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비 정상회담 결산

김영삼대통령의 필리핀 공식방문과 라모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경제협력강화차원에서 구체적인 논의뿐 아니라 안보면에서도 특별한 동반자관계를 구축하는 적잖은 성과를 거두었다.그러나, 우리정부는 이번 정상외교에서 필리핀측의 요구사항을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함으로써 대외정보수집면에서 취약점을 또 한번 드러냈다.정부는 당초 이번 {아세아-태평양지역 경제협력체}(APEC)지도자회의 참석과아태3국 공식순방을 다가오는 아-태시대에 대비하고, 지리적으로도 인접한이 지역 국가들과의 경제협력을 다지는 {세일즈}외교의 기회로 활용하면서,북미회담 이후의 남북관계에서 우리의 대북정책에 지지표를 확보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라모스 대통령은 우리측의 예상을 벗어나 양국관계를 안보와 문화,관광등 인적교류까지 다변화할 것을 요구하면서 *아태지역 군사요충이 될 항만건설참여 *방위산업협력 *중국등과 원유개발권을 둘러싸고 분쟁이 빚어지고있는 남사군도를 포함, 남지나해 해양자원의 공동개발 등을 요청, 김대통령이 적극검토를 약속했다.

라모스 대통령의 이같은 폭넓은 제안은 이번 정상외교의 특이점으로 지적되고있으며, 특히 안보분야의 접근은 필리핀측이 한반도 정세를 포함한 국제정세변화와 관련 모종의 새로운 외교구상을 하고 있다는 추측을 불러일으키기도했다.

김대통령의 필리핀 방문에는 *필리핀의 경제발전에 필수적인 사회간접자본투자에 한국이 적극 참여하는 길이 보장되고 *우리 금융업의 필리핀 진출등 순수 경제적 성과도 적지않다. 또, 항만 건설이나 남지나해 해양자원의 공동개발이 갖는 경제적 의미도 과소평가할 수 없다. 그러나 이같은 성과는 당초 우리측의 공략목표에서는 빗나간 것들이다.

김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비간의 경협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특히 투자, 건설, 과학기술 협력에 대한 관심을 표명할 예정이었다.필리핀 진출을 우리기업들의 주공략 목표인 필리핀의 사회간접자본 건설사업중 원자력과 수.화력발전과 송전시설 설치공사의 입찰에서 경쟁 외국사에 대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이미 발을 붙인 반도체나 섬유등 부문에서 투자확대의장애물을 사전에 제거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측은 기대했던 대부분의 회담목표는 이루어졌다. 라모스대통령은 전기와 통신사업에 대해서는 딱부러지는 답변을 유보했다. 그 대신필리핀 정부의 장기경제개발 계획인 {필리핀 2000}계획을 설명하고, 그 일환으로 항만건설사업에 한국의 참여를 요청했다.

한국전 참전등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우리의 대북한 정책을 확고히 지지하고, 대북한 불수교의 입장을 고수해 달라는 요청에는 꼬리를뺐다. 그러나 지난 9일 김대통령의 여의도 연설에서 밝힌 대북경협규제 완화방침과 {남북문제는 남북한 당사자간의 대화로 풀어가야 한다}는 정부입장에지지를 분명히 하고, 앞으로 북한과의 수교교섭은 우리측과 긴밀한 협의를거쳐 신중히 임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UN 비상임이사국에 진출하려는 우리의 노력및 김철수상공장관의 WTO의장 출마와 관련, 확고한 지지도 다짐했다.

정부는 또 필리핀측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과 필리핀 사이의 무역적자 시정 *이를 위한 렬대과일 수입확대 *한국내 불법체류중인 필리핀 근로자의 구제를 포함, 필리핀 노동력 수입확대 등을 요청해 올 것으로 예상했다.그러나, 필리핀측은 무역역조 문제에도 큰 비중을 두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렬대과일 수입문제도 거론조차 않고, 문화 관광등 양국의 교류협력을 다변화및 강화하자고 제안했다.

김대통령은 현재 3천명으로 제한된 국내의 필리핀 근로자 수를 6천-7천명으로 늘리는 것을 적극 검토할 것과 필리핀행 청소년 연수, 노인층의 겨울철 피한여행등을 권장할 것 등을 약속했다.

필리핀측은 지난해 우리의 중고 경비정을 도입한 사실을 지적, 앞으로 방산협력의 일환으로 F5-A 전투기와 한국산 장갑차의 추가도입을 원해온 것으로알려졌다. 라모스 대통령도 이와관련 {안보협력} 또는 {특별동반자 관계}등으로 표현하는 등 양국의 력사적 우호관계를 특별히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