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건희 회장의 기증품이 가득한 정원 거닐어볼까
국립대구박물관이 뒤편 산책로를 따라 '모두의 정원'을 조성해 눈길을 끈다. 특히 여기에는 '세기의 기증'으로 불렸던 고(故) 이건희 회장의 기증품 2만3천여 점 가운데 257점의 석조물이 전시됐다. 국립대구박물관은 개관 30주년을 맞은 지난해부터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석조물 정원을 조성해왔다. 산책로를 따라 조성된 '해담길', '월담길', '별담길'에는 높이 6m에 달하는 오층석탑을 비롯해 효자 이종형 정려문(旌閭門), 고려시대 석조여래좌상과 같은 다양한 석조물과 함께 다양한 형태의 석인상들이 배치됐다. 전시에서는 언뜻 보면 투박하지만, 들여다볼수록 다양한 생김새와 표정이 드러나는 석인상에 주목했다. 석인상들의 위치, 방향, 높이를 다르게 하는 등 석인상들의 풍성한 표정과 형태의 감상을 통해 관람객들이 색다른 시선으로 석인상에 접근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꽃과 나무로 주변을 조성해, 자연과 어우러진 석조물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국립대구박물관 관계자는 "개인 컬렉션이던 유물이 기증을 통해 시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국가문화유산으로 돌아왔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모두의 정원'에서 깊어가는 가을 정취를 느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5-11-05 11:56:22
계명대학교 한국민화연구소의 제17회 학술세미나가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계명대학교 대명캠퍼스 대명동산관 시청각실 116호에서 열린다. (사)한국민화협회가 후원하는 이번 세미나는 '하당(荷塘)이 품은 우리 그림'을 주제로, 하당 권정순 한국민화연구소장의 소장품을 중심으로 한 민화들을 살펴본다. 1부 사회는 임수영 한국민화학회 이사가 맡았으며 ▷고연희(성균관대학교)의 '하당 소장 영모화초화 고찰' ▷유재빈(홍익대학교)의 '조선 말기 서왕모 신앙과 궁중행락도-하당 소장품을 중심으로' ▷이연주(충북대학교)의 '무속화풍 민화의 제작-하당 소장 무속도 6폭 병풍을 중심으로' 발표가 이어진다. 2부는 이혜원(국가유산청) 씨가 진행한다. ▷유미나(원광대학교)의 '효와 친족의 화목을 권장한 그림' ▷유순영(국가유산청)의 '하당 소장 문자도의 유형과 문자산수도의 성격' ▷강영주(국가유산청)의 '하당 소장 책거리 병풍 고찰' 발표로 구성된다. 이어 윤진영(동덕여자대학교)을 좌장으로 하는 종합토론으로 행사가 마무리된다.
2025-11-05 10:26:11
에스토니아 탈린 음악사절단, 대구 방문…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교류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인 에스토니아 탈린 음악사절단이 11월 5일부터 8일까지 대구를 방문한다. 대구시는 탈린 음악사절단의 이번 방문이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간 우호 협력과 상호 교류 기반을 강화하고, 국제 문화도시로서 대구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예술 교류 프로그램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탈린은 2021년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에 지정됐으며, 재즈·클래식·현대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 활동과 공연, 축제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대구와 탈린은 2022년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대구국제포럼'을 계기로 교류를 시작했으며, 2023년 탈린 청년예술인의 대구콘서트하우스 솔라시안 오케스트라 참여와 2025년 대구오페라하우스 제작 오페라의 에스토니아 진출 등 실질적인 문화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방문 기간 동안 사절단은 대구의 주요 공연장과 예술기관, 창작·연습 공간을 둘러보고, 음악축제 운영자, 예술단체, 문화정책 관계자와의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대구의 음악·공연 인프라와 창작 환경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양 도시 간 프로그램 연계 및 협업 모델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 논의에서는 대구 예술인들의 에스토니아 국제 음악축제 '탈린 뮤직 위크' 진출과, 이를 매개로 한 양 도시 간 협력 방향을 중점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지역 음악인의 해외 진출 확대, 예술가 교환 프로그램 운영, 공동 프로젝트 추진 등 창의적 협업의 결실이 기대된다. 대구시는 이번 방문을 계기로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네트워크를 더욱 강화하고 다양한 문화적 교류의 기회를 넓혀갈 방침이다.
2025-11-04 17:24:47
[전시속으로] "나를 품어주는 어머니 같은 앞산의 따뜻함, 그림에 담았죠"
"30년 간 늘 바라본 앞산은, 저를 온전히 품어주고 보듬어주는 어머니, 할머니 같습니다. 제왕 같은 팔공산, 신선 같은 비슬산과는 또 다르게 따뜻하고 다정다감하죠. 산 길과 잎사귀, 석양빛, 산 아래 터전의 모습을 그리며 그런 느낌을 담아보려 했습니다." 광주 출신의 그가 1995년, 아내를 따라 대구에 처음 들어설 때 그를 반겨 맞아준 것은 앞산이었다. 부부 한의사로, 아내와 함께 영남대병원 네거리 모퉁이의 동양당한의원을 운영해온 그는 한의원 창문 너머로 앞산의 아름다운 사계절을 바라보며 언젠가는 앞산을 마음껏 그려보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다. 앞산을 처음 만난 지 꼭 30년인 올해, 마침 대덕문화전당에서 그에게 전시를 열자고 제안했다. 지난 3일 1, 2전시실에서 개막한 정성채 초대전 '앞산에 살어리랏다'는 그가 마침내 앞산을 주제로 그린 신작들을 모아 선보이는 전시다. 전시장은 해넘이고갯길과 앞산케이블카, 안일사, 봉덕시장 등 우리에게 익숙한 앞산의 풍경과 그 아래에서 펼쳐지는 생활상을 담은 그림들로 채워졌다. 200호, 100호의 대작이 적지 않고, 전시 작품 수가 60여 점에 이른다. 한의원 원장으로 이런저런 일을 하기에도 바쁠텐데 언제 이런 짬을 냈나 싶을 정도. 그는 스스로를 "10분 화가"라고 얘기한다. 그는 "한의원 한 쪽에서 틈틈이 그릴 때도 있다. 10분이 짧은 것 같지만 많은 진척이 있다. 물론 밤을 지새우며 그리는 그림이 더 많다"고 말했다. 그는 90년대 초반, 광주에서 미술학원을 하는 사촌 매제로부터 그림을 배운 뒤 궁동갤러리에서 첫 취미그룹전을 가졌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은 줄고 편안하게 안주하려하건만, 그림에 대한 그의 열망은 나날이 커져갔다. 틈 날 때마다 꾸준히 그림을 그려온 결과 2022년, 칠순에 첫 개인전을 열었다. 이번 전시는 올 초 수성아트피아에서 두 번째 개인전을 가진 지 9개월 만에 갖는 세 번째 개인전이다. "이전에는 형태 등을 묘사하기에 바빴는데, 이제는 내 정서에 집중을 하려고 노력하다보니 오히려 붓질이 풀리고 그림이 자연스러워진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내 그림을 어떻게 볼지 잊고 편안하게 작업 했습니다." 그래서 그의 그림에는 앞산의 풍경이 담겨있지만, 있는 그대로를 옮긴 것은 아니다. 그가 앞산을 바라보며, 앞산 속에서 느낀 감정을 통해 재해석된 풍경들이다. 또한 그의 그림에는 차가 달리는 대로부터 산 속의 오솔길까지, '길'이 많이 등장한다. 그는 "예전 작품 속의 길이 '추구'를 의미했다면, 이제 나에게 길은 위로이자 동행"이라며 "이미 우리는 끝없는 길 위에 놓여있고, 함께 나아가야 할 운명 같은 것이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동파 소식의 시 '제서림벽(題西林壁)'을 읊었다. "앞에서 보면 등성이, 옆에서 보면 봉우리/ 멀고 가깝고 높고 낮음에 따라 그 모습은 제각각이니/ 여산의 참모습(여산진면목)을 알지 못함은/ 단지 이 몸이 산 속에 있기 때문이라. 각자의 생각 속에 '앞산진면목'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지역 주민들과 '앞산을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구나' 하는 경험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전시는 15일까지 이어지며 일요일은 휴관한다. 053-664-3121.
2025-11-04 11:40:01
경주 APEC CEO 서밋 특별기획전 '판타스틱 오디너리(Fantastic Ordinary)'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최고경영자(CEO) 서밋(Summit)을 기념해 마련된 특별기획전 '판타스틱 오디너리(Fantastic Ordinary)'가 경주 복합문화공간 플레이스 씨에서 펼쳐지고 있다. 전시는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하고 현대미술 기획사무소 숨프로젝트가 기획했다. 지난달 28일 열린 개막식에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이번 전시는 한국 현대미술이 지닌 독창적 사고와 미감을 세계에 알리는 뜻 깊은 자리"라며 "오늘날 비즈니스와 기술, 특히 AI 시대에는 예술적 감성과 창의성이 경쟁력의 핵심이 되고 있다. 이 전시를 통해 한국 예술가들의 창의력이 새로운 산업과 혁신의 영감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에는 김수자, 김종학, 민병헌, 박제성, 신경균, 이배, 이수경, 하종현, 함경아, 허명욱 등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10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전시의 서사는 조선 후기 임당 백은배의 '임당인책가도'에서 출발해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동시대 미술로 확장된다. 작가들은 각기 다른 재료와 감각을 통해 일상 속 감정의 층위를 탐구한다. 김수자는 '보따리' 연작과 빛의 파사드 설치로 이동과 공존의 리듬을 제시하고, 하종현은 ʻ배압법' 회화를 통해 물질의 저항과 정신의 응집을 시각화한다. 이배는 숯 조각을 통해 소멸과 순환의 미학을, 이수경은 '번역된 도자기(Translated Vase)'로 상처와 치유의 미학을 구현한다. 함경아는 북한 자수 장인과의 협업을 통해 분단의 감정적 균열을 시적 언어로 직조한다. 민병헌의 흑백 사진은 빛과 어둠, 시간의 층위를 섬세하게 포착하며, 김종학은 강렬한 색채와 붓질로 자연의 생명성과 감각적 환희를 재현한다. 신경균은 달항아리의 비움과 충만을 대비시켜 단순성과 장엄함의 미학을 구현한다. 허명욱은 옻칠의 반복적 층위를 통해 시간의 깊이와 수행성을 표현하고, 박제성은 인공지능 알고리즘과 이미지 데이터를 결합하여 동시대 시각 체계의 무의식을 탐구한다. 전시를 총괄 기획한 이지윤 숨프로젝트 감독은 "20년 만에 한국에서 개최되는 APEC의 역사적 맥락 속에서 이번 전시를 통해 예술이 국경과 언어를 넘어 서로를 이해하게 하는 가장 인간적인 매개임을 보여주며, 단순히 '한국적 정체성'을 표상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동시대 작가들이 세계의 보편적 언어로 사유하고 응답하는 장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전시에서는 APEC 정상회의를 기념해, 전시 참여 작가들이 특별히 준비한 스페셜 에디션 작품을 소개한다. '설악산 화가' 김종학은 이번 행사를 위해 전례 없는 신작을 선보이며 총 30점의 리미티드 에디션 판화를 준비했고, 오랜 시간 도예에 대한 깊은 탐구를 이어 온 신경균은 소형 찻잔과 오동나무 받침 세트 50점을 제작했다. 이수경은 지난 10여 년간 이어온 '번역된 도자기' 시리즈의 연장선으로 특별한 에디션 도자기 작품을 선보인다. 또한 한국을 대표하는 젤라틴 실버 프린트 작가 민병헌의 한정판 사진집 '산수경', 옻칠이라는 한국적 재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허명욱의 가구와 집기도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11월 9일까지 이어진다.
2025-11-03 11:59:31
'창·독·실'의 첫 전시 '새로운 장을 열다'…11월 5일까지 무영당
미술단체 '창·독·실(창의적이고 독창적이며 실험적인'의 첫 번째 전시가 대구 중구 무영당 2, 3층에서 펼쳐지고 있다. 무영당은 대구 최초의 백화점이 있던 자리로, 건물 내·외부에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새로운 장을 열다'를 주제로 하는 이번 전시에는 김민수, 김회원, 박미향, 박소정, 임경인, 조경희, 허남문 작가가 참여해 다채로운 작품을 선보인다. 이들은 전시를 통해 자신의 작품세계를 돌아보며, 작가 정신에 대해 스스로 질문한다. 전시는 11월 5일까지 이어지며, 관람 시간은 정오부터 오후 6시까지다.
2025-11-03 10:44:16
어머니를 향한 사랑과 그리움…류시숙 개인전 '그리움의 숨결'
류시숙 작가의 개인전 '그리움의 숨결'이 11월 1일부터 14일까지 대구미술협회 cL갤러리(대구 수성구 들안로 155)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생전에 어머니에게 느꼈던 사랑과 그리움, 삶의 애환을 풀어낸 회화 20여 점을 선보인다. 작품 속에는 작가가 어머니를 떠올리며 걸었던 길의 기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언덕을 넘고, 개울을 건너, 복사꽃밭과 들판을 지나며 느꼈던 감정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 어머니의 존재로 되살아난다. 화사한 꽃들은 어머니의 미소를, 굽이진 산 능선은 세월 속에서 꿋꿋이 살아오신 어머니의 삶을 상징한다. 특히 코로나 시기 요양원 면회가 어려웠던 현실 속에서, 작가는 어머니를 향한 죄책감과 슬픔, 미처 전하지 못한 사랑을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전시에 함께 선보이는 달항아리 이미지는 아픔을 감싸는 온기와 포용, 모든 것을 이해하는 자애로움을 표현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의 중심에 있는 달항아리는 단순한 형태의 그릇이 아니라, 어머니의 마음을 상징하는 존재"라며 "세월 속에서 비워지고 다시 채워지는 그 형태는 우리 내면에 남은 사랑, 기억, 그리움의 순환을 닮아 있다"고 말했다.
2025-10-31 17:02:26
"바다가 하늘이고/ 하늘이 바다이다/ 고요한 밤바다는/ 그 곡절 많은 사연조차 기쁘던가 아프던가/ 출렁이는 파도에 흔적 없이 아프던가/ 출렁이는 파도에 흔적 없이 날아가고/ 어느새 나는 바다이고/ 바다는 내가 된다." 차갑고도 고요한 지난해 겨울 어느 새벽녘, 서진은 사진가는 제주의 한 앞바다를 마주했다. 사물을 식별할 수 없는 어두움과 거친 바람, 파도의 울림은 두려움을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끌어올렸다. 일상을 벗어나 온전히 어둠 속에서 마주한 바다의 풍경, 깊은 어둠 속 바다와 하늘 사이에서 별처럼 반짝이는 빛, 점점 밝아오며 하나의 거대한 수평선으로 갈라지는 하늘과 바다, 형언할 수 없는 하늘과 바다의 숭고한 아름다움…. 거대한 자연 앞에서 작가는 겸허한 마음으로 그 비현실적인 오묘함을 카메라에 담았다. 아트스페이스펄에서 지난 28일부터 열리고 있는 서진은 사진전 '나는 바다이고'에서는 그가 사진에 담은 한밤 중 심연의 깊고 푸른색을 감상할 수 있다. 정명주 아트스페이스펄 대표는 "서진은의 푸른색은 거친 바닷바람과 마주한 제주살이 한 달의 결과물"이라며 "하루 중 가장 기온이 낮아지는 시간, 적막한 어둠을 품은 깊은 침묵과 어둠의 시공간, 순간이 영원처럼 어둠 속 검푸른 빛 속에서 작가는 바다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전시의 주제가 된 '나는 바다이고' 작품은 나와 바다가 하나가 된 정화(catharsis)의 순간을 역설적으로 아주 고요하게 드러낸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나는 바다이고'와 함께 '돌', '폴라_고산63-7' 작품을 함께 선보인다. '돌(The Stone)'은 7겹의 투명 필름을 설치한 작품으로, 서로 다른 돌의 이미지가 겹쳐지며 만들어내는 시간과 공간을 품고 있다. 작가는 "이 작은 돌멩이들이 품고 있을 어마어마한 시간과 이야기들을 생각하면 단단함에서 품어 나오는 엄청난 에너지가 느껴진다"며 "숨 쉬는 듯한 제주의 돌은 보면 볼수록 블랙홀 같은 짙은 마력의 아우라를 풍긴다"고 말했다. '폴라_고산63-7'은 폴라로이드 사진 위에 크레용이나 물감으로 채색한 작품이다. 작업실 주소를 제목으로 한 이 작품은 작가의 주관적인 생각과 환경이 담겨있다. 작가는 "언제나 내 작업의 관심은 평범한 일상의 것들에서 시작된다"며 "소소한 일상을 관찰하고 연구하며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고, 그 익숙함이 또 다른 힘을 주는 듯하다"고 했다. 전시는 11월 15일까지 이어지며 일, 월요일은 휴관한다. 11월 8일 오후 3시에는 전시장에서 '작가와의 대화'가 진행된다. 053-651-6958.
2025-10-31 16:49:23
이미란의 개인전 '이 계단은 충분히 머물렀나 봅니다'가 11월 10일부터 30일까지 대구아트웨이 기획전시실 1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대구아트웨이의 월간 릴레이 전시 프로그램 '월간범어'의 11월 전시로, '머무름'과 '나아감'이라는 감정의 경계에 선 개인의 내면적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풀어낸다. 전시 제목 '이 계단은 충분히 머물렀나 봅니다'는 작가가 스스로에게 던진 문장이자, 머무름이 끝나야만 새로운 나아감이 시작된다는 깨달음을 담고 있다. 작가는 머무름의 시간 또한 창작의 중요한 일부로 바라보며, 잠시 멈추는 순간 속에서도 서서히 움직이는 감정의 흐름을 포착한다. 작가는 오래 머물렀던 공간, 익숙한 시간 속에서 문득 '이제는 걸어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사유의 과정을 한 소녀의 이야기로 형상화한다. 그는 혼자만의 오롯한 시간을 보내던 토끼 귀를 가진 소녀가 바람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과 닮은 누군가를 찾아 용기를 내 나아가는 이야기를 하나의 서사로 구성하고 책의 형태로 엮어냈다. 전시장에서는 책 속 장면을 인쇄한 평면 작품 20점, 동일 내용을 영상으로 옮긴 5분 가량의 영상, 전시 준비 과정 기록물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 기간 중 11월 12일과 19일 오후 4시에는 시민 대상 참여 프로그램 '전통 제본으로 만드는 나의 책'을 운영한다. 프로그램 참여 인원은 회차당 최대 4명이며, 전 연령 참여 가능하다(초등 3학년 이하는 보호자 동반). 재료비는 1만 원이며, 인스타그램(@miranyiii) 또는 문자(010-4505-7589)로 신청할 수 있다. 053-430-5655.
2025-10-31 16:27:36
제6회 경산조각축제 개최…11월 3일부터 삼성현역사문화공원
제6회 경산조각축제가 11월 3일부터 30일까지 경산 삼성현역사문화공원에서 펼쳐진다. 경산조각가협회가 주최·주관하는 이번 축제에는 고수영, 김기주, 김준우, 김진겸, 김형표, 노창환, 박종혁, 배수관, 서찬, 손원이, 송은민, 승희동, 엄해련, 원예찬, 이강훈, 이대희, 이중호, 이창희, 임영규, 전지인, 태재숭, 한수위, 한오승 등 협회 회원 23명이 참여해 다채로운 조각 작품들을 선보인다. 전시와 함께 공원 야외공연장에서는 매주 토, 일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시민 참여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플라스틱 병뚜껑을 활용해 열쇠고리를 만드는 '업사이클링 아트'를 체험해볼 수 있다.
2025-10-31 16:16:27
고요한 자작의 숲 속으로 침잠하다…사진가 이만우 개인전
사진가 이만우가 오롯이 자작나무에 천착해온 15년의 여정을 담아 두 번째 개인전 '자작: 침잠의 숲'을 11월 1일부터 아트스페이스 루모스(대구 남구 이천로 139)에서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약 30여 점의 신작과 더불어 영상 작업까지 함께 공개되며, 관객을 빛과 고요, 숲의 호흡이 교차하는 몽환의 공간으로 이끈다. 작가는 2022년 첫 개인전 이후 더욱 단단해진 태도로 작업을 이어왔다. 강원도, 몽골, 내몽골, 시베리아 등지에서 고독한 현장을 마주하며 자작과의 교감을 쌓았다. 혹독한 자연 앞에서 기다림을 선택하고, 빛과의 대화를 통해 완벽한 순간을 붙잡은 그의 작업은 단순한 풍경의 기록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이 맺는 내밀한 관계의 증언이다. 사진은 '스트레이트 포토그래피'의 방식을 따르지만, 그 속에는 자연을 소유하려는 시선 대신, 존재와 존재가 서로를 비추는 겸허한 태도가 배어 있다. 쓰러진 자작 앞에서는 상실과 회한을, 곧게 서 있는 자작 앞에서는 순백의 고결함을 비춘다. 작가의 렌즈는 자작을 대상화하지 않고, 그 앞에서 오래 머무르며 존재와 시간, 빛과 침묵의 의미를 되묻는다. 이처럼 그의 전시는 단순한 풍경의 재현을 넘어, 자연을 향한 겸허한 태도와 내적 고독 속에서 길어 올린 성찰을 담고 있다.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특히 대구사진비엔날레가 열리는 기간에 맞추어 기획됐다"며 "국내는 물론 세계 각국의 사진 애호가와 전문가들이 대구를 주목하는 이 시기에, 지역의 수준 높은 사진가를 소개하는 특별 기획전으로 이만우를 초대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시는 자작나무라는 한 주제를 평생의 과업처럼 탐구하는 사진가의 집요함과 겸허함을 선명히 드러낸다. 관람객은 사진과 영상 속 자작의 형상 너머로 '자연과 나'의 질문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11월 16일까지 이어지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053-766-3570.
2025-10-31 16:02:52
대구방짜유기박물관 '불교 공예품으로 본 대구·경북 한일 교류' 특강 개최
대구방짜유기박물관이 11월 5일 오후 2시 영상교육실에서 '불교 공예품으로 본 대구·경북 한일 교류' 특강을 연다. 이번 강의는 김지호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가 진행하며, 한일 불교 공예품을 통해 교류사 및 문화의 다양성을 조명한다. 김 학예연구사는 일본 와세다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당마사(當麻寺)의 역사와 신앙', '서대사(西大寺)-미술사 연구에 대하여' 등을 집필했으며, 부여 규암리 금동보살상·소조상 제작 기법 연구 등 활발한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번 강의에서는 K-문화로 주목받고 있는 국립중앙박물관 금동반가사유상을 비롯해, 현재 일본에 남아 있는 대구·경북의 불교 공예품과 한일 문화교류에 대해 다각도로 이해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성인 40명을 모집하며, 전화(053-430-7925)나 방문해 신청할 수 있다. 잔여석이 있을 경우 당일 현장 신청도 가능하다.
2025-10-31 15:48:26
소금의 번짐으로 피워낸 자연의 풍경…정윤희 개인전 '소금꽃노니'
정윤희 개인전 '소금꽃노니'가 11월 4일부터 9일까지 동구 아양아트센터 아양갤러리에서 열린다. 작가는 소금 염색으로 그림을 그리는 독창적인 'K-염화(鹽畵)기법' 작업을 해오고 있다. 대한민국명인연합회로부터 K-염화기법 명인인증을 받기도 했다. 염화기법은 젖은 수묵 또는 수채 위에 소금을 흩뿌리면, 소금이 수분과 색소를 흡수해 결정 형태의 자연스러운 무늬를 만들어내는 기법이다. 작가는 "염화기법은 의도하지 않은 소금의 반응에서 나오는 우연성, 소금이 갖는 치유와 정화 등 상징성, 전통의 틀에 새로운 재료를 도입하는 실험성 등을 두루 갖추고 있다"며 "특히 소금은 정화의 상징이기에, 나의 작품은 단순한 실험을 넘어 치유와 사유의 회화"라고 설명했다. 그의 작품 속 소금의 번짐은 시간과 감정의 흐름을 담고 있다. 또한 물과 소금, 빛과 시간이 만들어내는 자연의 생명력도 표현한다. 오민준 작가는 그의 작품을 두고 "소금의 번짐이 만들어내는 공간은 고요한 바다와 거친 파도처럼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파도의 리듬, 잔잔한 호흡, 숲과 나무의 생명력 등 모두 소금염색 기법을 통해 섬세하게 표현됐다"며 "하얀 화선지위에서 피어난 소금꽃은 마치 고요히 사라져가는 시간의 조각처럼, 감상하는 이에게 잔잔한 울림과 함께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고 말했다.
2025-10-31 15:38:35
대구신세계갤러리 '라이징 아티스트(Rising Artists) 2025: 젊은 대구 작가들'
대구신세계갤러리(대구신세계백화점 8층)가 지역의 젊은 예술가들을 조명하는 '라이징 아티스트(Rising Artists) 2025: 젊은 대구 작가들' 전시를 열고 있다. 올해로 여덟 번째를 맞는 이번 전시에는 김선재, 김지윤, 염기남, 이민정, 이민희 등 5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이들은 회화, 조각, 설치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현실과 상상의 경계, 시간의 흐름과 기억의 잔상, 개인과 타인의 관계를 주제로 작업해오고 있다. 다양한 매체와 물성을 활용해 그 경계에 존재하는 생명체와 환경을 조형적으로 탐구하는 김선재 작가는 현실의 사물과 상상의 형체가 넘나드는 장면을 통해 익숙한 세계를 낯설게 바라보게 하며, 새로운 지각의 전환을 경험하도록 이끈다. 김지윤 작가는 풍경 속에서 포착한 시간의 흐름과 변화의 순간을 회화적으로 보여준다. 반복의 붓질과 덧칠, 문지르기를 통해 색과 형태의 경계를 부드럽게 이어가며, 우리가 쉽게 인식하지 못하는 시간이 흐르는 풍경을 감각적으로 드러낸다. 염기남 작가는 빛과 물질, 시간의 흐름이 맞물리는 지점에서 만나는 미묘한 파동을 포착한다. 파라핀 왁스와 유리 안료, 돌가루 등의 재료를 반복적으로 쌓고 밀어내며, 빛의 여운이 스며드는 표면을 통해 시간의 결을 담아낸다. 이민정 작가는 종이를 접고 세운 다면체를 반복적으로 배열해, 불안정하지만 미묘한 질서의 이미지를 구축한다. 이를 통해 개인과 타인의 관계, 소통과 침범의 경계에서 발생하는 불안과 균형의 상태를 드러낸다. 이민희 작가는 개인의 경험과 정서가 스며든 불꽃, 잔광 등의 장면들을 재현하며, 사라짐과 남음이 공존하는 존재의 흔적을 그려낸다. 먹빛과 섬세한 색채의 중첩으로 빚어진 화면은 내면의 풍경을 시각화하며, 기억이 머무는 자리에서 삶의 지속과 감정의 깊이를 사유하게 한다. 대구신세계갤러리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각기 다른 감각과 매체로 시대를 사유하는 청년 작가들의 여정을 보여준다"며 "대구 미술의 젊은 토양이 단단히 다져지고, 새로운 세대의 예술적 에너지가 확산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12월 14일까지 이어지며, 백화점 휴점일인 11월 24일은 휴관한다. 053-661-1506~8.
2025-10-31 15:20:27
빛바랜 사진 속에 남은 가족의 사랑…대안공간 모호주택, 이재현 개인전
대안공간 모호주택(대구 중구 북성로2가 3-2 3층)에서 11월 1일부터 이재현 개인전 '패밀리(FAMILY): 이해의 존재'가 열린다. 모호주택은 신진작가 인큐베이션 프로젝트 '우리 이웃의 미술'을 이어오고 있다. 올해 '우리 이웃의 미술'은 기존의 단체전이 아닌, 지난해 소개한 신진작가 5명 중 이재현 작가를 다시 초대해 개인전으로 선보인다. 이재현 작가는 회화를 전공했지만, 현실의 무게 앞에서 붓을 잠시 내려놓고 산업 현장으로 향해야 했다. 그러다 지난해 모호주택 전시에 참여하면서 그는 다시 그림을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을 굳혔다. 그는 앨범 속 빛바랜 사진을 캔버스로 옮겨낸다. 그는 산업 현장에서 겪은 사고로 왼손을 다치며 가족이라는 존재와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됐고, 우연히 마주한 어릴 적 사진에서 존재만으로도 사랑 받던 기억을 되살렸다. 사진 속 부모님의 눈길에서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애정을 확인하며 그는 다시 붓을 들어 캔버스를 마주했다. 작가는 "왼손을 다치고 난 뒤 부모님에게 투정만 부린 스스로에게 죄책감을 느꼈다"며 "조각난 뼛조각을 온전했던 형태로 억지로 맞추기 위해 박아놓은 핀처럼 나와 부모님의 조각난 마음을 서로 맞추려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고, 함께 지쳐갈 때쯤 집으로 돌아와 다시금 앨범을 펼쳐 보았다"고 말했다. 이어 "사진 속 젊은 부모님의 눈길을 따라가며 관찰하고 여러 번의 붓질로 형태를 다듬으며, 아직도 부모님에게 나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사랑 받는 의미 있는 존재라는 걸 마음에 새겨본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는 멈춰 있던 시간을 다시 잇고, 가족의 기억을 따라 자신만의 길을 새롭게 찾아가는 작가의 기록이다. 빛바랜 사진 속 웃음과 부모의 손길,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는 시선들처럼 그의 작업은 우리 안에 남아 있던 장면들을 천천히 불러낸다. 모호주택 관계자는 "한때 누군가의 가정집이었던 모호주택의 공간과 작가의 작품, '가족'이라는 주제가 맞물려, 관람객에게도 자신의 가족을 떠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12월 14일까지. 월, 화요일은 휴관한다.
2025-10-31 11:07:34
갤러리 뷰(대구 중구 봉산문화길 69)에서 김규수 조각가 초대전 '생(生)의 산문으로…'가 열리고 있다. 작가는 생명의 고귀함과 신비함을 새싹이라는 상징에 담아 표현한다. 그는 "규범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쓴 산문처럼, 나의 작품도 삶의 다양한 얘깃거리를 조형적 이미지로 풀어 시리즈로 전한다"고 말했다. 전시에서는 '생-이미지', '생-사랑' 등 여러 시리즈의 작품 20여 점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는 11월 2일까지.
2025-10-31 10:43:47
돌과 나비를 주제로 꾸준히 작업해온 남학호 작가의 전시가 11월 4일부터 17일까지 구미 예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구미예총의 기획초대전으로 마련됐다. 1년 이상이 걸려 제작한 가로 5m 크기의 대작부터 2호 소품까지 10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특히 90년대 작품 등을 함께 출품해, 46년째 접어든 그의 화업을 훑어볼 수 있다. 작가는 "반세기 가량의 긴 세월, 한순간도 그림을 떠난 적 없다"며 "이번 전시에서 화가로서의 인생을 집약해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작가는 1978년 계명대학교 전국학생미술실기대회에서 동양화 부문 최고상인 우수상을 받았고, 스무살이던 이듬해 경상북도미술대전에서 입선하며 화가의 길을 결심했다. 대구대학교 미술대학과 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신라미술대전, 대구미술대전, 경북미술대전 초대작가상, 제34회 금복문화상(미술부문)을 수상한 바 있다. '조약돌 작가'로 잘 알려진 그는 고향인 경북 영덕의 자연 환경이 자연스럽게 자신을 예술의 길로 이끌었다고 얘기했다. "어릴 적 해변에 널린 조약돌을 줍고 던지며 놀았다. 높고 골 깊은 칠보산, 동해안에서 제일 넓은 송천들, 짠내 나는 동해바다 등 항상 가까이 있던 자연은 예술인의 감성을 익히기에 충분했죠." 그의 작품에는 돌과 나비가 주인공이다. 높은 곳에서 구르고 굴러 가장 낮은 곳에서 사랑 받는 조약돌들이 세월의 풍파를 고스란히 안은 채 아름답게 표현됐다. 화폭을 가득 채운 돌들은 저마다 개성을 뽐내며, 큰 돌은 마치 신비한 보석처럼 보여지기도 한다. 그는 "그림 속 돌은 기다림이고, 나비는 그리움"이라며 "그것은 한편으로 염원을 상징한다. 조약돌을 쌓으면 소원의 탑이 되고, 그 위를 날아다니는 나비의 몸짓은 소원 성취를 발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분들이 제 작품을 보며 무언가를 그리워하고, 오늘도 내일도 기다릴 수 있는 희망을 품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하루 8시간씩,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붓을 들겠습니다."
2025-10-31 10:31:23
美 월가 시각장애인 애널리스트가 전하는 따뜻한 격려와 용기
"오늘 우리가 이 자리에서 하고 있는 일은, 단순히 세상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는 몇몇 뛰어난 예술가들의 음악을 선보이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중략) 우리의 더 큰 목표는 인류가 힘을 합칠 때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일이 가능하고, 실현 가능하며, 심지어는 흔한 일이 될 수 있음을 세상에 보여 주는 것입니다." 2025년 9월 16일,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린 '국제 시각장애인 음악축제'. 신순규 벨라음악재단 후원회장의 연설에 축제장은 감동의 물결이 넘실거렸다. 유네스코 본부가 시각장애인 연주자들이 참여하는 작은 규모의 음악축제에 장소를 내어주고, 행사 5일을 겨우 남기고 개인 재단 후원으로 예산이 충당됐으며, 1천300석 가량의 좌석이 모두 매진되는 등 기적에 가까운 일들의 연속 끝에 열린 행사였다. 이날 그는 "힘을 합칠 때, 불가능한 일이 흔한 일이 된다"는 자신의 말을 직접 증명해보였다. 책 '할 수 있다 생각하고 방법을 찾아봅시다'는 이처럼 신순규 씨가 시각장애인으로서 마주한 일상의 도전과 그 속에서 발견한 행복을 독자들에게 전하는, 그의 세 번째 에세이다.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9세에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15세에 홀로 미국 유학을 떠나 일반 고등학교를 다녔고, 하버드와 프린스턴, MIT 등 세계적인 명문 대학에 동시 합격했다. 하버드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MIT에서 경영학과 조직학 박사 과정을 공부했다. 장애인에게 진입 장벽이 있는 직업들을 연구하던 그는 시각장애인 애널리스트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첫 성공사례가 되기로 마음 먹었다. 월가 투자은행 JP모건에서 일하기 시작해 시각장애인으로서는 세계 최초로 CFA(공인재무분석사)를 취득했고, 현재 31년째 월가에서 애널리스트로 활동해오고 있다. 책 제목 '할 수 있다 생각하고 방법을 찾아봅시다'는 그가 2022년 예능 프로그램 '유퀴즈'에 출연해 남긴 말로, 방송 직후 많은 이들에게 용기를 줬다. 이는 그가 미국 일반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자신에게 양궁을 가르쳐 준 선생님에게서 배우게 된 말이다. 시각장애인이 활을 잡을 수 있을지, 과녁을 맞힐 수 있을지 모두가 의심했지만, 선생님은 불가능하다고 단정하지 않았고, 그 같은 자세는 그의 삶을 이끄는 신념이 됐다. 책은 월가 애널리스트의 시선으로 바라본 투자와 경제, 시각장애인으로 살아가는 일상, 가족과 사회 속에서 발견한 삶의 의미를 진솔하게 전한다. 1장 '난 아내의 말을 듣지 않기로 했다'에서는 애널리스트로 살아가는 현실과 가족 얘기를 다룬다. 투자 윤리에 대한 고민, 아들에게 주식을 가르치는 과정, 영화감독을 꿈꾸는 아들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을 담았다. 2장 '할 수 있다 생각하고 방법을 찾아봅시다'는 장애인에 대한 열린 관점과 사회적 포용을, 3장 '올인하는 사회에서 살아남는 법'은 투자 과열 시대에 지켜야 할 원칙을 제시한다. 4장 '오늘은 퍼펙트데이, 거의'에서는 불완전한 현실 속에서도 감사하는 마음과 유머로 하루를 완성하는 지혜를 전한다. 그는 이 책을 통해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것이 가능하다는 믿음을 나누고 독자들과 함께 그 방법을 찾아간다. "시각장애는 나에게 바꿀 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장애 때문에 급속도로 변질돼가는 세상을 그저 속수무책으로 지켜만 봐야 할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믿는다. 틀림없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2020년대를 살아가는, 가까이 혹은 멀리 있는 나의 이웃들에게 소망을 전하는 일은, 시력을 되찾는 기적이 없어도 충분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서로를 이해하고 감싸주는 일은, 내가 속한 작은 공동체, 가족이나 교회 혹은 직장 등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책 내용 중) 320쪽, 1만8천원.
2025-10-30 12:46:05
경주에 터 잡은 지 30여 년…현대 분청의 새로운 장 개척해온 윤광조 도예가
조선 후기부터 300여 년 간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며 지역 공동체 문화를 이끌어 온 경주 최부잣집의 현대적 브랜드 '하우스 오브 초이'(교촌안길 25). 이곳에서는 지난 27일부터 APEC 기념 한국공예전 연계전시 '공생(Harmony)'이 열리고 있다. '공생'은 윤광조, 이헌정, 유의정 등 현대 도예가의 작품을 통해 공예의 정신을 조명하는 전시다. 이들의 작품이 설치된 요석궁 한옥과 정원은 자연과 전통의 공간, 현대 도자가 어우러진 전시장으로 변모했다.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입구 쇼케이스 전시장을 채운 윤광조 도예가의 작품이다. 윤 도예가는 1946년생으로 현대 분청의 새로운 장을 개척해온 '분청사기의 대가'이자, 미국 필라델피아 미술관과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스미소니언 자연사박물관, 영국 대영박물관 등에서 작품을 전시 및 소장한 세계적인 작가다. 그는 1994년 경기도 광주를 떠나 경주 안강에 작업실을 마련하고 30여 년 간 작업에 몰두하며 명성을 쌓아왔다. 그에겐 경주가 '제2의 고향'인 셈. 지난 27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경주의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이번 전시에 참여하게 돼 뜻 깊다"고 소감을 전했다. 전시장에서는 1970년대부터 시대별 대표 작품 총 7점을 볼 수 있다. 그의 작업에는 묵묵히 그 자리에 있지만 볼 때마다 새로운 경주의 자연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특히 그가 물레 작업에서 처음으로 벗어난 1985년의 기념비적인 작품도 눈길을 끈다. "이전에는 물레로 성형하는 작업을 해왔는데, 원형을 바탕으로 조금씩 변형을 주는 정도에서 벗어나질 못했죠. 괴로운 마음에 지리산 정각사를 찾았어요. '배운 사람들은 자꾸 머리로만, 아는 것으로만 해결하려 한다. 몸으로 부딪혀봐라'는 스님의 말씀에 그날부터 꼬박 열흘 동안 하루 3천배씩, 이틀 동안 5천배씩 총 4만배를 올렸습니다." 몸은 말할 수 없이 힘들었지만 창작의 한계에 대한 대답을 찾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기에 절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는 "정신이 맑아지며 내 한계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이 생기더라"며 "너무 물레라는 도구에 매여있었고, 그것으로부터 해방하자는 마음이 들었다. 이후 물레를 사용하지 않고 보다 자유롭게 작업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의 작품은 판을 만들어 이어 붙이고, 그 위에 흙띠를 둘러 붙이는 등 10년 가량을 주기로 변화해왔다. 그의 작업을 관통하는 화두는 자유와 자연. 그는 "결국의 목적은 자유를 찾아가는 것"이라며 "어딘가에 습관적으로 얽매이지 않아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자유스러움의 극치는 자연이다. 자연은 마치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항상 움직이고 변화한다"고 덧붙였다. 3년 전 발병한 암과 싸우면서도 그는 언제나처럼 경주의 자연을 벗 삼아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작품은 몸과 정신의 투쟁의 결과물입니다. 몸이 시키는 대로 하면 반복만 하기 쉽고, 일정한 틀에서 벗어나질 못해요. 그렇다고 정신만 갖고 하면, 순간순간 변하기 쉬우니 감당하기 힘들죠. 항상 몸과 정신이 투쟁하는 과정을 겪어내며 작업합니다." 한편 이번 전시는 2023 밀라노 한국공예전 총감독, 2025 서울리빙디자인페어 주제관 기획 등을 맡은 바 있는 구병준 PPS 대표가 기획했다. 구 대표는 "역사성이 있는 장소에서 경주를 대표하는 작가의 작품을 꼭 담아내고 싶었다"며 "단순히 작품이 좋다는 것을 넘어, 지역성과 전통 문화 등을 담고 있기에 이번 전시와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11월 30일까지 이어진다. 11월 2일부터 '신라 금관 특별전'이 열리는 국립경주박물관과 차로 5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에 있어, 함께 들러보길 추천한다.
2025-10-29 13:52:29
제9회 대한민국솔거미술대전, 김정대·최서아·류영수 씨 대상
제9회 대한민국솔거미술대전에서 김정대, 최서아, 류영수 씨가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대한민국솔거대전은 1995년 김영삼 정부 시절 '미술의 해'를 기념해 경주 계림에서 개최된 전국 솔거미술사생대전을 전신으로 한다. 전국 미술인들이 참여한 대표적 현장 사생 실기 대전으로, 문화체육부장관상과 대상 상금 500만 원이 수여되는 등 높은 위상을 자랑했다. 이후 IMF 경제위기로 대회가 중단됐으나, 솔거 선생의 예술 정신을 계승하고자 최우식 대회장이 사비로 '대한민국 솔거미술대전'을 창설해 신진 작가 발굴과 예술창작 지원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이번 대회는 대한민국솔거미술대전 운영위원회가 주최하고, 영남문학예술인협회와 영남문학미술관이 주관, (사)한국미술협회·(사)한국예술인총연합회·대한민국 현대한국화 국제페스티벌 조직위원회 등이 후원했다. 올해 대회는 경남 창원, 부산, 양산, 대구·경북 등 전국 각지에서 수준 높은 작품이 출품됐으며, 지난 27일 엄정한 심사 끝에 ▷입체부문 김정대 씨(대구) △평면부문 최서아 씨(마산) ▷공예부문 류영수 씨(양산)가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대상 수상자에게는 이듬해 초대 개인전의 기회가 주어지며, 국제전 등 각종 전시회 참여를 지원한다. 이외에 ▷특별상 조대식(한국화), 정휴준(서양화) ▷최우수상 배상문(서양화), 장종관(공예) ▷우수상 변영주·박무현(서양화), 황우연·한주영(한국화), 한미경(공예) ▷평론가상 손은주·박동화·김일연 등이 수상했다. 시상식 및 수상 작가전은 11월 8일 오후 2시 영남문학미술관(경북 청도군 각남면 구곡1길 66-16)에서 열린다. 최우식 대회장은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신진 작가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한국 미술의 다양성과 깊이를 넓혀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5-10-29 10: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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