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끔 물을 뜨러 가는 곳이 있다.내 사는 곳에서 두고개를 넘으면 나타나는 약수터다.
한적한 산속 국도변에 있는 약수터는 근처 산아래 마을 사람들이 정성껏 보살피는 덕에 언제나 깨끗하고 맑다.
주변에 아무도 살지 않고 지나가는 차도 드문 탓에 그 약수터로 들어서면 웬지 괴괴하고 섬뜩한 느낌마저 든다.
꽉찬 잡목사이 작은 계곡에 자리잡은 약수터에서 물을 받으며 나는 심호흡도하고 가벼운 체조도 하는등 짧은 외출이 주는 상쾌함과 여유를 마음껏 즐긴다.그러다 문득 어릴 적 생각이 났다.
도시 변두리 산동네에 살았던 탓에 열살이 되기도 전에 물지게를 지고 산동네로 오르던 기억말이다.
마음이야 한방울의 물도 흘리지 않겠다고 몇번이나 다짐하곤 하지만, 몸은언제나 양쪽에 매달려 찰랑거리는 물초롱 사이에서 휘청거리고 파들거렸다.연탄 두장을 새끼줄에 끼워 들고 올라가던 산동네 가파른 길. 외상쌀 한봉지를 들고 한알 한알 깨물며 올라가던 산동네 길.
그때 꿈은 그저 물이 콸콸 쏟아지는 수도꼭지 하나가 있는 것, 그것이었다.그런데 이제 어떤가?
옛날의 부끄럽던 가난마저 애틋한 추억으로 여겨질만큼 어느 정도 생활이 안정된 지금, 집안 구석구석마다 수도꼭지가 있지만 여전히 나는 물을 뜨러 산길을 가야한다.
틀린 것이 있다면 좀더 먼 곳으로 가야 한다는 것.
이러다 정말 어디까지 가야할까? 그 먹을 물 한모금을 위해. 있기나 있을까?그 한모금의 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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