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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씨] 11월 20일(목)

    [날씨] 11월 20일(목) "맑다가 차차 흐림"

    2025-11-19 18:44:27

  • 대구 제조업, 지금이 산업 대전환의 골든타임이다

    대구 제조업, 지금이 산업 대전환의 골든타임이다

    대구 제조업이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필자는 ㈜엑스코 사장과 경제단체에서 일하며 여러 기업 현장을 방문하고, 지역 제조업을 이끄는 기업인들과 자주 대화를 나눈다.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말은 "갈수록 버티기가 어렵다"는 절박한 호소다. 대구상공회의소가 금년 11월 지역 제조기업 302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도 이러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기업 10곳 중 8곳이 현재 생산하는 주력 제품이 이미 성숙기 또는 쇠퇴기에 접어들었다고 답했고, 향후 5년 내 경쟁력이 더 약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구 제조업의 한계는 구조적인 요인과 깊이 연결돼 있다. 지역 기업 대부분이 글로벌 완제품 경쟁보다는 대기업 공급망의 한 부분에 머무르면서 성장의 계단을 오를 기회가 제한되어 있다. 그러나 위기 속에서도 기회는 존재한다. 대구는 전통적으로 제조 기반이 탄탄한 도시다. 70~80년대 섬유산업을 시작으로, 1990년대 이후 기계·금속·자동차부품, 전기·전자산업이 성장했고, 최근에는 의료·로봇 산업이 발전하면서 폭넓은 산업 기반이 집적되어 있다. 이는 신산업 전환을 위한 강력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여기에 AI와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다면 지역 제조업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재편할 수 있다. 특히 로봇 산업은 이미 전국적 경쟁력을 확보해 가고 있으며, 의료 인프라와 ICT 기반의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도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자동차 산업 역시 전동화·자율주행으로 산업 패러다임이 급전환되는 만큼, 모터·전장·센서 등 미래차 핵심 분야 중심으로 구조 재편이 시급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현실 인식'보다 '전환을 실행하는 용기'다. 기술 변화의 속도는 매우 빠르고, 글로벌 경쟁 환경은 이미 새로운 질서로 넘어가고 있다. 전환의 타이밍을 놓치면 뒤늦은 추격이 거의 불가능해진다. 대구 제조업이 새로운 성장 궤도를 만들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전략적 실행이 요구된다. 첫째, 신산업 전환을 촉진하는 산업정책이 강화돼야 한다. R&D 지원과 함께 미래차·로봇·의료기기 등 전략 산업에 대한 특화 지원이 필요하며, 신사업 초기 리스크를 완화할 제도적 장치도 확대돼야 한다. 둘째, 디지털 전환 역량 강화가 핵심이다. AI·스마트공장·데이터 기반 생산체계 도입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다. 대구시와 정부는 디지털 전환 자금지원과 전문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보다 체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셋째, 지역에 전략적 앵커기업을 유치하고 산업 생태계를 재편해야 한다. 대기업·글로벌 기업 투자는 단순 공장 설립을 넘어 기술 이전, 협력 네트워크 확장, 고급 인력 유입 등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강력한 촉매제다. 넷째, 미래 신산업을 뒷받침할 전력망 등 기반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 특히 안정적 전력 공급은 AI·클라우드·반도체 등 디지털 기반 산업의 필수요건이며, 전력망 확충 없이는 신산업 육성도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이러한 대안들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려면 대구시의 강력한 추진력과 중앙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대구 제조업은 위기 속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저력과 기반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미래차·로봇·의료기기·첨단소재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과감하게 전환한다면 지역 경제는 다시 도약할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대구 제조업이 첨단화와 산업 대전환을 이뤄야 할 골든타임이다. 지역의 모든 경제 주체가 변화의 흐름에 힘을 모아야 할 때다.

    2025-11-19 17:30:25

  • [백정우의 읽거나 읽히거나] 나의 주소는 곧 나다

    [백정우의 읽거나 읽히거나] 나의 주소는 곧 나다

    1997년 도널드 드럼프는 뉴욕 맨해튼 북서쪽 어퍼 웨스트사이드의 콜럼버스 서클 인근에 신축 건물을 짓고는, 건물 주소를 뉴욕시에서 지정한 주소인 콜럼버스 서클 15번지에서 '센트럴파크 웨스트 1번지'로 바꾸어줄 것을 시에 요구한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할까? 뉴욕에서는 주소도 팔고 살 수 있다(2019년 기준 1만 1000달러). "지난 몇 년간 뉴욕 시의회에서 통과된 조례의 40퍼센트 이상이 도로명 변경에 관한 것이었다."고 시작하는 흥미로운 책 '주소 이야기'는 부제에 적힌 대로, 거리 이름에 담긴 부와 권력에 관한 탐색기이다. 저자가 책을 쓰게 된 계기, 즉 도로명 주소에 관해 흥미를 갖게 된 건 전 세계 대부분의 가구에 도로명 주소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부터였다. 주소 붙여주기는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빈곤 구제방법인데 주소가 신용거래와 투표권 행사를 용이하게 하고 세계 시장을 활성화시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주소가 빈민촌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알려주는 사례로 인도 콜카타를 언급하는 대목은 적절하다. 제대로 된 지도가 없는 아이티를 언급하면서 "전염병이 발생하는 곳은 지도도 없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국경없는의사회에서 환자의 주소를 적게 했는데 '망고나무에서 한 블록 아래'라고 적은 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라고. 프랑스대혁명 직후 일부 거리에는 새로운 이름이 생겼다. 빅토리아 톰슨이 말한 대로 파리는 도시 경관 자체가 "혁명에 관한 교리 문답서"가 될 터였다. 파리는 혁명가가 꿈꾼 새로운 도시가 되진 못했을지언정 프랑스혁명은 도로명 개정을 통해 새로운 이념을 과시하는 유행을 만들어냈다. 이처럼 전 세계 혁명 정부들이 집권과 동시에 거리 이름을 바꿨다. 멕시코에는 에밀리아노 사파타 이름을 딴 거리가 500여 개에 이르고 러시아에는 레닌 이름의 도로가 4000개가 넘는다. 중국은 거리 이름을 소수민족 지역을 감시하는 도구로 사용한다. 저자는 근대 초기 유럽 국가가 탄생하는 과정에는 '식별 가능한' 사회가 필수적이었고 시민들은 기록할 수 있는 이름과 주소가 있어야 했다고 전한다. 이처럼 집집마다 번호를 매기는 일은 거대한 근대국가 사업의 일환이었다. 번지의 역사에 관한 최고 전문가 안톤 탄트너에 따르면 "번지의 존재 이유는 사람들이 쉽게 길을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국가가 쉽게 사람들을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도로명 주소와 번지 주소의 차이를 설명하는 장에 등장하는 한국과 일본의 주소 체계. 서양인들은 도로에 집착하고 도로에 이름 붙이는 관행을 고집해온 반면 일본에선 오히려 지역, 즉 블록에 더 주목한다. 일본에 영향을 받은 한국 역시 2011년에 도로명 주소를 사용했으나 반발이 심했다면서 한국인들도 도시를 구획으로 읽고 있다는 증거라고 덧붙인다. 주소는 현대 사회에서 개인의 정체성이다. 주소를 통해 사람의 신원을 확인한다. 아이가 학교에 입학할 때, 투표할 때, 직업을 얻을 때, 은행 계좌를 만들 때 주소를 요구한다. "주소는 은행 직원이 우리 집을 방문할 때 쓰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간단히 말해 현대 사회에서 나의 주소는 곧 나다."(385쪽) 내가 40년 넘게 살던 서교동 집은 월드컵북로5길이라는 도로명 주소를 부여받았다. 서교동 자가가 평생의 자부심이던 내 아버지가 이 사실을 생전에 알았다면…. 영화평론가

    2025-11-19 16:58:37

  • [기고-정용환]

    [기고-정용환] "K-과학자, 경북에서 피어나는 미래 투자"

    대한민국은 세계가 놀랄 만큼 짧은 기간에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루었다. 이 성장의 이면에는 수많은 과학기술인의 헌신과 노력이 있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지금 저출산과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방은 소멸의 위기로 내몰리고 있으며, 국가의 성장 동력마저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상북도가 전국 최초로 시작한 'K-과학자' 사업은 단순히 지역의 위기를 극복하는 것을 넘어, 대한민국 전체에 적용될 수 있는 새로운 성장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경상북도의 'K-과학자' 사업은 은퇴한 고경력 과학자들의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활용하여 지역의 산업과 기술 발전을 주도하는 혁신적인 시도이다. 이는 '지방 소멸'이라는 거대한 문제에 맞서 싸우는 동시에, 지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경상북도의 깊은 고민과 지혜가 담겨 있다. 경상북도에 정주하며 국책사업 유치, 정책 및 기업 기술 자문, 과학 대중화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여, 지방의 만성적인 과학기술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2025년 7월, 경상북도는 원자력, AI,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의 석학 9명을 'K-과학자'로 위촉하며 사업의 첫발을 내디뎠다. 이들에게는 안정적인 연구 활동을 위한 'K-과학자마을'의 주거 공간과 함께 다양한 지원이 제공된다. 대한민국에는 경상북도보다 이 문제를 더욱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곳이 있다. 바로 '과학 도시'를 표방하는 대전이다. 대전에는 대덕연구단지를 중심으로 수많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이 밀집해 있으며, 수천 명의 은퇴 과학기술인들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수십 년간 쌓아온 지식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과학기술인들의 경험과 역량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것은 개인의 손실을 넘어 국가적 낭비다. 지식과 경험은 한 번 쌓이면 사라지지 않는 귀중한 자산이다. 은퇴한 과학자들이 자신의 연구를 계속하고 기업의 기술 자문을 지원하거나, 젊은 후학을 양성하는 데 기여하고 싶어도 마땅한 기회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고경력과학기술인연우총연합회'에는 1천 명이 넘는 고경력 과학기술인들이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지만, 이들의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는 제도나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경상북도가 가장 먼저 'K-과학자' 사업을 추진한 것은 미래에 대한 확실한 투자이자, 선구적인 첫걸음이다. 은퇴 과학자를 지역에 정착시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시도로서 '지방 소멸'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막을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K-과학자' 사업은 지역을 살리고 지방 소멸을 막을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경상북도에서 시작된 이 사업이 성공적인 모델로 발전하여 전국적으로 확산되기를 강력히 희망한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은퇴한 고경력 과학기술인을 활용하는 것은 단순한 인재 관리 정책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필수적인 전략이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고경력 과학자들을 모으고 이들의 지혜를 활용한다면, 지역의 특색에 맞는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고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K-과학자' 사업은 경상북도라는 한 지역의 성공을 넘어, 대한민국 전체의 미래를 여는 모델로 성장할 것이다. 정용환 경북연구원 K-과학자

    2025-11-19 15:26:38

  •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22>자연과 인문을 합일시킨 집, 옥호정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22>자연과 인문을 합일시킨 집, 옥호정

    '옥호정도'는 조선 제23대 왕 순조의 장인 김조순(1765~1832)의 별장 옥호정(玉壺亭)을 그린 담채화다. 김조순은 정조 사후 안동김씨 60년 세도정치의 기반을 닦은 세력가이자 문인이다. 현재 서울 종로구 삼청동 133번지 일대인 북악산 백련봉 기슭에 있었다. 배산임수에 남향한 주택과 정자 등 옥호정 일대와 조경을 상세하게 묘사했고 동서남북 방위를 표시해뒀다. 집 입구에 버드나무가 병풍처럼 둘러서 있고 대문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각종 꽃과 나무들이 가꿔져 있으며 송(松), 괴목(槐木), 반송(盤松) 등으로 써 놓기도 했다. 주요 조경물인 취병(翠屛), 포도 시렁(葡萄架), 오미자 시렁(五味子架), 단풍대(丹楓臺) 등에도 이름을 써 놓았다. 산봉우리와 가까운 위쪽은 바위에 붉은 글씨로 '옥호동천(玉壺洞天)'을 새겨놓은 또 다른 소우주다. 김조순이 1804년 무렵부터 10년 이상 공들여 조성한 옥호정은 개인의 휴식 공간을 넘어 당대 최고 권력층의 문화적, 정치적 교류가 이루어진 한양 속 별천지였다. 옥호정과 함께 19세기 서울의 사대부 저택으로 이름났던 신위의 벽로방(碧蘆舫), 심상규의 가성각(嘉聲閣), 홍경모의 사의당(四宜堂) 등은 글로만 남았지만 김조순의 옥호정은 그림으로 생생하게 기록됐다. '옥호정도'는 정면과 오른쪽 측면에서 내려다보는 부감시를 기본으로 하면서 일부는 대상을 바로 앞에서 바라본 다시점이다. 어색한 점도 있지만 건축물의 배치와 각각의 모양, 조경과 공간 구조가 한눈에 파악되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실경산수의 요소를 더해 경관을 한 폭의 그림으로 구체화시킴으로서 무미건조한 도면에 그치지 않는 회화식 건물도이자 지형도로 완성됐다. 자세히 보면 소나무만 청색이고 이외의 식물은 모두 녹색이어서 옥호정 영역이 구별된다. 김조순은 옥호정을 옥사(玉舍), 호사(壺舍), 옥호정사(玉壺精舍), 옥호산방(玉壺山房) 등이라고도 했다. '옥호산방' 편액이 사랑채 정면에 걸려있고 옆으로 커다란 표주박 모양 편액도 보인다. 중간의 잘록한 부분에 끈을 매어 처마에 매달았다. 색깔도 노랗다. 표주박처럼 보이게 꾸민 나무판인지? 실제로 대형 표주박인지? 그림으로는 알 수 없다. 윗박에는 '숨을 은(隱)'자가 아랫박에는 '집 사(舍)'자가 있다. 은사(隱舍)는 김조순의 문집 '풍고집(楓皐集)'에 비은사(費隱舍)라고 나온다. '중용'의 '군자지도(君子之道) 비이은(費而隱)'에서 따왔다. 중국 송나라 주희는 '비(費)는 용(用)의 넓음이고, 은(隱)은 체(體)의 은미함이다'라고 풀이해 군자의 덕은 작용이 넓지만 본체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나서지 않는다고, 잘난 체하지 않는다고 할 수도 있지만 뒤에서 조종한다고, 숨은 실력자라고 할 수도 있다. 은사는 김조순의 처세관, 인생관이 담긴 명명이다. 대구의 미술사 연구자

    2025-11-19 11:50:11

  • [의학산책] 국가검진은 시작, 조기암 예방은 종합검진으로 완성

    [의학산책] 국가검진은 시작, 조기암 예방은 종합검진으로 완성

    "국가검진을 받았으니 괜찮겠지요?"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말이다. 그러나 건강검진은 단 한 번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다. 국가건강검진은 누구나 기본적으로 받을 수 있는 '출발선'일 뿐, 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건강을 지키기 위해선 개인의 위험요인에 맞춘 종합검진이 필요하다. 국가건강검진은 국민의 기본 건강을 지키기 위해 정부가 시행하는 제도로, 혈압·혈당·지질·간기능검사와 함께 위·대장·간·폐·자궁경부·유방 등 5대 암 검진이 포함된다. 누구나 쉽게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검사 항목이 제한적이다. 예를 들어 위내시경은 2년에 한 번, 대변잠혈검사는 1년에 한 번으로 정해져 있다. 이는 최소한의 선별검사일 뿐, 모든 사람에게 충분한 검사는 아니다. 실제로 국립암센터 조사에 따르면 위암 환자의 약 30%, 대장암 환자의 약 40%가 국가검진을 성실히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암이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됐다. 검진 간격이 길거나, 개인의 위험요인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30~40대 젊은 연령층에서 암이 빠르게 늘고 있다. 국가통계포털 자료에 따르면 40세 미만 대장암 환자는 10년 사이 약 2.3배 증가했으며, 위암 역시 환자 다섯 명 중 한 명은 40대 이하였다. 문제는 국가검진의 암검사 대상이 대부분 40세 이상부터 시작된다는 점이다. 즉, 30대는 아무리 성실히 검진을 받아도 암검사 자체가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한 가족 중에 암 환자가 있거나, 비만·흡연·음주 습관이 있거나, 용종이나 위염 병력이 있는 사람은 일반적인 국가검진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이러한 빈틈을 채워주는 것이 바로 종합검진이다. 종합검진은 연령, 가족력, 생활습관 등을 고려해 맞춤형으로 설계된 정밀검진이다. CT, MRI, 초음파, 내시경, 종양표지자 검사 등을 활용해 국가검진에서는 확인하기 어려운 미세 병변과 조기암을 찾아낸다. 예를 들어 위내시경과 대장내시경을 동시에 시행하면 상·하부 소화기를 한 번에 점검할 수 있고, 복부초음파와 CT를 병행하면 간암·췌장암·신장암 조기 발견률이 크게 높아진다. 또 유방촬영과 초음파를 함께 시행하면 치밀유방 여성의 유방암 조기 발견률이 20~30%가량 높아진다는 보고도 있다. 조기검진의 효과는 생존율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국립암센터 통계에 따르면 조기 위암의 5년 생존율은 97%에 달하지만, 진행성 위암은 36%로 떨어진다. 조기 대장암의 생존율은 93%, 진행암은 60% 미만으로 급격히 낮아진다. 결국 같은 암이라도 언제 발견하느냐가 생명을 좌우한다. 건강검진은 '보험'이 아니라 '투자'다. 국가검진으로 기본 건강을 점검하고, 개인의 생활습관과 위험요인에 맞춘 종합검진으로 그 가치를 완성해야 한다. 암은 증상이 나타난 뒤에는 이미 늦기에 정기적인 검진만이 조기 발견의 기회를 높이고, 건강한 삶을 지켜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김치호 대구 일민의료재단 세강병원 원장

    2025-11-19 06:30:00

  • [세풍-강민구] 먹던 복숭아를 왕에게 준 신하의 운명

    [세풍-강민구] 먹던 복숭아를 왕에게 준 신하의 운명

    권력자의 열등감(劣等感)과 변덕은 심리적으로 밀접한 관계가 있다. 열등감이 심한 권력자는 그것을 감추고 보상하기 위해 타인의 비판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자신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변덕스럽게 결정을 바꾸거나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한다. 이러한 권력자는 조직 전체에 불확실성을 증대시키고, 구성원의 신뢰를 저하하게 만들며, 결국 조직을 붕괴시킨다. 한비자(韓非子)는 「세난(說難)」에서 설득의 어려움은 지식·논리·언변의 부족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왕의 심리를 주도면밀히 헤아리는 데 있다고 주장하였다. 한비자는 아무리 옳은 말이라도 왕의 열등감을 건드리면 목숨도 잃을 수 있다는 것을 '역린(逆鱗)'을 통해 역설했다. "용이라는 동물은 잘 길들이면 사람이 탈 수 있을 만큼 유순하다. 하지만 목 아래에 거꾸로 난 비늘, 즉 역린이 있는데, 만약 누군가 이것을 건드리면 반드시 그 사람을 죽이고 만다. 왕에게도 이러한 역린이 있다." 거꾸로 솟은 비늘은 정상적이지 않고, 도드라져 보이며, 외부의 자극에 취약하다. 이는 권력자가 내면에 깊이 감추고 있는 열등감의 속성과 같다. 그것은 출신 성분, 정통성 부족, 능력 부족 등이다. 만약 누군가 이 부분을 건드리면 겉으로 보이는 유순함과 이성은 순식간에 폭력성으로 돌변한다. 한편 열등감이 있는 권력자는 상황에 따라 같은 말과 행동을 전혀 다르게 판단한다. 총애할 때는 결점도 사랑스럽게 보지만, 총애가 식으면 장점마저 죄과로 변하니, 한비자는 이를 '여도지죄(餘桃之罪)'라는 이야기로 표출하였다. 미자하(彌子瑕)는 위(衛)나라 왕의 깊은 총애를 받았는데, 어느 날,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허락도 없이 왕의 수레를 타고 집으로 달려갔다. 이는 발뒤꿈치를 베는 중죄에 해당하지만, 왕은 오히려 "참으로 효심이 지극하구나. 어머니를 위해 중벌을 받을 각오까지 하다니!"라며 그를 칭찬하였다. 또 왕과 함께 과수원을 거닐던 미자하가 복숭아를 한 입 베어 먹었는데, 그 맛이 너무 달았기에, 먹던 복숭아를 그대로 왕에게 먹게 했다. 이는 매우 불경(不敬)한 행동이었지만, 왕은 기뻐하며 "나를 이토록 사랑하여 나에게 맛있는 것을 먼저 주는구나!"라고 그를 칭찬하였다. 세월이 흘러 미자하의 용모가 쇠하고 왕의 총애도 식었다. 어느 날 미자하가 작은 잘못을 저지르자, 왕은 과거의 일들을 모두 끄집어내며 꾸짖었다. "저 자는 일찍이 멋대로 내 수레를 탔고, 심지어 자기가 먹다 남은 복숭아를 나에게 먹인 놈이다!" 결국 미자하는 과거에 칭찬을 받았던 행동들 때문에 벌을 받게 되었다. 이처럼 자신의 권력과 지위를 끊임없이 확인하고 과시하려는 욕구는 내면의 열등감에서 비롯된다. 총애를 베풀 때는 한없이 관대하다가, 감정이 식자 과거의 일까지 들추어내 가혹하게 처벌하는 극단적 태도는 자신의 절대적 힘을 확인하고 우월감을 느끼려는 행동이다. 또 다른 속성은 자기애적 분노이다. 자신의 기대나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느끼거나, 자신의 권위에 도전한다고 여길 때 과도한 분노를 표출하는 것은 자기애적 성향과 연관되며, 이는 깊은 열등감을 감추기 위한 방어기제로 작동한다. 열등감이 없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것이 권력자의 변덕을 유발하는 원인이 될 때 조직이나 국가의 안위를 위협하게 된다. 조직의 관리자나 권력자는 자신의 심리적 기제를 이성적으로 제어해야 하며, 제도적으로도 그 부작용을 감시 통제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강민구 경북대 한문학과 교수

    2025-11-19 05:00:00

  • [사설] 정부와 민주당은 국민 편인가 대장동 일당 편인가

    정부가 대장동 항소 포기에 단체로 입장을 밝힌 검사장들을 평검사로 전보(轉補)하거나 국가공무원법 66조 위반 등으로 형사처벌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항의 성명에 참여했던 수원지검장과 광주고검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또 전주지검장은 "검찰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지키고 일선 기관장으로서 구성원의 궁금증을 해소할 필요가 있어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경위 설명을 정중히 요청한 것을 항명으로 규정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행 검찰청법은 상급자의 사건 지휘가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검사는 이의(異議)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절차(법무부 훈령)를 제도화한 것은 노무현 정부 때다. 나아가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비상계엄 때 "불의한 명령은 거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 놓고 지금 검찰의 당연한 반발과 경위 설명 요구를 '항명' '반란'으로 덮어씌우고 법을 개정해서라도 처벌하겠다고 한다. 대장동 사건 1심 판결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함으로써 앞으로 대장동 일당은 개인별로 수천억원에서 수백억원을 가져가게 됐다. 이들은 각각 징역 4~8년을 선고받았지만, 형기(刑期)를 다 채울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2심에서 다툴 여지가 많았음에도 검찰 수뇌부의 투명하지 않은 항소 포기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만 범죄 수익으로 의심되는 수천억원, 수백억원으로 호의호식하게 된 것이다. 전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항소 포기 결정에 법무부의 압박을 의식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지금 정부·여당은 "검찰이 왜 범죄 수익금으로 보이는 대장동 일당의 돈을 환수할 기회를 차단했느냐"에 집중해야 한다. 신속하게 진실을 규명하고, 문제가 발견되면 처벌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항소 포기의 경위와 법리를 설명해 달라는 검사들을 처벌하겠다고 한다. 사태의 본질을 허물고 검사들에게 '항명' '반란' 프레임을 씌우는 까닭이 무엇인가? 이러니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 국민 편인지, 대장동 일당 편인지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2025-11-19 05:00:00

  • [사설] '대장동 범죄 수익 환수 특별법', 정부·여당도 반대할 이유 없다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민간업자들은 1심에서 징역 4~8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장기간 금품 제공 등으로 형성한 유착 관계에 따라 벌인 부패 범죄"라며 사건의 중대성과 죄질을 심각하게 판단했다. 그러나 검찰의 7천814억원 추징(追徵) 요구에 대해선 '손해액의 구체적 산정이 어렵다'며 473억원만 인정했다. 이후 법무부 등 윗선의 '외압·개입' 논란의 검찰 항소 포기 사태가 터졌고, 범죄자들이 부패 범죄 수익 대부분을 가질 수 있는 말도 안 되는 일이 현실화되고 있다. 검찰의 항소 포기로 동결 조치가 해제될 상황에 놓이면서 범죄자가 법원·검찰에 추징 보전 해제를 요구하고 국가 배상 청구 운운하며 '돈 내놔라' 오히려 큰소리치는 코미디가 연출되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은 대장동 사건 범죄 수익을 소급(遡及) 적용해 환수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다음 주 '대장동 범죄수익 환수 특별법'을 대표 발의하는 나경원 의원은 "특별법으로 대장동 사건 등 초대형 부패 범죄 수익을 국가가 몰수·추징하고, 차명 재산에 대해서도 동결·환수가 즉시 가능하게 하자는 취지"라고 했다. 동결 재산을 형사 판결 확정 후 바로 해제하는 게 아니라 법원의 심사와 공개 심문 절차를 거쳐 최종 결정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검찰 등 국가기관이 민사소송을 제기해 국가 주도로 범죄 수익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긴다. 정부·여당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 '특별법 제조기'인 더불어민주당이 이 법안에 대해선 반대한다면 나 의원 말대로 '공범' 의혹만 짙어질 뿐이다. 항소에 반대했던 법무부도 추징 보전 해제 요구와 관련해선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중대하고 심각한 부패 범죄의 수익이 고스란히 범죄자의 몫으로 돌아가게 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를 보고만 있는 것은 국가가 '부패 범죄를 저질러 떼돈을 벌라'고 부추기는 것에 다름 아니다. 법무부·대통령실이 개입했든 안 했든 이는 국정조사 등을 통해 밝혀낼 일이고, 먼저 범죄자들이 범죄 수익을 가지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다.

    2025-11-19 05:00:00

  • [사설] '귀족 노조'에 110억원 혈세 지원, 비조직 노동자 외면한 정치적 거래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에 각각 55억원을 지원하는 예산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17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에서 통과됐다. 정부 예산안에는 없던 것을 끼워 넣은 '쪽지 예산'이었다. 국민의힘은 "코드 예산" "정권 교체에 대한 대가성(代價性) 지원 사업"이라며 삭감을 주장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이날 기후환노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내년도 고용노동부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민주노총이 요구한 서울 중구 본관 사무실의 임차(賃借) 보증금 전환 비용 55억원과 한국노총이 요구한 시설 수리 및 교체비 55억원을 예산 수정안에 반영했다. 양대 노총이 지난 9월 이재명 대통령에게 "노동운동의 위상에 걸맞은 지원을 해달라"던 요구가 일부 수용된 것이다. 정부가 양대 노총의 사무실 임차료와 시설 보수 비용을 예산으로 지원한 것은 2005년(민주노총)과 2019년(한국노총) 이후 처음이다. 양대 노총에 대한 예산 지원은 '대선 보은용(報恩用)'이란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을 고용노동부 장관에 임명해 '보은 인사'란 지적을 받기도 했다. 지난 대선 때 한국노총은 이 대통령을 지지했고, 민주노총은 진보당 후보와 협약을 맺었으나 해당 후보는 이 대통령을 지지하며 사퇴했다. 예산 지원과 관련, 민주당의 한 의원은 "취약 노동자를 위한 인프라 개선을 '코드 예산'으로 비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지만, 말도 안 되는 주장이다. 대기업·공기업·은행 등의 고임금 정규직 중심으로 조직된 양대 노총은 '귀족 노조'란 말을 듣고 있다. 취약 노동자 지원은 훨씬 열악한 제3노조나 미가맹 노조를 대상으로 하는 게 맞다. 국제노동기구(ILO)는 노조의 재정적 독립성(獨立性)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의 예산 지원은 노조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이 양대 노총의 지지를 얻기 위해 세금을 투입하는 것은 '정치적 거래'이며, 다른 경제 주체나 비조직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이다.

    2025-11-19 05:00:00

  • [관풍루] 초고령 사회 접어든 대한민국 전체의 비극…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에 대해 북한이 '대결적 기도가 다시 한번 공식화, 정책화됐다"고 반응하자, 대통령실은 "북측에 적대나 대결 의사가 없다"는 입장. '까막눈'도 대통령실에 포진하고 있군.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헌법존중 정부혁신TF' 관련, "자기 휴대전화는 자발적으로 제출하지 않으면 볼 수 없다"고. 자발성을 빙자한 강압적 행태가 바로 반헌법적. ○…지병(持病) 앓던 80대 어머니 요양병원 입원 거부하자 방화로 숨지게 한 50대 딸, 항소심에서도 원심과 같은 징역 10년 선고. 초고령 사회 접어든 대한민국 전체의 비극.

    2025-11-19 05:00:00

  • [날씨] 11월 19일(수)

    [날씨] 11월 19일(수) "대체로 맑음"

    2025-11-18 18:55:28

  • [기고-김성태 ] 노벨문학상 수상자 라슬로와 헝가리

    [기고-김성태 ] 노벨문학상 수상자 라슬로와 헝가리

    202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헝가리의 소설가, 각본가인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Krasznahorkai László, 1954년생)에게 돌아갔다. 작년에 한국의 여성 작가 한강이 수상했으므로 금년에는 세간에서 예측한 대로 서양의 남성 작가가 선정된 것이다. 한강보다 한 해 먼저인 2015년 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비롯해 전미도서문학상 등 다수의 유명 문학상을 수상해 매년 노벨문학상 수상 가능자로 점쳐져 온 작가다. 헝가리는 1905년 이래 총 15명이 노벨상을 수상했으며 문학상으로는 2002년 케르테스 임레(Kertész Imre, 1929~2016)에 이어 두 번째다. 임레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의 체험을 바탕으로 쓴 자전적 소설 '운명'(1975)으로 유명하다. 라슬로는 그의 데뷔작이자 대표작이 된 '사탄탱고'(1985)를 포함해 6권의 책이 우리말로 출간돼 있다.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등으로도 많이 번역돼 있다. 훈족의 후예(마자르민족)로서 우랄어 계통의 헝가리어를 쓰는 사람들은 성을 먼저 쓰고 이름을 나중에 쓴다. 10월 9일(현지시간) 스웨덴 아카데미는 라슬로를 122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하면서 "묵시록적 공포 속에서 예술의 힘을 재확인한 라슬로의 작품은 강렬하고 선구적이다"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헝가리 현대문학의 거장 라슬로는 온천 휴양으로 유명한 헝가리 남동부의 소도시 줄러(Gyula)에서 태어났다. 부다페스트대학에서 법학과 헝가리문학을 전공하며 소설가로 활동하기 전 출판사 편집자로 일했다. 이후 독일로 유학해 프란츠 카프카의 영향을 받았다. 또한 중국, 몽골, 일본 등을 여행하며 동양적인 정서도 많이 체득했다. 그의 '사탄탱고'는 공산주의가 붕괴하던 1980년대 헝가리를 배경으로, 해체된 집단농장의 마을에 남아 가난과 불신의 늪에 빠져 무기력한 삶을 보내는 인물의 이야기를 담았다. 1994년 벨라타르 감독에 의해 동명의 영화로 제작됐으며, 작가는 각본 작업에 참여했다. 이후에도 '저항의 멜랑콜리'(1989), '전쟁과 전쟁'(1999), '서왕모의 강림'(2008), '마지막 늑대'(2009), '세상은 계속된다'(2013),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2016) 등 절망과 고통, 타락과 구속, 전쟁을 주제로 인간 내면을 탐구해 왔다. 라슬로의 작품은 끝없이 이어지는 긴 문장이 특징이다. '저항의 멜랑콜리'는 300쪽이 넘는 분량이 단 한 문장으로 쓰였다. 작가는 낮에 일하는 동안 모든 장면들을 머릿속에 넣어뒀다가 밤에 한 번에 쭉 흘러나오듯 글을 쓴다면서 "분절되지 않는 일상의 연속성을 문장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문장의 흐름에 몸을 맡기다 보면 어느덧 몰입에 이르는 게 라슬로 소설의 매력이다. 노벨상 수상자는 상금 1천100만 크로나(약 16억5천만원)와 함께 메달과 증서를 받는다.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헝가리는 인구가 1천만 명이 채 안 되고 국토 면적도 한국보다 조금 작지만 저력 있는 나라다. 1989년 박철언 장관의 활약에 힘입어 동구권 국가들 중에서는 한국과 처음으로 수교한 뒤 그해 노태우 대통령이 방문했다. 이후 양국 간 경제협력, 문화예술 등 우호관계가 지속되고 있다. 체코, 폴란드, 슬로바키아 등 중부유럽 중심지도 헝가리의 비셰그라드에 있다. 헝가리에 더욱 관심을 가질 만하다.

    2025-11-18 18:24:08

  • [매일춘추] 같은 겨울, 우리가 놓친 입시 풍경

    [매일춘추] 같은 겨울, 우리가 놓친 입시 풍경

    입시철이다. 주말뿐 아니라 평일에도 서울행 KTX 열차표 구하기가 쉽지 않다. 며칠 전에는 오랜만에 새마을호 기차를 탔는데, 거의 네 시간여를 서서 내려왔다. 청춘의 한때를 되살릴 만한 아련한 낭만은 없었고, 그저 사람들로 꽉 찬 열차 안에서 대학 입시의 무거운 공기를 느꼈을 뿐이다. 입시의 북새통은 호텔 또한 예외가 아니다. 대학가 숙소는 대부분 만실이고 가격은 평소보다 뚜렷하게 올랐다. 어떤 대학은 하루에 4만 명이나 논술시험을 치른다니, 이쯤 되면 차라리 본고사를 부활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현행 제도가 공정하고 합리적이라 말하지만, 실제 현장을 보면 조금은 소모적이고 비효율적이라는 사실을 부정하기 어렵다. 결국 그 긴장은 학생과 학부모를 넘어 사회 전체가 함께 떠안는 부담으로 돌아온다. 대학 입시는 한 사람의 인생에서 지나치게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변수는 많고 구조는 복잡하다. 작은 실수 하나가 결과를 뒤흔들곤 한다. 일부 전문가는 "실력 있으면 다 합격한다"고 말하지만, 정당하게 노력한 학생에게 실수를 만회할 공평한 기회를 주는 것이야말로 사회 제도의 역할 아닐까. 단 한 번의 시험으로 미래의 문이 닫힌다면, 그 제도가 진정한 공정을 담보한다고 말하기 어렵다. 공정과 공평은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가치이기 때문이다. 공정은 모두에게 같은 규칙을 적용하는 것이고, 공평은 서로 다른 출발선과 조건을 고려해 필요한 보정을 하는 것이라 한다. 예컨대 호텔 스위트룸이든 싱글룸이든 조식은 같은 장소에서 공정하게 제공된다. 그러나 같은 음식을 먹는다고 같은 조건이 되긴 어렵다. 방의 크기, 가격, 숙박 경험에서 이미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작은 차이가 전체 경험을 바꾸듯, 입시에서도 조건의 차이가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학생부종합, 내신, 수능, 논술, 면접 등 다양한 전형이 뒤섞인 구조 속에서 모든 학생이 같은 조건에서 출발한다고 말하기는 사실 어렵다. 한 번의 실수에 너무 많은 것이 걸려 있고, 그 부담은 학생뿐 아니라 부모에게도 그대로 전가된다. 입시제도를 단번에 바꾸기는 어렵지만, 학생들이 실력과 잠재력을 안정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구조는 만들어 내야 한다. 지금의 혼잡함은 단순한 일정 문제가 아니라, 현행 시스템이 더 이상 현실을 담아내지 못한다는 신호일지 모른다. 공정한 경쟁은 누구나 가진 능력을 온전히 펼칠 수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지금처럼 현 제도를 고민 없이 반복할 뿐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는다면, 매년 이 소모적 풍경은 계속될 것이다.

    2025-11-18 14:26:27

  • [관절클리닉] 어깨통증에 효과적인 프롤로주사치료

    [관절클리닉] 어깨통증에 효과적인 프롤로주사치료

    기온이 급격히 내려가고 찬바람이 이어지는 겨울철이면 몸은 자연스럽게 움츠러들고 어깨 주변의 근육과 힘줄은 쉽게 경직된다. 중장년층 환자들이 "옷을 입을 때 팔이 잘 올라가지 않는다", "밤에 쑤셔서 잠을 자기가 어렵다"라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이유다. 많은 이들이 단순한 근육통으로 여기고 지나치지만, 실제로는 회전근개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초기 신호일 가능성이 높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를 보면 2016년 약 179만 명이던 어깨 통증 진료 환자는 2020년 209만 명, 2022년에는 220만 명에 이르러 꾸준한 증가세를 나타냈다. 고령화와 함께 스마트폰, 컴퓨터 사용 증가로 인한 어깨 피로 누적, 겨울철 근육 경직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겨울철에는 근육의 유연성이 떨어지고 혈류가 감소하면서 작은 동작에서도 힘줄 손상이 쉽게 발생한다. 회전근개는 어깨를 지탱하는 네 개의 힘줄 구조물로, 팔을 들어 올리고 회전하는 대부분의 움직임을 책임진다. 그러나 구조적으로 얇고 반복적인 사용에 약하기 때문에, 찬 기온에 노출되거나 과도한 긴장이 쌓이면 쉽게 손상될 수 있다. 환자들이 흔히 호소하는 증상으로는 팔을 들어 올릴 때 중간에서 찌릿한 통증이 나타나거나, 옆으로 누워 자려고 하면 쑤셔서 뒤척이게 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머리 위로 팔을 올릴 때 통증이 심해지거나, 움직일 때 '딱딱' 소리가 나며 힘이 빠지는 느낌도 회전근개 손상에서 흔히 나타난다. 실제로 겨울철 진료실에는 비슷한 증상을 겪는 환자들이 잦아진다. 58세 여성 환자는 추운 날 장바구니를 들다가 갑자기 어깨에 찌릿한 통증이 발생해 내원했다. 초음파 검사에서 극상근의 부분파열과 건염이 확인되었고, 프롤로치료와 스트레칭을 병행해 일상동작이 회복될 정도로 호전됐다. 프롤로치료는 손상된 힘줄이나 인대에 증식물질을 주입해 조직 재생을 촉진하는 방식으로, 구조적 손상이 발생한 회전근개 통증 치료에 효과적이다. 단순히 통증을 일시적으로 줄이는 것이 아니라, 약해진 조직을 강화해 재손상 위험을 줄인다는 점에서 장점이 크다. 미세파열이나 건염, 퇴행성 약화 등에서 특히 좋은 효과를 보이며, 어깨의 안정성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 초음파를 이용해 정확한 부위에 주입할수록 치료 효과가 커지기 때문에, 치료는 경험이 풍부한 의료진에게 받는 것이 중요하다. 프롤로치료는 단순한 주사가 아니라 정확한 진단이 필수다. 어떤 힘줄이 손상되었는지, 섬유화나 파열의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주변 근막과 인대의 상태는 어떠한지 등을 세밀하게 파악해야 한다. 주입 각도와 깊이, 압력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으며, 치료 후에는 어깨 사용 패턴 교정과 재활운동까지 병행해야 기능 회복 속도가 올라간다. 이러한 여러 요소를 고려할 때 숙련된 의료진이 초음파 기반으로 치료를 시행해야 안전하고 효과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겨울철 어깨 통증을 줄이기 위해서는 생활습관 관리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보온을 신경 써야 하며, 두꺼운 옷을 입은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팔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는 동작은 피하는 것이 좋다. 2주 이상 통증이 지속된다면 초음파 검사를 통한 정확한 진단을 권한다. 특히 밤에 통증이 심하거나 팔을 들어 올리는 동작에서 힘이 빠지는 느낌이 있다면 이미 힘줄 손상이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빠른 진료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숙련된 의료진에게 체계적인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안전한 겨울을 보내는 지름길이다. 배기윤 대구 완쾌신경과의원 대표원장

    2025-11-18 14:24:42

  • [사설] 상주영천고속도로, 잇따른 대형 사고는 인재(人災)다

    2017년 6월 개통된 국내 최장(94㎞) 민자 고속도로인 상주영천고속도로가 '악마(惡魔)의 도로'라는 별명으로 불려진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17일 새벽 상주영천고속도로 상주 방면 93.6㎞ 지점에서 대형 화물차와 벙커C유를 가득 채운 26톤 유조차 간에 1차 추돌 사고(事故)에 이어, 뒤따르던 14톤 화물차·2.5톤 화물차·승용차 등 차량 8대가 연달아 추돌하는 2차 사고가 발생해 2명이 숨지고 6명이 부상을 입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더 큰 문제(問題)는 이런 대형 사고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2019년 12월에는 상주영천고속도로 영천 방면 서군위 나들목 부근 26.4㎞ 지점에서 '도로 위의 암살자'로 불리는 블랙아이스(살얼음)로 인해 차량 28대가 잇따라 추돌하면서 사망자 7명을 포함, 무려 39명의 사상자를 냈다. 각종 사고는 다양한 원인에 의해 일어날 수 있지만, 비슷한 사고가 특정 지역에서 연달아 일어난다는 것은 인재(人災)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차량 운전자가 안전 수칙을 준수하고 도로 관리 기관 등이 보다 적극적으로 안전 조치를 시행했었다면 대형 참사를 미리 막을 수도 있었다는 뜻이다. 상주영천고속도로 대형 사고는 '대형 화물차+위험물 운반 대형 차량+새벽 시간+연쇄 추돌+화재+인명 피해 확대'라는 메커니즘이 동일하게 작동했다는 특징(特徵)이 있다. 원론적인 소리지만, 새벽 시간에 운행하는 대형 차량들의 과속 금지, 안전거리 확보 등 운전자 주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승용차 등 다른 일반 차량들도 1차 사고에 이은 2차 사고에 따른 피해(被害)가 엄청나다는 것까지 감안해 안전 운전 수칙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관리 당국 역시 사고 예방 표지판과 자동 염수분사시설 설치 등 안전시설 강화와 함께 운전자들의 안전 운전을 강제(強制)할 수 있는 과속 카메라 설치 확대 등 적극적 사고 예방에 나서야 한다. 순간의 부주의가 나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삶에 상상할 수 없는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상주영천고속도로 이용자들은 잊지 말아야 한다.

    2025-11-18 05:00:00

  • [사설] 대장동 일당이 수천억원 갖도록 방치한 검찰, 특검으로 수사해야

    검찰 수뇌부가 대장동 사건을 항소하지 않은 것을 대통령실 의중(意中)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는 국민 비율이 51.4%로 나타났다. '대통령실과 무관하다'는 비율은 37.7%였다. 5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대통령실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본다는 비율이 과반(過半)이었다.(코리아정보리서치 15~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천5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검찰의 항소 움직임에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신중히 판단하라" "종합적으로 판단하라"고 말했다. 검사들의 항소 요구에도 항소 포기를 결정한 노만석 전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법무부 차관이 항소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며 세 가지 선택지를 제시했는데, 모두 항소를 포기하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법무부 장관은 "신중히 판단해 달라"는 의견만 전달했을 뿐 지침(指針)을 주지 않았다는 입장이고, 법무부 차관 역시 "선택지를 준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서로 말이 다른 것이다.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으나 추징금이 부과되지 않은 남욱 변호사(대장동 일당)는 수백억원 상당의 재산에 대한 가압류 해제(解除)를 요청했다. 해제하지 않으면 국가배상청구를 하겠다고 한다. 앞서 검찰은 대장동 민간 업자 5명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면서 이들이 재산을 빼돌리지 못하도록 추징 보전을 청구했는데, 1심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가 무죄 선고되었고, 검찰의 항소 포기로 대장동 일당이 돈을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대장동 항소 포기는 검찰이 '범죄 수익'으로 의심되는 7천800억원을 대장동 일당이 갖도록 방치(放置)한 사건이다. 검찰이 국민 편이 아니라 대장동 일당 편에 섰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 반국가적 사건에 대통령실 의중이 작용했고, 법무부가 압박(壓迫)한 것으로 국민들이 의심하고 있다.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진실을 밝혀야 한다.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할 검찰이 사실상 '범죄자 편'에 선 사건을 그냥 넘긴다면 국가가 아니다.

    2025-11-18 05:00:00

  • [사설] 대규모 국내 투자 약속, 정부는 반기업 정책 폐기로 뒷받침하라

    4대 그룹이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후속 논의를 위한 민관 합동 회의에서 800조원이 넘는 국내 투자를 약속했다. 삼성이 5년간 450조원, SK는 2028년까지 128조원, 현대차는 2030년까지 125조2천억원 등 주요 기업들이 중장기 대규모 투자에 나서기로 했다. 2천억달러 대미 투자로 국내 투자가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拂拭)시키기 위한 차원이다. 관세 불안 해소를 계기로 국내 투자에 속도를 내면서 정부의 규제 개선과 인력 양성, 인프라 확충 등이 함께 맞물린다면 침체된 제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를 이끌어 낼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상황은 만만치 않다. 경제 주축(主軸)이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옮겨 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왔는데, 서비스업 성장이 아니라 제조업 약화로 빚어지는 현상이다. 국회 예산정책처 중기경제전망에 따르면 내년 제조업 부가가치가 올해보다 1.5% 증가에 그칠 전망이다. 관세 충격에다 건설 경기 장기(長期) 위축, 중국 제품과의 경쟁으로 인한 반도체 가격 하락, 자동차 수요 둔화에 따른 수출 압박 등 여러 요인이 제조업 전망을 어둡게 한다. 갈수록 제조업은 저성장에 머물고 서비스업 성장세는 2% 안팎을 유지하면서 수출 주도 경제에 경고등이 켜질 수 있다. 단지 국내 투자 위축에 따른 제조업 위기가 아니라 중국과의 경쟁이 가장 큰 위협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10대 수출 주력업종의 한·미·일·중 경쟁력 현황과 전망을 조사했는데, 10대 주력업종 중 절반이 중국에 추월당했고, 5년 뒤엔 모든 업종이 추월당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왔다. 조사에 응한 기업들은 대외 리스크 최소화, 인력 양성, 세제·규제 완화, 노동시장 유연화 등을 요청했다. 대기업 국내 투자 약속으로 회복의 불씨를 지피게 됐지만 정부의 맞춤형 정책 지원 없이는 제조업 근간(根幹)이 흔들리게 된다. 비슷한 경고가 벌써 수차례 반복됐지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작금의 위기가 닥쳤음을 명심해야 한다. 더 이상 경고는 없을지도 모른다.

    2025-11-18 05:00:00

  • [관풍루] '그분'이 누구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국민은 알 것.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 대장동 재판 항소 포기와 관련 "범죄를 저질러 놓은 자가 범죄를 지우기 위해 죄를 덮겠다는 그분을 용납할 수 있겠나"라고 비판. '그분'이 누구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국민은 알 것. ○…서울 영등포경찰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민희 국회 과방위원장이 국감 기간 중 국회에서 딸 결혼식 치르면서 피감기관 등으로부터 축의금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 착수. 수사하는 척만 하겠지. ○…정성호 법무부 장관, '대장동 재판' 항소 포기에 반발하는 지검장들을 평검사로 인사 조치 하는 방안에 대해 내부 반발이나 우려가 "없는 것 같다"고 주장. 있는데 없다고 우기면 없는 것이 되나?

    2025-11-18 05:00:00

  • [날씨] 11월 18일(화)

    [날씨] 11월 18일(화) "대체로 맑겠고, 지역에 따라 한때 눈 또는 비"

    2025-11-17 18:5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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