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설-도시의 푸른나무(102)

"시립복지원 직원이 데모에 참가했다? 그건 말 안되는데. 검사 나리가 검찰청에 몰려가 데모하면 되나? 모가지 짤릴줄 각오했나봐"기요가 말한다. 비시시 웃는다. 화가 풀린 얼굴이다. 노경주는 대답하지 않는다. 기요와 노경주가 친했으면싶다. 기요가 윗도리를 입는다. 나는 우유를마신다. 우유가 식어버려 닝닝하다.

"마두는 어떤 장애가 있나요"

짱구가 노경주에게 묻는다. 심각한 표정이다. 그가 그럴 때, 식구들이 말했다. -짱구대가리 인상 그리네. 짱구는 별명답게 머리가 크다."자폐증이에요"

"자폐증? 들어본 말 같기도 하네. 쯩이라면 병이 아니잖소. 그럼 우울증과는다른 모양이군. 그걸 설명해주슈. 쉽게. 마두를 볼 때마다 궁금한 점이 많으니깐. 어떤 부분은 기막힌 데가 있는데, 어떤 부분은 꽉 막혔어요. 막혀도 보통막힌게 아니라, 알아듣는 것같기는 한데 말이 없으니 복장이 터져요"기요가 의자에서 일어선다.

"엇쭈, 짱구 너도 골통 굴리네. 이빨로 논설 까는거 듣기 싫어. 난 꺼지겠어. 국시집 이층에 있을께. 마두 놓치면 안돼. 형이 그랬어"기요가 말한다. 기요는 전자오락실을 좋아한다. 심심할 땐 오락장에서 산다.그는 '살인광 제트'게임을 좋아한다. 제트가 무수한 적들을 죽이는 게임이다.제트가 중간에서 죽으면, 게임에서 진다. 우리자리 달아두슈, 하고 기요가 커피점 주인에게 말한다. 그가 문을 열다 우리쪽을 돌아본다."복지원 꽁치, 미안해요. 다음에 한턱 쓰지"

기요가 노경주에게 손을 흔든다.

"키유가 아가씨한테 무례하게 대했다면 제가 사과하죠. 뒤는 없는 앱니다.그건 그렇고, 자폐증이라"

짱구가 말머리를 돌린다. 그가 자리를 옮겨 앉는다. 기요가 앉았던 자리이다.

"자폐증은 의학적으로 그 원인이 아직 확실하게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엄마가 임신했을 때, 산전이나 산후의 합병증일 수도 있구, 아기의 뇌손상이 원인일 수도 있습니다. 뇌성마비의 복합장애와는 구별되지요…"노경주의 말을 짱구가 꺾는다.

"보다시피 골통만 컸지, 깡통이라. 쉽게 말해 주슈"

"…자폐증은 바깥 세상과의 접촉을 끊고 자기만의 세계에 틀어박혀 있는게특징이지요.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관심이 없어 주의를 기울이지 않다보니, 말을 걸어도 성실하게 대답하지 않게 됩니다. 적당히 얼버무리거나 물어도뚱한 표정만 짓지요"

"맞아요. 마두가 그래요"

짱구가 맞장구를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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