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과 최적화가 미덕이 된 시대, 인간은 불편함을 제거하며 점점 더 완벽한 존재가 돼가고 있죠. 하지만 저는 굳이 불편한 선택을 하는 용기가, 인간이 가진 가장 근본적인 자유라고 생각합니다." 무한한 자유는 오히려 자유를 느끼지 못하게 하고, 적당한 불편함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진정 자유를 느낄 수 있다는 것. 박정현 작가는 그것을 굳게 믿는다. 갤러리CNK(대구 중구 이천로 206)에서 열리고 있는 그의 개인전 '기꺼이 불편할 자유'는 그가 생각하는 '인간다움'에 대해 엿볼 수 있는 전시다. 전시장 2층 공간에는 자전거 하나가 놓였다. 그 앞에 놓인 패널에는 '룩(LOOK)', '투(TO)', '디플리(DEEPLY)', '씨(SEE)' 단어가 각 8등분으로 나눠졌다. 이 작품은 참여형 설치 작품으로, 관람객이 직접 페달을 굴리면 체인으로 연결된 패널이 돌아가며 잔상 효과로 인해 글씨가 나타난다.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자전거 위에서의 반복적인 움직임은 비효율적인 노동처럼 보이지만, 그 과정에서 관람객은 스스로 선택한 불편함 속에서 묘한 몰입과 쾌감을 경험하게 된다. 작가는 "단순히 문장을 확인하고 정답을 얻는 과정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로 불편함을 선택하고 즐기는 인간의 주체적인 자유를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의 작업은 관객에게 행동을 요구하지만, 강요하지 않는다. 보고 듣지 않을 자유, 포기할 자유 역시 남겨둔다. 그 선택의 경계에서 드러나는 망설임과 노동, 호흡의 변화가 바로 이 전시가 말하고자 하는 인간의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전시장 3층은 언뜻 보면 한글 같은데 도무지 읽기 어려운, 가로·세로 2.8m의 대형 작품이 전시돼있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 총론을 작가만의 방식으로 필사한 것으로 글자의 윗부분 일부만 드러났다. 그 의미는 제목 속에 숨겨져 있다. 제목 속 '0.917'은 수면 밑으로 91.7%가 잠겨있고, 우리가 보는 부분은 전체의 8.3%에 불과한 '빙산의 일각'을 뜻한다. 거대한 추상화 같은 그의 작품은 견고한 법의 체계 자체보다 그 안에서 발생하는 해석의 불확실성, 진실을 마주하는 개인의 태도 등을 얘기한다. 작가는 "많은 현대인들이 이 작품처럼 내면의 많은 부분을 숨긴 채 대화를 나누는 경우가 많다"며 "헌법 역시 내가 생각한 것보다 추상적인 면이 많았고, 그래서 해석에 있어 혼란이 생기는구나 싶었다. 그 숨겨진 해석의 여지를 글자를 가림으로써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꺼이 불편할 자유'라는 전시 제목에 대해, "내가 자유롭고 싶어서 이 작업을 해온 것 같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부터 대학생 시절까지, 심지어 사회 생활을 할 때도 어머니가 차로 태워다닐 정도로 가족의 과보호 속에서 자랐기 때문. 그는 "신체적으로는 안정적이고 편안한 삶이었지만, 그만큼 어떤 틀에 가둬져있었기에 나이가 들고보니 자유롭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며 "그래서 불편함에 의한 즐거움, 불편함을 제거하지 않고 남겨두는 방법에 대해 작업해온 것 같다"고 말했다. "'천재보다 바보가 되기 힘든 현대인'이라는 표현이 오랫동안 제 작업의 태도를 규정하는 문장으로 남아있습니다. 제게 인간다움이란 완벽함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굳이 불편한 선택을 하는 용기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태도 속에서 인간을 위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봅니다." 전시는 4월 18일까지. 일, 월요일 휴관.
2026-03-30 18:09:30
피카소 작품 온다…'퐁피두센터 한화' 6월 서울 63빌딩에 개관
한화문화재단과 프랑스 퐁피두센터의 파트너십으로 설립된 '퐁피두센터 한화'가 오는 6월, 서울 여의도 63빌딩에 개관한다. 미술관은 지난 2월 말 준공 이후 내부 인테리어 및 개관 준비를 거쳐 6월 4일부터 관람객을 맞이할 계획이다. ▶퐁피두센터는 프랑스의 국립 근·현대미술관이자 복합문화공간으로, 파블로 피카소, 바실리 칸딘스키, 앙리 마티스, 마르크 샤갈, 소니아 들로네 등 모더니즘과 동시대 미술의 대표작을 포함한 방대한 컬렉션으로 잘 알려져 있다. 퐁피두센터 한화는 향후 4년간 퐁피두의 세계적 소장품을 기반으로 한 기획전을 연 2회씩 개최한다. 퐁피두 소장품 전시 이외에도 한국 및 글로벌 동시대 미술에 초점을 맞춘 자체 기획전을 연 2~3회 선보이며, 국제적 미술사 흐름과 오늘날의 담론을 한국의 문화적 맥락 속에서 새롭게 연결하는 프로그램을 이어갈 예정이다. 퐁피두센터 한화 건물은 과거 아쿠아리움이 있던 63빌딩 별관을 전면 리모델링해, 각 1천650㎡ 규모의 메인 전시실 2개를 갖춘 미술관으로 새롭게 재탄생했다. 설계는 루브르박물관 리노베이션, 엘리제궁, 인천국제공항 프로젝트 등을 맡았던 프랑스 건축의 거장 장-미셸 빌모트가 담당했다. ▶6월 4일 개막하는 개관전 '큐비스트: 시각의 혁신가들(The Cubists: Inventing Modern Vision)' 은 20세기 미술의 전환점을 이룬 예술 운동 큐비즘(입체주의)에 주목한다. 모던아트의 새로운 시각을 연 큐비즘을 통해 퐁피두센터 한화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상징성을 담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는 퐁피두 소장품을 소개하는 단순 순회전이 아니라, 한국–프랑스 공동 큐레이터십을 통해 기획됐으며, 전시실 두개를 합쳐 총 3천300㎡ 공간에서 선보이는 대규모 기획전이다. 파블로 피카소, 조르주 브라크, 페르낭 레제, 후안 그리스, 소니아 & 로베르 들로네 등 큐비즘 대표 작가를 비롯해 알베르 글레이즈, 아메데 오장팡, 나탈리아 곤차로바 등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작가들도 소개된다. 총 40여 명에 이르는 다양한 작가들의 회화와 조각 90여 점을 8개 섹션으로 나눠 선보이며, 그동안 국내에 공개되지 않았던 흥미로운 작품들이 다수 포함된다. 특히 한국에 소개된 적 없던 피카소가 직접 제작한 대형 발레 무대막이 최초 공개돼 주목을 끌 것으로 예상한다. 특별 섹션 '코리아 포커스(KOREA FOCUS)' 에서는 20세기 전반 한국 근대예술 형성 과정에서 파리가 지녔던 상징적, 문화적 의미를 재조명한다. 서구의 입체주의 사조와 당시 한국의 미술, 사진, 문학, 무용 등 다양한 예술 분야의 교차점을 입체적으로 살펴보며, 큐비즘 이후 아방가르드 운동이 한국 근현대미술에 어떻게 이어졌는지 조명한다. ▶퐁피두센터 한화는 개관 후 4년간 퐁피두센터 소장품에 기반한 20세기 모던아트의 주요 흐름을 조명하는 동시에, 아방가르드의 혁신성, 매체와 장르의 다양성을 반영한 다채로운 전시 프로그램을 전개할 계획이다. 미술의 새로운 시각을 연 입체주의(Cubism)를 시작으로, 이어서 '마르크 샤갈', '바실리 칸딘스키', '앙리 마티스와 야수주의' 등 거장들의 전시가 2027년까지 이어진다. 이후 초현실주의와 추상미술을 집중 조명하는 한편, 미술사에서 주변부에 머물렀던 여성 작가들도 전면에 소개할 예정이다. 또한 추상 조각의 선구자로 불리는 콘스탄틴 브랑쿠시의 국내 첫 대규모 전시도 기획 중에 있다. 이외에도 21세기 디지털·AI 혁명의 기원을 되짚는 초기 디지털 아트 등 퐁피두 컬렉션의 대표작과 깊이 있는 해석이 결합된 수준 높은 전시 경험을 이어갈 계획이다. 로랑 르봉 프랑스 퐁피두센터장은 "퐁피두센터 한화의 개관은 우리 미술관 역사에서 중요한 이정표이자, 역동적인 한국 문화예술 현장과 새로운 관람객을 만나는 뜻깊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6-03-30 10:33:51
5.5대 1 경쟁 뚫은 청년예술가들의 무대…동성로 청년버스킹, 4월 막 오른다
청년 예술가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는 '동성로 청년버스킹'이 4월부터 28아트스퀘어와 2·28기념중앙공원 등에서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청년버스킹은 지난해 총 53회 공연에 1만8천480여 명의 시민이 찾으며 대구 도심 문화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기존 목·금·토요일에 운영되던 청년버스킹은 올해는 특히 '문화가 있는 날' 확대 시행에 맞춰 평일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4월 1일 개막 공연을 시작으로 9월 23일까지(7~8월 제외) 매주 수·금요일 오후 7시에 열린다. 개막 공연에는 실력파 청년 예술가들이 총출동한다. 지난해 우승팀인 '백의'가 '현대로 온 전우치'를 콘셉트로 비보잉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축제의 서막을 연다. 이어 대구의 신진 펑크 밴드 '부기브라운'과 지난해 우수팀으로 선정된 5인조 록밴드 '포프(POFF)'가 강렬한 사운드를 선사한다. 버스킹에 참여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했다. 앞서 지난 3월 진행된 공개모집에는 '청년예술가' 부문에 전국에서 167개 팀이 지원해 5.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대구시는 올해 신진 예술가를 위한 '첫걸음 예술가' 부문을 신설해 청년 예술인들이 전문 뮤지션으로 발돋움할 기회를 확대했다. 선정된 청년·첫걸음 각 30개 팀, 총 60개 팀에게는 공연 기회와 지원금이 제공되며, 향후 경연을 통해 우수팀에게는 추가 인센티브가 주어질 예정이다. 매주 진행되는 공연에 대한 자세한 소식은 (사)인디053 홈페이지(www.indie053.net)와 인스타그램(@indie053)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026-03-30 10:03:20
(사)대구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이하 대구예총)이 4월 14일 차기 회장 선거를 치른다. 대구예총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정기총회를 14일 오후 2시 대구문화예술회관 달구벌홀에서 열기로 했다. 선거는 2월 26일 치러진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대구시연합회장 선거와 마찬가지로, 각 회원단체에서 대의원 10명씩 참여해 투표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대의원 명단은 지난 선거와 동일하다. 이번 선거에는 강정선 한국예총 대구시연합회장과 이치우 전 대구음악협회장이 후보로 등록해, 한국예총 대구시연합회 선거에 이어 두 후보의 재대결이 펼쳐질 전망이다. 한편 이번 선거도 한국미술협회 대구지회(이하 대구미협)의 대의원 참여 여부가 주목된다. 대구미협은 현재 한국미협으로부터 '사고지회'로 지정된 데다 최근 선출된 노인식 회장이 본회의 인준을 받지 못한 상태다. 이러한 이유로 한국예총 대구시연합회장 선거에서는 대구미협이 대의원 구성에서 제외됐었다.
2026-03-30 09:58:59
[전시속으로] 어둠 속 반짝이는 존재들을 기록하다…권도연 개인전 '녹투라마'
인간이 잠든 적막한 밤, 눈을 반짝이는 생명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그 존재를 드러낸다. 인간의 욕심으로 살 곳이 사라져 방황하고, 점점 외곽으로 밀려나는 그들의 눈빛은 사진 속에 남아 이렇게 얘기한다. 기억되고 싶다고. 021갤러리가 4년 만에 권도연 작가의 개인전 '녹투라마(Nocturama)'를 선보이고 있다. '녹투라마'는 W.G.제발트의 소설 '아우스터리츠'에 등장하는 안트베르펜 동물원의 '야생성 동물관'에서 차용한 제목이다. 소설 속 화자가 인공적인 어둠 속에서 유리 너머 동물들과 시선을 교환하며 시간과 기억의 심연을 마주했듯, 작가는 사진을 통해 우리 주변의 밤과 그 속에 부유하는 존재들을 깊이 있게 응시한다. 주요 연작인 '야간행' 중 눈에 띄는 작업은 소백산에 방사된 아기 여우 한 마리가 부산 해운대까지 이동한 400km의 길을 따라가며 기록한 것이다. 그가 1년 가량을 쫓으며 그 여우를 만난 건 딱 두 번. 그 때 포착한 사진 속에는 어두운 밤 숲 속에서 카메라를 응시하는 여우의 호기심 어린 눈빛이 고스란히 담겼다. 그로부터 2년 뒤, 그는 다시 여우가 걸었던 길을 걸으며 여우의 시선으로 바라본 작품 '파도(Wave)'를 기록했다. 작가는 "어린 여우는 과연 무엇을 봤을까? 이 작업은 그 질문에서 시작됐다"며 "누군가가 잃은 기억은 차마 그것을 잊지 못한 누군가의 기억으로 다시 돌아온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은 직접적인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는다. 다만 꽤 오랜 시간 시선과 생각이 머물게 하는 힘을 가졌다. 기후 변화로 인해 집단 고사한 울진 금강송이나 울진과 삼척을 덮친 산불로 인해 새로운 터전을 찾아가는 산양의 모습 등이 그것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한반도에 급증한 떼까마귀의 숲, 순천 농장에서 탈출해 자연 번식하며 야간의 도심을 돌아다니게 된 꽃사슴들도 마찬가지. "도시 주변으로 밀려나거나, 모두가 잠든 밤에 모습을 드러내는 야생동물들이 사회에서 소외된 존재들과도 겹쳐보였습니다. 마치 저나 주변의 약자들을 보는 것 같아서, 더 연민과 관심을 두고 작업했던 것 같습니다." 또 다른 작품 '반짝반짝 빛나는(Twinkling)'은 한강 하구의 인공 시설 녹지나 섬과 같은 '생태적 틈새'에서 살아가는 생명들을 기록했다. 행주대교와 올림픽대로 사이, 도로에 갇힌 고립된 장소에서 작가는 고라니, 너구리, 수달, 삵 등 다양한 동물을 마주했다. 사람의 출입이 없어, 도시에 사는 야생동물의 매력적인 은신처였던 이 숲은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개발 사업으로 단 며칠 만에 사라져버렸다. 2년여 간 동물들이 내뿜는 미세한 빛과 생명력을 포착한 그의 작업은 소멸해가는 것에 대한 애도이자 기록으로 남았다. 작가는 "세상에는 기록해야 할 존재들이 분명 있는데, 내가 그것을 알아보지 못하고 발견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살아있는 생명을 기록함에 있어, 윤리에 대한 고민은 자연스럽게 뒤를 따랐다. 그는 "폭력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기록하고 싶어서 그들의 존재를 부각시키고 강조하기보다, 하나의 풍경 사진처럼 담기도 했다"며 "포수가 총으로 쏘듯이 사진을 찍지 않기 위해 많이 고민하고 노력했다"고 했다. 그는 제10회 일우사진상과 제1회 랄프깁슨어워드를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 받은 바 있다. 한양대 문학과 학사, 상명대 사진과 석사를 졸업한 독특한 이력을 지녔으며 이번 전시에서 사진 옆에 나란히 전시된 그의 글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전시는 4월 29일까지. 일, 월요일 휴관. 053-743-0217.
2026-03-29 14:32:33
서브컬처, 미술 장르가 되다…대구신세계갤러리 기획전 '서브로그(SUB-LOG)'
대구신세계갤러리에서 서브컬처(Subculture)를 주제로 한 기획전 '서브로그(SUB-LOG)'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게임, 애니메이션, 만화 등 이른바 '하위문화'로 분류되던 시각 언어들이 동시대 미술 안에서 어떻게 재구성되고 새로운 예술적 담론을 형성하는지 조망하고자 기획됐다. 그라플렉스, 순이지, 이소연, 이학민, 하종훈 등 5명의 작가는 단순히 대중문화의 이미지를 인용하는 수준을 넘어, 작가 개인의 해석과 개입을 통해 동시대 사회와 개인의 정체성, 감정, 기억을 환기하는 매개체로서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그라플렉스는 디지털 환경의 최소 단위인 '픽셀(Pixel)'을 볼드한 라인으로 재해석해 현실 공간으로 끌어낸다. 8비트 게임 속 단순한 풍경이 회화적 질서로 치환되며 전시장 전체를 거대한 게임 스테이지로 탈바꿈시킨다. 순이지는 만화적 키치함과 B급 정서가 뒤섞인 이미지 속에 사회의 부조리를 위트 있게 비트는 블랙코미디를 담았다. 유스 컬처 특유의 자유로운 시선으로 현실의 모순을 유머러스하게 전복시킨다. 이소연은 무성의 캐릭터 '망고'와 강아지 '초코'를 통해 몽환적인 판타지 세계를 구축한다. 이방인으로서 겪은 디아스포라적 경험과 마이너리티의 감각은 관람객 내면의 자아를 소환하며 보편적인 공감을 이끌어낸다. 이학민은 공예와 회화의 경계를 허문다. 가구의 골조에 만화적 기호를 더하거나 고전 명화의 도상을 로우브로우(Lowbrow) 미학으로 재해석해, 고급 예술의 권위를 해체하고 현대인의 권태와 냉소를 시니컬하게 그려낸다. 하종훈은 그래피티와 힙합 등 어반 컬처의 미학을 자연의 모티브와 결합한 세계관 '하자드(Hazard)'를 선보인다. 주류 문화에 굴하지 않는 '언더독 스피릿'이 투영된 그의 아트 토이들은 도시적 서브컬처의 감각적인 단면을 보여준다. 대구신세계갤러리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하위문화의 놀이성과 친숙함을 출발점으로 삼아 동시대 미술이 대중문화와 맺는 관계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자리"라며 "개성 넘치는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예술의 경계가 확장되는 순간을 경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5월 5일까지 이어진다.
2026-03-29 14:32:24
갤러리 전이 올해의 청년작가로 선정한 김민호의 초대전 'The Irreducible Essence: 덜어낼 수 없는 본질'을 4월 4일부터 선보인다. 갤러리 전은 매년 재능 있는 청년작가를 발굴해 전시와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청년작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청년작가로 선정된 김민호 작가는 동국대 불교회화과와 중국 북경중앙미술학원 수묵인물과 석사를 졸업했다. 그는 불교 미술의 정교함과 수묵의 깊은 번짐을 지나, 넓은 캔버스 위에서 다양한 소재를 다루며 공간을 빚어내고 있다. 그의 작품은 시멘트를 활용해 쌓고, 덜어내고, 다시 깎아내는 반복의 과정 속에 완성된다. 여러 겹의 채색 아래 잠들어 있던 색은 시간성과 흔적을 품은 채 섬세하게 드러난다. 작가는 "'하자'라고 불리는 거친 흔적들은 사실 재료가 스스로 숨을 쉬며 내뱉은 가장 솔직한 표정"이라며 "연마하고 절삭하며 생긴 스크래치 역시 지워야 할 결점이 아니라, 우리의 몸이 공간에 새긴 정직한 낙서다. 나는 보이지 않는 곳, 혹은 우연과 실수가 만든 공백이 작품을 완성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갤러리 전 관계자는 "거칠고 투박한 물성 위에 따뜻한 색감이 스며든 그의 화면은, 강인함과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독특한 미감을 선사한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4월 30일까지. 053-791-2131.
2026-03-29 14:32:17
권은진 제7대 수성문화원 신임 원장이 취임했다. 수성문화원은 지난 23일 라온제나호텔에서 이·취임식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김대권 수성구청장과 조규화 수성구의회 의장을 비롯해 지역 문화예술계 인사, 기관·단체 관계자, 문화원 가족 등 각계 인사 250여 명이 참석했다. 권 원장은 "이번 취임은 개인의 역할을 넘어 수성문화원 20년 역사 위에 새로운 장을 더하는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문화원의 지속적인 성장과 공공적 역할 확대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다. 이어 "그동안 축적된 성과를 바탕으로 계승과 발전의 균형을 이루고, 문화원의 미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권 원장은 향후 운영 방향으로 ▷문화자산의 체계적 기록 및 활용 ▷일상 속 문화 확산 ▷참여·소통 중심의 운영체계 구축을 제시했다. 특히 지역의 역사와 인물, 생활문화 자원을 체계적으로 정리·축적해 미래 세대에 계승 가능한 문화 기반을 마련하고, 세대별 맞춤형 참여 프로그램 확대를 통해 문화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문화원 가족과 지역 예술인, 구민이 함께하는 개방형 운영을 통해 문화원의 공공성과 협력 기반을 더욱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권 원장은 "수성문화원의 지난 20년은 지역사회의 참여와 헌신으로 이룩된 소중한 자산"이라며 "성과는 공유하고 책임은 선도하는 자세로 내실 있는 운영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한편 수성문화원은 창립 이후 20년 간 지역 문화 진흥과 공동체 활성화에 기여해 왔으며, 앞으로도 다양한 문화사업과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문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2026-03-29 11:59:38
한국 현대판화의 흐름 한눈에…한·불 수교 140주년 기념 특별전 '꽃이 피고, 바람이 분다'
한국 현대판화의 흐름을 조망하는 특별 기획전 '꽃이 피고, 바람이 분다'가 4월 1일 대구보건대학교 인당뮤지엄에서 개막한다. 한·불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이 전시는 프랑스 원화·판화 전문 미술관인 그라블린미술관과 협력해 기획됐다. 인당뮤지엄 전시가 끝난 이후 참여 작가 중 김우조, 김서울, 주정이, 이윤엽, 류연복 작가의 작품이 그라블린미술관의 'K Prints, Korean Woodblocks' 전시에 걸릴 예정이다. 이번 전시에는 한국 판화의 역사와 현재를 아우르는 작가 12명의 작품 130여 점이 소개된다. 판화 110여 점과 목조각 10점, 목판 및 유물 자료 10점 등이다. 전시장은 일상과 역사, 서정, 도시라는 네 개의 섹션으로 구성돼, 한국 판화가 품어온 삶의 풍경과 시대의 얘기를 각각 풀어낸다. '일상, 나무와 칼'은 김성수, 이윤엽, 주정이의 작업을 중심으로 판화의 가장 근원적인 재료인 나무와 칼에서 출발하는 창작의 세계를 보여준다. 이어 '역사, 흐르는 강물처럼'에서는 이성자, 김우조, 류연복, 김억의 작품을 통해 한국 사회의 역사적 흐름과 시대의 기억을 판화의 언어로 되새긴다. '서정, 시처럼 바람처럼'은 정현과 안정민의 작품을 통해 자연과 삶의 정서를 섬세하게 담아낸 한국적 서정성을 조명한다. 마지막으로 '도시, 여기 지금'에서는 이언정, 정승원, 김서울의 작업을 통해 현대 도시와 동시대 삶의 풍경을 판화라는 매체로 새롭게 해석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판을 새기고 찍어내는 전통적인 목판화의 방식에서부터 조각과 설치, 실험적 판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업을 통해 한국 판화의 폭넓은 가능성과 표현 세계를 확인할 수 있다. 김정 인당뮤지엄 관장은 "디지털 이미지가 범람하는 시대에 판을 새기고 찍어내는 아날로그 판화 작업은 느린 시간과 깊은 사유의 과정을 담고 있다"며 "판화는 단순한 복제의 기술이 아니라 나무와 칼, 시간과 노동을 통해 삶과 시대의 이야기를 새겨 넣는 예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연과 일상, 역사와 도시를 담아낸 한국 판화의 다양한 흐름을 통해 관람객들이 우리 삶 속에 스며든 서정과 시대의 흔적을 새롭게 발견하길 바란다. 또한 한·불 수교 140주년을 맞아 한국 판화의 깊이와 가능성을 국제 미술계와 공유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5월 23일까지.
2026-03-27 16:04:07
[전시속으로] "하얗게 덮은 자리는 또 다른 이미지의 출발점"
미국 작가 에디 마르티네즈(Eddie Martinez)의 전시가 리안갤러리 대구에서 열리고 있다. 그의 작품은 유독 흰색 물감으로 덮은 부분들이 눈에 띈다. 그 아래 희미하게 남은 색이 언뜻 비치고, 검은 테두리가 겨우 형상을 짐작하게 한다. 캔버스 위 이미지들은 흰 물감으로 덮이고 다시 드러나며, 그 위에 다시 그려지는 과정을 거치며 생성과 소멸의 경계에 머문다. 그는 오랜 시간 '그리기와 지우기'라는 행위를 탐구해왔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화이트-아웃(White-Out)' 시리즈는 그가 축적해온 회화 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작품들이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2015년 뉴욕 전시를 준비하던 중, 그림을 없애기 위해 흰색 물감으로 덮었는데, 약간 물러나 캔버스에 구현된 물성을 보니 느낌이 괜찮았다"며 "삭제라기보다 재탄생시키는 느낌으로 처음 이 기법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흰 물감을 덮는 것은 지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흔적을 더 분명하게 드러내는 행위에 가깝다. 덮인 자리는 화면의 리듬과 밀도를 변화시키며 새로운 이미지를 불러낸다. "흰색에 집중하는 건, 그 색이 뭔가를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흰색은 새로운 생명을 부여할 수 있어요. 아직 흰색의 한계를 파악하지 못했기에 당분간 작업에 계속 사용하려 합니다. 한데 한계를 알게 되면 내 작업의 동력이 없어지는 것이니, 어느 정도는 알지 못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죠." 2층 전시장의 '렉시콘스(Lexicons)'는 드로잉의 즉각성과 회화의 물성이 동시에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대형 캔버스 속 반복되는 형상과 빠른 선, 그것을 덮는 흰색의 층이 유기적으로 얽힌다. 리안갤러리 관계자는 "그의 회화는 고정된 이미지라기보다, 시간과 행위가 겹겹이 축적된 흔적으로 제시된다"며 "지움이 공백이나 침묵으로 귀결되는 대신, 지워진 자리는 또 다른 이미지의 출발점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추상과 구상, 드로잉과 회화, 즉흥성과 통제 사이를 오가는 작업은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기보다 끊임없이 수정되는 상태로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4월 30일까지 이어지며 일, 월요일은 휴관한다. 053-424-2203.
2026-03-27 15:26:55
[차한잔] 카이스트 출신 국내 유일 '물리학자 사제' 김도현 대구가톨릭대 교수
물질을 연구하는 과학과 비물질적인 것을 얘기하는 종교. 접점을 찾기 어려울 듯한 이 두 분야를 함께 연구하는 이가 있다. 카이스트에서 박사 학위를 마치고 사제 서품을 받은, 국내 유일 '물리학자 신부'인 김도현 신부다. 그의 어깨는 요즘 더욱 무겁다. 앞서 과학과 신앙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왔지만, 인공지능(AI)은 거대한 문명사적 변화에 가까운, 또 다른 새로운 문제이기 때문. AI가 보여주는 신앙적 의미는 무엇이며, 앞으로 교회와 신앙인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김 신부는 최근 펴낸 책 'AI 시대의 삶과 신앙'을 통해 이러한 고민에 한줄기 빛을 제시하고 있다. 그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무척 드문 이력을 지녔다. 사제의 길을 택하게 된 계기는. ▶1976년, 세 살 적에 아버지가 뇌종양 수술을 받으시고 기적적으로 살아나신 후 온 가족이 세례를 받았다. 학창 시절에는 인간은 왜 태어났고,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죽음 뒤 세상은 어떠한지 등의 질문이 내면에 가득했었다. 사실 태어나서 30년 가량은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가를 묻고 그분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어느 날 카이스트 동기 중 가장 천재라고 평가 받던 친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에 울며 기도하던 중, 한 성경 구절이 머릿속을 스쳤다.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 순간 세상에서 무엇을 가진다 한들 결국 하느님 품에서 제대로 죽는 게 가장 좋은 삶이고, 다른 이들 또한 그렇게 잘 죽도록 도와주는 것이 나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무조건 주님을 따르겠다고 결심했다. 외동인데다, 과학도가 갑자기 신학 공부를 하겠다고 하니 주변 반응은 아주 안 좋았다. 거의 미친 사람 취급 당했다. -두 가지 공부를 같이 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신학의 역사가 깊고 양이 방대하다보니, 현실적인 이유로 내려놓을까 말까 고민했던 적은 있다. 사제 서품 직전까지 무려 140학점을 이수해야 하고 과목이 많다. 6년제에다 실습도 나가야하고, 꽤 긴 시간을 매달려야하다보니 중간에 포기할 생각도 했다. 그 와중에 선배 신부들이 "우리나라에서 과학과 신앙 두 가지를 다 공부한 사람이 없으니 한 명은 있어야 하고, 그게 네가 할 일"이라고 했다. 앞서 박사 학위를 마치고 사제가 된 분들 중에는 공부를 병행하는 게 쉽지 않다보니 하나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제는 현직 과학자이자 신부인 유일한 사람으로서, 두 가지를 접목해 공부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존재로 어쩔 수 없이 살아야하는 상황이 됐다.(웃음) 책임감이 느껴진다. -지금까지 과학과 종교는 대립하고 충돌하는 것으로 인식돼왔다. ▶지금도 젊은 이공계 교수들은 종교가 없는 분들이 다수고, 나 같은 사람을 이해 못한다. 과학자인데 신앙이 있다고 하는 나에게, 말도 안되는 걸 왜 믿냐고도 한다. 대부분 자신이 경험하고 있는 물질 세계가 전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보니 과학과 신앙을 완전히 이질적인 별개의 것으로 여기기도 한다. 반면 삶의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던 60대 이상의 과학자나 의사들은 신부인 내게 고민을 털어놓거나 하소연하기도 한다. 나이가 많은 분들은 자기가 판단했을 때 가망 없다고 생각한 환자가 기적적으로 살아나는 신앙적인 체험을 하고나서 신앙인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 말은 즉, 과학만으로 이 세상의 비물질적인 존재까지 설명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서로를 보완해주는 개념이랄까. 역사적으로도 과학과 종교는 대립하는 게 아니었다. 중세 시대 때만 해도 신부들이 전세계에서 과학을 제일 잘하는 사람들이었고, 지금 우리가 쓰는 달력, 그레고리오력을 만든 분도 신부다. 어쨌든 과학과 종교에 대해 내가 내린 결론은, 대립하고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화해 가능하고 양립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나. ▶젊은 시절, 연구 초기에는 두 가지가 별개라는 느낌을 받았다. 신부가 되고자 했을 때 과학을 그만둘까 고민했던 것도, 신앙생활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내가 공부한 주제가 뉴럴 네트워크(neural network·인간의 뇌 신경 구조를 본떠 만든 AI 학습 방식)였다. 우리가 만들어낸 디지털 회로보다 인간의 뇌 신경망이 훨씬 복잡하면서도 정교하고, 신비롭게 작동한다는 것을 깨닫고 크게 감동 받았다. 이 세상 만물을 하느님께서 참 멋지게 만드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오히려 신앙에 도움을 받는 쪽으로 나아가는 경험을 했었다. 그래서 과학과 신앙은 서로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비교적 젊은 나이에 고민을 끝내고 물리학자이면서 신부로서 살겠다고 결심을 했었다. -최근 펴낸 책에서, 교회는 AI 그 자체보다 기술 뒤에 숨은 인간의 욕망을 심각하게 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많은 사람들이 AI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다. 그 바탕에는 AI가 가져올 문제들, 심지어 AGI가 인간 세상을 멸망시킬 수도 있다는 검증되지 않은 얘기들에 빠져있는 경향이 있다. 사실 다수의 사람들은 AI가 그렇게까지 크게 발전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AI를 공부한 사람들 대부분도 이렇게까지 흘러가는 걸 원치 않았다. 자꾸 AI로 인해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처럼 부풀리는 건 세계 부호인 극소수 빅테크 소유주들이다. 그 몇몇의 빅테크 기업 CEO들이 AI 뒤에 숨어서 세상을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고 있고, 그 사람들의 영향이 너무 크다보니 여러 부작용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좋지 않다고 본다. 우리나라도 이런 식이라면 대기업 몇 곳이 전체를 집어삼킬 것이다. 그런 문제가 이미 시작됐고, 돌이키기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특히나 이 문제가 심각한 건, 나아가 부의 불균형이라는 측면이 인류 역사상 가장 심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AI 도입 이후 아마존은 3만명, 마이크로소프트는 1만5천명을 해고했다. AI에 의해 밀려나는 실직자들이 전세계적으로 생기고 있다. 길거리에 나앉는 이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교회는 기본적으로, 2천년 전 예수 그리스도가 만든 교회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부의 분배를 얘기해왔다. 가난한 이들에게 가진 것을 나눠주라는 것이 복음의 핵심인 것. 그와 정반대로 가는 게 지금 AI 시대다. 몇몇에게 부와 힘이 편중되고, 그로 인해 극빈층이 많이 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지금 그게 제일 큰 걱정이다. -가톨릭 교회 차원에서도 AI 시대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을 듯하다. ▶책에도 나와있듯, 교황청에서는 AI에 대해 상당히 빨리 문제 제기를 하고 반응해왔다. 그 중 하나가 2020년 발표한 'AI 윤리를 위한 로마의 호소'다. 당시 AI가 개인 정보 침해, 편향성, 자동화에 의한 일자리 감소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하며 인간 중심의 AI 발전을 위해 필요한 윤리적 원칙을 제시했다. 지난해 1월 발표한 인공지능(AI) 윤리 가이드라인 문헌 '옛것과 새것'도 중요하다. ▷불평등의 문제 ▷인간이 노동으로부터 배제되는 문제 ▷허위 정보와 딥페이크 문제 ▷AI가 전쟁에 악용될 가능성 ▷우상 숭배의 가능성 등 AI 시대에 생겨나는 문제들에 대해 꽤 상세하게 언급하고 있다. 지난해 돌아가신 프란치스코 교황도 수년 전부터 AI의 문제점을 지적해왔고, UN 총회 등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AI의 올바른 활용에 대해 강조해왔다. 중요한 건 이제 AI 시대를 주도하는 사람들이 종교계에서 무슨 얘기를 하든 신경을 안쓴다는 것이다. 이미 산업적 구조화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가톨릭 교회가 할 수 있는 건 AI로 인해 일자리를 잃는 이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로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게 교회의 몫일거다. -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게 될 AI 시대는 인류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의 도덕의식과 윤리의식, 환경·생태적 감각, 겸손, 신앙적 감각을 요구하는 시대'라는 책 속 구절이 인상 깊었다. ▶자칫 잘못하면 하느님으로부터 창조된 가장 위대한 피조물인 인간의 고유한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AI에게 끌려다니는 시대가 될 것이니, 더욱 가장 높은 수준의 인간적인 감각을 갖고 있어야 그렇지 않게 된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요즘 청년들은 과학적 사고에 익숙한 것 같다. 대학에 있으면서 어떤 점을 느끼는지. ▶2년 전까지만 해도 학생들이 신앙이나 취업, 학업 문제로 직접 연락해 면담을 청했는데, 지난해를 기점으로 확 줄었다. AI에게 물어보면 10초 만에 답을 주는데 굳이 시간이 드는 방향을 택하지 않는 거다. 젊은 층은 과제는 물론이고 삶의 거의 모든 것을 AI에게 의존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기존의 교육 시스템도 다 무너졌다. 신앙도 마찬가지다. 원래 삶에 어려움이 있고 무엇에라도 기대고 싶으니 성당을 찾아가는 건데, 어려울 때마다 AI가 답변을 탁탁 내놓으니 신앙 시스템이 제대로 굴러갈 리가 없다. 긴 시간에 걸쳐 기도하고, 주님 제가 어떻게 살아야 됩니까 라며 여쭈는 과정이 신앙의 행위인데, 이제 그렇게 긴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러면 AI 시대, 종교의 역할은 무엇일까. ▶AI 시대가 심화할수록 오히려 종교의 본연의 의미와 역할이 더 부각이 될 것이라고 본다. 사람은 아프고 외롭고 힘들 때, 결국 감성적인 손길을 바라게 된다. 하지만 AI가 그것까지는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기존의 불교 경전이나 가톨릭 교리를 단순히 학습하고 정리해서 제시하는 것과, 삶 속에서 그것을 느끼고 깊게 공부하며 살아가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분명히 다를 것이다. 종교인들이 예전보다 더 신앙적인 감각을 날카롭게 하고 제 역할을 하면서 계속 그 자리에 잘 있으면, 결국 사람들은 다시 종교를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AI로 인해 무뎌진 종교적 감수성을 사람들이 다시 찾는 그런 때가 올 거라고 본다. AI가 할 수 없는 영역, 즉 사람들에게 마음의 평화와 위안을 주고 죽음 이후와 같은 비물질적인 세상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종교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본다. ※김도현 신부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물리학으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신학 과정을 거쳐 가톨릭 사제 서품을 받은 국내 유일의 물리학자 신부다. 서울대 이론물리학연구센터 박사 후 연구원, 서울대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 서강대 물리학과 및 전인교육원 교수, 가톨릭대 성신교정 초빙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대구가톨릭대 인성교육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26-03-27 13:54:29
300년 경주 최부잣집 가양주 '대몽재 1779', 2026 대한민국 주류대상 대상 수상
최부잣집 가양주로 알려진 교촌도가의 '대몽재 1779'가 2026 대한민국 주류대상 대상을 수상했다. 대한민국 주류대상은 조선비즈가 2014년부터 개최해 온 국내 대표 주류 품평회로, 전문 심사위원단의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통해 향과 맛, 균형감, 완성도 등을 종합 평가해 수상작을 선정한다. 대상을 수상한 '대몽재 1779'는 경주 교촌마을 300년 전통 최부잣집의 가양주 전통을 계승해 빚어지는 약주다. 교촌도가에 따르면 원료가 되는 찹쌀은 경주시 평동의 반월산 자락 평야 지대에서 친환경 농법으로 직접 재배하고 정밀한 도정과 관리 과정과 발효를 거쳐 저온에서 약 100일 간 숙성된다. 이 과정에서 찹쌀 특유의 감칠맛은 부드러운 질감과 산뜻한 과일 향으로 변화하고 안정적인 풍미와 균형을 완성한다. 또한 신라 시대 주병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술병은 모두 직접 불어 제작하고 검수하는 장인의 수공 과정을 통해 완성된다. 술의 맑은 색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며, 유려한 곡선과 안정적인 비례를 보여준다. 특히 '대몽재 1779'는 경주 APEC 만찬주로서 세계 정상들이 나눠 마신 술이기도 하다. 한편 지난해에는 대몽재의 또 다른 제품인 '생막걸리 12°'가 막걸리 부문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교촌도가 측은 "2년 연속 대상 수상은 단일 제품의 성공을 넘어 약주와 탁주 모두 경쟁력을 인정받으며 브랜드 정체성과 품질 일관성을 동시에 입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2026-03-26 18:20:32
[베스트셀러] 3월 넷째 주(3월 19일~3월 25일)
◆이번주 베스트셀러(2026년 3월 19일~3월 25일 기준) 1. 왕과 사는 남자 각본집/ 황성구, 장항준 2. 프로젝트 헤일메리/ 앤디 위어 3. 인생을 위한 최소한의 생각/ 신영준, 고영성 4. 사랑이 있으니 살아집디다/ 유시민, 김세라 5. 중국어 명대사 필사집/ 김소희 6.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스즈키 유이 7. 완벽한 원시인/ 자청 8. 처음 읽는 그리스 로마 신화 14/ 최설희, 한현동, 정수영 9. 부처님 말씀대로 살아보니/ 토니 페르난도 10. 2026 큰별쌤 최태성의 별별한국사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심화(1,2,3급) 상/ 최태성 〈예스24 제공〉
2026-03-26 10:41:13
제19회 대한민국죽농서화대전에서 이정숙(한글), 김원복(한문) 씨가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사단법인 죽농서단(이사장 서근섭)이 주최하는 이번 대전에는 한글, 한문, 문인화, 전·서각, 민화, 한국화, 캘리그라피 분야에 전국 각지에서 총 607점의 작품이 접수됐다. 심사 결과 대상 2명을 비롯해 ▷우수상 한귀혜(문인화), 신정숙(민화), 이병희(한국화), 최준우(캘리그라피) ▷특별상 김수인(한글), 신성선, 김승한(이상 한문), 김옥남(문인화), 이재경, 김소형(이상 민화), 장광훈(한국화), 허수정, 전태근(이상 캘리그라피 씨가 수상했다. 이외에 특선 65점, 입선 361점이 뽑혔다. 초대작가상에는 박영숙 씨가 선정됐다. 대상을 수상한 이정숙 씨는 "뜻 깊은 큰 상을 받게 돼 영광이다. 긴 시간 지도하고 응원해준 선생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며 "앞으로 더욱 열심히 성실하게 배우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상 수상자 김원복 씨는 "생각지도 못한 상을 받아 기쁘기도 하지만, 두려움이 앞선다"며 "끊임없는 정진만이 상에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묵향과 더불어 함께하는 날들이 마냥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현수 심사위원장은 "어려운 시국에도 불구하고 방대한 작품이 전국적으로 고르게 출품돼, 한국 서화 예술의 저력과 현대적 변용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자리였다"며 "정교한 필치와 과감한 구성을 통해 법고창신의 정신을 지키면서 작가 개인의 독창적인 해석이 돋보이는 수작들이 눈길을 끌었다"고 했다. 시상식은 6월 2일 오후 4시 대구문화예술회관 달구벌홀에서 열리며, 수상작 전시는 6월 2일부터 7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 6~13전시실에서 이어진다.
2026-03-26 10:16:15
안전진단에서 문제가 발견된 대구 동화사 극락전이 전면 해체·보수 공사에 들어간다. 26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국가유산수리기술위원회는 최근 열린 보수 분과 회의에서 보물 '대구 동화사 극락전' 해체 보수 안건을 심의해 조건부 가결했다. 위원회는 "건물 변위(變位·위치나 모양이 변한 정도) 현황을 고려했을 때 기단까지 전체 해체 및 보수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결론 내렸다. 또한 극락전 주변에 서 있는 보물 '대구 동화사 금당암 동·서 삼층석탑'과 관련해서는 "계측기를 설치하고 공사 중 영향 여부를 관찰"할 것을 권고했다. 동화사 극락전(대구시 유형문화재 제11호)은 정면 5칸, 측면 3칸의 다포식 팔작지붕 건물로, 통일신라시대 창건 당시 설치한 기단과 주춧돌 위에 목조 건물을 세웠다. 17∼18세기 팔공산 일대에서 활동한 건축 기술자 집단이 조성한 것으로 추정되며 역사적·학술 가치를 인정받아 2021년 보물로 지정됐다. 내부에는 아미타삼존불상과 후불탱화가 봉안돼있다. 극락전 건물의 안전 문제는 수년 전부터 제기돼왔다. 극락전은 1998년과 2009년 두 차례 지붕을 보수했으며, 2024년 정밀 안전진단에서는 하위 등급에 속하는 'E 등급' 판정을 받은 바 있다. 동구청의 '동화사 극락전 구조안전진단 용역' 결과에 따르면 기단 전반에 균열이 생겼고, 기둥을 잇는 퇴량은 헐렁한 상태로 확인됐다. 또한 관련 회의록에 따르면 극락전 해체·보수 안건을 검토한 한 전문가는 건물 활주(무엇을 받치거나 버티는 데에 쓰는 굽은 기둥)를 해체한 뒤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봤다. 수리기술위원을 지낸 이 전문가는 "1932∼1950년 사이 극락전 활주를 해체한 뒤 주요 구조부가 기울어지고 이완되는 현상을 보인다"고 진단했다. 본격적인 해체 및 보수 공사는 구체적인 공정을 검토한 뒤 진행될 전망이다. 위원회가 기둥, 마루 등 주요 공간의 세부적인 보수 방안을 살피고, 지형을 고려해 배수 체계 기획을 수립할 것을 요구한 만큼 세부 논의도 필요하다. 한편 동구청이 신청한 내용에 따르면 감리 비용을 포함한 공사 예정 금액은 약 50억9천700만원으로, 착공일로부터 2년 간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국가유산청은 "변위 상태 및 원인, 수리 내용 등을 철저히 기록하고 기술지도단을 구성해 보수 단계별로 검토한 뒤 작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26-03-26 10:04:15
북구 구수산도서관이 4월부터 11월까지 총 6차례 '야간 인문학 강연'을 진행한다. 4월 30일은 '아무튼 미술관'의 저자 이유리 미술칼럼니스트가 미술관에서 길을 잃지 않고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는 감상법을 알려준다. 5월 27일에는 제7회 브런치북 출판 대상을 수상한 김파카 일러스트레이터가 '나를 지키는 하루 15분 낙서리추얼'이라는 흥미로운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고, 6월 24일에는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의 저자 김신회 에세이스트가 깊이 있는 위로와 힐링을 전한다. 또한 9월 30일은 부산대 예술영상학과 교수이자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에 영화칼럼을 연재 중인 김재희 영화평론가가 '영화, 지친 당신에게 말을 걸다'라는 주제로 강연을 연다. 이어서 10월 28일에는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인 정민재 음악평론가가 '우리를 위로하는 음악'이라는 주제로 강연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11월 25일은 라디오 프로그램 '노중훈의 여행의 맛' 진행자였던 노중훈 여행작가가 '음식에 담긴 여행의 낭만'이라는 설렘 가득한 주제로 무대에 선다. 구수산도서관 관계자는 "퇴근길에 만나는 다양한 인문학 강연을 통해 나만의 취향을 탐구하고 내면의 안식을 찾는 따뜻한 위로의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행사 참여 신청은 매월 5일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053-320-5154.
2026-03-25 17:40:17
(사)대구작가콜로퀴엄이 이달부터 대구문학관과 함께 매달 마지막주 화요일 오후 5시에 '월례 작가콜로퀴엄'을 진행한다. '월례 작가콜로퀴엄'은 '시민과 함께 인문 예술을 이야기하다'를 주제로 지역 인문·예술의 활성화를 위해 매년 진행하는 시민 대상 무료 특강이다. 인문·예술을 통해 시민들이 건강하게 소통하는 계기를 만들고자 기획됐다. 올해는 3월 31일 이정태 경북대 교수의 '2026년, 세계의 전쟁들' 강의를 시작으로 총 10회 진행될 예정이다. 영미 문학을 비롯한 지역 예술사와 시인론, 방언 문학, 예술가들의 삶과 질병 등 다양한 내용의 강연들이 준비돼있다. 특히 7, 8월에는 여름방학 특강으로 ▷최보경 동도중 교사의 '영어, 어떻게 공부할까' ▷이옥희 대구교육연수원장의 '조손 가족의 행복한 소통' 등 가족 대상 강의도 마련됐다. 박재복 (사)대구작가콜로퀴엄대표는 "매년 인문, 예술, 과학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통섭형 강연을 통해 시민들이 폭넓은 인문학적 공감대를 나누고 이를 통해 개인과 공동체가 조화롭게 성장을 이룰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별도 신청 없이 누구나 무료로 현장 참여 가능하다. 자세한 내용은 대구작가콜로퀴엄(www.dgwriter.org), 대구문학관(www.modl.or.kr) 홈페이지 및 공식 블로그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026-03-25 17:33:52
5월 8일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열리는 '임윤찬 피아노 리사이틀'의 티켓 예매가 3월 31일 오후 2시 시작된다. 이번 공연은 세계적인 클래식 스타 임윤찬이 2024년 5월 대구콘서트하우스 기획으로 선보였던 리사이틀 이후 2년 만에 다시 대구 관객을 찾는 무대다. 임윤찬은 2022년 18세의 나이로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하며 국제 무대에 이름을 알렸으며, 화려한 테크닉을 넘어 곡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과 몰입감 넘치는 연주로 뉴욕 카네기 홀, 런던 위그모어 홀 등 세계 주요 공연장을 연일 매진을 기록하며 클래식 스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이번 공연은 임윤찬이 직접 프로그램과 일정, 공연장을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사이틀은 임윤찬의 음악적 정체성을 관통하는 곡들로 채워진다.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제17번 '가슈타이너'를 통해 서정적인 고전미를 전하는 한편, 스크리아빈의 소나타 2, 3, 4번을 통해 신비롭고 폭발적인 에너지를 쏟아낼 예정이다. 특히 스크리아빈 소나타 2번은 그가 반 클라이번 콩쿠르 2라운드에서 연주해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던 곡으로, 대구 관객들에게 성숙해진 해석과 울림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대구콘서트하우스는 이번 공연이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만큼, 합창석을 포함한 모든 좌석을 동시에 오픈한다. 티켓 가격은 R석 14만원, S석 12만원, A석 8만원, B석 5만원이다. 대구콘서트하우스(www.daeguconcerthouse.or.kr)와 놀(nol.interpark.com) 홈페이지에서 예매할 수 있다. 콘서트하우스 측은 티켓 오픈 당일 극심한 예매 전쟁이 예상되는 만큼, 사전에 회원가입 및 예매 방법을 확인할 것을 권했다. 053-430-7700.
2026-03-25 17:25:31
생각이 너무 많나요? 문제는 '내'가 아닌 '뇌'에 있어요
과하게 생각한다는 뜻의 '오버씽킹'이라고 하면, 넷플릭스의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2'의 유행어를 떠올리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프로그램 속에서 한 심사위원이 참가자에게 화려한 가니시, 소스 등 과한 시각적 기교가 요리의 본질을 흐린다고 지적하며 사용한 단어였던 것. 우리의 삶 속에서도 과한 생각은 일의 본질을 흐린다. 우리가 일을 그르치는 이유를 살펴봐도, 대부분 생각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생각이 과도해서인 경우가 많다.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을 테다. 사소한 실수였을 뿐인데 머릿속에서 그 장면이 몇 번이고 재생된다.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느라 시작도 하기 전에 무기력해지고,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마음에 걸려 며칠씩 잠을 설친다. 그뿐인가. 지나간 일을 곱씹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며 스스로를 끊임없이 검열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고, 그것을 반복한다. 심지어 이런 상태를 두고 '내가 너무 예민해서', '내 의지가 약해서'라며 자책하고 반성한다. 미국의 심리학자 벳시 홈버그 박사는 문제가 '나'에게 있지 않다고 강조한다. 우리가 '나'라고 믿어온 머릿속 비판적 목소리가 사실은 생존을 위해 설계된 뇌의 사고 회로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한다. 그의 얘기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본래 쉬지 않고 위험을 탐지하며 미래를 예측하도록 설계돼있다. 수십만 년 전의 인간에게는 이런 능력이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었다. 집단의 규범을 지키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인정 받는 것이 곧 안전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오래된 생존 장치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실제 위험이 사라진 상황에서도 뇌는 계속해서 경고 신호를 보내고, 두뇌 속 해당 사고 네트워크가 과활성화되며 걱정-반추-자기비판이 반복되는 루프가 만들어지는 것. 이 루프에 빠지는 순간, 우리는 문제는 해결하기보다 에너지를 낭비하며 점점 자신을 압박하는 상태에 갇히게 된다. 책 '오버씽킹'은 이 낡은 생존 메커니즘이 어떻게 현대인의 일상과 감정을 지배하는지 추적하고, 그 자동화된 사고 루프에서 벗어나는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한다. 부정적인 생각을 억제로 통제하려 하기보다 행동과 환경을 바꿔 사고의 흐름을 전환하는 실천적인 방법을 알려준다. 책은 지은이 벳시 홈버그 박사 자신으로부터 시작됐다. 그는 배우자와 이별한 뒤 극심한 우울과 자기 비난을 겪었다. 부정적 사고의 늪에 빠진 사람이 얼마나 망가질 수 있는지 경험하고는 자신을 괴롭히는 생각의 정체를 파헤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수많은 심리학·뇌과학·행동과학 연구 사례를 분석하는 것은 물론, 자신을 비롯해 실제로 부정적 사고 때문에 고통 받는 사람들의 얘기를 탐구했다. 상대가 자신을 어떻게 바라볼지 살피느라 정작 그와의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는 20대 여성부터 과거와 현재, 미래를 가리지 않고 걱정하느라 수면 부족과 긴장성 복통에 시달리는 30대 직장인, 언젠가는 파산해 노숙자 신세가 될 것이란 공포 속에 지나치게 절약하며 당장의 기쁨을 모두 포기하는 40대 주부까지 다양한 사례가 등장한다. 부정적 악순환의 스위치를 끄는 방법도 비교적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책은 자신을 객관적이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행동 가이드를 통해 지금 내 머릿속에서 어떤 사고 패턴이 작동하고 있는지 차분히 들여다보도록 돕는다. 책을 읽으며 즉시 시도해볼 수 있는 간단한 연습 활동도 담겨 있다. 일상 속에서 시도할 수 있는 작은 행동만으로도 뇌의 작동 방식이 달라질 수 있음을 경험할 수 있다. 과잉사고와 자기 검열, 가짜 불안, 만성 스트레스 등 자신을 억누르는 부정적 생각에서 벗어나고 싶은 이들에게 실용적인 변화의 계기가 돼 줄 책이다. 256쪽, 1만9천원.
2026-03-25 17:12:33
해외 팬심 잡아라…6월 BTS 부산 콘서트 앞두고 '대구형 K-콘텐츠 투어' 추진
오는 6월 방탄소년단(BTS) 월드투어 부산 콘서트를 앞두고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이 '대구형 K-콘텐츠 투어'를 선보인다. 콘서트를 찾는 팬들의 발길을 대구로 유도해, 지역 관광을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상품에는 콘서트 티켓과 대구 2박 숙박, 셔틀버스가 포함되며, 구매 관광객을 대상으로 대구 투어를 무료로 진행한다. 해당 투어는 대구 출신 세계적 스타들의 발자취와 최신 K-콘텐츠 트렌드를 중심으로 기획됐다. 뷔, 슈가 등 BTS 멤버 벽화거리를 비롯해 '폭싹 속았수다'에 등장한 계산성당 등 K-드라마 촬영지가 주요 스팟이다. 또한 전통과 유행이 공존하는 서문시장, 떡볶이 키트를 만들고 직접 시식해볼 수 있는 신전떡볶이 뮤지엄 등에도 들러 K-푸드 체험을 할 예정이다. 진흥원은 이 투어 상품을 통해 최대 300명의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나선다. 또한 해외 팬들이 대구를 '필수 방문 한류 도시'로 인식할 수 있도록 대구관광 공식 SNS 채널을 활용해 적극적인 마케팅도 펼친다. 진흥원 관광본부 관계자는 "콘서트 전후 관람객들이 대구에 체류하며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도록 유도하고자 이번 투어를 기획했다"며 "대구가 글로벌 대중문화의 중심지로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2026-03-25 15:4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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