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이중국적과 이중인간

민자당이 이중국적 허용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마디로 웃기는 얘기다.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이를 추진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세계화시대'에 국가나 기업이 필요한 훌륭한 인재를 해외에서 모셔오기(?) 위한 고육책이라 한다.

예를 들어 미국에 이민을 가 미국의 시민권을 취득한 미국인(?)들을 우리가필요하면 한국국적을 줘 두나라를 오가며 살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얼핏생각하면 그럴듯하지만 여기엔 법적, 현실적 함정이 있다.

법적으로는 아무리 우리가 단일민족이라지만 한국교포는 국적을 주고 머리가노랗거나 피부가 검은 사람들에게는 시민권을 안준다는 것은 국제법상 명백한 차별이다. 미국이 백인에게만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주고 흑인과 동양인에게는 이를 거부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보다 두나라의 국민이 되면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동시에 어떻게 준수할지가 문제이다. 거주지 주민등록은 그렇다 치더라도 납세, 국방등 국민으로서의 의무는 지킬수 있을 것인지, 만일 양국간 전쟁이 나면 어느나라를 위해싸울 것인지 궁금하다.

법적인 문제는 그렇다치더라도 하필 지금 이중국적 문제가 제기되는 이유가무엇일까. 국내에 부동산을 둔 많은 재미동포들이 실명제 실시 이후 값이 설상가상 가격마저 폭락하자 이의 처분을 놓고 고심하고 있고 매년 1만여명씩미국에 오는 특권 부유층 자녀들과 뜨네기 이민자들이 본국의 '세계화바람'을 타고 귀국은 하고 싶어도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기는 싫다는 최근 미국내일련의 분위기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세계화'를 위해 선진국의 고급인력을 모셔오는 것을 반대하지는 않지만 기본적인 국가관은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이스라엘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이중국적을 인정하는 것은 2천년만에 나라를 다시 건설하는 그들의 끈질긴 민족애가 있고 국적을 얻으면 반드시 조국의 의무를 다하는 국가관이 있기에 가능하다.

군에 가기 싫어 미국으로 달아났다가 영주권을 취득한후 병역문제가 되는 30세가 되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이중인간'들을 인재라고 환영하기엔 국내에서만 살아온 '신토불이' 젊은이들은 너무나 많은 분(분)을 품고 있다.조국을 버리지 않는 자에게만 조국은 영원한 것이다. 〈워싱턴·정서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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