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숙희 작가의 8번째 초대개인전이 9일부터 15일까지 봄갤러리에서 열린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합판을 캔버스 삼아 먹과 물감, 그리고 수정말(돌가루)을 활용한 다채로운 혼합매체 작품을 30여 점을 선보인다. 깊고 그윽한 분위기의 먹과 밝고 화사한 물감이 조화를 이루며, 빛을 반사해 은은하게 반짝이는 수정말 돌가루가 합판과 만나 자연의 생명력을 생생하게 재현해 낸 것이 특징이다. 작가는 "어둡고 깊은 나무 기둥은 때로 우리가 버텨온 삶의 무게이자 그늘을 닮았다. 그러나 그 어둠을 딛고 뻗어나가는 가지마다 피어난 하트들은 결국 우리를 다시 살아가게 하는 작은 온기이자 사랑의 흔적"이라며 "이 숲을 거니는 동안, 보는 이들의 마음 가장 깊은 곳에도 따스한 사랑 한 조각이 조용히 피어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2026-11-08 09:21:50
사회적기업 아트코파 소속 작가, 러시아서 현대미술 국제교류전 참여
러시아 부랴티야 현대미술센터 '잘루'에서 한국 현대미술 국제교류전 '결, 서로를 만나다'가 오는 13일부터 18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대구의 사회적기업 주식회사 아트코파 소속 작가 21명이 참여해, 각자의 독창적인 조형언어와 예술적 시선을 담은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 제목인 '결'은 삶의 흔적과 기억, 개인마다 다른 감성과 내면의 깊이를 상징한다. 서로 다른 결이 만나 하나의 풍경을 이루듯, 이번 전시는 한국과 러시아가 예술을 매개로 서로의 문화와 정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만남의 의미를 담고 있다. 심영숙 아트코파 대표는 "광활한 자연과 고요한 풍경이 어우러진 울란우데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한국 작가들의 섬세한 감성과 깊이 있는 조형적 사유를 현지 관객들에게 소개하며, 양국의 문화적 이해를 넓히고 지속적인 예술 교류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아트코파는 예술인과 대중, 환경과 창작을 연결하며 지속가능한 문화예술의 가치를 실현하는 사회적기업이다. 현대미술 전시와 교육, 작가 협업, 업사이클링을 활용한 예술 활동 등 다양한 문화예술 사업을 펼치고 있다. 아트코파는 이번 국제교류전을 계기로 한국 작가들의 해외 진출과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국내외 문화예술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국제적 교류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2026-11-08 09:18:12
2026 대구수성구미술가협회 선정작가에 이주용·박성희 작가
2026년 대구수성구미술가협회 선정작가에 이주용, 박성희 작가가 뽑혔다. 수성구미술가협회는 매년 지역 미술의 창작 역량을 높이기 위해 선정작가 제도를 운영해오고 있다. 올해 심사는 김시현 위원장을 비롯해 박형석, 백성혜, 강석원 위원이 맡았다. 이주용 서예가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길을 걸으며, 붓끝 하나하나에 법고의 깊이와 창신의 시대정신을 절묘하게 담아내왔다는 평을 받았다. 박성희 작가는 섬세한 표현력과 따뜻한 감성이 담긴 회화 작업을 이어오고 있으며, 자연과 인간의 내면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꾸준히 선보여왔다. 협회는 선정작가에게 개인전 개최 기회를 제공한다. 전시는 오는 30일부터 12월 2일까지 수성문화원 내 수성갤러리에서 한 주씩 릴레이로 열린다. 권영욱 수성구미술가협회 회장은 "올해 선정된 두 작가의 작품은 예술성뿐 아니라 지역사회와의 소통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도 지역 미술인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고, 지속적인 창작 환경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026-11-06 09:57:23
장애예술인과 관객이 함께 하는 공연…라움예술단 제25회 정기연주회
라움예술단의 제25회 정기연주회가 오는 11일 오후 6시 30분 범어성당 드망즈홀에서 열린다. 라움예술단은 2008년 '천사들의 합창'으로 시작해 'FM천사예술단'을 거쳐 2022년 현재의 이름으로 활동해오고 있다. 음악교육을 넘어, 단원들이 저마다의 속도와 방식으로 함께 연주하고 관객과 만나는 주체적 활동을 확장하며 장애인 문화예술활동을 지속해왔다. 이번 정기연주회는 수어·문자통역을 지원하는 배리어프리 공연으로, 신선미 씨가 수어통역, 박혜윤 씨가 문자통역을 맡았다. 장애예술인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음악을 표현하고, 장애인 관객이 공연의 내용을 이해하며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시청각장애인 첼리스트 박관찬의 특별무대는 이번 공연의 주요 프로그램이다. 박관찬은 채민의 피아노 반주로 'Dance Rustique Op.20 No.5'와 'You Raise Me Up'을 선보인다. 또한 공연에는 FM소리샘 중창단과 FM챔버오케스트라를 비롯해 비올리스트 백주은과 글로리아 앙상블, 바리톤 황순원 등이 참여한다. FM소리샘 중창단은 '꿈을 꾼다'를, FM챔버오케스트라는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서곡과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 제1번,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제5번 등 다양한 곡을 들려준다. 채민 라움예술단 대표(총감독)는 "접근성을 누군가를 위한 특별한 배려가 아니라 모두가 예술에 참여하고 향유하기 위한 당연한 조건으로 생각하며 '모두의 예술'을 한 걸음씩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공연은 라움발달센터가 주최하고 FM문화예술인권협회가 주관하며 대구대학교 특수창의융합학과, 국제로타리클럽3700지구 대구수련클럽이 협력해 마련됐다. 전석 무료.
2026-11-06 09:04:25
교황 방한, 최대 100만 명 참여… 내년 8월 '서울 세계청년대회' 준비 본격화
내년 8월 열리는 서울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이하 WYD)가 성공적인 개최를 향한 본격적인 준비 단계에 돌입했다. 2027 서울 WYD 조직위원회는 5일 서울 명동대성당 문화관 꼬스트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회 전체 일정과 예상 참가 규모, 주요 행사 개최지를 비롯해 안전·주민 상생·숙박 등 분야별 준비 현황을 공개했다. 서울 WYD는 1986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시작된 WYD의 17번째 국제대회다. 비그리스도교 국가에서 처음 열리는 데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서 개최되는 만큼 세계 청년들의 만남과 평화의 메시지에 의미를 더한다. 레오 14세 교황의 방한도 예정돼 있어 대회 기간 국내외의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 WYD 본대회는 내년 8월 3일부터 8일까지 서울 일원에서 열린다. 본대회에 앞서 7월 29일부터 8월 2일까지는 대구대교구를 비롯한 전국 15개 교구에서 해외 청년들을 맞이하는 교구대회가 진행된다. 해외 참가자들은 각 지역에 머물며 지역 공동체와 교류하고 한국의 신앙과 문화, 생활을 경험한 뒤 서울로 이동해 본대회에 참여한다. 조직위는 전 세계 약 190개국에서 온 해외 청년 순례자 약 40만 명과 국내 참가자 약 10만 명이 등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해외 미디어단과 주교·사제단, 자원봉사자 등도 대회에 참여할 예정이다. 본대회 주요 행사 장소도 공개됐다. 3일 개막 미사를 시작으로 5일 교황 환영 행사와 6일 십자가의 길은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된다. 7일 밤샘 기도와 8일 파견 미사는 서울공항에서 열린다. 마지막 날 파견 미사에는 최대 100만 명이 모일 것으로 조직위는 내다봤다. 조직위는 8월 한여름에 대규모 야외 행사가 열리는 점을 고려해 참가자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고 강조했다. 행사 지원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해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법무부, 국토교통부 등 범부처 협조 체계를 구축하고 경찰·소방·의료기관과의 현장 협력도 강화할 계획이다. 서울 WYD 조직위원장인 정순택 대주교(천주교 서울대교구장)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낯선 나라에서 온 청년에게 머물 자리를 내어주는 가정, 만남의 공간을 마련하는 본당, 이들을 환영하는 지역사회를 예로 들며 청년들을 맞이하는 환대의 의미를 설명했다. 정 대주교는 "용기가 필요한 것은 맞이하는 쪽만이 아니다"라며 "낯선 나라로 떠나 처음 보는 사람에게 다가가는 일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지금 단절의 시대에 필요한 것은 만남의 용기이고, 맞아들임의 용기"라고 말했다.
2026-11-05 15:05:31
한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눈앞…태권도는 北 단독 등재 확실시
전통 종이 '한지'를 만들어 온 장인의 손길이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오를 전망이다. 국가유산청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 신청한 '한지 제작의 전통 지식과 기술 및 문화적 실천'이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위원회 산하 평가기구의 심사 결과 '등재 권고' 판정을 받았다고 5일 밝혔다. 이번 등재 권고로, 오는 30일부터 12월 5일까지 중국 샤먼에서 열리는 최종 심사 및 결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그간의 사례를 보면 이변이 없는 한 등재는 확실시된다. 한지는 닥나무 껍질의 섬유를 재료로 만든 전통 종이로, 장인의 섬세한 손길과 자연이 어우러진 유산으로 여겨진다. 특히 닥나무를 베고, 찌고, 삶고, 말리고, 벗기는 채취 과정 등 한 장의 종이를 완성하기까지 장인의 기술과 지식, 공동체 문화가 깃들어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현재 국가무형유산 '한지장' 보유자로는 경북 문경의 김삼식 장인을 비롯해 ▷홍춘수(전북 임실) ▷신현세(경남 의령) ▷안치용(충북 괴산) 장인 등 4명이 지정돼 있다. 경북의 시도무형유산으로는 ▷김춘호 전승교육사(문경·김삼식 장인의 아들) ▷김화순 전승교육사(청송)가 있다. 등재가 확정되면 한지는 한국의 24번째 인류무형유산이 된다. 우리나라는 2001년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을 시작으로 2024년 등재한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까지,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에 총 23건을 올려 두고 있다. 한편 이번 심사에서는 태권도가 '북한의 전통 무술'로 단독 등재되는 것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우리나라의 종주국 위상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평가기구는 북한이 신청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통무술-태권도'에 대해 등재가 확실시되는 '권고' 판단을 내렸다. 태권도는 ▷아리랑 ▷김치 담그기 ▷씨름(남북 공동 등재) ▷평양냉면 ▷조선 옷차림 풍습에 이어 북한의 6번째 인류무형유산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앞서 2024년 유네스코에 태권도 단독 등재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우리나라는 당시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고 올해 3월 별도로 한국 태권도의 등재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국가유산청은 "특정 국가가 먼저 등재를 신청했거나 먼저 등재됐다고 해서, 해당 문화유산에 대한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권리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북한의 신청 건에 대한 심사 결과와 관계없이, 한국의 태권도가 '단독 등재'되거나 '확장 등재'(이미 등재된 종목에 신청국 유산을 추가하는 방식)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026-11-05 14:46:27
초등학교 시절부터 일기 쓰기를 좋아하던 소녀가 어른이 되고, 세 아이의 어머니를 거쳐 할머니가 됐다. 인생 2막의 길목에서 첫 시집 '사랑은 이렇게 흘러간다'를 펴낸 이미숙 시인이다. 시집은 2부로 나뉘었다. 54편의 시가 실린 1부 '너에게로'에는 한 생명이 세상에 태어나 첫 숨을 내쉬는 순간부터 워킹맘으로서 현관문 앞에서 발걸음을 떼지 못하던 미안함, 질풍노도의 사춘기와 입시, 기숙사와 군 입대로 품을 떠나보내던 날의 눈물, 마침내 어른이 된 자녀들이 자신의 아이를 품에 안고 돌아온 날까지의 이야기가 한 편의 드라마처럼 펼쳐진다. 68편의 작품으로 구성된 2부 '오늘이라는 이름'에는 봄의 매화와 목련부터 여름의 배롱나무, 만추의 은행나무와 11월의 코스모스에 이르기까지 계절 따라 피고 지는 자연의 순리가 담겨 있다. 이와 함께 뙤약볕 아래 밭을 일구던 어머니의 삶과 세상의 온기를 가르쳐 준 아버지의 사랑, 정든 교정을 떠나며 마주한 인생 2막에 대한 다짐이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작가는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만한 마음들을 담백하게 쓰고자 했다"며 "책 판매 수익으로는 난치병 아동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212쪽, 1만5천원.
2026-11-05 11:09:16
미술시장 한파 무색…대구국제아트페어 방문객·판매액 늘었다
지속되는 국내 미술시장 침체 속에서도 현대미술의 중심, 대구의 열기는 뜨거웠다. 지난 1일 막을 내린 제19회 대구국제아트페어(디아프·DIAF)를 찾은 관람객 수와 티켓 판매 수입, 판매액이 모두 지난해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디아프 사무국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나흘간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는 1만4천여 명의 관람객이 방문해, 지난해 약 1만2천명보다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입장권 판매 수입도 전년 대비 8.5% 증가했다. 작품 판매액은 지난해보다 소폭 증가한 약 52억원으로 추산됐다. 1천만원 이하 작품을 중심으로 거래가 활발했으며, 1억원 이상의 판매 실적을 기록한 갤러리는 3곳으로 집계됐다. 이광호 대구화랑협회 회장은 "올해는 미술시장 호황기였던 2021년 약 90억 원의 판매 실적을 기록한 이후 이어진 하락 흐름에서 반등의 조짐을 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도 컬렉터들의 작품 구매 의지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성과"라고 설명했다. 작품 판매는 VIP를 대상으로 한 행사 첫날부터 활발하게 이어졌다. 갤러리 끼가 출품한 김윤신의 1987년 작품을 비롯해 이진우(리안갤러리), 타다아키 쿠와야마(갤러리신라), 이배(갤러리제이원) 등의 작품이 판매됐다. 디아프에 첫 참가한 갤러리티는 제니스 채의 작품을 완판했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는 작품 구매의 문턱을 낮춘 특별전 '엣지(Edge) 100'가 관람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참가 갤러리가 추천한 100만 원 이하, 평면 기준 15호 이하의 작품을 모은 전시로, 수화랑이 출품한 김창열의 옵셋 판화 등 9점이 판매됐다. 디아프 관계자는 "부담 없이 소장할 수 있는 가격대와 크기가 관람객의 관심을 끌며 다수의 작품에 구매 문의가 이어졌다"며 "특별전을 관람한 고객이 해당 갤러리 부스를 찾아 더 큰 규모의 작품을 구매하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지역의 한 갤러리 대표는 "대구는 예전부터 현대미술 작가군이 탄탄하고 수준 높은 미술품 컬렉터들이 상당수 있는 지역으로 꼽힌다"며 "아트페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추세 속에서 디아프만의 강점을 잘 살려, 국내 3대 아트페어로서의 입지를 지켜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6-11-04 19:30:57
임금과 인사 등의 문제를 두고 1년 넘게 교섭을 이어온 대구문화예술진흥원 노사가 마침내 최종 합의에 이르렀다. 대구문화예술진흥원에 따르면 4일 대구문화예술회관 3층 대회의실에서 '2026년도 임금·단체협약 체결식'이 열렸다. 이날 체결식에는 황보란 원장직무대행과 안운기 대구문화예술진흥원지회장을 비롯해 노사 양측 교섭위원 및 관계자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앞서 진흥원 노사는 지난해 7월부터 약 15개월간 교섭을 이어왔다. 양측은 이번 교섭을 통해 임금협약 7개 조항과 노동조합 사무실 제공 등을 포함한 단체협약 78개 조항에 합의했다. 황보 원장직무대행은 "체결된 협약을 바탕으로 노사가 한마음으로 협력해 대구 문화예술의 진흥과 시민 행복을 위해 더욱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안 지회장은 "앞으로도 상호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진흥원의 발전과 조합원의 권익 향상을 위해 함께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2026-11-04 19:30:40
자연을 소재로 독창적인 조형세계를 펼쳐온 한국화가 홍원기의 개인전 '컴포지션 드 라 네이처(Composition de la Nature)'가 오는 14일까지 갤러리리즈민에서 열린다. 작가는 자연을 단순한 재현의 대상이 아닌 인간의 감정과 정신이 교감하는 공간으로 바라본다. 자연의 변화와 생명의 움직임을 문인화적 사유와 직관적인 필묵으로 표현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자연의 기운과 생명력을 화면에 담아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자연의 형태를 과감하게 변형하고 단순화하면서 전통 수묵의 조형성과 현대적인 색채 감각을 결합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특히 전통적인 한국화의 표현 영역을 확장하려는 시도도 보여준다. 신문지와 잡지, 색종이 등을 자르고 찢어 붙이는 콜라주 기법을 적극 활용하며 아크릴 물감과 젯소, 나이프 등 다양한 재료와 도구를 결합한다. 그의 작품 속 강렬한 원색의 대비, 입체적인 면 분할, 다양한 이미지의 중첩과 재구성은 전통 수묵화와 구별되는 현대적인 조형미를 만들어낸다. 자연에서 출발한 구체적인 형상은 해체와 재구성의 과정을 거쳐 새로운 시각적 질서와 리듬을 형성한다. 작가는 "새로운 이미지를 표현하거나 이미 그린 그림을 다시 잘라 재구성하는 작업을 통해 공간 구성과 형태, 색채의 조화와 변화 등 새로운 미적 감각을 표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차민교 갤러리리즈민 관장은 "이번 전시는 작가가 추구하는 조형적 변화와 확장된 예술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2026-11-04 17:36:09
식물이 자라는 침대, 허공을 맴도는 배…대구미술관 스테판 티데 개인전
식물이 자라는 침대부터 허공에 매달려 빙글빙글 도는 대형 범선까지. 한동안 비어있던 대구미술관 어미홀이 관람객의 눈길을 머물게 하는 독특한 작품들로 채워졌다. 프랑스 현대미술가 스테판 티데의 작품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소개하는 전시 '시간의 어긋남(Out of Sync)'이 열리고 있다. 최근 미술관을 찾은 작가는 "1년 전 어미홀을 처음 찾았을 때 높이 18m의 공간이 너무 커서 두려움이 앞섰지만, 내 작업은 결국 장소와 함께 하는 과정이라 생각한다"며 "높은 층고의 빈 공간까지도 어떻게 작품의 일부로 가져올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은 마치 꿈 속의 한 장면처럼 펼쳐진다. 일상적인 사물과 자연 등의 요소를 본래의 기능과 목적에서 벗어난 낯선 상황에 놓아, 현실과 상상이 교차하는 풍경을 만들어내는 것. 어미홀 중앙에는 대형 설치 작품 '공허의 회전'이 먼저 눈에 띈다. 길이 5m의 목조 범선이 허공에 매달린 채 천천히 회전한다.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야 할 배는 어디에도 도착하지 않고 같은 자리를 맴돌고, 길게 뻗은 돛대 끝은 바닥에 펼쳐진 모래 위에 계속 원을 그리며 흔적을 남긴다. 그 뒤로는 여러 개의 침대들이 놓였다. 이번 전시의 대표작 '불면'은 여러 개의 철제 침대에서 식물이 자라는 대규모 설치 작품이다. 침대 위의 조명은 잠든 사람 대신 식물을 비추고, 식물은 전시 기간 동안 저마다 다른 속도와 방향으로 자란다. 작품은 완성된 하나의 모습에 머무르지 않고, 전시가 이어지는 4개월간 계속 변화하는 '살아 있는 풍경'이 된다. 멀리서 보면 악보, 혹은 무채색의 풍경처럼 보이는 평면 드로잉 작업도 볼 수 있다. 작가는 종이 위에 작은 점들을 하나씩 불로 태우는 행위를 반복하며 작품을 완성한다. 점들은 선을 이루고, 선들은 물결처럼 미세하게 흔들린다. 작가 스스로 정한 규칙과 질서, 통제성은 조금씩 번지며 예상치 못한 흔적을 남기는 불의 우연성과 한 화면에서 만나 일렁인다. 작가의 영상 작품 '태양들'에서 불은 또 다른 방식으로 등장한다. 초록빛 들판에서 불붙은 나뭇가지가 민들레 홀씨에 닿을 때마다, 홀씨는 순식간에 사라진다. 평온한 풍경 속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파괴, 소멸은 아름다움과 불편함이 공존하는 묘한 긴장을 만들어낸다. 이정민 학예연구사는 "익숙한 것들이 제자리에서 조금씩 벗어날 때, 현실은 이전과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미세한 어긋남 속에서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다른 감각과 가능성이 모습을 드러낸다"며 "4개월간 식물이 자라고, 배가 원을 그리며 조금씩 달라지는 풍경 속에서 새로운 감각과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2월 14일까지.
2026-11-04 15:36:11
대구 서구 미래비즈니스발전소 미래홀 중앙에 대형 스크린이 놓였다. 계단은 푹신한 방석이 깔린 좌석이 됐다. 마치 야외 예술제처럼 자유롭게 앉아 스크린을 바라볼 수 있는 전시장으로 변신한 것. 이곳에서는 지난 2일부터 영상예술 전시 '노바 유닛: 아트앤비디오(NOVA-UNIT: ART&VIDEO)'가 열리고 있다. 비디오아트, 아트필름, 애니메이션, AI 기반 영상 등 12명의 작가가 선보이는 다양한 영상 작품이 상영된다. 전시에는 공개 공모를 통해 선정된 고창민, 김지현, 나비랩, 문수민, 박이제, 박재우, 손현녕, 안재홍, 오상아, 오이슬, 존 우드 박, 최원석 작가가 참여한다. 문화예술기획 릴프(LYLF)의 백지혜 기획자는 "전시 공모 과정에서 장르나 제작 방식의 구분보다 자신만의 뚜렷한 예술세계와 독창적인 표현 방식을 바탕으로 작업을 전개하는 작가들에게 주목했다"며 "서로 다른 예술적 배경과 시선을 지닌 12명의 작가가 오직 영상 작품으로 한자리에 모인 이번 전시는 하나의 매체 안에서도 다양한 예술적 세계가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전시장에는 작가에 대한 정보가 담긴 인쇄물과 전시 굿즈를 함께 선보여, 관람객들이 작품을 감상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작가와 그들의 예술세계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했다. 전시는 오는 10일까지 이어지며, 7일 오후 2시에는 참여 작가인 안재홍의 강연 'AI와 예술 사이, 예술가'가 진행된다. 예술적 표현 매체로서의 AI 기술을 주제로, 기술과 예술의 관계를 작가의 시선에서 살펴보는 시간이 마련될 예정이다.
2026-11-04 10:04:14
약 1천500년 전 사람들은 어떤 나무를 골라 물건을 만들었을까? 갑옷을 만들 때 사용한 틀과 우물에서 물을 길어 올리던 두레박, 머리를 빗는 빗과 발에 신는 나막신은 각각 어떤 나무로 만들었을까? 오랜 세월 땅속에 묻혀 있던 목제품은 겉모습만으로 나무의 종류를 알아내기는 쉽지 않지만, 목재 속에 남아 있는 세포의 모양과 배열을 관찰하면 재료를 밝혀낼 수 있다. 박물관 보존과학자의 시선으로 고대 목제품을 살펴보는 특별전시 '보존과학자가 들려주는 고대 나무 이야기'가 3일부터 국립대구박물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박물관이 소장한 삼국시대 목제품 6점을 중심으로 소나무, 산뽕나무, 느릅나무, 느티나무, 박달나무를 소개한다. 목제품과 함께 목재 조직 광학현미경 사진, 목재 표본, 식물세밀화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우선 전시에서는 고대 목제품 제작에 사용된 나무의 종류를 알아내는 '수종 분석'을 소개한다. 각 나무의 목재 조직 특징을 광학현미경으로 관찰하면서 수종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전시 관계자는 "삼국시대 갑옷틀과 두레박은 소나무로 만들었고, 느티나무는 단단하고 나뭇결이 아름다워 그릇 뚜껑을 만드는 데 사용됐다"며 "느릅나무로는 굽다리접시를 만들었으며, 박달나무는 무겁고 단단하며 잘 닳지 않아 가늘고 촘촘한 빗살을 만드는 데 적합한 재료였다. 산뽕나무로 만든 나막신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대 목제품의 수종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그 재료가 된 나무의 오늘날 모습을 함께 소개한다. 소나무, 느티나무, 느릅나무, 박달나무, 산뽕나무의 목재 표본을 비롯해 국립수목원의 식물세밀화를 함께 전시한다. 관람객이 광학현미경을 이용해 실제 목재 조직 프레파라트를 관찰할 수 있는 체험 공간도 마련된다. 전시에서 살펴본 목재 조직을 현미경으로 직접 관찰하면서 보존과학자가 나무의 종류를 분석하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 전시 관계자는 "나무는 시간이 지나면 썩어 없어지기 쉽기에, 고대 목제품은 토기나 금속 유물에 비해 출토 사례가 드문 귀중한 문화유산"이라며 "이번 전시는 박물관 보존과학자가 들려주는 고대 목제품에 담긴 이야기를 눈과 손으로 직접 느껴볼 기회"라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10월 4일까지 이어진다.
2026-11-02 18:08:36
재즈·책·사진·거리 버스킹…'김광석길다시그리기페스티벌' 14일 개최
깊어가는 가을, 재즈와 책, 사진, 거리 버스킹 등 다양한 예술이 방천시장과 김광석다시그리기길 일대에서 어우러진다. 방천문화예술협회(BACA)가 주최·주관하는 '제13회 방천아트페스티벌&김광석다시그리기길페스티벌'이 14일 열린다. 이번 페스티벌은 주민과 상인, 예술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만들어온 마을 문화예술축제다. 올해는 전일환 작곡가가 총감독, 손재명 성악가가 예술감독, 성용훈 연극배우가 무대감독을 맡았다. 박민우 사진가는 이번 축제의 현장을 촬영해 아카이브 기록으로 남긴다. 축제는 정오부터 오후 9시까지 다양한 페어들로 채워진다. 계명문화대학교 공연음악학부의 거리 버스킹이 축제 분위기를 띄우고 ▷다소리 등 음반 셀러들이 참여하는 '레코드페어' ▷학이사·북셀러·초고록 등 지역 출판사와 서점이 참여하는 '북페어' ▷어린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어린이 틈틈마켓'이 열린다. 주민들이 직접 분식과 막걸리 등을 판매하는 '방천주막' 부스와 경일대학교 뷰티스타일학과가 참여하는 뷰티 체험 부스도 마련된다. 방천시장 일대의 비어있는 집은 전시공간으로 바뀐다. 13~14일 빈집갤러리에서는 비영리 예술단체 여미락(與美樂)의 전시가, 예술상회토마에서는 청년기획전 '눈(NOON)' 작품 아카이브 전시가 열린다. 김광석콘서트홀에서는 오후 1시 김성민 중앙대 교수(온빛다큐멘터리협회장)가 '인공지능 시대, 다큐멘터리 사진은 가능한가?'를 주제로 사진 강연을 진행한다. 같은 장소에서 오후 4시에는 메인 공연이 펼쳐진다. 대구시립소년소녀합창단의 축하공연을 시작으로 ▷재즈팀 마드모아젤 S ▷UNA 솔리스트 앙상블 ▷루미나 K팝 댄스 ▷하나예은 ▷사필성 등이 무대에 오른다. 유지숙 방천문화예술협회 회장은 "이번 축제는 주민 참여와 예술인 간 교류를 강화하고, 청년과 새로운 방문객들이 방천을 찾는 계기를 마련하는데 중점을 둔다"며 "문화와 예술, 사람으로 채워지는 페스티벌에 방문해 행복을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6-11-02 12:04:41
'작가콜로퀴엄 인문예술세미나: 인문학으로 보는 미래 전망'이 오는 6~7일 대구문학관 4층 대강연장에서 열린다. (사)대구작가콜로퀴엄이 주최하는 이번 세미나는 '거화'로부터 시작한 지역 문학 동인의 역사와 의미를 반추하며, 동인 활동을 통해 이룩한 지역 문인들의 문학적 성과를 공유하고자 마련됐다. 6일 오후 3시에 진행되는 첫 번째 세미나의 주제는 '지역 문학 동인의 역사'다. 박용찬 경북대 명예교수와 노태맹 시인·문학평론가의 강연을 통해 근대문학의 형성기부터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대구 지역 문학 동인의 흐름과 역사적 의미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 이어 신상조 문학평론가의 사회로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한다. 7일 오전 11시에는 '지역 문학 동인의 활동과 전망'을 주제로 두 번째 세미나가 열린다. 박덕규 시인·문학평론가가 1970년대 대구 학생 문사들의 문학 활동과 동인 결성 과정, 지역 문학 형성에 미친 영향을 조명하고, 오정국 시인은 지역 문학사에서 학생 문학 동인이 지닌 위상과 의미를 살펴보며 학생 동인 활동의 가치와 의의를 제시한다. 강연 후 장옥관 시인이 사회를 맡아 두 발표의 주요 내용을 바탕으로 토론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재복 대구작가콜로퀴엄 대표는 "지역 근대문학의 태동에서 비롯된 문학 동인의 역사와 현재를 돌아보고, 동인 활동의 미래를 전망하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행사는 별도의 사전 신청 없이 현장 참여가 가능하며, 입장료는 무료다. 자세한 사항은 대구작가콜로퀴엄 홈페이지(www.dgwriter.org), 대구문학관 홈페이지(www.modl.or.kr) 및 공식 블로그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026-11-02 10:39:44
매월 첫째 주 토요일 펼쳐지는 대구문화예술회관 '미술관 라이브'의 11월 무대가 우리 가락의 울림으로 채워진다. 미술관 라이브는 미술관이라는 열린 공간에서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선보이며, 시민들이 예술을 보다 친근하고 풍성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마련된 대구문화예술회관의 기획 프로그램이다. 오는 7일 오후 3시 미술관 중정홀에서는 대구시립국악단의 특별 공연이 펼쳐진다. 풍년을 기리는 정악합주 '경풍년'으로 문을 열고, 맑고 청아한 소금과 해금이 어우러지는 이중주, 피리의 높고 맑은 음색이 돋보이는 피리독주 '청성곡'이 연주되며, 우아한 선과 절제된 멋이 살아 있는 한국무용이 더해진다. 또한 가야금 중주의 풍성한 울림과 평안도·황해도 지역의 정서를 담은 서도민요에 이어 즉흥성과 생동감이 넘치는 시나위 합주로 공연의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다.
2026-11-02 10:16:00
제12회 평담희묵회전이 2일부터 7일까지 대구 봉성갤러리에서 열린다. 평담희묵회는 학산 정성근 작가의 문하에서 묵(墨)으로 연을 맺은 회원들이 2003년 8월 첫 전시를 연 이래 23년간 이어져왔다. 이번 전시는 '묵향에 젖어'를 주제로 회원들의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장병옥 평담희묵회 회장은 "평담희묵회라는 이름처럼 일상 속에서 평범하고 담백하게 먹을 사랑하고, 농담(濃淡)과 여백의 매력을 즐기는 회원들의 맑고 진솔한 마음이 작품 하나하나에 녹아있을 것"이라며 "AI가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첨단과학의 시대, 문인화의 정신이 갖는 가치와 의미는 더욱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전시가 영남문인화의 맥을 잇고자 하는 평담희묵회의 정신과 정체성을 새롭게 다져보는 계기가 되길 소망한다"고 했다.
2026-11-02 09:55:15
경북조각회 초대전 '지속의 시선(The Gaze of Continuity)'이 11월 2일부터 8일까지 아양아트센터 아양갤러리에서 열린다. 아양아트센터의 미술단체 활동 지원사업으로 마련된 이번 초대전은 경북조각회 소속 역량 있는 작가들이 대거 참여해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 제목처럼,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도 묵묵히 물질과 공간을 탐구해 온 작가들의 예술적 시선과 시간의 무게가 담긴 조각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구상과 추상, 단순화와 변형 등 작가마다 서로 다른 조형적 접근과 표현 방식을 다양하게 볼 수 있다. 고관호, 고병천, 고수영, 김봉수, 김정대, 노창환, 문관우, 민태연, 박남연, 배수관, 변유복, 성민애, 송은민, 오동훈, 오의석, 유건상, 이기칠, 이상무, 이상수, 이상일, 이수연, 이윤우, 이점원, 이중호, 이현주, 장지영, 전지인, 정은기, 최창민, 고(故) 홍성문 등 30명의 작가와 함께 신예 작가 김해문, 손보영이 참여한다. 아양아트센터 관계자는 "전시를 통해 조각 작품의 묵직한 울림을 발견하고, 창작 열정과 예술적 가치를 함께 느끼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6-10-30 12:30:03
[전시속으로] 정영기 작가 귀국 첫 개인전 '거듭(Again&Again)'
오랜 시간 프랑스를 기반으로 작업해온 정영기 작가가 30여 년 만에 국내 개인전 '거듭(Again&Again)'을 갤러리 바제(대구 수성호텔 별관 1층)에서 선보이고 있다. 귀국한 지 5년. 그간 강원도 영월의 작업실에서 쌓아낸 작업을 선보이는 작가의 표정에는 설렘이 묻어났다. 그의 작품은 실과 거울이 주된 재료다. 거울 또는 캔버스 위를 촘촘한 실로 한 올 한 올 이어 덮는다. 교차하며 겹겹이 쌓인 실과 그 매듭은 아래에 깔린 거울에 비쳐 더욱 깊은 화면을 만들어낸다. 작품의 배경에는 작가의 어린 시절 기억 속, 아버지의 가마니 짜는 모습이 자리한다. 아버지가 재료를 반복해 엮으며 가마니를 만들었던 행위는 오랜 시간을 두고 작가의 작업과 연결됐다. "아버지가 창원에서 농사를 지어서, 가마니를 짜는 모습을 많이 봤어요. 작품의 실 매듭은 실제로 가마니를 짤 때 생기는 매듭과 같아요. 50여 년을 사이에 두고, 아버지의 노동과 제 노동이 이어진다고 할까요. 생계와 예술이라는 목표는 다르지만 그 행위에 대한 열정이나 장인 정신은 같다고 볼 수 있겠죠." 실뿐만 아니라 거울이라는 재료에도 아버지가 담겼다. 그는 "어느 날 거실 장식장 속 거울에 슬쩍 비친 내 모습에서 아버지의 모습을 봤다"며 "실과 거울의 의미가 잘 맞아 떨어져서 재료로 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자신만의 추억이 담긴 재료로 자신만의 얘기를 펼쳐보이는 것. 그에게 작품은 하나의 일기이자 자서전이다. 그런 생각이 자리 잡게 된 것은 프랑스 유학이 계기가 됐다. 작가는 "한 때는 물감을 막 흩뿌리고 자국을 내며 그리기도 했는데, 나이가 들어 돌이켜보니 단지 유행에 민감하고 누군가를 흉내내기에 바빴으며 남들의 시선을 많이 신경썼던 것 같다"며 "남들이 잘한다고 하고 그림을 좋아하고 사가니 그게 최고인 줄 알고 살았던 것"이라고 회상했다. 이어 "유학을 가서 가장 크게 얻은 것은 바로 '나'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타국에서 이방인으로 살아보니 오히려 정체성이 뚜렷해졌다. 프랑스에서 만난 친구들은 자신의 얘기를 하는데, 나는 남의 모습을 그려온 것만 같았다. 예쁘고 안 예쁘고를 떠나서, 나만의 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다만 나를 들여다보되, 나의 지금 모습에 갇혀서는 안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미술사적 흐름과 그 의미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10년이면 나 자신도 변하는데 똑같은 작품을 하고 있으면 안되죠. 두려움을 이겨내고 변화하지 않으면 한계가 옵니다. 끊임없이 변하지 않으면 그 작가는 살아있다고 말할 수 없어요. 저도 제 작품이 앞으로 또 어떤 얘기를 담고 어떻게 변해나갈지 모릅니다." 손이 정직하게 움직이는 만큼 실이 놓이고, 수없이 같은 행위와 시간이 쌓여 만들어진 그의 작품은 화려한 기술과 빠른 생산, 즉각적인 결과가 익숙해진 오늘날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것', '오래 마음을 들이는 일'의 의미를 다시 바라보게 한다. 작가는 "아침에 깨어나서 자기 전까지 작업에 대해 생각할 정도로 나만의 회화적 언어를 구축해나가는 지금이 너무 즐겁다"며 "관람객들이 작품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어떤 아름다움이 숨겨져있는지, 마치 수수께끼를 풀어가듯 감상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12월 13일까지 이어지며 관람료는 무료다.
2026-10-30 12:22:51
하나의 작업을 바라보는 세 비평가의 시선…비영리전시공간 싹 '쓱싹프로젝트'
〈em〉#이민주는 슬픔을 거스르거나 거부하려 들지 않는다. 대신 그 역치를 고스란히 받아들이되 슬픔에 형태를 부여하고, 그것을 만지고 쌓고 겹치고 흩뜨리는 과정을 거치며 대상과의 거리를 조금씩 좁혀간다. 그렇게 한때 자신에게만 속해 있었던 기억이 공간화되면서 타자와 접속하고, 못내 한 사람의 상실은 그것을 바라보는 이의 상실과 연결되며 거대한 원을 이룬다.(서지수)〈/em〉 〈em〉#이민주의 회화는 바로 이러한 애도의 과정, 죽음이 지나간 이후에도 계속되는 시간에 머문다. 그의 작품에서 상실은 비장한 통곡의 태도를 취하지 않는다. 오히려 매일 접하는 일상의 익숙하고 헐거운 감각 안으로 스며든다. 한 존재가 사라진 뒤에도 관계는 계속될 수 있는가. 이 질문은 무덤이라는 형상으로 시작해 사물과 풍경, 이름 없는 생명들로 번져간다.(안소현)〈/em〉 〈em〉#층마다 다채롭게 교차하는 색채와 표면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감 자국은 각각의 층을 저마다의 서사가 숨 쉬는 비밀스러운 공간으로 만들어낸다. 구조물의 하단을 에워싼 무성한 녹색 봉우리들은 폭신하고 안락하게, 이 세계를 지켜내는 보호자가 되어주는 듯하다. 이제 이민주 작가의 세계는 비관과 슬픔, 상실의 흔적을 보듬어 안고 마침내 평온한 언덕 위에 자신만의 굳건하고 다정한 세계를 세워 올린다.(태병은)〈/em〉 비영리전시공간 싹(SSAC)이 '쓱싹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민주 개인전 '슬픔은 준비할 수 없어(Nothing Prepares Us for Sorrow)'을 선보이고 있다. 2020년부터 이어져 온 쓱싹프로젝트는 작가와 비평가의 협업을 통해 동시대 미술을 다각도로 살펴보는 전시·비평 프로젝트다. 신진 비평가에게는 작가의 작업을 깊이 연구하고 비평을 발표할 기회를 제공하며, 작가에게는 자신의 작업을 새로운 언어로 바라보는 계기를 마련한다. 올해는 서지수, 안소현, 태병은 세 비평가가 참여해 이민주의 작업을 각자의 시선으로 읽어낸다. 이민주는 가족의 장례,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경험을 바탕으로 무덤, 유물, 묘안(猫眼), 고양이 등의 모티프를 회화와 설치로 풀어왔다. 이번 전시에서 이러한 형상들은 사라진 존재를 기억하는 흔적이자, 부재 이후에도 이어지는 관계를 담는 매개로 등장한다. 전시는 슬픔을 극복하거나 끝내야 할 감정으로 다루기보다, 상실을 안고 살아가는 시간과 그 안에서 변화하는 기억에 주목한다. 작품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둥근 형상과 겹겹이 쌓인 색과 선은 이러한 주제를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무덤에서 출발한 형상은 산과 언덕, 눈물과 신체의 일부, 정체를 특정하기 어려운 구조물로 변주된다. 이민주는 밝고 서정적인 색채와 유연한 조형 언어를 통해 죽음과 상실의 이미지를 하나의 의미로 고정하지 않는다. 그 대신 사라진 존재에 대한 기억이 다양한 형태로 남아 일상과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세 비평가는 각기 다른 관점에서 작품에 접근한다. 서지수는 이민주의 작업을 '기억의 밑동을 굴리는 일'로 읽는다. 반구 형태가 사랑하는 존재를 감싸고 붙드는 장치이면서 동시에,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해석한다. 안소현은 죽음 이후에도 지속되는 관계와 애도의 시간에 주목한다. 개인의 상실에서 출발한 작업이 이름 없는 생명들의 생성과 소멸이라는 생태적 순환으로 확장된다고 본다. 태병은은 무덤이 고정된 죽음의 상징에서 벗어나 다양한 형태로 변주되는 과정에 주목하면서, 이민주의 회화가 연약한 존재들이 서로의 거리를 지키면서도 함께 머물 수 있는 세계를 만든다고 읽는다. 정연진 싹 디렉터는 "이번 전시는 이민주 작가의 개인적 경험에서 출발해 세 비평가의 시선을 통해 상실과 애도의 의미를 다각적으로 살펴본다"며 "슬픔을 극복해야 할 감정으로 바라보기보다, 상실 이후에도 이어지는 삶과 그 안에 남은 기억을 함께 돌아보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11월 12일까지.
2026-10-30 09:5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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