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94 정국(7-끝)

김영삼대통령이 집권2차연도에 추진한 제도개혁의 정점은 3일 전격적으로 발표된 정부조직개편이라고 할수있다.김대통령은 APEC지도자회의 참석과 필리핀 인도네시아 호주등 아태3국 순방에서 돌아온 지난달20일 내각에 자신의 세계화 장기구상의 구체화작업과 정부조직 개편작업을 지시, 총무처가 2주일간의 극비작업 끝에 {행정혁명}이라고불릴만큼 대규모 부처통폐합계획을 내놓았다.

김대통령을 발표과정에서도 지난해 김융실명제 발표때와 같은 엄격한 보안유지를 당부한데 이어, 12.12관련자 불기소결정에 반대하는 민주당의 장외투쟁이 한창이던 주말오후에 전격발표를 단행, 야당의 장외투쟁을 희석시키기 위한 졸속결정이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김대통령은 지난해 현정권 출범초기부터 이미 대규모 정부조직개편의 필요성을 검토해왔다.

대통령 취임후 {윗물맑기 운동} {부정부패의 척결}등을 통한 공직사회의 정화와 {규제완화} {국제화 추진}등 정부조직의 효율화에 가장 많은 시간과 정력을 할애했다.

이것은 새정부의 국정운영 {케치프레이즈}인 개혁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등 국가전반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정치개혁을 첫번째 과제로 잡은것도 이와무관하지 않다. 그는 집권초기 정치인과 공무원등 공직사회 부조리제거를 정치개혁의 출발점으로 잡고, 여세를 몰아 선거관련법, 정치자금법, 지자제법등정치개혁법을 입안 통과시키고, 금융실명제 실시, 각종 경제규제완화, 국제화와 의식개혁운동 등으로 경제와 사회분야로 개혁분위기를 확산시키는 수순을 밟았다.

지난해 공직자윤리법 개정을 전후해서 공직사회를 강타한 사정한파와 올들어인천북구청에서 처음으로 대규모 세무비리가 적발 된 후의 {2차 사정}도 따지고 보면 권위주의 시대에 오염된 공직사회의 부조리를 제거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조직개편이 처음 관심을 끈 것은 지난해 행정쇄신위원회 내에 조직개편반이설치되면서 부터였다. 행쇄위의 설립목적은 과거 권위주의 시대를 통해 정부내에 침착된 행정편의와 규제위주의 제도 및 관행을 국민변의와 창의력을 신장시키는 방향으로 합리화하고 {작고, 강하고, 깨끗한 정부}를 만든다는 것이었다.

대통령과 중앙정부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돼 온 권위주의형 정부형태를 문민정부형으로 전환하고, 규제를 줄이고 부처간에 유사, 중복업무를 통폐합해야 한다는 학계와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과 함께 *총리실 권한강화 *기획원과 통일원 등 부총리제의 폐지 *청와대의 기구 및 권한축소 *경제기획원, 공보처, 교통부, 건설부 등의 통폐합 *정보화사회와 본격 해양시대를 맞아 정보통신부와 해양부 신설 *검찰권 독립 *과학기술 행정의 통합 주장이 제기됐다.그러나, 가뜩이나 사정으로 불안해진 공직사회가 동요의 빛을 보이기 시작하고 복지부동이 심화될 우려가 제기되자 정부는 "부처단위의 소폭 개편은 있어도 대규모 개편은 없을 것"이라며 그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후, 행쇄위의 조직개편작업은 극비에 붙여졌으나 {작고, 강하고, 깨끗한정부}를 만든다는 기본방향과 조직개편문제를 해당부처에 일임할 때 부처이익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므로 전정부적 차원의 일괄검토가필요하다는 인식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이번 정부조직 개편은 이런 의미에서 김대통령이 집권후 꾸준히 추구해온 개혁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이해될 수 있다. 지난 토요일(3일) 발표된 개편안의내용은 장관2자리, 차관3자리, 차관보4자리, 국장급23자리가 없어지고, 많으면 1천여명의 공무원이 보직을 잃게되는 엄청난 규모였다.

그러나, 전반적인 개편안에 대해서는 권위주의 청산이나 문민정부형으로의전환이라는 이상보다는 기능주의에 치우쳐 개편대상이 경제부처에 한정됐다는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총리행정조정실장이 차관회의를 주재하는 등 국무총리제의 장점을 살려 국정의 연속성과 전문성을 확보하는 노력은 있었으나 예산권이나 기획권을 부여하지 않은 것, 권력의 배분과 관련된 내무부, 법무부,검찰, 경찰 등이 개편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국정전반이 청와대 통할구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이 그 예다.

정부는 이같은 비판을 의식, 머잖아 나머지 부처에 대한 2차조직개편이 있을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현정부가 과연 민주적 정부형태의 완성을 위해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시키는 개혁을 추진할 것인가}의 문제는 {의회의 민주화를 위해여당 스스로 당나민주화를 추진할 것인가}라는 문제와 함께 여전히 미지삭로남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곧 있을 당정개편을 통해 나타날 김대통령의 국정 장기구상이 어떤 모습을하고 있을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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