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 전형필 탄신 120주년…대구간송미술관 문화행사 풍성
'문화보국(文化保國)'의 정신으로 우리 문화유산을 지킨 간송 전형필(1906~1962) 선생의 탄신 120주년을 기념해, 대구간송미술관이 올 하반기 다양한 문화행사와 기획전시를 선보인다. 이달 대구간송미술관에서는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역사와 문화, 예술을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운영된다. 7월 18일에는 수성아트피아와 독일 카를스루에 국립극장의 열린 음악회가 박석마당에서 펼쳐진다. 이어 25일에는 대구시립국악단의 국악 공연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명사 특강도 진행한다. 간송 탄신 120주년 당일인 7월 29일에는 전인건 관장이 '간송의 문화유산과 21세기의 문화보국'데 대한 특강을 펼친다. 강연에서는 전형필 선생이 문화보국 정신으로 지켜낸 소중한 문화유산에 담긴 시대정신과 의의를 살펴보고, 오늘날의 문화보국을 위한 실천 방안을 함께 소개한다. 이어 유현준 건축가가 '간송, 도시, 미술관'을 주제로 특강을 진행한다. 우리 문화를 지켜나가고자 했던 역사와 서사가 응축된 서울의 간송미술관과 대구간송미술관을 중심으로, 예술이 도시의 기능에 미치는 영향과 시민들의 일상에 어떠한 자긍심을 전달할 수 있는가를 깊이 있게 다룰 예정이다. 또한 오는 9월, 대구간송미술관에서는 '겸재 정선' 전시가 개막한다. 겸재 정선은 1971년 간송미술관이 대중적인 전시를 시작하면서 선택한 첫 번째 주제였다. 반세기가 지나 대대적인 회고전으로 다시 추진되는 이번 전시는, 문화유산의 가치를 널리 공유하고자 하는 미술관의 철학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의미를 지닌다. 특히 국내 최대 겸재 정선의 작품을 보유한 간송 콜렉션의 위상에 걸맞게, 이번 전시에서는 '경교명승첩(京郊名勝帖)'과 '해악전신첩(海嶽傳神帖)'에 수록된 회화 전면을 공개하는 등 유례 없는 수준과 규모의 명작을 선보일 예정이다. 한편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간송미술관에서도 사진 자료 공모전과 탄신 120주년 기념전 '상서(箱書·가제)' 등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된다. 간송미술문화재단 측은 간송 탄신 120주년을 기점으로 오늘날의 문화보국을 펼쳐나가겠다고 밝혔다. 일제강점기의 문화보국이 문화유산을 지키고 연구함으로써 나라의 정신을 보존하는 것이었다면, 광복 이후 문화유산을 연구할 역량 있는 인재를 키워내는 일은 '두 번째 문화보국'이었다는 것. 이어 새로운 60년을 나아갈 '세 번째 문화보국'은 그동안 축적된 연구·보존 성과를 바탕으로 대중에게 문화유산을 한층 가깝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데 방점을 둔다는 계획이다. 전인건 대구간송미술관 관장은 "간송이라는 이름과 의미, 그리고 그가 해온 일은 시대를 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일상 속에 우리 문화유산을 더욱 가깝고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026-07-10 18:35:33
"가장 조용한 속삭임으로 세계를 감지해 온 예술에 주목한 전시"
"사회를 향해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없는 이들의 얘기를 담았습니다. 법과 제도가 역할을 제대로 못했을 때, 예술이 나서서 그것을 기록하고 품을 수 있다고 생각했죠." 대구미술관에서 개막한 전시 '바깥을 향한 속삭임'에 참여한 독일 출신의 마리오 파이퍼 작가는 지난 6일 열린 언론공개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법과 미디어, 제도적 권력이 어떻게 하나의 진실을 구성하는지 탐구해온 시각예술가이자 영화감독이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작품 '어게인(Again)'은 2018년 제10회 베를린비엔날레에서 처음 발표한 것으로, 독일 동부에서 실제 발생한 난민 폭행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그는 독일 사회에 정착한 이민자 10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의 여러 시선과 해석을 통해, 사회 안에서 쉽게 가려지거나 배제되는 목소리를 드러냈다. 작가는 작품에 대해 "법원이 해당 사건에 대한 판결을 포기하면서, 나라도 답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며 "이주민들은 그 지역 출신자들에 비해 폭력과 인종차별 등 어려움에 더 노출돼있다. 작품을 통해 그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어 "8년 전 발표한 작품이지만 이 시대에도 여전히 통용되는 얘기다. '어게인'이라는 제목은 역사가 되풀이된다는 의미와 사건을 작품으로 다시 재구성했다는 것, 그리고 계속 반복해서 재생할 수 있는 영화의 특징을 함께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동독 출신의 그는 8살이 되던 해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고 회상하며 "한 나라의 정치·사회적 상황은 분명 개인의 인생과 감성, 사고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개인과 사회의 관계에 속해있든 아니든, 그것을 관찰하는 것이 예술가의 역할"이라고 했다. 이날 언론공개회에는 마리오 파이퍼 외에 변카카, 최지목, 타오 응우옌 판 작가가 함께 자리했다. 빛이 눈과 신체에 남기는 감각의 흔적에 주목해온 최지목 작가는 "눈을 감았을 때 떠오르는 잔상과 강한 빛을 본 뒤 시야에 남는 색과 형태는 사진으로 찍을 수 없고 AI로도 구현하기 어렵다"며 "그것이 그림을 그릴 이유가 됐고, 시각적 인상을 최대한 그대로 드러내려 했다"고 말했다. 신작 '다스 빌트(Das Bild)'는 관람객에게 직접 그 경험을 선사한다. 작가가 회화로 포착한 감각을 직접 눈을 감고 느낄 수 있다. 그는 "우리가 본다고 믿는 세계는 감각과 지각이 만들어낸 잠정적인 이미지일 수 있다"며 "당연하게 생각했던 보는 행위에 의문을 품었던 지점에서 시작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를 기획한 이정민 학예연구사는 "가장 작은 목소리의 형태인 속삭임은 말의 크기를 줄이는 대신 관계의 밀도를 높이는 언어"라며 "역사적으로 사람들은 공개적으로 말할 수 없는 생각과 감정을 은밀한 대화와 이야기의 형태로 전해 왔다. 시대를 움직여 온 불안과 희망, 저항과 변화의 기운은 종종 작은 목소리들 사이에서 먼저 감지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의미에서 속삭임은 권력이 쉽게 통제할 수 없는 언어이며, 사회의 변화와 감정의 흐름을 가장 먼저 감지하는 중요한 신호이기도 하다. 서로 다른 작업 세계를 지닌 이들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놓치고 있던 감정과 관계, 불안과 희망의 움직임을 조용하고 섬세하게 드러내려는 공통적인 태도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2026-07-10 18:35:25
대구미술관 기획전시 '대구포럼 Ⅴ, 바깥을 향한 속삭임'
대구미술관이 대표 기획전 시리즈 '대구포럼'의 다섯 번째 전시로 '바깥을 향한 속삭임'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회화, 사진, 영상, 설치 등 40여 점을 선보이며, 거대한 담론 속에 가려진 우리 시대의 미세한 변화와 감정에 주목한다. 베트남 작가 타오 응우옌 판과 이란 출신 미국 작가 시린 네샤트, 독일 작가 마리오 파이퍼, 중국 작가 애니 닝, 한국의 김수자, 변카카, 최지목, 김범 등 국내외 작가 8명이 참여한다. '바깥을 향한 속삭임'은 거대한 정보와 강한 목소리에 가려진 조용하고 섬세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낮은 목소리로 세계를 감지하는 예술 방식을 통해,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사회의 신호와 감정의 흐름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서로 다른 사회·문화적 배경과 삶의 경험을 지닌 작가들은 기억과 역사, 권력과 정체성, 신체와 감각, 공동체와 관계에 대한 질문을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낸다. 타오 응우옌 판은 식민주의와 전쟁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은 기억의 잔향을 불러내고, 시린 네샤트는 권력과 미디어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개인을 응시한다. 마리오 파이퍼는 하나의 사건을 둘러싼 서로 다른 증언과 시선을 통해 사회가 외면해 온 진실의 균열을 드러내며, 애니 닝은 공동체 안의 불안과 자기 의심, 예술로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또한 김수자는 언어 이전에 존재하는 조용한 몸의 언어를 통해 삶이 새겨온 시간의 흔적을 표현하고 변카카는 시간을 견디며 살아가는 신체의 의지와 존엄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최지목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빛의 잔상을 통해 미세한 감각의 세계를 펼쳐 보이고, 김범은 익숙한 세계를 반대로 바라보는 상상력을 통해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세상을 다시 질문하게 한다. 특히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시린 네샤트의 작품 '두 유 데어! 브루클린'은 현재 열리고 있는 베니스비엔날레에서도 전시 중이어서 눈여겨볼 만하다. 전시를 기획한 이정민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는 서로 다른 문화와 시대를 살아가는 8명의 작가들이 오늘의 세계를 어떻게 감각하는 지를 살펴보는 자리"라며 "관람객들이 작품 속 목소리에 공감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계를 다시 바라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10월 25일까지 이어지며 전시 기간 중 도슨트와 참여 이벤트, 교육 등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이 마련될 예정이다. 053-430-7522.
2026-07-10 18:35:17
놀라운 모순·미소 추억…프랑스 작가들이 표현한 한국의 이미지는?
한국과 프랑스 수교 140주년을 기념한 특별전 '코리안 크로니클스 쓰리(KOREAN CHRONICLES III)'가 오는 14일부터 대구프랑스문화원 3층 전시장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프랑스 북부 도시 릴(Lille)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창작 그룹 '텔레스코피크(TELESCOPIQUE)'의 작품을 소개한다. 자비에 뫼리스(Xavier Meurice), 세바스티앵 들로벨(Sébastien Delobel), 스테판 뫼리스(Stéphane Meurice) 등 3명의 작가로 구성된 이 그룹은 회화, 그래픽 디자인, 타이포그래피 등 다양한 시각 언어를 결합해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 왔으며, 예술과 디자인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선보여왔다. 이들은 한국에 체류하며 마주한 사람과 언어, 감정, 문화를 시각적으로 기록한 '코리아 크로니클스' 프로젝트를 2024년부터 이어오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텔레스코피크가 제작한 총 625점 규모의 '코리아 크로니클스' 프로젝트 작품 중 일부를 선별해 소개한다. 강렬한 색채와 자유로운 표현 기법 위에 한국어 단어와 다양한 표현을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작품 속에는 '놀라운 모순', '미소 추억', '친구 기쁨', '뜻밖의 만남' 등 한국어 표현이 등장한다. 익숙한 언어를 낯선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작품들은 언어와 문화, 감정의 연결을 탐구하며 한국과 프랑스가 공유할 수 있는 공감의 지점을 제시한다. 전시 기간 중 작품은 순차적으로 교체되며, 전시된 작품과 전시 기념 굿즈를 현장에서 구매할 수도 있다. 또한 대구프랑스문화원은 이번 전시를 계기로 한-불 문화예술 교류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향후 대구 지역 작가들의 프랑스 릴 현지 전시도 추진할 계획이다. 대구프랑스문화원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대구 시민들이 프랑스 현대 시각예술을 무료로 접할 수 있는 기회이자, 익숙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새로운 관점에서 경험할 수 있는 문화예술 행사"라며 "많은 시민들이 예술을 통해 두 나라의 문화적 연결과 우정을 경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8월 21일까지 이어지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2026-07-10 11:05:27
목우(木愚) 김일환 작가 초대전 '일시무시(一始無始)'가 오는 13일부터 30일까지 달성군청 내 참꽃갤러리에서 열린다. 전시에서는 작가의 평면 작품 40여 점을 통해 자연의 근원과 생명의 질서를 탐구해 온 예술세계를 감상할 수 있다. 그는 우주의 근원적 생명 에너지인 '율려(律呂)'와 '일시무시(一始無始)'라는 철학적 개념을 바탕으로, 자연과 인간이 하나로 연결돼있다는 세계관을 작품에 담아낸다. 모든 존재는 비어 있는 듯하지만 모든 것을 품고 있는 '공(空)'에서 비롯되며, 자연의 순리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순환한다는 사유가 작품 전반에 녹아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물이 흐르듯 주변 환경에 스스로 순응하는 자연의 모습을 중요한 조형 언어로 삼아,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삶의 가치를 이야기할 예정이다. 전시는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한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볼 수 있다. 관람료 무료.
2026-07-09 10:52:26
장수익 작가의 개인전 '잔상의 자화상'이 오는 20일부터 북구 어울아트센터 갤러리 명봉에서 열린다. 작가는 물감 대신 전선을 화면 위에 배열해 이미지를 만든다. 전선 고유의 색이 판넬 위에 픽셀처럼 쌓이며 독특하게 표현된다. 특히 작가는 전선을 단순히 전기를 전달하는 매체가 아닌, 정보와 감정이 흐르는 통로로 바라본다.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오가는 정보와 메시지, 그로 인해 남겨지는 감정과 기억의 희미한 잔상들을 자신만의 조형 언어로 재구성한 것. 어울아트센터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우리가 보고 듣고 경험한 기억들이 현재의 감정과 인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되돌아보게 한다"며 "관람객은 자신의 기억을 다시 마주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의미와 감정을 발견하는 시간을 갖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8월 8일까지 이어지며 일요일과 공휴일은 휴관한다. 예약 없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도슨트 프로그램과 QR코드를 활용한 오디오가이드 서비스가 제공된다. 053-320-5126.
2026-07-08 16:38:22
1년 가까이 공석이었던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이하 문예진흥원) 수장 자리가 마침내 채워질 전망이다. 문예진흥원은 원장 후보와 선임직 이사 9명 후보를 공개모집한다고 8일 공고했다. 공고문에 따르면 원장은 문예진흥원 재정·사무 통할 및 소속 임직원 지휘·감독을 비롯해 시민 문화향수 기회 확대와 지역 문화예술인 복지 지원 등 주요 업무를 맡게 된다. 자격 요건으로는 지역과 연령, 성별에 제한을 두지 않은 점이 눈에 띈다. 또한 관련 분야에 전문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자, 공공성과 경영성을 조화시킬 수 있는 경험 및 자질 보유자, 리더십과 조직관리 능력을 갖춘 자 등이다. 구체적으로는 관련 분야 경력 및 학력, 실적기준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격을 갖춘 자다. 먼저 임원추천위원회에서 1, 2차 심사를 거쳐 결원 예정 직위 수의 3배수 이상의 후보를 이사회에 추천한다. 이사회가 위원회 추천 후보 중 2배수 이상으로 추려 추천하면 대구시장이 최종 임명하게 된다. 문예진흥원은 8일부터 23일까지 서류를 접수하며 8월 중 최종 임용후보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임기는 2년이다. 문예진흥원은 지난해 8월 전임 원장이 사임한 이후 대구시 문화체육국장의 원장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돼왔다. 한편 문예진흥원의 본격적인 조직 개편 논의는 9월 중 조직진단 용역이 마무리된 이후 이뤄질 전망이다. 본부장·관장급 인사 역시 그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2026-07-08 16:26:01
[전시속으로] 빛과 그림자가 만들어낸 몽환적인 공간감…이세명 개인전
빛이 가장 찬란하게 쏟아지는 시간, 그림자는 짙어지고 사물과 공간의 형태는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평면의 캔버스는 어디까지 깊어질 수 있을까. 이세명 작가는 작품 '글로우 타임(Grow Time)'을 통해 정해진 캔버스 틀 안에서 빛과 그림자를 갖고 공간감을 극대화한다. 공간감의 출발은 야경에서부터였다. 어두운 밤, 가로등 아래 그림자로 공간감을 표현한 작업을 10년 가량 이어왔다. 작업은 의외의 방향으로 튀었다. 아름답고 반짝이는 도시의 야경을 그렸다고 생각했는데 관람객마다 소감이 달랐다. "심지어 작품이 무섭다고 얘기하는 분도 있었죠. 내가 이렇게 보일 것이라고 의도하고 그려도 관객의 경험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겁니다. 각자의 주관적인 개념에서 공통적인 객관을 끌어내려면 기능적인 측면으로 접근해야겠다 싶었습니다. 평면 안에서 평면의 확장을 보여주는데, 보편적으로 편안하다고 느끼는 것들을 중심으로 그려내려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실내 공간과 정물로 나아갔습니다." 숨 쉬듯이 해오던 그림을 통해 보는 사람이 공간 안에 쏙 빠져들게끔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전시장에서는 야경부터 정물, 최근작인 소파 시리즈까지 모두 감상할 수 있다. 그의 작품은 익숙한 시선을 벗고 스스로의 감각을 다시 일깨울 수 있도록 한다. 있는 그대로 그려내는 극사실주의와는 분명 다른 느낌이다. 꿈 속에서 본 듯 어딘가 비현실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가 존재한다. "사실은 그림 속에 말이 안되는 부분들이 조금씩 들어가있어요. 바닥이 뒤틀려있거나, 일반 사람의 시점을 벗어나거나, 블라인드 방향이 반대로 돼있거나. 구조적으로 안 맞지만 정물이 앞에 있어서 잘 알아채지 못해요. 분명 현실과 다른데, 관람객들이 이질감 없게 느끼는 데서 매력을 느낍니다." 이질감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색이다. 검정색과 어두운 색은 다르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어둡다고 새까맣게 칠하면 앞으로 더 툭 튀어나와보인다"며 "공간, 그리고 수많은 색의 스펙트럼 안에서 느끼는 착각, 나 혼자만의 주관이지만 그 안에서 전달되는 객관. 이렇게 세 가지를 관람객들이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요소는 정해진 답이 없다. 각자의 주관이 펼쳐질 수 있도록 열어둔다. 소파가 등장하는 작품 역시 마찬가지다. 작가는 소파가 아니라 천을 그린 것이라고 얘기한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다 발견한 캐시미어 목도리를 소파에 걸쳐놓고, 햇살이 들어오던 어느 날 그 풍경을 그림으로 그렸다. 목도리는 천으로 확장됐고, 그 천은 곧 작가에게 어머니를 상징하는 소재가 됐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나의 경험이고, 소파라고 느낀다면 소파가 맞아요. 빛이 쏟아져들어오는 작품 속 시간적 배경 역시 새벽일 수도, 저녁일 수도 있어요. 누군가는 작품에 식물이 등장한다고 하지만, 저는 식물을 그린 적이 없어요.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그것을 바라보는 다수의 주관이 모여 객관화되는 게 흥미로워요." 올 초 시작한 새로운 소파 연작은 대부분 판매가 됐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하지만 그가 갑자기 반짝 나타난 작가는 아니다. 미술교사라는 안정적인 직업을 박차고 나와 전업작가로 살아온 지 10년이 훌쩍 넘었다. 어린 시절부터 20년 넘게 그림을 배웠지만 첫 전시 이후 6~7년간의 슬럼프를 겪으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앞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지난한 나날 속에도 부지런히 내디딘 걸음 걸음은 지금의 그를 만든 탄탄한 바탕이 됐다. 그는 "앞으로 그릴 작품을 위해, 사진만 8천600장 찍어놨다"며 "그 중 몇 개만을 꺼내 선보이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흔들의자나 테이블 등이 등장할 수도 있고 작품의 확장성이 무한하기에, 앞으로 더 공부하며 성실한 태도로 작업에 임할 것"이라고 했다. 그의 작품은 갤러리모나(대구 중구 명덕로 35길 68)에서 오는 30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2026-07-08 15:04:10
불완전함 속 피어나는 존재의 아름다움…갤러리전, 김재령 초대전
갤러리전이 김재령 작가 초대전을 오는 25일까지 연다. 이번 전시는 갤러리전의 '신진작가 프로젝트'를 통해 선정된 작가 중에 지속적으로 작업을 하고 성장 가능성이 있는 작가를 다시 조명하는 '신진작가 리뷰전'이다. "개관 이후 22년간 한국 현대미술의 미래를 이끌어 갈 신진작가를 발굴하고 성장시키는 일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왔다. 단순히 첫 전시의 기회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작가가 자신의 조형 언어를 구축하며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고 지원하는 것이 지향점"이라는 것이 갤러리전 측의 설명이다. 작가는 2022년 갤러리전의 신진작가전을 통해 데뷔했다. 당시 그의 작업은 여성과 공간을 통해 꿈과 기억의 서정성을 표현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첫 개인전 이후 더욱 깊어진 그의 회화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인간 존재를 둘러싼 감각과 관계, 삶의 본질에 대한 질문이 더욱 단단해진 모습이다. 작가는 신경 손상으로 인해 움직일 수 없었던 경험을 통해 몸을 단순한 도구가 아닌 존재 자체로 바라보게 됐고, 신체의 한계와 그 안에서 삶을 충분히 받아들이는 존재의 아름다움에 대해 주목했다. 표현주의적이고 초현실적인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창가에 기대어 노을을 바라보고, 책 속으로 시선을 옮기고, 침묵 속에서 자신을 응시한다. 때로는 얼굴이 가려지거나 신체가 일부분만 드러나며, 고양이와 식물이 곁을 채우기도 한다. 작가는 "완전함을 향해 나아가기보다, 불완전함 속에 머물며 발견하는 회복과 사유, 삶의 지속성에 대해 말하고자 했다"며 "관람객들이 자신의 속도를 돌아보고, 몸과 마음이 머무는 자리를 다시 바라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6-07-08 10:00:32
추경호 대구시장 "대구를 세계적 뮤지컬 도시로" 정부 건의
추경호 대구시장이 6일 열린 제20회 DIMF(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하 딤프) 어워즈에서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만나 국립뮤지컬콤플렉스 및 국립근대미술관 조성과 국립오페라단 대구 유치 등 대구 문화예술 숙원사업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추 시장은 "국립뮤지컬콤플렉스 조성을 비롯해 국립근대미술관 건립, 국립오페라단 유치 등 핵심 문화 인프라 조성이 차질 없이 추진해 문화가 도시의 경쟁력이 되고 시민의 자부심이 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추 시장은 18일간의 대장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국내외 뮤지컬 관계자와 시민들에게 축하와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날 대상 시상식에 오른 추 시장은 "멋진 공연을 펼친 배우들과 무대를 준비한 모든 관계자 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아울러 이런 멋진 무대에 뜨거운 사랑과 열정을 보여준 시민들을 보면 역시 대구는 아시아 최고의 뮤지컬 도시"라며 "대구를 세계적인 뮤지컬 도시로 더 크게 키우겠다"고 했다. 올해 20회를 맞은 딤프는 아시아 유일의 국제뮤지컬축제로, 창작뮤지컬 발굴과 해외 작품 교류, 뮤지컬 인재 양성 등을 통해 대한민국 뮤지컬 산업 발전을 이끌어왔다. 추 시장은 "뮤지컬산업은 한국 공연시장 매출액(1조7천326억원)의 약 30%를 차지하는 주요 문화 콘텐츠로 성장했으나, 해외 라이선스 공연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국립 뮤지컬콤플렉스 조성은 대통령 지역공약인 동시에 국정과제인 'K-컬처 시대를 위한 콘텐츠 국가전략산업화' 추진과도 맞닿아 있는 만큼 조속히 추진돼야 한다"고 했다.
2026-07-07 14:26:27
흑백사진 속 인물들이 색을 입고 비단 위에 화사하게 피어났다. 장수와 복을 빌며 옷에 한 땀 한 땀 수놓은 화려한 장식들은 섬세한 붓 끝에서 다시 되살아났다. '우리 옷을 그리다: 권오창 화백 기증 복식인물화'가 7일 국립대구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개막했다. 지난해 동강(東江) 권오창 화가가 국립대구박물관에 기증한 복식인물화 155건 168점 중 일부를 선보이는 전시다. 권 화가는 반세기 가량 역사 속 인물과 전통 복식을 화폭에 되살려 온 인물화가다. 정부표준영정 100여 점 중 17점이 그의 작품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기증한 복식인물화 72건 80점과 실제 복식 등 총 121건 137점이 공개됐다. 전시실에는 일월오봉도를 배경으로 조선시대 태조와 단종, 영조, 철종, 고종의 어진을 빙 둘러 전시한 별도의 공간이 눈에 띈다. 2021년 제작해 정부표준영정 제100호로 지정된 단종 어진은 단종이 노산군으로 강봉되기 전, 상왕으로 물러나 있던 15세 전후의 모습이다. 단종의 경우 왕의 얼굴을 직접 보고 그린 기존 도사(圖寫) 작품이 없어, 추정해 그리는 추사(追寫) 방식으로 제작됐다. 권 화가는 태조 어진의 얼굴 윤곽과 세조 어진 초본을 참고해 단종의 용안을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에도 단종 초상화는 여러 점 있었지만 정부표준영정으로 지정된 것은 이 작품이 처음이다. 이외에 유일하게 곤룡포가 아닌 군복을 입은 철종의 어진을 비롯해 권 화가가 1999년, 127년 만에 전주 경기전의 태조 어진 모사 작업을 할 때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와 그가 남긴 작업일지도 함께 볼 수 있다. 1922년 일제강점기, 창덕궁 대조전에 모여 마지막으로 남긴 빛바랜 흑백사진을 바탕으로, 대한제국 황실 가족과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를 그린 복식인물화도 전시됐다. 가로 6m 크기의 '대한제국 황실 가족'은 당의와 대란치마 차림의 덕혜옹주, 영친왕비, 순정효황후, 황제의 예복인 통천관을 갖춘 순종, 홍색 곤룡포 차림의 영친왕, 시종관에게 안긴 이진 왕자가 순서대로 그려졌다. 특히 이 그림에서는 왕실 여성의 가장 높은 예복인 적의(翟衣)에서 꿩 무늬의 줄 수로 위계를 나눴음을 발견할 수 있다. 영친왕비는 9줄, 순정효황후는 12줄이 둘러져 있어, 의복을 통해 황후와 황태자비의 등급을 나타냈다. 권 화가의 복식인물화는 조선 왕실을 넘어 여성과 어린이의 옷까지 이어졌다. 조선시대 어린이 옷에 수(壽), 복(福) 글자를 새기거나 오방색을 사용하고, 몸통을 한 바퀴 휘감을만큼 고름을 길게 만든 것들이 모두 아이가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상징임을 알 수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해 화제가 된 호랑이도 그 옛날 아이의 옷차림에 담겼다. 남자아이가 대여섯살 때까지 쓰던 호건에 호랑이의 눈썹과 눈, 수염과 이빨, 귀 등을 수놓아 호랑이처럼 용맹하게 자라고 나쁜 기운이 비켜가길 기원하는 바람을 담은 것. 전시에는 호건을 쓴 아이의 그림과 실제 호건을 나란히 놓아 이해도를 높였다. 이외에 100여 가지 어린이 복식을 한 화폭에 담은 가로 4m 대작 '백진복도(百珍服圖)', 백진복도의 제작 과정을 풀어낸 미디어아트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김혜원 국립대구박물관장은 "권 화가는 복식과 인물을 고증하기 위해 박물관과 학회를 수없이 다녔고, 특히 후손들의 얼굴을 면밀히 조사해 작품에 사실성을 덧붙였다"며 "복식사와 회화사 연구에서 귀중한 자료일 뿐 아니라, 대중들에게 우리 옷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전한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의 의미가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전시는 9월 27일까지 이어지며, 총 5차례의 '큐레이터와의 대화'를 비롯해 ▷연계 강연 '조선시대 관복, 초상화로 보다'(7월 31일) ▷작가와의 대화(8월 6일, 9월 3일)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자세한 일정은 국립대구박물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26-07-07 11:55:03
의성 안계미술관이 박경희 작가의 개인전 '생동하는 숨'을 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의성 산불 이후의 풍경과 시간을 예술의 언어로 다시 사유하는 릴레이 전시 프로젝트 '재(灰)에서 생(生)으로: 다시 쓰는 호흡'의 첫 번째 전시다. 전시는 재난의 흔적을 단순히 기록하거나 애도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상실 이후에도 지속되는 생명의 순환과 회복의 가능성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출발한다. 박경희 작가는 불길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서 다시 움트는 생명의 미세한 움직임을 화면 위에 담아냈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황금빛 형상들은 재 위를 가장 먼저 뒤덮는 새순이자 풀꽃이며, 자연이 스스로를 복원해 가는 생명의 리듬을 상징한다. 유기적으로 흩어지고 다시 응집하는 빛의 군집은 끊임없이 순환하는 자연의 질서와 삶의 호흡을 은유하며, 상실을 넘어 다시 살아가는 존재들의 생명력을 조용히 드러낸다. 작가는 산불의 상흔을 비극의 이미지로 재현하기보다, 그 이후에도 멈추지 않는 자연의 회복력과 그 안에서 피어나는 희망의 가능성에 주목한다. 타버린 풍경은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의 토양이 되고, 그 위를 채우는 생명의 빛은 기억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품고 살아가는 치유의 시간을 보여준다. 안계미술관 관계자는 "이번 릴레이 전시를 통해 지역이 경험한 재난의 기억을 공동체가 함께 공유하고 성찰하는 문화적 서사로 확장하고자 한다"며 "상처를 잊기 위한 전시가 아니라, 상실을 품은 채 다시 살아가는 삶의 의지를 이야기하는 전시"라고 설명했다. 이어 "작가가 그려낸 '생동하는 숨'의 박동이 관람객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속에 새로운 호흡으로 이어져, 살아내는 용기와 회복의 가능성을 함께 발견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8월 1일까지 이어지며 일, 월요일은 휴관한다. 054-861-5125.
2026-07-07 09:41:16
대구섬유박물관 특별전 '손끝으로 이어진 시간: 엄마의 기록, 딸의 기억'
대구섬유박물관이 특별전 '손끝으로 이어진 시간: 엄마의 기록, 딸의 기억'을 선보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K-뮤지엄 지원사업'에 최종 선정된 이번 전시는 근대 복식 전문 박물관인 서울 경운박물관의 박경자 부관장이 어머니 고(故) 임영희 씨(1922~2015)를 추억하고자, 임 씨가 생전 지은 의복과 바느질 관련 자료를 대구섬유박물관에 기증하면서 이뤄졌다. 임 씨는 평안남도 진남포 출생으로 경성여자사범학교를 1회로 졸업하고 패션디자이너를 꿈꾼 엘리트였으나, 22세의 나이에 결혼하게 되면서 디자이너의 꿈을 가슴에 담은 채 한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삶을 살았다. 그의 남동생인 고(故) 임학권 성 누가의원장은 대구에서 평생 소외된 이웃을 위해 의료 봉사에 헌신했으며, 전 재산인 병원 건물과 사택을 천주교 대구대교구에 기증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대구와 특별한 인연을 가진 임 씨의 일기장과 가계부 80점, 손수 제작한 의복 49점과 소품 189점을 비롯해 총 318점을 선보인다. 특히 그가 가족을 위해 손수 제작한 근현대 복식뿐 아니라, 1946년부터 평생 써내려간 일기도 같이 공개돼 눈길을 끈다. 일기에는 개인의 소박한 일상과 함께 해방과 6·25 전쟁, 남북 분단 등 한국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이 고스란히 투영돼있다. 그의 일기는 격동의 시대를 살아낸 한 여성의 개인적 기록인 동시에 세대를 아우르는 보편적 역사적·문화적 사료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현재 국가기록원의 소장물로 보관 중이다. 박미연 대구섬유박물관 관장은 "그가 제작한 의복들은 물자가 부족한 시절임에도 불구하고 기성 디자이너의 제품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세련되고 정교하다"며 "특히, 헌 옷과 자투리 천을 덧대고 기운 바느질 속에서 가족을 향한 따뜻한 사랑을 느낄 수 있어, 관람객들로 하여금 그 시절에 대한 향수와 감동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전시는 8월 17일까지 열리며, 9월 1일부터는 청도 갤러리이서에서 순회 전시가 이어진다.
2026-07-07 09:41:00
후원기업 확정된 대구 예술단체에 최대 5천만원 추가 지원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이하 문예진흥원)이 '대구 예술사랑 메세나 매칭펀드사업' 참여 예술단체를 오는 16일 오후 1시까지 추가 모집한다. 이번 사업은 기업이 후원한 금액에 비례해 문예진흥원 지원금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예진흥기금을 추가 지원하는 민·관협력형 매칭그랜트 사업이다. 기업과 예술단체 간 다양한 매칭 사례를 발굴하고 지역 메세나 협력 모델을 확산하고자 마련됐다. 지원 대상은 공고일 기준 설립 1년 이상인 대구지역 예술단체 중 후원기업이 확정된 단체다. 총 지원 규모는 2억원이며, 기업 후원금 규모와 심의 결과에 따라 최대 5천만원까지 추가 지원받을 수 있다. 후원기업에는 기부금 영수증 발급을 비롯해 감사패 및 현판 제공, 후원자 예우 행사인 '메세나콘서트' 등 문화행사 초대, 문예진흥원 홍보 채널을 통한 기업 홍보 등 다양한 혜택이 제공된다. 공모 접수는 16일 오후 1시까지 국가문화예술지원시스템(NCAS)을 통해 진행되며, 최종 선정 결과는 이달 27일 발표될 예정이다. 053-430-1232.
2026-07-07 09:40:47
'문화의 속성은 물과 같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다가 구덩이를 만나면 그곳을 채우고, 다시 넘쳐서 흘러간다.' 간송미술관의 정체성을 정립하고 한국 미술사 연구를 개척한 거장, 가헌(嘉軒) 최완수 선생의 문화론이다. 민족의 문화도 이와 다르지 않다. 세월의 흐름 속에서 이리저리 섞이고 다듬어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순리다. 하지만 강제로 구덩이의 물이 한꺼번에 버려지면 어떻게 될까? 우리에게는 일제강점기가 바로 그런 단절과 왜곡의 시간이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미술이라는 용어도 그 시기에 정착된 단어다. 그 이전까지는 '서화(書畫)', 즉 그림과 글씨로 통용됐다. 명칭의 왜곡은 조선총독부가 주관한 '조선미술전람회'에서 본격화됐다. 당시 일제는 조선 화가들의 등용문이었던 이 공모전에서 우리의 서화를 '동양화'라는 이름으로 개편했다. '조선화'는 자주 의식을 고취할 것이고 '일본화'는 반발을 우려해 선택한 타율적 용어였다. 동시에 제국주의 슬로건을 밑바탕에 깐 문화적 장치이기도 했다. 이 역사의 잔재는 해방 이후에도 대학 강단과 미술계에 줄곧 이어졌다. 변화의 계기가 마련된 것은 1982년, 당시 정부가 관 주도의 '국전' 폐지를 발표하고 이듬해 민간 이관을 단행하면서 '한국화'라는 용어가 비로소 수면 위로 올랐다. 같은 해 지역 국립대학에 예술대학이 신설되고 한국화 전공이 만들어지면서 동양화와 한국화라는 명칭이 혼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대구에서는 이러한 전통 회화의 맥을 짚어보는 뜻깊은 두 전시가 동시에 열렸었다. 대구 간송미술관의 '추사의 그림 수업'과 대구미술관의 '서화무진' 전시다. 따로 열린 두 전시는 마치 두 미술관이 공동 기획한 것처럼, 시대적 맥락을 잇고 연결돼있었다. 추사 김정희부터 현재 활동하는 작가까지 우리 그림의 계보를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대구미술관 전시 기획자는 "이대로 두면 한국화가 고사할 것 같았다"라며 기획 취지를 밝혔다. 전통의 소멸을 막으려는 절박함이 담긴 고백이다. 그래서인지 외지인들과 전문가들의 방문이 지속해서 이어졌다. 관광은 한 번으로 끝나지만, 미술관 전시는 새로운 호기심으로 관객들을 끌어들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많은 이들이 유럽으로 미술관 순례를 떠났지만, 이제는 시대가 변하고 있다. 바야흐로 한류 열풍이 세계를 흔들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방문객 숫자가 이제 세계적 수준의 미술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이제 우리는 '동양화가 맞는가, 한국화가 맞는가?'라는 과거의 지정학적 담론에만 머물러 있을 수 없다. 용어의 논쟁을 넘어, 우리 그림이 가진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품고 '세계화(世界畵)'로 나아가야 할 때다. 붓끝에서 시작된 우리의 정신과 미학이 물처럼 흘러 전 세계인의 마음을 채우는 시대를 기대해 본다.
2026-07-07 09:40:07
제46회 대구미술대전 대상 최혜인 씨·대구민화대전 대상 오일심 씨
제46회 대구미술대전 대상에 최혜인 씨, 대구민화대전 대상에 오일심 씨가 선정됐다. 사단법인 대구미술협회가 주최하고 대구시와 (사)대구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가 후원하는 이번 공모전에는 미술대전 452점, 민화대전 374점 등 총 826점이 출품됐다. 지난 6월 13일 1차 심사, 7월 4일 2차 심사를 거쳐 대상 2점, 최우수 3점, 우수 12점, 특선 83점 등 최종 500점의 입상작이 선정됐다. 미술대전 대상(대구시장상)에는 현대인의 욕망과 허영을 냉소적으로 풍자한 '세상은 요지경'을 출품한 최혜인 씨가 뽑혔다. 최 씨는 "작품에 담긴 발칙함을 너그럽게 품어주신 심사위원분들과 미술협회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민화대전 대상(대구시장상)은 전통 서수 낙원도를 반복 수련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서수 낙원도'의 오일심 씨에게 돌아갔다. 오 씨는 "기본에 충실하고자 수년간 다시 그리기를 반복한 결과 뜻밖에 큰 상을 받게돼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한 평생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하며 지역 미술 발전에 기여한 작가에게 수여되는 '초대작가상'에는 이영미, 김외란(서양화), 정영철(한국화), 박영달(공예), 김기주(조소) 씨가 각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김일해 심사위원장은 "올해 대전은 예년보다 한층 성숙해진 밀도와 치열한 작가 정신이 돋보이는 수작들이 대거 출품돼 대구 미술의 탄탄한 저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며 "기술적 정교함을 넘어 작가의 예술적 진정성과 주제 의식의 깊이에 중점을 두고 엄정하게 심사했다"고 총평했다. 시상식은 오는 22일 오후 4시 대구문화예술회관 달구벌홀에서 열린다. 이날부터 25일까지 나흘간 회관 6~13전시실에서는 수상작 전시가 진행된다. 노인식 대구미술협회 회장은 "대구 미술의 저력을 증명해준, 출품한 모든 분의 치열한 예술혼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며 "앞으로도 대구미술협회는 지역 예술인들이 창작 활동에 매진할 수 있는 든든한 발판이 되고, 시민들과 예술로 소통하는 장을 넓혀가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46회 대구미술대전 입상자 명단〉 ◆서양화 ▷대상=최혜인 ▷최우수상=이민정 ▷우수상=김영호 박해나 이영재 조진학 ▷특선=고은희 권연숙 김정옥 김현미 문상은 박경민 박정선 백성옥 여상곤 유미순 윤정혜 이성우 이영은 이정란 이현지 이혜령 장예주 정선현 정희숙 조진숙 차영란 최은별 ◆한국화 ▷최우수상=신영숙 ▷우수상=홍양표 ▷특선=김경준 김지영 문순덕 박소정 사애린 이창호 정인순 정향숙 ◆수채화 ▷특선=양소미 이은정 조명래 조명자 ◆디자인·미디어아트 ▷우수상=설재성 ▷특선=천세영 ◆콘텐츠디자인 ▷특선=김태은 ◆입체조형 ▷특선=고병천 ◆도자 ▷우수상=권윤정 ▷특선=권용미 ◆금속 ▷특선=김민희 ◆목 ▷특선=박찬성 이원재 이종윤 ◆섬유 ▷특선=곽명숙 김은연 ◆사경 ▷특선=류세걸 오태옥 ◆불화 ▷특선=권픽선 김윤미 ◆서각 ▷특선=김정림 박돈헌 정명섭 〈제46회 대구민화대전 입상자 명단〉 ◆대상=오일심 ◆최우수상=심효민 ◆우수상=강정숙 김효진 문국희 이종임 정민정 ◆특선=강명숙 김경희 김란영 김미진 김연옥 김은주 김은지 김재원 박경숙 박인숙 성기진 송명희 오주화 윤자영 이미경 이복희 이복희 이순분 이은정 이정자 임은실 장명숙 장복금 정소연 조영준 조효리 조효원 최아미 최인순 최정아 한승희 황미진
2026-07-07 09:39:38
[매일신문이 걸어온 길] 지역민과 함께한 정론의 80년, 혁신의 80년
1946년, 대구시 중구 대안동에서 매일신문 모체인 남선경제신문이 세상에 첫 선을 보였다. 흑백의 타블로이드 2면으로 발행된 창간호였다. 그로부터 80년, 매일신문은 정론의 길 위에서 지역민과 함께 호흡하며 시대에 발맞춰 새로운 도전을 하며 최초의 역사를 써내려왔다. 매일신문은 권력에 굴하지 않고 할 말은 하는 정론지로서의 역할을 이어왔다. 창간 이후 1955년 발생한 이른바 '백주의 테러'는 매일신문의 그 우직함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당시 주필 최석채는 '학도를 도구로 이용하지 말라'는 사설을 통해 정치 행사에 어린 학생들을 강제 동원하는 자유당 정권을 비판했고, 이를 문제 삼아 대낮에 무장한 괴한 40여 명이 신문사를 습격했다. 1960년에는 정부의 억압 속에서도 학생들의 민주화 운동을 연일 대서특필했다. 부상 당한 학생들을 위한 금품 모금 운동, 1962년 대구 명덕로터리에 세워진 2·28 대구 학생 의거탑 건립 기금 마련에도 앞장섰다. 매일신문은 누구보다도 빠르게 움직이고, 앞장서서 이끌었다. 1961년에는 당시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과 언론사 최초 신년 단독 대담을 통해 경제개발5개년 계획, 재건국민운동 방향, 한일국교정상화 전망 등의 특종을 쏟아내 국내는 물론 해외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1977년 지령 1만 호를 발간한 매일신문은 1981년 현재의 계산동 신사옥을 완공, 이전했다. 1983년에는 국내 첫 지역 주간신문 '매일생활정보'를 발간했다. 1987년, 당시 첨단제작시설인 CTS(자동편집조판시스템)를 본격 도입하며 납 활자 제작시대를 마감했다. 4년간의 시험기간을 거쳐 1991년부터는 모든 지면을 CTS로 제작했다. 지면을 넘어 독자와의 소통 통로를 넓히고자, 1995년에는 지방신문사 최초로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했고, 이듬해에는 매주 1회, 컬러 12면을 포함한 48면을 발행하게 된다. 이 또한 지방신문사로서 첫 시도였다. 2008년에는 우리 땅 독도를 지키고 제대로 알리고자 우리나라 언론 사상 최초로 독도 상주 기자를 파견했고 2009년에는 국내 일간지 5번째로 지령 2만 호를 맞았다. 이어 지역 오피니언 리더들이 참여하는 최고경영자 네트워크 과정 '매일 탑리더스 아카데미'가 2013년 출범했다. 2014년에는 빠른 기술 변화에 대응해 모바일 뉴스 앱 서비스를 시작했다. 2015년 1월 1일, 매일신문은 창간 69년 만에 발행체제를 석간에서 조간으로 바꾸며 새로운 변화의 기점에 섰다. 더 빠른 신문, 더 알찬 신문을 향한 첫 발걸음에 많은 지역민의 성원과 기대가 따랐다. 2019년에는 '이웃사랑' 연재 기사가 '한국 신문사 최장 불우이웃돕기 연재 및 최고 누적 성금액 모금'으로 한국기록원의 공식 인증을 받았다. 2022년, 지역의 면면을 기록해온 매일신문의 수많은 자료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디지털화하기 위한 아카이빙센터가 설립됐다. 그리고 올해 초에는 많은 독자에게 사랑을 받았던 주간매일이 10년 만에 부활해 관심을 모았다. 매일신문 창간 80년은 단순히 시간적인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역사를 기록하고 공동체를 연결해온 지역 언론의 축적된 가치를 키우고 앞으로 맞이할 시대 속에서도 공공성과 신뢰를 바탕으로 이어나가겠다는 다짐이자, 새로운 출발점이다.
2026-07-06 13:41:25
제7회 박동준상 패션부문 수상자로 이상욱 디자이너가 선정됐다. (사)박동준기념사업회가 주최하고 천주교 대구대교구유지재단이 후원하는 박동준상은 패션과 문화예술에 대한 깊은 애정과 사회적 헌신을 실천한 고(故) 박동준 디자이너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이다. 이번 패션부문 심사는 대구경북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디자이너들에게 실질적인 지원과 격려를 하고자, 공개 공모를 통해 지원자를 모집했으며 1차 서류 심사, 2차 실물의상과 프레젠테이션 심사를 진행했다. 최종 수상자로 선정된 이 디자이너는 SADI(삼성 디자인 교육원) 패션디자인과를 졸업하고 이듬해 2009년 여성 패션 브랜드 '디 아서(the Author:)'를 론칭했다. 이후 탄탄한 국내 온·오프라인 기반을 다져 2018년 파리 후즈 넥스트(Who's Next)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해외 판로 개척을 하며 현재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 이 디자이너는 "'디 아서'는 예술적 영감을 바탕으로 시간이 지나도 그 가치를 잃지 않고 오래 입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며 "앞으로도 타협하지 않는 퀄리티와 확고한 철학을 유지하며,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오랜 시간 사랑 받는 지속 가능한 가치를 명확히 증명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오래전 고 박동준 선생님이 건네주신 따뜻한 격려와 조언을 마음속 깊이 간직하며 앞으로도 디자이너로서 단단한 중심을 잡고 깊이와 역량을 갖춘 디자이너가 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심사위원장 장현미 디자이너는 "실용성과 대중성 모두를 가진 브랜드로, '디 아서'만의 차분하지만 독창적인 문양과 DTP(날염 방식), 디자인 개발이 눈에 띄었다. 앞으로 차별화된 상품 개발과 적극적인 국·내외 마케팅을 통한 확장성을 기대한다"고 평했다. 수상자에게는 2천만원의 상금과 상장, 상패(김영환 작가 작품)가 수여된다. 시상식은 박동준 선생 7주기를 맞는 11월 13일에, 의상을 선보이는 전시회와 함께 열릴 예정이다. 윤순영 (사)박동준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수상자 이상욱 디자이너가 예술성을 바탕으로 한 창의적인 패션 작품을 통해, 대구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정받는 디자이너가 될 수 있길 기대한다"며 "후배들을 아꼈던 고 박동준 선생의 뜻을 이어 훌륭한 디자이너로서 한국 패션의 미래를 이끌어나가길 바란다"고 했다.
2026-07-06 10:47:08
[이순신 리더십 컨퍼런스] "'K-리더십의 표상' 이순신의 정신, 오늘날에도 유효한 철학"
3일 열린 '이순신 리더십 컨퍼런스'에서는 기조강연 외에 이순신에 관한 연구를 공유하는 2개 세션이 마련됐다. 강연에서는 이순신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리더의 자질을 재조명하는 한편, 대중들에게 잘못 알려진 이순신에 관한 이설(異說)과 정론(正論)을 비교 분석하면서 관람객들의 흥미를 이끌어냈다. ◆"역량과 인격 겸비한 대단한 인물" "한국인은 태생이 리더십의 민족입니다. 한국인들이 입을 모아 얘기하는 리더의 원형적 자질, 즉 실력과 인품을 이순신 장군은 모두 갖췄습니다. 그야말로 'K-리더십의 표상'이라 할 수 있죠." 임원빈 대구가톨릭대학교 이순신학과 석좌교수는 '위대한 리더 이순신'을 주제로 한 첫 세션에서 이순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그는 한국 전통 사상인 유학의 기질론을 바탕으로 한국적 리더의 핵심 자질은 '전문성'과 '도덕성'이라고 제시하며, 이를 다시 직무지식(지식)과 변화혁신 역량(창의), 가치의식(정의), 고결한 인격(사랑)이라는 네 가지 요소로 설명했다. 임 교수는 "한국인은 '똑똑한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사람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며 "이순신은 위의 네 가지 요소를 모두 겸비한, 한국인이 바라는 영원한 한국적 리더의 표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합된 세력으로 분산된 열세의 적을 공격하고, 유리한 장소와 시간을 주도적으로 선택하며, 정확한 정보가 아니면 움직이지 않는 등 언제나 우세한 상황을 만들어놓고 싸운 이순신의 병법을 소개했다. 또한 주력 전투함인 판옥선을 넘어 근접포격용돌격선인 거북선을 만들고, 함포포격전과 학익진 등 새로운 해전 전술을 개발하는 등 변화에 대응하는 뛰어난 혁신 역량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특히 자신의 이익보다 정의와 공동체를 우선하는 가치의식과 나라와 백성을 위해 헌신한 이순신의 인격이 오늘날까지 존경 받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이순신은 나라를 구했을 뿐 아니라 일본의 대륙 진출 야욕을 300년 이상 지연시켰다는 점에서 세계사적 의미가 있다"며 "어떻게 하면 이순신 같은 리더를 양성할 수 있을지, 리더십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교육할지가 연구자들의 과제"라고 말했다. ◆"이순신, 존경심만큼 제대로 알자" 이순신은 32세의 늦은 나이에 과거에 급제했다? 거북선은 충돌 공격으로 적을 격파했다? 영화와 유튜브 콘텐츠 속에 비춰지는 이순신의 모습과 그의 업적, 당시의 상황은 어디까지가 진짜이고, 추측일까. 우상규 이순신학교 교장은 이날 '이순신 정론을 찾아서(사실은 이렇습니다)'를 주제로 한 두 번째 세션에서 이 같은 얘기들을 흥미롭게 풀어나갔다. 그는 이순신 장군과 관련해 널리 알려진 여러 이야기 중 역사적 근거가 부족하거나 후대에 확대·재생산된 사례들에 대해 사료를 바탕으로 검토하고, 통념과 역사적 사실을 구분해 바라보는 시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 교장은 이순신이 32세에 과거에 합격한 것을 두고 "당시의 기록을 분석해보면 함께 합격한 사람들의 평균 나이는 34세였고, 무과 급제자 평균 연령은 33.2세였다"며 "현 시대에서 평가하기엔 이른 나이가 아니지만, 조선시대 기준으로는 늦은 나이에 합격한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한 영화 '명량' 중 판옥선이 제자리에서 선회하며 포를 쏘는 장면을 보여주며, 조선 수군 해상훈련 지침서 '수조규식'(水操規式) 상 선회한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지만 실제 판옥선은 제자리에서 선회하지 못하는 구조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SNS에서 '세계 4대 해전에 한산해전이 포함된다', '세계 여러 나라의 사관학교에서 이를 가르친다'고 떠도는 얘기에 대해서는 "임진왜란 해전을 세계사적 수준으로 평가하지만, 세계 4대 해전이라는 용어 자체를 사용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우 교장은 "이순신을 아는 사람은 많지만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그를 존경하는 만큼 앞으로 제대로 된 정보가 확산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순신 리더십, 오늘날에도 유효한 철학" 강연 이후에는 박기현 서울아해재단 상임이사의 진행으로 ▷임원빈 대구가톨릭대 석좌교수 ▷우상규 이순신학교 교장 ▷박종평 서울아해재단 연구소장 ▷김종철 이순신학교 교수이자 콜마홀딩스 지속경영사무국 상무가 참여한 종합토론이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앞선 강연 내용을 바탕으로 이순신의 리더십이 오늘날 조직과 경영에 갖는 의미와 현대 사회에 적용할 수 있는 가치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박기현 이사는 어떤 일이 일어나기 전의 조짐을 뜻하는 '운증초윤'(雲蒸礎潤)을 언급하며 건국 200년이 지난 후 조선에 닥친 구조적 위기를 진단했다. 그는 신숙주, 이준경, 류성룡과 함께 철저한 준비로 위기에 대비한 이순신의 사례를 소개하며 유비무환을 위기 극복 리더십의 핵심으로 제시했다. 박종평 연구소장은 사람 이순신의 진면목에 집중했다. 그는 이순신의 삶을 관통하는 핵심 가치로 '진(眞)·진(盡)·진(進)'의 '3진 리더십'을 제시하며 "참되고(眞), 최선을 다하고(盡), 미래로 다른 사람과 함께 나아간 사람(進)"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성과 압박과 급격한 변화의 시대일수록 과정에 최선을 다하고 지속적으로 자신을 혁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이순신의 리더십이 오늘날에도 유효한 철학이라고 강조했다. 김종철 교수는 이순신이 남긴 한시를 통해 그의 내면세계를 조명했다. '증별선수사거이', '한산도야음' 등의 작품들을 소개하며 극한의 전쟁 상황에서도 자신의 감정을 성찰하고 스스로를 다잡았던 정신세계가 이순신의 리더십을 이해하는 또 다른 단서라고 설명했다.
2026-07-05 14:31:42
[이순신 리더십 컨퍼런스] 매일신문 창간 80주년 기념한 특별 행사에 대성황
400여 년 전 국난을 극복했던 이순신 장군의 정신은 시대를 넘어 2026년 오늘날에도 빛났다. 매일신문 창간 80주년 기념 '이순신 리더십 컨퍼런스'가 지난 3일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열렸다. '위기의 시대, 성웅의 지혜를 소환하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200여 명이 몰려 높은 관심을 보였다. 행사에는 윤동한 서울여해재단 이사장(한국콜마 회장)을 비롯해 주호영·윤재옥·이인선·김기웅·이달희 국회의원, 우동기 전 대구가톨릭대학교 총장 등이 참석했다. 또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계 주요 인사들과 시민들이 대거 찾아 성황을 이뤘다. 이동관 매일신문 사장은 환영사에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성웅 이순신을 누구나 알고 있지만,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역사 속에 박제된 인물이 아니라, 위기의 오늘날 다시 소환해 되짚어봐야 할 충분한 가치가 있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순신은 항상 공부하고 조사하며 준비하는 원칙을 실천하신 분이자, 현실에서 해답을 찾아 위기를 극복하고 반전의 기회를 만들어낸 분이다. 또한 부하와 백성을 아끼고, 말하기보다 더 많이 들으려 한 지도자로서,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지도자상이다. 이순신을 그리워하는 것을 넘어 배우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대다. 매일신문이 지금 이순신을 소환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는 '이순신의 생애와 리더십'을 주제로 한 윤동한 서울여해재단 이사장의 기조연설과 함께 임원빈 대구가톨릭대학교 석좌교수의 '위대한 리더 이순신', 우상규 이순신학교 교장의 '이순신 정론을 찾아서' 등 강연이 마련됐다. 이어 박기현 서울여해재단 상임이사가 진행하고 강연자 등이 참여하는 종합토론으로 마무리됐다. 윤 이사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이순신의 리더십을 현대 사회가 주목해야 할 가치로 제시하며, 경청과 결단, 승리, 사랑을 핵심 키워드로 꼽았다. 그는 이순신이 운주당에서 신분을 가리지 않고 장수와 병사들의 의견을 들으며 전략을 세우고 현지 주민들의 정보를 적극 활용했던 '경청의 리더십'과 명량해전에서 보여준 '필사즉생'(必死則生)의 결단력을 소개했다. 또한 철저한 정보 수집과 병참 준비를 바탕으로 이길 수 있는 전투만 수행했던 '선승구전'(先勝求戰) 전략, 전투 후 공(功)을 공정하게 나누고 전사한 병사들을 직접 기리며 백성을 아꼈던 인간적인 면모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조정의 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둔전 개발과 전선 건조, 군량 확보 등 자립 기반을 마련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이순신 정신은 단순한 전쟁 영웅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날 기업과 사회가 위기를 극복하는 데 필요한 리더십"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관람객들은 "역사 속 인물을 통해 리더십을 배우는 강연이 신선했다", "컨퍼런스를 통해 이순신의 정신을 지역 기업 경영과 지역사회 리더십으로 이어지면 좋겠다" 등의 호응을 나타냈다.
2026-07-05 14: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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