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국 캠퍼스에 일파만파

지난 19일 강원대 박창고교수의 글이 한 신문에 옮겨 실렸다. 그러자 전국대학가가 벌집을 건드린듯 왕왕대기 시작했다. 박교수에겐 지지와 격려를 보내는 전화가 쇄도했다. 많은 사람들은 통화폭주로 아예 전화를 포기하고 대신전보를 쳤다. 그속에는 교육부 직원도 있고 다른 대학의 직원들도 있다고 했다. 연로한 교장도 있었다. 반면 협박도 잇따랐다는 얘기이다. 소속 대학측은징계를 하겠다며 진상조사위를 구성했다가 뒤늦게 방향을 바꿨다고 했다.박교수 글의 제목은 {대학사회의 위기와 문제}. 본래 소속대학 교수협의회보에 실린 것이었다. 이 글은 대학이 뭐가 잘못돼 있는가를 르포식으로 고발했다. 고발이라기 보다는 교수가 교수 스스로를 질타함으로써 통한섞인 고뇌의표현이라는게 더 적절한지도 모른다.박교수의 글이 온 대학가를 왕왕거리게 만든 이유는 무엇보다 교수가 스스로를 고발한 최초의 공개서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는 건강한 시민그룹조차 놓치는 정말 중요한 걱정거리가 하나 있다는 사실이 바로 이 대목과 연관돼 있다. 그것은 대학이 위기에있다는 점이다. 대학이 위기인들 무엇이 대수인가라고 생각할 사람이 대다수라는 사실 또한 마찬가지로 이와 연결돼 있다.

그러나 적잖은 식자들은 대학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걱정하고 있다. 지금은 국제경쟁시대이고 그 경쟁을 할 사람들이 대학졸업자들이기 때문이다.대학에서 옳게 정예인력으로 훈련시켜 내보내지 못한다면 누가 우리의 장래국운을 책임질 것인가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대부분 사람들은 여전히 대학을 남의 일로 생각한다. 일류대학에들어갈때까지만이 문제이지 들어간 다음에는 제깐놈이야 놀든지 뭐하든지 신경을 안쓴다는 것이다. 그래서 학부모 관심도 고등학교 들어갈때까지일 뿐이다. 일류.이류 구분도 졸업생 수준에 따른 것이 아니라 입학생수준에 좌우될뿐이다.

박교수의 글은 그 결과로 빚어진 대학의 실태를 통탄하는 것이었다. 헤퍼진교수에 대한 고발은 그 일환이다. 그리고 이것은 [이제 고등학교가 아니라대학이 진짜 공부하는 곳이 되게하자]는 주장을 깔고 있다. 그러면서 그렇게전환하는데 교수가 앞장서자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24일엔 경북대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다. 아침 일찍 중앙도서관과 법대건물앞에 교수의 대자보가 나붙은 것이다. 학생 대자보가 아닌 교수의 대자보라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신선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취업을 빙자한 학점 인플레현상의 역기능은 전공수업에서의 긴장이완으로나타났고, 미래를 대비하려는 학생들의 꿈틀거림과 총명은 방향키를 잃은채좌초하고 있다. 그 무엇보다도 우려를 금치 못할 일은 우리의 자신감과 장한용기가 자꾸만 흩어져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새로운 각오와 명예회복의좋은 계기로 삼는 일만이 현명한 자가 나아가야 할 삶의 지혜임을 말하고 싶다....우리 교수일동은 학생들이 나아가야 할 길에 작은 보탬이 되고자 우선시급한 과제로서 아래의 사항을 준비하고 있음을 알리고자 한다]법과대 공법.사법학과 교수 일동이 자기혁신의 결의를 밝히는 대자보였다.직접적으로는 지난18일 발표된 35회 사법시험 결과에 충격받아 교수들이 밤10시까지 남아 학생들을 지도하고 특강을 하며, 모의시험도 실시하겠다는 취지라고 했다. 그러나 이는 근본적으로 교수가 자기개혁을 함으로써 학생들이 더욱 열심히 공부하게 만들겠다는 혁신선언에 다름 아닐 것이다.이날 경북대 직원들은 참으로 기뻐했다. 내 직장인 경북대가 이제 참다운 대학이 되려하는가 보다...하고.

한 직원은 말했다. [교수만 자기혁신해준다면 학생.직원은 저절로 개혁을 따라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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