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앙'위추 법령 자치발전 "족쇄"

지난 23일 대구시의회본회의장은 시정질문에 나선 시의원들과 집행부의 공방이 한창이었다. 그중 채종백의원의 질문은 현재 대구시와 시의회의 지방자치권한이 어느 정도 수준인가를 보여주는 대목으로 관심을 끌었다.채의원은 이날 달성군이 대구시에 편입돼 농사행정수요가 늘어난만큼 농정국을 신설, 산하에 농정과, 축산과, 농수산물유통과를 둘 의향이 없는지 김정규부시장에게 물었다.김부시장은 달성군의 편입으로 농정기구를 조정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으나 '국' 신설은 대통령령을 개정해야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이는 현행 지방자치법상 시·도 행정기구를신설할 경우 대통령령이 정하는 범위안에서 마련한조례를 시의회에서 통과시키도록 돼있기 때문이다.

김부시장은 '군'이 편입됐다고 '국'을 만드는 것은 조직이 비대화될 우려가있고, 인천·부산 등 실정이 비슷한 다른 지역과 동시에 기구 문제를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내무부의 의견을 전했다.

전문가들은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단체장과 의원을 주민이 직접 선출, 완벽한 자치제도를 갖추는 것처럼 보이지만 중앙의 통제위주식 법 제도가 시정되지않고서는 완전한 지방자치의 실현은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방자치가본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중앙정부가 지방에 권한을 대폭 넘겨주는 제도적'틀'이 마련된후 지방특색에 맞는 조직개편이 뒤따라야 한다는 이야기다.이를 위해 조직·인사·재정권등 지방자치권을 통제하고 있는 현행 지방자치법은 중앙정부의 관점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와 지역발전의 관점에서 개정돼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예컨대 앞서 말한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제정권은 '법령의 범위안'에서 '법령에 위반되지 않는 한'으로 고쳐 자치입법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계명대 최봉기교수는 "지방자치단체의 기구나 인원은 원칙적으로 지방의회의결정사항이어야 한다"면서 "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공무원 정원은 상한선만규제하고 국·과의 종류나 명칭,공무원의 직급별 정원 규제는 가능한 삼가야한다"고 말했다.

이같이 지방자치권 확대를 위한 법제도 개선과 함께 지방자치단체가 양질의행정서비스를 주민에게 제공하고 변화하는 환경에 능동적으로 적응토록 하는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행정조직이 보강돼야 한다.김지순 경북도 기획관리실장은 "상·하수도, 도시계획 등 주민생활과 밀접한행정서비스를 강화하고 국가업무화 돼있는 교육·치안기능이 지방에 이양돼야 한다"고 말했다.

업무의 중복으로 행정력을 낭비하는 유사기구의 통폐합과 지역 특성에 맞는조직부서의 신설·확대개편도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구시의 경우현재 공업과는 공업계, 섬유진흥계, 공단기획계, 품질관리계로 조직돼있는데지역의 주종산업인 섬유업체를 관장할 섬유국이나 섬유과가 보강돼야 한다는주장이 계속되고 있다. 또 삼성상용차공장, 쌍용자동차공장 등의 설립으로증가될 자동차관련 업체를 담당할 자동차과 등의 신설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영진전문대 지방자치연구소 김진복소장은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역실정에 맞는 정책을 개발, 집행 여부를 평가·분석하는 정책평가담당관제도나 세계화 추세에 맞춰 국제협력업무를 수행하는 국제협력과나 국제협력계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소장은 또 지방재정의 자립기반을 확충하고지역개발에 적절히 대응키 위해 공기업과의 신설도고려해볼만하다고 말했다.

지방자치의 정착은 일차적으로지방의 자율발전을 추구하겠다는 중앙정부의노력에 달려있다고 해도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중앙정부는 지방자치제도가중앙정부의 통제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장치를 마련하는데 급급한 인상이다.지방주민과 지방자치단체의 책임또한 가볍지 않다. 중앙정부를 통제함으로써 지역발전의 기틀을 강화시켜나가는 역할이 바로 이들에게 달려있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전국 시·도의장단협의회는 불합리한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내무부에 건의하는 등 각계에서 법개정을 주장해왔으나 묵살된 경우가 대부분인실정이다. 이제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와 주민 모두가 지방자치를 제대로뿌리내릴 수 있는 최선의 제도를 마련하는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김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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