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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도시의 푸른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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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그늘진곳의 생존④순찰차가 어느덧 시내를 벗어난다.

"경찰서라더니, 어디로 가는거요?"

인희엄마가 운전하는 형사에게 묻는다.

"경찰서가 어디 여기만 있소?"

"경찰차까지 훔쳐선… 이 사람들, 납치범 아냐?"

"정말 뒷 트렁크에 처넣을까."

운전하는 형사의 화난 목소리다.

"종성시 동부경찰서요."

내 옆에 앉은 점잖은 형사가 말한다.

"사십 리가 넘는 거기까지? 순진뜨기 시우가 도대체 무슨 죄를 졌기에?"아무도 대답이 없다. 종성시는 여기로 오기 전에 내가 있던 도시다. -온주시로 도망가서 숨어있어. 팔팔당구장에 연락해놓고. 당분간 거기 있음 우리가널 찾아갈 거야. 기요가 말했다. 그때 나는 용케 할머니를 생각했다. 할머니가 살아 계실지 모르지만, 나는 산골로 가고 싶었다. 그러나 그곳으로 어떻게 가야 할는지 몰랐다. 나는 종성시에서 이곳까지 무작정 걸었다. 코스모스가 국화과에 속하지만 우리나라 토종 풀이 아니야. 멕시코가 원산지지. 그러나 어깨짓하며 섞갈리는 흰꽃 분홍 꽃 붉은 꽃이 보기에 좋았다. 나는 배가고파 더 걸을 수가 없었다. 나는 꽃집 앞에 주저앉아버렸다. 먼동이 터오고있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미화꽃집이었다.

순찰차가 교외로 들어선다. 주위의 밭은 온통 비닐하우스다. 경찰차의 전조등 불빛을 받아 비닐하우스가 번쩍인다. 센바람에 펄럭이는 그 번쩍거림이강철 같다. 식구들이 차에 싣고 다니는 일본도(刀)가 생각난다. -비닐이야말로 인간이 발명한 졸작품이지. 편리성만 따지면 뭘해. 비닐은 썩지 않아. 땅에 제 몸을 터삼아 살고 있는 모든 생물과 무생물까지, 품기만 하면 다 녹여버려. 그러나 비닐과 프라스틱은 안돼. 흙이 아무리 침투하려 해도 그 물질은 흙을 완강히 거부한단 말이야. 아버지가 말했다. 비닐조각이 개천에 늘려겨울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아버지가 개천으로 내려갔다. 아버지는 비닐조각을 마구 걷어내기 시작했다. 땅 속에 박힌 비닐까지 빼내려 했다. 비닐이 찢어져 아버지는 얼음판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마선생이 왜 저래. 학교두뛰쳐 나오구 술로 지새더니, 이젠 아주 미쳤어. 길례댁이 지나가며 말했다.순찰차는 어느 사이 종성 시내로 들어서고 있다. 가로등과 네온사인만 휘황할뿐 사람이 뜸하다. 순찰차가 동부경찰서 안으로 들어간다. 수갑을 채운 형사가 나를 끌어내린다. 계단으로 올라가, 어두컴컴한 복도를 지난다. 어느사무실에서 고함소리가 들린다. 다리가 떨려 나는 그만 주저앉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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