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다보면 외국인 근로자들이 쉽게 눈에 띈다.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인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내국인의 생활터전인 산업현장에 서서히 자리잡고 있다.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희망때문에 낯선 땅에서 저임금 문화차이 등 열악한환경에도 불구,이를 극복하고 묵묵히 일하고 있다.
베트남 방글라데시 등 따뜻한 고향을 멀리하고 머나먼 이국땅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이들 근로자들에겐 한국의 매서운 겨울날씨와 맞닥뜨릴때면 이역살이가 더욱 서럽기만 한것도 사실이다.
성서·달성공단 등 산업현장에서 한국경제 발전의 원동력(?)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우리의 새 이웃들을 만나 겨울맞이 준비와 아울러 살아가는 모습을 들어본다.
달성공단 태광목재(주) 문틀반에서 일하고 있는 베트남인 추 반 로이씨(24).지난 8월11일 산업기술연수생으로 항공료 수속료 등 1천달러를 들여 한국에왔다.'안녕하세요'이외엔 한국말을 전혀못하지만 일에 대한 열정은 남달라이젠 간단한 문짝까지 만들 수 있는 기술자로 변했다고 자랑한다."하노이에서 한달 월급은 20~30달러에 불과해 살아가기가 힘들다.TV한대 사려면 1년치 외국인 근로자들은 월급으로도 모자란다.누구나 외국생활을 어려워하지만 먹고 살기위해 경쟁적으로 외국취업을 하려고 한다"로이씨가 한국에서 받는 월급은 잔업수당까지 포함해 5백달러 수준.반만 저축해도 고국의 가족들이 충분히 먹고살 수 있다고 한다.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는 리덕 니 엠씨(26).하노이에 부인과 2살난 예쁜 딸아이 한명을 두고 있다. "상당히 춥죠"라는 질문에 서투른 한국어로 "베트남 덥다, 한국 춥다"두마디 뿐이지만 검게 그을은 니 엠씨의 얼굴엔 또다른 시련의 빛이 역력히배어있다.
두툼한 잠바와 솜바지를 껴입은 모습은 흡사 에스키모인을 보는 듯했고 투박한 손에 벌써부터 거칠거칠한 까스라기가 피어있었다.
베트남인 9명과 함께 기거하는 3층건물 옥상 기숙사.조립식 건물로 대충 짜맞춰놔 허술하기 짝이 없다.세면장에는 빨랫감이 수북이 쌓여있고 군용매트리스가 어지럽게 널려있는 10평규모의 방엔 낡은 소파에 빛바랜 옷장이 방의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기숙사 시설이 형편없지만 "호텔같아요.TV도 있고 시자체가 슬럼가인 하노이에 비하면 낙원입니다"고향가서 사업하겠다는 다오반 구이씨의 감탄사다.
추위와 이국생활이 고달프지만 여유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기숙사 유일한 놀이기구인 중국장기가 있고 주말이면 공단내 흩어진 40명의베트남인끼리 한자리에 모며 고향이야기도 나눈다.돈이 아까워 국제전화는꺼리지만 편지왕래만은 빠트리지 않는다고 한다.
비록 몸은 이국만리에 있지만 자부심만은 남다르다. 동생 학비때문에 왔다는도 후 동씨(25)는 '보트피플= 베트남' 공식이 사라진지 오래다. 우리만큼 부지런한 사람없다. 비록 이국생활에 얽매이지만 외침을 물리친 나라의 국민"이라며 목청을 돋웠다.
성서공단 도금업체 거봉산업에는 방글라데시인 필리핀인이 각각 2명씩 있다.모두 유독가스 냄새가 자욱한 공장안에서 기름때 묻은 얼굴로 일하고 있다.월동준비는 고사하고 돈이 부족해 얇은 티셔츠하나만 걸치고 난로하나 없는작업장에서 추위를 안고 일하고 있다.
방글라데시인 아불 바 사씨(29)가 한국에 온지도 벌써 6개월.그는 방글라데시 최고대학인 다카국립대학을 나온 재원이다. 그러나 능력보다는 돈이 있어야 취직이 된다는 관습앞에 외국으로 내몰리게 됐다고 아불씨는 말한다."맨발에다 반바지 차림으로 생활해오던 터라 한국의 겨울날씨가 오히려 도금하는 것보다 어려워요. 처음엔 추위때문에 문밖 출입조차 힘들었어요. 본격적인 추위가 들이닥치는 12월 날씨가 겁나기까지 해요"
돈버는 재미앞엔 추위도 달아나더라는 필리핀인 조셉 메디나(26). 마닐라 소재 대학에서 방사선과를 전공한 화이트 칼라. 결혼도 하고 사업자금을 마련하기위해 한국에 왔다한다.
"겨우 2개월 됐어요. 홍콩에서 식당일을 하는 약혼자와 돈벌어 2년후에 만나기로 약속했어요 "
추위와 최악의 근무조건인데도 외국인 근로자들은 앞다퉈 몰려오고 있다.섬유,건설 등 '3D업종 기피증'에 걸린 내국인들이 비운 자리가 이들차지이다.
중소기업협동조합 대구지부에 따르면 산업기술연수생 명목으로 국내에 온 외국인근로자들이 올해만도 2만여명.섬유, 도금 등 제조업체가 밀집해 있는 대구의 경우 3천5백명에 이르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성서 달성공단 등에 흩어져일하고 있다.그러나 불법체류자까지 포함하면 7천~8천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에게도 3D업종인지 이달들어 일에 견디다 못해 도망간 근로자가 2백명이나 된다고 협동조합은 밝히고 있다. 이들은 보다 보수가 나은 유흥업소, 식당, 건설현장을 찾아 이동하고 있는 실정이다.
성서공단 필리핀 근로자 에밀리오 리 바올씨(27)는 "체류기간 1년이 다 돼간다. 혹독한 한국 추위를 겪어야 하지만 '돈 벌어 고향간다'는 꿈을 저버리기엔 1년의 세월이 너무 짧아 1년더 연장하고 싶다"며 한국이 더욱 취업문을넓혀 주기를 바랐다.
"가끔씩 일부 외국근로자들의 현장이탈로 사회문제를 야기하기도 하지만 힘든 우리의 일을 대신해주는 다정한 이웃으로 정착하고 있는 점을 감안,이들에게 보다 따뜻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업체 한 관계자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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