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육현장 변화의 물결(11)-총장직선제

지금 대구대에서는 제6대 총장선거를 위한 교수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총장후보등록을 마친 5명의 득표전과 이들을 중심으로한 3백63명 교수들의 얽히고 설킨 관계들이 차기총장 선출을 위해 상대교수를 회유, 설득하는등 모임들이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대학의 기능은 교수의학술적 연구활동과 교육활동이고 대학총장은 이를 최대한 뒷받침할수 있는 대학을 운영해야 한다. 따라서 대학이 어느 조직보다 민주적이고 자율적이어야 그 연구와 교육이 사회에 대한 책임과 그 본연의 기능을 다할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연구에의 결과가 때로는 사회의 기대와 상반되기도 할것이고 사회전체의 이념을 뒤집는 수도 생길것이다. 그래서 더욱 대학의운영은 타율이 지배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대학총장의 교수들에 의한 직선은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혁명이었다. 87년6·29이후 민주화의 봇물속에 '하나의 부산물'로 대학총장 직선제가 대학인들에 의해 쟁취됐다. 그러나 이런 획득과정에도 대학총장 직선제는 우리나라의대학이 얻은 최초의 대학자치라는데 의심이 없다. 헌법상 대학의 자율성 보장을 최초로 실천한 것이었고 대학으로서는 자주적 운영의 첫경험이었다.직선제 이전까지 우리나라 대학들은 총장을 정부나 재단에서 일방적으로 임명했었다. 이런 과정에서 대학내부 구성원들의 의견과는 전혀 상관없는 인사들이 총장으로 임명돼 대학을 파행으로 몰고왔던 적이 자주 있었다. 자신을 임명해준 외부세력이나 재단의 영향력에서 벗어날수 없었고 대학구성원들의 뜻을수렴할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비민주적 대학운영이 사회전반의 민주화추세에 밀려가면서 총장직선제가 자리잡히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면서 어느때보다도 대학총장의 민주적 자질과 역할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여기엔 직선제 총장선출이 내분을 일으키기보다 교수들의 총의를 결집하는 계기가 돼야하며 그래서 총장의 역할을 다할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구대 최병두교수(지리교육과)는 지난9일 교협심포지엄에서 '대학의 민주적발전과 총장의 역할'이란 주제발표에서 "총장의 자질은 선출된 이후 역할수행과정에서 더욱 중요하다"며 민주적 절차와 과정을 중시할것을 강조했다. 대학구성원들의 민주적 의견수렴과 자발적 참여를 도출할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또 총장은 학사운영과정에서도 대학외부에 주어진 권한을 되찾고 대학운영의자율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교수들의 총장선출방식은 대략 입후보 선출방식과 교황식 선출방식, 그리고 위원회 추천 선출방식등 3가지 유형이다.

입후보 선출방식은 총장입후보자가 일정수의 교수추천을 받아 등록, 입후보자들을 상대로 한 교수들의 선거로 총장을 선출하는 방식이다. 과반수 득표자를 총장으로 선출하며 보통 결선투표까지 실시한다. 영남대, 계명대, 대구대,강원대, 전남대, 전북대, 충북대, 경남대, 한양대 등이다.

교황식 선출방식은 교수협의회에서 무기명 비밀투표로 2 ~3인을 천거하여 그중 과반수득표자를 뽑거나 몇차례 투표를 통해 최고득표자 또는 과반수득표자를 선출하는 방식이다. 경북대, 연세대, 부산대, 동아대, 충남대, 건국대, 경기대, 목포대등이 실시한다.

위원회 추천방식은 별도로 구성된 총장추천위원회에서 추천동의를 얻어 교수협의회의 투표를 거쳐 선출한다. 포항공대, 서울대, 고려대, 국민대, 중앙대,조선대, 한남대등이다.

대학교수협의회는 사실상 법률적 구속력이 없는 임의단체이다. 그러면서도대학마다 교수협의회에서 대학총장 선출을 직접 관장하거나 선거관리위원회를구성하는등 사실상 총장선출을 맡고있다. 또 정부나 재단에서 이를 인정함으로써 실세로 굳혀지게 된 것이다.

지난13일 경상대에서 열린 전국 국공립대학 교수협의회는 교수협의회의 의결기구화를 거듭 요청했다. 국공립대 교수협의회는 "89년이후 이미 대부분의 국공립대에서 교협이 총장을 직선으로 선출하고, 교수평의회에서 기성회 예산을심의 의결및 주요보직자 임명동의를 하고있다"며 "이는 그동안 권위주의적이고관료주의적인 관행과 인습이 팽배해있던 대학사회를 민주화하고 자율적인 대학운영을 통해 대학발전에크게 기여해왔다"고 교수협의회의 의결기구화 주장을밝혔다.

또 정부나 재단이 교수들이 직선으로 선출한 총장당선자를 임명해주는 것이관례이긴하나 거부할 경우 또다른 불씨를 안고있다. 대학에 따라서는 복수추천을 요구하기도 하며 서울대에서는 2인을 추천, 정부가 1인을 총장으로 임명하는데 정당한 절차를 거쳐 선출된 1인을 총장으로 임명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총장직선제가 만능은 아니라는 주장이 직선으로 선출된 대학총장들사이에서부터 일고있다. 지난달 계명대 신일희총장은 총장직선제에 대한 문제점을 언론에 공개했다가 대학내 평교수협의회로부터 "그러면 당신은 왜 그런총장에 출마했고 또 총장직을 수행하고 있느냐"는 항의성 질문을 받기도했다.지난20일 63빌딩서 대교협과 고등교육연구회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구병림대교협사무총장은 총장직선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개량된 직선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보다앞서 지난해7월 무주에서 개최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주최 대학총장세미나에서도 이문제가 직선으로 선출된 총장들 사이에서 공론화되기도 했었다.문선재 강원대총장은 "대학을 비생산적인 선거수라장으로 만들고있다"고 지적했었다.

영남대 박홍규교수(법학과)는 "복수인 후보자를 중심으로 '파당'이 생기는것은 다원성을 기본으로 하는 민주사회의 당연성"이라 주장했다. 어느사회에나존재하는 갈등이며 인맥이나 학연을 중심으로 한 분열이라면 그것은 직선제의문제가 아니라 대학인의 비민주적 자질때문이라며 직선제를 옹호했다. 어떤 선거든지 문제가 있기 마련이며 대학총장 선거만이 문제라면 직선제아닌 교수들의 자질이 문제라는 것이다.

또 대학은 교수와 재단이사회 외에도 학생, 직원, 동문, 학부모등으로 구성돼있으며 대학총장이 교수단 대표가 아니고 이익단체의 대변인도 아닌 대학전체의 대표라면 구성원들의 주장을 모두 수렴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사실 고려대, 조선대, 중앙대, 국민대등 일부 대학들이 학생과 노동조합등을 총장선출과정에 역할을 맡기고 있기도하다.

〈이경우기자〉

**총장직선제-이렇게 본다(김종길(경북대교수 사학과)**

총장직선제가 왜 생겨났는가는총장직선제 이전의 임명제 총장들 면면을 살펴보면 수긍할수 있다. 경북대총장의 경우 정권창출처인 지역에서 권력자의 추천에 의한 총장은 외부로부터의 청탁을 거절하는 것이 힘들었다. 직선제가 완벽하진 않더라도 대학이정치권의 영향에서부터 벗어나 독립하기 위해서는 직선제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대학의 위상을 높이고 교수의 연구활동을 최대한 지원해주기 위한 총장의 역할과는 관계없는 총장이 임명되면 학교발전은 뒷전이 되고만다. 직선제의 부작용과 문제점이 있더라도학교발전을 위해 극복해가는 과정으로 이해해야한다.민주주의는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 영국도 2백년이나 걸렸다.경북대의 경우 첫 직선제에서는 일부 교수간 파벌이 나타나는등 문제점이 불거졌으나 두번째에는 눈에 띄게 개선됐다. 지연이나 학연등에서 오히려 불리한현 박찬석총장이 오직 개혁하겠다는 공약만으로 당선됐고 지금 학과통폐합등그런 공약들이 하나씩 추진되고 있다.

대학에서 총장이 전권을 갖고 학사행정을 펴고있다. 교협이 권한은 나누어갖고 책임도 같이 지는 상호보완관계로 운영함으로써 대학발전을 위해 더 많은교수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할수 있도록 하는것이 바람직하다.현재 교수들의 중지를 모아 총장을 뽑는 선출방식은 법에도 없다. 교수협의회가 의결권이 없으며 심의기능만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통령도 인정하고있다. 이에따라 전국국공립교협이 교육개혁위원회에 교수협의회의 법제화와 의결기구화를 공식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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