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열기는 뜨거웠다. 요하네스버그 일원에서 간헐적인 폭탄 폭발 사건이발생하는 가운데서도 선거장으로 가기 위한 유권자들의 발길은 끊길줄 모르고 있다. 장사진을 친 투표장 앞에는 백인 유권자의 모습도 간혹 눈에 띄었으나 이들에게서 과거처럼 흑인에 대한 경멸의 눈초리는 발견하기 어려웠다. 남아공 백인 유권자들은 이미 {백인우월주의}를 포기하고 전혀 예측할 수 없는남아공 역사상 최대 변혁을 현실로 받아들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대다수의 백인들은 불과 1-2년전만해도 이렇게까지 세상이 변할지는 예상치못했었다. 아파르트헤이트가 폐지 되고도 대다수의 백인과 흑인들의 생활은예전과 크게 변한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백인해변에 출입한 흑인이 중형을 받던 과거와는 달라졌지만 여전히 백인과 흑인들의 삶에는 뚜렷한 경계선이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따라서 흑백간의 경계선을 허무는 것만 아니라 새로운 역사를 탄생시킬 이번선거에 참여하기 위해 선거장을 향해가는 흑인들의 눈에서는 변혁에 대한 희망을 쉽사리 찾아볼수 있었다. 서방 언론들을 통해 만델라가 살던 소웨토 지역이 잘 알려졌지만 이보다 나을 것없는 남아공 전국에 산재한 타운십에 살고있는 흑인들은 이번 선거를 통해 짐승과 다를 것 없는 삶에서 벗어날 꿈에부풀어 있다. 대도시 근교의 슬럼마다 위치해 있는 타운십의 흑인 주거지는2-3평 남짓한 판잣집에서 6-7명의 가족이 모여살고 1개의 화장실을 5가구가넘게 함께 사용할수 밖에 없는 열악한 상황이다. 반면 중산층 이상의 백인들은 넓직한 주택에 한낮의 더위를 식히기 위한 수영장을 겸비하고 3-4명의 가족이 오붓하게 사는 별천지의 삶을 살고있다.
단지 피부 색깔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강요당한 하늘과 땅보다 커다란 삶의차이는 아파르트헤이트 제도가 폐지되고도 여전히 남아있는 또 다른 모습의아파르트헤이트다. 흑인치고는 꽤 좋은 직장이라 할수 있는 주유소에서 주유원으로 근무하는 제임스(42세)는 하루 평균 20란드(약8천원)를 일급으로 받고있다. 공휴일 등을 빼고 뼈빠지게 일해야 간신히 월5백란드(약20만원)를 벌수 있다. 이 돈으로는 자녀 교육은 엄두도 낼수없고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 정도다.
제임스의 아내 역시 백인 가정의 가정부로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월3백란드(약12만원)를 벌고 있다. 이들은 만델라가 지난2월에 발표한 공공주택 1백만호건설에 커다란 기대를 걸고 있다.
반면 시내 중심가의 고급 호텔 쇼핑 아케이드에서 근무하는 백인여성인 쥬디(가명, 30세)의 경우 월평균 2천란드(약80만원)정도의 수입을 얻고 있다. 이번 선거에 대해 비교적 솔직하게 불편한 마음을 나타낸 쥬디는, 조금있다 놀라서 자신과 근무하는 호텔의 이름을 게재하지 말아 달라고 몇번이고 다짐을받아냈다. 쥬디는 자신과 같은 직책을 가진 남성의 경우 3천란드(1백20만원)이상의 수입을 얻고 있다고 말한다. 굳이 백인 남성과 비교할 필요없이 제임스와 쥬디의 월수입을 비교해도 4배이상의 차이가 난다. 이같은 흑백간의 심각한 경제적 차이는 양측간의 위화감을 증폭시켜 놓고 말았다.그런데 문제는 흑인정권의 탄생이 확실시 되는 현재까지, 이 위화감을 제거할 방안이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선거후 가진것 없는 대다수의 흑인들과 비록 소수지만 경제력을 쥐고 있는 백인들간의 갈등은 여전히 남아공 정국의 시한폭탄이 될것으로 보인다.
쥬디는 이번 선거후 바뀔 삶에 대한 질문에, 이미 캐나다로 떠난 여동생 부부처럼 자신도 남아공을 떠나려고 마음 먹었지만 마지막 순간에 포기했다고함축적인 대답을 했다. 이들 역시 대다수의 백인중산층처럼 흑인의 집권에 커다란 두려움을 느끼고 있지만, 3백여년전부터 조상들이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고향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 살아 나가는것은 더 두려워 있는 그대로를 현실로 받아들이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이다. 반면 제임스는 이번 선거에 커다란기대를 걸고 있다. 자신과 같은 피부색의 흑인정권이 탄생하면, 더이상 지긋지긋한 주유원 생활을 하지 않아도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수 있으리란 희망때문이다.
어쨌든 이번 남아공 최초의 전인종 총선은 원하건 원치 않건간에 제임스와쥬디의 삶 모두를 크게 바꿔놓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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