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정가 보건국장인준 공방전

2억 미국인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연방보건국장에 내정된 한 흑인 의사가 자신이 낙태시술을 한 여인들의 숫자를 놓고 말의 앞뒤가 맞지 않자 과연 이같은 사람을 의회서 인준해줘야 하느냐를 놓고 미정계가 발칵 뒤집혔다.내슈빌에 있는 매하리대학 전 의대학장이자 총장권한대행을 역임한 헨리 포스터 2세는 지난주 클린턴대통령으로부터 연방보건국장(장관급)임명장을 받은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나는 5~6명밖에 낙태시술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으나 잠시후 기자들이 물고 늘어지자 점차 그 숫자를 늘린 것.포스터 박사는 또 며칠뒤 ABC방송에 출연, "수십년 의사생활을 하면서 임신중절수술을 5~6명밖에 시키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캐묻자"아마 39명정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가 다음날은 "약물에 중독된 임산부55~60명에게 낙태시술을 했다"고 다시 정정.그의 이같은 발언이 화제가 되자 낙태 반대주의자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그의의회인준을 반대하고 나섰고 야당인 공화당의원들도 가세, "이 문제는 낙태숫자가 문제가 아니라 공직자로서의 정직성에 관한 문제"라며 인준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특히 평소 낙태를 찬성하고 있는 깅리치하원의장조차도 "도대체 취임 2년이나 된 클린턴은 그의 뒷조사도 않고 어떻게 임명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특유의 독설로 연일 맹공.

또 필그램 상원의원도 "그의 인준반대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가 하면 여당인 민주당소속의원들 마저 "클린턴대통령이 서둘러 그의 임명을 취소하는게 낫겠다"고 말하기도.

이같이 포스터박사의 인준을 싸고 논란이 격화되자 클린턴대통령은 "그는 보건국장직을 그 누구보다 훌륭히 수행할 능력있는 분"이라고 변호하고 나서는가 하면 여성단체와 의사협회 등에서도 "그가 정쟁의 희생물이 되어선 안된다"고 주장.

흑인 여성으로 비교적 평이 좋았던 전임 연방보건국장이 "국민학교에서도 자위행위에 대해 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망언(?)을 해 전격 해임된 것을 보면미국인들이 보건국장직에 고도의 윤리성을 바라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흑인이 맡는 것을 꺼려하는 것 같기도 해 이번 의회 인준청문회가 더욱 관심을끌고 있다.

〈워싱턴·정서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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