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조-아이야, 용서하렴 눈물로 용서하렴

윤희수〈시인.영남고 교사〉영정 앞에,

살아도 이승이 아니로구나,

참배하는 이승의 사람들 오히려 지옥이로구나

꽃피우지 못하고 먼저간 너희들 앞에

감히 누가 "꽃답다"고,

오히려 너희 죽음이 흩어져 날린 신발짝으로

주인 잃은 가방으로, 찢어진 책장으로,

산 자의 가슴에 못이 되어

길바닥에 부서져내린 철골과 강판 사이에 걸리고 던져져 있구나."꽃다운 죽음"으로 눈 부릅뜨고 있구나.

그 폭음과 함께 치솟은

너희의 육신이,

헐레벌떡 달려와 복도에서 교실에서

살아있는 자식을 확인한 어버이들의 눈물바다를 덮고

창밖에 고개 내어밀고 기다리는 이름의

죽음 소식을 들은 선생의 가슴에 치미는 오열을 덮었구나

떨어진 팔, 다리, 주인잃은 머리, 철제 빔에 걸려

또 한번, 살아있는 아버지 어머니들 실신하는 모습에 또 한번 죽는구나.누가 통곡하랴. 누가 울 수 있으랴.

너희 죽음을 울음우는 울음소리에는 소리가 없다.

누가 먼저간 너희 죽음 앞에 고개 숙여 속죄할 수 있으랴.

이름만 너덜하게 내걸린 영안실에서,

사진만 거기 있는 분향소에서,

누가 그들을 위하여.

부끄러운 어른들의 욕망이, 저만 잘살자는 이기주의가,

부끄러운 어른들의 무책임이, 방종이,

부서지고 무너진 너희의 영혼앞에 어찌 고개 숙일 수 있으랴.아이야, 용서하렴.

눈물로 용서하렴.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