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88일만에 등장한 김정일

북한의 김정일이 16일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김정일은 이날 오후4시 평양시내 금수산의사당에서 열린 김일성사망 1백일중앙추도대회에 참석했다고 북한관영 중앙방송과 평양방송및 중앙통신이 이날저녁 8시부터 일제히 보도했다.

베일에 싸인 김정일이 지난 7월20일 김일성추도대회에 참석한 이후 88일만에공개석상에 나타나는 셈이다.

지난 74년 김일성에 의해 공식후계자로 지정됐고 김일성장례위원 서열 1위이자 상주인 김정일이 이날 행사에 참석한 것은 당연한 것이다.특히 북한이 그동안 김정일의 {효심이 지극하다}고 선전해 온것에 비춰보면백일제에 참석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게 사실이다.

그러나 김정일의 이번 추도대회 참석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는게 정부당국자들의 시각이다.

그가 공개석상에 참석한 것은 우선 김일성사후 그의 권력장악에 특별한 이상이 없음을 내외에 천명하는 의미가 담겨있는 것으로 보여진다.북한은 이날 추도대회에 참석한 김정일의 건재한 모습을 내부적으로만 보도하는데 그치지 않고 녹화된 필름을 구미에 맞게 재편집, 일본의 NHK방송을 통해 서방에 공개했다.

이날 추도대회는 북한권력의 핵심인 당.정.군을 비롯, 각계대표들이 나서 금일성사망에 추모하고 후계자 김정일에 대한 변함없는 충성을 맹세하는 것으로이어졌다.

노동당을 대표한 김기남선전담당비서는 보고를 통해 김일성주석이 창시하고이끌어온 주체혁명의 위업을 완수키 위해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동지에게충성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또 최광총참모장도 조선인민군을 대표해 어떠한 바람이나 상황이 불어닥치든간에 우리 군의 어버이 수령님의 유훈을 떠받들면서 경애하는 김정일장군님의 영도하에 충성을 다할 것을 맹세하면서 김정일을 {민족의 수령, 제2의 수령}이라고 지칭했다.

당과 군을 대표한 이들의 보고는 비록 김일성에 대한 애도의 뜻도 밝히기는했지만 {이제 슬픔에서 벗어나 김정일을 중심으로 뭉치자}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은 이날 백일제를 계기로 사실상 {김일성시대}를 마감하고 김정일시대의 개막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당국은 믿을 만한 경로를 통해 김정일이 빠르면 17일 열릴 노동당중앙위 전원회의에서 당총비서에 선출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있는것으로 알려졌다.

이와관련, 북한당국은 김일성추도대회에 참석키위해 상경한 당중앙위원 전원에게 평양시내에 대기토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일이 부친의 백일제가 지나기를 기다려왔다면 권력장악도는 서방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을 정도로 확고할 가능성이 높다.

그가 서둘러 {1인자}임을 선포할 필요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권력을 확고하게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입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특히 일부에서는 그가 신비감을 높이는등 이른바 {몸값}을 올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공개석상 참석을 자제해 왔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는게 사실이다.이와관련, 정부 당국자는 북한 주민들에게 금정일이 총비서나 국가주석에 취임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을 지도 모른다면서 주민들은 이미 수령인데 수령취임식은 무엇하러 갖느냐는 식으로 인식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그러나 김정일이 {국가주석}에 취임할 지 여부는 분명하지 않다는게 정부 당국자들의 분석이다.

김일성은 죽기 직전까지 당총비서와 국가주석직을 갖고 있었지만 김정일의경우 건강이 다소 약한 점을 감안, 국가주석직은 제3자에게 넘겨줄 가능성이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북한은 현재까지 국가주석 선출을 위한 최고인민회의 소집을 공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정부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국가주석은 외국손님 접견이나 공식행사 참석등 활발한 대외활동을 해야하는 점을 감안, {얼굴마담}을 내세우고 자신은 사실상의 실력자로서 막후에서 권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취임이후 주민들이 식량난등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불만을 표시할 경우모든 책임을 국가주석에게 모두 떠넘기고 자신은 실질적 1인자인 총비서자리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일이 국가주석직을 맡지 않게 된다면 이종옥 박성철 김영주 김병식등 혁명 1세대 부주석들에게 넘겨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물론 오진우인민무력부장이나 최광인민군총참모장등 군부대표가 주석직을 차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는 김정일이 권력을 확고하게 장악하고 있다는 전제하의 예측일뿐실제로는 본인 스스로가 {얼굴마담}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은게 사실이다.

특히 최근 북한방송들은 김정일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면서도 {당을 중심으로한 단결}을 유난히 강조, 김정일을 움직이는 {실세그룹}이 별도로 존재하고있다는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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