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적, 북콜레라 방역제의 배경

한국적십자사가 콜레라의 공동방역 및 의약품 지원을 제의한 것은 이념을 떠나 우리와 동족인 북한주민들이 콜레라의 기승으로 극심한 어려움에 처해 있음을 중시하고 이를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순수하게 도와주려는 뜻이담긴 것으로 풀이된다.한민족 공동체의 구현이 우리의 기본적인 대북관계 철학이라고 볼 때 세계의냉전구도가 깨진 마당에 남북이 무슨 문제든지 가리지 않고 같은 민족으로서 협력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자는 취지로도 해석된다.

특히 같은 민족으로서 주민복지 차원에서 남북간에 협력을 추진한 것은 이번대북제의가 처음있는 일이 아니다.

지난 84년 남한에서 수해가 발생했을 당시 북한측이 수재물자의 무상지원을제의해와 우리가 이를 적극 수용한 결과, 쌀과 시멘트 및 의약품 등을 대량제공받은 사실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북한측에 주민들의 복지증진을 위한 도움을 실질적으로제공한 적이 없어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북한측의 호의를 되갚아 보려는 의도도 배어있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인도에서 죽음의 병으로 불리는 흑사병이 만연하고 점차 발생권역이 광역화되면서 한반도쪽으로 동진하고 있는 때에 설상가상으로 인근북한과 중국 등지에서 콜레라까지 창궐해 발빠르게 공동방역에 나서지 않으면 우리도 엄청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현실적 절박성도 이번 대북제의가 황급하게 나온 배경으로 분석된다.

전염력과 사망률이 높은 제1종 전염병이 우리와 경계하고 있는 북한에서 기승을 부린다면 남쪽이라고 안전할 수없으며 물자의 교류나 해수 등을 통해 언제라도 남한에 유입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우리측의 공동방역 사업추진 등 제안을 북한이 선뜻 받아들일지는 아직미지수지만 일반적인 경제지원과는 달리 순수한 보건사업이라는 특성이 있어북한측이 예상외로 이를 수용할 가능성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만약 북한측이 우리 제의를 수락해서 남북간에 공동방역사업단이 구성돼 콜레라박멸에 기여한다면 핵문제 및 김일성 주석 사망으로 냉각된 남북관계의개선에 촉진제가 될 것이기 때문에 북한측의 반응이 주목되고 있다.경색된 남북관계에 의약품 지원사업 등이 물꼬를 터주는 계기가 된다면 무기한 연기되다시피한 남북간의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어 정치적인 의미에서도북한의 대응이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서상목 보사부장관은 강영훈총재의 회견과 관련, 한적의 인도주의적 제의에적극 찬성한다고 밝혀 적십자의 대북지원사업을 최대한 정부가 뒷받침할 용의가 있음을 천명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의 물꼬가 되기를 기원했다.서장관은 [지난 84년 북한이 우리에게 수재물자를 제공해서 남북관계 개선에크게 기여했듯이 이번 우리측의 제의를 북한이 순수하게 받아들임으로써 현재의 남북관계를 보다 발전시켜 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북한이 주민들의 콜레라 확산을 막기 위해 우리측의 제의를 조건없이 받아들인다면 당장 북한측에 콜레라 치료제인 항생제와 환자회복용 수액 각 5천명분이 제공될 수 있으며 옥내 및 실외의 소독약품 20만가구분을 공급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의료진 및 기타 의료장비가 필요하다면 추가 지원에 나서 의약품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의 콜레라 퇴치에 결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정치성이 배제된 보건사업의 협력을 통해 북한주민들이 콜레라의 위협으로부터 해방될 뿐 아니라 남북한간의 단계적인 상호협력사업의 추진을 위한 초석이 되면서 냉각된 남북관계의 돌파구로 이어졌으면 하는 것이 우리국민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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