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요가 숟가락으로 병마개를 딴다. 뻥 하고 터지는 소리가 난다. 내가 따면 소리가 나지 않는다.맘보도 병마개를 소리내어 딸줄을 안다. 기요가 잔에 술을 친다. 내 잔에는 콜라를 따룬다."의탁할 종교기관을 찾고 있다지만 그 병신들을 어떻게 부양하겠다구. 한마디로 독한 년이야"
기요가 말한다.
"내가 그랬잖아. 별종이 따로 있다구. 그 셋방에서도 조만간 쫓겨나겠던걸. 아무리 굴집이라지만 그 궁상떠는 세입자를 누가 붙여주겠어. 주인여자불평이 여간 아니잖던"
짱구가 말한다.
"쫓겨나? 누가?"
콜라를 마시다 내가 묻는다.
"꽁치 노 만나고 오는 길이야. 너 안부 묻대. 꽁치가 장애복지원 아래, 굴집 동네에서 병신 넷 데리고 살더군. 사지 뒤틀린 애들 셋에, 기동못하는 노인 하나와. 자기 자취하던 방에서 말야"
기요가 말한다. 짱구가 맥주잔을 비운다. 오징어를 찢어 먹는다.나는 팔다리와 얼굴 뒤틀린 장애자를 많이 보았다. 걷지 못하는 장애자가있다. 숟가락질을 하지 못하는 장애자가 있다. 시력 장애자가 있다. 듣지도,말하지도 못하는 장애자가 있다. 그들이야말로 할 수 있는 일보다 못하는 일이 훨씬 많다.
"가, 가족 아니지?"
내가 떨며 묻는다.
"물론. 꽁치 집은 서울이래. 복지원서 쫓겨나 그 넷을 어디서 엮었나봐.다음에 갈 땐 라면이라도 한 박스 들고 가야겠어. 너무 비참해"짱구가 말한다.
"라면 박스 안긴다고 정보 빼내줄 것 같냐. 이빨 갈고 덤비는데, 칼끝도안들어가겠더라. 독한 년이야. 그러나 마두한텐 인간적으로 대해 줄걸. 꽁치눈으로 보자면 마두도 보호 대상자니깐"
기요가 말한다.
"난 노 쪽 지원은 벌써 포기했어. 사는게 너무 처참해 해본 소리지""엇쭈. 인정파셔. 그런 인생 한둘 봤냐. 요즘 미시족들 갈라서며 서로 자식 안맡겠다고 콘돔처럼 버리잖냐. 더욱 병신 자식은 거두기가 더 귀찮겠지.늙은 부모 팽개치기도 마찬가지구. 막가는 세상 아냐. 이를 두고 개인 이기주의 시대라던가"
기요가 맥주를 마신다. 둘은 잔을 주고받는다. 맥주 세병을 비운다. 둘은오줌을 누러 밖으로 나간다.
"페, 페인트통에다…"
내가 말한다. 기요가 알았다고대답한다. 통에 오줌 누는 소리가 들린다.둘이 가건물로 들어온다. 바지를 벗는다. 전기담요 위에 눕는다. 곧 코를 골아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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