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 핵전문가회의 평양개최 거부 속셈

북.미 3단계회담 합의사항을 이행하기 위한 미국과 북한간 핵관련 전문가회의가 개최장소 문제를 둘러싸고 진통을 겪고 있다.미국은 지난 25일 북한과 뉴욕접촉을 갖고 핵전문가회의 개최시기및 장소를협의했으나 북한이 핵관련회의의 평양개최에 난색을 표명하는 바람에 결론을내리지 못했다.

핵전문가 회의와 관련, 미국은 *경수로 지원 *폐연료봉 보관.처리 *연락사무소 설치 *대체에너지 제공등 4개 분과 전문가회의를 평양과 워싱턴에서 각각2개씩 나누어 개최하자고 제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별다른 이유없이 워싱턴 개최를 고집, 평양-워싱턴 분산개최에 대해 사실상 거부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사안의 성격상 폐연료봉 처리와 연락사무소 개설 분과는 평양에서, 경수로지원과 대체에너지 제공문제는 워싱턴에서 각각 개최하는게 순리적이기 때문에 이같은 북한측 태도의 이면에는 뭔가 사연이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

이와 관련, 한.미 양국은 평양개최를 꺼리는 북한의 의도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

첫째는 김일성주석 사후 아직 김정일후계체제를 공식화하지 않은 북한이 내부상황을 바깥세계에 공개할 준비가 되지 않은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최근 심심치않게 권력승계 과정에서의 {이상설}이 나돌고 있는 점으로 미루어 김정일이 공식 권력승계를 위한 사전정지 작업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그때까지는 외부세계와의 접촉을 기피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또 핵전문가회의중 일부를 평양에서 열 경우 북한의 핵활동에 대한 추가 정보는 물론 특히 김정일의 권력승계등 북한 내부상황에 대한 보다 상세한 정보를 얻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한.미 양국의 속마음을 미리 간파한 데 따른대응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둘째는 일반주민들간에 여전히 김주석 사망에 대한 애도 분위기가 지속되고있는 상황에서 폐연료봉 보관및 처리를 협의할 미전문가들과 핵기술진이 입북할 경우 미국등 국제사회에 굴복하는 듯한 인상을 줄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아닌가 하는 관측이다.

셋째는 북한이 핵개발 의혹을 계속 모호한 상태로 놔둠으로써 {핵카드}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술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지난번 1차회의에서 핵투명성 확보의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약속받은 연락사무소개설과 경수로지원및 대체에너지 제공을 급하게 확보하려 할 경우 향후핵협상이 자칫 {특별사찰} 수용여부로 귀결된다는 점도 고려에 넣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즉, 북한은 자신들이 절실히 원하는 이같은 {당근}들을 오히려 원하지 않는듯이 행동함으로써 핵개발 동결에 절박감을 갖고 있는 미국으로부터 특별사찰부분에서 뭔가 양보를 기대하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끝으로 전문가회의가 워싱턴에서 모두 열려 북측 대표단이 사상 처음으로 미국수도인 워싱턴에 들어가는데 따른 선전효과를 극대화 해 북.미관계가 실제로 개선되고 있음을 전세계에 알려보자는 뜻이라는 해석도 있다.평양과 워싱턴에서 회의를 분산 개최할 경우 언론의 초점은 자연히 북측 대표단이 워싱턴에 간다는 것보다는 폐연료봉 처리와 경수로지원등 구체적 사안에 맞춰질 공산이 크다는 것.

한.미 양국은 이처럼 여러갈래로 북한측 의도를 따져보고는 있지만 그들의진의가 과연 무엇인지는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양국은 북한이 조만간 재개될 뉴욕접촉에서 어떤 태도를 보일지를 좀더 지켜보며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