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1월 8일(목) "대체로 맑겠고 울릉독도는 눈·비 오겠음"
2026-01-07 18:40:24
[이춘호의 미각기행] 빵의 인문학<하> 대구빵의 르네상스
이제 대구는 별별 빵을 찾아 순례자처럼 여행 오는 '빵지순례'의 도시다. 명예의 전당 그 반열에 오른 '커피명가' 같은 전국구 로컬커피를 중심으로 전국 최강 인프라를 가진 바리스타, 그리고 로스터, 거기에 베이커리카페 붐을 주도한 '우즈'(WOOZ), '남산제빵소', 팔공산 '헤이마', 최정산 '오퐁드푸아', 고성동 '빌리웍스' 등과 같은 핫플 '창베카'(창고형 베이커리카페)가 대구를 프랑스 못지않은 '빵시티'로 발효시켰다. 단팥빵~고로케~마약빵~레몬빵 스템프를 찍기 위해 대구를 찾는 관광객을 100여명의 제빵 기능장들이 커버한다. 그들은 골목골목을 연결하며 한때 전국 최강이었다가 추락했고 다시 새로운 빵의 르네상스를 구가하고 있는 대구 빵의 또 다른 100년을 향해 대장정 중이다. 이를 위해 대구시가 2019년부터 매년 '대구 명품빵 경연대회'를 개최하여 전문가와 시민 평가단의 평가로 선정된 최고빵을 '올해의 대구 명품빵 : 대빵'으로 선정 발표하고 있다. 제1회는 '애플모카빵', 제2회는 '애플파이', 제3회는 '팔공사과빵'이 발굴됐다. 특히 전국발 공룡빵 때문에 폐업의 기로에 놓였던 각 구별 골목빵들도 새로운 도전장을 냈다. 2010년 손노익, 이장열, 정노열, 김철호, 김항수, 우인호 등 6명의 서구의 빵집 주인들이 협동조합을 통해 '서구대표 골목빵'을 출시하면서 '서구맛빵·해오름빵·삼구빵'을 특허출원하기도 했다. iM뱅크 등 대표적 향토기업들이 선물용으로 많이 구입해가기도 했다. ◆오복빵 북구 침산동 3공단에 자리 잡은 '오복빵'은 오복건빵과 함께 70년대 대구의 구멍가게 빵 시장을 주름잡았던 인기브랜드다. 당시 군소 빵 공장은 박정희 대통령의 혼·분식 장려 운동 때문에 크게 성장한다. 그때 서울 을지로에서 태어난 삼립도 70년쯤 지역을 공략하기 위해 북구 칠성동 1가에 대구센터를 설립한다. 국내의 빵 공급 루트는 크게 제과점(윈도우베이커리)과 빵공장(양산업체) 두 곳으로 집약된다. 국내 양산업계 빵 시장은 〈주〉샤니가 앞선 가운데, 그 뒤를 크라운 베이커리, 뚜레쥬르(CJ 계열), 삼립, 기린, 서울식품 등이 추격하는 구도였다. 하지만 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오복빵이 선두권이었지만 결국 부산에서 생겨난 〈주〉기린에 79년쯤 잡아먹힌다. ◆기린의 등장 부산 반여동에 본사가 있는 '기린'의 원래 브랜드는 '삼립'이었다. 69년 삼립빵 영남권 총판 자격권을 갖고 등장한 뒤 81년 법인명을 기린으로 바꾸면서 대구·경북지역 공략에 나선다. 한양대 공대 출신인 김정운 회장, 그는 시장분석 결과 기린의 생존에 반드시 대구와 경북시장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대구로 진입하면서 기린은 제과점 사업을 특화한다. 1982년 기린 산하에 다크호스로 불렸던 '밀탑사업부'가 생긴다. 하지만 지역 제과업계는 밀탑이 자신의 숨통을 죌 것이라곤 상상도 못 한다. 밀탑의 마케팅은 고품격이었다. 전국에선 처음으로 셀프서비스란 걸 도입한다. 그 전만 해도 직원이 빵을 골라줬는데 밀탑은 손님이 직접 고르도록 했다. 또한 자동제빵시스템과 생크림(요즘 동물성생크림보다 저급인 식물성크림) 버전을 개발한다. 밀탑은 일본 오사카와 도쿄의 제빵 기술자를 국내로 데려와 기술을 배웠다. 빵 나오는 시각을 입구에 공개할 정도로 업그레이드된 경영을 했다. 대구침공이 쉬웠던 이유는 뭘까? 뉴욕·런던·뉴델이 세무조사 등으로 동반 폐업하자 지역 제빵기술이 점차 동반하락하게 된 것이다. 무주공산에 새로운 주인이 나타난 셈이다. 하지만 1992년 복병을 만난다. 외부의 적이 아니고 내부의 적이었다. 1989년 상장기업이 된 기린은 경영 합리화를 단행한다. 밀탑사업부는 2002년 대구에서 자취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어쩜 밀탑보다 막강한 파워를 가진 파리바게뜨가 이미 대구에 상륙했고 섬유경기 하강으로 빵 사업의 미래가 그렇게 밝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파리바게뜨의 대구 침공 지역 빵장수들은 파리바게뜨 얘기만 나오면 다들 한숨을 내 쉰다. 80년대 밀탑에 혼이 난지 얼마 안 돼 재차 파리바게뜨 '대구대공습'을 허용한 것에 대한 자책감 때문인지도 모른다. 파리바게뜨는 삼립을 모태로 성장해 한때 4개 계열 18개 브랜드, 연매출액 1조원을 기록한 SPC그룹 회장 허영인의 작품. 80년대초 삼립에서 독립해 세운 〈주〉샤니를 기반으로 베스킨라빈스와 던킨 도너츠 사업까지 성공시켰다. 파리크라상은 법인명, 파리바게뜨는 브랜드명이다. 파리바게뜨는 쉽게 파리크라상의 가맹점 브랜드이다. 86년 10월 17일 샤니 계열사인 파리크라상이 설립되고 그해 서울 반포에 크라상 1호점, 88년 바게뜨 1호점이 광화문에 등장한다. 이때 시장조사팀은 한강 이남에서 어느 지역부터 치고 들어갈 것인가를 놓고 고심했다. 대구가 가장 고급 브랜드를 선호한다는 사실을 앞세우고 대구부터 공략한다. 89년 10월 수성구, 90년 6월29일 중구 동성로에 직영점을 연다. ◆스텔라베이커리 1980~90년대 초 대구에서 젊은 시절을 보낸 사람치고 중구 공평동 중앙초등학교 옆 '스텔라 베이커리'를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광복 직후 형성된 일본식 제과 제빵 문화를 대구 정서에 맞게 발전시킨 제과점 중 하나였다. 김호상 사장은 아직도 대구 제빵인들에겐 입지전적 인물로 추앙받는다. 그는 빵밖에 몰랐다. 훗날 대한제과협회장 김영모도 그의 밑에서 기술을 배워 훗날 상경해 국내 최고의 제빵인으로 성공한다. 그는 60년대 대신동에서 삼송 빵집을 잠시 경영하다가 곧이어 대구백화점 앞으로 이전해 4년간 실력을 발휘했지만 돈은 안됐다. 재차 한일극장 동편 밀밭제과 근처로 자릴 옮겨 2년간 버텼지만 역시 고전한다. 그때 김 사장 앞에 새로운 점포가 나타났다. 지금은 2·28기념중앙공원에 편입돼 사라진 스텔라 본점 건물이었다. 거기서 대운이 터졌고 88서울 올림픽 직후부터 스텔라는 대박행진을 한다. 그는 손님이 원하는 빵을 고를 수 있는 지역 첫 셀프시스템을 도입한다. 그의 기술은 대구에 머물지 않았다. 그는 돈을 조금 벌면 재빨리 최첨단 제빵기기를 구입했다. 신기술을 배우기 위해 일본 현지로도 날아갔다. 호사다마랄까, 그의 사업은 '희극'이었지만 그의 삶은 '비극'으로 끝나고 말았다. 90년대 말 어느 날 밤, 김 사장 내외가 자신의 아파트에 침입한 괴한에게 피살된 것이다. 제빵인들에게는 너무 큰 슬픔이었다. ◆다크호스 제과기능장 2017년은 위축을 받고 있던 대구빵이 신지평을 여는 해였다. '르배베이커리'의 배재현, '빵장수쉐프' 단팥빵의 박기태, '데일리호스브라운'의 배재호. 이 셋은 대구 제빵사를 새로운 구도로 진화시킨 주인공들이다. 셋은 삼국지 영웅처럼 의기투합해 설탕으로 만든 미니어처 같은 꿈의 작품 '다크 나이트'를 만들어 2017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월드페이스트리컵'에서 주목을 받는다. 다크 나이트는 세계 유명 영화 속 캐릭터를 소재로 한 것인데 배재호는 초콜릿 공예, 박기태는 설탕 공예, 배재호는 아이스카빙 공예를 분업해 빛나는 결정체를 연출한 것이다. 더불어 달서구 대구수목원 앞 '행운의 시간들'의 이동우 대표와 빵장수쉐프 박기태 대표는 달구벌명인에 선정된다. 이 대표는 26세 때 대구 시내 동성로 풍차베이커리 권영오 사장 밑에서 기술을 익힌다. 동촌 강촌마을 코른베르그를 거쳐 2012년 대구수목원 초입에서 천연발효종빵 전문 베이커리를 오픈한다. 배재호 대표는 줄서서 먹는 바게트 샌드위치로 SNS에서 유명해졌고 대구음식관광박람회에서 '애플모카빵'으로 수상했다. 2013년 8월 중구 동인동에서 '빵장수쉐프'를 시작해 7차례 실패 후 생크림 같은 팥소 단팥빵으로 제기한 박기태 대표는 대구 단팥빵 신드롬의 주인공 중 한 명이다. ◆도처에 고수들 포진 상인동 '오월의 아침'은 천연발효종 시골빵과 '은행나무빵'으로 주목을 받았다. 북구 '라운드라운드' 대표 최무경은 천연 프랑스 버터를 넣은 크루아상으로 국제적 명성을 얻게 된다. 2008년 탈도심, 팔공산 자락에 '초이스엠'이란 전원베이커리를 오픈한 최원도 대표는 지역의 첫 제과기능장이다. 천연효모종을 이용한 단팥빵과 몽블랑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수성구 범어동에서 2015년 문을 연 '우니카트'('단 하나밖에 없는'이란 뜻의 독일어) 대표 김명준은 토목건축의 길 대신 제빵인의 길을 선택했다. 효모의 냄새가 그대로 전해지는 사우어도(Sour dough) 브런치를 전문적으로 판다. 북성로에 가면 공구를 모티프로 한 관광용 시그니처 빵을 볼 수 있다. 공구 박물관 '모루' 근처에 자릴 잡은 '팩토리 09'에서 파는 '공구빵'이다. 계명대 패션마케팅학과를 나와 공예디자이너로 활동 중인 최원석 대표는 지역을 대표하는 선물용 빵으로 공구빵을 개발했다. 현재 동대구점, 칠곡점, 수성아리아나호텔점 등으로 확산된 '레이지모닝'은 대구시청 근처에서 처음 생긴 지역 첫 크루아상 전문점이다. 서울 홍대 앞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던 홍사광, 대한항공 케이터링 관련 베이커리 파트에 있었던 배현진이 대구로 내려와 일을 냈다. 그리고 아는 사람만 아는 달성공원 앞 '적두병'(赤豆餠)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적두병은 '대구식 황남빵' 같다. 2006년부터 장사를 시작한 이학철 사장은 빵을 굽고 커피를 내린다. 속이 뻥 비어있어 부숴 먹는 재미가 있는 '공갈빵'도 있다.
2026-01-07 14:00:00
병오년(丙午年)이 밝았다. 말의 해라서 그런지 인사말에 말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말은 자유와 구속이라는 양가적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과거의 군마도 그랬지만 현실 속 경주마는 제 의지로 뛰지 않는다. 경주마에겐 안장이나 재갈은 물론 요즘엔 옆과 뒤를 보지 못하도록 차안대(遮眼帶)도 씌운다. 말에게 허용된 건 오직 직진이다. 그래도 구속은 좀 심한 말 아니냐는 당신에게 묻는다. 초원을 질주하는 야생마를 경주마로 길들이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당신은 마음만 먹으면 지금이라도 경마장에 가서 말을 볼 수 있다. 화려한 조끼를 입고 로켓 문양의 헬멧을 쓴 기수가 박차를 가하는 모습에 박수를 보낼 수도 있다. 그러나 그처럼 근사한 질주를 보며 '불구'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말(馬) 못지 않게 말(言) 역시 힘이 세다. 그리고 그 또한 자유와 구속이라는 양가적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렇다. 말(言)이라고 다르지 않다. 종달새의 그것처럼 자유로운 노랫말 혹은 소신껏 불의와 거짓을 꾸짖는 말이 있는가 하면 혹시나 지금 올리는 글이 어떤 단체의 반발을 불러일으켜 사회적 이슈가 되고 급기야 사이버레커의 먹잇감이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 때문에 사회적 페르소나로서 내뱉고 마는 말이 있다. 둘의 차이는 극명하다. 전자는 말하는 이와 말 간에 위화감이 없다. 후자는 둘이 기름과 물처럼 겉돈다. 이대로 가면 기름은 기름끼리 물은 물끼리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앞뒤 따지지 않고 직진하거나 남의 것을 흉내 내는 게 수월하고 또 권위 있는 말의 가락을 본인의 성대에 장착하는 게 편하다면 당신은 경마장에 어울리는 사람이다. 그런 당신에게 말은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을 상기시키고 싶다. 말인즉슨 표현에 따라 말의 의미는 달라진다는 것인데 표현의 주체가 자기자신이어야 된다는 전제가 있다. 특히나 당신처럼 문학을 하겠다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언젠가 당신은 김유신이 말을 벤 유명한 고사를 말한 적이 있다. 솔직히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불편했다. 말에게 의지가 있었는가? 의지가 아니라 김유신의 의도가 있었겠지. 그런즉 김유신이 베어야 할 건 말의 목이 아니라 자신의 나약함이어야만 했다. 요컨대 말에겐 죄가 없다. 말을 부리는 사람이 문제이지. 말(馬)이든 말(言)이든 말이다. 새해에는 저마다의 말을 자유로이 쓸 수 있으면 좋겠다. 직진이 싫증나면 에움길을 걸으며 중얼거리거나 때로 속엣말을 힘차게 토해내도 좋을 것이다. 또 더러는 말(馬)과 인간이 서로의 말(言)을 공용어로 쓰는 걸 상상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2026-01-07 10:25:36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29>어진 사람은 산을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요산요수
지금은 북악스카이웨이, 북악팔각정의 북악산으로 더 익숙한 백악산을 그린 진재(眞宰) 김윤겸의 '백악산'이다. 산 자체를 눈에 가득 들어오는 온전한 주인공으로 그린 인상적인 산 그림이다. 서울 어디서나 보이는 백악산을 정면으로 화폭 한가운데에 건물이나 인물 없이 그렸다. 옅은 먹색에 푸른 담채를 슬쩍 얹어 산뜻하면서 실재감이 난다. 그림을 그리는 화가도, 그림 감상을 좋아하는 애호가도 한국 사람은 대부분 산을 사랑한다. 공자님은 요산요수(樂山樂水), 각자의 성정에 따라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한다고 하셨다. 산과 물, 이 둘은 언제까지나 즐거워할 만한 근원적 대상이다. 동아시아 회화의 가장 강력한 주제인 산수화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논어'의 요산요수까지 올라간다. 5세기에 이르러 구체적 산수화론인 '와유(臥遊)'론이 나왔다. 중국 남조 송나라 사람인 종병(宗炳)은 금(琴)을 잘 연주했고 평생 형산(荊山), 무산(巫山), 형산(衡山) 등 각지의 명산을 유람하며 살았다. 나이가 들자 고향으로 돌아와 탄식하며 이렇게 말했다고 '송서(宋書)'의 열전 '은일(隱逸)'에 나온다. 〈strong〉늙음과 병이 함께 찾아오니 명산을 두루 직접 가보기는 어려울 듯하구나. 오직 그림을 대하고 마음을 맑게 해 도(道)를 관조하며 누워서(방 안에서 마음으로) 그곳을 유람하리라.〈/strong〉 〈strong〉老疾俱至 名山恐難遍睹 唯當澄懷觀道 臥以遊之〈/strong〉 방 안에 누워 명산을 유람한다는 '와이유지(臥以游之)'는 산수화가 실제의 산수를 대체할 수 있다는 말이고, 자연 속에서 얻을 수 있는 정신이 화창하게 펼쳐지는 해방감과 자유가 예술 작품으로 가능하다는 말이다. 산수화를 통한 정신의 고양이라는 종병의 와유론은 산수화론을 넘어 예술의 궁극적 목적이 아닐 수 없다. 자연과의 합일을 동경하는 사상이 공자님 시대부터 뿌리 깊었지만 현실주의자인 중국인들은 예술이 인간의 피난처라는 사실을 일찍 깨달았다. 그런 산수화가 18세기에 이르러 자신이 살고 있는 주변의 명산과 자연을 그림으로 그려낸 진경산수로 나아갔다. 진경산수는 조선 후기 화단의 새로운 동향이었다. 한반도의 명산인 금강산도가 가장 인기를 끌었고 화가와 감상자들은 서울 도성 곳곳을 시각화해 그림으로 남겼다. 한양의 주산으로 경복궁, 청와대를 지켜주는 백악산은 정선, 김득신, 엄치욱 등 여러 화가들이 그렸다. 구도는 비슷하다. 그러나 '백악산'은 하늘을 꽉 채우며 써넣은 긴 제화시가 더해져 더욱 인상적인 작품이 됐다. 김윤겸으로부터 이 그림을 선물 받은 성와(醒窩)라는 인물의 시다. 그는 김윤겸을 겸재 정선 이후 최고의 화가로 꼽았다. 대구의 미술사 연구자
2026-01-07 10:22:47
거북이 콧속 플라스틱이 거북이를 살렸다 [가스인라이팅]
2015년 여름 한 영상이 공개돼 세상을 뒤흔들었다. 바다거북이의 콧구멍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뽑아내는 장면이었다. 피를 흘리며 고통스러워하는 거북이 모습은 소셜 미디어로 확산됐고 플라스틱 빨대를 비롯한 일회용품 규제를 요구하는 사회적 여론이 들끓었다. 이에 스타벅스를 비롯한 커피 기업은 앞다퉈 종이 빨대를 시범 도입했다. 한국에서도 문재인 정부 때 플라스틱 빨대 무상 제공을 금지하는 정책이 추진됐다. 매장 내 일회용품 제공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의 강력한 규제도 도입됐다. 윤석열 정부 때 규제가 완화됐지만 최근 이재명 정부가 이른바 '탈플라스틱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플라스틱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빨대 재질과 상관 없이 '손님이 요청할 때에만 빨대를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장에선 점원에게 이중 일을 시키는 것 아니냐며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기도 하는 등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식인'은 플라스틱이 수많은 거북이를 살린 '수호자'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인류는 수천년 동안 바다거북이 껍질로 귀중품을 만들어왔다. 19세기 중반까지 매부리바다거북 약 900만 마리가 귀중품 제작에 희생됐다. 1859년 개발된 플라스틱이 드디어 거북이 껍질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통념과는 다르게 플라스틱이 수많은 바다거북이의 생명을 살린 것이다. 게다가 진짜로 거북이 생명을 위협하는 건 플라스틱 빨대가 아니라 어업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어업 활동 중 발생하는 폐기물이 전체 해양 폐기물의 약 70%를 차지한다. 매년 약 800만~1천200만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유입되지만 그중 빨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0.025~0.03%에 불과하다. 이런 통계를 두고 환경단체나 정부는 이 사실을 은폐한 채 개개인 소비자에게 엄격한 규제를 내세우며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플라스틱 빨대 규제는 실질적인 개선보다는 '도덕적 상징'에 가까운 조치다. 문제는 '플라스틱 그 자체'가 아니라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우리가 나서서 플라스틱 빨대를 거부하고 규제를 강화하자고 주장하면 왠지 모르게 도덕적인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지만 오히려 실제 문제를 단순화하고 왜곡할 우려가 크다. 중요한 건 '감정의 정화'가 아니라 '사실의 정리'다. 도덕적 분노에만 머무르지 말고 데이터를 근거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보여주기식 정책으로 환경을 보호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해주는 건 멍청하고 또 기만적인 일이다. 박성준 프리드먼연구원 주임연구원 〈strong〉* 가스인라이팅(Gas Enlighting)은 매일신문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칼럼 공간입니다. '가스라이팅'은 1930년대 가스등을 사용하던 시절 파생된 용어입니다. 가스등을 조금씩 어둡게 해 누군가를 통제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가스인라이팅'은 그 반대로 등불을 더 밝게 비춰주자는 뜻입니다.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자주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strong〉 〈strong〉** 외부 기고문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strong〉
2026-01-07 07:30:00
"사장 나오라고 해... 민주당 빼고" [가스인라이팅]
최근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을 중심으로 '쿠팡 때리기'가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가장 많이 제기되는 것은 김범석 의장의 책임론이다. 개인정보 유출로 박대준 대표가 사임하고 새로 부임한 해롤드 로저스 대표가 국회 청문회에 나왔음에도 "더 높은 사람이 나와야 한다"는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여권의 이런 태도는 일관적이다. 문재인 정부 말기에 그들은 중대 재해 발생 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게 형사 책임을 묻는 법을 만들었다. 윤석열 정권 시절 이태원 참사 때는 용산구청장과 경찰청장을 넘어 행정안전부 장관, 더 나아가 윤석열 대통령까지 책임지라고 요구했다. 심지어 여러 차례 사과가 이어졌음에도 1주기 추모식에 대통령이 불참했다는 이유로 질타를 멈추지 않았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후 여권의 '높은 사람 책임론'엔 예외가 생겼다. 지난 8월 무궁화호 열차가 선로 점검 중이던 근로자 7명을 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코레일 지분은 100% 정부 소유다. 그들의 논리 대로라면 이 대통령이 책임을 지고 사과했어야 마땅했으나 사과는 없었다. 바로 다음 달에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정부 전산시스템 709개가 마비되거나 장애를 겪었다. 행정망 마비로 국민들의 피해가 극심했지만 이 대통령은 예능 촬영에 들어갔다. 윤석열 정부 시절 국가 행정망 전산장애가 발생했을 때 당시 당대표였던 이 대통령은 장관 경질과 대통령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었다. 사고가 났을 때 높은 사람이 현장에 가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는 대부분 공감한다. 사고 수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취재와 경호, 브리핑 준비 등이 우선시돼서다. 그런데 모순적이게도 사고가 났을 때 '높은 사람이 처벌 받아야 한다'는 명제에는 많은 이가 동의한다. 높은 사람이 처벌 받으면 사고 재발 방지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 든다. 선진국은 사고가 발생하면 원인이 어디에 있었는지, 사고 관계자들이 각자 자기 역할을 다했는지, 무엇을 개선해야 재발 확률을 줄일 수 있는지를 찾는다. 아무리 높은 사람을 사과 시키고 감옥에 넣는다 한들 사고가 필연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아서다. 높은 사람을 앉혀 놓고 호통을 치는 저열한 정치 쇼에 열광하기보단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 개선이 이루어지는 게 먼저 아닐까. 원종현 프리드먼연구원 주임연구원 〈strong〉* 가스인라이팅(Gas Enlighting)은 매일신문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칼럼 공간입니다. '가스라이팅'은 1930년대 가스등을 사용하던 시절 파생된 용어입니다. 가스등을 조금씩 어둡게 해 누군가를 통제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가스인라이팅'은 그 반대로 등불을 더 밝게 비춰주자는 뜻입니다.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자주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strong〉 〈strong〉** 외부 기고문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strong〉
2026-01-07 06:30:00
[세풍-이용호] 제2의 마두로(MADURO)를 경계한다
지난 3일 미국은 베네수엘라의 카라카스에 있던 니콜라스 마두로(NICOLAS MADURO) 대통령을 체포하여 자국으로 이송하는 군사작전을 펼쳤다. 겉으로는 '마약과의 전쟁'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은 '석유 전쟁'이며, 중국과의 '패권 전쟁'이다. 군사적 개입을 통해 중남미에서의 미국 이익을 지키겠다는 속내를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다. 독재자 마두로에 대한 국내적 호불호와는 별개로, 그의 압송 작전은 최소한 '무력 사용의 금지'를 규정하고 있는 유엔 헌장 제2조 4항을 위반했다. 즉 국제법이 침해된 것이다. 강대국들에 의한 국제법의 위반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군사작전은,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 내지 대만 침공 훈련에 열을 올리고 있는 중국 등에 무력 사용 정당화의 빌미를 제공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스럽다. 지난 81년 동안 '무력 사용 금지 원칙'은 국제 평화와 안전을 지키는 최후의 방파제로 작동해 왔다. 만약 이 원칙이 흐트러진다면, 국제사회는 우월한 군사력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힘의 지배' 시대로 회귀할지도 모른다. 약육강식의 논리가 작동하는 반(反)문명화의 시대로 되돌아가면, 비(非)강대국들은 무력행사의 제물(祭物)이 되거나, 아니면 삼전도(三田渡)의 굴욕을 감내해야만 하는 신세가 될 것이다. 특히 일부 강대국들은,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세계 분할을 공식화했던 토르데시야스 조약(1494년)처럼, 세계를 분할통치하려는 야욕을 꿈꿀지도 모른다. 분할통치의 논리대로라면, 아메리카에서 미국의 지배력이 커지는 만큼 아시아에서 중국의 지배력이 커짐을 의미한다. 미국의 빈자리를 중국이 채운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오늘도 중국은 "올바른 편에 서야 한다"고 대한민국에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렇게 강대국들의 전횡이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비강대국들도 자국의 존립을 위해 군비 확장에 나설 것이며, 결국 세계는 새로운 화약고로 나아갈 것이다. 이번 미국의 군사작전이 강대국들의 세계 분할을 묵인하는 시발점이 되지 않도록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한다. 이것이 바로 제2의 마두로가 출현하는 것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이다. 앞으로의 국제 질서는 '힘의 지배' 논리가 한층 강화될 것이다. 따라서 대한민국도 힘이 없으면, 스스로 자유와 평화를 지킬 수 없게 된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번영이냐, 굴종이냐의 선택은 온전히 국민의 몫이다. 위대한 대한민국 국민, 그 잠재력을 극대화시켜 일등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은 대한민국 국민이 깨어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 집집마다 대청마루 위에 걸려 있던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는 격언을 기억하고 있다.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 된다는 의미이다. 일등 국가로 나아가려면, 국가가 화합하며 힘을 모아야 한다. 2026년 신년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5대 대전환의 길을 통해 2026년을 대한민국 대도약의 원년으로 삼겠으며, 이를 위해 국민 통합이 중요함"을 강조하였다. 인공지능(AI) 시대, 세상이 너무나도 빠르게 변하는 시대를 대변하는 말이다. '특검 공화국'만을 외치면서, 2026년을 '국민 통합을 통한 대도약의 원년'으로 만들 수 있을는지 의문이 든다. 이 대통령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국민 통합을 이루어 대한민국을 일등 국가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대한민국이 자유와 평화는 스스로 지키는 그런 나라가 되었으면 한다. 이용호 영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26-01-07 05:00:00
[사설] 한중 정상 '서해' 회담, 우리가 얻은 게 뭔가
청와대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5일 열린 한·중 정상회담과 관련, "양국 정상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이고 장기적 발전을 위해 서해를 '평화롭고 공영하는 바다'로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올해 안에 차관급 해양경계획정 회담을 개최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고도 했다. 평화(平和)·공영(共榮) 등 표현은 화려하지만, 중국이 2018년부터 국제 규범을 위반하고 서해 잠정수역에 무더기로 설치한 대규모 구조물 문제에 대해 실질적 진전이 없었다는 것을 고백한 것이다. 중국이 진정으로 서해를 '평화롭고 공영하는 바다'로 만들기 원한다면, 동경 124도 서쪽의 서해로 한국 해군·해경 함정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고 있는 불법적 행위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한·중이 배타적경제수역(EEZ)의 경계선(境界線)을 설정하지 못해 '잠정조치수역'으로 둔 바다의 90% 정도가 이 선의 서쪽(중국 쪽)에 있다. 이 수역 절반에 해당하는 우리의 EEZ를 중국이 침탈(侵奪)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이 수역에 군사시설로 전용이 가능한 대규모 구조물 등을 어업 보조시설이라는 명분으로 무더기로 건설하고 있다. 당당한 주권 국가의 정상(頂上)이라면 당연히 구조물 철거를 요구하거나, 불응할 경우 '비례의 원칙'에 의해 우리 역시 해당 수역에 구조물 설치로 대응해야 한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 '평화·공영'이라는 말잔치만 벌였다는 아쉬움이 크다. 혹시 친중(親中) 성향의 한국 정부가 중국의 서해 침탈을 '평화·공영'이라는 수사(修辭)로 묵인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시진핑 중국 주석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역사의 올바른 편에 굳건히 서서 정확한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고 했다. 미·중 패권 경쟁 와중에 중국 편에 서라는 압박(壓迫)인 셈이다. 한국을 대등한 주권 국가로 인식한다면 이 같은 무례(無禮)한 말을 쉽게 할 수는 없다. 정부와 한국민은 이번 한·중 정상회담의 실체를 정확히 꿰뚫어보고 주권 국가로서 가야 할 길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2026-01-07 05:00:00
[사설] 위헌적 내란전담재판부법 공포, 별도 재판부 설치 빗장 풀렸다
윤석열 전 대통령 계엄 관련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이 6일 공포(公布)됐다. 위헌, 사법부 독립 침해 등 온갖 우려와 논란 속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통과 뒤 이날 공포와 동시에 시행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에 관련 전담재판부가 각각 2개씩 설치된다. 서울중앙지법은 내란죄 전담 영장 전담 법관도 2명 이상 보임해야 한다. 앞서 대법원은 내란·외환 전담재판부 자체 설치 예규를 마련했으나 이번 법안 공포·시행으로 수정·폐기 수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민주당이 법안 통과 직전 수정을 거듭하면서 대법원 예규를 상당 부분 반영한 만큼 이를 바탕으로 후속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위헌을 피하기 위한 무작위성 확보 방안도 마련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위헌 여지나 논란이 사라진 건 아니다. 특정 사건 재판부를 별도로 설치하는 것 자체에 위헌성이 여전해서다. 윤 전 대통령 측이 위헌심판을 제기할 수 있고 이 경우 헌법재판소 결정을 기다려야 한다. 재판이 중단되면 이 법률 마련 이유 중 하나인 '신속한 내란 재판 진행'이 아닌 오히려 '재판 지연'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특정 사건에 특별 재판부 설치를 요구할 수 있는 전담재판부 빗장이 풀렸다는 것이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사법부 예규는 바람 불면 꺼지는 촛불과도 같다. 예규와 법이 비슷한 취지라면 아예 안정적으로 법으로 못 박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 바람에 선거사범·정치 스캔들·참사 등 민감한 대형 사건이 생길 때마다 별도의 특별 재판부 요구가 터져 나올 것이고 이 선례(先例) 때문에 전담재판부 설치를 막을 수 없게 됐다. 입법부가 법률로 사법 구조를 강제 조정한 탓이다. 입법이든 사법이든 지켜야 할 마지노선이 있다. 서슬 퍼렇던 민주당도 마지막까지 법안 수정 작업을 한 뒤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통과시켰다. 위헌성 때문이다. 그래도 강행했다. 그 선을 넘은 것이다. 이러다 아예 법원에 전담재판부가 상설(常設) 운영되는 건 아닐지, 뒷감당이 걱정이다.
2026-01-07 05:00:00
[사설] 경제 현실과 동떨어진 증시 활황, 착시현상 경계해야
새해 벽두(劈頭)부터 한국 증시가 연일 기록을 갈아치우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공약으로 내세웠던 '주가지수 5000'이 마냥 꿈같은 이야기가 아닌 충분히 가능한 미래라는 기대감(期待感)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2일 코스피(KOSPI)가 사상 처음 4,300선을 넘어선 데 이어 5일 4,457.52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고, 다시 6일 4,500선마저 넘어서면서 4,525.48로 장을 마감하며 최고점을 찍은 것이다. 주식시장 훈풍(薰風)에 투자자들은 열광하고 있지만, 마냥 이를 청신호(靑信號)로 해석하기엔 불안감이 크다. 증시 급등을 한국 경제 전반의 회복 신호로 받아들이기에는 실물경기와의 괴리(乖離)가 너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숫자가 보여주는 착시현상(錯視現象)에 사로잡혀 현실을 간과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마저 든다. 우리 경제는 여전히 강력한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모두 부진이 이어지면서, GDP 성장률은 1% 미만에 머물러 있다. 체감경기는 냉랭하기 그지없다. 이런 사정과는 상관없이 치솟는 주가지수를 보며 고달픈 서민들은 상대적 허기(虛飢)만 더해지는 상황이다. 지금 증시는 반도체주가 나 홀로 주도하는 양상이다. 전 세계적으로 2026년이 반도체 슈퍼 사이클(초호황기)이 될 것이란 전망이 압도적인 데 따른 것이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12월 수출 실적만 따져도 전체 수출은 13.4% 증가에 그친 반면, 반도체 수출은 무려 43.2%나 급증하면서 전체 수출의 30% 가까이 차지하는 '쏠림 현상'을 보였다. 2018년 반도체 호황기 때(24.8%)보다 편중세가 더 짙어졌다. 이 때문에 정부는 마냥 장밋빛으로 분칠된 증시 숫자만 부각(浮刻)시킬 일이 아니라 반도체를 시작으로 꿈틀거리는 증시 활력(活力)을 실물경제로 연결하는 다양한 정책(政策)을 내놔야 한다. 우리 경제 뿌리 밑바닥까지 골고루 온기가 번져나가야 숫자 놀음이 아닌 '잠재성장률 3%'라는 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부의 공약 실현도 가능할 것이다.
2026-01-07 05:00:00
[관풍루] 중대범죄수사청 10월 신설 앞두고 심각한 인력난, 910명 검사 설문조사 결과 중수청 희망자는 7명 뿐.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북 완주·진안·무주) "용인 반도체 삼성전자 팹 전북 이전이 윤석열 내란 끝내는 길"이라고. 대통령·국회의원·장관 100% 전북인 뽑아야 '내란 종식'이라고 하지 왜? ○…민주당 내 "자진 탈당" 목소리에 김병기 의원 "탈당 안 해, 나가면 정치 할 이유 없다"고. 쉬운 말로 바꾸면 '난 많은 걸 알고 있어, 더 이상 몰아붙이면 같이 죽는 거야'. ○…중대범죄수사청 10월 신설 앞두고 심각한 인력난, 910명 검사 설문조사 결과 중수청 희망자는 7명뿐. 지난해 사표 낸 검사만 160여 명, 검사에서 수사관으로 급 떨어지니 당연.
2026-01-07 05:00:00
정부가 올해 말까지 코레일이 운영하는 KTX와 SR이 운영하는 SRT를 통합해 고속철도 운영기관을 코레일로 일원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통합을 통해 운행 효율성을 높이고 1만6천여석의 좌석을 추가 확보해 만성적인 매진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KTX 운임을 SRT 수준으로 낮춰 서민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오랫동안 철도 운영사 통합을 주장해 온 민노총 산하 철도노조는 이 방침을 환영했으나 SR 노조는 "공청회 하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의 주장 대로라면 많은 국민이 더 싼값에 서울역에서 SRT를 타고 수서역에서 KTX를 탈 수 있게 되는데 왜 갑론을박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과거 철도 서비스는 철도청이 독점 운영을 맡았다. 이 때문에 발생한 방만경영과 서비스 저하가 지속적인 사회 문제가 됐다. 노무현 정부는 철도 경쟁 체제 도입을 추진했고 2013년 SR이 출범하면서 비로소 철도 운영사가 다변화되기 시작했다. 비록 인프라를 공유하는 '반쪽짜리 경쟁'이었지만 요금 경쟁을 촉진하고 서비스 다양화를 이끌어냈다. 무엇보다도 한쪽 노조가 파업할 때 다른 쪽이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어 국민 불편은 최소화됐다. 그런데 이번 통합 발표 이후 정부가 내세운 '싼값의 고속철도'라는 주장은 어떨까? 언뜻 보기에는 통합 이후 요금이 인하되어 소비자의 편익이 증진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번 통합 논의는 마일리지 제도 폐지를 전제로 하고 있다. 겉으로는 10% 인하처럼 보일지라도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눈속임'에 가깝다. 국토부가 주장하는 좌석 1만6천여석 증가 역시 구체적인 검증 없이 제시된 수치라 전문가 검토와 공청회를 거쳐 면밀히 따져봐야 할 사안이다. 이처럼 철도교통 향방을 다루는 중대한 사안을 왜 이렇게 속전속결로 추진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러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국무회의 도중 "빨리 좀 (통합)하라"고 재촉한 사실을 알게 됐다. 여기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건 철도노조가 수년간 파업을 벌이며 줄기차게 요구해 온 숙원 사업이 이번 통합이라는 점이다.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민노총 산하 철도노조 위원장 출신이다. 운영사를 통합하면 경쟁이 사라져 서비스 개선 동력이 약화될 뿐 아니라 독점에 따른 노조 파업 진동이 커질 수밖에 없다. 파업 예고 때마다 모두가 "기차를 못 탈까"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이 재연될 우려가 크다. 이런데도 정부가 계속 통합을 강행한다면 이번 통합이 진정 국민을 위한 통합인지 아니면 노조 이익을 보호하려는 것인지 대통령과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박성준 프리드먼연구원 주임연구원 〈strong〉* 가스인라이팅(Gas Enlighting)은 매일신문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칼럼 공간입니다. '가스라이팅'은 1930년대 가스등을 사용하던 시절 파생된 용어입니다. 가스등을 조금씩 어둡게 해 누군가를 통제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가스인라이팅'은 그 반대로 등불을 더 밝게 비춰주자는 뜻입니다.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자주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strong〉 〈strong〉** 외부 기고문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strong〉
2026-01-06 22:09:14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국민을 주체적인 존재로 취급하는 게 아니라 선전·선동에 넘어갈 존재로 취급하는 것 아니냐?"라며 북한 공산당 기관지 '로동신문' 접근 제한을 비판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6일 정부는 로동신문을 '일반자료'로 재분류하여 국민의 접근을 쉽게 하기로 했다. 이제까지는 방첩당국 허가를 받은 사람만 열람이 가능했다. 이 대통령 메시지는 분명했다. "국민을 바보 취급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런데 반 년 전 이 대통령이 국민을 바라보는 시선은 좀 달랐다. 지난해 6월19일 이 대통령은 가짜뉴스로 돈을 버는 유튜버 등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며 "몇 배를 내게 해서 망해버리게 해야 통제가 가능하다"라는 취지의 표현까지 했다. 한쪽에서는 "국민이 로동신문 보고 홀릴까 봐 막아두는 건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 말하면서 다른 쪽에서는 "국민이 속을 수 있으니 징벌로 망하게 해야 한다"라는 처방이 나온 셈이다. 국민 판단력을 신뢰한다는 기준이 어디까지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이 대통령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칭 진보 세력의 문제로 보인다. 한국 사회는 민주당 주도 하에 2020년 총선부터 만 18세 선거권을 도입했고 지난해엔 만 16~18세 청소년 당원에게도 경선 투표권을 주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청소년이 어느 정도 옳고 그름을 판단 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지난해 '교실 극우화'가 우려된다며 '교실 극우화 방지 3법' 같은 입법을 추진했다. 민주당을 지지하면 성숙한 청소년이고 반대면 교정 대상인 것이다. 윤석열 정부 당시 달러 환율이 1천350원을 넘자 민주당은 이를 민생경제의 위기라며 강력히 비판했다. 계엄 이후 이재명 당시 당대표는 환율이 1천400원을 넘자 "국민 재산의 7%가 증발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데 지금 환율은 1천500원에 육박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아무 말이 없다. 윤석열 시절엔 환율 상승이 국가비상사태였지만 이재명 집권 뒤엔 위기가 아닌가 보다. 진보 세력의 대국민 메시지는 불확실성의 연속이다. 인간이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는 것 중 하나가 불확실성에서 온다고 한다. 이제 집권한 지 반 년 정도 됐는데 벌써 이런 불확실성의 연속이라니 온국민의 스트레스성 탈모가 걱정된다. 그래서 탈모약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 검토를 지시한 걸까. 선견지명이 대단하다. 원종현 프리드먼연구원 주임연구원 〈strong〉* 가스인라이팅(Gas Enlighting)은 매일신문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칼럼 공간입니다. '가스라이팅'은 1930년대 가스등을 사용하던 시절 파생된 용어입니다. 가스등을 조금씩 어둡게 해 누군가를 통제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가스인라이팅'은 그 반대로 등불을 더 밝게 비춰주자는 뜻입니다.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자주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strong〉 〈strong〉** 외부 기고문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strong〉
2026-01-06 21:33:54
2026-01-06 18:40:08
매일 아침 나는 드립 포트를 꺼내 물을 끓인다. 납작한 종이 필터를 가지런히 펴 드리퍼에 얹고 뜨거운 물을 부어 데운 뒤, 원두를 넣고 뜸을 들인다. 천천히 물을 부어 커피 한 잔을 내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10분 남짓이다. 누군가에겐 번거로운 습관일지 모르지만, 내게 이 과정은 하루를 여는 작은 의식과 같다. 이른 아침, 세상도 내 생각도 아직 완전히 깨어나지 않았을 때 커피를 내리는 몇 분은 묘하게 단단하고 고요한 나만의 리듬을 만든다. 특별한 일이 없어도 이 의식만은 지킨다. 게으른 주말에도, 피곤이 겹친 나른한 날에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하루가 어딘가 비어 있고 어색한 느낌마저 든다. 살다 보면 우리는 원하든 원치 않든 '의식 같은 습관'을 갖게 된다. 잠들기 전 책을 몇 쪽 읽거나, 좋아하는 컵에 물을 마시고, 혼자 사는 집에 들어오며 "다녀왔어"라고 중얼거리는 순간들이다. 어떻게 보면 무의미해 보이는 이런 의식은 하루를 지탱하는 힘이 된다. 의식은 거창한 전통이나 의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반복되는 일상 속 아주 사소한 것들이 의식이 되고, 그 반복은 단조로움이 아니라 리듬을 만든다. 퇴근 후 양말을 벗는 몇 초 사이, 나는 '일'에서 '쉼'으로 넘어간다. 손을 씻고 물기를 닦는 순간 하루의 피로를 내려놓고, 거울 앞에 잠시 멈춰 서는 사이 오늘의 나를 다독인다. 삶은 그렇게 작은 의식을 통해 자신을 스스로 정돈하고, 자기를 확인한다. 어느 시대건 사람들은 저마다의 리듬을 만들기 위해 '작은 의례'를 만들어왔다. 차를 마시는 방식, 식탁을 차리는 순서, 잠시 창밖을 바라보는 망중한의 시간. 이런 반복 속에서 인간은 자신만의 공간과 시간, 감정을 구조화해 낸다. 그것은 시간을 보내는 방식이 아니라, 자신을 돌보는 하나의 기술에 가깝다. 문화는 흔히 대단한 선언이나 제도로 이야기되지만, 실제로는 훨씬 낮은 곳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무엇을 반복하고, 무엇을 생략하며, 어떤 행위를 끝까지 지키는 가가 문화의 방향을 결정한다. 요즘처럼 변화가 빠르고 불확실한 시대일수록, 나만의 작은 의식은 사치가 아니라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작동한다. 모든 것이 자동화되고 즉각적인 반응이 일상이 된 삶 속에서, 하루를 구획 짓고 자신을 스스로 정돈하는 반복은 오히려 더 중요해졌다. 우리는 효율적인 삶을 가능하게 만들었지만, 그 과정에서 정돈된 삶까지 지켜내고 있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우리의 일상에는 아직, 우리를 지켜낼 만한 의식이 남아 있을까.
2026-01-06 18:19:16
[기고-이상길] 대구 산업 이끌 '로봇 앵커기업' 만들자
경남 사천에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항공우주기업 KAI(한국항공우주산업㈜)가 있다. 사천 시민들은 흔히 "KAI 이전과 이후의 사천은 전혀 다른 도시"라고 말한다. 조선·농공업 중심의 중소도시에 불과했던 사천은 KAI가 자리 잡으면서 도시의 위상과 산업 구조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KAI는 단순한 기업 하나가 아니라, 사천이라는 도시의 미래를 견인해 온 명실상부한 '앵커(anchor)기업'이다. 반면 대구에는 아직 KAI와 같은 밸류체인의 최정점에 있는 기업이 없다. 이는 단순히 대기업이 부족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산업을 대표하고 미래 기술의 방향을 제시하며, 기업과 인재, 자본을 끌어당기는 중심축이 부재하다는 뜻이다. 대구에도 KAI보다 매출이 크거나 비슷한 기업들은 존재한다. 그러나 상당수는 완제품이나 플랫폼을 주도하기보다는 대기업 협력업체이거나 특정 공정에 특화된 역할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 대구에는 사천의 KAI와 같은, 밸류체인의 정점에 선 기업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해답은 로봇산업에서 찾아야 한다. 대구는 이미 '국가 로봇 허브 도시'를 향한 기반을 차근차근 쌓아왔다. 산업통상부 산하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대구에 자리 잡고 있고, 로봇 관련 대·중소기업과 부품·자동화·서비스 로봇 분야 기업들도 꾸준히 성장해 왔다. 현재 대구에는 비수도권 최대 규모인 250여 개 로봇 기업과 240여 개의 소프트웨어 기업이 집적돼 있다. 그럼에도 마지막 퍼즐은 여전히 비어 있다. 바로 밸류체인의 최정점 기업이다. 대구 로봇 기업 다수는 부품과 공정, 개별 설루션에서는 경쟁력을 갖췄지만, 완제품과 플랫폼을 주도하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 산업 전체를 대표하고 세계 시장에서 '대구 로봇'을 각인시킬 상징적 기업이 부재한 이유다. 더욱이 로봇산업의 중심은 이제 산업용을 넘어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단순한 신산업이 아니라 군사·안보와 직결된 국가 전략자산이다. 현재 이 분야에서 실질적인 기술 우위를 확보한 국가는 미국과 중국 정도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역시 일부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을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산발적인 시도만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항공우주산업이 그랬다. 과거에는 미국과 프랑스가 독보적인 강국이었고, 우리나라는 일부 대기업 사업부 차원의 연구에 머물렀다. 정부는 이 한계를 인식하고 항공우주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규정해 주도적으로 KAI를 설립했고, 10년 이상 장기적이고 집중적인 육성에 나섰다. 이는 민간의 자발적 투자만으로는 결코 이룰 수 없는 성과였으며, 국가의 결단과 전략적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휴머노이드 로봇 역시 마찬가지다. 기술 성숙도와 시장 불확실성 탓에 민간 대기업이 단독으로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 국민연금과 정책금융, 대기업이 참여하고, 정부와 지자체가 뒷받침하는 방식으로 '로봇판 KAI', 즉 로봇 앵커기업 설립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이제 남은 것은 결단이다. KAI가 사천의 미래를 바꿨듯, 로봇 앵커기업은 대구의 산업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 국가로봇테스트필드와 AI 로봇 혁신특구를 갖춘 지금이 바로 그 기회다. 'AI 로봇 수도 대구'가 구호로 남을지, 현실이 될지는 지금의 선택에 달려 있다.
2026-01-06 15:22:14
한강 주요 지역에 조성된 한강공원 잔디밭과 체육시설은 서울 시민이 탁 트인 한강 풍경을 바라보며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다. 각 지역에 위치한 한강공원은 서로 보행로로 이어져 '한강 벨트'를 이루고 있다. 문제는 강동구 중간에서 한강 벨트가 사실상 끊긴다는 점이다. 구리암사대교 인근(B구역)부터는 한강변은커녕 차가 가득한 올림픽대로변으로만 걸을 수 있다. 대로변을 걸어도 좋다. 한강만 보이면 그나마 걸을 만할 테지만 이곳에선 강물조차 보기 힘들다. 한강변 주위로 자란 나무와 돼지단풍풀, 가시박넝쿨 같은 생태교란종이 뒤덮여 있어서다. 깨끗하게 정비하고 공원과 잔디밭으로 만들면 된다. 그럴 수 없다. 이곳 대부분이 '생태경관보전지역'이기 때문이다. 난 이 문제를 해결하려 2022년 생태경관보전지역 해제를 시의회 테이블에 올린 바 있다. 바로 좌초됐다.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의 의견 때문이었다. 그는 "이곳엔 삵과 맹꽁이 등 멸종위기종이 산다. 규제를 없애면 환경단체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에 강동구청은 현실적인 해법으로 '강동한강그린웨이' 사업을 내놨다. 한강이 보일만한 곳에 데크를 마련해 생태경관보전지역을 돌아서 가는 '한강변 우회 산책로'를 만들겠다는 계획이었다. 이를 위한 실시설계 용역비 3억5천만원이 2026년 강동구청 본예산으로 편성됐다. 하지만 지난달 강동구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이 예산은 전액 삭감됐다. 더불어민주당 쪽의 반대 때문이었다. 삵과 맹꽁이를 이유로 댔다면 이해라도 했겠지만 그들의 반대 사유는 참 흥미로웠다. "6개월 뒤 서울시장이나 강동구청장이 민주당으로 바뀔지도 모르니" "내가 시의원이 되면 하겠다" 였다. 우리 지역민의 바람은 "다른 당에 치적을 쌓아주기 싫다"는 정치적 계산 앞에서 또다시 미뤄졌다. 한강을 코앞에 두고도 누리지 못하는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주민의 삶보다 정치적 유불리가 우선인 결정은 과연 누구를 위한 정치일까. 한강은 오늘도 흐르는데 강동구 한강 벨트는 허리가 잘린 채 '정치질' 속에 갇혀 있다. 김혜지 국민의힘 서울특별시의원 〈strong〉* 가스인라이팅(Gas Enlighting)은 매일신문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칼럼 공간입니다. '가스라이팅'은 1930년대 가스등을 사용하던 시절 파생된 용어입니다. 가스등을 조금씩 어둡게 해 누군가를 통제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가스인라이팅'은 그 반대로 등불을 더 밝게 비춰주자는 뜻입니다.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자주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strong〉 〈strong〉** 외부 기고문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strong〉
2026-01-06 07:30:00
[사설] 베네수엘라 사태, 경제 영향 제한적이지만 안심해선 안 된다
미국의 베네수엘라에 대한 전격적인 군사작전은 결국 세계 최대 잠재 원유 매장량을 둘러싼 힘겨루기다. 증권가는 금융시장과 투자심리에 끼칠 지정학적 리스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제 자산시장에서 금과 달러 등 안전자산 선호가 부각(浮刻)되고,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일시 강화됐다는 징후도 관찰된다. 다행히 아직 국제 유가나 금융시장 움직임은 안정적이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3천억 배럴 이상)을 갖고 있지만 생산량은 하루 100만 배럴 수준으로, 세계 원유 공급의 1%에도 못 미친다. 이마저 미국 주도의 봉쇄와 제재로 사실상 차단된 상태여서 유가 급등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정부는 경제에 미칠 직접적 영향도 크지 않을 것으로 평가했다. 베네수엘라와의 교역 규모는 전체 무역에서 0.1%도 안 된다. 그럼에도 이번 사태가 던지는 메시지는 가볍지 않다. 우선 글로벌 에너지 지형의 재편 가능성이다. 베네수엘라가 서방의 투자와 기술을 통해 생산을 회복하면, 중장기적으로 국제 석유 공급과 가격 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유가 하향 압력이 커지면 에너지 비용과 물가 안정, 기업 생산비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정치적 혼란 장기화에 따른 공급 불안도 배제(排除)할 수 없다. 사담 후세인 축출 이후 혼란에 빠졌던 '이라크 시나리오'가 재연된다면 공급 충격이 불가피하다. 에너지 확보 구조 다변화와 LNG·원전·재생에너지 등 현실적 대안을 관리해야 한다. 미·중 경쟁 구도가 남미로 확대되면 국제 금융·투자 전략과 안보 리스크는 복잡해진다. 양국 갈등 격화로 전시(戰時)경제 체제로 전환된다면 글로벌 교역 위축으로 상당한 파장이 우려된다. 우리 증시는 대외 불확실성에 매우 민감하다. 환율·금리·자산 가격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환율·유가 변동성이 실물경제로 전이(轉移)될 경우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국제 정세는 경제 손익계산서에 직접 반영되는 변수다.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다가올 위기의 크기가 정해진다.
2026-01-06 05:00:00
[사설] 국민의힘은 이혜훈 비판하려면 과거 공천한 것도 반성해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5일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와 관련, "재산이 10년 새 100억원 넘게 불어난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또 "탈탈 털리고 그만둘 가능성이 높다"며 악담(惡談)에 가까운 전망도 내놨다. 이런 코미디가 없다. 남 말 하듯 할 얘기가 아니다. 해당 기간 이 후보자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는가. 불과 얼마 전까지 국힘 지역구 당협위원장이었고 국힘 전신 당에서 국회의원을 3선이나 한 인사 아닌가. 달라진 것은 현 정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것뿐이다. 국회의원 공천을 주고, 떨어져도 당협위원장을 맡긴 건 민주당이 아닌 국힘이다. 뒤통수 맞은 배신감에 치가 떨리는 건 이해되지만 부끄러운 줄도 알아야 한다. 이 후보자의 자질·자격 문제는 별개(別個)다. 지금까지 제기된 갑질과 폭언, 투기 등 의혹·논란만 해도 부적격 요인은 차고 넘친다. 스스로 그만두는 게 상책이다. 버틸수록 잃는 게 더 많아질 뿐이다. 이는 강선우 의원의 장관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 익히 본 바다. 대통령이 '통합을 고려한 인선'이라고 했는데 이제 와서 지명 철회하긴 어렵다. 대통령이 철회하지 않는데 여당이 철회하라고 할 수도 없다. 고집할수록 장관 후보로 지명한 대통령과, 방어에 곤욕을 치르고 있는 민주당에 부담과 공격받을 여지만 줄 뿐이다. 의혹이 드러날수록 친정인 국힘을 더 욕보이는 건 물론이다. 무엇보다 본인이 더 추해지고 나락에 떨어진다. 국힘은 이 대통령에게 '인사 검증에 실패한 것에 대해 국민 앞에 공식적으로 사과하라'고 하기 전에 국힘에 있으면서 10년 새 100억원을 불리고 갑질·폭언·투기 등 의혹까지 있는 인사를 공천한 것에 대해 먼저 사과하는 게 순서다. 국힘도 몰랐을 수 있다. 그런데 당시 의혹과 논란이 하나하나 터져 나오는데도 안면 몰수(顔面沒收)하고 비난만 하는 건 도리에 맞지 않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사과부터 하고 '공직 후보 자격 상실'을 비판하는 게 옳다. 그래야 자진 사퇴 요구든 지명 철회 촉구든 명분도 선다.
2026-01-06 05:00:00
[사설] '공천 뇌물'은 민주당을 넘어 한국 정치의 구조적 병폐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은 공천(公薦) 뇌물 의혹에 대해 "개별 인사들의 일탈"이라며 전수조사에 대해 선을 긋고, 국민의힘이 요구하는 특검을 일축했다. 강선우 의원과 김병기 전 원내대표가 연루된 '1억원 금품 수수 의혹'의 경우, 컷오프(공천 배제) 대상인 서울시의원 지망자가 강 의원에게 금품을 준 뒤, 탈락이 아니라 '단수 공천'을 받았다. 민주당의 공천 시스템에 중대 하자(重大瑕疵)가 있지 않는 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특히 김 전 원내대표는 2020년 총선을 앞두고 구의원들에게 공천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의혹(疑惑)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이수진 전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보좌관이)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과 통화했고, 김 실장이 '(당시) 이재명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말한 내용이 녹음돼 있다"고 언론에 밝혔다. 이 전 의원은 또 "정청래(현 민주당 대표) 당시 수석최고위원한테도 김 의원 사건이 왜 처리되지 않느냐고 문의했지만 묻혔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김 전 원내대표는 가족이 연루된 온갖 비리·갑질 의혹과 더불어, 부인의 서울 동작구의회 업무추진비 사적 유용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를 무마해 달라며 국민의힘 중진 의원 A씨에게 청탁(請託)한 내용이 관련자 진술로 나왔다. 청탁이 있었다는 시점 한 달 후 김 전 원내대표의 부인은 무혐의로 내사 종결됐다. 잇따른 공천 뇌물 의혹 등에 민주당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전 원내대표, 현 당대표, 이재명 정권의 실세로 불리는 김현지 실장, 당시 당대표였던 현직 대통령과 이에 덧붙여 야당 의원까지 연루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중대 사안에 대해 "시스템상의 문제라기보다는 개별 인사들의 일탈"이라고 주장하며 특검을 회피하는 민주당의 입장은 국민을 가볍게 보는 태도라고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지방선거·총선을 맞아 횡행(橫行)하는 공천 헌금이라는 명목의 '공천 뇌물'은 한국 정치의 고질병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검을 통한 발본색원(拔本塞源)이 국민의 뜻이다.
2026-01-06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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