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는 적자 땐 월급 반납할 건가 [가스인라이팅]
삼성전자 노조가 성과급으로 45조 원을 요구하며 파업을 예고했다. 1인당 6억 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달라는 것이다. 회사가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으니 그만큼 나눠달라는 논리다. 그보다 더 본질적인 의문이 있다. 거대한 성과급을 요구할 자격이 있다면 적자가 났을 때 임금을 반납할 준비도 돼 있는가. 성과에 따른 보상이라면 책임도 함께 따라와야 한다. 좋을 때 더 가져가려면 나쁠 때도 감내해야 한다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일부 대기업 노조는 묘하게 작동한다. 실적이 좋을 때는 최대한 나눠 가지려 하면서 장기적 경쟁력이나 상생에 대한 고민은 '경영진 몫'으로 치부해버린다. 실적이 곤두박질쳐 적자가 현실이 된다면 답은 이미 눈에 보인다. "경영진의 무능 때문"이라며 책임을 전가하고 '고용 안정'을 외치며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을 것이다. 이익이 날 때는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면서 손실이 날 때는 자본과 경영진의 책임이라 주장하는 이중잣대다. 그렇다면 이제 이 논의를 끝까지 밀고 나가야 한다. 이익을 더 나눠 가지겠다면 손실이 날 때 해고를 자유로이 할 수 있는 당연한 기업의 권리도 함께 논의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 보상을 극대화하려면 위험도 함께 감수해야 한다는 게 시장경제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다. 삼성전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대차 노조는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달라며 3조 원을 요구했고 다른 대기업 노조도 이익 연동 성과급 요구를 잇달아 내걸고 있다. 기업 실적이 좋을수록 요구 금액은 커진다. 그런데 이들 중 누구도 "실적이 나쁠 때는 우리도 책임지겠다"고 말하지 않는다. 이런 귀족 노조의 평균 연봉은 이미 1억 원을 넘는다. 그럼에도 이들은 계급론의 언어 안에서 스스로를 언제나 피해자의 위치에 놓는다. 계급론적 세계관에서 노동자는 구조적으로 자본에 착취 당하는 존재기 때문에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언제나 약자의 자리를 참칭한다. 그 세계관 안에선 수억 원의 성과급을 탐욕적 요구로 생각치 않는다. 그저 자본가가 수십 년간 착취해간 잉여가치를 되돌려 받는 것일 뿐이다. 이종길 프리드먼연구원 통합연구센터장 〈strong〉* 가스인라이팅(Gas Enlighting)은 매일신문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칼럼 공간입니다. '가스라이팅'은 1930년대 가스등을 사용하던 시절 파생된 용어입니다. 가스등을 조금씩 어둡게 해 누군가를 통제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가스인라이팅'은 그 반대로 등불을 더 밝게 비춰주자는 뜻입니다.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자주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strong〉 〈strong〉** 외부 기고문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strong〉
2026-05-08 07:35:00
북한이 끝끝내 헌법에서 통일을 삭제했다. 1972년 사회주의헌법 채택 이후 54년 만의 일이다. 같은 시기 한국 통일부 장관은 청년 앞에서 통일을 "폭력적"이라 규정했다. 한때 "우리의 소원"이던 통일이 평양과 서울에서 동시에 지워지고 있다. 한쪽은 공포로, 한쪽은 그릇된 신념으로 한반도의 미래를 난도질하고 있다. 지난 6일 공개된 북한의 새 헌법은 절연의 깊이를 보여준다. 헌법 제9조 통일 조항이 사라졌고 영토 조항을 신설해 남북 대치선을 사실상 남쪽 국경으로 삼았다. 그렇게 외쳐대던 "우리 민족끼리"도 김일성·김정일의 통일 위업을 새긴 서문 16개 문단도 지워졌다. 북한 정권이 70년간 정통성으로 삼아온 가치를 스스로 파기하며 영구 분단을 선언한 것이다. 이유는 명확하다. 체제 대결의 완패를 인정한 김정은의 두려움이다. 경제력과 국제적 위상은 이미 비교가 불가능하다. 북한을 덮친 한류는 청년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친구 생일에 한국 드라마를 선물하고 한국 노래 한두 곡쯤은 알아야 또래와 어울린다. 서울 말투를 흉내 내는 것은 새로운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며 기존 체제에 대한 무언의 항거다. 이미 북한은 2020년 반동사상문화배격법, 2023년 평양문화어보호법을 공포하며 스스로 두려움을 내보인 바 있다. 이 두 법은 한국을 포함 외부 문화를 차단하고 언어를 통제하기 위해 제정된 악법이다. 이 법은 한국 영상물을 유포하면 사형에 처하고 남한 말투 사용자는 무기노동교화형까지 처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공포를 심어도 한국을 향한 그들의 동경을 막지 못했다. 결국 통일 삭제라는 두려움의 고백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아이러니하게도 한반도 남쪽에서도 서둘러 통일을 지우고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시무식에서 "이재명 정부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체제를 존중한다"라고 선언했고 급기야 통일은 폭력적이라며 통일 불가론을 외치고 있다. 불과 2년 전 임종석 전 비서실장의 두 국가론을 "헌법 위반"이라 맹비난하던 그는 장관이 되자 위헌을 일삼으며 두 국가론의 선봉에 섰다. 근래 그의 모습을 보면 그가 북한의 장관인지 한국의 장관인지 헷갈릴 정도다. 대한민국 헌법 제4조는 분명하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을 지향한다. 통일은 협상의 수단이 아닌 헌법적 의무다. 대통령도 장관도 그 누구도 헌법 위에 있을 수 없다. 평화통일을 말하는 것과 통일 자체를 폭력으로 모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북한의 궤변에 부응하고자 헌법을 부정하는 자들이 이 나라를 이끌고 있다. 그 죄가 절대 가볍지 않다. 서울과 평양의 위정자가 애써 통일을 지울 때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이들은 북한 주민이다. 한국 드라마를 봤다는 이유로 처형되고 서울 말투를 썼다는 이유로 교화소에 가는 곳이 북한이다. 그런 폭압적 정권을 "존중한다"고 말하는 순간 김정은은 또다시 계몽 군주라는 이름으로 세탁되고 두 국가론은 그의 폭정에 면죄부를 주는 반인권적 선언이 된다. 통일을 포기한다는 것은 결국 독재에 신음하는 북한 주민들을 영원히 모른 척하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으며 그들을 외면하고 최악의 독재자 김정은의 편에 서겠다는 수치스러운 선언이다. 분명히 말하건대 자유민주적 평화통일은 정치적 선언이 아니다. 한반도 전체로 자유와 인권을 확장하겠다는 굳은 헌법의 의지다. 북한 주민들에게도 언젠가는 인간 다운 삶을 안겨주겠다는 약속이며 우리는 여전히 그들을 버리지 않았음을 알려주는 실낱 같은 희망이다. 우리의 헌법은 그래서 위대하다. 부디 역사와 민족 앞에 죄를 짓지 말라. 북한이탈주민 김금혁 국민의힘 미디어대변인 〈strong〉* 가스인라이팅(Gas Enlighting)은 매일신문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칼럼 공간입니다. '가스라이팅'은 1930년대 가스등을 사용하던 시절 파생된 용어입니다. 가스등을 조금씩 어둡게 해 누군가를 통제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가스인라이팅'은 그 반대로 등불을 더 밝게 비춰주자는 뜻입니다.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자주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strong〉 〈strong〉** 외부 기고문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strong〉
2026-05-08 07:30:00
[사설] 국민연금을 '진짜' 정부 자산으로 호도해서 뭐 하겠다는 건가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시도 때도 없이 긴축 노래 부르는 이상한 분들에게'라는 게시물을 올리고, 'IMF, 올해 한국 순부채비율(純負債比率) 10.3%. G20 평균보다 79.3%포인트 낮다'는 제목의 언론 기사를 링크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잇따라 페이스북에 "순부채비율을 보면 한국 상황은 양호하다. 선진국 평균의 8분의 1에 불과할 뿐"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이재명 정부의 '돈 뿌리기' 포퓰리즘 정책에 대한 비판에 대응하고, 자신들의 정책을 정당화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앞세운 순부채비율은 정부의 총부채에서 금융자산(金融資産)을 뺀 뒤 계산한 수치이다. 올해 한국의 부채비율은 GDP(국내총생산)의 54.4%로 예상되지만, 정부가 가지고 있는 금융자산을 빼고 계산하면 10.3%로 크게 떨어진다. 이유는 정부의 금융자산에 1천500조원 규모의 국민연금 적립액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비교한 다른 선진국들은 연금(年金) 적립액이 고갈된 상태인 반면에, 한국은 아직 연금을 쌓고 있는 단계라서 적립액이 상대적으로 많은 특성이 있다. 순부채비율을 가지고 한국이 미국·유럽·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재정 건전성이 양호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연기금에 의한 착시(錯視)를 악용해 국민을 호도(糊塗)하고 있다는 비판을 사기에 충분하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각종 연기금은 국민들의 노후자금(老後資金) 이외에 다른 용도로 쓸 수 없고, 국가의 실질적 재정 여력도 아니다. 이 대통령에 이어 경제부총리까지 나서 '통계의 착시'를 마치 우리의 현실인 것처럼 왜곡(歪曲)하는 것은 우려스럽다. 지난달 말 IMF는 2031년 한국의 GDP 대비 일반 정부 부채비율을 현재보다 10%포인트 넘게 급등한 63.1%로 전망했다. 부존 자원이 없고 수출입에 의존하는 한국은 재정건정성(財政健全性)이 무너지면 외국인 자본 유출과 환율 급등을 초래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전문가들의 엄중한 경고(警告)를 이재명 정부는 아프게 들어야 한다.
2026-05-08 05:00:00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 7천 선을 돌파하며 한국 증시가 유례없는 황금기를 구가하고 있지만, 축제 분위기여야 할 우리 경제 이면에는 기이한 냉기(冷氣)가 흐르고 있다. 이는 우리 증시의 '자산효과(資産效果)'가 주요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게 나타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우리나라 주식 자산효과에 대한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주식으로 1만원을 벌어도 소비는 단 130원 늘어나는 데 그친다고 한다. 유럽·미국의 3분의 1 수준이다. 지난 한 해 생겨난 주식 자본 이득이 429조원으로 추정되는데도, 내수 경기가 여전히 침체의 늪에서 허덕이는 이유가 여기 있었다고 분석할 수 있다. 증시의 온기가 실물경제로 전달되지 못하는 또 다른 원인은 가계 자산의 '부동산 쏠림' 현상을 꼽을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무주택 가계는 주식으로 번 돈의 70%를 부동산 매입에 쏟아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 시장을 '종잣돈 창구'로 활용해 주식보다 변동성은 낮고 수익률은 2배가 높은 부동산에 재투자하는 방식이다. 국내 증시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도 자산효과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주식으로 번 돈을 '영구적인 소득 증가'가 아니라 '운 좋게 얻은 일시적 횡재'로 인식하는 것이다. 이는 한국 증시가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수익률은 6분의 1 수준이면서도, 변동성은 훨씬 큰 데다, 상승 지속 기간도 짧다는 과거 추이(推移) 탓이다.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돈을 믿고 소비를 늘릴 국민은 없다. 문제는 앞으로다. 상승장의 혜택은 부동산으로 빠져나가고, 하락장의 고통은 가계가 떠안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기업 가치 제고를 통해 장기 투자를 유도하고, 사람들 뇌리 속에 뿌리 깊이 자리 잡은 '부동산 불패'의 신화를 꺾어 자산의 균형 있는 배분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주식으로 번 돈이 부동산 투자로 몰리지 않고, 시장 내에서 선순환하며 내수 경기를 살리는 마중물이 될 때 비로소 증시 7천 시대는 진정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2026-05-08 05:00:00
[사설] '공소 취소가 뭔지 국민은 몰라', '국민=무지렁이'라는 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조작기소 특검 법안'에 대해 국민들과 법조계, 언론, 야당이 비판을 쏟아내는 가운데, 박성준 민주당 의원이 '국민 대다수는 공소 취소를 모른다'는 취지(趣旨)로 발언했다. 박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른바 '조작기소 특검법'이 여론에 부정적일 것이라는 주장에 반박하며 "시민들한테 공소 취소가 뭐예요? 한번 물어보세요"라며 "10명 중에 8, 9명은 잘 몰라요"라고 말했다. '조작기소 특검 법안'은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대북 송금·공직선거법 위반·위증교사·성남FC 제3자 뇌물·백현동 개발 비리·법인카드 유용 등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들을 주로 다룬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이재명 대통령이 법안을 의결·공포할 경우 이 대통령은 자신이 임명(任命)한 특별검사에게 자기 사건을 수사하도록 하고, 공소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사실상 대통령이 자기 사건을 재수사하고, 무죄 선고까지 할 수 있는 셈이다. 이러니 '법치주의, 권력분립 원칙, 평등 원칙 파괴(破壞)'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검찰이 증거를 조작해 기소했으면 그 증거를 제시해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 된다. 하지만 민주당은 그런 절차(節次)를 버리고, 특검법이라는 별도 절차를 만들어 이재명 대통령 재판 자체를 없애려고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런 마당에 박성준 의원이 저런 식으로 발언한 것을 보면 '재판에서 판사를 속일 수는 없으니, 공소 취소가 뭔지 모르는 국민을 속이는 편이 쉽다'는 말로 들릴 뿐이다. 국민을 바보로 본다는 고백에 다름 아니라고 본다. 공소 취소가 무엇인지 국민들이 잘 모른다면, 그 의미를 설명하고 국민 판단을 받는 것이 정치인의 도리(道理)이다. 그런데 '국민은 잘 모른다'며 쉽게 생각한다. 민주당의 태도가 이렇다. 민주당은 애초 5월 중에 '조작기소 특검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비판이 쏟아지자 이를 철회하기는커녕 6·3 지방선거 이후 국회 통과로 시기를 미뤘다. 이 또한 국민을 바보로 본다는 말일 것이다.
2026-05-08 05:00:00
[관풍루] 국립국어원, 40세 손위 남성을 '오빠'라고 부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국립국어원, 40세 손위 남성을 '오빠'라고 부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국어원이 이런 것까지 정리해줘야 하는 이 나라 정치판 수준 참… '아빠'도 보통 40세 차이 안 나는데 '오빠'는 무슨. ○…국토부 감사 결과, 도로공사 퇴직자 단체 불법 수익 분배에다 탈세, 도로공사는 휴게소 입찰 정보 유출 정황. 휴게소 음식 서비스가 거꾸로 가는 이유를 알겠네. ○…금융당국, 코스피 불장에 엉터리 작전 정보 쏟아내는 불법 금융 인플루언서 규제 마련 착수. 수익 내면 족집게 정보, 손해 보면 투자자 책임이니 옥석 가리기 쉽잖겠군.
2026-05-08 05:00:00
2026-05-07 18:45:43
표지는 핑크였다. 모름지기 남자는 핑크 아닌가. 오피스텔로 보이는 창가에 고양이 한 마리가 앉은 사진이 박혀있었다. 책은 작고 아담하고 가벼웠다. 목차를 휘릭 넘기며 살피는데 왠지 예감이 좋았다. 글 솜씨가 남달랐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널렸지만 맛깔나게 귀에 착 감기도록 쓰려면 일정 기간 훈련과 반복 학습이 필요한 법. 그의 글에선 일정한 교육을 받은 이에게서 풍기는, 그런 냄새가 났다. 홍대와 서촌이 섞인 향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합정동 오피스텔에 사는 출판사 편집디자이너 출신이었다. 현재는 독립출판사 운영자이면서 글을 쓰는 작가로 살아가는 커리어우먼. 일러스트레이터 혹은 요가선생님, 전지영의 『책방으로 가다』는 일상 이야기 위에 자신이 선정한 10권의 책에 관한 단상을 얹어 버무려낸 달큼한 에세이다.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책방으로 가다』는 "잠깐이나마 온전하게 그 안에 있었던 어떤 인상에 대한 기록이다. 타인을 위해 기억될 필요 없는, 그래서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게 두었어도 괜찮았을 그런 것들"이다. 책은 152쪽에 불과한 분량인데도 속속들이 파고든 예리한 시선과 번뜩이는 문장으로 빛을 발한다. 거칠게 말하자면 이런 유의 에세이는 도처에 널렸고 반짝반짝 빛나는 재능은 부지기수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작가는 키치와 거리가 먼 듯해보였다. 잰 체 난 체 하는 글쟁이들의 자기연민 가득한 푸념과는 결이 달랐다. 뇌가 빚어낸 문장이라기보다는 실생활에서 겪은 진짜 삶에 관한 이야기가 문학사의 명작과 만나 서로를 빛내고 있었다. 파리바게뜨에서 만난 노년의 남자와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을 엮고, 운명을 받아들여야 하는 스케이트 스타와 가혹한 운명에 저항하는 고대 그리스인의 서사를 대조하며, 거주지 환경과 일상에서 주어진 삶에 대해 자성하고 카프카의 그레고르 잠자를 떠올린다. 가난한 청년이 부잣집 여성과 결혼할 수 없던 사회에 대한 고발과 상류층을 부러워하면서 동시에 적의를 품었고, 너무 빨리 소진된 재능에 술로 만년을 보냈을지언정 젊은 날의 피츠제럴드는 얼마나 매력적이었나. 운 좋게도 여러 권의 책을 내면서 출판사 편집자들과 교류하는 기회를 얻었다. 내가 만난 사람들은 당연히 글 솜씨가 출중하거니와 남다른 통찰이 빛났다. 시인이거나 소설가이거나 문학평론가인 이들이 출판사를 만들고 직접 책을 펴내는 건 숙명인지도 몰랐다. 전지영의 글 역시 평범하지만 흔하지 않았다. "어쨌든 지금 나는 카페에서 책을 읽으면서 오가는 사람들을 느긋하게 보고 있었고, 그것은 세상 모든 사람에게 당연한 듯 주어지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 『변신』의 그레고르가 회사에 늦을까봐 어떻게든 일어나려고 버둥거리는 장면에서, "분명 월요일이었을 것이다. 출근하기 싫은 것은 모든 날이 다 똑같지만, 차라리 벌레로 변하고 싶은 심정이라면 역시 월요일 아침"이라고 단언하는 짓궂은 패기가 마뜩하다. 여행을 멈춘 건 떠나고 싶은 마음이 사라져서가 아니라 떠나고 싶었던 진짜 이유, 즉 다른 세상과 만나고 싶다는 갈망이 충족되지 않아서, 라면서 "이제는 이와 같은 글은 다시 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작가의 말이 아쉽고 또 아쉽다. 아직은 그의 다른 책을 선뜻 쥘 자신이 없다. 요즘말로, 이거 요물이다.
2026-05-07 09:56:09
[사설] 꿈의 코스피 7천, 이익 증가 업종 확산 여부가 상승 지속 관건
코스피가 꿈의 7천 선을 넘어섰다. 지난 2월 25일 장중 6천 선 돌파 후 47거래일 만이다. 1천에서 2천까지 18년 4개월, 2천에서 3천까지 13년 5개월 걸렸는데, 6개월여 만에 4천에서 7천까지 치솟았다. 이번 상승세는 유동성에 더해 반도체 중심 기업 실적이 주효(奏效)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시장 기대를 웃도는 실적을 내놓았고,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 확대는 반도체 슈퍼 사이클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코스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7배 선이다. 여전히 상대적 저평가 상태인 한국 시장에 최근 외국인 자금이 대규모로 유입됐다. 여기에 자사주 소각, 배당 정책 개선, 지배구조 강화 등 정책 변화도 상승세에 기여했다. 그러나 지수 상승이 곧 건강한 시장을 뜻하지는 않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체 시총(時總)의 40% 이상을 차지하며 지수를 끌어올리지만 상당수 종목은 흐름에 편승하지 못한다. 지수 폭등일에도 상승 종목 수가 절반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반복된다. 반도체에서 시작된 이익 증가가 전력·에너지, 산업재, 금융, 소비재 등으로 이어져야 상승 기반이 넓어진다. 자금 흐름은 편중돼 있다. 외국인과 개인 자금은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되고, 상장지수펀드 자금 역시 대형주 쏠림을 강화한다. 과열 신호도 감지된다.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는 1억 개를 넘어섰고, 투자자 예탁금은 120조원을 웃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급증했다. 상장지수펀드 시장은 400조원 규모로 커졌고, 불과 1년 사이 미성년자 계좌 개설은 3배가량 늘었다. 자금 유입의 저변(底邊) 확대인 동시에 변동성 확대의 전조다. 중동 정세, 유가 흐름, 미국 통화정책은 언제든 시장을 흔들 수 있다. 관건은 지속성이다. 이익이 계속 증가한다면 지수 상승은 설명 가능하지만 이익이 일부 업종에 머문다면 상승 기반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코스피 7천이라는 숫자가 아니라 알맹이가 중요하다. 지수 자체가 아니라 상승을 얼마나 많은 기업이 함께 만들어 내는지가 코스피의 향방을 결정할 것이다.
2026-05-07 05:00:00
[사설] 김-추 후보, '정부 의존' 공약 말고 '대구 자강' 공약은 없나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가 페이스북 설전을 벌였다. 김 후보는 '추 후보의 공약이 김 후보 본인이 내놓은 공약과 흡사하다. 정책에 저작권이 있는 것은 아니니 좋다. 하지만 실제 실행 계획이 모호(模糊)하다. 어디를 계발해서 문제를 어떻게 풀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공약을 내달라'고 요청했다. 추 후보는 '제가 2025년 12월 공약했던 내용을 김 후보가 뒤늦게 유사하게 발표했다'고 반박하며 '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에서 민주당이 대구경북을 외면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예산·인사·정책에서 TK를 철저히 홀대했다. 김 후보는 국무총리로 이를 방조했다'고 비판했다. 또 자신의 '대구경제발전 공동협의체' 제안에 김 후보의 답을 요청했다. 두 후보의 '공약 선후(先後) 설전'은 '더 나은 대구를 위한 논쟁'이 아니라 '상대 저격용 사격'으로 보일 뿐이다. 사실 대구경북신공항, 산업 구조 전환, AI·로봇 및 미래 모빌리티 등 두 후보의 공약이 엇비슷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대구 경제 혁신을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니 말이다. 문제는 이 공약들을 어떻게 실행하느냐이다. 그런 점에서 두 후보는 아직은 '제목' 수준인 공약들에 대해 '누구의 공약이 더 현실성 있는지' '누가 대구 발전을 이끌기에 더 적합한 인물'인지 대구 시민들이 비교할 수 있도록 더 구체적인 방안(方案)을 내주시기 바란다. 대구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전국 17개 광역 시·도 중 30년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대구 전체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이고, 이들 중소기업 상당수가 노동집약적이고 부가가치가 낮은 제품을 생산한다. 거리의 상점은 비어가고 인구는 갈수록 줄어든다. 싸게 만드는 도시가 아니라 스마트하게 만들어 비싸게 파는 도시, 사람들이 떠나는 도시가 아니라 세계인이 앞다퉈 찾아오는 대구를 만들 비전을 제시해 달라. 정부 의지(意志)에 의존하는 공약, 정권 변수(變數)에 요동칠 수밖에 없는 공약 외에 대구 스스로 명품 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구체적 설계를 보여 달라.
2026-05-07 05:00:00
[사설] '조작기소' 특검, 검찰은 또 얼마나 마비되고 국민 피해는 커질지
더불어민주당이 '조작기소 특검'을 추진하면서 검찰 조직이 한계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5개 특검 가동으로 검사 67명이 차출(差出)된 데 이어 30명 규모의 검사 파견이 가능한 여섯 번째 특검 법안이 통과되면, 검찰 수사 현장은 마비(痲痹)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검사들이 줄지어 사표를 내고 특검 파견이 겹치면서 대구지검을 비롯한 전국의 상당수 지검·지청은 정원의 절반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다. 올 들어 사표를 던진 검사는 60여 명에 이르고, 이 가운데 70% 이상이 15년 차 이상의 베테랑들이다. 그 여파로 전국의 3개월 이상 미제 사건(未濟事件)은 12만 건을 넘어섰다. 수사 검사 1인당 미제 사건이 500건 넘는 곳도 있다고 하니, 기가 찰 일이다. 민주당이 검찰청 기능을 유지할 최소한의 여력마저 고려하지 않은 채 각종 특검을 남발(濫發)하는 바람에 형사사법 시스템 전체가 약화된 것이다.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들에게 떠넘겨지고 있다. 검사들의 사기는 바닥을 치고 있다. 검찰청 폐지와 인력 부족, 검사 탄핵 시도와 국정조사(國政調査) 소환 등 여권의 압박을 받으면서 검사들의 사기(士氣)는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 특히 조작기소 의혹의 단서가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동료 검사들의 수사를 수사 대상으로 삼는 구조는 검사들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 이런 식이면 어떤 검사가 적극적으로 수사하고 기소를 하겠는가. 검사들 사이에선 특검에 파견됐다가 정권이 바뀌면 파견 검사들이 법왜곡죄로 수사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올 10월 출범 예정인 공소청(기소·공소 유지 담당)·중수청(중대범죄 수사 담당) 출범도 걱정스럽다. 공소청 검사에 대한 보완수사권 부여 여부를 차치(且置)하더라도, 현재처럼 인력 공백(空白)과 사건 적체가 누적된 상태에서 새로운 체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건 처리가 늦어질수록 피해자 고통은 커지고, 피의자는 장기간 불확실성에 놓인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법언(法諺)이 깡끄리 무시되고 있다.
2026-05-07 05:00:00
[관풍루] 빚내 투자하는 '빚투' 규모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난 가운데, 60대 이상 고령층 빚투가 1년 만에 두 배 이상 급증
○…빚내 투자하는 '빚투' 규모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난 가운데, 60대 이상 고령층 빚투가 1년 만에 두 배 이상 급증. 노후 한 방 '액티브 시니어' 되려다 쌈짓돈마저 다 날릴 수도 있음을 조심해야. ○…삼성전자 주주 단체, 노조의 불법 파업 강행으로 회사의 핵심 자산이 훼손될 경우, 노조원 전원을 상대로 강력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경고.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어거지에는 법이지. ○…이재명 대통령, '산불 카르텔' 문제와 계곡 불법 시설 문제를 거론하며 "언론·야당 지적 고맙게 생각해야… 민원은 보물창고"라고 적극 행정 지시. 자고로 쓴소리에 민감해야 하는 법.
2026-05-07 05:00:00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45>솔방울을 움켜쥔 반들반들한 눈동자, 정선의 다람쥐
올해는 1676년(숙종 2) 태어난 겸재 정선의 탄생 350주년이다. 우리나라 역사를 통틀어 '4대 화가'로 꼽힌 정선이다. 항산(恒山) 안휘준(1940년생) 선생은 저서 '한국 회화의 4대가'(2019년)에서 통일신라 8세기 솔거, 고려 12세기 이녕, 조선 전반기 15세기 안견과 후반기 18세기 정선을 우리나라 회화사를 대표하는 '4대가'로 꼽았다. 겸재 선생의 예술적 업적을 기리고 재조명하기 위한 겸재정선미술관이 서울 강서구에 세워진 건 2009년이다. 조선시대에 경기도 양천현이었던 이 지역에 겸재 선생이 1740년 65세 때 현령으로 부임해 4년여를 다스렸다. 절친 사천(槎川) 이병연(1671-1751)과 자주 만나지 못하는 대신 시를 보내 안부를 물으면 그림으로 답장하는 '시거화래(詩去畵來)'를 약속하며 시와 그림이 오갔던 곳이다. '경교명승첩'이 그렇게 탄생했고 '양천팔경첩' 등 진경산수 명작을 여기에서 그렸다. 당대의 시인과 화가가 우정과 예술을 이어간 아름다운 이야기를 남긴 근무지에 세운 겸재정선미술관이다. '다람쥐'는 진경산수의 대가인 정선의 많지 않은 영모화 중 한 점이다. 붉은색, 푸른색, 갈색으로 소나무, 솔잎, 다람쥐의 바탕색을 담채로 올려놓은 위에 굵기와 강도, 속도와 농담, 부드러움과 굳셈 등 성격을 달리한 필치로 솔방울을 움켜쥔 다람쥐의 반들반들한 눈과 까슬까슬한 털, 소나무 껍질의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탄력, 듬성한 솔잎을 한눈에 들어오게 했다. 세세하게 묘사하지 않으면서도 대상의 실상을 다 담아내며 정감을 느끼게 하는 표현력의 붓질이다. 드리워진 솔잎 조금, 구부러진 둥치 약간뿐이지만 영락없는 우리나라 소나무다. 소나무를 주제로 겸재정선미술관에서 겸재 정선 탄생 350주년 기념 특별전을 열었다. 겸재 선생의 대작 '사직노송도'를 비롯해 정선의 후배 대가들의 소나무 그림 명작을 한자리에 모았다. 단원 김홍도, 고송 이인문, 남농 허건, 소산 박대성 등등 우리나라 화가들은 다 소나무를 잘 그렸고 자기만의 소나무 그리는 법이 있다. 한국 사람은 모두 다 좋아하는 소나무다. 조선 태조의 호가 '소나무가 있는 집' 송헌(松軒)이다. '미술관 러버'라면 이 기회에 꼭 왕림하시기를. 특별전 '소나무, 늘 푸르른' 전시는 6월 21일까지. 대구의 미술사연구자
2026-05-06 18:54:50
2026-05-06 18:48:10
보이저1호가 태양계를 벗어난 지 벌써 10년여가 흘렀다. 시속 6만1천㎞, 총알속도의 17배이다. 그러니까 눈 한 번 끔뻑하면 한라산 백록담에서 서귀포항에 이르는 속도로 날고 있다는 말이다. 현재 보이저1호는 240억㎞ 이상 떨어져 있다. 지구에서 신호를 보내면 거의 이틀이 지나야 답신을 받을 수 있는 거리다. 창백한 푸른 점(The Pale Blue Dot). 1990년 보이저1호가 지구에서 약 60억㎞ 떨어진 곳, 해왕성 궤도 밖에서 찍은 지구의 이름이다. 계획에 없던 이 사진은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제안으로 이뤄진 것이다. 칼 세이건은 그의 저서에서 지구는 광활한 우주에 떠 있는 보잘것없는 존재에 불과하다는 걸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저 점을 다시 보세요. 저 점이 이곳입니다. 저것이 우리 집이고 우리 자신입니다. 우리가 아는,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 지금껏 존재했던 모든 사람이 저기에서 살았습니다. 인류의 모든 기쁨과 고통, 인류의 역사 속에 존재했던 수많은 종교와 이데올로기와 경제 체제가 저기에 있었고 수렵과 채집을 했던 이들, 모든 영웅과 비겁자들, 문명을 창조한 사람들과 파괴한 사람들, 왕과 농부들, 사랑에 빠진 젊은 청춘들, 엄마와 아빠들, 꿈 많은 아이들, 발명가와 탐험가들, 도덕을 가르친 선생님들과 부패한 정치인들, 슈퍼스타와 위대한 영도자로 불리던 사람들, 성자와 죄인들이 모두 저 먼지처럼 작은 점 위에서 살았습니다." 칼 세이건의 말을 재구성해 보았다. 사진을 보면 그의 말이 맞다는 걸 알 수 있다. 0.12픽셀. 사진 속 지구의 크기다. 일반적인 디스플레이에서 1픽셀은 보통 0.1~0.3㎜ 정도이다. 아닌 게 아니라 사진 속 지구는 작은 모래알 정도의 크기로 실감된다. 식상하다 못해 욕지기가 치미는 뉴스가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군과 이란군의 교전, 가자 지구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하마스 간의 전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끝없는 소모전 등 이른바 '영토 분쟁'은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이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찰리 채플린의 말이다. 분쟁을 야기하는 호전적 성향의 정치인들을 모두 태우고 날아가는 우주선을 상상해 본다. 우주선은 지구가 점 크기로 보이는 지점쯤에서 멈춘다. 승객들을 우주선의 전망대에 나란히 세운 뒤 지구를 보게 한다. 자신들의 영토가 보일까? 여전히 자존심을 찾으려 할까? 종균(種菌)을 닮은 인간이 보일까? 그들은 웃을까?
2026-05-06 11:32:04
[사설] 호르무즈 한국 선박 피격 가능성, 시험에 든 李 정부 외교·안보
청와대 관계자는 5일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우리 선박 폭발·화재와 관련, "(해당 사고가) 피격(被擊)인지 아닌지 파악하는 데 하루 정도 소요된다"고 했다. 전날 외교부는 "4일 오후 8시 40분(한국 시각) 호르무즈 해협 안쪽에 정박 중이던 선박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선박 좌현 선미 인근에서 물보라가 치고 폭발 소리가 나 선장이 손상 정도를 확인 중인 것으로 안다"는 해운 업계 관계자의 전언(傳言)도 알려졌다. 외부 공격에 의한 대형 선박의 폭발 및 화재와 내부 화재는 그 특성이 뚜렷이 구분된다. 굳이 전문가를 동원하지 않더라도 선장과 전화 한 통이면 쉽게 피격 여부를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청와대가 피격 사실 여부 확인에 하루가 꼬박 소요된다고 하는 것은 지독한 무능이거나, 아니면 뭔가를 감추려 한다는 의혹(疑惑)을 사기에 충분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 화물선이 이란의 공격을 받았다"고 밝히면서, 공격을 받은 '관계 없는 국가들' 중에 한국이 유일하게 피해(被害)를 입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마도 한국이 (호르무즈 항행 자유) 작전에 참여할 때가 된 것 같다"고 했다. 이재명 정부는 그동안 한미동맹을 훼손(毁損)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미국 주도의 호르무즈 해협 항행 자유 군사 작전에 소극적이었을 뿐 아니라, 이란에 특사를 파견하고 인도적 지원금 50만달러를 지원하는 등 친(親)이란적 행보를 보였다. 또 이재명 대통령은 이스라엘군을 비난하는 SNS를 올려 세계적 논란을 자초하기까지 했다. 이란 언론들이 이재명 정부의 대외 정책과 발언에 대해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접근"이라며 칭찬을 할 정도였다. 만일 우리 선박이 이란의 공격에 의해 피격된 것이 사실이라면, 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은 파산(破産) 상태에 직면한 것이나 다름없는 꼴이 된다. 잘못이 확인되면 신속히 수정하는 것이 더 큰 국익 훼손을 막는 길이다. 시간을 끈다고 진실이 달라지진 않는다.
2026-05-06 05:00:00
[사설] 조작기소 특검법 처리 지선 이후로? 조삼모사(朝三暮四) 아닌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작기소 특검법 처리 시점에 대해 "조작기소, 허위 조작으로 입증된다면 허위 조작으로 고통받았던 피의자·피고인은 당연히 구제받아야 한다"면서도 "그것을 언제 하느냐는 문제는 어제 청와대 브리핑도 있었기 때문에 당청이 조율(調律)해야 된다"고 말했다. 애초 이달 중 법안을 처리한다는 목표였으나 6·3 지방선거에 악영향 우려가 나오고, 이재명 대통령도 '속도 조절'을 요청하자 특검법 처리 시점을 미룬 것이다. 정 대표는 특검법 입법 시점을 조정하겠다면서도 입법 의지를 명확히 했다. 청와대 역시 민주당에 입법 속도 조절을 요청하면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우려해 입법 시점을 미룬 것일 뿐, 강행 의지는 명확한 것이다. '조삼모사(朝三暮四)'와 다를 바 없다. 민주당과 이 대통령이 국민을 원숭이로 보는 것이 아니라면 특검법 입법 시점 조정이 아니라 위헌적인 특검 법안을 철회(撤回)해야 마땅하다. 앞서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는 '특검법' 입법과 관련해 "고생하면서 뛰고 있는 동지(同志)들을 버릴 셈이 아니라면 신중히 해 달라"고 밝혔다. 임미애 민주당 경북도당위원장도 "특검법 강행 처리는 전체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이 '시기는 조정하되, 강행하겠다'는 것은 '선거에서 뛰는 동지를 버리지 않겠다'면서도 '법치주의, 권력분립 원칙, 평등 원칙 따위는 저버릴 수 있다'는 말로 들린다. 동지만 보이고, 헌법 정신은 안중에 없나? 민주당이 마련한 '조작기소 특검 법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하고, 의결·공포된다면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의 범죄 혐의 사건을 자신이 임명한 특별검사에게 맡겨 재수사하고, 공소를 취소할 수 있다. 자기 사건을 사실상 자신이 수사·재판하는 셈이다. 이런 법이 시행(施行)된다면 대한민국은 법치 국가가 아니다. 6·3 지방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들은 한목소리로 반헌법적인 법안 철회를 요구하고, 민주당은 즉시 철회해야 한다.
2026-05-06 05:00:00
[사설] 경북 250만 명 붕괴, TK 행정통합 더 절실해졌다
경북도 인구 250만 명 선이 무너졌다. 올해 3월 기준 249만9천여 명으로, 10년 새 22만 명 줄었다. 경북도는 250만 명 붕괴(崩壞) 시점을 2033년으로 예측했지만 7년이나 빨랐다. 이 추세라면 10년 후 경북 인구는 220만 명대도 위태롭다. 이유는 익히 알고 있는 대로다. 젊은이는 떠나고 아이는 태어나지 않아서다. 산업 기반이 취약한 농촌 군 단위는 이미 소멸이 진행 중이고, 산업도시 구미·포항의 인구 감소도 심각하다. 경북도는 다양한 인구 대책을 쏟아내지만 역부족이다. 출산 장려금을 높이고 귀농귀촌 패키지를 개편하며 청년 주거도 지원한다. 그러나 반등은커녕 감소 속도도 늦추지 못하고 있다. 경북도 정책을 탓할 일은 아니다. 지자체 차원의 정책만으론 저출산·소멸을 막지 못한다는 건 이미 다들 알고 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해법이 될 수 있다. 행정통합을 한다고 당장 인구가 늘어나진 않는다. 그러나 '생존 가능한 광역 단위'로의 전환으로 산업 클러스터 응집(凝集), 기업 유치 등을 통한 젊은 인구 유출 방지 및 신규 유입을 꾀할 수 있다. 중앙정부 예산과 공공기관·기업 유치 및 투자는 지자체 규모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인구 240여만 명의 경북과 230여만 명의 대구가 각개전투가 아닌 480만 명의 단일 광역체를 형성하면 협상의 무게감부터 달라진다. '수도권 집중 완화'라는 국가 균형발전 정책의 실질적 수혜자가 되려면 그에 걸맞은 덩치를 갖춰야 한다. 경북 250만 명 붕괴는 지금까지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지속하기 힘들다는 사실상 마지막 경고다. 인구 대책은 계속 발굴, 적극 추진돼야 한다. 그러나 행정통합으로 단일 광역체를 형성하지 않으면 지금처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뿐이다. 최근 대구·경북 행정통합 시도가 무산된 바 있다. 우물쭈물하다 통합 기회를 놓쳤다. 지자체장을 뽑는 지방선거가 다음 달 3일 치러진다. 대구·경북의 미래와 생존이 달린 선거다. 행정통합을 가장 잘할 수 있는 적임자(適任者)를 뽑아야 하는 이유다.
2026-05-06 05:00:00
[관풍루] IMF 총재, "이란전쟁 내년까지 가면 세계경제 더 악화…공급망 위험" 경고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억울하게 조작기소로 고통받은 국민이 있다면 일반 국민이든, 대통령이든, 누구나 평등하게 구제받아야 한다는 게 헌법 정신"이라고. '조작기소' 특검, 힘없는 국민에게도 열려 있다는 뜻? ○…삼성전자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파업 위기, 정부·정치권·학계도 기업 가치 훼손과 국가 경제 악영향 우려. 여론 무시에 노노 갈등까지 부른 삼전 노조, 음수사원(飮水思源)이라 했거늘. ○…IMF 총재, "이란전쟁 내년까지 가면 세계경제 더 악화…공급망 위험" 경고. 미국과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교전으로 휴전 붕괴 조짐, 안보 공급망은 각자도생.
2026-05-06 05:00:00
2026-05-05 18:5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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