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안은 만원이다. 소풍객들이다. 등산복에 배낭을 멘 사람이 많다. 가벼운 나들이옷 차림도 있다. 우리 셋도 사람들 사이에 끼여 섰다. 인희가 비명을 지른다."얘야, 이리 온"
앉아 가던 등산객 아저씨가 인희를 당긴다. 자기 무릎에 앉힌다. 이름을 묻는다. 사탕도 준다.
버스가 시내를 벗어난다. 강을 따라 달린다. 헌규 차를 타고 갔던 길이다.날씨가 너무 좋다. 강변은 봄 풍경이 완연하다. 버드나무는 잎이 다 나왔다.그 뒤쪽이 안보인다. 미루나무는 연두색 잎이 막 나오고 있다. 오리나무도잎이 나왔다. 강 건너 둑이 파랗다. 먼 산이 푸르스름하다. 먼 강변 마을이봄볕에 자우룩하다.
"용정에서 백두산 가는 길 같다. 초가만 보인다면"
연변댁이 창 밖을 보며 말한다.
"용정? 거기 만주땅 아니오? 나도 백두산 가봤소. 작년 여름에. 참말 감동적이더구먼. 거기서 왔소?"
인희를 안은 아저씨가 연변댁에게 묻는다.
"예. 연길서 나온 교폽네다"
"소풍가오?"
"예. 봄놀이 갑네다"
연변댁과 아저씨가 백두산 이야기를 한다. 주위 사람들이 재미있게 듣는다.버스는 계속 강을 따라 달린다.
버스가 선다. 소풍객들이 줄줄이 내린다. 우리도 내리자고 연변댁이 말한다.인희가 내 손을 잡는다. 우리는 버스에서 내린다. 소풍객들이 산길을 탄다."조금만 올라가면 절이 있답네다. 절 구경해요. 연변에는 절이 없습네다. 있었다 해두 문화혁명 때 박살났갔지만"
연변댁이 언덕길에 오른다. 가뿐한 걸음이다. 아줌마 같이가요 하며 인희가말한다. 연변댁의 손을 잡는다.
"주시요"
나는 연변댁의 먹거리 보퉁이를 받아 쥔다.
작은 절이다. 절마당이 정갈하다. 석등이 있다. 계단 옆엔 개나리꽃이 지고있다. 석간수 옆 늙은 매화나무꽃도 지고 있다. 홍매화다. 진달래가 만발하다. 진달래꽃 옆에 개나리꽃이 섞인다. 분홍과 노랑이 섞이니 더욱 화사하다. 소풍객들이 그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우리는 사진기가 없다. 연변댁이표주박으로 석간수를 떠먹는다. 인희에게 먹인다. 나도 한 표주박 마신다.우리는 경내를 두루 구경한다. 연변댁은 호기심이 많다. 칸칸마다 들여다 본다. 스님과 보살에게 이것저것 묻는다.
"저기 자리 좋네. 총각, 앉아서 경치 구경합세다"
연변댁이 말한다. 느티나무 아래 자리를 잡는다. 아래쪽으로 강이 보인다.연변댁이 손수건으로 얼굴의 땀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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