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BS 대구총국은 오찬을 겸한 신문사 방송 담당기자 간담회를 마련했다. 본사 홍보실 간부까지 참석했던 이 모임은 참석자들에게 하나의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다른 언론매체에 대한 홍보활동에 소극적이었던 지역방송사로서 KBS 대구총국 56년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올들어등장한 케이블TV와 민방에 대한 기존 공중파 TV의 적극적 대응방침중 하나로해석되고있다. 이날 대구를 찾았던 KBS 본사 간부들이 오는 5월14일 민방이출범하는 4대도시를 순회 방문, 홍보활동을 펴는 중이었다는 것은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하는 또다른 근거이다.그렇다면 지역 민방인 TBC 대구방송과 케이블TV의 출범등 방송계의 급격한변화가 미치는 영향, 그중에서도 지역 각 분야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이며 그파장은 얼마쯤일까.
5월14일 개국하는 TBC 대구방송에 광범위하면서도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역시 지역 시청자가 될 것이다. SBS의 미니시리즈 '모래시계'가 장안의 화제가 돼도 그 돌풍을 실감할 수 없었던 지역 시청자들은 TBC를 통해 SBS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수도권 주민들과 동등한 TV문화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쉽게 측정할 수 없지만 상당한 문화적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예상된다.
TBC가 '지역민의 방송'을 표방하며 자체제작비율을 기존 방송사의 10~15%보다 훨씬 높은 25%선으로 잡은 것도 지역방송가에 신선한 충격을 줄 것으로보인다.지역 연고 프로스포츠팀의 경기를 1백% 중계한다거나 향토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를 제작하는등 공격적인 편성방침이 그 충격의 진원지로 꼽힌다. 고정적인 시간대에 지역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띠편성'을 도입, 지역뉴스의 보다 신속한 보도역시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MBC는 본사 차원에서 지역중심 프로그램의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어 기존 지역방송사와 TBC의 자체 제작프로그램경쟁이 시청자들의 관심사항으로 등장하고 있다.민방의 출범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곳은 아무래도 지역 방송가. 표면적으로는 TBC를 '선의의 경쟁자'로 환영하면서 서로를 자극하는 행동은 삼가고있지만 고조되는 긴장감은 숨길 수가 없는 실정이다. 특히 대구 MBC의 경우당장 큰변화는 없겠지만 TBC와 광고시장을 공유해야 하기 때문에 신경이 쓰이는 처지 .그러나 김민식 대구MBC 사장은 "지나친 경쟁의식보다 민방이라는자극제를 통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숨겨졌던 저력을 보여주겠다"며 방송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MBC의 계획을 밝혔다. 신사옥 착공과 함께 13억원을들여 방송기자재를 교체하고 자본금 20억원의 자회사 설립을 추진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까지 민방과 YTN등 케이블TV 프로그램 공급사의 대대적인 방송인력 스카우트 열풍에 휩싸여 업무에 차질을 빚을 정도의 인력손실을 입음에 따라 집안단속이 강화된 것도 지역 방송가의 새로운 풍속도이다.
경제적인 파급효과는 단연 광고시장에서 가장 직접적이면서 장기적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현재 지역뿐 아니라 전국의 방송광고시장은 기형적 광고요율체계와 제한된 광고시간으로 장기적인 적체상태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TBC출범으로 지역 방송광고시장에 완전한 경쟁체제가 형성될 것으로 보기에는무리가 따른다. 그러나 지역 방송광고시장은 적체물량이 서울에 비해 적은데다 광고주가 주택, 유통업체에 편중돼 이들 업종의 경기에 따라 광고물량이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따라서 TBC가 적체물량을 어느 정도 소화하면이제까지 방송사가 광고주를 고르던 시대가 최소한 지역에서는 서서히 막을내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TBC의 시청가능지역이 MBC, KBS보다 좁다는 핸디캡때문에 광고주들이 TBC가 자리잡는 상황을 봐가며 대처하겠다는 태도를보이고 있어 광고시장의 변화는 예상외로 더디게 나타날 수도 있다고 업계관계자들은 점치고 있다.
방송프로그램의 외주제작을 담당하는 프로덕션들도 민방출범에 상당한 기대를 가졌던 분야. 그러나 뚜껑을 열고보니 당초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서진기획 김영준 부장은 이를 'TBC가 프로덕션을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는데다 제작단가에서 TBC측과 프로덕션간에 견해차를보이고 있기때문'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정부에서 TV 프로그램의 외주제작을권장하고있어 업계에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희망을 갖고 준비를 서두르고있는 실정이다.
방송환경의 변화가 지역사회 전반에 던지는 충격은 해를 거듭할 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전망이다. 올해 안으로 AFKN 채널이 반환되고 통신위성인 무궁화호가 발사되면 최소 2~3개의 공중파 TV채널이 추가되기 때문이다.2차 민방허가와 함께 경북도내 주요 도시에 또다른 민방이 나타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는 앞에서 살펴본 여러 변화의 가속화외에'방송전파=희소자원'이라는 등식을 깨는데도 적지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김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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