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거장들의 '21세기 문화' 엿보기

미국의 경영, 경제학자들이 주요 필진인 미래학 서적들이 현란한 정보 혁명위주의 장밋빛 미래를 묘사하고 있는 지금 예지와 상상력에 빛나는 20세기의문화.예술.사상.과학 분야의 거장들은 과연 현 시기의 지구촌 문화를 어떻게평가하고 21세기 인류의 여정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20세기를 움직이고 21세기의 토대를 닦은 각 분야 세계의 거장들 31명의 담론을 모은 '21세기를 여는 상상력의 창조자들'(여성신문사 펴냄)은 그 창조적상상력의 높은 수준으로문화의 질과 관련, 국내지성계에 시사하는 바 적지않다.이 책의 저본은 유네스코, 즉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본부 프랑스파리)에서 펴내는 세계적인 월간지 THE UNESCO COURIER(프랑스어판은 leCOURRIER de I' UNESCO). 이 월간지에 게재된 인터뷰 기사들은 이 책의 한국어판인 '세계로 열린 창'에 실려 당대 세계 문화예술계의 관심사와 수준을 나타내 주목을 끌기도 했다.

대담자는 떼오도르 모노(박물학), 트린 쉬엔 투안(천체물리학), 노엘 르누아르(생물윤리학), 자끄 이브 꾸스또(해양학)등 다소 생소한 학문 쪽의 낯설은이름도 있지만 레비스트로스, 움베르또 에꼬, 마르께스처럼 저명한 사람과 올리버 스톤, 멜리나 메르꾸리, 호세 까레라스같은대중예술 인사도 들어있다.특히 가장 최근의 인터뷰로 한국 출신의 명지휘자 정명훈이 들어 있는 것이 특기할 만하다.

이 책은 문학예술 분야에서 바츨라프 하벨(체코, 작가), 오스까르 니에메이에르(브라질, 건축가), 까밀라 호세 셀라(스페인, 소설가), 조르지 아마두(브라질, 작가), 나집 마흐프즈(이집트, 작가), 아모스 오즈(이스라엘, 작가)등소위 서양문명의 중심이 아닌 소위 3세계권에 해당하는 나라들의 지성들에 균형있는 안배를 한 것도 문화의 보편성 다원성 상대성 측면에서 단연 돋보이고있다. 이것은 서구의 일부 강대국 문화 편식 현상에 걸려 있는 우리 지적 풍토에 신선한 자극제가 되고 있다. 사상과학 분야에서도 브라질의 빠울루 프레이리(교육학), 아프리카 출신인 조제프 키 제르보(역사학), 인도의 반다나 시바(물리학)등 주변부 국가의 지성들이 뚜렷한 자리를 확보하고 있다. 이수성 서울대교수는 이 책의 선정인물들에 대해 "그들은 겸허하고 신중하며 의지를 신뢰하는등 현란한 외부적 문명보다 내밀하나 건실한 문화에 이바지하고 있다"고평가하고 있다. 이 책을엮은 이동옥씨는 서울대 사대 국어과 출신으로 '유네스코 쿠리에'의 국내판인 '세계의 창'을 수년동안 혼자서 번역하고 제작.배포하는등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 왔다.

〈신도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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