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국.중국 '하나의 중국' 신경전

이등휘 대만총통이 드디어 미국을 방문하게 됐다.미국무부가 22일 빌 클린턴대통령의 재가를 발표함으로써 그동안 미-중-대만의 촉각을 곤두세웠던 이총통의 미국본토 방문이 이뤄진 것.그동안 클린턴행정부는 오는 6월 8일 자신의 모교인 코넬대학의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에 참석할 예정인 이총통에게 단하룻밤도 '미국의 밤'을 허용할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었다. 미국의 '하나의 중국'정책 때문이었다.그러나 미상원과 하원은 지난주 97대1,3백60대 0의 압도적인 지지로 이총통의 비자발급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고 21일에는 워싱턴주재 대만대표부가"미정부가 이총통의 방미허용을 전해왔다"고 전하면서 그의 방미는 이미 기정사실화 됐었다.

다만 난처한 입장을 최대한 중국에 전해야 하는 클린턴행정부의 '뜸들이기'와 중국의 이해, 대만의 체면을 위해 발표를 늦추고 있었을 뿐이었다.이총통의 방미에서 주목할수 있는 것은 미국이 과연 '하나의 중국'을 포기할것인가하는 문제다. 79년이후 미국은 중국의 요구에 따라 이 과제를 철저히 수행했다. 고위급 인사의 교류를 철저히 막았다. 지난해에도 코넬대학의 초청을받은 이총통을 미국본토에 발들이지 않게 해 결국 호놀룰루에서 '낮시간'만 보내다 대만으로 돌아가게 했다.

중국도 미국이 '하나의 중국정책'을 포기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한국을 비롯해 경제적으로는 대만의 고리에, 정치적으로는 중국의 고리에 매인많은 국가들이 미국의 결정에 따라 움직일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렇게되면 그동안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표방하면서 꾸준히 국제사회의 문을 두드린중국으로서는 치명타를 맞게 되는 것이다. 중국이 이총통의 미국방문에 대해촉각을 곤두세우고 몇번에 걸쳐 반대성명을 발표한 것도 그 까닭이다.그러나 비록 '하나의 중국정책'이 냉전종식에 큰 기여를 했다지만 현재의 경제적 세계구도에서는 대만의 경제위력을 무시할수 없다는데 미국의 딜레마가있다. 미국은 지난해 대만으로부터 약 2백70억달러어치를 수입했고, 1백70억달러어치를 수출, 중국본토보다 훨씬 큰 교역규모를 기록하고 있다.대만의 힘은 달러에서 나온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만은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막강한 달러로비를 펼쳤다.큼직한 국제적인 사건뿐 아니라 대만의 이익과 직결된 곳이라면 어디든 대만달러의 체취를 느끼게 했다.이번 상,하원의 압도적인 지지에서도 보듯 워싱턴의 핵심정치인뿐 아니라 행정관료들에게도 로비를 펼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미국은 외부적으로 난처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단호하다. '하나의 중국'정책을 이용해 '두마리의 중국'을 잡으려는 것이다. 바로 등소평 사후의 중국까지 휘어잡으려는 의도다. 최근 핵실험을 비롯해 중-미 무역에서 우위를 잡으려는 미국과 중국의 신경전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대만 이총통의 방문을 하나의 옐로카드로 내세우려고 하는 것이다.〈김중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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