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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도시의 푸른나무(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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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노경주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다. '기억하는 뇌속에 저장된 필름'의 뜻이 어렵다. 그말은 뜻도 모른채 머리 속에 남을 것이다. 아버지의 말도 그랬다. 아버지는 내게 많은 말을 했다. 혼잣말을 한 적도 있었다. 내가 알아들을수 없는 말이 더 많았다. 그러나 그 말들은 그뒤 간단없이 떠올랐다. 누가 새를 말하면, 아버지가 말한 새가 떠올랐다. 꽃을 보면, 그 꽃을 두고 말한 아버지가 떠올랐다. 할머니도, 엄마도, 시애도 그랬다. 내가 세상에서 만난 사람들의 말이 그랬다. 특히 아우라지에 살았던 적이 많이 떠올랐다. 내 머리 속은늘 그 시절로 꽉 차있었다. 그런데 그 많은 말을 내 입으로 말하라면 나는 말할 수가 없다. 머리 속에만 있을뿐 말로 옮길 수 없다."아가씨께서, 이거 아가씨라 자꾸 말해서 실례가 많수다. 이름이 어찌 되우?"짱구가 노경주에게 묻는다. 담배를 입에 물어 불을 당긴다."노경주예요"

"미스? 미스 맞지요? 미스 노..."

"경주씨라 불러주세요"

"경주씨, 언어 훈련이라 하셨겠다. 경주씨가 마두 말하는 훈련을 시켜줄 수있겠수. 하루 한시간 정도씩. 뭐, 그 강습비야 우리가 줄 수 있수. 마두가 저금도 쪼깐해 두었구"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어요"

노경주가 나를 본다. 안쓰러운 눈길이다. 나는 머리를 숙인다. 나도 말을 잘했으면 싶다. 말이 잘되지 않을 뿐이다. 말을 하려면 목부터 메인다. 혀가 굳어진다. '집에 가요'라는 말을 하고 싶으면, '집에'와 '가요'가 머리속에 뒤섞인다. 서로 입밖에 먼저 나오려 한다. 나는 진땀을 뺀다. 입안에 맴도는 말을삼켜버리고 만다. 그 말은 머리로 되돌아 가서 사라진다. 차라리 말을 않는게편하다. 오히려, 무심코 불쑥 나오는 말이 있다. 연변댁과 인희와 소풍을 갔을때가 그랬다. '후투티를 아니?'하는 말이 무심코 나왔다. 연변댁이 기러기를말했다. 인희는 들오리를 말했다. 나는 아우라지에서 본 후투티를 생각했다."그럼 일주일에 한두번씩은 어떻수. 토요일이나 일요일"짱구가 말한다. 담배연기를 뿜는다.

"생각을 해봐야겠어요. 전 공무원 신분으로 근무를 하잖아요. 그런데 요즘은무척 바빠졌거던요. 아시는지 모르지만 종성시에도 '소외계층공동위원회'가 조직됐어요. 지난 삼월, 노점상 최정환씨와 철거민 백균백씨가 잇따라 분신자살하지 않았어요? 최정환씨는 장애자였습니다. 그후 수도권 도시마다 장애자, 노점상, 철거민이 연대투쟁을 벌여 나가려는 조직체가 만들어졌어요...""잠깐만"

짱구가 노경주의 말을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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