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유보칼럼-운전면허시험 감상

여당이 {8.2보선}에서 대구.경북지역두곳 모두에서 패배한 이후 한 여론조사기관이 이른바 {TK정서}의 밑바닥에무엇이 깔려있는가를 조사해본 모양이었다.이 조사에서 나타난 주목할만한 사실은, {TK정서}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듯이{개혁}자체에 반대하거나 저항감을 갖고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오히려 많은 사람들은 김영삼정권이 처음에는 {개혁}을 외치더니 요즈음엔 {개혁}을 주장조차 하지않고 있다면서 개혁을 하려면 한번 화끈하게 하지 무엇하고있느냐고 대답했다고 전했다.**피부로 느끼는 개혁을**

필자는 민자당의 한 중진의원에게 이같은 {TK}의 여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랬더니 그 의원은 김영삼대통령은 아주 짧은 시기에 군인사개혁, 금융실명제, 돈안드는 선거를 위한 통합선거법, 부정.부패척결등 많은 개혁을 하지 않았느냐? 요즈음 {개혁의 실종}이니 뭐니하고 비판들 하고 있는데, 개혁과제가 있다면 무엇인지 당신생각을 말해보라고 되묻는것이었다.

필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지금까지의 개혁은 물론 의미있는 것이었지만, 국민들의 생활과 직결되는 개혁,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개혁은 별로 없었다고 생각한다라고. 그러면서 필자는 한국의 운전면허시험제도의 권위주의,관료주의에 대해 말해주었었다.

필자는 면허시험을 열번도 더 쳐서 간신히 운전면허증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운전면허시험은 사법고시, 행정고시와 함께 우리나라 3대 국가고시중의하나라는 어떤 택시운전기사의 말을 듣고 떨어질 때마다 생기는 낭패감은 달랬지만, 열흘이나 보름마다 다시 치게되는 시험날엔 오가는 시간까지 합쳐 온종일이 허비되었고, 꼭 해야 할 일이 생겨 시험날을 놓치면 애꿎은 {인지세}만 물게되어 응시원서에는 인지가 닥지닥지 붙었다.

이 천신만고로 따낸 면허증을 국제면허증으로 바꾸어 미국에 갔을때 이 귀한(?) 한국의 증명서는 별 신용이 없었다. 한국의 대미 외교교섭력의 허약성에한번더 비애를 느끼면서 미국에서 면허시험을 또 치게 된 것이었다.**서비스행정의 실감**

그런데 미국의 면허시험제도는 서비스행정이란 바로 이런 것이구나라는 것을실감케 해 주었다.

그들의 제도는 우선 응시자가 불필요하게 오가는 것을 최대한으로 줄이고 있었다. 필기시험은 응시원서 접수가 끝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칠 수 있었다.응시에 시간제한도 없었으며 답안지를 들고 감독관에게 가면 그 자리에서 바로 채점하여 합격, 불합격을 판정해 주었다. 불합격되었을 경우 바깥에 나가공부를 더 하고 와서 또 시험을 칠 수도 있었다.

필기시험에 합격하자 실기시험 접수자는 필자에게 당신은 실기시험을 언제치러 오겠느냐고 물었다. 시험날짜를 그들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 응시자가 선택하는 것이다.

실기시험은 감독관이 옆에 탄 자동차를 몰고 바로 시내 거리로 나가 운전하는 것이었는데 이 시내 주행시험이 끝나자 감독관은 {합격}이라고 말하면서채점표를 필자에게 건네 주었다.

거기에는 어느 항목에서 몇점 감점을 먹었는가가 적혀 있었다.불합격자는 이 채점표를 보고 자신의 취약점을 집중 보완해 재도전 할 것이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면허시험제도만 하더라도 우리 국민들은 미국인들보다 휠씬 불편과 고통을 겪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처럼 국민들의 삶에 불편을 주는 법과 제도는 우리 사회 도처에 수두룩 널려 있다. 따라서 개혁과제는 결코 멀리 있지 않고 가까이 있다.우리의 정치와 행정이 이같은 개혁과제들을 찾아내고 고쳐나가지 않는다면우리 국민들은 조만간 스스로 문제들을 찾아 나서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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