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그늘진 곳의 생존 ⑤점잖은 형사가 여러 문을 거쳐간다. 그가 어떤 사무실 문을 연다."형사 2계?"
인희엄마가 팻말을 읽는다. 나는 글을 읽지 못한다. 뒤에서 형사가 내 등을떼민다. 사무실 책상에 형사 몇이 앉아 있다. 벽쪽 긴 의자에 점퍼와 파카짜리가 웅크리고 있다. 둘이 우리를 본다. 아는 식구로, 기요와 짱구다. 작년가을, 나는 기요가 말한 팔팔당구장을 찾지 않았다. 당구장이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다. 나는 식구들을 만나고 싶지 않았다. 그들이 무서웠다. 그런데 여기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나는 기요의 매서운 눈길을 마주볼 수가 없다."앉아. 아주머니도 앉구요"
점잖은 형사가 말한다. 조사철을 책상 앞에 놓고 펼친다. 타자기에 새 종이를 갈아 끼운다.
"이름이 뭐야?"
점잖은 형사가 묻는다. 나는 떨고만 있다. 인희엄마가, 대답해, 하고 말한다. 팔꿈치로 내 옆구리를 친다.
"마, 마시우"
"본적지는?"
나는 본적지를 정확히 모른다. 내가 가만 있자, 인희엄마가 말한다."얜 머리가 모자라요"
"나이는?""학교는?""아버지 이름은?""어디서 태어났냐 말야!"점잖은 형사가 연거푸 묻다, 드디어 목소리를 높인다. 나는 떨고만 있다.시우야, 넌 되도록 말을 하지 마. 바보라 놀리는데 대답두 옳게 못하면서.옛말에 군자는 말이 없고, 침묵은 은보다 귀한 금이라 했어. 말재주꾼이 널보구 떠들다 제풀에 지치겠지. 할머니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할머니는 키가 작고 등이 굽었다. 할머니는 아버지만큼 내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아주머니, 마군이 식당에서 무슨 일을 합니까"
점잖은 형사가 이제 인희엄마를 상대한다.
"식당 허드렛 일이나 하지요 뭘. 그릇 씻구, 청소하구"
"언제부터 데리고 있었나요?"
"작년 가을인가. 아침에 문을 여니 식당 앞에 쭈그리고 앉아 있기에…말두잘 못하구, 불쌍해서 내가 거두었죠. 심부름할 사람도 필요했구"그때도 인희엄마가 내게 이름과 고향과 나이를 물었다. 나는 이름만 말했다.배가 몹시 고팠다. 고프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인희엄마가 식당으로 불러들여 밥을 주었다. 그날부터 나는 식당에서 일했다. 잠은 골방에서 잤다."너 저 치들 알지?"
점잖은 형사가 뒤쪽 의자에 앉은 둘에게 손가락질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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