 수사 개입을 막으려는 데 있다. 오죽하면 참여연대가 '수사·공소 유지 기관장의 국무회의 정례 참석'을 반대했겠나. 정부는 수사·기소의 독립성을 명분으로 내세워, 검찰청을 없애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출범시켰다. 그런데 이들 기관이 출범부터 논란에 휘말린 것이다. 권력과 수사기관 사이엔 분명한 거리가 있어야 한다. 독립성·중립성 확보의 필수 조건이다. 김 중수청장은 취임 일성(一聲)으로 '수사의 정치화 청산'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국무회의 참석 문제에서도 독립성을 지킬 원칙을 명확히 해야 한다. 수사기관은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공유하는 참모 조직이 아니다.
2026-10-21 05:00:00
[관풍루] 코스피가 하락장을 이어가면서 '빚투'한 사람들의 주식 강제 처분 금액이 4거래일 연속 500억원을 넘어서
○…李 대통령, 20일 김영훈 노동부 장관의 '산재 사망 감소' 보고에 "노동자가 장관 한 효과다. 박수만 치지 말고 포상도 하고 격려도 하라"고 주문. 그러면 대통령 자리엔 어떤 인사를 앉혀야 국민이 행복하고 잘 살 수 있을까. ○…코스피가 하락장을 이어가면서 '빚투'한 사람들의 주식 강제 처분 금액이 4거래일 연속 500억원을 넘어서. 결혼·전세자금 날린 민초들 곡(哭)소리 하늘을 찌르네. ○…北 김여정 노동당 부장 19일 군사분계선(MDL) 침범 시 한국군의 경고사격 조치에 반발하며 "군사력 증강 배치와 대남 확성기 방송 재개 검토" 담화 발표. 적반하장도 유분수.
2026-10-21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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