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장애인 외국노동자-지진구호서도"서러운 소외"

대지진의 공포속에서도 앞을 볼수없는 시각장애자들은 속수무책이었다. 그들은 자기주변의 정확한 피해를 알수 없었고, 피난도 불가능했다. 며칠이 지나도 연락이 불가능해 구호의 손길에서도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가하면언어가 불편하고 의지할 곳도 마땅치않은 외국인들, 특히 개도국에서 온 노동자와 유학생들 역시 지원의 손길이 멀기만 하다. 5천여명의 사망자를 낸일본 긴키(근기)지방 대지진의 엄청난 피해속에, 그리고 활발해진 구호움직임에도 한결 서러운 사람들이 있었다.○…막심한 피해가 난 고베(신호)시의 히가시나다구(동탄구), 한신아오키(판신청본)역앞 5층짜리 시영주택에 사는 맹인 카메야마(귀산영소·29)씨는 지난17일 새벽 잠을 자다 심한 진동과 함께 얼굴에 무언가 세게 부딪히는 바람에 눈을 떴다.

주위의 집들이 대부분 파손되거나 화재로 형체가 없어져버린 곳이 많았지만카메야마씨의 집은 다행히 무사했다. 어머니와 함께 얼굴과 팔등에 가벼운상처를 입었을 뿐이다. 그러나 비상시 벨을 눌러 외부인들에게 알리는 장치,즉 외벽에 설치된 장애자용 경광등이 정전으로 작동하지 않아 그들 母子는만 이틀간 발견되지 못한채, 냉장고에 남아있던 음식물로 연명했다.장애자들을 위해 시에서 지은 이 아파트에는 장애노인과 시각장애자들이 상당수 살고있는데, 친척들이 와서 데려간 일부를 제외하면 '연락처도 없고탈출도 불가능한'사람들만 남아 외부와 거의 두절된 채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피난소등에 대해 활발해진 구호의 손길도 멀기만 하다. 지원그룹이 가끔 들러 식음료를 넣어주고 갈 뿐, 소식도 감감하고 먹을 것도 충분치못해 고생이 심하다.

고베시에 따르면 시내에는 이같은 시각장애자가 5천4백명이나 된다. 그들중현재 4천4백여명은'일손도 모자랄 뿐만 아니라 생사 파악도 곤란해'어떻게연명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수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솔직한 고백이다.○…대재앙의 와중에 소외된 사람들은 또 있었다. 선진경제대국 일본에서 배우고 돈을 벌겠다며 어렵게 고베까지 왔던 개도국의 유학생과 노동자들은 이역만리에서 날벼락을 당한 정신적 충격과 함께, 언어불편과 거처를 구하지못하는등으로 제대로 구호도 받지못하는 형편이 대부분이다.

정확한 통계는 없으나, 고베에는 이란·이라크등 중동각국과 파키스탄·인도.페루·말레이시아·스리랑카등 개도국의 유학생과 고베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상당한 숫자에 이른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들은 지진이후 시내의 교회와 이슬람사원 및 사찰등에 몸을 의지한 채 고립무원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일본인들이 수용된 피난소에는 각지에서 답지한 구원물품이 쌓여있는것과는 달리 이들은 교회나 사찰측의 보살핌에만 의존, 먹고 자는데 큰 불편을겪을 수밖에 없다.

스리랑카에서 왔다는 크로티아 살로니군(23·고베대 유학)은 학교의 유학생숙사가 붕괴돼 거처할 곳도 마땅치않고 말도 잘 안통해 시내 중앙구에 있는이슬람사원에서 다른 2명과 함께 임시 기거하고 있다면서 "고국에 돌아가고싶어도 여비조차 마련할 수가 없어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고베·김종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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