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미미가 비명을 지른다. 얼굴을 감싸쥔다. 우리 차가 맞은편 차 옆을 가까스로 스쳐간다. 차가 한쪽으로 급격히 쏠린다. 미미가 내앞으로 무너진다. 두손으로 내 허벅지를 움켜잡는다. 차가 급정거를 한다. 차바퀴가 아스팔트 바닥에 찌익 끌리는 소리를 낸다. 나는 순간적으로 두 귀를 막는다. 헌규가 음악을 끈다. 차가 비탈로 구르기 직전에 멈춰 선다.
"죽으려 환장했어. 개새끼!"
바깥에서 욕설이 들린다. 충돌을 겨우 면한 차가 건너 뒤쪽에 멈춰선다. 검정색 중형차다. 그쪽 기사가 이쪽으로 뛰어온다. 헌규가 재빨리 아스팔트로차를 올린다. 액셀러레이터를 세게 밟는다. 우리 차가 쏜살같이 달아난다."죽으면 너나 죽지 왜 우리까지 끌어들여? 네가 물귀신이니?"미미가 헌규에게 악을 쓴다.
"너 스피드광이잖아. 교외로만 빠지면 늘 스피드내라며?"
"누가 지옥까지 직행하랬어? 너랑 함께 죽긴 치사하고 억울해!""또 좀 밟아볼까. 기사 맘대루"
헌규가 액셀러레이터를 눌러 밟는다. 차가 세차게 달린다. 센바람이 차창에엉겨붙는다. 나는 어지럽다.
"너 이따위로 차 몰면 나 시우랑 내릴 거야. 똥차 가지고 뭘 뻐겨""미미, 너 요즘 변했어. 내가 뭘 잘못했다고 심통이니? 오늘만해두, 영화 보자니깐 껌껌해서 싫다. 볼링도 싫다. 백화점 가자니깐…"
"모조 악세사리 따윈 이제 필요없어. 서랍하나에 차고 넘치는 것, 다 돌려줄까? 너 다른애들한테 선물할 수 있잖아. 그것 주구 따먹구"차가 갑자기 멈춰선다. 헌규가 뒤돌아본다. 색안경을 벗는다."너 말 다했어?"
"다하지 않았다면? 좋게 말할때 똥차 몰구 혼자 돌아가. 앞으로 너와 미팅은고려해봐야겠어. 내 선택권에 네가 끼여들 자린 이제 없어""너 정말 어찌된 것 아냐?"
"시우야, 내려. 우리 강따라 걷자. 걷다 식당 나오면 점심 먹구"미미가 내게 말한다. 차문을 열고 내린다. 강변 쪽 비탈로 내려간다. 강변은풀밭이다. 띄엄띄엄 봄풀이 파릇하다. 주위에는 집이 없다. 강가에 낚시꾼둘이 눈에 띈다.
"짜샤, 넌 여기 꼼짝말구 있어. 밖으로 나왔담 죽어!"
헌규가 내게 말한다. 차의 시동을 끈다. 그가 차에서 내린다. 미미를 뒤쫓아뛰어간다. 나는 그냥 차에 앉아 있다. 창문밖을 내다본다. 가슴이 마구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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