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설-도시의 푸른나무(77)

"이것두 밥먹는것과 다를게 뭐가 있겠니. 안그래, 시우야. 어쨌든 이것두먹어야 사니깐. 이것두 안먹으면 안돼. 그래야 살 힘이 생기니깐. 출장이 잦은 서방을 두고, 밥만 먹여주면 다냐구 바가지 긁는 여편네두 따지구 보면그걸 못먹어 환장을 했기 때문이다. 어쩜 밥보다도 이게 더 중요할는지도 몰라. 낮엔 옷차려 입구 점잔들 빼지만 까뒤집고 보면…"하다가 인희엄마가 하품을 한다. 시든 내 그것을 조물락거린다. 누워있는 인희엄마와 나는 알몸이다. 인희엄마가 내 팔을 베고 있다. 나도 지쳤다."끼니 때우기 힘든 시절엔 그저 밥술이나 양껏 먹여주면 원이 없을 것 같앴어. 아버진 중풍으로 눕고, 야채장수하던 엄만 교통사고를 당하구…. 열여섯에 봉제공장 시다(곁수)로 들어갔을땐 정말 그랬지. 다 지난 얘기야. 먹고사는 걱정 없어지면 담엔 뭐겠어. 밥상두 밥상 나름 아니니. 된장국에 꽁보리밥두 맛좋은 시절이 있구, 고기 반찬에 쌀밥두 시시해 보일 쩍이 있어. 시우, 너야말로 물리지 않는 밥상이다. 야채도 있구, 고기도 있구, 밥도 있구,죽도 있으니…"

인희엄마의 손에 힘이 빠진다. 동작을 멈춘다. 내 거웃위에 손을 얹고 있다.숨소리가 고르다. 인희의 숨소리와 장단을 맞춘다. 나도 잠에 든다.문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좀체 꿈을 꾸지 않는다.

누군가 식당 문을 두드리고 있다. 나는 눈을 뜬다. 깜깜하다. 귀를 기울인다.

"봐, 문열어. 문 좀 열라니깐"누군가 식당 문을 흔들고 있다. 늦은 밤중, 주정꾼이 더러 그랬다. 놔두면 제풀에 지쳐 돌아갔다. 계속 문을 두드린다. 끈질긴 손님이다. 비로소 나는 그날밤을 생각한다. 형사짜리일는지 모른다. 가슴이 뛴다. 나는 일어나 앉는다. 내 어깨에 실렸던 인희엄마의 머리가 요에떨어진다.

"왜 그래? 뭐야?"

인희엄마가 꿈결이듯 묻는다.

"누, 누가, 밖에서…"

나는 어둠 속에 옷을 찾는다. 청바지를 다리에 꿴다. 셔츠를 더듬는다. 어디있는지 찾을 수가 없다.

"나야 나라니깐."

바깥에서 문짝을 흔든다. 술취한 목소리다. 나는 홀로 나선다. 깜깜하다. 신을 찾을 수 없다. 맨발로 홀을 질러간다.

"시우야. 문 열지마!"방안에서 인희엄마가 외친다. 또록한 목소리다. 나는문앞에서 걸음을 멈춘다. 방안에 형광등이 켜진다. 밖에서 문을 열라고 주절댄다. 인희엄마가 옷을 입고 나온다.

"넌 골방으로 들어가. 그 작자가 분명해"

인희엄마가 말한다. 인희엄마가 문을 연다. 추레한 사내가 홀로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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