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치밀한 분석.대안제시 돋보여

제170회 정기국회국정감사가 17일로 20일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때맞춰대형사건들이 잇달아 터져 어느때보다 뜨거운 관심과 열기속에 치러진 이번 국감은 의원들의 자세전환으로 내실을 갖췄다는 게 중론이다. 무조건적인 비판이아니라 정확한 분석에다가 대안제시도 보태져 {정책비판}이라는 새로운 의정국회의 자리매김이 역력했다는 지적들이다.철저한 사전준비로 국감에 임한 야당은 과거의 한건주의, 인기위주의 폭로,고함, 윽박지르기등 추태에서 다소 벗어났다.

이기택민주당대표도 [여당의 국감자세도 평가할 만하다]며 인정했듯이 여당도 일방적인 정부두둔에서 어느정도 탈피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이로인해 감사대상기관은 의원들의 구체적인 비리와 의혹, 행정의난맥상에대한 강도높은 추궁에 긴장감을 느끼기도 했다.

0...이번 국감에서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예년보다 높은 참석률에다 거의 전의원이 질의에 나서고 있었다. 정치관계법의 개정으로 의정활동이 의원평가의주요잣대가 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들이다. 15분발언제한제도 한몫을 했다.예전과 같은 2, 3시간씩의 장시간독점현상이 사라졌다.

또 크게 달라진 새풍속중에는 의원들이 단순나열식 질의가 아닌 논문수준의자료작성, 정책아이디어제시, 다양한 질의기법개발등으로 국감의 질이 한층향상되었다는 진단들이다. 호통만치는 모습은 자취를 감추고 있는 것이다.김원웅의원의 교육백서, 김원길의원의 김영삼정부의 경제정책여론조사보고서,장준익의원의 독자적인 UH60추락사고보고서, 김형오의원의 고속철도문제와대안보고서등이 대표적이다. 비디오, 슬라이드를 동원한 시청각기법도 보편화되었다.

정책아이디어제시도 많았다. 임복진의원의 {환경군창설}과 유성환의원의 {아파트후분양제도}, 김정수의원의 {대기업계열사특별관리반}구성등을 들 수 있다.

0...그러나 이번 국감이 이전과 비교, 훨씬 나아졌지만 합격수준은 아니라는평가다. 우선 속기록만을 위해 질의과당경쟁과정에서 중언부언이 흔했고 질의에만 신경을 쓰는 바람에 답변을 소홀히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엿보였다.또 국감은 원래 예산과 인사분야가 주대상인데도 그때그때 발생하는 사회사건에 편승, 이를 다소 간단하게 취급하는 경향도 있었다. 종반국감의 열기가시들해진 것도 무관치 않다는 얘기들이다.

이번 국감에서 정부측의 수감태도는 마땅히 비판받아야 한다는게 대체적인시각이다. 아직도 부실, 무성의, 무책임, 답변회피, 허위답변등의 구태가 개선되지 않았다. 특히 민주당의원들의 분노가 대단했고 민자당의 정세분석위도보고서를 통해 일부기관장들의 기본업무파악부실, 무소신.불성실한 답변, 지자제실시를 앞둔 각 부처 지방청들의 책임모면, 대충 넘어가기식 답변을 나무랐다.

자료요구물량에 있어서 민주당이 상임위별로 활동, 줄어들기도 했지만 무리한 과다요구가 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과 함께 정부산하기관및 단체들의 경우일정상 수박겉핥기식과 불필요한 감사도 적잖아 이들에 대해 {격년제 감사}의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0...외무통일위에서는 북한핵문제 해결을 둘러싼 여야간의 설전이 여전히 팽팽했다. 국감종료를 앞두고 이뤄진 제네바북미협상의 타결임박으로 더욱 초점을 받았는데 여당의원들은 다소 흥분하며 인책론을 제기해 주목을 받았다.국방위에서는 장교탈영사건이 핫이슈로 취급되면서 여당의원들마저 [이런 군기강과 군 사기로 전쟁에 이길 수 있느냐]고 질책했고 청와대비서실에 대한운영위국감에서는 대형사고에 기인한 국정혼란과 비서실의 복지부동, 청와대직원사칭사건이 추궁되었다.

정보위가 신설된뒤 처음으로 열린 안기부에 대한 정보위감사에서는 여야의원들이 대체적인 만족을 보이기도 하는 성역을 깨는 감사가 이뤄졌고 내무위에서는 행정구역개편, 인천시세금비리, 지존파, 온보현, 증인보복살인등 민생치안등 초대형이슈들이 연달아 터져 경찰청장, 내무부장관인책요구가 드세기도했다.

재무위에서는 국세부정방지대책, 사상최고의 중소기업부도사태, 한은독립문제등이 다뤄졌고 행정경제위에서도 재벌위주정책과 서민물가불안문제도 추궁되었다. 교육위에서는 교육청과 학원의 고질적인 유착비리관계가 파헤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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