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본 핵정책 문제점 노출

접안불허로 인한 재처리 방사성폐기물 수송선의 '진퇴양난'은 하루만에 해결, 26일 오전 접안과 동시에 양육함으로써 일막의 해프닝으로 끝났다. 그러나이번 소동은 핵폐기물 수송과 저장에 대한 불안감은 물론, 일본의 핵에너지 정책 전반에 대한 우려를 가일층 심화시킨 계기가 됐다는 시각이다.고레벨 방사성폐기물의 저장지인 아오모리(청삼)현의 기무라(목촌수남)지사는 25일 과학기술청의 다나카(전중진기자)장관이 무라카미(촌상건일)사무차관을 통해 보낸 답변서에서 '지사의 양해가 없으면 록카쇼무라(육ケ소촌)를 최종처분지로 하지않겠다'고 밝힌 약속을 수용, 수송선 '패시픽 핀테일'호의 접안불허를 8시간여만에 번복해 허용했다.아오모리현측의 조치는 극히 강한 방사능 핵폐기물이 록카쇼무라에 영구저장되는 게 아닌가하는 불안에서 비롯됐다. 이날 과기장관의 약속은 이를 다소 해소시킨 것으로 보이지만, 주민들은 정부가 록카쇼무라에 최소한 30~50년 저장하고, 최종처분지 건설담당 회사는 2천년경에야 설립하려는 계획등에 대해 의문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 때문에 약속내용이 애매하다며 지사가 정치적 쇼를 한 것으로 신념이 없는 태도라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주민들의 불안은 특히 이번 수송이단 한번에 그칠 일이 아니고 앞으로 해마다 수차례씩 반복될예정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연간 약 8천억㎾의 소비전력 가운데 3할정도를 현재 48개소인 원자력발전에 의존하고 있다. 이들 원전에서 해마다 나오는 '핵쓰레기'는 방사능 발산강도에 따라 '저레벨 방사성폐기물'이 약 4천드럼, '고레벨 방사성폐기물'은약 1천2백드럼에 달한다. 고레벨폐기물은 재처리공장에서 다시 사용될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제거하고 남은 액체로, 강한 방사능과 고열 때문에 극히 위험한물질이다. 이번에 프랑스에서 재처리해 처음으로 운반해온 것도 이를 특수유리에 섞어 고체화한 총 28개, 약 14t이다. 록카쇼무라에는 핵폐기물재처리 시설과 함께 수백만평 규모의 저장시설이 있지만, 주민들은 핵쓰레기에 대한 인식이 모자랄때 건설된 것이라며, 다량의 폐기물저장에 강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핵폐기물 처분문제는 비단 일본만이 아닌 전세계 원전보유국 모두의 고민거리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시설이 모자라 재처리를 해외에 위탁하지 않으면 안되고, 양산된 핵폐기물을 잇달아해상수송하지 않으면 안되는 점 때문에 각국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2년전 재처리 플루토늄 1t을 수송한 '아카쓰키마루'호가 말썽을 빚은데 이어, 이번에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등 각국 반핵단체외에, 30여개국이 비난성명을 낸 것도 사고시의 위험성은 물론, 수송로를 명확히 밝히지 않는등 불투명한 재처리정책에 기인한다.

일본은 특히 에너지부족을 이유로 선진각국이 건설을 중지한 고속증식로를증설하고, 재처리시설을 매년 확충해 다량의 플루토늄을 자체 생산하는등 '과잉'으로 밖에 볼수없는 핵에너지정책을 고수, 아시아 주변국은 물론 국제사회의 경계감을 부채질하고있다. 기술수준과 경제력에서 '마음만 먹으면'언제든생산된 플루토늄이 핵무기로 뒤바뀔 개연성 때문이기도 하다.이번 록카쇼무라 핵폐기물수송선 접안불허 소동은 이같은 일본 핵에너지정책의 문제점들을 부각시킴과 동시에, 핵물질 재처리와 방사성폐기물 처분등의 공통적이고 엄격한 국제적 룰 확립 필요성을 재확인시켰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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