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들면서 엄청난 시의 축제를 보았다. 많은 시집과 동인지들이 쏟아졌고 새움돋듯 몇몇 지역 신인들이 고갤 내미는 것을 보는 일은 즐거운 일이었다.특히 현대문학상 수상 작품집에 실린 정현종의 시는 혈관을 상쾌하게 출렁거리게 하는 묵은 술의 향기로움을 여전히 보여주고 있었고, '눈물은 어떻게단련되는가'로 등단한 박해석의 시들은 가능성과 자연스러운 자태로 우리의소매를 끌기에 충분했다. 서울은 물론 대구, 부산에서 발행되는 월간, 계간문예지, 격월간의 환경잡지에 이르기까지 다채롭게 발표된 시인들의 작품을보면서 행복한 주저의 시간을 가졌다. 그러나 시인들이 가고 있는 길은 어딘가 전에 다녀 본 길에서 별로 벗어나 있지 않았고, 사물을 지나치게 의도적으로 미세하게 들여다보려는 인문주의적 관점으로 식상하게 하는 면도 없지않았다.송찬호의 '달아기'('현대문학'3월호)가 그 중에서 자연스럽게 삐어져 나왔다. 그는 단언컨대 상상력과 서정성을 가장 탄력적으로 결합하는 시인이다.전혀 이질적인 심상들도 그의 손에 들어가면 행복하게 육화되고 심도있게 내면화되는 예를 우리는 드물잖게 보아왔다. 이 달에 발표한 그의 시는 이와같은 그의 시의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여기서 한단계 더 나아간 진경을 보여주고 있다. 그 하나는 사투리가 꽤 짙은 육신으로 다가서면서 독특한 분위기를거느리기에 성공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역사적인 현장을 이야기 구조속에 내밀하게 담고 있다는 점이다.
이 시는 달의 이미지를 주조로 어느 빨치산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모티프로 하고 있다. 산포수인 빨치산은 색시를 남겨두고 쫓겨서 산속으로 숨어든다. '파리한 낮달로 우물속에 가라앉아 부서지'는 죽음의 그림자를 견디는그녀는, 결국 '때그르르 굴러 떨어지는 피묻은 달님'남편의 시체를 치마폭으로 감싸안게 되고 그 넉넉한 견인의 생명력 속에 남편의 죽음은 '색시의 가랑이 사이에서 훤하게 /박속같이 티없는 아기의 얼굴로' 떠오르는 달님으로되살아난다.
짧은 시의 구조 속에 현실적인 달과 죽음, 재생을 중첩시킨 달의 이미지의충위가 싱싱하고, 생명성을 통한 이데올로기 문제의 극복, '아따, 어디/달님도 사랑을 한답디어!'등의 능청스런 사투리로 역사의 단면을 시의 구조속에적절히 녹여낸 점 등은 이 시인의 시가 훨씬 구체적이고 무르익었음을 즐겁게 확인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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