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대통령 남북정상회담 천명 외국반응

미국정부나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일단 김영삼대통령이 김일성주석과의 정상회담 추진의사를 밝힌 것을 환영하면서도 남북정상회담의 실현가능성과 그 시점에 관해서는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미정부는 미.북한관계개선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남북대화의 재개를 북한측에강력히 요구하고 있을 정도로 남북대화에 비중을 두고 있다.미국무부대변인실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그 레벨에 관계없이 남북대화를 통해 한반도 긴장이 완화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김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제의에 대한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그러나 미국의 북한핵문제 전문가들은 평소의 대북한 시각에 따라 남북정상회담의 전망등에 관해 조금씩 다른 평가를 내렸다.

**긍정적 반응 기대**

다소 진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카네기 재단의 북한문제 전문가 셀리그해리슨은 김대통령의 제의를 {정치인 같은 훌륭한 제의}라고 환영하면서 "김일성주석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그는 북한이 이 제의에 긍정적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면서 "그러나 현재 북한이 미국과의 3단계 고위회담 추진에 역점을 두고 있는만큼 남북정상회담의 시점을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해리슨씨는 특히 남북관계의 진전이 없이는 미북한 관계의 진전도 있을 수없다고 지적하면서 미.북한 대화와 함께 적절한 시점에 남북정상간의 대화가진행된다면 한반도 긴장완화와 미.북한 관계개선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피셔 연구원은 북한핵문제를 풀기위한 어떠한 대화노력도 시도해볼가치가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한반도 평화진작을 위한 김대통령의 큰 도박}이라고 조심스런 경계의 말을 덧붙였다.

피셔시는 북한이 남북정상회담을 받아들일지 여부는 북한의 예측불허성때문에 전망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핵사찰을 유도하는 것이며 정상회담때문에 북한핵사찰문제가 그늘에 가려져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또 북한측이 미.북한 3단계회담 추진조건중의 하나로 남북특사교환 조건을 받아들이기를 꺼려하고 있으나 김대통령이 북한핵문제와사실상 관계없이 남북정상회담을 제의한 만큼 북한측에게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줄 것으로 진단했다.

김영삼대통령이 북한 김일성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고 천명한데 대해 일본측은 그 실현 가능성은 별문제로 하고 일단 환영의뜻을 표하고 있다.

일본은 언제 화약고로 급변할지 모르는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는 양측이 대화를 통해 해결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줄곧 일관되게 취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북 대미협상 전력**

그러나 일본 스스로도 교착상태에 빠진 북한과의 국교정상화 회담 재개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으므로 남북 정상회담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를 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바꾸어 말하면 북한 김일성정권이 핵카드로 노리고 있는 가장 큰 목표는 대미국교정상화이며 미국과 관계가 원만하게 진척되면 한국은 물론이고 일본과도 모든 문제가 잘 풀리리라는 기본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일본은 잘알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남북 정상회담이 조기에 이루어지리라고는 거의 기대하지 않고 있다.

일본 방위청 방위연구소의 다케사다 히데시(무정수사) 연구실장은 "김일성이아들 김정일에게 권력을 이양하는 시점에서 김영삼대통령의 파트너로서 회담장에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하고 있다.

다케사다 실장은 현재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에한국이나 일본에 눈을 돌릴 시간이나 여유가 없다면서 특히 북한은 미국과의핵문제를 둘러싼 일련의 회담을 통해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또한 북한이 김대통령의 이같은 제안을 다시 이용해서 주한미군 철수랄지 우리가 도저히 받아들일수 없는 문제를 들고 나와 역제의로 치고나올 가능성도배제할수 없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는 김영삼대통령의 제의에 중국측은 환영하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김대통령의 이같은 제의가 중국의 국익과도 맞아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중국은 그동안 기회있을 때마다 남북한의 평화적 통일과 한반도의 비핵화를지지해왔으며 특히 북한핵과 관련, 관계당사자들이 협상과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해왔던게 사실이다.**사찰 계속성 확보 불씨**

따라서 김대통령의 이번 제의가 성사될 경우, 중국에도 북한핵이라고 하는큰 골칫거리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되는 셈이다.더구나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아들였다 하더라도 사찰의계속성 확보여부가 잠재적 불씨로 남아 있는데다 미-북한실무접촉 역시 실패로 끝나 북한핵이 유엔안보리로 이관될 소지를 여전히 안고 있는 현실이고 보면 이번 제의는 중국의 어려운 짐을 덜어줄 무게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중국내 대다수 한반도문제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번 김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제의를 두고 매우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때문이다.중국내의 한반도문제 연구에 권위를 자랑하는 현대국제관계연구소의 한 고위연구원은 "김대통령의 이번 제의는 시의적절한 것으로 성사만 되면 특히 북한핵문제해결에 돌파구를 열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 제의가 과거와 달리,아무런 전제조건을 달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도 이를 거부할 이유가 없을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는 북한핵문제 해결이 전제되지 않는 조건에서 남북한 정상회담을 추진할 방침이라는 김영삼대통령의 제의에 대해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러시아정부 관리들은 남북한 문제에 관한 러시아의 기본적 입장은 당사자 쌍방간의 대화를 통한 해결 방식을 지지하는 것이라면서 김대통령의 이번 제안은 러시아의 기본 입장과 전적으로 일치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이들은 만일 김영삼대통령과 김일성주석이 만나 허심탄회하게 정상회담을 갖는다면 핵문제를 비롯해 통일, 남북한 경협문제등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한반도문제 전문가들은 북한의 김주석이 공식 후계자인 김정일비서를 정상회담 상대자로 내세우려 하거나 남한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또다른 전제조건을 제시할 경우 정상회담 개최는 속단할수 없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핵무기보유 허용못해**

이들은 북한측이 먼저 제의했던 남북한 정상회담 개최에 가장 장애요소로 작용해왔던 북한핵개발 의혹에 대해 러시아는 지금까지 한국및 미국과 기본적으로 인식을 같이해왔다고 지적하고 있다.

러시아는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해 북한의 핵무기보유를 절대 허용할수 없다는 입장을 누차 천명해왔으며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마찬가지로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체제 잔류를 촉구해왔다.

러시아의 이러한 입장은 북한의 핵개발 의혹을 해소하는 것이 한반도의 안정을 기하고 나아가 동북아의 안보에도 긴요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하는 것이다.동북아에서 긴장이 없어야만 극심한 경제난에 허덕이고 있는 러시아의 국익에도 도움이 될뿐만 아니라 러시아 극동지역의 안전을 기할수 있기때문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