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흔들리는 민주당-거듭남 위한 핵고있어야

민주당은 {8.12 대구 동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이후 참담한 패배감에 빠져있다.민주당은 보선 기간동안 주자로 내세운 안택수후보가 [인물의 됨됨이나 경력면에서 결코 타후보와 견줄 바 없이 뛰어나다]면서 [당선 또는 접전을 벌일것]이라 장담 했었다.그러나 결국 5천여표의 고정표만 얻고 꼴찌를 벗어나지못하는 {수모}를 겪고 말았다. 제 1 야당 불모지인 대구에 기필코 {씨앗}을뿌리겠다던 민주당의 공언에는 메아리 조차 없는 상태다. 이번 보선에서의승리를 발판으로 다가오는 15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기필코 대구를 야도로 바꿔놓겠다던 야심도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구 동을 보선에서 민주당은 많은 것을 잃었다.

대구시지부 한 당직자는 [이번 보선의 가장 큰 상처는 금대중씨가 없는 민주당도 아직 대구에서는 안된다는 점을 재확인 시킨 것]이라 말했다. 이 당직자는 또 [쓸만한 인재인 안후보에게 보선 패배란 흠집을 안겨주고 돈은 돈대로써버린 것도 손실]이라 지적했다. 여기다 안후보 공천과 혹서선거 보이콧을논의하는 과정에서 주류와 비주류로 나뉘어 당이 분열된 모습을 보여버린 것도 득이 될리 없다는 것이다.

역사에서 가정은 무의미 하다. 선거 결과를 놓고 어떤 가정을 하는 것도 역시 무의미 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서훈후보를 공천했을 경우의 보선 결과에 대해나름대로 분석하는 호기심을 보이고 있다. 정당 정치 상황에서 무소속을 선택한 것은 정치적 의미가 없기 때문에 나오는 호기심 이다. 또 안후보와 서후보가 민주당의 공천을 놓고 최종 경합을 벌였기 때문에 나오는 가정이기도 하다.

대체적인 여론의 흐름은 민주당이 노무현최고위원등 {개혁그룹}의 주장대로서후보를 공천 해야만 했었다는데로 모이고 있다. 그랬다면 민주당이 동을보선에서 폭력 시비 없이도 최소한 신승을 거둘 수있었다는 것이다. 개혁그룹이면서도 이대표와 같이 안후보를 밀었던 이부영 최고의원은 보선 기간중 대구방문에서 통탄을 금치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구를 민주당의 정치기반으로 삼는 것은 여전히 불가능하다는 선입견이 오판임을 보선현장에서 깨달았기 때문이란 것이다.

민주당이 당선위주로 공천해 이겼다면 동을보선은 한국의 정치사에 일획을긋는 대사건으로 기록 되었을 게다. 한반도 동쪽에서 지역구 의석 단 1석도갖지 못했던 민주당이 강원도 명주, 양양에 이어 30년 여당 아성인 대구에서귀중한 1석을 추가하면 이대표 체제의 민주호는 분명 순항을 계속했을 것이다. 현행 9인 집단지도체제를 이대표 단일지도체제로 당의 역학구조를 재편시킬 수도 있다고 정가에서는 예측했었다. 국민에게 스며들어 있는 정치적 무관심 현상을 약화시키고 게다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는 금대중씨의 환당 가능성도 일거에 잠재울 수 있었다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므로 동을보선은 이대표에게는 뼈아픈 1패인 셈이다. 스스로 안후보를고집한 탓에 개혁그룹의 공세에 휘말릴 가능성도 노정돼 있어 더욱 충격이 클지도 모른다. 안후보 낙선의 주원인은 지난 30년간 지역을 떠났다가 갑자기나타나는 바람에 분명한 득표력의 한계를 가지고 있었던데에 있다. 이른바{대구정서}로 민심은 민자당에 토라졌지만 그렇다고 민주당이 그 대안으로 부상하지 못했다. 격전을 앞두고 민주당은 내분양상을 보여 신뢰감을 주지 못했다. 민주당후보가 밀어준다고 설마 당선이야 되겠느냐는 것이 선거과정에서맞닥뜨린 적이기도 했다.

지역의 상당수 지식인들은 선거가 열기를 더할 즈음 [동을보선이 의미있는선거가 되려면 민주당후보를 선택하는 길밖에 없다]면서 제1야당 불길의 불쏘시개가 되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같은 {백만 원군}을 거느리고도 지식인의 지원 화살을 밑바닥 바람으로 연결시킬 고리를 갖지 못했다.민자, 민주 양당구도에서 민주당은 지역색을 탈피, 정국의 주도권을 쥘 뻔한더없는 호기를 놓쳤다. 정치가 견제와 균형을 주춧돌로 삼아 발전하는 것이라면 균형을 맞춰주지 못한 영호남 유권자들의 민도에 문제가 있다. 하지만동을보선에서의 패배는 스스로 반성할줄 모르고 구태에 머물렀던 민주당에 더큰 책임이 있다.

특히 민주당은 폭력 시비에 휘말리면서 금권선거 시비로 민자당에 쏟아질 여론의 비난을 나눠가지는 잘못을 범해 더욱 뼈저리게 후회하는 눈치다. 민자와싸움하면서 되레 적을 도와준 꼴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이처럼 많은 시행착오를 범한 민주당에는 그러나 보선 결과에 대해 선뜻 책임지려는 인물이 없다. 정당은 철저한 지역색으로 불구가 돼버린 정치를 치유해 국리민복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주어진 과제지만 이에 실패하고도 특정인이 상처입을필요는 없다는 분위기다. 다만 [보선에서 패배하면 대구시지부장자리를 내놓고 지역구 관리에만 전념하겠다]고 밝힌 백승홍위원장은 [적당한시기에 물러 앉겠다]고 당초의 발언을 재확인해 향후 행보를 주목받고 있을뿐이다.

보선 패배와 선거운동과정에서의 불법, 탈법시비에 책임을 지지않기는 같은패배자인 민자당도 물론 마찬가지다.

민자당은 일개 지역구 보선임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자충수를 연발, 싸움에 진데다 금권선거 시비를 불러 결국 금영삼정부의 도덕성에 큰 흠집을 내고 말았다. 그렇지만 보선 개표날 실명제 실시 발표로 정국이 급전환되면서 보선 결과에 대한 문책과 이에따른 당직개편등 후속 조치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있는 것이다. 패장인 노동일교수만 제자들이 금권선거를 문제삼아 쌓은 대학 복귀 저지선에 부딪혀 {시련}을 겪고 있다.실명제 정국으로 민자, 민주 양당은 8&.12보선 이후의 행보를 늦춘채 예상대로 침묵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민자당의 금품살포와 경찰의 유인물 배포저지와 관련, 여당과공무원을 싸잡아 비난하며 [결코 좌시하지 않고 국정조사권 발동등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반드시 문제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나 너무도 잠잠하다. 이에대해 정가에서는 [거론 해봤자 실익이 없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 같다]고 관측하고 있다. [동을 보선이 자유당 시절보다 금권, 관권이 더 심하다]며 분노하던 모습도 찾을 수 없다. 민주당은 덩달아 지역의 지구당 위원장 교체등 체질개선을 위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정국의 기류가 변한다고 해서 범법 사실 까지 묻어 넘길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싸움에 지고도 반성하지 않으면 정당의 발전도 없다.

민주당은 치밀하고 냉혹한 자기성찰로 지역의 정치를 되살리려는 의지와 노력을 보여야 한다는 요구를 받고 있다. 더없이 좋은 기회인 동을보선에서 공천의 오류를 범하고 선거운동방법을 잘못 선택해 패배하고도 당내부의 헤게모니 싸움에 그쳐서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민주당이강한 야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함량미달인 지역의 지구당 위원장은 과감히 교체하는등 대수술을 시작할 시점이라는 내부반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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