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달의 문학-장옥관 '바퀴소리를 듣는다'

이달에 장옥관의 두번째 시집 '바퀴소리를 듣는다'(민음사)를 읽을 수 있었다. 그의 시가 지향하는 주제는 이 시대의 다른 시인들에게서 보기 힘든 독특한 것은 아니다. '문명비판'이라는 평균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그러나 그의 기본적인 시학에는 평균의 무게를 웃도는 진지함이 있다. 그것은 현대시에 대한 강한 자의식이다. 욕망으로 가득찬 현대문명의 거대한 성채가 우리의 삶을 무겁게 짓누르는 이 시대에 '시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바로 이러한 물음이 그의 시학의 바탕이 되고 있다. 이제 시는 자아와 세계가 하나로 합일된 상태에서 생명에 대한 찬양의 노래를 부를 수 없다는 것이다. 그의 시학의 핵을 이루는 것은 '시인은 숲으로 갈 수없으며', 숲속에 있는 '번쩍이는 저녁의 황금 연못'은 발견하기 어렵다는 인식이다.장옥관의 시는 소외된 변두리의 삶에 초점을 맞추면서 서사적 구조를 지향한다. 그의 많은 시편들은 이 시대와 세계에 대한 비극적인 인식에서 출발되고있음을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그의 시는 사회학의 문법을 취한다. 그에게있어 현대의 산업사회는 '과적의 짐을 싣고서도 비어서 가벼운 힘으로' 굴러가는 바퀴다. 물적 욕망의 무게에 비례하여 정신적 가치의 황폐화를 암시한다.장옥관 시인은 비인간화된 현대사회를 마주보면서 바로 비판하지는 않는다.문명의 무게에 짓눌려 소외되어가는 변방의 삶의 비극성을 기록한다. 그것은근대라는 시간성에 의해 몰락해가는 옛것에 대한 향수로 드러나기도 한다.이같은 방법은 비판적이고 저항적인 시들이 주는 경향성을 피해 균형감각을유지할 수는 있지만, 적극적인 대안 부재로 허무주의에 빠질 위험이 없지 않다. '씨앗 속에''무꽃' 같은 몇몇 시편에서 암시되는 것으로는 신뢰가 가지않는다.

서사적인 원리를 채택하고 있는 그의 시가 산문성을 띠게 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수식이 과다하다. 자주 등장하는 '무거운, 어두운, 병든, 힘빠진' 등의 수식어는 오히려 시적 긴장감을 해치고 있으며, 관념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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